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경제총괄부서 위상 찾는다
“개별부처로서 맡은 일은 잘하고 있지만 부총리급 총괄부처로서 역할은 미흡한 것 같다.”(지난달 24일 재정경제부 혁신워크숍에서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재경부가 경제정책 총괄부처로서 위상을 되찾기 위해 변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시, 금융, 세제, 외환 등 재경부 고유의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전체 경제부처를 아우르며 국가의 미래비전을 디자인하는 기능이 많이 퇴화돼 있다는 내부 반성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15일 취임한 한 부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한 부총리는 동북아시아 중심국가 육성,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 지역 균형발전 등 종합적인 비전을 세울 곳이 재경부밖에 없는데도 그 기능이 그동안 단기부양, 구조조정 등 업무에 가려져 있었다고 취임 초부터 지적해 왔다.
특히 “전임 이헌재 부총리가 경제팀을 이끌면서 신용불량 사태 등 급한 불은 어느정도 껐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무엇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살지를 집중적으로 다루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최근 사안별로 19개 사업팀을 구성했다. 국가 주요사업의 추진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검토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고령화·저출산팀, 국민연금팀, 새만금사업팀, 고속철2단계사업팀,J/S프로젝트팀(서남해안 개발사업 담당), 국민임대건설사업팀 등 19개 팀이 만들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부총리급)이 재정경제부(장관급)로 바뀐 이후 재경부의 정책총괄과 미래비전 수립 기능이 크게 약화됐고, 이후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뒤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경부 안팎에서는 한 부총리의 행보를 놓고 성장, 시장, 구조조정 등으로 대표되는 ‘구원투수’형 전임자(이헌재 부총리)가 아니라 미래비전에 대한 ‘선발투수’로서의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