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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희정·이재명, 노동계 표심잡기 경쟁

    안희정·이재명, 노동계 표심잡기 경쟁

    선거인단 모집 하루 앞두고… 금융노조 동반 방문 安 “성과연봉제 폐지” 李 “불법 장시간 노동 방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하루 앞둔 14일 노동계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 회장 이·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다. 안 지사는 축사에서 “전체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힘을 뭉쳐서 대민 개혁에 대한 미래를 우리 노동자들이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노동자 주도 개혁의 의미를 현안인 성과연봉제 폐지를 포함해 금융산업 혁신 의제에 대해 노동계가 적극적으로 대안을 내고 당과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금융노조에 이어 저작권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이보다 앞서 최근 대한노인회를 방문하는 등 단체 표몰이에 나서며 선거인단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특히 15일 충청향우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17일 충북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안 지사의 선거인단 모집 전략은 지지기반인 충청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최대한 많은 도민을 선거인단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장은 축사에서 노동자 보호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노동조합 강화로 힘을 키움으로써 노동의 수준과 일자리의 질을 올리고 임금을 올려 불법 장시간 노동을 줄여 일자리를 늘려야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소년공 출신임을 내세워 일찌감치 노동계에 공을 들여 왔다. 그는 공동후원회장으로 KTX 승무원에서 해고돼 400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 김승하씨를 영입했고 금융노조와 함께 성과연봉제 폐지를 위한 정책 협약을 맺기도 했다. 특히 이 시장은 지역 기반보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지지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거인단 확보의 중심에는 온라인 지지모임인 ‘손가락 혁명군’이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부산 ‘위기를 기회로’… 新성장산업 육성 경제살리기 올인

    부산 ‘위기를 기회로’… 新성장산업 육성 경제살리기 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일고 있고,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조기 대선 등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서민 가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 발생 등의 여파로 실질 생활물가가 뜀박질해 주부들은 장보기가 겁난다. 시장 상인들은 한결같이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부산 지역경제에도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부산시가 지역경제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했다.부산시는 지난해 지역 주력 업종인 조선, 해운 등 제조업 경기 둔화와 서민경제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역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등 글로벌 저성장 기조로 경기회복세 악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부산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올해 경제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자 ‘위기관리, 민생안전, 경제도약’에 방점을 둔 ‘2017년 부산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했다. 선제적으로 경제위기 리스크를 관리하고 위기대응력 강화를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 운영에 들어가겠다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부산경제진흥원은 “올해 지역 경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수출회복세 둔화 등으로 부산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진 2.4%로 전망된다”며 “이는 시민 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물가 불안심리를 차단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사령탑인 김영환 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조선, 해운 등 5개 위기대응반을 구성하고, 매주 경제·민생 상황을 점검한다. 김 부시장은 “위기 업종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피해를 최소화하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선 기자재 성능 고도화 등 3개 사업에 746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가운데 부산항을 떠받칠 1조원 규모의 한국선박회사와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사인 SM상선 본사를 부산에 유치할 예정이다. 환적화물 이탈 방지 및 신규선사 기항 유치에도 힘을 쏟는다. 유치 인센티브를 지난해 30억원에서 올해 40억원으로 대폭 올렸다. 국비 400억원을 확보, 조선기자재 수출 애프터서비스(AS) 국내 허브기지를 구축한다.침체에 빠진 수출 회복에도 힘을 쏟는다. 해외 마케팅, 수출 경쟁력 강화에 57억원을 투입하고, 수출 원스톱 지원 플랫품을 구축한다. 지역 중소기업 30곳에는 해외 마케팅을 위해 2억원을 지원한다. 공공 분야에서는 재정 조기 집행을 시행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해 재정을 1분기까지 38%, 2분기까지 68% 조기 집행한다. 서민 안전을 위한 민생 안전망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 간부 공무원들이 현장을 집중 탐방해 시민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토록 했다. 안정적 일자리 제공을 위해 조선·해운업 퇴직 인력 재취업 지원에 173억원, 공공근로 등 단기 일자리사업에 100억원을 투입한다.청년들이 지역에서 희망을 품고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 일자리 지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청년일자리허브Y+센터’를 오는 7월 개소한다.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3년 근무하면 2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부산형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도 추진해 청년에게 취업과 목돈 마련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도록 했다. 또 지역 최초로 부산에 유치한 ‘케이무브(K-MOVE)센터’를 구심점으로 잠재력이 높은 청년들의 해외 취업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자금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도 4월 중으로 마련한다.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인상 시기를 최대한 분산해 서민생활에 가장 민감한 생활물가를 관리할 방침이다. 부비론 등 서민금융 지원 요건을 완화해 돈이 필요한 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다.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경제체질 강화 및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해 지역 여건에 맞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4차 산업인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산업, 드론, 사물인터넷(IoT) 및 클라우드 산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신산업으로 파워반도체와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해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도록 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 고부가 서비스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을 위해 영상·콘텐츠, 관광·마이스, 의료 등을 중심으로 자금, 입지, 연구개발(R&D)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시아 제1의 창업밸리 조성을 목표로 전국 최초로 창업에서 숙식까지 해결해 주는 신개념의 창업지원주택 100가구를 건립해 청년들의 창업 열기를 이어 나가도록 했다. 2258억원 규모의 창업펀드 조성과 전용판매장 ‘디아트’를 12월에 개업해 판로를 지원한다.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와 북항 재개발 지역에는 대기업 2개사 및 글로벌 외국 기업 5개사 유치를 추진한다. 민선 6기 대표 공약인 인재(Talent) 양성과 기술(Technology) 혁신을 통한 TNT2030플랜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인재양성 계획인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상반기에 완성해 경제 체질 개선의 기반으로 삼는다. 부산시는 올해를 경제 글로벌화를 위한 도시기반 구축 원년으로 삼고 세계수산대학 시범 개교와 자금세탁방지 교육연구원을 운영하는 등 국제 경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금융 중심 인프라 확충을 위한 주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3단계 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과 전문 금융인력 양성을 위한 금융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한다. 중국은행, 영국로이즈재보험사 등 국제 금융기관과 금융 지사 유치에도 적극 나서 부산을 글로벌 금융 중심지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토록 할 방침이다. 이 밖에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명지글로벌 캠퍼스를 2019년에 차질 없이 개교할 방침이다. 해운대구 좌동에 짓는 아세안 문화원을 오는 10월 개관하는 등 아세안 10개국 교류 및 동남아 이주민과의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올해 부산이 처한 경제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지만 시민들에게 경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불안심리를 차단하고, 신성장산업 육성에 매진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꾼 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단독]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손사탐 시절 연수입 50억…10대 때 청강한 청년들에 20년 만에 ‘빚’ 갚게 됐죠

    [단독]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손사탐 시절 연수입 50억…10대 때 청강한 청년들에 20년 만에 ‘빚’ 갚게 됐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1997~1998년. ‘손사탐’(손 선생 사회탐구)의 제자들은 맨날 학원 책상에 ‘박찬호 연봉 vs 손사탐 연봉’을 적어 놓고 비교를 하곤 했다. “아! 손사탐이 더 버네. 돼지 아냐. 그렇게 돈 많이 벌어서 뭐할 거야.” 이런 비아냥거리는 낙서도 종종 발견됐다.‘손사탐’ 손주은(56) 메가스터디 그룹 회장은 당시 오프라인 학원 강사료로만 한 달에 4억원을 벌었다. 여기에 교재비까지 더하면 연간 수입이 50억원에 달했다. 보통 월급쟁이들은 평생 만져볼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손 회장은 이렇게 번 돈을 토대로 2000년 교육기업 메가스터디를 설립했다. 메가스터디 그룹은 시가총액이 한때 2조 5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손 회장은 항상 빚진 기분이었다고 했다. “워낙 돈을 쉽게 벌었으니 학생들한테 일부는 환원해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인생이 생각대로 잘 안 돼서 이걸 그냥 가지고 죽으면 안 되겠다고….” 2015년 말에 구체적인 결심을 한 그는 지난해 10월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했던 약속을 20년 만에 실행한 거죠. 이제 빚을 갚았다는 느낌에 홀가분해요.” 그래서인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메가스터티교육 본사에서 만난 손 회장은 표정이 유달리 밝아 보였다.→청년 창업을 위한 재단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애초에는 청년 창업보다는 인재 양성을 위한 재단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인재 양성도 중요하지만 요즘 30대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과거 10대 때 제 수업을 듣던 애들이죠. 당시 제가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거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구원이 안 됐어요. 한국이 지금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들어온 상태에서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건 결국 청년들이 힘을 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에서 청년 창업 지원 쪽으로 생각을 바꿨죠. →재단 이름 윤민은 무슨 뜻인가요. -아까 회의실에서 보셨겠지만, 관동별곡에 나오는 한 구절이 벽 액자에 걸려 있어요. ‘음애(陰崖)에 이온 풀을 다 살와내여사라’. ‘그늘진 벼랑에 시든 풀을 다 살려내라’, 즉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기업을 만들면 이런 정신을 가져야겠다고 항상 생각했어요. 이걸 두 자로 줄이면 윤택할 윤(潤), 백성 민(民), 윤민입니다. 1992년 교통사고로 먼저 간 딸 이름이에요. 집사람은 1991년 같은 교통사고로 먼저 숨진 아들 이름(광욱)에서도 한 글자를 따서 ‘광윤’으로 하자고 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들을 것 같아 그냥 윤민으로 했어요. 회사가 더 커지면 이름을 ‘윤민그룹’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 단계로 가기는 어려워졌고…. →25일까지 첫 지원을 받는데 어떤 기대를 하고 있나요. -시도를 하나도 안 하면 0이지만, 한번 시도를 해 보면 언젠가 자기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큰 걸 만들 수 있어요. 여기에서는 꼭 해서 성공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건 벤처캐피탈이 하는 거고. 우리도 벤처캐피탈을 갖고 있는데 대상을 찾을 때 성공할 애들을 찾아요. 그러면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는 사람만이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죠. 그보다 낮은 단계는 과감하게 시도조차 해보기 어려워요. “일단 원서를 내 봐라. 도전을 해 봐라. 실패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 300팀 정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0팀을 뽑습니다. →재원은 얼마인가요. -300억원을 출연합니다. 지난해 100억원, 올해와 내년 100억원씩이죠. 첫해엔 부동산 63억원, 현금 37억원을 출연하고 올해와 내년은 현금으로 지원합니다. 처음에는 400억원을 생각했는데 막상 딱 내는 순간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100억원을 또 깎게 되더라고요. 실제 사람 심리가…. 이사장은 숙대 법대의 성민섭 교수님이 맡아 주셨어요. →이미 장학 사업을 하고 있지 않나요. -기존에 메가스터디가 학생들한테 올해까지 350억원 가까이를 지원했죠. 그거 말고도 여러 대학을 중심으로 기부활동을 해 왔어요. 특히 모교인 서울대 인문대에는 ‘손주은 인문학 장학금’이라 해서 인문학 후세대 양성을 위해 연간 1억원 가까이 계속 내왔는데 앞으로 그 부분을 이 재단에서 일부 담당하려고 해요. →기업인들이 재단을 재산 증여 등 관리 목적으로 설립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런 거 전혀 아닙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게 절대 아닐 거라는 걸 압니다. 늘 얘기했듯이 다른 직업에 비해 한국 사교육 종사자들, 그중 스타 강사는 너무 쉽게 돈을 많이 벌었어요. 사교육이 하나의 열풍이었잖아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손사탐 시절에는 특히 그랬죠. 제가 1997~1998년 대중강의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한 5개월 만에 학생 2000명이 20개반에 몰렸어요. 한 반에 100명씩 쭉 줄을 서서 등록했죠. 1998년부터는 한 교실에 250명으로 늘려도 줄이 끝도 잘 안 보여요 .그걸 20개반을 하니 월 5000명, 게다가 저는 최고의 스타 강사니까 5대5 배분 비율이 깨지죠. 강사가 절대 강자니까 7대3(수입을 강사가 70%, 학원이 30%로 가져가는 것)까지 갔어요. 그래도 학원은 많이 남으니까. 엄청난 돈을 벌었죠.→외환위기 직후니 더 많아 보였겠네요. -그냥 돈 많이 번다가 아니고 노력에 비해 훨씬 큰 소득이죠. 예를 들어 그 당시 했던 16주 강의는 48만원을 받았는데. 그러면 저는 250명을 넣고 어떤 선생님은 10명도 못 넣었어요. 당장 25배 차이가 나잖아요. 그런데 25배가 아니죠. 그분은 배분을 5대5. 저는 7대3. 30배 이상, 한 40배 차이가 나잖아요. 어떤 선생님은 한 시간 강의하면 시간당 2만~3만원 정도가 평균가라면, 저는 한 시간에 100만~150만원. 하루 평균 9시간 강의를 했는데 하루 소득이 1000만원을 넘었어요. 분명 같은 노력에 비해 과도한 수입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어요. 하나는 정직하게 소득 신고를 해서 세금을 정확하게 내자. 그게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으니. 그래서 지금까지 소득세, 양도소득세, 토지보유세 등 이래저래 낸 세금이 500억원 가까이 돼요. 또 하나는 어려서부터 갖고 있던 청교도 윤리에 따라 양심적으로 할 수 있는 기부활동을 했어요. 그걸 드러낸다는 건 나를 파는 것밖에 안 되니 모르게 했죠. →그래서 ‘깨끗한 장사꾼’을 모토로 삼은 건가요. -제가 서른여섯 살 때 10년간 사교육으로 번 돈을 접고 사립학교 하나 사서 이사장이 되려고 했어요. ‘사농공상’이라는 신분의식이 숨어 있었던 거죠. 제가 대학생들한테 강연 중에도 말하는데 생산력이 엄청 올라간 사회에서는 이 질서는 거꾸로 돼야 한다. ‘상공농사, 상자지천하대본’이다. 기업 하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이 사회 주도층이 돼야 한다. 법률가 등이 사회 지도층이 되는 게 옳지 않다. 지금 이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에너지와 원리는 기업이다라고요. 근데 내가 고작 강의 팔아서 하니까 나 보고 장사꾼이라고 욕을 할 거니까 장사꾼이라고 하자. 대신 깨끗하게 하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저 스스로 ‘깨끗한 장사꾼’이라고 안 합니다. ‘깨끗한 기업인’이라고 합니다. →안철수 캠프를 도와주면서 정치를 할 거라는 말도 나옵니다. -아닙니다. 교육 관련 해서 조언만 해 준 것 뿐이에요. 안 의원과의 인연은 10년 전 손학규씨를 대신해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만나서 시작됐어요. 지난해 두 번째 만남을 가졌죠. 당시 입장(기업인으로 특정 정파를 지원하지 않는다는)을 분명히 밝혔어요. 이후 지난해 안 의원 쪽에서 교육 관련 대담을 하자고 했고 그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게 전부입니다. 무슨 캠프에 들어가거나 정치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정치는 인생 자체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통일주체국민회의 때와 경남 도의원 등 네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제가 직접 선거캠프에서 도와준 적이 있어 정치 세계를 잘 압니다. 더구나 저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사교육에서 돈을 번 사람이 정치하겠다고 하면 후안무치죠.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교육정책에 대해서 제언을 한다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입시를 바꾸는 게 현실적인 하나의 대안으로서는 맞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에요. 교실이 다 바뀌어야 해요. 한 교실에 애들을 다 집어넣고 수업을 한다는 건 근대 시민사회 초기에 있던 모형 아닙니까. 어느 정도 수준의 보편적 지식과 기능을 만들기 위해선 효율적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식은 세상에 널려 있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또 그걸 가지고 실제 도전해 보고 체험해 보고 이런 작업들이 중요한 시대에 왔어요. 시간표 짜서 선생이 들어오는 이런 교실을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봐요. 입시 제도를 백날 바꿔서 되는 게 아니고 근본적인 교실 혁명이 있어야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 대전환이 가능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교육의 패러다임은 어떤 건가요. -완전히 깨부수어야 하는데 국민들은 일종의 의식의 지체에 빠져 있어요. 아직도 대학 잘 가서 우리 애가 성공하는 것, 아주 우수하면 의사 되는 것, 그다음으로 우수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는 것 아니면 교사가 되거나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 들어가거나…. 그런 질서의 세상이 얼마 안 남았는데 부모들은 아직도 이렇게 생각해요.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죠. 30년간 고도 압축 성장을 하면서 계속 해마다 나아지는 삶을 살았던 유례없는 경험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세상이 아니잖아요. 명문대 나와도 취직이 안 되고, 취직이 돼도 임금에 한계가 있고 위로 올라가면 층층이 쌓여 있고.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 돼도 몇 개 대형 로펌 외에는 답이 전혀 없어요. 더구나 지금까지 교육은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주로 했어요. 옛날에는 이기고 나면 뭔가 소득이 있었죠. 지금은 경쟁에서 이겼는데도 ‘헬조선’이라고 얘기합니다. 이런 교육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교육의 본질에 기초한 비즈니스가 뭔지 요즘 고민하고 있어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노량진이 공무원시장이잖아요. 공무원 학원도 있고 입시 학원도 있고. 거기에서 저희도 오피스텔 이런 걸 지어 분양해서 성공도 했지만, 학생들한테 입시를 계속 팔고 있거든요. 노량진을 보면 세계에서 20대 인구 비율이 1등인 곳입니다. 군대 같은 특수한 곳 빼고는 일반인이 사는 곳 중에서는 유일할 겁니다. 그런데 많은 공무원 학원들은 “너희가 공무원 되면 안정된 미래가 열릴 거다” 이러잖아요. 실상은 2~3년 어두운 인생의 터널을 지나서 패배의 상처를 안고 가는, 젊음이 썩어 들어가는 공간이잖아요. 비극이죠. 그래서 우리는 이 젊은이들에게 삶이 그렇게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면서 ‘힐링’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연내 노량진에서, 시험에 찌들어 사는 젊은이들에게 작은 빛을 줄 수 있는 시도를 하나 할 겁니다. →오래전부터 “사교육은 끝났다”는 말을 해 왔는데. -사교육업체들도 2000년대 후반 2010년쯤 와서 “어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사교육 시장이 끝났다”는 얘기를 하고 다닌 지 7~8년쯤 됐죠. 실제로 끝났고 일종의 잔불이 남아 있는 걸로 보는데.그런 비판을 해 오다가 최근에 얻은 영감은, 일본 도쿄에 가면 ‘쓰타야’라는 서점이 있거든요. 마스다 무네아키라는 분이 쓴 ‘지적자본론’에 나오는 얘긴데요. 서점은 다 망한다고 했어요. 당연히 인터넷 서점으로 가고 있으니. 그런데 이분이 거꾸로 서점수를 일본 전역에 1440개로, 회원수는 5000만명으로 늘렸어요. 연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 내는 신화적인 일본의 오프라인 서점으로 성장시켰죠. 이분이 하는 말이 서점은 서적을 팔면 망한다고 합니다. 그럼 뭘 팔아야 되냐. 책 안에 들어 있는 새로운 삶의 양식, 철학, 행복 등 여러 가지를 팔아야 한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직원들에게 “사교육업체가 사교육을 팔면 틀림없이 망한다”고 해요. →그러면 사교육업체는 뭘 팔아야 하나요.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인 더 나은 삶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이걸 팔아야만 진정한 교육 기업이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교육에 대해선 지금도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소비를 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이건 아닌 거 같은데 당장 우리 애 성적이 안 나오니 한다, 이런 생각으로…. 이런 소비는 오래가지 않아요. 그런데 교육 기업이 우리한테 행복을 줬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팔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미래 지향적인 가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자들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 뭐냐. 그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김성수 산업부장 sskim@seoul.co.kr ■프로필 ▲1961년 경남 창원 출생 ▲부산 동성고 졸업(1979년) ▲서울대 서양사학과 졸업(1987년) ▲2000~2010년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사장 겸 이사회 의장 ▲2007년 코스닥 상장법인협의회 이사 ▲2010~2014년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회장 겸 이사회 의장 ▲2014년~현재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겸 메가스터디 이사회 의장 ▲2015년~현재 메가스터디교육 이사회 의장 ▲2016년~현재 윤민창의투자재단(이사장 성민섭) 이사
  •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 격변의 2017

    [강태진의 코리아 4.0] 4차 산업, 격변의 2017

    올해는 그동안 축적된 디지털 진보의 효과가 직장과 일상생활에 정착해 지속 가능한 혁신을 이끌어 내는 4차 산업혁명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부 도시에서 거리를 활보하고,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은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해 생명을 구하는 첫해가 될 것이다. 또 새로운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와 의료 비즈니스 모델이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처치 행위에 따라 지불하는 기존의 행위별 의료수가 방식을 지양하고, 치료 결과와 상담에 근거한 의료비 책정이 가능해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막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질병의 초기진단 정확도를 올릴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진료를 가능케 하여 지속적인 케어가 가능해질 것이다. 매출액의 9.5%를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인 필립스는 기계학습으로 천문학적 진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학습한 인공지능 보조의사를 실용화했다. 수백만명의 진료 경험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인공지능이 정확히 진단해 주고 원격진료도 가능해 이제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병원에는 위급한 환자와 의사의 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만 가고 만성질환 환자는 자가 치료를 받게 돼 의사의 역할과 병원 운영의 방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새롭게 문을 연 미래의원은 월 150달러의 회비를 받고 맞춤형 예진을 제공해 주는 모바일 앱 기반의 인공지능 주치의를 실용화했다. 자신의 생체정보를 입력하면 수많은 경험치를 기계학습한 인공지능 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처방, 건강 상담, 여행을 떠나기 위한 백신처방 등을 제공해 준다. 미국에서 문을 연 이러한 새로운 모델의 스타트업은 동네 병원의 진료행위를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미래의원 40여명의 직원 중 의사는 고작 4명이고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데이터 과학 진보의 결과로 각 의료기관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빅데이터는 인공지능이 내리는 진단과 처방의 기초자산이며, 따라서 커다란 경제적 자산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에 반에 우리는 부처별 규제와 개인정보 이용이나 의료법을 어떻게 정비해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지 고민조차 못하고 있다. 올해는 금융시장에도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해다. IBM과 신생 벤처 등에서 개발한 금융 인공지능이 AIG 등의 금융기관에서 전문가와 함께 금융시장의 트렌드와 패턴을 재빨리 알아차려 의사 결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며 위기 관리와 투자 정책에 사용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매킨지 발표에 따르면 자동화와 로봇화에 의해 5%의 현재 직업이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기보다는 직장인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요구받게 된다. 이 연구에 다르면 2000가지의 업무 중 50%는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로도 자동화가 가능하며, 2055년까지 서서히 기계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대량 해고와 같은 사건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나, 이러한 자동화는 향후 50년간 인류의 생산성을 매년 0.8~1.4%씩 향상시킬 것으로 보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엑센추어는 인간만이 가능한 사회성·감성지능 분야의 직업인은 오히려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변화의 돌풍 앞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기술 진보가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응해 혁신해야 한다. 급속히 진행된 디지털 전환의 시점에서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파괴적 기술 진보로 인한 경제·사회적 대변혁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대변혁의 쓰나미가 현실로 다가온 올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국가의 지도자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합당한 국민들의 정신적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과 자질이 요구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디지털 시대는 모든 것이 투명하기에 국민들이 불평등을 보고 참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 과도기를 지금 우리가 혹독하게 겪고 있지 않은가.
  • [관가 블로그] “차기정부 조직개편 대응” 산업부, 물밑작업 ‘분주’

    [관가 블로그] “차기정부 조직개편 대응” 산업부, 물밑작업 ‘분주’

    각 부처들이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도 온전하게 조직을 보존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합니다. 일부 대선 주자들이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가칭)로 격상시키고 통상 분야를 떼어내겠다고 하면서 관할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마음이 급하게 됐습니다.산업부는 최근 신정부 출범에 대비해 27개 산업정책 분과를 마련하고 이미 1차 회의도 마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분과는 11개 정책반과 16개 산업반으로 구성됐는데요. 정책반에는 부처 안팎에서 논란이 뜨거운 중소·중견기업, 통상, 에너지를 포함해 무역, 환경, 인력, 지역혁신, 연구개발(R&D), 표준·안전 등으로 나눴습니다. 산업반에는 자동차, 항공·드론, 반도체, 기계·로봇, 조선·해양, 전자·전기,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디자인, 바이오헬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업종별로 분과가 만들어졌습니다. 모두 요즘 대세인 ‘4차산업 혁명’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분과 위원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오피니언 리더, 언론인 등 10명 안팎으로 구성됐습니다. 한 참석자는 “사실상 정책 태스크포스(TF)로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장 개장해야 하는 차기 정부에 내놓을 정책 구상안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산업부는 특히 ‘중소기업벤처부 신설’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설 수 있는 논리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 산업부가 중기청 대신 업종별 조직을 모두 갖추고 신산업과 4차 산업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개발하라”는 거죠. 산업부는 분과별 활동 결과를 종합해 이르면 다음달 말 콘퍼런스를 열 계획입니다. 경제장관회의에도 보고하는 등 정부 정책으로도 추진합니다. 산업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조직 개편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통상 분과에서는 기존 조직체계의 정당성과 대미·대중 통상전략들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확실한 대선 일정 속에 조직의 생존 논리를 준비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건 아닌지, 왜 산업부를 축소하려는지에 대한 근원적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했으면 합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文 “헌재 7명되면 2명만 반대해도 기각…대통령 대반전 노려”(종합)

    文 “헌재 7명되면 2명만 반대해도 기각…대통령 대반전 노려”(종합)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1일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까지 끝난 것 아니다”면서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포럼대구경북 출범식에서 “2월 탄핵은 물론 3월 초 탄핵도 불투명하다”면서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3월13일) 퇴임하면 탄핵은 혼미해지고 변수가 너무 많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행이 퇴임하면) 남은 7명의 재판관 가운데 두 명만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된다. 또 심리 정족수가 있어 7명의 재판관 중 한명이 사임을 하고 또 한명이 어떤 사유로 심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 심리를 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대반전을 노리고 재판 지연을 위해 온갖 수단을 쓰고 있다”면서 “대통령 개인 행위가 아니라 적폐세력이 정권연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책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포럼 출범식을 하는 이 순간에도, 저 건너편에서는 박사모의 (탄핵)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핵 투쟁’에 있어 대구·경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대구 경북은 무장 항일독립운동의 본거지였으며, 해방 후 2·28 의거, 4·19 혁명 등으로 자유당 독재를 끝낸 민주화의 성지”라며 “대구 경북의 위대한 정신을 우리가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TK(대구·경북) 정권 동안 새누리당이 정치를 독점하면서 이 지역이 나아졌나. 청년 실업률이 전국 최고,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지역이 대구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역을 잘 살게 만드는 것은 그 지역 출신 대통령이 아니다. TK정권, PK(부산·경남) 정권 등 지역의 이름을 딴 정권들도 아니다. 수도권의 집중을 막고 지방분권 철학을 가진 정권만이 지방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대구·경북이 일어서면 역사가 바뀐다. 대구경북이 일어서면 세상이 디비진다(뒤집힌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저는 적폐청산, 국가 대개조라는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다. 검증이 이미 끝났고 털어도 먼지가 안 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사상 최초로 영호남, 충청 등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새 시대 첫차에 동행해 달라”며 축사를 마쳤다. 지지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일자리 만들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준비부터 하겠다”며 “반값등록금,대학 서열화 폐지 등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합의는 무효라고 생각하며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공식사죄가 핵심이며 돈은 중요하지 않다”며 “위안부 문제와는 별도로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박근혜 서포터즈 회원 100여명이 ‘문재인 규탄’ 집회를 열었으나 마찰은 없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일자리 창출은 민간 몫” 강조한 경총 회장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는 후보도 있고, 민간 기업의 역할에 방점을 찍는 후보도 있다. 재계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내건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관련해 “제대로 돈을 버는 일자리를 못 만들겠으니 돈을 쓰는 일자리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다.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오래갈 수 없을뿐더러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박 회장의 주장이다. 경제단체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의 공약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청년 실업이 최대 화두로 등장한 이상 치열한 논쟁은 바람직한 일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 9.8%, 전체 실업자 100만명 돌파라는 최악의 고용 통계를 접한 우리는 누구 할 것 없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고용시장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원들이 내놓은 실업률 전망을 보면 당장 올 상반기에 실업대란은 불가피하다. 다급한 나머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서 30대 그룹에 상반기 채용을 늘려 달라고 주문했지만 어디 하나 속 시원하게 답을 주는 데는 없다. 사실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고,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게 다반사였다. 재계 역시 떼만 썼을 뿐 ‘쥐꼬리 고용’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악의 고용한파에 마주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 회장 말대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 공헌이다. 응당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규제도 풀 것은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의 최고 해법은 경기 회복이다. 경제가 살아나야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저성장 고착화 길에 들어선 우리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일자리 해법을 민간 기업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민간과 공공의 양 날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민간은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해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일자리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4차 산업혁명 물결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반면 공공 부문의 일자리도 복지 차원에서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자리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 세금만 쏟아붓겠다는 것은 허상이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현대 미국의 기원 1, 2(토머스 휴즈 지음, 김명진 옮김, 나남 펴냄) 2014년 타계한 미국의 저명한 기술사가인 휴즈의 역작 ‘미국의 창세기’를 우리말로 옮긴 첫 저작이다. 저자는 지난 100여년간 미국 기술사의 흐름을 서술하며, 그 변화들이 당대 유럽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교과서적 할애보다는 주요 역사적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는 서술 방식으로 그의 핵심 개념인 ‘기술 시스템’의 진화 과정을 선별 배치했다. 현대 미국 사회를 형성한 주된 힘의 발생과 성장, 착근을 설명한다. 1권에서는 에디슨,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 독립 발명가들의 급진적 발명이 보수적 시스템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2권에서는 20세기 초 전성기를 맞은 미국의 ‘제2차 산업혁명’ 과정과 거대 기술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표출한다. 각권 416~440쪽. 각 2만 5000원.헤어(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MID 펴냄) 인생의 30년을 ‘털’만 연구하며 200편 이상의 논문을 쓴 저자가 쓴 털에 얽힌 미시사다. 저자는 털을 인류 역사의 숨은 동반자로, 호모사피엔스의 뇌용량이 늘어나는 진화적 변화에 도움을 준 존재로 기술한다. 현대사회에서도 털은 인간이 자신을 표현하는 눈에 띄는 포장물이다. 중세 유럽의 화려한 머리 스타일이나 청나라 시대의 변발, 1970년대 히피들의 장발 등 머리카락은 부를 과시하거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등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곳이 이발소였다고 고백한다. 280쪽. 1만 5000원.
  • 틀을 깬 발칙함… 인류 미래를 바꾼 건 ‘놀이’였네

    틀을 깬 발칙함… 인류 미래를 바꾼 건 ‘놀이’였네

    원더랜드/스티븐 존슨 지음/홍지수 옮김/프런티어/444쪽/1만 6000원 “나태함 조장” 공격받던 ‘커피 하우스’ 민주주의 싹 트게 한 공론의 장 역할 옥양목 갖고 싶은 욕망, 산업화 일으켜 노예 무역 등 폭력의 역사 낳기도 AI시대 ‘놀이 맛들인 기계’ 걱정해야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가 탄생한다.’역사가 생존, 권력, 부 등 진지한 것들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보는 대다수는 고개를 내저을지도 모르겠다. 놀이, 즐거움, 장난 등 ‘문명의 덤’, ‘보잘 것 없는 오락’ 등으로 치부했던 것들이 미래를 빚어낸 주체라니…. ‘원더랜드’를 펼치면 고개를 갸우뚱할 새도 없다.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으로 선정된 미국의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은 명확한 문장과 사유로 놀이가 역사를 바꾼 사례를 거침없이 주유한다. 저자는 놀이를 가리켜 규칙을 깨고 새로운 관행을 시도해 보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때문에 의미심장하고 견고한 형태로 발전하면 수많은 아이디어를 낳는 화수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꿈꾸는 동안 다가올 시대를 창조한다”는 프랑스 역사학자 미셸레의 말처럼 유희의 공간에서 다가올 시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뼈로 만든 피리, 커피, 후추, 파노라마, 옥양목, 주사위 게임, 봉마르셰 백화점…. 얼핏 보면 조금도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사물과 공간이지만 저자는 공통의 특질을 길어 올린다. 처음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새로운 맛, 촉감, 소리, 경험의 놀라움으로 사람들을 매혹한 주인공들이다. 신기함과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이윤 추구나 기술 발명, 정복, 명예 욕구보다 가장 근원적이고 깊숙한 동력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좇는 과정에서 상업화를 시도하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며 문명을 바꾸게 된다는 게 저자의 통찰이다. 산업혁명을 설명할 때는 기계 공정이 상품을 만들고 운송하는 비용을 낮춰 중상류층과 이들의 소비를 낳았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저자는 정설의 주장과 실제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옥양목을 갖고 싶어 하던 영국 여성들의 열망, ‘쓸데없이’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한 상점을 둘러보는 즐거운 소일거리가 산업화를 일으켜 영국이 1세기 넘게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게 된 출발점이 됐다는 것이다. ‘나태함을 조장하고 선동적인 정치 운동을 부추긴다’며 찰스 2세가 금지 포고문까지 내렸던 17세기 중후반 런던에 탄생한 커피 하우스는 ‘민주주의’를 싹트게 한 평등한 공간이었다. ‘민중의 궁전’으로 불린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의 탄생처럼 커피 하우스는 언론인, 시인, 귀족, 주식 투기꾼, 배우, 입담꾼, 과학자 등에게 모두 열린, 당시로서는 처음 맞이하는 평등한 공간이었다. 이 공론의 장은 근대 언론 기관, 최초의 공공박물관, 보험회사, 공식적인 주식 거래 등을 출발하게 한 ‘기적의 문화융성 촉진제’였다. 하지만 놀이와 쾌락에서 잉태한 산물들이 긍정적인 나비효과만 낳은 것은 아니다. 옥양목의 재료인 면이라는 신소재는 노예 무역, 아동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 등 지울 수 없는 폭력의 역사도 낳았다. 저자는 ‘여가와 유희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반전은 수많은 신기한 물건과 장치가 유럽의 바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짚어 내며 유럽인들의 높은 콧대를 민망하게 한다. 요즘 인류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종 부리듯 부릴 거란 걱정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고개를 젓는다. ‘어쩌면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할 미래를 걱정할 게 아니라, 기계가 놀이에 맛들이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그 점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419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4차 혁명시대에 살아남으려면?...김지연 전 삼성전자 중국 연구소장의 해법

    4차 혁명시대에 살아남으려면?...김지연 전 삼성전자 중국 연구소장의 해법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최신 IT 신기술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미래를 여는 새로운 성장동력’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소개하는 문구도 다양하다. 어디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다. 그리고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뭔데?’ 4차 산업혁명은 면접장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질문거리이며, 사내 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과 IT 기술을 모르면 상사의 핀잔을 피할 수 없다. 부랴부랴 인터넷과 신문을 뒤져봐도 금방 밑천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기초부터 공부하기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요즘 IT가 마케팅, 금융, 의료, 패션 등과 만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깊이 있게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이나 동향과 이슈 정도는 얕게라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 직장인이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회사 생활이 힘들어진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4차 산업혁명이 거창하고 어려운 것만은 아님을 알게된다. 4차 산업혁명을 설계하고 3D 프린팅, 스마트센서, 스마트카, 인공지능, 가상현실을 개발하는 일은 학자와 연구자에게 양보하면 된다. 모두가 마크 저커버그, 팔머 럭키, 데미스 하사비스가 될 수 없고 또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신기술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이용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신기술의 메커니즘보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로 기존의 산업 환경과 수익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지는지, 스마트카를 두고 벌이는 IT 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첨예한 경쟁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이 책에는 최신 기술인 드론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할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와 레아 세이두가 등장한다.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저자의 말을 찬찬히 들어보면 둘의 이야기가 그저 관심 끌기용으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릴린 먼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무인 비행기 제작, 곧 드론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거기서 우연히 군사 홍보용 포스터의 모델로 발탁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독보적인 할리우드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당시 군사 홍보를 담당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위는 미국의 4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먼로와 레이건 대통령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007 스펙터>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의 영화에 출연해 주목을 받은 레아 세이두 역시 드론과 인연이 깊다. 레아 세이두의 아버지가 바로 세계 3대 드론 제작 업체 중 하나인 패롯의 CEO 앙리 세이두다. 이 책은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카이스트 컴퓨터 비전 공학 박사이자, 삼성에서 28년간 차세대 IT R&D를 담당한 저자의 경험이 책 곳곳에 녹아 있어 해박한 지식과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4차 산업혁명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사람, IT 뉴스를 제대로 읽고 얼리 어답터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4차 산업혁명 안내서다. 저자 소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컴퓨터 비전 전공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28년간 차세대 IT 기술 연구개발에 몸담았으며 연구임원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삼성전자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내면서 중국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R&D경영연구소 소장 시절 『서울신문』에 칼럼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를 연재했다. 이 칼럼은 중국 유력 경제지 『경제관찰보(經濟觀察報), The Economic Observer』에 「김지연의 과학기술 관찰(科技觀察)」로 번역되어 연재되었다. 지금은 하버드대와 공동으로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시론]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와 한국 경제/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지구촌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선 이후 주가, 금리, 달러 상승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전 세계 금융시장도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당선 연설의 안정감과 이후 행보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비쳤던 반면, 취임 이후에는 선거 기간에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에 따라 세계 경제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트럼프의 취임 연설과 이후 일련의 조치를 볼 때, 트럼프 미국의 지향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이른바 미국 최우선이다.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교역 상대국들의 ‘불공정한’ 저가 제품 탓에 자국의 산업과 기업이 손해를 입었고 일자리도 줄어들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도 일자리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불공정한 무역협정 및 상대국의 조치를 바로잡아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이 급격히 바뀌고 있고 미국 실업률이 이미 완전 고용 수준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트럼프의 구상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하지만 취임 초기 미국 우선 대외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성을 넘어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다. 여전히 초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데서 오는 불안 때문이다. 헤게모니는 한 국가의 경제·군사적 우월성과 세계를 이끌려는 의지에서 나오는데 미국은 자국 최우선주의로 의지를 버렸고, 중국은 의지는 있지만 아직 능력이 없다. 저명한 정치경제학자인 찰스 킨들버거는 1920년대 말 전 세계 대공황의 원인을 헤게모니의 부재에서 찾았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관세를 수단으로 한 극심한 무역전쟁을 치르며 제로섬도 아닌 공멸의 길로 들어섰다. 결국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빠져들었다. 킨들버거에 따르면 당시 영국은 의지는 있었지만 능력이 없었고 미국은 능력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던 헤게모니의 부재 상태였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너무도 닮았다.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 국가의 역설적 상황을 표현한 트리핀 딜레마라는 게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24% 정도에 그치지만, 달러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88%, 외환보유고의 64%를 차지한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경상·자본 거래를 위한 예비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체제는 미국에서 끊임없이 달러가 공급돼야 유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자국 상품보다 외국 상품을 더 많이 소비하는, 즉 경상 적자가 요구된다. 적자가 반가울 리 없는 기축통화 국가로서는 딜레마인 셈이다. 미국이 자국 최우선으로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나서면 현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대안이 필요하다. 중국이 아직 미국의 대안이 아니라면, 그 대안은 2009년 중국이 제안했듯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것이다. 또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유도할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대안과 그 이행 과정은 G20, G7, 적어도 G2의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대립과 갈등을 감안할 때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트럼프발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실물 및 금융 양 측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1월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에 힘입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지만 추세 반전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회복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 제조업은 현지 생산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서비스업 육성을 통해 내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 [열린세상] 유니콘 전성시대/유효상 차의과학대학 융합경영대학원장

    [열린세상] 유니콘 전성시대/유효상 차의과학대학 융합경영대학원장

    요즘은 세상이 온통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에 몰입돼 있다는 느낌이다. 경제인들이나 관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정부 각료, 일반 국민도 심심치 않게 이 생소하고, 어려운 용어를 쉽게 입에 올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원래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개념으로 몇 년 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다.그러나 지금은 증기기관 발명과 기계화의 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자동화 시스템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 등 첨단기술의 융복합화를 통한 실재(Physical)와 가상(Cyber)의 혁신적 통합 시스템을 일컫고 있다. 아직은 개념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전문가들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동화나 만화에서 그려지는 엄청난 미래가 불과 2~3년 만에 나타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4차 산업혁명은 전혀 의미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도 있으며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이라고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학자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변호사, 회계사, 의사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혁신적 기술과 제품, 그리고 생산 시스템 구축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결과물이 나오고는 있더라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며 산업혁명이라고 불릴 만큼의 획기적 변화를 체감할 수는 없다. 사실 4차 산업혁명에는 과거 1·2·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특별히 새롭게 등장한 첨단기술은 없으며 단지 장난감 ‘레고’처럼 기존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융합하고 복합화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만들고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많은 전문가가 세계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이 멈추고 저성장이 고착화될 거라는 뉴노멀 시대를 예고했고, 최근에는 또다시 누리엘 루비니 교수 등이 저성장 속에서도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해 혼란이 가중될 거라는 좀더 비관적인 뉴앱노멀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이렇게 전 세계는 비관적인 전망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다소 희망적인 미래가 뒤섞여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제 대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들도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으며 초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특이한 기업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험한 능력의 뿔을 지닌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으로 불리는 이들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데, 2017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241개가 있다. 과거에 성공한 기업들이 기술, 제품의 성능, 기능 향상에 집중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승자인 유니콘 기업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SNS,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을 다양하게 융복합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고객에게 제공될 가치를 중심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기업, 정부, 언론,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 모든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 ‘무인택시’와 ‘하늘을 나는 택시’를 개발하고 있는 ‘우버’, ‘슈퍼볼’ 30초짜리 광고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맞선 에어비앤비, 인공지능(AI)과 패션 사업을 연결한 ‘스티치 픽스’, 창업 5년 만에 30조원 규모로 상장하는 ‘스냅’ 등 수많은 유니콘들이 우리가 꿈꾸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언제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있고 그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비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감지하고도 변화를 무시하는 기업도 있으며, 아예 변화를 감지하지 못해 몰락하는 기업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유니콘들의 전쟁이 한창이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 박병원 “돈 쓰는 공공일자리 오래 못간다”

    박병원 “돈 쓰는 공공일자리 오래 못간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창업 장려 등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청년 실업 해법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박 회장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 개회사에서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내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데 돈을 쓰는 일자리가 얼마나 오래 지탱될 수 있겠느냐”며 “돈 버는 일자리는 즉각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하지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돼야 비로소 투자가 일어나 몇 년 뒤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특히 관광·의료·농업 분야의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4차 혁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며 “빅데이터, 핀테크 등 어느 것 하나도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는 나라이다 보니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것은 경직된 노동법제”라며 노사 당사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하는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권력·재산·위신, 셋 중 하나만 가져야

    삼권분립(三權分立)은 근대국가의 특징이다. 역사상 근대는 솥(鼎)의 다리처럼 권력이 3개로 나누어지는 데서 시작한다. 단순히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져서 각기 독립적 기능(function)을 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하나로 작동하는 ‘응집된 전체’(cohesive whole)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사고를 했을까. 동양에서는 권력은 나누어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늘에 해가 둘이 아니듯이’가 그 상징적 표현이며 사고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근대’가 아니다.그러나 이 근대를 연 서양인들은 법을 만드는 권한, 법을 시행하는 권한, 법에 따라 재판하는 권한―국가 권력을 이 세 가지로 나눠 본 것이다. 국가기구도 이 세 가지 나눔에 맞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분리했다. 그 막강한 국가 권력이며 국가기구를 이 세 가지로 분립한 것이야말로 정치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3권 분립이 이뤄짐으로써 비로소 권력에 대한 견제가 가능했다. 견제 없는 권력은 예외 없이 절대 권력이 된다. 이 절대 권력을 3권 분립이 막는 것이다. 그만큼 3권 분립은 ‘엄청난’ 사상적 혁명이고, 제도적 발전이고, 그리고 ‘엄청난’ 인권적 성취다. 소위 말하는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는 이 분립 사고가 되지 않는 데서 시작되고 지속됐다. 권력은 한 곳에 모이면 절대화(絶對化)한다. 절대화는 ‘맞설 상대’가 없는 것이고,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나, 내 말, 내 의견, 내 지시, 내 명령만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묘한 존재여서 아무도 나를 제약(制約)하지 않으면 나는 자의적(恣意的)이 되고 방자(放恣)해진다. 그리고 사악(邪惡)해진다. 이렇게 사악해진 나에게 그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칼이 주어진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억압과 횡포, 그리고 절대적으로 부패해 버린다. 그 절대 권력은 국민의 편에서 ‘절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권력을 향해 아무리 절규해도 국민의 편에 서 주지 않는다. 마침내 봉기해서 그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면 또 다른 ‘절대권력’이 다가온다. 해변을 때리는 파도처럼 물러갔다가 다시 오고, 그리고 그 모습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우리나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국가 권력을 부정적으로 본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가는 으레 국민들을 ‘속박하는’ 것 그리고 ‘기만하는’ 것, 힘으로 뭐든 빼앗아 가기만 하는 것, 덕이라고는 아무것도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하의 주인은 백성인데 군주라는 큰 도적이 나타나서 나라를 훔쳤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도 많이 나왔다. 국가 권력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사고, 부정적 인식, 부정적 가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권 분립이 헌법으로 명문화되고 민주화로 학습되고 있는 지금도 권력에 대한 견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절대 권력적인 성향이 빈번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 3ps가 소수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 3권 분립은 국가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꼭 같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권력기구에서만 3권 분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생활세계에서도 꼭 같이 필요하다. 사회는 등급화(等級化)된 세계다. 흔히 말하는 대로 높고 낮은 층으로 차별화된 사람들의 모임체다. 어느 사회든 반드시 위층이 있고 아래층이 있고 또 그 사이에 중간층이 있다. 각 층도 또 상중하가 있어 사람들이 속해 있는 층은 잘게 나누면 수도 없이 많다. 문제는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등급화된 세계 그 차별화된 층에 위치하게 하는가이다. 옛말에 개시동인(皆是同人)이라 해서 사람들은 모두 똑같다. 그런데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은 높은 층에, 어떤 사람은 낮은 층에 속하게 하는가. 그것은 사회적 희소가치의 불평등한 배분 때문이다. 어떤 사회든 누구나 열망하고 추구하는 사회적 희소가치는 앞 회(回)에서 이미 열거한 대로 세 가지가 있다. 권력(power)과 재산(property), 위신(prestige)이 그것이다. 앞에 모두 ‘p’ 자가 있어 서구 사회학자들은 이를 ‘3ps’라 한다 했다. 이 세 가지 모두를 다 가지고 있으면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높은 층이다. 상중에서도 상층이다. 그중 2개는 물론 한 개만 가지고 있어도 상층에 속한다.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으면 하층이고, 중간 정도라도 갖고 있으면 중층이 된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구의 3권 분립처럼 사회에서도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갖는 것이다. 정치인처럼 권력 가진 사람은 재산을 노려서는 안 된다. 기업인처럼 재산 가진 사람은 권력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학자, 교육자, 언론인, 예술인, 체육인처럼 높은 위신, 명예와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권력이나 재산, 그 어느 것도 추구해선 안 된다. 이것이 사회적 3권 분립이다. 국가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절대 권력이 되듯이 사회도 이 3가지 희소가치가 소수 사람들이나 소수 집단에 집중되면 ‘절대 불평등’이 된다. 절대 권력하에서 살 수 없듯이 절대 불평등하에서도 살 수 없다. 절대 권력이 국가를 붕괴시키듯이 절대 불평등도 사회를 붕괴시킨다. # 정치나 기업 경영에 뛰어들려면 교수직 내놔야 그중에서도 더 강조하고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권력 가진 사람보다, 재산 가진 사람보다 명예와 존경을 받는, 위신 가진 사람이 사회적 3권 분립에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위신 가진 사람의 이름이 권력이나 재산 가진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추하게 나쁘게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자손들이 얼굴을 들 수 없도록 썩은 냄새가 악취를 풍긴다는 것이다. 예부터 최고의 악취는 ‘썩은 먹물 냄새’라 했다. 실제 자연 상태에서도 먹물 썩은 냄새가 그 어떤 냄새보다 지독하다. 위신은 먹물이나 진배없다. 오직 위신 하나만 가져도 최고의 가치를 누리는 것이 된다. 둘째로 위신은 권력·재산과 달리 제2의 생명이다. 권력과 재산이 아무리 중요한 희소가치라 해도 생명은 아니다. 생명처럼 중히 여겨도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위신은, 특히 명예는 생명과도 맞바꾼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롱펠로는 ‘명성은 제2의 생명, 영생의 기틀’(A good fame is a second life and the groundwork of eternal existence)이라고 읊었다. 사람에게는 2개의 생명이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 생명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학적 생명이다. 생물학적 생명은 유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원히 끝나게 돼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 생명은 유기체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갖는 명예이고 명성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되고 기록돼서 인구에 널리널리 회자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지상의 사람이 아님에도 그 이름은 지상에 살아 있는 사람 이상으로 살아 있다. 물론 그 이름이 명성이 아닌 오명(汚名)으로 기억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회학적 생명은 명예와 존경으로 칭송되고 추앙되는 가치 있는 이름이다. 그러려면 누구보다 위신 가진 사람이 수범을 보여 사회적 3권 분립의 전위에 서야 한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학을 보면 너무 실망스럽다. 대학교수는 위신의 한 축(軸)이다. 그 희소가치를 점유한 채 권력이며 재산이라는 희소가치를 중복적으로 추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책 창안 능력이며,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며 능력이 남달라서 현실 정치나 기업 경영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다. 그것을 폄하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 해도 지식인으로 스승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으려면 교수직을 흔쾌히 내놓아야 한다. 희소가치의 중첩적 점유는 본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 해만 있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에는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 가진 사람이 너무 많다. 그 사람들을 나의 겸직 때문에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 사회적 3권 분립에 가장 충실한 것이다. 이 3권 분립에 가장 철저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도덕적 의무감을 가장 엄격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 불평등 지수는 떨어지고, 사회 갈등도 그만큼 줄어든다. 사회는 그만큼 온기가 돌고 사람들은 화합한다. 그중에서도 위신 가진 사람들의 3권 분립 행위가 핵심이다. 연세대 명예교수
  • 安 vs 孫 국민의당 경선 이변 있을까

    국민의당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전격 통합을 선언하면서 안철수 전 대표가 독주하던 국민의당 경선에 이변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대주주인 만큼 손 의장이나 천정배 전 대표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안 전 대표는 7~10%대로 1~2%대에 머물고 있는 손 의장보다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손 의장 측에서는 안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이 절대적이지 않고, 조직력도 약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손 의장은 8일 전남 여수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선을 생각하고 통합을 결정했다. 안 전 대표를 능히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 의장 측 관계자는 “최근 16개 시·도당 개편대회만 보더라도 안철수계로 분류되거나 안 전 대표가 민 것으로 알려진 후보들이 줄줄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면서 “대선 후보 경선은 조직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예상보다 손 의장이 통합을 빨리 결정한 것도 ‘시간을 끌지 말고 국민의당에 합류해 당 조직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부 주장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어떤 후보가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인가가 중요하다”면서 “지지율이 당 경선에서도 가장 큰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교육혁명’을 브랜드로 내세우며 정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대선 캠프 대해부] 설 지나며 몸집 2배… 900명 전문가 ‘역대급 싱크탱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역대급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국민성장에는 900여명의 학자와 전문가가 모여 있다. 지난해 10월 출범 당시만 해도 500여명 정도였지만 설 연휴를 지나며 2배 가까이 몸집을 불렸다. 역대 대선 주자 가운데 싱크탱크 규모가 가장 크다. 문 전 대표는 매주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데, 여기에 각 분야별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다. 핵심 콘셉트는 ‘경제 중심, 중도 확장’이다. 국민성장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8일 “냉전적 좌우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진보의 영역을 개척한다는 콘셉트로 시작했고, 현재는 중도 성향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전문가와 학자들이 느슨한 형태로 결합해 있다.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경제·외교안보·사회문화·정부혁신·과학기술·지역균형발전·정책기획관리 등 7개의 분과위원회와, 국민성장·더좋은더많은일자리·한반도안보신성장·반특권검찰개혁·안전사회·지역분권성장·산업경쟁력강화·쉼있는 우리문화 등 10개 추진단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인 정책 구상 설계 등 중심적인 역할은 추진단이 하고, 분과위원회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인력을 관리하며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 주영국대사를 지낸 주류·중도성향의 경제학자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소장이다. 조 교수 외에도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 대표적인 주류 경제학자들이 포진해있다. 경실련 전 공동대표를 역임한 최정표 건국대 교수 등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진보 경제학자들과 주류 경제학자들이 모여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적 해법을 모색한다. 국민성장 추진단장인 김 교수는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 핵심인 ‘국민성장론’ 입안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최 교수는 재벌개혁 구상의 초안을 만들었다. 이 교수는 산업경쟁력강화추진단장을 맡아 4차 산업혁명 등 신성장동력 구상을 가다듬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는 일자리 정책 구상은 ‘더좋은더많은일자리’ 추진단장인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가 담당했다. 외교안보 분야는 국정원 3차장을 지낸 서훈 이화여대 교수가, 정치혁신·사법개혁은 정순관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 과학기술은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지역균형발전은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지금까지는 싱크탱크 주도로 정책 구상을 만들었지만, 대선 캠프가 자리잡으면 총괄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과 완성된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여러 차례 검증하는 작업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상임고문으로는 김영삼 정부 때 통일부총리를,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총리를 지낸 한완상 전 한성대 총장이, 자문위원장으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활동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고려대 커뮤니티에 부인과의 ‘CC시절’ 연애담 공개한 안희정

    고려대 커뮤니티에 부인과의 ‘CC시절’ 연애담 공개한 안희정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모교인 고려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인 민주원씨와의 연애담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 7일 오후 고려대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철학과 83학번 안희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지사는 “처음으로 고파스에 글을 쓰려고 하니 대학교 시절이 생각난다”면서 “고려대는 저의 인생을 결정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 지사는 민씨와 만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1학년 때 중앙도서관에서 키가 크고 예쁜 여학생을 만났다”면서 민씨와의 만남을 회상했다. 민씨는 고려대 교육학과 83학번 출신이다. 안 지사는 “가난한 청춘이었지만 수업을 같이 듣고, 고려다방에서 3백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학내를 걸으며 데이트했던 추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감옥 생활을 한 경험도 털어놨다. 안 지사는 “전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졸업까지 12년이나 걸렸다. 독재타도와 혁명을 꿈꾸며 대학에 입학했고, 학교에서 만난 선후배들과 짱돌도 던지고 화염병도 던지면서 싸웠다. 2번의 감옥 생활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옥바라지를 해준 아내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 안 지사는 민씨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지, 두 아이 엄마”라고 불렀다. 그는 “결혼과 학생운동,정치 입문까지 고려대 인연으로 이어져 있으니 고려대가 인생을 결정했다고 할만도 하다”고 학교를 향한 애정을 강조했다. 이어 안 지사는 “혁명을 꿈꾸던 그때(대학생 시절)와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안희정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꾼다”면서 “노력과 열정이 인정받고 정당한 대가로 돌아오는 사회. 다양한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이 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이러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제가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이유”라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래는 안 지사가 ‘고파스’에 남긴 글의 원문. 고파스 선후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철학과 83학번 안희정입니다. 처음으로 고파스에 글을 쓰려고 하니 대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고려대는 저의 인생을 결정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1학년 때 중앙도서관에서 키가 크고 예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그 여학생은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지, 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었습니다. 가난한 청춘이었지만 수업을 같이 듣고, 고려다방에서 3백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학내를 걸으면서 데이트했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전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졸업까지 12년이나 걸렸으니까요. 독재타도와 혁명을 꿈꾸며 대학에 입학했고, 학교에서 만난 선후배들과 짱돌도 던지고 화염병도 던지면서 싸웠습니다. 2번의 감옥 생활도 하게 되었죠. 수형생활이 끝나니 옥바라지를 해준 아내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결혼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전과로 인해 변변히 취업할 수 없던 저에게 국회의원 비서자리를 소개시켜 준 것이 학교 2년 선배 김영춘 의원이었습니다. 결국 그로 인해 결혼을 하고 정치에도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결혼과 학생운동, 정치 입문까지 고려대의 인연으로 이어져 있으니 고려대가 인생을 결정했다고 할만도 하죠? 다시금 대학생 안희정을 떠올려 봅니다. 혁명을 꿈꾸던 그때와 30여년이 지난 지금의 안희정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꿉니다. 노력과 열정이 인정받고 정당한 대가로 돌아오는 사회. 다양한 도전이 실패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이 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이러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제가 대통령이 되고자하는 이유입니다. 존경하는 선후배 여러분, 안희정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세상의 변화는 똑똑한 몇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동시대를 사는 친구이자, 동지. 선후배의 생각과 힘을 모아 더 좋은 대한민국을 같이 만들어 갑시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조언을 해주세요. 또 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국정교과서, 대안교과서·교학사 교과서 답습 확인”

    논란 끝에 교육부가 내놓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2008년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이 발간했던 대안교과서와 2013년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인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정교과서가 대안교과서, 한국사교과서의 역사 서술 기조를 유지해 식민지근대화론적 시각을 담고 있으며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세 교과서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대안교과서에 이어 도산 안창호가 대한인 국민회 중앙총회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잘못 기재했다. 실제로는 초대 회장이 아니라 3대 회장이었다. 민족주의 우파진영이 내세운 실력양성운동에 대해 ‘민족실력양성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내세운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준식 연구위원은 “이 용어는 학계에서도 쓰지 않고 검정 8종 교과서 중 교학사만 유일하게 사용한 용어”라며 “교학사가 이 운동을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를 국가가 공인해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 독재를 미화한 기조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른 역사교과서에서는 5·10 총선거에서 일부 친일파의 피선거권이 제한됐다는 사실이 제시된 바 없으나 대안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국정교과서도 따라 썼다.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이승만 정권이 친일과 무관한 듯 보이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강조했지만 실제 피선거권이 제한된 사람이 출마한 경우도 여럿일 뿐더러 김구·김규식 등이 선거를 거부했고 당시 군·경찰·사법관료 등 국가권력이 친일파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이 누락됐다”고 말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서술하거나 5·16 군사쿠데타 ‘혁명공약’을 원문대로 수록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사진 캡션 오류, 잘못된 사진 사용 등도 있었다. 박 실장은 “국정 교과서는 단순히 학생 세뇌에 그치지 않고 각종 공무원시험 등에 표준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류가 국민적으로 재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김문수 “대통령 은혜 입은 사람 숨어서 살 궁리하면 안 돼”

    김문수 “대통령 은혜 입은 사람 숨어서 살 궁리하면 안 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대통령 은혜를 입은 사람은 대통령이 어려울 때 나서줘야지 지금처럼 가만히 숨어서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것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대구 시내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친박 처지에서는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도리”라며 이와 같이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은혜를 알고 의리를 지키고 최소한 보답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이다”며 “그것도 안 하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의 태극기 집회 참석을 비난했다는 보도에는 “오늘 비대위 사전조정회의에서 거론했지만 인 위원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고 비대위원 아닌 당직자 중 한 명이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지사는 “태극기 집회 참석은 당의 의사가 상당히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2대에 걸쳐 국회의원 하고 요직을 다한 사람들이 (당이 어렵자) 먼저 탈당했다”며 “(정몽주처럼) 선죽교에서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어도 인간 도리는 지켜야 한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을 비난했다. 이 밖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좌익 폭동이며 즉각 진압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탄핵 기각설’에 정치권 전략조정…야 “대선보다 탄핵”, 여 “질서있는 퇴진”

    ‘탄핵 기각설’에 정치권 전략조정…야 “대선보다 탄핵”, 여 “질서있는 퇴진”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탄핵안을 기각하거나 당초 예상보다 결정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야 모두 전략 조정에 나섰다. 2월 말~3월 초 탄핵 인용을 전망하고 조기 대선을 준비했던 야권에서는 탄핵 기각설이 솔솔 제기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탄핵 인용을 위한 투쟁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사실상 2월 안에 탄핵심판 선고가 물건너 가자 헌재의 결정이 아닌 박 대통령의 하야를 통한 ‘질서있는 퇴진’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정기적으로 열던 최고위원회의에 당 탄핵소추 위원들을 합류시켜 확대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는 11일 대보름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국민과 함께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2월 탄핵 결정이 무산되자 당내에서 위기감이 번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진의원들 중심으로 “당이 지나치게 대선만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는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을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천명하고 나섰지만, 대선 준비 역시 미룰 수는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촛불민심을 외면할 수 없어, 향후에는 무작정 대선 일정만 소화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선보다 탄핵”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게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잠시 한눈팔면 저들은 바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며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표 측은 다음주 초로 예정했던 출마선언이나 캠프 공식 발족도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기존 일정을 재조정해 탄핵촉구 일정을 늘리고, 촛불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SNS에 ‘탄핵시계는 절대 멈춰서는 안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 지사는 “헌재에 요청한다. 헌재는 무리한 증인신청으로 탄핵일정을 늦추려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꼼수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적폐청산과 정의실현을 외치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에 헌재가 충실히, 그리고 조속히 응답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날 헌법재판소를 찾아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시장은 “헌재는 국민을 믿고 2월 중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라”고 촉구하면서 대선주자들을 향해서도 “정치권이 광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탄핵위기론’을 제기하자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라는 것이다.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헌재 결정이 아닌 박 대통령의 하야를 통한 ‘질서있는 퇴진’을 다시 주장하기도 했다.새누리당은 이날 대선주자까지 참석시켜 비상대책위 회의를 열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위기론에 대해 “누구도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하거나 인용만이 정의인 것처럼 호도해선 안된다”며 “새누리당을 포함해 어떤 정치세력도 헌재 탄핵심판과 특검수사에 영향을 끼치려 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또 헌재를 향해 “특정기한을 미리 정해놓고 억지로 심리를 밀어붙이거나 특정세력의 강압과 여론에 흔들린다면 헌정질서가 설 자리가 없다”고 공정한 심판을 촉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해서는 “피의자 인권보호 문제와 여론을 의식한 과잉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유력 후보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위협한다. 광장의 혁명은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자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투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새누리당은 질서있는 퇴진을 위해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정하고 대통령도 수용했지만 야당이 거부했다”며 “이제라도 냉정을 되찾고 다시 새로운 정치일정을 대타협하자”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헌법 재판관 2~4명이 탄핵 기각으로 심증을 굳혀거나 기각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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