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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9)한국의 찻그릇 문화-신현철의 참새다기(茶器)

    ‘참새다기(茶器)’라고 부르는 매우 독특하게 생긴 찻그릇 세트 하나를 두고 중국과 한국의 차인(茶人)들 사이에 미묘한 논쟁이 일고 있다.참새다기는 한국,타이완,중국,미국,홍콩의 차인들 세계에서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그 ‘불법 복제’의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것은 또한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에 걸린 자존심과,예술작품에 대한 권리침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작가 신현철(申賢徹)씨가 중국에서 먼저 만든 참새다기를 불법 복제하여 한국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신씨로부터 진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 272번지,참나무 숲이 울창한 산기슭 응달진 곳에 차려진 그의 가마를 찾았다.그는 상투를 틀어 올리고 수염을 기른 육척장신 거구였다. 문: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가게에 나도는 소문으로는 신선생이 중국 참새다기 세트를 복제하여 유통시키고 있다는데,사실입니까? 이 문제는 중국 차문화가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또한 도자문화의 국가적 자존심과도 관계됩니다.사실을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申: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피해자는 오히려 저 자신인데요. 문:참새다기가 중국 물건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申:저의 창작품입니다.1987년도에 개발했고,특허청 ‘의장등록 226383’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아래 보호받고 있는 저의 작품입니다. 문:그럼 개발 이후 한국이나 중국에서 참새다기를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申:1988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참새다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1998년 성곡미술관 ‘한국도공정신-전통에서 현대로’전시회에 천한봉,김정옥,윤광조 선생을 비롯한 10명의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저도 감히 맨 끝자리에 끼어서 참새다기를 내놓았습니다.이때 출품한 참새다기는 부산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요. 2001년 4월25일부터 ‘중한(中韓) 다구(茶具) 도예명품전’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는데,중국에서 자사호라는 중국 찻그릇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5명과 한국에서 천한봉,김정옥,신현철,오순택 등 다섯 명이 초청됐지요.그때 저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참새다기라는 작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중국 차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결국 출품한 참새다기를 ‘의흥(宜興)자사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그 초청전시회 때 저의 창작품인 ‘연잎다기’도 출품했는데,타이완에서 찻집을 18개나 운영하는 중국인이 30분에 걸쳐 저의 연잎다기를 놓고 이야기하면서 큰 화젯거리로 만들었습니다. 2001년 5월29일∼6월10일에는 ‘중국의흥국제다구도예전’이 열렸습니다.이때도 참새다기가 출품되었고,그 작품은 ‘황주다엽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지요. 문:약간 혼란스럽군요.대략 정리하자면 2001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한다구도예명품전’이라는 전시회 때까지만 해도 참새다기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고,그 이후 어느 시기부터 참새다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申:일단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순서가 좀 헝클어졌습니다만 참새다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만들게 된 동기,가능하다면 재료와 이 찻그릇이 지닌 다른 정보도 좀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申:참새다기라는 이름은 작설차(雀舌茶)의 작(雀) 글자에서 참새의 모습을 떠올린 데서 시작됐지요.차를 마실 때마다 참새를 생각했는데,시험삼아 참새모양의 찻주전자를 만들었지요.처음엔 별로였습니다. 꼬리 부분을 쳐들어봤지요.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생동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도를 실험한 끝에 한 형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지금의 작품을 낳은 모체가 결정된 것입니다.그뒤부터 옷,즉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또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처음엔 옥색이었고,그 다음엔 쥐색이었다가 세번째 시도에서 지금의 참새깃털 색깔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장석유(長石釉) 계열의 유약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어서 복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문:그렇다면 어찌해서 신선생이 중국의 참새다기를 복제했다는 말이 퍼졌을까요?혹시 짐작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申:구체적인 이유는 저도 알기 어렵습니다.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인으로서 저한테 직접 참새다기를 구입해간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이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그 얘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申:2001년 8∼10월 열렸던 제 1회 세계도자엑스포(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저도 참여했는데,그동안 몇 차례 보완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지닌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그런데 저의 작품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습니다.미국시민권을 가진 중국인이었는데,이름은 그냥 허(許)씨라 는 점만 밝히겠습니다.그분은 IAC,즉 세계도자협회 정회원으로서 중국 현대도예작가의 대부라는 명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이 참새다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응답하지 않았지요.그런데 그날 오후 그분이 중국 도예작가 10명을 대동하고 저의 작업실로 찾아왔더군요.엑스포 관계자에게 주소를 물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저의 전시실에 와서도 참새다기를 유심히 살피면서 함께 온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더군요.결국 한벌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더는 사양하기가 어려워서 100만원을 받고 작품을 넘겨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석달 뒤였어요.중국에서 만들어진 참새다기가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확인했더니 사실이더군요. 그런지 얼마 안 지나서 서울 조계사 부근 어느 찻그릇 상점에서 참새다기를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즉시 그 가게로 달려가 보았습니다.사실이더군요.가게 주인에게 저의 신분을 밝히고,참새다기가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자료로 사용하려고 하니 한벌만 사겠다고 했지요.어차피 법적 제재를 가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자 가게 주인은 낯을 붉히면서 고백하더군요.중국 의흥에서 생산된 것인데,사실은 타이완의 도자기 공장에 하청을 주어서 대량을 찍어내어 중국과 동남아 일대,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헐값으로 팔고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중국에서 만든 것이 신선생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증거가 있습니까? 申:(증거물로 가져다 둔 연잎모양의 둥근 그릇 안에 얹는 연밥모양 깔판을 뒤집어보이면서)여기 보다시피 물방울이 바닥으로 잘 굴러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홈을 파놓았지요.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습니다.그리고 이 앞면의 물 구멍 숫자도 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지요. 중국은 짝수문화여서 차문화에 사용되는 차 도구들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짝수개념이 통용됩니다.그런데 참새다기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화의 차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원래의 견본 그대로 흉내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새다기는 연잎다기와 달리 그림으로 그리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복제가 불가능합니다.결국 씨암탉(종자) 한 마리를 사가지고 가서 달걀을 낳아 대량 번식한 셈이지요. 문:그렇다면 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상인들이 왜 신선생에게 그런 불명예를 겪게 할까요? 무슨 피치 못할 갈등이라도 있기 때문인가요? 申:제가 개발하여 특허청에 실용신안,의장등록 등의 법적 절차를 마친 연잎다기,연꽃다기,무궁화꽃다기 등 우리나라 역사와 민속의 문양을 찻그릇 형태로 형상화시킨 작품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여러해 동안 고심끝에 디자인을 개발하여 발표하고 나면 한달이 채 안 지나서 복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도 지쳤습니다.참새다기에 관한 소문은 국내의 복제자들이 만들어 퍼뜨린 것입니다.자신들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겠지요.아무리 예술에서 모방의 가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창조를 위한 모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모방과 복제는 한국 찻그릇 문화의 파멸을 앞당길 뿐이라고 봅니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19)한국의 찻그릇 문화-신현철의 참새다기(茶器)

    ‘참새다기(茶器)’라고 부르는 매우 독특하게 생긴 찻그릇 세트 하나를 두고 중국과 한국의 차인(茶人)들 사이에 미묘한 논쟁이 일고 있다.참새다기는 한국,타이완,중국,미국,홍콩의 차인들 세계에서 이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그 ‘불법 복제’의 사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것은 또한 중국과 한국의 차문화에 걸린 자존심과,예술작품에 대한 권리침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의 작가 신현철(申賢徹)씨가 중국에서 먼저 만든 참새다기를 불법 복제하여 한국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신씨로부터 진실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방도리 272번지,참나무 숲이 울창한 산기슭 응달진 곳에 차려진 그의 가마를 찾았다.그는 상투를 틀어 올리고 수염을 기른 육척장신 거구였다. 문: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가게에 나도는 소문으로는 신선생이 중국 참새다기 세트를 복제하여 유통시키고 있다는데,사실입니까? 이 문제는 중국 차문화가 한국을 식민지화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또한 도자문화의 국가적 자존심과도 관계됩니다.사실을 확인해주실 수 있습니까? 申: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피해자는 오히려 저 자신인데요. 문:참새다기가 중국 물건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申:저의 창작품입니다.1987년도에 개발했고,특허청 ‘의장등록 226383’으로 대한민국의 법률아래 보호받고 있는 저의 작품입니다. 문:그럼 개발 이후 한국이나 중국에서 참새다기를 공식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申:1988년 경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참새다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1998년 성곡미술관 ‘한국도공정신-전통에서 현대로’전시회에 천한봉,김정옥,윤광조 선생을 비롯한 10명의 작가들이 초대되었고 저도 감히 맨 끝자리에 끼어서 참새다기를 내놓았습니다.이때 출품한 참새다기는 부산여대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지요. 2001년 4월25일부터 ‘중한(中韓) 다구(茶具) 도예명품전’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는데,중국에서 자사호라는 중국 찻그릇을 만드는 무형문화재 5명과 한국에서 천한봉,김정옥,신현철,오순택 등 다섯 명이 초청됐지요.그때 저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참새다기라는 작품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중국 차인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거든요.결국 출품한 참새다기를 ‘의흥(宜興)자사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그 초청전시회 때 저의 창작품인 ‘연잎다기’도 출품했는데,타이완에서 찻집을 18개나 운영하는 중국인이 30분에 걸쳐 저의 연잎다기를 놓고 이야기하면서 큰 화젯거리로 만들었습니다. 2001년 5월29일∼6월10일에는 ‘중국의흥국제다구도예전’이 열렸습니다.이때도 참새다기가 출품되었고,그 작품은 ‘황주다엽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지요. 문:약간 혼란스럽군요.대략 정리하자면 2001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한다구도예명품전’이라는 전시회 때까지만 해도 참새다기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았고,그 이후 어느 시기부터 참새다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申:일단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순서가 좀 헝클어졌습니다만 참새다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만들게 된 동기,가능하다면 재료와 이 찻그릇이 지닌 다른 정보도 좀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申:참새다기라는 이름은 작설차(雀舌茶)의 작(雀) 글자에서 참새의 모습을 떠올린 데서 시작됐지요.차를 마실 때마다 참새를 생각했는데,시험삼아 참새모양의 찻주전자를 만들었지요.처음엔 별로였습니다. 꼬리 부분을 쳐들어봤지요.생동감이 느껴지더군요.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생동감과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도를 실험한 끝에 한 형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지금의 작품을 낳은 모체가 결정된 것입니다.그뒤부터 옷,즉 색깔을 입히는 작업에 또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처음엔 옥색이었고,그 다음엔 쥐색이었다가 세번째 시도에서 지금의 참새깃털 색깔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장석유(長石釉) 계열의 유약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것이어서 복제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문:그렇다면 어찌해서 신선생이 중국의 참새다기를 복제했다는 말이 퍼졌을까요?혹시 짐작가는 데라도 있습니까? 申:구체적인 이유는 저도 알기 어렵습니다.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인으로서 저한테 직접 참새다기를 구입해간 사람은 한 사람뿐이라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분이 이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도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그 얘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申:2001년 8∼10월 열렸던 제 1회 세계도자엑스포(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저도 참여했는데,그동안 몇 차례 보완하여 나름의 완성도를 지닌 참새다기를 출품했습니다.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습니다.그런데 저의 작품에 유별난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이 있었습니다.미국시민권을 가진 중국인이었는데,이름은 그냥 허(許)씨라 는 점만 밝히겠습니다.그분은 IAC,즉 세계도자협회 정회원으로서 중국 현대도예작가의 대부라는 명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이 참새다기를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응답하지 않았지요.그런데 그날 오후 그분이 중국 도예작가 10명을 대동하고 저의 작업실로 찾아왔더군요.엑스포 관계자에게 주소를 물어서 찾아온 것입니다. 저의 전시실에 와서도 참새다기를 유심히 살피면서 함께 온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더군요.결국 한벌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더는 사양하기가 어려워서 100만원을 받고 작품을 넘겨주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지 석달 뒤였어요.중국에서 만들어진 참새다기가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확인했더니 사실이더군요. 그런지 얼마 안 지나서 서울 조계사 부근 어느 찻그릇 상점에서 참새다기를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즉시 그 가게로 달려가 보았습니다.사실이더군요.가게 주인에게 저의 신분을 밝히고,참새다기가 법률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자료로 사용하려고 하니 한벌만 사겠다고 했지요.어차피 법적 제재를 가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자 가게 주인은 낯을 붉히면서 고백하더군요.중국 의흥에서 생산된 것인데,사실은 타이완의 도자기 공장에 하청을 주어서 대량을 찍어내어 중국과 동남아 일대,한국,일본,미국 등지에서 헐값으로 팔고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중국에서 만든 것이 신선생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증거가 있습니까? 申:(증거물로 가져다 둔 연잎모양의 둥근 그릇 안에 얹는 연밥모양 깔판을 뒤집어보이면서)여기 보다시피 물방울이 바닥으로 잘 굴러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홈을 파놓았지요.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습니다.그리고 이 앞면의 물 구멍 숫자도 모두 홀수로 처리되어 있지요. 중국은 짝수문화여서 차문화에 사용되는 차 도구들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짝수개념이 통용됩니다.그런데 참새다기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문화의 차이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원래의 견본 그대로 흉내낸 것으로 보입니다. 참새다기는 연잎다기와 달리 그림으로 그리거나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복제가 불가능합니다.결국 씨암탉(종자) 한 마리를 사가지고 가서 달걀을 낳아 대량 번식한 셈이지요. 문:그렇다면 한국 차인들이나 찻그릇 상인들이 왜 신선생에게 그런 불명예를 겪게 할까요? 무슨 피치 못할 갈등이라도 있기 때문인가요? 申:제가 개발하여 특허청에 실용신안,의장등록 등의 법적 절차를 마친 연잎다기,연꽃다기,무궁화꽃다기 등 우리나라 역사와 민속의 문양을 찻그릇 형태로 형상화시킨 작품이 여러 종류 있습니다.여러해 동안 고심끝에 디자인을 개발하여 발표하고 나면 한달이 채 안 지나서 복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도 지쳤습니다.참새다기에 관한 소문은 국내의 복제자들이 만들어 퍼뜨린 것입니다.자신들의 비열함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겠지요.아무리 예술에서 모방의 가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창조를 위한 모방이 아닌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모방과 복제는 한국 찻그릇 문화의 파멸을 앞당길 뿐이라고 봅니다.
  • 서울 빌딩시장 외국인 ‘독식’

    매물로 나오는 서울의 대형 빌딩을 외국인들끼리 사고 팔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헐값에 외국인 손에 넘어간 빌딩들이 지난해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국내기업이나 자본에는 그림의 떡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가 이뤄진 연면적 1만평 또는 15층 이상인 대형 오피스 빌딩은 모두 17개로 이 가운데 11개 빌딩을 외국인들이 사들였다.반면 국내 기업이 사들인 빌딩은 6곳으로 대부분 중소형 빌딩이다. 부동산업계는 대형 빌딩은 지금 사더라도 충분이 수익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토종자본이 없는 데다 기관투자가 등은 빌딩관리기법이 외국자본에 비해 뒤떨어져 강건너 불보듯하고 있다. 빌딩거래 전문가인 H씨는 “일정 수익을 낸 외국계 자본이 매각하는 빌딩을 다른 외국계가 사들이는 것은 수익성이 있다는 증거”라며 “자본이 영세한 국내 자본은 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모두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기업 매입 엄두도 못내 외환위기가 닥친 지난 98년 이후 거래된 국내 빌딩은 모두 140개로,134만평에 7조 7000억원어치에 달한다.이 가운데 외국인은 54개동 64만평 6조 1000억원 상당의 빌딩을 무더기로 사들였다.이들은 그동안 임대료 수입과 건물가격 상승 등으로 목표수익을 냈다는 판단에 따라 매물을 내놓고 있다.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의 경우 골드만삭스가 2001년 476억원에 사서 지난해 720억원에 팔아 244억원(매입가 대비 51.2%)의 시세차익을 냈다.또 2년간 30%의 임대소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투자 길 터야” 올들어서 외국인 소유 초대형 빌딩들도 매물로 나오고 있다.연면적 기준 국내 최대 빌딩으로 꼽히는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지하8층,지상45층·연면적 6만 4300평)도 은밀히 매수자를 찾는 중이다.스타타워 맞은편의 24층 규모 로담코빌딩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그러나 국내 자본은 사들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이들은 기존 빌딩을 매각한 뒤 다른 빌딩을 사는 경우도 있다.종전에는 외국계 자본은 도심 빌딩을 매입순위에서 1순위로 두고,다음이 여의도·강남 순이었으나 이제는 분당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지난해 말 모건스탠리는 분당의 27층 규모 대우정보통신빌딩을 350억원에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샀다.또 칼라일도 분당의 10층짜리 M빌딩을 매입했다.부동산전문가들은 “연·기금 등이 국내 빌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빌딩임대와 관련된 전문가 육성 등의 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이런책 어때요] 주머니 속의 미국사

    미국은 1920년대 들어 인디언들을 미시시피강 서부로 내몰기 시작했다.이같은 인디언 강제이주 정책의 선봉장은 미·영전쟁의 영웅 앤드루 잭슨.잭슨은 전쟁 후 휘하의 민병대를 동원해 플로리다와 조지아에 흩어져 살고 있던 인디언들을 대대적으로 토벌했다.인디언들 사이에 ‘장검’이란 별명으로 불린 그의 잔인성은 악명 높았다.잭슨은 인디언들이 이렇게 해서 떠나간 땅을 친구들과 함께 헐값에 사들여 큰 부자가 됐다.가깝고도 먼 나라는 이제 일본이 아니라 미국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말하는 저자(울산대 교수)의 미국읽기는 다분히 비판적이다.9000원.
  • [빛좋은 개살구 아역스타들] 우리 ★ 맞아?

    “우리요? 알고보면 빛 좋은 개살구래요∼.” 팬클럽까지 거느리며 TV에서 모셔가기 바쁜 아역 스타들.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게 캐스팅되지만,몸값은 고작 몇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드라마 출연료 4만 1800원 성인 배우 뺨치는 연기의 아역 스타들은 이제 TV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극중 비중이 높아졌다. 최근 TV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아역 배우들을 살펴보면,‘대장금’에서 300대1의 경쟁을 뚫고 어린 장금역을 맡아 스타가 된 조정은(9),‘천국의 계단’에서 최지우의 아역으로 나온 박신혜(15),‘무인시대’에서 태자비로 나온 박은빈(13),‘완전한 사랑’의 박지빈(9),‘왕의 여자’의 김영찬(11) 등이 있다.‘크라운 베이커리’,‘선키스트’광고로 잘 알려진 심혜원(7),‘베스킨 라빈스’광고의 정다빈(4) 등도 낯이 익은 아역 스타다. 이들 아역 스타들은 과거와 달리 모두 단순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 역할을 맡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그러나 속사정은 어떨까.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이들이 받는 출연료는 ‘엑스트라’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들은 연기자에게 지급하는 출연료를 18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등급이 오를수록 출연료도 올라간다.아역 배우(19세 미만)는 인기도에 따라 1∼5등급에 속한다.그러나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5등급 이상의 출연료는 지급하지 않는다.아역 배우가 1시간짜리 드라마 1편에 출연할 경우 1등급은 4만 1800원,5등급은 7만 9600원을 받는다.신인급 아역 배우는 그나마 등급 분류에도 끼지 못한 채 편당 2만원 내외의 출연료를 받는다.드라마 1편 촬영에 통상 2∼3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채 교통비도 안 된다. ●어른 배우와 최고 360배 차이? 반면 성인 배우의 출연료는 최소 21만 9300원부터 최대 200만원까지다.외주 제작의 경우엔 1편당 1000만원 이상을 받는 톱스타도 많다.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에 출연하고 있는 송혜교는 편당 1500만원을 받고 있다.단순 비교는 무리이지만 1등급 아역 배우에 비해 같은 시간·노력으로 360배나 많은 출연료를 받는 셈이다. 운좋게 CF에 진출했다고 해도 ‘헐값’ 대우는 피할 수 없다.6개월 단발광고에 억대의 모델료가 보편화된 성인 연예인과 달리 아역 배우의 몸값은 통상 50만원 안팎이다.최고의 아역 스타인 조정은과 심혜원 같은 경우에도 모델료는 150만∼20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 ˝
  • 이호군 여신금융협회장“카드사 정상화 걸림돌 고비용 구조개선 시급”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카드업계의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이호군(李鎬君·63) 한국여신금융협회장 겸 BC카드 사장은 5일 “신용카드업은 현재 원가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마일리지 적립,과도한 할인혜택 등으로 인해 고비용 구조로 돼있다.”면서 “올 한해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카드사들이 지난 2∼3년동안 과당경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손익분기점(2.5%) 아래로 내려갔다.”며 “현재 은행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도입된 슬라이딩 제도(카드 매출액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가 전업계 카드사에도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카드사 수익이 악화되는데도 헐값의 수수료를 받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합리적인 수수료 기준을 정하기 위해 현재 여신협회에서 용역을 통해 수수료 원가를 분석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회원사에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 회장은 “현재 카드사들이 가맹점 네크워크와 전산시스템 등을 개별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중복투자가 심하다.”면서 “앞으로 미국의 카드사들처럼 가맹점 인프라 등을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이렇게 되면 규모가 큰 전업계카드사는 연간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감사원의 카드 특감과 관련,“관련자들을 문책하기보다 카드정책 자체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며 “신용카드 활성화대책,카드업계의 과당경쟁,금융당국의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절하게 가동됐는지 등이 조사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외환·국민카드가 모은행으로 합병됨에 따라 올해에는 전업계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의 영업전략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은행계가 자금조달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전업계는 마케팅에 강하기 때문에 양축이 상호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낮은 소리/부산 정관신도시 납골당 부지 선정 “주민여론 무시” 백지화 요구

    ‘내가 니 시다바리가.’ 부산시 기장군 정관면 월평리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한광복(57)씨는 요즘 심사가 편치 않다.얼마전 인근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농토가 헐값에 도시계획에 편입된 데다 최근에는 옆마을인 두명리 일대가 납골당 부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일대가 50여년 전 상수도 보호구역과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집 수리는 물론 방 한칸,헛간 한채 제대로 짓지 못하는 등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어왔다고 말했다. ●50여년간 상수도구역 묶여 재산권 행사 못해 반세기 동안 부산시의 뒷수발을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은 시가 마을 어귀에 납골당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며 납골당 설치 반대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씨가 위원장을 맡아 주민결의대회를 갖고 시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반대 활동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10대째 살아오고 있다는 주민 송두복(53·농업)씨는 “인근 정관 신도시 기반시설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납골당부터 먼저 지으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주민 모두가 납골당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결사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기장군 정관면 두명리 산 79의6 일원 7만 5000여평을 납골 공원 부지로 확정한 것은 지난해 11월6일. 시는 현재 운영 중인 금정구 노포동 영락공원 내 납골당이 향후 2년 이내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새 후보지 물색에 나섰다. 시는 공모 신청한 18개소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벌인 뒤 ‘납골공원 부지선정심사위원회’에서 두명리 일대를 최종 선정,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06년 완공할 계획이다. 555억원을 투입할 새 납골공원에는 40만위를 안치할 수 있으며 향후 30년간 사용하게 된다. 또 공원 주변에는 산책로,자연학습장 등 시민휴식공간과 노인회관,상·하수도 시설,문화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주민들은 오랜기간 동안 개발 제한 및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는데 시가 주민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납골당을 지으려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이미 두명리 인근에백운공원 묘지 등 3개의 묘지공원이 있는데 또다시 정관신도시 입구 길목에 납골공원이 들어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것. ●부산시 “후보지 공모서 최종 선정됐다” 그러나 시는 시민공모를 통해 후보지를 선정한 뒤 지역주민 대표,전문가 등이 참여한 납골공원 부지선정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만큼 백지화나 사업 철회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며 최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석희윤 사회복지과장은 “주민들이 납골공원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지역주민에게 제공할 인센티브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민들과 심도있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외국인 기업사냥 다음 차례는

    새해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기업 사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올해 수많은 기업들이 국내외 자본에 팔렸지만 아직도 은행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대주주인 제조업체 15∼16개가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매각대상 기업에는 업종별로 국내 간판급 기업도 상당수에 포함돼 있다.이들 가운데 일부는 외국인이 입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재계는 어떤 기업이 ‘제2의 쌍용차’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어느 기업들이 주인 기다리나 매각작업이 비교적 빠르게 진전된 기업은 대한통운,진도,서울주철공업,대우상용차,남선알미늄,벽산건설,한창,신호제지,신호유화,신동방,KP케미칼 등 12개다. 물론 이들 중에는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적지 않다.대농의 경우 신안과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가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아 무산되기도 했다.그러나 이들 기업도 내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매각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종합기계는 내년 5월까지 주인을 찾아준다는 게 KAMCO의 방침이다.올 연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 예정인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도 내년에는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올해 감자결의가 이뤄진 현대건설도 내년에는 대주주인 채권은행이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노리는 기업은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업종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도 외국계가 입질을 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고 있다.올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내년 상반기 매각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대우건설은 벌써부터 론스타나 JP모건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올해 말 감자를 단행한 현대건설은 중동 등 해외의 시공경험과 시공중인 현장이 많은 점을 고려해 아랍계 펀드가 매수의향을 표시했다는 소문이 나돈 지 오래됐다.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면서 론스타가 매입을 추진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국내 대표 건설업체로 한해 매출이 4조∼5조원대의 기업이다.그러나 감자 등으로 인해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면 사들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외국계 자본이 헐값에 매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이들은 기업경영보다는 인수 후 차익을 남기고 되팔 계획인 만큼 매각여부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종합기계도 외국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건설중장비나 공작기계,방산제품 등을 생산하는 국내 대표 기업 가운데 하나로 KAMCO는 방산부분과 민수부분을 분리 매각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외 10여개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외국기업으로는 미국의 칼라일그룹과 테렉스,JP모건 파트너사가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보철강도 일부 외국기업들이 ‘입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조직 슬림화와 철강 경기의 호조로 현재 매각여건은 양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매입 의사를 내비친 몇몇 철강업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한때 인도의 타타철강 매입설이 나돌기도 했다.한보철강은 이달 말부터 재매각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5월까지 인수자를 선정하게 된다. 김성곤 김경두기자 sunggone@
  • 정동주가 말하는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민중의 恨·魂 다시 보듬을 것”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은 한국인의 삶을 뒤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두고 우리는 뭔가에 쫓기듯 사는 삶,뒤돌아볼 겨를이 없는 삶,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곰곰 되씹어 볼 생각을 하고 있는 삶을 산다고들 한다.정신 없이 바쁘게 산다는 말로 압축시켜 볼 수 있겠다.바쁘다는 말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웬만한 잘못쯤은 면책시켜주거나 아예 문제삼지 않으려는 집단면죄부와 같은 능력을 지닌 것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바쁘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려니와 냉혹하게 말하자면 죄악에 속할 것이다.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말이다.한국인은 뭐든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망각증이라고도 하는 이 심리는 분명 한국인 특유의 자기중심주의 사고 방식이 낳고 기른 질병이다. ●허탈·부끄러움의 역사 참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유리한 것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특이한 질병이다.지배계급일수록,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자일수록,권력이 있고 이른바 한국을 망해먹는 3연(緣) 즉 지연,혈연,학연이 치밀하게얽힐수록 망각증이 심하다.이 따위 엉터리 삶을 부끄럽지만 뒤돌아보고 참회하려는 것이다. 한국인의 삶 모두가 역사 안으로 들어와서 역사를 기록하는 닥나무로 만든 책갈피에 안겨 있는 것은 아니다.역사를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누어 말할 때 앞의 것은 대개 지배자 중심이다.후자에 속하는 많은 것들은 역사의 책갈피가 아닌 강물이나 바람소리,풀잎이나 나무,물과 불,흙과 바위의 체온 속에 숨거나 기대어 한국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그들의 삶을 불러내어 역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한 시도가 ‘달빛의 역사’다. 그들의 삶 어떤 것은 귀신이나 도깨비가 되고,어떤 것은 전설이나 노래가 되어 한사코 한국인의 삶과 죽음 언저리를 기웃거리기도 한다.이것들은 절대적으로 신화가 될 수 없다.신화라는 이양물(異洋物)로 덮어 싸서 헐값으로 치워버리려는 서구적 태도는 그 저의가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인다.알고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인은 잘못이 없는가? 중국 역사에 함몰된 중화사대주의자나 서구우월주의자 모두 ‘달빛의 역사’로 볼 때는 지배계급들이며 정사의 편에서 살다 죽고 싶은 이들이다.죽어서도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역사 바깥에서 서성거리거나 웅크리고 있다가 잊혀져버리기도 하는 것이 달빛의 역사다.모든 것은 모든 것과 관계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달빛의 역사는 햇빛의 역사와 관계 있다.이것을 부정하는 것이 관제사학이다.한국 관제사학의 근원에는 중화사대주의와 친일사관이 숨어 있다.한국역사이면서도 한국사에서 추방당해야 하거나 폄하되고 무시되어온 것이 달빛의 역사다. 달빛의 역사는 이 땅에 발 딛고 하늘 이고 살아온 사람들의,다만 자연에 순응하고 노래해온 인간과 자연의 생생한 허밍 코러스다.그래서 아직 따뜻한 체온과 숨결이 남아 있다.눈물의 고뇌와 웃음의 향기가 살아 있다. 일년 동안 만나게 될 주제는 모두 90여 개이다.그중 몇 개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될 것이다. 맨 먼저 풀고 싶은 과제는 이른바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운주사 석탑에 새겨져 있는 낯선 문양들의 의미다.어쩌면 이 문양들의 비밀이 풀려짐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지녀온 여러 생각들이 허탈과 부끄러움으로 결론지워지게 될지도 모른다. ●잠들지 못하는 편견·박해의 희생물 대원군의 편견과 오만이 빚은 천주교도의 대학살,영원을 꿈꾸는 자의 시간이 시작되는 미륵의 세계,보기 드문 인문적 감동의 명소이면서도 숨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의 남평문씨 마을,새뮤얼 무어 목사가 심어준 한국 천민들의 인권해방을 향한 기도,전쟁과 증오의 폐허에서 꽃 피운 화엄사상의 전설,한국 찻그릇의 미학을 빚은 젊은 사기장들,차별 없는 삶을 꿈꾼 스승들,조선의 사랑을 온몸으로 노래하며 떠나간 논개와 그 후예들,김시습이 일본 차문화에 끼친 불멸의 정신사,목 없는 불상들이 전하는 조선 유학생들의 이념과 시위문화,임술년 진주농민항쟁과 오늘의 한국농민들,편견과 증오의 상처를 통해서 읽는 파괴와 자기 부정의 역사인 양주 회암사지의 교훈,외로움과 절약으로 산 여성운동사의 한 증거,이도차완의 비밀과 미륵사상,초의가 침묵으로 외친 조선은 중국보다 못하지 않다는 교훈,서포 김만중의 유배지 파도소리로 다시 읽은 구운몽,남한산성에 숨겨진 종교 박해사,한국은 일본 차 문화와 중국 차 문화의 식민지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일궈왔으면서도 지배계층의 이념이나 편견에 매몰된 채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애절하고 그리운 옛일이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참회하게 하는 부끄러움들을 만나보고 싶다. 대부분 한국인 역사의식의 수면 아래서 잠행하고 있는 이 대단한 비밀 아닌 편견과 박해의 희생물들은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잠들지 못하고 있다.더는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전쟁과 이별,기구한 삶과 죽음의 기록 혹은 그림들은 숨길 수 없는 한국인의 자화상이면서 그리운 것들로 쌓여온 역사의 원천이자 문화의 양식이다. 살아서 먼 길을 걸어 죽음 너머의 시간에 닿기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면,그 노래 듣기를 원한다면,먼저 차별의식을 극복해야 한다.성,신분,지역,소유에서 차별의식이 남아 있는 한 그대는 영원히 인간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무어 목사의절규 앞에서 과연 우리는 떳떳한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본 이는 그 자리에서 천국을 볼 것이라는 그의 말이 오늘날 한국인에게 어떤 교훈으로 다가올 것인가.햇빛으로서의 지배자가 아닌 달빛에 물들 뿐인 피지배자의 낮은 삶과 고요한 죽음이 때로는 우리를 지나온 길로 뒤돌아보게 한다. ●지나온 길 되돌아 가는것도 여행 지금 한국인은 너무 바쁘다.바쁘기만 한 삶에서는 그윽한 향기를 만들기 어렵다.향기 없는 삶은 거칠고 단조롭다.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역겨울 수 있고 귀찮은 존재이기 쉽다.그것은 인생을 다만 분주하게 살 뿐이다.시끄럽고 무의미하다.그래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고 나를 그 위에 싣고서 더욱 새로워져 모두에게 새로움을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그것의 절반은 내가 스쳐 지나온 길 위에 놓여 있다.잠깐만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자.지나온 길로 돌아가는 것도 여행이고 나그네 길이다.잘만 돌아가면 그것만큼 진보하기도 어렵다.그리고 새벽을 기다리자.깨어 있어야 새벽을 본다.집이 아닌 들길이나 산길에서 밤을 맞으면 달빛은 더 아름답다.집이어야만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오래도록 눈비 맞고 자란 슬픔을 만나려면 눈비 내리는 들길에 서야 옳다.슬픔을 지나야 문화가 보인다. 슬픔은 인간의 조건이니까.달빛을 쪼이고 슬픔을 캐는 여행이 될 것 같다.
  • 외국자본 잠식 가속 토종 은행 멸종 위기

    외국계 은행과 단기 투자펀드의 국내 금융시장 지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최고 경영자(CEO)와 임원들까지 금융기관의 해외매각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외국자본의 잠식을 방치할 경우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저하되는 등 국익에 저해가 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지난주 금융연구원이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업 진출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나선 이후 외국자본 러시에 대한 금융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위기감 팽배 우리금융지주 전광우 부회장은 3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수요정책간담회에서 “외국자본의 은행 진출에 대한 자격심사를 강화해야 하고 정부 보유 은행주식을 매각할 때 국내 자본의 참여도 허용해야 한다.”라며 외국자본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메이저(주요) 금융회사를 해외자본에 넘기는 것은 통화정책이나 외환시장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야한다.”며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김정태 행장 역시 최근 “씨티은행이나 홍콩상하이은행(HSBC) 같은 대형 외국금융기관이 국내 은행을 인수해 전국적인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토종은행들의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주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 자본,국내 은행 쥐락펴락 은행권에서 이처럼 강한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국내 은행이 잇따라 외국자본에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제일·외환·한미은행 등 3개은행은 외국자본이 이미 경영권을 장악했다.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모회사)는 외국인 지분율이 각각 72.7%,51.7%로 절반을 넘겼다. 그나마 토종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의 모회사)와 하나은행은 각각 87.7%,21.7%인 정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다.그러나 국내에서 마땅히 인수할 상대가 없어 소수 외국자본에 넘겨야 할 판이다.우리금융 관계자는 “국내의 인수 제안이 없다보니 외국자본이 부르는 값을 놓고 흥정도 어려워 헐값 매각이 되기 쉽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자본이 대형 국내금융기관을 인수할 경우 전체 금융시스템 위기 해소나 국가 정책과의 조화를 위한 금융기관간 협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실제로 최근 LG카드에 대한 은행 채권단의 2조원 지원에서 제일·한미은행 등 외국계 최대주주를 둔 은행들만 빠졌으며 일부 은행은 오히려 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공공성을 외면, 고소득과 대기업 위주의 영업에 나설 경우 서민층과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참여 여전히 논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외국인 투자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출자총액규제,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등의 역차별적 규제로 외국자본과 동등하게 경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국내금융사를 거의 독점 인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전광우 부회장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차단벽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고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해국민주 형태의 단계별 민영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외환위기 직후에는 부실정리가 급박해 은행을 헐값에 외국자본에 넘겼지만 현재는 경영이 정상적이고 수익성이 제고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본에 매각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과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등은 금융산업의 리더그룹에 대해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정부 내에서는 여전히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인수에 부정적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증권사 구조조정 ‘몸살’/현대證노조 매각반대 서명운동 대우·LG證 노조도 강력반발

    금융감독위원회가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증권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2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근처에서 현대증권의 매각 및 선물업 영업허가 취소 등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1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노조측은 3일 직원 2000여명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출자회사인 현대투신증권의 부실에 대해 현대증권이 대주주로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우량 민간기업을 정부가 강제로 매각하려는 것은 공권력의 부당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정부가 상장주식 선물 이관에 따라 선물업 법규가 증권거래법에서 선물거래법으로 바뀐다는 이유로 수년간 해오던 선물업 영업을 ‘신규 영업’으로 분류해 영업을 불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에게 부실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이미 현투증권 매각 때 천명한 대로 현대증권의 정관을 개정하는등의 절차를 밟아 조만간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이어 “신규 선물업영업을 금지하는 것은 불가피한 조치이며 기존 고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도 성명을 내고 “부실 투신사를 처리하면서 ‘끼워팔기’식으로 대우증권을 매각하려는 정부 방침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공적 자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헐값에 팔아 넘기려는 정부의 의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외국투자자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매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정부는 대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매각과 함께 대우증권 매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LG투자증권 노조도 이날 LG그룹이 LG카드 사태를 LG증권에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노조측은 10만 소액주주들과 함께 법적 투쟁도 검토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노조는 이날 “그룹 오너인 구본무 회장 일가의 지난달 말 LG카드 지분율이 지난해에 비해 54% 이상 줄어들어내부자 거래 등 의혹이 일고 있다.”면서 “LG카드의 유상증자 추진 계획에서 LG증권의 1조원 총액 인수를 결정한 것은 카드 사태의 책임을 증권사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사설] 법정에 선 재벌 편법 상속

    검찰이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 사건과 관련,당시의 경영진 2명을 기소함으로써 재벌 2세에 대한 경영권 상속 문제가 법정에 서게 됐다.이 문제는 재벌그룹의 모기업이 자사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가능한 지분을 2세들에게 넘겨주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난 3년반 동안 논란을 빚어온 사안이다.삼성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재벌그룹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따라서 경영권 세습에 대한 법적 판단 결과가 주목된다. 에버랜드의 CB 발행은 이건희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그룹 지배구조상 후계자가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사건이다.논란의 핵심은 비상장 주식의 가격을 적정하게 산정했는지와,CB 배정 방식이 정당했는지의 여부다.비상장 기업인 에버랜드는 1996년 10월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한 CB를 재용씨 남매에게 배정하면서 자사 주식을 주당 7700원에 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고,재용씨는 이를 이용해 에버랜드의 지배주주가 될 수 있었다. 삼성측은 당시의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 따라 적법하게 가격을 산정했으며,기존 주주들이 실권함에 따라 제3자 배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당시는 관련 세법이 미비해 비상장 주식에 대해선 액면가 발행이 관행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의 미비를 이용해 사실상 막대한 부와 경영권을 2세에게 넘겨주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실제로 에버랜드 주식은 일부가 장외에서 주당 8만 5000원에 거래된 사실이 있다.또 계열사의 내부평가에서 8만 9000∼23만원으로 산정된 것은 ‘헐값 매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검찰의 이번 기소가 경영권과 부의 편법 상속 시비를 끊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에버랜드 前·現사장 CB 헐값 매각” ‘삼성 변칙상속’ 기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검찰이 회사에 최소 969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인정해 사법처리 수순에 본격 착수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칙적인 그룹 지배권 확보에 대해 사법처리를 한 이후 두번째다. 특히 고발된 지 3년6개월 만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한 점에 비추어 볼 때,국내 재벌의 변칙상속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검찰은 1만쪽을 초과하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통해 법적공방을 준비하는 한편 이 회장 등 피고발인 33명에 대한 공모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1일 에버랜드 CB 96억원어치를 재용씨 남매(1남 3녀)에게 저가 배정한 당시 에버랜드 사장인 허태학(현 삼성석유화학 사장)씨와 상무 박노빈(현 에버랜드 사장)씨 등 2명을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허 사장 등은 지난 96년 11월 발행한 CB 99억원 가운데 실권한 96억원 어치를 이사회 결의로 재용씨 남매에게 주당 7700원에 배정,최소 969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재용씨는 이같은 CB 배정으로 에버랜드 지분 25.1%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를 보유하고 있으며,삼성생명은 전자·물산·화재·증권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격이다. 검찰은 비상장된 에버랜드 주식이 93년 주당 8만 5000원에 거래된 사실과 삼성 계열사들이 주당 8만 9000원∼23만원으로 평가한 근거를 확보해 재용씨가 받은 125만 4000여주의 차액은 최소 969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발인과 에버랜드 이사진 등 50여명을 조사하고 서류 일체를 입수해 분석했으며 이 회장과 재용씨의 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7월 SK그룹 주식맞교환 사건에 대해 법원이 비상장된 워커힐 주식의 가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시효 7년)를 적용한 사례를 감안,공소시효 만료일(12월2일) 하루 전에 전격 기소했다.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명백하다는 검찰의판단이지만 두 임원을 우선 기소해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고 피고발인 전체를 보강수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삼성에버랜드 CB 발행관련 기소에 대한 삼성의 입장’을 내고 “당시 전환가격은 법과 관행에 따라 적법하고도 적정하게 결정했다.”면서 “검찰이 일부 시민단체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검찰의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삼성은 또 “검찰은 사건 전체에 대한 결정을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분리 기소를 하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가혹한 결정”이라고 항변한 뒤 향후 법정공방에 주력할 방침을 시사했다. 이 사건은 곽노현 한국방송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이 2000년 6월 이회장과 당시 임원진을 변칙상속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고,그동안 주임검사가 6명이나 바뀌었다. 박홍환 안동환기자 sunstory@
  • [폴리시 메이커]김용환 금감위증권감독과장

    “딜(Deal)다운 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소액주주문제 등 향후 과제로 머리가 무겁습니다.” 현투증권·현대투자신탁운용이 3년여 만에 주인을 찾기까지 매각전략을 수립하고,직접 테이블에 앉아 협상을 이끌어간 금융감독위원회 증권감독과장인 김용환(51) 부이사관은 1년 8개월 동안의 굴곡 많은 협상을 마친 뒤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김 부이사관이 푸르덴셜과 협상테이블에 앉은 것은 AIG와 1차 매각협상이 무산된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3월부터. 그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따라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헐값 매각 시비를 일축했다.김 부이사관은 “공적자금은 기업부실에 따른 고객들의 손실,금융시장의 안정 및 성장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입되는 것”이라면서 “기업가치로 평가받은 매각대금을 용도가 다른 공적자금 규모와 단순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협상에 들어가면서 정부측 회계법인과 변호인단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하고 푸르덴셜도 같은 방식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협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그는 “푸르덴셜이 자산과 부채 항목 하나하나를 짚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바람에 많은 고비를 넘어야 했다.”고 전했다. 협상도중 매각 조건이 달라 밀고당기면서 서로가 ‘딜 브레이크(매각 파기)’를 수없이 선언했다가 다시 재개했다고 협상과정을 털어놨다.계약서를 작성하던 지난 23일 일요일 새벽 6시까지 한 줄의 협상 문구를 놓고 대립해 딜 브레이크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 부이사관은 가장 힘들었던 대목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SK글로벌·카드채 사태 등으로 현투증권 수탁고가 16조원에서 13조원으로 줄어 이를 보전 받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었다.”고 말했다.정부의 현투증권 지분 80%를 매각하는 방식에 합의한 뒤 푸르덴셜측 파트너가 회사로부터 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그만큼 협상결과는 우리측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김 부이사관은 “딜에는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도 “앞으로 현투증권감자때 소액주주 보상 문제와 현투증권의 모회사인 현대증권의 매각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언뜻 비쳤다.대한·한국 투자증권 매각에 대해서는 “재경부가 잘하겠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동형기자 yunbin@
  • 투신권 구조조정 ‘몸살’

    현투증권의 매각 본계약 이후 투신권이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구조조정의 ‘후속 타자’인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방법이 논란거리로 떠올랐으며,정부가 투신업을 위주로 하는 전환증권사에 대한 해외 매각 방침을 밝힘에 따라 국내 시장이 외국자본에 의해 장악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자금 투입방법 ‘이견’ 정부는 대투·한투에 대해 공적자금 ‘선(先) 투입’보다 매각과 연계한 ‘후(後) 투입’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방침을 세웠다.그러나 투신업계는 후 투입으로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투 고위 관계자는 “매각협상 타결후 공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부실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헐값 논란이 일 수 있다.”면서 “협상기간도 길어져 영업 위축과 기업가치 하락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이 관계자는 “선 투입이 이뤄지면 경영 정상화 달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합리적인 시장 가격으로 매각할 수 있다.”면서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단계적인 매각으로 우월한 입장에서 매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한투·대투에 대해 공자금의 후 투입 방식을 택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투신권 관계자는 “현투증권 매각으로 1조 5000억원가량의 손실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것으로 추산되면서 ‘헐값’시비가 일고 있는 만큼 한투·대투에 대한 추가 공자금 투입 방법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자본에 시장 휘둘려 현투를 인수하는 푸르덴셜금융이 내년중 제일투자증권도 인수,현투와 합병키로 함으로써 수탁고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탄생할 투신사의 경영권을 외국으로 넘기게 됐다.대투·한투를 비롯,동양오리온투자증권 등도 해외 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5개 전환증권사가 모두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전망이다.투신권에 따르면 외국계 지분율이 50% 이상인 투신·자산운용사는 전체 3분의1 수준인 11곳으로,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투신사 관계자는 “전환증권사 매각이 이뤄지고 외국 대형사들이 진입할 경우 외국계 점유율은 50%를 넘어서게 될것”이라면서 “외국계에 시장을 잠식당할 경우,국내 투신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현투증권 매각 의미와 파장/손실 1조5000억 국민부담 가중

    25일 마무리된 현투증권의 매각협상은 전환 증권사의 첫 매각 사례인 데다 다른 증권·투신사의 구조조정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그러나 매각가격과 공적자금 투입 및 손실에 따른 헐값 매각시비,소액주주 보상을 둘러싼 갈등,대주주인 현대증권의 반발 등 과제들이 많아 매각이 완전히 끝나는 시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지분80% 매각대금은 최대 4000억 초미의 관심사인 현투증권의 정확한 매각가격은 현 단계에서 불분명하지만 업계에서는 5000억∼7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정부는 약 7000억원을,푸르덴셜측은 5000억원 정도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예상 매각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있다.1차로 이뤄질 지분 80%의 매각조건은 영업력과 부도 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기업가치 평가기준(EBITDA·이자·세금등 지출이전 영업이익)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나머지 20%도 3년간의 시차를 두고 매각하기 때문이다. 지분 80%에 대한 매각대금은 내년 1월말을 기준으로 1년(2003년 1월∼2004년 1월)간 EBITDA에 의해가격을 산정한다.그동안 현투증권의 영업이 비정상적이었던 점을 감안,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3개월간의 EBITDA에 4를 곱한 수치에 기업가치승수(멀티플)와 지분 80%인 0.8을 각각 곱해 매각가격을 산출한다.EBITDA가 160억원이고 멀티플 추정치가 0.7일 경우 매각대금은 3584억원(160억×4×7.0×0.8)이 된다.나머지 지분 20%는 3년 후에 풋옵션을 행사,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한다.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으로 2000억∼3000억원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2만3천명 소액주주 매입가의 20%보상 그칠듯 정부가 현투증권을 푸르덴셜에 매각하면서 받는 대금과 자산처분으로 얻는 대금은 8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80%의 지분 매각대금은 3000억∼4000억원으로,5000억원을 받기로 했던 MOU(양해각서) 체결 때보다 줄었다.MOU체결 이후 SK카드채 손실 등으로 부실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금융감독위원회는 20% 지분에 대한 매각가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MOU 체결 때와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현대증권매각으로 2000억원,현투증권 주식 등 자산매각으로 1000억원 정도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2조 4000억∼2조 5000억원 정도여서 정부는 1조 50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보게 된다.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와 결국 ‘헐값 매각 시비’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소액주주간 문제여서 본계약과는 무관하다.현재 소액 주주들은 정부의 ‘부분 보상’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자본잠식 상태인 현투증권의 자본금을 ‘0’으로 하는 완전 감자를 실시하되,전체 주식의 25.3%를 보유하고 있는 2만 3000여명의 소액 주주에 대해서는 현금 또는 주식연계증권(ELN) 가운데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현금 보상은 즉시 지급되지만 ELN을 신청하면 3년후 푸르덴셜측에 나머지 20% 지분을 넘길 때 원금에 일정 이자를 합해 돌려 받게 된다.보상 수준은 주식매입가격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한투·대투 매각 착수… 구조조정 급물살 현투증권의 매각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현대증권,대우증권 등의 매각도 추진되기 때문에 증권·투신사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한투와 대투 매각을 위해 다음달 주간사 선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해 두 전환 증권사의 매각 방침을 분명히 했다.정부는 또 현투증권의 대주주인 현대증권도 현투증권의 부실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매각할 방침이다.현대증권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신주를 외국인만 인수하도록 해놓고 있어 우선 정관을 바꾼 뒤 신주를 발행,이를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해 제3자에게 다시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대증권측은 “적정 규모내에서 경제적 책임은 지겠으나 현대증권의 매각보다는 정상화에 무게를 두겠다.”고 반발하고 나서 난항이 예상된다. 강동형 김미경기자 yunbin@ ■투신매각뒤 현대 어떻게 되나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이 25일 매각됨에 따라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8조 5000억원대,계열사 7개의 미니 그룹으로 전락했다. 푸르덴셜로 팔린 두 회사는 2000년 투신사태 이후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증권이 대주주여서 여전히 현대계열사로 분류돼 왔다. 두 회사가 매각되면서 현투증권이 대주주인 현대오토넷과 현대정보기술도 함께 분리될 것이 확실시 된다.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엘리베이터와 상선,아산,증권,택배,경제연구소,동해해운 등 7개 계열사만 남는다. 현대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15위(10조 1600억원)를 기록했다.그러나 이들 7개 계열사의 자산 규모는 8조 5000억원에 불과하다.재계 순위 19∼20위권 수준이다. 한때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1위 그룹으로 군림했지만 2000년 ‘왕자의 난’을 거치면서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계열 분리됐다.이 때 계열분리된 기업 가운데 자동차는 재계 3,4위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공업은 자산규모 10조 안팎의 우량그룹으로 재탄생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푸르덴셜금융 어떤 회사 푸르덴셜금융은 1875년에 설립,지난해 말 현재 5560억달러의 운용자산과 예탁자산을 확보하고 있다.전세계 30여개국에 자회사를두고 개인·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보험·은행·증권·부동산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영업을 하고 있다. 푸르덴셜금융은 한국에서 지난 89년 6월 한국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설립,91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한국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시장에 종신보험상품 및 전문 보험설계사(FC) 영업을 본격 도입했으며,보유계약액(36조원) 기준 생보시장에서 5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이재용씨 전환사채 저가발행 관련/ 에버랜드임원 배임혐의 기소키로

    검찰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고발사건과 관련,에버랜드 임원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기소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최근 삼성에버랜드 박모 상무 등 관련 임원을 소환조사한 결과,에버랜드가 지난 96년 12월 재용씨 등에게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넘기는 수법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검찰은 박 상무와 A회계법인 관련자 진술과 미상장 주식 평가방법,삼성 계열사가 지난 98년 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일 당시 행사한 가격 등을 종합해볼 때 에버랜드 법인의 손실액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박 상무를 포함해 허태학 당시 에버랜드 사장(현 삼성 석유화학사장) 등 3∼4명을 금명간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다.검찰은 구조조정본부 개입과 관련,김인주 구조본 재무팀장과 이학수 구조본부장 등을 이르면 연내에 연차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서영제 서울지검장은25일 송광수 검찰총장에 대한 주례보고에서 기소 의견을 보고할 예정이다.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은 2000년 6월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등을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었다.검찰은 3년6개월동안 주임검사가 6명이나 바뀌는 동안 처리를 미뤄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세찬 비난을 받아왔다. 강충식 안동환기자 sunstory@
  • LG ‘버티기’… 정부 ‘백기’

    LG카드 문제가 채권단의 양보로 일단 급한 불은 컸지만 금융시장을 볼모로 한 LG그룹의 ‘버티기’에 채권단과 정부가 완패했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높다.건전성 감독을 게을리한 금융당국과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도 문제이지만,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치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LG그룹,“정부약점 읽었다” 24일 재정경제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막판까지도 LG카드에서 손을 떼려고 했다.금감위 고위관계자는 “LG그룹은 당초 LG카드를 미국 캐피털사에 경영권까지 묶어 헐값에 매각한 뒤 완전히 손을 털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美캐피털그룹이 내부규정에 걸려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자 LG측은 울며겨자먹기로 1조원 자구로 돌아선 것”이라고 전했다.재경부 관계자도 “LG그룹이 주주로서의 유한 책임만 지겠다며 LG카드를 버리려 했다.”면서 “언뜻 보면 그럴 듯한 시장논리 같지만 (단물을 빼먹은 뒤)뒷설거지를 고스란히 채권단과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LG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LG카드에 물린 계열사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LG가 배짱을 부릴 수 있었던 요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SK사태’때는 최태원 회장의 개인보증을 끝까지 끌어냈던 정부가 왜 이번에는 무기력하게 물러났을까.한마디로 LG측에 ‘수’를 모두 읽혔기 때문이다.LG카드는 가맹점만 268만개다.부도처리할 경우,전국 가맹점 시위→신용불량자 급증→카드 전반에 대한 불신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그렇다고 LG카드는 금융회사인 탓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도 없다.재경부 관계자는 “구 본무 회장의 개인보증이 있고없고는 실리적으로 별 차이가 없지만 자구의지를 시장에 확실하게 전달하는 상징적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LG가 현금서비스 중단 등 극단적인 ‘자해행위’까지 감행해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도 책임 면키 어려워 재경부 관계자는 “(4·3대책 발표이후)LG카드의 부실채권이 이렇게(8조원) 급속도로 불어날 줄 몰랐다.”며 상황파악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했다.건전성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감위와 금융감독원에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때문이다.과거 미국 C은행이 유동성 문제가 터졌을 때,미국 감독당국이 450명이나 되는 감독관을 은행에 투입했던 사례와 극명하게 대조된다.금감원은 뒤늦게 24일에서야 LG카드에 감독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특단의 금융 구조조정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삼성전자 이사5명 유가증권 헐값매각 손실/ 회사에 120억 배상판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건넨 75억원과 관련,삼성전자에 7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검찰이 대기업의 대선자금에 대해 전면 수사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21부(부장 김진권)는 20일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주주대표로서 이건희 회장과 김모(61)씨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씨는 70억원을,김씨 등 이사 5명은 연대해 1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88년 3월∼92년 8월 삼성전자에서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이건희 회장이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뇌물로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손배 소멸시효가 지난 5억원을 제외한 7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이천전기를 인수한 것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라면서 276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이천전기가 2년 만에 퇴출기업이 된 것도 97년 외환위기 등 예측할 수 없는 악재가 겹친 탓으로 경영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영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성실히 업무를 이행했다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1주당 5733원 이상에 팔 수 있었는데도 2600원에 삼성항공과 삼성건설에 매각,회사에 626억원의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회사와 경영진이 손실책임을 함께 져야 하기에 임원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1심에선 경영진의 책임을 100%로 판단했다.그러나 법원이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으로 순자산가치를 이용,검찰의 삼성그룹 편법증여에 대한 수사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기준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기업의 불법비자금 조성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을 당연하다.”면서 “다만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저가 매각,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손배 책임을 20%로 제한한 것은 지나치게 친재벌적인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박씨 등 소액 주주들은 98년 10월 20일 삼성전자의 부당 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모두 3500여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과 관련,이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조승현 방송통신대 교수 등 법학교수 43명은 이날 검찰에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수출기금 600억 ‘꿀꺽’/허위계약 20개社대표·보험공사간부 적발

    정부의 수출지원제도를 악용해 한국수출보험공사로부터 5000만달러(한화 600여억원)의 수출기금을 가로챈 20여개 수출업체 대표들과 공사 간부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 閔有台)는 3일 5000만달러의 수출보험기금을 가로챈 수출업체 대표들과 한국수출보험공사 간부 김모(42)씨 등 10명을 사기와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기소,미국으로 도피한 이모(42)씨 형제 등 7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출보험공사로부터 보험증서를 발급받으면 수입업체가 대금지급을 거부해도 정부가 수출대금을 변제해주는 제도를 악용해 보험기금을 가로챘다. 수출보험공사 간부 김씨는 신용보증서를 부정 발급한 뒤 불법수출을 도와준 대가로 수출대금 50%(1억 3000만원)를 커미션으로 챙기는 등 사실상 수출사기를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사기 조직은 기업사냥을 통해 부도위기에 처한 수출업체를 헐값에 인수해 사기행각에 이용했으며,수출사고로 인한 수출보험공사의 지출액은 매년 평균 3000억원에 육박하지만 회수율은 20%에 불과했다. ●쓰레기·빈박스가 수출품 둔갑 일부 수출업체는 저질 불량품뿐만 아니라 쓰레기와 빈박스를 수출품으로 둔갑시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수출대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모(지명수배)씨는 지난해 6월 섬유원단 수출계약을 맺은 중국 회사에 빈상자와 쓰레기를 수출한 뒤 모두 30만달러를 가로챘다.S사 대표 조모(53)씨는 37만야드의 섬유원단 수출계약을 중국업체와 맺고 불량원단 6만야드를 수출,20여만달러를 챙겼다.T사 대표 박모(48)씨는 홍콩 수입업체와 짜고 상품가치가 없는 여성용 액세서리를 수출,2차례에 걸쳐 54만달러를 가로챘다. ●유령 회사에 수출,서류도 가짜 H사 대표 이모(42·미국 도피)씨 형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필리핀 소재 B사와 수출계약을 맺은 것으로 허위 서류를 꾸며 2001년 6월부터 최근까지 47차례에 걸쳐 2000만달러를 챙겼다.S사 대표 박모(55)씨는 홍콩업체로부터 수입자 명의를 빌려 자산의 중국 현지법인에 수출,109만달러를 가로챘다.F사 대표 안모(50)씨는 브라질 기업에 9만 8000달러어치의 12인치 CCTV모니터를 수출하고도 32만 9000여달러를 수출한 것처럼 계약서를 꾸며 뻥튀기한 수출대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출보험공사 부산지사의 경우 지사장과 과장 모두 신용보증서를 부정 발급해줘 수출사기의 전진기지 역할을 했다.특히,과장 전모(35)씨는 자신의 부인을 사기업체의 감사로 취업시키기도 했다. 민유태 부장검사는 “서울세관,수출보험공사,대한무역협회와 연계해 국제 무역범죄에 대한 수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안동환기자 sun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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