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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똑같은 기회·공정한 분배, 포용적 성장 전제조건”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똑같은 기회·공정한 분배, 포용적 성장 전제조건”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없다. 기회는 불평등하다. 빈곤은 유전된다. 지독한 패배 의식이 사회 전반에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있다. 가뜩이나 휘청대는 경제는 ‘노오력’ 할 의지를 잃고 성장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완화와 공정한 기회보장을 통해 끊어진 계층 상승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노동, 경제, 사회,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진정한 ‘포용적 성장’의 길을 들어 본다.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기회 평등 보장하는 고용개선 조치 시급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던 개발경제 시대의 논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계층 상승의 희망이 무너진 나라에서는 발전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으려면 포용적 성장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모든 계층과 분야에서 결과적 평등뿐만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실현돼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ffirmative Action)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눔, 배려, 통합의 가치가 필요하다. 첫째 일자리 나눔을 통해 모두가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능력껏 일해 기여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분배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둘째로 근로자와 회사가 서로 배려하는 노사관계,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상호 존중 사회를 열어 가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된 사회를 이루려면 형평의 가치가 필요하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도덕적 해이·과도한 탐욕은 저성장 불러포용적 성장 경제는 우리가 모두 꿈꾸는 유토피아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복지, 성장, 고용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형태의 경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견고한 사회안전망 기반 위에 우리 모두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걱정 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것이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이다. 문제는 ‘어떻게’(how)다. 포용적 성장 정책은 자칫 잘못하면 경제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탐욕 가능성으로 인해 경제를 배타적(exclusive)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포용적 성장 정책은 계곡 건너 보이는 유토피아로 인도할 수 있는 외줄과도 같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정책 수립 및 실행, 그리고 모니터링에 기초한 지속적 정책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불공정거래 바로잡아 中企 자생력 키워야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중소기업을 통해 생성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임금 격차, 복지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사업주의 몫이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불공정한 거래,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아 중소기업의 지급 여력과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제값 받기가 가능하도록 대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이 변해야 할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능력에 따른 생산활동 참여기회 부여를포용적 성장이 되려면 우선 생산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그 기초로 교육기회의 균등이 전제돼야 한다. 그다음 공정한 분배를 위해 선택적이고 생산적인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개인의 창의 구현 과 자발적 노력을 끊게 해 경제와 사회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교육기회의 균등과 함께 산업과 연결되는 산학협동체계 구축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경제취약계층의 젊은이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산업공단을 일하면서 배우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재창조해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시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근로자들을 위해 보육 시스템을 확충하고, 고령층을 위한 재교육, 직업훈련, 유급자원봉사의 기회도 더욱 늘려야 한다.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조세 개혁·저소득층 소득지원정책 필수조세 개혁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조세제도를 설계할 때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때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불황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잘 설계된 소득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인구 비중을 고려하면 연금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퇴직자들이 노후 소득원을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지 않도록 퇴직연금 제도를 정비하고서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자체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 있다. 공정 경쟁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중소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소득불평등 완화첫째 중소·중견기업, 서비스 산업,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청년·여성·노인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 고용을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둘째 GDP에서 자본보다 노동의 배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분배구조의 개선은 기술,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적 교육 강화와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통한 사전적 분배구조 개선과 조세 및 재정 정책을 통한 사후적 분배구조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셋째 시장 경제하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취약계층과 낙오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구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성장과실 공정 분배하면 지속 성장 가능성장과 공정한 분배가 균형을 잡고 수레의 두 바퀴로 작동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포용적 성장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공정한 기회의 평등이 강조돼야 한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보다 주어진 조건이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사회는 기회의 평등이 부정된 사회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져 계층 이동이 어려운 사회는 중간층이 얇은 양극화된 사회이며 희망이 없는 사회다. 포용적 성장 사회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계층 이동성을 증가시켜 중산층이 두터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기회를 넓히고 그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포용적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금수저-흙수저’ 논쟁을 불식시켜야 한다. 더는 미룰 일이 아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공정 성장정책에 국민 합의 뒷받침 돼야포용적 성장의 핵심 조건은 ‘공존을 향한 국민적 가치관 형성’에 있다.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다. 성장 과실이 불공정한 소득 분배로 이어진다. 대기업 등 힘을 가진 집단이 양극화적인 발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넘어서려면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훌륭한 성장 정책과 합의가 필요하다. 과실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복지체계가 필요하다.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에 상생의 길을 열어주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높여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도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정책만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합의는 미래 청사진과 국민적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진정한 노사정 타협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소수 정치가가 정책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저녁있는 삶 보장해야 경기 불안요소 해소1750~1830년대 영국에서 기계 도입 등 공장제 강화와 함께 산업혁명이 진행됐다. 괄목할 만한 생산성 향상과 국민소득이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지위 약화와 산업재해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청소년·여성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시간 제한 공장법처럼 취약계층 보호 정책들이 추진됐다. 1850~60년대 이러한 조처들이 체계화되면서 제1차 산업혁명이 완성됐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왜 이러한 논의와 변화가 필요했을까.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산업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자리 없는 저소득층은 사회적 불만의 원천이며, 소비 여력과 시간이 없는 노동자계층은 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 불안의 원인이다. 안정된 소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가족과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포용적 성장의 출발이며 행복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개별 노동자·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필요대부분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그럼 행복해지려면? 현재 빵을 나누고, 앞으로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누지 않으면 당장 불행을 해결할 방법이 없고, 앞으로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런 궁상을 근본적으로 끝낼 방법이 없다. 두 번째는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다만 과거처럼 물적 자본 그 자체만을 늘리려고 매달리는 것은 요령부득이다. 노동과 자본이 동시에 늘어나야 빵이 더 많아진다. 노동을 억압한 채 자본만 늘리려고 한들 자본이 잘 늘어나지도, 빵이 많아지지도 않는다. 노동을 늘리는 것이 곧 노동자의 머릿수를 늘린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노령화 사회에서 불가능하다. 개별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경제 민주화도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기업 살리니 금융도 살았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기업 살리니 금융도 살았다

    이승엽 배트 ‘제로본 홈런’ 뒤엔 신한은행 숨은 지원 ‘이승엽 배트’로 유명한 ‘제로본스포츠’는 야구용품 사업을 하다 2012년 처음으로 배트 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인 2013년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 선수는 부진을 겪고 있었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2012년 시즌 국내에 복귀한 후였다. 당시 이 선수는 이를 갈고 있었다.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습 강도를 높이고 익숙한 기존의 타격 폼을 더 간결하게 바꿨다. 구본선 제로본 대표는 그런 이 선수를 찾아가 “우리 배트를 한번 써 보고 연락해 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이 선수는 2009년부터 8년간 일본의 유명 스포츠업체 M사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사 야구용품을 쓰기로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그 후 2014년 1월 구 대표에게 “배트를 쓰겠다”는 이 선수 측 연락이 왔다. 배트를 바꾼 후 이 선수는 기사회생했다.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머물던 타격은 3년 연속 3할대로 다시 복귀했고 타점과 홈런 역시 모두 전성기 못지않은 숫자를 기록했다.●이승엽 ‘본 배트’ 로 거짓말처럼 부활 입소문은 무서웠다. 박병호와 김현수 등 당시 2014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타자 15명 중 11명이 제로본의 ‘본’ 배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제로본 배트는 ‘야구배트계 국가대표’로 유명해졌다. 구 대표는 “국제대회 90%가 일본 장비를 사용하던 상태라 국산 배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며 “다들 우리가 무상 후원하는 줄 알았지만, 실상은 모두 돈을 받고 팔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꽃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2014년 인천 부평 단지에서 1157㎡가량의 공장을 임대해 썼던 하던 제로본은 낙후된 시설과 건물 탓에 해외 바이어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 배트 제조 기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고 새 건물을 지어 임대료도 아끼고 싶었다. 그러나 주거래은행은 20억원이 넘는 돈을 내주는 것은 무리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때 신한은행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개인사업자라 자료도 부족했지만 제품에 대한 비전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크게 평가한 것이다. 이후 건물이 예정대로 지어지고 사업도 순조롭게 운영됐다. 아시안게임을 눈여겨본 일본 스포츠 종합용품 브랜드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다. 원자재를 납품받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구 대표는 “미국은 배트를 14g 단위로 제작해 주는데 우리는 2g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면서 “그만큼 기술력과 품질은 자신이 있었지만 해외 진출을 하려고 보니 정보가 없어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구 대표는 신한 측에 자문했다. 신한은행 기업금융부 기업컨설팅팀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난달 인천에 있는 제로본 본사에 한 달간 상주했다.●신한, 제로본 美시장 진출 도우며 同幸 신한은행 기업컨설팅팀장은 미국의 후보 지역부터 물색했다. 기후, 노동력, 인종, 문화 분석부터 들어갔다. 맨땅에 공장을 설립할 것인지, 인수할 것인지부터 해당 지역에 어떤 업체들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비자 발급과 은행 신고 사항, 미국 현지 허가 사항, 교통 및 입지조건, 생활조건을 분석해 구 대표에게 건넸다. 지난 22일 찾아간 인천 서구 가좌동 제로본 본사에서도 미국 투자진출 사전조사 컨설팅이 한창이었다. 정영준 신한은행 기업컨설팅팀 차장은 “야구 선수에게 배트를 소개할 수 있는 ‘MLB트레이드쇼’라고 하는 장비 전시 박람회가 있다. 여기에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프레젠테이션을 이어 갔다. 또 항공요금, 주요 공과세, 제조경비, 인구 현황 등을 비교한 결과 진출 후보 지역으로 ‘텍사스’를 1순위로 추천했다. 구 대표는 “사설 컨설팅은 금액도 억 단위인 데다 과연 진짜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금융사가 부동산 가격부터 미국 야구시장 현황, 임금, 향후 추진 절차까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공해 준 데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면서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작은 중소기업과도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동반성장의 그림을 금융사가 제시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우리은행, 핀테크 스타트업 선발 협업 금융권에서도 불평등을 완화하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가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물결이 일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8월 서울 영등포에 ‘위비핀테크랩(Lab)’을 연다. 아직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핀테크 분야를 개척하는 스타트업을 선발해 최대 1년간 사무공간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핀테크 협업 프로그램이다. 사무공간 및 부대시설, 금융·정보기술(IT) 교육, 특허·법률상담 및 컨설팅, IT 시스템, 투자자 연계 등을 돕는다.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창업지원센터로 지정받아 입주 기업에 정책 지원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 이후에도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창업 전 단계까지 돌봐 준다는 점이다. 당장 은행에 큰 이득이 없어도 기업이 커야 금융도 큰다는 가치 아래 함께 걸어간다는 의미다. 고영수 위비핀테크랩 센터장은 “핀테크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이 분야 창업 희망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판단해 아이디어 구체성과 열정을 가진 창업 예정자를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은 최소한의 운영자금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은행이 사무공간 및 사업화 활동 지원뿐만 아니라 사무 기자재까지 제공한다. 또 사업모델 홍보(IR) 영상 제작부터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맞춤 특허 컨설팅까지 특허출원 비용 일체를 대 준다. 핀테크 전문 변호사도 부서 내에 배정해 법률적인 자문을 맡게 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신보와 손잡고 인재 채용 IBK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우수 창업기업과 일자리 확대에 힘을 모은다. 신보는 보증비율을 최대 100%까지 우대하고 5년간 보증료율을 0.3% 포인트 차감할 예정이다. 또 신보는 기업은행과 함께 중소기업이 우수 인재를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잡매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잡매칭’ 서비스는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정보를 구직자에게 제공해 우수 중소기업과 인력이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신보의 일자리 매칭 서비스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고 고용 창출 효과가 뛰어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하겠다”며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난민을 바리스타로…깡촌에 영화관…자선? 상생! 입니다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난민을 바리스타로…깡촌에 영화관…자선? 상생! 입니다

    “어서 오세요. 어떤 커피를 내려 드릴까요.” 지난 16일 ‘내일의커피’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구수한 커피향이 퍼져 나왔다. 한국말로 반갑게 인사를 건넨 사람은 이집트 출신의 바리스타 타미(23)였다. 그는 2015년 이집트 독재 정권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난민이다.2014년 10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문을 연 내일의커피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 바리스타가 아프리카 원두커피를 내려 주는 커피숍이다.인증받은 사회적기업은 아니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난민들을 고용해 바리스타로 육성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가게 주인인 문준석(34)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프리카 난민을 많이 알게 됐다”면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커피의 본고장인 아프리카 원두를 아프리카 출신 바리스타가 내려 주는 스페셜티 카페’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아이디어로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가게를 열게 됐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십시일반 투자를 받는 소셜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에스프레소 기계를 구입하는 등 대중의 관심과 참여도 가게를 여는 데 도움이 됐다. 지금까지 타미를 포함해 6명의 난민이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자리를 얻었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난민은 더이상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지만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직업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취업 취약계층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내일의커피는 그런 난민들이 스스로 일을 찾고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한국어 교육도 이뤄진다. 타미는 “한국인 친구도 10명 넘게 만들었다”면서 “이제는 유명한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명량’의 촬영지인 진도군 주민들은 영화 명량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영화 ‘곡성’의 촬영지인 곡성군 주민들도 정작 영화 곡성을 볼 수 없었지요.”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시골 마을 주민들도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영화관이 없는 지역을 찾아 영화관을 짓고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김선태(52)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18일 “영화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적 자본인데도 영화관조차 없는 문화 소외 지역이 전국에 100군데 이상 있다”며 작은영화관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강원도 정선군에 20번째 작은영화관 ‘아리아리 정선시네마’를 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영화관 설립을 지원하고 작은영화관 협동조합이 운영을 도맡아 하는 식이다. 작은영화관은 2010년 11월 인구수(2만 3000명)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은 전북 장수군에 첫 번째 영화관 ‘한누리시네마’를 열었다. 처음 두 달간 1499명에 불과했던 관람객 수는 지난해 4월 4만 5036명까지 늘었다. 장수군 주민 1명이 적어도 2편의 영화를 본 셈이다. 전국의 작은영화관은 하루 4~6편의 영화를 서울과 동시에 개봉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쇼박스, NEW 등 대형 영화 배급사들의 협조도 중요했다. 작은영화관의 관람료는 5000원으로 1만원 이상 하는 대도시 영화관들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협동조합의 끈질긴 설득으로 배급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도 후원했다.처음 3년간 적자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용 인원만 216명이다. 직원의 70%가 30~40대 경력 단절 여성들이며 절반가량이 정규직이다. 김 이사장은 “처음에는 계속 투자해도 될지 고민도 많이 했지만 점점 관람객이 증가하는 것을 보고 지속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 수익성이 더 개선되면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화하고 장학 제도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사회적기업은 수익 창출과 사회 공헌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기부나 후원으로 운영되는 자선 사업과 다르다. 고령화, 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청년 일자리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며 성장하자는 데서 출발했다.다음달이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된다. 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55개에 불과했던 인증 사회적기업은 지난달 1741개로 크게 늘었다. 경제적 효과는 2조원(2015년 총매출액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3만 6858명이 사회적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었으며 이 가운데 61.4%(2만 2647명)가 취약계층이다. 사회적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도 진출하지 않거나, 반대로 영리 목적으로만 사업을 할 경우 서비스 질이 나빠질 수 있는 틈새 시장을 발굴해 사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국내 1호 사회적기업 ‘다솜이재단’이 대표적이다. 2003년 교보생명의 사회공헌활동 ‘교보다솜이간병봉사단’에서 출발해 유료 간병 사업으로 발전한 다솜이재단은 교육과 서비스 개발, 시장 개척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1~2명의 간병인이 6인 병실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공동간병제라는 차별화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1대1 간병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들어 낸 일자리(간병인)도 500개다. 경력단절 여성과 지적장애인도 적극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사회적기업은 일자리 제공형에만 쏠려 있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서비스 제공형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 외면했던 사회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고 시장의 구조를 바꿔 나가는 데 더 많은 지원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열린세상]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다/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대통령 한 사람 바꿨을 뿐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리고 ‘헬조선’ 탈출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이 헌정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대선 득표율의 두 배에 이르고 있다. 눈시울 적시는 이벤트도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대통령 스스로 말했듯이 “사이다로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제시한 경제민주주의는 반드시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다.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경제민주주의는 재벌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재벌개혁이 경제민주주의의 요체이다. 한국 재벌들은 탄생에서부터 민주주의와는 친화성이 없다. 오히려 재벌들은 독재체제의 최대 수혜자였고 민주화의 최대 걸림돌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한국의 산업화는 정부에 의한 재벌육성이었고 농민과 노동자는 ‘선성장 후분배론’의 희생양이었다.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에 대해서 공권력과 재벌들은 근대 산업사회의 기본권인 노동 3권을 유린했다. 기업에 대한 특혜는 총수 개인들에게까지 이어져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법 앞의 평등’을 짓밟았다. 지금도 정경유착이라는 적폐의 중심에 재벌들이 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편법상속을 통해 소위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면서 봉건귀족에 버금가는 신분이 형성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제민주주의를 달성하려면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경제성장이 지연되고 국민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위축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불안이 고조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마저 발생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런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임기 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목표가 출발부터 스텝이 약간 꼬이고 있다. 대통령 방문에 고무되어 모든 비정규직을 연내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한 인천공항공사는 임금 삭감을 뜻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재입사와 자회사 설립을 고려하더니 급기야 노조도 참여하는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설치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권고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국에 30만개 가맹점에서 월매출 5000만원에도 수익이 0이 되는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높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본사의 수탈적 ‘갑질’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재벌의 하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도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와 같은 횡포로 지불능력이 크게 약화되어 종업원들에게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재벌개혁을 통해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어야 비로소 중소기업에서도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일자리위원회가 계획하듯이 임금보조를 통해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을 떨어뜨리고 재벌기업에 의한 수탈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할 빌미가 될 수 있다. 재벌개혁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국 현실에서 시장은 경제학원론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되는 독과점시장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시장에서는 재벌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현실에서 “시장친화적 재벌개혁”은 “재벌친화적 재벌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이 무중력 공간이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촘촘한 망이라면 재벌개혁은 이 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경제민주주의에 부합되는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실사구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정 농단의 기억이 생생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지금이 아니면 구조적 재벌개혁과 경제민주주의는 물 건너간다. 경제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재벌개혁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 [단독] 되찾은 광장의 역설… 젊은 활동가가 사라진다

    [단독] 되찾은 광장의 역설… 젊은 활동가가 사라진다

    “100만원 월급에 사회적 응원도 실종…국민 힘 토양으로 확장된 민주주의를”1987년 6월 10일 시위 진압 경찰과 맞선 넥타이 부대 뒤편에 ‘이들’이 있었다. 30년 후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던 촛불 시민 뒤에도 ‘이들’이 있었다. 이들, 이땅의 민주주의를 맨몸으로 이끌어 낸 시민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세월호 천막 안에서 봉사하고, 환경 운동 현장에서 부당함을 소리친다. 모금을 진행하고 광장에 무대를 만들며 약자의 목소리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80년대 이들을 향했던 사회의 박수와 응원은 사라졌고, 100만원 남짓의 박봉에 젊은 지원자는 줄고 있다. 시민운동의 중심을 ‘조직’에서 ‘광장’으로 바꿔놓은 30년의 세월은 이들에게도 변태(變態)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화를 넘어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활동가들이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지난 6일 ‘6월 민주항쟁 30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서우영(52) 사무국장과 이서영(30) 기획홍보팀장을 만나 시민운동의 미래를 물었다. “6·10 항쟁에서 신념을 지닌 개인이 모인 조직 운동이 절정을 이루었다면, 촛불로 열린 광장의 시대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의 개혁과 변화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87년 당시 민주주의가 독재에 대한 투쟁을 의미했다면 지금의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다변화된 모습입니다. 시민운동도, 활동가도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85학번으로 6월 항쟁에 참여했던 서 국장은 이제는 ‘조직’이 아니라 ‘광장’이 원하는 시민활동가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80년대는 고문과 같은 절대 폭력에 숭고하게 희생된 선배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관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조직과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국민의 힘을 토양으로 한 민주화 운동이 필요합니다. 변화에 실패하면 시민운동은 전설로 사라져 갈 겁니다.”“헬조선 해답은 민주주의… 광장의 경험으로 불신사회 이겨내야” 80년대 폭력·현재는 정치 무능이 문제경쟁으로 내모는 사회구조 바꿔나가야 이 팀장은 “우리 나이에 운동권은 좀 이상한 친구로 여긴다”고 운을 뗐다. “80년 5월이 6월 항쟁을 낳았다면 촛불집회는 결국 세월호가 낳은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절대 폭력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납득할 수 없는 무능력이 문제였던 거죠. 무능력하고 부조리한 정치·경제 구조를 말하는 겁니다. (촛불집회를 통해 부조리와 싸운 결과)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권리가 아니라 의무가 된 것 같아요.” 서 국장은 지금의 시민운동 양태를 ‘풍요 속 빈곤’으로 정리했다. 더 많은 보통사람들이 참여하는 광장의 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젊은 활동가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매년 1000명의 시민활동가가 나왔다면 지금은 100명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나 같은 50대가 가장 많고 20, 30대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박봉에 사회적 존경도 사라졌으니까요. 87년에는 원할 때 취직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위 ‘헬조선’ 아닙니까.” 이 팀장은 신념과 100만원 수준의 적은 월급 사이에서 고민하는 젊은 활동가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익 창출 구조가 없으니까 생활도 그렇지만, 활동의 영역도 줄어듭니다. 자신의 신념이 있으니 못 떠나고 자학하고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같이 활동하자고 권하지도 못합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겁니다.” 서 국장은 “그래도 광장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 “선배들은 광장의 시대에 뛸 젊은 활동가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일례로 촛불집회에서 보여 준 광장의 일상적인 후원과 지원을 조직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어제의 청년이 오늘의 청년을 위해 할 일은 모두를 경쟁의 대상으로 만든 사회적 구조를 바꾸어 가는 것입니다.” 이 팀장은 “과거 민주주의가 군부 독재에 반대하는 자유 평등, 인권의 투쟁이었다면 이제는 정치뿐만 아니라 환경, 젠더, 혐오의 문제 등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주의는 이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단어가 됐다”고 했다. 서 국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확장된 민주주의는 (87세대가 아닌) 87년이 만들어 놓은 제도적 민주주의 토양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이끄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또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큰 불신은 결국 민주주의가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젊은 사람들의 피해의식, 박탈감, 동료 시민에 대한 불신 등은 모두 민주주의 결핍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내가 베푼 만큼 나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광장의 경험을 일상과 어떻게 이어갈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지금, 이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지금, 이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시인 황인숙은 캣맘이다. 매일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긴다. 그녀의 1984년 신춘문예 등단작 제목부터가 그랬다.‘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 태어나리라.’ 그러니까 먼 훗날 우리가 ‘까망 얼룩 고양이’를 본다면, 마치 시인을 만난 듯 반갑게 대했으면 좋겠다. 아니 까망 얼룩 고양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고양이를 부디 이렇게 맞이하기를. 이런 메시지가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담겨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제목을 딴 이 작품은 한국·대만·일본 길고양이들의 묘생(猫生)을 찍은 다큐멘터리다.알다시피 한국 길고양이의 삶은 고단하다. ‘평생을 먹을 것과 거주를 두고 인간과 경쟁했다. 경쟁했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쫓겨 다니기만을 반복했으므로 평생을 먹을 것과 거주를 두고 인간을 원한했다, 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까.’ 소설가 황정은이 쓴 ‘묘씨생’이라는 단편의 일부다. ‘원한’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박힌다. 이 땅에서는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끔찍하게 죽인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한국 길고양이는 인간과 마주치면 숨기 바쁘다. 원래 고양이가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라서 그렇다고? 대만 허우통과 일본 아이노시마에 사는 길고양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세 나라 길고양이들의 생활은 대조적이다. 대만과 일본은 길고양이의 천국이다. 반면 한국은 인간에게나 길고양이에게나 헬조선이다. 물론 이 영화가 삼국 간의 공정한 비교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허우통은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대만의 관광 명소이고, 아이노시마도 일본의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데 이와 같은 편향적 비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이 달성해야 할 미래 모델은 허우통과 아이노시마에 현실화된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 양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양이만 편애하자는 뜻이 아니다. 조은성 감독의 말을 들어 보자.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길고양이가 안전하지 않은 동네가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할까?’ 대단히 공감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길고양이의 생존은 길고양이만의 문제일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이 정말 살 만한 나라인지를 가늠하는 인간의 척도이기도 하다. 닭·돼지·소 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인간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동물로서의 인간은 다른 동물을 착취해서는 안 된다. 동물권은 그 사회의 인권 수준과 비례한다. 독일이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한 해가 2002년이다. 같은 해, 한국에서는 동물 16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생명권을 향해 아직 갈 길이 멀다. 8일 개봉. 전체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혼란한 세상속 상생의 길이 21세기 미래의 길”

    가톨릭언론인협의회(회장 황진선)가 ‘2017년 대한민국 정의와 화해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주제로 제17회 가톨릭포럼을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가 혼란한 세상속 상생과 공존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홍보주일 세미나를 겸한 포럼에서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남재영 대전 빈들교회 담임목사, 천주교 서울대교구 전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차례로 발제에 나섰다. 가장 먼저 도법 스님은 “우리 모두는 그물의 그물코처럼 한 몸 한 생명이요, 공동운명체의 동반자”라면서 “우리들은 무지와 착각에 빠져 서로 편 갈라 싸워 고통과 불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특히 “붓다는 공평무사한 우주 보편의 길, 오래된 미래의 길을 찾았는데 그 길은 더불어 어울리는 길뿐이며 그 길의 이름이 화쟁”이라면서 “상극의 20세기 낡은 틀을 넘어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길이 21세기 미래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남재영 목사는 “1997년 IMF 사태를 맞아 국민이 조성한 공적자금으로 재벌 중심 경제체제가 구축됐다”면서 “국민에게는 고통을 강요하면서 재벌에게 무한 특권과 특혜를 제공해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됐다”고 주장했다. 남 목사는 “2017년 대한민국이 가장 우선 고려할 일은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라고 지적하면서 “1997년 체제는 폐기하고 인간 존엄성을 실현할 국민경제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박동호 신부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교회의 본성과 사명, 임무와 책임은 ‘세상 실재들에의 관여’를 전제로 한다”면서 “가톨릭 사회 교리에 비춰 오늘날의 실재를 해석하고 적절한 행동 노선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사목의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이어 “교회 안팎에 사회 교리를 널리 알리고 실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교회의 얼굴에서 사람들이 정의와 화해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 컷 세상] 새들에겐 활기찬 한강

    [한 컷 세상] 새들에겐 활기찬 한강

    민물가마우지들이 서울 한강 원효대교 인근에서 서로 먹이를 먹기 위해 다투고 있다. 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몇 년 전부터 한강 등 내륙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헬조선’, ‘탈조선’이라 불리며 조롱받는 이 나라가 이 새들에겐 터전으로 충분한 것 같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5. ‘헬조선’ 직딩들의 연애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5. ‘헬조선’ 직딩들의 연애

    #1. 황금연휴를 꼬박 황금 출근으로 보낸 동대문성나정(29·여)은 간만에 일찍 퇴근했다. 나정은 이 기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치킨을 시켰다. 집에 내리자마자 걸려 온 상사의 전화. ‘지금 즉시’ 추가로 일을 하란 거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지시 받은 일을 하는데 그 와중에 치킨은 도착하고… 일을 끝내고 나니 시간은 오후 10시를 훌쩍 넘겼다. “남친에게 ‘치킨 먹으면서 너무 슬펐어...’ 했더니 ‘식은 치킨 먹느라 고생했네’ 이러는거야. 뭐라고, 이 자식아????? 지금 고생한 포인트가 거기야?!?!?!?? 식은 치킨??????????? 하며 또 짜증냄…” #2. 회사원 A는 남자친구인 회사원 B와 이번에도 휴가를 맞출 수가 없었다. A의 회사에서, 특히나 A의 부서에서는 상사들이 먼저 휴가 날짜를 정하고, 그 다음 남는 날에 맞춰야 했다. 반면 B의 휴가는 6개월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다. B는 “휴가도 못 맞춰?” 했다. A는 속이 상하면서도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아니, 누군 그러고 싶대?” ◆ ‘현재 진행형’ 활화산들의 연애 ‘헬조선’의 노동자들은 마음이 강퍅하다. OECD 최고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층층시하 ‘사회생활’에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퇴근한다. 그 얼마 남지 않은 여가시간을 쪼개 연인에게 마음을 쓰는 것,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일의 여파가 연애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엄마한테 ‘조잘조잘’ 학교 얘기를 읊듯, 애인에게 ‘조잘조잘’ 회사 얘기를 읊고 싶은데 문제는 그도 나 못지 않은 ‘현재 진행형 활화산’이란 거다.쉬고싶다(32·여)는 “요새 내가 내 마음의 capa(capacity·수용력)가 없어…”라고 했다. “남자친구가 아침에 회사를 너무 가기 싫다고 카톡이 온 거야. 그래서 나도 ‘너무 힘들어 ㅠㅠ 왜 이렇게 힘든걸까 ㅠㅠ’ 했어. 근데 밤에 통화를 하는데 남친 목소리에 풀이 죽어 있는거야. 그래서 내가 ‘오빠 많이 화 났어? 내가 미워?’ 했는데 나한테 아니 그런게 아니고 너무 지쳐서 그렇대. 그래서 내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대. 자기는 지쳐 있으면 안되녜 ㅠㅠ” 때로 나는 바쁘고, 너는 한가하거나 그 반대인 것도 문제가 된다. 때론 예기치 않게 남자친구를 앞에 두고 노트북을 펼쳐야 했던 나는 구겨진 남친의 얼굴을 보고 한 마디 했었다. “일인데 왜 이해를 못 해?”“네 일 때문에 내가 기분이 나쁜 것도 네가 이해를 해야 해”“아니, 일이라니까!”“네 일 때문에 나도 기분이 나쁘다고!” 의 무한반복. ‘쩨쩨하게’ 나는 바빠 죽겠는데 남친은 ‘탱자탱자’ 놀고 있는 것도 화딱지가 난다. 동대문성나정은 “나는 황금연휴 내내 일하는데 자기는 징검다리로 쉬면서 ‘내일 출근하기 싫어서 죽겠오...’ 하는데 이걸 그냥 확! 어휴!” 했다. 급히 ‘빡센’ 출장이 잡혀 짐을 싸는데 남친이 보낸 괌 현지에서 스노쿨링 하는 영상을 보고 한줄기 눈물을 또르르 흘린 나는 그 기분을 십분 이해한다.   ◆ “좋은 일만 나누려고 사귀는 것 아냐” vs “그걸 어떻게 얘기해~” 활화산 처럼 얘기하다 싸우게 되니까, 보통은 동료들에게 털어놓게 된다고 했다. 스트레스받고이슬기에게전화한여자(30)도 마찬가지다. 전화녀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한테 얘기해. 남친한텐 그냥 ‘힘들다’ 이 정도만. 얘기했다가 몇 번을 싸웠으니까. 이걸 얘한테 바라선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 아직결혼은아니야(30·남)는 “그래서 사내 연애들을 하는 건가…” 했다. 요즘 내 또래 여성들 사이에서 ‘사이다 드라마’로 통하는 KBS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혜영(이유리)은 남자친구 차정환(류수영)에게 말한다. 극중 PD인 정환의 직장 동료에게서 프로그램 개편 소식을 전해들은 변혜영. “이번 개편에 변화가 있었다며. 무슨 일이든 나에게 말해라. 좋은 일은 물론이고, 나쁜 일도. 나 오피스 와이프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기분 더러워야 하냐”고 일갈했다. 이어지는 다음 말은 더 ‘사이다’였다. “좋은 일만 나누려고 사귀는 것 아니다. 부모님까지 속이면서 선배와 같이 있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행동 똑바르게 해 달라. 내 인내심의 한계는 오늘까지다.”이게 뭇 여자들의 심리라면 또 남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3년차 유부남 아놀드(36·남)는 한 마디 했다. “그걸 어떻게 얘기해~” 그러고 보면 아빠들도 집에 와서 회사에서 있었던 얘기엔 거의 입을 다무셨던 것 같다. 어느 날 아빠 입에서 회사 얘기가 나올라치면, 정말로 ‘큰 일’이었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긴장했다.   ◆ 바보야, 문제는 너와 내가 아니고 ‘헬조선’이야 한창 정신을 못 차리던 사회 초년생 시절, 나도 당시의 그에게 매번 활화산 같은 욕을 쏟아냈었다. 방점이 내 소중한 이에게 내 감정을 이해 받고 싶다는 것인지, 그냥 ‘아무말 대잔치’로 내 화풀이를 하고 싶다는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구분이 안됐다. 매번 받아주던 그도 나의 가난한 마음을 어느 시점인가부터는 눈치를 챘다. ‘응답하라 1994’에서 나정(고아라)과 윤진(민도희)는 남사친들에게 묻는다. “페인트칠을 했는데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기침이 난다. 이럴 땐 어찌하냐.” “매연이 더 나쁘니까 문을 닫아야지~” 등의 의견이 횡행하는 가운데 오직 칠봉(유연석)만이 “너 괜찮냐”고 되물었다.바로 그거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그는 내 ‘감정의 배설구’가 아님을 주지하는 것. 사랑하는 이에게 내 감정을 이해 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 하는 것과 혹시 나쁜 기운이 전가될까 말 못 하는 심정을 모두가 이해하는 것. ‘헬조선’에서는 연애도 품이 많이 든다.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사설] 출신, 성별보다 능력 중시한 경제·외교라인 인사

    문재인 대통령이 새 정부의 경제와 외교·안보를 다룰 ‘정(政)·청(靑) 라인’을 발표했다.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김동연 아주대 총장을 발탁했고,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무명이나 다름없는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다.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사실 이번 인사는 하마평이 무성했을 만큼 최근 이뤄진 어떤 인사 못지않게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단순히 ‘쇼잉’ 성격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동안 국민 피부에 직접 와 닿는 경제정책, 국가 안위와 직결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인선 발표가 늦어졌던 것도 이런 실질적이고 막중한 자리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를 놓고 문 대통령이 고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상고와 야간대학을 나온 ‘고졸신화’를 쓴 인물이며 외시도 거치지 않은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과하면 ‘유리천장’을 뚫은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된다. 출신, 성별과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요직에 기용할 수 있다는 인사 철학을 천명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라인 인선을 통해 ‘개혁정부’라는 새 정부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을 신념으로 갖고 있다. 그런 만큼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런 방향과 원칙에 맞춰질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이번 인선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극대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교수 역시 재벌구조 개선 없이 상생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만큼 문 대통령과 유사한 시각을 갖고 있다. 경제와 달리 외교·안보는 파격보다 실용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미·중·일·러 4대 열강에 끼인 현실을 감안, 외교를 통해 안보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인맥이 풍부한 홍석현 고문과 동북아에 정통한 문정인 교수를 특보로 기용한 것은 적절한 인선으로 평가된다. 양극화와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80%가 넘는 국민이 새 정부의 개혁정책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비단 문재인 정부가 아니더라도 개혁은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과제라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다시 만들어 우리 젊은이들 입에서 더이상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치 못지않게 외치 역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4강 특사로 어느 정도 풀릴 기미를 보이기는 하나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새 외교·안보 라인은 풍부한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문재인 측 “홍준표, 여론조사업체 협박…독재적 발상 충격”

    문재인 측 “홍준표, 여론조사업체 협박…독재적 발상 충격”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1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겨냥해 “여론조사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집권하면 해당 업체의 문을 닫겠다고 협박을 했다”며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만큼 독재적인 발상이자 충격적인 망언”이라고 비판했다.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언론과 여론조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홍준표식 겁박정치”라며 “기업을 겁박해 수백억씩 뜯어낸 조폭 정당의 후예다운 반민주적 폭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단장은 “홍 후보는 입안에 독을 머금은 듯 막말을 쏟아냈다. 이렇게 품격이 떨어지는 막말로 국민을 부끄럽게 만든 대선 후보는 헌정 사상 처음”이라며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에게 협박과 욕설 쏟는 사람은 대통령은커녕 후보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홍 후보의 극단적 분열 공작은 독재자들이 쓰던 전형적인 편 가르기”라며 “‘홍찍대’다. 홍 후보를 찍으면 대한민국의 자유가 사라진다. 홍 후보를 찍으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대한민국이 분열한다”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또 “홍 후보는 스스로 흙수저라면서 ‘헬조선’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고생하는 청년들, 대학생들의 아픔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막말로 여대생들을 ‘맴찢(마음을 찢음)’을 했던 이가 바로 홍 후보”라며 “민주당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를 갖춘 후보와 경쟁하고 싶다. 홍 후보는 혐오로 정의를 이기려는 낡고 부패한 정치를 그만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홍 후보는 전날 인천 부평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느 여론조사기관, 유명한 기관인데, 내가 출마 선언할 때 (지지율이) 8%인데, 얼마 전까지 8%였다”며 “도둑놈 XX들이다. 내가 집권하면 없애버린다고 했더니 요즘 갑자기 올려줬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청년들, 왜 조국 떠나 낯선 땅 떠도는가

    헬조선 인 앤 아웃/조문영 외 6명 지음/눌민/288쪽/1만 6500원“그렇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긴, 똑같은 말이다.” 심재천 작가의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속 인물의 말이다. 토익 590점으로 취업의 첫 단계인 서류 전형마저 통과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호주 어학 연수를 떠난다. ‘내가 한국을 떠난 건지, 한국이 날 밀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는 그의 뇌까림에는 요즘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의 양면성이 깃들어 있다.단적인 예가 한국 유학생 절반이 처음 거치는 미국 커뮤니티칼리지의 청년들이다. 이곳 한인 유학생들의 궤적을 연구해 온 인류학자 김수정씨는 이들이 대학 측으로부터 ‘봉’이자 ‘현금인출기’ 취급을 받으며 정치경제적 난민이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목적은 대부분 커뮤니티칼리지를 다닌 뒤 미국 대학에 진입하기보다 4년제 서울 대학에 편입하는 것. 유학을 통해 ‘루저’라는 낙인을 지우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를 얻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학업의 어려움, 재정의 어려움으로 분투하는 이들은 이 목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깨달아 간다. 그러면서 목표는 재설정된다. 한국에 돌아가 ‘잉여’로 전락하느니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유령’ 취급을 받고 미국 한인 커뮤니티에서 ‘존재감 없는 소수자’로 살기를 원하게 된다. 저자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들과의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이들이 실은 한국의 정치, 경제 분야의 권력 집단으로부터 내몰림을 당한 것이란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2014년 1월 외국 비즈니스 대표단과의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저자는 이 발표는 곧 한국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염려하기보단 국내 및 주요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탈나라 기업국가’로 전락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학력, 직업, 연령과 관계없이 자신이 언제든지 폐기 처분될 수 있는 ‘부속품’이라는 집단적 불안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이런 체제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책은 21세기 한국 청년들의 글로벌 이동이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젊은 인류학자 7명은 인도 요가마을, 아일랜드 레스토랑, 미국 커뮤니티칼리지, 케냐 슬럼 지구 등 지구촌 각지에 퍼져 있는 한국 및 한국계 청년들의 고민을 바통 터치하듯 이어받는다. 초점은 ‘정주’가 아닌 ‘부유’에 있다. 청년들이 왜, 어디로 떠나며 그곳에서 뭘 하는지, 이후 어떤 귀환이나 새로운 이동을 준비하는지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이들의 여정은 국민을 보듬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과 신자유주의 세계질서가 내던진 인간 존엄을 되돌아보게 한다. 책 속에서 ‘글로벌’이란 “평범한 청년을 국제 난민으로 만드는 신자유주의 교육 체제의 다른 이름”(2장)이자 “헬조선의 일시적 해독제”(1장)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도피하듯 떠난 해외에서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에 따른 구조적 착취를 새롭게 경험”(3장)할 때 ‘글로벌’과 ‘내셔널’의 차이는 또 무의미해진다. 청년들의 ‘헬조선 탈출’을 철모르는 투정으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질문 앞에 우리는 섰다. ‘그나마 여행에서 얻은 이동성 자본을 직업으로 전환한 이들은 다행이지만, 전환에 실패한 이들, 한국 사회에 얽매이는 것조차 불가능한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점점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살로, 이민으로, 여행으로 이탈해 나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57쪽)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선 후보에 바란다-3대 취약계층을 살리자] 가족 모두가 ‘비정규직’… 질 나쁜 일자리 놓고 ‘父子 전쟁’

    [대선 후보에 바란다-3대 취약계층을 살리자] 가족 모두가 ‘비정규직’… 질 나쁜 일자리 놓고 ‘父子 전쟁’

    ‘질 나쁜 일자리를 놓고 벌이는 부자(父子)간의 세대 전쟁’,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심화된 비정규직 문제의 완화는 유권자의 표심이 아쉬운 대선 후보들에게는 늘 중요한 공약 주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완화되기는커녕 ‘현대판 신분제’로 고착화되며 이른바 ‘헬조선’의 상징어로 통용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의 실태를 점검해 보고 대선 후보들의 공약 분석 및 실제 비정규직의 목소리와 전문가 제언을 싣는다.# 대기업의 2차 하도급 업체에 다니다 6년 전 퇴직한 박재갑(61)씨는 4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5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아내 김순남(60)씨는 그때그때 연락이 오면 요양병원에서 숙식하며 일하는 간병인이다. 아들 철훈(30)씨는 실업계 고교를 졸업하고 병역을 마친 뒤 9년째 일감을 찾아 건축 현장을 전전하고 있다. 며느리 이지희(28)씨는 최근 백화점 2층 여성복 매장의 판매원으로 취직했다. 이로써 박씨 집안은 모두 비정규직이 됐다. 철훈씨는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2년만 고생하면 본사 ‘정직’(정규직)이 될 거라 굳게 믿었다. 일을 비슷하게 해도 정직에 비해 급여가 적고, 심지어 ‘참’(간식)과 식사까지 따로 해야 했지만 ‘신분 상승’에 대한 믿음 때문에 ‘차별’에 대한 불만을 억누르며 일했다. 하지만 ‘공기’(공사 기한)가 끝나면 계약도 끝이란 걸 1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 “애초에 건설 쪽에 발을 내디딘 게 문제였던 거죠. 결혼하면서 중소기업이지만 정규직이었던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라고 장담했던 게 후회될 뿐이죠.”아버지 박씨는 24시간 2교대 근무에 한 달 15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나는) 나이가 어린 편이라 쉽게 일을 구했고 주민들도 친절해. 아내도 틈틈이 일하고, 내년부터는 연금도 나오니까 살 만할 거야. 철훈이가 걱정이지.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까 봐. 초·중학교 때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켜서 대학에 보냈으면 정규직이 됐을지도 모르니까 너무 미안하지.” 비정규직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사회적 신분’이 돼 버렸다.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644만 4000명 가운데 고졸 이하는 68.2%인 반면 정규직 1318만 3000명 중 전문대졸 이상은 57.4%로 나타났다. 가정 형편에 따라 나뉘기 마련인 교육 수준이 근로형태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임금근로자 가운데 고졸자가 751만명이고, 이 중 38%인 286만명이 한시적 근로나 기간제 등의 비정규직”이라며 “연령대별로 봤을 때는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고졸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분석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고졸자가 대부분인 15~24세 임금근로자 중 남녀 각각 52.4%, 47.1%가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대졸자가 많은 연령대인 25~29세에서는 각각 23.8%, 24.3%로 떨어진다. 비정규직 비중은 49세까지는 여자 30%대 중반, 남자 20%대 이하로 유지되다가 은퇴가 시작되는 50대부터 커지기 시작한다. 60~64세의 비정규직 비중은 남녀 모두 50%가 넘는다. 지난 20일 서울의 대표적 인력시장 중 한 곳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의 인력시장에서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용했던 새벽 거리는 오전 4시부터 30분 동안 어림잡아도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인도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20대부터 60대까지 일을 찾아 나온 사람들은 무질서해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50여개의 인력사무소에 이름을 올린 뒤 은행 앞에는 ‘목수’, 슈퍼마켓 앞에는 별다른 기술이 없는 ‘잡부’들이 모이는 등 각각의 구획별로 나눠 서서 ‘콜’을 기다렸다. 잡부는 하루에 10만~12만원, 목수는 평균 18만원, 비계공은 최대 22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 모인 사람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500~600명 정도는 일을 구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D인력사무소 앞에서 만난 백충식(61)씨는 “환갑이 지난 뒤 일할 수 있는 공사장이 크게 줄었고, 건설자재를 정리하는 일을 주로 한다”면서 “젊은 중국 동포들이 건설 현장에 많이 나오니까 나이 먹은 사람 데려다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근 일을 하는 전모(56)씨는 “지금 남구로는 단가가 싸기 때문에 80~90%가 중국 동포”라고 말했다. 가방도 없이 비닐봉투에 짐을 담고 친구와 함께 수원의 주상복합 공사 현장으로 가던 김봉영(25)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일자리를 못 구해서 용돈벌이를 위해 나왔다”며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어르신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일하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남구로 인력시장에서 현장으로 가게 되는 사람들은 건설업계의 일자리 피라미드에서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이다. 시행사-시공사(원청)-1차 하도급-2차 하도급-3차 하도급-1차 십장-2차 십장-팀장의 아래에서 일하게 된다. 인천의 한 대학교 기숙사 공사 현장에 일하러 가게 됐다는 서우석(70)씨는 “10만원 받으면 그중 10%는 인력센터에 떼어 주고 5000원은 이동 차량 비용으로 낸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3차 대선후보 토론회 이후 등장한 신조어 ‘자거티브’

    3차 대선후보 토론회 이후 등장한 신조어 ‘자거티브’

    지난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TV토론회 이후 등장한 신조어 ‘자거티브’(또는 ‘자가티브’)가 누리꾼을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자거티브’는 자신을 가리키는 한자 ‘자’(自)라는 글자와 상대 후보의 약점과 단점을 부각하는 선거 전략인 ‘네거티브’(negative)가 합쳐진 말로,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 아래의 뜻으로 통하고 있다. 다음은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 번역기’에 24일 올라온 ‘자거티브’의 뜻풀이다. “주로 멘탈이 약한 후보들에게서 보이는 현상으로, 다른 후보가 네거티브 공격을 하기도 전에 자신이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는 행위 또는 선거 전략.” 이와 같은 뜻의 유사어로 ‘내가티브’(내가 나를 네거티브한다는 뜻)라는 신조어도 온라인 공간에서 유통되고 있다.이 말들은 전날 생중계된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질문으로부터 비롯된 말로 보인다. 안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인가”,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리키는 말) 아바타’냐”라고 거듭 물었다. 문 후보는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는 말로 맞받아쳤다. 이어 안 후보는 “제가 지난 (제18대) 대선 때 이명박 정부가 연장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대선 후보직을 양보했는데, 그래도 제가 ‘MB 아바타’냐”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문 후보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본인이 해명하라”면서 “문재인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라”고 응수했다. 이 모습을 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거에서 후보가 경쟁자에게 자신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도와 무관하게 경쟁자에게 ‘인증’을 구하는 행위로 비쳐져 경쟁자에게 ‘권위’를 부여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 교수는 또 “누가 준비했는지 모르겠으나 (안 후보의 ‘내가 MB아바타입니까’, ‘내가 갑철수입니까?’라는 질문은) 정치적으로 최악의 질문”이라면서 “이제 시청자의 기억에는 ‘MB아바타’, ‘갑철수’란 단어만 남게 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씨줄날줄] 계층 사다리/최용규 논설위원

    [씨줄날줄] 계층 사다리/최용규 논설위원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의 ‘계층 상승 사다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답은 ‘노’(NO)다. 10명 중 8명 이상(83.4%)이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이 작다”고 답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간신히 빠져나왔으나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2010년대 초와 비교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 한국의 사회조사’를 보면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10명 중 3명(28.8%)에 불과했다. 희망 잃은 ‘잿빛 사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사다리는 기회와 희망의 상징어다. 계층 사다리는 이동이 속성이며 그 자체가 꿈이요, 희망이다. 그런데 여전히 ‘헬조선’의 음습한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 금수저는 영원한 금수저라는 자조(自嘲) 섞인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계층 이동이나 신분 상승이 가로막힌 나라에서는 밝은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끊어진 지 오래인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특혜와 반칙을 제거하는 첩경이다. 19대 대선에 나선 어느 후보가 교육부 폐지 공약을 내걸자 유치원·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부터 대학생 자녀들 둔 사람들까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손뼉을 치는 분위기다. 이미 공교육은 무너졌고 사교육은 공룡처럼 덩치를 키웠다. 한 달 평균 100만원 넘게 드는 사교육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가난한 아이들’은 아예 교육의 성(城) 밖에서 서성이며 기웃대고 있을 뿐이다. 뒤처진 출발은 1차적 계층 이동 통로인 SKY(서울·고려·연세대) 진입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과거 계층 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던 교육이 사교육비 증가로 되레 계층 이동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판 음서제인 대기업 귀족노조의 고용세습은 어떤가. ?정년퇴직자 직계가족 우선 채용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업무상 또는 업무 외 질병·부상 퇴직 때 배우자 또는 직계가족 우선 채용이라는 촘촘한 그물은 백 없는 스펙이 뚫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부잣집 자녀 아니고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로스쿨은 대선 후보까지 된 검사 홍준표처럼 인생역전을 원천봉쇄하는 갑문이다. “돈도 실력”이라며 “니네 부모들을 원망해”라고 페이스북에 쓴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아니라 동래현의 관노비였고, 궁궐의 궁노비였던 장영실이 종3품까지 오르는 일을 지금 우리도 봐야 하지 않겠나.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97.3%’ 꿈의 일본 취업률, 좋기만 할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 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 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 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돼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며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명 줄어든 6556만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 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송혜민의 월드why] 日, 꿈의 취업률 97%…‘헬조선’보다 나을까?

    지난해 일본의 대졸 취업률은 97.3%, 고졸 취업률은 97.7%를 기록했다. 졸업이 곧 취업인 셈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한국 청년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력 수입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일본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는 일본 글로벌 기업이 35개사에서 올해 5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라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직장을 찾지 못해 3포, 5포를 넘어 N포세대에 이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취업률은 꿈같은 현실이 아닐 수 없다. 100%에 육박하는 취업률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①출산율 저하 일본 출산율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47~1949년 사이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키는 ‘단카이 세대’가 고도성장을 이뤄냈던 1973년이다. 당시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는 평균 2.14명이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매년 발간하는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 이 수치는 1.41명으로 떨어져 224개국 중 최하위권인 210위에 머물렀다. 출산율 저하의 원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혼율이 낮아지는데다 만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둘째 아이 출산 감소로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자 보도에서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꺼리는 가정이 적지 않다”면서 “고령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회보장예산을 출산 및 육아 분야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되어 취업경쟁에 뛰어들 사람도 줄어들었다. 일본 고졸·대졸 취업률이 97%를 넘어선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출산율이 꼽히는 이유다. ②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비정규직의 확대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취업률은 97%를 넘어섰지만, 여기에는 ‘숫자의 함정’이 있다. 100%에 가까운 취업률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영업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2012년에 비해 72만 명 줄어든 6556만 명이다. 2030년에는 6180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취업률 집계에 포함된 사람 중 40.5%가 비정규직이다. 즉 100명 중 97명이 취업했다면, 이 97명 중 약 39.3명은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는 뜻이다. 일본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0.4%에서 2016년 37.5%로 확대됐다. 공격적인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여성 일자리 늘리기 등 노동시장의 개혁으로 취업률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취업률 상당부분이 거품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 및 소득 안정을 보장하는 양질의 취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베 정부가 최저임금 1000엔,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정치적 카드로까지 쓸 만큼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결혼율과 초고령화 사회 일각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졌으니 젊은 층의 소득이 높아지고, 이것이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본의 결혼율은 출산율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혼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고령화를 꼽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령 부모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젊은 층에게 결혼은 사치로 여겨질 수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이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게다가 일본은 부모뿐만 아니라 형제에 대한 부양의 의무까지 있다. 일본 민법 877조 제1항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고령의 부모 혹은 빈부 격차가 심한 형제를 부양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키기 위해 일부는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엇이 시작이라고 말하기 힘들 만큼 취업률과 출산율, 결혼율은 서로 맞물려 있다. 아베 총리는 2060년 이후에도 인구 1억 명을 유지하겠다면서 표방한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취업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와 잔업수당 규정,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여성 일자리 확대 등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이 정책들의 효과가 구체적 수치로 내건 것처럼 여성 1인당 평균 출산 수를 1.8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헬조선’이라는 비판과 자조가 넘쳐나는 국내 사정 또한 일본의 처지와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8. 서른줄의 연애가 오래 못 가는 이유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28. 서른줄의 연애가 오래 못 가는 이유

    서른줄의 연애가 번잡하기만 하고 실속은 없다. 사귀는 듯 만나서 헤어지며, 헤어지는 듯 만나서 사귄다. 전 남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의 바짓가랑이를 줄줄 붙잡고 있거나, 겹치기 소개팅을 시도하지만 별 남는 건 없다. 그 와중에도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 하고 싶다는 고백은 넘쳐난다. 아니면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다.  ◆ 서른줄의 연애가 오래 못 가는 이유 나는 10회(#10.“내가 이러려고 연애했나” 남성들의 절규)에서 연애에 성실하지 않은(?) 뭇 남성들에 대해 ‘디스 아닌 디스’를 했었다. 그러나 근 20여회가 더 지난 지금에 와서는 더 이상 서른줄의 연애가 오래 못 가는 이유가 꼭 남성들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는 남자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까. 고민해 보건대 내 기사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헬조선’의 정언 명령처럼 ‘기승전 노오력’이 러브앤더시티의 골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애시당초 연애에, 혹은 상대에 노오력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게 현실이다. 친구도 누구로부터 받았다는 이별 카톡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생각해 봤는데 우리 잘 안 맞는 것 같아. 시간을 두고 노력해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네.” 포인트는 ‘노력해 보려고 했는데’이다. 노력을 했다는 게 아니라 시도조차 이미 힘들었다는 거다.왜 우리는 노력할 필요를 못 느낄까. 서른 언저리에 들면 “얘랑 결혼할 것도 아닌데…”라며 ‘시간 낭비’ 하지 않겠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나와 다른 그를 도통 참을 수가 없다는 것도 한 몫 한다. 근 30년, 이미 나의 ‘에고’는 완벽하다. 20대 초반, 연애 경험이 궁했던 시절에 “아~ 얘는 이렇구나~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던 아량이 지금은 “얘는 어쩜 이래?”로 돌변하게 되는 것. 수틀리면 ‘헤어지자’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기다 ‘세상은 넓고 남자(여자)는 많다’가 끼얹어지고 내가 ‘이렇게까지’ 맞추지 않아도 찰떡같이 잘 맞는 상대가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이 난다. 여기에 지난 연애사가 끼얹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 지코 노래처럼 ‘너는 나 나는 너’가 아니라… 이토록 불안한 서른춘기의 연애. 그렇다면 내가 바라고 너가 바라는 ‘안정적인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3년여 연애 후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호인(30·여)이 하는 말은 “오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있더라”였다. 수원유부초밥(30·여)도 말했다. “다 성격에 하자는 있는데 그림 퍼즐처럼 서로 맞는 모양끼리 만나서 결혼 하는거 같아. 별 대단한 사람 없더라고~” 오랜 기간 지켜 본 그 커플들은 유달리 별다른 부침도 없었고, 결혼으로 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면서 호인이 예시로 든 커플은 팝핀과 국악의 만남, 팝핀현준 & 박애리 부부였다. 비주얼이 ‘하이브리드’인 팝핀현준과 박애리 커플. 집에 오락기·당구대를 거쳐 자판기까지 들인 팝핀현준. 아내 박애리는 “솔직히 자판기까지는 그랬다. 오락기는 충분히 워낙 현준 씨의 감성을 이해하니까 괜찮았다”고 말했다. 남들이 보기엔 좀 난해한, 있는 그대로의 팝핀현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거다.‘너는 나, 나는 너’ 라고 부르짖던 지코의 시대는 지났다. 나와 너가 한 몸이 아닌 이상 너는 나, 고 나는 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너는 너’고 ‘나는 나’인 상태로 평화롭게 공존이 가능한 상태라야 지속 가능한 연애가 되는 것이다. 노오력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결혼이 사랑의, 연애의 종착점이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만인 앞에 사랑을 맹세한 용기 있는 사람들의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투표, 내일을 이끄는 통찰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모리치오 비롤리 지음/김재중 옮김/안티고네/184쪽/1만 1400원대통령 선택의 심리학/김태형 지음/원더박스/320쪽/1만 5000원대통령의 철학/강수돌 지음/이상북스/276쪽/1만 5000원올봄 우리는 절실한 물음 앞에 섰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이다. 시민 스스로가 밝힌 촛불의 물결은 새 시대를 여는 출발선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처투성이로 물 위에 떠오른 세월호처럼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될 부정과 적폐를 걷어 내야 하는 앞으로는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혼란을 수습하고 불신과 갈등의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는,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에 대한 검증이 더욱 정교해야 할 이유다. ‘어떤 지도자가 우리에게 필요한가’란 질문은 ‘우리가 어디로 나아갈 것이냐’란 미래와 운명처럼 엮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도자를 고르는 눈’을 길러 주는 책들이 출판계에 잇따르는 이유다. 16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마키아벨리의 글과 말에서 투표 강령 20계명을 새겨듣는 책(누구를 뽑아야 하는가?)에서 오는 5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심리와 이들을 가려 뽑을 국민들의 현재 집단 심리를 분석한 책(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헬조선’을 갈아엎기 위해 지도자가 어떤 철학의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 하는지 살핀 책(대통령의 철학)까지 선택은 다양하다. 근대 정치학의 뿌리를 이루는 ‘군주론’은 시민이 아닌 군주에게 조언하는 책이다. 하지만 국가를 부패와 멸망에서 구하려는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의 정신적 아버지’(한나 아렌트)로 불리는 그의 말과 글은 올바른 리더십이란 어때야 하는가를 되새기는 데 큰 울림을 지닌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이자 스위스 루가노대 정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모리치오 비롤리는 ‘주권자에게 일러 주는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20계명’을 현대 정치 사례들과 맞물려 설명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에 상처 입은 국민들이 새겨들어야 할 만한 대목이 여럿 눈에 띈다. 정치인들은 감정을 가장하고 숨길 수 있는 위장술의 대가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 빈자들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등 자신이 느끼지도 않은 감정들을 ‘전시’할 수 있다. 때문에 마키아벨리는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 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외양이나 화술 대신 그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두 손으로 정직하게 일군 것을 보고 평가하라는 얘기다. 말솜씨를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악한 의도를 번지르르한 말로 가리는 정치가가 아니라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영감을 주고 자극하는 힘을 단어로 옮길 지적, 도덕적 깊이를 지닌 정치가를 알아차리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이다.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의 저자 김태형 심리학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리를 꿰뚫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2015년 4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심리적으로 의존 상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그마저도 극소수다. 그리고 이들 소수는 박근혜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 본인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입증됐다. 이번에는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의 성장 과정과 그간의 언행들을 조망하며 그들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본다. 방점은 변화를 이끌어 낸 ‘광장의 민심’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다. 이에 대한 통찰이 대선의 승리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주권자들은 세월호 참사, 최순실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저열한 민낯을 직시했고 적폐 청산 없이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저자는 사회 양극화, 공동체 붕괴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의 표면적 요구가 ‘돈’으로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 요구는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시대정신에 충실히 응답하는 리더를 국민들은 기다린다. ‘대통령의 철학’은 대한민국을 사람 사는 나라로 바꾸기 위해 아예 ‘새집’을 지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대통령’이 지녀야 할 철학과 개혁 방안을 전 분야에 걸쳐 살펴본다. 저자는 헬조선을 빚어낸 ‘재벌·국가 복합체’를 총체적으로 뒤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득권 세력 주변에서 기생한 부역자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이 제시한 프레임에 갇힌 국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위 전반까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탄핵선고 D-1, 찬반집회 “인용” vs “각하” 총력전…“결과 반대면 저항”

    탄핵선고 D-1, 찬반집회 “인용” vs “각하” 총력전…“결과 반대면 저항”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탄핵 찬반단체들이 인용·각하 촉구 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자신들의 기대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헌재 인근인 서울 종로구 지하철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탄핵 반대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전 8시쯤부터 재판관의 출근 시간에 맞춰 ‘탄핵 각하’ 구호를 외치는 등 전날에 이어 ‘태극기 집회’를 계속했다. 탄기국 집회에는 오후 들어 안국역 4·5번 출구에서 서울경운학교 정문까지 삼일대로 일대를 메울 정도로 인원이 늘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가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은 “탄핵 각하”를 외쳤다.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도 탄핵반대단체가 탄핵 각하와 계엄령 선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헌재 정문 앞과 정문 맞은편에는 태극기와 ‘탄핵 무효’ 등 피켓을 든 1인 시위와 탄핵 인용과 각하를 각각 기원하는 3000배 등 참배가 이어졌다. 경찰은 헌재 정문 인근 1인 시위자 간 거리를 20m로 넓혀 충돌 등에 대비하고, 기자회견은 정문 건너편에서 허용하되 마이크나 확성기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또 경찰병력 120개 중대와 경찰버스 360대를 동원해 헌재 정문 앞과 맞은편에 버스로 차벽을 세우는 등 헌재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안국역사거리 남북측간 육상 이동을 막고 지하철 역사를 통해서만 이동하도록 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탄핵 인용 촉구 집회와 이달 11일 주말 촛불집회 계획을 예고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탄핵 인용을 요구하며 헌재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이다. 남정수 퇴진행동 공동대변인(민주노총 대변인)은 “단호하게 8대 0 만장일치 탄핵 인용선고를 확신한다”며 “헌재도 국민과 민주주의가 만든 기관이므로 역사와 1천500만 촛불 민심을 거스르는 역행·퇴행 결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촛불 혁명이 ‘헬조선’을 바꾸지 못해 4·19나 6월항쟁처럼 미완의 혁명이 될까 두렵다”며 “촛불 항쟁 승리는 정권교체로 가는 길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승리로 기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성공회대·한국외대에 이어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시국선언도 계속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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