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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자정부 보안 전면 재점검하라

    정부 인터넷 민원발급 서비스에 구멍이 뚫렸다. 시중의 보안검사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조작하는 것으로 누구나 민원서류를 위조하고 변조할 수 있음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다.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온 전자정부 시스템의 보안이 이토록 허술하단 말인가. 행자부는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넷 민원처리가 하루 5만건을 넘어섰다. 올 들어 400%나 급증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혀를 찰 일이다. 전자정부의 한심한 모습은 이번에 문제가 발견된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이 지인으로부터 주민등록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비서관에게 확인을 지시했다.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던 이 비서관은 자신이 아는 몇가지 보안검사 프로그램을 작동시켜보다 이런 허점을 찾아낸 것이다. 전문 해커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프로그래머 등 컴퓨터와 인터넷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위·변조가 가능한 상태로 인터넷 민원서비스가 수년간 방치돼 온 셈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민원서류 위·변조가 있었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대법원도 엊그제 부랴부랴 등기부 등본 인터넷 발급을 중단했다. 역시 보안상의 취약점이 발견된 때문이다. 한심한 것은 대법원 인터넷서비스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 2003년 국정감사 때 지적돼 행자부가 개선한 사항이라는 점이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정보공유가 되지 않은 탓에 행정부가 2년전 개선한 시스템을 대법원은 그대로 방치해 왔던 것이다. 행자부는 뒤늦게 감사를 벌인다며 법석을 떨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전자정부 보안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작업이 따라야 할 것이다.
  • [儒林 속 한자이야기] (89) 說客(세객)

    儒林 (421)에는 ‘說客’(달랠 세/손님 객)이 나오는데, 이 말은 ‘능란한 말솜씨로 각지를 遊說(유세)하고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다. 說자의 본래 音(음)은 ‘설’이다.‘달래다’의 뜻으로 쓰일 때는 ‘세’로,‘기쁘다’의 뜻으로는 ‘열’로 읽는데, 이 경우 ‘悅’자와 통용된다.用例(용례)로 ‘說得(설득: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遊說(유세:자기 의견 또는 자기 소속 정당의 주장을 선전하며 돌아다님),說樂(열락:기뻐하고 즐거워함)’이 있다. 客자는 집( ·면)에 온 ‘손님’을 가리킨다.音符에 해당하는 ‘各’(각각 각)은 ‘出’(나갈 출)과 반대로 ‘집에 들어오다’라는 뜻이다.‘客氣(객기:객쩍게 부리는 혈기나 용기),客反爲主(객반위주:주객이 뒤바뀜)에 쓰인다. 不世出(불세출)의 說客(세객) 가운데 전국시대 魏(위)나라의 張儀(장의)라는 사람이 있다. 한 번은 楚(초)나라 宰相(재상)과 술을 마셨는데 바로 그날 宰相의 璧玉(벽옥)이 없어졌다. 주변 사람들이 犯人(범인)으로 지목한 인물은 가난뱅이 장의였다. 죽도록 매를 맞고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의 세 치 혀가 온전한지부터 확인하였다. 그 길로 秦(진)나라로 간 장의는 惠王(혜왕)을 만나 현란한 말솜씨로 宰相(재상)반열에 올랐다. 전국시대,魏(위)나라의 범저(范雎) 또한 일세를 풍미한 說客이다. 출세의 기회를 엿보던 범저는 須賈(수가)라는 대신을 隨行(수행), 제나라로 가는 기회를 맞는다. 사신 일행이 제나라에 도착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口辯(구변)이 좋은 범저였다. 이에 심사가 뒤틀린 수가는 귀국해 범저를 齊(제)나라와 내통하는 자라고 모함하였다. 범저는 혹독한 수모를 겪은 뒤 후원자 鄭安平(정안평)의 도움으로 秦(진)나로 탈출하였다.王稽(왕계)는 그를 國泰民安(국태민안)을 이룩할 인재라고 추켜세웠다.昭襄王(소양왕)은 범저가 달갑지 않았으나 인재가 아쉬운 시대이므로, 일단 그를 末席(말석)에 앉혔다. 그후 범저는 遠交近攻策(원교근공책: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계책)으로 진가를 인정받아 재상 지위까지 올랐다. 蜀(촉)나라의 등지(鄧芝)는 吳(오)나라의 손권(孫權)을 說得(설득)하여 촉을 구한 외교 수완가였다. 위나라가 다섯 방면에 걸쳐 촉을 攻擊(공격)하고자 하는 狀況(상황)에서, 오와 촉이 다시 손을 잡게 하는 큰공을 세운 것이다. 등지를 맞은 손권은 가마솥에 기름을 끓이고 무사 천 명을 세워놓아 등지의 기를 꺾으려 했다. 그러나 등지는 堂堂(당당)한 態度(태도)로 協商(협상)에 임하였다. 손권은 등지의 조리있는 말솜씨와 당당한 태도에 탄복하여 ‘촉에는 등지 같은 인물이 있어 그 주인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고 稱讚(칭찬)했다. 이처럼 걸출한 口辯(구변)능력으로 榮達(영달)을 누린 이가 있었는가 하면 舌禍(설화)로 변을 당한 예도 許多(허다)하다.殷(은)의 충신 比干(비간)은 폭군 紂王(주왕)에게 直諫(직간)하다 심장에 구멍이 7개나 뚫렸다.史記(사기)의 저자 司馬遷(사마천)은 친구 李陵(이릉)을 변호하다 漢武帝(한무제)에 의해 宮刑(궁형)의 참변을 당했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정치사찰 행정” 비난 빗발

    충청북도가 일선 시·군에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동향 파악을 지시, 정치사찰과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을 일삼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14일 도에 따르면 최근 도내 12개 시·군에 ‘시·군 여론동향 의견수렴’이란 업무연락을 일제히 보내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동향 및 지역주민 여론을 파악,16일 오전까지 팩스나 이메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충북도는 이 업무연락에서 도내 시장·군수는 물론 국회의원 출마 예상자까지 포함, 동향을 파악하도록 했다.●충북도 “정치적 의도 전혀 없다” 이와 관련, 충북도 관계자는 “매년 추석이나 설에 이들의 활동과 미담사례를 관행적으로 수집해 오던 것으로 행정자치부가 업무연락을 통해 ‘10·26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기타사항도 챙기라고 해 시장·군수 부분을 더 끼워 넣어 지시했다.”면서 “선거나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일선 시 관계자는 “예년에 도에서 미담을 모아 보내도록 지시한 적은 있지만 특정 정치집단을 지정해 동향파악을 지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충북의 모 군 공무원도 “도가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선거분위기를 미리 파악하려고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원종 충북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한다.●군사정권 시절 지방과서 하던 업무 자치단체의 이같은 동향파악은 군사정권 시절 지방과에서 하던 업무로 지금은 경찰도 이를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 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뒤 정치적인 동향이나 선거관련 주민여론 파악은 매우 예민한 부분이어서 전혀 안하고 있다.”면서 “정치적인 부분은 공무원이나 행정기관에서 개입할 게 아닐뿐더러 시대적인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충남지방경찰청 관계자도 “3년 전만 해도 정보2계에 ‘경제, 노정, 사회’ 등과 함께 ‘정치반’이 있었으나 지금은 정치라는 말이 아예 없고 정치사찰도 안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 김성배 지도계장은 “동향파악 행위 자체는 선거법 위반이 안 되지만 이를 선거운동 기획에 활용하면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도 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에도 이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 ‘동향보고’라는 ID의 네티즌은 ‘이원종 지사는 사전 선거운동을 즉시 중단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거, 정말 없애야 할 것 같습니다.”면서 “아직도 이러고들 있으니…”라고 혀를 찼다. 한편 충북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이 지사는 아예 모르는 사항이다. 이를 지시한 일은 더더욱 없다.”고 해명했다.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15) Foot Fetish

    [마광수의 섹스토리] (15) Foot Fetish

    벽을 보도록. 발 노예야, 내 발을 숭배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때까지 구석에 가서 서 있어라!” ‘발 페티시(Foot Fetish)’ 클럽의 여주인 ‘지나’는 빨간 코트를 벗으면서 남자에게 명령한다. 지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남자는 여인이 걸친 무거운 비단 천, 숨겨진 긴 발톱, 하이힐의 은근한 힘을 연상한다. 다시 지나가 그에게 말한다. “너는 내 발을 숭배할 자격이 없다. 안 그런가? 나의 불쌍한 노예야.” 남자는 부르르 몸을 떨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이한 마조히즘의 쾌감에 잠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저의 여왕님. 저는 여왕님의 발을 숭배할 자격이 없습니다.” 남자는 벌써 널찍한 방 구석에서 몸을 움츠리며 즐거운 공포에 젖어있다. “야, 발의 노예야. 너는 이제부터 착하게 굴어야 한다. 내 친구들 앞에서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도록 해라.” 남자는 그저 그렇게 생긴 보통 사람이다. 보통 키에 보통 체중, 고급 미용실에서 만진 듯한 산뜻한 헤어스타일, 투명색 매니큐어를 칠해 말끔하게 다듬어진 손톱, 나이는 마흔 서너살쯤…. 남자는 사타구니에 꽉 끼는 검은 가죽 팬티를 입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다. 코트를 벗어젖힌 지나는 아름다운 살결의 여성이다. 검은 색 니트 캣슈트(손목에서 발목까지 가리는, 몸에 꽉 끼는 여성용 운동복)가 탄력있는 몸매를 매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나는 허벅지까지 오는 윤기 나는 비닐 부츠를 신고 있고, 귀에는 무거운 은제(銀製) 귀고리를 달고 있다. 코트를 의자 위에 던져놓은 지나는 핸드백에서 스웨이드 채찍을 하나 꺼낸다. 그리고 채찍으로 노예의 뭉툭한 고환 부근을 때리면서 계속 욕설을 퍼붓는다. “발 노예야, 이번 주일엔 어땠지? 내가 시킨 걸 다 했나?”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노예는 아주 공손한 음색으로 겸손히 묻는다. “내가 너에게 선물로 준 나의 하이힐에 너의 페니스를 비비면서 매일마다 마스터베이션을 했냐 이 말이야.” “예, 그렇게 했습니다. 여왕마마께서 시키신 일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너는 내 말을 잘 듣는 노예냐?” 이렇게 말하면서 지나는 남자의 어깨를 채찍으로 내려친다. 남자는 아픔으로 몸을 떤다. “자,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할 테냐?” 이렇게 말하면서 지나는 남자의 등을 세게 채찍질한다. 그러고서 다시 덧붙인다. “발 노예, 네가 얼마나 착하게 굴었는지에 대해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예, 여왕님, 저는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럴만한 가치조차 없지요.” 지나는 남자한테서 몇발자국 떨어져나와 발을 벌리고 선다. 그리고 양손을 허리에 얹는다. 실내는 조용하다. 차량들의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을 닫아둔 상태이다. 공기를 가르는 채찍소리와 지나의 목소리 이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강력하면서도 교양이 있고, 그리고 명령하는 투의 지나의 목소리 이외에는……. 지나는 다시 웅크리고 있는 남자에게 명령한다. “돌아서서 나한테로 기어와라.” 말씨이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지나를 향해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와 그녀의 발 바로 앞에서 멈춘다. 바로 눈 앞에 부츠를 신은 지나의 오른쪽 발이 있지만, 남자는 수줍어 어쩔 줄을 모른다. 지나의 발 끝이 남자의 뺨에 닿는다. 남자의 페니스가 발기한다. “핥아라.” 지나는 발을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남자에게 말한다. 남자는 지나의 반짝거리는 비닐 부츠에 혀를 댄다. 그리고 혀로 신발을 광택나게 닦기라도 하듯이 길고 넓게 부츠를 핥는다. ‘발 페티시스트(Foot Fetishist)’의 유형에는 세가지 타입이 있다. 하나는 발 숭배하기이다. 그들은 여자가 신발을 신은 채든 벗은 채든 발을 핥고 발에 키스하는 데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 다음은 짓밟기. 굽 높은 하이힐을 신은 여자가 남자의 몸뚱어리 위를 걸어다니거나 짓밟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거녀(巨女) 콤플렉스’ 실연하기. 거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남성은 숫자가 좀 적다. 그들은 상대방 여성이 거인(巨人)이고 자신을 난쟁이라고 생각하며 상대가 자기를 밟아죽이는 상황을 연기하고 싶어한다. 남자는 지나의 부츠를 오랜 시간동안 핥고 빨다가 드디어 자기의 몸뚱어리를 짓밟아 달라고 애원한다. 지나는 엎드린 남자의 등 위에 서서 사정없이 뾰족한 굽으로 짓밟는다. 그때 남자의 페니스에서 정액이 분수처럼 솟구쳐 나온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지나는 부츠를 벗고서 맨발을 드러낸다. 그런 다음 남자에게 명령한다. “이제 내 발의 냄새를 맡아라!” 그리고 이어서 덧붙인다. “발에 코를 대고서 진짜로 냄새를 맡는 거다.” 남자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지나는 의자에 앉아 있다. 남자는 지나의 발에 입술을 갖다댄다. 지나의 발냄새를 깊숙이, 그리고 허겁지겁 들이마시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온다. “이젠 발을 문질러라.” 지나가 말한다. 지나의 발은 갸름하고 발가락이 길다. 다소 짧은 새끼발가락을 빼고 나머지 발가락들은 엄지발가락만큼 길며 발톱들에는 빨간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지나의 발을 문지르는 동안 남자는 가끔씩 신음소리를 낸다. 얼굴에는 성적 흥분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지나는 남자에게 문지르는 것은 이젠 됐다고 말하면서, 엄지발가락 하나를 부드럽게 남자의 입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남자는 숨죽여 흐느낀다. 남자는 계속해서 열심히 여자의 발가락을 빤다. 남자는 헐떡거리면서 숨을 몰아 쉬며 신음한다. “난 잠깐 쉬고 싶다.” 지나는 남자의 입에서 발을 빼며 말한다. 남자의 얼굴에서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 드러난다. 그리고 뜨거운 갈망의 표정도 드러난다. 시간이 잠시 흐른 뒤, 지나는 남자의 음낭 주변을 그물스타킹으로 묶는다. 그리고 남자가 지나의 부츠를 공손하게 신기고 있는 동안 그의 귓전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남자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다. 지나는 빨간색 코트를 입는다. 남자가 지나에게 두툼한 돈을 지갑에서 꺼내어 준다. 정중한 자세로……. 남자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집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남자의 아내는 남편이 발 페티시스트라는 것을 모른다. 오랫동안 정상체위의 섹스만 해왔기 때문이다. 남자는 식사를 마친 후,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든다. 물론 아까 음낭에 매고 온 스타킹을 풀어 자신의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보관한 뒤의 일이다. 남자는 아내와 인터코스를 하면서 아까 가졌던 지나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니까 페니스가 차츰 발기되어 온다. 남자의 아내는 펠라티오조차 하기를 거부하는 ‘숙녀’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삽입성교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남자는 머릿속으로 지나의 긴 뾰족 부츠와 발 냄새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쓴다. 그러자 점점 더 또렷하게 그녀의 발 모양과 냄새가 머릿속에 떠올라온다. 그의 페니스가 드디어 아내의 질 속으로 들어간다. 남자는 아까 지나가 자신을 엎드려놓고 발로 밟아줬던 기억을 쥐어짜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기억은 잠시뿐, 그의 페니스는 서서히 오그라들고 만다. 그의 아내가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남자는 삽입성교를 포기하고 침대 머리에 비스듬히 기댄다. 그러고는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문다. 아내가 남편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한다. “여보, 우리 큰 병원의 섹스클리닉에라도 가봐요. 당신의 성기능이 아무래도 이상해요.” 남자는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려 준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봤던 지나의 긴 비닐 부츠와 송곳 같은 굽이 오르락거린다. “내일은 돈을 더 줘 봐야지…. 그러면 더 오랫동안 나를 밟아줄지도 몰라….” 그는 이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긴 한숨을 몰아쉰다. 아내는 남편의 심정을 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녀도 답답한지 담배를 한 대 피워문다.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8)한국의 토산 명차들

    [여연스님의 재미있는 茶이야기] (8)한국의 토산 명차들

    대롱꽃나무에 붉은고추잠자리가 서성이는 것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일지암 초당앞 차밭엔 어느새 차꽃이 피었다. 하얀 소화(小花)다.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하얀 소화꽃을 보고 태맥산맥의 조정래 선생은 그 여주인공 이름을 소화라고 했다. 차꽃이 열리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향기가 벙그러진 꽃들사이로 작설의 기운을 차곡 차곡 안으로 안으로 안아낼 것이다. 삶과 영혼의 기쁨이 깃든 한잔의 따뜻한 차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조선시대 시대를 반역하며 산중에 은거한 거인(巨人)이었던 설잠 김시습의 살림살이가 떠오른다. 경주 용장사에 은거해 작은 초당을 짓고 차나무를 가꾸고 차를 달여 마시던 설잠은 형편따라 살림을 사는 안분지족의 삶을 이렇게 노래했다. “무를 푹 삶고 또 오이를 구워서/형편 따라 먹는 산중의 공양 차도 달이네/배부르지도 고프지도 않아 한가로이 누웠으니/이제사 알겠네, 뜬 뗏목 같은 신세인 줄을!” 설잠은 ‘삶은 부평초 같은 것이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삶은 또한 뿌리깊은 나무같은 것이다. 머뭇거리는 구름도, 석양의 햇살을 몰고가는 바람도 그 흔적이 없지만 삶은 손님을 보내버린 주인처럼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우리차의 흔적도 마찬가지다. 마치 허공에 갈아 놓은 밭처럼 끊임없이 흩어졌다 모여 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까지 그 황금의 차향기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명차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려시대의 ‘뇌원차’다.(고려사 열전)에는 ‘최승로가 죽으니 문정이라 휘하였는데, 나이는 63세였다. 왕이 슬퍼하며 하교하여 그 훈덕을 보상하여 태사로 중하고, 베 천필, 면 삼백석, 경미 오백석, 유향 200량, 뇌원차 200각, 대차 10근을 부의하였다.´고 적고 있다. 왕이 국가에 큰 공덕을 세운 신하에게 ‘차’를 상으로 내리는 풍습은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다. 그 당시 차를 살펴보면 중국의 명차였던 ‘용병봉단’등 대부분 중국차 이름이 등장한다. 그 당시에도 우리 차는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야 신라의 문헌들은 그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삼국유사)에는 문무왕때 가야의 종묘에 제사를 지내는 음식으로 밥 떡 과일과 함께 차를 공양했다는 기록이 보여진다. 또한 보천 효명태자의 헌공다례에 대한 기록, 쌍계사 진감국사비에 새겨져 있는 ‘음다유복’, 고구려무덤에서 발견된 전차(錢茶)등의 기록을 보면 가야 삼국시대에도 우리 토산차가 분명히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건 민심 달래려 백성들에 차 하사 그러나 불행하게도 왕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문화적 선진국이었던 중국 차를 매우 선호했던 것 같다. 차를 하사한 여러 가지 문헌에 우리차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려사 열전)에 기록된 ‘뇌원차’에 대한 것은 우리명차와 관련해 귀중한 기록 중 하나인 것이다.‘뇌원차’는 덩이차였던 각차였다. 헤아렸던 단위는 각이며 주로 국가 최대의 행사였던 팔관회 공덕제등 국가행사, 국빈급 외교관의 방문에 답하는 예물이었던 ‘어용단차’(御用團茶)였던 것으로 보여진다.‘어용단차’였던 ‘뇌원차’는 그런 점에서 우리토산차의 역사를 신라를 비롯한 삼국시대까지 끌어올리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고려가 후백제와 신라를 병합하기 전 차를 생산했던 전라 경상도에 영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신라의 경순왕이 그의 권좌를 넘겨준 것은 935년이다.‘뇌원차’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한 최고품질의 토산차였다는 것이다. 뇌원차, 즉 단차의 제조는 조선시대 말엽까지 이어져왔다. 찻잎을 찌거나 데쳐낸 다음 절구에 찧은 후 모양을 찍어 말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 음다법은 우리가 보리차를 끓이듯 차를 물에 끓여서 마셨다. 그런 점에서 뇌원차는 차를 물에 넣고 오랫동안 끓여도 쓰거나 떫지 않은 발효차였을 것이다. 이 시기 또 다른 토산차에 대한 기록은 ‘대차’(大茶)에 대한 것이다. 대차가 사용된 시기는 뇌원차가 사용된 시기와 비슷하다. 그시대 토산차 중 하나였던 ‘대차’는 외교사절이나 국가행사때 하사한 기록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대중들이 마시는, 등급 낮은 대중토산차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에 또 다른 기록이 있다.‘태조 14년(931년) 8월 계축일에 보윤과 선규등을 보내어 신라의 왕에게 안마 능라 채금을 전하고 아울러 백관들에게 채면을, 국민들에게는 차와 복두, 승려들에게는 차와 향을 각각 하사하였다.´고 적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국민과 승려들에게 차를 하사했다는 대목이다. 차는 당시 매우 귀한 물품이었다. 그것은 곧 차의 국내생산이 매우 적었다는 것을 뜻한다. 역설적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민중들이 차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국가를 건설한 태조왕건이 국내의 흉흉한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위해 하사한 선물이라면 많은 민중들의 애장품이었던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우리차의 대명사랄수 있는 ‘작설차’다.‘작설’은 고려시대의 연고차를 거쳐 조선중기에 우리가 현재 마시는 잎차로 정착했다.(동국여지승람)(동의보감)에 등재되어 있는 ‘차’ 또는 ‘작설’의 명칭이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은 바로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제현의 시에서다. 이제현은 차를 매우 잘 제다했던 송광스님에게 차를 받고 다음과 같은 답시를 보낸다. “가을 감 먼저 따서 나에게 보내주고/봄날 불쬐어 말린 작설도 여러번 나누어 주었네/맑은 향기 한식전에 딴 것인가/고운 빛깔 숲속의 이슬을 머금었는 듯/돌솥에 물 끓으니 솔바람소리/자기 잔에 따르니 빙빙돌며 젖빛 꽃이 피어난다.” 조선시대 작설차에 대한 기록은 매월당 김시습의 ‘작설’이란 시에 잘나타나 있다.“남쪽나라의 봄 바람이 일렁이는데/차 나무 숲 잎들은 뾰족한 부리 내미네/어린싹을 가려내니 신령스러움과 통하고/그 맛은 이미 육홍점의 다경에 기록되었네/기창 사이에서 자주빛 싹을 가려내어/용병봉단의 모습만 헛되이 흉내 내었네/산집에 밤 고요하여 객들은 둘러 앉았는데/한번 마신 운유차에 두 눈이 밝아진다/당시 집에서 잔일이나 하던 저 사람이/어찌 알겠나 눈으로 다린 차가 이처럼 맑다는 것을” ●참새 혀 형상 작설차 우리명차 대명사로 고려후기부터 조선까지 이어져 우리차의 대명사가 된 ‘작설차’는 아주 이른시기인 경칩을 전후해 어린 잎으로 만들어진 차라는 것이 여러기록에서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다서인 (선화북원공다록)에는 찻잎의 품격을 논할 때 가장 으뜸가는 찻잎을 작은 싹 즉 소아(小芽)라고 하면서 그 모양은 참새 혀(雀舌)와 발톱 같다고 했다. 다음은 이규보가 거론한 유차(孺茶)와 향차에 대한 것이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차 벗인 노규선사가 보내준 ‘조아차’(早芽茶)를 스스로 ‘유차’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규보는 ‘운봉에 사는 노규선사가 조아차를 내놓기에 내가 유차라 이름 짓고 스님이 시를 청하기에 읊노라’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스님은 어디서 차를 얻었을까. 받자마자 코에 밀어닥치는 향기에 먼저 놀라네. 벽돌화로에 활활 타는 불로 차를 시험삼아 달여, 꽃무늬 오지사발에 차를 일구니 그 빛깔과 맛을 자랑하네. 진한 차 입에 들어가니 연하고도 부드러운데, 어린아이의 젖내와 같은 향기가 있구나. 부귀한 가문에서도 이런 차를 볼 수 없는데, 우리 스님이 이 차를 얻은 것이 이상도 하네.” ‘유차’라는 명칭은 소동파의 (주인에게 유차를 붙이며)라는 시에서 맨 처음 등장한다. 이규보는 아주 작은 조아차를 보고 ‘유차’라고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조아차는 당시 중국의 명차였던 몽정차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최고의 명품차였던 몽정차와 유차를 비교한 것은 유차 역시 뛰어난 명품차였다는 또다른 반증이기도 하다. 유차는 당시 화계에서 생산되었다. 이규보가 손한장에게 화계의 유차에 대해 적어보내고 있다.“우연히 유차의 시를 지었는데, 그대에게 전해질 줄 생각지도 못했네. 시를 보자 화계에서 놀던 일 문득 생각나 눈물이 나네. 운봉의 차를 맛보니 남녘에서 마시던 일이 완연하구나.”고 말하고 있다. 이규보는 또 “화계에서 차 따던 일 생각해보세. 관에서는 감독하여 아이 늙은이 모두 불러내어 험준산 산속에서 겨우 차를 따모아 머나먼 서울까지 등짐지어 날랐네. 이는 백성의 애끓는 피와 땀이니 수많은 사람의 피땀으로 서울로 오게 되었네.”라며 당시 차 공납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초의스님 ‘떡차´ 반야병다로 재현 고려시대 뇌원차에 비견할 만한 ‘향차’도 과거 우리 명품차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음선정요)와 (고려사)에서는 “흰 차 한자루, 용뇌조각 석돈, 백약전 반돈, 사향 두돈을 가늘게 갈아서 멥쌀로 쑨 죽과 섞어서 떡 모양으로 틀에 박아서 만든다. 충렬왕 임진 18년(1292)10월 을사일에 홍군상이 돌아갈 때 장군인 홍선을 보내어 홍군상과 함께 원나라에 가서 향차와 목과 등을 바치게 하였다.”며 향차가 뇌원차 만큼 귀한 차였음을 알게 한다. 신라 고려시대 등 우리나라 차인들은 중국명품차의 성분을 분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을 모방해내 창조적인 차들을 많이 생산했을 것이다. 과거의 기록에서 사찰이나 귀족들이 고급차를 직접 제다해 서로 ‘투다’(鬪茶)를 한 것을 보면 많은 차들이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토산차로는 초의스님의 ‘떡차’를 들 수 있다. 초의스님의 제자인 범해 각안스님은 ‘초의차’란 시에서 “곡우절 맑은날 /노오란 싹은 아직 잎이 피지 않았는데/솥에서 데쳐내어 밀실에서 말리네/모나거나 둥근 차 찍어내고/죽순껍질로 안을 말아서 싸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 초의스님의 떡차는 일지암에서 ‘반야병다’라는 이름을 재현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과거 우리명차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허전하고 빈약하다. 그런 어려움 속에도 근현대 차인들은 우리차의 명맥을 살려내고 있다.‘잭살영감’ 조병권옹, 김복순 조태연씨, 그리고 1939년 전남 강진에서 ‘백운옥판차’를 생산한 이한영씨 등이 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의재 허백련 선생의 춘설차, 효당 최범술 스님의 반야로, 화개제다의 홍소술사장, 광주 서양원사장, 보성 대한다업의 장영섭씨 등이 그뒤를 잇고 있다. 일지암 암주 ■ 차 몇통과 바꾼 1년 양식 우리차 이야기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지금은 화개골의 전설이 되어버린 ‘잭살영감’ 청파 조병곤옹의 이야기다. 그의 정확한 이력에 대해서 잘 알려진 것은 없다. 그는 중국에서 머물다 해방후 죽을 때 까지 쌍계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에 대한 일화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해방후 한국차는 그 명맥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다. 당시 몇몇 스님들과 선비들을 제외하고 민중들의 머리엔 ‘차’라는 이름이 거의 사라졌을 때였다. 중국에서 귀국한 잭살영감은 아마도 중국에서 차에 대한 깊은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는 먼저 쌍계사 대밭숲에 자생하던 어린 차나무들을 파내어 차밭을 조성했다. 그때 조옹은 화개골 사람들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차밭 조성을 종용하는 예언을 했다. 그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도 교분이 있었다고 한다. 봄이 되면 조옹은 손수 가꾼 차밭에서 차를 따고 덖어 이승만 대통령이 머물던 경무대를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 차 몇통을 전달한 뒤 그가 먹을 1년치 양식값을 가져왔다고 한다. 가장 서구적인 대통령으로만 알려진 이승만 대통령은 차를 아는 차인이었던 셈이다. 조옹은 또 가장 현대적인 차 상품을 직접 만든 차인이었다. 당시 매우 귀했던 깡통을 차통으로 디자인해 수백통의 차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차를 모르던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낙심한 그는 그 귀한 차들을 해우소에 쏟아버렸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차가 외면당하자 조옹은 그만 몸져 눕고 말았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차를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슬픈 근현대사 차이야기 중 하나다. 기록되지 않는 화개차의 전설로 우리곁에 머물고 있는 ‘잭살영감’이 만든 차는 ‘작설차’와 ‘발효차’였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찔레꽃같은 향편차도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 평가해보면 ‘잭살영감’은 대단히 선각적인 차인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화개에는 또다른 전설들도 있다. 김복순 할머니와 조태연씨가 1960년 중후반 ‘죽로차’와 ‘작설차’라는 이름을 가진 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판매했다. 조선시대를 지나 한일합병으로 우리들에게 잊혔던 우리차가 이름없는 이들에 의해 그 불씨가 되살아나는 것은 바로 차의 향기와 문화의 위대함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 “미안하다! 교육부” 재경부 국장 교육업무 체험기

    “미안하다! 교육부” 재경부 국장 교육업무 체험기

    “쌔(혀)빠지게 일만 하고 욕은 욕대로 처먹고…. 정말 불쌍한 조직입니다.” 중앙 부처간 인사교류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1년7개월간 인적자원관리국장을 하다 지난 1일 ‘친정’으로 되돌아간 이종갑(51)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의 소회다. 교육부에서는 대학 입시 및 대학 구조개혁 업무를 총괄하는 막중한 자리였다. 당시 재경부 국장급 공무원이 교육부 업무를 경험하기는 처음이었다. 부동산이나 국가경쟁력 등 경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판의 도마에 함께 올랐던 단골 메뉴가 교육이었기에 그의 교육부행(行)은 큰 관심을 모았다. 이런 그가 교육부에서 겪은 것은 한마디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었다.“일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처지가 안타깝고,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 그는 이런 심경을 재경부와 비교했다.“재경부는 정책 찬반이 있어도 큰 방향이 결정되면 웬만해서는 그냥 갑니다. 일단 받아들이는 겁니다. 선택할 수 있는 정책도 서너 가지로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찬반이 갈리면 한치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책 환경이 재경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재경부의 경우 주식시장 정책 등 국민 대다수가 반기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교육부는 그렇지 않다는 정책 특성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국민 모두가 교육 전문가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재경부 공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국민들에게 그나마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 공무원들은 모든 국민들이 자녀를 기르는 전문가인 현실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의견수렴부터 집행 단계까지 걸리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교원·학부모단체는 물론이고 국회·교육혁신위원회·국무총리실·청와대까지, 재경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절차가 복잡하고 관심도 많습니다.” ●일일이 현장과 접촉해야 하는 교육부 ‘교육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움켜쥐고 있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냈다.“재경부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 국세청 등 실무 기관이 여럿 있기 때문에 재경부는 순수하게 정책만 만들면 됩니다. 반면 교육부는 (그런 기관이 없어) 일일이 현장과 접촉합니다. 왜 그런 것까지 교육부가 하느냐고 하겠지만 실무기관이 없는 현실에서 꼭 해야할 일이기에 하는 것이지요. 정말 문제입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밤잠을 설쳐가며 2008학년도 대입제도와 대학학자금대출제도 개선안 등 굵직한 정책도 내놓았다.“이런저런 사정과 환경을 감안하면 인적자원관리국 소속 3개 과가 한 일이 기적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대학 입시 문제에 발목 잡혀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육부를 떠났지만 가슴 한편에는 교육에 대한 걱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다. 최근 조직이 개편돼 업무가 더 늘어난 직원들이 고생할 일부터 걱정했다.“교육 정책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재경부에 돌아왔으니 이런 생각을 알려야겠지요.”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홀로가는 ‘연정’…3대 관전 포인트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을 시대적 화두로 올려놓기 위해 ‘폭탄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역주의 구도에 찌든 정치권에는 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곁들인다. 문제는 야당은 둘째치고서라도 여당 내에서조차 연정 논의를 소화할 만한 역량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연정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나.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3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고민하는 의원이 없다” 7월 초 연정 관련 첫 보도가 나간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연정 논의를 주도하는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고위 당직자는 “유시민 의원을 비롯해 노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일부를 빼고 많은 의원들은 연정 구상을 ‘곧이 곧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들의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이 착잡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일부 초선 의원은 정치 격랑을 겪지 않고 탄핵역풍을 타고 손쉽게 ‘금배지’를 다는 바람에 별다른 고민 없이 ‘재선’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몸사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앞길이 불확실해 보이는 연정 구상에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배지를 뗄 각오로 달려들어도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마당인데….”라며 혀를 찼다. 이같은 분위기는 자아 비판을 넘어 당의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기득권 연연하는 국회” 대통령의 연정 구상은 지난 6월 말 종료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은 특위가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의 단초를 마련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이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야는 특위에서 국회의원 선거 관련 조항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기초의원선거의 중대선거구제 실시,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도입 등에만 합의했다. 초선의 한 당직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제 문제는 여야가 약속한 듯 묻어두고 간 셈”이라면서 “대통령은 여든 야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에 개탄,‘그렇다면 나라도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연정 구상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내각제냐,4년중임제냐를 둘러싼 향후 개헌 논의도 각 정파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주의 구도와 정책정당은 모순” 거센 역풍에도 불구하고 여권 수뇌부가 연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역주의 구도 타파와 정책정당 실현이라는 정치개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지역주의 구도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헤쳐모여식 정당의 재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한 고위 당직자는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영·호남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알파(α)요 오메가(Ω)인 셈인데, 소신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적어도 5∼6개의 원내 정당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뭉친 ‘짬뽕 정당’,‘무지개 정당’이라는 비판 의식에서 비롯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프레온가스 안뿜는 ‘물 에어컨’ 나온다

    프레온가스 안뿜는 ‘물 에어컨’ 나온다

    이르면 오는 2007년부터 물을 이용한 에어컨을 구입할 수 있다. 전세계가 앞다퉈 ‘물 에어컨’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에 도달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물 에어컨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량도 기존 에어컨보다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말까지 시제품 제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열·유동제어연구센터 이대영 박사는 1일 “에어컨의 냉매로 프레온가스 대신 물을 이용하는 ‘물 에어컨’ 제작기술을 개발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 에어컨의 원리는 습기가 제거된 건조한 공기가 물이 뿌려진 그물망을 통과하면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 공기를 냉각시키고, 차가워진 공기를 실내에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냉매로 물을 사용하는 에어컨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에어컨보다 2배 이상 크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박사는 “물의 증발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기와 물이 접촉할 수 있는 표면적을 넓혀야 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물과 공기의 접촉면은 늘리면서 크기는 줄일 수 있는 표면처리 기술을 개발, 국내외 특허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 에어컨은 제습(除濕) 장치 때문에 가격이 비쌌으나 현재 제습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실리카겔보다 성능이 4∼5배 뛰어나고, 대량생산이 쉬운 고분자물질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크기와 가격을 기존 에어컨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다는 것. 기존 에어컨은 냉매, 증발기, 압축기, 응축기(실외기) 등으로 구성된다. 냉매는 증발기에서 기화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고, 압축기는 기체냉매에 압력을 높이고, 응축기는 기체냉매를 액화시키면서 열을 방출한다. 이처럼 냉매가 액화와 기화를 반복하며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 에어컨은 오존층 파괴 등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프레온가스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프레온가스를 회수하기 위해 건물 밖에 실외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에어컨 전기 소비의 주범인 압축기도 필요없어 전기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 박사는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르면 2007년부터 물 에어컨을 생산,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나무 그늘이 시원한 이유도 기화열 때문 이처럼 액체가 기체로 바뀔 때 주위의 물체에서 열을 빼앗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 바로 에어컨의 원리다. 날씨가 무덥거나 운동을 열심히 해 몸에 열이 생기면 땀이 흐르고, 이 땀이 증발하면서 몸을 식힐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물체의 온도는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분자들의 움직임이 빠를수록 온도는 높아진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던 분자가 물체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열이 기화열이다. 빠르게 움직이던 분자가 떠나면 물체에 남아있는 분자들의 움직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온도도 내려간다. 즉, 땀이 기화한다는 것은 땀 속의 물 분자가 몸에서 달아나면서 기화열을 가져가는 것이다. 따라서 땀이 나서 말랐을 경우 그 양은 몸을 식힌 열량과 같다.1㎈는 1g의 물을 섭씨 1도 높이는 데 드는 에너지이다. 얼음에서 물로 변하는 데 드는 열량은 1g당 80㎈, 물을 100도까지 올리는 데에는 1g당 100㎈가 든다. 그런데 물을 기화시키려면 1g당 무려 540㎈가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철, 나무 그늘 밑이 시원한 이유도 이같은 기화열 때문이다. 나무가 숨을 쉬면서 기화 작용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잎 표면에서는 습기가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가져간다. 또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시리도록 차가운 이유 중 하나도 각종 식물에서 일어나는 왕성한 기화 현상 덕분이다. 반면 땀샘이 없는 개는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어 헉헉거리면서 몸 안에 있는 액체를 기화시켜 몸의 열을 낮춘다. 돼지도 땀샘이 없어 물기가 많은 뻘을 온몸에 묻혀 이를 말리면서 몸의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대입 수시2학기 가이드] 논술·면접 이렇게

    [대입 수시2학기 가이드] 논술·면접 이렇게

    영어혼합형 논술과 풀이과정·정답을 요구하는 수리논술을 금지하는 논술가이드라인 발표로 수시2학기를 준비하는 대학과 수험생은 가이드라인에 맞추어 문제를 내고 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학들은 올해 수시모집 입시요강 및 모의고사를 통해 수리·영어논술을 출제할 것임을 밝혀 왔지만,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라 출제방향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대학들은 이에 따라 새 출제방침을 곧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학생들로서는 일단 지원 대학의 언어논술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마무리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면접·구술고사에도 한층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제 경향 어떻게 바뀌나 가장 큰 변화는 영어 제시문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올 수시1학기까지만 해도 영어혼합형 논술은 단순 지문 제시뿐 아니라 특정 문장 번역, 단락 요약 등으로 갈수록 강화·세분화되는 것이 대세였다. 특히 서강대,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의 경우 수험생들이 “논술이라기보다는 영어 시험”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어 지문은 출제할 수 없게 됐다.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과 관련, 영어지문 배제에 대한 논란은 예상되지만, 대학들은 이번 수시 2학기부터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영어 활용능력을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았던 기존 논술에서 영어가 빠진다면 대학들은 국문 지문의 수준을 대폭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시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고난이도의 인문·사회과학, 고전, 문학 등 지문이 주어질 가능성이 많다. 또 기존의 텍스트 위주에서 도표, 그림, 통계자료 등 다양한 재료를 주거나 지문에 한문이 대폭 섞이는 경우도 예상된다. 수리·과학논술의 경우 영어와 달리 전면 금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수시 2학기 전형에서 수리논술 문제를 내 본고사 논란에 시달렸던 고려대를 비롯해, 서강대·이화여대 등의 올 수시 1학기에서는 본고사성 문제 논란을 피해 갔다. 고려대는 지난해와는 달리 특정한 답보다는 다양한 접근의 풀이와 수학적 사고력·논리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고, 성균관대 등의 과학논술도 과학의 탐구·설계 과정을 중심으로 실생활에 연결짓는 형태로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연계 모집단위에서는 수학·과학적 이론과 관련, 논리력·사고력을 측정하는 서술형 수리논술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시논술 형태 언어논술 집중 준비 수시모집에서는 대학별고사가 핵심 전형인 만큼 수험생들도 새 기준에 따른 발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예년의 경우 최종 커트라인을 기준으로 약 20∼50%의 수험생들이 대학별고사로 당락이 바뀌었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는 영어·수리논술에 부담을 던 학생들까지 대거 응시할 것으로 보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험생들은 다소의 혼란 속에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출제 기준이 바뀌더라도 대학별 기출문제 점검은 기본 중 기본이다. 수시 2학기의 경우 수시 1학기의 출제경향이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장 전형을 시작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전체 틀을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문제를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기존 출제방식에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요소만 배제할 가능성이 크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기출문제에서 영문 지문만 국문 지문으로 대체된다고 보고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더 다양하고 난해해질 제시문에 당황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각 대학의 정시논술 기출문제도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정시논술의 경우 수시에 비해 ‘전통적’ 의미의 언어논술 형태가 주류이기 때문에 서울대, 연세대 등 영문지문이 없는 정시 논술문제를 면밀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수시2학기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 만큼 정시와 병행해 준비한다는 자세로 차분하고 꾸준한 글쓰기 연습이 요구된다. ●구술·심층면접 강화 예상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논술에서 떨어지는 변별력을 구술·심층면접에서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면접은 이번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 제시문을 주고 질의·응답을 하게 하거나 수학·과학 문제를 풀게한 뒤 풀이과정을 설명하도록 하는 형태가 가능하다.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서울대나 연세대, 또는 고려대와 한국외대 등의 외국어특기자 전형 등에서는 외국인 교수와의 영어 면접 등도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대 자연계열 지원자 역시 수학·과학의 원리와 문제 해결능력을 바탕으로 한 심층면접에 대비해야 한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의 구술고사는 이미 ‘사실상의 본고사’의 평가를 받아온 만큼 본고사를 준비한다는 자세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핵심 개념과 공식을 익혀 두고, 설사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수학·과학적 사고력을 총동원해 나름의 논리를 면접관에게 설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밖에 전통적 형태의 토론식 면접은 시사적 이슈를 중심으로 평소 TV토론 프로그램이나 신문을 통해 자신만의 논리를 정리하고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도움말 종로학원평가연구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청솔교육평가연구소, 유웨이중앙교육
  • 儒林(421)-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6)

    儒林(421)-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6)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46) 주자의 해석이나 정약용의 주석이 모두 맹자의 ‘호연지기’에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만큼 ‘호연지기’의 뜻이 난해함을 알 수가 있고, 그만큼 ‘호연지기’의 뜻이 중요함을 알 수가 있다. 맹자 스스로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던 ‘호연지기’. 따라서 오늘날의 우리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겠지만 ‘호연지기’란 의와 도가 쌓여 충만함으로써 저절로 생기는 것이므로 오직 정도를 행하여 절도를 지키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대장부(大丈夫)의 기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오늘날에는 그저 공명정대한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호방한 마음이나 또한 도의에 뿌리를 박고 공명정대하여 무엇에도 구애됨이 없는 도덕적 용기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지만 군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인 ‘호연지기’야말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반드시 지향해야 할 ‘인간의 길’일 것이다. 스승 맹자가 스스로 말하였던 자신의 장점 ‘말을 아는 것(知言)’과 ‘호연지기를 잘 기른다’는 대답 중에서 우선 호연지기에 대해 질문하였던 공손추는 다시 두 번째로 맹자에게 묻는다. “무엇을 지언이라 합니까.” 맹자가 대답한 말을 아는 것, 즉 지언이란 말은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다. ‘말을 잘하는 것’과 ‘말을 아는 것’은 확연히 구별된다. 맹자가 살던 시대에는 주로 말을 잘하는 세객들이 큰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맹자와 두 번이나 맞서 싸워 두 번 다 패배하였던 전국시대 최고의 세객인 순우곤의 예를 들어서도 잘 알 수 있겠지만 사기에 나와 있는 대로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연횡에 미쳐 날뛰어 전쟁하고 공격하는 것을 현명한 일로 알고 있었던 광기의 시대’였던 것이다. 따라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세치의 혓바닥으로 나라를 연합하여 약소국을 치고 이간질시키는 종횡가(縱橫家) 등도 판을 치고 있었다. 이는 오늘날의 정치도 마찬가지여서 세가 불리하면 서로 연합하고 유리한 세력을 좇아 이념이 맞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합종(合從)하는 풍토는 바로 이러한 종횡가의 술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합종연횡’은 전국시대 때의 뛰어난 유세객으로 6국이 동맹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자고 주장한 소진(蘇秦)의 ‘합종책(合從策)’과 장의(張儀)의 ‘연횡책(連衡策)’에서 나온, 전국시대를 움직인 대표적 책략이었다. 장의는 일찍이 초나라에서 화씨벽(和氏壁)이란 구슬을 구경하다가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얻어맞은 후 집에 돌아와 울고 있는 아내에게 갑자기 혀를 쏙 내밀고 ‘내 혀를 보게, 있나 없나(視吾舌尙在不).’하고 물었던 바로 그 사람. 아내가 ‘혀가 붙어있다.’고 하자 장의는 ‘그럼 되었네.’라고 안심하면서 ‘지금 몸이야 어찌되었든 내 혀만 있으면 충분히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였던 최고의 유세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이러한 유세객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특히 장의에 대해서는 남편을 배신하는 처첩(妻妾)으로까지 비유하면서 맹비난하였던 것이다. 맹자가 얼마나 세치의 혓바닥으로 말을 잘하는 유세객들을 혐오하였던가는 맹자의 ‘등문공하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건강칼럼] 아, 어지러워

    여성들에게 흔한 증상 중의 하나가 어지럼증이며, 이 때문에 생각 없이 먹는 약이 바로 철분제제이다. 그러면 어지럽다고 다 빈혈일까? 물론 빈혈이 한가지 원인이기는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고·저혈압, 일시적인 뇌혈류의 감소(뇌허혈증),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달팽이 고리관)이상, 탈수, 부정맥, 자율신경 부조화 등 매우 다양하다. 일반적인 정상 혈압은 수축기 130∼110㎜Hg, 확장기 85∼70㎜Hg 정도이며, 이보다 높으면 고혈압, 낮으면 저혈압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면 뇌의 순환장애로 뒷골이 아프면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앉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어지러워지는 기립성 저혈압은 꾸준한 운동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혈압이 낮은 사람도 심장병 등 다른 질병이 없으면 심각한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운동으로 얼마든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뇌허혈증은 고혈압이나 저혈압에서도 생길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뇌혈관이 수축하거나 혈전이 일시적으로 혈관을 막아도 생길 수 있다.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머리를 돌리거나 머리의 위치를 바꿀 때 심한 어지럼증이 온다. 탈수는 식중독이나 장염으로 체내 수분이 갑자기 소실되면 혈압이 함께 떨어져 어지럼증을 느끼게 한다. 불안·불면증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또 부정맥은 신체 각 부위로 혈액을 잘 보내지 못해 어지럼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와 관계없이 혀나 손톱의 붉은색이 옅어지거나 아래쪽 눈꺼풀의 안쪽에 핏기가 없다면 빈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런저런 증상이 없는 빈혈은 대장암 등 암의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철분이 부족한 철결핍성 빈혈이 아닌데도 철분제를 계속 복용하면 철분 과다현상으로 혈액이 끈끈해져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지럼증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계속되면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 [주말화제] 이념의 길 달라… 진입로도 두길

    서울 한복판에 이념이 다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한국자유총연맹 두 ‘통일운동 단체’가 한 울타리 안에서 동거하다 자유총연맹 진입로를 이용하던 평통측이 진입로를 따로 내는 공사에 들어갔으나 공사가 중단되고, 인근 서울클럽 이용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26일 평통에 따르면 오는 11월말까지 너비 15m, 길이 75m의 진입로를 마무리지을 예정으로 지난 7월 공사에 착공했다.그러나 진입로 개설 허가를 내준 중구청이 뒤늦게 진입로에 문화재로 지정된 서울성곽 돌이 옮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사중지명령을 내려 현재 공사는 멈춘 상태다. 중구청은 문화재청에 형상변경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고 있다. 평통과 자유총연맹의 ‘진입로 분쟁’은 지난해 10월 이재정(61) 평통 수석부의장이 취임하면서 불거졌다.이 수석부의장은 평통의 땅을 놔두고 대표적인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의 길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토지 반환을 요구, 진입로 공사에 들어갔다. 진입로 공사비가 9억원가량 들어가는 것을 놓고 “평통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981년부터 장충동 남산 기슭에 자리한 평통은 자체 진입로가 없어 자유총연맹의 자유센터 건물 아래를 지나 출퇴근해 왔다. 기존 진입로는 자유센터 건물 뒤편에 ‘ㄷ자를 세워놓은 회랑모양’을 하고 있다. 차량 2대가 겨우 비켜갈 수 있는 폭으로 평통만 사용한다.평통은 그동안 자유총연맹의 진입로를 쓰는 대가로 옆에 붙어있는 평통 소유 땅 400여평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자유총연맹은 이를 사교클럽인 서울클럽에 임대해줬고, 서울클럽은 이를 테니스장과 주차장으로 사용해 왔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평통의 진입로 개설배경에 대해 “소유권 행사는 당연하지만 우리를 반통일 단체라도 되는 것처럼 문제삼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뒤집어 말하면 평통은 관변 정치단체 대표냐.”고 맞섰다. 이에 대해 평통 김점준(41) 운영기획팀장은 “헌법기관으로서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자는 취지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두 통일단체의 ‘진입로 분쟁’이 원색적인 이념분쟁으로 번지자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최근 평통측 행사에 참석한 자유총연맹 경기도지부의 A씨는 “통일운동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시원찮은 판에, 지역에서는 서로 왕래도 하는데 중앙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진입로 분쟁’ 때문에 가장 피해를 입은 측은 서울클럽 이용객들이다. 이들은 “평통 진입로가 테니스장을 가로질러 평통을 드나드는 차량들과 교차하는 등 불편이 따르는 데다,10여년간 가꿔온 생활체육의 터전이 사라지게 됐다.”면서 “정부 기관과 대표적인 사회단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을 벌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13) TV와의 사랑

    [마광수의 섹스토리] (13) TV와의 사랑

    그녀를 만나자 내 본능이 어리둥절하니 환해졌다.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형이상학이 달아났다. 그녀는 ‘그’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서 여장남성이었다. 그래서 대체로 형이하학적이었다. 그는 오로지 ‘여자의 몸’이 되고 싶어 했다. 섹스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허약한 정력에 맞았다. 그러나 그(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그는 나하고 블루스를 출 때 오르가슴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아니 그녀는 손톱을 아주 길게 기르고 있었다. 화장도 진했다. 그래서 여느 여자들보다 나았다. 그녀의 몸은 분명한 남성이었다. 성전환 수술을 바라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고운 피부며 불룩 튀어나온 유방이나 호리호리한 몸매는 완벽한 여성이었다. 모두 피나는 노력과 성형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화사한 옷차림과 짙은 화장이 그(그녀)를 더욱 여성스럽게 했다. 나는 그(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요란하디요란하게 키스했다. 키스하면서 그녀의 눈을 훔쳐보았다. 콘택트 렌즈가 퍽 특이했다. ‘주얼리 콘택트 렌즈’라고 했다. 렌즈 표면에서 얇은 끈으로 연결된 보석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볼 근처에서 반짝반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줄에 걸려서 렌즈가 빠질까봐 조심조심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다들 저런 렌즈를 붙인다면, 싸움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늘 주장해 왔던 ‘탐미적 평화주의’의 현실적 실현이었다. 그녀는 위 속눈썹에는 10㎝의 인조 속눈썹을, 아래 속눈썹에는 8㎝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있었다. 아래 속눈썹은 입술 언저리까지 흘러내려와 있었다. 몹시도 섹시했다. 나는 그녀와 계속 블루스를 추었다. 흘러나오는 곡은 다미타 조가 부르는 ‘A Time to Love’였다.“Stay with me…”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가사와 솜사탕 같은 음색이 나의 페니스를 한껏 고조시켜 주었다. 춤을 몇 곡 더 추고 난 뒤, 우리는 나이트클럽을 나왔다. 우리가 간 곳은 장미호텔이었다. 나는 지난날 M교수가 쓴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요즘은 모든 장급 여관들이 ‘호텔’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었다. 방 안에 들어간 후, 우리는 먼저 목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녀는 발가벗는 것을 전혀 창피해하지 않았다. 옷을 벗은 그녀의 아랫도리에는 묵직한 페니스와 고환이 매달려 있었다. 나는 문득 그녀의 페니스를 펠라티오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가 먼저 입을 크게 벌리고 내 페니스를 향해 돌진해 왔다. 나는 그녀가 온몸에 비누를 묻혀 나를 목욕시켜 주는 서비스와 펠라티오 서비스를 해주는 것을 동시에 받으며 한껏 고조된 오르가슴을 느꼈다. 일본에는 ‘소프 랜드(soap land)’라는 곳이 있어 여자들이 맨몸뚱이에 비누칠을 하고서 남자 손님의 몸을 비비며 서비스를 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엔 왜 그런 서비스업소가 없는 것일까. 답답한 나라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발전시켜야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올 것이 아닌가. 우리는 비누거품 속에서 한참동안 서로의 몸을 탐식했다. 끈적끈적 섹시섹시하게…. 보면 볼수록 신기한 그녀의 육체구조가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의 산만 한 젖퉁이와 커다란 페니스는 정말 ‘톨레랑스’라고 부를 수 있는 유쾌한 대조이자 조화였다. 목욕이 끝난 후,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침대 위로 기어올라 갔다. 푹신푹신한 더블베드는 운동장만큼이나 넓었다. 그녀는 먼저 펠라티오부터 해주었다. 내 페니스 끝에 매달려 있는 페니스고리를 그녀의 앞이빨 사이에 집어넣고 살짝 잡아당기자 나는 마조히스틱한 쾌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서 나도 그녀의 젖꼭지에 매달려 있는 젖꼭지걸이를 거세게 잡아당겨 보았다. 그녀가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냈다. “아아야…으으흠…” 나도 그녀에게 ‘궁짝’을 맞춰 주느라고 신음소리를 내주었다. “으으으…흐흐음…” 우리는 서로의 몸뚱어리를 철부덕 철부덕 비볐다. 악에 받친 흥분 끝에 내 페니스에서 정액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녀의 페니스에서도 정액이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정액을 섞어 서로의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그것을 혓바닥으로 살금살금 핥았다. 그러다가 우리는 거센 키스를 했다. 아주 오랫동안의 키스였다. 나는 혓바닥이 얼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 다음에는 애널(anal)이었다. 아까 정액을 쏟아내서 그런지 이번에 나는 정액을 빨리 분사시키지 않고서 오랜 시간 동안 애널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내 페니스는 사실 그리 힘이 센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힘차게 작동해주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 같았다. ‘사랑’만한 정력제가 어디 있을까? 남자들은 인삼·녹용·웅담·뱀·지렁이 등의 정력제를 찾아다닌다. 또 ‘비아그라’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진짜 정력제는 ‘사랑’이다.‘정력’보다는 ‘정열’이 최고의 최음제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내 애널 섹스를 받아들이는 중간에도 자신의 페니스를 계속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참 희한한 남자였다. 성감대가 온몸에 퍼져 있는 듯했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나오는 말론 브랜도는 애널 섹스를 하는데 버터를 윤활제로 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윤활제가 필요치 않았다. 오랜 시간의 애널 섹스가 끝난 뒤 우리는 펑퍼짐하게 누워 각자 담배를 한 대씩 피웠다.‘사랑을 나눈 후 피우는 담배’…. 나는 금세 시상(詩想)을 떠올릴 수 있었다. 허무와 희열이 엇섞인 기분…. 그런 기분이야말로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지경의 경지가 아닐까? 담배연기는 한껏 희뭉드레하게 공중 위를 흩날렸다. 덧없는 것의 화려함, 화려한 것의 덧없음…. 나는 한껏 센티멘털한 기분에 잠겨 그녀의 몸뚱어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담배를 다 피우고 난 후, 우리는 다시 서로의 몸뚱어리를 거칠게 능욕했다. 그녀는 분명 마조히스트였다. 나는 분명 새디스트였다 나는 바지의 혁대를 풀어 그녀의 온몸에 채찍질을 했다. 그녀는 아픈 비명 속에서도 자지러지는 오르가슴을 느끼며 내 매를 얌전하게 맞았다. 혁대를 쥐고 있는 내 손에서는 울끈불끈 힘이 솟았다. 다 때리고 난 후, 나는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곧바로 내게 엉금엉금 네 발로 기어와 나의 발받침 노릇을 해주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꼼짝 않고서 내 발과 다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런 자세로 나는 맥주를 따라 마셨다. 호박빛 액체가 한결 음란한 색깔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맥주를 마시는 중간 중간 그녀의 몸에 맥주를 뿌렸다. 그런 다음 내 혀로 맥주를 핥아먹었다. 내가 다리받침 노릇을 그만두라고 명령하자 그녀는 곧바로 다시 내 페니스와 고환에 들러붙었다. 그러고는 한도 끝도 없는 펠라티오였다. 나는 그녀의 머리에 침을 뱉었다. 퉤! 퉤! 퉤!…. 나는 어느 여자한테서도 이런 섹스의 엑스터시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여자들은 조금만 예쁘면 다 기(氣)가 세고 위세등등했다. 건방졌다. 나는 그녀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더 좋았다. 그녀의 온몸은 전체가 관능덩어리였다. 나는 오랜만에 관능의 포식감을 느꼈다.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길섶에서] 광복절과 어머니/송한수 기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부모님의 보듬는 마음이겠거니….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지 않습니까.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부모님을 지난 15일 찾아뵈었습니다. 때마침 광복절인데 생뚱맞은 생각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물받은 광복30돌 기념주화가 무사한지 찾아볼 요량이었지요. 미처 풀지 못한 이삿짐을 땀 뻘뻘 흘리며 뒤지고 있는데…. 벌써 30년이나 흘러가버린 초등학교 졸업장·상장을 넣어둔 두루마리 통들이 손에 잡혔습니다. 노오랗게 색깔이 바랜 채…. 어머니는 자식들 어릴 적 얘기를 한보따리 풀어놓으셨지요. 롤러스케이트가 탐나 한밤 ‘점방’을 털다 들켜 경찰에 불려갔던 일, 아버지 담배를 빼내 방에서 피우다 된통 혼난 일 등.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은 더할 나위가 없이 흐뭇한 표정이었습니다. 어쩌면 부모님은 아직껏 자식을 품속에서 떠나보내지 않으신 게 아닐까. 어머니는 또 제게 “머리가 많이 빠져 나이 들어보인다.”며 혀를 찼습니다. 당신께선 이미 10여년 전 원형탈모에다 아들 뒷바라지로 더 늙어보이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40대에 접어든 맏아들은 이 때마저도 어머니 말씀을 뒷전으로 흘리고 기념주화의 행방이 더 궁금했습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윤영의 라인-UP] 고개 젖히기

    [윤영의 라인-UP] 고개 젖히기

    얼굴은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부분이자, 건강을 한눈에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혈액순환을 돕고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얼굴과 목의 근육을 제대로 관리해주어야 하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근육이 항상 경직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목 주위 근육의 경직은 빨리 풀어주어야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목과 얼굴 근육을 자주 움직여주고 늘려주면 주름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도움말:전선혜 중앙대 교수/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얼굴운동 1.턱 밀어 올리기 두 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양 엄지를 턱 밑에 대고 턱을 위로 쭉 밀어 올려준다. 2.얼굴 근육 늘리기 차례대로 ‘아 에 이 오 우’를 읊는다. 입 모양은 가능한 한 크게, 목 근육에 힘이 들어가도록 한다. 3.눈동자 위로 올려 뜨기 턱을 아래로 내리고 눈을 위로 올려 뜬다. 4.눈 돌리기 눈동자를 아래에서 위로, 다시 아래로 원을 그리며 돌린다. 5.혀 내밀기 혀를 아래로 쭉 뺀다.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가며 밀어 내린다. ■ 목운동 1.목 늘리기 (1) 다리를 곧게 뻗은 상태로 엉덩이 밑에 손을 깔고 앉는다. 목을 한쪽으로 기울인다. 목부터 어깨까지 이어지는 근육이 당기는 느낌으로 늘려준다. 2.목 늘리기 (2) 한 손으로 귀가 어깨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누른다. 반대 손은 마래로 내려 뻗어 목∼어깨에 이르는 근육을 펴준다. 3.목 늘리기 (3) 가슴 앞에서 두 손을 합장한 자세로 앉는다. 목과 손이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멀리 보낸다.
  • [마광수의 섹스토리] (12) ‘섹스토피아’에 다녀오다

    [마광수의 섹스토리] (12) ‘섹스토피아’에 다녀오다

    나는 Z대 여대생이다. 나는 환상 속에서 ‘섹스토피아’에 갔다. 나는 향기로운 술로 마취되어 침대에 뉘어졌고 화려하게 치장되었다. 그리고 나는 곧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니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정신이 몽롱해서 잘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희미한 시야에서이지만, 얼핏 보기에 상당히 섹시한 미남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바로 내 가슴에 휘감겨 있는 천을 풀기 시작했다. 여전히 저항할 수 없었던 나는 행동을 포기하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남자에게 도취되어 그의 행동을 따랐다. 그는 내 가슴 천을 벗기고서 내 젖꼭지에 박혀 있는 보석을 입술로 하나씩 떼어낸 다음, 두 손을 뒷짐진 채로 혀로만 내 몸을 빨았다. 유두부터 빨더니 배꼽의 보석을 떼어내고 이번에는 입으로 내 아랫부분의 천을 벗겼다. 그리고는 내 클리토리스를 빨며 결국은 거기에 박혀 있는 보석도 떼냈다. 보석을 떼어내는 그의 정교한 혀놀림에 나는 나도 모르게 흥분되었고, 어느새 내 밑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계속 클리토리스를 빨았다. 계속되는 흥분에 더이상 견딜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 뒤로는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깨어나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고, 나는 여전히 방 안에 누워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내 몸에는 여러개의 가벼운 상처 자국이 남아 있었다. 놀란 순간 비디오가 켜지고 나와 아까의 그 남자가 알몸으로 뒹구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나는 내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때 다시 그 남자가 들어왔다. 나는 완전히 정신이 돌아와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본능에 못이겨 그를 붙잡고 내 몸을 계속 빨아달라고 애걸했다. 그는 계속 내 몸뚱어리를 탐식하며 시끈시끈 조곤조곤 빨았다. 나는 다시 그에게 고통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보석이 박힌 금빛 채찍을 꺼내더니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통과 쾌락에 찬 신음소리를 냈고, 계속 때려달라고 애걸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오르가슴의 절정에 도달하여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나보니 여전히 비디오가 돌아가고 있었다. 비디오 마지막 부분에서 그 남자가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비디오를 당신이 보관하시오. 그리고 당신도 피학성(被虐性)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더욱 유희적인 성생활을 즐기기 바랍니다. 내가 삽입 성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당신의 쾌락한 앞날에 도움을 주기 위한 의도에서였습니다. 방 한 쪽 서랍 첫째 칸에 당신을 인도할 열쇠가 함께 있으니까 꺼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수치심을 느낄 겨를도 없이 황급하게 서랍을 열었다. 황금열쇠가 있었다. 열쇠에는 이런 말이 새겨 있었다. “당신의 질에 이 열쇠를 꽂고 돌리시오. 그러면 당신은 행복의 나라로 가게 됩니다.” 나는 열쇠를 내 질 안에 삽입하고 비틀었다. 그러자 내 질에서는 신기하게도 한 개의 편지와 지도가 나왔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하는 말을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 말은 사실입니다. 당신은 지금 섹스토피아의 입구에만 도달해 있습니다. 당신은 섹스토피아 깊숙한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섹스토피아는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곳은 한 마디로 말해서 미녀와 미남들만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나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서울 근처에 그런 곳이 다 있다니…. 나는 허공에다 대고 이렇게 소리쳤다. “저를 빨리 섹스토피아의 핵심부분으로 데려다 주셔요. 빨리요!” 그러자 금방 마법의 양탄자가 날아와 나를 태웠다. 나는 양탄자를 타고 섹스토피아 핵심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곳은 정말 미남·미녀들만이 득시글거리는 곳이었다.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다 야하디야하게 화장하고 있었다. 나는 곧 섹스토피아의 수령에게 불려갔다. 그는 나를 3개월 동안 훈련시켜 완전히 새 여자로 태어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맨 처음, 나는 나의 유전자 코드를 바꾸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자 나는 엄청나게 섹시한 미녀로 변모되어 있었다. 손을 내려다 보았다. 내 손 끝에는 30㎝가 넘는 좁다란 손톱들이 달려 있었고, 손톱은 빨주노초파남보로 각각 채색되어 있었다. 발톱도 마찬가지였다. 길디긴 발톱에 20㎝ 높이의 샌들. 나는 내 하반신이 휘청거려지는 것을 느끼며 나도 모를 나르시시즘의 오르가슴을 느꼈다. 클리토리스에는 자전거 바퀴만 한 링이 피어싱되어 있었고, 양쪽 음순에는 묵직한 음순걸이가 금빛을 내며 늘어져 있었다. 거울을 보니 모두 피어싱투성이였다. 눈썹고리, 미간(眉間)고리, 코고리, 입술고리, 뺨고리, 턱고리, 이마고리, 인중고리 등등…. 나는 또 멋지게 화장되어 있었다. 눈두덩에는 펄(pearl) 섞인 아이섀도가 세 층으로 두껍게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위 속눈썹의 길이는 20㎝, 아래 속눈썹의 길이는 10㎝였다. 위 속눈썹은 금색, 아래 속눈썹은 은색이었다. 입술은 두 가지 색 립글로스로 번쩍이고 있었다. 윗입술은 보라색, 아랫입술은 초록색…. 눈썹은 모두 면도로 밀어져 있었고, 눈썹 없는 눈두덩은 더 야한 빛을 발했다. 나는 귀를 만져보았다. 양쪽 귓바퀴에는 각각 열 개씩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각 구멍마다에서 가느다란 금빛 체인이 흘러내려 어깨를 덮고 있었다. 내가 머리를 조금 흔들자, 체인들이 서로 부딪치며 명량(明亮)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때 다섯명의 미녀들이 들어왔다. 모두 쭉쭉빵빵이었고 온 몸에 총천연색으로 문신을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내게로 다가와 내 온몸을 낭자하게 핥았다. 나는 미칠 듯한 오르가슴을 느끼며 자지러졌다. 여자들이 나가자 이번에는 다섯 명의 미남자들이 들어왔다. 모두다 오색찬란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한 남자의 배 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문신되어 있었다. “유미적 평화주의 만세!” ‘유미적 평화주의’라…, 나는 퍼뜩 생각이 났다. 그렇다.Y대 M교수의 책에서 봤던 말이다. 그는 남자들도 여자처럼 화장·치장을 하면 절대로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주장했었다. 남자들은 나를 돌려가며 먹었다. 그렇지만 먹히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M교수가 주장하듯, 모든 여성은 다 마조히스트로구나…. 나는 희열 속에 몸을 담그며 한용운의 시구를 생각했다.“복종은 달콤합니다. 복종은 아름답습니다….” 이번에는 남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내 온몸을 핥고 빨았다. 나는 구름 위에 떠도는 기분이었다. 환상에서 깨어난 후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렇다. 이제 내가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을 방법은 나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길뿐이다. 물론 세상에서 ‘야하고 섹시한 사람’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타고난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갖고 있는 이들은 정말 선택받은 이들이요 행복한 사람들이겠지. 하지만 미(美)란 세상에 태어날 때 갖고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인공미도 얼마든지 미의 대열에 낄 수가 있다. 자신이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나의 얼굴을 완벽한 섹시함으로 다듬으려면 성형수술도 필요하고 피부 마사지나 몸매 관리도 필요하다. 정 다이어트가 안되면 위장이라도 잘라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그 섹스토피아의 사람들처럼 되리라…. 나의 일부분이자 전부, 나의 모든 것은 결국 ‘야한 아름다움’으로 귀착한다. 나는 우선 가발부터 샀다. 머리를 아주 길게 기르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색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파란색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속눈썹은 황금색, 립스틱은 초록색으로…. 코고리도 맞추고 입술고리도 맞췄다. 그리고 크게 용기를 내어 음순을 뚫었다. 긴 사슬이 달린 음순걸이(‘고리’가 아니라)를 장착하기 위해서였다. 나의 ‘그이’가 나타나면 그는 음순걸이의 늘어진 체인을 거세게 잡아당기며 내게 마조히스틱한 쾌감을 선물해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게 도움을 준 것은 Y대 M교수가 쓴 ‘성애론(性愛論)’이었다. 나는 그 책을 통해 미와 사랑을 연습할 수 있었다. ■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대입 수시1학기 기출문제 분석

    대입 수시1학기 기출문제 분석

    2006학년도 대입 수시1학기 전형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수시 전형의 핵심인 논술과 구술·면접은 대학별로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대부분 마무리됐다.‘본고사 부활’ 논란 속에 치러진 이번 수시1학기 논술은 대체로 지난해보다는 본고사 성격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강력한 ‘본고사 금지’ 의지에 일부 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수시 1학기 기출문제 분석과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통해 올 수시모집의 경향을 따져본다. 최근 일부 대학에서 출제한 수시 1학기 논술 문제는 다가오는 수시 모집 등 올해 대입의 출제 방향을 보여준다. 본고사 형태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술 문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생소하고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주요대학의 논술 문제 경향과 출제 포인트를 살펴본다. ●수리는 실생활 응용문제 위주 수리논술은 수식을 사용해 특정한 답을 내는 ‘풀이형’보다는 수학적 개념을 실생활 등에 응용해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많았다는 평이다. 일단 교육부의 ‘3불정책’을 따르자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본고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고려대는 올해 수리논술에서 본고사적인 성격을 상당히 줄였다. 인문·자연계 공통문제 1번은 염색공장과 양식업장의 이윤이 반비례하는 자료를 주고 ‘양식업자가 염색업자와의 협상을 통해 어떻게 서로의 이윤을 극대화시키면서 강물 이용에 따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추가이윤의 분배에 대한 여러 견해가 도출될 수 있는 문제로, 정확하고 논리적인 자료 분석 능력과 수리적 판단력은 물론, 자신의 주장이나 판단에 대한 논리성과 서술 능력까지 함께 평가하는 문제였다. ‘복소수의 존재 필요성 및 복소수와 실수의 차이점’을 묻는 2번 문제는 수 체계의 기초적인 개념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뒀다.‘자연 현상이나 일상생활에서 삼각함수와 지수함수가 사용되는 예를 하나씩 찾고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라.’는 문제는 함수가 갖는 성질과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했다.‘수심측정기와 평면도를 사용해 호수의 수량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실제 수량과의 오차를 줄이는 방안 및 그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하라.’는 문제는 실생활의 문제를 수리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력과 자신이 제시한 방법에 대한 수리논리적 해명 등을 요구하는 문제였다. 올해 처음으로 수리논술을 도입한 이화여대도 수식계산보다는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에 중점을 뒀다. 창의적인 수리능력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수능 수준 난이도의 수식을 이용한 문제해결 능력을 묻는 문제가 많았다는 평이다. ‘남산이 보이는 아파트 8층에 사는 영희가 집의 해발고도를 알고 있을 때 집에서 남산타워의 정상을 잇는 직선과 수평선이 이루는 각도를 이용해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제시하라.’는 인문·자연계 공통문제는 삼각함수에 대한 지식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문제였다.8개팀의 토너먼트 경기가 3회전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가정한 확률 문제는 수능의 3점짜리와 비슷한 난이도였고, 각 권역별 전입전출 인구에 대한 자료를 주고 해석하도록 한 문제도 사용되는 수식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수능에 가까운 문제였다. 힘찬언어·논술연구소 정찬 소장은 “수식을 대입하는 본고사 형식을 피하면서도 수능 심화형 수준에서 주어진 자료와 학생의 상식을 이용해 수학적 마인드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수학의 본질과 원리를 바탕으로 한 사고의 전개과정을 평가하는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영어지문 너무 어려워 수험생 애먹어 언어논술에서는 영어혼합형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수험생들이 “차라리 영어 시험이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지난해 수시 논술 시험에서 영어 지문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직역하는 문제와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문제를 내 ‘사실상의 영어 본고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강대는 이번 수시1학기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영어혼합형을 유지했다. 인문계열에서는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가상 공동체가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 측면을 지적하는 영어 지문과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한글 지문을 제시했다. 영어 지문을 요약하라는 문제와 함께 특정 문장을 직역하라는 문제도 출제됐다. 지문이 매우 어려워 상당수 수험생들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고려대는 ‘의사소통’을 주제로 한 영어지문 2개와 한글지문 2개를 제시하고 ‘4개 제시문을 연관시키는 하나의 주제를 찾아 그에 대한 생각을 논하라.’는 문제를 냈다. 영어 지문의 요약 문제는 역시 빠지지 않았다. 학림논술연구소 강상식 소장은 “영어혼합형 강화가 본고사 유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1600∼2500자에 이르는 장문의 논술을 작성하는 것보다 차라리 부담이 적을 수도 있다.”면서 “대학 입장에서도 더 세분화된 기준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도움말 바칼로레아아카데미/힘찬언어·논술연구소, 학림논술연구소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증권맨들 “아 옛날이여”

    증권맨들 “아 옛날이여”

    주식시장은 최대 호기를 맞았으나 증권가 분위기는 과거 호황 때와 달리 푹 가라앉아 있다. 증권사들은 순익이 늘기는 했으나 수익구조가 불안정해 특별 상여금(보너스)을 나눠줄 처지도 못된다. 직원들은 푸념할 틈도 없이 실적 경쟁을 해야 해 몸만 고달프다. ●임원급 50만원이 전부 지난달 20일 대우증권 직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 회사의 주가가 1만원을 넘으면서 삼성증권을 제치고 6년 8개월만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이다.2300여명의 전 임직원들은 1인당 30만∼50만원씩 특별 보너스도 받았다. 직원들은 “잠시 동안이지만 증시 호조의 분위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1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5월 3조 1000억원,6월 4조 3000억원에서 7월에는 4조 7000억원으로 늘었다. 주식매매가 늘면 증권사들이 챙길 수 있는 위탁매매 수수료도 덩달아 불어난다. 대우증권은 7월 한달동안 38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올 1·4분기 3개월치(436억원)와 큰 차이가 없으며,6월에 비해서는 96%나 급증했다. 현대증권도 3개월치 순익을 뛰어넘는 314억원을 한달만에 벌었다. 우리투자증권도 6월치의 두배 이상인 382억원의 순익을 냈다. 그러나 올 들어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지급한 곳은 대우증권이 유일하다. 직원마다 수백만원씩, 지점별로 수천만원씩의 격려금이 지급됐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위탁매매에 발목 잡혀 증권사들이 돈을 벌고도 직원들에게 선심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올 성과가 지난 수년간의 부진을 메우는 데도 빠듯하고, 앞으로 회사 수익이 눈에 띄게 좋아질 가능성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입 비중이 워낙 큰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영향이 크다.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55%, 수익증권판매(펀드) 수수료 14% 등 전체 수입의 70% 가까이를 수수료에 의존한다. 하지만 인터넷 주식거래 증가와 증권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수수료율은 1999년 0.33%에서 0.16%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그런 데다 주식의 직접매매는 줄고 펀드 등 간접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42개 증권사의 총 순이익은 467억원으로 1년만에 95.3%나 줄어들었다. 성과급 구조가 과거와 달라진 점도 증권가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영업사원들은 월급의 3배인 ‘손익분기점(BEP)’이라는 개인별 수익실적 목표를 갖고 있다. 월급이 500만원이면 BEP가 1500만원이고, 약정고로 따지면 30억원에 이른다. 결코 만만치 않은 실적을 초과 달성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커녕, 실적 부진의 압박에 시달린다. 지난해 6000여명, 올해 1500명의 임직원들이 증권가를 떠났다. A증권사 임원은 “80년대말 지수 1000시대에는 주당 가격이 6만∼7만원씩 하는 자사주를 100주,200주씩 골고루 나눠받았고, 이 가운데 2∼3주만 팔면 거나하게 한턱을 낼 수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능력에 따라 월급이 수백만원씩 차이가 나고, 또 누가 얼마를 받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돈이 있어도 동료에게 술 한잔 못 사고 눈치만 본다.”고 말했다. ●제살깎기에서 블루오션으로 증권가에선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업무 위주에서 벗어나 펀드 상품개발 등 자산관리시장이나 인수·합병(M&A) 등 투자은행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비교적 높은 대우증권이 최근 좋은 성과를 거둔 점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 오히려 수수료 시장을 등지고 펀드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해 창업 8년만에 8개 금융사를 거느린 미래에셋지주의 눈부신 발전에 주목한다. 메리츠증권 김한 부회장은 최근 “투자은행 업무중 인수·합병 분야, 간접투자시장 중 부동산펀드 등 차별화된 증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증권연구원 조성훈 연구위원은 “위탁매매 업무는 증권사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워 한계비용이 거의 ‘제로’에 근접했다.”면서 “수수료 인하 등 제살깎기 경쟁에서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선 국내외 투자은행 시장을 개척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상업주의에서 살아남기/이경자 소설가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왔다. 날씬한 여성의 엉덩이가 보이도록 파인 야회복에서 휴대전화가 꺼내진다. 잘생긴 남자배우는 조개 같은 의자에서 튀어나온다. 그의 분장과 머리모양과 색안경과 표정은 ‘죽인다’. 그걸 보는 순간 휴대전화가 너무나 사고 싶다. 당장 사야 한다고 결심한다. 아주 성공한 광고다. 광고는 이런 것이다. 지구적인 문제를 일으킬 산업쓰레기에 대해서, 소비중독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물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신제품이 히트를 쳐서 이익만 많이 내면 된다. 광고는 기업의 근원적인 속성과 욕구의 첨병일 뿐이다. 그 첨병이 나는 무섭다. 광고가 상업주의의 꽃이라고 했던가? 그 꽃을 보고 있자면 나 같은 촌년은 불안하고 불길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병이나 건강과 관련된 광고는 내가 환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환자가 될까봐 불안하게 한다. 광고가 말하는 보조식품이며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다이어트에 관한 건 더 무섭다. 살이 찌는 건 죄악이다. 오동통한 여성을 복스럽다고 칭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복스러움이 치욕이 되었다. 깨끗한 것에 대한 강박증을 만드는 모든 비누종류의 광고는 마침내 너무 씻어서 생기는 피부병을 만들었고 향수의 생활화는 사람냄새를 역겨움으로 바꿔서 알게 모르게 사람에 대한 혐오감을 키운다. 은근히 병원을 선전하는 의학기사. 임상적으로 검증이 안 된 약품에 대한 광고. 그런 것은 어쩌면 간접살인에 가까울지 모른다. 광고에 중독된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 광고는 주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상품 이름은 바뀐다. 조명과 의상과 화장술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거의 신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어디가 허약하고 허술한지, 그 허약하고 허술한 데를 공략한다. 나는 소비충동을 실현할 때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소비욕구 해소는 거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지경이다. 내 머리카락은 머리영양제 없이는 윤기를 찾지 못하고 내 몸은 다이어트기구에 의존한다. 위장은 소화제 없이는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늙음도 발달한 성형의술이 차단시켰다. 폐경도 늦추는 약이 있다. 여성의 폐경은 출산에 대한 몸의 고단함으로부터 마침내 휴식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우주라는 몸의 자연스러운 이치도 성적 욕망에 경멸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팽팽한 근육과 날씬한 몸매와 성욕을 느끼게 하는 모든 것들로 규정되었다.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답다고 말하면 미개인이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지 않던 야만시대나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야유를 받을 것이다. 결국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낱낱으로 분리되었다. 나처럼 분리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분리된 조각들을 가지고 장사하는 데가 나의 주인이다. 나는 생각도 할 수 없고 반항도 할 수 없고 개성도 가질 수 없다. 개성은 잡다한 유행에 맡겨진 지 오래다. 몸이 유기적 생명체여서 머리카락이 대장이나 폐를 말하고 눈이 간, 심장은 혀를 통해 상태를 표현한다는 건 무시된다.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 나는 분리되었고 해체되었다. 나를 이어주는 것은 상업주의의 구조다. 화가 임옥상이 칼럼을 썼다.“문화란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업신여기는 것이 세계화이고 국제화인가. 문화는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문화다. 나를 내보이는 것, 즉 세계 속에 자신의 행동양식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나의 존재를 알리면서 상대의 존재를 알리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찾고 배우는 것이 문화다. 상대를 부정하거나 나를 부정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정신질환이다. 콤플렉스다.” 문화는 사람과 사회와 민족의 정신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정신을 잃으면 나를 잃는 것이다. 나는 내 몸 바깥에 있지 않다. 일부 상업 광고는 그런 나를 나 바깥에서 찾으라고 끝없이 충동질한다. 우리가 내 얼굴, 내 몸매, 내 마음을 하찮게 생각한 뒤에 정작 무엇이 될 것인가, 의심할 수 있다면,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래도, 정신질환까지는 아닐 것이다. 이경자 소설가
  • [데스크시각] 경천사 10층석탑과 8·15 유감/김성호 문화부장

    우리나라 최초의 대리석탑으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국보 제86호 경천사 10층석탑이 10년간의 이전·복원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10개년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복원을 추진해와 마침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정밀실측과 보존처리, 레이저를 사용한 오염물 제거,3차원 정밀 스캔작업을 통해 제모습을 찾은 것으로 과학적인 문화재 복원처리의 중요사례로 높이 살 만하다. 경천사 10측석탑이 복원됨에 따라 오는 10월28일 용산에 개관할 새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큰 사업중 하나가 마무리됐다. 박물관측이 이 석탑을 8·15 광복절을 앞두고 공개한 데는 나름대로 숨은 뜻이 있어 보인다. 일제에 의해 밀반출됐다가 환수된 대표적인 ‘수난 문화재’의 원형복원이란 점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석탑의 밀반출 사실을 폭로한 것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영국 언론인 배설이었다.1907년 일본 궁내대신 다나카 미쓰야키에 의해 석탑이 해체되어 일본으로 밀반출된 사실을 ‘Korea Daily News’등에 폭로함으로써 국내 반환운동의 불을 지핀 것이다. 이 석탑은 1918년 반환돼 경복궁 회랑에 다시 들어섰지만 밀반출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돼 시멘트로 복원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경천사 10층석탑이 외국 언론인의 관심과 민간 단체의 노력으로 반환됐다면 지난 6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의 남북한 합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공식요청해 반환될 것으로 보이는 북관대첩비 역시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되돌려받는 일제 약탈 문화재의 전형이랄 수 있다.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때 함경도 경성·길주에서 의병장 정문부가 왜군을 대파한 사실을 기념해 숙종35년에 세워진 전승기념비로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비석을 파내 일본으로 가져간 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방치돼 있다. 북관대첩비의 성격상 국내 반환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미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절 우리 정부가 이 기념비의 반환을 놓고 보여준 방관적인 자세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경천사 10층석탑과 북관대첩비 말고도 일제에 의해 약탈된 우리 문화재는 부지기수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빼앗겨 일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는 줄잡아 3만∼4만 점에 달한다. 학계에서는 국보·보물급을 포함, 전세계에 유출된 문화재가 10만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정부 소유로 돼있는 1321점을 반환했으나 이후 좀처럼 추가 반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는 단순히 물질적인 결정체에 머물지 않고 한 민족의 삶과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제는 민족 말살과 탄압 차원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정책적으로 대거 훼손, 강탈해간 측면이 짙다. 그래서 민간 주도로 반환된 경천사 10층석탑의 제모습이 살아난 것과, 북관대첩비 송환에 쏠리는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8·15를 전후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의 이런저런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광복절 당일인 15일에는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서울시가 경복궁∼숭례문 구간에서 기념행사를 제각각 마련한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도 비슷한 성격의 행사를 굳이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광복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자고 하는 취지야 탓할 바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또 문화재청은 통영시 해저터널의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예고하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존칭에서 유래한 ‘태합굴’(太閤堀)이란 가명칭을 붙여 빈축을 샀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서둘러 사과문을 내 새 명칭을 붙이겠다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그 ‘잔인하다고 할 만큼의 무신경’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문화재의 수난은 민족의 수난이다. 일회성의 생색내기 행사보다는 수난받은 문화재, 아니 수난받은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본질적인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8·15 광복절에는 경천사 10층석탑 복원과 북관대첩비 반환의 의미만이라도 곱씹어 볼 수 있었으면….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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