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헌팅턴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 이벤트
    2026-06-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74
  • [한국인의 질병] (14) 치매

    [한국인의 질병] (14) 치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이 병을 ‘노망’(老妄)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갑자기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알아 보지 못하는 증상이 생겨도 사람들은 이를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노화에 따른 ‘자연의 섭리’로 여겼다. 과연 ‘치매’가 우리에게 피하지 못할 숙명일까?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이듯, 치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 보기 위해 치매 전문가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 교수를 만났다.“치매는 의료진들이 정의할 때 흔히 ‘사람의 능력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소실’, 즉 어떤 사람의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올 정도로 충분히 심한 정신적인 공황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치매는 사실 여러 가지 질환들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극복하지 못할 난치병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벼운 건망증에서 시작해 서서히 진행 김 교수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해 증상이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뇌신경 세포가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뇌신경 사이의 신호를 전달해주는 화학물질이 급감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환자는 아주 가벼운 건망증에서 시작해 언어 구사력, 이해력, 읽고 쓰는 능력에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증상이 심각해지면 불안 증상과 공격성을 보이고 심지어는 집을 나와서 거리를 방황할 수도 있다. 또 뇌졸중 등의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도 전체 환자의 20∼30%에서 나타난다. 이밖에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과 ‘헌팅턴병’, 술에 의한 ‘만성 알코올 중독’도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매 환자에게는 언어 장애, 일상생활 수행능력 장애, 배회, 시·공간능력 저하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일상에서 생기는 ‘건망증’도 중요한 초기 증상 중의 하나다. 이러한 증상은 수돗물이나 가스 꼭지 잠그는 것을 잊어버리는 단순한 건망증에서 시작해 혼자 외출하는 횟수가 많아지거나 모든 일에서 끈기와 흥미가 없어지는 대신 망상이 늘어나는 등의 다소 심각한 증상으로 확대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거짓말을 만들게 되고, 주변 인물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배회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즈음이다. 증세가 심각해지면 남을 의심하거나 과도하게 식사에 몰두하는 등의 편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의술의 발전으로 노인 인구가 늘면서 치매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95년 치매 노인수는 약 22만명 수준이었지만 2005년은 35만여명,2010년은 43만명,2020년에는 62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에서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995년 8.3%에서 2010년 8.6%,2015년에는 9% 대에 올라설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엔 65세 이상 13%가 환자될 듯 “우리나라는 인구 노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202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최대 13%가 치매 환자가 될 것이라는 보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조기 치료에 대한 관심이나 환자를 보살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망은 부족해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충하는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고도로 발달된 현대 의학으로도 치매를 완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이나 가족 구성원이 노력만 기울인다면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도록 돕는 방법들은 많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망증이 심해지는 초기 치매 환자를 절대로 혼자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항상 손동작을 많이 쓰는 놀이를 시키거나 책을 읽으면서 함께 토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음악이나 가벼운 운동, 규칙적으로 소변 보기, 애완동물 기르기 등의 방법도 행동 장애를 조절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치매 예방법은 발병 원인에 따라 다르다. 비만과 음주, 흡연은 치매를 부르는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필름이 끊기는 ‘블랙 아웃’ 증상이 술자리마다 나타나는 사람은 치매가 발병하기 쉽기 때문에 즉시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 또한 육류를 즐기기보다 생선과 야채 위주의 식단을 차리고, 비타민을 주기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트레스도 치매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사소한 일이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자주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감정을 이입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술자리마다 ‘필름´ 끊기는 주당 술 끊어야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에 의한 조기 치료다. 우울증이나 비타민 결핍 등에 의한 치매는 원인을 제거하면 금방 증세가 호전되기 때문에 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치매에 걸린 한 할아버지가 부인의 내조로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12년간 유지된 사례도 있습니다.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관심이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있는 부모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거나 주기적으로 만나기만 해도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치매가 발병해도 15∼20년씩 생존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가족들이 결국 치료를 포기하게 되죠.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면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치매치료에 효과있는 약들 치매를 직접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특히 뇌 속에서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아세틸콜린’이라는 물질의 분비량을 증가시키는 약은 ‘도네페질’이 대표적이다. 이 약은 하루 1회 복용하면 치매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시켜 준다. 다만 약을 복용할 때 소화 기관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면 취침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수면 장애가 생기면 복용 시간을 아침으로 바꾸면 된다. 도네페질과 같은 기능을 갖고 있는 ‘리바스티그민’은 체중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저 체중의 노인은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또 이들 약은 투여량이 높아지면 구역감, 설사, 식욕감퇴, 어지럼, 근육경련 등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낮은 용량부터 서서히 늘려가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알츠하이머병 증세가 중증일 때는 ‘메만틴’이라는 약이 처방되기도 한다. 이외에 비타민E, 여성 호르몬(에스트로겐) 등은 신경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거나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치매환자 방꾸미기 치매 환자는 증세가 악화될 때 대부분 광적으로 집중하는 편집증 증세가 심해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돌보다가 지쳐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요양기관이 아닌 집에서 환자를 돌본다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치매 환자는 외부 자극이 너무 없는 환경에서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따라서 너무 시끄럽지 않은 수준의 작은 소음이나 은은한 음악은 치매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주기적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햇빛에 자주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내용이 이어지는 TV 시청은 치매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책은 일부 환자의 두뇌 활동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언제든 손을 뻗으면 책이 잡힐 정도로 가까운 곳에 책장을 비치하는 것이 좋다. 경기 부천에 있는 가톨릭대 성가병원 심용수 교수는 “행동 치료는 환자의 증세를 유지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며 “치매 증세를 완화시키려면 주변 환경을 환자에게 맞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씨줄날줄] 붉은 초승달/구본영 논설위원

    크루아상은 초승달을 가리키는 프랑스어다. 프랑스인들의 아침 식단에 흔히 오르는 빵도 크루아상이다. 모양이 초승달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 빵의 유래는 다양하다. 가장 그럴싸한 게 17세기말 이슬람제국 오스만 튀르크의 유럽 침공에서 기원한다는 가설이다. 그들은 초승달 깃발을 앞세우고 오스트리아까지 쳐들어왔다. 이때 폴란드 왕이 지원군으로 나서 그들을 물리친 뒤 이 빵을 만들게 했다고 한다. 그 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에게 시집가면서 이 빵이 프랑스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초승달(新月)은 한때 중동을 석권했던 페르시아 사산왕조의 문양이었으나, 이후 이슬람 왕국에서 지배권력의 상징처럼 됐다. 폴란드의 소비에스키 3세가 크루아상 빵을 만들게 한 동기가 재미있다.“적의 상징을 씹고 또 씹어라.”라는 의도란 것이다. 일종의 ‘문명 충돌’의 상흔인 셈이다. 여기에서 착안한 이론이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일 것이다. 그는 이슬람과 서구의 충돌을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가치관이 빚는 대립의 산물로 파악했다. 특히 두 종교의 이질성뿐만 아니라 유사성에서도 갈등이 비롯된다고 보았다. 공세적 포교가 그런 공통점의 하나다. 즉 “이슬람은 처음부터 정복을 통해 교세를 넓혔으며, 기독교도 그런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부터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있는 한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우리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대면 접촉을 성사시키는 데 현지의 적신월사(Red Crescent Societies)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적신월사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적십자사다. 종교적 거부반응 때문에 십자가 대신 이슬람의 ‘붉은 초승달’을 상징 마크로 쓴다. 기독교인들인 한인 인질들에게 적신월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문명 충돌론보다는 문명 조화론적 시각에서 협상해야 피랍자들이 무사히 석방될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적십자’와 ‘붉은 초승달’이 인류애라는 공통의 지향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적대감에서 유래한 크루아상이 프랑스에서 그냥 맛있는 빵으로 자리잡았듯이 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비치 스포츠의 천국 LA

    비치 스포츠의 천국 LA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LA). 뉴욕과 시카고 다음가는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다.LA 등 캘리포니아 서부지역의 도시들이 세워진 것은 18세기 말부터. 현재의 샌디에이고에 상륙한 스페인 선교사들이 ‘수도사의 길’이라 일컬어지는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가면서 정착한 지역들이 성장해 오늘날 캘리포니아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도시들이 된 것. 도시명도 가톨릭 성인의 이름에서 따왔다. 캘리포니아를 만끽하려면 역시 해변으로 가는 것이 좋다. 태평양에 연해 있는 해변들을 찾아가는 여행만으로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엇비슷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똑같은 것 한가지!비치보이스(Beach Boys)의 ‘서핀 유에스 에이(Surfin’ U.S.A)’를 흥얼거리며 높다란 파도 꼭대기에서 태양을 만끽하는 서퍼(Surfer)들이 있다는 것. # 뉴포트 비치(Newport Beach) 밸보어 섬과 리도 섬 등에 둘러싸여 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TV나 영화 등에서 흔히 보았던 부호들의 럭셔리한 저택들이 해안가를 끼고 밀집돼 있다. 존 웨인이 거주했던 저택 등 해변가 주택 한 채에 수백만달러가 넘는다. 뉴포트 시 베이스(Newport Sea Base)앞에 있는 더피 보트 대여점(www.duffyboats.com)에서 배를 빌려 타고 돌아볼 수 있다. 시간당 95달러. # 롱비치(Long Beach) 13.5㎞에 달하는 긴 해변을 끼고 있어 롱비치로 불린다. 페리를 타고 카탈리나 섬 방향으로 가다보면 돌고래떼를 만나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살아 남은 퀸 메리호가 항구에 정박돼 있다. 야경 또한 아름답다. 여름철 토요일 밤에는 불꽃놀이가 열리기도 한다. # 헌팅턴 비치(Huntington Beach) 서퍼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해변이다. 미국내에서도 가장 우수한 파도를 가지고 있어 파도타기 중심지로 여겨진다. 피어(peer)에서 이어지는 메인 스트리트에는 서핑 숍들이 몰려 있어 언제나 젊은이들로 붐빈다. 국제 서핑 박물관의 본거지가 자리잡고 있다. # 샌타모니카 비치(Santa Monica Beach) LA 3대 비치 중 한 곳이자, 각종 비치 스포츠의 발상지. 연중 덥거나 춥지 않은 천혜의 기후에 푸른 바다와 야자수 위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 하얀 모래 등 대도시 LA의 한가운데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별천지다. 샌타모니카 비치의 상징은 100년된 목재 잔교. 영화 ‘스팅’이래 수많은 영화와 TV드라마 촬영장소로 애용됐다. ■ LA여행때 이곳만은 빼먹지 말자 ●디즈니랜드 VS 너츠 베리 팜 디즈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놀이공원 중의 하나.LA 아래쪽 애너하임에 있다.1955년에 문을 연 이래 미국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플로리다 주 올랜도, 일본 등에 세워진 디즈니랜드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너츠 베리 팜은 1920년대 딸기농장에서 출발한 미국 최초의 테마파크. 농장주 월트 나드 부부가 만든 딸기잼과 치킨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놀이 시설을 하나씩 세우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테마파크로 발전했다. 디즈니랜드에서 차로 10분거리. ●유니버설 스튜디오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 최대의 영화 스튜디오다.35동의 실내 촬영소와 500동의 세트가 있다. 특수 제작한 차를 타고 영화 킹콩 등의 세트장을 도는 트램 투어와 스튜디오 투어, 엔터테인먼트 센터 등 3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오후 3시엔 세트장 투어를 위해 한국어 방송 트램 차량이 마련된다. 스튜디오 투어 필수 관람코스는 ‘워터 월드’스테이지.‘슈렉’‘미이라’스테이지도 빼놓지 말 것.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미국 영화배우들의 손도장, 발도장 등이 찍혀져 있는 곳.1달러를 내면 영화속 주인공 복장을 한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명예의 거리 중심에 있는 코닥극장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곳. 글 LA 손원천 특파원 angler@seoul.co.kr
  • [책꽂이]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이지영 지음, 에세이 펴냄) 지난 2001년 등단한 수필가 이지영씨가 에세이집 ‘인터넷을 믿지 마세요’(에세이 펴냄)를 냈다. 오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과정의 에피소드를 소재로 삼아 ‘믿음’의 의미를 되새겨본 표제작을 비롯해 최근까지 쓴 50여편의 글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엄마, 아빠를 부르며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가슴엔 시퍼런 멍만 깊이 새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고통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어찌 알았으랴.”(‘인생의 폭풍이 지난 후에’ 가운데) 콩팥 옆의 림프관이 막혀 있어 림프액이 소변과 함께 배출되는 ‘유미뇨’라는 희귀병을 앓았던 아들의 투병과 회복과정을 그린 작품에서는 주변의 걱정과 도움을 고마워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조시인 이상범씨의 딸인 작가는 “감당하기 벅찬 시련이 연달아 닥쳐왔던 지난 10년간 글쓰기는 커다란 위안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1만원. ●킬러, 형사, 탐정클럽(외르크 폰 우트만 지음, 김수은 옮김, 열대림 펴냄) 1434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돌아온 프랑스군 원수 질 드 레는 흑마술에 빠져들었고 그 과정에서 140명의 아이들을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그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수염을 가져 ‘푸른 수염의 사나이’로 불렸다. 영화나 문학작품을 통해 살인사건을 접하는 경우도 많다.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 ‘사이코’는 공포의 명장면을 남겼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에서는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전당포 여주인을 죽인다. 아버지를 살해한 오이디푸스 왕부터 O.J. 심슨 사건에 이르기까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개한다.1만 2800원. ●로마의 역사(장 이브 보리오 지음, 박명숙 옮김, 궁리 펴냄) 로마 건국설화는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가 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지로 정하고 암소와 황소에 쟁기를 달고 사각형의 경계선을 그어 로마가 탄생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고고학 연구성과에 따르면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했다는 기원전 753년 이전에도 고대 로마인은 조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치세를 거치며 로마는 세계제국의 중심으로 발전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고,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에 ‘영원한 도시’라는 별칭을 붙였다. 로마의 쇠락은 4세기경부터 시작됐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에 시달리던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25년 로마를 떠나 콘스탄티노플로 향했다. 로마제국에 힘입어 영화를 누리던 로마가 제국으로부터 버림받는 순간이었다.2700여년에 걸친 로마의 방대한 역사를 조명한 책.2만 5000원. ●중화사상과 동아시아-자기최면의 역사(이희진 지음, 책세상 펴냄) 동아시아 ‘역사전쟁’의 허위성을 지적하고, 그 기저에는 중화사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주변국들이 오히려 중국적 사고방식을 역이용해 실리를 취했으며 이런 역사를 통해 각국이 자국중심적 사고를 갖게 됐다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자기최면이다. 한국도 중화사상의 모방에 있어 예외가 아니다. 요컨대 혈통과 문화를 근거로 발해를 우리 역사로 편입하고 말갈족의 역사를 지우려는 논리가 동북공정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보는 신채호 등의 초기 민족주의 주장은 국수주의의 단초를 지니고 있다는 견해도 밝힌다.3900원. ●지식의 충돌 책vs책(권정관 지음, 개마고원 펴냄) 문화비평가가 비슷한 사안에 대해 상반된 해석이나 주장을 펼친 책 18권을 비교 분석한 서평집. 하랄트 뮐러는 저서 ‘문명의 공존’에서 종교를 중심으로 문명충돌론을 주장한 새뮤얼 헌팅턴을 겨냥해 그가 가진 위기의식의 근저에 서구 문명의 쇠락과 함께 나타난 스스로의 불안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문명충돌론은 서구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가상의 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헌팅턴이 단순화의 주술에 걸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뮐러의 저서에 대해서는 전지구적 시장논리에 경도돼 있다고 비평한다. 애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장융·존 핼리데이 부부가 쓴 ‘마오’도 비교한다. 스노의 책이 마오쩌둥에 관한 영웅적 신화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다면, ‘마오’는 그에 대한 온갖 추문과 스캔들을 통해 극단적 이면을 추적한 책이라는 설명이다.1만 2000원. ●육조(六朝)시대의 남경(南京)(류쑤펀 지음, 임대희 옮김, 경인문화사 펴냄) 타이완의 중국사 연구자인 저자가 1993년 펴낸 ‘육조의 성시(城市)와 사회’ 중에서 상편에 해당하는 ‘건강성’(建康城)’만을 떼어내 단행본으로 정리했다. 건강이 도성이 된 원인과 그 흥망의 역사, 도시구조, 동시대 북조의 중심도시인 낙양과의 비교 등을 시도한다. 남경과 건강은 모두 같은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지금의 중국 장쑤성(江蘇省) 성도(省都) 난징을 말한다. 이곳은 동오(東吳) 이후 동진ㆍ송ㆍ제ㆍ양ㆍ진에 이르는 육조시대에 줄곧 도읍이었다.1만 7000원.
  •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세계적 석학이 말하는 지구촌 전망] “태평양시대 아시아 경제공동체 필수적”

    |파리 이종수특파원|자크 아탈리(64)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빡빡한 일정 탓인지 날짜를 확정한 뒤에도 시간대를 4차례나 조정해야 했다. 파리 기온이 처음으로 영하로 떨어진 23일(현지시간) 오후. 샹젤리제 거리 뒷골목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 틀에 매이기 싫었던 듯 미리 보낸 질문지를 읽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히 ‘준비된 질문’과 ‘날 것의 대답’이 오갔다. 먼저 오는 31일 한국에서 강연할 주제를 물어봤다.“역사를 통해 한 국가가 어떻게 강국이 되며, 영향력을 유지하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이어 한국의 강점을 활용할 최선책과 약점을 극복할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30년 전 그가 예측했다는 ‘태평양 시대’에 대한 조감도가 궁금했다.“세계의 중심이 되려면 미래 테크놀로지, 즉 정보기술(IT)·나노·에너지 기술 등을 확보하고 항구를 갖춰야 한다. 태평양 지역에는 이 조건을 갖춘 나라가 많아 일찍이 주목했다. 한국은 다방면에 잠재력이 있고 일본도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의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런 성장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아시아 지역의 공동시장 등 경제공동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공동경제구역 구축을 가능케 하는 모든 것, 특히 유로화와 같은 단일통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현실화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전 단계로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유통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 佛대선 전망 그의 ‘자상한 안내’에 힘입어 화제는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통령선거로 넘어갔다. 가장 큰 관심은 중도우파인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수성이냐, 아니면 13년만에 사회당의 정권 탈환이냐였다. 진단은 신중했다.“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독립적 입장에서 관찰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가 늘 패배했기 때문에 우파 진영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달라진 두 가지 정치 풍토가 변수라고 내다봤다.“이번 대선은 매우 특이하다. 유력 후보 2명 모두 처음 출마했다.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는 주요 후보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이었고, 출마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곤 했다.” 사회당 루아얄 후보가 내세운 ‘참여 민주주의’는 그가 주창한 것이다. 그 인과관계를 묻자 “그녀와 7년 동안 일하며 잘 알게 됐다. 아주 친한 친구지만 우리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웃음)고 말했다. 대신 ‘루아얄이즘’, 혹은 ‘루아얄 현상’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 대해 “그녀는 참신하면서도 경험있는 인물이라는 두 가지 절묘한 측면이 어우러진 후보”라고 했다. #신음하는 EU 진단 동구의 노동인력 유입과 유럽헌법 부활 등 여러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전망에 대한 ‘석학’의 진단은 어떠할까.“EU는 기이한 공동체이다.27개 회원국으로 확대됐고 단일통화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크게 성공한 공동체다. 그러나 회원국 모두 정치적으로 통합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연합 내의 연합’이라는 독특한 전망을 제시했다.“프랑스·이탈리아·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몇몇 국가들이 EU 내에서 제한적 소규모 그룹을 형성하여, 공동 군사력을 갖추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다. 이 형태가 내가 희망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EU헌법도 27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는 불가능하고 7∼8개국만의 공동헌법이 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노마디즘 화제는 지구촌 공통의 문제로 넓혀졌다. 그는 온난화, 물 부족 등 환경 재앙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한 뒤 ‘새로운 노마디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곧 지구촌 인구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기후도 한 이유가 된다. 아프리카를 떠나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옮겨가는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자원이 풍부하고 환경 보전이 잘된 시베리아가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국경은 인구 이동과 천연자원 확보를 위한 갈등으로 21세기의 거대한 분쟁 지역이 될 것이다.” #문명의 충돌 역설 중동과 유럽을 감싸는 이슬람과 서방의 긴장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폈다.“이슬람 인구는 10억에 이르고, 서방도 10억가량의 인구가 있다. 극소수의 광분한 이슬람그룹이 있지만 주된 흐름은 현대화·민주화로 간다. 이슬람교의 성향 자체가 민주주의와 대치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그래서인지 새뮤얼 헌팅턴이 진단한 ‘문명의 충돌’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그가 문명의 충돌을 이야기할 때 문명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 이슬람 문명, 아랍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람 문화·문명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것이 이슬람의 힘이다. 이슬람은 보편적인 종교이며 문명을 초월해 있다. 그것은 이슬람이 극도로 추상적인 종교이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 이슬람은 특정 문명에 의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인류 미래 예측 다양한 각론을 거쳐 마침내 ‘인류의 미래’에 도착했다.“자본주의는 앞으로 3단계의 보편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향후 20∼25년은 미국 주도 ▲한국 등 11개국 주도의 다극체제 ▲시장논리만 통하는 거대제국(Hyperempire)이 그것이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거대제국 단계에서 국가·민족·도덕은 의미가 없다.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의 지배로 온갖 갈등이 분출하는 ‘대충돌(Hyperconflit)’시대가 온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미래는 밝다. 인간은 늘 자유를 제약하는 모든 억압에 대항했듯이, 국제적 비정부기구(NGO) 등이 중심이 돼서 합리적 돌파구를 찾는 ‘초국적민주주의(Hyperdemocratie)’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vielee@seoul.co.kr ■ 자크 아탈리의 노마디즘 인생 |파리 이종수특파원| 경제학자·정치인·관료·저술가·사회운동가·소설가·언론인…. 자크 아탈리의 지적 여정이다. 읽기에도 숨가쁜 전방위 활동은 자신이 만든 말 ‘디지털 노마드(유목)’를 빼닮았다. 1943년 알제리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그는 한 곳에만 들어가도 수재로 통하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4곳을 졸업했다. 에콜폴리테크니크(공학), 에콜데민(토목), 정치대학원(정치학)을 거쳐 프랑스 최고지도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까지 졸업한 뒤 소르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이 뭐냐는 질문에 “수학을 시작으로 역사·법학·경제학·철학·음악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지적 탐험은 끝이 없는 듯 “중요하다고 여긴 모든 것은 소화한 뒤 독서·만남·지적 자유를 통해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공계와 인문사회학을 넘나드는 학문 탐험에 힘입어 활동도 전방위에 걸쳐 있다.197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는 경제 고문으로 인연을 맺은 뒤 1981년부터 엘리제궁에서 대통령 특보로 10여년간 활동했다. 그래서 ‘미테랑의 쌍둥이’란 별명이 붙어 다닌다. 숱한 ‘양지’에서 일하면서도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1979년 비정부기구 ‘빈곤퇴치 행동’을 세웠고, 1989년 방글라데시에 ‘국제 수재 방지 행동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의 ‘소액금융’운동에 공감,1998년 프랑스에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를 설립하고 대표를 맡고 있다. 폴리테크니크·도핀대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역임하면서 40여권의 저서와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저서 가운데 ‘마르크스 평전’ ‘미테랑 평전’ ‘호모 노마드’ ‘인간적인 길’ 등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vielee@seoul.co.kr ■ ‘비전 2030 글로벌 포럼’은 미국·일본의 비전·미래 전략을 검토하면서 한국의 ‘비전 2030’의 보편적 의미를 점검하는 행사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이종오)가 주관하는 포럼은 오는 31일 기조 연설 및 환영행사,2월1일 한국·미국·일본의 미래비전 정책에 대한 집중 토론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위한 세계의 준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 ‘미래의 성장 동력 육성방안’ 등의 주제를 놓고 한국의 ‘비전 2030’에 해당하는 미국의 ‘해밀턴프로젝트’와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입안한 전문가들이 주제 발표와 토론에 참석한다. 아탈리는 “장기적 안목으로 자국의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을 숙고하는 나라는 매우 드문데 한국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흥미롭다.”고 말했다.
  • [2007 월드 포커스] (10)·끝 지구촌 문명·종교 충돌

    [2007 월드 포커스] (10)·끝 지구촌 문명·종교 충돌

    |파리 이종수특파원|지구촌의 고질병 가운데 하나인 이슬람과 서방의 대립은 올해도 누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9·11 뉴욕 테러로 촉발된 ‘반(反) 무슬림 정서’가 2005년 7·7 런던 지하철테러 참사를 징검다리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혐오증을 뜻하는 ‘이슬라모포비아’란 말이 유행할 정도다.‘이슬람=테러·폭력’이란 논리가 유럽이 자랑하던 ‘다문화주의’를 얼어붙게 했다. 반 이슬람 정서의 확산은 유럽연합(EU)의 1800만명 이슬람인들에 대한 인종·종교 차별을 낳았다.‘유럽 인종주의 및 외국인혐오 감시센터(EUM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인종주의 폭력은 두 배가량 늘어났고 아랍계 인종에 대한 폭력은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슬람이 교육·직업·주택 등에서 인종 차별과 이슬람 혐오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런 현실이 프랑스 이민자들의 소요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슬람과 서방의 대립이 일상화되면서 ‘감정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반 이슬람 정서,‘감정 충돌’ 양상 지난해 유럽 대륙에서는 마치 ‘유럽판 문명 충돌론’을 보는 것처럼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노르웨이·프랑스·독일 등의 언론이 마호메트 만평을 게재하면서 이슬람권의 반발은 전 세계로 번져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 양상마저 보였다. 이 사태는 아랍단체가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다시 불거질 수 있는 휴화산이다. 여기에 기름 부은 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슬람이 폭력과 결부돼 있는 듯한 내용을 담은 발언이 이슬람의 공분을 일으켰다. 폭력 항의 집회가 이어졌고 가톨릭 신부와 수녀가 피살되는 유혈 사태마저 낳았다. 반 이슬람 정서와 이슬람의 반발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됐다. 이슬람교가 폭력을 미화한다는 글을 기고했던 프랑스 교사 등은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일터에서 얼굴과 머리를 가리는 무슬림 여성의 전통 의상 착용을 둘러싼 소송과 갈등이 확산일로에 있다. ●진단과 해법 이슬람과 서방사이에 고조되는 긴장은 지난 1993년 새뮤얼 헌팅턴이 제기한 도발적 담론인 ‘문명 충돌론’이 힘을 실어 주었다. 반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 등 저명인사들로 구성된 ‘유엔 현인회의’ 보고서는 폭력적인 이슬람 저항운동의 확산에 대해 서방과 중동 권위주의 정권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했다. 유럽정책센터의 미르잠 디트리흐 정책분석가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과격행동으로 인해 ‘문명 충돌론’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유럽 국가들은 유럽 속의 무슬림 공동체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해야 하며 무슬림은 극단주의자들의 주장에 선을 그으며 강한 비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EUMC는 EU 회원국의 사회통합정책을 촉구하면서 구체적으로 인종·종교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교사에 대한 교육 강화와 언론의 균형잡힌 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vielee@seoul.co.kr
  • 고대 세계의 만남/제리 벤틀리 지음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고 그것을 더욱 확대해가는 절충주의적 태도야말로 문화간 만남의 가장 중요한 양상이다.‘고대 세계의 만남’(제리 벤틀리 지음, 김병화 옮김, 학고재 펴냄)의 저자(하와이대 역사학 교수)는 그 한 예로 중국에 불교가 들어올 때 도가의 용어와 이론 틀을 빌린 사실을 든다. 외국의 문화 전통을 받아들이고 채택하는 과정을 ‘사회적 개종’이라 부르는 저자는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에 대한 비판의 의도도 드러낸다. 이는 저자가 특별히 “신앙의 문제에 관해 강요는 없다.”는 코란의 경구를 언급하며 이슬람 역사를 조망하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책은 문명의 접경지대에서 활약한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흉노로 망명한 뒤 중국에 대항한 중국 관료 출신의 중항렬, 칭기즈칸의 재상을 지낸 거란 귀족 야율초재 등이 그들이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英 ‘맞춤아기’ 세계 첫 탄생

    선천성 질병을 물려받지 않도록 인공 수정 이후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거친 건강한 ‘맞춤 아기’가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태어났다. 유전 질환을 가진 부모도 마음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나 버려지는 배아가 생명 윤리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다. BBC인터넷판은 14일 프레디 그린스트리트와 토머스 그린스트리트 쌍둥이 형제가 2주전 런던 가이스 앤드 성토머스 병원에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아이의 부모는 난치병인 낭포성 섬유증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이 병에 걸려 고생하는 다섯살 난 쌍둥이 딸을 두고 있었다. 쌍둥이의 부모는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해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질병에 걸렸는지를 검사하는 ‘착상전 유전자 진단(PGH·pre-implantation genetic haplotyping)’ 검사를 받았다.PGH는 낭포성 섬유증뿐만 아니라 헌팅턴병, 척수성 근위축증, 듀센 근이양증 등 최대 6000종의 질병을 유전자 검색을 통해 미리 알아낸다. PGH는 배아의 유전자 결함을 발견하는 사전 이식 유전 진단법(PGD·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보다 진보한 것이다.PGD는 200여종의 유전질병을 검진할 수 있지만,PGH는 30배나 많은 숫자의 질병을 판별해 낸다. 게다가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배아세포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검사해 보다 빨리 질병을 찾아낸다. 또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아들에게 유전될 수 있는 X염색체성 열성유전형 질병도 진단될 수 있다. 유전병이 있는 혈통에서 그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도 질병이 있는 배아 판별이 가능하다. 영국 의료진은 그린스트리트 부부의 배아가 낭포성 섬유증에 걸렸는지를 검사한 후에 건강한 배아만을 골라 엄마의 자궁에 이식했다. 가이스 앤드 성토머스 병원은 올 6월 새 배아 검사법 개발을 발표했다. 연간 100여 부부 이상에게 이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발표 당시 치명적 유전병을 가진 부부 5쌍이 새 검사법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임신중이었다. 킹스칼리지 부인과의 피터 브로드 교수는 “자궁 이식 전 배아 유전자 검사는 계속해서 아기를 유산했거나 혹은 심각한 선천성 질병으로 고통을 받거나 사망한 아기를 둔 가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인 생식윤리논평의 조세핀 퀸타발은 “어떤 배아는 죽고 어떤 배아는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사들이 앉아서 결정한다는 사실은 소름끼치는 일”이라며 배아 검사를 우려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9·11테러 5주년 세계질서의 변화 미국 ‘퓨포럼’ 두 석학 인터뷰

    2001년 9월11일 뉴욕 테러가 발생한 이후 5년 동안 국제사회는 근본적인 질서의 변화를 목격해왔다. 특히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중동의 이슬람 문화의 충돌 양상이 더욱 뚜렷하고 강력해지고 있다. 종교와 공공사회의 문제를 연구하는 미국의 퓨포럼은 9·11 5주년을 맞아 ‘문명 충돌’(1996년)의 저자인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와 헌팅턴 교수의 이론에 비판적인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인터뷰한 뒤 그 내용을 발표했다. ■ 사무엘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 헌팅턴 교수는 “아직까지 문명의 충돌이 절정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진단하면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그같은 시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했다. ▶종교와 문화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종교란 사람의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언어가 문화의 핵심적 요소일 수 있겠지만 종교 역시 중요하다. 왜냐하면 종교는 바깥 세상을 보는 시각의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언어가 외부와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역시 소통의 틀을 종교가 제공하는 셈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문명충돌 이론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대한 생각은. -그렇다면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책을 처음 출간했을 당시에는 조금 놀랍기도 했다. 영향력을 갖는 이론들은 주장하고자 하는 논리가 명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실질적이다. 그러나 또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그같은 이론이 나오는 타이밍이다. 내 책이 5년 전이나 5년 후에 발간됐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다른 학자들보다 종교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것인가. -나는 당시 사고의 조류 속에 서있던 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교라는 전제를 깔고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9·11을 예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9·11이 발생할 수 있는 맥락을 예견했던 것 아닌가. -그점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9·11은 미국과 서구를 이슬람과 충돌시키려는 오사마 빈 라덴의 시도였다고 말했다.5년이 지난 지금 빈 라덴의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지난 몇 년간 이슬람과 서방의 관계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움의 많은 부분은 이슬람 국가들이 서방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사실로부터 기원한 것이다. 물러나는 외부세력과 떠오르는 국내 세력간의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이 본격적인 문명충돌이라고 볼 수 있나. -단순하게 하나의 충돌이라고 하기보다는 문명간의 충돌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충돌의 양상을 잘 보면 문명간의 충돌보다는 문명내의 충돌이 많은 상황이다. 유럽의 역사를 보라. 유럽의 국가들도 늘 싸워왔다. 현재의 세계는 많은 수의 주요 문명들이 존재하는 다극화된 사회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를 위계적인 질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이슬람 세계와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좀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의 생각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슬람 내에서도 종파와 국가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앞으로 올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이슬람 국가들이 연합해서 과거에 통치했던 서방 지역들을 되찾아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까지 통치했던 역사가 있다. ▶미국의 핵심은 앵글로-프로테스탄트(앵글로색슨 인종에 개신교도)라고 말한 바 있다. 개신교도의 선교 정신이 문명충돌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개신교도 국가라고 해서 반드시 선교 국가는 아니다. 물론 미국은 종교적인 그룹들에 의해 건립됐다. 따라서 근원적으로는 종교적인 국가다. ▶이라크 전에 대해 비판적인가. -그렇다. 이라크에 갈 이유가 없었다. 미국은 페르시아 만의 안정이 필요했고 급진적인 이란의 영향력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란을 침공할 이유는 없었다. ▶이라크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어떻게 이라크를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빠뜨리지 않고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시간표를 정해서 이라크 안정의 책임을 걸프만 지역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에 조금씩 넘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이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다원적이고 다양한 그룹으로 이뤄진 국가이다. 민족,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이 다 다르다. 미국은 그러나 남북전쟁이라는 예외를 제외하면 화합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리고 이처럼 강대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건설해낸 것이다. 미국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 민주적인 사회이다. ■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대 교수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간의 대화가 세계 질서의 주된 흐름이 돼야 한다.” 악바르 아흐메드 아메리칸 대학 국제학과 교수는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에 반대해 지난해 3월 ‘테러 이후:문명간의 대화 촉진’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인물이다. 파키스탄 출신인 아흐메드 교수는 드물게 이슬람과 서구 문명을 모두 연구한 학자이다. 최근에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국제화시대의 이슬람’ 연구 프로젝트의 대표 연구자를 맡기도 했다. ▶9·11이 발생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그 당시 아메리칸 대학의 강의실에 있었다. 막 강의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뉴스를 처음 듣게 된 순간 앞으로 나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직감했다.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이슬람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학자로서 무엇이 힘들다고 본 것인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상호 대화를 시도하는 노력을 모색해왔다. 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식민지로 삼는 등 이슬람 세계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교류를 해온 역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슬람 세계와 오랜 기간 교류해온 경험이 없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도 어려운 것이다. ▶문명충돌이라는 패러다임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나. -나는 학자다. 따라서 문명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충돌은 지난 1000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난 1000년간 십자군의 전쟁이 있었고, 서구 열강의 식민지화가 있었다. 그것이 이슬람과 서구의 관계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와 이슬람은 또한 화합과 문화적 교류 및 융합의 시대도 경험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무슬림들이 기록을 남겼다가 유럽 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이다. 지금도 수백만명의 무슬림들이 유럽과 미국의 시민으로서 살고 있지 않는가. 미국을 처음으로 국가로 인정해준 나라도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였다. 문명의 충돌뿐만 아니라 화합도 분명히 역사의 일부였다. 그러나 9·11 이후 미국의 우파 정부와 언론은 헌팅턴의 이론을 부각시켰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이슬람 9개국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느낀 반미 감정은 어땠나. -반미주의와 반유대주의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을 만큼 강렬했다. 방문국에서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교수와 학생을 모두 만났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뿐만이 아니었다. 서방의 미디어가 이슬람교를 비난하고 예언자 마호메트를 조롱하는 것을 보며 무슬림들은 이슬람 세계가 서방사회의 총체적 공격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어떤 리더십이 떠오르는가. -세 가지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첫번째는 현재의 상황을 인내하자는 것. 두번째는 이슬람과 서구의 문화를 융합하자는 것. 세번째는 이슬람만의 철옹성을 쌓자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스가 대표적인 세번째 모델이며 문명충돌의 사례이다. 그러나 반미감정 때문에 세번째 모델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첫번째와 두번째 모델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은 부유하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사회는 아직도 폭력을 빈곤의 산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 시각으로만 세계를 본다. 특정 인종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크다고 규정해버리는 식이다. 이를 이슬람에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슬람 부족들은 복수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다는 전통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무슬림 젊은이들을 행동으로 모는 것이다. 지금 무슬림들은 명예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도 9·11 이후 마찬가지의 위협을 느끼며,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사람들도 위협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문화가 다양한 대도시에 살지 않는다. 그들은 무슬림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할까. -나의 주장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예배당을 방문해보고 축제를 경험해보라는 것이다. 이슬람에는 아브라함을 기리는 축제가 있다.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을 통해 공통의 끈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 [책꽂이]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도다(레자 아슬란 지음, 정규영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이슬람은 구원의 종교는 결코 아니었다. 이슬람은 전사의 종교다.”(막스 베버).“이슬람은 ‘유혈이 낭자한 국경’으로 퍼져나가는 종교”(새뮤얼 헌팅턴) 이슬람은 많은 사람들에게 ‘무지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종교란 모름지기 아름다운 것. 호메이니의 이란혁명 때 미국으로 망명한 저자는 무슬림 공동체의 진정한 초상을 그린다. 책은 무하마드가 9명의 여인과 결혼한 것은 당시 유대교나 기독교의 왕(다윗, 솔로몬 등), 예언자(아브라함, 야곱, 모세 등)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행위라고 말한다.2만원.●암소와 갠지스(김경학·이광수 지음, 산지니 펴냄) 인도는 동부와 남부의 해안지대를 제외하면 건조지대에 속해 연 강수량이 1000㎜에도 못 미치는 물 부족 국가. 이 책은 인도인들이 성스러운 대상으로 추앙하며 어머니라 부르는 암소와 갠지스를 통해 인도사회를 통찰한다. 인도인들의 ‘소 복합(cow complex)’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창업기업 10개 가운데 4개가 인도계 소유이며, 엔지니어의 약 3분의1이 인도인이다.1만 3000원.●파우스트-한 편의 비극1·2(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수용 옮김, 책세상 펴냄) 1만2111행으로 이뤄진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집필한 필생의 역작. 학자의 길을 버리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인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체험하려는 파우스트와 그를 유혹하기로 신과 내기를 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의 장구한 노정을 담았다. 괴테 자신은 이 작품을 ‘괴테라는 이름을 가진 집단의 작품’으로 규정했다. 정본으로 공인된 도이처 클라시커사의 ‘파우스트’를 텍스트로 삼았다.1권 6900원,2권 7900원.●미술과 범죄(문국진 지음, 예담 펴냄) 인간은 누구나 무의식중에 범죄충동을 일으키는 야누스를 품고 있다. 그것은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인간의 원초적인 범죄심리가 위대한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명화로 거듭난다. 이중자화상으로 스스로를 참수시킨 카라바조. 단 한 점의 초상화도 남기지 않은 그는 여러 그림에 등장하는 살인자 혹은 살해당한 자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바꿔치기 했다. 명화에 깃든 인간의 범죄심리 이야기.2만원.●새벽녘 초당에서 온 편지(박석무 지음, 문학수첩 펴냄) 베트남의 공산주의자 호찌민은 지하에서 투쟁하던 시절, 쫓기는 길이 아무리 급해도 ‘목민심서’는 꼭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제삿날마다 극진하게 제사를 지냈으며, 지금도 베트남 하노이 시에 있는 호찌민의 유물을 전시한 방에는 ‘목민심서’ 전권이 보퉁이에 싸인 채 보관돼 있다고 한다. 중세의 어둠을 헤치고 근대의 여명을 밝힌 실학의 개척자이자 학문의 전복자.‘다산 전도사’인 저자가 다산의 삶과 사상을 이야기로 풀어 썼다.9000원.●납북(정진석 지음, 기파랑 펴냄) 미국은 북한에서 6·25전쟁 때 죽은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언론학자인 저자는 “돌아오지 못하는 납북자를 포기하는 정부는 인권과 과거사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킨 후 남한에서 적어도 8만 3000명 이상의 비전투 민간인을 북으로 끌고 갔다. 이 책은 납북·살해된 언론인 280여명의 비극을 다룬다.1만 2000원.
  • 美 울린 한인 고교생 ‘살신성인’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의사를 꿈꾸며 대학 진학을 앞둔 한인 고교생이 바닷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실이 알려져 미국 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북동쪽 클레어몬트 고등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인근 헌팅턴 스테이트 비치에서 물놀이하던 이 학교 졸업반 이태호(18)군이 같은 학교 친구인 클리프 위앤(17)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익사했다. 고교 재학 중 마지막 여행이라며 같은 학교 친구 12명과 놀러 갔던 이군은 물가에 있다 바다쪽 10m 떨어진 곳에서 중국계인 위앤군이 ‘살려 달라.’고 외치며 허우적대자 물에 뛰어들었다. 현장에 함께 있던 박진석(18)군은 “갑자기 수심이 깊어져 태호에게 ‘911 구조를 요청하자.’고 했지만 태호가 ‘시간이 지체된다.’며 물에 들어갔다.”면서 “나중에 911로 전화를 해 10분 만에 구조대가 왔지만, 이미 태호는 사라졌고 클리프는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구조대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수색에 나섰으며, 이군의 시신은 사고 발생후 약 1시간 만에 인근 해역에서 다이버들에 의해 발견됐다. 이군은 15일 열린 졸업식에서 미 전국 SAT 성적 상위 1만명에게 주는 우수성적상과 사회과목상을 수상할 예정이었다. 10살때 미국으로 건너온 이군은 어머니와 둘이 생활해 왔고, 어머니는 충격이 너무 커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 가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에 입학할 예정이던 이군은 축구와 농구,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매주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왔다. 그의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클레어몬트 고교측은 교내 체육관 옆에 영정을 걸어 놓았으며, 재학생들은 헌화와 함께 게시판에 그를 그리는 글들을 적고 있다. 학교측은 15일 졸업식 때 이군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 학교 캐리 앨런(62) 교장은 “숨진 태호군은 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면서 열심히 교회 활동에 참가하는 등 모범이 되는 학생이었다.”며 “너무나 아까운 인재를 잃어 교직원 모두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군은 “대학에서 함께 의사가 되자고 기숙사 룸메이트까지 약속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구조된 클리프와 그의 가족들도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dawn@seoul.co.kr
  • [MLB] 최현, 한국계 최초 ML드래프트 1차 지명

    한국계 선수가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됐다. LA 에인절스 홈페이지는 7일 헌팅턴 비치 고등학교에서 포수로 활약한 한국계 최현(미국명 현 초이 ‘행크’ 콩거)을 1차(전체 25순위)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183㎝,93㎏의 최현은 올해 타율 .449에 11홈런 27타점을 올리는 등 간판 타자로 활약했다. 출루율 .527, 장타율은 .987에 달하며 실책은 단 한 개만 범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파워를 겸비한 포수로는 드물게 스위치히터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포수로서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에인절스 구단측은 “파워와 좋은 어깨를 두루 갖췄다. 넘치는 파워가 우리를 매료시켰다. 계속 성장 중이며 야구선수로서 진지한 자세 등이 돋보였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최현의 할아버지는 손자가 연고 구단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출신으로 755홈런을 때려낸 행크 아론을 닮으라는 뜻에서 행크(hank)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지명 사실을 전해 들은 최현은 “꿈이 현실이 됐다. 어렸을 적부터 LA 에인절스 선수들을 보며 자라왔다. 에인절스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 왔는데 정말 현실이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문명들의 대화/두웨이밍 지음

    “유교의 서도(恕道,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와 인도(仁道, 자신이 세상에 도를 세우고 싶으면 먼저 남으로 하여금 세상에 도를 세우게 하고, 자신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게 하고자 하면 먼저 남의 도가 세상에 행해지게 하라)는 세계윤리의 기본원칙이 될 수 있다.” 하버드대 중국학 종신교수이자 옌칭연구소장인 두웨이밍(杜維明·67)은 오늘날 유교는 결코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니며 생명력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한다.1966년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장을 맡으면서부터 ‘문명의 대화’‘계몽의 반성’‘유학의 창신’‘문화중국’ 등 네 가지 연구주제에 매달려온 그는 유학의 인문정신을 서구 근대문명과 융합, 미래문명의 청사진으로 제시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벌여 왔다. 최근 출간된 ‘문명들의 대화’(두웨이밍 지음, 김태성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는 바로 그런 문제의식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공존을 넘어서 좀더 안정적인 지구촌공동체의 건설과 유지를 위해서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문명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는 단순한 관념의 유희가 아니라 현대 신(新)유학을 기초로 한 저자의 오랜 사유의 결과다. 스스로 현대 신유가 제3세대임을 자임하는 저자는 유가 이데올로기에 대해 줄곧 옹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 관점에서 유가의 전통사상인 삼강 오륜의 윤리관과 서구문명을 관통하는 기독교정신을 비교하며 유교의 가치를 새롭게 밝힌다. 나아가 중국문화와 서구문화의 관계를 재조명,‘모더니티 속의 전통’을 모색하는 한편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드러내는 헌팅턴·하버마스·데리다 같은 서구 학자들의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예컨대 문명충돌론을 주창하는 헌팅턴이 근거로 삼고 있는 ‘서양과 나머지’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반박한다.“‘서양과 나머지’가 아니라 ‘나머지 속의 서양’이며, 서양은 초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의 주도권은 이제 유교 문화권의 동아시아에 있다. 그런 만큼 21세기 새로운 삶의 방식과 비전으로서의 유교를 재구성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유교는 바로 그런 ‘무한 가능성의 신유학’이다. 고대의 지혜와 21세기의 새로운 사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동아시아 문명, 특히 유교 문명이야말로 서구 계몽주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아메리칸 드림이여,안녕!/이성형 이화여대 교수

    미국 사회는 현재 이민법 개정을 둘러싸고 들끓고 있다. 공화당은 1200만명이나 되는 불법체류 노동력을 엄격하게 심사하여 송출국으로 송환하려 한다. 미국 땅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에게 시민권을 주는 속지주의 원칙도 폐지하려 한다. 부시 대통령도 불법 체류자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고,“국경의 보호와 준법”을 다짐한 바 있다. 이미 지난 3월25일 ‘히스패닉의 수도’ 로스앤젤레스에서 50만명이 시위한 바 있었다.4월10일에도 65개 도시에서 약 5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조만간 시위참가자가 300만명을 돌파하리라 한다. 오는 5월1일에는 히스패닉 공동체가 주도하는 ‘라티노 또는 이주자 없는 하루’란 슬로건 아래 전국 보이콧 운동이 조직된다고 한다. 히스패닉 인구는 현재 4000만명 가량으로 선거민의 8%가량을 차지한다. 미국 사회는 현재 1970년대 베트남 반전 시위 이래로 최대의 인파가 동원되는 사회운동을 목도하고 있다. 이민의 나라 미국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헌팅턴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히스패닉 문화를 고집하는 라티노들 때문에 미국의 국가정체성이 조만간 해체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히스패닉은 6가지 이유로 위험하다. 이웃나라 멕시코와 붙어 있다. 인구도 급증한다. 불법 체류자가 많다. 지역적으로 집중해 있다. 과거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니 내버려두면 큰일이 날 것이다. 다시 한번 내부 단속을 통해 앵글로-아메리칸-개신교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문화주의나 이중언어 교육 같은 배부른 소리는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영어교육을 강제하여 미국사회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경고음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연전에 빅터 데이비스 핸슨이 쓴 ‘멕시포니아, 형성 중인 국가’란 책도 비슷한 논리를 편 바 있었다. 히스패닉들은 더 이상 영어를 배우지도 않는다. 아이도 많이 낳는다. 가톨릭이라서 개신교 주류문화와는 맞지 않다. 이미 강력한 하위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와 그들은 얼마나 다른가. 핸슨이나 헌팅턴은 두 문화를 극도로 대비한다. 우리는 빵을 먹는데, 그들은 타코를 먹는다. 우리는 프로테스탄트인데, 그들은 가톨릭이다. 우리는 개인주의적 나르시시즘을 즐기는데, 그들은 집단적 즐거움을 찾는다. 우리는 익명의 디지털 대중문화를 즐기지만, 그들은 가족·골목·공동체 문화를 찾는다. 우리들의 몸은 산업문명에 적합하게 길들여 있지만, 그들의 몸은 게임·댄스·그리고 친구를 찾는다. 과거의 ‘도가니탕’ 모델은 덧셈이었지만, 이제는 뺄셈을 해야 할 때라고 이들은 외친다. 하지만 1200만의 불법체류 노동력이 이렇게 급증한 것도 미국 때문이었다. 미국 남서부의 한계산업과 서비스 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을 바랐다. 특히 농장노동, 건설업, 호텔과 빌딩의 청소대행업, 의류공장은 이 노동력이 없었더라면 현재 상태로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가 저임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누구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그 덕분에 미국의 경쟁력 하락도 둔화되었던 것이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막을 내리고 있다.‘도가니탕’의 신화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바깥으로 향한 일방주의는 이제 대내적으로 히스패닉을 겨냥한다. 전통적으로 이들이 표를 던진 민주당은 온건한 타결책을 제안하며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숫자보다 더욱 커진 4000만 히스패닉들의 응집력도, 정치력도 만만치 않다. 향후의 샅바 싸움을 지켜보자. 이성형 이화여대 교수
  • [씨줄날줄] 뮌헨/이목희 논설위원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역시 영악했다. 동족인 유태인은 물론 아랍인에게도 크게 욕먹지 않을 정도로 영화 ‘뮌헨’을 만들었다. 일방적으로 유태인 편을 들지 않은 점에서 그는 용감했다. 팔레스타인쪽을 이해하는 듯 비쳤으나 동등하게 대접하지 못한 점에서 그는 비겁했다. 동서 이념대결이 끝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간 문명충돌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예고는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9·11테러에 이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이란핵 문제도 일촉즉발의 위기다. 최근엔 마호메트 만평 파문으로 세계 곳곳에서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스필버그는 영화 ‘뮌헨’에서 교과서적 해답을 제시한다.“다투는 양쪽 모두 고민하고 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적절한 선에서 복수를 자제하자.” 틀린 얘기는 없다. 초강국 미국의 스타이자, 유태인으로서 이 정도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스필버그를 ‘평화의 전달자’로 부르기엔 왠지 찜찜하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단이 벌인 행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도발은 아랍쪽이 했다는 인상을 준다. 또 나라의 명령으로 복수에 나선 이스라엘쪽 주인공이 겪는 인간적 고민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아랍 출신으로 스필버그에 필적할 영화감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뮌헨 테러가 있기 이전 이스라엘의 공격행위가 강조되고, 테러 실행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진영의 고뇌가 부각된 ‘뮌헨’을 제작했을 것이다. 복수영화 시리즈를 낸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인간본성을 성적 추동과 공격적 추동으로 풀이했다. 복수 자체가 가진 마력에 종교, 애국심이 덧붙여지니 말리기 힘들다. 가족·종족이 처참하게 당한 현장은 복수심에 기름을 붓는다.“용서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먹힐 리 없다. 문명충돌을 막으려면 스필버그식 양비론으로는 약하다. 강자가 먼저 양보해야 복수의 악순환이 끊어진다. 지금은 미국과 서유럽, 이스라엘이 강자다.“이슬람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스라엘을 감싸는 만큼 아랍권을 이해해 줄 때 난제는 풀리기 시작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로마의 전철 밟는 미국의 폭주”

    “로마의 전철 밟는 미국의 폭주”

    제국의 흥망을 다룰 때 가장 흔히 등장하는 예가 로마다. 기원전 1세기부터 고대 서양 최대의 제국으로 500여년을 지탱해온 로마가 멸망하는 과정은 이후에도 여러 제국의 등장과 멸망에서 상당 부분 되풀이되었기 때문. 새뮤얼 헌팅턴을 비롯한 많은 세계적 지성들은 로마의 쇠퇴가 지나친 해외팽창에 의한 제국화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로마의 제국화가 결국 내부갈등을 낳고 이것이 로마 공화정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오늘날 로마의 전철을 밟고 있는 나라로 미국을 지목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점으로 50여년에 걸친 동·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제국화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모래의 제국’(로버트 메리 지음, 최원기 옮김, 김영사 펴냄)은 서양 지성사의 두 흐름인 역사 진보론과 역사 순환론의 관점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문제점들을 파헤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외교정책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서구 자본주의의 최종 승리를 외친 ‘역사의 종말’, 그리고 토머스 프리드먼의 ‘세계화’로 구체화된 역사 진보론이다. 인류가 원시-야만-계몽-문명시대를 거쳐 단계별로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진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진보의 관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 진보론의 반대편에는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로 대표되는 역사순환론이 있다. 각기 다른 문명이 흥망성쇄를 거듭한다는 이 관념은 20세기 슈펭글러와 토인비를 거쳐 오늘날 역사진보론의 폭주를 견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백악관을 출입했던 저자는 역사순환론의 시각에서 미국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세계를 자기입맛에 맞게 재편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십자군 같은 등장이 위험천만한 자살행위라고 경고한다. 더욱이 내정간섭, 정권교체, 선제공격이라는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는 역사상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한다. 또 미국의 핵심 정치세력인 네오콘(신보수파)의 실체를 보여준다. 네오콘은 ‘미국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신세계를 환영하며, 세계의 여타 국가들이 미국이 제시하는 이상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선 그들의 고유문화를 포기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냉전 종식 이후 이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해외개입정책은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발칸반도에서 민족·종교간의 해묵은 증오를 인식하지 못하고 문명의 경계를 넘어 이슬람 편에 섰으나, 현재 보스니아는 이라크에서 미군을 상대로 싸우는 이슬람부대를 양성하는 집결지가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진정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이 직면한 전쟁이 ‘문명의 충돌’시대라는 현실인식과 함께, 국제적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것이 저자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1만7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젠틀 매드니스/니콜라스 바스베인스 지음

    1800년대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아이제이어 토머스를 가리켜 ‘가장 고귀한 질병’에 빠진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쇄업자이자 출판업자로 꼽히는 아이제이어 토머스가 앓은 그 고귀한 질병이란 다름아닌 책에 대한 엄청난 열정, 곧 애서광증(愛書狂症)이다.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책을 구했다고 하니 그쯤되면 병이긴 병이다. 하지만 그 질병은 그래도 ‘고상한 광기(gentle madness)’라 할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젠틀 매드니스’(뜨인돌 펴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애서가와 애서광, 즉 책에 미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독일의 서지학자 한스 보하타의 설명에 따르면 애서가는 자기 책의 주인이고 애서광은 자기 책의 노예다. 물론 그 경계는 모호하다. 10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책의 저자는 미국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바스베인스. 미국 클라크 대학에선 그의 이름을 딴 재학생 도서수집 경연대회가 열릴 정도로 그는 도서수집광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 소설가 김연수, 출판기획자 박중서 등 3인이 3년에 걸쳐 우리말로 옮겼다. 책은 80만권의 책을 소장한 전설적인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서부터 미국과 관련된 책은 무엇이든 사들였다는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사양길에 접어든 이디시어 책들을 보전하기 위해 애쓰는 도서수집가 아론 랜스키(50)의 이야기까지 고금을 넘나들며 도서수집에 얽힌 일화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압권은 20여년 동안 미국 전역 268개 도서관에서 훔친 2만 3600여권의 희귀본으로 ‘블룸버그 컬렉션’을 구축한 희대의 책 도둑 스티븐 블룸버그(57) 이야기다. 그가 훔친 책은 시가로 2000만 달러. 도서절도범으로 징역만 10년 넘게 산 그는 그 덕분에 범죄세계에서도 유명인사가 됐다. 책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절도 이상의 만행도 부추긴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는 아내가 죽자 자신의 미출간 시 원고 한 묶음을 아내와 함께 묻었다. 그러나 책을 향한 광기는 그로 하여금 7년 후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을 파헤치도록 만들었다. 원고를 다시 꺼낸 그는 1870년 마침내 ‘시집’이란 제목의 시집을 냈다. 당시의 원고 묶음은 현재 하버드 대학 호우튼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책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꼽히는 게 ‘제임스 앨런, 일명 버디 그로브의 회고록’이다.1830년대 악명높은 노상강도였던 제임스 앨런이 처형되기 직전에 쓴 이 책의 장정은 놀랍게도 사람 가죽으로 돼 있다. 감옥에서 죽어가던 앨런이 자기가 죽으면 가죽을 벗겨 책을 만들어 자신을 체포한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유언에 따른 것이다. 보스턴 애시니엄에 소장돼 있는 이 책은 불필요하게 흥미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일반 공개가 금지됐다. 책 경매 이야기도 관심을 끈다. 그 중 하나가 캘리포니아 석유재벌의 부인인 에스텔 도헤니의 장서 경매다. 미국 최고의 도서수집가 가운데 한 명인 그녀의 장서는 1987년부터 2년에 걸쳐 뉴욕 크리스티에서 여섯 번으로 나뉘어 팔렸다. 값은 3740만 달러로 세계 장서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재벌가의 책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의 은행재벌 존 피어폰트 모건, 록펠러의 동업자인 스탠더드 오일의 헨리 클레이 폴저, 미국 서부의 철도재벌 헨리 에드워즈 헌팅턴 등은 모두 책을 극진히 사랑하고 수집했다. 이들은 사후에 자신의 장서로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개방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책에 대한 이런 열정이야말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라 할 만하다. ‘젠틀 매드니스’는 이제 우리도 독서문화와 함께 도서수집문화 혹은 장서문화에 눈을 돌려야 함을 일깨워주는 흥미로운 책이다.4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문화마당] 선진국 진입과 문화의 힘/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지금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진위 공방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기 짝이 없다. 결과가 어떻든 이미 국가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일 때문에 우리 국민들도 많이 의기소침해 있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한국은 우울증에 빠졌다는 외신보도도 들려온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았던 영웅 같은 사람이 하루아침에 마구 흔들리는 것을 보니 우리 국민들이 받은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차에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세계 경제보고서를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는 주장이 있었다. 세계 170개국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2050년에는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 잘 사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의 1인당 소득이 8만 달러가 되어 일본이나 독일 등을 모두 제치고 세계 2위의 국가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의 평가는 이른바 ‘성장환경지수’를 토대로 만든 것인데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 대외부채, 투자율, 경제의 개방도, 전화와 PC 인터넷 보급률, 고등교육, 예상 수명, 정치적 안정도, 부패수준 등을 고려해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렇게 나라가 힘든데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밝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혹 여당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만든 보고서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을 테지만 이건 세계적으로 꽤 명망 있는 은행에서 만든 보고서이니 소가 닭 보듯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곧 ‘문명의 충돌’을 써서 인구에 회자되었던 헌팅턴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그 다음 책으로 ‘문화가 중요하다’라는 책을 편저하면서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1960년대 초에 한국과 가나는 국민소득이 같았다. 그러나 90년대 초반이 되면 한국이 가나를 15배 앞질러 버린다. 그는 이 사실을 목도하고 깜짝 놀란 끝에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 결과 한국의 문화는 가나와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저 다르다고만 했지만 속으로는 한국의 문화 수준이 가나보다 훨씬 높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우리는 세상에서 보기 힘든 훌륭한 문자를 갖고 있고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었으며 세계 최초의 인쇄본(다라니 경문)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게다가 가장 앞선 기술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도자기(청자나 백자)를 만든 나라이다. 청자를 만드는 기술은 지금으로 치면 최첨단 ‘하이테크’라 말할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있었기에 그 손기술 가지고 반도체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예는 너무 많아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런 높은 문화 덕분에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 최빈국 처지에서 여기까지 내달려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온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조상들이 남겨주신 훌륭한 문화 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저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세계 문명 4대 발상지다운 훌륭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은 앞으로도 결코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문화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선생이 진즉 예언한 한국의 미래는 경청할 만하다. 그는 ‘Korea’란 이름이 세계지도 상에 없는 일제 때 한국은 진급기의 나라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은 어변성룡, 즉 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은 세계 선진국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신을 인도할 도덕문명국이 된다고 했다. 당시 그 암울한 시기에 이런 예언을 했을 때 누가 이를 믿었겠는가? 그런데 한국의 경제 성장을 보면 그의 예언은 벌써 반은 적중한 셈이다. 그러던 차에 골드만삭스 은행의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저기서 자꾸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2050년까지는 살지 못할 터이니 우리나라의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
  • [열린세상] 독서의 계절에/이덕일 역사평론가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단 이틀 만에 풀이 꺾이는 것을 보고 자연의 법칙은 어김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실감했다. 그렇게 가을은 우리 곁에 다가왔다. 가을은 흔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자 독서의 계절로 묘사된다. 실제로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출판관계자들에 따르면 책이 가장 많이 읽히는 계절은 유감스럽게도 가을이 아니다. 거꾸로 가을은 책이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이란다.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계절은 의외로 여름이며 그 다음이 겨울이다. 가을은 봄과 함께 책이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당나라의 시인 요합(姚合)은 ‘하늘이 서늘해지면 붓과 벼루를 가까이 해야 할 것을 깨닫는다(天寒筆硯淸).’고 말했지만 우리 사회는 하늘이 서늘해지면 놀러 다니기 바쁜 것인지. 한국처럼 책을 읽지 않는 나라를 찾기도 쉽지 않다. 경제선진국은 예외 없이 독서선진국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지하철이나 공항대합실에서는 한 사람 건너 한 사람씩 책을 보고 있는 사실을 쉽게 목도할 수 있지만 한국의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꼽자면 한 손가락의 반 이상 남아도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한 것 자체가 독서의 힘이었다.‘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은 ‘문화가 중요하다(Culture Matters)’에서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분석을 했다. 1960년대 초 한국과 가나의 경제 상황은 1인당 GNP가 60여달러로 서로 비슷했는데 30여년 후 한국은 크게 발전했으나 가나는 거의 그 상태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는 해석인데 문화 중에서도 교육과 근면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의 뜨거운 교육열이 없었다면 한국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은 어려웠을 것이다. 학생을 독서인(讀書人)이라고도 불렀던 것은 시사점이 크다. 이런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 교육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양적 성장의 시기에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도 충분했지만 질적 성장이 요구되는 지금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2만∼3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창의적 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필수 전제는 창의적 독서이다. 논술 걱정을 하는 학생이나 부모를 흔히 만날 수 있지만 다양한 독서로 지식을 쌓으면 논술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도 독서는 필수적이다. 필자가 만나본 성공한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독가(多讀家)라는 점이다. 학벌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 학력의 전부인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여느 박사학위 소지자보다 박학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독서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바쁘기 마련이지만 예외없이 한가한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 독서가 성공의 비결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 영감도 독서에서 나온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기업(Managing for the future:1992)’에서 “오너 기업가에게 천재적인 영감이 있다는 사실은 신화에 불과하다. 나는 40년간 그들과 일을 했지만 천재적인 영감에 의존하는 오너 기업가는 역시 그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라고 갈파했다. 현실화시킬 수 있는 진정한 영감은 방대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통찰력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독서는 또한 마음의 안식이기도 하다. 세상사에 치이고 상처받은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최적의 치유제는 독서이다. 당나라 때 문인이었던 유우석(劉禹錫)은 ‘가을 밤 등잔 아래서 책을 읽는다(一盞秋燈夜讀書).’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책을 펼쳐들자. 이덕일 역사평론가
  • [씨줄날줄] 인구감소시대/염주영 수석논설위원

    인구학자들은 21세기 인류가 직면할 최대 위기로 인구감소를 꼽는다. 현재 지구촌에서 인구감소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나라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하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의 남성 인구는 전후 처음으로 지난 1년 동안 1만 680명(0.02%)이 감소했다. 다행히 여성 인구가 좀 늘어 아직은 전체적으로 증가세(0.04%)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07년부터는 총인구마저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일본 근로자들의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나라 여성들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한명당 평균 출산횟수)은 1970년 4.53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떨어졌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그것이 낮아지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감소가 가져올 재앙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문명의 충돌을 예견한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오는 2025년쯤이면 세계의 이슬람교도가 기독교 인구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기독교를 상징하는 서구와 충돌하고, 종교 갈등이 심화되며, 극심한 지역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인구감소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제정 말기 로마 인구는 약 100만명 정도로 격감했다. 로마 여성들이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수고를 감수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로마제국의 국경선은 지중해를 둘러싼 도너츠 형태로 길게 이어진다.2400㎞에 달하는 방대한 국경선을 용병들에만 의지해 지키기는 구조적으로 무리였다는 설명이다. 인구학자들은 중장기적으로 현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2.1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이 현재의 출산율(1.19명) 수준을 지속한다고 가정할 때 한국의 인구는 2015년 4904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계속 줄어 2300년쯤에는 30만명 정도만 남게 된다. 비현실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름끼치는 얘기다. 인구감소가 안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지나친 불감증 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