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發 쇼크 차단 ‘총력’
‘충청발 경제쇼크를 차단하라.’
헌법재판소에 허를 찔린 정부도, 행정수도 이전을 사실상 무산시킨 야당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정부는 경제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야당은 충청경제 파탄의 주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대책을 쏟아내는 양상이다.12월 개봉 예정인 ‘한국판 뉴딜정책’의 보따리가 더 두둑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부총리,“수도권 규제 U턴 안한다.”
국정감사 와중에 22일 긴급 소집된 경제장관회의는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기보다는 이헌재 부총리 특유의 ‘심리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체계를 보여줌으로써 시장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짙다. 이 부총리가 회의석상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은 어차피 2∼3년 후의 일이었기 때문에 당장 경제운용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총리는 이어 국정감사에 참석해서도 “삼성전자의 (충남)탕정 신도시나 LG필립스의 (경기도)파주LCD단지 건설도 예정대로 추진된다.”고 분명히 밝혔다. 재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지역개발 및 수도권 규제완화 기조가 번복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제투자자들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21일 미국 뉴욕시장에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10년만기 기준)는 0.64% 포인트로 마감, 최근 6개월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충청권 대출 감시강화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얼음판이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에 따르면 이 지역 부동산임대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최근 3년새 3∼4배 급증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 대출 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주택담보대출도 올 6월말 현재 49조원으로 2002년말에 비해 9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상호저축은행과 지역농협들은 주택담보가격의 70∼80%까지 돈을 빌려줘 부실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금융당국이 충청권 대출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건설업체 등의 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충청권의 대출 및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라.”고 각별히 주문했다.
●한국판 뉴딜정책 진짜 뉴딜되나
정부와 정치권이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건설경기 동향이다. 대출 부실의 시발점도 어차피 건설경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충청지역 건설경기 보완대책을 별도로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판 뉴딜정책도 보완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뉴딜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며 시장의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했지만,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건설경기 부양의 큰 재료가 사라짐에 따라 규모나 내용 보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주어진 예산을 활용해 정보화기반 사업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지만, 말그대로 ‘뉴딜’에 걸맞은 건설경기 프로젝트가 전진배치될 공산이 높아졌다. 충청권에 주어질 ‘대체 선물’도 관심사다. 일부 중앙부처를 옮겨 행정타운을 조성하거나 기업도시를 허용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위헌결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의 큰 축이 무너졌다.”면서 “어떻게든 살려나갈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수도이전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건설경기 부양책 위험 경고도
건설업체 사장 출신인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단기적인 건설부양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과거정권에서 입증됐다.”면서 “건설경기 부양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뉴딜정책에 들어갈 내용을 크게 보강하라.”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처방과 상반된다. 그런가 하면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개혁정책도 경기가 나쁘면 힘을 받지 못한다.”면서 “건설경기 급랭을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향해서는 “경제전권을 부총리에게 넘기든지 청와대가 분명한 책임을 지고 살리든지 선택하라.”고 뼈있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조 보좌관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에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밝혀 “경기를 살리는 것이 인위적 부양”이라는 강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