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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훈 지난해 쇼트트랙서 전향 모두가 안된다고 했지만…

    이승훈 지난해 쇼트트랙서 전향 모두가 안된다고 했지만…

    │밴쿠버 조은지특파원│상기된 표정으로 남은 선수의 레이스를 살피던 청년은 은메달이 확정되자 껑충껑충 뛰며 김관규 감독의 품에 안겼다. 스피드 스케이팅 이승훈(22·한국체대). 쇼트트랙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아픔을 극복, 종목을 바꾼 끝에 그토록 꿈꿔 왔던 올림픽 메달을 따낸 순간이었다. 스피드 장거리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로 따낸 메달이라 기쁨은 더 컸다. 육상 100m에 견줄 만큼 아시아 선수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을 무너뜨린 것. 1992년 알베르빌 김윤만(은), 2006년 토리노 이강석(동)에 이은 세 번째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메달이기도 했다. 이승훈은 1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5000m에서 6분16초95로 결승선을 통과, 한국에 밴쿠버올림픽 첫 메달을 안겼다.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스벤 크라머(네덜란드·6분14초60)에게 2초35 뒤진 훌륭한 기록이었다. 동메달은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6분18초05) 차지. 막판 스퍼트가 빛났다. 인코스 이승훈은 봅 데 용(네덜란드·6분19초02)과 12조로 출발했다. 상대는 올림픽에서 금·은메달을 한 개씩 목에 건 세계적인 선수. 워낙 베테랑이라 쫓아만 가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줄곧 앞섰다. 1800m 기록은 2분18초80으로 5위였고, 3000m(3분48초56)에서 2위로 치솟은 순위는 끝까지 이어졌다. ‘다크호스’ 축에도 끼지 못했던 이승훈의 역주에 다른 나라 감독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설을 맞아 큰집에서 새벽잠을 설치며 경기를 본 어머니는 “이게 웬일이냐.”고 울먹였다. 여자친구는 “승훈이 네가 이런 사람이었냐.”고 깜짝 놀랐다. 이승훈은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기대주였다. 하지만 4월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탈락, 고심 끝에 변신을 택했다. 그나마 남의 스케이트화를 빌려 시작했다. 그는 “믿기 힘들 정도로 편안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7월 캘거리 전지훈련 때였다. 주변 반응은 “결국 흐지부지될 거다.”라며 차가웠다. 대한체육회도 잘해야 5위권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팀에서는 ‘무서운 아이’로 통했다. 박성현 빙상연맹 전무는 “이승훈을 주목해라. 큰일을 낼 것”이라고 예고했고, 김관규 감독도 “탈 때마다 기록이 줄어든다. 근성 있는 선수”라고 했다. 동료 이종우(24·의정부시청)는 “소화할 수 없는 운동량을 소화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결국 이승훈은 ‘유쾌한 사고’를 쳤다. “아시아에서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겠다.”던 출사표 그대로였다. 이승훈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한 것을 이뤄 영광이다.”면서 “이젠 1등을 해 보고 싶다.”고 큰 눈을 끔뻑거렸다. 이승훈은 24일 10000m, 27일 팀추월에서 또 한 번 ‘짜릿한 반란’을 꿈꾼다. zone4@seoul.co.kr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 [설맞이 콩트] 두용씨의 커피 한 잔/이은선

    [설맞이 콩트] 두용씨의 커피 한 잔/이은선

    “괜찮아유. 살다 보면…. 근강 잘 챙기구 애기덜두 잘 돌보셔유. 새해니께, 복도 많이 받으시야쥬.” 차마 대답도 못하고 우는 산모의 얼굴을 병실 문이 휘릭, 가려버렸다. 뒤돌아 선 두용씨가 콧등을 훔쳤다. 그러고 나니 달콤한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다. “(꼬르륵) 지금 휴대폰이 전파를 수신 중에 있습니다.” 벌써 30분째 두용씨의 휴대전화가 먹통이었다. 엊그제 새로 바꾼 최신식 휴대전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무척 친절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전파를 그 스스로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거였다. 짧고 예쁜 옷 입은 언니가 서 있는 가판대에서 달달한 믹스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배고파 한 잔 더 마시려고 그 예쁜 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이 우리 두용씨가 24개월 할부로 휴대전화를 새로 장만하게 된 이유였다.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그 시간에 두용씨는 고장 난 지 일주일이나 지나 이제는 음성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내비게이션을 수리했을 거였다. 밤 늦게 손님을 태우고 이 산골을 찾아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는 잘 작동되었고, 고장난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GPS를 탐색’하고 있었다. 산 중턱의 저수지 옆집에 손님을 내려 주고 난 다음이었다. 신기하게도 두용씨의 내비게이션이 작동을 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우리의 두용씨,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내비’양이 알려주는 대로 친절하게 길을 따라오다가 산 속 더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고야 말았다. “여가, 워디여?” 워낙 산 깊은 곳이라 그런지 이번엔 휴대전화가 말썽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휴대폰이 전파를 수신 중에 있습니다!(꼬르륵)” “거 참, 허 거 참!” 두 눈을 슴벅이던 두용씨가 끝내 혀를 찼다. 이제 믿을 거라곤 오로지 두용씨의 동물적인 위치 감각뿐이었지만, 그 동물이라는 것도 동물 나름이어서 그것이 야생 호랑이의 번뜩이는 밤눈인지, 집토끼의 졸린 밤눈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연말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산골의 구불구불한 길을 굳건히 달려 내려오며 두용씨는 저녁 먹을 때 물에 담가 놓고 온, 빨간 고무 다라이의 알밤 한 자루를 생각했다. 전주 이씨, 임명공파 19대손인 두용씨는 차례상에 올릴 밤을 치는 일로 새해 맞을 준비를 끝내곤 했는데, 오늘은 예기치 않게 저녁 늦게 손님을 태워 버리는 바람에 밤을 치는 일이 늦어지게 된 거였다. 게다가 길까지 헤매고 있으니 언제쯤 집에 가서 물에 불린 밤을 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지가 뭐 이러고 싶어 이랬간듀. 오널은 조상님덜이 이해해 줘야유!” 두용씨는 가끔, 아니 자주 조상 탓을 했다. 두 달 간 같이 살았던 외국 여자가 사채를 쓰고 도망갔을 때에도, 12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정리해고된 뒤에 몰게 된 택시 회사에서 계약사기를 당해 스페어 기사로 전락했을 때도, 거스름돈 500원이 시비의 발단이 되어 경찰서까지 가게 되었던 날도. 착실하고 조용히 살고 있는 두용씨를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 세상을 향해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힐난이 바로 조상님 탓하기였다. 조용히 차례상 기다리시던 조상님들 입장에서야 ‘내가 너 같은 넘을 손자로 두고 싶었겄냐. 우리 집안 내력은 아니니 외가쪽 가서 알아봐라.’(그럼 외가 조상쪽에서는?) 했을 일들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두용씨는 무척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류, 다 좋으니께 12시 안에만 집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줘유!”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두용씨 보란 듯 더 굵어지고 있는 밤이었다. 해무(海霧)를 뚫고 맹렬히 밤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등대 불빛처럼 용감하게 급경사 길을 시속 20㎞로 내려오던 두용씨의 택시가 우뚝 멈춰 섰다. 경사가 끝나는 지점에서 승용차 한 대가 발라당 뒤집어져 있고, 아직 꺼지지 않은 헤드라이트가 어두운 산 속을 향해 애처롭게 빛을 내뿜고 있는 게 아닌가. 재빠르게 눈앞의 상황을 파악한 두용씨의 머리와는 달리 그의 택시가 멈춰 선 것은 용달차 바로 앞, 사람이 쓰러져 나와 있는 곳이었다. 가까스로 멈춘 택시 안에서 총알처럼 두용씨가 튀어나왔지만 말은 그보다 좀 늦게 나왔다. “……사, 산규? 이, 이이이봐유!” 그런데 엎어져 뒹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여자였다. 게다가 그 여자는 핏덩이, 말 그대로 피와 양수를 뒤집어쓰고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갓난아이를 안고 있었다. 두용씨는 다급히 점퍼를 벗었다. 아침에 지퍼를 올리다 내복이 끼었지만 빼기 귀찮아 그냥 올려버린 바람에 점퍼와 내복이 하루종일 붙어 있었는데, 두용씨가 서두르다 내복을 찢어 버리고야 말았다. 탯줄을 휘감고 있는 핏덩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 이봐유! 정신 차류. 여기서 이러믄 얼어죽어유!” 두용씨는 점퍼로 둘둘 싼 핏덩이를 안아서 택시 조수석에 올려놓았다. 다급히 신음하고 있는 산모도 부축해 차 뒷좌석에 태웠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두용씨는 다시 승용차 쪽으로 달려갔다. 분명 일행이 있을 거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산모와 같이 타고 있었을 거라 짐작되는 사람이 없었다. 다급한 두용씨가 승용차 안을 뒤져 산모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들고 다시 택시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제 아무 걱정두 하지 말유! 지가 병원까지 데려다 줄뀨. 아, 아가! 쪼끔만 참아라이!” 두용씨의 택시가 재빨리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길을 헤매던 때와는 달리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힘이 분기탱천한 차의 뒤꽁무니로 쉴 새 없이 빗방울들이 날아 붙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두용씨는 알지 못했다. 신음하며 쓰러져 있던 산모가 또 하나의 생명을 세상 밖으로 내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아, 워쩌면 좋대유. 쫌만, 쫌만 더 참아 봐유!” “아아악!” 산모의 비명과 핏덩이의 애처로운 들숨과 날숨이 두용씨를 한꺼번에 짓누르고 있었다. “호, 호호흡이 중요, 중요 하대유! 숨을 잘 쉬어 봐유!” 산모를 차에 태울 때의 비장함과는 다르게 두용씨는 차라리 울고 싶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그래도 우선은 본인의 차에 있는 생명들을 살리고 봐야 할 게 아닌가. 두용씨는 차 안의 히터를 최대한 높게 올렸다. ‘이제 열심히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다!’ 두용씨가 수도 없이 이 문장들을 머릿속에 굴리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전파를 수신하였습니다” 두용씨는 하느님이라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휴대전화의 폴더를 밀어 올렸다. “있잖유, 여기 산모를 태우구 있는디유. 워디루 가야 된대유? 아, 병원은 아는디, 여기가 워디냐면유…. 산골이라. 아뉴, 상태는 모르겄구유. 차가 뒤집어지고 길에서 애기를 낳은 거 같은디, 지가 지나다가 실었슈. 근디 뱃속에 애기가 하나 더 있어유. 지금 막 나올라그류.” “아아악!” 산모와 두용씨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산모에게 머리채를 잡힌 두용씨의 택시가 급히 S자를 그리며 휘어졌다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경사길을 벗어난 평지였다. “머리, 머리 좀 놔줘유. 우, 운전을 해야쥬!” 산모는 두용씨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119 구조대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해댄 덕분에 두용씨의 택시는 시내에 인접한 중소병원의 응급실로 안내를 받을 수가 있었다. 두용씨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두용씨 최신식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애기, 애기 아버지는유?” 두용씨의 물음에 산모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산모의 비명 사이사이로 두용씨가 엮어 본 말에 의하면 ‘죽고, 없고, 혼자’라는 거였다. “아!” 두용씨는 지금 당장 머리통이 뽑혀나갈지라도 이 아픔을 참아야 할 것만 같았다. 병원으로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새된 비명을 내지른 산모가 마지막 힘을 주자마자 두용씨의 머리가 핸들 앞으로 튕기쳐 나왔다. 산모는 힘없이 좌석에 나가떨어져 있고, 방금 나온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두용씨는 뽑힌 머리채가 아파서 우는 것인지, 아기가 울어서 자신도 울고 있는 것인지 모를 눈물을 흘렸다. “거, 거의 다 왔슈!” 병원 응급실 문 앞에 두용씨의 택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미리 연락을 받고 기다리던 병원 직원들이 택시 뒷좌석을 열고 산모와 방금 태어난 아이를 보살피는 동안에, 두용씨가 조수석에 눕혀 놓았던 핏덩이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여기, 여기두 애기 있슈! 일루 좀 와 봐유!” 때아닌 소란에 응급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의 눈이 모두 두용씨에게로 향했다. 간호사가 두용씨에게 다가왔다. 아기를 넘겨주는 두용씨의 가슴이 갑자기 전기가 오른 것처럼 찌릿했다.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두용씨는 한참동안 응급실 앞 보호자 대기석에서 달달 떨다가 산모가 정신을 차렸다는 말을 듣고 병실로 올라갔다. 택시 안에서는 잘 보지 못했는데, 부옇게 달뜬 산모의 얼굴이 참 고왔다. ‘저 고운 여자가, 어쩌다….’ “고맙습니다.” 어렵사리 눈을 뜬 산모의 말이 두용씨의 가슴팍에 내리꽂혔다. “괘, 괘안아유. 그나저나 차가 그리돼서 워쩐대유.” “……” 산모가 손에 꼭 쥐고 있던 지폐 몇 장을 내밀었다. “지금은 이것밖에 없어요.” “아, 아뉴! 됐어유!” 두용씨는 극구 사양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서린 까닭인지 산모가 입을 꼭 다물고 울었다. “이거, 이거로 나중에 며꾹이나 사서 드셔유.” 두용씨는 손에 꼭 말아 쥐고 있던 돈을 산모의 침대에 내려놓았다. 사양하려는 듯 산모가 움찔하는 동시에 문 앞까지 뛰어나와 버린 두용씨가 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유. 살다 보면…. 근강 잘 챙기구 애기덜두 잘 돌보셔유. 새해니께, 복도 많이 받으시야쥬.” 차마 대답도 못하고 우는 산모의 얼굴을 병실 문이 휘릭, 가려버렸다. 뒤돌아 선 두용씨가 콧등을 훔쳤다. 그러고 나니 달콤한 커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다. 가지고 있던 돈을 산모에게 다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동전 몇 개가 주머니 속에 남아 있었다. “얼른 가서 밤 치야는디….” 자꾸 산모의 얼굴과 품에 안고 있던 아기의 얼굴이 눈에 어른거렸다. 아이의 온기가 두용씨의 팔뚝에 아직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커피 자판기 앞에서 두용씨는 자꾸 병실 쪽을 돌아봤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 내복만 입고 나와 있는데도 하나도 춥지 않았다. 두용씨는 막 뽑아져 나온 뜨거운 커피를 단번에 마셔버렸다. “크으. 얼른 가서 차례상 봐 드릴께유. 쫌 늦다고 뭐라군 허지 말어유.”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조상님들이 병실 안으로 다시 가보라고 채근하는 기분이 들었다. 산모가 잡아 뜯어 원형 탈모증에 걸린 사람처럼 정수리 한가운데가 뻥 뚫린 두용씨의 머리 위로 자정을 알리는 라디오 소리가 내려앉았다. 택시를 몰고 병원을 막 빠져나오며 두용씨는 내일 아침에 뜨끈한 떡국이라도 좀 가져다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착한 일 한 뿌듯함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지, 절대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막 털어 넣은 커피의 단 맛이 아직도 두용씨의 입 속에 남아 있는, 뿌듯한 새해였다. > 작가약력 < 이은선(본명 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 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 [영화리뷰] 공자-춘추전국시대

    [영화리뷰] 공자-춘추전국시대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인 중국 노나라 출신 공자(BC 551~BC 479). 점잖을 빼는 모습일 것이라는 상상은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에서 보기좋게 빗나간다. ‘논어’의 구절들이 대사로 인용되지만, 사상가라기 보다 지략가의 모습이 역력하다. 세 치 혀를 놀리는 것만으로도 노나라가 이웃 강대국 제나라에 빼앗겼던 땅을 되찾아 온다.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 몰린 순간 100대의 우마차를 앞세워 500대의 전차를 물러나게 한다. 공자가 명궁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활솜씨를 자랑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52세의 공자가 노나라 대사구(법무부장관)로 발탁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노나라 제후 노정공이 당시 세도가였던 계손씨·숙손씨·맹손씨 이른바 ‘삼환’(三桓)에게서 왕권을 회복하기 위해 공자를 발탁한 것. 공자는 탁월한 전술로 이웃나라의 침략 야욕도 물리치고 내부적으로는 논리정연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개혁을 단행하지만, 노정공은 공자의 강경함에 불안함을 느낀다. 결국 공자는 삼환의 우두머리 격인 계손사의 계략으로 노나라를 떠나 방랑을 거듭하게 된다. 중국 역사를 다룬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화살비가 쏟아져내리는 장면이나 수많은 병사들이 드넓은 대지를 가득 메운 장면도 나오지만 입맛을 다시게 하는 수준이다. 영화는 10여년 동안 펼쳐진 공자 말년의 ‘고난의 행군’에 초점을 맞춘다.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부분이다. 제자들을 이끌고 집도 절도 없이 천하를 떠도는 모습은 그런데, 중국 사람이 아닌 다른 국적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큰 울림이 없는 것 같다. 공자, 나아가 중국 자체를 홍보하고 중국인들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높이려는 인상이 드문드문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적인 감동을 보태려고 그랬는지, 공자가 애제자 안회와 자로를 잃는 부분은 알려진 역사와는 다소 다르게 각색됐다. 액션 영화에서의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공자 역할을 맡은 저우룬파(周潤發 가운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지적인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황후화’(2007)와는 달리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공자의 정적인 계손사 역할을 맡은 중국 본토 출신 천졘빈(陈建斌)의 연기도 볼만하다.  연출은 맡은 후메이(胡玫)는 여성 감독으로, 장예모(張藝謀), 천카이거(陳凱歌) 등과 더불어 중국 5세대 감독군으로 분류된다. ‘옹정황제’, ‘한무대제’ 등 청나라와 한나라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황제인 옹정제와 한무제가 주인공인 대하드라마를 연출한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중국 대하사극 전문인 셈이다. 108분. 12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조용하던 지하철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저씨가 실수했잖아요.” “내가 왜 아저씨야. 말조심해 당신!” “아니, 누구보고 당신이래요?” 70대로 보이는 노인과 50대쯤으로 가늠되는 아주머니가 서로 언성을 높였다. 들어보니 노인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여러 차례 손을 넣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이를 스킨십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노인은 기어이 “별 볼 것도 없는 당신한테 내가 뭣땜에…”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험악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였는지 아주머니가 서둘러 내리는 바람에 말다툼은 거기서 끝났지만 씁쓸한 풍경이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재상 풍도(馮道)는 사람의 혀를 칼에 비유했다. ‘설시(舌詩)’라는 작품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다(安身處處)’고 했다. 입조심하라는 의미의 ‘구화지문’이란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칼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잘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말의 품위인 언품(言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너무 거칠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도 명색이 사회 지도층이라는 법조인, 교사의 입에서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법한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9세 판사가 아버지뻘인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면박을 주고, 검사는 조사 대상자에게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서 훈계하려 들어?”라며 모욕을 준다.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인간쓰레기들, 바퀴벌레처럼 콱 밟아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한다. 인격침해 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실제 사례들이다. 막말하기로는 고위 공직자, 정치인도 더하면 더했지 이에 못지않다. 학자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정치인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계파 보스의 입장을 국민 뜻을 대변하는 의원의 본분보다 앞세우기 때문에 정쟁 문제가 됐다.”는 이른바 ‘계파 보스’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격한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새해 첫날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이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고함을 치고, ‘청와대 용역깡패’ ‘사기꾼’이란 폭언이 횡행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의 막말 방송을 규제하고, 장삼이사들의 인터넷 언어를 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명심보감 언어편은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남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덤불과 같다.’고 했다. 막말이 난무하는 건 그만큼 사회가 독해졌다는 얘기다.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 대신 자극적 언사로 일단 상대를 먼저 찌르고 본다. 방어와 공격을 거듭하며 강도를 높이다 보면 웬만해선 자극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너나없이 막말을 하는 막말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쓸 일만 남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방송사만 ‘막말 삼진아웃제’를 적용할 게 아니다. 지도층부터 보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법관 스스로의 인성 고양 노력이 우선돼야겠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처럼 재판 과정과 판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판사의 막말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생을 벌레 취급하는 교사는 교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국회에서 상습적으로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도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트콤에서 ‘빵꾸똥꾸’ 대사를 못 쓰도록 권고조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체면이 그나마 설 것이다. coral@seoul.co.kr
  • 유리-구하라 “우리 ‘유인원 자매’ 됐어요”

    유리-구하라 “우리 ‘유인원 자매’ 됐어요”

    소녀시대 유리와 카라 구하라가 ‘유리 하라 인권보장위원회’(유인원)을 결성했다. 지난 5일 방영한 KBS 2TV ‘청춘불패’에서 구하라와 유리는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남성보장인권위원회’(남보원)을 패러디한 ‘유인원’을 조직해 힘을 합쳤다. 유리와 구하라는 프로그램 초반 시청자들이 ‘유리불패’, ‘하라불패’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최근 방송 분량도 거의 없고 자신들의 캐릭터가 약해진 것을 느껴 ‘유인원’을 결성하게 된 것. 이날 유리는 제작진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유리는 “지난 방송에 혀 내밀고 자는 모습 내보내니까 시청률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외쳐 주변을 폭소케 했다. 또 구하라는 현아를 향해 호통을 쳤다. 구하라는 “내가 만든 유치개그 네가(현아) 뭔데 따라하냐.”라고 말한 것. 방송 후 시청자들은 유리와 하나의 ‘유인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해당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귀여운 반항아로 변신한 구하라와 유리가 너무 귀엽다.”, “앞으로 유인원의 대활약이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KBS 2TV ‘청춘불패’ 방송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김경미 기자 rornfl84@nate.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피플 인 스포츠] 조선족 출신 첫 탁구 국가대표 강미순

    [피플 인 스포츠] 조선족 출신 첫 탁구 국가대표 강미순

    ‘울보’는 오간데 없었다. ‘빵순이’의 얼굴은 밝았다. 여자 탁구 대표팀 새 얼굴 강미순(17·대우증권)을 4일 인천 서구 원당동 KAL체육관에서 만났다. 조선족, 정확하게는 재중동포 출신의 첫 국가대표인 그는 “어떤 선수를 닮고 싶으냐.”는 물음에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 “한국에서요, 세계에서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왕난(王楠·32·여·중국)이라고 덧붙였다. 왕난은 2001년 1월부터 2년간 세계랭킹 1위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거물. 후배들에게 차차 자리를 내줬지만 은퇴한 지금도 8위를 뽐낸다. 1·2진이 따로 없다는 중국 탁구계에선 굉장한 일이다. 까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 대화가 막혔다. 이 땅을 밟은 지 1년 남짓한 터라 우리말에 서툴러서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던 당예서(29·대한항공)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탁구 랠리처럼 중국어가 오갔다. 강미순 얼굴에 꽃이 피었다. ●2년전 그리운 어머니 따라 한국행 어릴 적부터 “난 언제쯤 저렇게 잘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품었단다. 여섯살 때 라켓을 잡은 강미순은 왕난과 같은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이다. 강미순은 “처음 한국에 와서는 너무 다른 문화 때문에 자주 울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중국에선 탁구만 잘하면 끝, 곧 실력이 계급이었는데 옮겨 와선 선·후배라는 개념을 몰라 고생했단다. 당예서가 “웨이트(트레이닝)를 할 시간”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석하정(25·대한항공)이 대신 들어왔다. 모두 중국에서 귀화한 대표팀 주축이다. 중국으로 되돌아갈 생각까지 언뜻언뜻 들던 무렵, 마음을 다잡게 한 사람은 어머니 권문옥(43)씨였다. “중국에서 있었던 일들은 다 잊어야 한다.”며 다독였다. 한국으로 온 것도 어머니 때문이었다. 10년 전부터 한국을 오가던 어머니는 2005년 아예 서울에 눌러앉았다. 그리웠다. “한국에서 뛸 수만 있다면….” 중국 탁구의 산실인 루넝클럽 시절이던 2008년 8월, 자매결연한 팀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에 왔다. 그해 11월 대우증권 사령탑이던 김택수(40) 대표팀 감독이 러브콜을 보내 정착했다. 그토록 어렵게 꿈을 일궜다. 더욱이 돈을 벌려고 집 떠나 계신 어머니 걱정을 더 이상 하며 살 수는 없었다. 덕분에 빨리 적응했다. 지난해 12월 말엔 태극마크를 따냈다. ‘울보’ 꼬리표를 떼고 ‘빵순이’란 별명을 달았다. 시도 때도 없이 빵을 찾을 정도로 즐겨 먹어서였다. 언니들과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됐고, 올 들어 팀에 후배들도 들어와 한결 즐겁다. ●여섯살에 라켓잡아 “中왕난 닮고파” 오후 4시20분, 다시 훈련이다. 박영숙(22·대한항공)과 짝을 이뤘다. 앞으로 1시간, 쉴 틈은 없다. 금세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았다. 하얀 얼굴이 더 하얘졌다. 공이 빗나가면 ‘아!’ 하고 탄식하거나 혀를 빼물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현정화(41) 감독은 “양쪽 드라이브와 지구력이 빼어나고 기본기도 탄탄하다.”면서 “아직 어려서 그렇지 서비스와 스핀 등 세기(細技)를 갖추면 클 재목”이라고 말했다. 설 다음날인 15일 출국해 카타르 오픈에서 21세 이하(U-21) 우승을 차지하는 게 당면한 과제다. 훈련이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를 시간, 강미순은 “피곤하지 않다.”며 또 웃었다. 포부를 물었다. “길게는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는 것”이란다. 이어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국내 대회에서 1위부터 하고 싶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강미순은 ▲출생 1993. 2. 16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다칭(大慶) ▲체격 166㎝ 62㎏ ▲학력 중국 칭다오(靑島)초등-지난(濟南)중학교 ▲가족 아버지 강태복(46·중국에서 체육교사)씨와 어머니 권문옥(43·한국 귀화)씨 ▲주요 성적 슬로베니아 오픈 21세 이하 단식 3위 및 본선 16강(2010), 전국종별선수권 복식 3위 및 전국체전 일반부 3위(이상 2009), 중국 주니어 대표선발전 6위(8위까지 상비군 낙점) 및 주니어 대회 단식 2위·복식 1위(이상 2007) ▲좋아하는 음식 소고기, 갈비 ▲좋아하는 선수 왕난(王楠·자신과 같은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으로 중국 옛 대표팀 주전), 당예서(해내려는 마음이 강해서) ▲별명 빵순이(빵을 많이 먹는다고 대표팀 언니들이 붙임)
  • SBS스페셜 ‘방랑식객’ 임지호 만나보니 (인터뷰)

    SBS스페셜 ‘방랑식객’ 임지호 만나보니 (인터뷰)

    ”그냥 만들면 됩니다!” 40여 년간 우리산하의 먹을거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했다는 자연요리 연구가 임지호(54) 씨.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머무는 곳마다 ‘요리’의 흔적을 남기고 떠난 행적 탓에 그는 일찍부터 ‘방랑식객(放浪食客)’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그런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주변에 널려있는 식재료를 갖고도 즉석에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자연요리를 만들어낸다는 것.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의 손을 거치면 최고의 건강요리로 재탄생되는 게 그의 마술같은 요리실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맛이란 친구이자 양날의 칼날과 같죠. 나에게 이로울 수 있지만 잘못하면 나를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것, 그게 바로 음식의 맛 아닐까요?” 임 씨가 ‘방랑식객’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수년전 KBS ‘인간극장-요리사 독을 깨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나오면서부터다. 기존 요리의 개념과 편견을 깬 이 프로그램은 당시 시청자들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난해 3월. 임씨는 또 한번 공중파 TV로 자신의 방랑인생과도 같은 ‘자연요리’를 국민들에게 알렸다. SBS 일요스페셜 ‘방랑식객’ 시리즈를 통해 전국의 산하를 돌아다니며 외로운 이웃들에게 자신의 손맛이 담긴 즉석 자연요리를 선물하며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할머니는 물론이고 시골의 한 대안학교를 찾아가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해 영양식을 선물하기도 하는 등 방랑식객의 ‘음식공양’은 장소를 따지지 않았다. 이제 오는 7일 방영되는 SBS 스페셜 ‘방랑식객 3편-백두산에 가다’을 통해 방랑식객은 또 한번 자연주의 요리를 선보인다. 그에게 수혜를 입은 ‘음식공양’의 대상은 바로 백두산 외지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 한민족들. 중국 땅 대련에서 연길까지의 요리여정을 담은 이번 영상을 통해 임 씨는 백두산 현지의 한민족들에게 잃어가는 한국음식의 맛을 그들의 혀에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돌아왔다. “다 똑같아요. 백두산 주변이나 한국의 산지나 식재료는 거기서 거깁니다. 하지만 어떻게 요리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느냐가 제 자연요리의 비결입니다.” 다행히 지난 4일 SBS 일요스페셜 제작팀의 소개로 경기도 양평에 있는 자연요리 식당 ‘임지호의 요리연구소’에서 ‘방랑식객’을 직접 만났다. “쓱싹쓱싹~” 이번 ‘방랑식객 3편’에서 보여질 백두산 한민족에게 해준 요리를 맛보고 싶다는 제안에 그는 신선한 산채와 직접 만들었다는 소스, 그리고 커다란 칼과 도마, 밥과 삶은 고기 몇 점만을 갖고도 훌륭한 퓨전 자연요리를 만들어 냈다. 서너 가지의 자연식 요리를 선보인 그의 ‘작품’에서 느껴진 공통점은 바로 날 것과 익힌 것이 함께 들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 냉이, 씀바귀와 같은 자연의 풀에 소고기, 돼지고기를 절묘하게 버무려 마치 빨래하듯이 비비기만 하면 천혜의 자연 맛이 느껴지는 방랑식객만의 요리가 탄생한다. “음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룰 때 최고의 맛과 영양을 낼 수 있죠.” 백두산 현지의 한민족들에 해준 것과 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었다는 ‘냉이 무침’을 맛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처음 먹어본 맛’ 이라는 평가가 절로 나왔다. 풋풋한 냉이의 향과 맛에 양식 요리에나 들어갈 법한 특유의 소스(양념)가 곁들여져 산을 통째로 씹어삼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한 요리였다. 이어 밥과 곶감으로 찰떡을 만드는 과정도 눈 앞에 펼쳐졌다. 작은 절구에 밥을 넣고 찧은 후 곶감을 얇게 펴고 말고 자르는 과정을 반복하니 하나의 쫄깃쫄깃한 찰떡이 완성됐다. 한참 서빙을 하던 방랑식객의 사모님이 “하나만 먹어봐도 되냐?”며 시식을 자청했던 그 떡. 사모님은 그 떡을 먹어본 후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내보이며 한마디를 남겼다. ”(저희 남편이 하는 요리는) 똑같은 맛, 똑같은 요리비법이 없어요. 뭐든지 당시 주어진 식재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제가 15년 넘게 같이 음식의 연을 맺어오면서도 찰떡은 오늘 처음 먹어 보네요.(웃음)” 사모님의 말마따나 방랑식객 임 씨의 자연요리는 말 그대로 철저히 자연주의에 입각한 요리방식을 택한다. 방랑식객의 눈에선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식재료가 되고,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면 바로 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 그의 식당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문구, 즉 방랑식객의 요리철학이 집약된 말이다. 한의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11살 때부터 전국을 떠돌며 주변 식재료만 갖고 음식을 만들어내던 그 아이. 그 소년이 이제는 한국요리의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미래 요리연구가가 되어가고 있다. 사진=SBS 사진팀 서울신문NTN 김진욱 기자 actio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문화마당] 사생팬 양산하는 대중문화계/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

    [문화마당] 사생팬 양산하는 대중문화계/강태규 대중문화 평론가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서울 청담동의 몇몇 가요기획사 앞에 이상한 광경이 연출된다. 길게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그 옆으로 귀가를 잊은 10대 청소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들은 수시로 전화기를 통해 연예인들의 스케줄을 확인한다. 이윽고 택시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어딘가를 향해 총알처럼 달렸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른바 ‘사생팬(私生fan)’ 무리였다. ‘사생팬’이란 연예인의 사생활을 좇는 무리를 일컫는다. 자신들이 추앙하는 아이돌 그룹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려 그들의 사생활을 체크하는 대신, 정작 자신들의 사생활은 포기한다. 알기 쉽게 스토커라 해도 무방하다. 그들의 정보력은 등골이 오싹할 만큼 혀를 내두르게 한다. 연예인의 바뀐 전화번호는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이내 노출된다. 이사 가는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집요하게 집착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0년 전쯤, 여성 그룹 베이비복스의 한 멤버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을 당했다. 자신의 얼굴이 면도칼로 난도질당한 사진이 기획사로 배달된 무시무시한 사건이었다. 죽은 고양이를 소포로 보내기도 했다. 당시 정황으로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HOT의 한 멤버와 스캔들 뉴스가 나돌자 팬이 보낸 것으로 추정됐다. 요즘으로 따지면 ‘사생안티(私生anti)’다. ‘사생팬’의 반대 개념인 ‘사생안티’란 싫어하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캐내 어떤 방식으로든 위해를 가하는 집단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은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라도 지켜내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극히 일부이지만 이성적 판단이 모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정보환경과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면서 청소년 팬덤(fandom) 문화가 극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80년대 조용필의 오빠부대가 탄생한 것이 팬덤의 시초였다. 당시 열광적 환호에 놀랐던 것에 비하면 요즘 청소년들의 대범함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그들만의 탓으로 돌리고 방관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2000년 전후로 인터넷 문화가 시작되고 미디어 매체가 팽창하면서 개인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사를 불특정 다수에게 극단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공격적이고 범법적인 수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TV 연예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상업성은 과연 공공재 방송에서 가능한 일인지 의아할 정도다. 귀를 의심케 하는 폭로와 막말은 편집을 피해 대접받은 지 오래다. 가수로 데뷔하는 TV 진입 장벽이 저렇게 낮을 수 있는가 하는 곤혹스러움은 과장된 말이 아니다. 방송된 가요 프로그램을 ‘다시보기’ 한다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음악은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오직 비주얼이 스타 당락의 승부처라는 사실을 직감하게 한다. 주 시청자들인 청소년들에게 음악이 소중하지 않는 시대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세라고 여긴다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에게 화려한 스타에 대한 동경 이외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말초적인 문제가 반복 재생산되면서 낳은 피해는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묻고 싶다.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 간 문화소통은 단절돼 있다. 미디어에 함몰된 청소년 문화구조도 사회적으로 심각하다.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다양하게 확산될 수 있는 사회적 실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대중음악계는 음악적 진정성보다 얄팍한 상술로 얼룩진 모진 길을 걷고 있다. 다양성을 획득하면 풍요를 이루게 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감수성 전달을 포기한 채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오늘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문화 편향이 가져오는 위험한 결과를 읽어 내린다. 균형을 잃으면 상실로 얼룩진다는 진리를 우리는 잊고 산 지 오래되었다.
  • [세대공감] 아버지와 아들의 군대이야기

    [세대공감] 아버지와 아들의 군대이야기

    여자가 술자리에서 싫어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군대’이고, 여기에 군대에서 축구시합한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미치고 환장할 만큼 싫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자들은 듣기 싫어하지만 남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신나서 말하는 게 군대시절 추억이다. 일명 ‘방위’로 불리는 공익근무요원이든, 해병대든 나름의 애환은 모두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군대는 진화했지만 군대가 가진 특성은 쉽게 변하지도 않으며, 변하기도 어렵다. ‘군대 가서 고생해 봐야 한다.’는 아버지와 ‘요즘 누가 군대에 가고 싶어 가느냐.’고 항변하는 아들. 군대에 대한 세대 갈등과 인식의 차이를 들여다본다. ●명령체계 못이기고 사회생활 어찌하려고… 엄석영(56·가명)·엄수철(29·가명)씨 부자는 모두 해병대에서 병역을 마쳤다. 남들은 해병대라며 일견 부러워도 하지만 엄수철씨는 아버지가 군대 이야기만 하면 쥐구멍부터 찾는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라면 꼭 해병대에 가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어온 수철씨는 자연스럽게 해병대를 선택했다. 아버지는 흡족해했지만 엄씨에게 군생활은 고통 자체였다. 군의 경직된 수직적 명령체계가 특히 엄씨를 괴롭게 했다. 폭력적인 내무반 분위기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휴가 나와서 괴로워할 때마다 아버지는 늘 “예전에는 입대해서 제대할 때까지 ‘빠따’만 맞았다.”면서 “이걸 이겨내지 못하면 사회생활도 못한다.”고 혀를 찼다. 해병대를 제대한 지금도 엄씨는 전우회에 열심인 아버지의 해병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씨는 “해병대를 나왔다고 이야기할 때 특별히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서 “군 제대 후에 오히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욱 괴로워졌다.”고 토로했다. 김광욱(25)씨는 해군군악병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생활 내내 밴드활동을 하며 드럼을 쳤던 김씨는 음악의 끈을 놓기가 싫어 수소문 끝에 해군군악병에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군악병이 됐다. 군악병이라고 군기가 없거나 편한 것이 절대 아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몇 시간씩 이동해 연주하는 건 예사고 평소에도 주눅이 들 만큼 엄격한 규율 속에서 연주 연습을 해야 한다. 김씨는 “악기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항상 긴장하는 건 덤이다.”고 말했다. 휴가를 나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때면 말문이 막힌다. 강원도에서 포병대원으로 군복무를 한 아버지 김윤성(58)씨는 “북이나 치라고 군대 보낸 건 아니다.”면서 “북이 무거워 봤자 박격포만 하겠느냐.”고 핀잔을 준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하고 군대 이야기하면서 더 친해지는 것 같던데 나는 다른 것 같아요. 제대해서 또 밴드를 해야 하는데 아버지라는 산을 한번 더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캄캄합니다.” ●군대 다녀오니 갈등 풀려 해병대 출신 아버지(이택호·53)를 둔 이상채(29)씨는 육군으로 입대했다. 평소 해병대에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무용담 삼아 들려주던 아버지는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동두천에서 평범하게 복무하던 이씨는 울컥한 마음에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해 2003년에 6개월 동안 현지에서 복무했다. 아버지께 뭔가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던 게 파병 지원의 계기가 됐다. 아프가니스탄 생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끔 미군 쪽에서 경보가 울려 대피하는 일도 있었다. 정씨는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해병대보다는 전장에서의 무용담이 더 그럴듯하겠지.’라며 아버지에게 자랑할 생각도 했다. 귀국하고 돌아온 집에서 정씨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긴 후 아버지가 매일 밤 걱정에 잠도 못 주무시고 몸까지 편찮으셨다는 것. 정씨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와 쓸데없는 경쟁을 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면서 “늠름하게 군대 생활을 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환욱(29)씨는 군대에 다녀오기 전까지 통금시간이 오후 11시였다. 해군 대령으로 예편한 정씨의 아버지는 여느 군인 아버지보다 훨씬 엄했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어 갑갑한 마음에 크게 싸우기도 했다.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편안한’ 군대를 다녀오고 싶었던 정씨는 행정병을 지원했지만 5군단 특공대로 배치됐다. 시력이 좋지 않아 현역 3급 판정을 받은 정씨가 특공대에 배치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아버지가 꾸민 일이었다. 그러나 제대하고 나서 아버지는 360도 달라졌다.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들에 대한 신뢰가 한껏 높아진 것. 정씨는 “2년간 고생한 것이 아까워 화도 났지만 제대하고 나니 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됐다.”면서 “특공대를 다녀온 것이 자랑스럽고,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 한 풀어줘 김호황(22)씨의 아버지(김태기·47)는 군대를 가지 못했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학교를 더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장남은 꼭 해병대를 다녀와서 아버지 기를 살려 달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김태기씨는 친척들이 모여 군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할 때도 술잔을 비울 뿐 별다른 말을 못할 정도로 심한 ‘군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호황씨는 해병대보다 편한 군대를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직접 병무청에 해병대 자원입대서를 제출해 할 수 없이 해병대로 가야 했다. 아버지는 해병대가 된 아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김씨는 “휴가를 나가면 트럭을 몰고 터미널까지 마중 나오신다.”면서 “온 동네 사람들에게 해병대 아들이 휴가 나왔다고 자랑하는 아버지가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조규민(29)씨는 국방대학교에서 PX병 생활을 했다. 남들이 모두 ‘땡보’라고 무시했지만 아버지 조정환(58)씨만큼은 뛸 듯이 기뻐했다. 아버지가 젊었을 적 동사무소 방위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첫 휴가를 받아 아버지 직장으로 내려간 날, 아버지는 벌떡 뛰어나오며 반겨 주셨다. 아버지는 훈련소 생활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책상 유리 밑에 끼워 두고 있었다. 훈련소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였다. “무뚝뚝하신 성격 때문에 달리 표현은 안 하시지만 늘 나를 응원해 주고 계셨다는 그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지와 나는 소주를 거하게 마시고 오랫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그들만의 軍서열은… 공익>防産>현역 세대에 따라 군대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아버지 세대에게 군대는 ‘자랑스러운 의무’였지만 요즘 20대에게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의무’일 뿐이다. 방위라고 깔보던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예전 방위는 제대로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현역으로 입대하기엔 뭔가 모자란 ‘결격자’로 오해를 받았다. 지금은 편히 군대생활을 한다는 인식이 퍼져 현역 입대자들이 오히려 공익근무요원들을 부러워한다. 해병대에 자진 입대해 2년2개월을 복무한 박석범(31)씨는 “내가 군대 갈 때만 해도 방위는 무시했다.”면서 “방위로 근무하면 취직할 때도 불이익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시력이 나빠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고 육군에 입대한 천주영(20)씨는 “그럴 수만 있으면 공익근무요원이 최고다.”면서 “훈련도 짧고,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필요한 공부도 할 수 있으니 최고의 군생활 아니냐.”고 말했다. 방위산업체 근무도 인기다. 방위 산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할 기회가 많은 공대생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된다. 현역 군인보다 근무 기간이 1년 더 길지만 돈도 벌고, 훈련도 없어 선망의 대상이 됐다. 박한길(25)씨는 현재 서울 논현동에 있는 한 IT 관련 중소업체에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박씨를 부모님은 못마땅해했지만 입대를 계속 미루면서 방위산업체 근무를 준비했다. 박씨는 “억압된 분위기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게 생각만 해도 싫었다.”면서 “주변 친구들도 방위산업체 근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를 군에 보낸 여자 친구들의 대응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편지를 쓰거나 통닭 등 먹을 것을 잔뜩 싸가지고 면회 가는 것이 전부였다. 요즘 남자 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 친구들은 통화도 많이 하고 선물도 자주 보낸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에 ‘고무신들의 모임’ 등을 만들어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학생 김민정(23·여)씨는 “요즘에는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메일도 보낼 수 있다.”면서 “전화도 자주 할 수 있어 남자 친구가 군대에 가도 쓸쓸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화려한 액션 더해진 ‘NCIS-LA편’ 온다

    지난해 4~5월 미국에서 방송된 ‘NCIS’(Naval Criminal Investigative Service·미 해군범죄수사대) 시즌6의 스물두 번째, 스물 세번째 에피소드. 워싱턴 DC 본부의 NCIS 수사팀장 깁스(마크 하몬)와 막내 요원 맥기(숀 머레이)는 해군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 거래 사건을 뒤쫓다가 로스앤젤레스에 간다. 그곳에 있는 LA 지부와 공조 수사를 벌이게 된 것. 미국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NCIS가 6시즌 만에 크로스오버 에피소드로 자매(스핀오프) 시리즈에 대한 밑밥을 뿌린 셈이다. ‘NCIS-로스앤젤레스’ 첫 시즌은 지난해 9월 본격 시작됐다. 그동안 인기를 감안하면 자매 시리즈가 상당히 늦은 편이었지만 역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성공을 거뒀다. ‘NCIS-로스앤젤레스’가 온미디어계열 영화채널 OCN에서 5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2편 연속 방송된다. OPS(Office of Special Projects)로 불리는 NCIS LA 지부는 수사팀 멤버들이 비밀 요원 신분으로 활동하는 게 오리지널 시리즈와 다른 점. 해군과 해병대 관련 범죄뿐만 아니라 스파이, 테러조직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같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컴퓨터 전문가 맥기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최첨단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하고, 수사에 심리 전문가가 참여한다는 차이도 있다. 불우한 과거를 지닌 특수 요원 지 칼렌과 해군 특수부대 출신 샘 한나가 백인·흑인의 단짝 콤비로 나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점이 돋보인다. 한편으로 이들이 서로 걸쭉한 입담을 주고 받는 부분에선 오리지널 시리즈의 개그적인 요소가 엿보인다. 영화 ‘리쎌웨폰’ 시리즈의 멜 깁슨-대니 글로버 콤비가 떠오르기도 한다. 크로스오버 에피소드 마지막 부분에서 총격을 받고 쓰러진 칼렌이 팀에 복귀하며 ‘NCIS-로스앤젤레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칼렌 역할은 ‘여인의 향기’와 ‘배트맨과 로빈’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 크리스 오도넬이, 한나 역할은 그래미상에 빛나는 힙합 래퍼로 최근에는 연기에 몰두하고 있는 엘엘 쿨 제이가 맡았다. 이 밖에 수사팀의 업무팀장으로 어머니 격인 헤티 역은 관록파 배우 린다 헌트가, 심리전문 요원 네이트 역은 피터 캠버가, 홍일점 요원 켄지는 다니엘라 루아가, 막내 요원 도미닉 역은 아담 크레이그가 맡아 개성을 보탠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새 국장인 리온(로키 캐롤)이 원격 화상 회의를 통해 LA 지부를 지휘한다. 9회째 에피소드에선 맥기가 깜짝 출연하기도 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촛불 매개 소설 2제

    촛불 매개 소설 2제

    촛불을 얘기하는 것은 여전히 ‘불온’하다. 광장 속 점점이 박힌 촛불은 더욱 불온하다. 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대신 문학이 촛불을 들었다. 2008년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과 씨줄날줄로 얽히는 두 권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순원(왼쪽)의 ‘워낭’과 김선우(오른쪽)의 ‘캔들 플라워’는 위태롭고 가녀리던 그때 그 촛불에 대해 한편으로는 에둘러, 한편으로는 직접적으로 얘기한다. 그 시선은 생명과 평화라는 궁극의 지점에 함께 맞춰져 있다. ■ 소를 통해 본 생명과 평화 이순원 장편소설 ‘워낭’ 소설은 소의 독백과 함께 시작된다. 하늘 별자리 금우궁에서 내려다본 시선이건만 서울 청계천 광장을 빼곡히 메운 이팝나무꽃같이 하얗게 피어난 촛불들의 자리에서 아이 손 잡고 나온 옛 벗을 쉬 찾아낸다. 그리고 소가 코뚜레와 대지를 잃어버린 뒤 오로지 인간의 탐욕을 위해 형제의 살과 뼈를 먹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원망, 건강한 들판과 먹을거리에 대한 갈망, 인간과 소가 벗하며 지냈던 지난 세월에 대한 그리움을 아련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이순원의 새 장편소설 ‘워낭’(실천문학 펴냄)은 120년의 세월 동안 12대에 걸쳐 강원도 대관령 어귀 마을에서 대지를 구르며 보습을 끌던 소의 연대기(年代記)이자, 그 소들을 가족 삼아 함께 살아온 한 집안 4대의 유장한 연대기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소를 성경 식으로 얘기하자면, 그릿소(소가 없는 가난한 집이 남의 집에서 빌려다 키우는 소)는 흰별소를 낳고, 흰별소는 미륵소를, 미륵소는 버들소를, 화둥불소는 흥걸소를…. 이렇게 12대를 이어와 작가와 아우처럼 교감했던 검은눈소가 작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위해 우골탑(牛骨塔)의 ‘희생우’가 돼 팔려나간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1884년 갑신정변부터 시작해 나라를 잃은 식민의 시절, 동족을 적대하고 마을 사람끼리 미워하던 한국전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까지 흘러온 한국 근현대 역사의 굴곡은 사람에게도, 소에게도 보일 듯 말 듯 새겨져 있다. 소설 전편에 걸쳐 무심하게, 혹은 단순히 감동적인 유년의 기억으로서 열세 마리, 열여덟 마리의 새끼를 낳고 천수를 누리다 간 소의 일생을 읊조리지만 이순원이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 따로 있다. 이순원은 “0.4평 공간에 갇혀 평생 빈혈에 시달려야 품질 좋은 쇠고기가 되고 값이 싸면서도 빨리 살이 찌는 먹이를 개발하는 것 역시 야만과 탐욕의 과학이 이뤄낸 것”이라면서 “사람과 소는 더 이상 논밭이 아닌, 식탁에서 젖과 고기로 만날 수밖에 없지만 서로 건강하게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워낭은 소의 목에 달아놓는 방울이다. 하지만 소가 더 이상 쟁기를 끌고, 밭을 가는 농투성이가 아닌, 인간의 혀를 만족시키는 살코기와 우유의 생산처가 된 순간부터 워낭은 코뚜레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 됐다. 1985년 등단작품 ‘소’부터 시작해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그리고 ‘워낭’에 이르기까지 소를 매개로 한 소설만 벌써 세 번째 쓴 이순원이지만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추억, 회고가 아니다. 생명과 평화의 가치가 충만한 지점의 강조다.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뭇 생명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필연이라는, ‘지금, 여기’가 요구하는 당연한 명제의 재확인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촛불에 흐른 자유와 평등 김선우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 ‘워낭’이 살짝 비추고 범(汎)생명주의의 먹먹한 울림을 주며 끝을 맺는 지점, 촛불이 강이 되고, 불이 되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시인 김선우의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예담 펴냄)는 시작된다. 차도를 내달리는 소나 자신을 생명체 자체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버려진 개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 혹은 무한 상상을 품은 열 다섯살 소녀 ‘지오’와 그 친구들을 통해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는 다시 한번 다른 목소리로 풍성히 변주된다. 캔들 플라워는 ‘촛불꽃’이다. 김선우는 2008년 봄 인공 하천 청계천을 따라 넝쿨장미처럼 번져나갔던 촛불들의 행렬을 ‘꽃’이라 부르고, 그 평화롭고도 유쾌했던 생명과 윤리의 촛불 축제를 백서에 가까운 ‘소설적 보고서’로 써내려 간다. 현재적 의미를 갖고 진행중인 사실(史實)이기에 아직 평가는 이르겠지만, 그해 5~6월 촛불이 지나갔던 청계천 광장, 시청 광장, 서대문 경찰청 앞 등을 따라가며 사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전경의 군홧발에 짓밟혀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가는 소녀, 축제를 즐기듯 인권과 집시의 자유를 노래하고 발언하는 소년, ‘누렁소 할머니 사망 괴담’ 등 사실 관계에 기반해서 판타지적인 내용을 더하고 있다. 촛불 시위를 정면으로 다룬 첫 소설이다. 지오는 다분히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캐나다의 ‘레인보 마운틴’이라는 히피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는 자연주의 공동체에서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엄마의 동성 애인과 함께 자유분방하게 살고 있는 소녀다. 지오는 태어날 때 자신에게 공동체를 선사한, 쌍둥이를 찾기 위해 지오는 격동의 한국 사회에 발을 디딘다. 김선우는 촛불에서 ‘68혁명’을 읽어낸다. 1968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대륙, 전 세계를 휩쓸었던 자유와 평등, 비폭력, 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꿈꾸게 했던 68혁명은 꼬박 40년의 시차를 두고 한반도에 건너온다. 김선우는 “68혁명과 똑같지는 않지만 68혁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공유한 비폭력, 자유, 평등의 정신이 2008년 촛불에도 면면히 흘렀다.”고 강조했다. 소설 속에서 지오의 할머니가 프랑스에서 직접 68혁명을 경험한 인물로 나온 것은 촛불의 범인류적 역사의 맥락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하늘과 대지, 꽃과 구름을 사랑하며, 학교를 가지 않지만 지적 호기심을 무한히 채워가는 공간, 전 세계 자유인들과 차별도 제한도 없이 평등하게 사귈 수 있는 공간인 ‘레인보 마운틴’은 김선우가 제시하는 ‘대안적 이상향’의 모습이다. 소설 속에서 지오가 촛불 시위 때 직접 써가지고 나온 팻말의 글귀는 2008년 수백만 촛불들에 대한 김선우의 헌사다. ‘경험은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된다. 마음의 역사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충남 행정인턴 인기 시들

    정부가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행정인턴제 인기가 뚝 떨어졌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보다 근무조건이 나빠져 지원자가 급감하자 일부 자치단체는 자격제한을 완화해 재공모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29일 충남도에 따르면 전날 행정인턴 재공모 마감결과 모두 67명이 지원, 모집인원 92명의 64%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난 15일 마감결과 59명만 접수, 재공모에 나섰으나 추가 지원자가 8명에 불과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시급은 4750원에서 4460원, 근무기간은 10개월에서 5개월, 근무시간은 주 40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어 월소득이 100만원에서 70만원 정도로 떨어지면서 지원자가 크게 줄었다.”면서 “작년 행정인턴 경험자들이 ‘시간만 빼앗기느니 취업공부에 매달리는 게 낫다.’고 주변에 권유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계룡시는 지난 25일 마감결과 7명 모집에 2명만 지원, 재공모에 나서고 있으나 1명만 추가 신청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지난 22일 마감결과 24명 모집에 12명만 지원해 27일부터 재공모에 들어갔는데 아직 한 명도 추가 지원자가 없다.”고 혀를 찼다. 서천군도 16명을 모집하기로 하고 지난 22일 접수를 끝냈으나 7명만 지원, 재공모 중이다. 27명을 모집하는 아산시는 지난 20일까지 8명만 지원하자 이틀 후 정부 지침인 ‘만 29세·전문대졸 이상’ 자격을 ‘만 35세·고졸 이상’으로 낮춰 재공모에 나섰다. 하지만 8명만 추가로 지원, 여전히 모집인원을 밑돌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45명 모집에 94명이 지원, 넘쳐서 고민했는데 올해는 정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충남도 고용정책계 안은영씨는 “책정된 행정인턴제 예산을 안 쓸 수는 없다.”며 “지원자가 계속 없으면 현수막과 전광판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속옷 내려보니 도마뱀 43마리 ‘우글우글’

    속옷 안에 살아있는 도마뱀 40여 마리를 숨겨 밀반입하려한 간 큰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다. 한스 커트 쿠버스(58)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지난 달 뉴질랜드를 출발해 독일로 넘어가는 접경에서 하의 속옷에 도마뱀 43마리, 양말에 한 마리를 숨겨 밀반입을 시도했다. 그가 숨긴 도마뱀이 독성을 가진 맹도마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야생 도마뱀인 것은 확실하며 이를 급소 가까이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특히 도마뱀 수 십 마리를 한꺼번에 좁은 곳에 가두면 스트레스로 인해 사납게 변할 수도 있어 더욱 유의해야 한다. 사건을 조사한 뉴질랜드 국경 관리자는 “그의 속옷 속에서 나온 도마뱀은 모두 살아있었다.”면서 “지난 10년 간 이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동물을 밀반입하려 한 시도는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현지 언론은 그가 수출입법을 어긴 혐의로 약 4개월형을 받았으며, 벌금으로 약 410만원을 내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北 해안포 도발 해봤자 또 허사다

    북한이 어제 수 차례에 걸쳐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해안포 수십발씩을 쏘아대는 공격을 감행했다. 비록 해안포가 NLL 북쪽 해상을 겨눴고 우리도 경고사격 대응에 그쳐 교전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중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엄포성 발언의 대남 압박과 협상제의의 강온 양면전술을 번갈아 써오던 중 또다시 터진 북의 도발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해안포 사격 전날만 해도 6·15공동선언 10주년 남북 공동행사를 제의해 왔던 북한이다. 북의 얄팍한 의도에 흔들리지 않은 채 대북 정책기조를 거듭 다잡아야 할 것이다. 북의 NLL 해안포 사격은 최근 잇단 대남 협박술의 연장선에 있다. 유엔의 제재로 경제·외교분야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온 데다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심해진 혼란과 갈등을 외부로 돌릴 타깃으로 NLL을 택했다고 봐야 한다.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오른쪽 해상 두 곳을 항행금지구역으로 선포한 지 이틀 만의 전격 도발이고 종전의 엄포성 조치와는 달리 실제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다급해진 속사정을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이 해안포 사격 탄착점으로 삼은 NLL해상은 1953년 휴전시 유엔군이 설정한 실질적 해상분계선이다. 이 해역에서의 모험 도발은 남북간 전면전을 촉발할 우려가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분란과 문제를 빚을 무모한 행동인 것이다. 행여 6자회담의 복귀에 앞서 조건으로 제시한 평화협정 체결에 유리한 입장을 점유하기 위해 NLL 무력화를 시도했다면 오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은 이날 서해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계속할 것이며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국이 북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유지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늑대소년’식의 허튼 엄포는 비웃음과 비난만 살 뿐 득 될 게 없다. 눈앞에 걸린 개성공단 실무회담과 후속 군사실무회담, 개성·금강산 관광재개 실무회담에서 더 많은 실익과 조건을 얻으려면 성실한 대화의 자세가 긴요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군사적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북의 위협에 휘둘리는 식의 양보는 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가야 할 것이다.
  • [서울광장]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함혜리 논설위원

    요즘 최고의 유행어는 단연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본다. 일요일 저녁 방송되는 KBS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에서 개그맨 박성광이 술에 취한 채 세상을 향해 내뱉는 대사다. 이 코너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가족들이 모두 함께 보는 프로그램에서 남자와 여자 두 취객을 등장시켜 뭘 하겠다는 건지 의아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세 180도 바뀌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실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바탕 웃게 만드니 그야말로 제대로 된 개그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박성광의 술 취한 개그가 인기를 끌고 혀 꼬인 대사가 유행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내용에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일등만 기억하고 최고만 대우를 해 준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다. 일류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취직하기도 힘들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더 힘들다. 끼리끼리 끌어 주고 챙겨 주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기도 어렵다. 기업들도 그 분야에서 최고만 알아준다. 책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다. 연예계도 마찬가지다. 최고로 예쁘고 잘생기고 재능 있는 연예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올림픽에서 은메달, 동메달을 따고도 금메달을 못 따면 눈물을 흘린다.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은 설 곳이 없다. 일등이 아니면 모두가 ‘루저(패배자)’고 흑싸리 쭉정이다. 그러니 모두들 일등이 되고, 최고가 되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일류대학 들어가겠다고 유치원생부터 사교육을 받는다. 조금 더예뻐지겠다고 성형외과 문을 두드린다. 남자들은 몸짱 소리 듣겠다고 헬스클럽에서 비지땀을 흘린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높은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러운 세상’을 탓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욕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등을 부러워한다. 어려서부터 비교하면서 자란 탓에 일등 콤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최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를 짓밟고, 동료를 배신하기도 하며 심지어 법을 어기기까지 한다. 최근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SAT 문제유출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요즘 인기를 끄는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도 이런 일등 만능주의가 여실히 드러난다. 삼류고등학교인 병문고를 재건하기 위해 투입된 강석호 변호사가 제시한 첫 번째 목표는 학생들을 천하대(극중 최고 명문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드라마에 따르면 천하대는 곧 기회다. 학문을 연마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곳이 아니다. 특별반 학생들은 그 기회를 획득하기 위해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데 열중한다. 지극히 비교육적인 설정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들은 결국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뼛속까지 물든 일등 만능주의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친 학벌주의, 대학입시전쟁과 사교육비 문제, 특권층의 권력세습, 청년 실업, 외모지상주의 등.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희망이 없다. 잠재력이나 발전 가능성이 있어도 일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꼴이다. 재능과 학식이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릴 수 있다. 다양성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사라진다. 좋은 정치란 일등이 아닌 사람도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다. lotus@seoul.co.kr
  • 미싱돌던 자리에 성인게임기 돈다

    미싱돌던 자리에 성인게임기 돈다

    24일 오후 서울 장위2동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앞. ‘숨막히게 터지는 환상의 컨트롤’, ‘대박의 행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전단지 수백장이 주차된 차량들 유리창과 길거리에 뿌려져 있었다. 역 인근 한 건물 3층에는 무허가 사행성 게임장이 간판도 없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 게임장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계단을 통해서는 3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특히 이 게임장은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된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별명과 전화번호 등 신분이 확인된 사람만 회원으로 등록, 입장시킨다. 비회원은 아예 받지 않는다.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게임 성업 출입문도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거울식 유리’로 돼 있다. 기자가 회원을 가장해 입구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잔뜩 경계한 표정의 건장한 남성이 나왔다. “인근 XX게임장 소개로 왔다.”며 신원을 확인하고 들어간 실내는 70㎡(20평) 규모로,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자바바’라는 게임기 30여대가 있었다. 창문에는 검은색 합성 필름을 붙여 불빛이 밖으로 새는 것을 차단했다. 게임기 앞에는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30∼50대 남성들로 가득 찼다. 한번 베팅하는 데 1만원이 든다. 기자가 1만원을 넣고 게임을 했으나 단번에 바닥났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남성은 “우리 게임장은 오래 기다려야 ‘고래(대박)’가 나오지만 그만큼 ‘제대로’ 드린다.”고 호객하면서 “‘총알’은 최소 150만∼200만원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돈을 따면 ‘알’이라 불리는 플라스틱 카드를 나눠준다. 이를 나중에 현금으로 바꿔준다. 밤새 불을 밝히며 미싱이 돌던 장위동·석관동 일대 봉제공장 밀집지역이 불법 사행성 게임장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봉제공장들이 문을 닫고 주변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빈 건물에 불법 성인 오락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 불법 게임지대로 탈바꿈한 동네를 보는 주민들은 착잡한 심정을 토해냈다. 미싱상사를 운영하는 김모(49)씨는 “공장에서 늦은 밤까지 묵묵히 일하던 성실한 노동자들을 게임장이 다 버려놨다.”면서 “수금한 돈 수백만원을 털리고 허탈하게 돌아가는 거래처 사장들이 부지기수다.”라고 혀를 찼다. ●수금한 돈 수백만원 날리기도 장위동과 석관동 일대는 1970년대부터 동대문시장에 의류·가방·벨트 등을 납품하는 가내수공업식 봉제공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봉제산업이 중국 등으로 밀려나면서 빈 자리를 불법 게임장이 채우는 실정이다. 불법 게임장에는 몇해 전부터 논란이 된 ‘바다이야기’의 아류 격인 ‘포경선’ ‘뉴아쿠아월드’ ‘씨어드벤처’ 등 게임기가 손님의 지갑을 노린다. 장위동과 석관동을 관할하는 성북구청에 등록된 신규 게임장만 2002년 3곳에서 2009년 22곳으로 급증했다. 무허가 불법게임장까지 포함하면 장위·석관동에 수십 곳이 성업 중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한다. 문제는 경찰 단속에도 수가 줄지 않고 있는 것. 적발돼도 수백만원 안팎의 과징금과 1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게임장으로 하루에 수천만원 이상을 버는데 과징금을 물고서라도 다시 문을 여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특히 단속 후 실제 행정처분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점도 불법 게임장을 근절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경찰은 지적한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음주 연기’ 연극배우 진짜 술먹다 ‘꽈당’

    ‘음주 연기’ 연극배우 진짜 술먹다 ‘꽈당’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술에 취해 쓰러지는 사고가 독일에서 일어났다. 술 취한 연기를 더 ‘리얼하게’ 하려는 욕심에 진짜 술을 마신 것이 되레 화를 낳았다. 독일 언론 ‘빌트’가 보도한 이 황당한 사고는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고전 ‘모스크바 페투쉬키’가 공연되던 프랑크푸르트의 한 극장에서 발생했다. 극 중 러시아 주정뱅이로 출연하는 연극배우 마르크 슐체가 진짜 보드카를 마시면서 연기를 하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더 이상 술을 이기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던 것. 쓰러진 마르크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실감나는 공연을 펼치려던 그의 열정(?)은 결국 극을 망친 원인이 되고 말았다. 한 관객은 “처음에는 비틀거리며 혀가 꼬인 발음으로 대사를 하는 모습에 완벽한 연기라는 감탄이 나왔다.”면서 “그러나 점점 동선을 벗어나고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맞지 않자 객석에서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사고 소식을 들은 극장주는 제작진에게 다음 공연부터 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당장 연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사진=마르크 슐체(bild.de)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휴대전화·노트북 美수출 비상

    휴대전화·노트북 美수출 비상

    미국이 항공기 폭발 위험을 이유로 리튬이온 2차전지의 기내 운송을 규제할 태세여서 우리나라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미 정부는 관련 안전규제안을 만든 뒤 한국 등에 3월15일까지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제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사실상 비관세 무역장벽이 강화되는 셈이다. 2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30일 리튬 2차전지를 비행기로 운송할 때 그 무게를 제한하고 또 폭발을 막기 위한 특수포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예고했다. 충전용 리튬 2차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의 수출국 의견수렴을 거쳐 미 하원 의회를 통과해 규제안 고시 후 75일이 지나면 효력을 갖는다. ●지경부 “매우 안전”… 공식입장 밝혀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리튬 전지는 폭발에 이용될 수 있는 금속 덩어리인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안전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이라면서 “만약 규제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주로 비행기로 수출하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수출의 중단, 고비용 발생 등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근 미국에서 리튬 2차전지와 관련한 소규모 폭발 사고가 2건 발생했고, 중고 휴대전화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폭발이 발생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관련 부처와 기관, 업계를 모아 공동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과 같은 처지인 일본 측과도 공동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일본 배터리협회 등과 깊은 수준의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우려해 개별 대응을 자제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기로 했다. ●배터리 포장비용 4배 더 들어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이 아직 수출국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업계의 피해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만약 규제가 확정된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포장 비용만 지금보다 4배 정도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튬 2차전지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 문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미국에서 먼저 치고 나간 측면이 강하다.”면서 “한국, 일본, 중국 등은 규제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 정부의 규제장벽이 현실화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다. 미국업체 제품도 해외에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미 국내로 들여오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나 노트북은 미국 업체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율이 미미하다.”면서 “배터리 분리가 안 되는 아이폰의 경우 타이완이나 중국 등에서 제조해 비행기로 들여오는 제품인데, 그렇게 되면 불편해지는 것은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라면서 “현실적으로 이 규제안이 확정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인만 불편… 현실화 회의적”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수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포장이나 운송에 관련된 조건이 까다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목적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두걸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오늘의 눈]세종시 논란 ‘꾼’들은 가라/강주리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세종시 논란 ‘꾼’들은 가라/강주리 정치부 기자

    지난 주말 충남 연기군 세종시 현장에서 적지 않은 원주민들은 세종시 문제가 신속히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한 원인으로 세종시로 한몫 보려는 ‘꾼’들을 지목했다. 주민들은 16일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달라.”면서 “정작 상주는 못 울게 하고 문상객들이 우는 꼴”이라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특히 많은 원주민들은 원안을 주장하는 ‘연기군 사수대책위원회’에 대해 “상당수가 원주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 줄을 대어 공천 받아보려는 사람이 20여명이나 있다.”며 혀를 찼다. 임영학 연기군 남면 양화3리 이장은 “저번(지난해 12월19일)에 이장단과 정 총리와의 만남에 나가고 싶었으나 연기군 사수대가 전화를 통해 ‘나가면 매향노(賣鄕奴)’라고 협박했다.”면서 “그나마 온 6명 가운데 총리가 도착하기 직전에 군 의원이 와서 5명을 되돌려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가입도 안 했는데 사수대 집행위원으로 돼 있더라.”면서 “주민들이 연기군 사수대에 ‘해체하라.’고 요구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날 연기군 사수대는 15명의 주민들이 행정수도 분산 이전 사례인 독일 베를린·본 등으로 현장 시찰을 위해 떠나는 자리에 몰려와 차를 타지 못하도록 막는 등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통(疎通)의 창구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차단돼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어떤 게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시를 이용해 정치권 줄대기나 인생역전을 시도하는 ‘꾼’들은 즉각 자리에서 빠지는 게 도리다. 정부와 주민이 직접 대화로 투명하게 소통할 때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주민들과 대화다운 대화가 시작된 지금부터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수정안에 마련된 정주(定住) 여건, 보상 등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 신속히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jurik@seoul.co.kr
  • 생후 9일만에 각막 기증하고 떠난 아기

    세계 최연소 장기기증자 탄생? 생후 9일 된 영아가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 전역에 훈훈한 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후난성에 사는 까오(高)씨는 지난 10일 둘째 아들인 샤오전의 탄생에 누구보다도 기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태어난 지 50시간이 지난 후부터 각혈을 시작한 샤오전은 결국 선천적으로 장이 막힌 ‘선천성 장폐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후 4일째 되는 날 수술대에 올랐지만, 샤오전의 상태는 의사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좋지 않았다. 까오는 의사들에게서 “방법이 없다.”는 말만 수 십 번을 들어야 했다. 결국 그는 아내를 설득해 놀랄만한 결단을 내렸다. 생후 5일 된 아들의 각막을 기증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아들이 세상을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떠나길 바란다. 그것만이 아들이 오래오래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생후 9일째가 된 지난 18일, 까오의 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의사들은 곧장 신생아의 각막을 적출하는 이식수술을 진행했다. 샤오전의 왼쪽 각막은 헬기를 타고 인근 선양시으로 옮겨졌고, 남은 한쪽은 창사시의 한 안과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도 가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한 까오 부부와, 생명을 남기고 떠난 샤오전의 사연은 전 중국을 감동으로 물들게 했다. 한편 국내의 최연소 장기기증자는 생후 9개월의 강모군이다. 소파에서 떨어져 뇌사에 빠진 강 군은 2004년 9월 신장 2개를 만성신부전증 환우 한 사람에게 모두 이식하고 세상을 떠났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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