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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냅 2000] 인터넷 커뮤니티 만발

    #1. 지난 토요일 오후 고려대앞의 한 라이브 카페 피아노와 마이크,앰프가 설치된 무대 주위에 10여명의 남녀가 모여 열심히 악보를 뒤적이고 있다.잠시후 차례로 무대에 나온 이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함께 각자 준비해온 음악을 하나씩 연주하기 시작했다.바흐의 ‘미뉴엣’이 맑고 투명한 피아노 선율에 실려 나오는가 했더니 김현철의‘춘천가는 기차’가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되고,곧이어 클라리넷 3중주로 편곡된 ‘향수’가 조용히 실내에 울려퍼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www.freechal.com)의 음악동호회 ‘피아노마니아’의 첫 오프라인 모임.피아노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사이버상에서 뭉친 이들은 이렇게 1시간이 넘는 ‘작은 음악회’로 첫 대면식을 가졌다.‘피아노마니아’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김성진씨(25·연세대 4년)가 지난 7월 개설한 모임.취미삼아 자작한 피아노 소품을 음악파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그는 “내 음악을 올릴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프리챌에 방을 꾸몄다.현재 회원은 80여명.자료실에 서로 좋아하는 음악자료를 올려놓고,게시판에서 안부를 주고받으며 친목을 쌓아가고 있다. #2. 우리 나이로 27세인 류한나씨는 다섯살,세살짜리 두딸을 둔 전업주부 미혼인 친구들에게는 늘 ‘아줌마’라는 놀림을 받지만 막상 30대가 넘는 동네 아줌마들과는 ‘세대차’를 느끼던 그는,두달전 한미르(www.hanmir.com)에 ‘어린 아줌마들의 모임’을 개설했다.순식간에 비슷한 처지의 아줌마 50명이 몰려들었다.갓 스물의 초보아줌마부터 스물아홉의 베테랑주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은 남다른 동류의식으로 금방 친해져 이제 하루라도 인터넷에서 안보면 서운한 사이가 됐다.“남편 뒷바라지와 애 키우는 일 등 비슷한 나이와처지에서 오는 공통분모가 많아 서로 큰 힘이 된다”는 류씨는 “요즘은 남편들이 더 열성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3.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술을 즐기는 김병곤씨(29·부산 동의대 대학원)는 네띠앙(www.netian.com)에 개설된 ‘소사모(소주를 사랑하는 모임)’의 시삽(모임 관리자)이다.‘소주’를 매개로한 모임이지만 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인생얘기가 더 풍성한 커뮤니티.회원은 2,000여명으로 전국적인 모임은 1년에 한번,지역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연다.하지만 술생각이 나면 언제든 ‘번개’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것 또한 이 모임의 특징.추천 술집과 올바른음주법,숙취예방법 등 유용한 정보도 공유한다. 지금 사이버 세계가 각종 모임으로 떠들썩하다.수천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모임에서 수십명의 미니 모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백화제방을 이루고 있다.‘카페’란 이름으로 회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다음(www.daum.net)만 해도 현재 24만개의 모임이 개설돼있다.홍보담당 이수진씨는 “하루에 2,000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기도 한다”고 전했다.하루 평균 100여개의 새 모임이 개설되는 네띠앙을 비롯해 프리챌,세이클럽,한미르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이버 모임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늘어난 이유로는 우선 누구나 손쉽게 모임을 만들 수 있게 된 점이 꼽힌다.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누구든지 모임을 개설할 수 있다.각각의 모임마다 게시판과 자료실 등 기본 공간을 제공한다.이같은 간편함과 시의성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그때그때 반영하는 첨단 유행의 바로미터 노릇을 하기도 한다.네띠앙의정지은과장은 “최근엔 학교동창회와 주부동호회,영어동호회가 강세”라며 “인터넷 모임도 시기에 따라 트렌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의 성향도 ‘커뮤니티 호황’에 한몫하고있다.목표만 같으면 다소 맘에 들지않더라도 동호회 안에 남아있던예전과 달리 요즘은 의견이 갈리면 바로 ‘독립’해 새집을 꾸민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모임이 사이트별로는 물론 같은 사이트 안에서도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과거에는 회원수로 세를 과시하려는경향도 있었으나 요즘은 회원수가 많든 적든 별로 개의치않는 것도한 특징.그냥 내가 좋아서 만들고,내가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때문에 이름만 내걸고 활동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모임도 심심찮다.프리챌 등에서는 일정기간 활동이 없을 경우 모임을 강제폐쇄하기도 한다.‘흑인음악 창작동호회’ 등 3개의 사이버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성욱씨(25·명지대 2년)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참여하는열성 회원은 전체 회원가운데 10%선에 불과하다”며 “이름만 걸어놓고 게시판에 글 한번 올리지 않는 유령회원도 많다”고 말했다. 나이와 성별,지역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마음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익명성이 지닌 속성탓에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디지털세상에 아날로그적인 정감을 더욱 돈독히 하는 삶의 활력소인것만은 확실하다.자,이제 컴퓨터를 켜고 내게 맞는 모임을 찾아 인터넷 여행을 떠나보자.딱 맞는 모임이 없다면 내친 김에 하나 만드는것도 좋지 않을까. 이순녀기자 coral@■기발한 이색모임 ‘어,이런 모임도 다 있어?’오프라인이라면 남들 이목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모임들도 인터넷에서는 당당하다.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온라인의 특성은 보다 솔직한 개개인의 욕구와 고민들을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독특한 취향과 기발한 발상으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 모임을 유형별로 살짝 엿본다. ◆동병상련형 남들과 다른 외양이나 처지,비슷한 경험으로 고민하는이들의 모임.만성피로 환자들이 권익을 위해 개설한 ‘만성피로 환자모임’(천리안),아기를 원하는 주부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삼신할미 아기 점지해주세요’(다음),키 큰 사람모임인 ‘롱뷰티’(프리챌),카드연체 등으로 신용불량거래자로 찍힌 이들의 모임인 ‘신용불량자들의 모임’(프리챌),‘자랑스런 왼손잡이들’(네띠앙),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짬밥 같이 먹기’(다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니아형 남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 특이한 분야에 남다른 취향을가진 사람들의 모임.김치없으면 못사는 사람들의 ‘김치를 사랑하는모임’(다음),‘라면동호회’(네띠앙),누디즘을 공통관심사로 한 ‘누디스트’(프리챌),우표처럼 전화카드를 수집하는 ‘전수동’(네띠앙),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소년들을 좋아하는 ‘미소년마니아모임’(프리챌) 등이 있다. ◆오리무중형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임도있다.네띠앙에 개설된 ‘나는 누구인가’‘바보동호회’‘타락한 자들의 모임’‘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예.헌혈아줌마의 손길을 뿌리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애드모’ 역시 이름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다. ◆대리만족형 다음의 ‘욕동호회’는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싶을 때유용한 모임.게시판에는 차마 입에 담지못할 온갖 종류의 욕들이 올라온다.프리챌 ‘싸움방’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사이버상에서 해결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순녀기자
  • 제자리 못찾는 ‘청문감사관제’

    * 현황과 문제점. 지난해 6월 도입된 ‘청문감사관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문감사관제는 민원인의 불편·불만을 해소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각종 단속요구나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기위해 도입됐다.경찰내부의 감찰 기능까지 포함돼 있다.그러나 전국 229개 일선 경찰서의청문 감사관실은 경찰서에서 가장 ‘한산한’ 부서의 이미지를 벗지못하고 있다. ■실태 청문감사관실을 찾았던 민원인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느끼지못한다고 말한다. 초보운전자인 장모씨(50·서울 영등포구 도림1동)는 지난달 초 뒤따라 오던 운전자와 시비가 벌어졌다.“운전을 느리게 한다”는 이유로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으나 경찰에 쌍방 폭행으로 입건됐다. 장씨는 경찰의 결정에 불복하고 서울 K경찰서 청문감사관에게 민원신청을 냈지만 “이미 종결된 사건이라 재수사를 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지난 5월 교통사고를 당한 이모씨(40·서울 서초구 서초동) 역시 경찰의 ‘쌍방 과실’ 결정에 불복,서울 Y경찰서 청문감사관에게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청문관은 이씨와 담당 교통경찰관을 불러 “서로 잘 해결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씨는 “청문관의 도움을 얻으면 억울함이 풀릴 줄 알았는데 같은경찰이라 그런지 속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점 및 개선 경찰은 청문감사관실의 운영 실적이 증가하고 있는점을 들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까지 전국의 청문감사관이 처리한민원 건수는 38만5,551건으로 지난해 6∼12월까지의 16만1,578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실적 증가는 주민의 적극적인 민원 제기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청문감사관실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린 수치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서울 N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의 올해 1∼8월까지의 민원처리실적은 총 1,973건이지만 주민들이 직접 제기하는 ‘민원상담’과 ‘주민요구’는 각각 126건과 13건에 불과하다. 실적 대부분은 청문관이 민원인을 상대로 경찰의 친절성과 인권보호여부를 물어 실적란에 올린 ‘친절봉사’,‘인권보호’ 등의 항목이차지하고 있다는분석이다. 청문감사관실 내부에서도 주어진 업무에 비해 인원과 위상이 턱없이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자면 청문감사관은 파출소 직원,감찰관,수사 조정관,민원 상담관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K경찰서의 청문감사관은 “경정급 청문감사관 1명에 직원 3∼4명이 민원인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면서 “특히 종결된 사건을 청문관이 다시 시작하는 것은 수사체계상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창구 홍원상 윤창수기자 window2@. *경찰 '청문감사관제'란. 청문감사관 제도는 주민이 제기한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수 있는 불친절·불만을 상담,해결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양질의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지난해 6월 도입된 이 제도는 인권보호 기관으로서 경찰의 역할을수행하고,경찰을 찾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인권을 보호하는 것을주목적으로 삼았다. 일선 경찰서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문감사관실에는 1명의 청문관 아래 3∼4명의 직원이 있다.청문관실은 경찰서장 직속 부서로 경위∼경정급이 맡는다. ‘청문관제 운영규칙’에 따르면 청문관은 각 지방청 산하의 ‘선발심사위원회’를 통해 엄격한 기준을 통해 선발된다. 청문감사관은 대민 친절봉사 이행실태를 점검·지도하며,유치장과형사계 등에서의 인권보호 상황을 확인·지도한다.파출소의 운영과외근요원 순찰근무에 대한 여론도 수렴하고 있다. 이밖에 ▲고소·고발·사고 처리과정,결과에 대한 이의 ▲경찰에 조사를 받은 가족의 처리 상황 ▲각종 인권침해 사항 ▲경찰의 부정·부당한 요구 ▲경찰관에 대한 격려 ▲경찰 업무에 대한 개선사항 등경찰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무엇이든지 청문감사관 서비스를 받을 수있다. 동료 경찰관의 비리를 적발할 경우 계고장을 발급하거나 호봉·승급등에 불이익을 주는 등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다.대신 청문관이 비리를 저지르면 다른 경찰보다 가중 처벌된다. 최여경기자 kid@. *일선暑 우수 운영 事例. ■사례1 지난해 여름 서울 송파경찰서 관내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출입문이 도로 밖으로 튀어나와 학생들이 통학에 불편을 겪었지만주민들은 딱히 민원을 제기할 곳이 없었다.이런 소식을 접한 청문관은 교통지도계 시설반과 함께 송파구청과 교통공단의 협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했다. ■사례2 지난 5월에는 영등포서 관내에서 지체장애인 김모씨(38)가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청문관은 교통사고조사반 사무실까지 가지않고차 안에서 그대로 조사를 받도록 했다. ■사례3 지난 봄 도봉서에는 지역주민인 50대 남성이 청문감사관실을찾아 골수성 백혈병으로 치료중인 부인이 혈액이 부족해 골수이식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딱한 사정을 털어놓았다.청문관은 방범순찰대의 협조를 구해 대원 20명으로 하루 2∼5명씩 릴레이식 헌혈을통해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사례1∼3은 그간 청문관들이 보여준 ‘활약상’이다.어찌보면 별 일아닌 것 같지만 비슷한 상황으로 고생을 하거나 관청을 뛰어다녀본경험이 있다면 상당히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된다.예전같으면 흔치 않은 사례들이다. 사례1은 경찰이 지역 민원에 대한 적극적인 조정역을 맡을 수도 있다는 선례로 여겨진다.사례2는 적극적인 행정서비스의 표본이다.사례3은 청문관이 경찰서와 지역 주민을 잇는 가교(架橋) 역할이 될 수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청문감사관제는 대(對)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획기적인제도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경찰 업무와 관련,민원인의 불편·불만사항을 해소해줄 만한 최상의 제도라는 얘기다. 피의자·참고인의 인권을 수동적인 위치에서가 아닌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일,각종 단속요구,민원 상담안내부터 개인 고충상담까지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라고 강조한다. 다만 시행 초기인 터라 운용의 묘가 부족했거나,‘암행어사’형을기대한 민원인들의 과도한 기대감과 현실과의 차이 때문에 청문관의역할이 낮게 평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이지운기자 jj@. [기고] 민원 적극적 청취·해결 급선무. 경찰 업무를 합리적으로 처리,‘고객만족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경찰청의 노력이지금으로부터 1년 전 ‘청문감사관’ 제도를 탄생시켰다. 청문감사관 제도는 선진 외국 경찰의 민원 처리 제도와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영국 경찰은 각 경찰서 경위이상 간부들이 민원 청취 업무를 맡고 지방경찰청의 민원 조사관이 경찰서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민원인들의 불만을 해결하고 있다. 미국 LA경찰국에서는 민원인의 불만은 물론 경찰관 상호간의 갈등이나 부서간 분쟁 등을 상담하고 조정하며 해결책을 찾는 ‘경찰옴부즈만’ 제도를 두고 있다.미국 뉴욕이나 가까운 홍콩 같은 경우에는 외부 민간기구가 경찰대상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하여 경찰 상층부에 조치를 권고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이들 국가의 예를 보면 한결같이 경찰 대상 민원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게 되면서부터 경찰에 대한국민의 지지와 신뢰도가 높아졌다. 물론 제도만 도입했다고 능사는 아니다.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선진적인 제도와 법규를 갖추고도 불합리한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청문감사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민원 청취 및 해결이 바람직한 방향에서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평가는 그렇게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다.청문감사관의 친절하고 성의있는 대응에 감동하고 억울함을 해소했다는산발적인 사례들은 있지만 반면 아직 많은 국민들은 ‘청문감사관’이라는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청문감사관에게 인력,장비,예산 및 권한이 필요한 만큼 부여되지않아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물론 시행 초기이고 경찰의 자체 노력이 미진한 탓도 있겠지만언론과 시민단체 등 사회 전반의 관심 부족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여겨진다. 양질의 경찰 서비스 없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는 이룩될 수 없다고객인 국민의 요구사항과 불만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신있는 경찰 활동’이라는 경찰 조직 목표는 달성될 수가 없다. 목표 속에는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 현실화나 보수의 적정화도포함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문감사관 제도를 포함한 경찰개혁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애정이 경찰조직의 내실화를 가져와 신뢰받는 경찰상을 정립할 수 있다. 경찰이 일하는 만큼 대접받고 복무에 충실할 때 우리 국민은 보다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에서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 경찰학 박사cwpyo@cwpyo.com
  • 새천년 첫 개천절 기념행사 다채

    새 천 년 들어 처음 맞는 개천절인 3일 각 종교·사회·시민단체들이 다양한 기념행사를 갖는다.개천절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상임대회장 윤경빈 광복회장)는 3일 낮12시 사직공원에서 개천절 기념식을 개최하며 세계한민족개천절기념사업회(대회장 이종구 전국방부장관)도 오후2시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개천한민족대축제’를마련한다.현정회도 기념식과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다. 개천절 민족공동행사 준비위가 주최하는 개천절 기념식은 김광욱 천도교령의 개회선언,윤경빈 광복회장의 대회사에 이어 민주당 한화갑최고위원의 축사,그리고 8,000만 겨레에게 드리는 글 낭독 순서로 진행된다.개회식이 끝난뒤엔 뿌리패 공연단의 사물놀이공연과 서울시민민속놀이 경연마당 등으로 짜여진 문화축제가 열린다. 세계한민족개천절기념사업회도 이날 기념식과 야외 개천문화축제를여는데 대회장인 이종구 전국방장관의 대회사,전운덕 천태종 총무원장과 이승헌 새천년평화재단총재의 기념사와 개천선언문 낭독,고은시인의 개천축시 낭독에 이어 축하공연이 이어진다.행사에는 재미교포 등 70여명으로 구성된 개천절 축하사절단이 참석하고,힐러리 여사와 바와 제인 유엔세계평화회의 사무총장이 축하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사랑의 장터,헌혈과 장기기증 행사와 단군상 조각전 등 이벤트도 열린다. 현정회는 오전11시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안 단군성전에서 추계사직대제를 겸한 개천절 기념식을 가진뒤 ‘홍익인간과 선비정신’을 주제로 한 기념강연회를 개최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인공혈액 실용화 임박

    혈액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혈액의 실용화가 임박했다. 최근 헌혈자 감소와 에이즈·간염 바이러스 등 수혈전파성 감염의증가에 따른 수혈혈액 부족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임상완료를 앞둔 인공혈액의 상용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인공혈액 관련 특허출원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중심이었으나,국내 연구기관의 노력으로 지난 96년 한해동안 국내 출원이 5건에 이르렀고 최근 5년간 전체 출원의 54%(15건)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인 선바이오는 98년말 헤모글로빈의 누출위험이 없는 ‘헤모글로빈-리포좀시스템’과 ‘인체친화적인 리포좀의 제조방법’을 출원했다.지난해 3월엔 ‘SP-PEG 헤모글로빈 결합체’를출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96년말 혈액형에 관계없이 수혈할 수 있는 ‘적혈구를 글루타르알데히드로 변형시키는 방법’을 출원,특허를받았으며 국제특허도 출원 중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내외 인공혈액의 개발속도로 볼 때 내년 중 인공혈액이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혈뿐아니라 약이나 영양보급제로도 쓸 수 있는 인공혈액 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지원·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 이정길군, 남부서 찾아 헌혈동참에 감사

    “경찰관 아저씨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할께요” 7년 동안 앓아온 백혈병을 훌훌 털어버린 이정길군(14·서울 시흥중학교 1년)이 4일 오전 부모와 함께 그동안 헌혈에 동참해준 서울 남부경찰서 경찰관들을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5월 이군의 아버지 이문희씨(42)는 남부경찰서 민원실에 “어머니의 골수 이식을 앞둔 정길이가 혈소판이 부족해 수술을 못하고있으니 도움을 간절히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띄웠고 경찰은 곧바로 헌혈단을 모집했다. 지난 2일 정길군이 두 차례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할 때까지 B형 혈액을 가진 경찰관과 전·의경 등 18명이 피를 나누어 주었다. 아들의 수술비로 살던 집까지 처분한 아버지 이씨는 “근무를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병원에 찾아와 헌혈하던 모습을 평생 못잊을 것”이라면서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들이 완치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서장 김종명(金種明) 총경은 “정길이는 큰 시련을 이긴 만큼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며 손을 꼭잡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자랑스런 공무원] 원성1동 직원 尹載弼씨

    헌혈이 ‘특수시책’인 동(洞)이 있다.충남 천안시 원성1동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원성1동사무소 직원 윤재필(尹載弼·31·건축8급)씨다. 그는 동네에서 ‘헌혈왕’으로 통한다.헌혈 횟수는 모두 84차례.고교 1년때인 85년부터 시작됐다. 올 초 천안시가 발행한 ‘천안 기네스북’에 헌혈 1인자로 올라있다. 1년에 몇차례 하던 그의 헌혈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었다.인근 천안역 앞에‘헌혈의 집’이 생겼기 때문이다.매달 두번은 빼놓지 않고 한다. 그 전에는 50여㎞ 떨어진 대전까지 찾아가 헌혈을 하는 열성을 보였다.92년 논산에서 공직에 첫발을 디딘 그는 97년 원성1동으로 와서도 헌혈의 열성은 변치 않았다. 헌혈증서도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가족을 위해 쓴 것은 지난해 장모가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번 뿐이다. 헌혈증서 모두 천안시 소속 동료 공무원과 관내 영세민에게 배포,본인이나가족을 위해 쓰도록 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윤씨는 매달 나환자후원회,한국복지재단,백혈병돕기후원회에각각 1만∼2만원을 보내는 등 이웃사랑에 발벗고 나선다. 자신은 오랫동안 전세를 살다 최근에야 임대아파트로 옮길 정도로 풍족하지 않지만 베푸는 일에는 넉넉하다. 그의 고운 마음씨는 일에서도 배어난다.매일 수십명의 건축 민원인들이 찾고 있지만 짜증 한번 안낸다. 법이나 건축지식을 모르는 민원인에게 언제나 자상하게 상담해준다.때로는알기 쉽게 도면을 그려 설명하고 까다로운 민원은 직접 현장을 찾아 법적 문제가 없는지 가려주곤 한다. 주위에서는 그의 선행을 보고 ‘부전자전’이라고 칭송한다.천안시 성환읍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부친(57)은 오래 전부터 소년소녀가장의 생활을 보살피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줘와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평소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주위 사람들을 살피는데 몸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늘 가슴 속에 담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
  • 청와대 정책기획실 백혈병 어린이돕기 헌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수석 金聖在)이 백혈병 어린이돕기 헌혈운동에 발벗고 나섰다. 정책기획수석실 직원 18명은 지난 13일 오후 헌혈에 참여했다.이를 통해 받은 헌혈증서를 백혈병 어린이 돕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소재 한식당 ‘우리마을’(사장 양정철)에 15일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마을’은 백혈병 어린이를 돕기 위해 헌혈증서 한장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무료로 불고기 3인분을 제공하고 있으며,헌혈증서 1,000장을 모아 백혈병 어린이 돕기 사랑회에 기탁할 계획이다. 정책기획수석실은 헌혈증서를 제출한 뒤 자매결연을 맺은 ‘청운종합복지원’ 어린이 50명도 초청해 함께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양승현기자 yangbak@
  • “참仁術로 국민신뢰 되찾겠다”

    집단 폐업 1주일만에 완전 정상을 되찾은 전국의 병원은 26일 활기에 넘쳤다.직원들은 외래진료 예약환자를 확인하고 미뤘던 수술 일정을 다시 짜는등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돌아온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렸다.환자들은 의사들을 웃음으로 맞이하면서도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이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 695명이 모두 복귀한 서울대병원은 오전 7시부터 응급실,중환자실,입원실 등의 진료를 재개했다.응급환자 750여명이 입원실로 옮겨졌으며,4,000여명이 외래진료를 받았다. 김현집(金賢執) 의대교수협의회장은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모든 진료진은 2∼3시간 연장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전공의들은 폐업으로 인한 진료 차질을 사과하는 뜻에서 오전 9시부터 집단 헌혈을 했다.전공의협의회장 이평복(李平馥·34)씨는 “환자 곁을 떠나 있는 동안 내내 마음이 아팠다”면서 “심기일전해 더욱 성실히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외래진료실도 그동안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몰려 전문의와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입원실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5,000여명의 외래환자가 찾았으며,14명은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복귀해 백혈병 어린이 환자들을 회진한 전공의 함태영씨(28)는 “병원 밖에서도 아이들 걱정으로 밤을 지새웠다”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폐업기간 동안 환자들로 몸살을 앓았던 국립의료원 의사들은 1주일만에 겨우 허리를 펼 수 있었다. 폐업기간 동안 하루 평균 1,500여명의 외래환자와 100여명의 응급환자를 진료했던 국립의료원은 26일 800여명의 외래환자와 40여명의 응급환자만이 찾아 평상시 모습을 되찾았다.응급실장 황정연씨(40)는 “밀려드는 환자들로하루에 2시간도 채 못잤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의사들은 더욱 정성스러운 인술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경실련과 여성연합 등 2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약분업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실련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예정된 약사법 개정은 의사와 약사 및 소비자 3자의 합의를 통해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수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빼앗고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폐업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법적 형평을 잃은 처사”라고 지적하고 “이를 방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행정적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한수 이창구기자 window2@
  • 종교계…6·25 50주년 통일기원 행사

    오는 6월25일 6·25전쟁 50주년을 맞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종교계의 염원을 강하게 담은 대규모 행사들이 펼쳐진다. 천주교는 25일 자정 강원도 철원군 월정리역 광장에서 전국 14개 교구와 해외동포,탈북동포 등 6,000여명이 참가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날’ 행사를 갖는다. 같은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동안 서울 동숭로 대학로 특설무대에선 불교 천주교 민족종교 등 7개 종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로 북한어린이와 전쟁피해아동돕기를 위한 모금운동인 ‘온겨레평화대행진’이 열리며 이에앞서 11일 오후 2시 경복궁 중앙박물관 광장 특설무대와 세종로 일대에선 ‘겨레와 평화를 향한 겨레대합창’이 펼쳐진다. 이가운데 천주교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날’ 행사는 춘천교구를 중심으로 가톨릭 전체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행사.단순한 통일에의 외침이 아니라 통일에 대비한 가톨릭계의 실천적인 의지를 강하게 담은 행사로관심을 모은다. 같은날 7대종단과 민화협의 ‘온겨레평화대행진’은 종교와 시민단체가 연대해 북한동포돕기와 세계평화 정착운동에 지속적으로 나선다는 신호탄격 행사랄 수 있다. 우선 가톨릭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날’은 ‘하나되게 하소서’를 주제로 ‘평화의종’ 타종을 비롯해 현장공연,평화의 제단쌓기,침묵기도,미사,과거회상과 화합의 잔치로 짜여지는 총체적 종교행사.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주교단 주교 13명 등 고위 성직자들이 대거 참여해 행사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전쟁전 서울∼원산을 잇던 경원선 노선이 끊어진 곳,월정리역의 철마를 빛과 소리로 부각시킨 공연에 이어 각 교구 대표 250명이 가져온 흙으로 평화의 제단을 쌓게되며 철과 탄피를 녹여 만든 높이 1.7m,직경 99㎝,무게 1톤짜리 평화의 종을 50번 타종한다.이날 행사장에선 신자들이 과거를 회상하며화합을 기원하는 뜻에서 낙태반대 서명과 장기기증·헌혈 증서를 봉헌하며통일후를 가정해 국내 14개 교구가 북녘의 3개시 9개 도와 교류를 위한 결연식도 갖는다. 가톨릭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는 “정치 군사적 성격을벗어나 분단의 아픔을 잘 보여주는 장소로 월정리역을 택해 행사를 갖게됐다”며 “이번 행사가아픔을 되살리는 차원이 아니라 통일의 소원을 적극적으로 이루자는 실행의의미를 담고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온겨레평화대행진은 북한어린이와 전쟁피해 아동을 돕기위한 기금모금운동.7대종단과 민화협이 본격적인 북한돕기에 앞서 벌이는 첫 행사인 셈인데 이후 범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발족,남북한 기아아동과 전세계 전쟁피해아동 구호,소년병 파견반대 활동을 위한 모금과 지원을 벌일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서초경찰서 소속 의경 5명 헌혈로 출혈 임산부 살려내

    과다 출혈로 생명이 위태롭던 임산부가 집단헌혈을 자원한 의경들 덕택에목숨을 건졌다. 2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 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신현욱(22)일경등 O형 혈액보유자 5명은 27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은 임산부 오모씨(29·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에게 헌혈해 오씨를 살렸다. 오씨는 이날 새벽 3시부터 제주도 소재 병원에서 진통을 겪다 “출혈이 너무 심하니 대형 병원으로 옮기라”는 병원측의 권유에 따라 항공편으로 상경,오후 6시30분쯤 강남성모병원에서 2.7㎏의 건강한 여자 아기를 낳았다. 오씨는 분만 직후 13시간 동안 겪은 진통과 과다출혈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으며 병원측의 요청에 따라 신일경 등이 긴급 출동해 집단 헌혈했다. 오씨의 형부 이모씨(33)는 “파출소에 연락한 지 1시간만에 달려온 의경들덕분에 처제가 살아났다”고 고마워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김삼웅 칼럼] 분노도 슬픔도 잃은 광주항쟁 20년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이다.”(철학자 아도르노), “아,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 처참하지 않았으리.”(김남주 ‘학살1’)그래서 어쨌다는 말이냐고 묻는가. 과거보다 현재,미래지향,국민화합,상생정치가 중요한 마당에 어쩌자고 과거사를 꺼내느냐고 힐난하는가. 해방후 친일파 척결하잘 때도 그랬고 4·19후 반민주행위자 처벌하잘 때도 비슷했고 89년 5공청산때도 똑같았고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악순환으로 역사는 역류하고 국민은 피를 흘렸다.청산할 때 청산하지않고 범법자들을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난 역사의 악순환인 것이다. ‘게르니카의 학살’보다 더 처참한 광주학살은 지금 ‘역사의 평가에 맡기는’것으로 매듭지어진 상태다.“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E H카)라는 것은 중학생도 아는 상식인데 당대사의 진실을 과거라는 무덤에 매장하고 우리는 지금 ‘화해’와 ‘상생’의 신소리나 외쳐댄다.회칠한 무덤가에서 양심에 털난 위선의 합주곡이랄까. 우리는 광주항쟁의 역사성과 혁명성 그리고 현재적 실천성을 거세하고 광주학살을 과거완료형으로 묻어두길 바란다.‘흘러간 과거사’로 화석화하고 ‘광주지역사건’으로 지역화시키면서 ‘오래된 사건’의 하나로 박제(剝製)화를 노린다. ■프랑스혁명과 광주항쟁. 발포명령자,학살자 등 가해자들의 반성과 참회가 없는 터에 피해자들만 용서하고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설익은 ‘용서의 미학’을 비웃기라도 하듯 민주주의를 압살한 무리들이 민주의 가면을 쓰고 날뛰고,인권을 유린한 자들이민주투사로 행세하고,광주항쟁을 폭도로 매도한 언론인들이 유력한 논객행세를 한다.한 줄기 분노도,슬픔도 잃어버린 당대사(인)의 모순,허위 그리고이중성이여! 근대의 역사는 프랑스혁명·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이미 토크빌이 지적했듯이 혁명가(프랑스)들이 군주제를 철폐하고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보냈음에도 결국 혁명은 중앙집권화를 추구하던 절대주의의 오랜 역사적 과제를 계승해 완성하게 됐다.광주학살은 ‘단두대’는커녕 가해자들의 사과한마디도 받지 못했다.프랑스혁명이 반봉건·반귀족의 부르주아 혁명이라면광주항쟁은 “4·19의 자유민주주의 혁명으로 반독재 투쟁에 머물렀던 한계를 극복하고 그것과 결탁한 외세의 제국주의 침략까지 분쇄하고자 했던 민중해방운동”(전남사회문제연구소·1988)으로서 ‘현대사의 일대 분수령’이다. 80년대 이후의 민족민주운동은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랐다.광주의 피가 아니었다면 6월항쟁은 상상하기 어렵고 6월항쟁이 아니었다면 군부독재의 종식은불가능했다.1789년 프랑스에는 단 하나의 혁명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연쇄적인 충돌을 일으킨 세 종류의 혁명 즉 도시하층계급의 분노와 농민들의 불만이 짧은 기간에 지도적인 개혁가들의 의지와 마주치게 되면서 시민혁명으로 나타났듯이 광주항쟁도 현대사의 제반 모순에서 역량을 키워온 민족·민주·민중 세력에 의해 분출됐다.5·18광주민중항쟁은 민주화운동인 동시에궁극적으로는 민족통일운동에 연결되는 위치에 있다.특히 갑오농민전쟁·호남의병전쟁·광주학생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통에서 5·18의 성격은 그참모습을 찾게 된다. ■무장한 비폭력저항. 신군부가 다시 광주를 무력으로 장악하면서 시민들의 무장은 시작됐다.아우슈비츠나 게르니카에 못지않는 학살에 대항하는 자위수단이었다.그러나 많은 총기가 시민들 손에 쥐어졌는데도 항쟁기간 10일동안 은행·백화점·금은방은 물론 구멍가게 한 곳도 털리지 않았다.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고립무원의 공간에서 라면과 김치를 나눠먹고,총상으로 피가 부족하자 헌혈자들이 줄을 이었다.노점상과 부녀회원들은 김밥과 음료수를 시위대원은 물론 계엄군에도 나눠주었다. 세계혁명사상,민중봉기사상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이런 광주항쟁을 일부에 서 폭력성으로,지역주의로 매도했다.폭력이 아닌 ‘무장한 비폭력주의’의 성격과 함께 왜 광주에서만 항쟁이 일어났는가를 묻기 전에 왜 다른 지역은 침묵했는가를 먼저 물어야 옳다. 광주학살로 희생된 259명의 영령과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는 수백명의 부상자들 앞에 분노도 슬픔도 잃어버린 생자(生者)들은 어찌해야 하는가.5월은 묻고 있다. 김삼웅 주필 kimsu@
  • ‘적십자 지킴이’ 30년 봉사활동 한길

    대한적십자사(총재 鄭元植)는 어버이날이자 제95회 적십자의 날인 8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제5회 적십자 대축제를 열어 팔순을 넘긴 ‘적십자 지킴이’ 송술호옹(宋述鎬·82·대전시 서구 둔산동)에게 봉사원 대장(大章)을 수여했다. 송옹은 일제시절인 37년 철도종사원 양성소를 나와 33년 동안 철도원으로일하다가 69년 적십자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대전 계룡공고에서 철도법 강의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계룡공고에서 강의를 하면서 교내적십자청년회(RCY)를 만들 결심으로 71년에는 철도직을 그만뒀다. 송옹이 만든 계룡공고 RCY는 10년 동안 대전역 광장 청소를 하면서 지역 적십자 활동의 활력소가 됐다.빈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소년원생들의 갱생을 지원하는 등 많은 청소년들을 어버이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86년 계룡공고에서 퇴직한 뒤에는 대전 중앙로 헌혈의 집 상근을 자청,5년동안 근무했다. 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 대덕상록회 안종식(安鐘植·62·여) 부회장은 “공원청소나 환경운동도 좋지만 참된 봉사는 눈에 보이는 것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송선생님이 깨우쳤다”면서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대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어려운 모든 이들의 벗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방송사 동심 잡는 프로 ‘풍성’

    어린이 날을 맞아 방송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동심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KBS는 1,2TV를 합해 총 665분의 방송을 마련,공영방송 역할을 톡톡히했다.KBS 1TV는 어린이가 뉴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와 지식 등을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전하는 '생생 어린이 뉴스'(오전10시)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MBC는 90년 이래 10년간 꾸준히 진행해온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오후 2시)의 10주년 특집을 마련했다. 3시간 동안 진행될 이 프로에서는 소아암과 백혈병에 걸렸다가 항암치료로 완치된 어린이 15명이 일본 어린이들과 함께 지난달 23일 일본 후지산을 오르는 장면이 방송된다.이외에도 '100원짜리동전 1,000만개 모으기','혈소판 헌혈 캠페인'등 치료비 마련을 위해 열린 다양한 행사들이 방송된다. 어린이날을 맞아 열리는 다양한 축하공연도 안방으로 그대로 전달된다.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 안뜰에서 열리는 인기가수들과 '개그콘서트'(KBS-2TV 인기 코미디프로)팀의 축하공연은 '날아라 하늘 높이'(KBS-1 오전 11시)에서 볼 수 있다. 여의도 KBS홀에서 KBS국악관현악단,공옥진 등이 출연해 70분간 진행되는 '어린이날 특별음악회'(KBS1 오후 3시),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제18회 MBC창작동요제’(오후 5시) 등도 생방송된다. 만화로는 시각장애인과 인도견의 이야기를 그린 '보리와 짜구'(KBS2 오전9시30분), 동물마을의 이야기를 다룬 '꼬끼오 록스타'(SBS 오전 10시40분)등이 있고 수몰지구에서 자연과 하늘을 벗하며 살아가는 어린이의 동심세계를 담은 드라마 '하늘 가두기'(KBS2 오전 11시10분)도 준비돼 있다. 이외에 가족용 영화로 '마법사의 선물'(KBS1 낮 12시20분),'101마리의 달마시안'(KBS2 오후 1시),'말괄량이 대소동'(SBS 낮 12시),'미지와의 조우'(EBS 오후 1시) 등이 마련돼 있다. 전경하기자
  • 우유광고 출연 화제모은 목장주 백혈병 딸 수발 목장잃어

    “딸애가 낫기만 한다면 목장은 없어도 괜찮습니다” “N유업 사람들 지독하거든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광고로 유명해진 한창희씨(54·경기도 여주군 정동면)는 이제 목장주인이 아니다. 한씨는 지난해 3월 악성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던 막내딸 경신양(20)의 골수이식을 위해 수술비 8,000여만원을 마련하느라 50여마리의 젖소와 목장을 남의 손에 넘겼다.수술 후 1년만에 병이 재발,다시 수술을 받았다. 경신양이 악성빈혈 판정을 받은 것은 6살때인 지난 80년.유치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넘어져 코피가 났는데 2시간이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병원을 찾은경신양은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끊임없이 수혈을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엄청난 수술비 때문에 골수이식을 하지 못한 경신양은 그후 14년 동안이나병마에 시달렸다. 한씨는 골수이식 수술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수술비 마련을 위해 주변사람들로부터 돈도 빌리고 헌혈증도 얻었다.입원비,수혈비,수술비 등으로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한씨의 애끓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신양은지난 20일 다시 수술을 받았다. 목장을 남에게 넘긴 뒤 보호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씨는 “하루 입원료가16만원이라는 말에 처음에는 눈앞이 캄캄했으나 돈 때문에 딸의 생명을 버릴수는 없었다”면서 딸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이순란, 서울은행 34204-1677502)이랑기자 rangrang@
  • 해병대2사단·서울 서부署 암환자돕기 헌혈운동 동참

    국토 방위와 민생 치안을 위해 애쓰는 군인과 경찰이 병마와 싸우는 난치병어린이들을 돕는다. 해병대 2사단(사단장 김인식 소장)과 서울 서부경찰서(서장 류정선 총경)는 27일 소아암이나 혈액암에 걸린 어린 환자들을 돕기 위해 신촌세브란스병원과 ‘혈소판 헌혈’ 자매결연을 맺었다. 이들은 최근 병원으로부터 “일반인들의 헌혈이 줄어들어 혈액관련 난치병치료에 필수적인 혈소판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장병과 직원들이 흔쾌히 자매결연에 참여하기로 했다. 환자 수혈에 적합한 혈액형을 지닌 수혈자를 요청받으면 자체적으로 동일혈액형을 지닌 사람을 찾아내 헌혈토록 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군부대와 경찰서도 병원들과 자매결연해 헌혈 운동에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깨달음의 빛, 나누는 기쁨

    원불교가 28일 원기 85년 대각개교절을 맞아 오는 5월 11일까지 전북 익산중앙총부와 전국 각 교구교당에서 다채로운 봉축행사를 마련한다. 대각개교절이란 원불교를 세운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득도한 날을 말하는데 원불교는 이 날을 창교일로 삼고 있으며 매년 대각개교절을 전후해 전국적인 기념행사를 가져왔다. 올해 대각개교절 봉축행사는 ‘깨달음의 빛 나누는 기쁨’이란 주제아래 중앙총부가 주관하는 ‘법잔치’,‘은혜잔치’,‘놀이잔치’와 각 교구별로 진행하는 문화예술행사,어린이날민속잔치,특별법회,봉사활동 등으로 꾸며진다. 익산 중앙총부는 24∼28일 반백년기념관에서 특별기도식,24∼28일 대각전에서 특별법회를 여는데 이어 대각개교절인 28일 반백년기념관에서 경축기념식을 갖는다.중앙총부는 특히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 20명과 백내장 환자인 무의탁 노인 10명에게 무료시술도 하며 29일 부송동 그린체육공원에선 제1회장애인큰잔치를 연다. 중앙교구는 22일 오전에 익산 배산과 군산 월명공원에서 시민공원가꾸기운동을 펴며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원광대와 군산 월명공원에서 어린이날 민속잔치를 마련한다.서울교구도 지난 9일 흑석동 원불교회관에서 신도 200명이참가한 헌혈운동을 가졌고 이달초부터 3년간 일정으로 북한 산모와 신생아에게 ‘분유 1만통보내기’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대전·충남교구에서는 지난 18일 대전 국립묘지에서 국가유공자 천도재를 가진데 이어 25일 대전소년원에서 소년원생 200명을 대상으로 생일잔치와 공연 음식공양 등으로 이루어진 소년원 대법회를 연다. 김성호기자
  • ‘감동지수’로 票心 모은다

    유권자들을 감동시켜 득표로 연결시키려는 총선 출마자들의 ‘감동지수’선거전략이 백출하고 있다. 젊은 피 수혈론을 노려 헌혈운동을 주도하는가 하면 상가를 찾아 조문하며특유의 정서에 호소하기도 한다.동명이인의 연예인을 동원해 사인회를 계속하며 이름을 알리고 스타 배우인 친동생을 앞세워 유권자의 마음을 끌기도한다. 경기도 수원 팔달구에서 자민련 후보로 출마하려는 김환진씨(43)는 매주 한번씩 뜻을 같이하는 200여명의 대학생들과 헌혈을 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경실련 부설 지역연구소에서 일해온 이미지를 ‘젊은피 수혈론’과 접목시키려는 계산이다. 전북 김제에서 무소속으로 입후보 채비를 마친 이건식씨는 상가 방문으로선거에서 승리를 굳히려 한다.‘상가는 기본이 20표’라는게 선거에 밝은 이들의 분석이고 보면 선거전략치고는 괜찮다는 평가다. 경기도 수원 팔달에서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늘푸른주택㈜ 대표 박정수씨는 같은 이름의 여자 탤런트를 회사의 전속모델로 기용해 팬사인회를계속하면서 인물 알리기에진력하고 있다.‘탤런트 박정수 팬사인회’라는플래카드를 내걸었지만 ‘탤런트’는 글씨가 작아 박정수만 쉽게 부각된다. 대전 대덕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김창수씨(46)는 배우로 잘 알려진 친동생 김학철씨(41)를 앞세우고 어린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 공략하고다닌다.동생 김씨가 나서 시트콤 형식의 달콤한 동화를 들려준다.어린이들의 ‘감동’은 곧바로 부모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선거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어린이들이 최고의 운동원이 되어줄 것이라는 계산이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남칠우씨(41)도 조금은 엉뚱하다. 유권자의 호기심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만나는 사람마다 부부가 나란히 찍은 사진만이 덜렁 실린 ‘백지 명함’을 돌린다.호기심을 유발해 이름을 알리고 득표로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하나같이 여느 출마 예상자들과는 다른 캠페인으로 총선의 관문을 뚫으려는 아이디어 맨들이다.경쟁자를 비방하거나 약점을 폭로하지 않는다.일부는 재력도 있지만 금품선거 따위는 꿈도 안꾼다.유권자들을 찡하게 감동시켜 지지를 얻으려는 이들은 혼탁해만 보이는 선거전에 봄바람만큼이나 상큼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전국종합 kbchul@
  • 백혈병소녀 돕는 착한 청년

    “무균실에 있는 윤정이는 하루에 두세번씩 알코올로 몸을 닦아줘야 한대요 국회경비대 소속 이병효(李兵孝·21) 일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얘기하지만,동료들은 그의 헌신과 열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일경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최윤정양(19·전북 무주군 적상면)을 알게 된것은 지난해 9월 논산훈련소에서였다.우연히 펼친 한 월간지에서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윤정양의 딱한 사정을 접하게 됐다.‘주위 사람들의 도움만 있으면 살아날 수도 있다’는 말에 퇴소를 1주일 앞둔 그는 무엇인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생사의 기로에서 고통받고 있을 윤정이를 생각하니 갑자기 코끝이 찡해오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는 자신의 것은 물론,동료들을 설득해 헌혈증 모으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시큰둥했던 동료들도 이일경의 열정에 감동해 헌혈증 38장과 3만4,000원을 모았다.이일경은 윤정양이 다니는 전북 장수군 백화여고에 희망과웃음을 잃지 말라는 격려의 편지와 함께 헌혈증 등을 부쳤다.이일경이 지금까지 윤정양에게 보낸 헌혈증은 모두 79장.편지도 13통이나 된다. 윤정양은 지난달 29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은 뒤 현재무균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수술이 끝난 뒤인 지난 5일에야 첫대면이 이뤄졌다.짧은 만남이었지만,그에게는 윤정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일경의 동료 소대원 15명은 지난달 초 여의도 성모병원에 혈소판 검사를받으러 갔다.결과는 전원 합격.이들은 윤정이에게 2,3일마다 A형 혈소판을공급해주는 임무를 맡게 됐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기고] 이웃돕기 모금함속의 사랑

    매년 연말이면 소외된 이웃돕기 행사가 여기저기서 벌어지지만 모아진 성금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됐다.이런 연유로 성금을 투명하게 집행할 법정모금단체가 98년 1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라는 기구로 출범되었다.사랑 희망 나눔을 활동주제로 세개의 붉은 열매를 상징물로 정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국 각 시·도별로 지회가 설치됐고 중앙회의 총괄 아래 운영되고 있다.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시 지회에서 근무하게 된 필자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2000년 1월 30일까지 희망2000년 이웃돕기 모금 캠페인 일환으로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의 협조로 각 지하철 역사 매표창구 앞에 입식 모금함 158개를 설치하였다.모금함의 개당 제작비가 10여만원 이상 소요된 것이기 때문에 모금액 실적에 적잖게 신경을 썼는데 결과는 미진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함을 열 때마다 따뜻한 이웃들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만나는 것 같아 작은 감동을 맛보곤 했다.10원짜리,50원짜리,100원짜리,500원짜리 동전에서부터 1,000원짜리가 두세번 접힌 채로,또는 고액권이 광채를 띠듯 들어있었다.어떤 곳에는 깨끗한 봉투 안에 고액권 몇장이,또다른 곳의 모금함 속엔남자친구의 선물을 사려던 돈이,신입사원 동료들이 한끼 식사비를 모은 돈이,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젊은이의 헌혈증서가 들어있어 모금함을 여는 순간순간이 곧 감동의 순간이었다. 역무실에서 집계하는데 한 직원이 뼈있는 한 마디를 했다.“부패한 정치꾼들은 이런 걸 보면서 반성해야지.서민들에게 만원 이만원이 적은 것이 아닌데 이 돈이야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이 아니겠어요” 그렇다.모금함 속의 한푼 한푼은 그야말로 순수한 돈이다.누가 독려를 했다거나 종을 치면서 호소했다거나 자선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모금함에 시민들이 순수한 십시일반의 사랑을 넣은 것이다.예쁘게 접은 리본을 단 종이지갑에 500원을 넣은 낯 모를 어린이의 코묻은 돈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유수 대기업체나 독지가의 거액 성금도 자선사업에 쓰이기는 마찬가지겠지만 모금함 속의 작은 정성은 이웃들과의 직접적인 사랑의 교감에서 우러난 것이어서 보다 더 따뜻하다.그리고 잘사는 동네를 끼고 있는 지하철 역사보다 서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인근역의 모금함 속에 두배 세배 많은 성금이들어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모금함 속에 쓰레기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다 쓴 지하철표,광고지,심지어 담배꽁초까지 들어있다.어떤 곳은 모금함이 파손된 경우도 있고 통째로 없어져버린 곳도 있었다.이같은 현실을 보면서 아직도 먼 시민의식을 탓하게 되지만 그래도 따뜻한 이웃이 더 많은 사회에서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갖게 되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한 끼의 먹거리와 연탄 한 장에 신경쓰며 온몸을 웅크리고 있을 내 이웃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자선모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였다.또 자신들의 일처럼 모금함을 지켜주고 동전을 세어주는 등 모든 협조를 해준 지하철 역무원 여러분의 태도에서도 진정한 이웃사랑의 따뜻함을 느꼈다. 趙 炳 洙 서울시민공동모금회 사무국장
  • 군인동생 우애·고교생아들 효성이 40代 생명살렸다

    11년간 투병해온 40대가 동생과 아들로부터 간과 신장을 받아 새 삶을 찾게됐다. 육군 햇불부대 김양민(金良珉·29)중사는 1일 만성신부전증과 간경화로 투병중인 형 김장만씨(金長晩·43·전남 완도)에게 간을 이식시켰다. 박봉을 쪼개 형의 약값을 보태오던 김중사는 장기를 기증하면 평생직장으로 생각해오던 군을 떠나야 했지만 형의 생명을 구하기로 결심했다.장기를 기증하면 신체장애 부적격으로 간주해 전역시키는 육군규정 때문. 김중사는 서울중앙병원 수술실에 조카 효동군(17·전남 완도고 1년)과 나란히 누워 이식수술을 받았다.효동군도 11년 전부터 온몸이 붓고 움직일 수조차 없는 중병을 앓아온 아버지에게 건강한 신장을 이식시켰다. 김중사는 9년 동안의 군생활에서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믿음과 신뢰를 받아온 모범 군인이었다.효동군도 지역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과 효행상을 받은 효자였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수술비 1억1,000여만원 마련이 어렵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육군 햇불부대원들과 완도고 교직원,고향주민들이 발벗고 나섰다. 전남도교육청은 겨울방학이 끝나면 도내 전체 학생과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효동군 가족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햇불부대원들도 400만원의 성금과 100장의 헌혈증서를 모아 전달했다. 노주석기자 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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