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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의 4.4배’ 바다 수호자… 함정을 정보기지로 해양력 이끈다

    ‘경기도의 4.4배’ 바다 수호자… 함정을 정보기지로 해양력 이끈다

    해양력이란 개념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과거 해양주권과 이를 수호하려는 해양세력 개념에서 한발 나아가 안전 관리, 자원 관리와 보호, 정보 총괄 및 거버넌스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직 국민 일반에는 생경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초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기획에 함께한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박홍환 소장)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김웅서 원장), 아시아국제법발전연구회(이석우 회장, 인하대 법전원 교수)는 지난해 10월부터 해양력 개념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해양경찰청(정봉훈 청장)의 다섯 지방청(중부, 서해, 제주, 남해, 동해)을 순회하며 경찰서와 파출소, 해상교통관제센터, 각급 함정, 해양과학기지 등을 두루 살폈다. 세월호의 아픔과 바다를 누비는 이들의 어려움을 응축한 ‘세상 밖의 사람들, 해양경찰’ 기획을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김병로 청장)은 서해 5도 가운데 가장 서쪽 백령도를 시작으로 한강 수계는 물론, 충남 보령 앞바다까지를 관장한다. 해경이 관할하는 44만 7000㎢의 11%를 담당하며 4만 7701㎢의 면적으로 경기도 면적의 4.4배에 해당한다. 고정익 항공기와 회전익 항공기 3대씩과 1000~3000t급 대형함정 6척, 300~500t급 중형함정 15척, 700여명의 인력으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지난해 938척, 235건의 연안사고에 인명을 구조하고 최근 빈번하게 출몰하는 중국 해양조사선 동향을 쫓기에도 버겁다. 637억원의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  고정익 항공대가 조종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민간항공사로 유출된 영향으로 경기 김포와 전남 무안 두 군데로 통합되는 바람에 출동 시간이 길어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10년 조사 당시 한국의 해양력은 세계 10위로 평가됐는데 중국과 일본의 과감한 투자에 견줘 우리는 초라했다는 자성과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바다 안전과 인명 구조를 담당해야 하는 현장 세력은 늘 두 나라에 뒤처진다는 평가다. 각 기관에서 제팔만 내젖고,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 함정이나 항공기 등 장비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늘 나온다.  2020년 9월 21일 공무원 표류 피살 사건 때도 해류 관측 결과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과학적 조사 결과를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를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했다.     김병로 청장은 “대형 함정의 숫자가 두 나라보다 적다고 할 수 없다”며 “함정을 기지처럼 사용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여러 목적, 특히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는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시각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25년쯤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을 전체 해안선에 구축하고 인공위성과 드론(무인 항공기)를 동원해 해상 보안과 경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기대했다.  1996년 신설된 해양수산부와 기능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도 늘 현장에서의 여러움과 혼란을 초래한다. 여객선과 어선은 해수부가, 유선과 도선은 해경이 맡는 일이나, 해기사 관리는 해수부가, 해상 교통 통제는 해경이 하는 것도 어색한 일로 지적된다. 해수부는 정책, 해경은 현장 집행세력이어야 하는데 해수부가 집행까지 하는 일도 적지 않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해안경비대가 역내 모든 선박을 검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는데 주권 침해 우려가 제기돼 ISPS 코드란 것을 만들기로 했다. 해경이 오래 논의에 참여했는데 정부 논의 과정에 해수부가 이 업무를 떠맡게 됐다. 해양력 개념이 중요해지는 점에 비춰 충실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해수부와 해경의 기능과 역할 정돈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러시아와 북한, 중국, 일본 해양경찰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통합 관리할 주체를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청장은 서해지방 청장을 할 때의 경험담도 들려줬는데 이채로웠다. “어민들이 찾아와 너무 많이들 양식을 하는데 휴경(休耕)을 강제로라도 하지 않으면 바다가 황폐해진다고 하더라.” 서해 5도 어민 중에도 어족 자원을 면밀히 보호하지 않으면 바다가 황폐해진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가 있었는데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소청초 해양과학기지는 소청도 남쪽 37㎞ 떨어진 지점에 2014년 10월 준공됐다. 해양과학기술원이 운영하다 2017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으로 넘겨져 40여종의 해양, 기상, 대기환경 관측 장비들이 가동되고 있다. 해무에 대한 연구와 예측, 국외 유입되는 초미세먼지 경로를 파악하고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황해의 해양 환경도 영향을 받아 최근 소청초 기지에서도 평년과는 확연히 다른 현상들이 관측된다.  정진용 해양과학기술원 해양재난·재해연구센터장은 “소청초 기지 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필요한 해역에 거점 해양관측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환경 요소들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관측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북한과의 갈등 완화를 통해 관측 영역을 넓혀야 하며, 남북한의 협력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사전에 이해하고 경제·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피란수도 부산 경험 담은 ‘피란, 그때 그 사람들’ 발간

    피란수도 부산 경험 담은 ‘피란, 그때 그 사람들’ 발간

    한국전쟁 때 부산에 온 피란민들의 증언을 담은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이 발간됐다. 이번 자료집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피란 생활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피란민의 구체적 생활상을 파악하고자 기획됐다. 부경대학교 구술채록사업단(연구책임자 채영희 교수)이 맡아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됐다. 구술채록사업단은 20개월간 피란수도 부산을 체험한 구술자 62명을 직접 만나 증언을 수집했다. 이 중 생생한 경험담을 구술한 4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다’, 2부는 ‘피란수도 부산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다’, 3부는 ‘해방된 조국에서 맞은 피란의 기억을 되돌아보다’라는 주제로 만들어졌다.1부에서는 함경도와 평안도, 황해도 출신 피란민의 피란 경험과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24명의 구술이, 2부에서는 부산과 인근 지역에서 이주해 온 13명의 피란수도 부산에 대한 증언이 담겼다. 3부에서는 중국에서 귀국한 독립운동가 가족과 일본 귀환동포의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3명의 기억을 기록했다. 이번에 발간된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피란수도 부산, 한국전쟁과 피란민 등을 연구하는 학술 자료집으로서도 가치가 매우 크다. 역사책과 사료 뒤에 숨겨져 있었던 피란민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특히 한국전쟁 발발 이후 피란을 내려오는 과정과 피란민이 피란수도 부산에 정착하는 과정이 생생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여 년이 지났고, 북쪽 고향을 떠나 피란과 이산의 아픔을 경험했던 어르신들도 대부분 유명을 달리했다.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피란 시절을 겪은 분들의 소중한 증언을 담은 마지막 자료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제발 전화 그만해주세요”…‘허경영 전화’에 연예인도 괴로움 호소

    “제발 전화 그만해주세요”…‘허경영 전화’에 연예인도 괴로움 호소

    “제발 전화 그만해주세요, 후보님.” 지난 주말 가수 김필이 인스타그램에 통화 내역을 올리며 적은 호소다. 김필이 공개한 통화 내역의 주인공은 바로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선후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투표 독려 전화를 지속적으로 돌리고 있다. ‘허경영 전화’로도 불리는 이 전화는 처음엔 “재미있다”, “나도 받아보고 싶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허경영 전화’를 못 받아본 이들 사이에선 이른바 ‘인싸’들만 받을 수 있는 거냐는 농담도 돌았다. 그러나 몇주째 주말마다 ‘허경영 전화’가 반복해서 걸려오자 점차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12월 수험생들 사이에서 ‘허경영 전화’에 대한 짜증이 폭발했다. 입시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당시 상당수 대학들이 수험생 개인 연락처로 수시모집 추가 합격 통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합격 통보를 기다리던 수험생들이 노심초사하며 서울 지역번호 ‘02’로 시작되는 전화를 받았다가 허 후보의 녹음된 메시지를 듣고선 분노를 금치 못했던 것이다. 한번 걸려온 번호를 착신금지로 돌려놨지만 비슷한 다른 번호로 또 ‘허경영 전화’가 걸려왔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허경영 전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이 아니라 단순히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58조 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화를 받는 대상은 용역업체가 임의로 전화번호를 추출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허 후보는 지난해 말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개인 전화번호를 알 필요는 없다. 합법적이고 전문적으로 하는 데에 용역을 줬다. 번호 1번부터 9번까지 컴퓨터로 만들어서 자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상에서 ‘무작위로 걸려오는 전화로 인해 항의하는 전화는 안 오냐’는 질문에 허 후보는 “(항의 전화는) 거의 없다. 내 번호는 행운이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역 비용’에 대해선 “억 단위가 넘는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가혁명당 측에 따르면 허 후보의 음성을 10초 이상 듣게 되면 1건으로 과금이 된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거는 비용이 10초에 13원(부가세 포함) 정도다. 국가혁명당이 용역업체와 계약한 건당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1200만건의 발신을 계약한 것으로 한 매체는 전했다. 이를 단순 계산해보면 ‘허경영 전화’에 최소 1억 5600만원이 든다.
  • “백신 덕분에 증상 약해”…델타 완치 후 오미크론 확진 경험담

    “백신 덕분에 증상 약해”…델타 완치 후 오미크론 확진 경험담

    싱가포르에서 7개월여 전 코로나19 변이 델타 플러스에 감염됐던 30대 남성이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에 재감염됐다. 17일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싱가포르 영주권자인 존(가명·37)은 지난해 5월 해외에 있을 당시 델타 플러스 변이에 감염됐다. 델타 플러스 변이는 델타 변이의 일종으로, 같은 해 3월 유럽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델타 변이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존뿐만 아니라 존의 아내와 딸, 장모와 할머니 등 다른 가족들도 델타 플러스에 감염됐다. 델타 플러스 감염이 완치됐던 존은 같은 해 12월 10일 무격리 입국 제도를 이용해 싱가포르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노출됐다. 같은 항공기를 탄 승객이 오미크론에 감염됐고, 통지를 받은 존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결과 오미크론 변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존은 “델타 플러스 감염 당시 사흘 동안 몸살이 났고, 열이 지속됐다. 나아지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돌이켰다. 또 존의 아내의 경우 5일간 식욕 부진, 극심한 피로, 몸살, 고열을 앓았다면서 “완전히 회복하는 데 2주가 걸렸다”고 전했다. 델타 플러스 감염 당시 백신 미접종 상태였던 존과 아내는 완치 후 지난해 10월과 11월에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다. 존은 오미크론 감염 증상에 대해 “목이 따끔따끔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미크론 감염으로 국립전염병센터(NCID)에 입원했고, 8일 뒤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번엔 나흘 만에 증상이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존은 오미크론이 델타 플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친 덕에 이번엔 증상이 심해지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NCID의 초이 이 박사는 신문에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입원 위험은 델타 변이의 약 3분의 1 수준이고, 사망자 역시 더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초이 박사는 “이런 상황이 좋아 보일 수는 있지만,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와 비교해 더 전염성이 높고 이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이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을 3차례 맞을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오미크론 확진자보다 입원할 위험이 81%나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16일 675명의 오미크론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 중 422명은 지역 감염자이고, 253명은 해외유입 사례다. 인구 545만명가량인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88%다. 인구의 51%는 3번째 백신을 맞았다.
  • 제주 해녀들, 해외서도 빛난다

    제주 해녀들, 해외서도 빛난다

    “끈질긴 생명력과 정신으로 제주 여성의 상징이 된 제주 해녀들이 올해도 해외로 나감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3월 멕시코 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나이지리아, 홍콩, 베트남, 영국에서 제주해녀를 주제로 해외 공동 전시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해외 주재 한국문화원을 대상으로 2022년 제주해녀 해외 공동 전시사업 참여 대상을 모집한 결과 6개국의 한국문화원이 신청했다. 2019년 첫 전시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해 가장 많은 국가에서 해녀문화 전시를 진행하게 된 것. 2019년에는 벨기에, 스웨덴, 카자흐스탄 등 3개국서 전시했으며, 2020년엔 일본 오사카, 2021년엔 한-호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주호주한국대사관 및 문화원과 공동으로 호주 내 3개 박물관에서 전시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제주해녀의 변천을 알 수 있는 흑백·컬러사진은 물론 물소중이(해녀 물질때 입는 작업복), 물질도구 등 전시품과 소형책자, 리플렛, 엽서, 영상 등 70~80여점을 제공, 전시했다. 올해는 관람객이 제주해녀문화를 체험하도록 해녀 종이인형, 종이모빌 등의 소품과 도두어촌계에서 만든 테왁 브로치를 리셉션 참석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제주해녀가 직접 현지를 방문해 물질 경험담 등을 현지인에게 소개하는 방안도 검토·준비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도 벨기에, 스웨덴으로 해녀들이 직접 방문, 토크 콘서트도 함께 해 현지 주민들로 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주 해녀는 2020년 기준 총 361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한국어학과를 운영하는 영국 센트럴랭커셔대학교에서는 한국의 날 축제와 병행해 제주 해녀전시를 11월 한 달여간 개최할 계획이며, 해녀들 방문을 요청해 코로나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현지 토크콘서트를 할 예정이다. 좌임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해외공관과의 협력 전시를 통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를 전 세계인이 더 가깝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동료 직원 메신저 몰래 엿본 전 공무원노조위원장 집행유예

    동료 직원 메신저 몰래 엿본 전 공무원노조위원장 집행유예

    충북도 동료 직원 메신저 몰래 엿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박종원 판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감금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충북도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3월 31일 오후 5시 19분쯤 충북도청 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B씨의 공무원 전용 메신저를 몰래 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공무원 전용 메신저 시스템 접속 정보를 받은 뒤 노조 업무와 관련이 없는 B씨의 개인 메신저를 확인했다며 기소했다. 당시 출산휴가를 받은 B씨는 노조 관련 업무를 A씨에게 인수인계하기 위해 자신의 시스템 정보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개월 가량 10차례에 걸쳐 B씨가 다른 동료들과 사적으로 나눈 메신저 대화 등을 몰래 살펴본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B씨의 메신저 시스템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했다. B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A씨에 대한 험담 등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대화 내용을 무단 출력, 이를 토대로 대화 내용에 등장하는 노조 간부 C씨를 감금한 혐의도 적용했다. 또 A씨가 이런 내용을 공익신고한 D씨를 노조 활동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했다. 박 판사는 A씨를 도와준 동료 공무원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죄를 적용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메신저 대화 등의) 비밀을 이용해 노조 간부를 위협, 감금하기도 했다.”며 “자신에 대한 (잘못을) 공익신고했다는 이유로 동료를 노조 전임자에게서 배제하고자 마음먹는 등 노조 사유화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 [박순애의 순애보]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순애의 순애보] 누가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는가/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지난 6일은 한국행정학회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를 초청해 토론회가 개최된 날이었다. 지난해 12월 후보자를 모아 토론회를 열려고 했으나 불발되면서 각 당 후보자의 소견을 순차적으로 듣는 토론회로 대체됐다. 30분 정도 일정이 지연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차분한 태도와 국정 운영에 관한 비전은 대체로 행정학자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모범 답안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지만 시장과 정부 관계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시장의 강점을 이해하고 적극 활용하려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사해 보였다. 차기 대통령이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에 대해 ‘주권재민’(主權在民)을 언급한 것은 예측된 답변이었으나 자치단체장의 경험을 살린 실천 방법은 인상적이었다. 공무원 조직을 ‘관당’(官黨)으로 표현하면서 더 많은 민원이 청취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신상필벌’(信賞必罰)로 공직 개혁과 주권재민의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자부했다. 경부고속도로와 정보화 강국의 치적으로 박정희, 김대중 두 전 대통령을 함께 치켜세운 점은 정치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책 전반의 디테일에 강하고, 대중 호소력을 갖춘 달변은 국민의 호감을 얻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성공한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서울시장 경험이 오히려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떠오른 것은 후보의 확신에 찬 경험담 때문이었을까. 과도한 확신은 부족한 경험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우리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체험했다. 청계천 복원 성공은 4대강 사업의 신념으로 이어졌고, ‘내가 해봤는데’로 대변되는 민간 경험의 소신은 해외 자원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에너지 공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로 변질됐다. 정책 실패가 가져온 상흔에 대해 후보라면 곱씹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와 다르다. 이해관계의 범위와 강도가 다르고,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지역의 시혜 정책은 이웃 지역에 빨대효과나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책의 기획·집행에 필요한 수많은 조정, 정책효과와의 시차도 제약 요인이다. 대통령의 시간은 5년이지만 정책이 집행될 즈음이면 벌써 레임덕의 벨이 울린다. 그래서 더욱더 준비된 대통령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단임제 이후 중앙행정을 경험한 몇 안 되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퇴임 4개월을 앞두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진 것은 국민이 기대한 공약들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공정에 대한 체감온도의 차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은 현 정부의 뼈아픈 실책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취임사와 연설문을 읽어 보면 그 어떤 대통령도 국민을 사랑하지 않은 대통령이 없다. ‘친애하는’, ‘존경하는’, ‘사랑하는’ 등 국민 앞에 붙은 형용사는 모두 국민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이다. 그러나 퇴임하는 시점에 오면 대부분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표한다. 이재명 후보는 ‘나쁜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있지만 미운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다’는 지인의 말을 빌려 민주당의 실정을 에둘러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은 더이상 ‘사랑한다’거나 ‘주권재민’이라는 말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실패를 경험했던 전직 대통령들을 만나 보고 반면교사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성공한 정책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패한 정책은 두고두고 국민에게 상처가 된다. 곧이어 야당 후보자들의 토론회가 개최된다. 후보자의 장단점을 판단하기 쉽지 않은 평이한 질문들이 행정학자로서 못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행정·정책 전문가들 앞에서 야당 후보들이 어떤 국정 철학과 비전을 제시할지 기대된다.
  •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 변화” 사실이었다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 변화” 사실이었다

    “코로나 백신, 여성 생리주기에 영향”“일시적 변화 후 1~2개월뒤 회복”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성에게 생리주기가 일시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9일 예일대 의대와 오리건보건과학대, 브라운대 워런앨퍼트의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생리주기 관리 앱을 사용하는 여성 4000여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전후 생리주기 변화 등을 조사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산부인과학’(Obstetrics & Gynecology)에 실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구팀은 정보 제공에 동의한 18~45세 여성 4000여명의 기록을 조사했다. 여기엔 예방 접종을 한 2400여명과 미접종자 1550명이 포함됐다. 해당 연구 참여자는 모두 18∼45세의 여성이며 미국 거주자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생리주기가 길어졌다거나 생리통 또는 출혈량이 달라졌다는 여성들의 지적이 많았음을 지적했다. 또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주장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생리 주기, 평균 하루 정도 길어져…변화는 일시적 조사 결과 백신 접종자들의 생리 주기는 평균 하루 정도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변화는 일시적이었다. 백신 접종 후 28일이었던 생리 주기가 29일이 됐다가 1~2개월 이내엔 다시 28일로 회복한다는 것이다. 한 번 생리 주기 안에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경우 생리 주기가 이틀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다. 휴 테일러 예일대 교수는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바뀌었다는 여성들의 사례를 뒷받침하는 첫 번째 연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에서 나타난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주기에서 벗어나는 한두 사이클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해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연구팀은 “국제산부인과연맹에서 생리 주기 변화가 8일 미만인 경우 정상 범위로 분류하는 만큼 백신 접종이 생리 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추가 연구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서도 ‘접종 후 하혈’ 호소…정부 “연관성 조사” 국내에서도 백신을 맞은 뒤 부정출혈, 생리불순 등의 월경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상에 다수 올라온 바 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 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하지만 백신 접종 부작용으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현실”이라며 “여성에게는 생리 기간이 아닌 시기에 발생하는 하혈은 가장 공포스러운 일인데도,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 주거나 타이레놀을 복용하라는 말만 들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청원인의 주장과 달리 월경 이상을 비롯한 모든 이상반응에 대해 신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종 이상반응을 신고할 때 ‘기타’를 선택하고 월경 이상 등을 기록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월경 이상에 대한 연관성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또래 학생 폭행하고, 출동 경찰관에 발길질한 여중생

    또래 여학생을 폭행하고 출동 경찰관에까지 발길질을 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중학생인 A(15)양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A양은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쯤 인천 계양구 계산동 한 길거리에서 여중생인 B(16)양의 몸을 손으로 끌어당기거나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C(12)양 등 초등학생 2명도 A양의 범행에 가담해 B양을 함께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허벅지까지 발로 폭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 등 가해자와 B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가출 청소년 모임을 통해 알고 지냈던 사이다. A양 등은 자신들의 외모와 관련한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당일 B양을 불러냈으며 택시를 타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가해자 중 C양 등 초등학생 2명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이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 등의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영화평론가 윤성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릴리 이야기’

    영화평론가 윤성은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릴리 이야기’

    사람에게 그렇듯이 동물들에게도 운명이 있다는 것이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릴리 이야기’는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과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과 고양이의 바람직한 관계, 가족의 의미, 주체적인 선택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지는 다층적인 소설이다. 저자인 영화평론가 윤성은은 “어느 날 길에서 만난 늠름한 길고양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면서 “집에서 안락한 생활을 누리지만 갇혀 사는 집고양이와 먹고 사는 건 고되지만 자유를 가진 길고양이가 교감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 고양이의 시선으로 쓰여진 소설은 시크한 집고양이 릴리가 듬직한 길고양이 꼬짤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빨간 리본을 단 흰 고양이 릴리는 재개발이 예정된 낡은 아파트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고급 사료가 아니면 거부하고, 맛난 간식은 마다하지 않으면서 평온하고 심심하게 살아가던 릴리는 어느 날 사소한 계기로 단지 길고양이의 우두머리격인 꼬짤이와 대화를 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꼬짤이와 친해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릴리는 재개발이 다가오면서 길고양이들이 아파트 단지를 떠나야할 처지에 놓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꼬짤이와 헤어질 것인가, 아니면 꼬짤이를 따라 길고양이가 될 것인가. 소설은 동물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모험담이지만, 감동적이면서도 따뜻한 여운과 재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동물들의 문제 등 현실과 연결해 생각해볼 여지를 동시에 남긴다. 윤성은 작가는 “‘릴리 이야기’는 고양이들을 향한 애정과 인생에 대한 측은함, 세상을 채우고 있는 서글픔 등의 감정으로부터 시작됐다”면서 “그 모든 색깔들은 따뜻한 온도에서 잘 섞일 거라고 생각했다. 결말을 처음부터 해피엔딩으로 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동화 같지만 현실이 느껴지고, 현실 같아도 낭만적인 글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금요칼럼] ‘운칠기삼’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운칠기삼’과 노블레스 오블리주/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운이 7할이고 능력이 3할이라는 뜻이다. 전자는 외부환경을 가리키는데, 자신이 스스로 바꿀 수 없거나 자기 노력과는 무관한 요인을 이른다. 그래서 돌고 도는 운수요, 우연적 요인이다. 그런데 그 비중이 무려 70%라는 얘기다. 고대 중국의 설화에 뿌리를 둔 이 관용어는 자기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세상사의 오묘한 이치를 에둘러 보여 준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기 능력 바깥에 존재하는 환경과 제대로 만나야 성취가 가능하다는 경험론적 교훈이다.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호걸의 삶이 비극으로 막을 내릴 때, 우리는 흔히 때를 잘못 만났다며 아쉬워한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나 제갈량도 따지고 보면 그 때가 제대로 조응해 주지 않은 사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조언할 때, 실력을 강조하면서도 말미에는 때를 잘 만나야 한다는 훈수를 둔다. 뒷골목 술집의 장삼이사 대화에서도 때를 안주로 삼는 일이 흔하다. 운이 억세게 좋았다느니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느니 하는 자가진단은 오늘도 곳곳에서 들린다. 무수한 인생 선배들이 실제 삶에서 느낀 자기중심적 경험담인 셈이다. 물론 운과 기의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를 테다. 주관적 자아가 강하고 속세의 성공을 이룬 사람일수록 기의 비율을 높여 잡을 것이다. 자수성가했다며 큰소리치는 부류는 대개 여기에 속한다. 그 반대의 인생을 사는 이들일수록 운을 탓하는 비율이 높을 수 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처럼 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역사에서 명멸한 숱한 인생을 전체적으로 분석하면, 운과 기의 비율이 7대3으로 수렴하더라는 것 또한 우리네 인생의 소중한 경험론이다. 이런 경험 데이터를 믿을 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가능하다. 내 60년 인생을 놓고 누가 나에게 운칠기삼을 묻는다면, 나는 솔직히 ‘운9 기1’이라 말하기도 버겁다. 나는 태어날 때 어떤 이를 부모로 삼을지 고민해 본 적 없다. 중상위층 가정에서 태어나기 위해 땀 흘리지도 않았다. 북한이나 시리아에서 태어나지 않으려고 애쓴 적도 없다. IQ 좀 괜찮게 태어난 것도 내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다못해 대입 시험 치르는 날 아침 갑자기 심한 복통이 찾아오지 않은 것도 내 땀방울의 소산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우여곡절을 제법 겪었지만, 내 노력만으로 현실을 바꾼 적은 전혀 없다. 수능 1등급이라고 까불지 마시라. 모든 것이 상대평가인 우리나라에서 당신의 1등급은 경쟁의 승리이기 이전에 당신보다 점수를 조금 덜 받아준 96%의 수험생들, 곧 환경 ‘덕분’에 가능했을 뿐이다. 천재 수준이지만 뜻한 바 있어 수능을 치르지 않고 다른 진로를 선택한 적지 않은 동년배 덕분임도 잊으면 안 된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그룹과 경쟁한다면 당신은 9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쭐대지 말고 겸손히 주변을 돌아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로 가자는 건 전혀 아니다. 기3의 자기 실력을 끝내 돋보이게 해 준 운7을 향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승자독식이라는 마약에 취하지 말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추구할 책임을 분명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가 짓누르고 갑과 을이 모두 각박한 현재 한국사회에 절실한 것은 개혁도 개혁이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인식의 전환 없이는 사회 전체가 점차 ‘오징어게임’으로 치달릴 것이다. 새해 임인년 대선에서는, 적어도 ‘운칠기삼’의 경험론적 데이터를 믿고 그런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이 땅의 숱한 눈물들에 다가갈 수 있는 이가 당선되면 좋겠다. 그저 자기 잘난 맛에 정치하겠다며 좌충우돌하면서 ‘내로남불’이나 신봉하는 자는 아니올시다.
  • 재심 포기했지만… 심석희 “베이징올림픽 포기한 건 아냐”

    재심 포기했지만… 심석희 “베이징올림픽 포기한 건 아냐”

    심석희(24·서울시청)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 재소를 포기하면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심석희는 공정위 재심 청구 마감일인 지난 29일까지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심석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 A씨와 욕설이 섞인 동료 험담 등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자격 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베이징올림픽이 내년 2월 4일 개막이어서 징계를 적용하면 심석희는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심석희 측은 “재심 청구를 포기했지만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건 아니다”라면서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석희가 재심 청구를 포기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법원 판결에 기대하는 길밖에 없다. 심석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방법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심석희는 대표선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 이겨도 올림픽 출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결정하는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은 다음달 24일까지다. 이번 논란으로 지난 10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돼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월드컵 대회에도 불참한 심석희가 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 심석희, 대한체육회 재심 청구 포기…올림픽 출전 무산되나

    심석희, 대한체육회 재심 청구 포기…올림픽 출전 무산되나

    심석희(24·서울시청)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 재소를 포기하면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심석희는 공정위 재심 청구 마감일인 지난 29일까지 재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심석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 A씨와 욕설이 섞인 동료 험담 등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자격 정지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베이징올림픽이 내년 2월 4일 개막이어서 징계를 적용하면 심석희는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심석희 측은 “재심 청구를 포기했지만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건 아니다”라면서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심석희가 재심 청구를 포기하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법원 판결에 기대하는 길밖에 없다. 심석희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방법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징계 처분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심석희는 대표선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다툼에서 이겨도 올림픽 출전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결정하는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쇼트트랙 올림픽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제출 기한은 다음달 24일까지다. 이번 논란으로 지난 10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돼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올림픽 출전권을 위한 월드컵 대회에도 불참한 심석희가 올림픽 대표팀 최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다.
  • [단독] “제발 수술해주세요” 13번의 수술, 그리고 거짓말 [메디컬 인사이드]

    [단독] “제발 수술해주세요” 13번의 수술, 그리고 거짓말 [메디컬 인사이드]

    특별한 질병 없는데도 통증 호소팔다리 통증으로 13번의 수술결국 정신과서 ‘뮌하우젠증후군’ 진단주변의 관심 얻으려 아픔 호소하거나 자해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통증을 호소하거나 자해를 해 타인의 관심을 유도하는 정신질환을 ‘뮌하우젠증후군’(인위성 장애)이라고 합니다. 끊임없는 허풍과 과장으로 경험담을 지어냈던 독일의 군인이자 관료였던 폰 뮌하우젠 남작(1720~1797)의 이름에서 따온 겁니다. 증세가 심하면 의도적으로 관심과 동정을 얻어내려 몸에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 병은 방송이나 보도를 통해 ‘해외 토픽’으로 일부 공개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 한국에서 뮌하우젠증후군으로 진단받고 학계에 보고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0일 대한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2018년 부산부민병원, 원광대, 고신대 공동연구팀이 작성한 ‘정형외과 영역에서의 뮌하우젠 증후군’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보고됐습니다. A씨는 55세 여성 환자로 키 162㎝, 몸무게는 60㎏이며 특별한 만성질환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온 몸이 아프다며 허리 통증 치료제,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갱년기 증상 치료제, 비염 치료제 등을 자의로 반복적으로 복용하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사라지지 않는 통증…끝없는 수술과 치료 2006년 12월 A씨는 왼쪽 다리에서 곪은 부위가 발견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2007년 8월엔 왼쪽 무릎이 아프다고 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한 결과 반달연골이 파열된 것이 확인돼 또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받은 날 당일 다시 오른쪽 무릎이 아프다고 해 검사 후 수술이 이뤄졌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증상과 관련한 병변이 있었기 때문에 의료진은 큰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2월엔 영상검사에서는 특별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참을 수 없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해 퇴행조직을 조금 잘라내는 수술을 했습니다. 그러고도 또 어깨와 무릎수술이 이어졌습니다. 의료진에게 매달리다시피하며 통증을 호소해 어쩔 수 없이 수술하긴 했지만, 뚜렷한 병변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프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환자를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습니다. 8번의 수술과 입·퇴원으로 지친 남편이 아내와 다투는 모습까지 목격됐습니다.다리 통증을 끝없이 호소하는 환자를 돕기 위해 결국 왼쪽과 오른쪽 다리 인공관절 수술까지 했습니다. 팔꿈치 통증과 손가락 저림 증상을 토로해 팔다리 수술은 13번까지 이어졌습니다. 의료진은 계속되는 수술에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자 결국 정신건강의학과 협진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A씨는 다른 사람에게 아프거나 장애가 있다고 호소하는 ‘뮌하우젠증후군’ 증상이 2회 이상 관찰돼 정신질환 치료를 하게 됐습니다. ●꾀병과 다른 점…‘조직검사’도 마다하지 않는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꾀병’과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환자는 주변의 관심을 얻기 위해 증상을 수시로 조작하고, 통증이 있을 수 있는 ‘조직검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꾀병이라면 이런 조직검사를 계속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A씨는 이런 조직검사도 마다하지 않고 수차례 받았고, 한 관절을 수술하고 입원한 상태에서도 또 다른 부위의 수술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일시적 증상 개선이 있지만 재발이 흔해 여러 번 수술 받은 기록, 방대한 병원 치료 기록, 진단과 맞지 않은 영상 검사 결과, 수술 뒤에도 또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의 강한 의지가 있을 때는 뮌하우젠증후군을 고려해야 한다”고 학계에 보고했습니다.
  •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2년 반…갑질은 줄었지만 갑질 처벌은 여전히 미흡

    ‘직장갑질 금지법’ 시행 2년 반…갑질은 줄었지만 갑질 처벌은 여전히 미흡

    통계로 본 ‘갑질금지법’ 시행 2년 5개월직장 괴롭힘 줄었다지만 처벌 여전히 약해“특수고용 등 갑질금지법 사각지대 많아”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 5개월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이 느끼는 갑질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6월과 올해 9월을 비교했을 때 ‘갑질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45.4%에서 28.9%로 줄었으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 비율은 33.0%에서 32.5%로 비슷했다. 이 단체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2년 5개월간 고용부가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1만 7342건이라고 집계했다. 유형별로는 폭언이 35.7%로 가장 많았고, 부당 인사조치(15.5%), 험담·따돌림(11.5%) 등이 뒤를 이었다.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6일부터 이 법이 개정되기 전인 지난 10월 13일까지 접수된 사건 1만 2997건 가운데 개선 지도가 이뤄진 사건은 23.9%였고,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1.2%에 불과했다. 갑질금지법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 시 사용자가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조항을 담아 한 차례 개정됐다. 직장갑질119는 “신고된 사건의 70% 이상이 취하되거나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행정종결 처리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고 법 적용을 받더라도 고용부의 소극적인 행정으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 李 “코스피 5000” 尹 “증권거래세 폐지”… 1000만 개미 잡아라

    李 “코스피 5000” 尹 “증권거래세 폐지”… 1000만 개미 잡아라

    이재명 “주가조작 단속·처벌 모두 약해”법령 개정 통한 불공정 행위 처벌 방점 윤석열 “투자 손실 이월제도 도입할 것공매도 관련 서킷 브레이커 시행 검토” 개인투자자 보호 초점 맞춰 표심 자극개인 주식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경쟁이 전례 없이 가열되고 있다. 10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난 ‘개미투자자’가 이제 무시 못할 거대한 유권자 집단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 후보들이 선거 때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으며 구애(求愛)를 펼치는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직속 기구인 공정시장위원회가 ‘주식시장 개혁방안’을 내놓은 지 하루 뒤인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직접 ‘1000만 개미투자자를 살리는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공약 발표에서 “우리 주가가 부양되면 여기에 투자한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집권 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개인 투자자가 급증해 국민 5명 중 1명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업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께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기업과 투자자가 함께 ‘윈윈’하는 선진 주식시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증권거래세 폐지와 캐리오버 시스템(주식투자 손실을 이월하는 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거래했던 주식의 매입 가격과 처분 가격의 차액을 확인해 과세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다”며 “증권거래세는 이중과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사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며 기업의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분노하는 공매도와 관련해 서킷 브레이커 도입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 후보가 “코스피 5000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는 등 민주당도 동학개미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주식투자 경험담을 공개하고, “주가 조작 단속률이 매우 낮고 처벌도 약하다”고 말했는데, 정서적으로 개미투자자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개인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대동소이하다. 전날 민주당 공정시장위원회는 주식시장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이 신사업으로 물적 분할을 할 경우 모회사 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매도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를 제재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능을 통한 시세조종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 매일같이 양도세 풀자는 이재명 “대선 후 4·3·3개월도 가능”

    매일같이 양도세 풀자는 이재명 “대선 후 4·3·3개월도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와 관련해 “내년 3월 9일 선거가 끝나고 상황이 바뀌면 12월까지 ‘4·3·3’을 하든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즉각 시행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대선 후 ‘4개월·3개월·3개월’ 차등 유예 방식으로 총 10개월로 단축해서 할 수도 있다며 거듭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다주택자에게 기회를 한 번은 더 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그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안은 향후 1년간 첫 6개월은 전액 면제, 이후 3개월은 50%, 나머지 3개월은 25%를 차등 면제하는 방식이었다. 이 후보는 “저는 이번 임시국회 때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목표는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양도세가 높아 팔 수가 없는 다주택자들에게 탈출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것이다. (정부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니 ‘공급을 안 할 모양’이라며 수요가 더 늘어나고 왜곡되는 것”이라고 했다. 주택 공급 확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공급을 늘리는 방법은 첫째, 다주택자가 빨리 팔게 하고 둘째, 재개발·재건축 등 기존 택지 안에서 용적률·층수 규제를 완화해 주되 일부 청년주택 등으로 공익 환수를 하는 것”이라며 “셋째로 신규 택지를 시장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공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주목하는 부분은 도시를 단절하는 고속도로, 철도 등을 지하화하고 지상에 택지와 상업시설, 공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이나 경인선,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등을 검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전날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 언급한 작전주 경험담을 두고 야권이 ‘주가조작 공범’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상대 입장에서는 네거티브전이 유일한 길로 보일 수밖에 없다. 왜곡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온·오프라인 국민반상회에서 산후조리원을 이용 중인 산모들의 사연을 듣는 자리에서 ‘4대강 예산을 복지·돌봄에 쓰면 출산율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참석자의 반응에 공감하며 “(공공산후조리원) 한 개 짓는 데 50억 정도 든다. (4대강 예산) 20조면 4000개, (필요한 만큼) 다 지어도 400개면 된다”며 공공산후조리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 [여기는 중국] 아버지 살해한 어머니 편 서서 정당방위 주장한 자녀들의 사연

    [여기는 중국] 아버지 살해한 어머니 편 서서 정당방위 주장한 자녀들의 사연

    50년 결혼 생활동안 무려 30년 이상을 폭력에 노출돼 살았던 아내가 고의 살인죄로 기소돼 13년 형이 선고돼 논란이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 구 모 씨는 남편 간 모 씨와 결혼 후 50년 동안 중국 구이저우성에 거주해왔다. 총 세 명의 자녀를 함께 키웠던 부부였지만, 남편 간 씨의 음주가 계속되면서 구 씨에게는 악몽같은 결혼 생활로 점철됐다. 남편 간 씨가 술에 취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아내 구 씨를 향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무려 50년의 긴 결혼 기간 동안 간 씨로부터 갖은 폭언과 폭력에 노출된 기간을 산정하면 30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설 정도로 알려졌다. 간 씨의 폭언과 폭행은 아내 구 씨와 아들, 딸은 물론이고 사위와 사돈 내외에 대한 험담까지 이어지곤 했다. 이때마다 간 씨의 폭언과 폭력을 고스란히 감당한 이는 다름 아닌 아내 구 씨였다. 남편의 폭력으로 허리와 왼쪽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 치료를 받은 의료 기록도 있을 정도로 간 씨의 폭력은 심각했다. 결혼 생활 동안 가정 생활을 돌보지 않는 간 씨 탓에 아내 구 씨는 밭농사와 돼지, 소 등의 사육을 통해 간신히 자식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사건은 자녀들이 모두 결혼으로 출가한 이후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 6월 5일 이른 아침 술에 취해 통제 불능상태가 된 채 귀가한 간 씨가 출가한 아들 내외에게 폭언을 퍼부은 뒤 아내 구 씨를 폭행하며 발생했다. 간 씨가 이유없는 폭언과 폭행 후 침대에 눕자, 아내 구 씨가 집안에 있었던 나무 막대기로 그의 머리를 수차례 가격한 것. 아내의 폭행으로 잠에서 깬 간 씨는 혈흔이 낭자한 채 인근 산으로 도망쳤으나 결국 숨졌다. 당시 이미 숨을 거둔 간 씨를 발견한 구 씨는 가족에게 남편을 죽인 사람이 자신이라고 고백했으나, 평소 간 씨로부터 갖은 폭언과 폭력에 노출됐던 구 씨의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간 씨의 시신을 수습한 가족과 인근 주민들은 이후 평범한 장례 절차에 따라 장례식을 치루며 사건은 이대로 덮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간 씨의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이웃 주민이 사망한 간 씨의 시신에서 머리 부분이 심하게 다친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상하게 여겨 관할 공안국에 사건을 신고하면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공안국은 간 씨 시신을 부검한 뒤 그가 둔기에 의해 수차례 가격당해 사망한 고의 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피의자 구 씨를 구속했다. 사건을 관할한 구이저우성 구이양시 중급법원은 결국 피고인 구 씨에 대해 고의 살인죄를 적용, 13년 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구 씨 자녀들과 이웃 주민들은 13년 형 구형에 대해 즉각 항소할 뜻을 밝힌 상태다. 특히 평소 구 씨 부부의 생활상을 그대로 지켜봤던 자녀들은 구 씨의 살인이 ‘고의 살인죄’가 아니라 정당 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30년 동안 일방적인 폭행에 노출돼 허리뼈가 부러질 정도로 맞고 산 어머니”라면서 “한 번은 허리 뼈가 부러졌고, 또 한 번은 왼쪽 다리가 부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소와 돼지를 키우고, 밭농사를 지어서 자녀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번 사람도 어머니인데, 고의 살인죄 적용은 지나친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소년범을 떠올리면 대체로 어떤 말이 연상될까. 괴물, 잔혹함, 무서움, 악마 같은 단어만 자동완성된다면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이 부정적 이미지를 당연시할 만큼 우리는 소년범에 대해 알고 있나. 최소한 그들을 만나 대화해 본 적이 있을까.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세 명의 기자가 100명의 소년범을 만난 300일간의 기록이다. 서울신문이 지난해 11월 5회에 걸쳐 기획보도한 ‘소년범-죄의 기록’을 토대로 기사에 싣지 못한 이야기와 취재 후기, 기자 각자의 경험을 녹여 확장했다. 평범한 10대가 어떻게 범죄의 굴레에 갇히는지 다룬 시리즈는 소년범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내며 한국기자협회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자들은 “소년범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소년 소녀와 이들은 정말 다른가. “좋은 어른을 만나 본 적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취재로 답을 찾아간다. 공들인 인터뷰와 자료 분석은 소년범에 대한 편견을 깬다. 소년범죄가 흉포화, 조직화된다는 통념은 통계로 반박한다. 범죄에 이른 과정을 따라가면 어떤 아이들에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가 보인다. 예컨대 사고 싶은 게임 아이템이 생겼을 때, 보호자에게 용돈을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다 인터넷 중고 거래에서 ‘소소한 사기’로 돈을 번 친구의 경험담을 듣게 된다면. 중요한 건 문제가 생길 때 의논할 이가 있는지 여부다. 인터뷰에서 소년들은 고민을 터놓을 어른의 부재에, 소녀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데 불안을 갖고 있었다. 보호처분 등의 제도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재사회화’하지도 못했다. 소년범의 탄생부터 홀로서기까지 어른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을 보듬는 건 성인범으로 가는 고리를 끊고 안전한 사회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년범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아이들의 삶을 살피는 사회 시스템. 이 변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세 기자는 펜을 든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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