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교원임용체계 획기적 개선을/오헌석 서울대 교육학 교수
차제에 교원양성 체계의 개편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과 함께 단편적인 시험위주의 현행 교원임용시험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교원임용시험에서 지역소재 사범계 대학 출신과 복수,부전공 교사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지역 가산점에 관한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국공립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는 공무담임권을 침해하고 있으며,복수,부전공 가산점에 대해서도 복수,부전공 교사자격증 취득자가 복수의 교과목 모두를 충분히 전문성있게 가르칠 만한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이 판결의 주요 이유다.
헌재의 판결로 지역 우수인재를 사범대학에 유인해 양질의 교사를 배출하려 했던 본래의 취지는 약화되었다.특히 농어촌 지역이나 도서벽지 지역에 우수한 교사를 임용하여 국민의 평등한 학습권을 보호하려는 의미가 퇴색된 것이다.지역가산점이 부여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으로 지원자가 몰리는 것이 현실인데 (최종 합격자 기준으로 서울 20%,경기 46%가 타 지역 출신임),가산점이 폐지되면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으로의 편중 지원은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며 농어촌과 도서벽지 지역은 교원부족 뿐만 아니라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기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이는 헌법에 규정된 교육기회의 평등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이러한 판결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서인지 헌재는 가산점 제도가 전면 폐지되는 것은 아니며,가산점 부여에 필요한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판결을 내린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도 법무무 등 관계부처에 가산점 부여에 관한 법률적 검토를 의뢰하는 등 향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산점은 몰라도 지역 가산점 제도는 그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헌재는 보충의견을 통해 사범대학의 교육과정 운영이나 교사임용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이중에는 사범교육의 발전을 위해 겸허히 수용할 부분도 있으나 사범교육의 기여와 의의를 평가절하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사범계대학 출신자가 비사범계 대학 출신자보다 교직에 대한 소명감이 더 투철하고 교사로서의 품성이나 교과교육에 관한 전문성이 더 앞선다고 생각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이는 사범대학의 학생선발 과정과 교육과정 운영의 특수성을 인정치 않는 주장이다.사범대학에서는 교직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적성검사 및 인성검사를 총점의 20%까지 반영하여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교직에 대한 흥미와 적성은 대학 입학 이전에 상당 부분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또한,사범대학의 4년간의 교육과정은 교사양성을 목적으로 구성,운영된다는 점에서 교과교육의 전문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사범대학에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을 포기한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대신 헌재는 우수한 인재의 유인을 위해 사범계 대학과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교원양성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의 획기적 개선은 교육계의 숙원이다.차제에 교원양성 체계의 개편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과 함께 단편적인 시험위주의 현행 교원임용시험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초등교원의 양성은 교육대학이라는 목적대학에 의존해 왔고 중등교원의 경우 국·공·사립의 사범대학,일반대학 사범계 학과,일반대학 교직과정,교육대학원 등의 양성기관이 난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과정을 이수하면 별다른 질적 통제없이 자격증을 수여하고 있는 실정이다.때문에 같은 자격을 갖는 교사들 간에도 자질과 능력의 차이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여기에 임용고사라는 단편적인 시험제도를 통해 교원을 선발하고 있는 것이다.헌재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각 지역의 학교에 우수한 교사가 임용되고 교육과정의 질 관리가 가능한 교원임용 및 양성 종합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