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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안 쓰면 화병날 것 같아요”… ‘시발비용’으로 화 푸는 2030

    최근 청년층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는 글이 있다. 이른바 ‘시발비용’. 비속어 ‘X발’과 ‘비용’을 합친 신조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의미다.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택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후 이유 없이 다이*나 *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 없는 물건을 사는 기자의 습관도 단번에 이해됐다.●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 신조어 시발비용을 간략히 정의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쓴 돈’ 정도가 된다. 시발비용의 대상은 고가의 물건이 아니다. 로드숍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 당장 필요는 없지만 보기에는 귀여운 스티커나 볼펜, 커피나 간식 등이 그 대상이다. 입사 1년차를 막 넘긴 직장인 A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마카롱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평소에도 마카롱은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였지만, 한 개에 2000~2500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때문에 즐겨 먹진 못했다는 A. 요즘 그는 퇴근 후 집 주변 마카롱 맛집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전환이 된다는 이유다. 한번 살 때 종류별로 10개 이상씩 사는 A에게 “마카롱 비싸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며 돈 벌었는데, 이런 것도 못 사먹어?” 은행원 3년차 B는 출근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집과 직장의 거리는 마을버스 8개 정거장으로 약 30분이 걸리되지만, 택시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한다. B는 “처음엔 지각할까봐 택시를 탔던 것이 이제는 편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비는 5000~6000원 꼴로, 한 달에 택시비로 지출하는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B는 “몸이 편하니까 전혀 아깝단 생각이 안 든다”며 “‘고생하러 가는 데 이 정도도 못하나’라는 생각으로 탄다”고 말했다. ● 티끌 모아야 태산? 티끌 모아봤자 티끌 시발비용은 결국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탕진잼은 시발비용보다 앞서 유행했던 신조어로, 소소한 생활용품, 맛집, 여행 등 일상생활에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재물 따위를 다 써서 없앤다는 거창한 의미의 ‘탕진’과 달리, ‘탕진잼’이란 일상생활에 구애받지 않는 범위 내의 푼돈을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 차이다.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탕진잼을 추구하는 C. 홧김에 산 립스틱 색깔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하는 그의 말버릇은 “티끌 모아 티끌”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도 집을 못 사니, 티끌로 스트레스라도 풀겠다고 말한다.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정말 꿈이 되어가고 있다. C는 5년차 직장인이지만 일찌감치 집 사기를 포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0세대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을 경우 서울에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2016년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 ‘371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것이다. 월급이 200만원 초반인 C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집중하는 이유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탕진잼의 기분을 느낄 시간조차 없던 D는 지난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했다. 생각했던 예산을 훌쩍 넘겼다는 D는 “충동적인 여행이었지만 리프레쉬가 됐다”며 “입사 후 가장 잘 쓴 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유럽 여행을 소망하며 월급에서 30만원씩을 여행경비로 저축하고 있는 D는 “회사를 다닐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성인남녀 10명 중 8명 ‘스트레스 해소 위해 홧김에 돈 지출’ 시발비용이 2030세대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홧김에 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안 사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한 직장인은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화장품가게를 ‘털러’가는 것이 자신의 시발비용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쓰지도 않는 섀도를 하나둘 사다 보니 어느새 일정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black club’ 등급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에서 3개에 1000원 하는 마스킹 테이프를 충동적으로 구매한다는 또 다른 직장인은 “고작 그걸 샀다고 기분이 풀리는 스스로에게 비참함을 느낀다”면서도 “홧김에 쓰는 돈이 아니면 오히려 더 화병이 터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홧김에 시킨 치킨, 사용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사는 화장품, 출퇴근에 이용하는 택시 등 청년들이 시발비용과 관련한 비슷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은 2030세대의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은 소비에 실패할 여유가 없다. 최대한 가성비 높은 것에 투자해 높은 만족감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들의 합리적인 소비가 ‘탕진잼’이나 ‘시발비용’과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고, 오히려 더 ‘노오력’하라는 것이 현실이다. 암울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는 신조어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박호근의원, 원묵중학교서 진로 특강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동4)은 지난 2월 1일(수) 중랑구 원묵중학교에서 열린 <진로특강>의 첫번째 강연자로 초청되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원묵중학교에서는 학생 진로 교육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초청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 강의의 강연자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체육대학교 교육학 교수인 박호근 의원이 강연자로 초청됐다. 박호근 의원은 ‘미래사회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강을 진행했으며,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학생들이 공부해야하는 이유와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현실적이며 알기 쉬운 강의 내용으로 많은 학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박호근 의원은 “한 사람의 인생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원묵중학교 학생들의 인생시계는 불과 새벽 5시에 불과하다”고 하며, “새벽 5시에 벌써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생 선배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으며, 나아가 특강을 토대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내면에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호근 의원은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수 있어서 대단히 큰 영광이었다”며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누리당 당명 변경에 새누리당-국민의당 ‘설전’

    새누리당 당명 변경에 새누리당-국민의당 ‘설전’

    국민의당 “새누리, 이름 골백번 바꿔도 헌법 파괴 공범이 본질” 새누리당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민형사상 법적대응 하겠다” 새누리당 당명 변경을 두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새로운 당명과 로고를 논의한 결과 새 당명 후보가 ‘보수의 힘’, ‘국민제일당’, ‘행복한국당’ 등 3개로 압축됐다고 밝혔다. 김성원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다시 한 번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밀고 있는 ‘보수의 힘’에 대한 호평과 굳이 당명에 ‘보수’를 넣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혼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 움직임에 국민의당은 같은 날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최순실이 최서원으로 개명했다고 해서 그 흉악한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새누리당이 어떤 이름으로 바꾼다고 해도 헌법 파괴 공범이라는 국민의 평가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당명에 보수라는 두 글자를 넣는다고 한다”며 “분명히 말하는데 새누리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망친 수구부패 집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파괴 공범 새누리당이 당명에 보수를 넣는다고 해서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정당 심볼과 로고를 태극기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바꾼다는 것과 관련해 ‘정말 낯 두꺼운 행태’라면서 “태극기의 가치와 권위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장본인은 다름 아닌 박근혜와 새누리당 무리들이다. 재벌이 낸 돈으로 동원한 관제데모 때마다 태극기를 들고 나와 국기를 조롱하더니 이제는 당 심볼에까지 넣어 태극기를 능멸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 부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개명이 아니라 해체와 소멸의 길로 가야 마땅하다”며 “죽은 시신에 화장을 한다고 해서 다시 살아날 리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당 논평에 새누리당도 발끈했다. 김경숙 새누리당 부대변인은 “국민의당은 무엇이 두려워 새누리당이 보수의 적자로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해, ‘흉악한 본질’, ‘흉칙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같은 짓’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하고 있는가”라며 “새누리당 당원들은 국민의당의 관련 논평에 대하여 민형사상 법적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서연 기자 wk@seoul.co.kr
  • [역사속 공무원] 실록으로 본 조선시대 공무원

    [역사속 공무원] 실록으로 본 조선시대 공무원

    ‘푸른 바다의 전설’ 모티브는 우리나라 최초 야담집 ‘어우야담’ 인어의 왕자 김담령은 탐관오리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시대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 인어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유몽인(柳夢寅·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태풍으로 떠밀려 온 인어를 이 고을에 새로 부임해 온 현령(종5품 지방관) 김담령(金聃齡)이 바다에 놓아 주었는데, 은혜를 베푼 담령이 현대에 사기꾼 허준재(이민호)로 환생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수중 폭발로 육지로 밀려 온 인어 심청(전지현)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1621년 편찬된 ‘어우야담’ 제5권에는 강원도 흡곡(?谷)현령 김담령의 인어 경험담이 나온다. 김담령이 한 어부의 집에 묵게 되었는데, 이 어부가 6마리의 인어를 잡았다는 것. 잡는 과정에서 2마리는 죽고 4마리가 살았는데, 김담령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이를 불쌍히 여긴 담령이 어부에게서 이들을 빼앗아 바다에 놓아 주었다. 인어들은 얼굴이 하얗고 예뻤으며 콧날이 오뚝했는데, 크기는 네 살배기 아이만 했다는 것. 담령의 인어 이야기는 ‘어우야담’의 편찬자인 유몽인이 광해군 10년인 1618년 인목대비 폐비사건에 연루돼 사직한 뒤 사사되기까지 5년여 동안 전국을 유람하며 글을 썼는데, 이때 들은 이야기를 수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유몽인이 이 이야기를 채집하기 얼마 전 김담령이 강원도 흡곡현 현령으로 재직했다는 기록이 있다. 김담령은 드라마와 책에서 욕심 사나운 인간에 붙잡혀 저항도 못 하고 눈물만 흘리는 불쌍한 인어를 구한 어진 현령으로 묘사되지만, 실록 기록으로만 보면 아주 몹쓸 관료였다.‘선조실록’ 1605년 12월 13일 두 번째 기사는 사간원이 은율(殷栗)현감 김담령을 탄핵한 것이다. “은율현감 김담령은 위인이 용열하여 정사를 하리(下吏·하급관리)들에게 위임하는가 하면, 침탈이 끝이 없어 관고가 탕갈되기에 이르러 경내가 모두 원망하고 있습니다. 파직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담령을 파직했다. 1608년 7월 2일 일곱 번째 기사는 감찰 김담령이 임해군의 처형을 상소하자 임금이 “이미 외방에 안치하였고, 천륜도 중요한데, 죽이라고 하느냐.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내용이다. 이때는 파직된 지 3년여가 지난 후로 아마도 광해군 즉위 과정에서 복직된 담령이 보은 차원 또는 존재감 과시를 위해 쓴 상소가 아니었을까 의심된다. ‘광해군일기’ 1609년 11월 27일 첫 번째 기사는 ‘푸른 바다의 전설’ 박지은 작가가 담령의 환생을 사기꾼으로 설정한 근거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김담령에 대한 사헌부의 보고서로 그는 탐관오리의 전형이다. “흡곡현령 김담령은 사람이 난잡하고 임지에 도착한 뒤로 백성들의 재물 빼앗기를 일삼고 있다. 이렇게 심한 흉년인데도 친족의 천장(遷葬·묘를 옮김)을 핑계로 강원도 흡곡현의 인마(人馬)를 뽑아 호남까지 보내고 있는데, 말 한 마리의 가격이 목면 수십 필에 이른다. 가난한 백성이 말 값을 내지 못하는 경우 자신이 낸 후 민결(民結·백성 소유의 땅)에서 받으니, 고을의 백성들이 견디지 못해 도망치고 있다. 서울로 온 백성들이 도로에서 울부짖으니 보는 이들이 놀라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이처럼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관원이었지만, 현대의 드라마에서는 어질고 멋진 원님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중기 명예기자 (국가기록원 홍보팀장)
  • [주말 영화]

    ■필라델피아(EBS1 토요일 밤 10시 45분) 흔히 ‘차별’ 하면 성별, 인종, 동성애, 종교를 떠올리기 쉬운데 질병으로 인한 차별도 큰 문제다. 이 영화는 질병으로 인한 차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유명 로펌의 잘나가는 변호사 앤드루(톰 행크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였던 것. 그는 자신의 비밀을 알아챈 회사로부터 갑자기 해고를 당한다. 철저하게 계획된 해고였다는 것을 안 앤드루는 라이벌이었던 흑인 변호사 조(덴절 워싱턴)의 힘을 빌려 소송을 시작한다. 톰 행크스는 이 영화로 생애 첫 오스카 남우주연상에다가 골든글로브,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휩쓸었다. ‘양들의 침묵’ 등으로 유명한 조너선 드미 감독이 연출했다. 1993년 작. ■종횡사해(OBS 토요일 오후 1시 55분)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할리우드 진출을 앞두고 찍었던 작품 가운데 하나다. ‘영웅본색’ 시리즈를 함께했던 저우룬파(周潤發)와 장궈룽(張國榮), 미녀 배우 중추훙(鐘楚紅)을 기용해 미술품 도둑들의 모험담을 만들었다. 우위썬 감독은 상당히 무게감 있는 누아르를 만들어 왔는데 이 작품에선 코미디를 섞어 가볍고 경쾌한 작품을 빚어냈다. 지금 시점으로 보면 홍콩식 액션이 다소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두 남자 배우의 앙상블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난다. 1991년 작.
  • 潘측근 “정치인들, 잘 말한다더니 언론 앞에선 모멸감 주는 말을”

    潘측근 “정치인들, 잘 말한다더니 언론 앞에선 모멸감 주는 말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이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배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반 전 총장은 1일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단 한 사람도 마음을 비우고 솔직히 얘기하는 사람이 없더라. 정치가 정말 이런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정치꾼’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 관계자는 2일 ‘반 전 총장과 독대한 몇몇 야권 정치인들이 언론에는 잘 말하겠다고 말한 뒤 카메라 앞에서는 험담에 가까운 언사를 했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과 독대하며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상대방도 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며 이어 이들이 “언론에는 제가 잘 말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 앞에선 이들은 오히려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말들을 했다. 반 전 총장 측근인 이상일 전 의원은 “몇몇 유력하고 유명한 정치인의 말과 태도는 반 전 총장을 만났을 때와 밖에 나와 언론을 통해 얘기했을 때와는 판이했다”며 “그들은 자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반 전 총장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반 전 총장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뱉었다”고 밝혔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정치인들을 만난 뒤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핵심 인사들과 마주 앉아 “○○○씨를 만났는데 뜻대로 잘 안 풀리네요. 난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그분들은 조금…”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던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정치적 행보를 상의하고 협력을 구하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을 두루 만났다. 반 전 총장이 만난 정치인들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국민개혁주권회의 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1명 중 9명이… 현대판 ‘인도 난쟁이 가족’ 화제

    11명 중 9명이… 현대판 ‘인도 난쟁이 가족’ 화제

    평범하지 않은 외모와 주위의 편견도 현대판 난쟁이 가족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30일(현지시간)영국 일간지 미러는 가족 11명 중 9명이 난쟁이인 한 집안의 사연을 보도했다. 인도 하이데라바드의 구시가지에 사는 람 라지 차우한(52). 그의 친족은 한때 21명이었는데, 그 중 18명이 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에 걸렸다. 현재 람라지의 여자형제 7명과 남자형제 4명 중 8명이 자신과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 연골무형성증은 왜소증의 한 형태로 정상에 비해 큰 머리, 튀어나온 이마, 낮은 콧대, 짧은 팔과 다리, 그리고 삼지창손이라 불리는 짧은 손가락이 특징이다.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난쟁이 대가족'이라는 유명세를 얻었고, 원치 않던 많은 관심이 쏠렸다. 람 라지 가족에겐 집밖으로 나가면 들리는 험담과 비웃음은 흔한 일상이 돼버렸다. 람 라지는 "우리가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주변을 에워싸고는 '왜 이렇게 작니?', '어디서 왔어?'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하며 우리를 놀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람라지 가족들은 자신들이 특별해서 신이 이러한 건강 상태를 주신거라고, 슬픔에 잠긴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고 웃기 시작하면 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라는 신의 의지라고 믿는다. 그들에게는 사람들의 비웃음보다 여행, 결혼, 일자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힘든 현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람 라지는 결혼식에서 하객을 반기는 환영사로 일하고 있지만, 처음엔 아무도 그에게 일자리를 주려 하지 않았다. 회계사를 꿈꾸는 딸과 람 라지의 형제 자매 모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람 라지는 "신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며 "두 딸에게도 신이 주신 가족의 본분을 이해시킬 생각"이라고 삶의 의지를 밝혔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황성기 논설위원

    한글 전용과 국한문 혼용. 과장을 섞으면 정부 수립 이래 극명하게 찬반이 엇갈리지만 70년이 지나서도 결론이 나지 않는 영원한 논쟁거리다. 물론 한국의 법률은 한글 전용 편을 들고 있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의 한글 전용 규정인데, 이를 두고 위헌입네 해서 한자도 써야 한다는 쪽에서 헌법소원을 잇달아 제기했다. 최근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는 어제 퇴임한 박한철 소장이 이끄는 9인의 재판관이 지난해 11월 2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어기본법 14조 1항을 합헌이라 판단한 것이 있다.요새 국정 역사 교과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교육부의 지난해 12월 29일자 보도자료 하나가 ‘한글 전용, 국한문 혼용’ 논쟁에 불을 질렀다. 제목은 ‘필요한 경우,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이렇게’. 요약하면 “초등학생 5~6학년 학습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이외의 도덕,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에 300자 이내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 단 한자 시험은 보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전국의 교원대학 교수 199명이 지난달 24일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25일에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회도 동참했다. “한글 전용으로 만든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면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사교육 부담을 안긴다”는 게 반대 주장의 요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회는 “의사소통과 사고력 증진을 위해 한자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며 용어 이해를 돕는 것이라 사교육을 유발할 것 같지 않다”고 교육부 편을 들고 나섰다. 두 자녀를 둔 어느 학부모의 한자 교육 경험담. ‘한글 전용’ 소신에 의해 한자 교육을 시키지 않은 첫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급격히 늘어난 교과서의 한자용어 때문에 내용 파악에 애를 먹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시켰더니 정반대의 학습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진감래(苦盡甘來)가 뭐냐고 물어보면 “고생을 진탕하면 감기가 온다”거나 졸부(猝富)는 “졸라 부자”, 맥콜은 “보리 맥에 콜라 콜”이라고 대답하는 게 한자 교육을 받지 않은 요새 아이들이다. 헌재의 2016년 11월 24일 결정에는 5대4의 아슬아슬한 합헌 판단도 있었다. 한자를 교과목에서 배제하거나 필수과목으로 넣지 않은 교육부의 초·중학교 교육과정 고시에 관한 것인데, 위헌이라 판단한 4인은 “우리말은 한자어와 고유어로 구성돼 있어 한자 교육은 필수 불가결”이라는 의견을 냈다. 교과서를 포함한 공문서에 등장하는 어려운 한자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풀어 쓰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한자 교육은 필수가 아니다’라는 위헌 의견이 헌재에서 다수가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의 전문성과 포용의 리더십 보여달라” 주문

     대선 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31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새해 인사 겸 대권 도전 의지를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경제전문가로 전문성을 잘 살리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이날 대선 캠프 총괄을 맡은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 민현주·박정하 대변인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유 의원에게 “요즘 국민의 삶이 어렵고 힘드니 경제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잘 살려 선거운동을 하고 국민이 푸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고 박정하 대변인이 전했다.  유 의원의 캠프에서 중책을 맡게 된 진 전 장관을 비롯해 김 의원과 박 대변인은 친이명박계 직계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의 선거 참모진을 보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모은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평가했다.  유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캠프의 ‘이명박 저격수’로 활약했다. 한 때 적진에 있던 친이계 인사들이 유 의원의 대선 캠프에 합류해 함께하게 된 것이다. 박 대변인은 유 의원과 이 전 대통령의 20여분에 걸친 비공개 만남에 대해 “서로간 다 아는 분들이고 양 진영에 섞여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루두루 덕담과 환담을 주고 받았다”면서 “2007년 당내 경선과 이 전 대통령의 종로 선거 얘기와 경험담이 오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이 전 대통령에 앞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기도 했다.  유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맞이한 손 여사에게 큰 절을 올리며 새해 인사와 건강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씨는 “바른정당이 아버님(YS) 당시 통일민주당과 이념이나 생각에서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큰 결심해서 출마하셨으니 바른정당이 정말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라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유 의원은 “상도동 출신들이 대구·부산 등에서 활동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신다”면서 “새누리당 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바른정당 의원이 32명으로 수는 적지만 잘해서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로서 푸근한 리더십 보여달라”

    MB, 유승민에 “경제전문가로서 푸근한 리더십 보여달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31일 바른정당 대선주자로 나선 유승민 의원에게 “경제전문가로 전문성을 잘 살리고,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삼성동 사무실을 찾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 국민의 삶이 어렵고 힘드니 경제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잘 살려 선거운동을 하고 국민이 푸근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고 유 의원 측이 전했다. 이 자리에는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과 유승민 캠프 총괄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유 의원의 선거 참모진을 보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를 모은 것 같아 믿음이 간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초선 의원이던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를 도와 ‘이명박 저격수’로 맹활약한 이력이 있다. 세월이 흘러 유 의원의 대선 캠프에는 ‘MB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진 전 장관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이 각각 ‘캠프 총괄’과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남다른 ‘과거 인연’으로 얽힌 이 전 대통령과 유 의원은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약 20여분간의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10여년에 걸친 ‘과거 인연’을 회상하면서 부드러운 분위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회의실 바깥으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유 의원 측 박정하 공동대변인은 “서로간 다 아는 분들이고 양 진영에 섞여서 선거운동을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루두루 덕담과 환담을 주고받았다”며 “2007년 당내 경선, 이 전 대통령의 종로선거 얘기와 경험담이 오갔다”고 말했다. 앞서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찾아 부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했다. 유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맞이한 손 여사 앞에 큰절을 올리며 건강을 기원했다. 이날 배석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는 “바른정당이 아버님 당시 통일민주당과 이념이나 생각에서 맞닿아 있는 측면이 있다. 큰 결심 해서 출마하셨으니 바른정당이 정말 바르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라도 바로잡아 달라”고 전했다. 유 의원은 “상도동 출신들이 대구·부산 등에서 활동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신다”며 “새누리당 내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바른정당 의원수는 적지만 잘해서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新전원일기] 보디빌더로 날리던 체육인, 감귤나무와 ‘운명적 만남’…“열대과일 스마트팜 키워요”

    사계절을 난다는 건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여름에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는 여름이 그립다. 혹자는 이런 마음을 변덕스럽다고 손가락질하겠지만, 원래 그리움의 대상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아니던가. 더군다나 올겨울은 유난히 힘겹다. 영하의 날씨에 꽁꽁 얼어붙은 빌딩 숲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면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올렸다. 강렬한 햇살과 후텁지근한 공기, 그리고 향긋한 열대 과일이 있는 동남아의 휴양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간절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운 ‘그리움의 영역’에 속하는 바람이었다. 굳이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겨울에 열대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소문에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눈발이 흩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마음속으로 억지로 주문을 걸고 있었다. 나는 지금 열대지방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고, 울창한 열대의 숲을 만나게 될 거라고. 그러다 잠이 들었고, 안동시 초입에 들어서면서 깼다. 눈 내리던 서울과는 달리 바람이 순했고, 하늘은 맑고 깨끗했다. 이렇게 좁은 국토 안에서도 계절의 양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안동 시내를 벗어나 와룡면 이상리로 향했다. 이제 정말 이국의 열대 과일을 만날 차례였다.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황순곤(55) 안동파파야농장 대표가 농가 뒤편의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맞았다. 입구와는 조금 떨어진 농장 안쪽 비닐하우스에 있던 황 대표가 어떻게 인기척을 알아챘는지 궁금했다. “여기 설치된 16개의 폐쇄회로(CC)TV로 농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물론 농장 곳곳의 작물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CC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물을 주고 온실의 온도를 조정하기도 하죠.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국내에서도 파파야 등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했다는 황 대표는 따로 직원도 두지 않고 거의 혼자서 농사일과 유통, 판매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이런저런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비닐하우스 한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틈틈이 들여다봤다. 대화 중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면서 일부 농장 시설을 관리하는 그를 보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농업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의 농작물, 그리고 미래의 농업을 동시에 체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만능 스포츠맨 취미생활 ‘귀농 발판’ 되다 황 대표는 2010년 귀농 전까지 평생을 체육인으로 살아왔다. 계명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청구그룹 계열사인 삼양코아 레저스포츠센터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스포츠센터 관리 업무와 고객들의 운동 지도를 담당했던 그는 그 자신이 뛰어난 보디빌더이기도 했다. 전성기 시절 1991년 미스터대구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는 등 각종 대회를 섭렵했고 대구시 보디빌딩협회의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요트와 윈드서핑 선수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20여년간 대학 모교에서 해양스포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가 역기와 아령 대신 농기구를 손에 들고 열대 과일을 재배하게 된 계기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포츠센터에 근무하면서 프로 선수들의 체력 훈련을 지도하던 그에게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한 프로야구 선수가 감귤나무 한 그루를 선물했는데, 제주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줄 알았던 감귤을 집에서 키워 맛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때부터 조금씩 다른 작물도 키워 보면서 그의 열대작물 사랑이 시작됐다. 바나나, 망고, 파파야 등을 분재로 키우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영글게 만들었다. 잎과 나무가 큰 열대나무의 특성상 수많은 화분으로 채워진 그의 집 거실은 식물원이나 온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단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분재였는데, 종류가 점점 늘어나니까 아내의 따가운 눈총도 많이 받았죠. 여기가 집인지 밀림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한번 빠져 드니까 멈추기가 어려웠어요. 외국에 다녀오는 분들에게 부탁해 열대작물 씨앗을 조금 구해 오면 바로 심어 보았어요.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가 전혀 없다 보니 키우는 방법에 대한 연구나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라 혼자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작물을 시도해 봤어요.” 한 번 시작하면 승부를 봐야 하는 운동선수 특유의 근성이 취미 생활에서도 발현됐다. 열대 농법에 대한 정보는 외국 서적으로만 접할 수 있어서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번역까지 의뢰해 열대 과일을 공부했다. 주변에서 저러다 말겠거니 생각했던 취미는 20여년간 이어졌다. 그가 재배에 성공한 열대 과일은 수십 가지에 달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여느 전문가 부럽지 않은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스포츠센터에서 일을 하는 것도 조금씩 힘에 부칠 때쯤 취미를 업으로 삼아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인에서 농업인으로 전업은 그렇게 이뤄졌다. # 열대 과일보다는 열대의 체험을 판다 국내에서, 더구나 따뜻한 남쪽 지방이 아닌 내륙에서 열대 과일 수확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20여년간 각종 열대작물을 키워 본 경험이 있는 황 대표는 온실뿐 아니라 노지에서도 파파야 재배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안동도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고온다습한 날씨이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의 기후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특히 파파야는 성장 속도가 빨라 씨를 심은 뒤 5개월 만에 그린파파야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노지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귀농 첫해에 약 3000㎡ 노지에 파파야 씨앗을 심으면서 시작한 그의 농장은 이제 2만㎡ 규모로 커졌다. 체험동 1동과 최첨단 재배시설을 갖춘 온실 2동 등 3개 동을 합쳐 3000㎡가량 되는 비닐하우스도 지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의 ‘지구온난화 대체작물 분야’ 공모 사업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첨단 시설을 갖춘 온실을 지으며 사계절 내내 작물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재배하는 열대작물의 종류도 파파야, 바나나, 용과, 망고, 한라봉, 오렌지, 무화과, 구아바 등 30여 가지 이상이다. 그는 과일 열매를 시장에 내다 파는 것보다는 다양한 열대 과일 나무의 양태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열대작물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바나나나 망고 등을 재배해 시장에 내놓고 수입 과일과 경쟁을 하는 건 솔직히 불리해요. 하지만 실제로 이들 열매가 어떤 나무에서 자라고 어떻게 익어서 수확되는지를 체험해 보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잖아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런 기대로 농장에 와요. ‘우리나라에서도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곳이 있네’ 하는 궁금증으로 여기를 찾아와서 ‘우와, 실제로 이게 가능하다니 정말 신기하네. 나도 한번 묘목을 사서 집에서 키워 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죠. 체험을 목적으로 농장에 온 손님들이 제 경험담을 듣고 열대작물에 관심을 갖고 묘목을 사갈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열대작물 전도사가 된 기분이랄까요.” 실제로 ‘안동파파야농장’의 수익 대부분은 체험 활동과 묘목 분양에서 나온다. 체험객들이 기념 삼아 묘목을 사 가거나 병원이나 호텔 등에서 로비에 두는 관상용으로 잘 키워 놓은 열대나무를 구입해 가는 것이 주요 소득원이다. 지난해 가족끼리 혹은 기업이나 학교 등 단체에서 방문을 신청해 이곳을 찾은 체험객 수는 3000여명에 달하며, 직거래로 판매된 묘목은 1000본가량 된다. 지난해 농장 전체 매출은 7000만원, 올해는 최초로 억대 매출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귀농 초기부터 인터넷 카페를 통해 파파야 농장을 꾸준히 홍보한 것도 조금씩 성과가 나타난다. 열대작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http://cafe.daum.net/andongpapaya)의 회원 수는 현재 2000명이 넘었다. 안동파파야농장이라는 간판을 내건 만큼 이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과일은 그린파파야다. 황 대표가 과수 열매 판매수익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노란파파야와는 달리 그린파파야는 수입이 어렵기 때문에 시장성도 좋은 편이다. 태국 요리 전문식당은 물론 약재로 쓰기 위해 한의원에서도 황 대표가 재배한 파파야를 찾는다. 고향의 음식 쏨땀(그린파파야로 만든 태국식 샐러드)이 그리운 다문화가정 이주 여성들이 그린파파야 열매를 사러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 추억과 사연을 담은 농장을 만들고파 수십 가지의 열대작물이 어우러진 비닐하우스를 둘러본다. 작은 밀림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영하의 건조한 겨울 날씨에도 계기판에 나타난 온실의 온도는 19.9도, 습도는 80%다. 축축하면서도 훈훈한 기운이 도는 흙을 밟으며 내 키의 서너 배는 돼 보이는 파파야나무를 올려다봤다. 푸르고 넓적한 잎이 내뿜는 싱그러운 에너지에 겨우내 축났던 마음이 조금 덥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주렁주렁 열린 파파야 열매의 표면을 쓰다듬으며 달콤하면서도 풋풋한 향을 맡아 보기도 한다. 트란 안 홍 감독의 영화 ‘그린파파야 향기’에 나오는 열 살 소녀 무이처럼. 이 영화에서 무이는 엄마와 떨어져 사이공의 부잣집 하녀로 들어가 고단한 생활을 하게 된다. 마당에 아름답게 뻗은 파파야나무는 녹록지 않은 어린 소녀의 삶에 한 줄기 위로가 돼 준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아 먹거리 생산을 넘어 작물에 대한 스토리와 추억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황 대표를 보면서 영화 마지막에 어른이 된 무이가 파파야나무에 관해 썼던 짧은 글귀가 떠올랐다. ‘우리 집 정원에는 열매가 많이 달린 파파야 나무가 있다. 잘 익은 파파야는 옅은 노란색이고 또 잘 익은 파파야는 설탕처럼 달다.’ 한 그루 나무가 어떤 이에게는 위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향의 음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국의 체험이 된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농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다채로운 기억을 쌓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황 대표는 사시사철 푸른 농장을 가꾸고 있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유연석 “한석규는 진짜 사부님, 특유의 여유 닮고 싶어”

    유연석 “한석규는 진짜 사부님, 특유의 여유 닮고 싶어”

    “드라마 촬영하는 와중에 시국이 안 좋았잖아요. 마음이 뒤숭숭하고 상처받은 분들에게 저희 작품이 처방전이 되어 드린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그대로 해 줬기 때문에 공감을 많이 해 주신 것이 아닐까요?” 돈과 출세, 권력을 위해서라면 양심과 정의쯤은 세상 물정 모르는 ‘낭만’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이 시대에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의사들을 통해 큰 울림을 주며 종영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마지막회 시청률이 27.6%까지 치솟으며 인기를 모은 중심에는 출세와 성공을 좇다 사명감을 갖춘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강동주 역의 유연석(33)이 있었다. ●최고의 배우보다 필요한 배우로 2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연석은 “왜 배우를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드라마”라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극 중에서 동주가 김사부에게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지금 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저도 처음에는 좋은 배우라는 말을 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다음에는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 욕심을 부렸던 적도 있었죠.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만약 제가 연기를 그만둔다면 저라는 배우를 궁금해할 만큼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도 단역부터 올라온 ‘흙수저’ 그는 이 작품에서 연줄 없고 배경 없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흙수저’를 연기했다. 극 중 동주가 “내가 출세에 눈이 멀게 된 것도 꼰대들이 그렇게 만든 시스템 탓”이라고 항변하는 장면은 화제가 됐다.“흔들리고 갈등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많이 공감을 해 주신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금수저라고 하기는 힘들어요. 부모님이 연기 쪽에 연고가 전혀 없고 어릴 때부터 연기 학교에 들어가서 오디션을 계속 보고 단역부터 지금까지 올라왔으니까요. 그래서 동주를 더 많이 이해했던 것 같아요.”극 중에서 실제 의사 못지않은 수술 장면을 연기한 그는 ‘종합병원2’(2008)와 ‘심야병원’(2011)에 출연했던 경험이 적잖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보청기를 끼고 오지 않은 노부부에게 아들의 사망선고를 전하는 장면 등 실제 의사들의 경험담도 녹아 있다.김사부를 연기한 한석규와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상의원’에서 한석규와 함께 출연했던 그는 “그때는 내가 왕이고 선배님이 신하였기 때문에 거의 눈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함께 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한석규는 그에게 어떤 스승일까.“제게는 진짜 사부님처럼 느껴져요.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연기하고 리액션을 신경 쓰면서 해 보자는 구체적인 조언도 해 주시지만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잘하고 있어’라고 해 주시면 늘 힘이 났거든요. 선배님 특유의 여유를 닮고 싶어요.” ●‘낭만닥터’는 연기 터닝포인트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한 이후 2012년 영화 ‘늑대소년’의 악역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주연으로 나선 영화 ‘그날의 분위기’, 드라마 ‘맨도롱 또똣’ 등이 흥행에 실패하며 ‘응답’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았다.“‘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기대를 많이 받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은데 모든 작품이 잘될 수는 없잖아요. 저도 흥행이 간절하고 조급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흥행만을 따지지 않으려구요. 이번에 제 연기를 새롭게 봐 주셨다는 분들이 많아서 만족하고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절실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날 사랑한다면 증명해봐” 연인의 엽기적인 요구

    “날 사랑한다면 증명해봐” 연인의 엽기적인 요구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애정을 의심하거나, 혹은 기이하고 ‘비인권적인’ 방식으로 이를 확인하려 들기도 한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앨리스(36) 역시 ‘잘못된 사랑 증명’의 피해자 중 하나다. 그녀가 최근 현지 일간지를 통해 한 고백에 따르면, 과거 그녀가 만났던 ‘조’는 할리우드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연애에 동경을 가진 남성이었다. 영화처럼 사랑하고자 했던 그의 욕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2주 정도 지났을 무렵, 앨리스의 전 남자친구가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우연히 본 조는 이때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그는 시도때도 없이 앨리스에게 “날 좋아한다면 증명해 봐”라는 말과 함께 갖가지 요구를 하고 나섰다. 앨리스가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하는 비밀번호를 말하라는 요구부터, ‘긴 머리를 자르라는 요구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날 사랑한다면 옷을 모두 벗고 거리에서 뛰는 것으로 증명해봐라”라는 터무니없는 강요로까지 이어졌고, 이러한 강요의 배경에는 모두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조와 결혼까지 생각했던 앨리스는 속옷을 입고 집 주변을 한 바퀴 뛰거나 머리를 매우 짧게 자르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그의 황당한 의심과 강요는 줄어 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친 앨리스가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면 조는 자해하겠다고 위협해 그녀를 더욱 큰 두려움에 빠지게 했다. 지속적인 학대와 데이트 폭력은 2년간 이어졌고, 앨리스는 간신히 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담과 조언을 담은 책 ‘당신이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If You Love Me)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끔찍한 시간들이었지만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반기문 “입당·창당 여부 아직 결정한 것 없다”

    반기문 “입당·창당 여부 아직 결정한 것 없다”

    곽승준 교수 캠프 떠나 “귀국만 도왔을 뿐” 외교관 그룹·MB계 인사 불화설 흘러나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정당 입당 등 자신의 거취에 관해 “아직 결정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변인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당은 결정하셨느냐”는 정 의장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자승 총무원장을 만났다. 자승 총무원장이 “이 길 가는데 소낙비가 쏟아지는 걸 당연히 생각하시라. 허물과 험담도 낙으로 생각하시라”고 하자 반 전 총장은 “그런 것들이 다 공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만났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큰 역할을 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고 반 전 총장은 “어려운 시기에 노고가 크다”고 화답했다. 한편 반 전 총장 캠프 내 대표적 이명박(MB)계 인사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이날 캠프를 떠났다. 곽 교수는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제 귀국이 마무리되고 역할이 끝나 원래의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캠프 내 알력 다툼이 하차 원인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곽 교수는 “반 전 총장을 존경하고 개인적 친분이 있어 귀국 준비를 도왔던 것이니 정치적 확대 해석은 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캠프 안팎에서는 김숙 전 주유엔 대사를 필두로 한 외교관 그룹과 주로 외곽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던 MB계 인사들 간의 불화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다음날인 13일 회의에서 MB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캠프의 체계가 잡히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김 전 대사가 서둘러 회의를 마치면서 “건의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이 전 수석은 “이메일을 어디로 보내란 말이냐”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뒷담화’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뒷담화’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뒷담화’가 여성의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파비아대학 연구진은 여성 22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뇌에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여성들이 잡담이나 가십 등 타인에 대한 ‘뒷담화’를 하는 동안 뇌에서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옥시토신은 뇌에서 신경조절물질로 작용하는 호르몬으로, 정서적인 안정감을 증가시켜 불안감과 긴장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 분비를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 때 자궁 수축을 촉진해 수유할 때 모유의 분비를 활성화시키고, 인간관계에서는 신뢰와 사랑 등을 촉진시켜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 여성들이 일종의 가십을 이야기 할 때와 날씨 등 가십이 아닌 일반적인 대화를 나눌 때를 비교해 본 결과, 가십을 이야기 할 때의 옥시토신 분비량이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함께 타인의 험담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상대 여성과 더욱 가깝고 친밀해졌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나타샤 브론디노 교수는 “타인과 ‘뒷담화’를 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 뒤, 이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이어 “가십을 함께 이야기 하는 동안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더욱 친밀해지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이러한 증상은 개인의 성격과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실험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한 것은 옥시토신이 성적으로 자극받거나 흥분됐을 때에도 분비되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대화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 및 각각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前 유엔 인턴이 밝힌 ‘반기문 경험담’

    前 유엔 인턴이 밝힌 ‘반기문 경험담’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재임 당시 유엔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한 네티즌의 경험담이 화제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2009년 대학원생 시절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밝히면서 당시 반 전 총장에 대해 겪은 일들을 설명했다. A씨는 당시 반기문이 한국인 사무총장이라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반 총장에 대한 평가를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을 그만두기 2일 전 후임 인턴이 2달간 뉴욕에서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해 결국 못 오게 됐다”고 적었다. 그래서 A씨는 동료들과 상의해 유엔본부 인턴들에게 최소한의 숙박비는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반 총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사무총장과의 면담도 요청했지만 이마저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겉으로는 소수자에 대한 보호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정작 내부 인턴들의 처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그 사람을 보면서 다시는 저 사람의 말을 믿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그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는 말에 어이가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 본다”라고 글을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손금 보듯 영월 챙긴 토박이… 농업·산업·관광 품은 ‘3박자 산골’

    [자치단체장 25시] 손금 보듯 영월 챙긴 토박이… 농업·산업·관광 품은 ‘3박자 산골’

    박선규(59) 강원 영월군수는 새벽형 리더로 통한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출근 전까지 영월읍내 구석구석 군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긴다. 영월읍 하송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로 영월군 산림환경, 문화관광을 비롯해 면장과 읍장을 두루 섭렵해 영월을 가장 잘 아는 행정가다. 2006년부터 10년 넘게 3선 군수를 지내며 인구 4만명 남짓의 산골마을을 교육과 박물관의 도시, 산업과 관광이 어우러진 고장으로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국내 처음으로 농기계은행을 만들어 농민들에게 ‘농기계 퀵서비스제도’를 실천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조선시대 단종의 묘인 장릉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등 보전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잘 가꿔 대한민국 기록문화대상(최고 리더십 부문)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박 군수와 하루 일정을 함께했다. 새벽 6시, 박 군수는 어김없이 영월읍내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시장통을 다니며 거리 청소상태를 돌아봤다. 날이 밝아오자 기존 교차로를 부수고 만드는 덕포리 회전교차로 공사현장을 찾아 경계석 하나하나, 꽃밭 조성 등 조경에 대한 위치, 교통의 원활한 흐름, 도시와의 어울림 등에 대해 꼼꼼하게 묻고 챙겼다. 평생을 영월 지킴이와 살림꾼으로 살아온 게 몸에 밴 듯했다. 함께한 김종백 기획혁신실 계장은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오면서 지역을 손금 보듯 챙겨 빈틈이 없다”고 말했다. 아침 참모회의에서는 최대 관심 사안부터 챙겼다. 박 군수의 요즘 최대 관심은 산골마을에 뿌리내린 주요 산업체들의 기능 확대다. 어렵게 성사된 공공기관의 지역 유치를 기반으로 산업의 동력을 늘려 나가겠다는 심산에서다. 주요 대상은 2015년 준공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영월교육원 2단계 사업과 지난해 10월 문을 연 한국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다. ‘월드프렌즈 영월교육원’으로 이름 붙인 코이카 영월교육원은 주천면 도천리에 자리잡았다. 교육본부, 체험숙소, 직원숙소, 게스트하우스 등 41개 동에서 연구원만 140여명이 근무하며 해마다 100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해외에 내보낸다. 연구원과 교육생이 머물며 지역경제에 상당한 이득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런 이점을 늘리기 위해 내년까지 연간 5000여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확장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군수는 “코니카 측도 시설 규모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 이미 확장을 위한 2단계 사업을 외교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면서 “해외에 나가 활동하는 봉사단원들에 의해 영월군이 알려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천면 주천리 일대에 준공된 가스안전공사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도 기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가스화재와 폭발에 의한 사고 원인 규명과 초고압·초저압 제품의 개발 및 해외 수출을 위한 성능인증 등 고유 업무 외에 관련 기업체 등을 더 끌어들여 지역경제 시너지 효과를 얻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완공된 연소시험동과 초고압 시험동, 기초물성 시험동, 시험기자재보관동, 가스혼합설비동, 야외시험장 등을 갖춘 센터 내에 관련 기업체들을 입주시켜 산업 단지화하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부지로 제공된 군유지도 13만㎡로 넓어 입지여건도 좋다는 분석이다. 실증연구센터가 정상 가동되면서 1500여명의 신규 일자리와 31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데 기업체들까지 들어오면 파생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영월군의 친환경 태양광, 연료전지사업과 협력해 상생발전할 수 있다. 내년까지 기업체들이 사용할 연구시설을 신축, 제공해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낙후된 폐광지역을 살리겠다며 설립한 콘도미니엄 동강시스타 정상화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광해관리공단과 강원랜드, 강원도, 영월군 등이 출자해 설립한 동강시스타가 자금난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부문을 산업통산자원부 등 중앙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해결하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농민들을 위한 농업정책도 남다르다. 산골마을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손쉽게 제공하는 농기계은행 ‘퀵서비스’ 제도를 전국 처음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농기계 퀵서비스는 규모 농업이 아닌 영세한 농민들을 위해 군청에서 직접 농기계를 구입해 농업 현장까지 실어주며 농사일을 돕고 있다. 제도가 신선하고 농민들의 반응이 뜨겁자 전국에서 벤치마킹해 지금은 어디를 가나 농기계은행이 설립돼 있다. 2007년 23억원을 들여 북면 문곡리에 처음 설립된 농기계은행은 2010년부터 퀵서비스제까지 만들어 규모를 늘렸다. 현재 이곳에는 임대용 농기계 111종 681대가 9명의 운영 인력과 함께 농사 도우미로 항시 대기하고 있다. 농기계 임대와 함께 농기계 순회 수리 기술교육까지 하고 있다. 박 군수는 “주로 고추, 콩, 옥수수, 배추 등 밭작물과 포도, 사과, 토마토 등 과수 농사를 하는 영월지역 농민들에게 농기계를 손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게 해 인기가 높다”면서 “경운기 등 농기계 안전교육과 안전시설도 늘려 교통사고 인명 피해도 대폭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농·귀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지와 임야 구입비용과 농기계 등 영농기반시설, 농식품 제조·가공시설 신축비를 연리 2%로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하고 귀농인 주택 구입과 신축자금으로 연리 2%로 최고 5000만원까지 융자를 알선해주고 있다. 또 1박 2일 동안 성공한 농가에 머물며 영농체험, 경험담 듣기, 귀농 성공 방법 토의 등으로 귀농을 돕는 ‘귀농자 멘토링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사과, 포도 등 명품 농산물도 집중 육성해 농민들의 소득증대에 나서고 있다. 석회암 토질과 일교차가 커 당도가 높은 과일 생산이 가능하다는 데 착안했다. 김삿갓면에서 주로 생산되는 김삿갓포도는 해마다 포도축제까지 열어 성황을 이룬다. 김삿갓면 예밀리 주민 30여명이 영농조합을 설립해 만든 ‘예밀레드와인’이 2년 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주민들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5억원의 지원금으로 발효실과 숙성실, 와인 저장고 등 와인 가공시설을 갖추고 2015년부터 와인 생산에 들어가 강원랜드 등에 납품을 시작했다. 공장 인근에 와이너리 와인 체험관도 신축해 앞으로 화이트와인과 로제와인, 브랜디, 위스키 등도 출시할 예정이다. 김진혁 대표는 “앞으로 연간 5000병의 와인 생산이 가능한 시설 확충과 새로운 와인 상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탄탄한 장학제도를 기반으로 도시 학생들까지 찾아오는 교육정책을 펼쳐 성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해까지 120억원의 장학기금 조성에 성공한 사단법인 영월장학회가 있다. 소득과 성적에 따라 영월지역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상당수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동안 3000여명의 학생들에게 39억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2025년까지 2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교육정책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외국어 구사 능력 향상과 국제적 감각 체득을 위해 중·고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고 뉴질랜드 어학연수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기숙형 4개 고교에도 지원해 대학진학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박 군수는 “숨겨진 보물이 많은 고장 영월군은 미래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치단체”라면서 “청정산업과 전통문화,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영월군이 품격 있고 다시 찾고 싶은 세계적인 도시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화살과 노래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화살과 노래

    화살과 노래(The Arrow And The Song)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화살을 허공에 쏘아 보냈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너무 빨리 날아가는 화살을, 내 눈이 좇아갈 수 없었지. 노래를 허공에 띄워 불렀지. 땅에 떨어졌겠지만, 어딘지 알지 못했어; 누가 날아가는 노래를 따라갈 만큼 예리하고 강한 눈을 갖고 있겠어?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아직도 부러지지 않고 박혀 있는 화살을 보았지;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의 가슴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어.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low it in its flight. I breathed a song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who has sight so keen and strong, That it can follow the flight of song? Long, long afterward, in an oak I found the arrow, still unbroke; And the song, from beginning to end, I found again in the heart of a friend. * 꽤 알려진 작품이지만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보니 좀 심심하다. 시의 메시지가 도식적이고 표현도 단순하다. 세계의 명시라고 하기엔 부족하나, 영어가 쉽고 전달력이 뛰어나 대중에겐 호소력이 있을 터. 인간관계의 폭이 넓지 않은 내게도 이맘때면 송년회와 신년 하례식을 알리는 문자가 서너 개 오는데, 내가 참석한 모임은 단 하나였다. 얼마 전에 고려대 언론대학원 제46기 언론AMP과정 종강파티에 갔다. 가을에 문학 강의를 맡은 인연으로 초대받은 자리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다음주에 있을 수료식에서 시 낭송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니 딱히 떠오르는 시가 없었다. 뛰어난 연애시는 수두룩한데, 우정을 노래한 괜찮은 시는 드물다. 롱펠로(1807~1882)의 ‘화살과 노래’는 그리 심오한 작품은 아니나, 여럿이 만나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낭송하면 어울릴 것 같다. 심오하지 않다고 내가 폄하한 이유는 이 시에서 말하는 ‘변치 않는 무엇’을 내가 믿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그 변함없는 무엇을 확인하는 화살과 노래가 낡았기 때문이다. 부러지지 않은 화살이 박힌 참나무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롱펠로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19세기 초엽의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참나무가 흔했겠지만, 지금 참나무를 보려면 차를 타고 한참 달려야 한다. 화살보다 빠른 속도로 문자를 주고받는 21세기에, 친구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내 노래를 발견할 시간이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옛날 노래를 들을 여유가 있을까. 소통 과잉의 SNS 시대에 친구는 많아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롭지 않나. 전화도 번거로워 문자와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날려 보내는 요즘, 소꿉친구와 낙엽을 줍던 시절이 그립다. 내 놀던 동산에 올라가 나도 유년의 화살을 찾고 싶다. 화살을 찾으면 옛 동무의 이름도 기억날지 모른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을 보내는 12월 31일 오후, 카톡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송박영신(送朴迎新)을 비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경복궁 근처 찻집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을 친구들이 부럽다. 어서 나오라고 꼬드기는 벗들에게 “어머니 병원에 가서 저녁 먹여드려야 돼요. 내일까지 쓸 글도 있고…제 몫까지 재미있게 노세요.” 이런 한심한 문자를 날리고, 롱펠로의 인생을 들여다보았다. 1807년 미국 동부의 포틀랜드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난 롱펠로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는 몽상가였다. 포틀랜드 항구를 떠도는 외국선원들로부터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를 주워듣고 ‘아라비안 나이트’나 ‘로빈슨 크루소’ 같은 이국의 모험담을 즐겨 읽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삼년간 유럽에 나가 외국어를 공부하고 돌아온 롱펠로는 모교인 보드윈대학의 선생이 되었다. 1831년 동창생인 메리와 결혼하고 그가 출간한 첫 책은 시집이 아니라 기행문이었는데 불어로 ‘Outre Mer’(Overseas)라 붙여진 제목만 봐도 그의 유럽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1835년 두 번째 유럽여행 중에 임신한 그의 아내가 유산 끝에 죽었다. 비교적 평탄했던 롱펠로의 인생에 어두운 그림자가 덮쳤다. 아내가 죽은 이듬해 펴낸 첫 시집 ‘밤의 목소리’ 그리고 두 번째 시집 ‘Ballads and Other Poems’(1841년)에도 역경과 싸우는 인간이라는 주제가 반복해 나타난다. 그의 시가 보여 주는 긍정과 낙천성은 시련을 극복하려는 시인의 안간힘이 아닌지. 젊은 대륙의 독자들에게, 고군분투하며 나라의 기초를 세우려는 미국인들에게 롱펠로의 교훈적인 시는 상당히 유용했고, 그는 미국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남북전쟁이 시작된 1861년에 롱펠로의 두 번째 부인 프란시스가 드레스에 불이 붙어 죽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한 뒤 그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이후에는 의미 있는 작품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런던에서만 24개의 출판사들이 그의 저작물을 출판했다니 시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롱펠로는 새로운 시적 실험보다는 관습에 충실했던 안전한 시인이었다. 지적으로 세련된 독자들에게 도덕 교과서 같은 그의 시는 매력이 없을지도 모르나 ‘인생찬가’처럼 쉬운 시에도 보석처럼 빛나는 경구가 숨어 있다.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죽은 자들이 죽은 자들을 매장하게 하라! Trust no Future, however pleasant! Let the dead Past bury its dead!”
  • 스키타며 와! 봉사체험 아! 등산하며 오!

    스키타며 와! 봉사체험 아! 등산하며 오!

    금천구 13~14일 평창 가족캠프 강서구 4~24일 초중고 봉사학교 강북구 10~11일 태백산 원정대 서울 자치구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행복한 추억을 쌓거나 청소년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금천구는 오는 13~14일 14가족 38명을 대상으로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2017 드림스타트 가족스키캠프’를 실시한다. 드림스타트 가족스키캠프는 2014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프로그램으로, 안전하게 겨울철 레저스포츠를 즐기며 가족들의 사랑도 되새길 수 있어 주민 만족도가 높다. 프로그램 효과를 높이기 위해 평소 스키 경험이 없는 가족을 우선으로 선정했다. 구 관계자는 “아동과 가족에게 기억에 남는 즐거운 겨울방학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아동과 가족의 다양한 욕구를 바탕으로 아동 발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서구는 4~24일 강서구자원봉사센터와 강서평생학습관에서 ‘Welcome to! 꿈나무 청소년 자원봉사학교’를 운영한다. 청소년들이 나눔과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교육 대상은 강서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초·중·고등학생 1130명으로 초등학생은 9개 강좌, 중·고등학생은 15개 강좌로 꾸려진다. 풍선아트로 함께하는 지역사회 어울림, 청각장애 이웃과 소통하는 수화 배우기, 심폐소생술을 통한 지역안전지킴이 등 자원봉사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가 준비돼 있다. 강북구는 오는 10~11일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 강원도 태백산을 오르며 호연지기와 도전정신을 기르는 ‘청소년희망원정대’를 진행한다. 엄 대장은 청소년들에게 여러 시련을 극복하면서 세계의 주요 산을 등정한 경험담을 들려 주며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예정이다. 서초구는 관내 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겨울방학 프로그램을 꾸렸다. 방배1동 주민센터에선 오는 21일 초등 1~3학년생과 아빠 열 쌍을 선정해 ‘아빠와 함께하는 보라매안전체험관 견학’ 프로그램을, 잠원동 주민센터에선 초등학생 20명에게 4~25일 매주 월·수요일 ‘어린이 사자소학과 꾸러기 예절교실’을 운영한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세밑 한파/이동구 논설위원

    며칠 새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하다. 찬바람까지 가세한 늦은 밤이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를 오르내린다. 한 해가 저물어 갈 때쯤 나타나는 ‘세밑 한파’다. 입시 한파만큼이나 친숙하다. 추위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이맘때의 동장군은 그리 밉지가 않다. 한 해를 마감하는 아쉬움과 지난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하기 때문이리라…. 고향 친구 몇 명과 함께한 조촐한 송년 모임이 겨울밤의 추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구들방 아랫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읽었던 만화책이며, 야식으로 먹었던 고구마와 생무의 시원한 맛, 수확이 끝난 밭에서 캐낸 배추 뿌리를 질근질근 씹었던 기억, 쥐불놀이 후반쯤 얼어 버린 팥죽을 나눠 먹었던 동네 친구들과의 무용담들이 세밑에 만난 우정을 더욱 진하게 했다. 겨울밤이면 천장을 야단법석 뛰어다니던 생쥐들을 사로잡곤 했던 경험담에는 손을 마주치며 공감을 표시하는 친구도 있었다. 어느 시인은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라고 했다. 역설적이게도 겨울이 사람들에게 더 진한 온기를 전해 주는 것은 추위도 꺾지 못했던 정겨운 마음 때문이 아닐까.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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