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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성기 칼럼] 2018년 3월, 2016년 11월, 2011년 12월

    [황성기 칼럼] 2018년 3월, 2016년 11월, 2011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차기 정부에 권력을 넘겨주기까지 1년 7개월 남았다. 대통령 60개월 임기 중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것이나 정권의 동력을 감안할 때 잔여 임기 19개월이면 갈무리에 들어간 것이나 진배없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초기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역동적인 정세를 만들며 빛났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지면서 이렇다 할 업적으로 내세울 게 없게 됐다. 한일은 ‘역대 최악’의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중국의 한한령(韓限令)은 그대로이며, 한미는 무덤덤하다. 남북을 보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한다는 ‘운전자론’을 언급했던 그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신기할 정도다. 하노이 이후 북미에 남북이 종속되는 ‘불변의 진리’를 깨닫는 나날이 벌써 20개월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주축으로 하는 2기 대북 드림팀이 떴어도 북미 관계의 진전이 약속되지 않는 한 자력갱생과 코로나19 방역,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북한을 움직일 묘수는 없어 보인다. 공무원 피격 사건에도 남북 상황을 개선해 보려는 현 정부의 모습은 가상하다. 차기 정부가 진보든 보수든 ‘6·16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전으로 남북 관계를 돌려 놓지 않으면 20대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큰 어려움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나 바이든 누가 당선되든 북한 정책을 설계하고, 대북 라인을 새로 짜서 북미 대화를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내년 여름 이후나 돼야 가능하다. 북미가 잘 풀리면 모를까, 몸값이 올라간 북한을 상대하며 비핵화를 이끌어 내고 문재인 정부가 못다 이룬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루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자명하다. 6·16 이전 회귀가 1차 목표이지만 남북 관계 복원의 최종 목표는 판문점을 통해 특사가 오가던 2018년 3월이 돼야 한다. 미 대선이 끝나면 미국을 설득하고 남북 복원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또한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선 국면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 남은 남북 관계 시간표는 수개월밖에 없다. 지금의 2기 외교안보팀이 분발하지 않으면 판문점에서 접촉 한 번 못해 보고 끝날 수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집약된 한중 관계는 박근혜 정부가 남긴 부(負)의 유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긴 어렵더라도 차기 정부에 갈 부담을 덜어 주는 게 과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한중 갈등을 한 방에 날려줄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28년 된 한중 관계를 한 단계 올릴 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한중 관계의 복원 목표는 2016년 11월로 삼아야 한다. 롯데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놓자 그 보복으로 중국이 롯데 계열사의 중국 내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점검, 안전점검에 일제히 나선 게 사드 사태의 출발점이다. 일본 총리 스가 요시히데 체제의 출범은 집권 기간에 관계없이 한일 관계의 모멘텀으로 작동했으면 한다. 아무리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다지만 일국의 총리가 자신의 ‘스가 색(色)’을 내지 않고 아베의 아바타처럼 정치를 펼 것이라는 전망은 단편적 사고다. 스가라고 욕심이 없을 리 만무하다. 일본은 2015년 위안부 합의로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에 대해 “한국이 골대를 옮겼다”고 비난한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의 배상을 명한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일본 정부의 기조가 스가 체제가 됐다고 해서 바뀌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일 셔틀 외교는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난 게 마지막이었다. 그해 8월 헌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작위에 위헌 판정을 내리자 한국 요청으로 두 정상이 만났지만 위안부 문제에 극심한 이견만 확인했다. 이듬해 여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요구 이후 양국 정상이 단독으로 상대국을 방문한 일은 9년간 없었다. 일본 외무성이 얼마 전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야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치않지만 1㎜의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문재인·스가 두 지도자가 2011년 12월로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시간에 맡기는 것은 그 후과가 너무 크다. 19개월간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자존, 번영과 직결되는 외교 성과를 하나라도 거두는 일이야말로 후세가 기억해 줄 공으로 남을 것이다.
  • [사설] ‘14주내 낙태’로 여성의 자기결정권 제한해선 안 된다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어제 입법예고했다. 임신 14주까지 여성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임신중단을 결정할 수 있고,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근친상간 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 등 기존 예외 사유 외에 생계 불안정 등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어도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낙태를 하려면 의무적으로 보건소 등 국가가 지정하는 기관에서 상담을 한 뒤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 연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헌재는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히 태아의 독자적 생존 시점인 임신 22주 전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했었다. 개정안의 요지는 ‘14주 이내 낙태 허용, 14~24주 예외적 허용, 이후 금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낙태죄의 존치라는 측면을 넘어 오히려 그동안 사문화됐던 낙태죄가 더 강력하게 부활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임신 25주째부터의 낙태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남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위헌적 법개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여성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신체적 조건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삼은 것 또한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임신 여부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10대 등 미성년 산모가 낙태 시점을 놓쳐 화장실 등에서 출산 후 태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론 복중(腹中)의 작은 생명조차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낙태 최소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임신중지 자기결정권은 충분하게 보장돼야 한다. 헌재가 임신 14주와 22주를 예시했지만 그 취지는 어떤 경우에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상담과 숙려기간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여성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이미 폐지를 권고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시대역행적 조항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조사에 따르면 낙태율은 허용국가나 금지국가나 큰 차이가 없다. 합법이든 아니든 여전히 필요한 사람들은 낙태 시술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명경시 풍조가 우려된다면 여성의 자기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임신의 또 다른 당사자인 남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여당에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 목소리...종교계는 “낙태죄 유지”

    여당에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 목소리...종교계는 “낙태죄 유지”

    정부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임신 14주차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방침을 밝히자 야당과 법조계를 넘어 여당 내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보수성향 사회단체와 각 종교계에서는 낙태죄 존치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부안의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정치권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해온 정의당은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진 지난 6일 조혜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입법예고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면서 “정부는 여성들이 자신의 삶과 건강을 안정하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은주 의원은 낙태죄 전면 폐지를 담은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논평을 통해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하여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고 비판했다.이어 “그간 사문회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별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덧붙이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 개정안 발의 계획도 밝혔다. 낙태죄 유지를 주장하는 보수·기독교계가 지지 기반인 국민의힘은 정부 개정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낙태죄 전면 폐지와 낙태 허용 기간 확대 등의 요구가 이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성명을 통해 “정부안은 사실상 낙태죄를 부활시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재생산 건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법안”이라며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낙태 허용시기를 헌재 결정에 따라 22주로 확대하고, 낙태 허용 예외요건 또한 확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계는 대체로 생명 존중의 종교적 가치를 들어 ‘태아부터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유지한 채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공식 논평을 통해 “무분별한 낙태 합법화를 통해 생명 경시를 법제화할 게 분명한 만큼 강력히 반대한다”며 “입법 논의 과정에서 생명존중의 원칙을 분명히 해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 홍보국장 안봉환 신부는 ”천주교 교회는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이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태아를 고의로 낙태하는 것 또한 살인과 같은 ‘유아 살해’이며 ‘흉악한 죄악’으로 여긴다”며 “이미 태어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해 태어나게 될 새 생명을 고의적으로 살해할 수 있다면 같은 이유로 병약자·노인·심신 장애자,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의 이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어떤 사람에 대한 살해도 허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신부는 “국가가 임신과 출산을 여성에게만 책임 지우지 않는 사회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법률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교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안전한 낙태도 불완전한 생명도 없다’는 불교의 전통적인 생명관에 따르면 수태 순간부터 완전한 생명이며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개정안은 임신 초기 등에 한해 낙태를 선택적으로 허용하지만 불교의 생명관에는 어긋난다”고 밝혔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당연한 법안” vs “살인 정당화” 14주 낙태 허용법 파장(종합)

    “당연한 법안” vs “살인 정당화” 14주 낙태 허용법 파장(종합)

    헌법 재판관 3명 14주·4명 22주女교수 일동 “생명 경시 풍도 조장하나”낙태 전면 금지 비판 제기한 의료계“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 주장정부가 여성계의 낙태죄 폐지 요구에도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 가운데 반응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두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임신 중단(낙태)을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15~24주까지는 유전병이나 성범죄에 의한 임신 등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이유’를 추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11일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낙태하거나 임신 여성 승낙을 받은 의사가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270조가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므로 올해까지 이들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재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처다. 정부가 내놓은 낙태허용 기간인 ‘임신 14주 이내’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의 주장과 같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에서 “임신 14주 무렵까진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도 일률적·전면적 금지하는 것은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만 했다. ‘임신 28주 무렵’을 언급한 것도 이때는 태아 성별이나 기형을 이유로 선별적 낙태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니 일정한 한계가 지워져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선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자체가 위헌이라고 한 건 아니라면서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입법 예고안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는 낙태가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면이 있으니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였다”며 “헌재 결정 (이유) 그대로 가면 임신 14주 이내 전면 허용, 15~22주 이내 제한적 허용이 돼야 하는데 (개정안은) 24주까지로 규정했고, 기존 모자보건법과 비교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낙태죄를 사실상 존속하고,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정확한 주 수 확인이 어렵고 실효성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 수 구분 없이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죄 전면폐지, 종교계는 태아 생명권을 각각 주장하며 강경대치하는 상황에 정부가 합리적으로 후속 입법을 하려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영미 변호사는 “낙태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나, 법 개정은 현실적 문제고 종교단체 등의 반발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거셀 것”이라며 “법 개정은 사회적 합의고 입법적 결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를 금지하면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된다.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할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드물지만 24주 이후에서야 태아가 생존할 수 없는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예외조항이 들어가야 한다”며 “개정안을 보고 의학적인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의사의 ‘진료 선택권’에 대해 “이런 것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판단이 존중돼야 함은 물론, 병원의 역량 등을 고려해 임신 주 수가 높은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女교수들 “ 태아 살인 정당화한 것” 반대성명 전국 대학교 여성 교수 174명이 임신 14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정부의 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7일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 교수들은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의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태아는 여성 신체의 일부가 아닌 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생명권을 가진 독립된 생명체다. 이번 개정안은 낙태 허용범위를 심각하게 확대했는데 대부분의 낙태가 12주 안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에 대해 여성 교수 일동 모임은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공 임신 중절 실태조사…임신 경험 여성 5명 중 1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인공 임신 중절 실태조사’를 보면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5명 중 1명이 임신중절 수술을 했다고 응답했다.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질문에서도 10명 중 1명이 수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낙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2011년 이후 7년 만이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한다. 입법 예고안은 여기에 사회적·경제적 사유까지 추가해 24주 이내 낙태 허용범위를 확대했는데, 이 역시 헌재의 주문사항이다. 이를 놓고 24주까지는 낙태를 전면 허용한 것이라 해석도 나오고 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조건부 낙태 허용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중기에 해당하는 15주∼24주 이내에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 등 합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맞춰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요건의 조항을 다듬은 것이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269조(자기낙태죄)와 형법 270조(동의낙태죄)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임신 14주까지 안전한 낙태 수술 가능 정부는 이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면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정하고, 이를 다시 14주·24주로 나눠서 기준을 마련했다. 헌재 결정을 반영해 임신 14주까지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적 요건 없이도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임신 14주까지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이라며 이 기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임신 15∼24주 이내는 조건부로 허용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나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한다. 입법예고안은 여기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새롭게 추가했다. 임신부가 자녀를 출산해 양육할 형편이 안 될 경우,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관련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입증한 것으로 간주한다. 대다수 국가가 ‘조건부 낙태 허용’ 채택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건부 허용으로 24주가 지나 낙태한 여성은 여전히 처벌받기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여당 간사인 대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했다”며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보다 먼저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들도 대부분 일정 기간 내에서만 낙태가 가능한 ‘조건부 허용’을 택했다. 일례로 미국은 임신 후 3개월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3개월 후에는 한국처럼 제한 조건을 뒀다. 영국은 의사 2명이 동의할 때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한다. 이후에는 산모의 건강과 심각한 수준의 기형 등 예외적 사유가 있을 때만 낙태를 인정한다. 최근까지 낙태가 엄격히 금지됐던 아일랜드는 2018년 임신 12주 이내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임신중절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 스웨덴은 18주, 네덜란드는 22주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주거침입 추행·강간 동일한 처벌 ‘합헌‘

    주거침입 추행·강간 동일한 처벌 ‘합헌‘

    주거침입 강간죄와 주거침입 준강제추행죄에 대한 법정형을 동일하게 규정한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주거침입 준강제추행죄도 주거침입 강간죄와 같은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평등 원칙을 위반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조 1항은 주거침입 등 죄를 범한 사람이 강간,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등의 죄를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주거침입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18년 3월 징역 3년이 확정되자 처벌 근거 조항이 평등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는 평안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공간에서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주거침입 강제추행이 주거침입 강간죄와 비교해 죄질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형벌 체계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키로…낙태죄는 유지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키로…낙태죄는 유지

    정부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신 중기에 해당하는 15주∼24주 이내에는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 등 사유가 있을 때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낙태죄는 유지하되, 허용 요건 조항을 다듬은 것이다. 우선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기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 임신 15주∼24주 이내에는 조건부로 낙태를 할 수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임부나 배우자에게 유전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관계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만 임신 2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 임신부의 사회적·경제적 사유도 새롭게 추가했다. 사전에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모자보건법상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했다.안전한 낙태를 위해 절차적 허용 요건도 설정했다. 현행처럼 낙태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만 낙태할 수 있도록 했다. 낙태 시술 시 의사로부터 사전에 시술 방법과 후유증, 시술 전후 준수사항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에 동의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심신장애가 있어 당사자 판단이 어렵다면 법정 대리인의 동의로 대신할 수 있다.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상담 사실확인서를 제출해 시술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형법과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낙태 암시 문구나 도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자연유산을 유도하는 의약품의 허가를 신청받고, 필요하면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상담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낙태 거부도 인정했다. 의사는 시술 요청을 거부하는 즉시 임신부에게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신·출산 상담기관을 안내해야 한다. 정부는 “태아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후속 조치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향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임신주수 구분 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권고한 것보다 훨씬 후퇴한 수준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성계 “女 자기결정권 회복 못해… 처벌조항 다 삭제해야” 반발

    여성계 “女 자기결정권 회복 못해… 처벌조항 다 삭제해야” 반발

    정부가 7일 입법예고하는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의 윤곽이 나오자 6일 여성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사실상 낙태죄 처벌 조항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온전히 회복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 후에 국회 논의 과정도 거치기 때문에 법 개정 시한인 올해 말이 돼야 낙태죄 처벌 조항의 최종 ‘운명’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루 앞둔 이날도 개정안 관련 회의를 열었다. 부처마다 낙태죄 관련 입장이 다르고 주무부처인 법무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조율 작업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낙태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하는 데 그쳤다. 낙태죄 처벌 조항은 유지하면서 임신 주수에 따라 허용 여부를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헌재는 ▲임신중단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할지 ▲결정가능기간과 사회·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조합할지 등의 여부를 입법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 낙태는 허용하고,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헌재 결정을 반영한 결과다. 당시 헌재 재판관 3명(단순위헌)은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한 ‘임신 1삼분기’(14주)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임신 24주는 현 모자보건법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임신 22주를 태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한 기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헌재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자녀가 이미 있어 더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데도 기존 법 조항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이번 안에 대해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법에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남기겠다는 의미”라며 처벌 조항이 유지될 경우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또 “주수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임신중지 시기를 놓치게 만들며,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더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한다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한다

    정부가 7일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이다. 낙태죄 완전 폐지를 요구해 온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7일 낙태죄와 관련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한다. 지난해 4월 헌재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낙태죄 처벌 조항은 위헌”이라며 올해 말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한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에는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여성의 임신 중단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다. 현행대로 낙태죄는 유지되지만 ‘임신주수’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게 핵심이다.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생계 불안정 등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여성이 보건소 등 지정 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뒤 숙려 기간을 거치면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도 형법 개정에 맞춰 바뀐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 비범죄화’를 권고한 것과 배치된다. 당시 위원회는 “임신주수를 기준으로 형벌을 면제 또는 부과하는 것은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김엘림(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양성평등정책위원장은 “위원회의 낙태죄 비범죄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조국 “경찰 차벽의 위헌 여부는 코로나 위기 전제로 판단해야”

    조국 “경찰 차벽의 위헌 여부는 코로나 위기 전제로 판단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일 개천절에 이어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서울 광화문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경찰의 차벽에 대한 법리적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찰 차벽에 대해서는 2011년 위헌이란 헌법재판소 결정과 2017년 합법이란 대법원 판결이 있다”며 각각 다른 상황을 전제로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차벽의 위헌 여부는 사상초유의 ‘코로나 위기’라는 또 다른 상황을 전제로, 그리고 직전 광화문 집회의 방역 파장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헌재)는 2009년 6월 경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이후 열린 불법 집회를 막겠다며 차벽을 설치한 행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차벽 설치에 대해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대법원은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판결에서 경찰의 차벽 설치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았을 뿐더러 질서 유지가 어려워져 그 과정에서 시민들에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천절 광화문 일대 차벽에 대해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명박 산성’에 빗대어 ‘재인 산성’이 세워졌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명박 산성은 2008년 6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촛불 집회’가 격화되자 세종대로 한복판에 경찰이 설치했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구조물을 부르는 말이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인 산성이 아니라 코로나 산성이라며 “차벽 설치 목적이 명박 산성은 정권의 위기를 지키려 한 것이고, 코로나 산성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 했다”며 “명박 산성은 국민의 원성을 샀지만, 코로나 산성으로는 국민이 안심했다”고 주장했다. 또 “명박 산성은 컨테이너 박스로 길을 아예 막았지만, 코로나 산성은 경찰차로 교통흐름을 보장했고,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수많은 국민이 잡혀가 재판을 받았지만, 개천절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검문 검색을 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다 귀가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명박 산성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지만, 코로나 산성은 K-방역의 한 장면이 됐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오는 9일 한글날에도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할 것을 두고 정의당에서는 “도심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불법으로 선포하는 것은 경찰에 의한 집회 허가제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8월 22일부터 9월 10일 사이 광화문 집회 참석자의 확진율은 0.81%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 평균 확진율은 1.47%라며 오히려 집회 참가자 확진율이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내세웠다. 반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광화문 집회 관련 조사대상자 3만 8346명 중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3만 3680명 가운데 확진자는 305명으로 감염율은 0.91%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지난 6~9월 중 일반시민 85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검사에서는 1명이 확진자가 나와 감염율은 0.012%에 그쳤다며 광화문 집회의 감염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하기로…낙태죄 전면폐지 안해

    정부,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하기로…낙태죄 전면폐지 안해

    내일 입법예고…‘전면폐지’ 여성계 반발 예상 정부가 낙태죄를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는 대신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7일 입법 예고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등 정부는 7일 오전 낙태죄와 관련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이번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에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행 법에는 낙태는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특정 사유를 제외하면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임신부 당사자 또는 배우자가 유전적 또는 전염성이 있는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혼인 불가능한 혈족 또는 강간 등에 의해 임신한 경우, 또는 태아가 임신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등 법으로 정해진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서만 낙태가 허용된다.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부의 임신 중단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임신 14주는 헌재 결정 당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기간이다. 추가로 임신 중기인 24주까지는 기존처럼 성범죄 등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정부는 오랜 기간 고심 끝에 임신 초기의 낙태는 임신부의 결정에 맡기되 낙태죄는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낙태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주장해 온 여성계는 이 같은 개정안에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주 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지 말고 아예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공무원, 후원회·창당준비위 가입도 안 된다…정치활동 엄격 제한

    공무원, 후원회·창당준비위 가입도 안 된다…정치활동 엄격 제한

    국가공무원의 정치활동이 더 엄격하게 제한된다. 인사혁신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1항에 따라 공무원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는 ‘정당 및 그 밖의 정치단체’의 범위를 더 구체화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25일 입법예고 한다고 24일 밝혔다. 개정안은 기존 법에 명시된 ‘그 밖의 정치단체’를 ‘창당준비위원회, 후원회, 선거운동기구,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등으로 명시했다. 정부가 이렇게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한 것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이다. 당시 현직교사 9명은 ‘교사의 정당 가입과 정치 활동을 금지한 정당법 22조와 국가공무원법 65조 등은 교사의 표현 자유,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정당법은 합헌이나 ‘정당 및 그 밖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은 그 의미가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인호 인사처 인사혁신국장은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를 반영해 그간 불명확했던 정치단체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이번 개정을 위해 법제처로부터 법령입안 지원을 받았으며, 관련 전문가 자문과 국방부·교육부·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민주당만 빼고’ 칼럼 임미리 교수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민주당만 빼고’ 칼럼 임미리 교수 “기소유예 취소” 헌법소원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23일 검찰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냈다. 임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처분(기소유예)은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유로 국가 사법제도가 국민을 징계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있어서는 아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지난 1월 29일 경향신문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임 교수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가 얼마 뒤 고발을 취하했다. 이후 한 시민단체가 임 교수를 재차 고발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지난 16일 서울남부지검은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은 ‘혐의 없음’, 투표참여 권유행위 제한규정 위반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임 교수의 청구가 적법한지를 심사한 뒤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전원재판부에 회부한다.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의 결정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임 교수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인용 결정을 하면 기소유예 처분은 취소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대체복무 노리고 9년 만에 종교활동 재개한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노리고 9년 만에 종교활동 재개한 병역거부자

    병역을 계속 미루다 9년 만에 성서 연구를 다시 시작하며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병역법 위반죄가 확정됐다. 과거 공갈 등 혐의로 7차례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데다 평소 총기 게임을 즐겼던 점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0월부터 여러 차례 현역병 입영 통보를 받았지만 복학이나 자격시험 응시, 자기계발 등의 이유로 입영을 미뤘다. 입영 연기는 2017년 12월까지 계속됐다. 그러다 2018년 8월 다시 입영 통보를 받고 이번에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 그는 2006년 8월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지만 2009년 6월 이후로는 종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 2018년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9년 만에 다시 종교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1, 2심은 A씨가 병역을 거부할 만큼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학고하지 않으면서도 헌재 결정에 편승해 군 복무를 회피한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이후 공동공갈, 무등록 자동차매매 사업, 허위 진술, 무면허 음주운전 등으로 7차례나 입건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평소 폭력적인 총기 게임을 즐기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로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해 형성되고 어떤 형태로든 실제 삶으로 표출됐을 것”이라며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뭣이 더 중헌디

    [이종수의 헌법 너머] 뭣이 더 중헌디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유명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늘리려는 데에 반대하는 많은 전공의들이 집단휴업하고, 의대 학생들은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공의들이 이번처럼 정부가 아니라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병원 당국을 상대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집단휴업을 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이참에 변호사 숫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인구당 의사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으로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자 의사협회는 국토 면적 대비 의사수라는 생뚱맞은 통계를 들이댄다. 그렇다면 의사가 돌보는 대상이 환자가 아니라 땅이라는 말인가? 특히나 의료취약지역인 농어촌 지역에서 일할 의사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는 데에 왜 이리도 반대하는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의사협회가 내세우는 반대 논리는 의사의 질적 수준 하락이다. 고등학교 때의 학업 성적이 전교 1등이 아닌 10등이 의과대학에 진학하면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기나? 한마디로 직역이기주의와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인 특권의식의 발로다. 과거에 사법시험 선발 인원을 1000명으로 늘리던 당시에 변협 일각의 대응이 꼭 이랬었다.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슴에 품고서 공부에 매진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대체 부끄럽지가 않나. 여측이심(如厠二心), 즉 “뒷간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속담이 딱 제격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1972년에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선고했던 ‘대학입학정원제한(Numerus-clausus) 판결’이 머릿속에서 겹친다. 1960년대 중반까지 당시 서독에서는 고등학생이 아비투어(Abitur)라고 하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과하기만 하면 성적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학과 어디든지 지원하고서 입학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전후 베이비붐세대의 대학진학률이 급증하면서부터 일부 학과들에서 실험기자재의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용 능력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로써 이들 학과에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맨 먼저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됐던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의대 입학이 성적 미달로 불허되자 이에 불복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에는 이 사건이 독일연방헌재에서 헌법소원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독일연방헌재는 국가 재정에 여력이 있는 한 가급적 대학의 수용 능력을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입학정원 제한이 적용되는 해당 학과들에서 기존하는 수용 능력의 소진(消盡)을 전제로 해서만 학생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교육장(대학)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학정원 제한 규정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의료체계에서 공적 보험이 강화되면서 독일 의료계에서도 그간 여러 논란이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른바 의사 1인당 ‘환자진료총량제’가 도입되고 있다. 어느 독일 언론은 이렇게 표현한다. “지난 80년대까지는 독일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상류층 진입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그저 안정적인 중산층 합류에 그친다.” 실제로 독일의 동네병원에서는 간호사 없이 의사 아내가 직접 수납 창구에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로 직업이 없는 의사 아내의 입장에서는 이로써 남편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나중에 연금까지 챙길 수 있는 일이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합리적인 선택일 거라고 짐작된다. 독일 유학 시절에 하얀 수염이 멋있는 털보 할아버지 의사가 우리 아이들의 소아과 주치의였다. 그는 기다리는 다른 환자는 늘 아랑곳없이 진료실에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먼저 준비해 둔 마술쇼를 펼친다. 그러니 아이들이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하는 법이 없다. 한번은 병원을 다녀왔는데, 조금 있다가 이 의사분이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영문인즉슨 조금 전에 아이의 예방접종을 하면서 주사 하나를 빼먹었다 한다. 기어코 주사 한 방을 직접 놓고서야 자전거를 몰고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되돌아간다. 귀국하고서 이 노의사의 부재가 때로 아쉬웠다. 그래서 전공의들과 의대 학생들에게 되묻는다. “뭣이 더 중헌디?”
  • “표현의 자유는 공익” “진실도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는 공익” “진실도 사생활 보호”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면 범죄 안 돼”“통신 발달로 회복 불가능한 점 고려”영국·미국 등 해외도 非범죄화 추세“진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죄가 돼서는 안 된다.”(청구인 측)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사생활 비밀과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법무부 장관 측)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형법 307조 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두고 10일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2년 전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 초창기부터 최근 ‘디지털교도소’ 문제까지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이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라는 상반된 논리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헌재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2017년 10월 A씨는 “형법 307조 1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해 8월 A씨는 자신의 반려견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실명 위기에 놓이자 수의사의 잘못된 진료 행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리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사실을 적시해도 본인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형법 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A씨 측은 “진실을 말할 자유가 있다”면서 “사람이 사실을 적시했다는 행위를 형벌이 부과되는 범죄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A씨 측 참고인인 김재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해 해당 사람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는 게 민주적인 사회”라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때문에) 형사처벌이 두려워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건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말했다. 이에 법무부 장관 측은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개인의 인격권 역시 헌법상 보호돼야 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라면서 “통신과 SNS가 발달한 현대사회에선 사실을 적시한 말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나중에 회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맞섰다. 법무부 장관 측 참고인인 홍영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억울한 상황에 맞닥뜨린 사람은 (사실을) 폭로하는 것보다는 여러 법적 시스템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억울한 사정을 폭로하고 대상자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망신 주는 길을 열어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는 추세다. 영국은 2010년 명예훼손죄를 폐지했고, 미국은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해 해결한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헌재, 군 훈련소의 대선 TV토론회 시청 금지 “합헌”

    헌재, 군 훈련소의 대선 TV토론회 시청 금지 “합헌”

    헌법재판소가 군부대에서 선거 TV 토론회 시청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분량을 제한하고 수화방송을 의무화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조항도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A씨가 훈련병 시절 ‘제19대 대통령 선거 토론회 시청을 못하게 한 것은 위헌이다’라고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헌재는 훈련병을 상대로 한 시청 금지 조치가 군사교육의 일환이고, 훈련병들이 토론회를 시청하면 훈련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판단했다. 또 시각장애인 B씨가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한 공직선거법 65조 4항이 선거권을 침해한다고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합헌 결정을 내렸다. B씨는 같은 분량의 내용도 점자로 표현하면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함에도 면수를 제한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국가가 과다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면서 “음성을 이용한 인터넷 정보 검색 등 시각장애인 선거인이 선거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 C씨가 선거 토론회 방송 등에 수화방송을 의무화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70조 6항 등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수어·자막방송은 청각장애인의 선거 정보 획득의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선거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조항이 선거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헌재 “가정폭력 가해자도 가족관계 열람 가능한 법조항, 헌법불합치”

    헌재 “가정폭력 가해자도 가족관계 열람 가능한 법조항, 헌법불합치”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직계혈족이라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류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정보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이다.헌재는 28일 가정폭력 피해자 A씨가 직계혈족이면 누구나 가족관계증명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14조가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령이 헌법에 위배되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사회적 혼란 우려가 있을 때 법 개정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A씨는 배우자의 폭력에 시달리다 이혼했지만 전 배우자가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지속적으로 협박하자 자신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이름까지 바꾸려고 했다. 그러나 개명을 해도 전 배우자가 자녀 이름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양육자인 자신의 개인정보까지도 노출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헌재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족의 개인정보를 알게 해서는 안 되며, 오남용과 유출 우려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관련 법이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 또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헌재는 이 사건 법령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가정폭력 가해자가 아닌 직계혈족도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하게 되므로 2021년 12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직계혈족으로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자유롭게 발급받아서 가정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하게 되는 위헌성을 지적한 것”이라고 결정 의미를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헌재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사전검열, 위헌”

    헌재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는 사전검열, 위헌”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에 심의를 받도록 한 관련 법 조항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 광고를 금지한 의료기기법 24조 2항 6호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주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에서 8(위헌)대 1(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의료기기 판매업체인 A사는 블로그에 의료기기 광고를 했다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월 전주시로부터 3일간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처분 취소 소송을 내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광고 심의는 민간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하고 있지만 식약처장이 심의 기준과 방법 등을 정하고 있어 의료기기 광고 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검열’이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헌법상 사전검열은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면 예외 없이 금지된다”며 “의료기기 광고도 상업광고로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이 됨과 동시에 사전검열 금지 원칙의 적용대상”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영진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라며 의료기기 광고 심의는 사전검열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광고 사전심의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8년 6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알리는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서도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행정권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사전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기존의 결정 논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노정희 “법원행정처서 통진당 문건 받은 적 없어”… 재판 개입 부인

    노정희 “법원행정처서 통진당 문건 받은 적 없어”… 재판 개입 부인

    노정희(57·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련한 임종헌(61·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과거 통합진보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의 항소심을 맡았을 때 “법원행정처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대법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건 이동원(57·17기)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다. 노 대법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언론보도를 듣고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문건을 받고 읽은 적이 없다”면서 “설사 시간이 지났더라도 다르게 기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노 대법관의 진술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배치된다. 검찰은 노 대법관이 2016년 광주고법 전주제1행정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행정처로부터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어도 법원이 의원직 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민걸(59·17기)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노 대법관에게 전화해 행정처 자료를 참고해 달라고 했고, 노 대법관이 승낙함에 따라 이규진(58·18기)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노 대법관에게 관련 자료를 메일로 송부했다는 것이다. 이는 행정처가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각하’ 판결이 나오지 않게 하도록 하급심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 중 하나로 공소장에 적혀 있다. 노 대법관은 “이 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지만 이 상임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은 있다”면서도 “그쪽에서 먼저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 긴 대화 없이 통화가 끝났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 통화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 11일 이동원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의 공판에 출석해 “이 실장과 만나 문건을 전달받아 읽어 봤으나 판결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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