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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 “박원순 서울시정, ‘문워크’ 댄스처럼 후퇴해”

    안철수 “박원순 서울시정, ‘문워크’ 댄스처럼 후퇴해”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4일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지난 7년간 서울시정에 대해 “서울시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뒤로 가는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moon-walk)’ 댄스를 즐겼다”고 비판했다.안 후보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19세기 서울성곽을 복원하고 20세기 도시를 재생하느라 21세기 미래에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서울은 존재감을 상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한 번 더 4년을 하면 서울은 회생이 불가능할 것 같아 제가 이제는 쉬도록 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위대한 서울시민께서는 지방선거에서 늘 야당을 지지했다. 시민이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원리를 지켜내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소득주도성장으로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혁신성장의 길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시민들께서 야권 대표선수 안철수를 찍을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졌다. 참혹한 상태가 곧 닥칠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이 승리하면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밀어붙일 테고 당장 내년 정도가 되면 경제적인 파국이 올까 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대호 안양시장 후보, ‘최첨단도시 안양시 완성’ 정책 협약 체결

    최대호 더불어 민주당 안양시장 후보는 같은 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와 지난 3일 만안구 벽산사거리에서 3000여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도시 안양’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최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처럼 경기도와 안양도 이 새로운 변화에 함께 보조를 맞춰 나가야한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경기도지사, 최대호 안양시장으로 연결되는 힘센 그리고 든든한 안양시가 되어야만 실현 가능하다”라며 동반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적폐가 청산된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라며 “그런데 지금 경기도와 안양에는 아직 그 적폐가 그대로 남아있다”라고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이 현직인 경기도와 안양시의 현실을 개탄했다. 또 그는 “이제 새로운 희망, 사람중심의 세상을 최대호 안양시장 후보와 함께 만들어 가겠다”라며 “첫 번째 약속을 경기도와 안양시가 협력하여 시키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두 후보는 정책협약식에 앞서 경기 중부와 안양시가 대한민국 4차산업 혁명 중심도시로 혁신성장 할 수 있도록, ‘미래 산업 일자리 창출’, ‘관련 산업 인재 육성’, ‘안양테크노밸리의 조기 조성’, ‘R&D센터 유치 등 경기도와 안양시의 지속적인 상생 발전을 위한 세부적인 논의를 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강태진의 코리아 4.0] 디지털 경제 탄생기에 규제는 유연해야

    [강태진의 코리아 4.0] 디지털 경제 탄생기에 규제는 유연해야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플랫폼에 수백만, 수억 명의 사람이 몰려든다. 이 가상의 공간이 또 다른 생산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향후 스마트 지능정보사회로 이행됨으로써 인간의 삶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전개 방향과 속도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변화를 이끄는 혁신기술은 기존의 상식이나 제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것이다. 이러한 혁신사회를 이끌어 가기 위한 국가의 규제환경은 민첩하고 유연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질서에 적용된 규제의 재설계와 선제적인 정비가 중요하다. 세계는 새로운 디지털 스마트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기술이 촉발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잉규제가 경제와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기업규제의 75%를 없애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재정·성장의 세 가지 국가핵심 정책을 내걸었다. 성장정책에 규제완화와 구조개혁을 포함시켜 신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2018년 ‘국가전략특구법’의 개정안을 마련하여 특구 안에서 규제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 미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혁신적인 공유경제가 확산되어 차량공유서비스(우버)와 공유숙박업(에어비앤비)이 지구인들의 생활 속에 깊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규제와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문제다. 국가의 규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 조정이다. 갈등을 중재하거나 조정하지 못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개인정보 규제이다.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으나 활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1세기는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국가적 자원이 되는 디지털시대다. 미국은 빅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생태계 도입을 위해 의료 데이터의 수집과 공동 활용에 22조원의 인센티브를 병원과 의사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4년 뒤 900만명을 넘어서고 10년 후에는 의료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재택 건강관리가 필수적이고 디지털 병원·약국이 의료전달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보조의사에 의한 디지털 의료서비스가 생활화될 것이다. 진료 빅데이터를 기계학습하고 개개인의 DNA데이터와 연결해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과 처방을 제시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새로운 디지털 스마트시대를 맞을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의 실정법과 규제로는 실행이 불가능하다. 핀테크 산업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금융서비스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금융규제는 업종 간 구분이 명확해 융합을 특징으로 하는 핀테크 산업 발전이 부진하다. 혁신경제의 축인 오픈이노베이션의 경우도 그렇다. 대기업은 혁신벤처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혁신역량을 제고하고 신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투자금의 회수로 수익을 창출하여 시장을 활성화한다. 기업의 벤처투자(CVC)가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활발하지만, 국내 지주회사는 금산분리 규제로 투자의 제한을 받는다.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완화가 대기업을 위한 혜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규제완화가 중소벤처기업에도 혜택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규제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축하는가에 따라 우리 기업과 사회, 국가경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신산업이나 하이텍 서비스산업에 관해서는 기존 규제의 적용 유예와 면제 등을 해 줄 수 있는 시범특구나 규제 샌드박스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술발전이 촉발하는 산업과 사회의 혁신 속도에 맞춰 실질적 사전 허용·사후 규제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체계로 유연하게 국가제도정책을 정착시켜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스마트시대의 신산업과 하이테크 서비스산업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기존의 가치와 이해 충돌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때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다.
  • [유진모의 테마토크] ‘어벤져스 3’와 ‘탐정: 리턴즈’의 경고

    [유진모의 테마토크] ‘어벤져스 3’와 ‘탐정: 리턴즈’의 경고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그 인기만큼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목적을 위해 사랑하는 수양딸 가모라까지 희생시키는 타노스의 정체성이 큰 논란을 야기했다. 가모라의 행성과 자신의 타이탄 행성의 인구 절반을 죽였지만, 그 배경이 사리사욕이나 단순한 광기가 아닌 종의 보존이란 대의명분을 주장한 때문이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종 전체가 멸절될 위기였다. 종족 보존을 위해 열성의 개체에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순순히 따를 리 만무할 것. 그래서 인위적인 조정을 한 것이다. ‘소울스톤’을 얻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는 망설임 없이 가모라를 낭떠러지로 민다. 건틀릿에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하려는 것은 전 우주를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인구의 절반을 줄여 모든 종을 보존시키기 위해서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신화가 없고 역사가 짧은 미국 정체성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아메리칸 그리스 신화’였다면 ‘어벤져스’는 ‘아메리칸 로마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타노스는 타나토스(공격적인 죽음의 본능)와 그리스 신화의 티탄 신족의 왕이자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의 조합이다. 그가 타이탄 행성의 왕인 게 그 증거다. 타노스의 논리는 미국이 독립하고 프랑스가 혁명을 일으킨 격동의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를 연상케 한다. 멜서스는 저서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가 식량 증가를 압도하게 될 것이니 전쟁, 기아, 질병 등의 적극적 억제나 출산율을 낮추는 예방적 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적극적 억제보단 결혼을 늦추거나 출산을 자제하는 등 성욕을 제어하는 예방적 억제를 권장했다. 인구론은 기득권층인 멜서스가 앙시엥 레짐(구체제)이 무너지는 걸 두려워한 데서 나온 이론이라는 해석들이 있다. 그는 국가 재정의 위기를 우려하며 빈민 구제와 사회 복지마저 반대했다. 빈자는 죽게 내버려 두고 부자만 살자는 얘기다. 어쩌면 타노스는 미국의 독립과 프랑스 혁명에 충격을 받은 멜서스를 포함한 영국의 기득권층을 비꼬는 미국의 조소일 수도 있다. 타노스는 ‘왓치맨’(2009)에도 있다. 슈퍼 히어로들로 구성된 자경단 왓치맨의 멤버 코미디언이 살해되자 동료들이 진상 조사에 나선다. 멤버 중 갑부인 오지만디아스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 60억 명을 살리고자 수십만 명을 죽이겠다는 음모를 꾸민 것. 개봉을 앞둔 ‘탐정: 리턴즈’도 멜서스와 ‘매트릭스’를 닮았다. 재벌과 유명인사, 최고 지성인 등은 카르텔을 형성해 이른바 ‘쓰레기’들을 희생시키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정당하다는 아전인수식 논리를 펼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배양한 뒤 ‘연료’로 사용하는 ‘매트릭스’(워쇼스키 자매ㆍ1999)나 부자들이 자신의 DNA로 클론을 만든 뒤 큰 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위해 클론의 인권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무차별 희생시키는 ‘아일랜드’(마이클 베이ㆍ2005)도 매우 유사하다. 오지만디아스는 자만심을 앞세운 프로파간다와 포퓰리즘으로 대표되는 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3대 왕이다. 멜서스, ‘매트릭스’의 AI, ‘아일랜드’의 갑부 링컨과 박사 메릭, ‘왓치맨’의 오지만디아스, ‘어벤져스’의 타노스, ‘탐정: 리턴즈’의 부자와 지성의 카르텔 등은 모두 ‘이음동어’다. 어긋난 선민의식, 특권의식 또는 우월감에서 비롯된 집단이기주의가 세상을 불공평하고 불평등하며 암울하게 만든다는 경고!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정말 칠십대 노인일까. 너무 젊게 보이는 그가 다가왔다. 낮게 웃는 편한 얼굴을 대하자 190㎝ 정도의 큰 키가 주는 위압감은 금세 사라졌다. 2013년 10월 12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그와 대담하기로 한 날이었다.“김 선생 작품 중 영어로 출판된 책이 있어요? 읽고 싶어요.” 만나자마자 상대의 책을 읽고 싶다고 묻는 외국 작가는 처음이었다. 후에 알았는데 그는 만나기로 한 작가가 있으면, 되도록 그의 작품을 읽고 만난다고 한다. 상대의 책을 읽고 만나려는 예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모두 겸손하게 받아줬다. ●“서울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 간직”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는 1940년에 프랑스 니스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개할 때 그는 프랑스혁명 때 공포정치를 피해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말하곤 한다. 태어나자마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빈궁한 생활을 경험했고,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지냈던 체험은 그의 소설 곳곳에 나온다. 오랫동안, 나는 어머니가 흑인이기를 꿈꿔 왔다. 아프리카에서 이 나라, 이 도시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난 어떤 이야기를, 어떤 과거를 혼자 지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프리카인은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이해해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담아 이 작은 책을 썼다. (르 클레지오, ‘아프리카인’, 문학동네, 2005, 7~8쪽) 1960년 젊은 시절,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에 대항하는 프랑스군에 참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태국에서 지내며 유교, 도교, 불교적 가치를 익히기도 했다. 그는 늘 순례하는 여행자였다. 그의 노마드적 삶은 고독한 구도자의 순례길이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 인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외된 사람들, 제3세계의 시각에서 그는 글을 써 왔다. 단순한 이국인의 눈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설 속에 들어가 그늘진 등장인물의 말을 대신해 주려고 한다. 작중인물에 작가가 거의 빙의(憑依)된 상태라고나 할까. 어릴 때 아버지가 보는 잡지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처음 봤던 그는 2001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한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내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 윤동주 시 ‘별헤는 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이청준 소설 ‘예언자’를 좋아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문학 작품도 대부분 여행이나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담은 작품들이다. 지난해에 낸 중편소설 ‘빛나’를 읽으면 그가 서울을 샅샅이 몸으로 체험하며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영상은 흐릿하기 일쑤다. 게다가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금방 들킨다. 모든 사람이 유리창을 향해 있기에, 그들에게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잘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버스가 훨씬 쉽고 편하다. 낮에는 창문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 클레지오, ‘빛나’, 서울셀렉션, 2017, 14쪽) 그는 손으로 쓰기 전에 발로 쓴다. 몸으로 세포로 체험해 보고 쓴 글이다. 이 소설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 “흥미로운 서울을 저는 ‘깨진 거울’로 생각합니다. 전체보다는 깨진 조각으로 빛나고 있는 유리 같아요. 그래서 서울은 다양한 인상을 줘요. 판타지가 넘치고, 다양한 상상력이나 감성이 충만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를 서울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인공 ‘빛나’는 전신이 마비된 다른 여성에게 서울에서 본 다섯 가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들은 전혀 관계가 없으면서도 각기 나름의 빛을 반사한다. 처음엔 집중해서 읽기가 어렵다. 너무도 어려운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서로 연결된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빛나’, 190쪽)조금 맞추기 시작하면 조각난 이야기끼리 연결되면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첫째, 열아홉 살 주인공 ‘빛나’는 전라도에서 자라다 서울로 왔다. 반지하방에서 쥐와 고군분투하던 빛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인 살로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바를 맡는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빛나’는 청년실업시대의 청년이다. ‘빛나’는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대도시의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딸이 둘 있는 르 클레지오는 여성을 소설 주인공으로 쓰길 좋아하는데 이 소설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둘째, 희귀한 병에 걸려 전신마비가 된 채 죽어가는 40대 환자 살로메와의 만남이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몸과 마음이 병든 ‘부서진 주체’의 모습이다. 병든 그녀는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빛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셋째, 비둘기를 키우는 조한수씨 부부 이야기다. 38선을 넘어오던 어릴 때, 조씨 어머니는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다. 나이가 든 조씨는 비둘기에게 북녘 고향땅으로 편지 나르는 훈련을 시킨다.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슬픈 실향민의 모습이다. 넷째, 미용실에 홀연히 나타난 키티라는 고양이 이야기다. 키티 목에 걸린 작은 가방에 쪽지를 넣으면서 주민들은 대화를 한다. 키티가 전해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미용실 원장은 기다린다. 메신저 고양이의 역할에 어두운 동네에 작은 빛이 드리운다.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어 주던 키티는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다섯째, 나비라는 아이돌 가수의 길이다. 교회에서 찬양하면서 행복했던 나비는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아픔을 이겨내고 가수의 길을 걷던 나비는 마침내 탐욕스러운 사내의 희생양이 되어 모든 걸 빼앗기고 목숨을 끊는다. 아이돌 스타의 성공과 슬픔, 그 그늘진 뒷골목이다. 여섯째, 부모에게서 버림받는 아이와 몰래 그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 이야기다. 보육원에서 양부모를 기다리는 아기들과 달리 자란 나오미는 성장하면서 이상한 능력을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 영혼이 병든 환자들, 분단으로 고통받는 실향민, 소비사회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 작가가 조명하는 여섯 가지 순례길은 외면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인 곁으로 다가가는 그의 관심은 제주도 해녀를 담은 소설 ‘폭풍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1년 명예 제주도민이 됐다. 작가는 방배동 서래마을, 신촌, 당산동, 오류동 등 서울 곳곳을 조명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요. 다채로운 이야기와 신화가 창조되는 서울은 ‘다층성’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지요. 풍부한 상상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의 다층성을 강조하는 그의 말대로,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도시의 풍광, 분단 문제, 종교 문제, 대중문화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 있다. 상황 설정이나 섬세한 묘사가 자연스러워 읽다가, 가끔 한국인이 쓴 소설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황금물고기’ ‘라가’ ‘빛나’에는 비극적인 운명에 견디며 맞서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를 나누던 살로메가 세상을 등지고 ‘빛나’는 단독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빛나’, 237쪽) ‘빛나’라는 이름은 ‘빛나다’에서 만든 이름이다. 화려한 도시 이면에 울적한 어둠을 담아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빛나’라는 제목처럼 빛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처음 만났던 6년 전 그날, 그는 넘어져 팔을 크게 다쳐 병원에 들러 일곱 바늘을 꿰매고 왔다. 오랜 강연과 대담을 마치고 사람들이 그 곁으로 와서 사진 찍으려 했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계속 사인해줬다. 사진 찍기를 바라는 분들을 외면치 않고 나직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사진 찍다가 옆에 앉은 나에게 또 “김 선생의 비평이든 작품을 읽고 싶다”고 또 말했다. 나는 선생님 귀에 가까이 대고 소곤대듯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수준이 낮은 작가예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라는 뜻일까. 그 미소와 큰 손길이 고마웠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다가 광화문에서 시위대를 만났다. 그는 저 시위는 어떤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세세히 물었다. 그날, 왜 그가 모리셔스 섬을 점령한 영국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아버지의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이민자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했던 그의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촛불혁명을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하는 르 클레지오는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사람, 특히 낮고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 문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족들 시진핑에 서한

    4일은 중국 톈안먼 사태 29주년이다. 중국 정부의 검열 때문에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로 불리는 현상이 방증하듯 공산당 지도부에게 텐안먼은 지우고 싶은 역사일 뿐이다. 공산당은 텐안먼 사태를 ‘반혁명적 반란’으로 규정하고 교과서뿐 아니라 책, 영화, 인터넷 등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AFP통신은 3일 톈안먼 사태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가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지난달 31일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유족 128명은 이 서한에서 “지난 29년간 당국의 누구도 안부를 묻거나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며 “세상을 놀라게 한 대학살이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됐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이어 “톈안먼 유혈 진압 사태는 국가가 인민에게 저지른 범죄 행위로 반드시 재평가가 이뤄져 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진상, 배상, 문책 등 3대 요구를 내놓았다. 중국 영토 중 홍콩에서만 유일하게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공개적으로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 내 반체제 인사들은 가택 연금, 발언 금지, 강제 여행 등 압박을 받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톈안먼 사태 당시 무력진압을 반대하다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정치비서인 바오퉁(鮑)이 가택 연금된 상태에서 발언조차 금지당했다고 전했다. 톈안먼 사태에 홍콩 대학생으로 참여했던 인권 변호사 케네스 램은 “29년 전 군인들이 발포를 시작하자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홍콩인은 할 만큼 했으니 살아남아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야 한다고 등을 떠밀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맨몸의 중국인들을 깔아뭉갰던 탱크는 시속 60~70㎞로 느껴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덮쳤다고 증언했다. 중국 관영언론은 톈안먼 사태 희생자가 1만명에 이른다는 영국 외교부의 기밀문서 내용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만명은 당시 베이징에 있던 모든 대학생을 합친 숫자로 유족 어머니들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사망자는 188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6·13 판세 분석-서대문구청장 후보] “구정 연속성·변화 위해 ‘10년 계획’ 필요…교육도시·4차 산업혁명 지원센터 구상”

    [6·13 판세 분석-서대문구청장 후보] “구정 연속성·변화 위해 ‘10년 계획’ 필요…교육도시·4차 산업혁명 지원센터 구상”

    “도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최소 10년이 필요합니다.”3일 문석진 더불어민주당 서대문구청장 후보는 3선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 후보는 “구청장 4년이면 일을 배우다 끝나고 8년을 하면 어느 정도 소망한 것들이 이뤄지고 실적도 나온다”면서도 “구정의 연속성, 도시의 변화를 제대로 추구하려면 ‘10년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임기 동안 문 후보는 안산 자락길 조성, 차 없는 거리 신촌, 동 복지 허브화, 100가정 보듬기, 복지방문지도, 똑똑 문안 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차 없는 거리 신촌 정책의 경우 민선 5기 구청장이 되자마자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4년이 거의 걸렸고 지난 5월부터 금·토·일요일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데 8년이 걸렸다”며 “완전히 차 없는 거리로 만들려면 10년은 걸리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출직의 경우 사람이 바뀌면 전임자의 것을 계승 발전시키기보다 부정하고, 후임자가 자기 것을 만들려는 욕심이 강하다”며 “저의 3선 도전이 좋은 제도나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계승 발전하게 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가 이번에 내세운 첫 번째 공약은 ‘교육 도시 서대문 조성’이다. 문 후보는 “서대문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교육 이미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홍은 지역을 제외하고 가좌, 신촌, 충정에 청소년문화센터 3곳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드론, 코딩, 3차원(3D) 프린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교육하는 지원센터도 구상하고 있다. 이 밖에 북아현문화체육센터 건립, 가재울 지역에 서울도서관 분관 건립, 공공 산후조리원 건립,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 일자리 확대 등도 문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문 후보는 본인의 강점으로 ‘친근함’과 ‘따뜻함’을 꼽았다. 그는 “주민들이 저를 권위적이거나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 별명이 ‘키다리 아저씨’인데 뒤에서 묵묵히 도움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주민들이 저를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선에 도전하지만, 마음가짐은 처음 주민과 만났을 때와 같다고 말한다. 그는 “주민을 섬기겠다는 마음으로 주민의 발을 씻겨 드리는 세족식으로 시작했다”며 “처음의 자세를 견지하고 겸손을 잃지 않기 위해 3선에 성공하면 처음처럼 주민의 발을 닦아 드리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朴 스마트시티·金 교통혁명·安 창업도시… 재원·실현성 의문

    朴 스마트시티·金 교통혁명·安 창업도시… 재원·실현성 의문

    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3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3대 공약을 평가한 결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공약이 상당했다.서울시장 후보들은 미세먼지, 청년 일자리 부족, 주거 안정 등 서울시민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빠짐없이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추진 계획과 재원 마련 등 공약의 구체성은 후보별로 차이가 컸다. 박 후보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스마트 인프라 산업을 6대 스마트 전략 산업으로 지정 및 육성하는 내용의 ‘스마트시티 서울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를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경실련 공약평가단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시 인프라와 시민 생활에 접목해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해 자칫 예산만 낭비될 수 있는 데다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 후보의 두 번째 핵심 공약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등 관련 재원을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조성하는 내용의 ‘균형 발전하는 서울’이었다. 평가단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어느 정도의 금액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핵심 공약은 자영업자 폐업 시 소득 중단에 대응해 ‘서울형 자영업자실직안전망’을 추진하는 등의 ‘격차 없는 서울’로 지방정부의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시의적절한 공약으로 평가받았다. 한국당 김 후보의 공약은 대체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림픽대로 등을 지하화하겠다는 내용의 ‘도로·지하철 혁명으로 출퇴근 시간 최대 30분 단축’은 김 후보의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임기 4년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평가단은 임기 동안 추진이 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金 ‘통신비 30% 절감’ 黨과 충돌 가능성 김 후보는 어린이집 등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지원하고 미세먼지 집진탑 100대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 30% 저감’을 두 번째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평가단은 서울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공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기청정기 설치 같은 공약은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시민에게 보여주기식 제도 시행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후보의 세 번째 핵심 공약은 공공데이터 접속료 무료 등 통신비를 최대 30% 절감하겠다는 내용의 ‘생활비 절감 및 서울형 최저소득 보장제 시행’이었다. 평가단은 시의적절한 공약이라고 봤지만 김 후보가 속한 한국당의 정책 노선과 충돌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바른미래당 안 후보는 공동창업캠퍼스 구축,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벤처 육성 등의 ‘일자리 넘치는 창업도시’를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안 후보가 당선된 후에 구체적인 계획을 잡겠다고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데다 재원 확보 방법도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단은 지적했다. ●安 ‘초교 전일제’ 교육청과 갈등 부를 수도 두 번째 핵심 공약은 ‘초등학교 전일제 도입 및 정규 교과목과 차별화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었다. 평가단은 서울시장으로서 무엇을 하겠다기보다는 서울시교육청에 넘길 가능성이 큰 공약으로 자칫 서울시교육청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공약이라고 혹평했다. 대중교통에 미세먼지 프리존을 구축하고 한국형 스모그 프리 타워로 대기 중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것은 안 후보의 세 번째 핵심 공약이었다. 평가단은 내용이 구체적인 데다 목표가 뚜렷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밝히지 않은 점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재정·일자리 등 5대 현안엔 朴 긍정 평가 이 밖에도 평가단이 재정 및 행정, 지역 경제 일자리, 사회 복지, 도시·주택, 서울 현안 등 5대 분야에 대해 세 후보가 발표한 공약의 개혁성과 적실성을 따져본 결과, 비교적 박 후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높은 집값을 낮출 수 있는 대책에 대해 박 후보는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2만호 등을 제공하고 공공지원주택 12만호 공급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평가단은 민간택지에 인센티브 지원을 하는 방식의 공공지원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아 근본적 집값 안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없애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겠다고 밝혔지만 평가단은 안전 장치 없는 규제 개혁은 무분별한 재개발 재건축을 조장해 오히려 집값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는 이 분야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2009년 9월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내용의 ‘차는 줄이고, 숲은 늘리고, 미세먼지 없는 서울’을 첫 번째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세입자 지키는 공정임대료, 계속주거원 도입’, ‘서울시가 직접 지원, 프리랜서 노동조합 설립’ 등을 두·세 번째 핵심 공약으로 발표했다. 평가단은 미세먼지 대책이 독창적이기는 하나 노후 경유차의 출입 통제와 노후 상용 트럭의 전기차 전환 추진 등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1>] 교육감 공약 3대 키워드 ‘안전’ ‘무상’ ‘미래’

    [교육감 깜깜이 선거 막자<1>] 교육감 공약 3대 키워드 ‘안전’ ‘무상’ ‘미래’

    미세먼지·지진 안전대책 등 약속 보수후보도 무상급식 확대 주장4차 산업혁명 맞춤형 교육 강조‘안전과 무상(無償), 미래.’ 17명의 전국 시·도 교육감 등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의 ‘3대 키워드’가 이같이 나타났다.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이나 2014년 ‘세월호 참사’처럼 선거 판세를 좌우할 대형 변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을 비슷한 공약을 쏟아냈다. 학교 안전 강화, 무상교육 확대 등 많은 재원이 필요한 공약이라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3일 서울신문이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59명의 공약집(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출본) 빈출 단어 등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우선 후보들이 ‘안전’(202회) 문제를 자주 언급한 건 미세먼지와 지진, 석면 등 환경문제에 대한 학부모 걱정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원 지역 진보 성향의 민병희 후보는 “급증하는 환경 문제에 대비해 환경 전문가를 고용하고, 모든 학교를 미세먼지·라돈·석면·지진으로부터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지역 보수 성향의 신경호 후보도 “권역·학교별 체육관을 확충해 (미세먼지가 심할 때) 실내 수업을 하고 교육시설 내진 설계 강화, 스프링클러 확대 등도 하겠다”고 공약했다. 학부모 부담을 줄여 줄 ‘무상(155회) 교육’ 확대도 후보자들이 성향과 무관하게 쏟아졌다. 무상 공약이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지난 지방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인천 지역의 진보 성향 도성훈 후보는 최우선 추진할 ‘1번 공약’으로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중·고교 무상 교복 등을 약속했고, 보수 성향 최순자 후보는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며 ‘미래(156회)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는 공약도 진보, 보수 모두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반면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가 드러난 키워드도 있었다. 공약 분석 결과 보수 측은 인성과 교권, 학력 등을, 진보 측은 혁신과 시민, 학생 인권 등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시켰다. 예컨대, 대구의 보수 성향 강은희 후보는 1번 공약 중 하나로 “인성이 먼저인 인재양성”을 언급했고, 진보 성향인 김사열 후보는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존중”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진보 후보들은 교장 공모제와 혁신학교 확대 등을 강조했지만, 상당수 보수 후보들은 두 정책에 회의적 입장이었다. 한편 서울신문은 ‘깜깜이 교육감 선거’를 막기 위해 민경찬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로 ‘공약 검증위원회’를 꾸려 경기·광주·대구·대전·부산·서울·울산·인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평가해 보도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박원순 공약 이행 추상적… 김문수·안철수 독창성 부족

    박원순 공약 이행 추상적… 김문수·안철수 독창성 부족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공약의 구체성이 있지만 목표가 추상적이고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기존 공약을 내세워 개혁성이나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됐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는 서울이 처한 현안 위주의 공약을 제시했지만, 서울을 발전시키기 위한 독창성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3일 6·13 지방선거를 맞아 서울신문과 공동 기획으로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의 3대 핵심공약 및 5대 주요 분야 정책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경실련 평가단(단장 손희준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을 통해 검증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지역 균형발전 및 낙후지역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적절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서울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재원의 구체적인 조달방법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평가단은 한국당 김 후보가 내세운 도로·지하철 혁명으로 출퇴근 시간 최대 30분 단축 공약에 대해 계획대로 시행되면 서울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지만 GTX 문제는 이미 논의된 이슈라 창의적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평가단은 바른미래당 안 후보에 대해 일자리 창출, 낙후지역 개발, 미세먼지 대책 등은 서울이 처한 현안 위주의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정작 본인이 시장주의자라고 주장하면서 공약은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 등을 내세워 평소 인식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김종민 후보의 경우 프리랜서 지원에 대한 공약 외에 나머지 공약은 구체성을 평가하기 힘들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최만진의 도시 탐구] 스마트시티, 달마는 속 편히 놀 수 없다

    [최만진의 도시 탐구] 스마트시티, 달마는 속 편히 놀 수 없다

    사찰은 주로 산속의 한적한 곳에 있다 보니 방재 대책이 부족한 편이다. 건축물이 목조라 불타기가 쉽고, 소방서가 멀리 있어 소방차가 골든타임 안에 오기가 어렵다. 전통 건축물에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자동 진화도 불가능하다. 사찰 화재에 대한 우려는 비뚤어진 종교 신념 등으로 발생하는 고의적 방화가 증가하면서 더욱 깊어진다. 사찰 방재에서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도난이다. 시주금, 소장품, 심지어 문화재 등에 대한 절도 행각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소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것이 전통 사찰 방재 시스템 구축이다. 이는 감지기나 CCTV를 설치하여 화재를 조기 발견해 조치하거나 도난을 방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이 사업의 대상 사찰 중 한 곳에 기술 자문을 위해 방문했다. 주지 스님은 마당까지 나와 환한 얼굴로 맞아 주었다. 자기 절을 위한 좋은 일이라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자문이 끝날 무렵 작은 고민 하나를 털어놓았다. 스님은 신도가 없는 한적한 시간이면 민소매 속옷을 입고 경내를 편안하게 돌아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CCTV가 사찰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 유유자적한 산보는 접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는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러닝 옷을 입는 스님의 소탈한 자유가 박탈되는 아쉬움을 공유했다. 도시를 지능형으로 만들어 교통, 방재, 안전, 환경 등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구축에 세계적인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현 정부가 내놓은 핵심 정책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직은 낯설어 보이는 제4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둔 스마트시티가 어마어마한 편익을 가져다줄 것은 기정사실이다. 예를 들어 출퇴근 시간에 교통상황과 정체 구간 및 우회도로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 준다. 심지어는 신호 체계를 자동으로 조정해 순조로운 교통 흐름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쾌적한 도시생활을 위해 미세먼지, 배기가스, 악취, 소음 등도 측정해 위험과 행동 요령을 즉각 알려 준다. 어린 자녀와 노약자의 위치나 모습도 휴대폰으로 추적하고 관찰할 수 있어 안심 귀가를 보장해 준다. 집안의 가전기기나 가스 및 냉난방 장치 등도 원격 제어가 가능하다. 내 차가 있는 위치도 척척 말해 주어 가족들이 대신 찾아올 수가 있고 도난도 방지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점 뒤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섞여 나온다. 스마트시티는 먼저 도시 내의 모든 정보를 바로바로 채집하고 입수해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가로등에는 주변 측정과 공간 감시를 위해 감지기와 CCTV를 장착하게 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실시간으로 보고 감시해 시민의 모든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지능형 방재나 스마트홈도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네트워크나 중앙관제센터 컴퓨터를 해킹해 잘못된 방재 정보를 주거나 건물에 가스를 배출시켜 폭파하는 등의 테러도 가능해진다. 편리와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도입된 스마트 기능이 도리어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당 독재 체제 속에서의 완벽한 통제를 묘사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오늘에도 각광받고 있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개인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왔다. 편리성을 핑계로 소중한 자유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긴다. 스마트시티에서는 달마가 민소매 옷으로 편하게 놀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몸은 편한데 왜 병에 걸릴까… 몸은 안락함에 적응 못한 탓이죠

    몸은 편한데 왜 병에 걸릴까… 몸은 안락함에 적응 못한 탓이죠

    현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평균수명 100세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장밋빛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진시황이 신하들에게 불로초를 찾아 나서도록 할 정도로 간절히 꿈꿨던 ‘장수’는 과학의 힘으로 실현가능해졌지만 기대수명 증가와 함께 당뇨,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각종 알레르기 질환, 치매, 우울증 등 만성질환 발병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늘어난 수명만큼 병원 침상 신세를 져야 한다면 과연 오래 사는 것을 축복으로 볼 수 있을까. 사람은 왜 병에 걸리는 걸까. 사람이 아픈 것은 단순히 특정 유전자의 발현이나 세포의 노화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일까. 책은 1990년대 초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진화의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읽는 내내 ‘아’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현대 의학은 생리학과 해부학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을 ‘기계’의 일종으로 취급해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만 진화의학은 인체를 진화라는 오랜 역사적 관점에서 보고 질병에 걸리는 근본 원인을 탐구한다. 미국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로 인간 두개골의 진화와 맨발 달리기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저자는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현대인을 괴롭히는 각종 만성질환과 신체 기능장애는 다름 아닌 진화의 산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혹독한 생존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구석기시대의 몸이 수렵과 채집 대신 직접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한 농업혁명,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나타난 안락함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부적응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진화의학이 자칫 잘못 이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여전히 구석기시대의 몸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요즘 유행하는 ‘구석기인 다이어트’를 따라 하거나 얼마 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안아키’ 같은 자연주의 치료법을 맹신하는 것은 진화의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책의 번역본 감수를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밝히는 저자와의 인연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좌우시대 30년 종언…한국정치를 지배할 3대 프레임

    1987년 12월 대통령 선거. 국민 대부분은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김영삼과 김대중 가운데 한 명이 후보로 출마하면 확실하게 이기는 싸움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양 김씨가 모두 출마하면서 노태우가 어부지리로 당선됐다. 다음해 4월 벌어진 총선. 평화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대선도, 총선도 맘대로 되지 않자 김영삼은 다급해졌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이 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1990년 김대중의 평화민주당을 제외한 ‘3당 합당’을 성사시킨다. 박정희가 썼던 ‘반(反)호남 지역연합’을 내걸었다. 3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영삼 대세론’을 펼쳤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재산 공개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축출을 통해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했다. 3당 합당과 군사독재 잔재를 털어내는 정치적 세탁 과정에 이르기까지 김영삼이 만든 프레임은 큰 힘을 발휘했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산업화를 주도하며, 민주화의 성과를 적극 흡수한다’는 기치를 내건 정치세력, 한국의 ‘보수’는 이렇게 탄생했다.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에 따르면, 프레임은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게끔 여러 명제를 연동시키는 내용의 구조물이다. 크기와 모양이 없는 고도로 신축적인 개념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여론 지형에 정착하면 사람들 무의식에 깊숙이 자리한다. 정치는 프레임 전쟁이다. 누가 더 많이 사람의 뇌 속에 자신의 프레임을 심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용어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한국정치는 프레임 전쟁 과정이었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가히 프레임 전쟁의 대가였다. 이명박은 앞서 김대중, 노무현 진보세력 10년에 맞서 박정희 시대 ‘산업화 신화’ 프레임을 내걸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는 집권 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김기춘의 블랙리스트 등 ‘좌우’ 프레임으로 몰락을 자초했다. ‘두 번째 프레임 전쟁이 온다’의 저자 박세길은 바로 지금이 ‘새로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주장한다. 민주화 운동세력의 필독서로 불린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돌베개)를 냈던 그는 앞선 30년을 ‘진보 대 보수’, ‘노동 대 자본’, ‘북한 대 남한’ 등 적대적인 양자 프레임 구도로 해석했다. 그는 이 ‘첫 번째 프레임’이 2017년 촛불 시민혁명으로 종식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새로운 시대를 이끌 ‘두 번째 프레임’ 전쟁도 예고했다. 두 번째 프레임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구축’, ‘개인의 창조적 역량에 기초한 상생의 경제 생태계 형성’이다. 저자의 말대로 첫 번째 프레임의 붕괴 조짐은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까지 한반도 냉전 핵심축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로 형성됐다. 북한의 핵개발은 이러한 적대관계의 지속이 빚어낸 부산물이었다. 그렇다면 북·미관계 변화를 중심으로 한 적대관계 청산은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일 수 있다. 바꿔 말해 북한이 더는 핵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북핵 문제는 위기인 동시에 한반도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된다. 저자는 다만 경제 문제에서 진보 세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진보세력 다수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면서 정권을 뺏긴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시 정권을 잡았지만,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향후 30년 동안 벌어질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세 가지 필승 프레임도 제시했다. ‘사람 중심 대 자본 중심’, ‘수평 대 수직’, ‘생태계 대 포식자’ 프레임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하고,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이야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홍석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지지율 올리려는 이색 선거운동

    “홍석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지지율 올리려는 이색 선거운동

    충북도의원 영동 1선거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윤태림(28) 후보의 유세 차량은 움직이는 국악 무대다. 국악과를 나온 그는 당 상징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고 대금을 분다. 윤 후보는 “영동은 박연을 배출한 국악의 고장이다. 유권자 반응이 매우 좋다”고 했다. 열기를 더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6·13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미지근한 가운데 유권자의 눈과 귀를 잡으려는 후보들의 길거리 홍보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후보 및 지역적 특색을 살려 호소하거나 시대적 이슈와 관련된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등 이색 선거운동이 줄을 잇는다. 청주시의원 바 선거구의 한국당 홍성각(59) 후보는 ‘홍성각은 중국집이 아닙니다’라고 적은 재치 있는 홍보판을 들고다닌다. 그는 “주성각·왕성각·태성각은 중국집이고, 홍성각은 내 이름이라고 하면 잘 기억한다”고 웃었다. 충주시의회 바 선거구의 한국당 박해수(55) 후보는 ‘기부천사’라고 쓴 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충주시 1호 회원인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부자(?)’ 답게 국외여비 자부담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3선 충북도지사에 도전하는 민주당 이시종(71) 후보가 이름을 따 ‘시종 일관’이란 문구를 활용하자, 바른미래당 신용한(49) 후보는 신용카드 모양의 명함에 ‘한도액 무제한, 신용 하나 끝내주는 신용한’이라고 써 맞대응한다. 옥천군의회 가 선거구에서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안효익(52) 후보는 머슴 차림으로 ‘민원 접수통’을 지게에 짊어지고 운동을 펼치고 있다. 군대에서 교통헌병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에 교통 수신호도 한다. 강원 춘천시장에 도전한 자유한국당 최동용(68) 후보도 지난 27일 지게에 지고 지하상가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는 “지역상권부터 살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세먼지가 큰 관심사가 되자 친환경 장비로 자신을 알리는 후보들은 숱하다. 충남 천안시의원 라선거구 1-가 민주당 이종담(50) 후보는 전기차를 끌고 다닌다. 이 후보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강조하기 위해 전기차로 유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청장에 도전한 정의당 현정길(55) 후보는 아예 방독면을 쓰고 나섰다. 그는 “대기가 나쁘면 방독면을 쓰고 운동하겠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 ‘드론’을 활용하는 후보도 있다. 경기 과천시의원 나선거구 2-나 한국당 권병준(48) 후보는 드론을 직접 조종해 촬영한 ‘하늘에서 본 우리 동네’라는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그는 “선거에 처음 도전해 (내) 정체성을 알릴 도구가 필요했다. 유권자들이 ‘보기 힘든 공중 마을 풍경을 보여줘 고마웠고 후보 이름도 확실히 알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자랑했다. 권 후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경기도의원 김포1에 출마한 한국당 기정호(41) 후보는 이름과 기호 등이 적힌 LED 광고판을 등에 메고 유세를 벌인다. 기 후보는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밤에도 선명한 LED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중국, 유학생 비자 제한에 반발하는 이유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국가 발전 동력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은 2~4일 베이징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 무역협상단과 3차 무역협상을 벌인다. 중국 내 기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500억 달러 규모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보다 로봇, 항공 등 첨단 기술 분야 유학생의 비자 제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11일부터 첨단 기술 분야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 유효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축소할 방침을 공언했다. 비자가 제한된 분야는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와 일치한다. ‘중국제조 2025’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반도체 등 10대 핵심 산업에서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의 자신감 부족을 보여 주는 편협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는 “4차 산업혁명은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피할 수 없다”고 투지를 불태우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미국이 관세를 무작정 인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중국의 계산법도 들어 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는 결과적으로 중국의 보복 관세라는 부메랑을 맞게 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과 맞물려 있다. 중국이 대미 무역협상에서 버티기로 일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차 무역협상에서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 요구에 대해 중국은 끝까지 맞서며 버텼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수입 확대를 통해 경감할 수 있지만 국가 발전 전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생각처럼 훔친 것이 아니라 중국 인민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중국 국무원은 30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 조치로 수입 소비재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하 계획을 발표하고 수입 확대를 선언했다. 관세 부과란 초강경책에 대해 오히려 유화책으로 맞선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주요 소비재 수입 관세가 기존보다 절반 이상 내린다. 의류, 신발, 모자, 주방기구 등은 15.9%에서 7.1%로, 냉장고와 식기세척기 등은 20.5%에서 8%로 떨어진다. 가공식품, 수산물, 생수 등의 관세도 15.2%에서 6.9%로, 화장품은 8.4%에서 2.9%로 떨어져 한국산 소비재의 가격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글로벌 대학·기업 몰려온다… ‘스마트 송도’ 꿈이 익어간다

    글로벌 대학·기업 몰려온다… ‘스마트 송도’ 꿈이 익어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외자 유치 등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성과를 내면서 경제자유구역으로서의 위상을 굳혀 가고 있다. 31일 인천시에 따르면 우선 송도국제도시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2단계 조성 사업이 추진돼 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인천시가 공동으로 조성한 글로벌캠퍼스는 외국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를 한데 모아 종합대학 형태를 이룬 국내 첫 교육 모델이다.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2022년까지 글로벌캠퍼스 인근 11만 4934㎡ 부지에 세계적인 특성화 대학 유치를 골자로 하는 2단계 조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패션스쿨과 호텔, 조리학교, 정보기술(IT)·생명공학기술(BT) 특성화 대학 등 세계 50위권의 교육·연구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캠퍼스에는 2012년 3월 한국뉴욕주립대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한국조지메이슨대, 그해 9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개교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세계적 패션명문대학인 뉴욕패션기술대가 문을 열어 1단계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현재 28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음악원이 개교를 앞두고 있으며 미국 스탠포드대 부설 스마트시티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밀너의학연구소 등도 문을 열 예정이다. 2단계 사업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2021년까지 181억원을 들여 외국인 교수 아파트를 증축하고 인조 잔디 축구장 공사에 나서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 5개 대학의 외국인 교수는 144명에 달하지만 교수 아파트는 28가구에 불과해 상당수가 외부 임대 아파트나 학생 기숙사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내년 증축 사업에 착수해 외국인 교수 아파트 50가구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글로벌캠퍼스 활성화를 위해 국비 지원 비율을 높이도록 협의하고 있다”면서 “교수 아파트가 확대되면 우수한 교수진 확보가 가능해 학생 증가와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글로벌캠퍼스에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을 추가로 유치해 총 10개 대학이 입주한 재학생 1만명 규모의 공동 캠퍼스로 만들 방침이다.●경제자유구역 위상 굳혀 가는 송도 송도국제도시는 스마트시티라는 카드로 도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요즘 전 세계 도시는 무한 경쟁시대에 따른 도시 문제, 자원 고갈, 기후 온난화 등으로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도시들은 스마트시티 구축에 한창이다. 스마트시티는 IT를 이용해 도시의 공공 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도시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영상 회의 등 첨단 IT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도시를 일컫는다.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이동 시간이 줄고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는 등 거주자들의 생활이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국 등도 도시 문제 해결 방안으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스마트시티는 ▲1단계(2003~2009년) 전략 수립과 서비스 기본 설계, 현장 인프라 시설 구축 ▲2단계(2010~2016년) 운영센터 세부 설계, 국토교통부 시범 사업, 서비스 세부 설계 ▲3단계(2017~2022년) 운영센터 구축, 스마트시티 서비스 제공, 공공·민간 서비스 확대 등 단계별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착공된 송도 5·7공구 스마트시티 기반시설 구축 사업은 내년 7월 준공될 예정이며, 영종지구 하늘도시와 미단시티의 스마트시티 사업도 송도경제자유구역에 인수돼 통합 운영될 예정이다.이를 통해 교통 분야에서는 BIT 단말기를 통해 버스 도착 정보가 제공되며,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는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방범 분야에서는 스마트시티 통합영상시스템으로 24시간 이상 여부를 파악해 조치하게 된다. 고배율 카메라는 열화상 감시시설과 함께 도시의 화재를 24시간 감시하고 인천소방본부, 재난안전본부 등과 연계돼 재해 발생 시 시민들에게 방범스피커,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 전파된다. 환경 분야는 온습도, 황사, 자외선, 기압, 강우량, 노면 결빙 등을 체크하는 기상 센서를 설치해 여기서 얻어지는 환경 정보를 시민들에게 인터넷과 가변전광판(VMS) 등으로 제공하게 된다.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 자리잡은 스마트시티 운영센터에 그동안 외국인 9000여명이 찾아 벤치마킹을 했을 정도로 효용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도국제도시는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의 바이오 클러스터에 버금가는 바이오산업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 송도 바이오산업은 최근 세계의 바이오 허브로 키우려는 확대 계획 발표와 산·학·연·관의 협약 체결,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 확보, 전 세계와 연결된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의 근접성 등을 내세워 외국 투자자와 연구소들에 손짓하고 있다. 현재 송도의 산업시설용지와 교육연구시설에 유치된 바이오 관련 기관은 25개에 달하며 지식산업센터나 연구업무시설에 입주한 소규모 기관까지 합치면 60개가 넘는다. 송도 바이오산업의 큰 특징은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인 ‘램시마’를 출시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문을 열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송도가 바이오 허브로 자리잡으면서 바이오의약품 공정 관련 기업들의 입주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 머크사는 2016년 바이오 공정 지원센터를 송도에 설립한 데 이어, 오는 7월 바이오의약품 제조에 필수품인 세포 배양 제조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다. GE헬스케어는 2016년 송도에 바이오 공정 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아울러 국내 로봇 선도기업인 유진로봇이 지난달 송도에 지능형 로봇 제조·연구시설을 준공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발판을 마련했다. 유진로봇의 사업비 250억원 가운데 독일 밀레사가 약 126억 9700만원(1180만 달러)을 투자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가전제품 제조기업인 밀레사는 유진로봇의 기술력을 보고 ODM(제조업자 개발생산방식)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4차 산업 최적의 입지 갖춰 인천경제자유구역 최초의 로봇 분야 기업 입주는 4차 산업혁명 선도기지로 도약하겠다는 꿈을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송도국제도시에는 바이오(삼성바이오·셀트리온·머크), 공장자동화(아마다·오쿠마), 항공(보잉·휴니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투자를 완료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4차 산업혁명 선도기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면서 “송도 로봇산업은 건설을 추진 중인 청라국제도시의 로봇랜드와 함께 로봇산업 발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다와 갯벌을 매립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53.36㎢ 규모로 조성되는 송도국제도시는 개발이 모두 끝나면 26만명이 거주하게 된다. 현재 인구는 12만 8565명(외국인 2953명 포함)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매출액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11개가 송도에 투자했거나 투자 계약을 맺었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등 15개 국제기구도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미국의 이란 때리기 가속화

    이란 핵합의를 공식 폐기한 미국이 ‘이란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심각한 인권 탄압과 검열을 자행한 이란의 반관 단체와 교도소 등 기관 3곳과 이란인 6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이란은 테러리즘을 수출하고 전 세계에 불안정을 조성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국민들의 권리 역시 일상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은 국민들에게 속하는 국가적 자원을 대대적이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검열 기관을 지원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24일 이란혁명수비대와 연계된 이란 항공사들에 수출이 금지된 미국산 제품을 조달한 개인과 기업 9개를 제재한지 불과 1주일 만에 나온 추가 조치다.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 기업·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불법 무장한 반관 보수단체인 ‘안사르에 헤즈볼라’와 이 단체의 지도부 중 3명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재무부는 이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이 단체가 복장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산(酸)으로 공격하고 학생 시위대에 폭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정치범 수용과 반인권적 처우로 악명 높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 역시 제재 대상이다. 이곳에서는 성폭행과 물리적 폭력, 전기충격 등이 자행됐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비밀 대화가 가능한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차단하는 등 검열 행위에 관여한 이란 정부 관료 2명과 이란 정부와 연계된 소프트웨어 업체인 ‘하니스타 프로그래밍 그룹’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 업체가 텔레그램을 대체하도록 개발해 배포한 앱은 정부가 사용자의 단말기를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재 대상 개인 중에는 이란국영방송(IRIB)과 연계된 사람도 포함됐다. 므누신 장관은 “재무부는 이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진행 중인 인권 유린, 검열, 그리고 다른 비열한 행위들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베로나에서 다시 만난 당나귀 고기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베로나에서 다시 만난 당나귀 고기

    여행할 때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도다. 지도 없는 여행이란 내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메뉴판이다. 메뉴판을 잘 살펴야만 잘 먹고 여행을 이어갈 힘을 얻는다. 여행자에게 지도와 메뉴판은 실존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 그것만큼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낯선 곳일수록 식당 메뉴판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훑어보는 것이 아닌 정독에 가깝다. 그럴 때면 마치 새로 개봉하는 영화 상영극장 좌석에 막 앉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특히 처음 보는 식재료나 요리가 적혀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맛과는 별개로 그런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경험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2년 반 만에 이탈리아를 다시 찾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로 유명한 베로나의 낡은 식당 메뉴판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아지노’란 이름을 메뉴판에서 보게 된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지노는 당나귀다. 딱 2년 전 이맘때 카타니아의 한 식당에서 당나귀 스테이크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당시 소감을 SNS에 올렸다. 기대와는 달리 ‘뭐 그런 걸 다 먹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내 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악어나 전갈 같은 괴상한 음식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고 놀라웠다.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 식재료에 대해 중국인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에는 ‘맛으로 따지면 하늘에는 용, 땅에는 당나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용은 상상 속 동물이니 결국 당나귀가 제일 맛있다는 소리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당나귀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 인물이었거나 판매상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볼 따름이다. 당나귀 맛은 소고기와 비슷하지만 지방이 적고 단맛이 더 감돈다. 양이나 염소와 같은 특유의 냄새도 거의 없다. 당나귀라고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질 좋은 소고기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풍미다. 유럽에서 당나귀는 친척인 말과 더불어 그리 환영받는 식재료가 아니었다. 특히 말은 기독교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먹는 것이 금기시됐다. 8세기 무렵 교황은 공식적으로 식용으로 말을 도축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말은 당시 교통수단이면서 군수물자였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기독교 세계를 지키는 일이었다. 짐을 나르고 농사를 짓는 데 유용한 당나귀는 말보다 기동성은 떨어지지만 생활에 훨씬 필요한 가축이었다. 말과 함께 당나귀도 ‘일부러 잡아먹지 않는 짐승’으로 굳어졌다. 교회에서 짐짓 무게를 잡으며 말의 식용을 금지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전혀 입에 대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쓸모가 없어지거나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는 최후의 식량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에는 청나라군에 맞서 농성하던 조선군이 궁여지책으로 말을 잡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유럽이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 했다. 프랑스의 경우 혁명 기간 동안 하층민의 굶주림을 해소하는 데 말고기가 동원됐다. 근대 들어 다른 지역에서는 공공연하게 식재료로 사용됐고 전국적인 요리책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유럽에서 말과 당나귀 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다. 하지만 돼지나 소처럼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오랜 금기도 관련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량 공급이 어렵다는 이유가 컸다. 우리가 닭고기와 돼지고기, 소고기를 친숙하게 느끼는 건 좋아하기도 하지만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말과 당나귀는 소나 돼지에 비해 사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 많은 인구를 감당할 만큼의 경제성이 떨어졌다. 결국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가끔 먹는 별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은 지역 음식문화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척도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당나귀는 한때 베로나에서 인기 있는 지역 전통 식재료였지만 이젠 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당나귀 고기를 먹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베로나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애견용 사료를 먹어 보았냐는 질문을 받은 것처럼 일그러진 표정을 짓곤 했다. 식재료의 다양성 측면에서 당나귀 요리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곧 박물관 저편의 기록으로 사장될 운명을 거스르긴 힘들어 보인다. 요리들을 살펴보면 특별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나 고기 소스인 라구처럼 소의 대체품으로 사용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당나귀가 식재료로서의 가치가 특별하다면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는 당나귀뿐만 아니라 사라져가는 식재료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 홍종학 “대기업, 中企 기술보호·납품價 보장을”

    홍종학 “대기업, 中企 기술보호·납품價 보장을”

    “정부, 中企돕는 대기업 적극 지원” 기술탈취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0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중소기업에 정당한 납품단가를 보장해 달라”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상생협력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간담회’에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돕는 대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여승동 사장, LG디스플레이 이방수 부사장 등 대기업 13개사 대표 및 임원이 참석했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의 기술은 비밀이 보장돼야 하고 납품단가에도 제값이 매겨져야 한다”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스마트 공장을 지원하고 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R&D)을 공동 추진하면 정부도 자금을 매칭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기부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으면 피해액의 최대 10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납품단가를 부당하게 깎는 대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홍 장관은 “현재의 대기업들도 30~40년 전에는 모두 벤처 같은 혁신 기업이었다. 대기업이 다져 온 혁신 자원과 노하우는 우리 경제의 자산”이라면서 “대기업의 장점인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이 중소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결합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 활성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사직터널 사이로… 서쪽 서울 사람들의 시간을 잇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사직터널 사이로… 서쪽 서울 사람들의 시간을 잇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회 서울사방 서대문 안과 밖 편이 지난 26일 진행됐다. 봄바람과 봄볕을 따라 걷는 5월 마지막 주 해설이 있는 주말 나들이였다. 정원 30명과 대기자 및 진행자까지 40명이 결원 없이 모두 참가해 준비한 오디오 가이드 40개 전량이 동났다. 부부, 친구, 모녀, 동호인 등 다양한 관계와 연령의 조합이 환상적인 팀을 이뤘다.일행은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한세화 해설사를 따라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와 체부동 시장골목을 둘러본 뒤 사직터널로 향했다. 광화문풍림스페이스본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내수동과 신문로 골목을 이리저리 헤치고 나아가 옛 경희궁 궁역인 서울역사박물관에 도착했다. 서대문 안이다. 경교장이 있는 강북삼성병원부터 서대문 바깥이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조성하면서 서대문을 복원하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쉽다. 일제는 1915년 도시계획을 핑계 삼아 서대문을 철거한 뒤 목재값 205원 50전을 받고 팔아 버렸다. 100년이 지난 뒤에도 ‘서대문이 없는 서대문’은 여전하다. 참가자들은 4·19혁명기념도서관, 충정아파트, 미동아파트, 충정각, 손기정체육공원 등 우리 근현대사가 남긴 서대문 밖 풍경을 2시간 30분 동안 차근차근 돌았다. 독립문에서 광화문을 잇는 찻길인 사직터널로 말미암아 끊어진 서울의 서쪽 사람 길을 회복하는 여정이었다. 일행 중 답사 경험이 풍부한 몇몇은 우리가 서촌이라고 부르는 우대(웃대)에서 서대문으로 나가는 길이 사직터널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문안길을 통해 두 장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웠다. 서촌이라는 지명의 유전(流轉)이 증명하듯 장소의 역사는 머물지 않고 쉼 없이 흐른다. 서촌의 유래는 한양을 구성하는 5촌(동촌·서촌·남촌·북촌·중촌)에서 비롯됐다. 여기서 서촌은 서소문과 덕수궁 주위를 이른다. 요즘 경복궁 서쪽, 인왕산 아래 동네를 서촌이라고 부르는 건 잘못된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경복궁 동쪽에 있는 북촌을 동촌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동촌은 엄연히 낙산 아래 대학로 주변이다. 북촌은 북악산, 남촌은 남산 아랫동네이며 중촌은 사대문 중앙을 흐르는 청계천 주변을 지칭한다. 조선의 5촌 또는 5부는 현대 서울의 25개 자치구 격이다. 굳이 서촌을 고집하겠다면 ‘인왕산 서촌’이라고 한정했으면 한다. 1929년 9월에 발행된 잡지 ‘별건곤’에 실린 ‘옛날 경성 각급인의 분포 상황’이라는 글을 보면 ‘서소문 내외를 서촌이라고 하고…(중략)…서촌에는 양반이 살되 문반 중 서인이 살며…(중략)…우대에는 육조 이하의 각사에 소속된 이배(吏輩)·고직(庫直)이 산다’고 적었다. 18세기 문인 이가환이 당대 우대에 사는 경아전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모임 ‘송석원시사’의 시화첩에 붙인 서문 ‘옥계청유첩서’에서 ‘경복궁의 서쪽은 좁은 땅이다. 이 때문에 서리들이 많이 살며 일에 익숙하고 질박함이 적다’고 묘사했다.우대라고 불리는 경복궁 서쪽과 서북쪽 누하동 근처는 궁에 소속된 대전별감, 내시가 각각 살았다는 사실도 적시돼 있다. 우대는 인왕산 아래 옥인동·누상동·사직동·효자동·창성동·통인동·신교동 등을 이른다. 17세기 말 한양의 풍속을 묘사한 정래교의 ‘임준원전’을 기준으로 보면 인왕산~경복궁 사이, 사직로~북악산 사이쯤이다. 이배·고직이란 서울의 중인 계급인 경아전의 통칭이라고 보면 된다. 이를 서리 또는 겸인이라고도 했는데 행정관청에서 실무를 맡은 말단 관리이자 양반가의 비서에 해당하는 청지기를 이른다. 양반촌 서촌과 중인촌 우대는 별개의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촌은 한양도성의 서남쪽 서소문 일대이며 지금도 행정구역상 서소문동을 이룬다. 양화진과 마포 및 서강나루에 도착한 어물과 세곡선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통 요충지였기에 점차 양반촌에서 상인 거주지로 변했다.우대 중인과 서촌 상인들이 사실상 서울의 주인 노릇을 했다. 17세기 한성부의 호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사람 열에 일곱은 노비였다. 서울의 특성상 지방보다 노비가 많기도 했지만 조선 전체로 따져도 1200만명 중 30~40%는 노비 계층이었다. 한양 인구 20만명 중 왕족과 양반·관료 및 유생·선비는 10% 안팎이었고, 경아전·별감·서리·겸인·내시 및 역관·의관·화원·율관 등 중인 계층과 시전을 운영하는 부유한 상인 계층 그리고 서울에서 근무하는 하급 장교와 일반 군사 등 중인·평민 계층이 20~30% 정도였다. 임지를 전전하거나 낙향이 잦았던 양반과 달리 중인 및 상인이 서울 사람의 주류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인왕산 서촌’과 서대문은 별개의 동네이면서도 늘 연결됐다. 인경궁과 경희궁은 광해군 때 지은 두 개의 궁이다. 인왕산 아래 인경궁은 누상동·누하동·누각동이라는 지명을 낳고 곧 사라졌다. 신문로(새문안) 일대의 왕기를 지우려고 세운 경희궁은 서궐의 역할을 했다. 도성 서쪽에는 서대문(敦義門)과 서전문(西箭門)이 있었다. 태종 때 세도가 이숙번이 자기 집 앞 서대문을 닫고, 문을 다른 곳에 짓도록 했기 때문이다. 새문은 ‘성문을 막은 문’(塞門)이라는 뜻과 더불어 ‘새로 지은 문’(新門)이라는 복합 의미를 가진다. 서대문을 대신한 서전문은 지금의 사직터널 앞쯤에 있었다. 사직터널을 뚫고 사직천을 복개해 사직로를 놓기 이전에는 고개로 막혀 있었다. 광화문을 돌아서 가야 하는 먼 길이었다. 조선의 왕들도 사직단에 갈 때는 광화문 육조대로를 지나 지금의 세종대로 네거리까지 나온 뒤 세종문화회관, 정부서울청사, 서울지방경찰청 앞길을 따라 사직단을 오갔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이원석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사방 북촌(북촌개발자 정세권의 길)●일시 및 집결 장소 : 6월 2일(토) 오전 10시 안국역 2번 출구 앞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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