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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고흥 천등산

    [산이 좋아 산으로] 전남 고흥 천등산

    전라남도 동남단에 위치한 한반도 속 또 하나의 반도 고흥.172개의 작은 부속섬을 가진 고흥에서 세 번째로 높은 천등산(天燈山·553.5m)은 남쪽 바다를 향해 활짝 열린 바위산이다.‘봉우리가 하늘에 닿을 듯하다.’ 혹은 ‘스님들이 정상에 자주 올라 밤이면 수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 하여 ‘천등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등산 정상에는 마복산과 연락을 주고받던 봉수대와 가뭄 때 기우제를 지냈다는 제단이 있다. 정상 아래 금탑사가 내려다보이는 너럭바위는 먼 옛날 신선이 내려와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이 깃들어 신선대(선인대)라 불린다.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 모양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주변 경관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것이다. 천등산과 임도로 갈린 남쪽의 딸각산(429m)은 바위를 밟고 오를 때마다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월각산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다. 천등산과 딸각산은 겨우 2㎞ 거리, 천등산 산행 코스를 잡을 때 딸각산과 이어보는 것도 좋다. 온통 바위더미로 이뤄진 딸각산에 서면 한적한 풍남항과 성벽처럼 견고한 천등산의 바위벽들이 잘 보인다. 두 산을 잇는 대표적인 코스는 송정마을∼딸각산∼천등산∼임도∼천등마을로 3시간쯤 걸린다. 두 산 사이 임도가 있어 차량 접근은 쉽지만 산행의 재미는 그만큼 덜하다는 단점이 있다. 임도를 거치지 않으려면 사동마을∼천등산∼헬기장∼딸각산∼송정마을 코스를 택하면 된다. 자가용을 가지고 갈 경우 원점회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사동마을에서 출발해 천등산과 딸각산을 거쳐 다시 사동마을로 내려오는 코스가 적당하다. 대신 딸각산 갈림길에서 사동마을까지 약 4.5㎞의 임도를 지루하게 내려서야 한다. ‘뱀처럼 생긴 계곡’ 사동마을의 사동저수지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저수지를 지나면 바로 천등산 산행 안내판이 나오고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의 좁은 흙길은 안지재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 오른쪽 시멘트 도로는 정상 턱밑까지 이어지는 임도다. 어떻게든 정상에만 가겠다는 목적이 아니라면 임도로 갈 이유는 없다. 사실 퍽퍽하게 임도를 따라 걷는 일도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 등 뒤로 따라오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노라면 산행 초입부터 높고 우거진 수풀이 앞을 가로막지만, 그쯤은 기꺼이 즐거운 푸념으로 넘겨야 한다. 인적 드문 천등산, 자연이 주는 천혜의 선물이니 말이다.30분 남짓 오르면 안지재에 닿고 이제 길은 나긋해진다. 안지재 지나 얼마 안 가 숨이 멎을 거처럼 빼곡한 숲에서 모처럼 시야가 트이고 뒤돌아보면 사동저수지 곁으로 벼락산(343.8m)이 보인다. 덩굴 무성한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서면 펼쳐지는 본격적인 바윗길. 정상까지 이어지는 바위 능선에 올라서면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선계가 따로 없다. 특히 정상에서 5분 거리 신선대에 서면 동쪽 비자나무숲 아래 금탑사와 남쪽으로 이어지는 안장바위능선이 장관이다. 딸각산으로 선을 잇기 위해서는 철쭉공원을 지나 내려선 임도를 20여분 따라 걷는 방법과 헬기장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양천잇재 임도에서 곧바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임도에서 겨우 15분, 딸각딸각 바위를 딛고 다다른 딸각산 정상은 자칫 다녀가지 않았으면 크게 후회할 만큼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사방으로 펼쳐진 신록의 세상, 삐죽삐죽 솟은 바위와 남쪽으로 활짝 열린 남해바다 정경에 한여름 더위도, 일상의 시름도 싹 잊게 된다. 글 정수정 사진 진우석(월간 MOUNTAIN 기자) # 가볼 만한 곳 나로도 우주센터를 건립 중인 고흥에서는 7월28일∼8월6일 10일 동안 ‘2007 고흥우주항공체험전’을 연다. 블랙홀 체험, 우주인 훈련코스, 남극체험 등 우주항공 관련 체험행사와 자연사박물관 전시, 우주곤충 전시 등 다양한 전시가 마련된다. 우주캠프, 물로켓 발사대회 등 청소년 관련 행사가 많으니 자녀들과 함께 산행 후 들러보면 제격이다(www.spacegoheung.co.kr). 고흥에는 19개의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 필리핀 여객선 침몰 110여명 사망·실종

    필리핀 중부지방에서 12일 여객선이 침몰해 현재 최소 9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실종됐다. AP통신은 ‘블루워터 프린세스’호가 이 지역을 통과하던 태풍 ‘마니’로 인해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아르만도 바리로 대변인은 “이날 오전 마닐라 남동쪽 220㎞ 지점의 케손주 루손섬의 샌프란시스코 해안에서 여객선이 침몰해 최소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129명이 구조됐지만 여전히 10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언론인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현재 신원이 확인된, 구조된 탑승객 116명 중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필리핀 당국, 현지 대사관과 연락을 취하면서 한국인 탑승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여객선은 해안에서 500m 떨어진 바다에서 높은 파도에 떠밀려 침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해안경비대 등이 헬기 등을 동원해 구조에 나섰지만 강한 파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80여t급인 이 여객선에는 해안경비대가 당초 발표한 28명보다도 훨씬 많은 256명이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태풍 진로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날 강한 폭풍으로 인해 59명이 승선한 배가 침몰해 최소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열린세상]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우리기업이 달라졌다. 외환위기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모험투자와 개척정신이 되살아난 것 같다. 최근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베트남과 라오스를 다녀왔다.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을 누비고 있었다. 플랜트, 주택, 도시건설, 도로, 발전, 리조트 등 전방위로 진출하여 작년에 우리 기업이 베트남의 외국인투자 1순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아직도 1인당 GDP가 1000달러가 안 되고 외환여유도 충분하지 못하여 국가신용등급도 여전히 낮다. 베트남은 그래도 산유국으로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데 비해 라오스는 제조업도 거의 없다시피하고 1인당 GDP도 600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는 최빈국이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망설이며, 앞뒤를 재고 있는 사이 우리 기업들이 발 빠르게 베트남과 라오스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길을 나서면, 포장이 반쯤은 패고 벗겨진 땡볕의 도로위에,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있고, 길 한편으로는 한가로이 물소가 거니는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베트남의 개발 열기는 뜨거웠다. 우리기업에는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 오히려 유망한 투자사업으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모험을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투자진출 전략은 베트남 붕따우에서 헬기를 타고 날아간 바다 한가운데 15-1광구의 유정에서 검은 황금을 뽑아내는 파노라마로 실현된 것이다. 세계 최빈국 라오스에서도 꿈틀대는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라오스 전역을 가로지르는 메콩강의 거대한 수력을 이용하기 위해 국내기업은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 정부인사들은 10여년 전 대우건설이 대규모 건설장비를 몰고 들어와 후웨이호댐을 건설할 때의 그 벅찬 감동과 신뢰가 재연되는 기분이라며 우리기업의 라오스 진출을 한껏 환영하고 있다. 라오스 주요 민간기업 대표 중 한 분은 한국인이며, 그는 별로 쓸모없던 작물의 열매로부터, 대체연료인 바이오 디젤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근 10년은 소위 부가가치 경영, 구미식 주주위주 경영 등을 통해 모험을 피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차입금 상환과 무차입 경영이 선진화된 경영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기업들은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유망지역에 투자허가가 나오기도 전에 지역사회봉사와 투자를 진행하고 세계유수의 상업은행과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을 통해 10년,20년의 장기개발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동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의 신시장 개척에 대한 열정과 투지만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성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국가신용도가 낮고, 사업위험도가 높은 새로운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려는 기업의 의지를 지원해 줄 금융인프라의 구축이 시급하다. 중장기 금융 뒷받침이 안 되는 기업 진출은 이와 같은 신흥시장에서는 위험 요인이 너무 많다. 미래시장의 확보를 위해서는 산업과 금융이 함께 나가야 한다. 국내기업의 유보자금 40조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금융지원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더구나 금융여건이 낙후된 신시장의 국가위험, 사업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리스크의 분석과 관리가 맞춤형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세계를 누비며 상품수출에 주력하던 개발시대의 기업가 정신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이제는 합리적인 위험관리와 효과적인 금융지원이 뒷받침되어, 다시 한번 ‘신기업가 정신’으로 부활하여 샌드위치 한국경제에 새로운 ‘열린세상’을 여는 돌파구 마련의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조환익 수출보험공사 사장
  • “세계화 최대 수혜자는 美 대기업”

    세계화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대기업들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전했다. 세계화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통념도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NYT는 자국 시장에서 부진해도 해외 시장으로 활로를 찾는 것이 가장 큰 세계화의 수혜라고 풀이했다. 자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기업 GM은 해외 실적이 상승하면서 지난 2·4분기에는 인텔에 이어 다우 편입지수 중 2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펩시콜라가 1·4분기 매출에서 16% 증가한 것은 미국 외 시장에서 이룬 성과다.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제프 타일러 수석부사장은 “개인투자자에게서 주목받지 못하던 IBM이나 GE 등이 세계화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면서 자금도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업체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UT)는 시코르스키 헬기 수출에 엘리베이터, 에어컨 등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자국에서는 감원 등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데도 지난해 매출액은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1만 5000명의 UT 직원 중 미국 근무자는 7만 2500명에 불과하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니겔 골 애널리스트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미국의 평균 실업률이 4.5%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기업 중 지난해말 매출에서 수출과 역외생산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5.2%로 지난 2001년 32.2%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올해 해외 비중은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전차 잡는 장갑차

    “전차야, 장갑차야?” 적의 헬기와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막강 화력을 갖춘 보병전투장갑차(K21)가 29일 공개됐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용도와 명칭은 장갑차지만 화력과 외형은 영락없이 전차다. 전차처럼 차체 위에 포탑이 달렸고 40㎜ 자동포에 대전차 유도탄까지 장착했다. 무장이라야 기껏 7.62㎜ 기관총이 전부였던 기존 장갑차와 비교한다면 화력면에선 오히려 전차에 가깝다.40㎜포를 갖춘 장갑차는 스웨덴의 CV9040이 유일하다. 기동력도 대폭 강화됐다.750마력급 엔진과 수상부양장치까지 갖춰 지상에선 시속 70㎞, 수상에선 6㎞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중량은 25t으로 승무원 3명과 1개 기계화 보병분대(10명)가 탑승할 수 있다. 대당 가격도 350만달러 수준으로 미국의 브래들리 장갑차의 85% 수준이다. 일선부대에 2009년부터 배치된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기적은 없었다

    기적은 없었다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낱 같은 기대를 품었던 유가족들은 27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시신들이 프놈펜 ‘크메르소비에트 프렌드십 병원(구 러시아병원)’으로 운구되자 넋을 잃고 말았다. 유가족들은 믿기지 않는 듯 허공을 응시하다 끝내 오열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시신 프놈펜병원으로 운구 사흘째 계속된 수색작업 끝에 종잇장처럼 찢겨진 PMT에어(캄보디아 민간항공)의 AN-24기가 보코르산 비탈에서 수색대원에게 발견된 것은 이날 아침 7시15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9시15분). 프놈펜에서 167㎞, 목적지인 시아누크빌공항에서 50㎞ 떨어진 밀림 한가운데에 흉칙한 모습을 드러낸 기체 내부에는 밖으로 튕겨져 나간 1명을 제외하고 한국인 관광객 13명을 비롯한 22명이 숨져 있었다. 당초 여객기에는 2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명단에 누락된 캄보디아인 2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현지 교민이 전했다. 지난 25일 오전 10시52분쯤 추락한 지 44시간여 만이었다. ●시신은 고스란히 기체안에 남아 보코르산(해발 1080m)의 해발 600∼700m 지점에서 추락한 여객기는 동체가 동강나지는 않았지만 온전한 형체를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짓이겨져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절규를 짐작하게 했다. 시신 수습에 나선 캄보디아 군병력과 한국 의료진 등도 참혹한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캄보디아군 헬기 조종사 혼로타(54)는 “기체가 산산조각나지는 않았지만 불시착한 상태로 널브러져 있었고 시신들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고스란히 기체 안에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울창한 원시 밀림에 추락한 AN-24기의 동체 앞부분은 하늘로 머리를 치켜든 모습이었고 나머지 부분도 불가항력적인 힘에 의해 군데군데 찢기고 휘어지고 유린당한 채 발견됐다. 희생자 대부분은 비행기 안에서 발견됐다. 다른 비행기 추락사고에 비해 비교적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하지만 무덥고 습한 날씨로 심하게 부패돼 악취가 진동했고, 이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요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신 수습에 나서야 했다. 구조대원들은 시신 한구 한구를 조심스럽게 수습한 뒤 연두색 커버로 씌운 뒤 흰색 끈으로 묶어서 옮겼다. 캄보디아 당국은 헬리콥터를 사고현장에서 약 100m와 300m 떨어진 두 지점에 착륙시킨 뒤 도보로 현장에 접근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오후 3시15분쯤부터 헬리콥터를 이용해 프놈펜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끝내…” 넋잃은 유가족 전날 밤늦게 캄보디아에 도착, 프놈펜의 캄보디아나 호텔에서 묵은 유가족들은 이날 아침 7시쯤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버스로 프놈펜에서 148㎞ 떨어진 캄포트시로 향했다. 하지만 캄포트시에 도착하기 전 실종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은 오열했고, 일부는 넋이 나간 듯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버스는 시신이 옮겨지는 프놈펜의 병원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일부 유가족들은 “날씨가 좋아 조금만 빨리 수색이 이뤄졌다면 생존자가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종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캄보디아도 충격에 빠졌다. 훈센 총리를 중심으로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캄포트시의 캄포트스타디움에는 군용과 민간 헬기 8대가 사고 현장을 쉴 새 없이 오갔다. 이날 오전 헬기를 타고 현장에 다녀온 훈센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고 최종 확인했다. 한편 김봉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이날 “제일 중요한 것이 한국으로 시신을 이송하는 문제인데 정기 운항 항공편의 크기가 작아 특별기로 운송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이틀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가족들의 동의 하에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omad@seoul.co.kr
  • 참사의 정글 義로운 醫人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경찰청 감식반 직원도, 기자도 아니었다.2년6개월 전 캄보디아에 온 뒤 도시 빈민과 오지에서 의료봉사활동 등을 해온 ‘천사 의사 부부’가 사고 현장 수습과 시체 인양 작업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27일 꼬박 하루를 시체 인양작업에 바친 이들의 회고를 통해 현장의 모습을 재구성해 본다. 부부 의사인 최정규(39)·김성녀(37)씨 외에 김우정, 이철, 송상현씨 등 5명의 교민 의사들은 26일부터 사고대책본부가 꾸려진 캄포트시에서 스스로 비상대기를 하고 있었다. 행여나 생존자 소식이 들리면 바로 뛰어가 벼랑 끝에 있을 생존자들에게 한국인의 손길로 치료해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7일 오전 7시15분쯤 기체가 발견되며 탑승객들의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암울한 소식이 들려왔다.15분 뒤 헬기에 올라 8시쯤 현장에 도착했다.20분쯤 밀림을 헤치며 들어가니 비행기 꼬리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은 자욱한 안개가 끼여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비행기는 커다란 충격으로 순식간에 부서진 듯 산산조각 나 있었다. 기체는 정글을 쓸어가면서 날개부터 떨어져 나간 뒤 강하게 산중턱에 부딪친 듯했다. 시체는 6구를 빼고 16구가 모두 기체 앞쪽으로 쏠려 있었다. 비교적 깨끗한 시체 2구를 빼면 골절이 심했고 대부분 즉사한 듯 보였다. 불시착 상황을 대비해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던 듯했다. 이 때문에 한국 남성의 시신 1구 외엔 모두 기체에서 튕겨나가지 않았다. 다행히 800m 고산지대에다 밀림숲으로 햇볕이 내리쬐지 않아 부패는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존자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최씨 부부의 무릎이 힘없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전기톱으로 기체를 자르면서 하나씩 시체를 인양했다. 행여 손상돼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할까 싶어 신경을 써 시체 1구 인양에 20분이 넘게 걸렸다. 유가족을 볼 면목이 설까 싶어 유품도 찾으려 했지만 여권만 11장 찾는 게 고작이었다.1.5㎞가량 아래에 있는 헬기에 시체를 옮겨싣기 위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 정글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오후 5시쯤 마지막 22번째 시체를 인양하기 위해 비행기의 날개를 들었을 때, 최씨의 절망은 극에 달했다. 조종옥(36·KBS 기자)씨의 시체 옆에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들 윤민이가 숨진 채 누워 있었던 것. 여덟살 딸과 일곱살 아들이 생각 나 울컥 눈물이 치밀었다. 최씨는 “갓난아기만은 꼭 살아줄 것이라고 끝까지 기대했는데 결국 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면서 힘이 쭉 빠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치과의사라 긴급상황 대처능력은 떨어지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최선을 다했는데 모두 숨져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하지만 시체들이 고국땅까지 제대로 수습된 채 돌아갈 수 있도록 방부처리 등에 끝까지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nomad@seoul.co.kr
  • “고도 너무 낮다” 관제탑 경고

    “고도 너무 낮다” 관제탑 경고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특파원|“현재 고도 2000피트(610m)로 날고 있다. 원래 4000피트(1220m)로 날아야 하는 지점인데 2000피트다.”(PMT에어 조종사) “너무 고도가 낮지 않나?”(시아누크빌 공항 관제탑) “내가 이 지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PMT에어 조종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공항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보코르산에 추락한 PMT에어(캄보디아 민영항공)는 지난 25일 오전 10시52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낮 12시52분) 이같은 교신을 끝으로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오전 10시13분 시엠레압 공항을 출발한 지 39분 만이었고, 시아누크빌 공항 착륙 5분을 남겨 놓은 상태였다. ●사고기 고도 600m 불과… 최소 1200m 고도 유지했어야 이번 사고 원인은 폭우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악천후 속에서 여객기 조종사가 관제탑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갑열 외교통상부 재외동포대사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공항의 관제탑은 착륙을 준비 중인 사고 여객기에 “고도가 너무 낮다.”고 경고했다. 공항 진입항로 앞 50여㎞ 지점에 해발 1080m의 보코르산 국립공원 산줄기가 남북으로 길게 가로놓여 있는데 당시 사고기의 고도는 600m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제탑은 보코르산의 높이를 감안할 때 최소 1200m의 고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수색팀은 보코르산을 넘기 위해 사고기가 고도를 높이는 도중에 추락한 것으로 보고 사고 발생 직후부터 보코르산 동쪽 경사면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수색을 벌였다. ●보코르산 중턱에 추락 당시 보코르산에는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오낙영 참사관은 “사고 당시 시간대에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하루에도 날씨가 변덕을 자주 일으키는 지역인데 당시 프놈펜에도 비가 왔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관제탑으로부터 ‘여객기가 실종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 이후 계속 장대비가 퍼부어 수색을 못하고 있다가 오후 4시쯤 헬기를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2시간 뒤인 오후 6시에 다시 장대비가 쏟아져 수색을 중단했다. 평소에는 30분∼1시간가량 내리던 비도 이례적으로 5∼6시간 쏟아졌다는 것이다. 여객기 동체와 한국인 13명을 포함한 22명의 시신은 추락 44시간 만인 27일 오전 7시15분쯤 보코르산 중턱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유가족들은 시신 확인 작업을 끝낸 뒤 이날 밤늦게 병원 내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요구했지만 기상상태가 좋지 않아 메콩강가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시신은 29일 밤 11시20분 대한항공편으로 프놈펜을 출발해 30일 아침 6시4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의 장례일정과 빈소 마련 등은 시신을 국내로 운구한 뒤 유족들과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nomad@seoul.co.kr
  • 실종 한국인 휴대전화서 발신음

    |프놈펜(캄보디아) 이재훈 특파원·서울 김미경·이재연기자| 캄보디아에서 실종된 항공기에 타고 있던 한국 관광객들에게 휴대전화를 걸어본 결과 계속 신호가 가는 것으로 확인돼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탑승자의 일부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실종자 수색 및 생존자 구조작업에 나선 현지 수색팀은 26일 로밍 서비스를 받은 한국 관광객의 휴대전화 두 대에서 발신음을 확인했다고 현지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한국 대사관 오낙영 참사관은 “탑승자들에게 계속 휴대전화를 건 결과 두 대의 전화에서 발신음을 들었다.”면서 “이는 사고 항공기가 폭발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희박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수색팀은 계속된 폭우와 강풍, 짙은 안개로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날 오후 기상상황이 호전되면서 캄보디아 총리경호부대 200명을 포함한 특수전부대 1200여명과 헬기 4대를 동원, 사고 추정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 캄보디아 훈센 총리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 관할지역인 캄포트 주의 주도(州都)인 캄포트의 군사령부에 설치된 대책본부를 방문,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와 함께 군경 수색팀을 진두지휘했다. 훈센 총리는 “사고 항공기가 강한 폭풍우에 휘몰리다 착륙을 준비하기 위해 하강하는 과정에서 인근 산에 충돌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과 미국 당국에 (현지 대사를 통해) 위성에 부착된 이미지 감지기를 통해 사고현장을 추적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현재 기상조건 등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마지막 한 사람의 생사가 확인될 때까지 수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현지 농부들을 포함해 여객기의 추락장소를 알려주는 사람들에게 사례금 50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색팀은 이날 산악 오토바이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에 나섰으나 인근 산 정상이 해발 1000여m인 데 비해 연락이 두절되기 직전 여객기 고도가 600m였던 점으로 미뤄 여객기가 현재 추락 예상 지점보다 못미친 곳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오 시보른 캄보디아 민간항공국 안전국장은 “여객기가 비상착륙을 가까스로 했을 가능성도, 산에 충돌했을 가능성도 각각 있다.”고 말했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힘 사룬 캄보디아 항공국장은 “사고뒤 3∼4시간내에 구조작업을 했었다면 생존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고 당시 살아있었다고 해도 하루가 지나버려 과다출혈 등으로 생존자를 발견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nomad@seoul.co.kr
  • [한국인 13명 탄 ‘캄’ 전세기 추락] “사고지역 산세 험해 실종자 수색 어려워”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오낙영 참사관은 25일 오후 서울신문과의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추락지점은 시아누크빌에서 60∼70㎞ 떨어진 캄포트 주의 보코르 산 기슭이며 현재 캄보디아 주정부 수색대가 500여명의 군·경과 항공기를 동원해 생존자를 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신현석 주 캄보디아 대사 및 박형아 사건사고담당 영사, 이병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지원단장 및 현지인으로 구성된 6명의 신속대응팀이 급파돼 상황파악과 사고수습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 참사관은 “사고 지점이 애초 목적지였던 시아누크빌에서 비행기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수색대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보코르 산은 캄보디아 남서부에 남북방향으로 뻗은 담레이 산맥의 최고봉으로 해발 1081m다. 오 참사관은 “수색대가 항공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산세가 험한데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생존자 수색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사고지역은 수색대원들도 육로로 연결된 지역까지 접근한 뒤 헬기를 타고 낙하산으로 접근해야 할 정도로 오지”라고 전했다. 주위에 접근도로도 없이 교통이 완전히 단절돼 군요원밖에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현지에서도 항공기 탑승자 명단만 확인했을 뿐 여행사 및 국내 가족과 아직 연락이 닿질 않아 수색대로부터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탑승자 중 하나투어 소속 현지가이드로 알려진 박진완씨도 현지 지인들의 연락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주 캄보디아 대사관측은 “사고현장이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첩첩산중 오지라 연락이 되는 곳까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밝혀 실종자 수색 및 신원확인에도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은 그러나 관내에 상황실을 설치해 서울 본부와 신속한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비행로봇 내년 6월 ‘첫 비상’

    비행로봇 내년 6월 ‘첫 비상’

    조종사 없이 이·착륙을 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 비행기’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인기는 무선통신으로 조종하는 취미용 모형비행기 원리와 항공기 기능을 결합한 비행체이다. 조종사가 임무를 수행하기 힘든 전쟁이나 테러 등의 극한 환경에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감시해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 효과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무인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공연)의 ‘스마트 무인기’는 이들과는 상당히 다르다. 군작전용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넓다. ●헬기와 항공기를 결합한 신개념 항공연이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 무인기’는 전장 5m, 전폭 7m에 최대중량 950㎏, 탑재중량 40∼100㎏이다. 보잉 747기의 10분의1 정도 크기다. 최고 속도는 시속 500㎞로 헬리콥터의 비행속도에 비해 약 2배 빠르고 한번 이륙한 뒤 5시간 정도 비행한다. 스마트 무인기는 두 개의 회전날개가 있어 헬리콥터처럼 이·착륙할 수 있다. 전진 비행시에는 프로펠러 비행기가 되는 틸트로터형 항공기다. 우리나라가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기술 보유국이 된다. 산악지형과 높은 인구밀도로 활주로 확보가 어려운 우리나라와 같은 환경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인비행기는 사람이 수행하기 어려운 3D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적지 정찰과 전투용은 물론 화산·태풍연구, 통신중계와 국경감시, 산불감시와 오염지역에서의 운용 등 활용 범위가 넓다. 날아다니는 똑똑한 ‘비행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셈이다. ●내년 첫 비행 나서 무인기는 유인기에 비해 사고율과 운용단가가 높고 하늘에서 유인기와 충돌위험이 있는 등 문제점도 있다. 여객기가 100만 비행시간당 1회, 경비행기와 헬기가 10만 비행시간당 1회의 사고율인데 비해 무인기는 1000시간당 1회로 헬기보다 100배나 높다. 현 수준에서 유인기와 무인기가 같은 공역에서 비행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1단계기간에 비행체 형태를 확정지었고 공기역학과 시뮬레이션, 풍동시험 등을 거쳐 기본설계를 마쳤다.2009년까지인 2단계에서는 비행체와 부품 및 시스템, 시제기 제작 등이 이뤄진다.2012년까지는 스마트기술과 비행체 기술을 결합해 무인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최종 비행시험을 실시한다. 특히 올해는 무인기 조립과 지상시험을 거쳐 2008년 6월쯤 첫 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임철호 항공연 스마트무인기 사업단장은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무인비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우주기술의 도약 기대 무인기는 연구개발 역사가 20년인 신생기술로 미국 등 일부 국가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첨단 정보통신 및 정밀기계·전자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집중 연구시 기술선진국 진입이 기대되고 있다. 무인시스템에는 무인기 외에 통신과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 무인기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 등이 수반된다. 비행제어 컴퓨터 등 관련장비 개발로 안전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킨다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대전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6.25전쟁에 참전한 할리우드 스타는 누구?

    6.25전쟁에 참전한 할리우드 스타는 누구?

    1957년 데뷔 2년된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징집대상에 올랐다. 군은 그에게 신문·방송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특별서비스부대’배속을 제안했지만 엘비스는 거절했다. 그는 ‘특별대우’를 원치 않았고 여느 사병과 똑같이 훈련받고 서독 미군기지에서 복무했다. 당시 미육군은“엘비스를 우러르는 많은 청소년들이 훗날 군생활에서도 그를 본받을 것”이라고 기록했다. 57년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휴전상태로 평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사회 기득권층의 병역비리도 계속되고 있다. 그중 연예인의 병역비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예처럼 청소년들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파장이 크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의‘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을 한국전쟁에 참전한 할리우드 스타의 예로 살펴보자. 1967년 골든 글로브상을 받은‘스티브 맥퀸’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 해병대에 입대해 한국에 온다. 그는 전쟁에서 사고를 당한 동료 5명을 구조해 훈장을 받기도 하는 등 군인으로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 2000년 영국 기사작위를 받은 영화배우‘마이클 케인’은 19세의 나이로 영국 해병대에 입대해 1951년 한국전쟁에서 중공군과 여러차례 전투를 벌이며 공을 세웠다. 또한.‘스팅’.‘내일을 향해 쏴라’의 명감독 조지 로이 힐은 미국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고 영화‘지옥의 묵시록’의 헬기 강습부대 부대장역의‘로버트 듀발’은 육군 소속으로 1951년부터 2년간 한국을 위해 싸웠다. 할리우드 스타 뿐 아니라 메이저리거인 테드 윌리엄스와 제리 콜맨도 한국전쟁과 인연이 깊다. ‘마지막 4할타자’윌리엄스는 1952년 2월 전투기 조종사로서 한국전에 참전한뒤 38차례 출격해 전쟁터를 누볐다. ‘대령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콜맨은 한국전에 63차례 출격해 총 120차례 전투비행기록을 세웠다. 군은 그에게 2개의 공군 십자 훈장. 13개의 공군 수훈장. 3개의 해군 표창으로 목숨을 걸고 활약한 그의 무공을 치하했다. 한국전쟁에 남성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54년 2월. 당시 메이저리그 스타 조 디마지오와 신혼 여행 중이었던 마릴린 먼로는 1953년 7월 휴전 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위문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월 엄동설한에도 얇은 드레스 차림으로 전쟁에 지친 군인들을 위로하며 군의 사기 증진에 큰 힘을 보탰다. 기사제휴/스포츠서울@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주말탐방] 공군 조종사 생환교육대

    [주말탐방] 공군 조종사 생환교육대

    최악의 추락사고에도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는 게 공군 전투조종사들이다. 이들에겐 죽는 것 자체가 군과 국민에 대한 불충이다. 비행경력 10년의 교관급 조종사 1명을 길러내는 데만 평균 87억원대의 국민세금이 소요되는 탓이다. 무인지경의 심산유곡이든 일망무제의 망망대해든 비행기가 떨어지면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와야 하는 게 조종사들의 지상 과제다. 이 ‘900만불의 사나이들’에게 ‘불사의 비급’을 전수하는 곳이 공군 생환교육대다. 조종학생 시절 2주간의 초급 생환교육을 수료한 조종사들은 4년 6개월마다 육상과 해상에서 1주일간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낙하산 조종과 비상 착륙, 해상 강하와 헬기 유도, 음식물 취득과 은신처 구축, 암벽등반, 독도법 등 교과과정만 봐선 그 힘들다는 특전사 훈련도 ‘저리 가라’다. 지난 12일 찾은 경남 남해군 미조항 앞바다에서는 조종사들의 여름철 해상 생환훈련이 한창이었다.2대의 25t 함정에 나눠 탄 36명의 사내들. 조종사 경력 2년의 20대 신참부터 하계 훈련만 세 번째라는 40대 베테랑까지 다양했지만 발밑의 검푸른 해수면을 응시하는 사내들의 표정에선 한결같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입수” 교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종사들이 차례로 바다로 뛰어든다. 초여름이라지만 남해의 수온은 냉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황색 구명대에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리길 10여분. 탐색구조전대 소속 HH32 구조헬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면 위로 접근한다. 헬기와 수면의 거리는 20m 남짓. 로프를 타고 내려온 잠수복 차림의 구조요원이 조종사의 몸에 구조장비를 두른 뒤 헬기를 향해 수신호를 보낸다. 로프가 감기며 천천히 상승하는 두 사람. 프로펠러가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강한 바람과 얼굴을 때리는 물보라 탓에 조종사의 얼굴은 고통으로 한껏 일그러져 있다. 헬기 구조훈련을 마치고 모선으로 옮겨 탄 조종사들은 “춥다.”를 연발했다. 갑판에 오르기 무섭게 담배부터 빼무는 사람도 있다.F-4E를 조종하는 한성우(29) 대위는 “입수한지 10분이 넘어가자 냉기 때문에 치아가 부딪칠 정도였다.”면서 “로프에 끌려 올라가는 순간 ‘살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조종사들이 바다로 추락했을 때 가장 큰 위험은 추위다. 겨울철엔 입수 뒤 40분이 넘어가면 저체온증이 찾아온다. 지난 2월 사격훈련 도중 서해바다에 추락한 KF-16기 조종사도 구조가 조금만 늦어졌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다는 게 생환교관들의 전언이다. 다행히 조종사는 추락 직후 인근에서 조업하던 주꾸미 어선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생환교육대엔 모두 3척의 함정이 배속돼 있다. 공군에서 배를 보유한 부대는 충남 대천의 방공포대와 이곳 남해의 생환교육대 2곳뿐이다. 해상훈련시 모선 역할을 하는 216t짜리 ST-845함은 2대의 철선을 횡으로 붙인 뒤 가로 12m, 세로 24m의 대형 갑판을 위에 얹어놓았다. 갑판 후미 오른쪽엔 작은 함교가 설치돼 있어 먼 거리에서 보면 미니 항공모함을 연상시킨다. 헬기구조 훈련에 이어 해상 착수시 대처능력을 기르기 위한 패러 세일(para sail) 교육이 시작됐다. 시범은 생환교육대의 ‘홍일점’ 오윤미(24) 하사의 몫이다.‘특별함 속의 특별함’을 찾아 생환교관에 지원했다는 당찬 여성.2005년 공군 부사관인 오빠의 권유로 군문(軍門)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종합병원의 응급구조사로 일했다. 낙하산 견인줄을 매단 25t 함정이 모선을 지나쳐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팽팽해진 견인줄에 이끌려 갑판 위를 내달리던 오 하사가 낙하산의 양력에 힘입어 가뿐하게 바닥을 차고 이륙한다.30m 남짓 상승했을까. 견인 줄이 풀리고 상공을 두어 차례 선회한 오 하사가 수면 위로 떨어진다. “동남아 여행가면 다 하는 것 아닙니까. 신혼여행 예행연습하는 셈 치죠.” 실습을 앞둔 이제남(28) 대위의 말이다. 교관들의 도움을 받으며 갑판을 내달리던 이 대위. 아슬아슬하게 이륙에 성공했다. 그런데 긴장한 탓일까. 엉거주춤 다리를 벌린 자세가 어색하기만 하다.“발목과 무릎 붙이세요.” 교관이 소리쳐 보지만 소용 없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다음달부터 최신기종인 F-15K로 갈아탈 예정이라는 안영환(28) 대위는 이륙도 못해보고 갑판 아래 수면으로 곤두박질쳤다. 바람이 약해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은 탓이다.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교관들이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 함정들을 이동시킨다. 올해로 해상훈련만 세번째라는 오충일(42) 중령은 “매번 훈련 때마다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생각대로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이다. 오 중령이 꼽는 생환교육의 백미는 산악훈련. 나침반과 지도만 들고 산짐승을 잡아먹으며 인적 없는 산 속을 헤매야 한다. 겨울철엔 눈 속에서 낙하산을 덮고 자는 일도 다반사다.“그래도 견뎌야죠. 제 몸뚱아리 하나가 공군과 대한민국의 재산인걸요.” 불혹을 넘긴 오 중령의 겸손함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조종사의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글 남해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사진 남해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생환 교육대는 어떤 곳 “오늘 훈련한 내용을 써먹어야 할 상황이 오지 않길 기원합니다.” 생환교육대 교관들이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조종사들이 맞닥뜨려선 안 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관복 가슴에 새겨진 영문마크 ‘SERER’엔 유사시 조종사들에게 요구되는 행동지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Survival(생존),Evasion(도피),Resistance(저항),Escape(탈출),Recovery(복귀)가 그것이다. 모든 교육은 혹독한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20여개 교과목엔 낙하산 강하와 해체, 해상생존, 은신처 구축 및 음식물 습득, 불 피우는 법, 암벽 등반과 헬기유도법, 심지어 적의 포로가 됐을 때 신문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포함돼 있다. 공군의 모든 조종사들은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이·계급을 불문하고 4년 6개월마다 고된 생환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생환교육대는 1953년 인천에서 공군 첩보부대 산하부대로 창설됐다. 공군 첩보부대라면 과거 ‘실미도부대’를 운영했던 곳으로 악명높다. 현재 본부는 충북 청원에 있다. 해상교육을 위해 1984년 남해도 최남단 미조면 송남마을에 마련된 하계 훈련장은 4월부터 9월까지 운영된다. 부대 주변이 유명 휴양지인 탓에 성수기인 7∼8월엔 주민들의 생업을 위해 훈련을 중단한다. 교육대는 17명의 교관과 지원요원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교관들 대부분 경력 10년이 넘는 부사관들로 낙하산 강하는 물론 스킨스쿠버, 응급구조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들은 ‘군 최고 엘리트’라는 조종사들을 교육시킨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교관경력 17년의 신재권(38) 중사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군 생활을 교육대에서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 게임은 소리야

    ‘또또또’라며 짧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던 너구리도 그랬고,‘오류켄’이라며 하늘로 솟구치던 류의 ‘스트리트 파이터’도 그랬다. 소리는 언제나 게임과 함께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소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임에서 소리는 배경음악과 효과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효과음이 현실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면 배경음악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게임 내 소리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도 소리의 비중은 마찬가지다. 다만 그동안은 다양한 소리를 넣을 경우 데이터량이 많아져 처리속도가 따라주지 못해 게임이 느려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컴퓨터 사양이 좋아지는 등 처리속도가 빨라져 다양한 소리들이 게임에 입혀지고 있다. 1인칭슈팅게임(FPS)의 경우 효과음이 특히 중요하다. 장갑차, 헬기 등 탑승장비가 등장하는 온라인FPS ‘워록’을 서비스하는 넥슨 관계자는 22일 “효과음은 현실감을 극대화시켜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준다.”면서 “워록의 경우 바닥재질에 따라 다른 발자국 소리가 나는 패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비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FPS ‘컴뱃 암즈’는 특히 총기소리에 중점을 뒀다. 레이싱 게임이나 스포츠게임에서도 효과음은 재미를 더해준다. 한게임의 캐주얼 레이싱게임 ‘스키드러쉬’는 실제 차종별 자동차의 시동소리, 엔진소리, 달리는 소리를 이용했다. 스노보드게임 ‘라이딩 스타’도 사운드 디자인팀이 직접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는 소리를 녹음했다. 포커나 고스톱 게임의 경우는 실제 모포 위에서 고스톱을 치는 소리에 채찍 소리로 효과를 더한다. 유명 음악가도 동원된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2는 일본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카우보이 비밥’ 등의 음악을 만든 간노 요코(사진 왼쪽)가 90여곡의 배경음악을 담당했다. 그라비티는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간노 요코의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라그나로크1 때에도 ‘사운드템프’의 배경음악은 별도의 사운드트랙이 발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50개국에서 서비스중인 라그의 인기로 국내는 물론 일본·타이완에서도 사운드템프의 인기가 높다.28일부터 1차 비공개시범서비스를 시작하는 바디첵 온라인에도 신해철 사단의 록밴드 ‘스키조(사진 오른쪽)’가 배경음악을 담당하고 있다. 그라비티 관계자는 “게임자체의 매력에 적당한 음악이 더해지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강원 철원군 대마리는 아직도 ‘지뢰와 전쟁’중

    강원 철원군 대마리는 아직도 ‘지뢰와 전쟁’중

    중부전선의 치열했던 포성이 멎은지 54년. 이제 6·25전쟁은 교과서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거로 묻혀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 매설한 지뢰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 묻혀 있는 지뢰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999년 국방부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112만 5000여발의 지뢰가 묻혀 있다. 하지만 미군 측에서 헬기를 이용해 무작위로 뿌린 지뢰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뢰매설지역은 치열했던 전쟁 당시 한 뼘의 땅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곳들이다. 현재 지뢰매설지역 중 군 작전에 필요한 매설지역은 5분의1 정도. 미확인 지뢰 면적만 수원시 정도 크기로 남아 있다. 지뢰가 제거되지 않다 보니 최근에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2005년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에서는 공사 도중 낙석이 지뢰를 건드려 폭파해 인부가 사망하고,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에서는 농사일을 하던 농부가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뢰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지뢰를 제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남북이 아직도 ‘휴전중’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뢰매설지역은 군 작전지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민간인이 지뢰를 발견해서 군에 신고를 하면 왜 군사시설물을 훼손했냐는 반응을 듣기 일쑤다. 실제로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주민들은 지뢰를 발견해 군에 신고했다가 말씨름만 했던 경우가 여러번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어둔 지뢰가 얼마나 더 있을까 주민들은 항상 불안하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으로 1995년 12월 통일 독일 국방부는 과거 동·서독 국경지대에 매설됐던 지뢰의 제거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무기에 대한 피해는 민간인들도 군인들과 같은 보상을 받는다. 지뢰 제거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비 또한 걸림돌이다. 일본에서는 100만발의 보관중인 지뢰를 제거하는 데 2001년도부터 3년 동안 600억원의 경비를 사용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기관 추정으로 60년간 14조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엄두를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의 모호한 책임소재도 문제다. 미국 정부는 전세계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없애는 ‘Mine Zero 2010 project’라는 계획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지뢰매설에 대한 원상복구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지뢰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지 않다. 1968년 정부의 권유로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개간을 위해 입주한 유철훈(71)씨. 그는 이듬해 3월 묘장초등학교 개간사업 도중에 지뢰를 밟아 발목을 잃고 말았다.“북한한테 우리나라가 잘 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강제로 개간을 시켰던 거지요.1인당 6000평의 땅을 받는 대가로 지뢰피해는 본인이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들어왔던 것인데…5년이 지나니까 지주들이 땅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유씨는 정부가 배운 것 없는 자신들을 농락했다며 40년 전의 일을 씁쓸하게 회상했다. 유씨는 현재 보상은커녕 일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나를 대신해서 애기를 등에 업고 품앗이를 해가면서 어렵게 살아온 아내는 지금도 서울에서 식당일을 하고 있고, 아들도 교육을 제대로 못시켜서 막노동을 하고 있어.”라며 생활고를 토로한다.1957년 만들어진 국가 배상법 역시 복잡하게 되어 있어 농사일을 하는 대부분의 피해자는 접근도 못하고 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대한 보상은 있지만 휴전이라는 이유로 전후 처리에 대한 보상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군사상 필요한 부분은 우선 보류하더라도 지뢰 제거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지뢰 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및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힌다. 전쟁의 포성은 오래 전 멈췄지만 ‘전쟁의 상흔인 지뢰’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 글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깔깔깔]

    ●선악과 주일예배 시간에 목사님이 창세기 3장 ‘인류의 타락’에 대해 설교했다. “그리하여 이브가 아담과 함께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고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인류는 낙원에서 추방된 것입니다.” 그러자 아내의 손에 이끌려 처음 교회에 나온 한 남자가 중얼거렸다. “좀 기다렸다가 가을이 됐을 때, 땅에 떨어진 걸 주워 먹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 아냐….”●조종사여 실행하소서 정치도 제대로 못하고 인기만 밝히는 대통령이 하루는 비서와 헬기를 타고 시찰을 나섰다. 대통령이 10달러짜리 한 장을 꺼내더니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저 돈을 주운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겠지.” 그러자 비서가 1달러짜리 열장을 꺼내서 아래로 뿌리며 말했다. “저 돈을 줍는 열 사람도 굉장히 좋아하겠지요.” 그러자 헬기 조종사가 작은 소리로 “이 헬기가 떨어지면 온 국민이 좋아할 텐데.”
  • 한·미 FTA 파고 넘는다

    한·미 FTA 파고 넘는다

    광역도 경계의 인근 3개 시·군이 최근 협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공동 대응하자며 마음을 합쳤다. 충남 천안시, 경기 안성시, 충북 진천군 관계자들은 15일 천안에서 만나 ‘농업진흥협력 협정식’을 맺었다. 이들 시·군은 바로 옆에 있다. 광역 행정구역이 달라 교류가 거의 없다가 지난 2003년 협력을 하기로 첫 약속을 했다. 그동안 산불진화 등 3∼4개 분야에서 협력을 했지만 국가적 이슈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임홍순 천안시 기획팀장은 “지역 농산물의 고품질화, 브랜드 가치 상승, 수출망 확장을 통해 한·미 FTA에 적극 대응하려고 협정을 맺었다.”며 “같은 도 시·군이 협력관계를 맺은 곳은 더러 있지만 도가 서로 다른 시·군이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유일하다.”고 말했다. ●쌀 고품질화… 실험장비 등 공동 활용 이들은 첫 협력사업으로 천안흥타령쌀, 안성맞춤쌀, 생거진천쌀 등 3개 시·군의 대표적 브랜드 쌀을 친환경적이고 고품질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토양분석기 등 병충해 예방을 위한 각종 실험장비를 공동 활용한다. 강사들이 상대방 자치단체를 방문, 기술을 전수한다. 실험실도 서로 빌려 준다. 또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 공동 판매장을 운영해 생산비를 줄이고 협업생산, 공동출하, 대형 업체와의 직거래는 물론 공동 수출판로도 모색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버섯이나 화훼, 특작분야에서도 이뤄진다. 천안과 안성은 배와 포도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어 ‘윈윈 품목’으로 꼽힌다. 이들은 안성 바우덕이축제, 진천 생거진천화랑제, 천안 흥타령축제 등 문화행사 때도 특산물을 공동 전시, 판매한다. 또한 농촌체험농가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농촌관광을 공동으로 개발, 활성화한다. 이들 3개 시·군이 협력을 맺은 것은 2003년 10월. 임 팀장은 “조류독감이 한창 창궐하고 있을 때에 성무용 천안시장이 ‘함께 방역하자.’고 제안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시·군 직원들은 방역초소를 어디에 만들고 인력을 어떻게 분산배치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며 대응했다. 이후 3개 시·군은 산불이 나면 헬기와 인력 등을 출동시켜 공동 진화작업을 벌이는 데로 발전했다. 매년 가을이면 3개 시·군 공무원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연다. 시·군을 돌면서 축구와 배구경기 등을 한다. 이승철 진천군 정책기획담당은 “생각이 다른 자치단체 직원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업무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지고 좋은 사업은 벤치마킹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역도, 체육대회도 함께 공무원들간의 체육교류는 생활체육대회로까지 발전해 지난해부터 3개 시·군 주민들의 체육대회도 열리고 있다. 문화사업도 천안 흥타령축제가 열릴 때 안성 남사당패가 찾아와 공연을 하고 진천 태권도팀이 시범을 보이며 서로 돕고 있다. 축제 내용이나 볼거리가 한층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단체장과 실무자들이 만나 연계 도로망도 논의한다. 천안 입장∼안성간 14.7㎞의 국도와 천안 북면∼진천간 시·군도 1.4㎞의 공사도 이런 과정에서 결실을 맺은 포장도로들이다. 입장∼안성간 도로는 천안시장이 안성시장에게 “안성쪽 도로 폭을 더 넓히도록 정부에 건의하라.”고 해 이뤄졌고 북면∼진천간 도로는 양쪽이 예산을 분담하기로 합의하고 착공했다. 임 팀장은 “자치단체장이 소지역주의를 버리고 상생의식을 가져야 다른 시·군간의 협력관계가 성공하고 유지될 수 있다.”면서 “접경지역에 3개 시·군 상징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새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산이 좋아 산으로] 충남 서산 팔봉산

    [산이 좋아 산으로] 충남 서산 팔봉산

    강원도에 홍천 팔봉산이 있다면 충청도엔 서산 팔봉산이 있다. 금북정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팔봉산(八峯山·362m)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백두대간에 이은 정맥과 지맥 종주 붐이 일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8개의 봉우리를 가진 팔봉산의 가장 큰 매력은 정상 부근의 빼어난 바위미와 장쾌하게 펼쳐지는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푸른 물결. 부담 없는 산행 코스와 수도권에서 차로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도 구미를 당긴다. 산행 후 서산과 태안의 바닷가에서 여유를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 될 것. ● 1∼4봉은 기암괴석·소나무 어우러져 ‘장관´ 팔봉산의 산길은 그 이름만큼이나 단순명쾌하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1∼8봉을 차례로 밟고 내려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암봉인 1∼4봉은 기암괴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서해안 조망도 훌륭하다. 반면 5∼8봉은 야산 같은 육산으로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다.8봉 종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산의 북쪽 들머리인 양길리에서 출발해 정상인 3봉을 지나 전망 좋은 4봉까지 갔다가 원점 회귀하는 편이 낫다. 팔봉산 산행은 매년 6월이면 팔봉산 감자축제가 열리는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임도가 나 있는 솔밭을 15분 걸으면 거북이샘이 보이고 만세팔봉(萬歲八峯) 빗돌이 서 있는 널따란 쉼터에 닿는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완만한 경사의 계단길을 10분만 오르면 벌써 능선이다. 이 곳은 1봉과 2봉 사이의 안부로 왼쪽은 1봉, 오른쪽은 2봉을 경유 3봉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이 다소 번거롭더라도 1봉의 주변 경관과 전망을 놓치지 않는 게 좋다. 바위를 첩첩이 쌓은 1봉에 턱 올라서는 순간 북쪽으로 열린 서해바다와 2봉과 3봉 바위를 뒤덮은 신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안부로 다시 내려와 2봉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르고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철계단을 올라 10분 지나면 2봉을 은근슬쩍 넘어서고 곧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정상을 한번 쳐다보고 걸으면 이번에는 긴 철계단이 나타난다. 철계단 안쪽은 통천굴인데 정상이 코앞이다. 철계단보다는 통천굴을 통과하는 것이 좀더 극적이다. 팔봉산 정상은 인접한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두 봉우리에 모두 정상 표지석이 서 있다. 마치 누가 던져 놓은 듯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로 몸을 기대거나 포개어져 있는 정상에 올라서면 태안반도 가로림만의 고즈넉한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4봉에서 8봉까지 이어지는 팔봉산 주릉도 잘 보인다. ●태안반도 고즈넉한 풍경 ‘한 눈에´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정상에서 발길을 돌리지만 반대편 정상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4봉까지 다녀오면 더 좋다. 이곳에서 정상의 바위가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전국 바위경연대회라도 열린 듯 바위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한껏 뽐내는 광경이다. 되돌아올 때 3봉과 4봉 사이 안부에서 동쪽 방향의 우회로를 택하면 운암사터를 거쳐 1봉과 2봉 사이 안부에 닿는다. 이제 정상에서 굽어보던 태안반도의 푸른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글 정수정 진우석(월간 MOUNTAIN 기자) ■맛집 알아두세요 가로림만 개펄에서 잡히는 세발낙지가 제철인 요즘 서산·태안 지방의 토속음식인 박속밀국낙지탕은 빼놓기 아까운 별미. 팔봉산에서 가까운 구도항(구도횟집 041-662-6117)이나 학암포(학암포어촌계 041-674-7080)에서 바다구경 후 맛보면 좋다.
  • [발언대] 등산객 보호할 산림항공구조대 창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우리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즐기는 최고의 ‘국민스포츠’는 단연코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산림청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산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1회 이상 산을 찾는 등산객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 매주 한 번 이상 찾는 마니아도 20%에 이른다. 그러나 이같은 산 사랑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등산사고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최근 3년간 1만 2915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해 20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안전장비 없이 산에 오르거나 금지된 등산로,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험한 산길을 오르거나 밤늦게까지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잃는 등 대부분 부주의한 산행의 결과였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등산객들이 안전 산행을 하도록 계도활동도 펼쳐야 하겠지만, 정부차원의 안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산림청 산하 산림항공관리본부에서 ‘항공전문 산악구조조직’인 산림항공구조대를 창설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산불진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며 국내 산악지형을 숙지한 헬기조종사와 공중 산불진화대원, 구조장비를 갖춘 대형헬기 29대 등을 이용해 연중 전국 산악지역을 대상으로 실족이나 실종, 추락 등의 안전사고자 구조 및 응급환자 이송 등의 활동을 펼치게 된다. 2005년 제정된 ‘산림·문화 휴양에 대한 법률’에 근거해 산림 안에서 조난, 실종 및 추락사고 발생시 환자를 응급조치하고 안전하게 이송하는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산림항공구조대는 김포의 본부 이외에 익산, 양산, 원주, 영암, 안동, 강릉, 진천 등 전국 7개 지방관리소에 각각 설치된다. 특히 대전 산림청 청사에 마련될 ‘산악구조 상황실’은 전국의 산악사고를 접수해 구조대의 현장출동을 지시·지휘하는 한편 의료기관, 지자체, 경찰 및 소방관서 등 관계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사고자의 안전과 생명을 최대한 보호할 것이다. 조건호 산림항공관리본부장
  •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이젠 포스트 BRICs] (17) 취재기자 방담

    서울신문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획물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를 연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칠레 등 신흥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8개국을 소개했다.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방담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도 우리가 최고라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생하는 지혜를 익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기자들의 방담 내용을 간추린다. -무엇보다 이번 취재는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의 힘이 놀랄 만큼 폭발적으로 늘고 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이들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에 깜짝 놀라고 있고 어떻게 하면 이들 시장을 더 확보할까, 어떻게 투자하고 이들의 부상에 어떻게 대응할까에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기자 스스로 세계 경제와 지구촌 부의 지도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있는 나라들의 변화에 너무 무지했구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이번 기획이 이들의 놀라운 성장과 부상을 확인하고 한국경제 활력의 방안을 궁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한국사람들 스스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것, 그리고 한국에 대한 홍보가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멕시코와 칠레의 경우 한국을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삼성과 LG의 첨단제품을 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저 LG란 회사, 삼성이란 회사의 물건을 사는 것일 뿐인데도 일부 한국 기업인들은 그들을 한수 아래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도시는 땅투기하는 한국인들로 넘쳐났습니다. 한국 식당에서 한국인들끼리 즉석에서 거래가 되기도 하더군요. 성공한 한국인은 땅장사 잘한 사람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입니다. 그런 한국인들의 속성을 이용해 “대통령과 친하다, 총리랑 친하다.”면서 한국인에게 접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남아공 한인사회에 나도는 소문중 하나는 움베키 대통령이 한국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통령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괄시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들의 남아공 및 아프리카에 대한 태도와 시각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의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그리고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태국 장관급인사 홀대하다 되레 당해 -우리나라가 겉모습만 따지다가 큰코를 다친 적도 있답니다. 몇 년전 태국 장관급 인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쫓겨났답니다. 그 인사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는데, 공항에서 불법노동자라고 판단, 입국이 거부된 것이지요. 그후 태국에서 한국기업이 활동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미국, 일본, 중국보다 훨씬 좋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한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부러워하고 아직도 하노이에서는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이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LG, 삼성, 포스코, 오리온제과 등이 다른 외국브랜드를 제치고 한국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남아 진출시 우리와 불가분 맞부딪치는 일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없으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일본과 엮여 있습니다. 예속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가 강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봉제, 원목가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이제 IT(정보기술)산업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으로 원하는 것만 빼먹으려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분석적인 접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트로(JETRO·일본무역진흥공사)에서 얻은 자료가 코트라나 대사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준 자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자세했습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 소유주식의 지분·의결권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할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JETRO는 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7000여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대다수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이 개정되면 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설문조사로 태국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한 셈이지요. 반면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 기업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외에는 별다른 대응 전략이 없더군요. 위기 대처법도 한국과 일본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려는 현지화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상당수 멕시코인들은 ‘빨리 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인 주재원으로부터 업무와 관련해 채근을 당하면 돌아서서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혀를 차곤 한답니다. -베트남은 유교권 국가인 데다가 얼핏 한국과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없습니다. 전쟁의 기억 때문인지 동포애, 민족애도 매우 강합니다. 만만하게 봤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나라를 접근할 때 한덩어리로 보면 안 됩니다. 종족이 다양하고 소득수준과 성향도 다릅니다. 기업가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주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기반을 다지는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진출때 위축도 문제지만 과신도 문제 -현지 진출때 해당국 정보가 너무 없어 지레 위축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것도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터키는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나라와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러다보니 터키 사람들의 ‘선호 외국인 1위’도 한국인이지요. 문제는 한국사람들이 이를 악용, 터키와 터키사람들을 은근히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사업이든, 이민이든, 별다른 준비도 없이 “형제의 나라인데 (터키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는 겁니다. 터키의 한인협회장은 “그러다가 쓴맛을 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그래놓고는 터키의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느니, 취업 허가증을 잘 안내준다느니 터키 탓만 한다.”고 혀를 찼습니다.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가들은 하나같이 수하르토 군부정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민주화과정은 부정한 채 “옛날엔 군부만 잘 다루면 쉽게 성공했는데….”라면서 옛 군부세력과 결탁해 노조를 억압한다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하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기업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취재대상이 됐던 대부분의 국가들은 양극화 현상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우선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심각했습니다. 나라가 좀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현지의 지식인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업이 진출할 때 이런 방식으로 현지 사회 공헌도를 높이는 것이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차이를 우리 기준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등 보편화된 가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듯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나 의료분야에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진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와주는 한국에 고마워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협회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갔더니 ‘한국에서 보내주었다´면서 자랑하듯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봤음 직한 책들인 데다 워낙 자료가 빈약해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양극화는 터키에서도 심각한 문제였습니다.CJ의 사료공장이 있는 이네겔을 방문했을 때 건너편 섬유공장의 사장만 해도 자가용 헬기를 두 대나 갖고 있을 만큼 부자들은 돈이 넘쳐납니다. 인구가 7500만명이나 되는 데다 부유층이 이렇듯 확실하다 보니 터키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거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각국의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주길 -카자흐스탄도 대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아스팔트길이 흙길로 변하고 담이 없는 양철지붕집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빈부격차 현상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년 가까이 집권 중입니다. 일부에선 부정축재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보내고 있는데 현지인에게 ‘왜 대통령을 바꾸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새 사람을 세워서 또 부정한 부를 축적하느니 현재 대통령을 일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식이 참 신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빈부격차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재밌습니다. 태국에선 에어컨 없는 300원짜리 버스에서부터 3000원짜리 지상철, 더 비싼 택시까지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타고 다니는데 이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었습니다. 태국인들이 분노할 때는 오로지 국왕을 모독할 때뿐이라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좀 다릅니다. 수하르토 이후 부정부패와 싸워가며 여러번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인지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돌아서면 낙관적입니다.30평이 넘는 집에 하인이 먹고 자는 방은 2평 남짓했습니다. 한국인 집 주인이 큰 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스스로 거절을 하더랍니다. -종교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대부분 동남아는 이슬람국가인데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역시 베트남은 좀 다르다는 얘기인데 유교국가인 덕분에 열심히 일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의식이 매우 강합니다. 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은 마치 우리나라 1960∼70년대를 방불케 합니다. 젊은이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야간대학, 어학학원을 다니면서 자기개발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베트남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터키 등 이슬람국 투자의 가장 큰 애로점은 역시 ‘인샬라(신의 뜻대로)’로 모아지더군요. 투자협상을 진행할 때나, 현지 근로자들을 다룰 때나, 뭔가 일이 꼬이거나 벽에 부딪친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 인샬라를 외치는 통에 복장이 터진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터키에서 만난 한 자영업체 한국인 사장이 이슬람권 적응과정은 곧 인샬라 적응과정이라고 했겠습니까. ●이슬람국가선 ‘인샬라(신의 뜻대로)´가 애로점 -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특징적인 것은 검은 자본가, 검은 중산층, 검은 기업 등 블랙파워의 빠른 성장과 확산입니다. 시장확보는 물론 전략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도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합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블랙파워의 부상은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지구촌 차원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블랙파워의 부상에 어떻게 편승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미국 같은 큰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게 아니라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아시아, 그 다음 큰 나라로 확대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우리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남아공을 취재하면서 우리 경제, 우리의 생존이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절실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특히 자원전쟁시대 아프리카의 중요성과, 그 관문이자 교두보인 남아공의 위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국가적인 장기계획이나 대책이 정말 있기나 하는지 반문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다른나라를 제치고 올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각국이 앞다투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이 베트남을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라고 칭송하면서 우르르 몰려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기회의 땅인 것은 맞지만 시장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려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포스트 브릭스(Post Brics) 국가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쟁상대들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어느새 급속도로 성장해 한국을 일본과의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처럼 만든 중국의 예에서도 분명히 나타납니다. 해당 국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칠레의 경우 핀란드를 모델로 해서 IT 생명공학(BT)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네트워크 연동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들과 경쟁관계가 되든 협력관계가 되든 상대국가들의 발전모델을 우리나라의 이익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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