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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편법증여’ 구태 못 벗는 재벌 태광뿐인가

    재계 순위 40위인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이 16세 아들 현준군을 오너로 만들기 위해 편법 상속 및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그 수법은 기왕의 삼성그룹 등과 비슷한 것 같다. 이번 사건은 언제까지 재벌들의 구태를 봐야 하는지 반문하게 한다. 이 회장은 그룹 산하 3개 비상장회사의 신주를 헐값에 발행해 아들이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2대 주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아가 자신과 아들이 대주주인 이 회사들을 내세워 모기업이자 상장회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의 지분과 자산을 싼 값에 매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서울인베스트는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상장기업 지분을 헐값에 3개 회사에 넘겨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세금 없는 대물림에서 벗어나 투명 상속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내세워 어정쩡하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 태광산업은 ‘장하성 펀드’로부터 공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을 만큼 재벌 중에서도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투자설명회(IR)는 물론 홍보활동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폐쇄적 구조는 부당내부거래나 편법 상속의 온상이 되기 쉽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점들을 십분 활용했을 것이다. 더욱이 경영권은 주주들에게 위임받은 것이다. 재산은 후세에 넘길 수 있지만 경영권은 주주들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는 동시에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갖도록 해야 한다. 지분을 멋대로 조정해 경영권까지 세습하려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다. 소극적인 수사로는 편법 상속을 바로잡을 수 없고 경제 정의를 세울 수도 없다. 이번 수사가 재벌기업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한 점의 의혹이 없이 철저하게 진행되기 바란다.
  • 외환은행 매각 속도내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의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됐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외환은행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대주주인 론스타가 추진 중인 외환은행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4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결탁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기소된 변 전 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에 대해서도 배임 혐의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전 은행장이 납품업체로부터 5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는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 5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변 전 국장 등은 론스타와 공모해 외환은행을 고의로 저평가하고 부실을 부풀리는 등 정상가보다 3443억~8252억원 낮은 가격에 은행을 매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매각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지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직무상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여서 배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변 전 국장은 “(재판이)모두 끝나 이제 홀가분하다.”면서 “앞으로 내 일(보고펀드 공동대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면서 “그동안 헐값 매각 논란이 외국자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외국 투자자에 대해 선입견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해 해외 자본 유치에 걸림돌로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변 전 국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의 채무를 탕감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지난해 5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檢, 경영권 편법상속 의혹 태광그룹 압수수색

    검찰이 오너 일가의 편법증여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3일 오전 9시쯤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 사옥과 계열사 2곳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재무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수십 박스 분량의 자료를 압수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이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계열사 자산을 빼돌렸는지 여부를 집중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사를 통해 혐의를 포착했지만 정확한 혐의는 압수물 분석이 끝나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회장 등 관련 인사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서울인베스트(대표 박윤배)는 티시스, 티알엠, 한국도서보급 등 태광그룹 3대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이 회장이 헐값에 아들에게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3곳 모두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서울인베스트에 따르면 티시스의 경우 이 회장이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준군에게 49%의 지분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당시 회사 주식을 평가하면 주당 20만원이 넘지만 주당 1만 8955원에 9600주를 넘겼다. 또 티알엠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현준군이 참여, 역시 지분 49%의 2대 주주가 됐다. 이 회장은 티알엠과 티시스 유상증자 직전인 2006년 1월 자신과 현준군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11억원을 빌리는 등 계열사 돈으로 증자에 참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시한부 선고’ 전재산 헐값정리…알고보니 오진

    ”6개월 남으셨습니다.” 이 세상과 이별할 날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병원에서 듣는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영국 버밍험에 사는 독신남성 말콤 맥마혼(55)은 지난 6월 간암 말기를 진단받고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은 지 3일만에 그동안 전당포를 하며 억척같이 모았던 재산을 모두 처분했다. 맥마혼은 “어차피 이 세상을 떠나니까 재산을 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살았던 방 4개짜리 아파트 등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헐값에 팔아버렸다.”고 말했다. 집 뿐 아니었다. 그는 부모가 남긴 중국 골동품과 값비싼 보석들, 타고 다니던 22개월 된 승합차를 긴급 처분했고 심지어 애지중지 키워온 애완견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도 썼다. 이렇게 마련한 돈을 자신을 위해 쓰거나 여자 친구와 친척들에게 각각 나눠줬다. 그러나 시한부 선고 3개월 만에 병원은 “시한부 선고가 오진이었으며 간에서 발견된 종양이 악성이 아니라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번복했다. 더 이상 죽음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도 잠깐.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헐값에 처분해 전 재산과 그간의 마음고생을 떠올린 맥마혼은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고려하고 있는 그는 “어머니와 형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걸 봤던 터라 말기암 진단을 받고 여러 번 자살을 떠올릴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재산까지 다 처분했는데 이걸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오진한 병원 측을 강하게 항의했다. 서울신문 낭누ㅠ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재개발·재건축 불편한 진실] (중) 공유지 가치평가 사실상 ‘무법’

    [재개발·재건축 불편한 진실] (중) 공유지 가치평가 사실상 ‘무법’

    재개발·재건축 관계 법령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도로와 공원 등 공유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사실상 무법(無法) 상태이다. 이에 따라 공유지 땅값을 부담하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를 주도하고 있다. 수천억원 이상의 이른바 ‘제로섬(한쪽이 이익을 얻으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것) 이익’이 조합 측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허술한 법 체계 탓에 조합의 배만 불려 주고 있는 형국이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자체가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에 공유지를 매각하려면 반드시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야 한다. 2003년 6월 ‘주거정비촉진법’ 적용 당시만 해도 도로·공원은 매각 대상이었기 때문에 지자체가 평가를 맡겼다. 하지만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 이후 도로·공원은 양도 대상이 됐으나, 이에 대한 처리 기준은 없다. 이에 따라 조합이 제시한 평가 결과를 지자체가 인정해 주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지자체 나설 근거없어 법령에 ‘구멍’ 이 과정에서 땅값을 평가하는 기준 시점까지 바뀌었다. 도정법은 매각 대상 공유지에 대해 지자체가 조합에 사업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을 공표한 사업시행인가고시일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공유지 중 도로·공원은 평가 시점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는 양도 대상이다. 때문에 대다수 조합들은 자신들이 사업 허가를 요청한 사업시행인가신청일 등을 기준으로 공유지의 가치를 평가한 뒤 이를 근거로 해당 지자체와 땅값을 정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인가신청일로부터 인가고시일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개발 추진 지역에서는 사업 단계별로 땅값이 급등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 기준일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매각이든 양도든 소유권이 바뀐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용어가 달라지면서 기준이 사라진 꼴이 됐다.”면서 “현 평가 관행은 조합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준이며, 이는 위법이 아니라 무법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적잖은 재개발·재건축 이익을 보장해 주는 상황에서 조합에 지자체 주민의 재산까지 헐값으로 넘겨 추가 이익을 안겨 주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적정 가격으로 공유지가 거래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허점을 지닌 도정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사업시행인가가 난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서울에서만 216곳 1410만 4373㎡이다. 전국적으로는 훨씬 더 많다. 그러나 공유지 가치를 조합이 아니라 지자체가 평가 시점을 인가신청일 대신 인가고시일로 삼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 3곳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재평가차액은 이들 3곳에서만 182억원에 이른다. ●서울 200여곳 평가기준 인가신청일로 A아파트는 전체 사업부지 19만 9653㎡ 가운데 2만 2868㎡가 도로와 공원 등 공유지였다. B아파트는 13만 3060㎡ 중 3만 5150㎡의 공유지가 포함돼 있었다. C아파트는 전체 2만 686㎡ 중 공유지가 6144㎡였다. A아파트는 2004년 10월, B아파트는 2004년 12월, C아파트는 2005년 4월 각각 시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는 인가를 신청한 날로부터 5~6개월 이상 뒤였다. 조합 측이 인가신청일을 기준으로 평가한 공유지의 가치는 A아파트 1120억원, B아파트 1582억원, C아파트 263억원 등이었다. 하지만 서초구는 2007년 9월 공사가 한창이던 이들 3개 단지의 공유지에 대해 인가고시일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했다. 같은 해 12월 재평가 결과 조합 측이 제시한 평가액에서 A아파트 224억원, B아파트 240억원, C아파트 5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합이 서초구에 지불해야 하는 공유지 평가차액(기존 공유지 땅값-새 공유지 설치비용)도 A단지 78억원, B단지 68억원, C단지 36억원 등 모두 182억원이 늘어났다. 조합 이익은 182억원 감소하고 서초구의 재정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자체 몫이 돼야 할 공유지 처분에 따른 개발이익을 조합이 챙기고 있으며, 지금까지 적어도 수천억원이 넘을 것”이라면서 “공유지 평가 주체와 시점 등을 명확히 해야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뒷북·땜질 처방으론 ‘배추대란’ 못 잡는다

    어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농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배추값 폭등을 놓고 여·야 할 것 없이 질책과 비판이 쏟아졌다. 배추 한 포기 값이 최고 1만 5000원까지 폭등하는 등 신선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가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배추 외에 무와 대파, 마늘도 폭등세를 보이고 있어 ‘배추대란’이 ‘김치대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심지어 김치가 먹고 싶어 배추를 훔치는 사람이 나오는가 하면 텃밭의 채소와 싹을 겨우 틔운 배추모종까지 훔쳐가는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엊그제 관세까지 없애면서 중국산 배추 160t을 긴급수입하는 등 김장철 채소류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데다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상기온 탓에 채소값은 이미 올 초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와 거의 모든 채소의 생장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던 터다. 장바구니 물가가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해도 정부는 소비자 물가지수가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긴급 수입하기로 한 중국산 배추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체에 해로운 농약이나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했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중국산 제조 김치도 문제다. 소비자들은 지난 2005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산 ‘기생충김치’ ‘납김치’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지구 온난화로 잦은 기상변화와 이상기온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시적이고 뒷북만 반복하는 대책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대책이 필요하다. 농정 당국과 농수산물유통공사, 농협,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 물량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수요 예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유통구조의 전면적 재검토와 개혁도 시급하다. 농민들이 헐값에 판 농산물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가격에 소비자에게 넘어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중국산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검역 및 식품안전검사를 강화할 것을 당부한다. 뒷북·땜질식 대책은 이번 ‘배추 대란’과 함께 끝내기 바란다.
  • 인류를 웃고 울리는 ‘바나나가 뭐기에’

    우리는 선악과를 흔히 사과로 알고 있다. 아담이 먹다가 목에 걸린 사과가 목젖(Adam’s Apple)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라는 이야기도 있다. 성경 원본 어디에도 선악과가 사과라는 언급이 없는데 오독한 탓에 선악과가 사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구텐베르크가 텍스트로 삼은 불가타 성경에서 선악과를 뜻하는 라틴어는 사과를 뜻하는 단어와 철자가 우연히 똑같았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구텐베르크판 성경을 읽으며 에덴 동산에 사과를 그려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똑같은 에덴 동산 이야기가 나오는 이슬람 경전 코란에는 선악과가 바나나라는 암시가 강하다. 바나나는 씨앗이 없다. 꺾꽂이하듯 자기 복제를 통한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다. 아담의 갈비뼈에서 태어난 이브와 같지 않은가. 20~3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아무나 먹는 과일이 아니었던 바나나는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가장 대중적인 과일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인기 과일 가운데 하나다. 곡물류까지 포함해서 바나나는 밀, 쌀, 옥수수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바나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나나가 7000년 전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이라는 사실을, 나무가 아니라 커다란 풀이라는 사실을,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이 전 세계 바나나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독일 작가 댄 쾨펠은 ‘바나나-세계를 바꾼 과일의 운명’(김세진 옮김, 이마고 펴냄)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바나나의 세계로 안내한다. 따자마자 익기 시작해 운송이 조금만 늦으면 썪기 십상이었던 바나나 때문에 거대 농장과 기업들이 생겨나고, 철도가 놓이고, 항구 도시가 건설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개 바나나 때문에 전신과 전화, 라디오 통신망이 발달하고, 바나나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상 최초로 냉장 설비를 갖춘 선박이 생겨나고, 가스저장법의 하나인 CA저장법이 도입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독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바나나에는 피비린내 나는 비극의 역사도 얽혀 있다. 미국의 바나나 기업들은 세계화의 선구자였지만 동시에 독재 권력과 결탁해 라틴아메리카의 땅과 노동력을 헐값에 이용했던 착취자이기도 했다. 남미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와 계엄군의 무차별 총격 진압은 1929년 실제 있었던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50년대 과테말라 민주 정부가 전복된 것도, 1980년대 마야인 집단 학살이 일어난 것도 바나나가 부른 대표적인 비극이다. 그렇다고 바나나 상식을 널리 알리는 데 책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치료법이 전무한 파나마병으로 위기에 빠진 바나나의 현재와 미래를 알리는 데 무게를 둔다. 저자는 유기농법 등 바나나를 구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환경 파괴를 줄이고,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되돌려주는 등 세상을 보다 좋게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군부대 폐식용유, 가짜 참기름 둔갑 현장 고발 ‘충격’

    군부대 폐식용유, 가짜 참기름 둔갑 현장 고발 ‘충격’

    SBS ‘뉴스추적’이 군부대 등에서 대량으로 수거된 폐식용유가 가짜 참기름으로 둔갑되고 있는 현장을 고발한다. 9월 29일 방송되는 ‘뉴스추적’에서는 트랜스 지방과 각종 독성 물질이 포함된 폐식용유를 간단히 정제한 후 참기름과 맛기름으로 둔갑시키는 ‘가짜 참기름’ 유통 실태를 취재했다. ‘뉴스추적’ 측은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두 직원을 직접 만나 기름 원료 수거 과정과 제조 과정을 전해 들었다. 확인결과 군부대 폐유는 참기름과 맛기름 원료로 쓰이고 있었으며 해당 업체는 정체불명의 기름을 식용으로 둔갑시킨 뒤 헐값에 팔아넘겨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문제 업체가 생산한 기름이 포함된 참기름과 맛기름 제품들을 구입해 검사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검사결과 기름 속에는 다량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돼 있었고 산패된 기름엔 트랜스 지방 외에도 다양한 독성 물질도 검출됐다. 이처럼 높은 수치의 트랜스 지방이 검출된 것은 상당한 양의 폐유가 정제 작업을 거쳐 제품에 포함됐음을 뜻한다. 유독성분으로 각종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가짜참기름’은 이미 수많은 식자재 도매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있는 상황. 식자재 단가에 매상이 달려있는 식당뿐만 아니라 대형 업소들까지 ’싼값‘의 참기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단체급식이 이뤄지는 학교와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에까지 문제의 기름 제품이 낮은 단가에 납품됐다는 것. 아이들과 환자들까지 위험한 심각한 먹을거리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현실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취재진은 식품의약청 안전청의 위해사범 수사팀과 함께 문제의 기름 공장과 주 거래처, 유통 판매처와 폐유 수거업체 등 4곳을 동시 단속했다. 업체들은 확보된 증거 앞에서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돈을 위해 양심을 팔아먹은 비양심 업자들의 최후는 9월 29일 오후 11시 5분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SBS 서울신문NTN 전설 기자 legend@seoulntn.com ▶ ’소심’ 산다라박 "문자 답장 안온 멤버번호 삭제" 깜짝 고백▶ 우은미 ‘슈퍼스타K’에 보내는 ‘부탁해’로 가수 데뷔▶ 김가연, 악플러에 일침 "내가 역겨워? 님은 깨끗한 인생?"▶ 김소연 ‘강심장’서 노안 굴욕담 공개…"10대 때 이미 30대"▶ ’타이타닉’ 할머니 배우 글로리아 스튜어트, 100세로 별세
  • “위로금으로 끼니” “물먹은 기계 수리 한달 걸려”

    “위로금으로 끼니” “물먹은 기계 수리 한달 걸려”

    “눈물을 머금고 팝니다. 자, 2000원~.” 지난 21일 집중 호우로 수천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었던 서울 강서·양천, 경기 부천지역 수재민들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유통단지. 화장품·과자·학용품 등을 파는 240여개 도매상은 대부분 침수피해를 입었다. 27일 물을 빼내고 쓰레기가 말끔히 정리돼 겉으로는 안정을 되찾은 것 같지만 상인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도로에는 지하창고에서 꺼낸 젖은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푼이라도 건지기 위해 상인들은 물에 잠겼던 화장품 등 물건을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팔고 있었다. ●“한푼이라도 건지려 헐값에 판매” 한규성(45)씨는 “지하창고의 물을 빼고 물건을 꺼내 말리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면서 “월말에 돌아오는 어음과 종원업 월급 등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진언수(43)씨는 “이번 수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의 무책임한 도시계획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씨는 “2002년에도 폭우로 침수피해를 입었다. 당시 지하 우수관을 증설하고 청소하는 등 다시는 물난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면서 “정부와 서울시를 믿었지만 8년만에 같은 피해를 당했다면 이 모든 것은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고 했다. 주택침수가 많았던 양천구 신월2동. 어디가 피해지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됐지만 집 안에 들어서자 가재도구와 가전제품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진영숙씨는 “그릇과 냄비밖에 남은 것이 없다. 위로금으로 당장 끼니를 때우고 있지만 이불, 옷, 가전제품 등 모든 것이 필요하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경기 부천시 삼정동 쌍용테크노파크 아파트형 공장. 공장마다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직원들은 기계에 유입된 물과 흙 등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느라 걸려오는 전화조차 받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공장 곳곳에 널려 있는 이물질을 수거하기에 분주하다. 이곳은 11개동 건물이 모두 지하로 연결됐기에 각 동 지하층에 입주한 61개 업체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공장에 찼던 물은 이튿날 빠졌지만 입주 공장 대부분이 아직까지 정상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낀 탓에 실질적인 복구가 24일부터 이뤄진 데다, 피해상황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장에서는 정확한 피해 내역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기계 9대 모두가 침수돼 4억여원의 피해를 본 대양정공(201동 지하 5호) 직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복구작업을 펼쳤으나 공장가동 재개시점에는 고개를 저었다. 산업기계를 생산하는 광전기업(302동 107호)은 모터가 잘 작동되지 않아 복구에 애를 먹었다. ●“이불·옷 등 모든 것 필요” 특히 이번에는 주변 흙과 오물, 기름 등이 물과 함께 기계류에 대거 유입돼 피해가 컸다. 기계와는 상극인 이런 물질들이 들어가 기능이 마비된 기계는 수리과정이 간단치 않다. 상당수의 기계는 자체 수리가 불가능해 전문업체에 맡겨졌다. 손상 정도가 심한 기계는 수리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보원(55) 쌍용테크노파크 관리본부장은 “일부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지만 단지 전체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얼마만큼 시일이 걸릴지 예상조차 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김학준·한준규기자 kimhj@seoul.co.kr
  • [영화리뷰] ‘해결사’

    [영화리뷰] ‘해결사’

    한때 잘나가는 형사였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에게 아내를 잃는다. 자기 가족 관련 사건은 수사하지 못한다는 룰을 어기고 범인을 잡는다. 결국 옷을 벗게 되고 흥신소를 운영하며 어린 딸을 키운다. 어느 날 불륜 현장을 급습했는데 한 여자가 숨져 있다. 함정에 빠진 것. 난데없이 전화가 걸려 온다. 누명을 벗으려면 한 사람을 납치하라고. 딱히 신선한 이야기라고 할 수 없지만 재미를 주는 데 무리는 없는 설정이다. 게다가 액션으로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류승완 사단의 작품 아니던가. 류 감독이 시나리오를 썼고, 그의 밑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권혁재 감독이 데뷔작으로 연출했다. 국내 최고 무술 감독으로 꼽히는 정두홍 감독이 액션 연기 지도를 맡았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설명이 필요 없는 설경구가 주인공이다. 꽃미남 이정진, 감초 오달수와 이성민,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새벽이 함께 극을 이끌어간다. 겉으로 드러난 스펙이 이 정도니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다. 9일 개봉한 ‘해결사’ 이야기다. 재료가 좋다고 해서 맛난 음식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다. 롤러코스터 오락을 표방한 ‘해결사’는 자이로드롭에 익숙해진 요즘 관객에게 1980년대식 청룡 열차 티켓을 끊어준 격이다. 이야기 얼개가 긴장감이 팍팍 새어나갈 정도로 성긴 게 문제다. 빠른 편집, 음악과 엇박자를 낸다. 주인공이 덫에 걸려 벼랑 끝으로 몰리는 과정은 느슨해 옥죄는 맛이 없다. 덫을 놓은 악당의 정체는 너무 일찍 공개돼 힘을 뺀다. 덫을 놓은 배경도 의문이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촉발되는 주인공의 반격도 어정쩡한 것은 마찬가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구린내 나는 정치권의 의혹들을 영화 속으로 빌려 왔으나, 주인공 강태식의 고군분투와는 물과 기름처럼 겉돈다. 강태식은 설경구가 이전에 연기했던 강철중 캐릭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보여주는 액션은 ‘설경구’가 했다뿐이지 식상한 수준이다. 이정진은 ‘올드 보이’에서 유지태가 보여준 악역의 아류로 느껴진다. 몇 년째 대표작이 ‘말죽거리 잔혹사’라며 이 작품이 대표작이 될 것 같다는 이정진의 바람은 바람으로 그칠 것 같다. 2% 부족함은 끝내 해결되지 않은 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물론 눈여겨 볼 구석도 있다. 대전시의 협조 등으로 8차선 도로를 통제한 채 찍었다는 자동차 추격전은 박진감이 있다. 충돌과 전복, 폭파 장면의 완성도도 무척 높다. 오달수와 송새벽 콤비의 연기는 곳곳에서 웃음을 유도한다. 사이코패스 역의 이영훈은 등장 시간은 짧지만 강렬하고 섬뜩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영화 전체의 느낌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해결사’를 보다 재미있게 보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모든 기대감을 무장해제시켜야 한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전북 농공단지 미분양 수요예측 잘못 탓

    전북지역 농공단지 19만 2000㎡가 수년째 미분양상태로 방치돼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전북도에 따르면 200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정읍과 고창, 남원, 순창, 장수 등 5개 지역 농공단지 가운데 19만 2000㎡가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지역별로는 순창군 제2 농공단지(2006∼2008년 조성) 10만 5000㎡, 고창군 흥덕(2005∼2008년) 5만 7000㎡, 남원시 노암(2002∼2005년) 1만 2000㎡, 정읍시 신용(2004∼2007년)과 장수군 장계(2001∼2003)가 각각 9000㎡이다. 특히 순창 제2 농공단지는 전체 11만 9000㎡ 중 10%가량인 1만 4000㎡만 분양됐다. 고창 흥덕단지도 전체 24만 1000㎡ 중 25%가량이 미분양 상태다. 이같이 미분양 농공단지가 많은 것은 애초 수요·공급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일단 농공단지를 조성한 뒤 불특정 기업을 유치하려는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또 항만·공항·고속도로와 접근성이 낮아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입지적 여건과 주거·교육·교통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농공단지 미분양이 많은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농공단지에 들어올 만한 중소기업들이 신규 투자나 기업 이전을 꺼리는 최근의 경제 분위기도 한몫 거들고 있다. 도 관계자는 “분양률이 너무 낮으면 이미 유치한 기업마저 나갈 수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 임대로 전환하거나 헐값에 매각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생명보험 사고 파는 시대오나

    생명보험을 아파트 분양권처럼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오는 10일 ‘생명보험계약 전매제도’ 국제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생보협회가 이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은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는 11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생명보험 전매회사가 신설돼 가입자에게 불필요해진 보험 계약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 단,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한다. 생명보험을 사들일 때에는 사망 시 보험금보다는 낮지만 중도해약 환급금보다는 높은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 박 의원 측은 “가입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쳐 보험을 해약하면 지금껏 낸 보험료보다 훨씬 적은 해약 환급금을 돌려받게 되지만 전매제도가 도입되면 이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생명보험 전매회사가 허용되고 있으며, 보험 가입 즉시 전매할 수 있는 등 전매 관련 규제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인, 환자 등 목돈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브로커들이 고액의 생명보험계약을 실제 가치보다 훨씬 낮은 헐값에 팔도록 유도하는 행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생명보험 전매업이 생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남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산업이 생긴다는 의미”라면서 “보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전매를 둘러싼 부작용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최소화할 방침으로, 미국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자이언트’ 강정커플 복수극 + 우주커플 첫날밤…”숨막혀”

    ‘자이언트’ 강정커플 복수극 + 우주커플 첫날밤…”숨막혀”

    정연(박진희 분)의 반격이 시작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강모(이범수 분)의 목을 조여 오는 덫과 함정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의 연속…긴장을 덜어주고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우주커플’의 애정씬이 절실할 때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극본 장경철 정경순 / 연출 유인식) 31회분에서는 방송 내내 궁지에 몰린 강모와 그런 강모를 杆는 정연의 추격전이 그려졌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두사람의 정면대결 때문에 ‘수명단축 드라마’ 라는 별칭이 생겼을 정도. 강모는 정연의 계획대로 개포동 땅을 헐값에 팔고 건설 사업에서 물러나야할 위기를 맞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아버지를 죽이려 한 자가 강모라고 오해한 정연은 악에 받쳐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복수에 성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레 의지하고 사랑했던 강모가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잘못된 생각에 말그대로 ‘악에 받친’ 악녀로 변해버린 것. 순진했던 정연의 변신은 강모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충격을 선사했다. 도망가는 강모와 杆는 정연의 추격전이 긴장감으로 가슴 졸였던 반면, 달콤한 우주커플의 애정씬은 달콤함으로 드라마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민우(주상욱 분)가 미주(황정음 분)에게 반지를 건네며 투박한 사랑고백을 전한 것. “평생 끼고 있어. 빼면 죽는다” 로맨틱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협박청혼에도 민우와 미주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민우의 모친은 미주에게 결별을 강요하며 협박, 폭언, 폭력을 행사 했지만 ‘우주커플’의 애정전선은 이상무. 방송 후반부에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날밤’ 장면까지 얼핏 공개됐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미주를 낚아챈 민우는 침대위로 눕힌 뒤 옷섶을 연다. 함께 누운 두 사람은 긴장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맞춘다. 예고편 속에 민우는 “영원히 안 놔줄 거야. 널 얻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라며 절실한 사랑고백을 전했다. 곧바로 이어지는 진한 키스신은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31일 방송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극으로 치닫는 정연과 강모, 사랑의 절정을 맞보는 민우와 미주. 네 사람의 엇갈린 행보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 = 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전설 기자 legend@seoulntn.com ▶ ‘정우성 키스女’ 수애, 쇄골미인 등극▶ 이하늘, 예능하차? "음반에 대한 의지"…’놀러와-천무’는?▶ "내 소녀, 건드리지마"…韓美 ‘아저씨’ 같은옷 다른느낌▶ 장윤정 "남친과 이별 후 ‘보고싶다’ 듣고 울어"▶ 윤승아, 숏커트 헤어변신…"언뜻 송혜교 느낌"
  • ‘악순환 장기화’ 부동산 시장상황은

    #1. 경기 고양시 일산 탄현에 살고 있는 오모(47)씨는 2007년 말 파주 운정지구에 45평짜리 아파트를 5억원에 분양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2007년에 4억원을 넘었으니까, 5억원짜리 집으로 옮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당시에는 판단했다. 이달 초 이사를 갈 계획이었지만 3억원에도 집이 팔리지 않아 졸지에 오씨는 다주택자가 됐다. 새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5억원을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았다. 한달 은행이자만 200만원이 넘자 분양받은 집을 헐값인 1억원에 전세를 놓았다. #2. 용인 성복동은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가 2008년 쏟아져 나온 곳. 입주기간이 훨씬 지났지만 입주율은 30% 수준이다. 일산의 오씨처럼 빚을 안고 무리해서 입주한 경우도 있지만 “분양가보다 떨어진 시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입주를 거부한 채 소송에 나선 주민도 많다. 상황이 이런데 다음달에도 신규 입주가 3400가구 예정돼 있다. 주민들은 “지금도 단지가 텅텅 비었는데 새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값이 더 떨어질 것이어서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시장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와 견줄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한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거래가 끊어지고, 이에 따라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7월 전국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6월보다 5.8% 늘어난 3만 2227건이다. 그러나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7월 평균 거래건수인 4만 394건보다는 20% 정도 줄어든 양이다. 수도권 전체 7월 실거래 건수도 8404건으로 최근 4년 평균인 1만 8824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특히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거래건수는 560건, 강북지역은 880건으로 4년 평균과 견주어 각각 42%, 61% 줄었다. 거래가 줄면서 매매가격도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7㎡·3층 이하 저층 기준)의 경우 7월 8억 3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가격은 지난해 최고점 대비 2억 5000만원이 하락한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77㎡는 6개월 만에 거래가 이뤄졌는데 1억 6000만원이 빠진 11억원에 거래됐다. 분당이나 일산 등 수도권 지역은 거래가 없어 시세조차 파악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 하반기 주택 매매값이 수도권에서 3.1%, 서울은 2.8%, 전국적으로 2.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거래침체와 미분양 적체, 금융 규제가 부동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는 한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거래는 부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특허분쟁 패소 급증… 중소기업의 눈물

    특허분쟁 패소 급증… 중소기업의 눈물

    중소 통신기술업체 A사 대표 김모씨는 7년째 ‘끝나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2001년 휴대전화 긴급 구조요청 기술을 개발, 특허를 따냈다. 얼마 후 한 대형 통신업체 B사에 이 기술을 납품하기 위해 접촉했다. 하지만 B사는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거절이었다. 그러더니 B사는 2004년 A사의 것과 거의 같은 기술을 적용한 휴대전화 서비스를 출시했다.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2007년 대법원은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 A사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보상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뒤이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법원이 1심과 2심 거푸 B사의 손을 들어준 탓이다. 지리한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김씨는 변호사 비용 50억원을 대느라 5층짜리 사옥을 팔아야 했다. 지난 4월에는 갑상선암 진단까지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달 자사 기술을 미국 HP에 넘겨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소업체 C사는 2008년 11월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인 D사에 슬라이드폰 제조에 쓰이는 스프링을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2005년 특허를 받은 이 기술을 D사에 제공하며 상품화를 기다리던 C사는 1년6개월 뒤 D사가 다른 업체에 생산을 맡기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C사 대표는 “D사가 우리에게 제품 가격을 더 낮추라고 강요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니 결국 우리 기술을 무단 복제해 특허를 강탈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D사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중소·벤처기업이 승리해 권리를 찾을 확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3일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간 특허심판 처리건수 중 중소기업이 이긴 비율은 2005년 42.5%에서 2007년 33.8%, 2009년 27.1%로 점차 줄고 있다. 반면 기술 유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 결과, 2007~2009년 기술 유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의 건당 피해금액은 평균 10억 2000만원(연 매출의 9%)으로 전년보다 12.1% 늘었다. 중소기업들이 밝히는 대기업들의 횡포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설계도나 자료를 요구한 뒤 미흡하다고 퇴짜를 놓았다가 얼마 후 비슷한 기술을 시중에 내놓는 수법이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기술을 이전하는 단계에서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깎고 불량 처리를 하면서 다른 업체에 기술을 주고 제품을 만들게 하는 수법이다. 중소·벤처업체는 기술을 상품화하려면 대기업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소업체는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로열티를 줄 때도 매출액이 아닌 순이익의 2~3%를 준다고 하거나 몇개월 주다 안 주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의를 제기하면 거래를 끊자고 할 뿐 아니라 업계에 소문이 나면 다른 기업의 주문도 못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기업 대표는 “대기업이 특허심판을 걸어 시간끌기에 나서거나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경우도 중소기업에는 덫이 된다.”면서 “시의성이 관건인 첨단기술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효용가치가 떨어지고 로열티를 받을 시간도 짧아져 결국 기술을 헐값에 넘기게 된다.”고 했다. 올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 접수된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상담 건수는 279건으로 지난해(43건)의 6배가 넘는다. 그러나 피해를 겪고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김문선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차장은 “실제로 자문을 해보면 절반 이상이 기술 유출 피해를 겪은 기업이지만 신고나 법률상담을 해주겠다고 하면 대개 거절한다.”면서 “거래기업을 밝히면 영업 판로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 ▲기술 유출 및 산업보안 관련 수사인력 양성 ▲중소기업 지원 전담조직 구성 ▲상담·법률비용 등 지원시스템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김승완 네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미국, 일본 등은 특허권 도용에 대한 제재가 강하고 권리자 편을 들어주는 판례가 많은 반면, 우리나라는 법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특허를 출원해 주고도 특허심판에서 무효화시키고 소송하면 지게 만드는 등 권리 보호가 무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인사청문 대상자 꼬리무는 의혹들

    인사청문 대상자 꼬리무는 의혹들

    8·8 개각으로 인사청문 대상에 오른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들이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18일 “김 총리 후보자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전세금을 내고 중대형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실제 거주지라고 밝힌 경남 거창군 상림리 D아파트(125㎡·38평)는 전세 시세가 1억 5000만~1억 7000만원이나 되지만, 김 후보자는 장모 송모(64)씨 명의로 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고 거주하고 있다. 강 의원은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는 현 주소지에 대한 해명과 함께 소유권자와의 관계, 헐값 거주사유를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전세값 급등… 특혜 없었다” 이에 김 후보자 측은 “2006년 최초 계약 때와 2009년 재계약 당시 전세 시세가 7000만~95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최근 부동산 거래 침체로 매매가는 하락한 반면 전셋값이 급등했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이와 함께 경남도지사 재임 시절 부동산 가격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김 후보자가 경남도지사 재직 때는 부인 명의 거창군 소재 3층짜리 주상복합시설(상가 주택)을 6010여만원으로 신고했다가 이번 재산신고 때는 1억 1331만원으로 높여 신고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 측은 “부인과 장모 명의로 나뉜 지분에 대한 평가를 이번에 명확히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 역시 최근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 “탈세나 도피는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동안 잇따른 의혹 제기에도 공식적 대응을 자제해 오던 것과는 달리 공세적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오전 서울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으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총액 개념에 있어서는 진실성 있게 밝혔다. 다만 그동안 시가 평가를 잘못하고 시기적으로 잘못 기재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재훈 “전용면적 기준으로 신고한 것”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도 재산 축소 신고 의혹에 휘말렸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 후보자 부인 명의인 서울 중구 남창동 상가 소유 면적이 2005~2009년 4.79㎡로 신고됐다가 이번 청문회 때 1.63㎡로 축소했고, 신고액도 대폭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자 측은 “개정된 행정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등기부등본상의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재완 “전세금 안 빠져 입주 못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1996년 9월 전세로 살던 서울 일원동 K아파트에서 명일동 J아파트로 전입했다가 5개월 만에 일원동 아파트로 복귀했다. 박 후보자와 부인이 3차례에 걸쳐 분당 정자동 아파트와 서울 고덕동 주택을 오가며 세대주를 분리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 의원은 또 “ 박 후보자가 1976년 징병검사에서 고혈압(수축기 161~190 또는 이완기 111~120) 판정을 받아 보충역으로 복무했는데 이 정도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 측은 “명일동 집을 샀다가 일원동 집의 전세금이 빠지지 않아 입주를 못했던 것이고, 부인이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고덕동 처형 집에 살았던 이유 등으로 세대주를 분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병역의혹과 관련해선 “가족력이 있고 당시 정밀검사도 받았다. 청문회 때 명확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규·강주리기자 cool@seoul.co.kr
  • [서울광장] 광화문 복원과 日帝의 조선왕궁 말살기/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화문 복원과 日帝의 조선왕궁 말살기/노주석 논설위원

    돌아오는 광복절날 제대로 된 광화문을 보게 될 모양이다. 조선의 법궁(法宮)인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이 본래 모습 그대로 태어난다니 말이다. 광화문은 조선왕궁 수난사와 궤를 같이한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가 흥선대원군이 다시 지었지만,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이리저리 옮겨지는 과정에서 훼손되고 뒤틀렸다. 일제는 민족정기와 조선왕실의 권위를 훼절시키고자 궁궐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일제의 조선왕궁 말살정책은 용의주도했고 결과는 참담했다. 5궁 가운데 경복궁은 해체되다시피 했고, 창덕궁은 피폐해졌으며, 창경궁은 동물원으로 둔갑했다. 경희궁은 학교가 됐고, 경운궁은 덕수궁으로 이름이 바뀌어 퇴위한 고종과 순종의 거처로 쓰였다. 훼손되기 전 경복궁 전경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다. 1915년쯤 촬영된 경복궁은 높은 담 뒤로 전각이 빽빽하게 들어선 웅장한 궁궐이었다. 우리가 아는 쪼그라든 경복궁이 아니었다. 1867년 중건 당시 경복궁 전각은 모두 7226칸이었고, 궁성 밖 후원에 489칸의 전각이 따로 있었다. 모두 7715칸으로 규모 면에서 9999칸을 자랑하는 중국 자금성에 못지않았다. 창덕궁의 4500칸을 합치면 오히려 더 컸다. 일본 교토의 천황궁은 넓이에서 경복궁의 4분의1에 불과한 작은 궁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 1910년 5월1일 자에 ‘경복궁 없어지네’라는 제목의 가슴 아픈 기사가 실려 있다. ‘경복궁이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변한 것은 모두 알지만 얼마 전 왕실사무를 관장하는 궁내부에서 경복궁 안에 공원을 짓고자 전각 4000여 칸을 경매에 부쳤다. 10여명이 한 칸당 15~27환씩에 샀다. 이 중 3분의1을 사간 일본인은 척식회사 총재의 첩자로 알려졌다.’는 내용이다. 경복궁 안에서 박람회를 열고, 총독부를 근정전 앞에 짓기 이전부터 왕궁의 전각들이 일본인의 손에 헐값에 부지기수로 넘겨졌음을 알 수 있다. 바다 건너 일본에 팔려간 전각은 개인 미술관이나 정자, 정원의 일부가 됐다. 심지어 상점이나 기생집 문으로 사용됐다. 경복궁의 파괴는 식민통치의 업적을 자랑하는 박람회 개최 과정에서 가속화됐다.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 1923년 조선부업품공진회, 1925년 조선가금공진회, 1926년과 1929년 조선박람회, 1935년 조선산업박람회 등 모두 6차례의 박람회를 통해 자행됐다. 경복궁의 유서 깊은 전각들은 유흥장소와 오락장으로 변했다. 행사 때마다 일본 총독이 근정전 임금의 용상에 앉아 상장을 주고, 훈시를 했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이제야 자리를 찾은 광화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광화문 제자리 찾기는 일제가 허문 조선 척추의 복구이다. 20년 걸려 광화문-흥례문-금천교-근정문-근정전-사정문-사정전-강녕전-교태전으로 이어지는 경복궁의 등뼈를 겨우 맞췄다. 1990년에 시작된 복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착수 당시 남아 있는 전각은 36개 동에 불과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89개 동을 지어 125개 동을 갖췄다. 중건 당시 500여개 동의 25% 수준이다. 조선법궁의 격을 떨어뜨리는 흉물스러운 민속박물관과 고궁박물관, 주차장의 철거는 별개의 문제이다. 경복궁과 나머지 궁궐을 완전 복원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광복절 즈음 사과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당시 사토, 종전 50주년의 무라야마, 종전 60주년의 고이즈미 총리에 이은 네 번째 공식 사과가 될 전망이다. 내용을 놓고 일본열도가 떠들썩하다. 1995년 무라야마는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고 해 놓고 2개월도 못 가 “조선에 대한 식민지배는 정당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일본정부는 지난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껌 한 통 살 수 없는 돈 99엔을 보상했다. 외교적 레토릭은 신물이 난다. 조선왕궁 말살 같은 정신적·문화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셈인가. joo@seoul.co.kr
  • 회사가 망해도… 주머니는 두둑 ‘먹튀 CEO’

    미국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10월1일 퇴진하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최고경영자(CEO) 토니 헤이워드가 연봉과 각종 수당으로 1800만달러(약 213억원)라는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챙길 예정이다. 2008년 6월 13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히고 CEO 자리에서 경질된 투자은행 AIG의 마틴 설리번은 퇴직금 명목으로 4700만달러를 가져갔다. ●BP 헤이워드 경영손실에도 거액챙겨 미국 시사주간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27일(현지시간) 헤이워드를 비롯해 경영 손실과 파탄 등의 불명예를 안고 회사를 떠나면서도 거액의 연봉을 받은 이른바 ‘먹튀 CEO’ 6명을 선정했다. 주간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숱하게 봤다.”면서 “헤이워드는 그다지 특별한 경우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메릴린치 오닐 1억 6150만弗 최악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전 CEO 스탠리 오닐도 최악의 순위에 올랐다. 2002년 CEO에 취임하자마자 2만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던 오닐은 2007년 3분기 22억 4000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끼친 뒤 해임됐다. 오닐은 CEO로 재직하는 동안 모기지 부동산 거품에 편승했다가 결국 메릴린치가 아메리카은행(BoA)에 팔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럼에도 오닐은 스톡옵션과 상여금 등으로 모두 1억 6150만달러를 받았다. 건축자재 전문업체인 홈디포의 CEO였던 로버트 나델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0년 경쟁에서 밀려 제너럴 일렉트릭(GE)을 떠난 뒤 곧바로 홈디포 CEO로 자리를 잡았다. 나델리는 실적이 나빠졌는데도 381만달러라는 고액 연봉을 고스란히 챙겼다. 게다가 2007년 자리를 내놓으면서 퇴직금 2억 1000만달러을 받아 갔다. 한때 미국 5대 투자은행 가운데 한 곳이었던 베어스턴스가 2008년 JP모건에 헐값 매각됐을 때 15년 동안이나 CEO를 지낸 지미 케인 이사회 의장은 자신의 주식을 6100만달러에 팔아 치웠다. 주간지는 케인에 대해 “날마다 해야 하는 회사 업무보다는 카드 게임에 더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고 비난했다. ●시청 고위공무원도 포함 ‘먹튀 CEO’ 중에는 유일하게 시청 고위공무원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인 벨은 1인당 소득이 미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정 담당관으로 일했던 로버트 리초의 연봉은 해마다 12%씩 올리는 조건으로 시의회와 계약한 덕에 1993년 7만달러에서 현재 78만 7637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리초가 은퇴한 뒤 연금으로 모두 3000만달러를 받기로 결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檢 ‘비선 라인’ 본격수사 신호탄

    檢 ‘비선 라인’ 본격수사 신호탄

    23일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인규(54)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적인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내주쯤 이영호(46)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까지 소환되면 검찰의 ‘비선(?線) 라인’ 조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전화 목록과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지원관 등 3명은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적용한 형법상 직권남용, 강요, 업무방해, 방실수색 등 4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지원관 등은 사찰 피해자 김종익(56) 전 NS한마음 대표의 사퇴에 대해 “NS한마음의 거래은행인 국민은행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 헐값 양도에 대해서는 “당시 보고서에도 아무런 기록이 없어 전혀 모르는 사건”이며, NS한마음에서 자료를 제출받은 것이나 경찰 수사를 의뢰한 것은 “외압이 아닌 협조 요청”으로서 강요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원관실 직원들이 김 전 대표 사무실에 갔을 때는 “이미 사무실 집기가 거의 정리된 상태”여서 방실수색으로 볼 수도 없다고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된 것이 구속영장 발부의 주요 이유로 보인다. 또 최근 참고인 조사를 통해 검찰은 “지원관실이 국민은행 간부들에게 김종익씨가 사퇴하지 않으면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다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또 윤리지원관실에서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법리 검토를 끝내고 관련자 소환에 나서면 수사가 의혹이 제기된 정치인 사건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윤리지원관실의 조사가 ‘불법’이라고 결론 내린 이상 김종익씨 명예훼손 사건을 ‘기소유예’ 처리하고 헌법재판소에 민간인 사찰에 중대한 위법이 없다고 의견을 냈던 해당 검사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PP협의회, “콘텐츠가 방통융합 희생양인가”

    PP협의회, “콘텐츠가 방통융합 희생양인가”

    [서울신문NTN 김수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회장 서병호)가 통신사업자의 유료방송 끼워팔기 행태에 PP들의 제작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주장했다.PP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방송통신 결합상품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에 대해 ”이들이 PP콘텐츠를 헐값 또는 무료로 시청자에게 제공하면서 PP들의 콘텐츠 제작의지를 꺾어 놓고 있다.”고 개탄했다.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통신사업자들의 IPTV 무료, 저가 판매 행태를 ‘이기적인 영업행태’라고 규정하며 “이러한 영업행태는 유료방송수신료를 점차 사라지게 하고 PP들이 콘텐츠에 대한 적정대가를 받는 것 또한 요원한 일로 만들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협의회는 특히 통신사업자의 유료방송 끼워팔기가 PP콘텐츠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이어 “국가적으로도 글로벌미디어기업 육성은커녕 방송콘텐츠 경쟁력이 부실해져 한미FTA 등 글로벌 콘텐츠 경쟁시대를 맞아 세계적인 미디어기업들에게 대항할 최소한의 역량조차 갖추지 못해 안방을 외산 콘텐츠에 내줘야 하는 불행한 역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협의회는 또 “정부도 IPTV 사업자들이 영상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 산업이 고품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가는 데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한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측은 잇따른 성명 발표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또 다른 관계 기관에 접촉,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통신사의 유료방송 끼워팔기를 막겠다는 방침이다.김수연 기자 newsyouth@seouln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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