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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스콧 도널드슨 지음

    ‘잃어버린 세대’란 제1차세계대전 후 전통적인 문화가치에 대해 불만과 환멸을 느낀 일군의 미국 지식인과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 이를 대표하는 작가가 바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다. 경쟁관계였던 둘의 우정과 반목은 사뭇 유명하다. ‘헤밍웨이 vs 피츠제럴드’(스콧 도널드슨 지음, 강미경 옮김, 갑인공방 펴냄)는 두 사람간의 우정의 다양한 얼굴을 생생한 일화를 통해 들려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자신의 나라를 등진 문인들로 북적였던 1920년대 파리. 이미 유명인사가 된 피츠제럴드는 무명의 헤밍웨이를 자신의 전속 출판사인 스크리브너스에 소개시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그러나 동료작가로서 서로를 격려하며 북돋워주던 것도 잠시, 가학과 피학의 관계로 치닫던 이들은 결국 갈라선다.‘파파’라고 불린 헤밍웨이가 남성적이었던 반면,‘재즈시대의 대변인’으로 통한 피츠제럴드는 여성스러운 외모 만큼이나 섬세함과 세련됨을 자랑했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논술과 친해지며 한자 5급 바로 넘기 상·하(장진한 지음, 행담출판 펴냄) 한자의 자원(字源)을 그림을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한 한자 학습서. 한자가 들어간 논설문과 기사문 등을 짤막하게 압축한 논술코너를 둬 한자를 익히며 글쓰기 공부도 병행할 수 있도록 꾸몄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한자, 즉 해서체의 원형인 전서체도 함께 실어 한자를 그림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5급 한자능력 검정시험 대비용. 각권 1만 1000원.●해공 신익희 리더십 21-버림(한수자 지음, 야독 펴냄) 정치가 해공 신익희의 리더십을 조명. 해공 리더십의 기본 바탕은 ‘버림’이다. 버림은 곧 ‘비움’으로 이어진다. 비움을 실천하게 되면 자리나 감투에 연연하지 않고 공(公)에 기반해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해공은 나아가 강(剛, 강건), 자(慈, 자애), 명(明, 명석)을 말했다. 이 세 가지 덕목에서 다시 기량, 담대, 상생 등 21가지 해공 경영철학이 나온다.1만 2000원.●쿠바를 찍다(이광호 지음, 북하우스 펴냄) 사진작가인 저자가 건져올린 쿠바의 맨얼굴이 담겼다. 쿠바 하면 흔히 떠올리는 말레콘,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의 유적지, 시가 공장 등 전형적인 루트뿐만 아니라 비날레스, 바라데로, 트리니다드, 산티아고데쿠바, 시엔후에고스 등 쿠바 곳곳의 풍광과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 숨쉰다.1만 5000원.●불멸의 여성 100(리타 페터 지음, 유영미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나일강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미인계는 그녀만의 특징이 아니다. 종교와 정치, 섹스를 하나로 묶어 종합적으로 생각한 당대 이집트의 전형적 사고방식이었다. 레닌과 마르크스의 뒤에는 지혜로운 아내 나즈예다 크루프스카야와 예니 폰 베스트팔렌의 내조와 활약이 있었으며, 이 두 현명한 여인들은 모두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여성의 시기’라 불리는 21세기, 인습에 맞서 꿈을 좇았던 여성 100인의 삶을 조명.1만 8000원.●하느님…왜?(피에르 지음, 임왕준 옮김, 샘터 펴냄) ‘빈민의 아버지’‘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피에르 신부의 신앙 에세이. 피에르 신부는 사제의 몸으로 2차대전에 참전해 나치에게 박해받는 이들의 망명을 도왔고, 전후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1949년 파리 근교에 ‘엠마우스’라는 이름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노숙자와 빈민 구호활동을 펼쳤다. 오늘날 세계 40개국에 450개의 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는 엠마우스 운동의 시초다.8500원.
  • [Book & Life] ‘책의 참뜻’ 담지 못한 독후감 숙제

    얼마 전 중학생인 둘째 아이가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책을 두 권 사다 준 적이 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던 것 같다. 퇴근 길에 책을 사들고 들어갔더니 “에이, 아빠 벌써 다 썼어요.”라는 게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내게 아들놈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요약된 글이 천지”라며 “책을 언제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느냐.”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것이었다.10여분간 훈계를 늘어놓은 뒤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다시 쓰라고 하니 심약한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인터넷을 직접 검색해 보니 요약된 글뿐만 아니라 줄거리,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느낀 점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아예 모범 독후감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왔다.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바쁜 세상에 쉬운 길(요약글) 놓아두고 굳이 어려운 길(원전)을 택할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니, 공연한 트집을 잡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점에서도 요즘엔 요약된 글을 묶은 책들이 인기다.‘요약 세계문학전집’이니 ‘독후감 숙제’니 하는 책들이 다. 서너권만 사놓으면 수십명의 위인들과 고전을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 준비를 위한 ‘다이제스트 고전’도 쏟아져 나온다. 다이제스트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역사든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관심이 가는 책을 골라 읽게 하는 원전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요약된 글을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논술시험을 위해 요약집을 달달 외운들, 인터넷에서 독후감 숙제를 수십번 베껴 낸들, 동서고금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고전의 깊은 맛을 과연 알 수 있을까. 아이들을 겉은 실해 보이나 텅 빈 무처럼 키워선 안 된다. 학교에선 독후감 숙제를 내주기보다, 차라리 1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수업시간을 쪼개 책을 읽게 하는 게 낫겠다. 출판사도 ‘논술준비’니 ‘양서안내’니 하며 요약된 글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은 그만두었으면 한다.이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출판시장에도 해가 되는 일이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Book & Life] 책·영화, 그리고 상상력

    [Book & Life] 책·영화, 그리고 상상력

    영화 ‘다빈치코드’ 개봉을 앞두고 원작소설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재작년 이맘때 국내에 번역출간된 지 5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면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젠 영화 덕까지 톡톡이 볼 태세다. 책 판매가 영화 덕을 보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의 소설 ‘오만과 편견’도 이를 다룬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면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플라이, 대디, 플라이’ 또한 영화 개봉후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한 책이다. 이젠 꼭 원작소설이 아니더라도 영화나 TV드라마가 히트하면 그 대본이 자연스럽게 책으로 엮여 나오는 시대다. 또 그 내용과 상관 없이 극중 드라마 주인공이 좋아하는 책이 느닷없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기도 한다. 영상을 좋아하는 세대가 늘어나다보니 영상산업이 출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국민 독서량이 자꾸 떨어지는 형편에 이렇게라도 책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다행스럽기도 하다. 한데 가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볼 때 마음 한 쪽에 혼란스러움이 교차한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읽은 뒤 이를 원작으로 한 샘 우드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받았던, 마치 간 안된 국을 먹던 느낌이 종종 반복되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는 상상력의 문제인 것 같다. 게리 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열연을 펼쳤음에도,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수많은 풍경과 감정은 영화의 몇 장면으로 고정돼 버린 것이다. 이는 사실 맥풀리는 일이었다. 앞서 얘기한 ‘오만과 편견’이나 조디 포스터가 열연한 ‘양들의 침묵’, 허먼 멜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백경’ 등 많은 영화들이 영화로선 호평을 받았음에도 원작이 제공했던 상상력과 재미에는 대부분 미치지 못했다. 사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든 내용을 담아야 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것은 영화를 보고나서 원작소설을 처음 읽는 이들이 느껴야 할 상상력의 가로막힘이다. 영화를 보며 한번 뇌리에 각인된 장면들은 책을 읽으며 펼쳐질 수많은 상상의 장면(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들을 원천봉쇄할 것이 아닌가. 책 판매가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영화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은 역설적이다. 그럼에도 영상이 문자를 압도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나마 영상이 책을 읽게 도와주는 현상을 고맙게만 여겨야 하는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쿠바의 헤밍웨이/힐러리 헤밍웨이·칼린 브레넌 지음

    쿠바의 헤밍웨이 혹은 헤밍웨이의 쿠바. 바늘에 실 가듯,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를 이야기할 땐 으레 쿠바를 말하게 된다. 헤밍웨이는 비록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마흔 살이던 1939년 쿠바에 정착해 1960년까지 그곳을 터전삼아 생활하고 글을 썼다. 쿠바의 눈부신 바다는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안겨줬고 바다낚시는 강렬한 도전정신을 내뿜게 만들었다. 청새치를 낚아 올리며 상어와 싸운 경험과 쿠바 어민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 그리고 조용한 어촌 마을 코지마는 ‘노인과 바다’라는 위대한 작품을 낳게 한 핵심 동력이 됐다.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헤밍웨이는 자신은 ‘쿠바인’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이라며 쿠바에 영광을 돌렸다. 쿠바는 그에게 진정한 고향이었던 셈이다. 헤밍웨이의 조카인 다큐멘터리 작가 힐러리 헤밍웨이와 국제헤밍웨이페스티벌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칼린 브레넌이 함께 쓴 ‘쿠바의 헤밍웨이’(황정아 옮김, 미디어2.0 펴냄)는 20세기 대표적인 소설가 헤밍웨이의 문학적 여정과 삶의 초상을 다룬다. 책은 아바나 항구에서 호텔 암보스 문도스, 산프란시스코 부두, 핀카 비히아 등 헤밍웨이의 삶의 흔적과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는 곳들을 짚어가며 그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작품으로 남겼는가를 살펴본다. 산프란시스코 부두에서 1마일쯤 떨어진 암보스 문도스 호텔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맨 처음 머물렀던 곳이다. 헤밍웨이는 1932년부터 1939년까지 쿠바를 방문하는 동안 이 호텔에 머물렀다. 많은 이들은 헤밍웨이가 왜 카지노로 명성을 얻은 나시오날 호텔 같은 유명 호텔을 마다하고 이 곳에 묵었는지 의아하게 여긴다. 책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헤밍웨이는 자유로운 사생활을 즐겼고 옛 아바나의 중심부에 머물고 싶어했다. 암보스 문도스가 낚싯배를 정박시킨 부두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이 도시의 붉은 타일 지붕과 예수회가 지은 오래된 성당, 아바나 항의 입구와 등대, 엘모로 요새까지 아우르는 눈부신 전망 때문에도 헤밍웨이는 이 호텔을 즐겨 찾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의 자취를 좇는 여행의 정점은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지낼 때 살던 핀카 비히아다.‘망루(望樓)농장’이란 뜻을 지닌 이 무어풍의 아름다운 집은 그의 세번째 부인이자 종군기자였던 마사 겔혼과 결혼생활을 한 곳이기도 한다. 이 곳엔 9000권의 책이 꽂힌 헤밍웨이의 개인도서관과 더불어 동물 머리와 피카소의 황소 판화 등 예술작품까지 그대로 벽에 걸려 있다.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문학적 영감을 얻었다면 카스트로는 헤밍웨이에게서 혁명의 영감을 얻었다. 쿠바의 혁명가이자 대통령인 카스트로가 유일하게 존경한 미국인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헤밍웨이일 것이다. 카스트로는 1959년 헤밍웨이의 새치 낚시대회에서 단 한번 그를 만났지만, 그 만남은 카스트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카스트로는 이후 헤밍웨이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인다. 그는 왜 그토록 헤밍웨이에 관심을 쏟았을까. 의문은 1992년 쿠바에 남아 있는 헤밍웨이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헤밍웨이 프로제트’ 발족 기념식 때 카스트로가 한 짧은 연설에서 비로소 풀린다.“그의 작품을 그저 소설이나 픽션으로 부를 수는 없습니다. 나는 헤밍웨이를 읽으면서 역사를 배웠습니다.‘무기여 잘 있거라’는 역사입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역사입니다.”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책이 여느 헤밍웨이 관련 책들과 좀 다른 것은 그와 가까웠던 조카 힐러리 헤밍웨이가 직접 자료를 찾고 글을 썼다는 점, 그리고 헤밍웨이 재단과 헤밍웨이 일가가 소장하고 있는 160장에 이르는 진귀한 흑백사진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세피아 톤으로 바랜 이 사진들은 텍스트에는 드러나지 않은 위대한 작가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보게 한다. 헤밍웨이와 카스트로가 헤밍웨이의 낚시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 친구 시드니 프랭클린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밍웨이가 자신이 잡은 새치를 자랑하는 모습, 권투를 좋아한 헤밍웨이가 비미니 사람들에게 권투을 가르쳐 주는 모습, 헤밍웨이가 신성시했던 자신의 침실 창밖 케이폭나무와 책 근처에 놓아뒀던 부두 인형 등 흥미로운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도서관을 살리자] (하) 시민참여가 관건

    [도서관을 살리자] (하) 시민참여가 관건

    뉴욕의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이 100여년 동안 차근차근 일궈낸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기부하거나 지원하면서 도서관을 키워 왔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시민들의 참여가 척박한 국내 현실에서 도서관을 진정한 문화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 깊이 새겨야 할 표본이다. |뉴욕 김유영특파원|뉴욕의 대표도서관인 인문사회과학도서관.1층에 자리한 ‘드윗 월레스 정기간행물실’은 세계 최대의 교양잡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창간자인 드윗 월레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그는 1920년대 이곳을 드나들며 신문·잡지를 뒤적거리면서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읽기 쉽게 간추릴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잡지를 펴내게 됐다. 잡지가 ‘대박’이 나자 드윗 월레스는 도서관에 거액의 기부금으로 보답했다. ●기부는 도서관의 경쟁력이다 같은 건물 3층의 ‘로즈 열람실’ 역시 1998년 사업가인 프레데릭 로즈 일가가 기부한 1500만달러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다시 꾸며졌다. 도서관 홍보담당자인 티모시 파렐은 “결혼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로즈 부인이 자녀가 성장한 뒤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공부에 몰두했다.”면서 “로즈 부인은 기부란 고마운 마음을 표시한 것일 뿐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역사는 이처럼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전신은 1849년 모피 무역상인 존 야곱 애스터의 유산 40만달러로 만들어진 애스터 도서관과 부동산 재벌 제임스 레녹스의 개인 도서관이다. 하지만 이들 도서관이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히자 2개의 도서관이 합병됐다. 이후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한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기부금이 공공도서관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같은 기부문화는 지금까지도 잘 정착되고 있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연구도서관 4곳이 받은 개인·기업의 기부금은 2758만 7000달러로 미국연방정부와 뉴욕시에서 지원한 2800만달러와 엇비슷하다. 특히 1996년 문을 연 과학산업도서관(SIBL)의 개관비용 1억달러 가운데 절반은 개인·기업들의 기부로 이뤄졌을 정도다.85개의 분관에서 받은 기부금도 1137만 4000달러에 이른다. 기업들의 기부도 두드러진다.2004년에는 주식시장인 나스닥,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사, 뉴욕생명사는 100만달러 이상을 기부한 곳으로 꼽힌다. 도서관에 ‘기업회원’으로 가입된 곳은 JP모건,UBS, 메트라이프, 블룸버그, 코카콜라, 파이자, 뉴욕타임스, 폴로, 포드사 등 350여곳에 달한다. ●부자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눈여겨볼 점은 반드시 ‘부자’들만 ‘돈’으로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시간’을 따로 내서 봉사하는 은퇴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도서관마다 안내 데스크에는 자원봉사자인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도서관 이용을 도와준다. 변호사 출신의 일레인 스톤(78·여)은 일주일에 두 번가량 인문사회과학도서관에 나와서 관광객 20여명을 이끌고 ‘도서관 투어’를 한다. 가는 목소리 정도로 나이를 가늠케할 뿐 투어 내내 지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나이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만족한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봉사 분야는 다양하다.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실’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청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봉사자들은 어린이나 청소년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해 도서관 이용법을 가르쳐주고 안내책자를 보내 시민들에게 기부금을 유도한다. ●‘사자상’은 뉴요커의 자부심이다 이같은 기부문화와 자원봉사 제도의 정착에는 뉴욕 공공도서관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은 “공공도서관이 없는 뉴욕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다. 뉴요커의 자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인문사회과학도서관은 여행책자마다 명소로 소개되어 있으며, 매일 아침 문을 열 때 관광객들이 줄서서 들어갈 정도로 명소로 꼽힌다. carilips@seoul.co.kr ■ 기부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뉴욕 김유영특파원|뉴욕 공공도서관 연차보고서 책자의 4분의1가량은 개인과 기업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도서관에 기부금을 낸 사람과 기업의 명단이다. 인문사회과학도서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대리석 벽에도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역시 기부금을 낸 사람들이다. 뉴욕 공공도서관의 ‘기부금 신화’는 단지 시민의식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도서관은 기부금을 모집하기 위해 계층별로 다양한 전략을 고안해낸다. ●젊은층의 사교장 가장 눈길을 끄는 제도는 2000년부터 20·30대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영라이온스(젊은사자들)’이다.300달러 이상의 연회비를 내면 각종 행사에 초청받는다. 대표적인 행사는 4월마다 열리는 파티. 지난해 ‘소설 헤밍웨이의 아바나’를 주제로 열린 파티에서는 1950년대 헤밍웨이의 아바나에서의 생활과 그와 관련된 희귀본 등이 전시됐다. 인기 영화배우이자 소설가인 에단 호크와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원작자 캔디스 부시넬 등이 참석했다. 모두 영라이온스 회장단이다. 영라이온스는 올해에도 연애편지의 진화사,ABC방송국의 특파원 조지 스테파노폴러스의 정치저널리즘 강연,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와의 대화 등을 연다. 도서관 관계자는 “젊은층들은 나이가 들면서 다른 기부 프로그램으로 옮겨갈 수 있는 안정적인 고객이라는 점 때문에 신경쓰고 있다.”면서 “참가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맥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돈을 끌어낸다 도서관은 기업을 대상으로도 1000달러에서 100만달러까지 다양한 종류의 기부금 제도를 운영한다. 회원 기업에 사서들이 방문, 도서관 이용법을 설명해준다. 또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져 건축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도서관은 패션쇼, 기업의 만찬파티, 결혼식 등에 장소를 빌려주고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 특히 ‘금융 서비스 리더십 포럼’이라는 조찬강연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주식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AIG보험사의 CEO인 모리스 그린버그 등이 연사로 나섰다.4회에 1200달러를 받지만, 기업이 기부도 하고 사업인맥도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도서관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도서관 친구들)’를 운영한다. 최소 가입 금액은 25달러로 6종류가 있다. carilips@seoul.co.kr ■ 기부가 기부 낳은 ‘이진아 도서관’ 서울 서대문구 구립 이진아도서관은 ‘아름다운 기부’로 태어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중소기업 사장인 이상철(59)씨가 2003년 6월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둘째딸 이진아(당시 20세)양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딸의 이름을 기려 50억원을 서대문구에 기탁했다. 이 도서관은 지난해 9월5일 고 이진아양의 생일에 맞춰 문을 열었다. 이진아도서관이 기부로 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도 나서 책 100여권을 도서관에 기부하고, 이상철씨의 친구도 도서관 로비에 걸릴 유화를 기증했다. 이진아도서관의 이정수 관장은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낳은 사례”라며 기부문화의 선순환 효과를 설명했다. 현행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에 따르면 도서관 운영비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기부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서관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기부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문화관광부 용역을 받아 2002년 작성된 ‘도서관 중장기 발전방안 보고서’는 “도서관 진흥기금의 모금을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도서관협회 등에 기금위원회를 설치하고, 기금 모금을 위해 국가는 ‘목적세(가칭 도서관세)’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관할 주체 어디서도 적극 나서지 않아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 기부문화의 미흡 외에도 도서관 자원봉사 업무도 ‘시간 때우기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없으며, 방학을 맞이해 학생들이 봉사점수를 따려고 종종 온다.”면서 “봉사 학생들에게 서가 정리를 시키고 있지만 끼리끼리 잡담하고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강박관념(EBS 오후1시50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데뷔작이다. 비스콘티의 작품이라는 것 말고 1934년 발간된 제임스 케인의 소설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번 울린다’를 각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소설의 모티프는 ‘강박관념’을 포함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여섯 차례나 영화로 옮겨졌다. 할리우드에서도 1948년 라나 터너, 존 가필드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제임스 케인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아류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마흔 살이 넘어 낸 처녀 장편인 이 소설과 ‘이중배상’ 등으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알베르 카뮈가 ‘우편배달부’에서 영감을 얻어 ‘이방인’을 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잭 니컬슨과 제카 랭 주연 리메이크작 ‘우편배달부’(1981)와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몰래 트럭을 훔쳐 탄 떠돌이 청년 지노(마시모 지로티)는 포강 인근 농가에 가게 된다. 이 곳은 주세페 브라가나(후안 데 란다)와 조반나(클라라 칼라마이) 부부가 매점을 운영하는 곳이다. 지노와 사이가 깊어진 조반나는 함께 도망가려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지노와 조반나는 다시 사랑의 감정을 불피우고, 결국 교통사고로 위장해 주세페를 살해하게 되는데….1943년작.141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니벨룽겐의 반지 2부-반지의 저주(KBS2 오후 11시15분) 지난주부터 선보이는 독일 영화‘니벨룽겐의 반지’ 2편이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한 대서사시로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가 신들을 주로 다뤘다면, 이 영화는 인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니벨룽겐’는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1부에서 크샨텐의 후계자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장장이의 손에서 자란 지크프리트(벤노 퓌어만)가 포악한 용을 처치하고 영웅으로 떠오른 뒤 원수를 갚는 과정을 그렸다면,2부에서는 지크프리트와 아이슬란드의 여왕 브룬힐트(크리스타나 로큰), 군터 왕(새뮤얼 웨스트)의 여동생 크림힐트(알리샤 위트)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을 둘러싼 모험이 펼쳐진다. 지크프리트는 군터 왕의 음모로 마법에 빠져 브룬힐트를 잊고, 크림힐트를 사랑하게 된다. 또 군터 왕의 꼬임으로 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하고 브룬힐트와 결투를 벌인다. 패배한 브룬힐트는 어쩔 수 없이 군터 왕과 결혼하게 되지만, 자신을 이긴 사람이 군터 왕이 아니라 지크프리트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2004년작.90분.
  •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산토 아리코 지음

    “차도르를 입고 어떻게 수영합니까.” “우리 관습에 왜 당신이 이러쿵 저러쿵 합니까. 이슬람의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옷을 입지 않아도 됩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그녀는 호메이니의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차도르를 벗어 그의 발 앞에 던졌다.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호메이니에게 그녀가 던진 말,“어디 가세요. 쉬하러 가십니까.” 호메이니를 비롯해 덩샤오핑, 헨리 키신저, 바웬사 등 세계의 거물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는 주눅들기는커녕 그들을 ‘갖고 놀듯’ 이야기를 끌어갔다. 이들은 팔라치의 날카로운 질문공세에 피곤해했고, 승리는 늘 팔라치 몫으로 끝났다.‘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산토 L 아리코 지음, 김승욱 옮김, 아테네 펴냄)는 저널리스트 팔라치의 평범하지 않은 삶과 이력을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수천 가지의 분노를 갖고 인터뷰해 팔라치는 타협하지 않는 정치적 인터뷰어로 유명하다. 권력을 움켜쥔 자들을 철저히 해부했다. 이를 모아 출간한 ‘역사와의 인터뷰’는 미국에서 인터뷰 기법을 위한 교재로 쓰일 정도. 그녀는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마다 수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임했다. 그 분노는 수천 개의 질문이 되어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기 전에 먼저 나를 공격했다.”고 얘기했다. 그녀는 종군기자로 베트남전쟁에서 중동전쟁, 헝가리 침공에서 남미 봉기, 멕시코 대학살에서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다. ●스스로 신화를 만들어 팔라치는 기사를 쓰면서 자신을 모험가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역사의 현장의 중심에 놓았다. 우주 비행사들과의 인터뷰, 베트남 전쟁기사 등에서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이미지에 환한 조명을 비췄다. 거물과의 인터뷰에서는 결정적인 발언권을 가진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녀는 ‘한 남자’‘인샬라’ 등 소설가로도 성공, 헤밍웨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능력은 독서광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소산이다. 팔라치에게 저널리즘은 단순한 정보전달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기사를 ‘문화의 연장’으로 봤다. 신문에 대해서는 “지적인 능력을 힘차게 자극하는 자극제”라고 정의내렸다. 그녀는 20세기를 뒤흔든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폭로하는 일에 매달려 왔지만 정작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보호하는 태도로 신화의 옷을 벗지 않았다. 평생 끊임없이 화제를 몰고 다닌 그녀는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암투병 중. 최근 이슬람을 정면으로 비판한 책 때문에 종교모독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나는 다다다/만 레이 지음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무관심하지 않았다’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의 만 레이 묘비에 씌어 있는 이 비문만큼 평생동안 다다이즘을 구현했던 예술가 만 레이의 삶과 예술을 가장 적확히 표현한 글귀가 있을까? 다다이즘의 목표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기존의 제도권보다 세상을 덜 나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 만 레이. 그는 ‘현실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미를 추구하는 예술과 양립할 수 있겠는가.’라며, 많은 참여 예술가들이 상처받을 것을 염려했다. 20세기의 대표적 다다이스트이자 초현실주의자이면서 다재다능한 예술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만 레이의 자서전 ‘나는 다다다’(김우룡 옮김, 미메시스 펴냄)가 나왔다. 만 레이는 사진가이자 화가, 오브제 제작자, 영화감독으로서 20세기의 가장 독창적 예술가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프루스트의 죽음을 찍은 이도, 헤밍웨이의 첫 소설집에 나오는 사진과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실린 사진을 찍은 이도 만 레이였다. 피카소는 만 레이의 단골 모델이었으며, 입체파의 창시자 브라크는 만 레이의 초상 사진과 자신의 그림을 즐겨 맞바꾸곤 했다. 책에는 만 레이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함께 그가 만났던 수많은 예술계 별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피카소, 에른스트, 달리, 클레, 밀러, 뒤샹, 장 콕토, 헉슬리, 헤밍웨이, 앙드레 부르통 등등. 이들 예술가들의 고집과 기행, 엄숙과 방종, 진지함과 경박함을 꾸밈없이 소개하고 있어, 책을 읽다 보면 그 당시 아방가르드 운동이나 예술계의 분위기 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심각하지 않고, 편하고 익살스러우며, 조금의 현학도 끼어들지 않는 그의 글쓰기 또한 어떠한 권위와 우상을 거부하는 다다이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하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저우언라이 평전/리핑 지음

    ‘만년 2인자’란 말에 담긴 이미지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1인자가 누구이건 그 비위를 맞추며 권력의 단물을 탐하는 사람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선지 1인자가 아닌 2인자로서 역사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30년 가깝게 중국 총리를 지내면서 ‘영원한 2인자’란 수식어를 달고 다닌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사후에도 긍정적 평가를 훨씬 많이 받는 대표적 인물이다. 중국에 대한 평가에 극도로 인색했던 작가 헤밍웨이조차 그를 만나고 후일 “저우언라이는 내가 중국에서 만난 사람중 유일하게 좋은 사람이다. 중국 공산당원들이 모두 그와 같다면 중국의 미래는 분명히 그들의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우언라이 평전’(리핑 지음, 허유영 옮김, 한얼미디어 펴냄)은 사후에도 ‘영원한 인민의 벗’으로서 중국 인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저우언라이의 일대기를 충실하게 담아낸 저작이다. 저자 리핑은 중국 중앙문헌연구실 저우언라이 연구팀장을 역임한 이력에 걸맞게 풍부한 문헌자료와 당대 저우언라이와 교류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록물들을 통해 저우언라이의 일생을 밀도있게 재구성했다. 저우언라이는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애국자였다. 국공내전 시기 충칭에서 미국 ‘뉴욕타임스’ 기자가 그에게 “중국인과 공산당원이라는 신분 가운데 어떤 게 더 중요합니까?”라고 질문하자, 저우언라이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야 물론 중국인의 신분이지요.”라고 답한다. 이념이나 권력에 앞서 인민과 애국을 앞세운 그의 자세는 공산혁명 시기부터 1976년 사망할 때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지속된다. 그의 혁명 이력은 청년 시절 5·4운동 참여, 광저우 코뮌 조직, 대장정 참가, 국민당과의 항일연합전선 구축 등으로 이어진다.1949년 중국 정권 수립 경제의 근대화, 자주적인 외교, 지식인들과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 소수민족 문제 등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는 없었다. 문화대혁명 기간중 그는 홍위병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건국 이래 17년 간, 당과 정부의 업무는 과오보다 성과가 많았다. 설령 방향과 노선을 잘못 제시한 과오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혁명을 하지 않았다거나 반혁명이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저우언라이는 당시 혁명 지도자들중 유일하게 실각하지 않고 살아남아 중국 현대화를 이끈다. 덩샤오핑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4대 현대화’노선은 이미 저우언라이에 의해 주창된 것들로, 저우언라이는 실용주의 노선에 입각해 중국 현대화의 초석을 깔았으며, 마오쩌둥 이후를 준비했다. 결국 1976년 저우언라이와 마오쩌둥의 죽음 이후 중국은 실용과 개방으로 나아가며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중국의 경제성장 하면 덩샤오핑 이후 모든 게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사실 저우언라이가 총리로 재직했던 1949년부터 1975년까지 덩 이후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물질적 기초가 이루어졌다. 이 기간 식량 생산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철강재와 전력 생산량은 각각 50배,45배 넘게 증가했다. 핵무기 개발과 인공위성 발사 등을 통해 군사적, 과학적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저우언라이를 향한 중국인들의 존경심은 이같은 외양보다는 그의 절대적 청렴·봉사·희생정신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평생 자신의 옷을 수선해 입었으며,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인부들과 함께했다. 군용기를 타고 가다가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이 메고 있던 낙하산을 벗어 울고 있는 아이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임종시엔 자신을 화장해 고향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남으로써 단 한 뼘의 땅도 자신을 위해 쓰이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다른 지도자들이 권력이 바뀌면 1인자인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의 휘장으로 바꾸어 달 때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라고 적힌 휘장만을 평생 가슴에 달고 다닌 이가 바로 저우언라이였다. 영원한 2인자였던 그가 진정으로 충성을 바친 대상은 1인자가 아닌 인민과 국가였던 것이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가족’ 한국어출간 재미작가 이창래씨

    ‘가족’ 한국어출간 재미작가 이창래씨

    “물질문명의 발달로 전통적인 대화의 통로가 좁아지고, 그에 따라 구성원 개개인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의 불안정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미 교포작가 이창래(사진 왼쪽·40)씨가 장편소설 ‘가족’(전2권·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의 한국어 출간에 맞춰 내한했다.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뉴욕에 거주하는 50대 후반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장이 주인공이지만 전세계 어느 가족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전작 ‘제스처 라이프’도 이번에 새롭게 출간됐다. 지난해 발표된 그의 세번째 소설 ‘가족(원제 Aloft)’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3월 ‘당신이 놓쳤을 수도 있는 훌륭한 책 6권’의 하나로 선정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소설은 뉴욕의 롱아일랜드에서 안정적이고 여유롭게 평생을 살아온 제리 베틀이 은퇴 후 갑자기 해일처럼 몰아닥친 가족의 위기로 갈등하고, 회의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 한인 이민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95년), 일제하 종군위안부를 다룬 ‘제스처 라이프’(99년) 등 전작과 달리 ‘가족’은 미국 사회에서 주류로 편입된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화자로 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는 “이전까지 한국계 작가라는 남다른 위치로 주목받는 면이 컸는데 이 소설을 계기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작가(national writer)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소설 속엔 그의 개인적인 가족사와 경험이 알게 모르게 녹아 있다. 뉴욕 외곽 부유층 마을에 거주하는 제리 베틀처럼 그도 이탈리아계 미국인 아내, 두 딸과 함께 뉴욕 인근 뉴저지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 일주일에 이틀씩 프린스턴대에서 창작과정을 강의하는 그는 차기작으로 한국전쟁 전후에 관한 이야기를 집필 중이다. 미국에 건너온 고아 난민소녀, 참전군인, 구호 자원봉사자 등이 주인공이다.2년 내 출간할 계획. 세살 때 미국으로 이민간 이씨는 예일대 영문과와 오리건대 대학원 창작과정을 나왔다.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과 ‘제스처 라이프’로 헤밍웨이재단상, 펜문학상, 아니스필드-볼프 도서상 등 각종 상을 휩쓸며 미국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방한 기간중 서강대(28일)와 서울대(29일)에서 문학강연을 한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이창래 소설 ‘얼로프트’ 타임誌 권장도서 선정

    |뉴욕 연합|재미 작가 이창래씨의 장편소설 ‘얼로프트(Aloft)’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당신이 놓쳤을 수 있는 훌륭한 책 6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타임은 6일(현지시간) 인터넷에 올린 최신호(14일자)에서 지난해 출판돼 호평을 받아오다 올해 보급판으로 출판된 책들 가운데 6권을 선정, 일독을 권했다. 이 가운데 이창래씨의 2004년작 ‘얼로프트’는 60세의 미국인 남성 제리 배틀이 한국인 부인과 사별한 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두 자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타임은 재산도 있고, 좋은 집에 살면서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잊어버리고 롱아일랜드 상공을 비행하는 즐거움에 빠져있지만 사별한 아내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배틀의 이야기가 마치 착시와 같다고 평했다. 타임은 그러면서 ‘얼로프트’는 뉴욕의 롱아일랜드 잔디처럼 완벽하게 정리돼 있다고 호평했다.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3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이씨는 예일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뉴요커에 의해 ‘40세 미만의 대표적인 미국작가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는 1995년 데뷔작 ‘원어민’으로 미국 문단 등단과 함께 헤밍웨이 재단상·펜문학상·미국도서상 등을 받았으며,1998년 미국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창작과정 학과장을 거쳐 프린스턴대학 인문학 및 창작과정 교수로 재직했다.
  • 지식인의 두 얼굴/폴 존슨 지음

    장 자크 루소의 명성은 그의 저서인 ‘에밀’‘사회계약론’‘학문과 예술론’의 기저에 깔려 있는 교육론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그가 글로 쓴 것과는 반대로 실생활에선 아이들에게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5명이나 고아원에 내다버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연구에 천착했지만 정작 그의 집에서 수십년간이나 일했던 하녀에겐 동전 한닢 지불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사창가를 드나들면서도 여성과의 교제가 사회악이라고 여길 만큼 비정상적인 인물이었고, 논쟁을 즐기기로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저주를 퍼붓던 망상증 환자였다. 이렇듯 사회적 명성 뒤에 숨은 지식인들의 또 다른 모습은 두 가지 면에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개인적·인간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발명이나 사상이 인류 발전에 이바지했다면 그것만으로 칭송받아 마땅하다는 견해, 또 하나는 그 지식인들이 창조한 것은 하나의 관념, 이데올로기, 또는 인간에 관한 특정 유형일 뿐이지, 과학적이거나 인간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이론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영국 언론인 출신의 저술가 폴 존슨이 지은 ‘지식인의 두 얼굴’(윤철희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후자적 관점에서 근대 이후 사회정신과 이데올로기를 이끌어온 지식인들의 업적과 생애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고 명성 뒤에 가려진 추악한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위인의 명성 이면의 도덕적·윤리적 판단은 필수 지은이가 말하는 지식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지식을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거대한 관념체계를 형성하고 교조와 명령, 권유를 통해 일반인들을 한쪽으로 몰아가며 세상을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대나 후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대하며, 지식인들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판단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저자는 근대적 개념의 최초의 지식인으로 꼽히는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부터 시작해 300여년에 걸친 위인적 지식인들의 철학과 기념비적인 성과를 소개하면서 몇 가지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지식인들은 어떻게 자신의 철학을 성립시키고, 얼마나 세심하게 그 증거를 검토했는가?그들은 얼마나 진리를 존중했으며 개인생활에도 똑같이 적용했는가?물질적 이익 앞에 그들의 철학은 어떻게 왜곡됐는가?그들은 배우자와 가족들을 어떻게 대우했으며, 지인들과 얼마나 깊은 우정을 나눴는가? 등등. ●습관적 거짓말쟁이 헤밍웨이 저자에 따르면 앞서 언급했듯이 근대 교육철학에 한 획을 그은 루소는 자식들을 다섯이나 고아원에 내다버렸다. 후일 이 사실이 알려지자 루소는 “그녀(아이 엄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란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루소는 세탁부 출신인 아이들 엄마를 23살 때부터 애인으로 곁에 두고 살면서 ‘천하고 무식한 계집종’이라고 멸시했으며, 그의 ‘고백록’ 중 상당 부분은 거짓말과 각종 변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습관적인 거짓말쟁이였음을 지적한다. 그는 “최상급의 작가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 직업의 중요한 부분은 거짓말이나 날조다.”고 스스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전문작가가 되기 훨씬 전부터 그는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했는데,5살때 길길이 날뛰며 달아나던 말을 혼자힘으로 막아냈다든가, 그의 부모에게 영화배우와 약혼하게 됐다는 등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의 저서전 ‘이동축제일’은 루소의 ‘고백록’만큼이나 미덥지 못하다고 지은이는 평가한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로서 여성을 인간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으며,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릭 입센은 평생에 걸쳐 분노와 공포감에 휩싸여 기행을 일삼았다. 베르톨드 브레히트, 조지 오웰, 노엄 촘스키 등 또한 ‘이성의 몰락’이란 비판 속에 지은이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전제정치 책을 읽다 보면 사실 지은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신봉자이자 보수적 성향의 저널리스트로서 지나치게 인간의 어두운 면만을 부각시켰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보편적인 인류가 아닌 특정한 개인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응, 특히 그들이 친구, 동료, 하인, 가족들에 대한 방식을 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반문한다. 학자와 작가, 철학자가 아무리 저명하다고 할지라도, 대중을 향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말해줄 권리가 있는가?하고. 대중을 그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온갖 지식인들의 위원회, 연맹,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빽빽이 박힌 성명서에 그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지은이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그 무엇보다 우리는 지식인들이 습관적으로 망각하는 것, 즉 인간이 관념보다 중요하고, 인간이 관념의 앞자리에 놓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고 있어야만 한다. 모든 폭정 중에서 최악의 폭정은 사상이 지배하는 무정한 전제정치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교황의 인간관과 걸어온 길 2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84)의 회고록 ‘일어나 갑시다!’(성하은 옮김, 성염 주교황청 한국대사 감수, 경세원)가 국내에 번역돼 나왔다. 이 책에는 카롤 보이틸라(교황의 본명)가 1958년 폴란드 크라코프 대주교의 보좌주교로 임명된 이후부터 1978년 첫 폴란드인 교황으로 선임되기까지 20년 동안을 “회상하고 반성한” 내용이 담겼다. 교황이 자신의 사제생활을 회고한 ‘은사와 신비’(1996년)의 후속편 격인 이 책은 일반적인 회고록처럼 사건 중심이 아니라 주제별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 제목은 성경 구절에서 따온 것으로,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 함께 온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일어나 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교황은 이 책에서 특히 주교의 역할과 마음자세를 강조한다.“나는 착한 목자이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는 요한복음의 구절을 인용하는 교황은 “주교는 무엇보다 되도록 많은 신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인격 하나하나는 각각 한 권의 책에 해당한다. 나는 늘 이런 확신에 따라 행동했다.”는 교황의 인간관도 전해준다. 교황은 필리핀 교회와 한국 교회의 역동성에 주목한다. 아시아 교회의 복음화야말로 제3000년기를 맞이하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는 것이다. 책에는 1958년 크라코프 주교로 서임됐을 당시의 일화가 실려 있다. 교황은 주교가 된 날 폴란드 리나 강을 카누로 여행하던 중 스테판 비신스키 추기경으로부터 당시 교황 비오 12세의 결정을 통보받았다. 추기경을 만나러 바르샤바로 가던 그는 밀가루 부대를 실은 트럭에 몸을 싣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고 회상한다. 교황은 공산당 시잘 폴란드에서 성당 신축 허가를 번복한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는 “성직자의 가장 큰 역할 가운데 하나는 훈계이지만 크라코프 시절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내 성격 때문이었다.”며 자책하기도 한다. 이 회고록은 폴란드를 제외한 세계독점 배포권을 갖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소유의 몬다도리 출판사에 의해 지난해 5월 처음 출간됐다. 회고록 내용은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美대가 2인이 들려주는 문학이야기

    한눈 팔지 않고 문학하기가 곤고해져만 가는 시대. 작가적 신념을 웅변하는 책에는 그래서 더 눈길이 쏠리게 마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대작가의 책이 나란히 서가에 꽂혔다.19세기 영미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마크 트웨인(1835∼1910)의 ‘마크 트웨인 자서전’(안기순 옮김, 고즈윈 펴냄)과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후보로 거론되는 여성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가의 신념’(찰스 네이더 엮음, 송경아 옮김, 북폴리오 펴냄)이다. 글쓰기를 열망하는 작가지망생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듯하다. ‘마크 트웨인 자서전’의 국내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웨인이 정식으로 자서전 집필을 시작한 것은 42세 되던 1877년. 하지만 “무덤에서라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며 사후 출간을 고집해 진솔한 작가적 면모가 더욱 빛을 발한 자서전이 됐다. 512쪽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트웨인의 자서전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시간흐름에 꿰맞춰 연대기적으로 쓰지 않고 그날그날 떠오르는 일화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한 덕분이다. 대표작 ‘톰 소여의 모험’을 집필할 때 아이디어가 고갈돼 원고를 접었다가 2년 뒤에야 다시 펜을 잡은 일화, 아내와 딸을 잃었던 아픔 등 작가적·인간적 면모가 두루 드러나 있다.“방황을 두려워한 적이 없다.”는 대작가의 일갈은 작가정신을 곧추 세우는 든든한 언표다.“이 자서전에서 나의 목적은 언제라도 원할 때 방황하고 준비되었을 때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라고 그는 적었다. 풍자와 유머감각이 쉼없이 이어지는 덕분에 책이 자서전이라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 군데군데 유년시절의 묘사는 ‘톰 소여의 모험’‘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다시 읽는 듯 향수를 불러일으킨다.2만 2000원. 트웨인의 자서전이 문학의 행로를 열어주는 나침반 같다면, 조이스 캐럴 오츠의 책은 오솔길까지 들여다보이는 지도다. 창작의 기술까지 세세히 귀띔해주는 일종의 ‘문학 교본서’인 셈. 작가로 성공하기 이전 어린 시절, 독서편력 등을 공개하면서 독자들의 귀를 열어놓는다. 여덟살 생일선물로 받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맨처음 문학적 감화를 받았던 기억에서 출발해 작가는 곧바로 ‘쓰기’의 각론을 제시해간다.“가슴 속에 있는 것을 써라. 결코 당신의 주제와 그에 대한 열정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금지된 열정은 글쓰기의 연료와 같다.”(35쪽) 이런 정의에 덧붙여 유진 오닐, 어네스트 헤밍웨이, 플래너리 오코너 등의 사례를 적시한다.“글쓰기라는 예술은 기술이며, 기술이 없다면 예술은 개인적인 것일 뿐”이라는 결론으로 폭넓은 독서와 언어조탁의 가치를 강조한다. 젊은 작가일수록 고전·현대 작품 모두를 광범위하게 읽어야 하는데, 이 기술의 역사 속에 푹 빠져보지 않으면 ‘창조적 열정의 95퍼센트가 열정뿐인 개인’ 즉 아마추어로 영영 남게 된다고 귀띔한다.98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민작사가 양인자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국민작사가 양인자씨

    연말연시, 모임과 회식이 잦아지면서 노래할 기회도 많아진다. 어떤 노래가 가장 많이 불려질까.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킬리만자로의 표범),‘바람속으로 걸어갔어요/이른 아침의 그 찻집/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외로움을 마셔요/아름다운 죄 사랑때문에/홀로 지샌 긴 밤이여‘(그 겨울의 찻집) 두 곡은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애절한 목소리로 담아낸 두 노래는 듣는 이의 가슴을 친다. 얼마전 한 문학잡지에서 우리나라 시인 1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요를 조사한 결과, 두 노래는 각각 2위와 9위에 올랐다. 또 중국 등 해외 교포사회에서도 애창곡 5위 안에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노래의 강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 겨울의 찻집’등 300여곡 만들어 양인자(59)씨. 그는 ‘서울 서울 서울’‘립스틱 짙게 바르고’‘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타타타’‘우리도 접시를 깨트리자’ 등 주옥같은 300여곡의 노랫말을 만들어냈다. 노래방에서 양씨의 노래를 한번쯤 안불러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국민작사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지금까지 800여편의 TV드라마 각본을 썼다. 지난 1974년 MBC ‘부부만세’를 시작으로 ‘제3교실’,KBS ‘혼자사는 여자’‘하얀달’‘여고동창생’ 등 40대 이후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15살 때 ‘돌아온 미소’라는 장편소설을 쓴데 이어 고1때 단행본으로 발간, 일찌감치 대중들과 친숙해졌다. 이때 그가 받은 찬사가 바로 ‘한국의 사강’. 사강이 15살때 불후의 명작 ‘슬픔이여 안녕’을 쓴데 비견된 것. 이후 74년 단편소설 ‘외항선’을 ‘한국문학’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정식 데뷔했다. 양씨는 요즘 매우 뜻깊은 연말을 맞고 있다. 우선 올해가 방송작가와 문단데뷔를 한 지 꼭 30년째. 또 내년에는 자신의 회갑이자, 남편인 작곡가 김희갑씨의 고희를 맞는다. 김씨 역시 지금껏 3000여곡을 만든 ‘국민작곡가’. 이래저래 기념행사를 안할 수 없어 내년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신춘문예 낙방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 작사 양씨는 경기도 분당의 한 빌라에서 남편과 단 둘이 살고 있다. 초인종을 누르자 양씨가 ‘몸빼바지’를 연상케하는 편한 차림으로 맞는다. 해방둥이지만 소녀처럼 밝은 미소와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어 얼핏 40대후반으로 보였다.‘킬리만자로의 표범’이 걸맞지 않을 정도로. “대학시절 신춘문예에 낙방하자 한해가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길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초라한 다방에 들어가 구석진 곳에 앉았지요. 내년에는 반드시 당선할 것이라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소감을 미리 써내려갔지요. 제목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고 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표범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얼어붙은 산꼭대기에서 표범은 왜 죽어 있을까.’라는 구절이 문득 생각난 것. 양씨는 녹음 과정에서 노랫말이 너무 길어 어려움도 많았다고 토로했다.‘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당시 유행가는 대개 3분20초 안팎이었는데 무려 6분을 넘겼기 때문이다. 조용필씨도 이를 소화해내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결국 이 노래로 조용필씨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노래의 백미는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는 대목. 젊은들의 가슴을 찡하게 후벼 판다. 양씨 자신도 좌절감을 느낄 때면 늘 이 노래를 연상한다고 고백했다. ‘그 겨울의 찻집’은 드라마 ‘사랑의 계절’ 주제가로 경복궁의 한 다원에 앉아 차를 마시며 30분동안 고민하며 적은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20대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가사 중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대목은 사람의 애간장을 그토록 녹일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가장 아끼는 노랫말은 혜은이가 부른 ‘열정’이다.‘안개속에서 나는 울었어/외로워서 한참을 울었어/사랑하고 싶어서/사랑받고 싶어서∼’. 그는 잠시 회상에 빠지는 듯했다. 이어 중얼거린다. 만나고 차 마시는 사람이 아닌, 전화로 얘기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같이 있지 못하면 참을 수 없고, 보고 싶을 때 못보면 눈 멀고마는, 그런 사랑…. ●세 살 때 월남, 한국전쟁 겪어 그는 45년 북한 나진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던 부친이 일제때 나진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48년 세 살 때 월남해 한국전쟁을 체험했다. 부친은 일찍 병사(病死)했다. 나름대로 문학적 토양을 쌓은 것은 중학교 때.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 무작정 글쓰는 버릇이 생겼다. “첫장편 ‘돌아온 미소’는 부산여중에 다닐 때 선생님이 숙제로 낸 소설입니다. 초등학생들의 우정과 질투에 대한 내용이지요.15살 터울의 오빠가 그 책을 만들어서 팔아 어머니와 오빠 등 우리 세 식구가 밥 먹고 살았지요. 어머니가 콩나물 장사를 할 정도로 가난한 편이었습니다.” 고교를 졸업한 그는 학비가 적게 드는 서울대 사범대에 원서를 냈다. 하지만 시험보는 날 길을 잘 몰라 지각하는 바람에 낙방했다. 곧 방향을 돌려 서라벌 예술대학에 원서를 냈다. 문예창작과 수석. 교통비가 없어 집이 있는 마포에서 길음동에 위치한 대학까지 걸어서 다녔다. 대학때 임영조 시인, 이동하 소설가, 권오운 시인, 그리고 현 제주시장인 김영훈씨 등과 열심히 문학활동을 했다. 다들 가난했지만 낭만과 자존심만큼은 강했다. ●드라마작가 김수현씨와 같이 기자생활 대학 졸업식날,‘여학생’ 잡지사 사장이 학교로 찾아왔다. 사장은 ‘돌아온 미소’를 잘 읽었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그래서 ‘여학생’ 기자가 됐다. 이곳에서 이때 드라마 작가로 유명한 김수현씨와 같이 기자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던 김씨는 “돈은 방송쪽에 있다.”며 방송작가의 길로 돌아섰다.68년 라디오 공모에 ‘저 눈밭에 사슴이’가 당선됐던 것. 자극을 받은 양씨 역시 방향선회를 했다.74년 양씨는 소설과 방송으로 나란히 데뷔했다. 이후 85년 드라마 주제가 ‘우기의 여인’이란 노랫말을 처음 썼다.‘길떠나는 그대에게 무얼 전할까, 허허로운 마음이야 너나 없는데, 가는 그대 서러워라 나는 추워라, 남은 세상 울고 사는 것을 용서하시오.’2년 전 남편과의 사별의 아픔을 노래한 것. 이때 김희갑씨와 만난다. 처음에는 작사·작곡으로 편안하게 지냈으나 나중에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사랑으로 연결됐다. 결국 노래 ‘열정’이 나올 무렵인 87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내년 5월 ‘부부합작품’ 깜짝 공개 예정 “소재는 우리 생활주변에서 나옵니다. 가을단풍을 보다가도 문득 인생의 마지막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나면 그냥 몇자 적습니다. 또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자, 우리도 이제부터 접시를 깨트리자.’고 중얼거리면 남편이 곡을 만들어요.” 양씨의 노랫말은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다. 현란한 어휘와 비유법, 철학과 문학이 담긴 구절구절…. 그가 쓴 ‘타타타’(산스크리스트어로 ‘그래 맞아’라는 뜻)처럼.‘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한치 앞도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그런 거지 아 하하/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최근 양씨는 ‘내 아내가 되어주오’라는 노랫말을 써서 얼짱 아줌마 가수 이정순씨의 목소리로 새로 선보였다. 또 내년 5월에는 김희갑씨 고희기념때 새로운 곡을 ‘부부합작’으로 깜짝 공개할 예정이다. 양씨는 노래 부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대신 김희갑씨가 ‘갈대의 순정’으로 회식자리에서 ‘백기사’ 역할을 한다. 양씨는 1남1녀의 자녀를 두었다. 딸은 얼마전 결혼했고, 아들은 프로골퍼로 활동 중이다. km@seoul.co.kr
  • 스캔들의 역사/루스 웨스트하이머 등 지음

    스캔들의 역사/루스 웨스트하이머 등 지음

    1970년대 초 미 국무성에 근무하던 키신저는 아름다운 여성들과 잦은 회합을 가졌다. 강한 영국식 억양에 당당한 풍채를 지닌 중년 외교관이었던 그는 질 세인트 존이나 말로 토머스 같은 신인 여배우들과의 부적절한 만남에 대해 해명을 요구받자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권력은 최고의 최음제다.” 물론 이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남자가 지닌 권력이 최음제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성 권력자는 남성 권력자와는 현저히 다른 경험을 해왔기 때문이다. 선박왕 오나시스의 부(富)의 권력은 그에게 재클린이란 매력적인 여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반면,‘처녀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정치적 권력은 그녀가 적당한 파트너를 찾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남자들은 실질적인 권력을 지닌 여자들을 경멸한다.”고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은 그런 점에서 정당한 지적인지도 모른다. ‘스캔들의 역사’(루스 웨스트하이머 등 지음, 김대웅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이처럼 복잡다단하고 역동적인 권력과 섹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역사적으로 볼 때 권력을 지닌 남성들은 늘 주위에 많은 여성들을 거느림으로써 자신을 과시해왔다. 이런 현상이 제도화된 전형적인 형태가 바로 하렘(harem, 이슬람 사회에서 부인이 거처하는 방)이다. 책은 오직 남편의 성적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처첩들의 집단이라는 하렘의 이미지는 서양인들의 몰이해와 환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한다. 하렘은 오히려 ‘수녀원’과 닮은 점이 많다는 것이다. 하렘은 남성들의 권력 전시장이었을 뿐만 아니라 유능한 여성 정치인 양성소 구실도 했다.20여년이나 오스만제국을 통치한 쾨셈 술탄은 하렘이 배출한 대표적인 여성 통치자다. 이같은 일부다처제는 오랫동안 남성 팬터지의 원천이 돼왔다. 이슬람문화권에서는 어떤 남자도 성적 파트너를 여럿 갖는 데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일처제가 공식화된 오늘날 사정은 다르다. 책은 그 대안의 하나로 자기보다 훨씬 젊고 매력적인 여성과 결혼하는 이른바 ‘전리품 아내(trophy wife)’현상을 다룬다. 전리품 아내란 말은 1989년 ‘포천’지에서 “유력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조강지처를 버리고 자신보다 젊고 아름답고 세련된 ‘전리품 아내’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만일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세상의 모든 돈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 오나시스가 재클린과 결혼한 것이야말로 ‘전리품 아내’ 현상의 상징적인 예다. 이 책에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은 이 현상을 지도급 인사들의 ‘자기탐닉 문화’의 한 단면으로 간주한다. ‘섹스를 위한 권력’이 있다면 ‘권력을 위한 섹스’도 있다. 여성이 신분상승의 수단으로 섹스를 이용해온 전통은 유서가 꽤 깊다. 구약성서 ‘룻기’는 가장 오래된 사례 가운데 하나다. 룻은 죽은 남편의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모압에 살던 과부. 그들은 너무 가난해 들에서 수확하고 남은 곡식을 주워먹으며 연명할 정도였다. 결국 룻은 나오미의 강요에 의해 나오미의 돈많은 친척 보아즈의 발 앞에 자신을 던지고 만다. 현대 들어 가장 극적인 사례는 에바 페론이다. 아르헨티나 팜파스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섹스 파트너들의 도움을 받아 배우로 성공했고, 페론 대령과 만나 마침내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당 현종의 애첩 양귀비나 프랑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도 이와 비슷한 범주에 속한다. 미국 사람들은 대통령의 사생활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 대중매체 또한 이에 영합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 책은 뿌리 깊은 미국 대통령들의 스캔들 역사를 다룬다.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평등을 외치며 노예를 소유했고,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흑인노예였던 샐리 헤밍스를 정부로 삼아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보여줬다.19세기 후반 아일랜드 민족자치운동의 기수 찰스 스튜어트 파넬은 유부녀 캐서린 오셰이에 빠져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재촉했고 결국 몰락했다. 사랑과 권력의 제로섬 게임을 벌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밖에 클레오파트라에 얽힌 팜므 파탈의 신화와 오해, 대영제국을 일군 엘리자베스 1세의 ‘처녀성의 정치’, 금기의 벽 앞에 무릎 꿇은 게이 정치가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파이 이야기(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작가정신 펴냄) 열여섯살 인도 소년 파이가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는 줄거리의 장편소설.2002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연상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식스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판권을 사서 영화로 제작중일 만큼 극적 구성이 탁월하다.1만원. ●나를 발효시킨다(이가희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한국 토종엄마의 하버드 프로젝트’를 펴내 화제가 된 시인 이가희가 첫 시집을 냈다. 무심히 뒹구는 일상속 글감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각이 재치있고 여유롭다.6000원. ●그 스님의 여자(강은자 지음, 해와달 펴냄)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간 남자가 창녀와 사랑의 시련을 겪으면서 조금씩 구도의 길에 접어드는 얼개의 장편소설. 지난해 프랑스 파이야르 출판사에서 출간돼 ‘부르고뉴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당시 작가는 ‘프랑스어권 문학의 혜성’‘동양의 진주’ 등의 찬사를 받았다.9000원.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전2권)(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정란 옮김, 새움 펴냄) 인기소설 ‘연인’으로 관능적 문체를 각인시킨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1950년에 발표한 자전소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10대를 보낸 작가가 식민지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시적 리얼리즘’을 일구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란의 번역이 꼼꼼하다. 각권 8500원. ●뿌리(상·하)(알렉스 헤일리 지음, 안정효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76년 발표된 미국 흑인문학의 고전 ‘뿌리’를 소설가 안정효가 다시 번역했다.1977년 안정효 자신이 번역한 책에서 빠진 부분(하권)을 보충하고, 만연체 원문의 특징을 최대한 살렸다. 각권 7500원. ●사랑(임의진 지음, 샘터 펴냄) 시인이자 포크송 가수, 수필가이기도 한 재주 많은 작가가 최근에 쓴 수필과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전남 땅끝마을 강진의 흙집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행간에 넘치도록 담아냈다. 작가가 손수 그린 기기묘묘한 그림들도 흥미롭다.9000원.
  • 교양인의 책읽기/ 해럴드 블룸 저

    “진부함에 강하고 상상력에는 약하다.” 지난 40여년간 미국 문학비평계를 주도해온 해럴드 블룸(74·예일대) 교수는 해리포터 열풍에 대해 이렇게 비판한 적이 있다.그런가 하면 전자책의 선봉이 된 SF작가 스티븐 킹이 지난해 전미도서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스티븐 킹은 싸구려 스릴러 작가이며 그의 작품에는 문학이 주는 그 어떤 미학이나 독창적 지성도 없다.”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만만찮은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이 당대의 석학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최근 국내에 소개된 해럴드 블룸의 저서 ‘교양인의 책읽기’(최용훈 옮김,해바라기 펴냄)를 보면 그가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 책에는 고전의 숲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저자의 고단한 여정이 곳곳에 스며 있다.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 없다.하지만 그것들은 장르별로 손꼽히는 필독서들이다.저자는 단편소설로는 투르게네프의 ‘베진 초원’,헤밍웨이의 ‘흰 코끼리 같은 언덕들’,플래너리 오코너의 ‘착한 사람은 찾기 어려워’ 등을 꼽으며 시는 월트 휘트먼의 ‘나의 노래’,에밀리 디킨슨의 ‘1260’,존 키츠의 ‘무정한 미인’ 등을 대상으로 삼는다.장편소설로는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등을 분석하며 셰익스피어의 ‘햄릿’,헨리 입센의 ‘헤다 가블러’,오스카 와일드의 ‘어니스트가 되는 것의 중요성’ 등의 희곡작품도 다룬다. 첨단 영상·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고전을 화두로 꺼내는 것은 진부하게 비쳐질지 모른다.그러나 그것은 이 시대 문학의 영토가 그만큼 위협받고 있다는 증좌다.저자는 “조이스는 ‘피네간의 경야’에서 셰익스피어에게 열렬했던 관객들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한탄했지만,내가 볼 때 이 새로운 영상시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마저 소멸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한다.지금이야말로 상상력의 근원인 고전으로 돌아가야 할 때임을 강조하는 말이다.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모리스 그린 부산 오라” 24일 국제육상대회 초청 추진

    ‘총알 탄 사나이’ 모리스 그린(30)의 한국행이 성사될까. 오는 24일 열리는 부산국제육상대회에 그린의 참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대회 전날인 23일 일본 요코하마국제대회에 그린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부산시는 적극적으로 한국행을 추진중이다. 이미 아테네올림픽 남자 200m 우승자 숀 크로퍼드(미국)와 여자 100m 1·2위 율리야 네스테렌코(벨로루시) 로린 윌리엄스(미국) 등 세계적인 스프린터들의 참가는 거의 확정된 상태.비록 그린이 올림픽 100m에서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2위 기록(9초79) 보유자로 명성에서 단연 앞선다.따라서 부산시는 그린의 에이전트와 접촉을 시도하는 한편 대회 당일 아침 비행기편을 알아보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그린과 같은 초스타급 선수의 참가에는 많은 초청비가 들지만 요코하마대회 다음날이기 때문에 싼값에 데려올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한편 대회를 주최한 부산시는 ‘대박’ 예감에 들떠 있다.참가 예정인 대부분의 선수들과 올림픽전에 가계약을 마쳤는데 뜻밖에도 이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크로퍼드,네스테렌코,윌리엄스가 이런 케이스다.물론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해당 선수들이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이유로 몸값 상향 조정,비행기 좌석 등급 조정 등 좀 더 나은 대우를 원하고 있기 때문.주최측도 이를 감안해 1인당 최고 3만달러로 정한 초청비를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여자 200m 동메달리스트 데비 퍼거슨(바하마),남자 높이뛰기 은메달리스트 매트 헤밍웨이(미국) 남자 창던지기 은메달리스트 바딤스 바실레프스키스(라트비아) 등이 참가한다.상금은 1위 2500달러,2위 1300달러 3위 900달러 등이다.부산아시안게임 개최(2002년)를 기념해 만든 이 대회는 올해가 두번째로 남녀 100m 등 15개종목(남자 9,여자 6)이 열린다.한국 미국 러시아 케냐 등 세계 26개국에서 14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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