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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호르무즈 독자 파병,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는 계기 돼야

    정부는 어제 호르무즈해협에 ‘독자 파병’을 결정하고 이란에 정식으로 이 사실을 통보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일부 수용하면서, 독자 파병이라는 헝태를 취해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도 고려한 절충안으로 보인다. 이미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해 우리 군의 지휘하에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파병안을 검토했으니 장고 끝에 결정한 사안이다.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는 상선과 유조선이 잇따라 피습당한 데 이어 6월에는 이란이 오만해에서 미군 무인기를 격추시켰다. 이에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만들어 국제사회에 참여를 요청해 왔다. 일본이 독자 파병을 결정했으니 한국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연초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에서 미군의 드론 폭격에 사망해 해당 지역의 긴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파병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없지 않았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피했어도 전 세계의 미국인과 미국 시설은 지금 언제라도 공격당할지 모르는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간과하기 어려운 국익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동 지역은 현재 2만 5000여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여러 기업들이 각종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우리 선박 170여척이 연간 900여회에 통항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파병은 우리 국민과 기업, 상선 보호라는 명분과 실질을 충족시켜야 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는 중·저강도의 긴장이 장기간 형성될 수 있는 만큼 관련국들과의 소통과 관계 형성에도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선택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파병이 결과적으로 미국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이며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조치임을 미국에 분명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미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소강상태인 만큼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마땅치 않다는 기색이다. 방위비 분담 협상도 지난 14~15일 열린 6차 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최근 불거진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전향적인 반응을 얻어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파병 결정으로 얻게 될 외교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길 바란다.
  • [글로벌 In&Out] 소련 자료로 본 북한 ‘국경경비대’ 창설 과정/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소련 자료로 본 북한 ‘국경경비대’ 창설 과정/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북한의 ‘조선인민군’은 북한 사회와 경제에서의 역할이 크고도 중요하다. 북한은 국가 정통성도 항일 유격대라는 준군사조직에서 찾기 때문에 그 역사를 과장해 나갔다. 결국 1970년대 북한에서 유일사상체계가 성립되면서 모든 역사가 재해석됐고 아직도 존재 여부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조선인민혁명군’을 북한군의 모체로 설정한 뒤 그 창건일을 조선인민군의 공식 창건일로 내세웠다. 하지만 튼튼한 기초 없이 건물이 설 수 없는 것처럼 역사적 자료가 아닌 상상력에 기초한 역사 해석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인지 북한에서도 미약하게나마 역사 교정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그중에 2018년 조선노동당이 건군절을 조선인민군이 공식적으로 창설된 1948년 2월 8일로 변경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북한은 건군에서 소련이나 중국의 역할을 여전히 부정하고 있지만 그나마 날짜라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큰 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역사 해석은 남한의 북한 연구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북한과 만주 국경을 경비하기 위해 조직된 국경경비대의 창설 역사를 들 수 있다. 북한에서 출판된 김일성전집에 따르면 북한 국경경비대의 창설은 1945년 11월 27일 신의주를 방문한 김일성이 평북 도당 책임비서 김일에게 내린 국경경비대 창설 지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많은 남한 연구자가 이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비밀해제된 소련 측 사료를 보면 북한 측 주장과 상당히 다른 해석이 나온다. 소련군은 북한을 점령한 뒤 남한을 점령한 미군과 마찰을 피하고 치안을 유지하려고 북한의 모든 무장조직을 해산시킨 뒤 만주와 북한의 국경경비를 제25군에 맡겼다. 그러나 1945년 11월, 중국 국민당의 군대가 장제스(蔣介石)의 명령을 받아 만주에 진출하면서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부대 사이에 무장충돌이 발생했다. 1946년 1월부터 국공 양당의 부대들이 만주와 북한의 경계를 넘어가 약탈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46년 1월 11일 평안북도 용천군에서 발생했다. 용천군 소련군 경무사령관 보고에 따르면, 60명에 달하는 국민당 부대가 안동시(현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인근 지역을 공격해 면 인민위원회 위원장과 보안서장을 체포하고 모든 무기를 몰수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빈발한 것을 계기로 국경지역의 경비를 맡은 제384사단 참모부가 1946년 1월 12일에 북한과 만주의 국경 폐쇄를 명령했다. 그러나 일제 패망으로 인구 이동이 있자 소련군 사령부는 1946년 3월 7일 조·만 국경 지역에서 통행증 제도를 실시해 경비 임무가 복잡해졌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소련군은 조선인들로 이뤄진 부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1946년 6월, 평안북도 위원군의 경무사령부가 44명으로 구성된 ‘인민소대’를 조직해 국경경비를 위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 이 인민소대는 국경경비를 하게 됐으며 1946년 9월부터는 정치 교육도 받게 됐다. 소련의 주북한 민정청의 종결보고서에 따르면 인민소대는 모두 2개가 조직됐고 3개 국경 위수사령부와 64개의 국경초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조직 당시에 인민소대는 철도보안대와 달리 북한 경찰 체제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고 소련군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고 있었다. 1945년 11월 제25군 장교들이 작성한 ‘북조선 보안기관 조직 및 사업 요령’에도 1946년 부서체계가 수차례 개편된 보안국에 국경경비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다. 1947년 2월 22일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성립에 따라 보안국이 내무국으로 발전하면서 국경경비대를 관리하는 부서가 설치되고 국경 경비권이 북한지도부에 이양됐다.
  •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그해 겨울은 추웠다네

    [이한용의 구석기 통신] 그해 겨울은 추웠다네

    표독스럽게 추웠다. 박완서는 그의 소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에서 수지가 동생 오목이의 손을 놓고 헤어지던 그날의 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표독스러울 만치 추웠던 이 소설 속 겨울 그날은 6·25전쟁 1·4 후퇴 때의 어느 날이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 부두가 등장하는 유행가 가사에서도 그해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짐작할 수 있다. 추웠던 그해 겨울을 작가는 역설적으로 따뜻했네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올해 1월은 기상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눈 없는 겨울이 기록될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의 한파 일수는 0일, 적설량은 0㎝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라는데 한파일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인 날이라고 하니 표독스럽기는커녕 추위의 근처에도 못 가 보는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겨울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거창한 그래프를 들이대며 지난 수십 년간의 기후변화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올해 겨울의 싱거운 추위는 많은 사람에게 기후변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뭔가 정상은 아니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가지게 됐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많게는 95%의 생명체가 절멸하는 대멸종 사건이 5번 있었다고 한다. 이 대멸종의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학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지만 급작스러운 기후변동이 원인이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화산이 폭발했건, 운석이 충돌했건 대기와 바닷물의 순환에 이상이 생기면서 기후변동이 생겼고 결국 생명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기후 변화의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한 생명체는 결국 멸종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대멸종이다. 하지만 운석 충돌로 인한 기후변화로 공룡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가장 최근의 대멸종인 백악기 말의 대멸종 사건도 약 6500만년 전의 일이고 보니 마치 신화 속의 전설처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인류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인류가 두 발로 일어서고 석기를 만들면서 한창 진화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할 무렵부터 인류 생존의 관건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발 빠르게 적응해 나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적응해 왔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유난히 따뜻한 이번 겨울 이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을 재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경고를 실감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유리창에 두껍게 낀 성에를 입김으로 불며 손톱글씨를 쓰던 그 쨍한 추억을 소설 속에서나 느낄 수 있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채찍으로 때리는 듯한 찬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표독스러운 겨울 추위를 만나고 싶다.
  • 패권의 차가운 동반자, 따뜻한 감성 메이트로 돌아왔다

    패권의 차가운 동반자, 따뜻한 감성 메이트로 돌아왔다

    ‘극단의 시대.’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진단한 20세기의 모습이다. 세계는 무수한 갈래로 나뉘어 저마다 극한 경쟁을 벌였다. 그 역사를 오롯이 반영하는 소품이 있었으니, 바로 만년필이다. 둔탁하고 육중한 만년필은 패권을 쟁취한 자의 손에서 그들의 의지대로 역사를 기록했다. 그랬던 만년필이 이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 가볍고 더 컬러풀하게. 만년필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역사의 궤를 같이한 미국의 만년필 현대적인 만년필은 19세기 후반 미국에서 발명됐다. 1883년 미국의 보험판매원 루이스 워터맨이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고안한 것이 시작이다. 제품이 인기를 끌자 이듬해 특허를 받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 글로벌 만년필 브랜드 ‘워터맨’의 탄생이다. 그가 만년필을 개발하게 된 일화가 전해진다. 중요한 계약을 앞둔 워터맨은 실수로 계약서에 잉크를 쏟는다. 정리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경쟁자가 나타나 계약을 가로챈다. 절치부심한 워터맨이 ‘절대로 잉크가 쏟아지지 않을 필기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그 결과가 만년필이라는 것. 물론 이야기의 진위는 확인 불가다. 분명한 것은 ‘발명신화’까지 만들 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회사를 키운 워터맨이 탁월한 수완을 지닌 사업가라는 점이다. 패권은 서명으로 완성된다. 만년필이 20세기 역사 곳곳에서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만년필의 발전은 미국이 패권을 확립하는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98년 ‘미서전쟁’은 만년필이 처음으로 역사에 모습을 드러낸 사건이다. 쿠바섬을 둘러싸고 미국과 스페인이 벌인 전쟁이다. 4개월 만에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양국은 같은 해 12월 파리에서 ‘파리 평화조약’에 서명한다. 스페인이 쿠바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스페인 제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상. 두 가지 의미에서 세계인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위대한 미국’의 서막을 알린 이 사건에서 사용된 필기구는 워터맨의 경쟁사인 미국의 ‘파커’ 만년필이다. 미국산 만년필은 20세기 역사를 통째로 수놓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러일전쟁’(1904~1905)이 끝나고 맺은 ‘포츠머스 조약’에선 워터맨 만년필이 쓰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베르사유 조약’에 서명한 영국 총리 로이드 조지 손에도 워터맨 만년필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파커의 전성시대였다. ‘20세기 최고의 만년필’이라는 찬사를 듣는 ‘파커51’이 가장 유명하다. 회사의 트레이드마크인 화살 모양의 클립과 심플하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는 창공을 가르는 항공기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하고 훗날 미국 대통령까지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애용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서명한 마크 클라크 장군도 파커51을 썼다. 다른 제품도 있었다. ‘인천 상륙작전’의 주인공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보다 중후한 느낌의 ‘파커듀오폴드’를 사용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1987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는 ‘파커75’가 쓰였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잠식하던 시기였다. 중요한 서명은 언제나 미국산 만년필의 차지였다.●표준에 인문을 담다… 독일의 만년필 뼈를 깎는 노력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도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조용히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고 마침내 성공했다. 독일 만년필 회사 ‘몽블랑’ 이야기다. 몽블랑은 후발 주자였다. 미국 회사들이 19세기 후반부터 시작한 반면 몽블랑은 1900년대 와서야 비로소 회사의 꼴을 갖추고 필기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술 혁신은 매번 한 발짝씩 늦었다. 미국에 밀려 언제나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역전의 순간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독일 만년필에 집중된 순간. 바로 1990년 동·서독의 통일이었다. 서독 헬무트 콜 총리와 동독 로타어 데메지에르 총리는 몽블랑 ‘마이스터스튁149’를 손에 쥐고 통일 조약에 서명했다. ‘마이스터스튁’은 걸작이라는 뜻의 독일어다. 몽블랑이 스스로 걸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엔 그만 한 이유가 있다. 1952년 출시한 마이스터스튁149는 당대 모든 만년필 기술의 총합이었다. 후발주자 몽블랑은 앞서가기보다는 ‘제대로’ 완성하기를 목표로 삼았다. 당대의 기술들을 모아 하나의 제품에 집약시켰다. 그렇게 ‘걸작’이 탄생했다.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제품을 조금씩 계속 발전시켰다. 자신들만의 입지를 다졌다. ‘조용한 혁명’의 진가는 훗날 발휘됐다.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독일 통일을 계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출시된 지 40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고급스러운 검은 광택에 둥그렇고 두툼한 몸체. 마이스터스튁149는 이제 ‘만년필의 표준’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자신감을 얻은 몽블랑은 만년필의 외연을 확장한다. 만년필에 ‘예술적 감수성’을 덧씌우기로 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작가 에디션’을 선보인 이유다. 기실 만년필은 많은 인문학적 영감의 원천이요 문학의 산실이었다. 몽블랑은 여기서 착안했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반드시 만년필을 소유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 것이다. 1992년 작가 에디션 첫 번째 주인공은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간결한 문장으로 인물과 세계의 진실을 담은 ‘하드보일드 문체’로도 잘 알려진 그를 몽블랑은 첫 번째 작가로 선택했다. 헤밍웨이가 몽블랑 만년필을 사용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저 자신감의 발로였던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등 다양한 작가들을 콘셉트로 한 한정판 만년필을 내놓으면서 애호가들의 소장 욕구를 들끓게 했다. 에디션이 거듭되면서 작가의 영역도 넓혔다. 미국의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 영국의 록 밴드 비틀스, 미국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 등을 주제로 한 만년필이 나오면서 더욱 풍성해졌다.●가벼움에 컬러를 입히다… 여성의 만년필 그동안 만년필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최근 이런 고정관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만년필의 주요 소비층으로 여성이 새롭게 등장한 것. 캘리그래피 문화가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한 2015년을 기점으로 삼을 수 있다. 변화를 제대로 감지한 회사는 몽블랑의 영원한 맞수인 독일의 ‘펠리컨’이다. 2015년 기존 모델보다 가볍고 흰색과 분홍색을 조화롭게 배치한 ‘소버린 M600 핑크’를 출시해 여심을 사로잡았다. 펠리컨은 지난해에도 여성들을 타깃으로 은은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소버린 M600 퍼플화이트’를 선보였는데 며칠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종진 만년필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만년필 시장의 전망을 이렇게 내다봤다.“만년필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최근 펠리컨의 성공은 만년필 시장의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가는 전주곡이었죠. 여성들의 소비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천하의 몽블랑조차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존의 둔탁하고 무겁고 차가운 만년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금속이 덜 들어가서 가볍고 따뜻한 재질의 감촉이 좋은 만년필이 앞으로 유행할 거라고 봅니다. 그것에 발맞춰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브랜드가 결국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文 “美 드론작전에 세계 놀라”…鄭국방에 드론 전력 물었다

    文 “美 드론작전에 세계 놀라”…鄭국방에 드론 전력 물었다

    鄭 “중고도 무인기 개발, 보완 후 양산” 한미훈련, 작년처럼 조정된 방식 시행 올 전작권 실질적 전환 단계 진입 목표국방부가 올해 한미 연합훈련을 대규모 훈련이 아닌 지난해처럼 조정된 방식으로 시행키로 했다. 국방부는 21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2020년 국방부 업무보고’를 했다. ‘국군의 심장부’로 불리는 계룡대에서 업무 보고가 이뤄진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국방부는 우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연합 지휘소연습(CPX)은 반기별 1회 실시키로 했다.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은 연대급 이상은 한미가 각각 단독 실시하고, 대대급 이하와 해외 파견 훈련은 정상 실시한다. 다만 북한 향후 행보에 따라 훈련 규모·방식에는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변화되는 상황에 맞춰 우리 능력이나 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3월 위기설’처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군사 도발에 나선다면 2017년 수준의 대규모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다시 나설 경우, 협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한미가 조정된 연합훈련까지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북한과 대화 여건이 마련되면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내 초소(GP)를 단계적 철수하는 방안도 협의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실질적인 전환 단계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반기에 이뤄질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에 전군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충남 계룡대에서 국방부로부터 2시간 30분에 걸친 업무보고를 받고, 첨단기술을 적용한 우리 군의 훈련체계 시연 등을 관람하며 군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문 대통령의 계룡대 방문은 이날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결정한 것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얼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미국의 드론 작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폭사시킨 일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군의 무인기 기술 및 전력화 수준, 대응 능력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무인기는 각 군에서 이미 운영 중이며, 중고도 무인기는 개발이 완료돼 조금 보완하면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업무보고에서는 안티드론(Anti-drone) 무기인 레이저 대공 무기가 처음 공개됐다. 군은 이 무기를 2023년까지 전력화할 예정이다. 레이저 대공 무기는 드론을 실질적으로 파괴하는 ‘하드킬’ 방식의 대표적인 무기다. 레이저 빔을 표적 취약부에 집중적으로 조사(照射)해 가열한 뒤 표적에 불을 붙여 격추한다. 소프트킬 방식인 ‘재밍’(전파교란)을 활용한 안티드론 장비도 전시됐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배곧 경제자유구역 글로벌 4차산업 선도기지’로 조성하겠다”

    “배곧 경제자유구역 글로벌 4차산업 선도기지’로 조성하겠다”

    경기 시흥시가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배곧 경제자유구역 혁신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충목 스마트시티사업단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배곧지구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예비지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시흥시가 4차 산업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미래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결과”라며 “배곧지구를 글로벌 4차산업 선도기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하는 특별 경제구역으로 외국인 투자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등 혜택을 부여한다. 현재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와 시흥배곧서울대병원을 유치하며 4차 산업도시로 도약 중이다. 시는 경제자유구역을 통한 추진력 확보의 필요성을 느껴 경기도와 협의를 통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해 왔다. 향후 중앙부처들과 협의해 오는 6월 공식 지정이 확정되면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을 수립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선정된 배곧지구 0.88㎢는 서울대 시흥스마트캠퍼스와 시흥배곧서울대병원 등 산·학·연 연계에 유리한 앵커 시설이 들어선다. 주변 시화MTV와 시흥스마트허브 등과 함께 산업활동 집적지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시는 배곧지구에 총사업비 1조 6681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육·해·공 무인이동체 연구단지와 글로벌 교육·의료 복합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무인이동체 연구단지는 4차산업 시대에 대비해 각종 무인이동체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시험장으로 개발한다. 또 서울대와 연세대 등 6개 대학과 현대모비스·삼성전자 등 40개 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연계 혁신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미래모빌리티센터(육상무인이동체)와 대우조선해양 시험수조 연구센터(해상무인이동체), 항공연구센터(공중무인이동체)를 유치해 육·해·공 무인이동체의 연구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교육·의료 복합클러스터는 월드뱅크·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와 서울대·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 등과 연계해 세계적인 의료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중심지로 조성한다. 산기대와 과기대·시화병원 등 지역 기관과도 협력해 지식 융복합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배곧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경제효과는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조세 감면과 수도권정비법의 각종 규제 완화, 외국 교육·의료기관 설립 허용 등 정주 환경 개선, 국공유지 임대 및 임대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제공돼 외국자본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는 국내기업 투자 5561억원, 외국인 투자 유치 5560억원, 일자리 창출 1만 5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개발에 따른 경제성 분석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528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 9622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 5897명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지역 내 직간접 소득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고용 창출 효과를 유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도신도시와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시흥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충목 스마트시티사업단장은 “시흥시를 비롯한 서해안권 도시들이 산업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황해경제자유구역 확대로 발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투자 효과가 시흥시를 넘어 서해안권 도시에까지 확산되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촉진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그린존에 사이렌”…이라크 美대사관 근처 또 로켓공격

    “그린존에 사이렌”…이라크 美대사관 근처 또 로켓공격

    “이란 지원 받는 시아파 민병대 의심”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이 또다시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고도 경비 지역인 그린존에 로켓포 3발이 떨어졌다. 로켓포 공격 후 그린존 지역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그린존은 관공서와 공관 등이 들어선 구획으로, 경계 수위가 매우 높다. 최근 여러 달 동안 이라크 그린존은 자주 로켓 공격을 받았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폭살한 후에도 그린존에 로켓포가 떨어졌다. 로켓 공격 주체를 자처하는 세력은 없었지만 미국은 대체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 주체로 지목해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시론] 정권마다 바뀌는 정부조직 개편 멈춰야/명승환 인하대 행정학 교수

    [시론] 정권마다 바뀌는 정부조직 개편 멈춰야/명승환 인하대 행정학 교수

    지난 수십년 동안 정권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소위 ‘부처 이기주의’는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 보면 부처이기주의란 ‘사회 일반 소속이 명확하지 않은 어떤 사항이나 일에 대해 자기 부처에 이익이 되면 자기 관할이라고 우기고, 사고 따위로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는 자기 관할이 아니라고 떠넘기는 태도나 경향’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부처이기주의로 인한 폐해에 대한 일화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서 외려 치유 불가능한 구조적인 문제로 방치되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물 관리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의 부처 간 관할 다툼으로 인한 갈등과 함께 공유숙박사업, 유료방송합산규제, 스마트공장 등 미래 핵심사업들도 칸막이 행정과 부처 간 지향 목표 차이로 표류하고 있어 국가 미래를 암담하게 하고 있다. 정권 출범 시에 국정운영의 필수요건인 ‘기획, 조정, 집행’의 추진 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운영된 결과가 결국 이처럼 모래알같이 흩어져 낮에만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중복된 정책과 규제를 양산한 것이다. 서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방향키를 잡고 이러저리 흔들어 대니 각 부처는 그저 생색내고 청와대 입맛에 따른 이벤트성 행사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정권 교체기마다 졸속적 조직 개편이 반복되다 보니 해외 주요 파트너국가들의 정부와 기관들은 수시로 바뀌는 우리나라의 조직과 사람들을 새로 파악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쪼개고, 합치고, 떨어져 나가고, 없어지고 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현상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통제하는 ‘z세대’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연, 지연, 이념, 성차별, 세대 간 갈등과 같은 기존의 사회적 부작용만을 탓할 수도 없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이어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학자들과 정당 연구소, 대선캠프의 전문가 그룹은 또 다양한 그림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시할 것이다. 새 정부의 국정이념과 100대 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명분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새 정부 출범 조직 개편의 결과는 정치적 편향주의, 싹쓸이 문화, 극단적 이념대립 속에서 탄생한 기형적인 조직이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부처이기주의는 어쩌면 기존·신설·강제합병 부처와 구성원들 간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예측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다른 지향점과 정책목표, 단절적인 국정과제가 반복되면 조직은 자연히 살아남기 위해서 조직 팽창이나 자기 테두리 지키기 등 당장의 생존 전략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미래 사회는 시민 중심적 국가, 디지털 방식의 보편화, 인공지능(AI)을 사회 전 분야에서 쉽게 쓰는 사회, 데이터 기반 업무와 정책, 그리고 개방적인 공동체 중심의 사회라는 공통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에는 ‘애자일’(agile·민첩하다) 기업 경영 전략이 미래 조직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애자일 경영은 빠른 결정과 공감대 형성, 아이디어의 빠른 기획과 실험, 실패를 통한 교정, 플랫폼 중심의 생산ㆍ소비 공유네트워크, 디지털 융합기술 활용 등으로 요약된다. 수시로 만나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중시하고, 특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조직과 구성원의 가슴을 뛰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단순명료한 전략과 실질적인 보상을 선호한다. 이 같은 국제 비전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조직 뒤흔들기로 인한 사회적비용 낭비를 멈춰야 할 때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020년 국무위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칸막이 허물기 등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주문한 정책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한 ‘원팀’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는 자리였다. 미래 핵심산업과 사회 문제가 부처이기주의에 장기간 표류하고 기형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신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손 댈 필요가 없는 문제 해결 중심의 근본적인 정부조직 개편안과 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존경받는 대통령이라도 좋은 정부와 인재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추진 체계와 제도로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정권 교체기마다 바뀌는 무리한 정부조직개편, 이제는 멈춰야 한다.
  • 한옥 품은 교회… 눈물의 섬에 띄운 방주

    한옥 품은 교회… 눈물의 섬에 띄운 방주

    한국의 양대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특히 건축이 그렇다. 교회는 뾰족한 종탑이 있는 서구 중세풍의 고딕 건물을, 사찰은 아무래도 기와지붕의 전통 한옥을 연상케 된다. 그러나 불교 사찰같이 생긴 교회와 성당이 있다. 나무기둥에 기와지붕을 얹은 이른바 ‘한옥교회’들이다. 이들은 선교 초기인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주로 지어졌고,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교회가 강화읍에 있는 강화성공회성당이다.한반도 남부에서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1893년 조선 왕실은 강화도에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을 설치했다. 당시 최강인 영국 해군을 따르려고 영국인들을 초청해 교육을 맡겼다. 이 기회에 영국성공회가 강화도에서 선교를 시작했고, 1900년 트롤로프(조마가) 신부가 강화성당을 준공했다. 성공회는 강화도에 11개의 교회를 더 지었는데, 현존하는 온수리성당을 비롯해 모두 한옥 교회였다. 뿐만 아니라 1950년도까지 한국성공회는 서울과 부산성당을 제외하고 모두 한옥 교회를 건축했다. 유독 이 교단이 한옥을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축은 선교의 신학이며 전략 성공회는 헨리 8세가 자신의 이혼 문제를 빌미로 로마교황청으로부터 독립한 영국국교회다. 대부분의 교리와 전례는 가톨릭을 따르지만, 사제의 결혼을 허용하는 등 독자적인 체제도 만들었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유럽이 구교와 신교의 극심한 갈등을 겪을 때, 성공회는 양자를 포용하는 중도의 길을 천명했다. 19세기에 갱신을 위한 옥스퍼드 운동이 일어나 “본질적인 것은 일치, 비본질적인 것은 다양화”라는 신학을 정립했다. 특히 해외 선교에서 “토착민의 마음을 얻으라”는 현지 문화 수용 전략에 충실하게 된다. 교회 건축도 당연히 토착적인 양식 한옥에서 출발했다. 파리외방전교회가 전파한 한국 가톨릭은 프랑스 고딕을 주된 건축의 모델로 삼았다. 서울 약현성당이나 명동성당과 같은 전형적인 고딕 성당이 가톨릭을 대표하는 건축 형식이었다. 개신교는 서울의 정동교회와 같이 미국에서 유행하던 빅토리아 양식이나 약식 고딕을 따랐다. 반면 한옥 교회를 선호한 성공회 선교사와 사제들의 태도는 달랐다. 서울주교좌성당마저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랐다. 이를 주도한 트롤로프 3대 주교는 궁궐과 한옥이 가득한 한양의 경관에 원초적인 로마네스크 교회가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토착 문화와 환경을 존중한 성공회의 건축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선교 모국의 건축과 문화를 이식했던 가톨릭이나 개신교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 기독교도들은 오히려 한옥 교회를 배척했다. 유교의 봉건적 모순에 질식했던 그들에게 전통이란 버려야 할 적폐이고, 서구의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서양식 고딕 교회를 더 이상적이고 현대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성공회와 한옥 교회는 너무나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한옥에 담은 바실리카 교회 바실리카란 원래 로마에서 공공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기독교 공인 후 바실리카를 초기 교회로 사용하면서 기독교 교회를 뜻하게 됐다. 내부에 2열의 높은 기둥을 줄지어 세워 가운데 높고 넓은 신랑(身廊)과 양옆 좁고 낮은 측랑(側廊)으로 공간을 3분한다. 신랑 끝에는 제단부를 설치하고, 신랑의 높은 벽에는 고창을 설치해 하늘의 빛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이 자연의 빛은 신의 은총과 임재를 상징하게 됐다. 중세 기독교의 성찬 전례와 이원론적 신학에 적합한 공간 구조여서 바실리카는 대표적인 기독교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초기의 한국 가톨릭이 고딕 교회를 채택한 것도 바실리카 공간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선교사들은 기둥식으로 이루어진 한옥으로 바실리카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2열의 높은 기둥으로 지붕을 받는 이른바 2고주 7량 구조의 한옥이면 신랑과 측랑을 구성할 수 있다. 단 한옥은 건물의 긴 면이 정면인데 비해 바실리카는 짧은 면이 정면이 돼야 한다. 이 문제는 전통 한옥을 90도 돌려 놓으면 해결할 수 있다. 강화성당은 신랑의 기둥을 더 높여서 측랑과 한 층 차이가 나도록 하여 그 높은 벽에 모두 유리로 된 고창을 설치했다. 더욱 정통적인 바실리카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강화읍을 감싸는 능선 위에 자리해 대지의 폭은 좁고 길이가 길다. 앞부분에 외삼문과 내삼문을, 중심부에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긴 본당을, 뒤편에 ㄷ자 한옥인 사제관을 배열했다. 전체적인 모습은 언덕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은 모양이다.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행주(行舟) 형국이기도 하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의 방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국적 의미와 기독교적 상징이 상통하는 모습이다. 강화성당은 당시 주임신부인 트롤로프가 직접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건축과 문화에 조예가 깊어서 한국 불교에 대한 연구 논문까지 집필할 정도였다. 그는 압록강까지 가 백두산의 홍송을 직접 구입해 목재로 사용했고, 경복궁을 중창했던 도편수에게 전체 공사를 맡겼다. 본당 외벽 아래는 붉은 벽돌로 마감했는데, 중국인 조적공들의 솜씨다. 강화도 현지 돌을 석재로 썼지만, 벽돌은 중국산이었다. 철물을 비롯한 몇몇 부품들은 영국에서 직수입했다. 특히 본당 옆면과 뒷면에 달린 아치형 판자문은 영국에 주문 제작한 것으로 전해 온다. 문 안쪽의 구조가 영국기 유니언잭 모양이고, 육중한 철물과 열쇠도 영국제다. 강화성당의 건축은 영국인 사제가 주도했지만, 온수리성당은 동네 유지였던 광산 김씨 가문이 재정과 건축을 담당했다. 화려한 단청까지 칠한 강화성당이 사찰과 비슷하다면 1906년에 건립한 온수리성당은 품격 있는 양반집과 같은 교회다. 입구는 3칸의 솟을대문으로 만들었다. 가운데 칸, 대문 위 다락에 종을 달아 종탑같이 사용한다. 본당은 정면 3칸, 측면 9칸의 기와집이다. 강화성당은 중층이지만 온수리는 단층이다. 그럼에도 내부는 2열의 고주를 세워 신랑과 측랑을 구분하는 바실리카 형식을 고수했다. 대부분의 한옥교회는 온수리성당과 같이 친근한 형식이다. 강화성당이 한옥 교회의 대표작이라면 온수리는 보편작이다. ●동양과 서양, 길과 그릇의 문제 19세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밀려오는 서구 문명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고유한 문화를 지키려 고뇌에 찬 방법론을 제시했다. 청나라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그리고 조선의 동도서기(東道西器)론이다. 김윤식 등이 주장한 동도서기론은 서양의 기술 안에 동양의 정신을 담자는 전통 유학자들의 내부적 경세론이었다. 반면 서양 선교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강화도의 성공회 성당들은 한옥의 틀에 기독교의 공간과 정신을 담았다. 동양의 그릇에 서양의 정신을 담는 ‘서도동기’가 기독교 선교의 연착륙 비법이라 여겼다.강화도는 개성과 한양의 바다쪽 입구로, 서쪽에서 오는 문물의 첫 전파지요 수용처였다. 고려 말 안향이 성리학을 들여온 첫 번째 장소였고, 기독교의 선교사들이 선호했던 우선 선교 지역이었다. 그만큼 외침도 많았다. 몽골, 청, 프랑스, 미국, 일본의 군사 침략에 맞선 저항의 최전선이기도 했다. 당연히 수탈과 피해와 박해도 엄청났다. 교회사학자 이덕주 교수는 기구한 이 섬의 역사를 정리해 강화도를 ‘눈물의 섬’으로 지칭했다. 씨를 뿌린다고 모두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다. 밭이 좋아야 한다. 기독교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강화도는 새로운 사상의 발생지였다. 정제두 등 실학자와 수도권의 문화인들이 모여 진보적인 강화학파를 형성했고, 이들의 맥은 후일 개화파와 계몽운동으로 연결된다. 강화학파의 지적 토대는 기독교도 주체적 수용의 대상으로 삼았다. 강화성당 정면 5개의 기둥에 주련들이 걸려 있다. 창조, 구원, 삼위일체, 복음, 영생 등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한문으로 쓴 것들이다. 그러나 주련에 등장하는 무시무종, 주재, 인의 등은 성리학의 개념어들이다. 이미 그들은 동양의 길과 서양의 정신을 하나로 통합했다.21세기에 동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한국이 선도하는 5G 기술은 전 인류가 공유할 모두의 그릇이다. 동기든 서기든 모든 그릇은 전 지구가 공유하고 교류한다. 그러나 동도든 서도든 이 시대의 길은 있는가? 기술은 넘쳐 나지만 그 기술을 선택하고 활용하고 제어할 정신은 희박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릇이 아니라 길이다. 한 세기 전 이 땅의 선교사들과 지식인들이 한옥 교회를 창조했듯이 새로운 길을 찾아야 새로운 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미·이란 증오의 70년, 새 핵협정과 제재 해제 갈림길에 서다

    새해 벽두부터 중동에 전운이 뒤덮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군 최고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서 미국 드론의 폭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군 전투기에 기지를 폭격당한 친이란계 민병대 지지 세력이 3일 전 이라크에 있는 미 대사관 점거를 시도한 데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었다. 이란 종교도시 곰에 있는 잠카런 사원 꼭대기에 붉은 깃발이 올랐다. 순교의 피가 흐를 격렬한 전투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란의 ‘복수’ 의지 표명으로 치솟은 긴장감은 엉뚱하게 무고한 176명이 타고 있던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여객기가 피격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정부 시위로 가득했던 이란은 솔레이마니 사망으로 반미 시위가 휩쓸었다가, 여객기 피격으로 다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등 난장판이 됐다. 양국 간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국제사회가 체결한 핵협상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이어 이란에 가혹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최악의 경제 궁핍에 처한 이란은 중동 곳곳에 구축한 시아파 민병대를 통해 미국과 동맹에 군사 압박을 가했다. CNN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증오의 역사는 약 70년 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 1953년 본격적으로 이란 내정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인 이란은 수백년간 수니파 이슬람 세력의 침략과 영국 소련의 수탈로 쇠약해져 갔다. 영국은 1900년대 초부터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통해 이란 석유 비축량을 통제해 왔다. 1951년 반외세 민족주의를 내세운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민주적 지지를 통해 총리로 임명됐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석유 국유화 조치로 앵글로 이란 석유회사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 조치는 중동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영국과 미국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영국과 미국은 이란에서 움튼 민주주의 싹을 밟았다. 영국은 이란 자금을 차단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1953년 영국 첩보기관과 함께 이란 쿠데타를 부추겼다. 모사데크는 반역 혐의로 체포돼 3년을 복역하고 가택연금 상태로 여생을 보냈다.1909년 제헌 혁명으로 도입된 입헌정치는 쿠데타로 끌어 내려지고, 이란은 샤(페르시아의 왕)가 통치하는 왕정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덕분에 다시 정치 권력을 얻은 무함마드 리자 팔레비는 이란을 친미국가로 만들어 갔다. 현재 서방국가와 이란의 갈등 중심엔 ‘핵’이 있다. 그런데 이란 핵 기술을 처음 지원한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과 이란은 1957년 민간 핵 협력에 합의한다. 미국이 이란에 기술과 자원을 지원하는 게 합의 골자다. 1970년대 미국 지원을 받은 이란은 핵 개발을 시작했고, 오늘날 논란이 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의 토대가 됐다. 이란이 언제까지나 친미 노선을 가게 될 거란 미국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을 등에 업은 팔레비 국왕이 반대파와 국민을 탄압했다. 모사데크 계열의 민족주의 노선,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노선, 무자헤딘 등 무장노선이 모두 반 왕정 전선에 뛰어들었다.결국 1979년 1월 팔레비 국왕은 미국 보호를 받으며 이란을 떠났다. 1964년 체포됐다 추방돼 터키, 이라크, 프랑스 등을 떠돌던 호메이니가 2월 귀국했다. 4월 1일 국민투표에 이어 그는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한다. 미국과 이란이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역사의 선을 넘게 되는 사건은 1979년 11월에 일어났다. 이란 학생들은 테헤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해 인질 52명을 444일 동안 억류하며, 암 치료를 구실로 미국에 입국한 팔레비 왕을 이란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국교는 단절됐고 이후 공식적으로 결코 복원되지 않았다. 양국 사이 증오는 미국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면서 더 깊어졌다. 이라크에서 집권한 수니파 사담 후세인은 자국민 65%에 해당하는 시아파가 옆 나라 이란의 혁명에 휩쓸릴 것을 두려워해 선제공격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에도 8년에 걸친 전쟁은 이란 승리로 끝났다. 당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입대한 솔레이마니는 이 전쟁에서 커다란 전공을 세워 국민 영웅이 됐다.미국은 수십년째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던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은 앞에선 이라크를 지원하며 뒤로는 이란에 무기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붙잡힌 미국인 석방에 이란이 도움을 줄 거라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란이 실수로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사실에 세계가 황망함을 금하지 못하고 있지만, 1988년엔 미국이 이란에 똑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선박과 무력을 주고받던 미국 군함 빈센호는 290명이 타고 있던 이란 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시켰다. 미국은 실수라고 했지만 이란은 지금도 고의로 보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1997년 IRGC 내에서 해외 작전을 주도하는 엘리트 쿠드스 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때부터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등 시아파 지역에 국가 자산을 투입해 민병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이란 용병 역할을 하는 준군사조직들을 만들어 지원했다. 민병대들은 현재 10만여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중동에서 이란 대리군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비대칭전력(상대가 보유하지 못하거나 상대보다 월등히 많은 전력)이 됐다. 200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란을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공동의 적’인 탈레반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뒤에서 은밀히 도와주던 이란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에 분노했다. 다음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에서 고농축 우라늄 흔적을 발견했다. 2005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란은 국제사회와 핵 문제로 빈번하게 충돌했다. 수많은 제재로 이란은 경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수십년간 갈등 일로를 걸었던 두 국가 사이에 극적으로 온기가 돌던 때가 있었다. 2013년 취임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인 9월 오바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양국 정상의 통화는 3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당시 두 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미국, 이란,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은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체결했다. 이란이 민감한 핵 활동을 자제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대가로 미국 등은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2017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해 5월 JCPOA에서 미국을 탈퇴시키고 이란에 다시 전면적 제재를 가했다. 양국 간 긴장의 골은 계속 깊어져 갔다. 특히 지난해 5~6월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은 외국 유조선 6척을 나포했다. 6월 이란은 호르무즈 상공에서 미국 드론을 격추시켰고 트럼프는 공습 명령을 내렸다 취소하기도 했다. 9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됐는데 국제사회는 이 역시 이란의 공격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갈등과 긴장 고조는 자신의 서명으로 새 핵합의를 체결하려는 트럼프와 미국 제재로 경제 위기에 몰린 이란의 적대 행위로 요약된다. 지난 8일 이란의 우크라니아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뒤로, 유럽이 이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 탈퇴와 이란의 협의 이행 축소 조치로 흔들리는 핵합의 틀 안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합의 보존을 위해 분투하던 유럽이었다. 유럽 JCPOA 서명국들은 지난 14일 합의 유효성을 논의하는 분쟁조정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19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은 핵합의 계속 준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국을 연일 압박하는 가운데, 국내 비판에 몰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내릴 결정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문희상 아들, 돌아온 홍문종과 승부…세습 논란에도 예비후보 등록 강행

    문희상 아들, 돌아온 홍문종과 승부…세습 논란에도 예비후보 등록 강행

    보수색 짙지만 文의장 개인기로 6선 文에 2번 졌던 홍문종, 갑 출마 유력 문석균 출마 비판 속 지지 의견 팽팽“정치를 ‘부자 세습’한다니 북한도 아니고 말도 안 됩니다.” “아버지 때문에 출마가 안 된다는 건 역차별 아닌가요? 저는 출마를 지지합니다.” 경기 의정부갑은 6선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희상 국회의장 지역구다. 이곳에서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48)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 민심이 떠들썩하다. ‘공천세습’, ‘아빠찬스’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50세가 다 돼 가는 중년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는 지지론이 팽팽히 맞선다. 의정부갑 선거구는 의정부동·호원동·가릉동·흥선동·녹양동 등 원도심을 포함하고 있어 겉으로는 보수 성향이 다소 강한 편이다. 이런 곳에서 문 의장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 연속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이라기보다 문 의장의 개인 능력과 운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아들인 문 부위원장은 열심히 뛰고 있다. 그동안 지역을 다졌고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며,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된 이튿날인 지난 16일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언론 접촉은 피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경기북부 지역 A시장은 “문 부위원장이 의정부갑 ‘공천세습’ 논란이 타 지역 판세에 악재가 될 것을 당이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지역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강행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의정부을이 지역구인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가 한국당과 연합해 의정부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 부친이 설립자이자 홍 대표 부자가 이사장·총장 등을 지낸 경민학원(초중고등학교)·경민대가 의정부갑구에 있다. 홍 대표는 문 의장과 의정부에서 오랫동안 경합을 벌여 왔다. 3회 격돌해 홍 대표가 1회, 문 의장이 2회 이겼다. 의정부 지역 지방의원들도 두 정치인을 중심으로 양분돼 대립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의정부시가 분구된 뒤 치러진 2004년 17대 총선에서 문 의장에게 패한 후 의정부을로 지역구를 옮겨 19대와 20대 총선에서 당선했다. 홍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문 의장의 보좌관 출신인 김민철 민주당 의정부을 지역위원장과 맞붙어 9%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지만, 약 22%를 득표한 국민의당 정희영 후보가 불출마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 한국당에서는 지난 17일 강세창 경기도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과 국가혁명배당금당 서정림(정당인)씨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정은 불참한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장례식

    김정은 불참한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장례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의 장례식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진행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직접 빈소를 찾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최룡해(맨 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리설주(오른쪽 세 번째) 여사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뉴스1
  • 김정은 불참한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장례식

    김정은 불참한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장례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항일 여성 빨치산’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의 장례식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진행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직접 빈소를 찾았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최룡해(맨 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리설주(오른쪽 세 번째) 여사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뉴스1
  • “2년 내 유니콘기업 30개 키운다” ‘벤처 4대 강국’ 민주당 2호 공약

    평화당 “1억짜리 아파트 100만호 공급” 더불어민주당은 20일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을 30개 육성하고 벤처투자액을 연간 5조원 달성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을 4·15 총선 2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경제 분야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총선공약 발표식을 열고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유니콘 기업이 다수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면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30개가 육성되고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벤처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과감한 정책지원으로 신성장동력 확보 및 혁신형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현재 11개인 유니콘 기업을 2022년까지 30개로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을 밝혔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스케일업(규모 확대) 펀드를 4년간 12조원 조성 및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 확대로 적자 상태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자본시장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도 약속했다.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민간부문 포함 벤처투자액 5조원을 달성하고 3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펀드 조성으로 전체 중소기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20평 아파트 100만호, 1억원에 공급’이라는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존의 분양 위주, 민간건설사 위주의 공공주택 개발 방식을 탈피하고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공공의 자산 증거를 기초로 하는 주택 공급방식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주택 공급으로 20평 아파트 100만호를 1억원에 공급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서민, 청년, 신혼부부 주거 불안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18개동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 광명시민 삶 한단계 도약한다

    18개동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 광명시민 삶 한단계 도약한다

    새해 경기 광명시는 주민자치회를 전면 실시해 마을공동체를 강화하는 등 시민들의 힘을 기반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 20일 광명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들이 토론회에 참여하고 투명한 공개행정으로 광명시민을 시정 중심에 두고 지속가능한 광명 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 지난해 성장을 밑거름 삼아 올해는 시민들이 더 많이 시정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나은 삶을 위해 한발짝 전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18개동 주민자치회 전면 실시… 마을공동체 강화 시는 2020년을 주민자치의 해로 정했다. 서로 토론하며 공감을 이룬 것을 넘어 제도와 예산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나누고 마을로 들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주민자치를 추진한다. 주민자치회를 18개 전 동으로 확대 시행하고 주민세를 주민이 마을을 위한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직접민주주의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또 마을지원센터를 설립해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지원을 강화한다. 또 시민역량을 높여 시민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광명자치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안·충현·소하도서관에 북카페 등 공유 공간을 조성해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 새롭게 문을 여는 평생학습원과 연서도서관의 복합공간과 광명시 전역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통해 공동체 가치를 회복해 갈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노력 시는 2022년까지 총 5만 6000여 개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체계적인 일자리를 추진하기 위해 일자리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민의 인생 2모작을 지원하기 위해 50+사회공원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며 광명형 청년인턴제와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서비스 등 각 세대에 맞는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한다. 또 오는 3월 개원하는 한국폴리텍대학 광명융합기술교육원에서 빅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 융합형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시·산·학 시스템을 구축해 일자리 창출에 노력한다. 시는 지난해 12월 일직동에 기업지원센터 문을 열고 일자리와 연계하고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 등 원스톱 기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입주 예정인 엠클러스터와 국제디자인클러스터, 소하동 지식산업센터를 위한 기업지원센터를 추가 설치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올해 광명시 벤처창업박람회를 처음으로 개최해 판로 개척을 돕고 창업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는 자영업지원센터와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성한다. 또 지난해 76억원어치 발행했던 광명사랑화폐를 100억원으로 확대 발행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철망산 평생학습원 새로 오픈 생활환경 개선 올해 철망산에 평생학습원이 새롭게 문을 열고 제2의 도약을 시작한다. 시는 평생학습 네트워크와 동아리를 더욱 활성화하고 시민 실천학교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명교육협력지원센터도 새롭게 문을 연다. 광명마을학교 등 교육혁신지구 사업과 함께 마을과 학교를 잇는 교육 공동체를 강화해 즐겁게 배우고 신나게 나누는 교육환경을 조성한다. 기후 위기에 체계적인 대응과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을 위해 기후에너지혁신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태양광 설치와 보급을 확대하고 쿨루프 사업, 승강기 자가발전장치 지원을 시작하며 친환경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구매를 지원한다. 철산동 시민운동장 지하 주차장과 공연장 등이 들어설 광명동초등학교에 복합시설을 건립해 주차공간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을 늘린다. 또 아이누리놀이터와 체험놀이터, 어린이공원 등 놀이터와 영유아 체험센터도 조성하고 광명도서관과 하안도서관에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등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박승원 시장은 “시민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자치분권 시대를 준비해 나가겠다”며, “시민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교육과 일자리, 복지, 문화 등 생활정책을 추진하고 자족도시로 가는 기반을 탄탄히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광명, 다 함께 잘 사는 광명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자금성 금수저’ 중국인 여성, 이번엔 시험 문제 유출 논란

    ‘자금성 금수저’ 중국인 여성, 이번엔 시험 문제 유출 논란

    중국의 세계적 문화 유산인 자금성에 무단으로 고급 외제차를 끌고 들어가서 찍은 사진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여성이 이번에는 시험 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류사오바오 LL’이라는 이름의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중국 누리꾼들을 분노케 했다. 이 여성은 자금성 휴관일인 월요일에 태화문 앞 광장에 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세워두고 친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자금성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외국 국가원수가 방문할 때조차 차량 진입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 일개 개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휴관일을 틈타 고급 외제차를 끌고 들어가 사진을 찍고 이를 버젓이 자신의 계정에 자랑하듯 올려놓은 것이다. 중국의 누리꾼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가오루’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중국의 관광 정책을 총괄하는 중국여유국 국장을 지낸 허광웨이의 며느리이자, 혁명 원로 허창궁의 손자 며느리다. 이 여성의 집안 배경이 밝혀지자 중국 전역에서는 혁명 원로의 2세를 가리키는 ‘훙얼다이(紅二代)’에 이어 훙얼다이의 자녀, 사위, 며느리 등 ‘훙삼다이’가 특권 의식에 젖어 대놓고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없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중국 누리꾼들이 계속해서 추적을 이어간 결과, 이번에는 이 여성이 대학원 재학 시절 시험 문제와 답안지를 휴대전화로 촬영, 유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 2012년 가오루는 창춘이공대학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 전공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당시 대학원생 영어 학위 시험을 치르면서 휴대전화로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촬영했다. 이후 그는 웨이보에 이 사진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려놨고, 시험문제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적은 글까지 올렸다. 휴대전화 반입이 절대 금지되는 대학원 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들어가 시험문제와 답안지를 촬영해 유포했다는 사실에 중국 누리꾼들은 교육 부문에서도 특권층의 부정행위가 만연한 것 아니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창춘이공대학 측은 이같은 비난 여론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조사를 벌인 뒤 낸 성명을 통해 “가오루가 학칙을 위반하고 휴대전화로 시험문제를 촬영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감독 교사가 이를 적발하지 못했지만, 가오루는 논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오루는 웨이보나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에 부를 과시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자주 올리는 왕훙(인터넷 유명인)이기도 하다. 한 동영상에서는 각각 1000만 위안(약 17억원)과 580만 위안(약 9억 8000만원)짜리 명품 손목시계를 자랑한 적도 있다. 논란이 점점 커지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까지 나서 논평을 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봉건 특권층의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인식을 누군가 깨뜨리려고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밝혀내지 않으면 ‘깨진 유리창’처럼 만회할 수 없는 신뢰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일갈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유리창이 깨진 상점이나 자동차 등 사소한 일탈 행위를 방치하면 사회의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혀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민주당, 와이파이 이어 ‘벤처 강국’ 공약…“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민주당, 와이파이 이어 ‘벤처 강국’ 공약…“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총선 2호 공약…‘벤처 4대 강국 실현’ 목표‘K-유니콘 프로젝트’·벤처투자 연 5조 달성코스닥·코넥스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새로운 것 부족” 지적에 “종합 패키지 공약”더불어민주당이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시가총액 1조원 이상)을 30개 육성하고 벤처투자액 연간 5조원을 달성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을 내놨다. ‘전국 무료 와이파이’에 이은 4·15 총선 2호 공약이다. 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주재한 가운데 총선공약 발표식을 갖고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오늘 공약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벤처업계 도약에 날개를 달고, 혁신 성장의 엔진이 되겠다는 약속”이라면서 “1998년 IMF 위기,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에 혁신성장을 견인한 힘이 자본시장의 모험력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늘은 제2의 벤처 붐이 시작되는 날”이라면서 “이인영의 또 다른 이름이 ‘벤처 정치인’이 되도록 벤처 육성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유니콘 기업이 현재 11개로 미국(210개), 중국(102개), 영국(22개), 인도(18개), 독일(12개)에 이어 6위다. 민주당은 우선 유니콘 기업을 2022년까지 30개로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을 제시했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스케일업(규모 확대) 펀드 4년간 12조원 조성 및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 확대를 통해 적자 상태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시스템 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소벤처기업 중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유망기업을 선정해 컨설팅, 장비구입·이용, 연구개발(R&D)을 중점 지원할 계획이다. 또 민주당은 자본시장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도 함께 마련했다.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에 매년 1조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민간부문 포함 연간 벤처투자액 5조원을 달성하고, 30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펀드’ 조성을 통해 전체 중소기업이 크라우딩 펀딩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민주당은 벤처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강화책으로는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 2022년까지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를 1억원으로 단계적 확대, 엔젤투자자 벤처투자액 소득공제와 양도소득세 비과세 일몰 기한을 2023년까지 3년 연장 등을 제시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발표식 후 공약에 새로운 내용이 부족하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제2벤처붐 조성을 역점 추진해왔다.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을 위한 종합적 패키지 방안을 공약으로 던진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에도 총선 1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버스·터미널 등 교통시설과 학교·박물관·전통시장 등 전국에 와이파이 5만 3000여개를 구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여자 빨치산‘ 황순희 100세 거의 채우고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여자 빨치산‘ 황순희 100세 거의 채우고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지난 17일 사망한 북한 ‘혁명 1세대’ 황순희의 장례식이 19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며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인 항일혁명투사 황순희 동지의 장의식이 19일 평양에서 국장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장례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당·정·군 고위간부 70명으로 구성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들과 유가족이 참석했다. 지난 17일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마련된 빈소를 조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인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대성산혁명열사능으로 이동했는데 평양 시민들은 “슬픔에 잠겨 발걸음을 멈추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 제1부위원장은 영결식 애도사를 통해 “절세위인들의 사랑과 보살피심 속에 혁명가로서, 여성으로서 값높은 삶을 누려온 한생이였으며, 수령의 사상과 권위, 영도를 백방으로 옹호하고 충직하게 받들어온 견결한 전위투사의 한생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가 당과 혁명,조국과 인민 앞에 세운 공적은 길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유해는 남편 류경수의 묘에 합장됐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명의로 화환이 바쳐졌다.지난 17일 오전 10시 20분 급성 폐렴으로 인한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 고인은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 등과 함께 동북항일연군에서 활동한 ‘여자 빨치산 혈통’의 대표 인물로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졌다. 6·25 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입성한 류경수 전 105탱크사단장의 아내로, 두 사람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숙의 주선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맥과 빨치산 출신이란 상징성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조선혁명박물관 시찰 때 휠체어에 탄 황순희를 끌어안는 등 예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국 8년(서기 1919년) 5월 3일 중화민국 길림성 연길현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중국 동북지방에서 김일성유격대 간호원으로 빨치산 활동을 했으며, 1945년 11월 북한에 돌아왔다. 1956년 3월 조선민주여성동맹 양강도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1961년 9월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1965년 10월 조선혁명박물관 당 중앙위 위원장, 1969년 8월 조선민주여성동맹 중앙위 위원, 1969년 11월 당 중앙위 위원을 차례로 역임했다. 그 뒤 1971년 10월 ‘여맹’ 중앙위 비서, 1973년 6월 조선혁명박물관 당 중앙위 비서, 1977년 12월 ‘여맹’ 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1980년 10월 당 중앙위 위원에 올랐다. 1988년 7월 조선혁명박물관 당 중앙위 비서를 거쳐 1990년 5월 조선혁명박물관 관장을 맡았고, 2010년 9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에 선임됐다. 1962년 10월 최고인민회의 제3기 대의원에 선출돼 2003년 제11기까지 일곱 차례(3~5기, 7~11기)나 대의원을 지냈다. 1979년 5월 노력훈장과 1982년 4월 김일성훈장을 받았으며, 2005년 4월 러시아의 조국전쟁 승리 60돌 기념메달, 2010년 5월 러시아의 조국전쟁승리 61돌 기념메달을 받았다. 1994년 김일성 전 주석, 이듬해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사실상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매달리지 않고 자력갱생해 정면돌파하자고 2020년 정책 노선을 확실하게 정리한 북한 정권으로선 백두 혈통과 살가운 인연을 맺으며 만주에서 항일 빨치산 활동을 이어간 고인의 죽음이 선전 재료로 활용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조국에 충성하면 그 유족까지 살뜰히 챙긴다는 믿음을 주민들에게 심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고인의 개인사는 애닯다. 남편은 1958년 군단장으로 일하다 부관의 총탄에 스러졌고, 세 아들 가운데 한 명은 총기 오발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둘은 교통사고로 온전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 외딸 류춘옥은 김정일 위원장의 누이 김경희와 단짝 친구로 나중에 알코올 중독으로 죽었다. 사위 김창선만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로 지금도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쉬었음 인구’ 200만 시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23만 8000명 늘어난 209만 2000명이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에서 증가율이 급증했다. 쉬었음 인구의 연령대별 증가율은 20대 17.3%, 30대 16.4%, 40대 13.6% 등으로 평균 증가율(12.8%)을 앞질렀다. 물론 ‘쉬었음’의 절대 연령층은 여전히 50대와 60대다. 각각 42만 6000명, 87만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창 일할 20~40대에서 쉬었음 증가율이 급증하는 것은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쉬었음 인구가 취업 의사가 없는 실업자 수(106만 3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도 우려할 만하다. 구직조차 포기하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늘면 미래 설계가 불투명해지고 결혼과 출산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충격을 키울 수 있다. 고용지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우리 경제의 암울한 현실이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부진의 여파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에서는 각각 8만 1000개, 4만개의 일자리가 쪼그라들었다. 이는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명대를 회복하고 고용률이(60.9%)이 2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지만 고령층을 위한 저임금 단기 일자리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다. 제4차 산업혁명기에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 [In&Out] 생각보다 그들은 어리지 않다/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In&Out] 생각보다 그들은 어리지 않다/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

    3·1운동과 4·19혁명에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학생과 청소년들도 적극 참여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 역사적인 과정에 참여했을까? 그들에게 청소년 미성숙론을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역사는 분명 지속적인 선거권의 확장 과정이었다. 왕과 귀족들이 독점했던 권력이 부르주아에게 넘어갔고, 지난한 투쟁의 과정을 거쳐 빈민과 노동자, 여성, 흑인에게 선거권이 확장됐다. 소수의 엘리트 독점주의를 깨고, 천부인권 사상을 정치제도로 투영해 온 과정이 민주주의의 길이었다. 그 결과 재산과 권력이 없어도 일정 연령을 넘어서면 선거권을 지니게 됐다. 왕과 귀족, 부르주아의 관점에서 보통선거를 바라본다면 미성숙한 존재들에게 투표권을 주었다고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보통선거의 마지막 보루는 연령이다. 걱정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어른들이다. 어른들은 합의하지 못하지만 청소년들은 합의를 도출해 낸다. 어른들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지만 청소년들은 상대를 인정한다. 어른들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틀로 세상을 보지만,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들이 읽는 책의 양이 어른들보다 훨씬 많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상위권에 속하지만, 성인들의 역량 평가는 중간 수준에 불과하다. 왜 청소년들을 믿지 못하는가? 학창 시절의 민주시민 교육을 통한 성장 경험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학급회의와 학생회 활동을 의미 있게 했던 경험이 개인의 삶에 남아 있는가? 학교 측에 무엇인가를 제시해 변화를 만들어 봤던 경험을 각 개개인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기성세대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비교적 일천하다. 그러나 학교는 바뀌었다. 학생회장을 뽑는 선거를 보면 대단히 역동적이다. 후보자들끼리 토론을 하고 그 과정을 지켜본 뒤 학생들은 투표를 한다. 학생자치회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다.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칙을 학생·학부모·교원 대토론회를 통해 정하기도 한다. 우리의 교육 목표는 민주시민 양성이다. 교육기본법과 교육 과정의 목표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문서와 실제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민주시민은 단순히 교과서의 지식을 욱여넣는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삶과 문화,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기ㆍ승ㆍ전ㆍ입시로 귀결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그러한 경험을 유보시켜 왔다. 그런 점에서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은 민주시민 교육을 학교의 교육 과정과 일상에서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소극적인 방식을 넘어 민주시민 교육의 철학과 방법, 내용을 어떻게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구현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주입과 교화를 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쟁점과 토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풍성한 자료와 프로그램, 체험처를 지역사회에서 제공해야 한다. 생각보다 그들은 어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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