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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초의 게임기’ 발명가 사망…향년 92세

    ‘세계 최초의 게임기’ 발명가 사망…향년 92세

    세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를 발명해 ‘비디오게임의 아버지’로 불렸던 미국 기술자 랄프 헨리 베어가 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의 자택에서 사망한 것이 8일 알려졌다. 향년 92세.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랄프 베어는 독일 태생의 미국인 기술자로, 세계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인 ‘브라운 박스’를 개발했다. 랄프 베어는 1966년 ‘브라운 박스’라는 이름으로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이후 전기기기 회사인 ‘마그나복스’가 라이센스를 취득해 1972년 ‘오딧세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또한 그는 비디오 게임 콘솔의 첫 번째 주변기기인 라이트 건을 개발했으며 대화형 메모리 게임인 사이몬 등을 개발했다. 그는 게임기 발명으로 업적을 인정받아 2006년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기술상’을 받았으며 2010년 국립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게 됐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개입은 미국 DNA”

    “개입은 미국 DNA”

    미국의 전·현직 국무장관 6인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미 국무부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청사에서 개최한 ‘미국외교센터’ 기공식에서다. 이 센터에서는 미래 외교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헨리 키신저(재임 기간 1973~1977년), 제임스 베이커(1989~1992년), 매들린 올브라이트(1997~2001년), 콜린 파월(2001~2005년), 힐러리 클린턴(2009~2012년) 전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생존하는 전직 국무장관 7명 가운데 조지 슐츠(1982~1989년), 콘돌리자 라이스(2001~2005년)를 빼고는 모두 모였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과 개입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라크와 시리아, 우크라이나, 가자, 남수단, 리비아, 북한 등은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는 미국의 존재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염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고립과 축소가 아니라 개입과 리더십이 미국의 유전자(DNA)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전직 국무장관들의 업적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키신저 전 장관에 대해서는 “문자 그대로 외교가 무엇인지에 대한 책을 썼다”고 극찬했다. 베이커 전 장관에 대해서는 “1991년 걸프전에 앞서 국제연합군 구성의 기준을 마련했다”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국제연합군을 만드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ALS 환자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참 “얼음물도 차갑지 않다”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ALS 환자를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참 “얼음물도 차갑지 않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얼음물 뒤집어 쓰기’가 열풍이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스포츠맨, 정치인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물론 국내보다는 미국의 열기가 더 뜨겁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내로라는 유명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기네스 펠트로, 엠마 스톤, 마일리 사일러스, 린제이 로한, 레이디 가가, 아담 샌들러, 조지 W 부시, 빌 케이츠, 마이크 주커버그, 지젤 번천, 리오넬 메시,호날두 등 일일히 이름을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다. 국내에서도 최민식, 션, 조인성, 유제석, 손흥민, 이영표, 박한별, 에이핑크 정은지,류현진, 성유리 등 많은 스타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에서 루게릭병을 후원하기 위해 시작된 SNS(소셜 네트워크 시스템) 캠페인이다. 미국의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일명 루게릭병·ALS) 협회가 이끌고 있는 사회운동이다. 얼음물을 뒤집어쓴 사람은 영상을 SNS에 올린 뒤 3명을 지목한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이내 얼음물 샤워 인증 영상을 올리거나 ALS 협회에 100달러를 기부하면 된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당초 2013년 찬물에 입수하는 이른바 ‘콜드 워터 챌린지(Cold Water Challenge)’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찬물에 들어가는 게 건강상 위험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물을 뒤집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지난 6월 30일 미국의 한 골프 채널에서 찬물 대신 얼음물을 뒤집어 쓰기를 방송했다. 이후 골프 선수 크리스 케네디가 루게릭 병을 앓는 남편을 둔 조카에게 도전을 청하자 조카는 자기의 딸이 촬영해준 아이스 버킷 챌린지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 영상을 본 루게릭 병 환자 팻 퀸이 본인의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유행으로 번져나갔다. 니콜 키드먼은 ‘얼음물 벼락도 맞고, 기부도 하면서’ 러셀 크로우, 콜린 퍼스, 헨리 깁슨을 지목했다. 기네스 펠트로는 비키니 차림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뒤 카메론 디아즈, 스텔라 맥카트니, 크리스 미틴의 동참을 요구했다. ALS 협회는 캠페인을 통해 3주 동안 3150만 달러(한화 321억원 상당)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박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 보여야 할 때/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박 대통령 눈물의 진정성 보여야 할 때/이기철 국제부 전문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0일을 넘기면서 우리 사회가 이를 빨리 잊어가고 있다. 그래도 희생자 가족들은 슬퍼하고, 분노할 권리를 가진다. 아무런 방해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을 숭고한 기본권이다. 부모의 상에 3년간 무덤을 지켰던 우리 조상인데 하물며 참척을 당함에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효율과 수익을 우선시하는 성장과 경쟁의 논리보다 배려와 사람 우선의 가치로 지향점을 바꿔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런 자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세월호와 그 참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명쾌하게 규명해야 한다. 티끌만 한 의문도 남지 않도록 원인의 원인까지 까발리는 것이 인재(人災)의 적폐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사고발생 초기 구조와 대응시스템의 붕괴, 선박 규제 및 감독에서 한통속이 된 관피아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고 좌절감을 느낀 이는 비단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참사의 모든 것을 제대로 드러내려면 국회와 정부에서 독립된 엄정한 규명위원회 설치가 급선무다.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은 사법 처리를 전제로 한 것이고, 국회 국정조사는 책임공방 정치쇼로 전락하기 십상이어서 둘 다 미진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해묵은 악폐는 무엇인지 등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보려면 위원회 설치가 필수적이다. 독립 조사위원회의 대표적 사례로는 ‘미합중국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에 관한 국가 위원회’(일명 9·11위원회)를 들 수 있다. 위원회의 목적은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2001년의 9·11테러를 둘러싸고 완전한 설명과 교훈을 얻는 데 있었다. 위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5명을 추천했다. 20개월간의 초당적 활동 결과 250만쪽 이상의 서류를 작성하고, 12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당초 위원장으로 헨리 키신저가 거론됐지만 과거 정권과의 밀접한 관계가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위원회는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증언을 집무실에서 3시간 10분 동안 청취했다. 예정했던 1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 과거 정권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증언했다. 전·현직 국무·국방장관, 중앙정보국장 등 거의 모든 고위 관료들이 줄줄이 증언했다. 그 결과 600여쪽에 이르는 최종 보고서를 냈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눈물과 사죄의 진심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독립위원회 설치에 지도력을 발휘할 때다. 그리고 대통령 스스로 ‘내가 먼저 위원회에서 증언하겠노라’고 나서야 거대한 바위산과 같은 관료들이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으리라. 대통령이 앞장서지 않으면 책임 있는 기관과 실세들이 교묘하게 조사를 방해하거나 빠져 나가려들 것은 뻔하다. 위원회에는 희생자 가족도 참여하는 길을 열어놔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위원장뿐만 아니라 위원들을 결단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사람들로 선택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시한부이겠지만 국무총리 이상의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각종 난관을 뚫고 진상을 명백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위원회 설치는 우리 사회가 내던진 수많은 자성에 대한 실행의 시금석이자 눈물 어린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증좌다.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영국박물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영국박물관

    박물관과 미술관은 문화 생태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전통적 문화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국가들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창간 110주년을 맞아 ‘예술을 품은 예술 공간’, 즉 건축적 관점에서 세계 유수의 박물관·미술관과 국내의 대표 미술관을 탐사하는 특집 기획을 연재합니다. 문화융성을 위해 마련한 기획시리즈를 통해 예술의 역사와 건축의 역사, 그리고 미술관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글 사진 런던 함혜리 기자 유럽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박물관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박물관 전성시대’를 열었고, 그 유행을 선도한 곳이 바로 우리가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는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이다. 파리의 루브르, 로마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박물관은 800만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서 모아 온 전리품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가치를 지닌 문명사적 유물을 소장·전시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박물관이라기보다 세계의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법하다. 규모 말고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박물관의 나라’인 영국의 첫 국립박물관이자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명성이 부끄럽지 않도록 영국박물관은 설립 이래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한다는 점이다. 모두를 위해, 모두에 의해. ●2000년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대변신 부활절 연휴였던 지난달 초 런던 그레이트 러셀 스트리트에 자리하고 있는 영국박물관을 찾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런던에는 비가 내렸다. 우산도 없이 추적추적 걸어야 하는 여행자의 신세. 비에 젖은 신발 때문에 더욱 무거워진 발걸음이지만 위용을 뽐내며 서 있는 정면의 기둥들을 보는 순간 피곤이 싹 달아났다. 계단을 올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바깥 날씨와는 정반대로 박물관 중앙 홀이 빛으로 가득했고 쾌적했기 때문이다. 빛은 격자모양의 수많은 유리와 철골조로 이어진 거대한 유리지붕에서 박물관 중앙부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빛 아래에서 박물관에 대한 정보도 얻고, 공부도 하고, 바닥에 앉아 쉬기도 하며, 기념품을 고르기도 한다. 박물관 안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떤 도시의 중앙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중앙홀은 활기로 넘쳤다. 영국박물관의 밀레니엄프로젝트로 지난 2000년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정원’(Queen Elizabeth Ⅱ Great Court)이다. 대정원을 설계한 이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다. 단순함의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는 그의 건축은 인간과 자연, 예술과 건축기술을 조화시키는 건축 철학과 방법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독일 베를린의 연방의회의사당 건물을 통해 알 수 있듯 포스터는 거대한 유리 돔이나 유리 캐노피를 이용해 옛 건물에 신선하고 창의적인 감성과 혁신을 부여하는 데 탁월하다. 그의 건축철학과 기술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대정원이다. 영국박물관 위원회는 박물관에 있던 영국도서관이 1997년 세인트 판크라스의 새 건물로 이전하는 것을 계기로 박물관 개축 계획을 세우고 국제공모전을 열었다. 위원회가 내건 조건은 감춰져 있는 공간을 드러낼 것, 오래된 공간에 활력을 줄 것,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낼 것 등 세 가지였다. ●유럽 3대 박물관… 260년간 시민에 무료 공개 영국 박물관은 내과의사이자 박물학자였던 한스 슬론(1660~1753) 경의 유언에 따라 국가에 기증된 수집품과 왕실이 기증한 책과 메달 수집품을 기초로 1753년 설립됐다. 박물관 개관과 운영을 위해 구성된 위원회는 17세기에 지어진 블룸스베리의 몬태규하우스를 2만 파운드에 구입해 그 갤러리와 서재에서 1759년 1월 15일부터 첫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기존 박물관들이 교회나 왕실에 속해 있고, 귀족적인 회화 중심의 컬렉션을 소장하던 것과 달리 이 박물관은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물 및 유물을 무료로 공개전시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기증된 귀중한 유물들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무료 공개하는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자연사유물과 도서 등이 탁월했던 영국박물관 컬렉션에 인류학적 유물들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은 1772년이다. 나폴리의 영국 대사였던 윌리엄 해밀턴의 그리스·로마 컬렉션, 영국 내전을 기록한 토머슨 컬렉션, 1000여점의 희곡원고로 이뤄진 개릭 장서컬렉션, 세계여행에서 돌아온 토머스 쿡의 수집품들이 추가되면서 영국박물관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특히 19세기 초에는 영국군이 나일강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대파한 후 고대 이집트의 조각작품이 대거 유입됐고, 이집트의 영국 영사로 근무한 헨리 솔트가 보유하던 람세스 2세의 거대 흉상, 찰스 타운리의 그리스 조각 컬렉션, 토머스 브루스의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 등이 차례로 유입됐다. 이들 방대한 컬렉션과 조지 3세의 장서를 함께 소장하기 위한 미술관 건립 계획이 수립됐고 네오클래식 디자인을 추구했던 건축가 로버트 스머크(1780~1867) 경이 설계를 맡아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에 걸맞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4각형 건물이 1852년 완공됐다. 이후 박물관은 수차례에 걸쳐 확장과 개축을 거듭했다. 1900년부터 1914년 사이에는 북관을 증축했고 1930년대에는 이집트, 그리스, 아시리아 조각품을 소장하는 서쪽 갤러리와 두빈갤러리 증축이 이뤄졌지만 가장 괄목할 만한 변신은 밀레니엄프로젝트였다. 총 1억 파운드의 건축비 중 3000만 파운드는 밀레니엄위원회에서, 1575만 파운드는 문화유산복권기금에서 충당했으며 나머지는 개인과 기업의 기부로 메워졌다. 계단 양옆을 휘감고 있는 흰 벽에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공의 공간이 40%… 중앙부에 도서관·서점이 포스터는 장소의 역사성을 살리는 한편 미래의 박물관이 기능하도록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냈다. 박물관 중앙부에 열람실을 두어 도서실과 박물관이 공존해 온 역사를 이어가도록 하는 한편 격자무늬 유리지붕이 안뜰 전체를 뒤덮은 중앙홀이 완성되면서 카페테리아, 서점, 안내센터, 삼성디지털체험센터 등 공공을 위한 공간이 40%나 늘었다. 과거 이집트관의 전시품들을 쌓아 두었던 공간은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교육장소로 쓰이고 있다. 부활절 방학을 맞아 딸아이들과 켈트문화전의 연계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 엘런은 “날씨에 관계없이 박물관 실내 광장에 모여 휴식하고 공부하며 문화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박물관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세계보존·전시센터(WCEC)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박물관 북서쪽에 들어서는 WCEC에는 총 1억 3500만 파운드가 소요되며 세인즈베리 가문의 기부와 문화유산복권기금 및 문화·유산·스포츠부 지원금으로 충당하며 기금 모금이 진행 중이다. 총면적 1만 8000㎡에 달하는 WCEC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그레이엄 스터크는 “260년 역사를 지닌 영국박물관 진화의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박물관은 전시, 보존, 실험 및 분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공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교황, 英여왕 비공식 접견… “논쟁 없었다”

    교황, 英여왕 비공식 접견… “논쟁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엘리자베스 2세(87) 영국 여왕을 만났다. CNN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바티칸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비공식 접견을 했다. 여왕은 남편인 필립 공(92)과 하루 일정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이들을 초청한 조르조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한 뒤 바티칸을 찾았다. 교황은 여왕을 처음 만났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총 5명의 교황을 만났다. 이날 만남은 비공식 접견인 만큼 거창한 행사 없이 교황의 서재에서 차를 마시며 진행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위스키, 사과주스, 달걀, 빵 등이 담긴 바구니를 선물로 전했고 교황은 여왕의 증손자인 조지 왕자를 위해 십자가가 달린 파란 구슬을 선물했다. 이 구슬은 고대 로마인이 우주를 형상화해 왕권을 상징한 것으로, 나중에 기독교도들이 기독교 세계를 의미하도록 위에 십자가를 붙였다. 나이젤 베이커 바티칸 주재 영국 대사는 “여왕이 교황을 접견하며 어떤 논쟁적인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약 500년 전 이혼을 하기 위해 로마 가톨릭과 결별하고 성공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의 관계가 좋지만 성공회와 가톨릭은 역사적으로 사사건건 부딪쳤다. 교황의 출신지인 아르헨티나와 영국은 1982년 4월 2일 포클랜드를 두고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전쟁 발발일 바로 다음 날에 두 사람이 만난 셈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하기 전인 2010년 영국령인 포클랜드를 “빼앗긴 우리의 땅”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우즈 빠진 마스터스 복잡한 ‘1위 방정식’

    우즈 빠진 마스터스 복잡한 ‘1위 방정식’

    타이거 우즈(39·미국)가 10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파72·7435)에서 막을 올리는 마스터스에 나올 수 없게 됐다. 우즈는 2일 자신의 웹사이트에 “허리 부상에 따른 수술 일정 때문에 마스터스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마스터스 20년 ‘개근’이 깨지게 된 건 물론 세계 랭킹 1위라는 ‘황제’의 권좌도 흔들리게 됐다. 우즈는 지난해 3월 남자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1년 넘게 다른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려 왔다. 1997년 6월에 맨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1위 자리에 있었던 기간은 무려 677주다. 우즈를 1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선수는 랭킹 2~5위 애덤 스콧(호주)과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제이슨 데이(호주), 필 미켈슨(미국) 등 4명이다. 4일부터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셸 휴스턴오픈과 이어지는 마스터스 등 두 대회 성적에 따라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 골프채널은 2일 이 4명이 각각 새로운 세계 1위로 등극하는 시나리오를 그려 봤다. 그런데 서로의 성적이 맞물려 풀기가 쉽지 않은 ‘연립방정식’ 모양새다. 5위 미켈슨은 두 대회를 석권해야 1위를 넘볼 수 있다. 하지만 발레로대회 도중 근육통으로 기권했던 터라 두 대회 모두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4위의 데이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1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의 1위 등극 시나리오도 3위 스텐손의 셸 휴스턴오픈 성적이 부진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스텐손은 일단 셸 휴스턴오픈에서 우승하면 1위에 오를 수 있다. 또 이 대회에서 컷 통과에 실패하더라도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 단 2위가 3명 이상이면 안 된다. 그러고 보면 가장 확률이 높은 선수는 2위 스콧이다. 마스터스에서 공동 3위 이상의 성적만 내면 우즈를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세계 1위가 된다. 그러나 스콧 역시 공동 3위가 3명 이상이면 우즈를 추월할 수 없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엘리트들의 전쟁, 최악의 실수 이면은…

    엘리트들의 전쟁, 최악의 실수 이면은…

    최고의 인재들/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송정은·황지현 옮김/글항아리/1104쪽/4만 8000원 1961년 1월, 윤곽을 드러낸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 행정부를 바라보며 가장 황홀했던 사람은 부통령인 린든 존슨이었다. 그는 첫 각료 모임에 참석한 뒤 멘토인 샘 레이번에게 “사람들이 한결같이 대단하고 명석하다”며 칭찬을 늘어놨다.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는 머리에 스태컴(남성용 머릿기름)을 잔뜩 바른 젊은이를 꼽았다. 로버트 맥나마라였다. 샘은 답했다.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속속들이 알려면 그중 한 명에게 보안관 노릇을 시켜야 할 걸세.” 지성과 지혜의 차이를 꼬집은 말로, 추상적 기민함과 유창한 언변을 숙성된 지혜와 구분하라는 주문이었다. 불행히도 케네디 행정부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기획한 베트남전쟁 이후에야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케네디, 존슨, 맥나마라, 맥조지 번디, 딘 러스크, 웨스트모얼랜드…. ‘하버드 클럽’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두뇌들이 모였던 케네디의 드림팀은 어떻게 베트남전이란 최악의 실수를 범하게 됐을까. 전설적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핼버스탬의 저서 ‘최고의 인재들’은 복잡하게 얽힌 인적 네트워크와 심리 속으로 침투해 이를 설명한다. 500회 인터뷰와 2000여쪽 인터뷰 기록이 말해 주듯 방대한 취재를 거쳐 당시 엘리트들이 품었던 속내를 여과 없이 전한다. 예컨대 UC버클리대와 하버드 MBA 출신인 맥나마라는 전형적 미국 ‘동부주류파’였다. 1960년 포드자동차 사장에 등극한 뒤 이듬해 케네디 행정부 국방장관에 취임하는 파격을 이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자 제국을 이끈 경험이 전부였던 맥나마라는 펜타곤에 포드식 ‘비용 대 효과비’를 도입한다. 베트남에 대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력한 결과 1962년 그는 ‘베트남 최고의 작전 장교’로 불리기까지 했다. 맥나마라가 잘못을 인정한 것은 1960년대 말에 이르러서였다. 동부주류파로 불린 케네디 행정부의 엘리트들은 ‘세계 질서의 수호자’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면에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숨어 있었다. 의회가 매카시를 탄핵한 뒤 7년이 지나 케네디가 정권을 획득했지만, 자유주의 전통을 이어 온 민주당 지도자들조차 반공산주의를 외쳐야 표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동부주류파들은 반식민주의를 표방하는 베트남 민족주의를 공산주의로 오도했고, 세계의 공산화를 막아야 한다는 ‘도미노 이론’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케네디가 1960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직후 스티븐슨, 험프리, 볼스 등의 자유주의자들을 내팽개치고, 득표를 위해 강경한 반공주의자로 색깔을 바꾼 것과 당선 직후 동부주류파의 대부인 로버트 A 러벳 전 국방장관과 손잡은 것이 비극의 뿌리라고 지적한다. 부친인 조지프 케네디 또한 공화주의자인 헨리 루스 발행인과 협상을 벌여 대선 기간 ‘타임’ ‘포천’ ‘라이프’지가 아들에 대한 긍정적 기사를 쏟아 내도록 유도한다. 집권 후 반공주의 노선을 고수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케네디가 암살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존슨마저도 ‘위대한 사회’ 건설에 대한 개인적 야망과 관료 세계의 경직성, 미국은 지지 않는다는 기만적 ‘낙관주의’에 휘말려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972년 책 출간 직후 저자는 “우상을 숭배하는 집단에 돌을 던졌다”는 질타를 받았다. 암살을 통해 미국 사회에 전설로 자리 잡은 케네디의 신성불가침 영역에 도전한 탓이다. 그러나 책은 170만부 가까이 팔리며 베트남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시각을 재정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2006년 고이즈미 美의회 연설 좌절 귀국 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획 탓”

    “2006년 고이즈미 美의회 연설 좌절 귀국 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계획 탓”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좌절된 건 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계획 때문이었다고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는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가 미·일관계를 해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데니스 헬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담당 전문위원의 말을 인용,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바 있다고 밝혔다. 헬핀에 따르면 고이즈미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의회 연설을 계획했고,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헨리 하이드(2007년 사망)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이 고이즈미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뒤 일본으로 돌아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고이즈미의 의회 연설에 강력 반대했다. 결국 고이즈미의 의회 연설이 무산되자 부시는 대통령 전용기에 고이즈미를 태워 엘비스 프레슬리의 생가인 ‘그레이스 랜드’를 구경시켜주는 것으로 위로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마르크스·촘스키… 인류사를 바꾼 유대인의 힘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박재선 지음/메디치/562쪽/2만 1000원 인류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유대인 두 명을 꼽는다면? 하나는 예수일 것이다. 다른 한 사람은? 아마 칼 마르크스일 것이다. 2005년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설문 조사를 통해 마르크스를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선정했다. 마르크스는 철학자·사상가이자 경제·역사학자로 19세기 중반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사상 체계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으로 계승되고 이후 공산주의는 70여년간 맥을 이었다. 영국의 학술지 프로스펙트(Propect)는 현세 최고의 지성인으로 놈 촘스키를 2005년 선정했다. 촘스키는 자신의 전공인 언어학은 말할 것도 없고 철학, 정치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수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를 뛰어넘는 식견을 보인다. 그가 지성인으로 명성을 얻은 또 다른 이유는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지식을 충분히 소화해 고도의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역시 유대인이다. 핵무기를 개발해 핵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 조지 W 부시 정부 8년간 미국의 외교와 국방 정책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의 시조 격인 레오 슈트라우스도 유대인이다. 그 외에도 걸출한 유대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영국 제국주의 팽창을 이끈 장본인으로 대영제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 국제질서의 큰 판을 기획한 20세기 최고의 외교관 헨리 키신저, 세계 경제·금융 대통령 벤 버냉키, 여론과 언론을 움직인 조지프 퓰리처…. “1600만명에 불과한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하면 과장일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현재 유대인들은 미국을 배경으로 정치·경제·학술·문화·예술 등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유대인의 족적은 뚜렷하다. 중세 르네상스 운동, 지리상 발견, 국제 금융망 구축, 공산주의 창안 등 세계사의 결정적인 변혁에는 항상 유대인이 있었다. 1901년부터 시작된 113년 노벨상 역사에서 개인 수상 가운데 유대인은 무려 193명(전체의 23%)에 이른다. 책은 각 분야에서 역사·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유대인 100명의 인물 분석을 모은 것이다. 글을 쓰는 데 방대한 자료가 동원됐고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사실 확인을 거듭했다는 게 전직 외교부 대사를 지낸 저자의 설명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해외여행 | Walker of New York City 엄청나게 매력적인* 믿을 수 없이 다양한

    뉴욕커New Yorker는 워커Walker다. 뉴욕은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뻗어 있는 애비뉴를 따라 걸으면 1분마다 새로운 블록, 즉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경쾌하고 빠르다. 그 느낌을 아는 사람들에게 버스와 지하철은 재미를 놓치는 막대한 손실이고 한없는 지루함일 수밖에. 뉴욕은 정말이지 믿을 수 없이 다양하고,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믿을 수 없이 가까운>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9살 소년 오스카의 시선으로 테러 이후 미국 사회의 상처와 치유 과정을 담아낸 장편소설. 기존 소설책의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적인 텍스트 배열과 독창적인 구성으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천재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2005년 출판된 소설은 2012년 톰 행크스, 산다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9·11테러의 상흔이 남은 그라운드 제로에는 새로운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2014년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New York, Times 뉴욕에 도착하는 순간, 사람들은 드높은 마천루에 압도당하고 말지만, 다음 순간 그 긴장을 내려놓게 하는 것은 거리의 코너마다 자리잡은 핫도그 가게다(그래서 뉴욕핫도그가 그렇게 유명한가). 깐깐할 것만 같은 뉴요커를 구성하는 것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보통의 지구인들이다. 뉴욕의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이야기들, 혹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 앙키스 구장 앞에서 만난 꼬마 “양키스도 아이스크림도 좋아요” 저 혼자 여기서 뭐하냐고요? (턱으로 양키스 기념품점을 가리키며) 엄마랑 아빠 기다려요. 그만 나오실 때도 됐는데 말이죠. 누나 야구 잘 모르죠? 설마 베이브 루스가 누군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 야구가 처음 시작된 곳이 뉴욕(1842년에 최초의 현대야구 경기가 있었다)이라는 것도 모르시나? 뉴욕에 온 김에 메츠나 양키스 중에 한 팀 골라 봐요. 오늘 구장 안에 들어가는 가이드투어는 매진인 것 같던데, 저처럼 양키스 유니폼 한 벌 장만하시든가요. 혹시 안에서 저희 엄마아빠 보면 좀 전해 주세요. 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고요. JJ 모자가게 점원 지미Jimmy Broadlick “꿈을 좇아서 왔어요” 모자 어디서 샀느냐고요? 사실 저 근처의 모자가게에서 일해요. 뉴욕에 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어요. 우리 가게에서 50m 거리에 있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아직 못 가봤어요. 여자 친구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뉴욕으로 이사했어요. 그녀도 오자마자 인턴자리를 구해서 어제부터 유명한 매거진의 화보촬영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죠. 대단한 여자예요! 저는 모자 디자인을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는데 이미 써 놓은 원고가 있어요. 여긴 뉴욕이잖아요. 두드려 볼 문이 많아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도어맨 “밤에는 엠파이어, 낮에는 록펠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어디냐고요? 바로 이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빌딩 첨탑이 너무 높아서 여기서는 안 보여요. 한번은 저 위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있었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답니다. 제가 중요한 팁을 하나 드리죠. 뉴욕에는 꼭 가봐야 할 전망대가 두 개 있어요. 낮에는 GE빌딩에 있는 전망대 ‘탑 오브 더 록’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고, 밤에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81m의 야경이 죽여줍니다. 당신 손에 쥐고 있는 시티패스로 야간입장이 가능하니까 새벽 2시 전까지만 다시 오세요. 네이키드 카우보이걸 ‘‘굴 때문에 벗었어요” 타임스퀘어*의 명물, 네이키드 카우보이Naked Cowboy는 아시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티 한 장만 입은 채 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그 근육질의 남자 로버트Robert John Burck말예요. 2009년 뉴욕시장 선거 때도, 2010년 미국대통령 선거 때도 입후보를 해서 화제를 모았으니 그를 모를 수가 없겠죠. 우리는 로버트에게 ‘네이키드 카우보이’ 상표 사용 허가를 취득한 네이키드 카우보이걸이고 오이스터를 홍보하는 중이예요. 우리 덕분에 블루 아일랜드 오이스터 컴퍼니의 매출이 급성장했죠. 같이 기념사진 한번 찍어요! 타임스퀘어의 반짝 플래시몹 “인종차별은 말도 안 됩니다!” 우리는 지금 플래시몹Flash mob을 하는 중이랍니다. 얼마 전에 히스패닉계 백인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소년에게 총을 쏴 소년이 죽은 일이 있었는데 그 자경대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죠. 후드티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라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SNS를 통해 뜻을 모았고 그 소년이 즐겨 입었던 후드티를 입고 나와서 분노, 좌절, 기쁨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어요. 첼시바버스Chelsea Barbers “뉴욕 최고의 이발사랍니다” 들어들 오십시오. 우리 이발소가 좀 특이하긴 하죠. 여기 주인인 베티Betty는 최고를 추구하거든요. 벽면에 걸린 아티스트 페페Pepe Villegas의 강렬한 작품들은 당신들처럼 멋을 아는 사람들을 사로잡죠. 마피아와 함께 사라져 간 뉴욕의 이발소들이 몇년 전부터 복고풍으로 돌아왔지만 우리 첼시바버스는 1997년부터 자리를 지켜 왔답니다. 멘솔 향기 솔솔 풍기는 스팀 타월의 느낌을 알아야 진짜 남자죠! 보시다시피 우리 고객들은 GQ 잡지의 모델처럼 말끔한 직장인들이고, 그들은 우리를 뉴욕 최고의 이발사라고 불러 줍니다. 이발 40달러, 옛날방식 면도도 40달러니까 헤어살롱에 비하면 엄청 싼 거랍니다. 주소 465 W 23rd St. New York 문의 212-741-2254 www.chelseabarbers.com 뮤지컬 <원스> 주인공 아서 다빌Arthur Darvill “참, 열정적이시네요!” 와우, 오늘 관객분들은 마치 토요일 밤의 관객분들 같네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실 줄 몰랐다는 뜻이에요. 네. 네. 한 분 한 분 모두 사인해 드릴게요. 우리 뮤지컬 <원스ONCE>가 <맘마미아>, <시카고>, <록 오브 에이지>처럼 화려한 공연은 아니지만 2012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8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죠. 대사마다 빵빵 터져 주시고 영화를 통해 히트한 노래들을 따라 불러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참, 브로드웨이공연과 오프브로드웨이공연의 차이는 실력이 아니랍니다. 사실상 좌석규모만 다를 뿐이니 소극장 공연도 많이 봐 주세요. *타임스퀘어 Time Square 타임스퀘어는 뉴욕 면적의 0.1%도 안 되는 넓이지만 뉴욕시 수입 11%, 일자리의 10%가 이곳에서 창출되는, 세계에서 가장 ‘생산적인’ 광장이다. 매일 이곳을 지나가는 통행인구가 35만명에 이를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으며 새벽 2시에도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타임스퀘어 주변의 건물들은 의무적으로 대형 광고판을 부착해야 하는데, 광고판만으로도 연간 수입이 200억이다. 삼성과 LG도 큰 몫을 하고 있다. Public Architecture Tour 건축은 도시의 입이다 째깍째깍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시계탑이 2시 정각을 가리켰다. 어디가 미팅 장소인지를 몰라 네거리를 두리번거리는 사이 대각선 모퉁이에서 피터Peter Laskowich 선생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건축물 100년이나 된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을 가이드답게 피터 선생은 현명한 눈빛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그는 오늘 이야기를 들려 줄 장본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가 또 등장한다 말인가? 아르데코 스타일의 크라이슬러 빌딩을 포함해 위엄을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을 가리키며 그가 외쳤다. “Buildings always tell us things!”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로 들어가는 통로는 점점 좁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거의 뛰다시피 걸음이 빨라지게 된다. 쏟아져 들어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은 교회를 연상시키는 대형 홀이다. 노란 조명으로 채워진 홀은 일순간 사람들을 차분하게 만들지만 정중앙에 위치한 시계탑과 티켓부스는 다시 각자의 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100년 전 설계된 이 건물은 조명의 밝기, 천장의 높낮이, 실내 온도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무의식에 명령(걷는 속도, 장거리 여행자와 통근자의 동선)을 내리고 있었다. 그저 고풍스럽다 여겨졌던 터미널이 인공지능을 지닌 첨단 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가운 현대의 인텔리전트 빌딩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그랜드 센트럴은 뉴욕에서 가장 인간적인 빌딩입니다. 뉴욕이 어떤 곳입니까? 평방인치로 땅을 쪼개서 파는 곳입니다. 여러분이 서 있는 중앙홀은 10층짜리 빌딩을 무려 10개나 세울 수 있는 면적이죠. 그러나 현재 이 땅에서 나오는 수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공공장소로 유지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것은 사람을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 뉴욕에 아직은 인본주의가 남아있다는 증거죠!” 박수갈채를 받았던 연설(?)에 덧붙은 이야기는 안타까움이었다. 그랜드 센트럴을 시작으로 100년 전 파크 에비뉴 일대에 추진됐던 터미널 시티 프로젝트는 1,000개의 빌딩을 잉태했지만 지금 살아남은 생존자는 5%도 안 된다. 조만간 또 하나의 빌딩이 허물어지고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가 거듭 당부한 이야기 하나를 더 전한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불한 돈은 1달러짜리 달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색감, 선, 질감, 스타일을 위한 것이니까요. 오감을 만족시켜 주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오감이 모두 민감한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비밀스러운 장소 두 곳을 이 기사의 마지막 페이지에 소개해 두었다. 다음 번 뉴욕에서 기자를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장소들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리 재활용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는 걷기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그러므로 뉴욕에 3층 높이의 고공 산책로가 조성됐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처럼 높은 곳 말고, 브룩클린이나 자유의 여신상에서처럼 먼 곳이 아닌, 딱 3층 높이에서 만나는 맨해튼은 어떤 모습일까? 맨해튼 웨스트사이트에 위치한 하이라인High Line은 원래 화물전용 철도가 다니던 지상 10m 높이의 고가였다. 1980년 운행 중단 이후 30년간 잡초만 무성한 상태로 방치되면서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뜻있는 시민과 예술가들의 열정이 더 높았다.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구조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10년간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3년 이상의 공사 끝에 2009년, 하이라인은 뉴욕 시민들이 사랑하는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2.3km의 버려진 철도를 통째로 재활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의 하이라인은 생태적이고 예술적인 공원으로 탈바꿈됐다. 낡은 철로를 그대로 남겨 둔 채 일광욕 데크와 벤치, 전망대 등을 설치하고 다양한 수종의 야생화를 심었다. 그리고 공원 곳곳에 조각상, 설치미술 작품들을 전시했다. 지상 약 10m 위의 산책이 제공하는 종합선물은 뉴저지의 전망과 허드슨강의 노을,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의 야경이다. 여름에는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되고 별 관측 행사도 가능하다. 하이라인의 변화는 주변 환경의 변화도 몰고 왔다. 낡고 지저분했던 고가 주변의 건물들은 새단장에 들어갔고, 아예 고가 위를 가로지르는 부티크 호텔이 지어져 젊은 뉴요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고가 주변에 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맵(www.thehighline.org)을 통해 고가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편리하다. 그랜드 투어Grand Tour | 무료로 진행되는 그랜드 투어는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100주년을 맞아 2013년 한 해 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다. 어플리케이션($4.99)을 구입하면 셀프 오디오 투어도 가능하다. www.grandcentralterminal.com 해박한 피터 선생의 또 다른 가이드투어, 특히 야구와 접목한 뉴욕 역사를 듣고 싶다면 그의 사이트를 참고할 것. www.newyorkdynamic.com 뉴욕 시티패스New York City Pass | 구겐하임뮤지엄(또는 탑 오브 더 록), 미국자연사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전망대, 자유여신상 유람선 등 6개의 뉴욕 관광명소 입장권으로 구성된 패키지 패스. 낱장 구입보다 $79 할인된 $104(17세 이하 청소년 $79)에 구입할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장소에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첫 개시 후 9일 동안 유효하다. www.citypass.com 그레이라인 이층버스Gray Line New York Sightseeing | 버스여행은 양날의 칼 같다. 편리하지만 수박 겉핥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욕처럼 볼 것 많은 도시를 개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이층버스다. 브로드웨이 45번가의 정류소를 기점으로 북쪽을 도는 업타운 루프, 남쪽을 도는 다운타운 루프는 기본이고 브룩클린 루프, 브롱스 투어는 선택이다. 원하는 정거장에 내렸다가 재탑승이 가능하다. 각 루프의 티켓가격은 $49, 전 루프를 다 이용할 수 있는 48시간 패스는 $59다. www.newyorksightseeing.com 212-445-0848 Chelsea Gallery 욕망의 쇼룸 뉴욕에서 활동 중인 사진가 김아타는 뉴욕을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야만적인 도시’라고 했다. 그리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도시를 야누스의 얼굴로 치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예술가들은 저마다 발견한 뉴욕의 얼굴을 하나씩 꺼내고 있을 뿐이다. 첼시의 갤러리에서 그 얼굴들을 대면할 수 있었다. 세계 미술 시장을 주도하는 70여 개 이상의 갤러리들이 그곳에 모여 있으므로.짐켐프너파인아트Jim Kempner Fine Art 정원에 들어서면 중용The Golden Mean이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서 있는 짐켐프너갤러리. 실험적인 현대작품들과 복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501 West 23rd St, New York 문의 212-206-6872 www.Jimkempnerfineart.com 두산 갤러리 Doosan Gallery 두산 연강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한국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을 발굴하여 6개월간 첼시에 머무는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주소 533 West 25th St. New York 문의 212-242-6343 www.doosangallery.com 레일라 헬러 갤러리 Leila Heller Gallery 중견 현대미술 작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특히 중동작가들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아 이란, 터키, 중동의 미술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소 568 West 25th, New York 문의 212-249-7695 www.leilahellergallery.com 더 페이스 갤러리 The Pace Gallery 베이징의 유명한 아트지구인 따산즈에도 분점이 있는 갤러리.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예술품, 판화 갤러리, 사진 갤러리가 나뉘어 있으며 한국의 이우환 작가도 후원하고 있다. 주소 534, 510, 508 West 25th, New York 문의 www.thepacegallery.com 브루스 실버스타인 Bruce Silverstein 앨프리드 스티글리츠 같은 근대 사진작가들을 주로 다루는 사진전문갤러리. 주소 535 West 24th, New York 문의 212-691-5509 www.brucesilverstein.com 요시밀로 갤러리 Yossi Milo Gallery 일본계 사진전문갤러리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신진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무’시리즈로 유명한 한국의 이명호 작가도 이곳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었다. 주소 245 Tenth Ave, New York 문의 www.yossimilo.com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 매튜 바니, 아니슈 카푸어, 알로라 & 칼자딜라 등 스타 작가를 키워낸 곳. 공장 건물을 개조한 2개의 갤러리가 있는데 규모가 큰 21번가에는 설치작품을 주로 전시하고 개인전은 24번가의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주소 515 West 24th St. New York 문의 212-206-9300 www.gladstonegallery.com Brooklyn & Williamsburg 브룩클린에서 찾은 비상구 내 머릿속에 브룩클린은 먼지 푹푹 날리는 공장지대에 땀에 찌든 노동자들이 술 한잔으로 일상을 위무하는 디스토피아였다.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1989년, 올리 에델 감독)>에 비친 더럽고 음울한 뒷골목이 전혀 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러나 2013년의 브룩클린은 전혀 달랐다.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주거타운. 그곳이 브룩클린이었다. 젊음의 비상구,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모든 것은 맨해튼의 살인적인 집세 때문에 시작됐다. 비공식 집계에 의하면 20만명쯤 된다는 뉴욕의 아티스트들은 저렴한 곳을 찾아 방치된 공장이나 창고로 스며들곤 했었다. 큰 창문과 높은 천장은 대형 작품을 옮기기 좋았고, 월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빈 공장이 많았던 소호와 첼시가 그랬다. 예술가들의 안목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그 분위기에 반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그 사람들을 겨냥한 자본이 따라 들어오는 수순. 꿈과 열정이 가득하지만 정작 주머니가 비어 있는 예술가들은 이제 더 이상 맨해튼 내에서는 짐 풀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 동네의 집값만 올려준 채 다시 짐을 싸야 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이 찾은 다음 번 비상구는 다리 건너,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였다. 베드포드 애비뉴Bedford Ave를 따라 도열한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개성적인 숍들에 활기가 더해지면서 현재 가장 ‘핫hot하고 펀fun한’ 장소로 떠올랐다. 새 책과 헌 책을 모두 취급하는 스푼빌 & 슈가타운 서점Spoonbill & Sugartown Booksellers은 디자인과 아트 관련 책으로 유명하지만 판매대 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잠을 자는 검은 고양이로도 유명하다. 윌리엄스버그를 찾아가기 가장 좋은 때는 주말이다. 많게는 150개 부스가 줄지어 선 난장이 펼쳐지는 벼룩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브룩클린에서 개최되는 주말 벼룩시장은 여러 곳이지만 윌리엄스버그 벼룩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www.brooklynflea.com). 요즘 뉴욕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음식들을 판매하는 부스도 있으니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룩클린 하이츠 브라운스톤붉은 사암으로 주택의 전면(파사드)를 장식하고 계단 아래 반지하 공간을 두었던 19세기 주택건축양식은 뉴욕의 주거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지만 지금은 그리니치와 할렘, 브룩클린 일대에만 집중적으로 남아있다.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 트루먼 커포티Truman Capote가 살았던 집은 윌로우 스트리트 70번지에 남아 있고,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살았던 집은 그레이스 코트Grace Court에 남아 있다. 뉴요커가 사는 곳, 브룩클린 하이츠 메트로폴리탄에는 베드타운이 필요한 법이다. 브룩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는 뉴요커들이 사랑했던 미국 최초의 교외suburb였다. 다리만 건너면 맨해튼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고, 또 하루가 멀다하고 솟아오르는 마천루는 나름대로 봐줄 만한 전경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범죄가 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한때 공동화되다시피 했던 브룩클린은 세월의 부침을 거쳐 다시 드라마틱하게 부활하고 있다. “맨해튼 자치구는 자기들이 세금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요. 맨해튼에는 이민자, 실업자들이 많이 살지만 브룩클린은 깨끗한 주거지죠. 우리 입장에서는 젊은 처녀가 희생하는 느낌이라고요. 하하. 어쨌든 맨해튼과 브룩클린은 쌍둥이 같은 운명인 거죠.” 쌍둥이는 운명공동체가 맞다. 브룩클린 다리를 건너오고 있는 것은 젊은 부부들만이 아니다. 대형 쇼핑몰이 건너오고, 증권사도 건너오고, 이제 호텔들도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낡은 건물들을 철거하면서 중요한 근대 건축 유산을 잃어가는 것은 쌍둥이의 씁쓸한 운명이다. 다행인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견제하는 시민활동가들의 노력이 활발하다는 것. 브룩클린 하이츠 지역은 1965년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됐고 주택개조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유명한 재즈가수 노라 존스가 코블 힐Cobble Hill에 타운하우스를 구입한 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일부 창문을 막으려 했을 때 온 동네가 떠들썩했던 일화가 있다. 브룩클린에서 진행되는 빅어니언워킹투어의 파트너는 브룩클린역사협회(www.brooklynhistory.org)다. 그저 평범해 보였던 동네 풍경을 가치 높은 건축물로 다시 보게 해 준 사람은 티나Tina Rivers였다. 플로리다에서 자란 그녀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브룩클린으로 혼자 돌아왔다. 콜롬비아대학에서 예술사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틈틈이 가이드로 봉사활동을 하는 중이다. 역사연구가답게 오래된 신문 등의 정확한 사료를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금은 브룩클린역사협회가 위치한 건물에만 들어가도 뉴욕공공도서관에서 받았던 감동을 되살려 주는 황홀한 도서관이 숨어 있다. 한때 2,632개의 객실로 뉴욕 최대 규모의 호텔이었던 세인트 조지St. George Hotel는 지금은 저렴한 숙소를 찾는 학생들의 차지가 됐다. 밋밋하게 느껴지는 휘트먼 공원도 브룩클린 데일리 이글Brooklyn Daily Eagle 신문의 기자로 이곳에 살았던 시인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을 기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달라 보인다. 티나가 ‘쿠키 같다’고 표현한 브라운스톤* 하우스들도 마찬가지다. 투어는 맨해튼의 경치가 바라보이는 언덕의 강변 산책로에서 끝이 났다. 아래쪽 부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종합휴양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린이 공원, 수영장, 야간영화제를 위한 스크린, 바비큐 피크닉장, 와인바, 카약보트 등을 내려다보며 왜 이곳이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베드타운인지를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travie info 빅어니언워킹투어스Big Onion Walking Tours 빅어니언투어는 뉴욕시민들도 잘 모르는 뉴욕의 역사와 가치를 소개하는 다양한 워킹투어를 20년 이상 진행해 오고 있다. 투어를 진행하는 가이드들은 대부분 관련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취득한 교사 혹은 연구원 출신. 지역과 주제별로 30여 개나 되는 워킹투어는 보통 2시간여가 소요되며 비용은 1인당 $20다.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미팅장소로 가면 된다. www.bigonion.com 888-606-9255 Bronx & East Harlem 할렘을 넘어서 우리가 도전한 것은 할렘 너머 미지의 땅이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가이드북 <타임아웃>에는 상세지도조차 없는 브롱크스Bronx를 향해 맨해튼 북단의 헨리 허드슨다리Henry Hudson Bridge를 건넜다. 보통의 뉴욕여행자에게는 북방한계선이 있다. 바로 할렘이다.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라 할렘이라는 이름 앞자리를 오래 차지했던 ‘우범지역’의 잔상은 쉽게 사라지지가 않는다. 강남만, 혹은 강북만 보았다면 서울을 다 본 것이 아니듯 맨해튼만 보았다면 그건 뉴욕의 5개 자치구 중에서 하나만을 보았다는 뜻이다. 감히 말하건대 뉴욕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할렘에서 꼭 해봐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재즈뮤직을 듣는 일이고 두 번째는 흑인들의 소울 푸드를 맛보는 일이다. 혹시 일요일에 방문하게 된다면 아무 교회나 들어나 성가대의 합창을 들어 보는 일 또한 부지런한 여행자에게 근사한 보상이 된다. 할렘이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밀집한 곳이라면 북쪽의 브롱크스는 더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아프리카계뿐 아니라 유태계, 푸에르토리칸Puerto Rican, 히스패닉Hispanic 인구가 많고 북유럽에 뿌리를 둔 후손들의 흔적도 강하다. 200여 개국에서 이주한 300만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거주한다는 뉴욕의 인구통계학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브롱크스라는 지명도 스웨덴에서 이민 온 농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 힙합문화의 일부가 되어 버린 그래피티Graffiti가 1970년대에 처음 시작된 곳도 브롱크스였고, 그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소년들이었다. 브롱크스를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사우스 브롱크스의 양키 스타디움Yankee Stadium으로만 몰린다. 경기가 없는 시즌이라고 해도 구장투어는 항상 만석이다. 투어마저 놓친 사람들은 경기장 코앞의 양키스 터번Yankees Tavern에 자리를 잡는다. 구단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수십년 동안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스포츠 바bar다. 낮부터 맥주를 기울이며 스포츠채널에 시선을 고정한 손님들도 오래된 풍경이다. 브롱크스 가장 큰 대로인 그랜드 콘코스Grand Concourse 양쪽으로는 아르데코풍의 아파트와 빌딩들이 도열해 있다. 이 거리를 두고 뉴욕의 ‘샹젤리제 거리’라는 과장된 미사여구를 시도하는 브롱크스 시의 마음은 알겠지만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브롱크스는 알려지지 않은 만큼 새로운 곳이다. 사회적 사실주의 미술가 벤 샨과 그의 부인 베르나르다가 1938~1939년에 그린 벽화는 브롱크스 중앙 우체국Bronx General Post office의 로비에서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미국 노동 계급을 묘사한 13점의 벽화 아래로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센트럴 파크보다 면적이 크다는 2개의 공원이나 동물원Bronx Zoo은 어떨까. 맨해튼의 박물관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는 뮤지엄과 미술관들은 어떨까. 이런 궁금증은 여행 개척자들의 원동력이 된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운행한다는 브롱크스 컬처 트롤리를 이용하면 브롱크스 지역의 주요 문화명소를 안내해 준다니 노려 볼 만하다. 노동자 계급의 친구들 ‘카마라다스Camaradas El Barrio’ 카마라다스Camaradas를 강추한 사람은 데스말이었다. 뮤지션이 추천하는 라틴뮤직 라이브 바라니, 우리는 황금 같은 토요일 밤을 그의 말대로 카마라다스에 올인하기로 했다. 역에서 내려 바를 찾아가는 10여 분의 보도 여행은 할렘에 대한 두려움과 선입견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 은근한 스릴을 만끽해 보시길. 바에 앉아 맥주 한잔을 시키자마자 초저녁의 한산함을 뚫고 멋들어진 양복에 건장한 체구를 감춘 사장 올란도Olrando Plaza가 시가를 물고 등장했다. 만나자마자 금방 친구가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름 그대로예요. 카마라다스. 친구들이란 뜻이죠. 여기는 라틴계,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사람들의 네이버후드죠. 제 선조는 푸에르토리칸이고요. 그런 노동자계급들을 위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에 벽돌과 강철을 주로 사용한 것도 아버지, 할아버지처럼 이 땅을 개척했던 이민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역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저기 그림들은 지역 예술가들의 것인데 매달 바꿔서 겁니다.” 결과부터 보고하자면 우리는 오래 기억할 만한 즐겁고도 특별한 토요일 밤을 보냈다. 우연히 바 옆자리에 앉게 된 인테리어 디자이너 애슐리Ashley Geissinger는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1년 전 직장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건너온 그녀가 이곳을 단골집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는 TV가 없어서 좋아. 멍청하게 앉아서 TV를 보는 건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여기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맛있는 푸에르토리코 음식이 있지. 사랑방 같은 곳이랄까. 게다가 수준 높은 라틴뮤직 라이브공연도 있고 가끔 유명한 DJ들도 오니까 좋지.” 그녀와 뉴욕의 그래피티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두 번째 밴드 이스마엘 리베라가 연주를 시작했다. 무대 앞 좁은 홀은 이미 타고 난 리듬감으로 몸을 흔드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소 2241 First Avenue, at 115th St. 문의 212-348-2703 www.camaradaselbarrio.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취재협조 브랜드USA 한국사무소 02-777-2733 www.thebrandus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interview프레고네스 극장 전속작곡가 겸 음악감독 데스말 게바라 Desmal Guevara 스물 한 살에 이곳에 정착했으니 브롱크스에 온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었네요. 원래 피아니스트라서 예전에는 일본, 태국 등지로 공연을 다녔었는데 지금은 극장 전속 작곡가 겸 음악 감독으로 바쁩니다. 우리 프레고네스 극장Teatro Pregones은 124석의 작은 극장이지만 수준 높은 라틴공연을 올리고 로비에는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하죠. 브롱크스에는 히스패닉, 도미니칸, 페루인, 러시안, 유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살고 있는데 우리 극장은 라틴 커뮤니티의 중심역할을 합니다.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살고 있다는 것이에요. 더 좋은 곳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죠. 이미 밖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라요. 여기서 가까운 링컨병원에만 가도 지역주민들을 위한 갤러리, 극장이 있어요. 싱글맘이나 유방암 환자들을 지원하는 문화 프로그램 등도 활발하고요. www.pregones.org ▶travel info New York City [에이미 브레드] 뉴욕 치즈 샌드위치의 감동 에이미의 빵집Amy’s Bread을 찾아낸 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2층 버스 티켓을 사러 갔던 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할 만한 장소를 찾던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 바로 에이미였다. 갓 구워낸 빵과 군침을 돌게 만드는 케이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빵집은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했지만 잘 구워낸 뉴욕 치즈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그런 수고로움은 모두 잊고 말았다. 헬스키친의 본점이 멀다면 첼시마켓과 블리커 거리Bleecker St.에 더 넓은 분점이 있으니 참고할 것. 본점┃주소 Hell’s Kitchen 672 9th Avenue BTWN 46th & 47th St. 문의 212-977-2670 www.amysbread.com [그랜드 센트럴 캠벨아파트먼트] 90년 전의 호사 유럽에서 실어온 최고급 가구와 집기들로 꾸며진 캠벨아파트먼트The Campbell Apartment에서 칵테일을 한잔을 마셔 보자. 한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가장 큰 면적의 사무실이 필요했던 SF소설가 캠벨John W. Campbell은 1923년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남서쪽 귀퉁이를 개조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은 뉴욕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이탈리아 피렌체궁 스타일의 사무실이다. 지금까지 그대로 보존한 호사스러움은 웨딩이나 파티, 이벤트 공간으로 대여해서 만끽할 수 있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15 Vanderbilt Entrance, New York 문의 212-953-0409 www.hospitalityholdings.com [맥넬리잭슨 서점 & 카페] 나도 저자가 될 수 있다! 뉴욕 놀리타에 위치한 이 서점은 독서애호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곳이다. ‘책을 얻는 가장 갸륵한 방법은 직접 책을 쓰는 것’이라는 발터 벤야민의 말을 실행에 옮기고 싶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셀프 출판 코너가 있다. 4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부터 800페이지 분량의 두툼한 책까지, 약 3만부의 책이 셀프 프린팅으로 탄생했다. 패키지 프로그램의 비용은 적게는 $19(권당 $7 추가)부터 많게는 $349(권당 $7 추가)로, 조건에 따라 다양하다. 주소 52 Prince Street, New York 문의 212-274-1160 www.mcnallyjackson.com [그랜드 센트럴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 기차를 타고 온 해산물 중세 예배당을 연상시키는 낮은 돔 천장의 오이스터 바에 앉아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곁들이는 것은 어떤가. 그날그날 배달되는 72종의 해산물 재료에 따라서 메뉴마저 바꾼다는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Grand Central Oyster Bar & Restaurant을 그랜드 센트럴터미널에서 발견했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1913년에 오픈하자마자 뉴욕명사들의 단골집이 된 것. 오이스터 바는 지금도 퇴근 후에 신선한 굴과 와인으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중독성 높은 아지트다. 주소 Grand Central Terminal, New York 문의 212-490-5210 www.oysterbarny.com [JJ 모자센터JJ Hat Center] 뉴욕 최고最古의 모자가게 페도라는 뉴욕 멋쟁이의 필수 아이템이다. 미트패킹이나 윌리엄스버그에서 꼭 마주치게 되는 ‘새앙쥐’ 같은 멋쟁이들의 공통점은 페도라에 선글라스, 문신이라고. 거리에서 $10~20에 살 수 있는 모자가 수십만원씩이라면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0년 전통의(1911년 오픈) JJ 모자센터의 진열대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물욕이 절로 꿈틀거린다. 차원이 다른 2,000여 종의 모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310번가에 위치한 본점 외에 이트빌리지와 윌리엄스버그에도 분점이 있다. 주소 310 Fifth Ave &t 32nd St. New York 문의 212-239-4368 www.jjhatcenter.com [Hotel] 쉐라톤 타임스퀘어Sheraton New York Times Square Hotel 단언컨대 완벽한 호텔 여행자에게 지구는 숙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같은 이유로 맨해튼의 호텔 요금은 상식을 넘어선다. 센트럴 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현대미술관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쉐라톤호텔이라면 그 가치는 얼마나 더 크겠는가. 그래서 쉐라톤은 언제나 사랑받는 호텔이다. 1억6,000만 달러 예산의 개보수 공사는 외관 정리를 남겨둔 상태.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tarwood Preferred Guest일 경우 클럽라운지에서 맨해튼의 마천루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쉐라톤의 자랑인 스위트 슬리퍼Sweet Sleeper 침구류에 안겨서 보내는 뉴욕의 밤은 달콤하기만 하다. 주소 811 7th Avenue 53rd Street, New York 문의 212-581-1000 www.starwoodhotels.com Z Hotel 맨해튼을 바라보는 자세 창고와 공장을 이웃으로 둔 부티크 호텔이라니,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삭막함을 상쇄하는 노력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모던한 외관과 인테리어, 힙한 소품들은 젊은이들이 취향에 완벽히 부합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Z호텔은 숨은 진가를 발휘한다. 주변의 황량함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퀸스버러 다리를 포함하는 건너편 맨해튼 미드타운의 야경이 객실 유리창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호텔을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다리를 하나 건넜을 뿐인데 호텔 요금은 한결 저렴하고 호텔에서는 맨해튼 미드타운까지 매시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주소 11-01 43rd Ave, Long Island City, New York 문의 212-319-7000 www.zhotelny.com [NYC Restaurant Week] 미식가의 달력을 훔쳐라 일년에 두 번, 미식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즌이 있다. ‘브런치’ 문화가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뉴요커에게 너무나 중요한 레스토랑 위크다. 20여 일에 이르는 여름과 겨울 기간 동안 뉴욕시를 대표하는 300여 개의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3코스 요리를 1인당 점심 $25, 저녁 $38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단 주말은 제외인 경우가 많으니 참고할 것. 워낙 인기 높은 행사이므로 예약은 필수인데 그 절차는 놀랍도록 간단하다. 노부 뉴욕Nobu New York, 블루 워터 그릴Blue Water Grill, 팜 트라이베카Palm Tribeca 등을 놓치지 말자. 참고로 식당 입구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푸른색 A는 위생등급을 표시한 것이다. B, C 순으로 낮아진다. www.nycgo.com/restaurantweek NYC Restaurant 1. The Mercer Kitchen 김치 맛을 아는 미슐랭 셰프 2001년 문을 연 메르세르 호텔 1층에 자리잡은 이 레스토랑은 트렌드세터들의 집합소다. 소호에 자리잡은 첫 번째 부티크 호텔이라는 명성에 어울릴 만한 시크함이 이 레스토랑의 압도적인 분위기. 프랑스 출신의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장 조지jean georges vongerichten는 2011년 아내와 한국을 방문해 한식조리법을 배우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적도 있다. 한층 품격 높은 미국식 캐주얼 다이닝에서는 전형적인 미국 노동자 음식인 햄버거가 메인코스가 될 때는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주소 99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966-5454 www.mercerhotel.com NYC Restaurant 2.The Dutch 낯선 만족과 포만감 로칸다 베르데Locanda Verde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히트시킨 적이 있는 3인방이 다시 의기투합한 프로젝트는 미국식 레스토랑이다. 경험의 폭이 넓은 카르멜리니Andrew Carmellini 셰프는 토끼 팟 파이, 건조 숙성시킨 스테이크, 벗겨 먹는 새우 등 조금은 낯설고 난해한 요리를 내놓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감을 놓치지는 않는다. 오크 바에 앉아서 간단하게 와인 한잔에 신선한 굴을 즐기는 기쁨도 가능하다.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튀김닭 요리도 이곳에서는 육즙이 살아 있는 요리가 된다. 전체 요리는 $15 내외, 메인은 $20 내외다. 주소 131 Sullivan St & Prince St. New York 문의 212-677-6200 www.thedutchnyc.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New York City 뉴욕시는 뉴욕주의 주도로 5개의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다. 익숙한 이름인 맨해튼 외에도 브롱크스, 퀸즈, 브룩클린, 스태튼 아일랜드가 뉴욕시를 구성하고 있다. 뉴욕시는 세계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도시지만 길을 찾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순한 격자형 구조를 가진 도시에서 가로는 스트리트고 세로는 애비뉴다. 남에서 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숫자가 늘어난다. [Rent-a-Car] 뉴욕 알라모 렌터카 대리점 뉴욕시를 벗어나 뉴욕주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쪽으로 캐나다 국경과 만나는 나이아가라 폭포까지가 모두 뉴욕주다. 위치 JFK 국제공항지점JFK Intl Airport 주소 149-05 131st Street, Jamaica, NY 전화번호 718-553-8640 영업시간 오전 6시~밤 11시59분 예약 및 문의 알라모 렌터카 한국사무소 www.alamo.co.kr [United Airlines] about 유나이티드항공 유나이티드항공과 유나이티드익스프레스는 한 해 1억4,0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항공사다. 2012년에 국제선 9개 노선과 국내선 18개 노선을 신설하여 현재 6개 대륙에 걸친 370개 이상의 공항으로 매일 5,446편의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는 약 700여 대이며 2013년에도 24대의 보잉항공기를 추가하고 있다. 2012년에는 <비즈니스트래블러Business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북미 최고 항공사상을 수상했으며 마일리지 플러스Mileage Plus는 9년 연속 <글로벌트래블러Global Traveler> 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상용고객프로그램으로 뽑혔다. www.kr.united.com [유나이티드항공과 함께하는 뉴욕 여행] 뉴왁 리버티 국제 공항 Newark Liberty Int’l Airport, EWR 유나이티드항공의 새로운 허브공항인 뉴왁Newark 공항EWR은 맨해튼 시내까지 25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기존의 케네디John F Kennedy Inti’l Airport(JFK) 공항보다 접근이 쉽다. 유나이티드 이코노미플러스United Economy Plus 여유로운 공간의 이코노미플러스에서는 레그룸이 최대 약 12cm 넓어서 좀더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으며, 이코노미석 앞쪽에 위치하여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109~149달러의 추가요금을 내면 예약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서비스 미주 대륙 횡단 노선인 뉴욕 JFK-LA, 뉴욕 JFK-샌프란시스코 노선에서 새롭게 제공되는 유나이티드항공만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에는 여유로운 공간의 180도 침대형 평면좌석을, 새로운 이코노미좌석에는 레그룸을 넓혔다. 또 전 좌석에 주문형 엔터테인먼트 및 전원 공급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유나이티드 프리미엄 캐빈 서비스┃ 글로벌퍼스트Global First & 비즈니스퍼스트Business First 침대형 평면좌석과 공항에서의 우대 서비스, 주문형 개인 엔터테인먼트 및 프리미엄 기내식을 특징으로 하는 유나이티드 글로벌퍼스트와 비즈니스퍼스트와 함께라면 여행 내내 보다 업그레이드된 편안함과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다.
  • 세계 상위 0.1% 부자 그들의 이기심에 관하여

    세계 상위 0.1% 부자 그들의 이기심에 관하여

    플루토크라트/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박세연 옮김/열린책들/488쪽/2만원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최고경영자(CEO)였을 때 그의 개인 사무실은 세명이 앉기도 힘들 만큼 비좁았다. 그가 외부에 나가면 엔지니어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방을 빌려 쓰곤 했다. 세계 부자 순위 1위인 멕시코 재벌 카를로스 슬림은 허름한 캐주얼 복장이 트레이드 마크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도 검은 터틀넥 스웨터와 청바지를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학생들이 세계 최고 갑부의 자리가 어떤 느낌인지 묻자 “맥도날드보다 더 나은 햄버거를 본 적이 없다”며 소탈한 면모를 과시했다. 직원들과 똑같은 책상에서 일하고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은 겉보기엔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계급적 차이를 과시하는 것이 당연했던 전통적인 부자들에 비해 지금의 글로벌 신흥 갑부들은 겸손하고 심지어 정의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전 세계 부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이들이 사는 세상과 나머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극명하게 다르다. ‘플루토크라트’는 평등주의 분위기와는 모순되게 극단적인 소득 불균형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어디에서 기인했고 어떻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플루토크라트는 그리스어로 부를 의미하는 플루토스(Plutos)와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Kratos)를 합친 말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상징한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최상위층 갑부들을 밀착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21세기 신흥 귀족으로 불리는 플루토크라트의 실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는 전 세계 상위 0.1% 갑부인 플루토크라트 출현의 진원으로 세계화와 기술혁명이라는 두 가지 경제적 대격변을 꼽는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미국 서부 개척이 첫 번째 도금시대와 그 시대를 지배한 ‘강도 귀족’을 창조해 낸 것처럼 세계화와 기술혁명으로 인한 두 번째 도금시대는 새로운 플루토크라트 집단을 창조해 냈다는 것이다. 신흥시장의 산업화가 서구 국가들에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제공하고 서구의 신기술들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를 가속하는 과정에서 플루토크라트 집단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며 그들만의 세계를 공고히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러시아의 부를 움직이는 올리가키처럼 정부는 이들이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저자는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세계적인 슈퍼 엘리트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고 꼬집는다. 이들은 또 다른 나라 동료 부자와 공동체를 이뤄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러시아 갑부들이 영국의 축구 클럽과 신문사를 사들이고 멕시코 통신 재벌이 미국 언론인 뉴욕타임스의 두 번째 주주가 되는 사례에서 보듯 플루토크라트들은 국경을 넘어 ‘부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이 폐쇄적으로 뭉치면서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무시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내는 현실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다. 2011년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졌을 때 슈밋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 세상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도 시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99%의 불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대다수 플루토크라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부당한 오해와 억압에 시달리고 있고 자신들의 이익이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항변한다. 19세기 미국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는 일찍이 “진보와 빈곤의 결합은 우리 시대의 거대한 수수께끼”라면서 “진보가 오로지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한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러한 진보는 영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저자는 포용적인 시스템 때문에 성공을 거둔 엘리트들이 자신들이 밟고 올라갔던 사다리를 걷어차고 싶어 하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개방적인 경제 시스템과 민주적인 정치 체제로 승승장구하던 베네치아가 14세기 초 새로운 기업가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베네치아 귀족들에 대한 공식 명부인 ‘황금의 책’을 만들면서 몰락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한국 성문화·사회 변화 ‘선데이서울’에 고스란히”

    “‘선데이서울’에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 이면에 가려진 성(性)문화 등 변화하는 사회 현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토드 헨리(42) 교수는 13일 오전에도 서울신문 자료열람실을 찾아 1970~80년대를 풍미한 서울신문의 인기 주간지 ‘선데이서울’을 뒤지고 또 뒤졌다. 지루한 장마와 불볕더위가 제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지난달 12일 이후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달째 열람실에 ‘출석’ 중이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헨리 교수는 “안식년을 맞아 풀브라이트 장학금으로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과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해방 이후 한국의 성문화’. 외국인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연구다. ‘선데이서울’은 서울신문이 1968년 9월 창간해 연예계 소식뿐만 아니라 가려진 사회 이슈들까지 두루 다뤄 재미와 정보를 챙긴 국내 최초의 본격 오락 잡지다. 1991년 12월 휴간될 때까지 23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선데이서울’은 1970~80년대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국 사회의 뒷얘기를 시시콜콜 다뤘기 때문에 한국의 성문화와 사회상을 연구, 조명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입니다. 좋은 연구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헨리 교수는 ‘별들의 고향과 내 마음속의 경아’ ‘행실 나쁜 아내와 막벌이꾼의 순정’ ‘제비족과 꽃뱀들의 천국’ 등의 기사를 읽으면서 “재미있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유별난 관심은 1993년 일본 오사카 간사이대에서 시작됐다. “당시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다 간사이대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죠. 재일교포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살면서 한국 사람들과 친해지게 됐는데, 그들이 일본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걸 알게 된 후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유대인으로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느끼며 자란 탓일까. 내친김에 1999년 고려대 어학당에 입학해 ‘한국어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역사’를 공부했다. 직업 외교관의 꿈도 접었다. 이후 2006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일제 식민지 시기 경성의 도시 공간’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근대 동아시아사 교수로 재직하다 2009년부터 UCSD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진하게 ‘한국식’으로 산다. “요즘 같은 날씨엔 시원한 콩국수를 즐겨 먹는다”면서 “아마도 전생에 (내가)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K팝의 열기가 식어 버릴까 봐 누구보다 걱정하는 그다. “가수 싸이 열풍 덕분에 미국 내에서 한국학에 대한 교육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해외에서 한국학을 꾸준히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 지역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꼭 필요합니다.” 글 사진 최해국 정보지원팀장 seaworld@seoul.co.kr
  • ‘미술관 바캉스’

    ‘미술관 바캉스’

    물놀이로 휴가를 모두 허비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이럴 때 먼 곳을 돌아가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들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휴가지 인근 미술관·전시회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존재다. 지난 5월 개관한 강원 원주시 지정면 ‘한솔뮤지엄’(033-730-9000)은 ‘산속 미술관’의 정취를 뽐내며 두 달여 만에 유료 관람객 2만여명을 끌어모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만만찮은 거리임에도 8년간 공들여 지은 전원형 미술관의 매력이 강점. 7만여㎡의 면적에 5000㎡의 전시공간을 갖춰 작품을 둘러보는 데 족히 2㎞는 걸어야 한다. 이인희(85) 한솔그룹 고문이 40여년 넘게 수집해온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이대원, 박고석 화백의 작품 등 한국 근현대 미술품을 양껏 볼 수 있다. 시가 1000만 달러(약 111억 3900만원)에 달하는 헨리 무어의 대형 브론즈 조각을 비롯해 조지 시걸, 베르나르 브네 등의 조각도 만날 수 있다. 8월 한 달간 일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광수 관장이 직접 해설하는 ‘아침 근대미술산책’이 열린다. 토요일(오후 6시 30분~9시)과 일요일(오전 9시~11시 30분)에는 ‘달빛재즈콘서트’가 이어진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가나 어린이미술관’(031-877-0500)은 최근 새 단장을 마쳤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예술체험 놀이터, 현대 미술 거장들의 원작을 감상할 수 있는 교육 시설, 이벤트 위주의 예술가 아틀리에 등으로 구성됐다. 대형 레고 블록과 종이상자로 집짓기 등을 할 수 있는 ‘블록 팩토리’,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 동화 속 세계를 체험하는 ‘볼풀 아일랜드’도 갖췄다.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이라면 시원한 동강을 배경으로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033-375-4554)에 들를 수 있다. 올해 12회째인 사진제는 다음 달 22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과 야외전시장 등 강원 영월군 영월읍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시원한 동강의 하늘에 낭만을 걸다’. 젊은 작가전, 국제전 등 10개의 전시회와 워크숍은 색다른 경험을 안길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英 로열베이비 이름은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

    지난 22일 태어난 영국 ‘로열 베이비’의 이름이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로 정해졌다고 영국 왕실이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켄싱턴궁은 성명에서 “케임브리지 공작(윌리엄 왕세손)과 공작부인(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이 아들의 이름을 ‘조지 알렉산더 루이스’로 지었다는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전했다”고 밝혔다. 역대 영국 왕실에서 6명이 ‘조지’라는 이름을 썼고 이 가운데 4명은 연이어 사용했다. 영국 국왕의 이름으로 채택된 빈도로 볼 때 ‘조지’는 각각 8번씩 사용된 ‘헨리’와 ‘에드워드’에 이어 세 번째다. 독일 하노버가(家)에서 영입돼 1714년 영국 왕위에 오른 조지 1세가 가장 먼저 사용했고,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이자 영화 ‘킹스 스피치’(2011년)의 실제 모델이던 조지 6세(1936~1952년 재위)가 가장 최근에 이 이름을 썼다. 왕실 전기작가인 로버트 레이시는 “분명 여왕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중간 이름이며 ‘루이스’는 윌리엄 왕세손의 중간 이름 가운데 하나다. 고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 아버지 등의 이름을 모아 지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英왕실 ‘넘버 3’ 로열베이비 탄생… 폭염 삼킨 축하열기

    英왕실 ‘넘버 3’ 로열베이비 탄생… 폭염 삼킨 축하열기

    “드디어 태어났어요. 국운을 부흥시키는 복덩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국 왕위계승 서열 3위인 ‘로열 베이비’의 탄생에 영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렇게 환호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은 예정일(13일)보다 9일이나 늦어진 이날 오후 4시 24분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가 10시간 산통 끝에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 민영병동인 린도윙에서 3.79㎏의 건강한 아들을 순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7년 만에 찾아온 폭염에도 버킹엄궁 앞을 지키던 시민 1000여명은 새로운 왕손의 출산을 알리는 공고문이 게재되자 영국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런던의 랜드마크인 트라팔가 광장 분수대와 영국연방 소속 국가인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 등은 로열 베이비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남아를 뜻하는 파란색 조명을 밝혔고, 런던 시내에서는 103발의 축포가 발사됐다. 윌리엄 왕세손과 미들턴 왕세손비 부부의 출산으로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포함해 4대에 이르는 왕위 승계 체제를 굳히게 됐다. 왕실 역사상 국왕 재위 중 4대에 걸친 승계 체제가 굳어진 것은 빅토리아 여왕(재위기간 1837~1901년) 시대 이후 112년 만이다. 케임브리지 공작인 아버지 직함에 따라 ‘케임브리지 왕자’라는 칭호를 받은 로열 베이비는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에 이어 왕위 계승 서열 3위에 올랐으며, 해리 왕자는 4위로 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로열 베이비가 고(故) 다이애나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같은 ‘게 별자리’에 태어나 예민하고 감성적 성격을 지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왕손의 공식 이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영국 언론들은 역대 영국 왕들의 이름 가운데 에드워드와 헨리라는 이름이 8명씩으로 가장 많았으며, 조지, 윌리엄 등도 각각 6명, 4명으로 자주 붙여졌다고 전했다. 영국 육아정보 웹사이트인 ‘베이비센터’는 올해까지 가장 인기 있는 왕실 이름으로 찰스, 헨리, 해리, 조지 등이 뽑혔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 각계각층 인사들의 축하 인사도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케임브리지 공작과 공작 부인의 첫 아이 출산을 축하한다”며 “영국 왕실과 모든 영국인이 이 역사적 순간을 잘 보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미래 군주의 탄생을 고대했다”며 “로열 패밀리와 특별하고도 따뜻한 관계를 맺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로열 베이비에 대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에 비판 섞인 분석도 나왔다. 하버드대 역사학과 마야 재서노프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를 통해 “왕실은 권위를 잃은 국가에 연속성을 부여하고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온라인판은 이날 왕실 관련 기사를 배제한 홈페이지 화면을 별도로 제공했다. 독자가 ‘왕권주의자’를 선택하면 왕실 기사들을 볼 수 있지만 ‘공화주의자’를 선택하면 왕실과 관련한 모든 기사에 노출되지 않고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영국에서 공화주의자의 의미는 왕권보다는 정부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며 “로열 베이비 탄생에 관심 없는 독자들을 위한 조치”라고 소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당나귀와 원숭이의 대화로 본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에는 왜 상상력이 허용되지 않는가?’ 작가의 의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대다수의 작품들은 기록물의 형식을 띠고 있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는 작가의 체험을 기반으로 한 증언 문학이었다. 200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임레 케르테스의 작품 역시 작가가 수용소에 끌려간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그것은 대학살의 현실이 상상력을 적용할 수 없을 만큼 무참하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되묻는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상상력을 왜 홀로코스트에는 적용할 수 없는가?’ ‘20세기의 셔츠’(작가정신 펴냄)의 주인공 헨리는 작가다. 픽션과 논픽션을 절반씩 뒤섞어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을 내려 하지만 출판사의 냉대를 받고 체념한다. 아내와 낯선 도시로 이주한 그는 어느 날 헨리라는 동명의 독자에게 ‘20세기의 셔츠’라는 희곡을 전해 받는다. 독자의 직업은 박제사. 그가 쓴 희곡은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헨리는 희곡에 빠져들며 묘한 분위기를 가진 박제사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호랑이와 구명 보트에 오른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파이 이야기’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얀 마텔은 이번 작품에도 동물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박제로 만든 모든 동물은 과거의 해석”이라고 말하는 박제사는 희곡을 통해 죽은 동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 버질과 베아트리스는 홀로코스트라는 알레고리를 두고 베케트풍의 무위한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겪은 일에 어떤 이름이 붙여질까?” “괜찮은 질문인데.” “대사건?” “너무 밋밋해.” “대홍수는 어때?” “날씨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대재앙?” “그 말은 홍수나 지진에나 쓰는 말이야.” 마텔은 “우리 능력을 벗어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린다. 그는 “홀로코스트는 언제나 홀로코스트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우화적 기법으로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를 그리려 했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과 소설의 형식이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견딜 수 있다”는 한나 아렌트의 인용문을 연상시킨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넥타이 푼 시진핑 ‘자신감·개방’스타일

    넥타이 푼 시진핑 ‘자신감·개방’스타일

    “중국 지도자가 백악관이 아닌 캘리포니아 휴양지에서 넥타이를 풀고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이다.” 7~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서니랜즈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정상회담에는 시 정권 출범 이후 확 바뀐 중국 외교의 스타일 변화가 압축돼 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롼쭝쩌(阮宗澤) 연구원은 6일 “시 주석의 외교는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와 비교할 때 개방성과 유연함이 돋보인다”며 실용주의를 앞세운 파격이 시진핑 외교의 키워드라고 소개했다. 후 전 주석은 2006년 첫 방미 때 대국의 체면을 내세워 국빈방문 형식을 고집했고, 불발되자 백악관 앞마당에서 21발의 예포를 쏘는 환영 의식을 요구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텍사스 목장 초청도 ‘격’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시 주석의 첫 방미는 ‘만남’을 의미하는 ‘회오’(會?) 형식이다. 편한 복장으로 쉬운 수사적 표현을 곁들이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 줄 예정이다. 그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이 외교무대에서 퍼스트레이디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신중국 건국 이후 전례가 없다. 상황을 주도하는 능동성과 국력 향상에 따른 강한 자신감도 눈에 띈다. 시 주석은 취임 3개월 만에 첫 방미에 나선다. 그것도 중남미 순방을 끝낸 뒤 귀국하는 길에 들르는 형식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총서기 취임 후 4년 반, 후 전 주석도 3년이 걸렸다. 시 주석이 방미에 앞서 동등한 지위를 골자로 하는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내세우는 모습은 첫 방미를 앞두고 미 보잉사 비행기 50억 달러(약 6조원)어치를 구매했던 후 주석의 금전 외교와도 대조된다. 중화권 언론들은 앞서 시 주석 취임 뒤 존 케리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고위 공직자들이 줄줄이 방중했던 것을 근거로 미국이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더 많이 공을 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 키신저가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밝혔듯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뒤 장 전 주석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애쓰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선지루(沈驥如) 연구원은 “이전 지도부는 미국 등 일부 대국만 관리하는 소극적 외교를 폈다면, 지금은 주변 각국 및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도 공을 들이는 것은 물론 다자 무대에서의 영향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전방위적인 공격 외교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교수는 “전 정권이 출범하던 10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의 지위는 몰라보게 높아졌고 영토분쟁 에너지 확보 등 중국의 이익도 각지에 널려 있다. 외교 전략이 바뀌면서 스타일도 변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철의 여인’ 마지막 길, 빅벤도 48년 만에 침묵

    ‘철의 여인’ 마지막 길, 빅벤도 48년 만에 침묵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거행됐다. 20세기 영국은 물론 현대 정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처럼 성대했지만, 전날 미국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와 반대처 시위에 대한 우려로 시종 팽팽한 긴장 속에서 치러졌다. 대처의 장례식은 오전 11시 영국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포함한 170개국 2000여명의 조문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16일 오후 자신이 30여년간 일했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 도착한 고인의 시신은 유족과 상·하원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추도 예식을 마치고 마지막 밤을 보냈다. 17일 오전 10시 영국기인 유니언잭에 싸여 운구차에 실린 대처의 관은 런던의 템스 강변을 따라 고인이 총리로 11년간 머물렀던 다우닝가 10번지(총리 관저)와 트라팔가 광장 등을 거쳐 세인트클레멘트 데인스 성당에 도착했다. 고인의 관을 장식한 흰색 조화 위에는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은 우리 마음에 있습니다”라는 자녀들의 메모가 놓였다. 15분마다 종을 울리는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의 대형 시계탑 ‘빅벤’은 애도의 뜻에서 타종을 멈췄다. 이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 장례식 이후 48년 만이다. 오전 10시 30분 왕실 근위기병대의 말 여섯 마리가 끄는 포차(砲車)로 옮겨진 관은 세인트폴 대성당까지 2.5㎞에 걸쳐 운구 행렬을 펼쳤다. 수레 양옆으로는 대처의 최대 치적인 포클랜드 전쟁에 참여한 육·해·공군 대원들이 함께했다. 거리 곳곳에는 4000명의 경찰과 2000명의 군 병력이 배치됐으며, 테러에 대비한 저격수들도 건물에 위치했다. 오전 11시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각국에서 찾은 사절단이 참여한 가운데 장례식 본행사가 진행됐다. 설교를 맡은 리처드 차터스 런던 주교는 설교에서 “(대처에 대해) 충돌하는 의견이 있지만 이 자리는 고인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인생 여정을 마감하는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초청된 인사 중에는 생존한 모든 영국 전 총리를 비롯해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제임스 베이커 등 미국 전 국무장관들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한승수 전 총리가 특사로 파견됐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 부부, 고인과 각별한 관계였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구소련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고 포클랜드섬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주영 아르헨티나 대사도 불참했다. 장례식에서는 대처의 손녀 어맨다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고인이 애독했던 에베소서 구절 ‘하느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와 요한복음 구절 ‘마음에 근심하지 마라’를 낭독했다. 또 예식안내서에는 고인이 즐겨 읽었던 영국 시인 TS 엘리엇과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인쇄됐다. 장례식 후 대처의 시신은 화장돼 남편 데니스 대처 경이 묻힌 왕립 첼시 안식원에 함께 안장됐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킬링 소프틀리

    조지 V 히긴스는 다양한 경력을 쌓던 중 범죄소설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그의 범죄소설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았거니와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건조하고 사실적으로 지하세계에 접근한 그의 소설은 영화와 별 인연이 없었다. 대표작 ‘에디 코일의 친구들’이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숨은 걸작으로 남았을 뿐이다. ‘킬링 소프틀리’는 1999년에 세상을 떠난 히긴스의 소설을 수십년 만에 스크린 위로 불러낸다. 보스턴의 범죄조직을 그린 원작 ‘코건의 거래’의 시간적 배경인 1970년대 초반을 2008년으로 바꾸었으나, 30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연출을 맡은 앤드루 도미닉은 과작의 감독이다. 2000년에 ‘차퍼’로 데뷔한 이래 그가 내놓은 작품은 단 3편에 불과하다. 에릭 바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차퍼’와 칸영화제 진출작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은 범죄세계에 대한 낭만적 인식과 서부 신화의 실체 및 쇠퇴 과정을 냉철하게 논평한 작품이다(한국에서는 두 편 다 홈비디오로 소개됐다). 신작 ‘킬링 소프틀리’는 미국이라는 이상화된 사회와 범죄세계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조롱한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다만, 영화의 목소리는 더욱 신랄하고 혹독해졌다. 도미닉은 호주에서 자랐으나 뉴아메리칸시네마의 피를 타고난 모양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를 대표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1990년 작품 ‘좋은 친구들’에서 레이 리오타는 갱을 꿈꾸다 진짜 갱으로 성장한 헨리로 분했다. 헨리와 두 친구가 왕년의 악당을 처단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분수령으로 치닫는다. 도노반의 노래 ‘아틀란티스’가 흐르는 가운데, 세 남자는 손과 다리와 칼로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폭력을 가한다. ‘킬링 소프틀리’에서 리오타는 반대의 상황에 처한 마키를 연기한다. 두 명의 주먹이 그를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이가 빠지고 갈비뼈가 부러질 동안, 영화에는 어떤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세차게 내리는 빗방울만 그의 멍든 몸을 구슬프게 적실 따름이다.  ‘제로 다크 서티’, ‘렛 미 인’등의 촬영을 맡아 주가를 올리는 그레이그 프레이저는 ‘킬링 소프틀리’가 1970년대로부터 튀어나온 영화처럼 보이게 하였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은 창고에서 수십 년 묵은 필름을 꺼내 상영한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시종일관 암울하고 음침한 톤을 유지하는 영상 덕분에, 보잘것없는 범죄조직의 삶은 더욱 초라한 인상을 띤다. 그것은 미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기도 하다. ‘킬링 소프틀리’의 이미지는,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선진국가가 아니라 부패하고 궁핍한 제3세계 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킬링 소프틀리’는 부시와 오바마의 음성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한다. 임기 말기의 부시와 새롭게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각기 경제 불황을 이겨내고 위대한 미국을 건설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연설한다. 오바마의 취임사를 뒤로한 채, 주인공 코건이 내뱉는 말-“미국은 사업체야. 그러니 내게 돈을 지급해”-이 곧 영화의 자세다. ‘우리와 공공의 선’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나와 개인의 욕망’이다. 뉴아메리칸시네마의 재래라 할 ‘킬링 소프틀리’는 권력과 돈을 쥔 자들을 향해 아니꼬운 얼굴을 들이민다. 그것이 뻔뻔한 범죄자의 얼굴이란 점이 이 영화의 아이러니다. 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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