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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장 어떻게 다듬을까, 좋은 문장은?

    문장 어떻게 다듬을까, 좋은 문장은?

    교열기자의 오답 노트 박재역 지음/글로벌콘텐츠/368쪽/1만 8000원 교열은 글을 다듬는 일이다. 표기부터 시작해 오류에 해당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짚어 내고 수정한다.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정리했다. 신문사에서 20여 년간 교열기자를 하다 퇴직한 글쓴이의 경험이 이론을 뒷받침하며 부드럽게 안내한다. 경험담들은 이론을 넘어 쉽게 와닿는다. 교열을 시작하는 이들이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길을 닦아 놓은 듯하다. 글쓴이가 교열에 입문한 과정부터 실수한 이야기들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거기에다 글깨나 쓴다고 하는 이들이 쉽게 틀리는 표현과 대안 제시까지 친절하다. 사전이나 문장론 책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헷갈리는 말, 정확한 외래어 표기, ‘은/는’과 ‘이/가‘의 차이 같은 것들까지 쏠쏠하게 챙겼다.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어문 규정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예시를 들어 올바르게 다가가는 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그러면서 좋지 않은 글 습관으로 여덟 가지를 들었다. ①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쓴다. ②피동형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③문장부사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 ④‘화, 적, 들’을 많이 사용한다. ⑤격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하거나 관형격 조사 ‘의’를 많이 사용한다. ⑥관형어를 2개 이상 나열하거나 수식어와 피수식어 간격을 멀리 한다. ⑦외래어나 외국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 ⑧번역투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교열 입문자나 문장을 바르고 정확하게 쓰고 싶은 사람, 더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 이경우 기자 wlee@seoul.co.kr
  • [단독][청탁금지법 5개월 리포트] ‘3·5·10 룰’ 56% “바꾸자” 39% “아직은”

    [단독][청탁금지법 5개월 리포트] ‘3·5·10 룰’ 56% “바꾸자” 39% “아직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공무원 사회는 어떻게, 얼마나 변했을까. 서울신문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세종청사,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1~9급 공무원 156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바라보는 청탁금지법의 효과와 부작용, 개선 필요성, 변화된 일상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공무원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개정 시기와 관련해서는 ‘현 정부에서 해야 한다’(24.7%)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한다’(31.3%)는 의견이 조금 더 많았다. 반면 공무원의 39.3%는 ‘아직은 개정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4.0%였다. ‘더욱 강화해야 한다’(0.7%)는 주장도 있었다. # 31% “개정은 다음 정권에서 다뤄야” 법을 개정한다면 우선 손질해야 할 부분으로 응답자의 86.9%(복수 응답)가 식사·선물·경조사 비용 한도인 ‘3만·5만·10만원 룰’을 꼽았다.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데다 비용 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화훼·한우 농가 등 피해업종에 대한 별도의 지원(23.8%) ▲설날, 추석 등 명절 기간에 한해 법 적용 예외(19.1%) ▲언론인과 사립교사의 대상 제외(15.5%) 순이었다. 소수 의견(4.8%)으로 ‘이해관계가 없는 경우 적용 제외’, ‘배우자 고발 의무 제외’ 등이 있었다. ‘차기 정부가 청탁금지법을 어떻게 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52.0%가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반대로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22.3%였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데 청탁금지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5.5%는 내수 침체 때문에 ‘단속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해 받을라” 걱정에 외부 접촉 꺼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나타난 현상 중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소통 단절’이었다. 공무원들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민원인과의 만남 자체를 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것이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공무원 10명 중 7명은 ‘(민원인 등과의) 만남이 줄었다’고 답했다. 전체의 32.7%는 ‘매우 줄었다’고 했고, 37.8%는 ‘다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다소 늘었다’ 혹은 ‘매우 늘었다’고 답한 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비슷하다’고 한 공무원은 29.5%였다. ‘만남이 줄었다’고 답한 공무원 가운데 55.7%는 얼마나 감소했느냐는 물음에 ‘주 1회’라고 했다. ‘주 2회’는 25.5%, ‘주 3회’는 10.4%였다. ‘주 4회 이상’이라고 한 사람도 8.5%나 됐다. 법 시행 이후 5개월 간 가장 달라진 것(복수응답)으로는 ‘민원인과의 만남 축소’(63.7%)와 식사값을 각자 내는 ‘더치페이 활성화’(59.7%)가 꼽혔다. 이어 ‘개인경비 지출 증가’(23.5%)와 ‘업무 보기가 더 어려워졌다’(20.8%), ‘미풍양속 저해’(13.1%) 등이 뒤따랐다. 민원인과의 만남을 줄이다 보니 정책 입안과 추진에 애로사항이 생겼고, 만나더라도 비용을 각자 내니 자기 지갑 여는 일이 더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은 4.0%였다. 내수경기 침체와 대통령 탄핵정국 여파 등으로 경찰 등 사법기관의 청탁금지법 단속은 당초 예상보다 느슨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7.6%)가 ‘(경찰 등) 단속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통해)들은 적이 있다’는 공무원은 46.9%였다. 5.4%는 단속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탄핵 정국 여파 체감 단속은 느슨” 법 시행 초기에 ‘김영란법’과 ‘파파라치’를 합친 신조어인 ‘란파라치’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얼마 안돼 사라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단속이 느슨했고 보상금 받는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로 보상을 받은 사례는 지난 5개월 동안 한 건도 없었다. 억대 포상금은 그야말로 헛된 꿈이었던 셈이다. 란파라치 양성 학원들도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란파라치에 대한 공무원들의 목격담과 경험담은 드물었다. 응답자 74.5%가 “(란파라치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28.2%, ‘본 적 있다’는 응답은 1.3%였다. #“일부는 편법으로 접대나 청탁 여전” 공무원 10명 중 7명은 청탁금지법을 ‘다소 잘 지키고 있다’(60.3%) 또는 ‘매우 잘 지키고 있다’(12.6%)고 밝혔다. ‘잘 안 지키고 있다’는 답변은 5.3%에 그쳤다. 21.9%는 ‘보통’이라고 했다. 편법으로 접대를 받거나 청탁을 하는 일부 공무원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법 준수 의식은 꽤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다. 응답자의 4명 중 3명 정도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가 더 깨끗해졌다고 평가했다. 74.7%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다소 줄었다’(58.0%) 또는 ‘매우 줄었다’(16.7%)고 답했다. ‘이전과 차이가 없다’는 의견은 22.7%였다. 부정부패가 더 늘어났다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다. ‘시행 기간이 짧아 결과를 논하기가 어렵다’거나 ‘모르겠다’는 기타 의견은 2.7%였다. ‘청탁금지법을 어긴 사례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82.0%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별로 없다’ 55.3%, ‘전혀 없다’ 26.7%였다. 반면 ‘약간 있다’와 ‘많이 있다’는 응답은 각각 16.7%, 1.3%에 불과했다. 공무원들은 부정청탁 관행을 뿌리뽑고 더욱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우리 사회의 의식 변화’와 ‘지도층 인사의 솔선수범’을 많이 꼽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의식해서인지 “고위·특권층의 부정이 더 큰 문제다”, “청탁금지법 3·5·10만원 상한 조정보다는 권력형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중요하다”, “고위층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 등의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서울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라디오스타 ‘공부의 神’ 심소영-서경석-김정훈-강성태 “예능두뇌 풀 가동”

    라디오스타 ‘공부의 神’ 심소영-서경석-김정훈-강성태 “예능두뇌 풀 가동”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연예계 대표 ‘공부의 신’ 서경석-김정훈-강성태-심소영이 토크 두뇌를 풀 가동 시켜 웃음포텐을 터트렸다. 이들은 독특한 취향부터 덕질까지 반전 매력이 가득한 모습을 공개하며 수다파티를 벌여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것. 서경석은 MC규현에 대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가 하면 과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신의 경험담을 풀었고, 강성태는 김구라를 향한 무한한 칭송을 공개했으며 유익한 수능공부비법을 공개함과 동시에 수험생에 대한 무한한 애정까지 뿜어냈다. 이에 질세라 김정훈과 심소영은 각각 숫자를 신격화하는 독특한 모습과 남다른 이상형의 조건을 밝히며 4차원 면모를 마음껏 뽐내 시선을 강탈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고품격 토크쇼 MBC ‘라디오스타’(기획 강영선, 연출 박창훈)는 ‘공부의 신’ 특집으로 서경석-김정훈-강성태-심소영이 출연했다. 23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수도권 기준 9.3%의 시청률 상승과 동시에 동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먼저 ‘원조 수재’ 서경석은 ‘라스’에 출연한 이유가 ‘규현과 말 한번 섞고 싶어서’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규현은 정말 진주 같은 친구다. 5년 전부터 팬이었다. 아직도 저평가 받는 것 같다”고 규현에 대한 애정 공세를 했다. 이에 김구라는 “5년 동안 그 평가 그대로면, 그게 실체다”라고 말했고, 윤종신은 “사후에 재 평가 받을 스타일이다”라고 반발해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육군사관학교 50기 수석 합격자 서경석의 본격 입담이 시작됐다. 그는 “코미디언이 된 후에도 1년 정도 더 과외를 했다. 이전에 과외를 받던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요청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만의 과외 노하우를 밝히며 “제가 괜히 인기 선생이었겠냐”고 너스레를 떨었고, 윤종신이 “제자들이 합격률이 높았냐”고 묻자 “인생을 가르쳤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 서경석은 자체검증한 자신만의 암기법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단순 암기의 시대인 학력고사 세대다. 그래서 자신만의 연상 암기법을 만들었다. 1592년 임진왜란은 ‘이러고 있으면 안된다’해서 ‘일오구이’다”고 설명했고, 4MC가 감탄을 자아내자 어깨를 으쓱했다. 이외에도 그는 그간 쌓였던 김성주와의 꼬인 족보에 대한 오해를 풀며 큰 웃음을 보태기도 했다. 강성태의 ‘구라사랑’은 서경석의 ‘규현사랑’ 이상이었다. 김구라와 SBS ‘본격연예 한밤’에 출연 중인 강성태는 “’한밤’에서 김구라가 왕이고 황제다. 우리에게 태양 같은 존재다”고 말해 웃음을 샀다. 계속해서 그는 “이 분이 왜 한밤에 앉아 계시는지 모르겠다. 여기에 앉아 계실 분이 아니다. 김구라의 책은 내 바이블이다”고 칭송을 이어갔고, 김구라는 “강성태가 나를 쪄 죽이고 있다”며 질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부의 신’ 답게 전매특허 공부법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수능 컨디션을 조절하는게 중요하다. 수능 10일전부터 수능일처럼 공부했다”며 전매특허 공부법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책에 줄을 많이 친다. 모든 범위에서 중요한 게 정해져 있다. 김구라 자서전에도 줄이 많이 많다”고 ‘기승전구라’로 웃음을 자아냈다. 또 강성태는 가수 제시가 나오는 방송을 안 본다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이 시험에 ‘재시’할까 봐 가수 제시를 안 본다고 설명했고,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해 자주색 팬티를 입는다고 덧붙여 깨알 웃음을 더했다. 이에 질세라 김정훈과 심소영이 4차원 면모를 뿜어냈다. 우선 김정훈은 “1과 자기로만 나눠지는 수인 ‘소수’를 집착한다. 8은 연약해 보인다. TV볼륨도 소수로만 조정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윤종신은 “’선생님이 몇 대 맞을래?’라고 물으면 소수로 대답하냐”고 물었고, 김정훈은 “자주 맞지를 않았다”고 팩트로 대답해 MC들의 말문을 막기도 했다. 김정훈의 숫자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수치화 한다는 게 기분이 나쁘다. 숫자에 대한 버릇 없는 짓이다”며 숫자를 신격화 하는 모습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아재 개그를 좋아한다는 그는 언어유희를 이용한 유머감각을 뽐내며 반전 매력을 더했다. 심소영은 놀라운 기억력을 드러냈다. 그는 “2살 때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에서 아버지 어깨에 토를 한 것을 기억한다. 그게 조금 충격적이어서 기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MC들은 “구체적으로 기억하는게 신기하다”며 놀라워했고, 김구라는 “허언증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심소영은 남다른 이상형을 밝히기도. 그는 “팔짱을 낄 때 팔꿈치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팔꿈치가 두꺼운 사람이 이상형이다”며 팔꿈치가 두꺼운 사람을 감별하기에 나섰다. 이때 반전이 일어났다. 김구라가 의외로 심소영의 기준에서 탈락했고, 의외로 말라보이는 김국진이 가장 심소영의 수준에 부합한다고 밝혀졌다. 이에 김국진은 어깨에 뽕을 넣은 것처럼 으쓱댔다. 공부의 신들의 가족들도 남달랐다. 심소영의 어머니는 대학교 교수였고, 아버지는 서울대 출신이자 국내 유명 초콜릿 과자의 슬로건인 ‘정’ 콘셉트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밝혀진 것. 심소영은 진정한 ‘금수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시하지 않는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강성태는 동생이 인터넷에서 ‘친구가 없어서 공부했다가 서울대 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계 대표 ‘뇌섹남녀’ 서경석-김정훈-강성태-심소영은 뛰어난 두뇌보다 더 매력있고 독특한 이력, 성격, 취향, 취미 등을 공개하며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라디오스타’는 김국진-윤종신-김구라-규현 4MC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MBC ‘라디오스타’ 화면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4개 과제 만난 순간, 17년 공직 생활 발가벗겨진 기분”

    “4개 과제 만난 순간, 17년 공직 생활 발가벗겨진 기분”

    ‘공직사회의 꽃’이라 불리는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관문이 있다. 상급 관리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역량평가다. 서울신문은 국장·과장급 역량평가 제도를 다룬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는 가장 최근에 역량평가를 치른 4급 서기관의 생생한 경험담을 싣는다.“평가를 다 마치고 나니 머리에 뜨끈뜨끈한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촉박한 시간 안에 머리를 쓰는 과제 4개를 연속으로 맞닥뜨리니 나름 숨기려고 했던 제 취약점은 물론 17년 동안의 공직 생활이 고스란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습니다.” 1년여간 인사혁신처의 대변인을 지내고 현재는 고공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유승주(44) 심사임용과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5층 회의실에서 역량평가를 무사히 치른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본래 국장급 역량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과장은 보직을 맡은 기간 동안 평가를 받는 것이 금지된다. 지난해까지 심사임용과에 있던 국장급 역량평가 업무가 인재정책과로 이관되면서 유 과장에게도 고공단에 첫발을 내딛는 기회가 주어졌다.# 독방서 점심도 도시락으로 때울 정도 지난 8일 경기 과천의 역량평가센터에서 다른 과장 5명과 함께 역량평가를 받은 유 과장은 “세종시에서 직접 운전을 해서 갔다”며 “하루 온종일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재빨리 판단해 머릿속에 구조화한 뒤 평가위원 앞에서 말을 했더니 돌아올 땐 녹초가 됐다”고 말했다. 평가는 오전 9시에 시작하지만 오리엔테이션을 받으려면 50분 먼저 개발원에 도착해야 한다. 유 과장처럼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부처 공무원들은 꼭두새벽부터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셈이다. 피평가자별로 독방이 지정된다. 점심도 이곳으로 도시락이 배달된다. 유형별 평가 종류는 1대1, 1대2, 집단토론, 서류함기법 4가지다. 유 과장은 “평가 순서는 피평가자마다 다르다”며 “다만 모든 평가에는 복수의 위원이 들어온다. 크로스 체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위원인 전현직 공무원, 교수 등과 피평가자가 아는 사이일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유 과장은 “평가위원풀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쉽게 만날 가능성도 적지만, 만나더라도 각자 알아서 기피 신청을 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발각될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평가는 공통적으로 각종 자료와 사전 준비 시간이 주어진다. 1대1 평가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거나 사회적 논란이 큰 정책에 대한 정책보고서, 언론 기사, 통계 자료 등을 읽은 후 해당 정책을 책임지는 국장이 돼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1대2 평가는 한 단계 나아가 갈등 상황이 가미된다. 유 과장은 “상급 관리자가 되면 아무래도 의견이 다른 과장들이나 부처를 조율해야 할 일이 많아질 텐데, 그런 역량을 보는 것”이라며 “무슨 주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당일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만이 합격 비결”이라고 했다. # 1시간 이내 보고서 내는 서류함기법 진땀 피평가자들이 가장 진땀을 빼는 평가 유형은 서류함기법이다. 1대1, 1대2에 비해 복합적인 문제 상황이 제시되는 데다 짧은 시간 안에 최종 보고서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작성은 직접 쓸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경우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유 과장은 “서류함기법 평가를 치르다 보면 상사로부터 1시간 이내에 급박한 보고서를 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무관으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그나마 다행인 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상황의 우선순위를 자신이 생각한 논리대로 정하고, 그에 따른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집단토론 평가는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피평가자 3명이 3명의 평가위원 앞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본다. 유 과장은 집단토론에서는 유연한 태도로 임하되 전략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로섬게임에 가까운 상황과 함께 피평가자별 입장도 정해진 채로 토론이 시작된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 전략적 사고, 문제인식, 성과지향적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만 반대로 경청, 배려 등 측면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가지를 특출하게 잘하는 것보다 다양한 역량이 골고루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 온종일 제시문 읽고 구조화… 귀가 땐 녹초 유 과장은 역량평가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하루에 몰아서 연속으로 평가를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본모습이 드러나는 셈이죠. 스스로 참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며 쌓은 내공이 낱낱이 드러난다고 해야 할까요.”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10만 여성의 성차별 경험담과 극복법

    10만 여성의 성차별 경험담과 극복법

    일상 속의 성차별/로라 베이츠 지음/안진이 옮김/미메시스/424쪽/1만 6800원 영국 페미니스트 작가인 로라 베이츠(31)는 2012년 4월 성폭력 경험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반복적이고 일상화돼 무시됐던 사소한 성차별 사건들을 한데 모으면 그것이 가시화되고 결국엔 중요한 문제로 인식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2년간 10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자신이 겪은 성 불평등 경험담을 올리는 등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저자는 세계 각국에서 접수된 메시지들을 토대로 일상에 성차별이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책으로 정리했다. 정치에서의 성차별부터 유아 때의 교육, 학교, 공공장소, 대중매체, 직장, 임신과 낙태 등 각종 영역에서 발생한 경험담을 공유한다. 아이들은 자라나면서부터 은연중에 성차별에 노출된다. 어린이집에서 아들에게 “울지 마. 넌 여자애가 아니잖아. 그렇지?”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여자 아이가 ‘남아용’이라고 표시된 과학 장난감을 쳐다볼 때마다 그 아이는 과학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직장 내 성범죄나 성희롱의 경우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사고뭉치’로 찍힐 것을 걱정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직원, 상사, 관리자의 행동을 신고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극소수의 사건만 법정으로 가거나 세상에 알려지는 등 피해자의 절대 다수는 조용히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여성들은 일상에 너무나 당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성 불평등에 대해 개인의 일로 인지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숨기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부터 그것을 알리고 공유하고 의지해 사회를 구성하는 모두가 행동함으로써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편견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한끼줍쇼’ 이시영, 평범한 한 끼도 특별하게 만든 매력녀 ‘훈훈’

    ‘한끼줍쇼’ 이시영, 평범한 한 끼도 특별하게 만든 매력녀 ‘훈훈’

    배우 이시영과 함께한 한 끼 식사가 추운 겨울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한끼줍쇼’에서는 이시영이 염리동을 찾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이시영은 강호동과 함께 골목을 돌아다니며 함께 식사할 집을 찾아다녔다. 한파가 불어 닥친 날 계속 되는 야외촬영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이시영은 열정으로 극복하겠다며 열심히 동네를 누볐다. 특히 공손하게 주민들에게 다가가 새해 인사까지 전하는 그녀에게서는 특유의 친화력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마침내 이시영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한 대학생의 집에서 극적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꽃게탕과 가자미구이를 준비하는 집주인의 곁에서 이시영은 재료 손질을 비롯해 요리 보조까지 척척 해냈다. 이후 이시영은 식사를 하면서 배우가 꿈인 청년의 고민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시영은 늦은 데뷔로 불안하던 시절이 있었다며, 생계와 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보면 꿈에서는 멀어지는 것만 같은 고민을 똑같이 했기에, 진심어린 경험담은 주인공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기억 속 영원히 남을 이시영과의 한 끼는 재미와 감동까지 잡으며 이렇게 마무리 됐다. 한편 이시영은 소탈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국민 호감녀’에 등극, 광고·화보·예능 등 다양한 방면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현재 차기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그룹섹스 살인’ 아만다 녹스, 감옥생활 중 동성애 경험

    ‘그룹섹스 살인’ 아만다 녹스, 감옥생활 중 동성애 경험

    ‘그룹섹스 살인’이라는 혐의로 이른바 ‘천사와 악녀’ 논쟁을 일으킨 아만다 녹스(29)가 또다시 충격적인 경험담을 고백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녹스는 미국의 한 잡지 온라인판에 이탈리아에서의 감옥 생활을 수필 형식으로 담담하게 기술했다. 4년 간의 감옥 생활을 담은 이 수필에서 언론들이 주목한 것은 녹스와 같이 생활했던 한 수형자와의 특별한 관계다. 레니라는 이름의 여성 수형자가 녹스에게 동성애를 강요했으며 자신은 거부했다는 것. 녹스는 "처음부터 레니는 나를 유혹하려 하지는 않았다"면서 "서로 친해지면서 그녀는 자신이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인가 레니가 강제로 키스했다"면서 "귓속말로 '남자가 해주지 못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녹스는 장문의 이 글에서 감옥이라는 특수성이 동성 수형자간의 묘한 관계를 만든다고 적었다. 녹스는 "감옥은 사회와 차단된 외롭고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에 여성 죄수 간의 특별한 관계를 만든다"면서 "그러나 사회적 통념과는 달리 이 관계는 성행위가 중심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사건이 벌어진 이탈리아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녹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교환학생으로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학교를 다니던 녹스는 영국인 룸메이트 메레디스 커처(당시 21세)에게 집단 성관계를 강요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전 남자친구 라파엘 솔레시토와 함께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어 열린 1심 재판에서 녹스는 무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징역 26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이 소식은 미 뉴스로 보도되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청순한 외모와 그룹섹스 살인이라는 말초적인 스토리가 큰 화제를 일으키며 녹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여론이 일어났다. 결국 지난 2011년 2심 법원에서 DNA 증거가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판결을 내려 그녀는 고향 시애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녹스 사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3월 이탈리아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재심 명령을 내리자 녹스 사건은 다시 언론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녹스는 재판을 다시 받기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재판을 거부했다. 이후 다시 이탈리아에서 녹스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고 피렌체 항소법원은 녹스가 피해자에게 치명상을 가한 정황을 인정해 그녀에게 징역 28년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3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항소 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녹스와 솔레시토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비선이라는 직업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비선이라는 직업

    멜라네시아 여러 섬에서 조직을 이끄는 이가 되려면 ‘하우’라는 초자연적 능력을 지녀야 했다. ‘하우’는 특정인에게 머물지 않고 옮겨 다니는 성질을 지닌다. 경쟁 끝에 ‘하우’를 인정받은 지도자는 번영을 이끈다. ‘하우’가 없는데 있는 듯 속인 지도자라면 사회는 파괴된다. 왕 혹은 대역 죄인이 될 가능성이 동시에 어깨에 얹히는 셈이다. 인류학 고전 ‘증여론’에 묘사된 얘기다. 자격이 없으나 권력을 빌려 쓰는 이, 혹은 제 것인 양 권력을 거래하는 이. 그들을 측근, 브로커, 실세, 멘토라고 불렀다. 지난해 말부터 비선이란 단어로 호칭이 수렴됐다. 대통령이란 정점의 권력을 유용해 전방위적으로 측근, 실세, 멘토, 심지어 경제공동체 노릇을 했다는 비선 때문이다. 가 본 적 없는 청와대에서 벌어진 전대미문 비선의 전횡이라는데, 어떤 장면에서는 기시감을 느낀다. 조직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아팠던 깨달음이 겹쳐서다. 기업에서도 비선은 암약한다. 최고위층과의 친분에 힘입어 직함도 없이, 혹은 직함에 새겨진 직분을 넘어 사내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들이다. 비선은 숨어 있지만, 또한 매 순간 존재감을 호소한다. 팀장, 본부장, 임원까지 통과한 결제 서류를 챙겨 다다른 최고층 집무실에서 비선의 흔적이라곤 식어 버린 찻잔이 전부다. 그러나 최고층에서 빈번하게 행해진다는 독대, 번복, 낙하산 사업의 유탄을 맞다 보면 비선의 존재감은 뚜렷해진다. 음성 변조 없이 차마 말할 수 없는 비선 체험담이 고층 빌딩 사이 메아리친다. “1장 보고서, 3분 발표 지키라던 회장님은 새로 온 실장과 매일 3시간씩 무슨 얘기를 한대.”(독대) “방 붙이려던 인사안 폐기해. 싹 바뀌었어. 독일어 잘하는 김 과장, 미얀마 가게 돼 어쩌나.”(번복) “물에서 금 만드는 기술이 있다나봐. 추진팀 만들어서 보름 뒤 되는 쪽으로 보고해.”(낙하산 사업) 이 중 마지막 특성이 비선의 효용을 일깨울 때가 있긴 하다. 현업에 최적화돼 잘 정비된 조직일수록 형식주의, 무사안일주의란 관료제 폐해에 빠지는 법. 관료화된 조직의 논리를 다른 각도에서 조언할 비선의 역할이 요구되는 경우다. 그러나 비선이 물꼬를 튼 업무 대부분은 처음에는 희극일지라도, 다음에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성과는 과장되고, 실패의 책임은 증발하는 탓이다. 몹쓸 상사가 애써 떠올린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최악의 조직일지라도 그 아이디어로 인한 성과는 조직 안에 고루 배분된다.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했더라도 조직 내 집단사고 절차를 거친 프로젝트라면, 감당할 범위 안에서 선제적 위험 관리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조직이라는 시스템의 힘으로, 비선이 흉내낼 수 없는 지점이다. 일확천금, 요행, 변칙을 믿는 사회일수록 비선은 전능해 보인다. 반면 정당한 보상, 예측 가능성, 정의가 보장될수록 비선이 설 곳은 줄어든다. 비선의 변칙적 성공 신화를 버릴 때가 왔다. 예측 가능한 일상에 최선을 다한 성실한 이들에 한해 행운처럼 찾아오는 혁신의 기회, 공동체에 고루 이로운 성장을 뜻하는 ‘세렌디피티’는 요행을 향한 변칙적 경쟁을 중단했을 때 시작되기 때문이다. saloo@seoul.co.kr
  • [커버스토리] 왜 하필 지금… 나는 1급 승진이 반갑지 않다

    [커버스토리] 왜 하필 지금… 나는 1급 승진이 반갑지 않다

    >> 30년차 어느 서기관의 고백 # 빠르거나 혹은 공정하거나저는 공직에 입문한 지 32년 된 대한민국 4급 공무원입니다. 지방직 9급으로 출발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줄’도 잘 잡아 중앙 부처 서기관 자리까지 왔습니다. 공무원 생활을 함께 시작한 동료들이 볼 때 저는 ‘부러운 사람’에 속합니다. 아직 6급에 있거나 “공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며 옷을 벗은 동기도 꽤 있으니까요. 다만 제가 외풍 많은 공무원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하니까요.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 초기만 해도 공무원 사회가 꽤 혼란스러웠습니다만, 지금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어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장·차관님이나 실·국장님 등 높은 분들께서 인사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갈피를 못 잡으시는 것 같아요. 당연히 부처 내부에도 청와대 파견과 1급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청와대에 들어가면 고위공무원은 이른바 ‘순장조’가 돼 몇 달 뒤 정권이 바뀔 때 같이 옷을 벗어야 합니다. 젊은 공무원들은 예전 부처로 돌아오겠지만 자기도 모르게 ‘○○○정권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 “장관 할 거 아니면 부처에서 정년까지 느리고 오래가는 게 낫다” 또 이 시기에 1급으로 승진하면 대선 뒤 개각 때 ‘시범 케이스’로 물갈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1급 승진과 청와대행 기피 현상은 정권 교체기에 늘 있던 것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심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웃 부처의 부이사관은 최근 청와대에서 어렵사리 ‘본부’로 돌아온 뒤 동료들로부터 “난파선 탈출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예전에는 대선 기간 여당에 수석전문위원으로 나갔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1급으로 승진해 금의환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선 전에 원대 복귀하려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도 한몫했습니다. 시절이 예전 같지 않아 요즘은 공무원 하다 옷을 벗어도 갈 자리가 많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조차도 “장관 할 것 아니면 부처에서 정년까지 느리고 오래가는 게 낫다”고 말하곤 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로 대행 체제가 되면서 현재 공직사회는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고위직 인사는 청와대가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낙하산’도 많았고 부처 장관이 누구를 직접 찍어 올려도 청와대에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여당 인사 민원이 많다는 건 공무원이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죠. 하지만 올해는 청와대 인사 개입이 사라지면서 각 부처와 청 인사에 장관님과 청장님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일부에선 연공서열에 기댄 ‘제 식구 감싸기’식 인사가 부활하고 우수 인재 발탁이 사라졌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지자 청와대나 여당이 아닌 야당이나 언론사를 통해 줄을 대려는 공무원도 꽤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고위 공무원은 “야당 ○○○를 소개시켜 줄 수 없냐”고 노골적으로 요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치권 줄대기’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무척 씁쓸합니다. # 고위직 ‘그들만의 리그’… 고시 출신·연줄 발탁 그 나물에 그 밥 공무원 사회는 “인사에 ‘다음’은 없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겨집니다. 상황이 늘 바뀌다 보니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죠. ‘다음 인사 때 따 놓은 당상’이라거나 ‘차기에는 네가 1순위’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야 합니다. 얼마 전 후배와 술 한잔하다 최근 정국과 관련해 인사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친구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특정 지역 편중 인사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시니컬하게 말하더군요. “과거 ‘개혁’을 기치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고 그때 공직사회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TK(대구·경북)와 호남, PK(부산·경남)가 서로 자리만 바꿨을 뿐 뭐 하나 달라진 게 있었나요.” 술이 확 깰 만큼 기분이 나빴지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실제로 고위직들의 인사 행태를 보면 자기들끼리 “싹 바꾼다”, “혁신한다”고 떠들어도 실제로는 고시 출신 중에서 학연과 지연에 맞는 이들을 골라 돌려막기하는 것에 불과해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하위직 공무원들은 고위직들의 인사혁신 노력을 ‘그들만의 리그’라 부르며 푸념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새 정부에서는 그저 일 잘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승진하고 대접받는 풍토가 만들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많은 이들을 제치고 올라왔지만, 인사철만 되면 늘 마음이 불안하고 힘이 듭니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내 인생을 흔들어 놓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입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현직 인사 담당자 경험담 역대 정부에서 인사 실무를 직접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전하는 정권 교체기 인사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부 부처의 총무과장, 운영지원과장 등을 지냈던 인사들로부터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봤다.이명박 정부 말이었던 2012년 사회 부처의 인사 담당 과장을 지낸 A씨는 12일 “통상 정권 교체기에는 본부 내 인력은 무조건 남아 있으려 하고, 외부 기관에 나간 인력들은 어떻게든 본부로 돌아오려고 한다”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원심력이 강해지는 정권 초기와 달리 안으로 회귀하려는 구심력이 강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청사에서 근무하는 전직 총무과장 B씨도 “정권 교체기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위치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면서 “평소 바라던 외부기관 파견 등 기회가 생겨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려 하거나 뒤로 미루는 행태가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정권 교체기에 잘못 승진했다가 ‘이전 정권 인사’로 찍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과천청사 시절 경제부처에서 총무과장을 지낸 C씨는 “정권 말 정부 부처 인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청와대에서 행정관 등으로 근무하던 인력들의 거취”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말이 되면 그동안 청와대에서 고생했던 직원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한 직급 승진시켜 원 소속 부처로 내려보내려는 경향이 생긴다”며 “그렇다 보니 연조가 안 된 직원들이 무리하게 승진해서 날아오는 바람에 그로 인해 꼬인 인사의 후유증이 몇 년을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전직 운영지원과장 D씨는 임기 말 인사의 특징으로 ‘지역정서의 강화’를 들었다. 그는 “집권세력의 지역적 편향의 반대편, 예를 들면 영남이 득세할 때 상대적으로 잘나가지 못했던 호남, 충청 지역 출신들의 기대감이 커지는데 특히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행정자치부 조직실장 같은 힘 있는 부처의 주요 보직을 자기 지역 출신 중 누가 차지하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면서 “그렇다 보니 동향 선후배 간의 은밀한 모임이나 교류가 부쩍 잦아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최근 청년층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는 글이 있다. 이른바 ‘시발비용’.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이유 없이 다이*나 *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기자의 습관도 단번에 이해됐다.●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 신조어 시발비용을 간략히 정의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쓴 돈’ 정도가 된다. 시발비용의 대상은 고가의 물건이 아니다. 로드숍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 당장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나 볼펜, 커피나 간식 등이 그 대상이다.입사 1년차를 막 넘긴 직장인 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카롱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소에도 마카롱은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지만, 한 개에 2000~2500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즐겨 먹진 못했다는 A. 요즘 그는 퇴근 후 집 주변 마카롱 맛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전환이 된다는 이유다. 한번 살 때 종류별로 10개 이상씩 사는 A에게 “마카롱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먹어?” 은행원 3년차 B는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는 마을버스 8개 정거장으로 약 30분이 걸리지만, 택시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B는 “처음엔 지각할까봐 택시를 탔던 것이 이제는 편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5000~6000원 꼴로, 한 달에 택시비로 지출하는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B는 “몸이 편하니까 전혀 아깝단 생각이 안 든다”며 “‘고생하러 가는 데 이 정도도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탄다”고 말했다. ● 티끌 모아야 태산? 티끌 모아봤자 티끌 시발비용은 결국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탕진잼은 시발비용보다 앞서 유행했던 신조어로,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거창한 의미의 ‘탕진’과 달리, ‘탕진잼’이란 일상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범위 내의 푼돈을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 차이다.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탕진잼을 추구하는 C. 홧김에 산 립스틱 색깔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그의 말버릇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니, 티끌로 스트레스라도 풀겠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 꿈이 되어가고 있다. C는 5년차 직장인이지만 일찌감치 집 사기를 포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세대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서울에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2016년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7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 C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탕진잼의 기분을 느낄 시간조차 없던 D는 지난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겼다는 D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리프레쉬가 됐다”며 “입사 후 가장 잘 쓴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을 소망하며 월급에서 30만원씩을 여행경비로 저축하고 있는 D는 “회사를 다닐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성인남녀 10명 중 8명 ‘스트레스 해소 위해 홧김에 돈 지출’ 시발비용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화장품가게를 ‘털러’가는 것이 자신의 시발비용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쓰지도 않는 섀도를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black club’ 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고작 그걸 샀다고 기분이 풀리는 스스로에게 비참함을 느낀다”면서도 “홧김에 쓰는 돈이 아니면 오히려 더 화병이 터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홧김에 시킨 치킨, 사용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사는 화장품, 출퇴근에 이용하는 택시 등 청년들이 시발비용과 관련한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2030세대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은 소비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최대한 가성비 높은 것에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탕진잼’이나 ‘시발비용’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오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연인의 말 한마디에… 일흔다섯 ‘길의 왕’ 다시 걸었소

    연인의 말 한마디에… 일흔다섯 ‘길의 왕’ 다시 걸었소

    나는 걷는다 끝. 베르나르 올리비에·베네딕트 플라테 지음/이재형 옮김/효형출판/312쪽/1만 3000원‘길의 왕’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도보여행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사실상) 마지막 여정을 담은 책이다. 베르나르는 실크로드 도보 여행기 ‘나는 걷는다’로 세계적인 걷기 열풍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2012년 어느 봄날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 차례”라고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을 때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저자의 나이 75세였다. 그의 말처럼 “소파에 푹 파묻혀야 할 나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안 떠나는가.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될 날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데 왜 피곤하다는 핑계를 댄단 말인가. 그는 꼬박 10년 전에 1만 2000㎞를 걸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4년 동안 혼자 걸었다. 그 결과물이 ‘나는 걷는다’ 3부작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연인인 베네딕트 플라테의 생각은 달랐다. 베네딕트는 왜 프랑스 리옹에서 터키까지 구간을 남겨 두느냐고 물었다. 리옹이 19세기 후반 견직 공업의 중심지였던 것을 떠올리면 나름 논리적인 지적이었다. 두 도시 간 거리는 3000㎞ 정도. 새책 ‘나는 걷는다 끝.’은 이 여정의 기록이다. 저자의 말처럼 “실크로드 여행의 부족했던 한 구간이자 완결판”이다. 출발을 결심한 저자에게 고민이 생긴다. 자신의 연인과 함께 떠나야 할 것인가. 지금껏 그는 혼자 걸었다. 함께 걷자는 여러 제안이 있었지만 그는 여태 혼자 고독하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적극 옹호해 왔다. 하지만 연인의 꿈을 막을 수는 없었다. 비(非)결혼 동거 부부들을 위한 시민연대계약(PACS)을 맺었던 노년의 커플은 결국 함께 떠나기로 결정한다. 앞서 베르나르와 1만 2000㎞의 여정을 함께했던 짐수레 율리시스와 함께. 둘은 2013년 8~9월에 리옹에서 이탈리아 베로나까지 900㎞를 걸었고, 2014년 7~10월에는 베로나에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불가리아, 그리스를 거쳐 이스탄불까지 2000㎞를 걸었다. 첫 번째 여정은 베르나르의 글만 기록됐고, 두 번째 여정부터는 베네딕트도 함께 글을 썼다. “칼로리를 완전히 불태우”고 “무릎에 격렬한 통증”을 느낄 만큼 극심한 피로를 이겨 낸 둘의 경험담이 듬뿍 담겼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최근 청년층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는 글이 있다. 이른바 ‘시발비용’.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이유 없이 다이*나 *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기자의 습관도 단번에 이해됐다.●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 신조어 시발비용을 간략히 정의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쓴 돈’ 정도가 된다. 시발비용의 대상은 고가의 물건이 아니다. 로드숍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 당장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나 볼펜, 커피나 간식 등이 그 대상이다. 입사 1년차를 막 넘긴 직장인 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카롱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소에도 마카롱은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지만, 한 개에 2000~2500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즐겨 먹진 못했다는 A. 요즘 그는 퇴근 후 집 주변 마카롱 맛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전환이 된다는 이유다. 한번 살 때 종류별로 10개 이상씩 사는 A에게 “마카롱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먹어?” 은행원 3년차 B는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는 마을버스 8개 정거장으로 약 30분이 걸리되지만, 택시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B는 “처음엔 지각할까봐 택시를 탔던 것이 이제는 편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5000~6000원 꼴로, 한 달에 택시비로 지출하는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B는 “몸이 편하니까 전혀 아깝단 생각이 안 든다”며 “‘고생하러 가는 데 이 정도도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탄다”고 말했다. ● 티끌 모아야 태산? 티끌 모아봤자 티끌 시발비용은 결국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탕진잼은 시발비용보다 앞서 유행했던 신조어로,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거창한 의미의 ‘탕진’과 달리, ‘탕진잼’이란 일상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범위 내의 푼돈을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 차이다.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탕진잼을 추구하는 C. 홧김에 산 립스틱 색깔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그의 말버릇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니, 티끌로 스트레스라도 풀겠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 꿈이 되어가고 있다. C는 5년차 직장인이지만 일찌감치 집 사기를 포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세대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서울에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2016년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7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 C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탕진잼의 기분을 느낄 시간조차 없던 D는 지난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겼다는 D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리프레쉬가 됐다”며 “입사 후 가장 잘 쓴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을 소망하며 월급에서 30만원씩을 여행경비로 저축하고 있는 D는 “회사를 다닐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성인남녀 10명 중 8명 ‘스트레스 해소 위해 홧김에 돈 지출’ 시발비용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화장품가게를 ‘털러’가는 것이 자신의 시발비용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쓰지도 않는 섀도를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black club’ 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고작 그걸 샀다고 기분이 풀리는 스스로에게 비참함을 느낀다”면서도 “홧김에 쓰는 돈이 아니면 오히려 더 화병이 터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홧김에 시킨 치킨, 사용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사는 화장품, 출퇴근에 이용하는 택시 등 청년들이 시발비용과 관련한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2030세대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은 소비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최대한 가성비 높은 것에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탕진잼’이나 ‘시발비용’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오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지난 2월 1일(수) 중랑구 원묵중학교에서 열린 <진로특강>의 첫번째 강연자로 초청되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원묵중학교에서는 학생 진로 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 강의의 강연자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체육대학교 교육학 교수인 박호근 의원이 강연자로 초청됐다. 박호근 의원은 ‘미래사회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강을 진행했으며,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학생들이 공부해야하는 이유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현실적이며 알기 쉬운 강의 내용으로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호근 의원은 “한 사람의 인생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원묵중학교 학생들의 인생시계는 불과 새벽 5시에 불과하다”고 하며, “새벽 5시에 벌써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 선배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으며, 나아가 특강을 토대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호근 의원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큰 영광이었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누리당 당명 변경에 새누리당-국민의당 ‘설전’

    새누리당 당명 변경에 새누리당-국민의당 ‘설전’

    국민의당 “새누리, 이름 골백번 바꿔도 헌법 파괴 공범이 본질” 새누리당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민형사상 법적대응 하겠다” 새누리당 당명 변경을 두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새로운 당명과 로고를 논의한 결과 새 당명 후보가 ‘보수의 힘’, ‘국민제일당’, ‘행복한국당’ 등 3개로 압축됐다고 밝혔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다시 한 번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밀고 있는 ‘보수의 힘’에 대한 호평과 굳이 당명에 ‘보수’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혼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 움직임에 국민의당은 같은 날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했다고 해서 그 흉악한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새누리당이 어떤 이름으로 바꾼다고 해도 헌법 파괴 공범이라는 국민의 평가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당명에 보수라는 두 글자를 넣는다고 한다”며 “분명히 말하는데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망친 수구부패 집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파괴 공범 새누리당이 당명에 보수를 넣는다고 해서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정당 심볼과 로고를 태극기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과 관련해 ‘정말 낯 두꺼운 행태’라면서 “태극기의 가치와 권위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박근혜와 새누리당 무리들이다. 재벌이 낸 돈으로 동원한 관제데모 때마다 태극기를 들고 나와 국기를 조롱하더니 이제는 당 심볼에까지 넣어 태극기를 능멸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개명이 아니라 해체와 소멸의 길로 가야 마땅하다”며 “죽은 시신에 화장을 한다고 해서 다시 살아날 리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당 논평에 새누리당도 발끈했다. 김경숙 새누리당 부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무엇이 두려워 새누리당이 보수의 적자로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해, ‘흉악한 본질’, ‘흉칙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같은 짓’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하고 있는가”라며 “새누리당 당원들은 국민의당의 관련 논평에 대하여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역사속 공무원] 실록으로 본 조선시대 공무원

    [역사속 공무원] 실록으로 본 조선시대 공무원

    ‘푸른 바다의 전설’ 모티브는 우리나라 최초 야담집 ‘어우야담’ 인어의 왕자 김담령은 탐관오리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시대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 인어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유몽인(柳夢寅·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태풍으로 떠밀려 온 인어를 이 고을에 새로 부임해 온 현령(종5품 지방관) 김담령(金聃齡)이 바다에 놓아 주었는데, 은혜를 베푼 담령이 현대에 사기꾼 허준재(이민호)로 환생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중 폭발로 육지로 밀려 온 인어 심청(전지현)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1621년 편찬된 ‘어우야담’ 제5권에는 강원도 흡곡(?谷)현령 김담령의 인어 경험담이 나온다. 김담령이 한 어부의 집에 묵게 되었는데, 이 어부가 6마리의 인어를 잡았다는 것. 잡는 과정에서 2마리는 죽고 4마리가 살았는데, 김담령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이를 불쌍히 여긴 담령이 어부에게서 이들을 빼앗아 바다에 놓아 주었다. 인어들은 얼굴이 하얗고 예뻤으며 콧날이 오뚝했는데, 크기는 네 살배기 아이만 했다는 것. 담령의 인어 이야기는 ‘어우야담’의 편찬자인 유몽인이 광해군 10년인 1618년 인목대비 폐비사건에 연루돼 사직한 뒤 사사되기까지 5년여 동안 전국을 유람하며 글을 썼는데, 이때 들은 이야기를 수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유몽인이 이 이야기를 채집하기 얼마 전 김담령이 강원도 흡곡현 현령으로 재직했다는 기록이 있다. 김담령은 드라마와 책에서 욕심 사나운 인간에 붙잡혀 저항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는 불쌍한 인어를 구한 어진 현령으로 묘사되지만, 실록 기록으로만 보면 아주 몹쓸 관료였다.‘선조실록’ 1605년 12월 13일 두 번째 기사는 사간원이 은율(殷栗)현감 김담령을 탄핵한 것이다. “은율현감 김담령은 위인이 용열하여 정사를 하리(下吏·하급관리)들에게 위임하는가 하면, 침탈이 끝이 없어 관고가 탕갈되기에 이르러 경내가 모두 원망하고 있습니다. 파직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담령을 파직했다. 1608년 7월 2일 일곱 번째 기사는 감찰 김담령이 임해군의 처형을 상소하자 임금이 “이미 외방에 안치하였고, 천륜도 중요한데, 죽이라고 하느냐.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이때는 파직된 지 3년여가 지난 후로 아마도 광해군 즉위 과정에서 복직된 담령이 보은 차원 또는 존재감 과시를 위해 쓴 상소가 아니었을까 의심된다. ‘광해군일기’ 1609년 11월 27일 첫 번째 기사는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 작가가 담령의 환생을 사기꾼으로 설정한 근거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김담령에 대한 사헌부의 보고서로 그는 탐관오리의 전형이다. “흡곡현령 김담령은 사람이 난잡하고 임지에 도착한 뒤로 백성들의 재물 빼앗기를 일삼고 있다. 이렇게 심한 흉년인데도 친족의 천장(遷葬·묘를 옮김)을 핑계로 강원도 흡곡현의 인마(人馬)를 뽑아 호남까지 보내고 있는데, 말 한 마리의 가격이 목면 수십 필에 이른다. 가난한 백성이 말 값을 내지 못하는 경우 자신이 낸 후 민결(民結·백성 소유의 땅)에서 받으니, 고을의 백성들이 견디지 못해 도망치고 있다. 서울로 온 백성들이 도로에서 울부짖으니 보는 이들이 놀라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이처럼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관원이었지만, 현대의 드라마에서는 어질고 멋진 원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중기 명예기자 (국가기록원 홍보팀장)
  • [주말 영화]

    ■필라델피아(EBS1 토요일 밤 10시 45분) 흔히 ‘차별’ 하면 성별, 인종, 동성애, 종교를 떠올리기 쉬운데 질병으로 인한 차별도 큰 문제다. 이 영화는 질병으로 인한 차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유명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 앤드루(톰 행크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였던 것. 그는 자신의 비밀을 알아챈 회사로부터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철저하게 계획된 해고였다는 것을 안 앤드루는 라이벌이었던 흑인 변호사 조(덴절 워싱턴)의 힘을 빌려 소송을 시작한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에다가 골든글로브,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휩쓸었다. ‘양들의 침묵’ 등으로 유명한 조너선 드미 감독이 연출했다. 1993년 작. ■종횡사해(OBS 토요일 오후 1시 55분)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찍었던 작품 가운데 하나다. ‘영웅본색’ 시리즈를 함께했던 저우룬파(周潤發)와 장궈룽(張國榮), 미녀 배우 중추훙(鐘楚紅)을 기용해 미술품 도둑들의 모험담을 만들었다. 우위썬 감독은 상당히 무게감 있는 누아르를 만들어 왔는데 이 작품에선 코미디를 섞어 가볍고 경쾌한 작품을 빚어냈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홍콩식 액션이 다소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두 남자 배우의 앙상블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난다. 1991년 작.
  • 潘측근 “정치인들, 잘 말한다더니 언론 앞에선 모멸감 주는 말을”

    潘측근 “정치인들, 잘 말한다더니 언론 앞에선 모멸감 주는 말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이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반 전 총장은 1일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정치꾼’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 관계자는 2일 ‘반 전 총장과 독대한 몇몇 야권 정치인들이 언론에는 잘 말하겠다고 말한 뒤 카메라 앞에서는 험담에 가까운 언사를 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과 독대하며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상대방도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며 이어 이들이 “언론에는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 앞에선 이들은 오히려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말들을 했다. 반 전 총장 측근인 이상일 전 의원은 “몇몇 유력하고 유명한 정치인의 말과 태도는 반 전 총장을 만났을 때와 밖에 나와 언론을 통해 얘기했을 때와는 판이했다”며 “그들은 자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반 전 총장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뱉었다”고 밝혔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을 만난 뒤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핵심 인사들과 마주 앉아 “○○○씨를 만났는데 뜻대로 잘 안 풀리네요. 난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그분들은 조금…”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정치적 행보를 상의하고 협력을 구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만났다. 반 전 총장이 만난 정치인들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1명 중 9명이… 현대판 ‘인도 난쟁이 가족’ 화제

    11명 중 9명이… 현대판 ‘인도 난쟁이 가족’ 화제

    평범하지 않은 외모와 주위의 편견도 현대판 난쟁이 가족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30일(현지시간)영국 일간지 미러는 가족 11명 중 9명이 난쟁이인 한 집안의 사연을 보도했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구시가지에 사는 람 라지 차우한(52). 그의 친족은 한때 21명이었는데, 그 중 18명이 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렸다. 현재 람라지의 여자형제 7명과 남자형제 4명 중 8명이 자신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연골무형성증은 왜소증의 한 형태로 정상에 비해 큰 머리, 튀어나온 이마, 낮은 콧대, 짧은 팔과 다리, 그리고 삼지창손이라 불리는 짧은 손가락이 특징이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난쟁이 대가족'이라는 유명세를 얻었고, 원치 않던 많은 관심이 쏠렸다. 람 라지 가족에겐 집밖으로 나가면 들리는 험담과 비웃음은 흔한 일상이 돼버렸다. 람 라지는 "우리가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는 '왜 이렇게 작니?', '어디서 왔어?'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하며 우리를 놀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람라지 가족들은 자신들이 특별해서 신이 이러한 건강 상태를 주신거라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웃기 시작하면 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라는 신의 의지라고 믿는다. 그들에게는 사람들의 비웃음보다 여행, 결혼, 일자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힘든 현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람 라지는 결혼식에서 하객을 반기는 환영사로 일하고 있지만, 처음엔 아무도 그에게 일자리를 주려 하지 않았다. 회계사를 꿈꾸는 딸과 람 라지의 형제 자매 모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람 라지는 "신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두 딸에게도 신이 주신 가족의 본분을 이해시킬 생각"이라고 삶의 의지를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 과장을 섞으면 정부 수립 이래 극명하게 찬반이 엇갈리지만 70년이 지나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영원한 논쟁거리다. 물론 한국의 법률은 한글 전용 편을 들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의 한글 전용 규정인데, 이를 두고 위헌입네 해서 한자도 써야 한다는 쪽에서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했다.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는 어제 퇴임한 박한철 소장이 이끄는 9인의 재판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어기본법 14조 1항을 합헌이라 판단한 것이 있다.요새 국정 역사 교과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교육부의 지난해 12월 29일자 보도자료 하나가 ‘한글 전용, 국한문 혼용’ 논쟁에 불을 질렀다. 제목은 ‘필요한 경우,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이렇게’. 요약하면 “초등학생 5~6학년 학습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이외의 도덕,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에 300자 이내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단 한자 시험은 보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전국의 교원대학 교수 199명이 지난달 24일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25일에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회도 동참했다. “한글 전용으로 만든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사교육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주장의 요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회는 “의사소통과 사고력 증진을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며 용어 이해를 돕는 것이라 사교육을 유발할 것 같지 않다”고 교육부 편을 들고 나섰다. 두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의 한자 교육 경험담. ‘한글 전용’ 소신에 의해 한자 교육을 시키지 않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급격히 늘어난 교과서의 한자용어 때문에 내용 파악에 애를 먹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켰더니 정반대의 학습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뭐냐고 물어보면 “고생을 진탕하면 감기가 온다”거나 졸부(猝富)는 “졸라 부자”, 맥콜은 “보리 맥에 콜라 콜”이라고 대답하는 게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요새 아이들이다. 헌재의 2016년 11월 24일 결정에는 5대4의 아슬아슬한 합헌 판단도 있었다. 한자를 교과목에서 배제하거나 필수과목으로 넣지 않은 교육부의 초·중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관한 것인데, 위헌이라 판단한 4인은 “우리말은 한자어와 고유어로 구성돼 있어 한자 교육은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을 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한자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라는 위헌 의견이 헌재에서 다수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대선 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31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새해 인사 겸 대권 도전 의지를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경제전문가로 전문성을 잘 살리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이날 대선 캠프 총괄을 맡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민현주·박정하 대변인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유 의원에게 “요즘 국민의 삶이 어렵고 힘드니 경제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잘 살려 선거운동을 하고 국민이 푸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유 의원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게 된 진 전 장관을 비롯해 김 의원과 박 대변인은 친이명박계 직계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의 선거 참모진을 보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모은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이명박 저격수’로 활약했다. 한 때 적진에 있던 친이계 인사들이 유 의원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함께하게 된 것이다. 박 대변인은 유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20여분에 걸친 비공개 만남에 대해 “서로간 다 아는 분들이고 양 진영에 섞여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루두루 덕담과 환담을 주고 받았다”면서 “2007년 당내 경선과 이 전 대통령의 종로 선거 얘기와 경험담이 오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앞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기도 했다.  유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맞이한 손 여사에게 큰 절을 올리며 새해 인사와 건강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바른정당이 아버님(YS) 당시 통일민주당과 이념이나 생각에서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큰 결심해서 출마하셨으니 바른정당이 정말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라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 의원은 “상도동 출신들이 대구·부산 등에서 활동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새누리당 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바른정당 의원이 32명으로 수는 적지만 잘해서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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