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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 “드루킹-문재인 관련 없다던 생각 바뀌었다”

    진중권 “드루킹-문재인 관련 없다던 생각 바뀌었다”

    안철수의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서 강연“文정권 들어 도덕·법 기준 자체가 달라져”조국 지지 공지영엔 “뇌를 아웃소싱” 독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이 이끄는 국민당(가칭) 행사에서 문재인 정권과 ‘조국 사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진 전 교수는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에 강연자로 초청돼 참석자 250여명 앞에서 30분간 열띤 강연을 했다. 진 전 교수는 “여러분 부럽다. 좋아하는 정당이 있어서. 저는 (좋아하는 정당이) 없어졌다”고 운을 뗀 뒤 공정과 원칙, 정직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제가 관심 있는 건 공정과 정의를 다시 세우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글질 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조국 사태’를 이야기하면서 잠시 눈물을 울컥했다. “나이가 드니까 화가 나면 눈물이 난다”며 웃은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는 저에게 트라우마였다. 내가 믿었던 사람들, 가치가 무너져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진보든 보수든 잘못했으면 머리 숙여 사과부터 했다. 윤리의 기준 자체는 건드리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 정권 들어와서는 잘못을 하고 기준 자체를 바꾼다. 도덕과 법의 기준을 바꿔 잘못 안 한 상태를 만든다”고 꼬집었다. 또 “정치가 시민을 이성적이고 윤리적인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들을 이성 없는 좀비, 윤리를 잃어버린 깡패로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공정의 가치에 대해 “진보보수의 문제도, 여당야당의 문제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정치인들 사회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 사회를 더 낫게 만들어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내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다. 설사 내 아이가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 모두의 아이를 위해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진 전 교수는 조국 전 장관 등에 대해 “선악의 피안에 사는 사람들이다. 아직도 자신들이 개혁가고 혁명가고 그래서 순결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래서 잘못을 할 수가 없고 잘못을 하면 도덕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을 지지·옹호하는 공지영 작가를 일컬어 “뇌를 아웃소싱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개그계로 진출해라”고도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이 문재인 정권과 관련 없다는 발언 지금도 유효하냐’고 묻자 “아니다. 생각이 바뀌었다. 그때는 제가 조국(당시 민정수석)도 깨끗하다고 했었다”고 답해 환호를 받았다. ‘적어도 (대선이 있는) 2022년 5월까지는 한국에 남아서 지금 같은 역할을 해달라’는 부탁에는 “제 계획은 이 사회에 던질 메시지를 던지고 나서 잠수를 타는 것이고, 제가 생각한 기간은 그것보다 훨씬 짧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남아 있는 것도 민폐다. 젊은 세대를 위해 물러나고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석유시대 그 이후… 녹색혁명 준비됐습니까

    석유시대 그 이후… 녹색혁명 준비됐습니까

    글로벌 그린 뉴딜/제러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328쪽/1만 8000원지금 언젠가 가라앉을 배를 타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갈아탈 배도 한편에 있다. 그런데 망설인다. 지금 탄 배가 정확히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데다, 가만히 있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갈아타려면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배는 언젠가 가라앉고, 가라앉기 시작하면 갈아탈 때 돈을 훨씬 더 내야 한다는 점이다.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우리가 지금 탄 배가 석유와 가스를 동력으로 하는 거라면, 갈아탈 배는 태양·풍력과 같은 녹색에너지 배다.●“가급적 빨리 녹색 에너지 정책으로 갈아타야”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글로벌 그린 뉴딜’은 배를 가급적 빨리 갈아타라는 주장을 담았다. 늘 있어 왔던 주장이지만 무게감은 다르다. 저자는 애널리스트인 킹스밀 본드의 예측과 유럽연합(EU) 관련 보고서 등을 토대로 화석연료 산업과 관련 산업이 2028년 이후 종말을 맞을 것으로 예측한다. 전체 에너지 수요 성장률이 1~1.5%지만, 태양과 풍력 발전 에너지 성장률은 15~20%에 이른다. 이 둘이 만나는 지점이 2027년이다. 저자는 자신의 앞선 저작 ‘3차 산업혁명’(2011), ‘한계비용 제로 사회’(2014) 개념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산업혁명은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와 에너지, 그리고 운송 메커니즘이라는 세 요소가 만나 발생한다. 앞서 19세기에 증기력을 이용한 인쇄와 전신, 석탄, 철도망이 맞물리며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어 20세기 중앙 제어식 전력과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석유와 내연기관 차량이 상호작용하며 2차 산업혁명이 발발했다. 인터넷과 태양열·풍력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녹색에너지, 이 녹색에너지로 구동하는 전기와 연료전지, 이것으로 움직이는 운송·물류가 상호작용하는 지난 10년 전부터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다.●20년 내 녹색 인프라 구축 ‘그린 뉴딜’ 도입 주장 3차 산업혁명의 뼈대를 구성하는 인프라는 중앙 집중식이었던 2차 산업혁명 때와 달리 분산되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게 구성된다.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하는 한계비용이 ‘제로’(0)에 수렴하며, 석유 산업은 급기야 지금의 자본주의와 함께 몰락한다. 저자는 이와 관련, 미국이 앞으로 20년 동안 녹색에너지 인프라를 의욕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하며, 그래야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냈던 것처럼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른바 ‘글로벌 그린 뉴딜’ 정책이다. EU와 중국의 사례를 참고해 미국이 20년 동안 투입할 비용도 산출했다. 그 규모가 무려 9조 2000억 달러(약 1경 900억원)에 이른다. 재원 마련과 관련, 부자들에 관한 차등 세율을 도입하고 노동자들의 연금기금을 활용하는 방법, 3차 산업혁명 인프라 구축을 민간에 맡기지 말고 ‘에너지 서비스 기업’(ESCO)을 통해 하자는 파격적인 주장도 펼친다. 과학 기술을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연계해 풀어 나가는 방식에서 세계적인 석학다운 면모가 돋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이 미국에 한정하는 측면이 강하고, 우리나라 사정과 꼭 들어맞지 않아 아쉽다. 전작에서도 많은 비평을 받았듯,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2차 산업혁명, 즉 자본주의의 몰락을 다소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의 말미 자신의 주장을 요약한 ‘23가지 이니셔티브’는 현재 미국으로선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진행하기 어렵다. 책의 내용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열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로선 이 문제를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배를 갈아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위험한 나라는, 어쩌면 미국보다 우리가 아닐는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해 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

    민주노총 출범에 기여한 노동운동 원로들이 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 참여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을 제치고 최근 제1노총에 올라선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계속 거부하며 사회적 대립과 투쟁 일변도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노동계 원로들은 민주노총이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의 어려움에 더 관심을 갖고 플랫폼 노동자 출현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정부나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조합원 96만 8000명으로 한국노총 93만 3000명을 앞서며 처음으로 제1노총의 지위를 얻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남는다.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11.8%에 불과하다. 88% 노동자들이 노조 밖에, 민주노총의 밖에서 사회적 연대를 고대한다는 뜻이다.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노조 조직률은 29.1%로 한국의 약 3배 수준이다. 단순히 노조 조직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활동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업 중심과 정규직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구체적으로 담당하고 사회적 고통을 나눠 질 때 민주노총의 정당성과 명분 또한 높아질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특혜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참여한 경사노위에서 대화하는 자세가 기본이다. 따라서 오는 17일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더불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발생해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의 연장근로를 요청하자 이를 반대하며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힌 태도는 준국가재난상태라는 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이런 식으로는 노동자들의 권익도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 [데스크 시각] 전략적 부동층 손에 달린 총선 반전 드라마/이창구 정치부장

    [데스크 시각] 전략적 부동층 손에 달린 총선 반전 드라마/이창구 정치부장

    역시나 4·15 총선이 재미없게 흐르고 있다. 감동도 울림도 긴장감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감동적”이라며 치켜세웠던 ‘느낌표’의 주인공 원종건 인재영입 2호의 스토리는 감동 드라마가 아니라 진실규명이 꼭 필요한 데이트성폭력 사건이 됐다. 기업인으로부터 9만 5000달러를 받은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지사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사면된 지 두 달도 안 돼 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됐다. 강원 출마를 조건으로 사면된 모양새다. 왜 김포 지역구 의원이 됐는지도 가물가물한 김두관 의원은 경남 양산 출마를 선언하며 뜬금없는 사자후를 토했다. 민주당은 아직도 유권자들이 이광재·김두관을 보며 ‘노무현 정신’에 눈물 흘리는 줄 아는 모양이다. 임종석, 김의겸, 정봉주 등의 스토리는 또 어떤가. 퇴행을 거듭하는 자유한국당에서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함)다.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인데도 ‘정권 심판’보다 ‘야당 심판’을 하기 위해 칼을 가는 유권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한국당은 알고도 모른 척한다. “반(反)문재인 텐트 안으로 모두 들어오라”는 황교안 대표의 호소에 절박감을 느끼는 유권자는 얼마나 될까. 한 달 넘게 서울 종로 출마조차 결론 내지 못한 황 대표가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지난해 12월 시위대를 국회 안으로 끌어들여 민의의 전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 “여러분이 승리했다”고 외친 게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에게서 보수재건의 희망을 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합당 1차 조건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해놓고 자칭 ‘험지’인 대구에선 박근혜 석방을 외친다. 유 의원은 이게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안철수 전 의원은 장이 서면 나타나는 방물장수처럼 보인다. 보따리를 풀 때마다 “새정치 왔어요”라고 외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이번 보따리는 행복한 국민,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로 포장했는데,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미된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기다렸다는 듯 귀국한 것은 숟가락 얹기처럼 보인다. 정의당도 예전 같지 않다. 전두환씨를 추적해 제법 유명해지자 구의원직을 던지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탐냈던 임한솔씨 사태는 정의당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단초다. “진보정치의 밀알 노릇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나도 국회에 들어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진 이가 비단 임씨뿐이겠는가. 정당들의 드라마가 밋밋하면 유권자가 반전 드라마를 쓸 수밖에 없다. 진영 논리에 지쳐 기존 정당에서 이탈한 부동층의 팽창은 반전 드라마의 가능성을 키운다. 이들은 정치 무관심층이 아니다.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부동층으로 돌아선 이들의 정치의식은 오히려 깊어졌다. 민주·평등·정의와 같은 고상한 신념을 독점해 온 사람들의 밑천이 드러나면서 이젠 사상적 콤플렉스를 가질 필요가 없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상식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려고 발버둥치는 우리의 삶이 실은 ‘입 진보’들이 떠들었던 혁명적인 삶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만 감동적인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 내려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총선에선 정당 투표의 위력이 커져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세상을 바꾸는 데 누굴 선봉에 세울 것인지, 어떤 정당에 힘을 실어줘 기득권 정치에 균열을 낼 것인지 남은 두 달 동안 숙고해 보자. 전략적 부동층이 만들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window2@seoul.co.kr
  • 文 “부산형 일자리, 어려움 겪는 경제에 큰 힘 주는 기쁜 소식”

    文 “부산형 일자리, 어려움 겪는 경제에 큰 힘 주는 기쁜 소식”

    총선 격전지 ‘PK 민심 끌어안기’ 분석도문재인 대통령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비상 상황 속에 있지만, 경제 활력을 지키고 키우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광역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부산에서 시작된 경제활력의 기운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상생도약’을 할 수 있도록 힘차게 뛰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사태가 국내에서 본격화한 뒤 문 대통령의 첫 외부 경제일정이다. 이번 사태가 기업·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경제활력 행보가 멈춰선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형 일자리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코렌스EM과 20여개 협력업체가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입주, 2031년까지 총 7600억원을 투자해 43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광주형 일자리 이후 7번째 지역 상생형 모델이다. 문 대통령은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힘을 주는 매우 기쁜 소식”이라며 “노사 상생을 넘어 원청·하청 간 상생으로 진화했다는 게 자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부산 노사민정이 한 걸음씩 양보해, 국제산업물류도시는 세계 최고의 전기차 부품생산지로 도약할 것”이라며 “부산은 반드시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21대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부산·경남(PK) 지역 민심 끌어안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부산은 일제강점기 때 노동착취에 저항했고 4·19혁명, 부마항쟁, 6월항쟁 주역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부산의 꿈은 대한민국의 꿈”이라고도 했다. 야구팬들의 ‘부산갈매기’ 열창, 부산국제영화제 등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언급도 했다. 부산시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행사장 전 출입구에 발열감지기를 설치하고 방역요원, 손소독제·마스크를 배치했다. 내빈 2명의 체온이 37도가 넘는 것으로 발열감지기에 나타나 이들은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방역 요원들은 이들을 다른 참석자들과 분리한 뒤 고막 체온을 재고 역학조사서를 쓰도록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들썩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발병지 중국에 대한 혐오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한국서는 우한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한 가차 없는 배척행위도 발생했다. 적대적인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한 복잡한 전략은 필요 없겠다. 바이러스만 이곳저곳 퍼뜨리면 자멸할 종족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와 인종혐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전염성이 있고, 사람을 죽인다.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중 누가 사상자를 더 많이 냈을까. 인종혐오는 바이러스 없이도 존재하고, 바이러스는 인종혐오까지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인종혐오의 힘이 더 쎈 것 같다. 단일민족 담론 안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인종혐오를 경험하는 일은 세계화 이전에는 드물었다. 인접 국가 국민에 대한 혐오성 일상어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자행되던 지역감정에 기반한 차별에 비하면 큰 사회적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세계와 접하게 되면서, 드디어 자국 내 인종혐오자라는 ‘따스한’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종혐오의 대상이 되는 ‘험악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런데 동아시아 내에서 한중일이 다퉈 봤자, 동아시아 밖으로 나가면 민족 간 구분 없이 바로 동아시아인이고, 대부분 그냥 중국인으로 통한다. 14억 중국인이 동아시아인 대표명사인 것을 8000만 한국인이 고깝게 생각해 봤자이다. 한국인이 중국인의 식성을 혐오하며 차이를 강조해 봤자 한국도 개고기 먹는 사람들일 뿐이다. 요즘 같은 동아시아발 바이러스 시절엔 길 가다 재채기를 하거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차별적 시선과 거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유명언론이 마스크를 쓴 한국인 사진을 중국의 바이러스 위기 보도에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것도 동아시아를 보는 무차별적인 서구 시선의 결과이다. 동아시아를 대하는 서구의 이러한 태도에는 역사가 있다. 유럽인들이 경험한 아시아와의 역사적 접촉이 내내 무서운 것이었고, 박테리아든 바이러스든 동쪽에서 온 역병들도 아시아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기억으로 회자되는 훈족이나 몽고족의 침입, 동에서 왔다는 페스트, 19세기에 유행했던 동방여행기들은 아시아를 두려움과 더러움, 비이성과 이해불가능성이 혼합된 수많은 ‘노란’ 사람들의 대륙이라는 집단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일본이 시작한 태평양전쟁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가미카제들, 중국의 붉은 혁명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산인해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아시아에 대한 집단 이미지를 강화했다. 모든 역병이나 질병이 동에서 온 것이 아님에도, 유독 동아시아발 바이러스에 민감한 것은 세계 속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구 미디어가 유럽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을 죽인 스페인독감이나 광우병을 취급하는 태도와 힘없는 아프리카의 에볼라나 동아시아발 바이러스를 다루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던 1980년대 미국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일본은 묵시록적인 미래도시의 거주지였고, 2013년작 좀비영화 ‘월드워Z’의 좀비바이러스가 처음 신고되는 곳은 바로 한반도였다. 동아시아 글로벌 거대도시의 바이러스가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종혐오 에너지를 동반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반인종주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해의 확대로 픽션 속에서 동아시아인의 재현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 왔다. 한국 대중문화는 인종적 자극이 미미한 만화 중심의 일본 대중문화와 달리 동아시아의 일상과 인간관계, 경제성장의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서구 미디어에서 가시적으로 돼 가면서 아시아가 중국, 일본으로 환원되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과 고유의 역사를 지닌 여러 나라가 공존하는 지역임을 알리고 있다. 한류의 반인종주의적 효과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종혐오 바이러스의 백신 역할을 해주기를 꿈꿔 본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인종혐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200년 만에 온 통조림 전성시대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200년 만에 온 통조림 전성시대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때면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이 많은 식재료가 과연 제때 다 팔릴까. 특히 신선식품 코너를 마주할 때가 그렇다. 집에서 음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가공하지 않은 식품이 얼마나 빠르게 신선함과 제맛을 잃어버리는지 충분히 이해하리라. 걱정과 안타까움은 코너 한구석에 있는 할인코너에 가면 더욱 커진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신선도를 잃어버린 청과류나 채소류들이 놓인 그곳이다. 단지 선택받지 못해 가치를 잃어버린 식재료가 있는 공간을 보노라면 쓸쓸함이 밀려온다. 이런 생각을 한 게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인류가 농사를 짓고 식재료를 직접 생산하면서부터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잉여 농산물의 처리였다. 땅에서 나는 작물이나 먹이를 주고 키운 동물이건, 바다에서 건진 수산물이건 보존이 늘 문제였다. 그래서 인간은 별의별 시도를 해 본 뒤에 몇 가지 보존 방법을 발명해 냈다. 소금에 절이는 염장, 햇빛에 말리는 건조, 식초나 기름에 담그는 절임, 연기를 쐬는 훈연 등은 수천년 동안 음식을 보존하는 유일한 선택지였다.아마도 음식과 관련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냉장·냉동고일 테지만 그에 앞서 나타난 혁명적인 보존법을 꼽자면 통조림을 들 수 있다. 재료를 용기에 넣고 가열한 후 밀봉해 미생물의 증식과 유입을 막는다는 간단한 이론이지만 부패를 유발하는 미생물의 존재를 몰랐던 당시에 고안된 기술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흔히 ‘통조림의 아버지’로 니콜라 아페르라는 프랑스인을 꼽는다. 1795년 영국과 전쟁 중이었던 나폴레옹은 전투식량 조달을 위해 새로운 식품 보존법 개발에 큰 상금을 걸었다. 제과업자이자 요리사였던 아페르는 이를 보고 무려 14년간 연구한 끝에 고압증기멸균 방식을 고안해 내 결국 상금을 탔다.당시 아페르가 고안한 방식은 금속 통조림이 아니라 유리병을 이용한 병조림이었다. 샴페인병에 수프나 콩, 고기 등을 넣고 끓는 물에 일정 시간 동안 둔 후 밀봉하는 방식으로 흔히 집에서 병조림을 만들 때 쓰는 그 방법이다. 그렇다면 아페르는 받은 상금으로 통조림 공장을 차려 부자가 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금속용기에 음식을 담은 통조림은 프랑스의 전쟁 상대국인 영국에서 개발됐다. 아페르는 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병조림에 관한 특허를 내지 못했는데 영국의 한 중개인이 영국에서 아페르의 방식을 모방하다시피 해 특허를 냈고, 런던의 돈킨 홀 앤드 갬블사가 특허를 사들여 1813년 금속 통조림이 처음 시판됐다. 금속으로 만든 통조림은 제조나 운송 과정에서 잘 깨지는 병보다 가공 보관 측면에서 훨씬 유용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한 아페르는 프랑스에서 병조림 회사를 차렸지만 영국의 통조림 회사만큼 큰돈을 벌진 못했다. 일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특허를 낼 수 없게 된 아페르가 영국에 특허를 내고 돈을 벌려 했지만 영국인들에게 배제당했고, 적국에 특허를 팔았다는 원죄가 있어 그것을 드러내 놓고 불평할 수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어쨌거나 아페르를 통한 통조림의 발명은 잉여 농산물을 획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는 점에서 음식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이야 통조림 식품이 정말로 먹을 게 없을 때 찬장을 열어 꺼내 먹는 최후의 수단으로 전락했지만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아무나 맛볼 수 없는 고급 식품으로 여겨졌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보존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보존법을 거친 제품들보다 원물에 가장 가까운 맛을 낸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곧 대량생산을 통해 값이 저렴해지고 흔해지자 사람들은 금방 흥미를 잃었다.과거의 통조림은 지금과 달리 식품 안전 문제나 제품의 풍미 차원에서 문제가 많았다. 초기 납땜 통조림을 먹은 이들은 납 중독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흔적도 없이 뭉개진 채소들이나 끔찍한 맛을 내는 통조림 고기 등으로 인해 기아에 허덕이지만 않는다면 크게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통조림 제품은 갖가지 현란한 패키지와 내용물의 고급화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 존재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끊임없는 제품 개선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조림 속 내용물은 질이 낮고 맛이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선입견을 뒤집는 맛 좋은 통조림 제품들이 국내외 프리미엄 식품 매대를 장식하고 있는 추세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최근 경향과도 통한다. 어쩌면 아페르가 기대했던 통조림의 전성시대가 2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도래했는지도 모르겠다.
  • “판교발 정치혁명”… 손잡은 IT·벤처·스타트업 기업인들

    “판교발 정치혁명”… 손잡은 IT·벤처·스타트업 기업인들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인 한국의 규제 환경을 직접 혁파하겠다며 벌써 1000명도 넘는 사람들이 당원 가입을 신청했습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보기술(IT)·벤처·스타트업 기업인을 중심으로 판교발 정치혁명 도모를 주도한 고경곤(57)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장은 5일 서울신문과 만나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고영하(68) 고벤처포럼회장, 이금룡(69) 도전과나눔 이사장, 구태언(51) 변호사 등과 함께 오는 21대 국회에 불합리한 규제환경에 지친 벤처 관계자들을 입성시키겠다며 지난 4일 발기인 대회를 마치고 창당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전국 5개 도시에서 1000명씩 총 5000명의 당원을 모집해 창당식을 한다. 3% 표를 얻으면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고, 국회에서 교두보 1석만 확보한다면 다양한 규제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기대다. 고 회장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 모두 취임하고 제일 먼저 규제라는 ‘대못을 뽑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20년간 클라우드·빅데이터·드론·게임·자율주행·블록체인·공유경제 등 신기술은 규제의 벽에 부딪혀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대 정당에 의원으로 들어가 봐야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가 직접 당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얼리버드챌린지포럼에서 100여 명의 IT·벤처·스타트업 관련자들이 모여 가칭 ‘규제개혁 비례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타다 사태’가 촉발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타다 대표 등이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고 ‘타다 금지법’이라는 개정안이 나오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도 한몫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고 회장은 “인터넷전문가협회 회원이 4만 5000명이고, 회원 기업이 600여 개에 달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가칭 ‘규제개혁 비례당’은 지난달 20일 14명이 모여 창당 준비모임을 했다. 모든 활동은 모바일에서만 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발기인을 모집했고 당명도 공모한다. 페이스북 그룹 개설 7일 만에 1278명이 당원으로 가입을 신청했다. 국회의원 후보는 30~40대 IT 기업인 중에 찾고 있으며, 비례대표 후보는 10번까지 등록하다는 목표다. 고 회장은 “후보는 공개 오디션을 거쳐 뽑을 것이며, 규제 때문에 힘든 사람, 규제 때문에 피해를 본 기업인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뜻을 같이하는 이들은 SNS 활동이나 모바일 앱 제작에 능한 사람들인 만큼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하는 식으로 비용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자유시장경제’는 위헌이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한국 경제의 침체가 반전의 조짐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반전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대내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가 성장률에 집착할수록 경제 분야에서 여야의 대립은 갈수록 줄어들고 정책수단도 옛날부터 손에 익은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2년을 지나면서 경제정책 기조의 과거회귀성은 더욱 두드러졌고 이제는 ‘촛불’의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라는 요구를 더이상 제기하지 않고 있고 정부도 ‘사람 중심’과 ‘노동 존중’을 더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 경제에 관한 한 ‘경제 활력’을 강화하자는 데 여야 합의가 이루어진 셈이다. 다만 여당이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이에 자유한국당은 작년 6월부터 ‘민부론’이 구현된 경제질서로서 ‘자유시장경제’를 틈틈이 내세우면서 경제이념의 공론장을 철 지난 신자유주의로 채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자유시장경제’는 경제헌법에 부합되지 않는 경제질서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개념에 대한 논의는 학계에서도 활발하지 못하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정책론이나 경제체제론이 유관분과이겠지만 이들 분과 자체가 변방이다. 헌법학계에서도 헌법 제119조 이하 조항들이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거한다는 사실에 대한 포괄적인 동의가 이루어져 있을 뿐 그에 기초한 세부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정부의 실제 경제정책에서 이 경제질서에 명시적으로 준거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과 조응한다.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 보니 그것이 경제질서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가 판결에서 경제질서에 관한 한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는 분명히 ‘자유시장경제’와 차이를 넘어 대립적이며, 처음부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구상됐다.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적 시장경제는 철학적 기반에서부터 대립적이다. 자유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자유방임주의에 따르면 시장에서 자유경쟁은 균형을 지향하면서 안정화 경향을 갖는 데 반해 사회적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질서자유주의에 따르면 자유경쟁은 ‘자기파괴적 경향’, 즉 독점을 초래하는 경향을 가지므로 국가가 경쟁을 활성화하거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 ‘경제력의 집중과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헌법 제119조 ②항)하기 위한 재벌규제는 핵심적인 경쟁정책과제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스스로 ‘가치지향적’ 경제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이 가치에는 자유, 정의, 연대, 안전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경제정책론은 이들 가치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다. 그리고 경제성장, 경제안정, 고용증대, 대외균형과 같은 경제정책 목표는 이들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가령 경제성장을 위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업 행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시장경제’는 ‘사람 중심’의 시장경제이다. 독일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면서 ‘사람 중심’의 혁신전략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유럽연합(EU)이 사회적 시장경제로서 ‘가치지향적 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지향성은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도 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이 점에서도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경쟁은 물론 협력도 하는 인간은 경제활동에서 효율성뿐만 아니라 형평성도 추구한다. 그러므로 개인윤리와 기업윤리가 경제주체의 당연한 규범이 된다. 오늘날 한국 경제의 과제는 단지 성장률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다. 임기응변식 경제정책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은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절감하고 있다. ‘실용적 진보’, ‘실용적 중도’, ‘실용적 보수’, ‘보수와 진보의 실용적 조화’ 등의 틀은 경제에도 적용된다. 이제는 그동안의 방황을 극복하고 알맹이를 채워 총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때이다. 헌법상의 경제질서 규정이 유용한 준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찜질방 인문학, 9개 대학과 의기투합… 평생교육 문 연 서대문

    찜질방 인문학, 9개 대학과 의기투합… 평생교육 문 연 서대문

    서울 서대문구가 평생학습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장소·연령·장애·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교육을 할 수 있는 체계적인 평생학습 시스템이 글로벌 평생학습 도시로 이끌고 있다. 서대문구의 평생교육은 ‘찜질방 인문학’이 대변한다. 구가 평생교육 성지라고 불리게 된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찜질방 인문학은 평생학습기관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전통시장 상인을 위해 2013년 도입됐다. 수강생 모두가 수건으로 양머리 모양을 하고 강의실이 아닌 찜질방에서 인문학 수업을 듣는다. 박물관 관장, 무용학과 교수, 여행작가, 미술작가 등이 강사로 활동한다. 동네 근처 찜질방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역민들 동참 행렬이 이어졌다. 구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찜질방에 장기 투숙하는 분들, 전통시장 상인 등 다양한 학습 소외 대상을 발견하게 됐다”며 “시간적·경제적 요인이나 긴 노동시간으로 평생학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느끼는 계기가 된 사업”이라고 소개했다.구의 평생교육사업은 평생학습 추진 전담부서인 ‘평생교육팀’에서 시작된다. 구는 2008년부터 전담부서를 만들어 지역 내 9개 대학과 평생교육 기관, 성인학습동아리, 동 단위 학습센터, 근거리 평생 학습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동네배움터 등을 중심으로 협력해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평생학습 홈페이지와 모니터링단 운영 등으로 평생학습 문화도 조성했다. 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을 보유한 이점과 아파트 단지가 많다는 특성도 활용했다. 주민 5명 이상이 모인 곳에 전문 강사를 파견해 도시형 소규모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세로골목’ 활성화사업, 대학연계사업, 시민성 교육, 성인문해교육 등 지역 특성을 살려 사업을 운영한다. 세로골목은 위아래 세로로 오가는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를, 학습을 매개로 해 예전의 정감 있는 골목길처럼 만들자는 취지에서 붙여진 이름이다.서대문구의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평생교육은 ‘유아에서 시작해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친 교육’으로 교육학 용어 사전에도 나와 있지만, 그동안 성인을 중심으로 추진된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서대문구는 올해 5월 두 번째 평생학습관인 융복합인재교육센터(연희 평생학습관)를 통해 자유학년제, 창의체험, 진로체험 활동 등 성인 외에 학교와 연계한 평생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센터는 서대문구의회 신청사 1층에 약 495㎡ 규모로 완공될 예정이다. 센터에서는 5∼6월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일일 체험과정, 학기과정, 교사 연수, 주민강사 연수, 전 연령 대상 분기별 과정을 운영하며 코딩, 로봇, 아두이노, 드론, 웹툰, 콘텐츠 크리에이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센터 강의에는 지역 내 대학의 4차 산업혁명 관련 동아리나 연구소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구는 지역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서대문학 개발’이나 시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서대문구 시민대학’ 등도 추진하고 있다.평생학습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구의 노력은 대내외에 호평을 받고 있다. 구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평생학습연구소(UIL)로부터 ‘2019 유네스코 학습도시상’을 받았다. 2년에 한 번씩 수상 도시를 선정하는 이 상은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된 전 세계 도시 가운데 ‘학습도시’ 운영에서 성과를 보여 준 도시에 돌아간다. 51개국 223개 네트워크 가입 도시 중 서대문구를 포함한 10개 도시가 받았으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선 처음이었다. 지난해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등 동유럽 15개 도시 고위공직자들이 서대문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서대문구 평생학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2015년엔 서울시 평생교육 인센티브 최우수구로 선정됐고, 2017년엔 제14회 대한민국평생학습대상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구 관계자는 “글로벌 학습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앞으로 평생학습관 확충과 주민 학습공동체 활성화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오일만 논설위원의 시시콜콜] ‘윤창호법’ 위반자가 총선 공천에서 배제돼야 하는 이유

    [오일만 논설위원의 시시콜콜] ‘윤창호법’ 위반자가 총선 공천에서 배제돼야 하는 이유

    참으로 심각하다. 21대 총선 예비후보 세 명 중 한 명이 전과자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집계 자료를 보면 국회의원 예비후보자 1593명 중 447명(28%)이 전과자였다. 현행법상 범죄 전력은 피선거권 제한 요건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해도 너무한 수치다. 죄목별로는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비롯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297건으로 가장 많았다. 도로교통법 위반 중에서는 음주운전 전과가 1위였다. 137명의 예비후보자가 음주운전을 저질렀다. 음주운전 전력이 2건 이상인 예비후보자도 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는 허경영 씨가 당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배당금당)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22명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총선 예비 후보 가운데 전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선거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많은 유권자들은 4·15 총선에서 각종 범죄와 음주운전 이력자에 대한 공천 배제의 목소리가 높다. 정당에서 범죄자를 걸러주는 역활을 하고, 공천 심사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당 스스로 정치 불신을 양산한다면 이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총선 패배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윤창호법’이 시금석이 돼야 한다. 시계바늘을 2018년 9월로 돌려보자. 당시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던 군인 윤창호(당시 22세)씨. 휴가 기간에 어쩌구니 없는 사고로 귀한 청춘을 마감했다. 이 안타까운 소식은 윤씨 친구들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윤씨의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고,이에 호응한 열화 같은 국민들의 성원이 잇따랐다. 갖은 이유로 윤창호법에 반대했던 일부 국회의원들도 서슬퍼런 국민들의 목소리에 슬그머니 찬성으로 돌아섰다. 음주운전 강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국민들의 의지가 ‘윤창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현행 ‘2회 위반’에서 ‘1회 위반’으로 바꾸고, 음주 수치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최저 0.05%에서 0.03%로 낮추며, 음주 수치별 처벌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고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시 살인죄를 적용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음주운전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자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2018년 10월 10일)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이며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창호법 청원이 25만명이 넘었다’고 지적한 뒤 “특히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특성상 초범이라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공직사회는 이런 국민들의 뜻을 받들고 있다. 음주운전 전력자는 승진 배제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경남 김해시의 경우 음주운전 공무원을 승진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인사운영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시행 중이다. 지난해 2월 1일 이후 음주운전으로 범죄사실이 확인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혈중알코올농도에 관계없이 승진 심사에서 배제키로 한 것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처벌수위가 강화되고 있어 공직사회에서부터 음주운전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치권은 어떤가. 국민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윤창호법 시행 이후버젓이 음주운전을 자행한 자들이 이번 총선에 나오겠다고 설치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이를 거르지 못하면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과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공당의 공천은 과정도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총선 때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과 ‘사천(私薦)’ 논란이 반복되는 건 기득권 정당들이 민심의 상식에 반하는 공천을 해왔다는 증거다. 선거가 국민의 축제가 되려면 그 출발점은 공정한 공천(공천)이다.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여권 스스로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만 키울 뿐이다. 조만간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위원장 원혜영)는 전국 지역구의 예비후보자 475명을 상대로 면접심사를 치를 방침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공천의 ‘도덕성’ 기준과 관련해 선거일 전 15년 이내 3회 이상, 최근 10년 이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이 적발된 경우 부적격 처리하기로했다. 특히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된 작년 12월 18일 이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하지만 벌써부터 공천 기준이 후퇴하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공천 단계에서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면 공당으로서 설 땅이 없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위반자는 경중을 따지지 말고 공천에서 완전 배제하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다. 공천은 선거의 첫 단추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 비리는 물론 출마자의 도덕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든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긴 전과자로 채워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국민들에게 법의 준수를 요구할 진정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국민들이 입법부에 대한 신뢰가 상실하면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이른바 국기문란인 것이다. 국기문란을 방조하는 정당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기고] 포용인재가 주도하는 산업전환/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기고] 포용인재가 주도하는 산업전환/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바나나가 멸종 위기다. 다양성이 부족해서다. 한 품종에서 가지치기해서 세계적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돌면 모든 바나나 나무가 죽는다. 생물종이 환경 변화에 살아남으려면 다양성과 적응력이 필수다. 세계적인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휴먼전환, 글로벌패권전환이 몰아치고 있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2020년대는 산업전환의 시대다. 미중, 미·유럽, 한일 무역 갈등이 기술·통상 지형을 바꾸고 있다. 우리 산업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역사적으로 세 번의 산업혁명이 있었다. 260년 전에 증기기관이 주도한 1차 산업혁명, 120년 전에 전기모터와 기계엔진이 주도한 2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50년 전 컴퓨터와 인터넷이 주도한 정보혁명이 3차 산업혁명이다. 1, 2차 산업혁명은 영·미·독·일이 기득권 저항을 극복하고 신문물·인재를 받아들여 주도했다. 3차 산업혁명은 아시아 신흥국이 자유무역과 기술 도입으로 부상한 계기다. 산업혁명의 교훈은 변화를 수용하는 포용역량이 국가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포용역량은 경계선에 있다. 디지털세대의 다양한 취향, 다문화 가정, 글로벌 한류, 750만명의 재외국민은 기회요인이다. 반면 배타적 민족주의와 종교는 극복요소다. 한편 ‘한강의 기적’으로 불렸던 주력 산업들이 전환기에 있다. 반도체·통신, 자동차·조선산업, 석유화학·철강산업, 원전·석탄발전산업, 전통제조업이 그렇다. 변화를 포용하지 않으면 기득권 상실과 도태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산업전환을 하려면 우선 국정개혁을 통해 경제·노동·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거시경제보다는 혁신·산업·복지 등 미시경제가 강조돼야 한다. 노동의 유연안정성 확보와 기술이민 확대도 필요하다. 대학의 학과 신설·융합, 산업·직업전환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 다음으로 포용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신산업과 신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주도할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에서 전자공학박사를 교수로 초빙했듯이 화학연구원장에 재료기술사가, 전자통신연구원장에 전산학박사가 올 수도 있어야 한다. 신산업 분야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기술창출과 함께 신산업을 이끌 인재가 육성되기 때문이다. 2020 CES에서 확인됐듯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미래자동차와 스마트시티를,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기·자율주행차와 미래항공기·물류를 넘봐야 한다. 이를 위해 아직은 비주류인 인재를 과감히 발탁·영입해야 한다. 포용인재 혁명에 산업전환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 고전과 창신이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사

    고전과 창신이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사

    내 기억에 이근배 선생은 신춘문예 다관왕으로 가장 선명하다. 신춘문예는 그때나 지금이나 모든 문청들의 최고 로망이다. 선생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이 화려한 이력은, 한국문학사 전체에서 한 천재 시인의 탄생을 예고한 전무후무한 기록임에 틀림없다.●천재 시인의 탄생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벽’으로 당선된 1961년 경향신문 시조 ‘묘비명’으로 2관왕에 올랐다. 이듬해 동아일보(시조 ‘보신각종’)와 조선일보(동시 ‘달맞이꽃’), 1964년엔 한국일보(시 ‘북위선’) 신춘문예에 줄줄이 당선됐다. 다른 신인상까지 살피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불어난다. 선생은 약관의 나이인 1960년 3월에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냈다. 표지는 빨간 빛깔이고 속표지에는 스무 살 ‘청년 이근배’의 사진이 수줍게 들어 있다. 1960년 3월 25일 출간이니까 4·19혁명 한 달 전쯤이다. 서문은 미당 서정주가 썼는데 은사로서 제자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있다. “경자년(庚子年) 3월 3일”에 썼으니 미당 서문도 곧 회갑을 맞는 셈이다. 이근배 선생은 백지를 꺼내더니 붓펜으로 멋있게 ‘回榜宴’이라고 썼다. 회방연이란 예전에 과거에 급제한 지 예순 돌을 기념하는 잔치를 이르던 말인데, 면앙정 송순이 회방연을 치렀다고 한다. 말하자면 올해는 첫 시집이, 내년은 신춘문예 등단이 회방연을 맞는 셈이다. 선생은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여든하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동으로, 누구보다도 정확한 기억으로, 내내 자신이 걸어온 한국문학의 숲길을 풍요롭게 열어 보여 주었다. ●이근배 시의 뿌리, 아버지 이근배 선생에게 아픈 가족사가 있었고 그것이 선생 시의 원형이 됐다는 것은 알 만한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운동에 몸담았던 아버지에 대해 깊은 자랑과 연민과 원망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김종길 시인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상가’였던 부친에 대한 이 시인의 ‘아버지 콤플렉스’가 그로 하여금 조국 분단의 비극을 유난히 뼈저리게 겪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선생은 최근에 그 ‘사상가’ 아버지를 독립운동가 유공자로 신청해 놓았다. “할아버지는 유학자셨고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셨어요. 당시 국내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는 사회주의 계열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는 독립운동 근거 자료가 워낙 많아 인정받으실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신청을 겨우 했으니, 그동안 자식 노릇 제대로 못했던 거지요.” 소년 근배에게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나라 찾는 일 하겠다고/감옥을 드나들더니 광복이 되어서도/집에는 못 들어오는”(‘자화상’) 분이셨다. 선생은 자신의 ‘자화상’을 전문 암송하면서 탄복할 만한 기억력을 다시 보였다. 당연히 어머니는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잠 못 드는 평생”(‘냉이꽃’)을 보내셨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이근배 선생과 가까웠던 세 분을 여쭈었다. 공초 오상순, 미당 서정주, 무산 조오현이다. 두 분 스승에 대한 애착과 오현 스님에 대한 애틋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공초는 무장무애, 미당은 천의무봉, 오현은 능소능대였어요. 공초 선생은 제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어요. 그분이 남기신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와 ‘자유가 나를 구속하는구나’ 하는 말씀은 지금도 ‘우주의 지휘자’로서 그분을 기억하게끔 해줍니다. 문학사에서 그동안 저평가됐는데, 유 교수 같은 분이 정확하게 평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공초가 지어 준 이근배 선생의 아호 ‘사천’(沙泉)은 ‘오아시스’라는 뜻이다. 시인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도 이 이름을 썼다. ‘사천’은 이근배 시의 본령을 풀어 가는 데 상징적 열쇠가 돼 준다. 스스로도 “사막 같은 세상을 잘 건너가라고?/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라고?”(‘사막 타클라마칸’)라고 노래한 바 있듯이, 그의 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불우한 역사에서 솟구쳐 오른 모국어의 샘이었기 때문이다. “미당 선생은 한국어가 어떻게 그리 아름답고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살아 있는 현대시의 고전이지요. 제가 선생님 돌아가시고서 쓴 조시가 ‘미당경전’이에요.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작년에 펴낸 시집 ‘대백두에 바친다’에 실린 ‘미당경전’에서 선생은 21세기 첫 성탄전야에 돌아간 미당을 그리워하는 음성을 처연하고도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스승의 시를 ‘경전’으로까지 명명하는 선생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미당과 사천은 등단작 제목이 같다. 1936년에 미당도 신춘문예에 ‘벽’으로 당선했으니 말이다. 스승과 제자는 나이도, 신춘문예 등단도, 모두 스물다섯 터울이다.●이근배 시의 메타포, 벼루 이근배 선생은 시를 일러 “사람의 생각이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렇게 커다란 스케일과 촘촘한 밀도로 쓰인 그의 시는 사라져버린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되살리면서 펼쳐져 왔다. 그 은유적 육체를 시인은 ‘벼루’에서 찾아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단단한 돌의 질감과 예술적 조형미를 아울러 갖춘 벼루는 이근배 시의 상징적 메타포로 충분할 것 같다. “할아버지 방에서 나오던 먹 냄새가 원체험이지요. 저는 불가사의한 신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옛 벼루를 비롯한 선현들의 유묵 또는 청자, 백자 등 유물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벽’(硯癖)이라는 말도 있듯이 선생은 세계 제일의 벼루 컬렉터로 유명하다. ‘시행일여’(詩行一如)라고 했거니와 ‘연행일여’(硯行一如)라도 되는 듯이 선생은 벼루에서 삶과 우주, 시간과 예술을 바라본다. 귀하기 짝이 없는 수백 년 묵은 벼루들을 낱낱이 보여 주면서 스스로도 예술가로서의 존재 방식을 묻고 있는 듯했다. ●대한민국예술원 원로들에 대한 예우 지난해 말 선생은 제39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시인으로는 조병화 선생에 이어 두 번째이고 문인으로 치면 일곱 번째다. “1964년 탄생한 대한민국예술원은 김동리 선생이 추진해 만든 국가기관입니다. 누가 변형시키거나 축소할 수 없지요. 회원 수는 100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이분들은 평생을 예술에 헌신해 온 원로이지만 여전히 쟁쟁한 현역들입니다. 이분들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예술원에 대한 예우 제고가 필요합니다.” 예술원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도 촘촘하게 세웠다. “제 임기 동안 ‘회원’이라는 명칭을 ‘종신회원’으로 바꾸고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통해 예술원의 위상을 높여 가려고 합니다. 또 예술원 단독 청사 입주를 꾀해 보려고 해요.” 예전에 “남들이 막장에 들어가 모국어의 보석을 캘 때 갱구 앞에서 부스러기 돌이나 줍고 있었다”(‘문학적 자전’)라고 겸손해한 그였지만, 이제는 그 선두에 서서 예술의 도약을 꿈꾸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선생은 개인적으로도 고향 당진에서 ‘이근배문학관’을 세우기로 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그곳이 우리 문학의 분열을 통합하는 큰 둥우리가 되리라 상상해 본다. 그러고 보니 선생의 시는 순수나 참여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우리나라의 산수를 빼닮지 않았는가. 선생은 ‘추사를 훔치다’(2014)에서 성현과 예인들의 흔적을 통해 공동체적 기억을 통합적으로 구축했는데, 거기서도 지금은 사라져간 것들의 품격과 위의를 통해 한국문학의 모뉴멘트를 이루어 가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보여 주지 않았던가.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일을 시라고 했던 이근배 선생은 스스로도 “스며 나오는 전시대의 전아한 향기, 한지에 진한 먹으로 쓰이고 몇 세대를 넘겨도 여전히 오히려 더욱 은근하게 풍겨오는 선비 시절의 문향”(김병익)을 선사해 왔다. 비록 “글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붓을 잡을 줄도 모르면서/지가 무슨 연벽묵치라고/벼루돌의 먹 때를 씻는 일 따위에나/시간을 헛되이 흘려버리기도 하면서”(‘자화상’) 살아왔다고 고백했지만, 우리는 선생이 서재인 ‘신연재’(神硯齋)에서 더 웅숭깊어진 이근배 문학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고전(古典)과 창신(創新)이 힘차게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을 보여 주면서 말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대학생, 한 학기 진로 탐색하고 학점 인정받는다

    대학생이 한 학기 동안 자유롭게 진로를 탐색하는 활동을 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대학진로탐색학점제’를 올해 10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대학진로탐색학점제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자신의 진로에 맞춰 수행할 과제를 선정하고 활동 계획을 낸 뒤 이를 수행하면 학점을 주는 제도다. 최소 3학점에서 최대 18학점까지 딸 수 있다. 교육부는 가천대·군산대·경성대·대구한의대·부산외대·순천향대·아주대·연성대·울산과학대·한양여대(가나다순) 등 10개 대학을 시범 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했고, 해당 대학에 올해 각각 4000만원씩 지원한다. 교육부는 대학생들의 진로 탐색과 취·창업 지원을 위한 사업에 지난해보다 181억원 늘어난 총 2505억원을 투입한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주는 ‘파란사다리’ 사업의 주관 대학과 학생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받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선도 대학을 올해 추가 선정한다. 4차 산업혁명 및 소재·부품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사회맞춤형학과 협약반’, 대학이 논문·특허로 보유한 신기술을 창업으로 연계하는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등의 사업도 지원을 넓힐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제2의 이란’과 파병의 추억

    [이해영의 쿠이 보노] ‘제2의 이란’과 파병의 추억

    1979년 2월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미국의 지원을 젖줄로 연명하던 부패한 국왕이 추방되고 이슬람 혁명 정부가 들어섰다. 미국은 패닉에 빠진다. 중동의 핵심 거점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한국에서 박정희가 사망했다. 미국 외교는 공황 상태였다. 이란을 잃고 한국마저 잃는다면 인권 대통령 카터의 차기 재선은 물 건너간다. 한국 위기에 직면해 미국은 관계기관이 망라된 최고위급 대책팀을 꾸렸다. 그 팀의 활동 기록을 모은 것이 ‘체로키파일’이다. 이에 따르면 1979년 12월 3일 당시 미국무부 동아태차관보 홀브룩은 주한미대사 글라이스틴에게 비밀전문을 보낸다. “상하 양원의 핵심 인물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의 태도는 이란 위기에 압도돼 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그 누구도 또 하나의 이란을 바라지 않는다.” 한국이 ‘제2의 이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나는 바로 여기에 전두환의 광주 학살을 묵인, 방조한 지미 카터 대통령의 소위 ‘인권’ 외교의 모든 모순과 자기기만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1980년 당시 대선을 앞둔 카터는 이란 위기 해소에 총력을 집중해야 할 판이었고, 한국의 민주화보다 ‘법과 질서’의 유지가 우선이었다. 광주 학살은 그래서 카터 외교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미국을 매개로 우리와 이란의 현대사는 알게 모르게, 원하건 그러지 않건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미 국무장관 책상에서는 그것이 이란이건 북핵이건 그때그때 자국 이익에 맞게 처리해야 할 업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혹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죽었고, 이번에는 이란 쪽에서 죽었을 뿐이다. 우리 군대가 ‘독자파병’한다. 겉으로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아덴만에 주둔 중인 우리 구축함의 작전 반경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장한다고 둘러댄다. 우리 정부가 ‘독자파병’을 강조하는 이유는 파병이 이른바 국제해양안보구성체(IMSC)에 가담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대해 이란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하는 것은 오랜 양국 관계에 맞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임을 분명히 했다. 이미 주한 이란대사는 한 국내 인터뷰에서 파병 시 ‘단교’할 수 있음을 경고한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IMSC란 건 또 무언가. 2019년 9월 미국이 결성한 한시적 군사동맹이다. 여기엔 언제나 미국 따라 하는 영국, 미국의 압력에 따라 들어온 호주, 그리고 역내 국가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이 포함된다. 사실상 트럼프의 최대 압박전략, 즉 대이란 봉쇄전을 수행하기 위한 미국 주도 역내 군사동맹이다. ‘독자파병’되는 우리 해군 청해부대 왕건함에는 특수전 요원을 비롯해 전투원 등 약 300명이 탑승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IMSC와 협조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적어도 미국과 유사한 압박을 받았을 일본의 대응과 비교될 법하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작전 반경에는 이란으로선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바로 자국 앞바다 호르무즈해협이 제외돼 있다. 또 미국 주도 IMSC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일본 방위성설치법을 핑계로 ‘조사·연구 활동’을 이유로 들었다. 요컨대 한국의 이란 파병은 자국민 보호와 선박 안전을 들고 있지만, 미국 주도 IMSC에 참여하고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해협을 작전 반경에 포함시킨 사실상의 전투행위를 전제로 한 파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란이 경고한 것처럼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함으로써 극도로 복잡한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을 자극해 역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우리 수입 원유의 70%를 공급하는 호르무즈해협 통과 유조선의 해상 안전을 한층 위태롭게 만든 더듬수를 둔 셈이다. 이란은 역내 군사강국이다. 전 세계 석유매장량의 5분의1을 차지하는 산유국으로, 약 35만명의 정규군을 보유하고, 바로 1979년 창설된 엘리트 군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15만명에 달한다.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이 이번에 암살된 솔레이마니다. 이슬람권에서도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와 여성 권리가 잘 보장돼 있고, 400만명에 달하는 대졸 고학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문맹률도 매우 낮다. 주식시장 규모는 이집트의 3배에 달하는 그리고 상당한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한 인구 8400만명의 나라다. 적어도 계획도 준비도 없이 미국 말만 듣고 괜스레 구축함 한 대 들이대고 깝죽거릴 그럴 대상국은 아니다. 그래도 미국이 영 갈궈 대면 양쪽 편을 다 드는 것이 지혜다. 그것이 그리고 외교다.
  • ‘총선 출마’ 고민정 오늘 민주당 입당…추미애 지역구 나오나

    ‘총선 출마’ 고민정 오늘 민주당 입당…추미애 지역구 나오나

    아나운서 생활 뒤 2017년 文대선캠프 합류김의겸 후임으로 靑대변인 올라…1월 사퇴고씨 “험지도 자신 있다…아나운서 내 강점”“촛불혁명 그림, 내 손으로 완성해 보겠다”페북서 추미애 지역구 종점 버스 언급 눈길한준호·박무성·박성준 등 언론계 출신도 입당 고민정(41)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4·15 총선을 위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다. 고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불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등에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2일 오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고 전 대변인 등 4명의 입당 기자회견을 연다고 1일 밝혔다. 고 대변인 외에는 한준호 전 MBC 아나운서, 박무성 전 국제신문 사장, 박성준 전 JTBC 보도총괄 아나운서팀장 등이 포함됐다. 고 전 대변인은 이번 총선에서 서울 광진·서초·동작, 경기 고양·의정부 등에서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추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 출마할 경우 상대 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 고양 지역의 경우 각각 불출마를 선언한 유은혜(고양병)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고양정)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를 물려받게 된다. 서초갑 현역 의원은 이혜훈 새로운보수당 의원, 동작을 현역 의원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상대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고 전 대변인은 2004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2017년 퇴사해 문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에 입성해 부대변인직을 맡았다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하차한 직후 지난해 4월부터 청와대 대변인을 맡아왔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고 전 대변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지난달 3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험지도 자신 있다”면서 “그런 자신감이 없으면 청와대를 왜 나왔겠나”라고 강조했다.고 전 대변인은 “아나운서 출신이고, 젊고, 여성이라는 것이 모두 저의 강점”이라면서 “14년간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전 직종, 전 세대에 걸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게 곧 정치였다”고 말했다. 고 전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서는 “내 손으로 정치를 바꿔보겠다던 국민들이 촛불로 대통령은 바꿨지만, 국회까지는 아직 아니었다”면서 “전세계가 주목했던 촛불혁명이 정쟁으로 그 의미가 희석됐다. 이제 그 그림을 내 손으로 완성해 보겠다. 당당히 맞서겠다. 결코 피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당시 글에서는 광진구를 종점으로 두고 있는 721번 버스를 언급해 추 장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지역구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330여명 태운 두 번째 전세기 김포 도착, 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

    330여명 태운 두 번째 전세기 김포 도착, 이 와중에 대규모 집회?

    전날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에서 철수하는 한국인 330여명을 태운 정부의 두 번째 전세기가 1일 오전 우한 톈허(天河)공항을 출발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1일 0시까지 신종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259명, 확진자가 1만 1791명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KE 9884편 보잉 747 여객기가 한국시간으로 오전 6시 18분(현지시간 오전 5시 18분) 우한 공항을 이륙했다. 전세기는 오전 8시 13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우한 공항 출발 직전 마지막 검역 과정에 고열로 탑승이 좌절됐던 교민 한 명도 이날 함께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승객 수와 2차 전세기 입국 관련 정보는 오전 11시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들은 복잡한 검진 과정을 밟고 아무런 증상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만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격리 수용된다. 두 번째 전세기로 오는 교민 대부분은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귀국하는 과정에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에 이송됐다가 음성 판정을 받은 교민 11명은 1일 오전 9시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추가 입소했다. 이곳에는 전날 150명을 수용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실제로는 156명이 입소했다고 진천군과 경찰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이곳에 수용되는 교민 수는 167명으로 늘었다. 진천 인력개발원 기숙사는 219실로 전날 들어온 교민 156명과 행정·의료 요원 40명에 이어 이날 추가 입소한 교민 11명을 포함하면 모두 207실이 배정돼 12실만 남는다. 정부는 그래도 우한 일대에 남아 있는 300여명의 교민 가운데 귀국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있는지 파악해 세 번째 전세기 투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전날까지 국내에서 11명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주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강행될 예정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았고 전염력도 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규모 집회에 감염자가 참석할 경우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할 수 있고, 접촉자와 접촉 경로를 추적,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1일 낮 12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를 진행한다. 태극기혁명국민대회와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 성향 단체들도 여느 주말처럼 서울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도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톨게이트 승리를 위한 민주일반연맹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주최 측은 약 4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 등 진보 성향 단체들도 같은 시간 KT 광화문 빌딩 앞에서 ‘국가보안법철폐’ 집회를 연 뒤 행진할 계획이다. 일요일 오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생일을 맞아 우리공화당이 서울역과 광화문 광장 등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집회를 주관하는 단체들도 나름 예방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준비하고 참가자에게도 마스크·장갑 착용과 거리 유지 등 준수사항을 알리고 있다”며 “일단 이번에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다음 주 집회는 진행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일반연맹 관계자도 “톨게이트 농성·단식을 마무리 짓고 앞으로 투쟁 계획을 선포하는 중요한 자리여서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참가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현대중공 마이스터대’ 3월 개교

    ‘현대중공 마이스터대’ 3월 개교

    ‘현중마이스터대학’이 오는 3월 개교한다. 1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등 3사는 지난 31일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에서 미래 생산현장을 이끌 인재 양성을 위한 ‘현중마이스터대학 설립 및 운영에 대한 협약식(MOU)’을 개최했다. 오는 3월 개교하는 현중마이스터대는 현대중공업이 2013년부터 운영해 온 사내대학 ‘현대중공업공과대학’을 기업 맞춤형 산업체 위탁 학교로 전환한 것이다. 학생들은 전문 교육기관인 울산과학대학교의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현장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산업 현장 핵심 기술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현중마이스터대학은 조선해양산업공학과와 기계전기산업공학과 등 2개 과로 운영되며 전문대학과 동일한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전공과목뿐 아니라 인문·교양, 외국어 등 기초 소양 교육을 모두 울산과학대학교 전임 교수진이 진행해 더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교육이 제공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든 신입생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과 졸업까지 매 학기 등록금 50%를 지원한다. 동기 부여와 학습 의욕을 높이기 위해 이전 학기 평점 3.0 이상 또는 성적 상위 90% 학생에게는 교육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매월 학습지원금과 학기별 교재비 등도 별도 지급할 예정이다. 노진율 현대중공업 경영지원본부장은 “기술 인재가 곧 회사의 성장 동력이자, 생산 현장의 경쟁력이다”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재 육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취소·중단…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공연계도 비상

    취소·중단…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공연계도 비상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공연계도 비상이 걸렸다. 내한 공연이 예정된 해외 예술 단체는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미 진행 중인 공연은 중단을 선언했다. 공연계에는 당분간 이런 현상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 내한 공연 소식으로 클래식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30일(현지시간) 아시아 투어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마크 볼프 보스턴 심포니 사장은 “동아시아 투어 일정을 취소하는 게 매우 슬프지만, 단원들의 건강을 첫 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올해로 창단 139년을 맞은 보스턴 심포니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내한 공연이 없는 단체로 남아있다. 1960년 아시아투어 일환으로 내한 공연이 예정됐으나 당시 4·19 혁명이 일어나며 국내 정세 급변 영향으로 취소됐다. 애초 다음 달 6일 서울을 시작으로 16일까지 대만, 홍콩, 중국 상하이에서 연주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는 감염병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문화광장 상설공연장 로열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던 뮤지컬 ‘위윌락유’는 공연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제작사 엠에스콘텐츠그룹은 31일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가 최근 늘면서 공연을 더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제작사 관계자는 “수도권 및 경기 일부 지역에 비상경보가 발동되고, 높은 예매 취소율로 공연 진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잠정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재정비해 공연을 재개할 것”이라며 “재오픈 시에는 방역과 안전이 보장되는 장소에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연 주관사는 “공연을 예매한 고객에게 수수료 없이 티켓을 환불하고, 안내를 받지 못하고 공연장에 방문한 관객에게는 별도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육군 창작 뮤지컬 ‘귀환’도 고양, 안산 공연을 취소했다. 제작사 라이브컬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확진 사례가 수도권 및 경기 일부 지역에 있었던 바,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이와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대학의 산학협력 활성화에 3166억원 투입 … 신산업 분야 전공개설 확대

    대학의 산학협력 활성화에 3166억원 투입 … 신산업 분야 전공개설 확대

    올해 산학협력 대학 지원에 총 316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총 20개 대학에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신산업 분야 전공을 개설하도록 유도한다. 교육부는 이같은 내용의 ‘2020년 산학협력 대학 주요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대학의 산학협력 사업에 총 3166억원을 투입한다. 대표적인 산학협력 지원 사업으로 산업계 친화적 대학을 키우는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는 지난해보다 393억원 늘어난 총 2725억원을 지원한다. 자율적인 산학협력 모델과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확산하는 산학협력 고도화형(2421억원)은 기존 지원 대학인 55개교에 학교당 평균 44억원을 지원한다.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사회맞춤형학과 중점형(304억원)은 20개 대학에 학교당 평균 15억원을 지원한다. 신산업 분야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사업은 총 400억원을 투입하며 지난해 20개교에 더하 20개교를 추가로 선정한다. 선정된 대학은 스마트헬스케어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산업 분야 전공을 개설하고 교육과정을 개발한다. 대학의 유휴공간에 기업 입주를 지원해 협력기반을 구축하는 ‘대학 내 산학연협력단지 조성 지원 사업’은 지난해 2개교를 첫 지원한데 이어 올해 4개교로 확대한다. 대학이 보유한 창의적 자산을 산업계에 이전하는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 사업’(BRIDGE+ 사업)은 기존 18개교에서 24개교로 늘리고 학교당 평균 11억원을 지원한다. 대학의 보유한 기술의 사업화를 활성화하고 산학 간 개방형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 완화도 추진한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 시행령에서 대학 산학협력단·연구기관이 보유 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주식을 소유한 회사(기술지주회사)가 기술을 가진 자회사의 의결권 지분(주식)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보유 유예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보유 기준도 20%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임창빈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은 “산학협력 지원사업의 연차평가는 전년 실적 위주의 서면평가 중심으로 추진해 대학의 평가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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