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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공기업 법인카드는 눈먼돈?/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급

    [오늘의 눈] 공기업 법인카드는 눈먼돈?/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급

    지난 31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공기업은 ‘신(神)도 놀랄 직장’임이 또다시 입증됐다. 특히 임원들은 ‘신도 부러워 숨겨놓은 자리’라고 할 만하다. 최근 치솟는 물가 속에 허리띠를 더욱 조이며 열심히 생활하는 서민들에게 이같은 소식은 씁쓸함을 넘어 분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법인카드를 이용한 이들의 소비 행태는 황금열쇠와 백화점 상품권 구입에서 한끼 20만원짜리 식사도 모자라 룸살롱과 안마시술소까지 다양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황금열쇠에 대해 “퇴직자 기념품으로 순금 1돈∼10돈짜리 행운의 열쇠”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설명은 다르다. 황금열쇠를 산 것도 문제지만 사외이사 등 퇴직 직원이라고 보기에 어려운 이들에게도 황금열쇠를 전달했다는 것. 그렇다면 황금열쇠는 기념품을 넘어 뇌물성 선물인 셈이다. 구입한 백화점 상품권의 행방도 묘연하다. 임원들이 사적으로 사용했는지, 아니면 상급 부처 공무원들에게 전달됐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사적으로 썼다면 ‘횡령’이고 공무원에게 전달했다면 ‘뇌물’이다. 감사원이 “공무원들에게 상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만큼, 앞으로 더 파헤쳐야 할 대목이다. 한끼 20만원짜리 식사를 일삼은 공기업 임원들에 대해 감사원 직원들은 “아무리 접대 성격이라 해도 도를 넘어섰다.”며 혀를 내둘렀다. 제주도 골프장 등에서 열린 초호화 이사회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수백만∼수천만원을 들여 이벤트기획사까지 동원해 3년간 쓴 이사회 개최 비용만 1억원이나 된다. 또 한전 KDN의 한 감사는 자신의 옷을 사는데 119만원, 공휴일과 휴가 중 사용한 833만원 등 1130만원을 모두 업무추진비로 탕진했다. 그들이 이렇게 흥청망청 써대는 사이 공기업의 2006년 말 현재 부채는 119조원으로,2002년 말 74조원에 비해 60.8%인 45조원이나 증가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최광숙 공공정책부 차장급 bori@seoul.co.kr
  • 병들어 가고 있는 한국의 동굴

    아직도 도롱뇽은 있는가? 기상청의 최첨단 슈퍼컴퓨터조차도 수시로 빗나가는 예보를 내는 요즘, 농사가 주업이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해의 날씨를 예측했을까. 이 땅의 지형과 계절에 맞는 일기예보 모델을 어디서 찾았을까. 그저 하늘에 모든 풍흉(豊凶)을 맡긴 채 천수답 농사를 짓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이 믿고 의지했던 ‘족집게 기상예측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토종 도롱뇽이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이맘때쯤이면 마을 촌로(村老)들은 도롱뇽이 알 낳는 모습을 관찰하고 다녔다. 물가에 알을 낳는 도롱뇽은 그 해 장마가 질 것 같으면 알을 낳아 돌이나 수초에 단단히 붙여놓았고, 가뭄이 예상되면 물 속 깊숙이 알을 숨겼다. “장마가 지면 알이 떠내려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뭄이 들면 알이 말라 죽지 않게 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지요.” 한국동굴생물연구소 최용근(53) 소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우는 데 효자 노릇을 해온 도롱뇽. 녀석이 깨끗한 자연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천성산 터널 분쟁’ 때이다. 이른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한 ‘터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동·식물이 법정다툼의 주체로 등장한 사법사상 초유의 재판이었다. 도롱뇽은 전세계적으로 560여종이 퍼져 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토종’은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해 제주·이끼·고리·네발가락도롱뇽, 일반 도롱뇽 등 6종에 불과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롱뇽소송’의 원고는 바로 꼬리치레도롱뇽이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황금색 또는 적갈색 바탕에 흑색 점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툭 튀어 나온 눈이 여간 익살맞아 보이는 게 아니다. 다 자란 몸집의 길이는 20㎝ 안팎인데 그중 반 이상이 꼬리여서 꼬리치레도롱뇽이라 부른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포천 등 경기 일부와 북한산, 남쪽으로는 지리산과 경남 양산 등 고지대 산간지대의 계곡이나 냉수성 하천 상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꼬리치레도롱뇽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충북 괴산의 ‘심복굴’. 하지만 ‘동굴 생물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심복굴에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렇게나 널린 스티로폼과 부탄가스통, 엉성한 제단이었다. 게다가 매캐한 향냄새가 역겨웠다. 동행한 최 소장은 “30년 넘게 동굴을 찾았지만 도롱뇽을 보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염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혀를 찼다. 이어 “환경파괴와 신경통에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속설에 따른 인위적 남획 등으로 전국적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다행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도롱뇽이 삶의 터전을 점점 위협받게 되면서 도롱뇽에 대한 보존 연구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도롱뇽 수호’의 대표주자의 한 곳인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 이 곳에서는 2005년부터 도롱뇽과 참개구리 등 양서류를 자체 사육해 방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첫해 1만여 마리로 시작된 방생사업은 3년 만에 총 2만 8000마리를 남산과 우면산 생태공원 등에까지 방사할 정도로 활발하다.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한상훈(48) 박사는 “도롱뇽은 깨끗한 서식지와 습도만 유지되면 별 다른 보살핌이 없어도 번식이 가능하다.”면서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이 곧 청정지역”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토종생물인 도롱뇽이 환경오염의 지표종(指標種)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글 / 서울신문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국의 토종] (4) 도롱뇽

    [한국의 토종] (4) 도롱뇽

    기상청의 최첨단 슈퍼컴퓨터조차도 수시로 빗나가는 예보를 내는 요즘, 농사가 주업이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 해의 날씨를 예측했을까. 이 땅의 지형과 계절에 맞는 일기예보 모델을 어디서 찾았을까. 그저 하늘에 모든 풍흉(豊凶)을 맡긴 채 천수답 농사를 짓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이 믿고 의지했던 ‘족집게 기상예측관’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토종 도롱뇽이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이맘때쯤이면 마을 촌로(村老)들은 도롱뇽이 알 낳는 모습을 관찰하고 다녔다. 물가에 알을 낳는 도롱뇽은 그 해 장마가 질 것 같으면 알을 낳아 돌이나 수초에 단단히 붙여놓았고, 가뭄이 예상되면 물 속 깊숙이 알을 숨겼다. “장마가 지면 알이 떠내려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뭄이 들면 알이 말라 죽지 않게 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지요.” 한국동굴생물연구소 최용근(53) 소장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이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우는 데 효자 노릇을 해온 도롱뇽. 녀석이 깨끗한 자연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천성산 터널 분쟁’ 때이다. 이른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한 ‘터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동·식물이 법정다툼의 주체로 등장한 사법사상 초유의 재판이었다. 도롱뇽은 전세계적으로 560여종이 퍼져 있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토종’은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해 제주·이끼·고리·네발가락도롱뇽, 일반 도롱뇽 등 6종에 불과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롱뇽소송’의 원고는 바로 꼬리치레도롱뇽이었다. 꼬리치레도롱뇽은 황금색 또는 적갈색 바탕에 흑색 점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툭 튀어 나온 눈이 여간 익살맞아 보이는 게 아니다. 다 자란 몸집의 길이는 20㎝ 안팎인데 그중 반 이상이 꼬리여서 꼬리치레도롱뇽이라 부른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포천 등 경기 일부와 북한산, 남쪽으로는 지리산과 경남 양산 등 고지대 산간지대의 계곡이나 냉수성 하천 상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꼬리치레도롱뇽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충북 괴산의 ‘심복굴’. 하지만 ‘동굴 생물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심복굴에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렇게나 널린 스티로폼과 부탄가스통, 엉성한 제단이었다. 게다가 매캐한 향냄새가 역겨웠다. 동행한 최 소장은 “30년 넘게 동굴을 찾았지만 도롱뇽을 보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염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혀를 찼다. 이어 “환경파괴와 신경통에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속설에 따른 인위적 남획 등으로 전국적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다행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도롱뇽이 삶의 터전을 점점 위협받게 되면서 도롱뇽에 대한 보존 연구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도롱뇽 수호’의 대표주자의 한 곳인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 이 곳에서는 2005년부터 도롱뇽과 참개구리 등 양서류를 자체 사육해 방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첫해 1만여 마리로 시작된 방생사업은 3년 만에 총 2만 8000마리를 남산과 우면산 생태공원 등에까지 방사할 정도로 활발하다. 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한상훈(48) 박사는 “도롱뇽은 깨끗한 서식지와 습도만 유지되면 별 다른 보살핌이 없어도 번식이 가능하다.”면서 “도롱뇽이 서식하는 곳이 곧 청정지역”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토종생물인 도롱뇽이 환경오염의 지표종(指標種)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글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강서구 통합청사 짓는다

    “사회복지과는 저기 뒷건물, 세무과는 본관, 보건소는 아예 가양동에 있다니…. 아니 도대체 이렇게 담당과를 찾기 힘들어서야…” 31일 강서구 화곡동 980 강서구청 청사를 찾은 김상민(66·내발산2동)씨는 혀를 끌끌 찼다. 강서구는 1977년에 지은 구청사로는 도저히 행정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13개 부서를 7개 건물로 각각 이전시켜 업무를 본지 10년째다.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른다.●12층 규모… 내년 첫삽 뜰 예정 강서구는 31일 통합청사를 지어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청사는 강서구 발산1동 84 지하철5호선 발산역 뒤 2만 6115㎡ 부지에 12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시의 승인, 디자인 공모와 설계를 거쳐 내년쯤 첫삽을 뜰 방침이다. 실제 가양동 별관에 입주해 있는 청소행정과와 공원녹지과는 버스로 10분거리. 도저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이렇게 7개 건물로 부서들이 흩어져 있어 회의조차 쉽지가 않다. 구 관계자는 “솔직히 비오는 날에는 회의를 하러 오라고 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라며 “업무의 효율은 물론 유기적인 협조가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또 등촌동에 있는 보건소, 등촌2동에 위치한 구의회는 버스로 20분거리다. 간부들은 연말 감사가 몰려 있을 때는 왔다갔다하며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고 한다. 새로 건립될 통합청사에는 7개 건물로 흩어져 있는 부서는 물론 보건소, 구의회 등도 모두 한곳에 모은다.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강서세무서도 세무당국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옮겨올 예정이다.●현 청사는 문화관으로 활용 통합신청사는 주민들의 이용편의 도모와 문화·복지공간, 세계화·지방화시대 행정수요에 맞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또 아주 크지는 않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이 조화된 공간을 구성할 방침이다. 건축비용은 기금의 확충 등 자체 재원조달과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재정지원를 통해 충당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 청사부지는 주변상권의 안정화와 주민의 정서를 고려해 전시장, 종합예술관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재현 구청장은 “우리 구가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청사 건립은 필수”라면서 “직원들을 위한 청사가 아니라 주민을 최대한 배려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정철 정철연구소장 인터뷰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정철 정철연구소장 인터뷰

    새 정부 들어 대학 진학을 하려면 영어 듣기와 말하기를 더 잘해야 한다. 로스쿨 진학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38년 동안 영어 회화를 강의해온 정철 소장으로부터 영어 말 잘하는 비법을 칼럼 시리즈를 통해 들어본다. 그야말로 영어 말하기 ‘광풍’이다. 영어 말하기 실력이 좋지 않으면 취업도 어렵고 대학 입시조차 힘겹다. 현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영어의 힘’은 개개인의 ‘경쟁력’인 동시에 세계화 시대의 ‘숙명’이다. 어떻게 해야 영어를 우리말처럼 잘할 수 있을까. 영어교육의 ‘살아있는 전설’ 정철 연구소의 정철(59) 소장을 만났다.38년간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형 영어교습법’을 개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정 소장에게 해답을 들어본다. ●패러다임부터 바꿔라 “어떻게 공부해야 영어를 국어처럼 말할 수 있을까요.” 정 소장은 손사래를 친다.“질문이 잘못됐어요. 일단 환경부터 바꿔나가야 합니다. 토양이 척박한데 좋은 곡식이 나올 리 있겠습니까.” 정 소장의 교육철학은 ‘토양’에서 시작한다. 영어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영어를 잘하는 비법’도 있을 수 없다고 믿고 있다.“한국의 영어교육은 문법, 독해 중심에서 말하기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도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교육 방식은 바뀐 게 없어요. 그냥 외국인 교사가 혼자 중얼거리고, 아이들이 읽어보고 수업 끝납니다. 과거의 ‘문법교육’과 다를 게 뭐가 있나요.” 정 소장은 하나의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 원리를 차근차근 ‘큰 틀’에서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자회견식 어순감각’을 강조한다. ●“외국에만 가면 능사” 안일한 생각 버려라 “영어 말하기, 의외로 간단합니다.‘기자회견식 어순감각’을 익히면 시냇물 흐르듯 ‘줄줄’ 나오게 돼 있어요.” 정 소장이 영어 말하기 연습의 ‘핵심’으로 꼽은 ‘기자회견식 어순감각’이란 무엇일까. 가령 ‘I went to the supermarket.(나는 슈퍼마켓에 갔다.)’라는 문장이 있다. 그럼 여기서 마치 기자회견처럼 ‘왜 갔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 있고 ‘to buy dress(옷을 사기 위해)’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왜 옷을 샀을까.’란 질문에는 ‘because of the party(파티 때문에)’라고 답할 수 있다.‘언제 파티가 열릴까.’란 물음에 ‘tomorrow(내일)’란 대답이 나온다. 마치 ‘화답하듯’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영어 말하기를 익히는 것이다. 어순이 달라도 영어 말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이유다. 결국 이를 연결하면 ‘I went to the supermarket to buy dress because of the party tomorrow.’라는 완벽한 문장이 나온다.“한국 영어교육에는 이렇게 연습하는 과정이 생략돼 있어요. 말하기 교육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다 허사입니다.” 정 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무작정 원어민 수업을 받으러 외국으로 가는 것은 ‘소모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한다.“원어민은 당연히 문장이 술술 나오죠. 모국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결코 ‘말이 술술 나오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따라서 정 소장은 어학연수 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떠나야 한다고 강조한다.‘외국에 나가면 어떻게든 영어 말하기 실력이 늘어서 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너무 ‘혀 꼬지’마라 정 소장은 ‘발음’에도 할 말이 많다.“어느 나라 영어 발음이 맞다고 생각하세요. 정답은 없습니다.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입니다. 미국어가 아니란 소리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독 미국식 발음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합니다. 한국식 영어, 문제될 것 있나요.” 정 소장은 한국인이 흔히 생각하는 ‘영어를 잘하는 기준’에도 일침을 가한다. 많은 사람이 미국식 발음과 비슷해야 영어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저 ‘겉멋’에 불과하다는 게 정 소장의 생각이다.“유독 한국은 미국식 발음을 완벽히 구사할 줄 알면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그 기준은 발음이 아닌 ‘얼마나 세련된 문장을 구사하고,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는가.’입니다. 미국식 발음에 대한 강박관념은 영어를 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 소장은 현 정부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방향은 맞습니다. 영어는 국제경쟁력에 매우 중요한 척도가 돼 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겁니다.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발상보다 학생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죠.‘열매’보다는 ‘뿌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격전지를 가다-전남 무안·신안

    격전지를 가다-전남 무안·신안

    선거운동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은 혀를 끌끌 찼다.“민주당도 찍어야겄고 홍업이도 도와줘야 허는디…그것 참!”곤란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유를 물었다. 노인은 대답이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뗀다.“서러울 때 같이 울고 같이 웃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디 우리가 내치면 누가 거두겄나.”고 했다.“마음이 짠혀서 어떻게 허야 할지 모르겄네.”라고도 했다. 총선이 12일 앞이지만 무안·신안 유권자들은 아직 갈등을 계속하고 있었다. 택시기사 박모(41)씨는 “DJ를 아끼니까 김홍업 의원이 출마하지 않았으면 소. 지금의 상황이 참 곤혹스럽네요.”하고 푸념했다. 역대 선거에서 이 지역 선거를 규정했던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무안·신안이 DJ의 고향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민주당에 대한 ‘절대지지’다. 복잡할 게 없었다. 그러나 18대 총선은 두 요소가 서로 엇갈린다. 민주당 황호순 후보와 DJ의 아들은 제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여론은 반반이었다. 무안읍 주민 이모(33)씨는 “공천에 떨어졌으면 승복해야제.”라고 했다. 반면 택시기사 장모(50)씨는 “결국 수도권 살리려고 동교동만 칼질당한 거 아니냐.”고 했다. 무안·신안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흰옷의 붉은악마 “대~한민국”

    흰옷의 붉은악마 “대~한민국”

    ●26일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는 남북한을 응원하는 대규모 응원단이 모여 기싸움을 벌였다. 한국 응원단이 수적으로 북한 응원단을 압도해 홈경기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원정응원을 온 100여명의 ‘붉은 악마’와 교민, 유학생 등 1만여명은 본부석 오른쪽에 모여 “대∼한민국”이나 “오∼ 필승 코리아” 같은 구호나 노래를 불렀고 초대형 태극기도 동원했다. 한국 응원단 대부분은 흰색 옷을 입고 응원을 펼쳤다. 제3국 개최이긴 하지만 북한이 엄연한 홈팀 자격으로 먼저 붉은색 유니폼을 선택한 탓에 흰색 유니폼을 입게 된 태극전사들과 ‘드레스 코드’를 맞춘 것. 반면 본부석 맞은편에 자리잡은 5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흔들며 목청껏 함성을 질렀지만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에 묻혔다. 경기 전 두 나라의 국가가 울려퍼질 때는 양쪽 응원단이 경쟁하듯 큰 소리로 국가를 불러 기선제압에 나서기도 했다. ●전반 25분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다투다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간 ‘진공청소기’ 김남일(31·빗셀 고베)은 경기장 근처의 상하이 제1 인민병원으로 후송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남일이 공을 뺏기 위해 발을 뻗는 순간 뒷목이 뻐근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일어나지 못했다.”며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몇 번 있었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라고 밝혔다. ●홈팀 북한의 ‘상하이 텃세’는 혀를 내두를 정도. 붉은 악마의 원정 응원을 의식, 유니폼 색깔을 먼저 정하는 바람에 한국으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흰색 유니폼을 선택하도록 만든 북한은 둘째날 훈련 장소와 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데 이어 경기에 사용할 공까지 멋대로 바꿨다. 이 바람에 대표팀은 준비했던 ‘팀가이스트Ⅱ’를 묵혀둔 채 부랴부랴 구식 버전인 ‘팀가이스트Ⅰ’ 15개를 한국에서 공수해와야 했다. 북한은 마지막 훈련 때 규정시간 45분 가운데 한국 취재진이 경기장에 머문 시간을 빼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에 떼를 쓰기도 했다. ● 북한의 주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는 경기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나 “내 플레이에 대해 100%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같은 강팀을 상대로 승점 1을 올리게 돼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가 컸다. 한국에서 경기하면 더 클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6월22일) 원정경기에서는 위축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경기하겠다.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좋은 선수들이 합류하면 북한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상하이 최병규특파원 cbk91065@seoul.co.kr
  •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희귀병 中소년

    중국에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다섯 살 소년의 사연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에 사는 리빈빈(李斌斌·5)군은 선천성 무통각·무한증(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땀을 흘리지 않는 질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리군의 부모는 “두 살 무렵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주사를 맞고도 울지 않는 아이를 보고 처음 증상을 알게 되었다.”면서 “아이는 주사 바늘이 팔을 찔러도 도리어 웃으며 장난을 칠 뿐이었다.”고 전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넘어져 피가 나올만큼 큰 상처나 뜨거운 물이 손에 닿아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리군에게는 ‘무의식 자해’ 증상이 나타났다. 자신의 혀를 깨물거나 칼로 자신의 손가락에 깊은 상처를 내는 등의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통증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게다가 리군의 신체 온도가 주변 온도와 함께 변하는 증상까지 보이자 부모는 “아이가 아파하는 것이 부모에게 아픔이지만, 아파하지 않는 것도 우리에겐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침통해했다. 리군을 치료하고 있는 양저우 수베이인민병원측은 “다행히 아이가 고시(古詩)를 외울 만큼 지적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면서 “다만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해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병원의사 구자양(顧加祥)박사는 “선천적 무통각·무한증은 본래 감각을 느끼는 자율신경에 장애가 오는 병으로 발병률이 극히 적다.”면서 “체온이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하지만 땀이 전혀 나지 않아 혼수상태에 이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아이의 경우 약물 치료도 어려운 케이스”라며 “현재로서는 무의식 중 자해하는 행위를 최대한 방지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총선 D-18] ‘형님 출마’ 갈등 수면위로

    [총선 D-18] ‘형님 출마’ 갈등 수면위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의 총선 출마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에서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기도당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은 2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남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고 있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이상득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며 이 부의장의 용퇴를 촉구했다. 남 의원은 “수도권의 민심이반이 심각하다.”면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李부의장 당황… 출마의지 안굽혀 남 의원은 “어제(20일) 이 부의장의 포항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가 1시간 정도 면담을 갖고 용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의 용퇴 요구에 이 부의장은 “당에서 공천을 줬는데 이를 어떻게 거역하고 공천권을 반납하느냐. 일단 주어진 상황이므로 열심히 하겠다.”며 단호한 출마 의지를 보였다고 이 부의장측은 전했다. 이 부의장의 한 측근은 이날 “이 부의장이 남 의원의 회견 내용을 보고받은 뒤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강재섭 “크게 꾸짖고 싶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용갑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천에서 다선과 고령을 배제한다면서 자기 형님만 어찌 공천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다른 다선 다 공천 주어도 형만은 배제하는 것이 정도 아니겠느냐.”며 이 부의장의 용퇴론에 힘을 실었다. ●원희룡 “타이밍 놓쳐” 용퇴론 반대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재섭 대표는 대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뒷북치는 소리다. 뭉쳐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남의 얼굴 할퀴어서 자기 얼굴에 화장하는 것인데 크게 꾸짖고 싶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과 함께 한때 소장파를 형성했던 원희룡 의원도 “남 의원과 장시간 신중히 토론을 벌였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며 “이 부의장이 불출마하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은 지나버렸다.”고 ‘이상득 용퇴론’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다산의 아버님께(안소영 글, 이승민 그림, 보림 펴냄) 다산 정약용의 둘째아들이자 ‘농가월령가’의 저자인 정학유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다산 이야기.18년을 유배지에 갇혀 지낸 아버지에게 보내는 아들의 애틋한 편지에 19세기 초 조선의 풍경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초등 고학년 이상.1만 2000원●아프리카에 눈이 내리면(스테판 로이피 글, 라헬 비니거 그림, 예림당 펴냄) 꽁꽁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뱀, 차가운 나무에 혀가 찰싹 붙어버린 카멜레온, 목감기에 걸린 기린…. 기상이변으로 몸이 묶인 아프리카 동물들을 보여주며 지구온난화를 고민하는 그림책.4세 이상.9000원.●아슬아슬 세계역사 여행(윤혜진 글, 김진희 그림, 한솔수북 펴냄) 최초의 인류에서부터 고대 문명,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 봉건시대, 르네상스와 대변혁,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눈높이를 낮춘 세계사 이야기. 초등4학년생 주인공이 세계역사의 주요 현장들을 찾아 다닌다. 초등생.7900원.●벤 앤드 벨라(Ben&Bella)시리즈(브리태니커 펴냄)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노래와 율동, 비디오 액티비티, 스토리북, 챈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게 하는 영어교육용 DVD. 해변, 피크닉, 캠핑 등을 다룬 ‘야외’편이 출시됐다.6만 9000원.●완득이(김려령 글, 창비 펴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내세울 건 ‘주먹’밖에 없는 17세 청춘 도완득이 자아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여물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 불법체류 노동자를 돕는 친구, 베트남 출신인 어머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영화만큼이나 입체적인 질감을 일구는 장편창작물이다. 중학생 이상.9500원.
  • [주말탐방]숭례문 화재 40일-노숙인들 ‘끝나지 않은 악몽’

    [주말탐방]숭례문 화재 40일-노숙인들 ‘끝나지 않은 악몽’

    국보1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된 지 21일로 40일을 넘겼다. 화재 직후 들불처럼 일었던 국민들의 ‘문화재 사랑´ 열기도 식어가는 모양새다. 기관 간의 ‘화재 책임 공방´도 뚜렷한 결론없이 끝나버렸다. 시민들도 어느덧 일상으로 돌아왔다. 숭례문 사고 초기 범인으로 몰려 집단 돌팔매를 맞았던 노숙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국보 1호 방화범이라는 혐의를 진작에 풀었지만 이들은 아직 ‘숭례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질 때면 가장 먼저 범인으로 지목되는 이들을 서울역과 을지로 등 도심 일대에서 만나 봤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합동 구세군 브릿지센터 1층.20여명의 노숙인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 잔뜩 경계심을 드러냈다. 숭례문 화재 발생 이후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워했다. “난 할 말이 없어. 어이 김씨가 한번 나서 봐.”(노숙자) 잠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브릿지센터 최영민 간사가 도우미로 나서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 노숙자들은 차츰 억울함을 호소했고, 사회적 차별에 분노했다. 노숙 생활 15년째라는 강이만(56·가명)씨는 “남대문(숭례문) 사고 이후 허술한 옷차림 때문에 4번이나 검문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한 끼 1500원짜리 인생이라고 사람 차별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나쁜 일만 터지면 우리들을 탓하는데….”라며 혀를 찼다. 국보 1호 숭례문 화재로 우리 사회의 문화재 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인권 수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노숙인을 두 번 죽이는 인권 침해가 숭례문 화재 이후 곳곳에서 ‘자행’됐다. 이들은 한동안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했다. 일부 구청은 서울시 공문에 따라 노숙인 시설기관 주관의 집합 교육을 했다. 사고 칠 것에 대비한 정신교육이었다. 이호영 구세군 브릿지센터 사무국장은 “노숙인은 집이 없을 뿐이지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라면서 “목격자의 진술을 빌려 노숙인들을 화풀이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꼬집었다. ● ‘숭례문 취사’의 진실 숭례문 사고 이후 널리 알려진 ‘노숙인들이 숭례문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술을 먹었다. 숭례문이 노숙인 피서지였다’는 뉴스에 가장 놀란 이는 다름 아닌 노숙인들이었다. 노숙인들의 특성을 전혀 모른 그야말로 악의적인 해코지였기 때문이다. 노숙 생활 10년째라고 밝힌 이강석(62)씨는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울분을 토해 냈다. 그는 “빌어먹고 사는 노숙자들은 기본적으로 취사 도구를 갖고 다니지를 않는다.”면서 “어떤 미친 놈이 퍼뜨리고 다녔는지 몰라도 기본도 모르고 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노숙인도 “신문 한 장도 귀찮은데 그 무거운 취사 도구를 왜 들고 다녀. 특히 남대문 주변의 잔디밭과 조명 때문에 얼마나 모기가 많은데 안에서 잘 수가 없지. 우리는 하루 밥 얻어 먹으러 다니기도 바빠….”라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지난 9년간 서울역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정준기 경사도 “노숙인들이 숭례문에서 취사 행위를 했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들어본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면서 “숭례문을 올라갈 만한 배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노숙인 인권은 없다’ 사회 소수자인 노숙인의 인권 침해도 도마에 올랐다. 김해수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실장은 “제보자들이 던진 ‘노숙인 차림’이나 ‘노숙인풍’ 등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노숙인들을 두 번 죽였다.”면서 “무슨 큰일이 터지면 노숙인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우리 사회의 병폐”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편견 때문에 노숙인들이 지역 사회에 편입하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쉽게 낙오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브릿지센터에서 만난 노숙인 서인호(49·가명)씨는 “범인이 늦게 잡혔으면 큰일 날뻔했다.”면서 “사람들이 무서워 배식 먹으러 돌아다니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노숙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목소리를 높인 이상근(52·가명)씨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차가운 정도가 아니라 우리를 벌레 보듯이 했다고. 그렇다고 우리가 지네들에게 해코지를 했어, 나쁜 짓을 저질렀어.”라고 투덜댔다. 몇몇 노숙인은 부당한 인권 침해를 개선하기 위해 ‘호소의 글’ 등을 쓰며 직접 나서기도 했다.‘노숙인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이하 노실사)은 ‘사회적 불만에 의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노숙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 달라.’는 노숙인들의 편지가 잇따라 답지했다고 했다. 한 노숙인은 편지에서 “지하철 7호선 방화사건 때에도 경찰은 노숙자 같은 행색이라는 주관적인 진술에 기초에 수사를 했지만 결국 노숙인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숭례문 방화사건의 최초 목격자도 ‘노실사’ 홈페이지에 “제 죄책감이 향후 노숙인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그릇된 시선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 “무서워 ‘숙소’에서 못잤어요.”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양성모(45·가명)씨는 화재 이후 ‘전용 숙소’인 서울역 문화관 계단 앞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공익 요원들의 성화에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낮에도 문화관 안에 못 들어갔다. 일제 시대에 지어진 서울역 문화관도 방화에 대비해 사실상 노숙인 출입을 금지해서였다. 그는 “숭례문 사고 이후 딴 동네로 옮긴 노숙인이 많아요. 몇 명은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고, 남대문 쪽방은 밤에 다 뒤졌어요. 저도 두 번이나 이유없이 검문 검색을 당했어요.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냥 무섭잖아요.”라며 서러움을 토해 냈다. 서울역 광장에서 사는 노숙인은 150여명. 이 가운데 40∼50명은 숭례문 사고로 거처를 급하게 옮겼다. 숭례문 인근은 더했다. 남산 입구 지하도엔 15∼20명이 거주했지만 절반이 이사(?)갔고, 숭례문 공원 주변의 ‘터줏대감’들도 물리적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남대문 지하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화재 이후 일주일 동안 불어닥친 광풍이었다.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 이안열 팀장은 “적대적인 눈빛으로 범죄자 대하듯 쳐다보고, 경찰이 수시로 와서 조사하고 그러면 아무리 노숙하는 처지이지만 집(?)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유없는 냉대를 꼬집었다. 박재서 노숙인 상담사도 “노숙인들이 그동안 숭례문 화재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사고 이후 일주일가량은 썰물 빠지듯이 사라졌다가 최근에 다시 옛 잠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광장에서 만난 노숙인 박이웅(48·가명)씨는 “지금껏 신경 안 쓰고 살았는데 지금은 의식적으로 눈치를 봐. 아침 먹고 추우니까 서울역 대합실로 들어갔다 쫓겨난 친구도 있고…. 아무래도 위축되지. 시민들의 무관심이 반감으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가 지난해 말 집계한 노숙인은 모두 2920여명. 쉼터 43곳에 1900여명, 상담보호센터 5곳에 5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순수한 거리의 노숙인은 모두 520여명으로 집계됐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1인당 한 끼 식사’ 지원비도 차이 서울시가 노숙인의 한 끼 식사를 위해 지원하는 금액은 1인당 1550원이다. 올해 100원 올랐다. 이에 반해 결식아동 급식이나 어르신들의 한 끼 식사를 위한 서울시의 지원금은 각각 3000원과 2500원이다. 노숙인보다 곱절 가까이 많다. 이는 노숙인이 사회복지 대상자 가운데 최하층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시와 구청들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노숙인 차별’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시도 노숙인의 급식 단가와 관련, 예산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반영이 안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신팔복 자활지원과장은 “2005년 당시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노숙인 업무를 이양받을 때의 급식 단가가 1250원으로 워낙 낮았다.”면서 “내년에는 1700원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노숙인 상담사는 “노숙인에게 밥은 일종의 ‘저축’이라고 생각해 한번 먹을 때마다 ‘위에 쓸어담는다’는 표현을 쓸 정도”라면서 “1인당 한 끼 식사비 1550원은 너무 부족하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경제 살린 세계의 지도자] (7) 리콴유 싱가포르 前총리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를 아시아의 용으로 키운 이는 리콴유(李光耀·85) 전 총리다.1959년부터 1990년까지 31년간 싱가포르를 이끌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그를 가리켜 “수에즈 운하 동쪽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라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지, 인물이 시대를 만드는지의 오랜 의문에 후자라는 해답을 준 이”라고 극찬했다. 광둥 하카(중국대륙을 떠나 다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주민)에서 ‘건국의 아버지’가 된 리 전 총리. 그는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살아남는 데 필요하다면 무조건 오케이였다.” ‘리콴유 개혁’의 핵심은 다름 아닌 ‘국가 생존’이었던 것이다. ●국가생존 전략 ‘12345 비전´ 서른여섯에 그가 총리가 된 1959년, 싱가포르자치령의 1인당 국민소득은 400달러(40여만원)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13%를 넘었다.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여러 인종이 뒤섞여 툭하면 폭동과 파업이었다. 그나마 자원이 있는 말레이시아에 기대 살아보려고 1963년 말레이시아연방에 가입했지만 이내 인종 갈등으로 쫓겨났다.‘원치 않는 독립’이었다. 1965년 싱가포르공화국을 세운 변호사 출신의 젊은 엘리트 총리는 ‘12345비전’을 내걸었다.1명의 부인,2명의 자녀,3개의 침실,4바퀴 달린 승용차,500달러 주당 소득이라는 야심찬 청사진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아내를 네 명까지 둘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을 연상시킨다. 문제는 비전을 현실화시킬 수단이었다. 당시 싱가포르는 돈도 자원도 없었다. 마실 물조차도 없어 말레이시아에서 사다 먹는 형편이었다. 리 총리는 ‘없으면 오게 하자.’고 생각했다. 돈, 물건, 사람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면 유인책이 필요했다. 규제부터 대폭 풀었다. 외국기업이라도 사업설명서를 제출한 뒤 승인만 받으면 국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했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했다.2차 오일쇼크의 와중에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국제공항을 지었다.1981년 개항한 창이 국제공항이다. 정부 주도의 투자회사(GIC)와 국부펀드(테마섹홀딩스)도 만들었다.GIC는 훗날 우리나라의 한국투자공사(KIC) 모델이 됐다. 의사소통(영어)이 되는 인력자원, 해고가 자유로운 노동시장, 편리한 교통, 빗장 푼 규제 등은 싱가포르에 돈과 사람을 가져다 주었다.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던 1990년,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1만 2200달러)은 취임 당시보다 무려 30.5배나 불어났다.‘(말레이시아에서)버림받은 작은 섬’이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로 변신한 것이다.2006년 싱가포르의 외국인 투자 유치액(242억달러)은 우리나라(112억달러)의 두 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도 지난해 싱가포르(2위)는 우리나라(29위)보다 훨씬 앞섰다. ●강력한 리더십 근간은 실용·반부패 리 총리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단행했던 것은 부패 척결이다.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신설,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최측근이자 절친한 친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20만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받던 테체앙 당시 국가개발부 장관은 오랜 동지였던 리 총리의 단호한 태도 앞에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렴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리 총리는 공무원 월급을 파격적으로 올렸다. 지금도 싱가포르 총리의 연봉(132만달러·13억원)은 미국 대통령(약 44만달러)의 3배, 한국 대통령(2억 4000만원)의 5배가 넘는다. 대신,‘파인(벌금) 공화국’ ‘태형의 나라’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구 450만명의 작은 도시국가가 거대 미국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공공기물을 파손한 미국인 청년(마이클 페이)에게 기어코 곤장 6대를 때린 일화는 유명하다. 리 총리는 포커게임으로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때문에 도박을 지독히 혐오했다. 그러나 “세계경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2005년 싱가포르 정부의 카지노산업 허가를 지지했다. 이같은 실용주의와 원칙주의는 그가 퇴임한 후에도 강력한 ‘그림자 리더십’을 발휘하는 근간이 됐다. 물론 정치 인생을 둘러싸고는 논란이 따른다. 그는 부유한 중국계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 유학(영국 케임브리지 법대)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이후 노동운동가로 변신, 좌파와 연대해 권력을 잡은 뒤 좌파를 몰아내고 화교자본을 끌어들여 정권을 지켰다. 그의 통치철학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는 것은 이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런 그도 벌써 여든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나라의 위대한 거인’으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90년대 DJ·리콴유 사상논쟁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1990년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벌인 사상논쟁이다. 리 전 총리는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거부하고 자주적 정치체계를 만들려 애썼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 박정희 전 한국 대통령과 ‘닮은꼴 리더십’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 근간이 바로 유교적 철학에 바탕을 둔 ‘아시아적 가치’였다. DJ는 아시아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의 폐해에 눈돌렸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지도자들간의 이례적 사상논쟁이었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지금도 종종 국제 심포지엄 화두로 오르내린다.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리 전 총리가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몰랐다거나 평가절하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길고 고통스러우니 도달 속도를 단축하기 위해 아시아적 가치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리콴유 업적’ 빛과 그림자 정호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익에 도움되면 누구와도 손잡는다는 실용주의 표방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외국인 고문을 영입한 MB(이명박 대통령)정부는 리콴유 정부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1950∼1960년대 일반 대중이 무지하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것이 리콴유 개혁이었다.”며 “지금은 사회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도 복잡해져 (우리나라에)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는 “(리콴유의)강력한 리더십과 부패청산 의지 등은 MB정부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지만 지나친 엘리트주의, 국익 앞에 개인을 희생시킨 전제주의 등 부정적 유산도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뛰어난 소수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엘리트주의는 가뜩이나 작은 도시국가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다. 엘리트와 열패자 사이의 위화감이 심각하다. 국내 금융계조차 싱가포르투자청(GIC) 사람들의 엄청난 엘리트의식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나친 원칙주의는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억압하기도 했다. 청렴했다고는 하지만 독재자란 굴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2001년 홍콩 중문대가 리콴유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주려 하자 학생들이 “독재자”라며 거세게 반대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권력 세습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싱가포르 현 총리(리셴룽)는 그의 장남이다.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테마섹의 최고경영자(호칭)는 그의 며느리다. 그 자신 지금도 싱가포르투자청(GIC)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싱가포르 열풍이 요즘보다 더 극심했던 적이 있다.YS(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때다.‘리콴유-권력과 리더십’ 책을 쓴 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당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싱가포르를 배운답시고 어찌나 많이 갔던지 싱가포르 정부가 대사관을 통해 ‘업무에 지장이 많으니 자중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고 비화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리콴유는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가부장적 철권통치를 휘두른 사람”이라며 “작은 도시국가이기에 리콴유식 개혁이 가능했던 대목도 있고 우리나라와는 사회구조의 틀도 다른 만큼 옥석을 가려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의 지속 성장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서방의 많은 학자들이 싱가포르 경제가 1987년에 과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싱가포르는 견실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MB정부가 배워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점”이라고 환기시켰다. 소유는 국가가 하고 경영은 민간에 맡기는 싱가포르식 공기업 민영화 모델도 ‘노사정위원회 위상 강화’라는 전제조건이 요구된다는 조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GIC와 테마섹이 꼭 잘한다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싱가포르식 모델 도입에)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길섶에서] 스팸 메시지/ 황성기 논설위원

    휴대전화 등으로 하루에도 몇건씩 들어오는 사신(私信)아닌 메시지들. 쌓이는 게 싫어 올 때마다 지워봐도 감미(甘味)를 찾아 출현하는 고약한 벌레처럼 막을 재간이 도통 없다. 발신처가 주로 은행이나 카드사들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가입해 둔 곳에서 보내는 메시지는 결코 스팸 그물에 걸리는 법이 없다. 고객관리 차원이라지만 꼭 받을 사람한테만 받고 싶은 걸 왜 모르는지. 그중에 특히 심하다 싶은 게 생일·결혼기념일이다. 그런 개인정보 기입을 무시했더라면 받지 않았을 기념 메시지이니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기계가 보내는 무연(無緣)의 축하에 기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게 혀를 차며 별 생각없이 휴대전화에 들어온 메시지를 지우려다 놀랐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결혼기념일 축하다. 깜빡 잊고는 그날 저녁 약속을 만들었다. 다행히 친구들 여럿이 하는 모임이라 연락책을 통해 불참의 양해를 구했다. 스팸 같던 메시지를 요긴하게 썼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요즘 신부는 ‘섹시’를 입는다

    요즘 신부는 ‘섹시’를 입는다

    “아니 요즘 애들은 왜 그렇게 홀딱 벗고 그런대냐?” 길거리의 미니스커트족과 핫팬츠족을 향한 비난? 아니다. 바로 친구나 친척집의 결혼식장에 다녀온 엄마들이 신부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다. 바야흐로 결혼 시즌. 웨딩드레스를 고르려는 엄마와 딸들 사이에 적잖은 승강이가 벌어진다.“좀더 얌전한 거 입을 수 없겠니?(엄마들)”“어휴∼, 그럼 너무 촌스럽다니까!(딸들)” 2년 전부터 어깨와 등이 훤히 드러나는 톱(Top)스타일의 웨딩드레스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벌어지는 소동이다. 새색시의 수줍음? 요즘 결혼 식장에서 그런 것 기대하지 마시라. 식장에서도 신부들은 당당하면서도 섹시해 보이기를 원한다. 엄마들은 남세스럽다며 고개를 젓지만 젊은 세대에게 이 정도 노출은 노출도 아니다. 최근에는 미니 열풍을 업고 등장한 미니 웨딩드레스에 도전하는 과감한 신부들도 있다. # 장식 절제…요란하지 않은 화려함 추구 어깨와 쇄골을 드러낸 것 자체가 파격이요 장식이다. 따라서 톱스타일의 웨딩드레스에서 화려한 장식과 부풀린 치마폭은 찾아볼 수 없다. 상의에 진주나 비즈(구슬)를 촘촘하게 박아 요란스럽지 않은 화려함을 추구한다. 치마 형태는 A라인이나 인어(멀메이드)라인으로 아래로 갈수록 얌전하게 퍼지는 게 대세다. 웨딩드레스 전문점 ‘블랑’의 이유숙 대표는 “예전에는 웨딩드레스는 누가 봐도 웨딩드레스인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웨딩드레스 같지 않은 웨딩드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니 웨딩드레스도 심심찮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적격자는 주로 키가 크고 몸매에 자신이 있는 여성들로, 체격 큰 신부도 깜찍하게 만들어 주는 장점이 있다. # ‘한 몸매´ 한다면 ‘미니´에 도전 상체가 통통한 신부들은 확 드러내자니 부담스럽다. 가리는 것이 상책이 아니듯 마냥 유행을 좇는 것도 좋지 않다. 어깨가 넓고 팔뚝이 굵은 사람은 V넥의 웨딩드레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가슴팍에 V자로 퍼진 끈이 시선을 분산시켜 가슴을 좁아 보이게 만들고 어깨도 살짝 덮어 굵은 팔뚝도 보완시킨다. 노출의 미학이 중시되면서 액세서리의 사용은 자제되는 추세다. 특히 목걸이는 쇄골의 미를 훼손하는 방해물로 취급된다. 대신 머리에 왕관처럼 쓰는 티아라의 힘이 막강해지면서 헤어밴드 등 다양한 형태가 선을 보이고 있다. 드레스가 단순해지면서 면사포는 더욱 화려해지고 있다.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은 팔이 짧은 동양인 신부에게 불리하다. 팔이 길어 보이려면 팔목까지 오는 장갑이 좋다. 요즘 들어서는 이마저도 벗고 깨끗하게 팔찌 하나만 끼고 식장에 들어가는 신부들도 늘고 있다. # 화장은 한듯 만듯 ‘생얼·동안’의 원칙은 신부 화장에서도 통한다. 분장 수준의 화장은 다행스럽게도 사라진 지 오래. 한듯 안 한듯 투명하게 피부를 표현하고 핑크빛 블러셔로 볼에 생기를 준다. 여기에 눈매만 또렷하게 만들어 주는 다소 누그러뜨린 스모키 메이크업이 강세다. 웨딩드레스를 입으면 무조건 머리를 올려야 하는 때가 있었다. 천편일률 업스타일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앞머리를 내린 뱅스타일의 단발 머리, 자연스럽게 웨이브를 넣어 어깨까지 풀어헤친 긴 머리 등 면사포 아래 머리 모양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인공을 거부하고 자연스러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신부들의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촬영 협조 모델 : 남수현, 드레스 : 블랑 (02-542-6458), 머리·화장 : 박승철헤어스투디오 청담점(02-543-9700)
  •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태안 기름 유출 100일] 갯벌이 무덤으로… 갈매기도 떠났다

    지난해 12월7일 유조선 원유유출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에서는 최근 어민들의 조업지역이 하루가 다르게 북상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기름띠가 강타한 태안군 소원면, 근흥면, 원북면은 생계 걱정 때문에 여전히 시름에 잠겨 있다.15일로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 태안 지역을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과 함께 둘러봤다. ●아직도 해변에는 바다생물 사체들 천지 ‘배를 들어내고 죽은 설개(갯가재), 누렇게 썩어 밀물에 떠내려온 잘피, 빈 고둥 껍데기….’ 13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신노루 해변에는 바다 생물의 흉한 사체들이 널려 있었다. 설개는 갯벌에 구멍을 뚫고 사는 저서생물로 유출된 기름에 직접적 피해를 입은 듯했다. 백사장에는 그 어떤 생명체의 움직임도 없다.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잘피는 바닷속에 숲을 만드는 수중식물인데 몸이 기름에 녹아 잘려 나가고 있다.”면서 “모래를 기어다니던 비단고둥도 전혀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변의 모래 속에는 은행알만한 기름덩이들이 뒤섞여 있다. 기름 냄새가 코 끝에서 감돌았다.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의 끝자락에 엷은 유막이 형성돼 물결에 흔들렸다. 근처의 뎅갈막 해변에는 기름띠가 바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고 따개비는 보이지 않았다. 파도에 기름 찌꺼기가 섞여 있다. 우리나라 사구(모래언덕) 가운데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두리 해변에는 죽은 성게가 하얗게 변한 채 널브러져 있고 연탄가루 같은 검은 띠가 여러개 그어져 있다. 만리포해수욕장도 유막이 계속해서 생겨 모래를 뒤집고 흡착포를 씌워 놓았다. 흔하던 흑비단고둥, 똘장게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먹잇감이 사라지니 수천 마리에 이르던 갈매기도 한마리 날아오지 않았다. 이 사무국장은 “날씨가 더워지면 해변 곳곳에 묻혀있는 기름덩이가 녹아 생태계가 얼마나 더 파괴될지, 언제쯤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태안에는 지금도 하루에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온다. 피해가 가장 컸던 소원·근흥·원북면 해안과 섬 지역은 지금도 기름끼가 많이 남아 있다. 태안해경은 이달 말까지 방제작업을 마친다. 해수욕장의 개장은 불투명하다. ●조업지역 안흥항까지 북상…출항 놓고 옥신각신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현재 조업을 재개한 곳은 남쪽에서 안흥항까지다. 어선들은 해상크레인 선단이 유조선을 들이받은 지점에서 불과 3.7㎞ 떨어진 연안에서 물메기, 주꾸미, 도다리, 간재미 등을 잡아 올리고 있다. 조업에 나선 어선은 90여척으로 지난해 이맘 때 150여척보다는 적다. 남면 몽산포항은 지난 7일부터 30∼40척의 어선이 주꾸미를 잡기 시작했다. 어선들은 10㎞쯤 남쪽 거아도 주변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 어촌계장 문승국(43)씨는 “3개월간 잡지를 않았더니 주꾸미들이 지천”이라면서 “기름 찌꺼기나 냄새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을 횟집이나 전국으로 팔려가는 가격도 물량이 모자라 1㎏에 1만 6000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1만원도 안되던 지난해보다 비싼 가격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측은 “소원면 파도리와 의항리의 양식 굴을 분석한 결과 껍데기에서 기름냄새는 조금 났지만 유해성분은 없었다.”면서 “태안 연안에서 잡은 물고기는 유해성분도, 냄새도 없었다.”고 밝혔다. 문씨는 “다음달 중순부터 꽃게를 그물로 잡아보면 기름덩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천수만에 위치한 서산 간월도에서도 굴 채취를 시작했다. 젓갈을 팔던 이재교(65·여)씨는 “딸이 5일 전부터 굴을 따는데 팔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횟집에도 손님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사고지점 안쪽 해상과 근소만의 통개에서 가로림만 입구인 만대까지는 아직도 조업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천리포와 학암포 등에 있는 500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모두 포기한 채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에서는 조업시작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모항항 주민 송옥인(56)씨는 “‘나가자’‘나가지 말자’며 어민끼리 옥신각신하고 있다.”면서 “행동을 같이하자고 해서 조업을 않고 있지만 답답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의 배상추정액에서 방제비를 빼면 한 집에 280만∼310만원밖에 안 되는데도 ‘고기잡이를 하면 배상금이 적어진다.’며 이러고 있다.”고 혀를 찼다. ●먼 배상…100일 행사 기름피해 배상작업 진척도 시원스럽지가 않다. 서산수협은 내년 3월까지 피해조사 용역을 마칠 예정이다. 최용기 지도과장은 “조사가 끝나야 배상 협의를 시작하는데 그 때까지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원면 의항2리 주민 김일수(55)씨는 “생계비와 방제작업비도 다 썼다.”며 “사고 전에 벌어놓은 돈이나 수협에서 돈을 빌려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태안지역 어민들은 남자 7만원, 여자 6만원의 일당을 받고 기름방제작업에 참가하고 있다. 태안군은 이날 100일 행사를 앞당겨 열고 자원봉사자들과 국민에게 감사의 절을 올린 뒤 태안산 회 시식 행사도 가졌다.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나우@인터뷰] K리그 수원서포터 제임스 마스

    [나우@인터뷰] K리그 수원서포터 제임스 마스

    스물다섯 미국 청년은 5년 전 한국을 찾을 때까지 축구란 경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물었지만 같은 답이 돌아왔다.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찾은 경기장에서 “ 필이 꽂혔다. “ 미국에 9개월 머무를 때에도 축구와 수원 삼성이 그리웠다. 결국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온 그는 구단을 찾아가 영문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자청했다. 수원 서포터들의 모임 ‘그랑블루’의 제임스 마스를 13일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햄버거가게에서 만났다. ● 구단 찾아가 영문 홈피 구축 제안 190㎝ 큰키에 구레나룻이 거뭇했지만 순해 보이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시간과 돈에 지나칠 정도로 인색한 미국인 특유의 기질도 엿보이지 않았다. 고교 이후 농구나 미식축구밖에 몰랐던 이 청년을 축구에 빠뜨린 힘은 무엇이었을까. “ 농구는 점수가 많이 나잖아요. 하지만 축구는 1,2점으로 승부가 갈리니 정말 짜릿했다. “ 왜 하필 수원일까. “ 내가 처음 경기장을 찾았던 날은 수원과 다른 팀이 경기를 벌였는데 수원 서포터들에 완전 둘러싸여 다른 팀을 응원하다가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랑블루란 걸 뒤늦게 알았다. “ 그는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기 이후 수원 서포터를 결심했다고 했다. 영문 홈페이지를 제안하고 나선 것도 미국에서 수원 소식이 궁금했지만 마땅히 찾아볼 기회가 없어서였다. 수원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서도 수원 소식을 찾게 하자는 취지였다. 미국에서도 그는 집근처 고교 축구팀의 부코치를 두 달 맡았다. 하지만 축구전술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고작 한다는 얘기가 “ 발로 차. “ 뿐이었다고 멋쩍어했다. 미국에도 광적인 스포츠팬들이 널렸는데 한국은 무엇이 다를까.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요약했다. “ 미국인들은 경기 뒤 모두 집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경기 뒤 소주폭탄주를 마시고 흥겹게 춤을 추고 논다. 그런 문화가 미국엔 없다. “ 지난해 11월 셋에 불과하던 외국인 서포터가 22명으로 불어난 것도 이처럼 돈독한(?) 커뮤니티 활동 덕이다. ● 이관우·하태균 선수 가장 좋아해 동료 서포터인 영화배우 김상호 씨와는 동네친구다. 영화 ‘타짜’에 출연하는 등 ‘조역 단골’인 김씨는 집에서도 늘 그랑블루 저지를 입고 지낼 정도로 지독한 팬이라고 그는 혀를 내둘렀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는 이관우와 하태균을 꼽았다. 좋아하는 감독은 차범근 수원 감독이 섭섭하겠지만 박항서 전남 감독. 경남 시절 변변찮은 전력으로 정규리그 4위에 팀을 끌어 올린 점이 눈에 들어왔단다. 적지 않은 이들의 근심을 사고 있는 서포터들의 과격한 응원 행태에 대해 한마디 짚어 달라고 주문했다. “ 경기에 진 대전 서포터들이 수원 선수단 버스에 몰려왔을 때 페트병으로 뒤통수를 맞은 일이 있다. 하지만 괜찮다. 열정 때문에 그런 것이니 ‘노 프라블럼(괜찮다)’이다. “ 꿈이 있다면 수원 구단이 그를 정식 고용하는 것. 홈피 관리는 완전 자원봉사. 강사 일을 그만 둔 그는 주식투자로 용돈을 벌면서 홈피 관리와 축구사랑에만 매달리고 있다. 글=성남 임병선 김민희기자 arakis.blog.seoul.co.kr 사진=성남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제임스 마스는 누구 ▲ 출생 1983년 5월31일 미 텍사스주 브라운펠스 ▲ 가족 부모와 4남1녀 중 넷째 ▲ 학력 윔벌리 고교-텍사스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 경력 지역신문에 농구 기사 등 기고(중고 시절)-침례교 선교사로 한국에 첫발(2003년)-경원대, 아주대 등에서 영어강사(2003∼2006년)-미국에서 고교축구 부코치 등(2006년)-수원 삼성 영문홈페이지 관리 자원봉사(2007년 2월∼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스포츠 라운지] 미국인 수원 서포터 제임스 마스

    [스포츠 라운지] 미국인 수원 서포터 제임스 마스

    스물다섯 미국 청년은 5년 전 한국을 찾을 때까지 축구란 경기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믿기지 않아 몇 번을 물었지만 같은 답이 돌아왔다.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찾은 경기장에서 “필이 꽂혔다.”미국에 9개월 머무를 때에도 축구와 수원 삼성이 그리웠다. 결국 지난해 2월 한국에 돌아온 그는 구단을 찾아가 영문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자청했다. 수원 서포터들의 모임 ‘그랑블루’의 제임스 마스를 13일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한 햄버거가게에서 만났다. ●구단 찾아가 영문 홈피 구축 제안 190㎝ 큰키에 구레나룻이 거뭇했지만 순해 보이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시간과 돈에 지나칠 정도로 인색한 미국인 특유의 기질도 엿보이지 않았다. 고교 이후 농구나 미식축구밖에 몰랐던 이 청년을 축구에 빠뜨린 힘은 무엇이었을까.“농구는 점수가 많이 나잖아요. 하지만 축구는 1,2점으로 승부가 갈리니 정말 짜릿했다.” 왜 하필 수원일까.“내가 처음 경기장을 찾았던 날은 수원과 다른 팀이 경기를 벌였는데 수원 서포터들에 완전 둘러싸여 다른 팀을 응원하다가 정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랑블루란 걸 뒤늦게 알았다.”그는 200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기 이후 수원 서포터를 결심했다고 했다. 영문 홈페이지를 제안하고 나선 것도 미국에서 수원 소식이 궁금했지만 마땅히 찾아볼 기회가 없어서였다. 수원을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에서도 수원 소식을 찾게 하자는 취지였다. 미국에서도 그는 집근처 고교 축구팀의 부코치를 두 달 맡았다. 하지만 축구전술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고작 한다는 얘기가 “발로 차.”뿐이었다고 멋쩍어했다. 미국에도 광적인 스포츠팬들이 널렸는데 한국은 무엇이 다를까.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요약했다.“미국인들은 경기 뒤 모두 집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깃발을 들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경기 뒤 소주폭탄주를 마시고 흥겹게 춤을 추고 논다. 그런 문화가 미국엔 없다.”지난해 11월 셋에 불과하던 외국인 서포터가 22명으로 불어난 것도 이처럼 돈독한(?) 커뮤니티 활동 덕이다. ●이관우·하태균 선수 가장 좋아해 동료 서포터인 영화배우 김상호 씨와는 동네친구다. 영화 ‘타짜’에 출연하는 등 ‘조역 단골’인 김씨는 집에서도 늘 그랑블루 저지를 입고 지낼 정도로 지독한 팬이라고 그는 혀를 내둘렀다. 장 좋아하는 선수로는 이관우와 하태균을 꼽았다. 좋아하는 감독은 차범근 수원 감독이 섭섭하겠지만 박항서 전남 감독. 경남 시절 변변찮은 전력으로 정규리그 4위에 팀을 끌어 올린 점이 눈에 들어왔단다. 적지 않은 이들의 근심을 사고 있는 서포터들의 과격한 응원 행태에 대해 한마디 짚어 달라고 주문했다.“경기에 진 대전 서포터들이 수원 선수단 버스에 몰려왔을 때 페트병으로 뒤통수를 맞은 일이 있다. 하지만 괜찮다. 열정 때문에 그런 것이니 ‘노 프라블럼(괜찮다)’이다.” 꿈이 있다면 수원 구단이 그를 정식 고용하는 것. 홈피 관리는 완전 자원봉사. 강사 일을 그만 둔 그는 주식투자로 용돈을 벌면서 홈피 관리와 축구사랑에만 매달리고 있다. 글 성남 임병선 김민희기자 arakis.blog.seoul.co.kr 사진 성남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제임스 마스는 누구 ▲출생 1983년 5월31일 미 텍사스주 브라운펠스 ▲가족 부모와 4남1녀 중 넷째 ▲학력 윔벌리 고교-텍사스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경력 지역신문에 농구 기사 등 기고(중고 시절)-침례교 선교사로 한국에 첫발(2003년)-미국에서 고교축구 부코치 등(2006년)-수원 삼성 영문홈페이지 관리 자원봉사(2007년 2월∼ )
  • 주민들 “짐승보다 못한 수법” 치떨어

    지난 10일 한강에서 자살한 이호성(41)씨가 저지른 4모녀의 살해와 암매장 행각은 잔인함과 대담함의 극치를 드러냈다. 11일 새벽까지 전남 화순 동면 시체 매장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했던 화순경찰서 강력계 경찰관들은 이씨의 ‘짐승보다 못한’ 살인 수법에 치를 떨었다. 주민들도 날이 밝자 매장 현장을 찾아 혀를 끌끌 찼다. 동면 청궁리 아래 공동묘지 끝부분에 자리한 암매장 터는 도로 밑에 교묘하게 위장된 곳이었다. 구덩이는 가로 120㎝, 세로 2m, 깊이 150㎝ 크기로 시체가 든 가방의 가로 길이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현장에 나온 주민들은 “인부 3명이 곡괭이와 삽으로 구덩이를 1시간30분만에 팠다면 이씨가 사전 답사를 했고 그의 작업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 구덩이는 길과 산자락 사이로 길보다 낮은 곳이어서 산에서 흘러내린 황토흙이 자연스럽게 모여 빗물에 따라 다져지는 곳이다. 이씨는 매장 후 주변 황토흙과 돌을 섞어 50㎝ 두께로 덮은 뒤 근처 낙엽을 긁어 모아 덮어 눈에 띄지 않도록 위장했다. 경찰관들은 “작업한 인부가 지점을 알려주지 않았으면 암매장 장소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매장 장소인 교회 묘지공원은 화순읍에서 이서면을 거쳐 동면으로 넘어가는 왕복 2차선 포장도로에서 50m 산속에 떨어져 있어 매장 장소로 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다. 발굴 당시 시체 4구는 모두 앞으로 웅크린 채 비닐로 포장된 뒤 너비 120㎝의 가방에 든 상태였다. 또 가방 4개는 구덩이 속에서 가로로 나란히 묻혀 있었다. 경찰관들은 “시체의 손과 발이 오므린 상태 등 사후 강직 정도로 봐 이씨가 이들 모녀를 살해한 뒤 곧바로 가방에 옮겨 담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강력팀에서 20년을 일했다는 화순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고개만 내저었다. 화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한밤중에 여관서 남녀가『된다』『안된다』

    15일 밤 2시께 전남(全南) 목포(木浦)시 호남(湖南)동 D여관에서는 때아닌 말다툼으로 소동. 이날 밤 15호실에 든 남녀는 새벽 2시까지 주거니 받거니 정담으로 지새우며 그 사이 사이 야릇한 기성과 환성을 지르고 『만지면 안돼』『어떠냐? 괜찮아』하며 고요한 여관안이 온통 떠들썩. 잠을 못 이루던 건너편 방의 손님이 참다못해『이 새끼들아. 조용히 좀 일할 수 없어?』하는 고함소리에『남의 일에 웬 참견이냐』고 맞장구친 것이 도화선이 되어 한참 옥신각신. 이 광경을 보던 다른 방의 한 손님 왈『요즘은 잠을 자면서도 음향효과를 내야만 맛인 모양이다』라고 혀를 끌끌. <목포> [선데이서울 71년 6월 27일호 제4권 25호 통권 제 142호]
  • [美 대선 후보경선] 민주 ‘박빙승부’ 8월까지 간다

    [美 대선 후보경선] 민주 ‘박빙승부’ 8월까지 간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벼랑 끝으로 몰렸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이날 최대 격전지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승리하면서 기사회생한 것은 백인과 블루칼라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돌려 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륜과 경험을 강조하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호소가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험 강조·준비된 대통령 호소 먹혀 4일(현지시간) AP통신이 출구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힐러리는 오하이오와 텍사스에서 백인 유권자 지지의 3분의2를 얻었다. 앞서 참패한 버지니아와 위스콘신에서는 오바마 의원이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우세를 보였었다. 오하이오에서는 백인 남성의 절반 이상이 힐러리를 지지했고, 텍사스에서는 오바마와 힐러리가 절반씩 지지를 나눠가졌다. 힐러리는 블루칼라 유권자들, 특히 연소득 5만달러 이하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오하이오에서는 6대4의 우세한 비율로 오바마를 앞섰으며, 텍사스에서는 엇비슷했다. 여기에 전통적인 지지층인 여성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이탈이 거의 없었던 것도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또 오바마의 지지층인 대학생과 연소득 10만달러 이상의 유권자들이 일부 흔들린 것도 눈에 띈다. 지난달 슈퍼 화요일 이후 힐러리 의원에게서 등을 돌렸던 이들 계층이 다시 힐러리에게 표를 던진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힐러리의 메시지가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은 슈퍼 대의원들 손에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선거를 앞두고 부동층이 막판에 힐러리를 지지한 것을 힐러리 승리의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힐러리가 최근 며칠 동안 ‘새벽 3시 백악관 긴급상황 전화’ 광고 등을 통해 자신의 위기관리 및 국정운영 능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막판에 불거진 오바마 의원측의 캐나다 정부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뒷거래설도 오바마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신선한 감동정치에서 힐러리의 경험(경륜) 쪽으로 옮겨온 유권자들의 관심이 남은 경선 기간 동안 유효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힐러리 의원은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모두 승리, 경선을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은 확보했지만 대의원 수에서는 여전히 오바마 의원에게 뒤지고 있다. 미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힐러리나 오바마가 남은 예비선거와 코커스에서 모두 승리해도 양쪽 모두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수(2025명)를 확보하지 못한다. 결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오는 8월 말 덴버 전당대회에서 슈퍼 대의원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본선 채비에 들어간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와는 힘겨운 일전을 벌일 수밖에 없으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의 중진들이 슈퍼 대의원들을 설득, 대세를 따르도록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AP “힐러리·오바마 러닝메이트 가능성” 힐러리 의원이 다시 한번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기사회생함에 따라 승부는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려 하고 있다. 힐러리는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었다. 힐러리 진영은 대의원수가 많은 대부분의 큰 주들에서 연승을 거둠으로써 본선 경쟁력이 입증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경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승리로 힐러리 의원은 상승세를 타면서 종반전으로 접어든 민주당 경선은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을 보이게 됐다. 한편 AP통신은 6일 힐러리가 오바마와 러닝메이트로 나설 가능성도 내비쳤지만 “유권자들은 여전히 누가 1위가 될지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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