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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툰베리 ‘열차 바닥’ 사진, 영어로 잘못 옮긴 표현 등 흠결 찾기 바쁜 어른들

    툰베리 ‘열차 바닥’ 사진, 영어로 잘못 옮긴 표현 등 흠결 찾기 바쁜 어른들

    스웨덴의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오랜 해외 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녀의 발언이나 트위터 표현을 문제 삼는 이들이 따라 붙고 있다. 먼저 툰베리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열차를 타고 스웨덴으로 가는 길에 객차 바닥에 앉아 가는 사진을 올렸다. 큰 짐가방들에 둘러싸인 채 창밖을 망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열차를 이용해 독일을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벅찬 감정을 토로했다.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 차 요트로 대서양을 건넜고, 다시 역시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 스페인 마드리드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COP 25에 참석하고, 이탈리아 토리노를 떠나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독일철도(DB)가 발끈했다. 툰베리가 독일을 여행하는 동안 일등석에 앉아 갔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시간 엄수로 유명했던 DB는 최근 몇년 동안 연착이 잦고, 출발 직전에 갑작스럽게 운행이 취소되며, 비싼 요금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민감했던 듯하다. DB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레타에게.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줘서 고맙다”며 “당신의 일등석 칸에서 직원들이 해준 친절하고 능숙한 서비스를 언급해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뒤 보도자료를 배포해 툰베리가 “프랑크푸르트부터 계속 일등석에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그러자 툰베리도 “(스위스) 바젤을 출발한 기차에는 사람이 많아서 우리는 두 대의 다른 객차 바닥에 앉았다”며 “(독일) 괴팅겐을 지난 뒤에야 난 자리에 앉았다. 이것은 물론 문제가 아니며 나는 결코 문제라고 한 적도 없다”고 트윗을 날렸다. 이어 “기차를 타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붐비는 기차는 좋은 신호”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진행된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 도중 “세계 지도자들은 여전히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그들이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벽에 밀쳐놓고(put them against the wall)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미국 브레이트바트를 비롯한 우파 매체들은 ‘벽에 밀쳐놓는다’는 표현이 젊은 혁명가들 사이에 폭력을 옹호하는 은어라며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난했다.브레이트바트는 또 집회 당일 툰베리의 노란색 우비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툰베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툰베리는 “어제 세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촉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스웨덴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긴 스윙글리시(swenglish)”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어로 ‘누군가를 벽에 밀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라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이 매체 출신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자치광장] 품격있는 시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자치광장] 품격있는 시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지난 10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콜롬비아까지 날아가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자치구로서는 역대 유일하게 수상했다는 의미도 크지만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중남미 국가의 평생학습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다. 독일을 비롯해 동유럽국가의 평생학습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어 교류를 갖고 서로를 벤치마킹하는 좋은 기회도 얻었다. 세계화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점점 에너지, 기후 변화, 환경, 이주노동, 다문화 등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선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구민들도 세계시민으로서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권리와 책임의식, 즉 ‘액티브 시티즌십’(Active Citizenship)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좋은 토양의 역할을 해야 한다. 소모적인 사회 갈등,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방해하는 요소는 줄이고 시민교육을 통해 건강한 논쟁과 토론문화의 정착을 돕는 것이 지방정부의 의무다. 서대문구는 2013년 평생학습도시 인증을 받은 이래 평생교육 활성화에 집중했다. 평소 시·공간적 제약으로 인문학을 접하기 어려웠던 전통시장 상인들이 일상에서 친근하게 평생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찜질방 인문학’, 주민 5명 이상이 모인 곳에 전문 강사를 파견해 소규모 학습공동체 운영을 지원하는 ‘세로골목사업’, 근거리 평생학습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동네배움터’ 등은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었고 해외 평생학습도시 관계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는 ‘서대문구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새로운 정보기술과 사회혁신, 미래 대응 능력 함양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시민대학을 개최하기도 했다. 국제적 분쟁 해결에 참여하고 세계 평화를 이끄는 역할을 중앙정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대문구의 우수한 평생학습 사업을 활용해 품격 있는 세계 시민을 발굴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고 바람직한 지방정부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독일시민대학연합회가 동유럽국가에 선진사례를 알린 것과 같이 가까운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서대문구의 우수한 평생학습정책을 전파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 본다.
  • 표준특허 창출할 전문기업 육성…펀드 조성하고 투자 유도

    표준특허 창출할 전문기업 육성…펀드 조성하고 투자 유도

    정부가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표준기술 기반의 미래시장 확보를 추진한다.정부는 1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제25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표준특허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표준특허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정한 표준기술을 포함한 특허다.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는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없는 데표준특허가 부족하면 지식재산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게 된다. 표준특허 경쟁력 강화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 지식재산권을 무기로 활용한 기술패권 경쟁에 따라 우리 산업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기술은 호환성 확보를 위한 표준기술 적용 범위가 통신·방송·미디어 등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전 산업으로 확대돼 영향력이 강해졌다. 정부는 표준특허 창출 유망기관에 연구개발(R&D), 표준화, 표준특허 전략을 3년 이상 집중 지원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내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 부처 협업으로 5개 안팎의 신규 과제를 공동 지원한다. 표준특허 투자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표준특허 분쟁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정확한 권리부여를 위해 특허청에 표준기술 전담 특허팀을 운영하며 표준화기구에 신고된 특허를 심사할 때 표준문헌 검색 의무화 및 협의·공동심사를 통해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 신고된 특허가 표준특허에 부합하는 지를 평가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분야와 관련된 표준특허 정보를 확대 제공키로 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핵심 표준특허를 전략적으로 창출하고 표준특허 분쟁 대응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울산열린시민대학 설명회 개최

    울산시는 13일 울산시의회 회의실에서 ‘울산열린시민대학’ 설명회를 열었다. 열린시민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역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울산시가 마련한 새로운 교육 플랫폼으로, 단계별 온라인 강의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 지식을 응용·심화해 역량을 키워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한 설명회는 오는 23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열린시민대학 교육 모델과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자 열렸다. 행사는 주제 발표, 교육 모델 설명과 운영계획 발표, 전문가 토론 등 순으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에서는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사업 수행기관인 울산발전연구원 임진혁 원장이 교육 모델을, 김상락 경제사회연구실 전문위원이 운영계획을 각각 설명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이병철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이선영 호서대 창업경영학과 교수,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김석호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 등이 의견을 나눴다. 시는 이날 설명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을 교과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열린시민대학은 오는 23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9주 동안 4차 산업혁명 관련 데이터과학 분야 3개 기초과목으로 시범운영된다. 시범운영 수강 신청은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열린시민대학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빅데이터 활용 기업이 10%면 5년간 7만 9000명 고용 창출?

    빅데이터 활용 기업이 10%면 5년간 7만 9000명 고용 창출?

    “빅데이터 이용 기업의 비율이 10% 수준까지 상승하면 5년간 최소 7만 9000명의 고용이 창출됩니다.”(오상훈 넥스텔리전스 선임연구위원) 고용노동부가 13일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경제학회와 함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9년 고용영향평가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고용영향평가는 정부 정책이 일자리의 양과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해 고용친화적인 정책으로 이끄는 제도다. 올해에는 5개 분야 28개 정책을 평가했다. 산업 활성화(7개), 혁신 성장(7개), 공정 경제·노동조건 개선(6개), 지역 활성화(4개), 규제 개선(4개)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올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 경쟁 관련 정책, 노동조건 개선 관련 정책 등을 주로 평가했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혁신 성장, 최근의 시장 경향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도 평가 대상에 포함했다”라고 설명했다. 오 사장이 발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지원·육성하고 있는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가 데이터 산업 및 그 외 산업 전반의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정책적 지원은 데이터 공급을 담당하는 데이터 산업과 데이터를 상품생산·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하는 일반산업의 고용에 모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오 선임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 지능 기술의 융합 단계로 발전 시 자동화·무인화가 확산돼 고용 대체 발생 가능성도 지적했다. 김영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배달앱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음식 자영업 분야의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이 음식 자영업 및 배달원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김 부연구위원이 수행한 실태조사 및 그에 따른 추정결과에 따르면 전체 배달원 종사자 규모는 약 13만 명으로 추정됐다. 매장에 직접 고용된 배달원은 36%, 배달 대행 업체에 고용된 배달원은 64%였다. 배달 대행앱 도입 이전과 비교하여 약 3만 3000명의 배달원이 추가로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행 배달원 300명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와 심층 면접도 실시했는데 일할 때의 자율성(5점/3.56점)에 대해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3.32점), 노동 시간(3.30점)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발전 가능성(2.92점), 작업 중 안전(2.54점)에서는 낮은 만족도가 드러났다. 이상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의 고용효과’ 발표를 통해 지난해 정부가 밝힌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대책’이 중소기업 고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추정했다. 분석 결과 대책의 기술 탈취 방지 부문이 효과를 발휘하면 중소기업 전체의 매출은 4.4%, 고용은 2.8%가 3년간 추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렇게 추정된 고용증가 효과를 관련 업종 중소기업의 전체 고용 규모를 고려하여 환산하면 약 16만 3000명에 이른다. 이외에도 소비 행태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팜 활성화 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금융 분야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의 고용 효과, 사회서비스 활성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어린이집 종사자 처우 개선의 고용 효과 등이 발표됐다. 이날 발표된 고용영향평가의 최종 결과 보고서는 내년 3월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영향평가센터 누리집(www.kli.re.kr/eia)에 올릴 예정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일자리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고용영향평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오늘 발표된 평가 결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실제 일자리 정책 추진에 반영돼야 결실을 맺게 된다. 여러 정책 담당자들과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공직인사혁신위, 국민이 체감하는 적극행정 추진 방안 논의

    공직인사혁신위, 국민이 체감하는 적극행정 추진 방안 논의

    국무총리 소속 공직인사혁신위원회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전체회의를 열어 그간 인사혁신 추진 성과와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위원회 정부위원장인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먼저 올 한해 적극행정의 추진 성과와 2020년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지난 8월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해 적극행정의 개념을 정립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올해가 적극행정의 제도화에 집중한 해였다면 문재인 정부 하반기에는 적극행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적극행정을 새로운 공직문화로 확고히 정착시킬 것을 촉구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균형인사 추진 성과와 향후 계획,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무원 인재개발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내년부터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을 아우르는 범정부 균형인사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각 기관의 적극적인 균형인사 추진을 위해 기관별 실적을 정부혁신평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에 반영한다. 여성관리자 임용 및 장애인 채용 등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범정부 균형인사 성과공유대회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미래 역량을 갖춘 공직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학습자 수요 분석, 지능형 인재개발 플랫폼 구축, 문제해결형 교육기법 도입 등 공무원 인재개발 분야의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공직인사혁신위원회는 인사혁신을 통한 공직 경쟁력 강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민·관 협의체이다. 민간위원장은 박찬욱 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부위원장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맡고 있고 민간위원 15명과 정부위원 5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주류경제학자, 그들은 어떻게 사회를 위협하는가

    주류경제학자, 그들은 어떻게 사회를 위협하는가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제프 매드릭 지음/박강우 옮김/지식의날개/384쪽/1만 6500원 “그렇게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는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두 달 후인 2008년 11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런던정경대학을 방문해 경제학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인 주류경제학계를 향한 첫 질타인 이 발언 이후 동조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주류경제학은 이데올로기처럼 작용하며 경제와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뉴욕의 경제 칼럼니스트 제프 매드릭은 이 책을 통해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남용된 경제학 명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주류경제학 이론을 지배하는 주요 명제들이 어떻게 거짓말에 가깝고 경제와 사회에 해악을 끼쳤는지 역사적·실증적 관점에서 들여다봐 주목된다. 해부의 핵심은 많은 경제학자가 신봉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오류다. 잘 알려진 대로 ‘보이지 않는 손’은 철저하게 통제된 비현실적 조건에서 성립한다. 하지만 여러 경제·금융 정책은 자유방임주의 혁명이 시작된 197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는 물론 나라 경제, 가계 경제까지 휘청거린다는 주장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직시다. ‘국부론’은 어떤 조건에서 시장이 원활히 작동하고 시장이 실패하는지를 묘사함으로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절한 정부 개입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저자는 “국부론은 오늘날 이데올로기화한 자유방임주의 경제학을 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부의 ‘보이는 손’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냉정하게 잘라 말한다. 특히 공급이 스스로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므로 경제의 총공급은 언제나 총수요와 일치한다는 19세기 초 ‘세이의 법칙’은 완전한 실패가 입증됐는데도 2008년 이후 세계 경제 대침체를 계기로 부활했음을 콕 집어 지적한다. 결국 저자는 “주류경제학자들은 객관적 방법론을 통해 분석하기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정치인들의 구미에 맞추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며 이렇게 매듭짓는다. “경제학의 존재 근거는 자연과학처럼 항상 성립하는 절대 불변의 원리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현실의 경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가설을 제시하는 데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는 과학기술의 선도자가 아니라 후원자가 되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정부는 과학기술의 선도자가 아니라 후원자가 되라/이은우 건양대 교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세상을 바꾸어 놓는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모바일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류의 일상적인 행동과 소통 방식에도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국가로 살아남으려면 국가과학기술정책은 어떻게 수립?추진돼야 할까. 내년에는 정부가 연구개발(R&D)에 올해보다 17% 이상 파격적으로 늘린 24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가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성실히 집행하기만 하면 될 것인가.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국가과학기술정책과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한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정부는 더는 과학기술계를 끌고 가려는 선도적 역할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과학기술계를 뒷받침하는 든든하고 포용적인 후원자가 돼야 한다. 민간이 국가보다 3배나 많은 연구개발투자를 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간 부문이 수용할 수 없는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며, 지금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일을 선도적으로 벌여 나는 것이며, R&D 실패에 대해 관용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정권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표하며 단기적인 성과 내기에 집착하면서 가장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할 과학기술행정이 5년마다 단절되는 아픔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않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둘째, 정부는 깊은 이해와 분석을 통해 과학기술행정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과학기술행정의 역사는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1967년 과학기술처의 신설, KIST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설립 및 분화, ‘G7’이나 ‘프런티어’와 같은 대형정부연구개발사업의 출범, 1999년 연구회 체제 출범 등 국가과학기술행정 체제에 획기적인 일들이 있었다. 이제 경쟁국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행정 시스템에 비효율은 없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국가 간의 과학기술행정효율을 비교 분석해 보고 우리나라 시스템의 좋은 점은 강화하고 나쁜 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 연구비 1000억원을 투입할 경우 어느 나라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인지 비교분석해 봄 직하다. 국가별 비교 시에는 나라별 주요 과학기술정책 결정과정, 연구개발예산의 결정과정, 연구과제의 선정과 평가 등 연구개발을 관리하는 방식과 절차, 과학기술인력의 선발과 활용 및 유동성 등을 포괄적으로 비교 분석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규제개혁과 과학문화 확산을 통한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확대에 가장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창출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장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합리적인 규제가 이루어지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올 초 디트로이트 북미국제오토쇼보다 지난 11월 LA 모터쇼에서 배가 넘는 61개 신차가 공개됐다고 한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동부에서 서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원인은 캘리포니아가 친환경차의 최대 시장이고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몰려 있으며 자율주행 규제는 대폭 풀고 배출가스 등 환경규제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넷째, 정부는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과학기술도 창업도 결국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을 모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창의적 인재 양성에 쏟아야 한다. 상아탑이 아니라 연구나 산업 현장 중심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존교육의 틀에서 벗어난 시대정신에 맞는 인재는 교육 당국보다는 과학기술 당국이 연구과제에 기반한 인재양성 제도(PBLㆍProject Based Learning)를 통해 과감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지난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과 함께, 최근의 주가 급등으로 미국 애플사의 시가총액이 우리 코스피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는 소식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일궈 온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데 여기서 말 수는 없지 않은가. 정책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 [2030 세대] 2010년대를 보내며/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2010년대를 보내며/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이제 곧 2010년대도 마무리되고, SF에서나 나오던 ‘2020년대’가 개막한다. 지난 10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세 명의 대통령이 지나갔다. 세계 각지에서는 그보다 더 격렬한 변화도 많았다. 지난 10년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설명하자면 책 몇백 권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만약 2010년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자면? 아마 중국의 부상, 기후변화, 포퓰리즘의 발흥 같은 것들이 세계적 중요성을 가지는 키워드로 제시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쩌면 지난 10년은 그런 거창한 호출보다는 ‘손안의 작은 물건’이 만들어 나간 것일 수도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2010년을 돌이켜 보자. 아이폰이 2007년에 출시되긴 했어도 아직 스마트폰은 북미권을 벗어나서까지 활발히 보급된 상황은 아니었다. 2009년 삼성에서 출시한 옴니아가 ‘옴레기’ 소리를 듣던 것을 생각하자. 스마트폰은 여전히 사치품에 가까웠고, 성능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사회적 영향력도 당연히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가 자리잡고, 애플에 대항하는 공급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격은 혁명적으로 싸지고 성능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빠르게 향상됐다. 거기에 LTE가 퍼져 나가고 앱 생태계가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은 정말이지 만능 기기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카카오톡은 10대들의 의사소통부터 기업의 업무 풍경까지 뒤흔들었다. 기성 미디어를 위협하는 유튜브, 웹소설, 웹툰 혁명의 무기 또한 스마트폰이었다. 한편 아랍 혁명부터 가짜뉴스까지 정치적 행동과 여론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으로 매개되는 소셜미디어가 들어섰다. 최근 매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기술 혁신은 이 나라가 가장 거대한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사실과 결코 뗄 수 없는 일이다. 스마트폰을 잘 제조하는 기업을 갖춘 국가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국제적으로 뻗어 나간 스마트폰 생산 공급망은 태평양 전역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나갔다. 2010년대 전반에 축적되기 시작한 이 변화상들은 2010년대 후반 우리들의 일상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짙은 명암을 드리우게 된다. 스마트폰의 장엄한 연대기는 기술의 보편적 속성을 새삼 일깨워 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의 파급효과가 무엇이 됐든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 바깥에 있다는 것일 듯하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이 세상을 흔들 것을 기대했지만 이런 모습으로 흔드는 것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2020년대에도 모바일 혁명의 여파는 여전히 인간 문명의 풍경을 바꿔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이 순간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기술 혁신이 2020년대를 무서운 속도로 바꿔 나갈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는 역시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당신에게 이 칼럼을 보여 주는, 이 작지만 강력한 기기를 다시 생각하며 2010년대의 마지막을 잘 보내는 건 어떨까.
  • [단독] “교육받아야 노동을 안다” 초등생 때부터 ‘인권교실’

    [단독] “교육받아야 노동을 안다” 초등생 때부터 ‘인권교실’

    “중학교 졸업부터 알바하는 학생 많아” 부당한 노동 현실에 대처 요령 터득 중고교 실업·노동권 등 심화 교육 제시 “일방 주장 아닌 논쟁·토론으로 해결을”청소년들이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서울신문 4월 26일자>이 제기되는 가운데 초·중·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룬 서울교육청 산하기관의 연구 보고서가 공개됐다.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 성취기준 및 내용과 맞물려 노동인권 교육을 구현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는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1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의 ‘초·중등 사회과 교육과정 분석을 통한 노동인권 교육 수업모델 연구’ 보고서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학생이 많고 부당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초·중학교에서부터 미래 직업인으로서 다양한 노동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원이 설규주 경인교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초·중·고등학교 사회(공통·선택과목) 교과의 성취기준과 내용을 분석, 교과에서 노동인권을 다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에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방안을 담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의 ‘인권 존중과 정의로운 사회’ 단원에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아동 노동 착취 문제를 이해하도록 하는 식이다. 또 6학년 사회 교과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단원에서는 ‘우리 가족의 하루 일기’를 만들어 가계 구성원이 일을 하며 소득을 얻고 소비하는 흐름을 이해하고, 4학년 ‘촌락과 도시의 생활 모습’ 단원에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주민들이 어떤 직업에 종사하는지를 파악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노동이 사회와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필수 요소임을 이해하도록 한다는 게 보고서의 구상이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등 진로교육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도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 속에서 노동인권이 어떻게 신장돼 왔는지를 이해하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노동의 변화와 문제점을 예측하는 수업을 제안했다. 고등학교에서는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등 선택과목들을 통해 청소년들의 노동권을 비롯해 실업과 노동법, 세계 각국에서의 노동 문제 등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보다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주입식에서 탈피한 토론 수업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독일의 시민교육 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참고해 노동 문제에 대해 일방적 주장인 아닌 토론과 논쟁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노동인권 교육을 활성화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차기(2022년도) 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을 반영하도록 대안을 제시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말한다, 이 부정의한 세상에/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019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또한 달리는 말에서 갈라진 벽의 틈새를 보듯, 2010년대도 훌쩍 지나갔다. 2009년 아이폰 출시와 함께 ‘스티브 잡스’가 열어젖힌 ‘제4차 산업혁명’의 봇물에 휩쓸려 그사이 삶의 전 영역이 ‘좋아요’와 ‘하트’ 놀이에 중독됐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서 우리는 어느새 정보와 상호작용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됐다. 머리 한쪽이 늘 멍한 산만함에서 우리 정신을 지켜 주는 것은 역시 호흡 긴 서사인 책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책의 대지에 핀 꽃들은 자주 불(不)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먼저, ‘정의란 무엇인가’가 사유의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을 던졌다. 만연한 부정의에 경악한 독자들은 ‘분노하라’는 시대의 명령을 따랐다. 무엇에 분노했는가. 불공정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라며 학자금 대출과 알바 인생에 절망하는데, 장학금 챙겨 가며 공부한 전직 법무부 장관의 딸이 보여 준 세상, 즉 특권을 통해 쌓은 스펙을 제 능력인 양 자부하는 ‘20 vs 80의 사회’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불평등이다. 부의 세습이 노골화돼 부익부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고, 성실한 노동을 통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21세기 자본’의 사회는 문제의 실체가 불평등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는 중이다.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 ‘불평등 세대’ 등은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국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대 전쟁’의 홍역이 덮쳐 올 것임을 우려하게 한다. 착취된 노동이다. 일이 행복을 주지 못하는데 왜 일해야 하는가. 적당히 일하고 작은 행복이라도 확실히 챙기는 쪽이 낫지 않은가. ‘피로사회’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죽음에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를 폭로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생’인 세상인데, 자신을 고갈시키지 않는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청년들은 ‘자존감 수업’을 받고 ‘미움받을 용기’를 행한다. 삶의 새로운 양식을 찾아 동네책방을 순례하고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는다’. 가부장제 가족주의다. ‘강남역 10번 출구’를 계기로 ‘페미니즘’이 일어섰다. 여성이 쉽게 살해되고 폭행당하며 차별받는 사회는 작동을 멈춰야 한다. 편견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아가는 ‘82년생 김지영’이 더는 없어야 한다. 여성은 벌써 주체인데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고 일깨운다. 그래서 여성들은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백래시’, ‘탈코르셋’ 등 해방의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 ‘이상한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가족 형태가 꾸준히 시도되고 ‘딸에 대하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의 일상화도 이제 어색하지 않다. 언어의 소외다.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의 입술은 목소리 없는 이들한테 열려야 한다. ‘소년이 온다’의 높은 문학적 성취도, ‘사당동 사람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고기로 태어나서’,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 인간의 조건을 살피는 기록의 존엄성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는 난잡하고, 경제는 암울하고, 사회는 비참하다. 세상이 타락한 자들을 위한 숫자 놀이로 전락한 듯하다. 온통 이익(利)을 말할 뿐 아무도 의(義)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질문하던 얼굴은 어용을 자부하고 ‘나는 왜 법을 공부하는가’를 성찰하던 마음은 위선이 됐다. 촛불과 함께 힘차게 타올랐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는 또다시 무릎이 꺾이는 중이다. ‘닥치고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현실은 ‘닥쳐라, 정치’로 변해 가고 있다. 불타 버린 이 자리에서 책은 다시 출발한다. 새해에는 어떤 책이 시대의 죽비가 될지,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 백두산 오른 北행군대

    백두산 오른 北행군대

    백두산 오른 北행군대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혁명 전적지를 시찰한 데 이어 10일 노동당 선전일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대가 백두산을 찾았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뉴스1
  • 백두산 오른 北행군대

    백두산 오른 北행군대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혁명 전적지를 시찰한 데 이어 10일 노동당 선전일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대가 백두산을 찾았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뉴스1
  • 멕시코 혁명영웅 사파타 장군 게이처럼 그렸다며 드잡이까지

    멕시코 혁명영웅 사파타 장군 게이처럼 그렸다며 드잡이까지

    “우리 장군님을 그따위로 그려 모독하다니” 북한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나라의 혁명 영웅으로 농민들이 지금까지도 떠받드는 에밀리아노 사파타 장군이 벌거벗은 채로 엄청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핑크빛 모자를 쓰고 말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이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사파타 장군의 손자 호르헤 사파타 곤살레스를 비롯해 일단의 농민들이 2014년 파비앙 차이레스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지 말라고 파인아츠 갤러리 입구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동성애 혐오 구호 등을 외쳤고, 성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차이레스를 옹호하는 시위대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드잡이까지 벌였다고 영국 BBC가 11일 전했다. 손자 사파타 곤살레스는 A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런 짓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장군님을 게이로 표현한 이 그림이 모욕을 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작품을 전시회에서 축출하지 않으면 법원에 소송을 걸 것이라고 했다. 전시회 기획자는 2014년에 그렸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전시된 그림을 갖고 이제와 뒤늦게 문제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큐레이터인 루이스 바르가스는 예술의 한 표현일 뿐인데 동성애 등에 관한 이슈가 멕시코에서는 민감하게 다뤄진다고 지적했다. 사파타 장군은 1919년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암살되기 전까지 멕시코 혁명을 이끈 지도자였으며 많은 민족주의자들의 뇌리에 여전히 영웅으로 각인돼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주)프로넷, 에어프라이어에 이은 주방의 혁명 ‘클란츠멀티쿡’ 주목

    (주)프로넷, 에어프라이어에 이은 주방의 혁명 ‘클란츠멀티쿡’ 주목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등의 증가로 간편식을 이용하거나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먹거리가 유행하면서 가전제품도 쉽고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소형화, 멀티화되고 있다. 주방 혁명을 이끈 에어프라이어의 명가 ㈜프로넷이 차세대 주방의 혁신 기술을 접목한 ‘클란츠멀티쿡’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클란츠멀티쿡’은 1~2인가구의 증가와 바쁜 현대인들의 추세에 맞춰 변화한 요리 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으로 지난 11월 9일 홈쇼핑샵 플러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클란츠멀티쿡’은 원터치 버튼 하나면 밥, 국, 찌개, 샤브샤브, 건강죽, 건강차, 찜요리, HMR 식품 등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 특히 쾌속 버튼, 밥짓기 버튼, 데우기 버튼, 조리버튼, 보온버튼 등으로 기능을 세분화해 남녀노소 누구나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타이머 작동으로 넘침 없이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안심하고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것도 클란츠멀티쿡 만의 매력이다. 또 조리 과정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강화 유리 뚜껑과 스테인레스 304의 위생적인 내부 재질을 사용했다. 찜기도 같은 재질이다. 안전하게 사용 할 수 있게 손잡이 그립 감이 탁월한 안심 설계로 제작됐으며 데크에 LED 창을 탑재해 조리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했다. 제품의 색상은 3가지로 아이보리, 그린, 핑크파스텔톤의 러블리한 스타일을 적용해 주방 어디에 두어도 어울리는 인테리어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클란츠멀티쿡을 출시 한 ㈜프로넷 홍은경 이사는 “론칭 이후 고객들이 만든 응용요리 사진을 역으로 보내주고 있어 즐겁다”면서 “홈쇼핑뿐만 아니라 온라인, 오프라인(O2O)마케팅 판매를 더 강화해 에어프라이어에 이은 주방의 혁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클란츠멀티쿡’은 12월 현대 홈쇼핑 플러스 샵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백두산 칼바람 속 김정은 의도 새겨’ 북한 노동당 선전일꾼 혁명의 성산 답사

    [포토] ‘백두산 칼바람 속 김정은 의도 새겨’ 북한 노동당 선전일꾼 혁명의 성산 답사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전국 당 선전일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 행군대가 지난 10일 혁명의 성산 백두산을 답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 시찰을 뒤따른 것으로 신문은 이번 답사에 대해 “백두산의 칼바람은 일꾼들의 백절불굴의 신념과 의지를 더욱 굳세게 해주었다”라고 평가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백마 탄 백두산, 북한 일꾼 맨발로 뛰어올라

    김정은 백마 탄 백두산, 북한 일꾼 맨발로 뛰어올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오른 백두산을 북한 선전일꾼들은 맨발로 행군하는 사진이 11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가죽부츠를 신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오르는 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북한에서 ‘혁명의 성산’으로 통하는 백두산 답사에 대해 북한 매체들은 “몸소 무릎 치는 생눈길을 헤치시며 혁명의 명맥이 높뛰고 무궁무진한 애국열원이 끓어솟는 백두의 혁명전구를 찾아 뜻깊게 새기신 거룩한 자욱은 비상한 역사적 의의를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원들로 구성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행군대는 10일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오른 백두산을 행군했다. 눈보라가 날리는 백두산의 칼바람을 북한 노동당원들은 깃발을 들고 헤치며 걸어야만 했다.중앙과 지방의 수백 명 선전 담당 노동당원들로 구성된 답사행군대는 백두산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혁명사적지들을 돌았다. 백두산 행군은 출발하면서 삼지연 시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에 꽃다발을 놓는 것으로 시작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귀뿌리를 도려내는 듯 한 강추위를 용솟음치는 힘과 열정으로 물리치며 답사행군대원들은 우리 인민의 가슴마다에 백전필승의 투지를 안겨주는 승리의 성산 백두산정에 올랐다”고 전했다.북한은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9일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란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는 등 미국에 대한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리 부위원장은 “얼마 안 있어 연말에 내리게 될 우리의 최종판단과 결심은 국무위원장이 하게 되며 국무위원장은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에 있다”며 “또한 누구처럼 상대방을 향해 야유적이며 자극적인 표현도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사설] 국민 92% “이념 갈등 심각”, 정치권이 반성해야

    우리 국민들은 이념 갈등을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공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겪는 갈등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91.8%였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85.3%), 대기업과 중소기업(81.1%), 부유층과 서민층(78.9%) 등의 순으로 갈등이 크다는 게 우리 국민의 인식이다. 이념 갈등은 직전 조사인 2016년만 해도 순위가 다섯 번째(77.3%)에 불과했으나 3년 사이 14.5% 포인트가 오르며 올해는 첫손가락에 꼽혔다. 2006년에는 부유층과 서민층(89.6%), 2016년엔 정규직과 비정규직(90.0%) 등 주로 경제 분야 갈등이 부각됐다면 이번에는 사회 분야 갈등이 도드라진 모양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옳고 그름을 달리하는 이분법적 싸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사회정의, 공익존중이라는 말은 공허해졌다. 6월 항쟁부터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의 동력이었던 광장정치는 ‘조국 사퇴’ 정국을 거치면서 광화문과 서초동 등 분열정치의 무대로 변질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론 분열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평가를 달리해야 할 판이다. 이념 갈등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한국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높고 연간 관리 비용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7%인 246조원이나 쓰고 있다. 공동체의 갈등은 도약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정치권이 정파적으로 악용할 때는 분열의 칼이 된다. 한국 사회가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활성화해야겠으나, 타협과 협력이 가장 취약한 곳이 정치권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념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은 갈등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반성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자전거의 역사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자전거의 역사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유럽에서는 많은 발명가가 새로운 실험을 했다. 독일 귀족 카를 폰 드라이스는 1817년에 최초의 두 바퀴 탈것을 제작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드라이지네(draisine), 또는 라틴어로 ‘빠른 발’을 뜻하는 벨로시페드(velosipede)로 알려진 이 탈것은 나무로 만든 바퀴 두 개를 앞뒤로 배열하고 가로막대로 연결한 다음 그 위에 쿠션 안장을 얹었다. 지금의 자전거에서 페달과 체인, 브레이크가 빠진 모습이다. 안장에 올라타고 마치 걷거나 뛰는 것처럼 양쪽 발로 땅바닥을 번갈아 차면서 그 추진력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없어 내리막길에서 큰 부상을 당하기 쉬웠고, 구동장치가 없는 탓에 오르막길에서는 어깨에 메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벨로시페드는 대중과 언론 앞에 실용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대중의 거부만이 벨로시페드의 발전을 가로막은 것은 아니다. 페달 같은 구동장치의 장착은 기계공들이 보기에는 필연적이었고, 실제로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드라이스는 기술자들이 페달을 개발하려 하자 이를 비난했다. 그는 ‘걷거나 뛰는 자연스러운 움직임’ 즉 ‘발차기 추진방식’만이 벨로시페드의 핵심이며, 두 바퀴 탈것을 추진하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끝까지 고집했다. 황당한 고정관념이었다. 그 후 1867년 프랑스 대장장이 피에르 미쇼가 앞바퀴에 페달이 달린 ‘페달식 벨로시페드’를 제작했고, 이 탈것에 자전거(bicycl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발차기 추진방식이 반세기 만에 사라진 것이다. 1879년에야 체인을 이용한 후륜구동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다. 최초의 자전거인 벨로시페드에서 지금의 자전거가 도입되기까지 무려 60여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변화의 큰 장애물이었다. 독일 과학자 막스 플랑크는 말한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확신시키고 설득해서 관철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반대하던 사람들이 죽고, 처음부터 그 진리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가능하다.” 우리 사회의 발전도 낡은 세력이 죽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길 기다려야 하는 걸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두 친구의 귀여운 경쟁심이 거리를 환하게 빛낸다. 우석대 역사교육과 초빙교수
  •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최만진의 도시탐구] ‘환희의 송가’가 필요한 국회

    베토벤 9번 교향곡은 연말이면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의 특징 중 하나는 마지막 4악장이 합창부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희의 송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를 삽입했다. 원래는 ‘자유의 송가’였는데 1786년 출판 당시 검열 과정에서 바뀌었다고 한다. 그의 글들은 당시의 전제군주나 영주의 세력을 비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결정판인 ‘군도’라는 희곡에 영주군과 대적하는 도적 떼의 활약을 그려 놓아 귀족들의 분노를 샀다. 백성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어 괴테와 함께 봉건주의를 반대하는 ‘질풍노도’의 시대를 이끌었다. 건축에서는 그 당시를 바로크라 일컫는데, 역시 귀족의 절대 권력이 강렬하게 표현된다. 그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왕이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이다. 가장 큰 특징은 도시 한가운데 강력한 축을 설정해 이를 중심으로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축의 정점에는 왕궁이 있고, 그 바로 앞에는 인공미를 가진 화려한 왕의 정원을 두었다. 그리고는 도시의 모든 구역들이 이 축에 연결된 도로를 따라 질서 정연하게 배치됐다. 중요한 것은 좌우 절대 대칭으로 돼 있어 어떻게 뒤집어 놓아도 왕의 권력이 중심인 것을 보여 주었다. 궁궐 뒤에는 후정이 있고 그 너머로 왕과 귀족들을 위한 자연 형태의 광활한 사냥터가 펼쳐져 있었다. 이러한 신도시를 만들려고 백성들은 엄청난 세금을 내고 노동착취도 당했다. 이 때문에 원성과 불만이 하늘을 찔렀지만 귀족들은 궁궐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고, 높은 담 안에서 연일 연회로 그들만의 리그를 즐겼다. 재정을 부담한 백성은 오히려 아웃사이더였고 철저히 무시당했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한 프랑스혁명은 바로 이에 대한 항거였다. 공교롭게도 우리 국회의 배치를 보면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정확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고, 중앙의 주출입구에서 전면에 있는 도시 방향으로 강력한 축이 뻗어 나가고 있다. 이를 따라 전면에는 인공정원인 잔디 광장이 있고, 그 앞의 의사당대로를 따라 다양한 구역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뒤로는 한강과 주변 자연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크 성처럼 정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이 어렵고, 의사당 내부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밀실 같은 구조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회는 마치 바로크의 귀족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 세금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책임 있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금번 20대 국회는 정쟁에 매몰된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민은 도외시하고 오직 정치적 이익과 당리당략만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러의 ‘환희의 송가’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가 돼 평등하게 어우러져 자유와 기쁨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국회는 언제쯤 높은 담장과 밀실을 깨뜨리고 나와 국민을 위한 ‘자유의 송가’를 불러 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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