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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징역 4년 → 3년으로 감형… 피해 회사들에 1186억 공탁 참작

    김승연 징역 4년 → 3년으로 감형… 피해 회사들에 1186억 공탁 참작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윤성원)는 15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다음 달 7일 오후 2시까지로 연장된 구속집행정지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심에서는 원심이 무죄로 판단한 한유통, 웰롭 등의 위장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원심이 일부 유죄로 판단한 부평판지 인수 관련 업무상 배임 부분은 무죄로 변경했다. 공정거래법 위반, 양도소득세 포탈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화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법을 준수하고 사회적 책임 이행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는데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피해 회사들에 대한 변상금을 공탁한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은 지난주 1186억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1심과 판단을 달리한 위장 계열사 부당 지원과 관련해서는 “계열사들에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은 컸다”면서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부실한 위장 계열사를 대규모로 지원한 것은 합리적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임죄의 무리한 확대 적용을 경계하는 최근 논의를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적법한 절차와 수단을 갖추지 못한 피고인의 범행은 사안을 달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회장의 현재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판단, 구속집행정지 상태는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회장은 항소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4명의 의료진과 함께 이동식 침대에 누워 산소 호흡기를 꽂고 법정에 출석했다. 김 회장은 공판 내내 눈을 감고 이불을 덮은 채 미동 없이 선고 내용을 들었다. 김 회장은 2004~2006년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아 주기 위해 3200여억원대의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한화그룹은 판결 직후 “재판부에서도 성공한 구조조정이며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음에도 배임죄가 계속 적용되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대법원 상고 여부를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배임·횡령’ 김승연 한화 회장, 항소심서 감형받아

    ‘배임·횡령’ 김승연 한화 회장, 항소심서 감형받아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15일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책임에 상응하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계열사 부당지원 피해액 3분의 1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위장계열사의 빚을 갚아준다는 명목으로 3200여억원대의 회사 자산을 부당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 등으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 회장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재벌 비리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검찰은 지난 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김 회장에게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김 회장측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접대’ 건설업자 집 등 7~8곳 압수수색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2일 윤씨의 서울 거주지 등 7~8곳에 대해 지난 1일 오후부터 밤까지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윤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전직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일 “윤씨의 서울 주거지 등 7~8곳에 대해 1일 밤 야간 압수수색을 실시해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윤씨의 각종 불법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인사들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마무리된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윤씨의 서울 거주지와 윤씨를 경찰에 최초로 고소한 50대 사업가 A(52)씨의 부탁으로 윤씨 집에서 벤츠 승용차를 가져온 박모씨 자택, 박씨의 운전기사 자택, 성 접대 원본 동영상 보유 가능성이 있는 윤씨 조카 자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윤씨가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빌라를 헐값에 분양받은 전직 감사원 고위 관계자 S씨와 윤씨와 1억 2000만원의 현금 거래를 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 Y씨, 윤씨가 공동 대표이던 D건설이 공사를 수주한 대학병원 등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법무 대리인도 “김 전 차관 주거지 등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윤씨의 불법 행위 및 성 접대 등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을 조사하기로 하고 소환 시기를 조율 중이다. 윤씨는 이들 소환 이후 마지막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성접대 동영상 남성, 김학의 얼굴선과 유사”

    “성접대 동영상 남성, 김학의 얼굴선과 유사”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과 관련한 성관계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경찰이 지난 22일 넘겨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동영상 분석 결과문에서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의) 동일성 여부를 논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얼굴 형태 윤곽선이 유사하게 관찰돼 동일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과수는 “성문(聲紋) 분석의 경우 음악소리나 주변 잡음으로 녹음 상태가 매우 불량해 비교 검사 자체를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보한 이 동영상에는 남성이 노래방 시설이 있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다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은 언론사에 “문제의 별장에 간 사실 자체가 없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동영상의 인물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국과수의 검사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알 수 없으며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동영상의 주인공 여부는 이를 촬영한 윤씨를 조사하면 전부 밝혀질 것”이라면서 “(경찰이) 하루빨리 윤씨를 조사해 억울한 누명이 벗겨지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22일 윤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부처 국장급(산하기관 파견 근무 중) 공무원 A씨를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된 고위층 인사가 경찰에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A씨 외에 성 접대 대상으로 지목되거나 윤씨의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전·현직 고위 공무원 등 3~4명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압축하고 조만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와 단순 참고인 등 10여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중점적으로 수사해야 할 방향을 정했다”면서 “앞으로는 주요 혐의를 규명할 수 있는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윤씨가 이들에게 성 접대 등 향응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공사를 수주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는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윤씨가 공동 대표로 있는 D건설이 2011년 수주한 수도권 소재 모 대학병원 인테리어 공사 입찰 서류를 확보해 수주 경위를 캐고 있다. 경찰 관련 체육시설 공사를 수주한 경위, 윤씨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빌라 사업을 했을 때 사정기관 전직 고위 공무원에게 헐값에 분양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윤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는 과정에서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약물 검사를 했으나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씨에 대한 강제 수사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 직원이 이날 국과수에서 성접대 동영상 감정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공무원시험 준비생 70% “군복무 가산점 부활해야”

    공무원시험 준비생 70% “군복무 가산점 부활해야”

    “군 가산점은 군 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역차별에 대한 반감 해소, 남녀차별에 대한 갈등 해소를 위해 필요한 제도입니다.” “아이를 낳은 여성입니다. 흔히 남성의 입대와 여성의 출산을 비교하는데 저는 그럼 어떻게 가산점을 받아야 하나요?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군 가산점 제도 부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은 10명 중 7명이 제도 부활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20일 서울신문이 교육기업 에듀윌과 공무원 시험 준비생 265명을 대상으로 군 가산점 제도 부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9.8%(185명)가 찬성한다고 대답했다. 찬성자들의 성별은 82.7%(153명)가 남성이었고, 여성은 17.3%(32명)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 가산점제를 부활해야 하는 이유로는 ‘남성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 국가에 봉사한 만큼 보상받아야 하기 때문에’가 82.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군 복무에 대한 남성들의 반감을 줄이려고’라는 응답도 7.0%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은 다양했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헐값에 헌신하는 공무원이고, 가장 활기 넘치는 20대에 2년을 목숨 바쳐 국민을 지킨다. 여자들이 가산점제를 반대하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 “공무원을 진로로 잡고 준비한다면 군 복무 때문에 남자와 여자 수험생의 출발시점은 21개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21개월은 착실하게 준비한 수험생이라면 이미 시험에 합격하는 기간” 등이 제시됐다. 가산점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성뿐 아니라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장애인 등도 차별받을 수 있으므로’가 50.0%, ‘가산점 말고도 군 복무를 보상할 수 있는 다른 현실적 대안이 있으므로’가 42.5%를 각각 차지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남성들은 나라를 지킬 의무가 있으므로 군대 가는 것은 이 땅의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따로 군 가산점으로 보상해 줄 필요가 없다” “군 복무로 얻는 것도 많다. 공무원 시험 합격 뒤 남성들의 정년을 군복무기간만큼 연장하는 것이 가산점제 재시행보다 더 합리적인 대안” 등이 나왔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군 가산점제도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방부 등은 공무원 채용 때 병역의무 이행자에게 본인 득점의 2.5%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되 가산점으로 합격한 자가 2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군 가산점제 부활 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1961년 도입된 군 가산점제는 1999년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하도록 한 제대군인지원법 조항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폐지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이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군 가산점은 제대 군인 1%에게만 혜택이 가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어렵다”며 “경력 인정이나 정년 연장으로 군 복무를 예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신문 설문조사에서는 군 가산점 부활 외에 군 복무를 보상하는 대안으로 ▲여성이나 장애인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가산점 부여 ▲기업취직 시 군 복무자 가산점 확대 및 취업기회 확대 ▲대학교 복학 때 등록금 인하 및 장학금 수혜 확대 등이 제시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우리 나이로 일흔둘. 오랜 삶의 길을 걸어온 함세웅 신부지만 지난 일보다 지금의 일에 대해 더 들려주고 싶어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많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숨 고를 틈조차 없이 활동하는 이유다. 함 신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핍박받는 이들이 널려 있다는 증거다. 그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 사망 사건(1987년)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정치 민주화를 이끈 지 올해로 26년이 됐지만, 경제민주화, 남북 화해·통일,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그가 나서야 할 일들은 수북이 쌓여 있다. 이 때문에 노(老) 신부의 마음은 바빠 보였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함 신부를 다시 만나 민주화 이후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이어 갔다. 민주화 이후 함 신부와 사제단에 전국민적 시선이 다시 쏠린 건 2007년 10월 김용철(55)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때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 민주화의 물꼬가 터진 지 꼬박 20년째 되던 해다. 삼성그룹 구조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 변호사가 “내 이름의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원이 관리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시작된 사건은 17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한국 사회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10월 29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경제정의민주화 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사제단의 고문인 함 신부도 회견 자리를 지켰다. 그는 김 변호사를 처음 만난 그해 10월 18일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김 변호사가 가까운 친구 등과 저를 찾아왔어요. 그는 자신이 삼성 탓에 당했던 고통을 쏟아냈어요. 예컨대 삼성에서 나온 뒤 검사 출신 선배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삼성이 압력을 가한 까닭에 사건을 못 맡고 있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 등 삼성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털어놨어요. 얘기를 다 듣고는 저와 동료 사제들이 김 변호사를 나무랐어요. ‘삼성에서 간부를 지낸 당신도 결국 공범자인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왜 왔느냐’고 했죠. 그랬더니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해요. 삼성을 위해 일하면서 잘못한 일은 인정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과 그 책임자가 저지른 범죄가 워낙 크니까 자기고백을 통해 삼성의 범죄도 고발하고 싶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모두 알아채고 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취지였어요.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이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제가 물었죠. ‘김 변호사, 당신 감옥 갈 각오 돼 있소?’라고요. 그랬더니 ‘돼 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같이 하자’고 했죠.” 이후 사제단은 김 변호사를 보호하며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사회 전방위로 진행된 불법 로비의 수법, 검찰·언론계·관계와의 유착 의혹 등 파괴력 있는 폭로를 이어 갔다. 함 신부와 사제단은 이 사건이 단순히 거대 재벌의 비리를 폭로하는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민주화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우군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은 물론 믿었던 노무현 정부까지도 사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삼성 돈의 힘이 컸어요. 부끄럽게도 노무현 정부는 삼성에 이미 예속돼 있었어요. 노 대통령은 물론 그 아래 참모진도 몇 명 빼고는 모두 삼성 편에 서 있었습니다. 어렵게 특검까지 끌고 갔지만 특별검사가 삼성에 종속된 사람이었어요. 특검은 의혹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일부 조세포탈 및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어요. 결국 우리가 폭로한 삼성의 불법 행위는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고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해서 이건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리는 등 법의 심판이 일부 있었지만 이마저도 넉달 만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 줬습니다. 삼성이 우리 사회 전반을 다 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체감했어요. 그때가 기업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할 절호의 시기였는데…. 몇몇 기자들이 비아냥대며 ‘신부님이 이건희 회장 비자금을 오히려 찾아준 셈이에요. 이건희씨에게 감사받아야 해요’라고도 했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계나 법조계, 언론계와 달리 자본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천주교단은 사제단에 큰 힘이 돼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함 신부의 설명은 달랐다.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자 가운데 삼성에 다니는 간부들이 많고 대기업으로부터 사회복지 후원금을 많이 받으니까 기업의 불법성을 고발하지 못해요. 어찌 보면 교회는 기업이 흘리는 떡 부스러기를 집어먹고 사는 거죠.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었을 당시 김 변호사를 도왔던 전종훈(57) 신부에게 안식년을 명분으로 3년이나 성당을 맡기지 않았어요.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죠. 신부들이 삼성비리 폭로에 앞장서니까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함 신부와 사제단은 정계 등의 인사들로부터 ‘왜 삼성 같은 기업을 몰아세우느냐’는 원성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함 신부는 “우리도 국제적 기업인 삼성이 잘되길 바랐다. 다만 건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 것이다. 불의한 오너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사유화하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 결과는 사제단의 애초 계획과는 엇나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자신의 회고록에 “열병같은 진실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만나면 나는 말한다. ‘사제단이 있다’고…”라고 적을 만큼 함 신부와 동료 사제들에 게 깊은 경의와 신뢰를 표했다. 함 신부가 지난해 8월 사제 생활에서 공식 은퇴한 뒤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김근태 기념 치유 센터’ 건립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사업인데 고문 등 잘못된 공권력 탓에 정신적 상흔을 껴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치유 시설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함 신부와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의 노력 속에 건립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고문 피해자이자 ‘민주화의 대부’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이름을 내걸었다. 함 신부가 고문 피해자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진 것도 김 전 의원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고문당한 분들 이야기를 듣고 마음 아파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수십년을 들으니까 저도 고문 피해의 무서움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거예요. 김 전 의원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김 전 의원과는 1980년대 만나 30년을 가깝게 지냈거든요. 우리들은 그에게 ‘민주화 선봉가로 앞장서라, 더 뛰어라’, ‘왜 그렇게 행동에 신중하냐’라고 채근하고 등을 떠밀었어요. 그런데 2011년 12월 30일 김 전 의원이 돌아가신 뒤 그가 서울 남영동의 경찰 대공분실에서 전기 고문 등을 받아 평생 후유증을 앓은 사실이 재조명됐잖아요. 그제서야 ‘아, 우리가 김 전 의원이 고문당한 사실을 잊고 지냈구나. 사선을 넘나든 분께 위로와 치유를 주기보다는 너무 가혹하고 모진 주문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문을 견뎌 냈던 김 전 의원같은 분들 덕에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열매를 맛보고 있잖아요. 동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김 전 의원 같은 분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공권력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센터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는 또 지난 1월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함 신부는 진보정치 진영의 원로다. 지난해 18대 대선 때도 재야원로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그가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대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대(大)자가 들어가면 항상 거짓이 있어요. 통합은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해요. 신학적으로 예수님의 구원론을 통합원리와 해체원리로 설명하거든요. 통합원리는 사랑, 용서, 자비, 은혜, 상생 같은 것이고 해체원리는 회개, 갈등, 뉘우침, 고발 같은 것이에요. 둘 다 예수님의 가르침이지요. 큰 집을 지으려면 잘못 지어진 집을 허물고 땅을 파야 해요. 이것이 해체 기능이에요. 그런데 아무런 기초작업 없이 큰 집만 짓겠다는 것은 거짓이죠. 다시 말해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고 청산해야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구호는 구호일 뿐 정치가 될 수는 없어요.” 함 신부는 야권에도 애정 어린, 그러나 따끔한 질책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열린우리당 의원의 절반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똑갚습니다’라고요.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꾼인 거예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야권 내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는 것이 가슴 아프죠. 정치인 본연의 소명대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야당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권교체는 저절로 이뤄지겠죠. 한 시민으로서 저도 야당 의원들을 달래고 채찍질하며 끌어가야겠죠.” 함 신부에게 “세간의 평가처럼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진보,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순된 답변인 듯 들려 재차 물었다. “보수와 진보를 지금처럼 나누는 언론의 인식이 잘못됐어요. 원래 보수라는 단어는 뜻이 좋아요. 한자로 ‘보전하고 지킨다’는 것이니까요. 즉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하느님의 진리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하느님 가치를 지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요. 결국 참된 진리를 지키고 보전하면 진보주의자가 되는 거죠. 언론이 말하는 보수는 수구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반민족 행위를 칭송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겠어요.” 사회 약자의 편에 서서 한평생을 산 함 신부에게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행복해질 수 있는 비책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선 ‘어려움아, 놀자’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요즘 신학에서는 하느님을 근엄하고 초월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뛰어 노시는 하느님,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신 신으로 인식하거든요. 두 번째로는 우리보다 어렵고 억울한 사람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면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 가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이 사회에 주신 메시지는 아마 ‘그래, 나 억울한 사형수다. 네가 힘들고 억울해도 나보다 억울하냐. 난 죽었잖아. 넌 그래도 살아 있잖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청년들 가운데 피자를 10분 빨리 배달하려다 사고로 숨진 이도 있고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용광로에 빠져 세상을 떠난 이도 있잖아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뒤 젊은 기자는 “종교·사회의 원로에게 살아가면서 힘이 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곧바로 함 신부의 답이 돌아왔다. “원로? 나 원로 아녜요. 아직 청춘이지(웃음).”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행복기금 재연체땐 ‘빚 탕감’ 무효

    행복기금 재연체땐 ‘빚 탕감’ 무효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을 탕감받은 연체자가 ‘성실 상환’ 약속을 깨고 다시 연체하면 원래의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탕감’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이다. 원금 탕감을 노린 고의 연체나 일단 ‘탕감받고 보자’ 식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기관에서 연체 채권을 사들일 때는 수익을 ‘사후정산’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헐값 매각 시비나 손실 가능성이 줄어들어 금융기관의 행복기금 협약 참여 부담이 줄게 된다. <서울신문 3월 14일자 21면>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4일 “행복기금을 둘러싸고 모럴 해저드의 우려가 많아 기금 수혜자가 다시 연체하면 원금 탕감을 무효화하기로 했다”면서 “이런 내용의 ‘신용회복 지원 초안’을 금융권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1억원을 연체한 사람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5000만원을 탕감받고 나머지 5000만원을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키로 한 뒤 다시 연체했다면 1억원을 전부 갚아야 한다. 금융위는 채무 재조정 협약을 맺을 때 이런 백지화 조항을 약정서에 처음부터 명기할 방침이다. 다만 연채 몇 개월째부터 백지화시킬 것인지와 원금과 함께 탕감받은 연체이자를 모두 토해내게 할 것인지 등 세부 조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는 과거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했던 한마음금융이나 희망모아의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당시 캠코는 원금을 깎아 주는 대신 다시 연체하면 빚을 탕감받은 일 자체를 없던 일로 하는 페널티(불이익) 조항을 뒀다. 또 금융사에서 넘겨받은 연체채권 가격보다 채무 재조정 후 회수한 금액이 많으면 차익을 금융사에 나눠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런 사후정산 방식을 쓰면 금융사의 손실이 줄게 돼 국민행복기금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복기금 지원 대상자가 되면 금융권에 등록된 연체정보는 즉시 해제된다. 다만 ‘별도 관리’ 기록은 남는다. 이 기록도 나머지 빚을 모두 갚으면 삭제된다. 국민행복기금은 올 2월 말 현재 6개월 이상 연체자를 대상으로 원금의 30~70%를 탕감해 주는 제도다. 나머지 빚은 몇 년에 걸쳐 쪼개 갚으면 된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개별적으로 신청하면 원금을 더 많이 탕감받는다. 단 개인파산, 개인회생, (프리)워크아웃, 경매·소송이 진행 중인 채무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국민행복기금 긴급진단] (상) 풀어야 할 난제들

    [국민행복기금 긴급진단] (상) 풀어야 할 난제들

    빚 진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국민행복기금’ 운용방안 얼개가 나오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많다. 가장 큰 난관은 정부가 금융사로부터 일괄적으로 사들일 연체 채권의 가격이다. 정부는 시장가보다 조금 낮게 구매하겠다는 심산이지만, 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연체자의 빚을 금융사로부터 4~8%에 사들여 원금의 50~70%를 탕감해줄 계획이다. 예컨대 A라는 사람이 B은행에서 1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못하고 있다면 정부가 B은행에 80만원(할인율 8%)을 주고 1000만원 대출금을 넘겨받은 뒤 A에게는 500만원(탕감률 50%)만 갚도록 하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이 할인율이 시장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은 대체로 1년 이상된 연체 채권을 추심회사에 싼값에 판다. 넘기는 가격은 최소 10%다. 연체가 1년 이상 지속되면 영영 떼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10%라도 건지는 게 낫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1년 이내 단기 연체 채권은 회수율이 일반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3개월에서 1년 된 연체 채권은 회수율이 30~50%”라면서 “이걸 8%에 팔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어이없어했다. 정부의 할인율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일단 괴리가 꽤 큰 셈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추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정부에 (연체 채권을) 대량으로 넘기는 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체 채권 기준이 6개월로 확정된 만큼 할인율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나치게 헐값에 연체 채권을 사들일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그 부담을 다수의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복기금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만큼 최대한 금융당국은 채권을 싸게 사들이려고 할 텐데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받아들인 금융기관들이 다른 방식을 통해 손익을 맞추려 들 것”이라면서 “예대마진을 높이거나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무 규제 등을 풀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 인한 부담은 행복기금의 혜택을 받지 않는 다수의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거꾸로 대부업체의 악성 채권을 정부가 떠안아주는 부작용도 있다. 대부업체가 ‘체념’하는 연체 채권 기준은 통상 180일이다. 즉, 6개월 이상 된 연체 채권은 대부업체도 두 손 들고 추심업체로 넘기거나 아예 포기하는데, 앞으로는 가만히 앉아서 이런 악성 채권을 정부에 떠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협약 자체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금융사가 가격이 안 맞아 부실채권 매각을 거절하면 빚 탕감을 받지 못하는 채무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싸게 사들이면 기금이 부실해져 ‘양날의 칼’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팔기 싫다는 채권을 강제로 빼앗아 올 수는 없으니 최대한 타협 가능한 기준선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의 수혜 대상자들이 다시 연체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 또한 기금 부실로 이어져 결국 ‘혈세로 빚 돌려막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정부가 1년 이내 단기 연체 채권을 대량 매입할 경우 기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혈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행복기금’ 대상 6개월이상 연체자 확정… 대부업 채무도 포함

    ‘행복기금’ 대상 6개월이상 연체자 확정… 대부업 채무도 포함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의 윤곽이 잡혔다. 수혜 대상은 올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자로 확정됐다. 원금의 50~70%를 깎아준다. 즉, 지난해 8월 말 이전 연체가 발생한 빚에 한해 원금을 대폭 탕감해 준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의 대출금도 포함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행복기금 운용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기준시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말로 정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초부터 원리금을 연체한 사람은 올 2월 말 기준으로 연체기간이 석 달밖에 안 돼 구제대상이 안 된다. 연체기간을 6개월로 정한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다. 부채 상한선은 1억원이 유력하다. 이해선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국장은 “(탕감받은 나머지 빚에 대해) 성실하게 갚을 의지가 있는 사람에 한해 구제할 방침”이라면서 “일률적인 탕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제 대상자들은 원금의 50∼70%를 탕감받는 대신, 언제까지 얼마씩 나눠 갚겠다는 내용의 분할상환 계약서를 쓰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국민행복기금)는 금융사로부터 개인의 연체채권을 일괄적으로 사들인다. 매입대상은 은행·카드·보험·저축은행·캐피털 등 제도권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등록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 금융회사까지 모두 포함된다. 기금으로 한꺼번에 여러 금융회사의 연체 채권을 ‘모집·정리’하는 식이다. 연체자의 대부분이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라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6개월 이상 연체자는 112만명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이미 넘어간 65만명의 상각채권(떼일 것으로 간주하고 처리한 대출금)과 대부업체 채권 등까지 포함되지만 중복 채무 등이 있어 대상자는 1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국장은 “금융권 채무를 일괄 정리해야 다중채무자를 구제할 수 있다”며 “가급적 많은 금융사를 (국민행복기금에) 끌어들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면 금융회사의 연체채권을 얼마에 사들여 주느냐(할인율)가 관건이다. 너무 헐값이면 금융사들이 안 팔려 할 테고, 그렇다고 비싸게 사들이면 기금이 손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무수익채권(NPL·Non Performing Loan) 회수 경험칙에 비춰 할인율을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은행은 8%, 카드·할부금융·저축은행은 6%, 대부업체·보험사 등은 4%가 거론된다. 예컨대 연체가 발생한 1000만원짜리 대출금이 있다고 치면 은행에는 80만원, 대부업체에는 40만원을 주고 사오는 것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완전히 떼이는 것보다는 다만 얼마라도 건지는 게 이득이다. 4~8% 할인율이 적용되면 최대 22조원의 연체채권을 정리할 수 있다. 행복기금의 재원은 신용회복기금 잔액 8700억원을 우선 활용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당장 (국회 동의가 필요한) 법 제정 없이도 기금 출범 및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째라’식 채무자 양산을 우려한다. 구제대상에서 빠진 연체자들이 형평성 등을 들어 “우리도 구제해 달라”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구제 대상 연체자들이 ‘성실 상환 약속’을 어기고 다시 연체할 때 어떻게 불이익을 줄지도 고민거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어떻게 해도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은 (일정 시점에) 털고 가는 게 낫다”면서 “다만 탕감을 노린 고의 연체자 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금융시장의 기본질서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정교한 틀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DTI 완화 안해… 부동산 활성화 고민할 것”

    “DTI 완화 안해… 부동산 활성화 고민할 것”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담보가치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해 “당분간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셈이다. 신 후보자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다만 부동산 경기 활성화도 필요한 만큼 여러 각도로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신 후보자는 “국제적으로 ‘파이낸셜 인클루전’(금융 포용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도입하고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가계 부채 해법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공약을 중심으로 하되 가계 부채는 기업 부채와 달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대처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의 ‘악연’이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신 후보자는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논란이 촉발된 2003~2004년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으로서 실무를 맡았다. 신 후보자는 금융위 부위원장이던 2011년에도 론스타 문제를 맡았다. 당시 그는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팔 자격이 되느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법적 불확실성을 들어 판단을 유보했다. 신용카드 대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 통화스와프,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최근 10여년간 벌어진 주요 국내외 금융 현안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해결사’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그를 주저없이 ‘최고 협상가’라고 평가한다. 후배들의 신망도 높다. 재정부 공무원 노조가 2006년부터 실시한 ‘닮고 싶은 상사’ 투표에 단골로 이름이 오르자 노조가 아예 ‘명예의 전당’에 올리고 투표 대상에서 제외시켰을 정도다. 신 후보자는 지난해 3월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때 경기 과천시 주공아파트 한 채(공시가격 5억 9200만원)와 2억 4036만원의 예금 등 모두 8억 2007만원의 재산을 등록했다. 아파트 시세 하락으로 재산이 2008년보다 1억 2700만원 정도 줄었다. 병역은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신 후보자 자신은 카투사(주한 미군에 근무하는 한국군)로 만기 제대했고 부인 이진주(53)씨와의 사이에 딸만 둘이다. 큰딸 아영씨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케이블 스포츠채널(SBS ESPN) 아나운서다. ▲서울(55) ▲휘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시 24회 ▲재경부 국제금융심의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교보문고, 국내 첫 정액제 ‘샘’ 출시… ‘빌려보는 전자책’ 논란

    교보문고, 국내 첫 정액제 ‘샘’ 출시… ‘빌려보는 전자책’ 논란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가 전자책을 대여해 주는 회원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출판계와 정보기술(IT) 업계가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든 영역의 디지털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전자책 업계의 아이튠즈로 키울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 과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 음반 시장 몰락에 영향을 미쳤듯, 이 서비스가 출판 시장 전체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출판계에 따르면 교보문고는 지난 20일 국내 최초의 회원제 전자책 서비스 ‘샘’(sam)을 공개했다. 샘은 전자책을 낱권으로 구매하는 기존 방식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다. 가장 저가인 ‘샘5’ 요금제의 경우 월 1만 5000원(12개월 약정 기준)으로 매달 5권을 빌릴 수 있다. 권당 대여기간은 6개월이며, 추가 요금을 내면 빌린 책을 살 수도 있다. 월 4000원을 추가(24개월 약정)하면 전자책 전용 단말기(아이리버 EB12-4GB·14만 9000원)도 제공받는다. 교보문고 측은 이 서비스가 전자책 가격을 권당 3000원대로 낮추는 효과를 내 도서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저가 메리트의 효용을 체감한 독자들이 대거 이 서비스에 참여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출판시장도 커져 애플 ‘아이튠즈’나 ‘앱스토어’에서처럼 ▲사용자(독자) ▲콘텐츠 생산자(출판사) ▲플랫폼 제공자(교보문고) 모두가 이득을 보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 출판계나 IT 업계에서는 이 서비스가 어렵사리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 낸 도서정가제를 무력화시켜 안 그래도 힘든 출판업계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음원시장에 ‘멜론’ 등 스트리밍 서비스(월 3000원 안팎에 전곡 무제한 듣기 가능)가 등장한 것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공들여 생산한 콘텐츠가 헐값에 유통되는 상황이 가속화돼 양서는 사라지고 제작비가 저렴한 책들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이를 반영하듯 교보문고 샘 출시를 전후해 경쟁업체인 ‘예스24’와 ‘알라딘’도 초저가 전자책 패키지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알라딘이 내놓은 ‘살림 지식 플러스 에디션’의 경우 권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7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전자책 문화가 발전하려면 콘텐츠 제공사와 유통사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샘 서비스는) 교보문고가 (협력 없이) 힘으로 밀어붙여 추진하고 있다”면서 “교보 측이 문화상품을 바라보는 안목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요지경 돼지고기값] “삼겹살 1인분서 고기값은 3분의1 불과”

    [요지경 돼지고기값] “삼겹살 1인분서 고기값은 3분의1 불과”

    산지에서 헐값인 돼지고기가 식당에선 ‘금값’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깃집 주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식당 영업 특성상 산지 고기 가격이 실제 판매가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얘기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18년간 고깃집을 운영해 온 신현수(53) 사장은 19일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 1인분에서 고기값은 3분의1 수준”이라며 “다른 비용이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삼겹살 판매가를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신 사장이 밝힌 삼겹살 1인분의 가격 구조를 보면 이렇다. J식당은 삼겹살 200g 1인분을 1만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이 식당에 들어오는 삼겹살 1㎏이 1만 8000원이므로 판매하는 삼겹살 1인분 중 고기값은 3600원가량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식당은 상추, 깻잎, 고추 등의 채소와 함께 된장찌개, 김치 등의 반찬 총 10가지를 낸다. 특히 상추, 깻잎 등의 채소는 돼지고기와 별도로 가격이 변동하는데 물가가 높을 때는 상추 10㎏이 15만원을 호가하며 삼겹살과 비슷한 가격을 형성한다. 게다가 채소는 손님이 원하면 무한정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채소, 반찬 등의 값은 이 가게 한달 매출 1억원 중 들어가는 비용으로 따져 볼 때 대략 1인분에 2100원가량이 된다. 여기에 전기료(월 130만원), 임대료(월 800만원), 4대 보험을 포함한 인건비(1인당 평균 240만원), 카드수수료 등을 제하고 나면 신 사장에게 떨어지는 마진은 20%가량이다. 신 사장은 “그나마도 재료 가격이 오르면 마진율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커버스토리] 낚시꾼만 바라보던 추자도, 조기 가공단지 세워 굴비시장 장악

    [커버스토리] 낚시꾼만 바라보던 추자도, 조기 가공단지 세워 굴비시장 장악

    제주 섬과 뭍을 잇는 바다 한가운데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입에 물도 다닌다’는 섬이 있다. 참굴비로 대박이 난 추자도다. 남들은 추자도를 바다 낚시의 천국이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찾아오는 낚시꾼들만 바라보기에는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다행히도 여러 해류가 추자도를 교차해 바다에 물고기는 넉넉했다. 열심히 고기를 잡아다 팔면 자식들 학교 보내고 밥은 굶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뿐, 부자가 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추자 바다는 참조기의 노다지다. 추자도에 있는 60여척의 유자망 어선은 국내 참조기 생산량의 30% 이상을 잡아들인다. 하지만 어렵사리 건져 올린 조기를 헐값으로 전남 영광 등의 굴비 주산지에 팔아야만 했다. 굴비를 만들 생각도, 기술도, 굴비 가공공장도 없었다. 굴비 주산지는 추자산 참조기를 싼값에 사들여 비싼 값의 명품 굴비로 가공해 떼돈을 벌었다. 재주는 추자도 사람이 부리고 돈은 육지 굴비업자가 버는 식이었다. ‘우리도 굴비 한번 만들어 보자.’ 2007년부터 추자 사람들은 발품을 팔며 전국의 유명 굴비 특산지를 찾아다녔다. 쉬쉬하는 굴비 가공 기술을 어깨너머로 곁눈질하며 하나둘 익혔다. 굴비를 만들기 위한 공장도 짓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고 보니 추자 바다의 청정한 해풍은 굴비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민들은 굴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굴비 축제를 열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추자 굴비의 탄생을 전국에 알렸다. 최첨단 냉동시설을 갖춘 참조기 가공단지는 최근 완공됐다. 하루 5t을 급냉동시킬 수 있고 냉장실은 일시에 500t의 굴비를 저장할 수 있다. 연간 가공 가능한 물량만 1800t 규모다. 이정호 추자수협 조합장은 “조기를 잡아 바로 급냉동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아 당연히 굴비 맛도 뛰어나다”며 “불과 수년 사이에 굴비시장에서 추자 굴비가 명품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굴비 2100t을 생산해 285억원어치를 팔았다. 불과 몇 년 만에 전국 굴비시장의 30% 정도를 장악했다. 추자 주민 박광조씨는 “작은 섬에 외국인 근로자가 200명 이상 북적인다는 것은 그만큼 일거리도 있고 돈도 잘 돌아간다는 것 아니겠냐”라며 “제주 본섬 등에 집 한채를 더 갖고 있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추자섬은 이제 ‘바다의 황제’라는 참치 메카를 꿈꾸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추자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참치 치어가 나타나자 참치 연안 가두리 양식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조동근 어선어업 담당은 “추자도는 섬 자체의 어족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시켜 부자 섬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찾던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행정의 적절한 예산 지원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팔자가 바뀐 섬 속의 섬 가파도의 변신도 놀랍다. 마라도를 이웃하고 있지만 국토 최남단이라는 마라도의 명성에 가려 가파섬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람들이 섬을 등지고 늙은 해녀들만 남아 미역이나 건져 올려 먹고사는 가난한 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주민들의 손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화석연료로 가동되던 발전소는 문을 닫았고 태양열과 풍력발전기가 세워졌다. 주민들은 기름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타고, 경관을 해치던 전봇대도 모두 땅 밑으로 사라졌다.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고 환경 전문가들의 필수 답사 지역으로 변했다. 제주 국제대 김의근 교수(관광학)는 “청정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가파도의 카본 프리 모델은 그 자체로도 수출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며 “가파도는 전국의 섬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섬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가 이를 방증한다. 지도를 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아래 서해5도가 자리 잡고 있다. 북한 측에서 보면 이들 섬이 남의 집 안방을 훤히 들여다보는 형국이어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6·25전쟁 휴전협정 당시 우리나라 유격대가 서해5도 일대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1·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서해5도 주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의 안보관은 일반 국민과는 다르다. 막상 사건이 벌어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생업에 종사한다. 사건 직후 육지로 잠시 피란 간 연평도 포격 사건만이 예외다. 그렇다고 서해5도민의 안보의식이 약한 것은 아니다. 상당수 주민은 북한 황해도 일대에서 피란 나와 정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북한을 증오한다. 대형 사건이 터져도 육지로 이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은 북한 관련 사건이 벌어졌을 때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싫어한다. 섬에 위기가 조성될 경우 관광이 위축되고 어업이 통제되는 등 불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평도 면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을 막는 것이 첫 번째 안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일이 첫째 못지않은 안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교통사고 위험 도로변 건물 신축 허가… 하남시 또 특혜 의혹

    경기 하남시가 ‘편법’을 동원한 민간 상가건물에 대해 신축허가를 내줘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하남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장모씨는 창우동 47-2 팔당대교 남단 편도 2차선 도로변 839㎡ 규모의 농지에 상가건물을 짓기 위해 시에 수 차례 도로점용허가 및 건축허가 가능 여부를 협의했으나 가감(加減)차선이 짧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주변에서는 “장씨가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수포로 돌아가자, 결국 2009년 12월 헐값에 이 땅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매가는 3.3㎡당 314만원이며, 인접 상가건물이 있는 토지 시세는 1300만원이다. 반면 이 땅을 매입한 한모씨는 현 이교범 하남시장 취임 후인 2011년 9월 도로점용 및 건물신축 허가를 받아 음식점을 할 수 있는 용도로 2층짜리 상가건물을 지난해 11월 준공했다. 특히 도로변에 신축된 이 상가건물은 하남시 창우동 138의 3 일대 창고처럼<서울신문 1월18일자 12면, 22일자 14면>, 공교롭게도 이 시장 친동생이 시공했고, 허가 과정 역시 비상적으로 이뤄져 특혜 시비를 낳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차량이 문제의 토지를 안전하게 출입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한 길이의 가감차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땅을 매입한 한씨는 가감차로가 부족하자 김모씨가 점용허가를 받아 사용 중인 옆 토지(창우동 47의 5)까지 침범해 점용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씨가 자신이 점용허가를 받은 토지경계를 침범하는 바람에 주차장 입구가 좁아져 차량 출입이 어렵게 됐고, 한씨 토지에서 나가려는 차량과 김씨 토지로 진입하려는 차량간 추돌 위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먼저 점용허가 받은 토지를 침범할 경우에는 상호 협의하도록 해 사후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시가 이 같은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남시 건설과 박동애 주무관은 “한씨의 허가신청은 경찰서 등과 협의한 결과 이상이 없어 허가했다”면서 “김씨가 먼저 점용허가 받은 곳을 침범하게 한 것은 경기도 땅이라 김씨만 독점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中서 탈북여성 51만원에 팔려

    중국에서 북한 여성들이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국 공안(경찰) 당국의 수사로 밝혀졌다. 북한 여성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국경을 넘지만 합숙소에 감금된 채 음란 화상채팅을 강요받거나 헐값으로 농촌 등에 팔아넘겨졌다. 16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발행되는 신문화보에 따르면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시 공안국은 북한인이 포함된 인신매매단 5명 중 3명을 검거하고, 이들에 의해 인신매매됐던 북한 여성 20명 가운데 1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조사 결과 이들 인신매매단은 지난해 4월부터 북한에서 20~40대 여성 20명을 꾀어 중국으로 탈북시켰다. “중국에서 일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탈북한 북한 여성들은 합숙소에 감금됐으며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헤이룽장(黑龍江)성 일대의 농촌으로 팔아넘겨졌다. 인신매매단은 일부 여성들에게는 음란 화상채팅을 강요하기도 했다. 인신매매단은 북한 여성을 1인당 3000~5000위안(약 51만~85만원)에 사들인 뒤 1만~2만 5000위안을 받고 팔아넘겼다. 주범 가운데 한 명인 탈북여성 최모씨도 2007년 같은 방식으로 인신매매돼 헤이룽장성의 한 시골에 팔려가 장애인과 결혼한 뒤 다른 남성에게 다시 팔려 아이까지 낳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최씨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옌볜자치주 허룽(和龍)시 출신의 중국인 스모씨 등과 공모해 인신매매에 나섰으며, 1명당 2000위안의 중개수수료를 챙겼다. 두만강을 사이에 둔 북·중 접경 지역인 옌볜자치주 일대는 그동안 북한 주민의 주요 탈북 루트로 이용돼 왔다. 중국 공안 당국은 이곳에서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검거 활동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한국기업 글로벌 파고 넘어라] 美, 2차 석유파동후 日기업 견제 MP3개발 국내中企 특허 무효화

    과거 사례에서도 해외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통상 마찰과 특허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본은 1979년 세계적으로 2차 석유 파동을 겪은 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비약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아울러 동시에 일본 기업에 대한 견제도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은 국내 생산의 저조로 실업률이 증가하자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되지 않는 범위에서 일본차에 대한 수입 규제에 나섰다. 그러자 일본은 총 생산량의 15% 이상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 현지공장에서 만들었다. 그 결과 당시 일본 자동차는 살아남았고, 이와 비교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못했던 전자 부문은 약해졌다. 다만 일본은 ‘수출자율규제’(VERs)를 통해 소고기, 오렌지, 반도체 등에서 통상 마찰을 극복했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지속적으로 해외생산 역량을 키우면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뛰어 넘는 것도 일본차의 경우처럼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또 한국의 식료품 부문이 중국 진출과 동시에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강조해 현지인의 호응을 얻은 것도 좋은 사례다. 해외 투자는 처음에 자원과 싼 임금을 찾아, 다음에는 통상 마찰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그 다음에는 생산과 판매를 일원화하는 글로벌(세계화)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 따라서 현지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허 분야에서 국내의 ‘MP3’ 기술은 안타까운 사례로 지적된다. MP3의 원천기술은 1997년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가 처음 개발했고 2001년 국내외에 MP3 플레이어에 대한 특허 등록을 했다.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자 경쟁 기업들은 디지털캐스트의 특허를 무효화시키는 소송을 제기했다. 자금력이 없던 디지털캐스트는 소송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급기야 특허료 미납으로 특허를 놓치고 말았다. 미국의 특허괴물인 ‘텍사스 MP3 테크놀로지’가 MP3 특허를 헐값에 사들였고, 이후 3조원 이상을 벌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1억짜리 美첨단군사장비가 단돈 5만원?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군의 첨단군사장비인 열화상 카메라를 빼돌려 해외로 밀반출하려 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이모(56)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미군부대 폐기물 처리업자인 이씨는 올해 3월 전북 군산의 미군부대 군수품 보급창고 부근에서 1억원 상당의 열화상 카메라 1대를 빼돌려 군용품 판매업자 전모(67)씨에게 5만원에 팔아치운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는 현금 100만원을 받고 온라인 판매업자 이모(53)씨에게 열화상 카메라를 넘겼고 이씨는 이를 한 해외 인터넷 판매사이트에 9900달러(약 1100만원)에 매물로 내놨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지난 7월 군사장비를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군 정보수사기관과 함께 수사를 벌였다. 압수한 열화상 카메라는 미군에 돌려줬다. 심야에 적의 침투를 감지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는 미군이 전방부대 및 주요 시설에 배치한 전략물자로, 해외로 수출할 때는 지식경제부 장관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다. 경찰은 “이씨가 부대 출입이 잦고 내부 사정을 잘 알아 카메라를 쉽게 빼돌릴 수 있었다.”면서 “이씨는 카메라가 중요한 물건인지 몰라 헐값인 5만원에 팔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미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첨단 군사장비가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범수기자 bulse46@seoul.co.kr
  • [서울광장]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이유/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이유/임태순 논설위원

    임기 말이 되면 실정이 겹쳐 국민들이 으레 등을 돌린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도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명박 대통령 역시 더하면 더했지 못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의 과(過) 못지않게 공(功)도 분명 있으련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의 곁을 떠났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물론 안철수씨까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목소리로 통합을 들고나온 것만 봐도 얼마나 민심이 갈라졌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큰 짐이 되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는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도 책임을 비켜갈 수 없다. 소설가 공지영도 쌍용차 사태를 다룬 책 ‘의자놀이’에서 “쌍용차를 헐값에 매각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 각료들과…, 상하이차의 ‘먹튀’를 방조한 이명박 정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쌍용차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4년간 경영하면서 4000억원 투자, 생산설비 확충 등 약속은 지키지 않고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과 핵심 연구원을 빼돌리는 등 단물만 빼먹고 철수했다. 정부가 상하이차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쌍용차가 저렇게 만신창이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쌍용차 사태는 온전히 MB 정부의 몫으로 남아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09년 중반 노조원들의 파업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이 결정적일 것이다. 공지영은 의자놀이에서 한 노동자의 ‘경찰이 원없이 다 했잖아요. 우리는 마루타가 된 거잖아요.’라는 말을 인용해 경찰 진압이 살벌하게 이루어졌음을 고발하고 있다. 물론 의자놀이는 노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편파적이거나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농성장에 물과 전기 공급을 끊고 테러 진압에 쓰이는 테이저건을 쏘며 발암물질이 든 최루액을 공중투하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생존권 투쟁을 하는 노조원들에게 불법기구나 물질을 사용하며 진압을 한 것이다. 당시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직속 상관인 경찰청장을 제치고 청와대에 직보, 진압에 나섰다고 하니 그의 ‘의욕과잉’이 폭력 진압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권력의 남용이나 부당한 행사는 후유증이 크다. 조현오 경기청장은 나중에 경찰청장까지 됐지만 그의 무모함으로 인해 MB 정부는 큰 상처를 받았다. 공권력은 국민들이 경찰, 검찰 등 법 집행 기관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 주인에게 폭력을 휘둘렀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의자놀이를 보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온다. 얼마나 모멸감을 느꼈으면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버리고 싶다고 했을까.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는 MB 정부 들어 유독 많았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구입 의혹을 야기한 공권력 집행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두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으나 부실, 축소 수사로 인해 특검이 다시 수사를 해야 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에 ‘도끼는 잊어도 나무는 잊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칼자루를 쥔 사람들은 공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든 곧 잊게 되지만 공권력의 횡포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결코 잊을 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게시판’ 등 한 번 등돌린 국민들의 생각을 강화시켜 주는 기제가 도처에 쌓여 있다. 정권에 대한 증오감, 거부감이 쉽게 증폭될 수 있는 취약한 사회 구조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에게 위임받은 공권력을 더욱 공정하고 엄정하게 행사해야지 그렇지 않고 정권의 전리품이나 프리미엄으로 여겼다간 그 사회의 소통과 통합은 요원해지기만 한다. stslim@seoul.co.kr
  • [생명의 窓] 나는 행복한 바보를 꿈꾼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나는 행복한 바보를 꿈꾼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미얀마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나라다. 그곳에 가면 알 수 없는 서정에 사로잡힌다. 미얀마인들의 삶의 진행형이 어떻든 그들에게서 깊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한 번의 감동이 내게는 미얀마 전체로 다가온다. 3년 전 미얀마를 처음 찾아갔다. 그때 만원 버스에, 아니 그것도 모자라 버스 위에까지 앉아서 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목격했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하나같이 웃거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보고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자 가이드가 이런 대답을 했다. “저들은 모두 성지순례를 위해 가는 중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돈을 모아서 성지순례하는 것을 생애 최고의 기쁨으로 알고 살아갑니다.” 똑같은 성지순례지만 미얀마 사람들과 우리는 달랐다. 우리는 큰 버스에서 편안하게 다니지만 그들은 꽉 찬 만원버스에서 흔들리고 부대끼며 가고 있었다. 가이드의 얘기를 들으며 조용히 자문해 봤다. 성지순례를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으며 기다려온 사람들과 우리들 중 누가 더 진정한 순례자인가. 언젠가 중국 오대산에 가서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차를 타고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중대를 순례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가는 길이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차로 한참을 올라가다가 우연히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멀고도 먼 산길을 걸어서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멍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거룩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차를 천천히 몰면서 그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어머니도 아들도 말 없이 조용히 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내생을 향해 올리는 참회와 발원의 기도처럼 숭고하게 다가왔다. 순례를 할 때마다 나는 진정한 순례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깨닫고는 한다. 내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생의 이 삶이 온통 순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만원버스에서의 긴 시간의 노역과 겨울날 살을 에는 그 시림도 마다 않고 중대를 향해 오르는 티베트 모자의 모습에서 내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현생의 삶의 의미를 다시금 만나게 된다. 어둠이 내리고 불 밝힌 셰다곤 파고다에 앉아 영원을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영원을 사는 사람들은 지금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총화라고 본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몸과 마음과 입으로 업을 짓지 않고자 노력한다. 그러면 다음 생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다음 생을 위한 시작이 금생이므로 이번 생은 다음 생을 위한 성지가 되는 셈이다. 우리도 조금이나마 이런 마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다음 생을 위해 금생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화가 나면 자신의 지각이 부족한 것으로 돌리고, 손해를 보면 전생의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고 산다면 그것은 너무 바보 같은 짓일까. 때로 이렇게 바보 같은 몸짓과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마음이 좀 편하지 않을까. 경허선사의 제자 혜월 스님이 양산 내원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스님은 어떤 사람의 꾐에 빠져 아주 헐값에 문전옥답을 팔아버렸다. 그리고 그 돈으로 몹쓸 땅을 사서 개간했다. 일꾼들은 일을 하지 않고 날마다 스님에게 법문을 해달라며 날을 보냈다. 보다 못한 제자가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혜월 스님이 제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시게. 우리 문전옥답은 있던 자리에 그냥 있지. 또 그 돈은 이렇게 품삯을 주고 있지. 없던 천수답 세 마지기도 생겼으니 무엇이 없어졌다는 건가.” 웃는 혜월과 분을 못 삭이는 제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어쩌면 우리는 분을 못 삭이는 제자이고, 미얀마와 티베트인 순례자는 웃는 혜월인지도 모른다. 미얀마의 셰다곤 파고다에서 내가 꿈꾼 것은 이 세상 사람이 모두 혜월과 같은 바보가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너무 똑똑하다. 그래서 오늘도 각자의 셈법으로 피곤하다.
  • 하모니즘의 거목 김흥수 화백의 부인 장수현 관장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난 사부곡

    하모니즘의 거목 김흥수 화백의 부인 장수현 관장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난 사부곡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남편과 그의 그림을 지켜 주려 했던 부인. 자기 그림을 헐값에 팔아서라도 아내를 살리고 싶었던 노화백. 이승에서 애달프게 끝나 버린 그들의 사랑이 감동을 주고 있다. 화단의 거목 김흥수(93) 화백과 지난 13일 50세로 숨을 거둔 아내 장수현씨의 이야기다. 구순을 넘긴 김 화백은 죽어 가는 아내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작품을 처분하려 했지만 장씨는 “남편의 작품을 그렇게 팔 수는 없다.”며 반대했다. 부부는 이별의 순간까지 사랑과 존경을 지켰다. 20일 미술계 등에 따르면 김 화백은 최근 측근들을 통해 자신의 작품 여러 점을 미술시장에 팔려고 했다. 김 화백의 한 제자는 “한 달 전쯤 선생님께서 생활비가 부족해 그림을 팔고 싶은데 살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전했다. 아내 장씨의 병세가 악화되자 병원비 등에 보태려고 작품 판매에 나선 것이다. 장씨는 3년째 난소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김 화백은 2002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김흥수미술관을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돈을 써 경제 형편이 좋지 못했다. 장씨는 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었다. 오랜만에 거장의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에 시장은 들썩였다. 하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못했다. 김 화백의 측근은 “미술시장이 불경기로 얼어붙은 탓에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웠다.”면서 “김 화백은 호(號)당 500만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시세는 200만~300만원 수준이었다.”고 했다. 제자와 지인들은 조심스레 “미술계 상황이 안 좋으니 가격을 조금 낮춰 보자.”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병석에 있던 아내는 반대했다. 돈 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존경하는 남편의 그림이 시장에서 평가절하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한 지인은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워낙 깊은 분이라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림이 헐값에 거래되는 걸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20년 결혼 생활 동안 노화백을 마음으로 섬겼던 장씨. 한 미술평론가는 “장씨는 남편의 흐트러진 모습이 남들에게 보여지는 걸 극도로 꺼렸다.”면서 “아무리 친한 손님이 와도 김 화백에게 정장과 스카프, 목걸이, 모자 등을 챙겨 드린 후에 문을 열어 줄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화백이 고령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헌신적 내조 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화백 부부는 1992년 결혼 때 숱한 화제를 뿌렸다. 43세 연상인 거장과 제자의 결혼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을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너무나도 존경하는 부러운 부부”라고 입을 모은다. 미술관 운영 등 살림살이를 도맡아 했던 장씨가 세상을 떠 김 화백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멈춰 선 상태다. 미술관은 휴관 중이다. 김 화백을 돌보는 가족은 “김 화백이 워낙 고령이어서 거동이 불편하긴 하지만 여전히 건강하신 편”이라면서 “장씨가 살아서 못다 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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