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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예산안 단독 상정 일단 보류… 3일 4자 재회동 파행땐 재추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일 새해 예산안을 단독 상정하려던 당초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이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전병헌 원내대표의 4자회담 결과에 따라 예결위 가동 여부를 여야 간사 간에 재논의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는 여전해 단독 상정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2일)은 예산안 법정통과 시한이지만, 대화를 제의한 날이기 때문에 예결특위에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에게 4자회담을 공개 제의하기에 앞서 4자회담 수용을 전제로 예산안 단독 상정을 보류하겠다고 김 대표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에 개최된 예결특위 전체회의는 개의 30여분 만에 정회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법정처리시한이 지났기 때문에 단독 상정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새누리당도 책임이 크다. 한 팀만 나가 경기를 한다면 관중들은 야유만 하고 티켓을 환불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군현 예결위원장이 “민주당과 협의를 해 달라”며 정회를 선언해 단독 상정 계획은 보류됐다. 예결특위 여야 간사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천 민주당 의원도 국회 위원장실에서 별도의 간사 협의를 갖고 “절대로 준예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초 합의한 대로 오는 16일까지는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4자회담 결과에 따라 예결위 진행 상황을 간사 간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지만, 이날 열린 4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고 3일 오전에 다시 열기로 하면서 예산안 심의 날짜는 점점 더 촉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만일 4자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 새누리당은 예산안을 단독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결국 2003년 이후 11년째 연속 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의결토록 하고 있어 12월 2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기국회가 석 달째 파행을 거듭, 이날까지 예산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예정대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상정과 관련, 강창희 국회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국회 의사일정 거부가 민생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의식해 국회 정상화 이전까지 정책위원회와 상임위원회별로 자체적인 예산안·법안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사학법 합헌결정, 교육 공공성 확립 계기돼야

    헌법재판소가 개방형 이사제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 등 그동안 논란이 돼 온 사립학교법 관련 조항들에 대해 어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학법인들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며 사학 투명성 강화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사학법 논란의 핵심은 개방형 이사제다. 사학법 제14조 3항은 학교법인이 이사 정수의 4분의1 이상을 이사추천위원회가 2배수 추천한 인사 중에서 뽑도록 하고 있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사학들은 학교법인에만 개방이사를 두고, 재단과 고용관계에 있는 교원들이 재단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재단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대해 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개방이사가 전체 이사 정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사학의 자유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학교법인이 본질적으로 사법인이지만 학교 운영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이상 그 이사회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역할과 기능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 외부 인사의 이사회 참여가 필요하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교육당사자들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에서 개방이사를 추천하는 수단의 적절성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직접 관여하는 게 아니라 학교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방식이어서 학교운영의 민주성까지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사분위가 학교정상화 업무를 다루도록 한 사학법 24조의2 제2항에 대해서도 “인적 구성이나 기능에서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정상화 심의 과정에서 종전 이사의 의견도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이 사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국내 사학은 인재양성의 원동력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에 걸맞지 않게 학교설립자나 이사장, 그리고 그 친족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등 비교육적 처사로 적지않은 사회적 폐해를 일으켰다. 사학들은 이제 사학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접고 재단 운영의 투명성 강화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 헌재 “사분위 설치·개방이사제 합헌”

    교육부 장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비리 사학 정상화와 임시이사 선임을 조율하도록 규정한 사립학교법(사학법) 조항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 사학 이사진의 25%를 외부 출신 ‘개방이사’로 선임하게 한 사학법 조항도 합헌으로 판명 났다. 이번 합헌 결정이 2005년 사학법 개정 이후 도입돼 운영 중인 사분위와 개방이사의 실효적인 역할 확대를 이끌어 낼지, 특히 법을 어겨 가며 개방이사 선임을 거부하고 있는 고려대와 성균관대, 연세대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지 관심을 모은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영훈학원 등 사학법인과 이사진이 “사분위와 개방이사 설치 조항이 사학 운영의 자유와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청구를 기각하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사분위 설치가 규정된 사학법 25조는 5대4로, 개방이사 선임 의무와 규정된 14조는 8대1로 합헌 의견이 많았다. 사학 설립 목적 수호를 위해 비리 사학에 사분위가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대신 종전 이사의 경영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이사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비리를 저질렀다면 이미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은 훼손된 것”이라면서 “사분위가 후견적인 입장에서 법인을 대신해 당초 설립 목적을 잘 실현할 수 있는 이사를 정식 이사로 선임함으로써 학교법인의 기능을 회복시켜 주는 것은 사학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문에 명시했다. 공익·사회복지법인과 다르게 학교에만 개방이사를 두게 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청구에 대해 헌재는 “우리 공교육 체계에서 사학은 태생적인 공공성을 갖는다”면서 “개방이사제는 사학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사학법은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력 추진하고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 반대한 ‘4대 입법과제’ 중 하나였다. 노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사학법 개정안은 200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한나라당이 장외투쟁 끝에 사학 자율성에 관한 규제를 완화한 형태의 재개정안을 2007년 통과시켰다. 사학은 2007년 재개정안에도 불복하며 위헌 청구를 냈고, 헌재는 6년 만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장기 미제 사안으로 사학법 심리를 늦추는 동안 현장에서는 사분위와 개방이사 제도가 운영돼 왔다. 사분위는 2007년 12월 1기 출범 이후 현 3기까지 활동하며 상지대, 대구대, 경기대 등에 임시이사를 파견해 왔다. 교육부는 고려대 등 3곳에 개방이사 선임을 독촉하고 있다. 뒤늦게라도 헌재가 사분위와 개방이사의 합헌성을 밝힘에 따라 사분위와 개방이사 활동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뉴스 분석] 정쟁 날새다 헌법도 안지키는 국회

    [뉴스 분석] 정쟁 날새다 헌법도 안지키는 국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2012회계연도 결산안을 의결했다.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결산을 심의 의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128조 2항을 87일간 어긴 셈이다. 결산 심사에 대해서는 최악의 부실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야는 정기국회 내내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등의 정치공방으로 ‘숫자’는 거의 다뤄보지 못했다. 결산은 ‘이미 써버린’ 예산으로 치부되며 졸속처리됐다. 결산심사가 늦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새해 예산심사도 지연됐다. 국회는 이날에서야 예산안 심의를 시작했다. 헌법 54조 2항이 규정한 회계연도 개시 30일전(12월 2일) 예산안 처리도 불가능해졌다. 11년 연속 위법이다. 예산안에 대한 심의도 날림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는 이날 운영위원회와 국방위, 정무위 등 11개 상임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소관부처별 예산안을 상정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2일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국회 예결특위도 이날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예결특위는 오는 29일부터 일주일간 정부를 상대로 종합 정책질의를 하고 다음 달 9일부터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를 가동해 16일에는 예산을 의결한다는 ‘초고속 심의 계획’을 세워놓았다. 시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인데도 여야는 ‘특검’ 수용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결사적이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일하게 연내에 처리되지 못하고 2013년 1월 1일 새벽에 통과한 2013년도 예산안 사례보다 상황은 더 악화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내 처리에 실패하면 전 회계연도 예산에 준해 집행하는 잠정적 예산인 준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 준예산 체제는 일종의 응급조치이기 때문에 신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게 된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357조 7000억원의 재정지출 중 140조원 이상의 지출 계획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재량지출 188조 9000억원에서 정부기관 인건비 30조원, 시설 유지비 15조원, 계속사업비 3조 5000억원 등을 뺀 140조원이 지출 불가 대상이 된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준예산 땐 예산 40% 올스톱… 복지·SOC·R&D 차질

    여야 간의 극심한 대치 속에 국회의 내년 예산안 심사가 예년보다 두 달 가까이 늦게 시작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준예산이 가동되면 내년 예산의 40%가량을 집행하지 못해 연초부터 복지정책 시행에 큰 차질을 피할 수 없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연구개발(R&D) 지원의 돈줄도 막혀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헌법 제54조에 따라 올해 12월 31일 밤 12시까지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준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26일 밝혔다. 준예산이 집행되면 2013년도 예산에 준해서 각종 법률에서 규정한 의무지출만 집행이 가능하고 복지, SOC, R&D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재량적 지출 항목에는 돈을 전혀 쓸 수가 없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의 전체 지출액 357조 7000억원 중에서 의무지출액 168조 8000억원과 공무원 인건비 30조원, 시설 유지비 15조원, 계속사업비 3조 605억원 등을 제외한 140조 8000억원가량은 지출이 불가능해진다. 우선 신규사업을 펼칠 수 없어 복지 공약 이행이 어려워진다. 기초연금은 올해 지급액 수준으로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지급 대상 확대, 단가 인상은 불가능하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어린이 필수예방접종 본인 부담금 폐지, 0~5세 보육료 지원도 막힌다. 1225억원이 편성된 셋째아이 대학등록금 지원과 3조 2000억원의 국가장학금 지원도 중단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구입, 전세자금 지원액 9조 4000억원도 지급할 수 없다. SOC 예산도 이미 국회에서 의결된 계속사업비 3조원가량을 제외한 20조 3000억원 이상이 지출되지 못한다. 17조 5000억원에 해당하는 R&D 지원 예산도 집행에 발목이 잡힌다. 공무원 인건비는 경찰, 소방을 비롯해 모든 공무원들에게 지급되지만 1.7%의 봉급 인상률은 적용되지 않는다. 기본급 외에 수당은 지급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5%를 인상하기로 한 사병 월급도 제자리에 머문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기간제 근로자 고용 2년 제한은 합헌”

    기간제 근로자를 최장 2년까지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기간제 근로자로 2년간 일하다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최모씨 등 3명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법 조항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마다 직장 밖으로 내모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헌재는 “기간제 근로 계약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단기 계약을 체결하자는 사용자의 요구를 근로자가 거부하지 못해 고용 불안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간제법 시행 이후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통계청 비정규직 고용 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등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 전환이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정미, 조용호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오히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계약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씨줄날줄] 여적죄/문소영 논설위원

    여적죄(與敵罪). 국민의 귀에는 생소하게 들리는 죄목일 것이다. 거의 적용된 적이 없는 사문화된 형법 조항이기 때문이다. 형법 제93조에서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항적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라고 여적죄를 규정해 놓았다. 이 여적죄를 국가정보원이 구속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새롭게 적용하려고 한다는 언론보도가 8일 나왔다. 법문북스의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여기서 적국이라 함은 대한민국에 대적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 포함하며, 항적(抗敵)은 동맹국에 대한 것도 포함”한다. 이 여적죄는 내란(음모)죄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내란음모죄는 내란죄를 규정한 형법 제87조를 적용한 것으로,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를 말하는 것으로 “예비·음모·선동·선전”도 모두 벌을 받는다. 즉, 국가의 내부로부터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 여적죄는 국가의 외부로부터 위태롭게 하는 외환죄의 일부다. 외환죄는 형법 92조부터 104조에 규정돼 있는데 외환유치죄, 여적죄, 모병이적죄, 시설제공이적죄, 시설파괴이적죄, 물건제공이적죄, 간첩죄, 일반이적죄, 전시군수계약불이행죄 등이다. 여적죄도 미수, 예비, 음모, 선동, 선전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어느 변호사의 법해석에 따르면 여적죄는 전쟁을 개시한다는 것을 전제로 성립하는 죄다. 이 해석에 따를 경우, 이석기 의원에게 여적죄를 적용하려면 국정원은 수사를 통해 전쟁을 개시하려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헌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북한을 국가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국정원이 ‘이석기 사건’ 발표 당시 언론 등에 제시했던 내란예비죄, 내란음모죄를 제쳐두고 낯선 여적죄 적용을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궁금한 국민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도 겪었고 여전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안당국이 간첩죄나 내란죄 등의 혐의를 걸어 누군가를 구속·기소하면 국민은 일단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십년 뒤 억울한 죽음들과 누명이 밝혀질 때마다 ‘공안당국이 양치기 소년이었다’며 혐오하게 된 사연도 잊어선 안 된다. 올 초 국정원 등이 한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혐의로 구속·기소해 국민이 그에게 손가락질을 했지만,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다. 국정원이 국가의 안전을 뒤흔드는 세력에게 단호하다면 늘 환영받는다. 하지만, 혹여 국정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막을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호도하려고 국면전환용 물타기를 시도한다면 더 큰 개혁 요구라는 부메랑을 받게 될 것이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기고] 내란음모 의혹은 선제대응이 핵심/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기고] 내란음모 의혹은 선제대응이 핵심/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주권과 국민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안보의 핵심은 선제대응과 억지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비난을 무릅쓰고 자국 내는 물론 전 세계에 걸쳐 실시간 전방위 감청, 정보 수집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빅 브러더’ 정보망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에 따라 안보의 으뜸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헌법66조 2항, 69조, 74조).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침과 체제전복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사전에 보호하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9·11테러로 미국인들을 포함한 3000여명이 무고하게 생명을 잃었다. 대통령도 한번 잃은 생명을 복원할 순 없다. 21세기 무력충돌과 체제전복세력에는 국가 외 테러리스트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국가는 이들의 비밀공작과 기습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 국민생명을 지키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3년 전부터 알카에다 테러식 내란음모에 선제대응한 것도 이런 안보추세와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이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사건’을 사전 적발한 것은 남북 간 군사대치 속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은 법적으로 전쟁상태로서,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일으켰다. 북한은 올봄 내내 휴전협정 무효화와 전면전 선언 등 반년 동안 전쟁위협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며 우리의 굴복을 강요했다. ‘이석기 집회’가 북한의 이런 전쟁위협 시기와 일치했다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이석기 내란음모 의혹사건을 더 수사해봐야겠지만 드러난 사실들만으로도 범죄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들은 비밀 회합 때마다 ‘적기가’(赤旗歌)와 ‘혁명동지가’ 등 북한 혁명가요를 합창했고 사용용어들도 북한식 일색이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들이 입수한 5건의 녹취록엔 ‘RO 총책’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조직원들을 교육한 내용과 핵심 조직원들의 회의 및 대화 내용 등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국정원 수사에 대한 진보당의 ‘날조’ ‘공안탄압’ 등 주장, 이석기 의원의 잇따른 말바꾸기, 러시아 루블화도 섞인 1억 4000만원 현금다발 적발 등 수상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혐의점들이 그의 민혁당 전과와 함께 내란음모 의혹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진보당은 ‘공안탄압’ 등 상투적 수사로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왜 조작인가를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 이석기 의원은 떳떳하다면 왜 한때 잠적했으며, 진보당과 보좌진들이 무슨 권리로 법적 압수수색을 방해했는가. 선거 때 국고보조를 제외하고라도 혈세로 연간 32억원이란 막대한 국고보조를 받는 진보당은 대한민국 제도권 정당으로서 압수수색영장 수용을 솔선수범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법치주의며 법치주의는 준법정신이다. 진보당 자신들은 법 집행을 방해하면서 촛불시위로 ‘민주회복’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석기 사건은 각계각층의 종북세력망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주장이 무성하다. 수사당국은 일부 불순세력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정대하고 철두철미한 수사로 내란음모 의혹의 내용을 명백히 밝힐 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망을 파헤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내란 음모’ 수사] 이석기 사전구속영장 신청 이후… 신병 처리 절차는

    내란 음모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신병 처리는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을까. 수원지검은 국정원의 구속영장을 검토한 뒤 수원지법에 영장을 청구하게 된다. 일반 피의자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현역 의원은 헌법 제44조에 따라 현행범이 아닌 경우 ‘불체포특권’이 인정돼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국회 회기 중에 현역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속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8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어 이 의원의 경우에도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장 발부를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참석,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법원이 영장을 접수한 뒤 체포동의요구서를 수원지검에 보내면 수원지검은 이를 대검찰청에 보내고 대검은 다시 법무부에 보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절차를 밟는다. 대통령이 국회에 체포동의서를 발송하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 통상 사흘이 걸리고, 체포동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지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돼 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법무부와 대검, 수원지검을 거쳐 다시 수원지법으로 보내지고, 이 과정에 3일 정도 소요된다. 이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이 의원을 출석시킨 상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감안하면 이 의원의 구속 여부는 추석 이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8월 국회가 30일에 끝나고 9월 정기국회가 오는 2일에 시작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국회 회기 중이 아닌 8월 31일과 9월 1일 이틀간의 공백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기간에는 이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법원이 이 기간에 이 의원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한다면 국회의 체포동의요구 절차 없이 이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영장 발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앞서 2003년 수뢰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방림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해 수원지검이 2월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설연휴 마지막 날인 2일 김 의원을 체포한 바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통진당 압수수색] 의원 ‘불체포 특권’… 12월 초까진 체포 못할 듯

    국가정보원은 28일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뿐 아니라 이 의원의 신체에 대해서도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수색에 나섰다. 휴대전화나 이동식저장장치(USB) 등 직접 소지하고 다니는 물품까지 압수하기 위해서다.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이 의원 범죄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법원에 체포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헌법 44조1항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된다 해도 국회의원 재석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체포 가능하다. 국회의원 체포를 그만큼 엄격하게 제한해 인신 구속에 대한 우려로 의정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 헌법 정신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에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여론이 적지 않아 새누리당이 지난해 4·11 총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 공약을 내놓았지만 아직까지 실현되고 있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불체포 특권이 폐지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는 새누리당의 단독 소집에 따른 임시국회 회기 중이다. 이 의원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할 상황이다. 임시국회에 이어 오는 9월 2일부터 12월 10일까지는 정기국회가 자동소집되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가 없는 한 공안 당국이 이 의원을 12월 초까지는 체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안 당국은 체포동의안 처리의 어려움보다는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할 때 이 의원 범죄 사실 상당 부분이 공개돼 이 의원이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을 줄 수 있다는 점과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정쟁으로 비화돼 정작 수사의 중요성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의원 범죄와 관련된 상당한 증거 등이 확보된 이후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의원은 이날 당과 일부 연락을 취하며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이 의원이 개인 차원의 입장을 낼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앞서 2005년 5월 9일 당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 2011년 12월 15일 당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례가 있다. 현역 의원에 대한 내란 관련 혐의 적용은 1996년 1월 12·12 및 5·18사건 수사 당시 내란공모 등 혐의로 구속된 정호용, 허삼수, 허화평 전 의원 이후 17년 만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행방불명’ 이석기, 체포영장 피한 이유는?

    국가정보원에 의해 28일 내란음모 혐의로 국회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체포영장을 피해갈 수 있었다. 같은 당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과 달리, 이석기 의원은 현직의원이기 때문에 아직은 체포 절차단계까지 가지 않은 상태다.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헌법 44조1항이 이유다. 현재 국회가 새누리당의 단독 소집으로 제318회 임시국회 회기 중인만큼 이석기 의원을 체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임시국회에 이어 오는 9월2일부터 12월10일까지는 정기국회가 자동소집되는 일정을 감안하면 국회의 동의가 없는 이상 적어도 12월초까지는 이석기 의원을 체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경기동부연합모임’ 내부에서 이석기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국정원이 법무부를 통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현재 이석기 의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연락도 두절됐다.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석기 의원의 행방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해주기 어렵다. 연락이 안 취해진다. 확인되는대로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NSA, 자국민 정보수집 사실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자국 인터넷 통신량의 75%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한 가운데 NSA가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사실이 정부 문서를 통해 재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NSA의 감시 프로그램이 미국 전체 인터넷 통신량의 75%까지 감시할 수 있으며, 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NSA가 수집한 미국 국민 간의 통신 정보는 대부분 폐기되지만 그중 일부는 NSA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고 주장했다. WSJ의 보도 직후 NSA는 국가정보국(DNI)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WSJ의 보도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에 근거한 NSA의 해외정보 수집활동에 대해 독자들을 호도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면서 “NSA는 잠재적 테러 용의자로 지정된 해외 거주 외국인에 대한 특정 정보만을 수집할 뿐”이라고 밝혔다. NSA는 또 세계 인터넷 통신량 가운데 1.6%에 접근할 수 있으며 분석관들은 단 0.00004%만 들여다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NSA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으로부터 허가받은 범위를 넘어 2008년부터 3년간 테러 혐의와 관계없는 미국민의 이메일 정보를 1년에 5만 6000여건씩 수집한 사실이 DNI가 이날 공개한 기밀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FISC는 의견서에서 NSA는 “(불합리한 체포와 수색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4조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통신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는데, 이 정보는 NSA의 표적과 상관이 없고 국가안보상 필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오늘의 눈]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최훈진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최훈진 국제부 기자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요즘 최고 기온은 34도를 육박한다. 하지만 이집트는 최근 냉혹한 겨울 한가운데에 있다. 이집트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발생한 시위 이후 단 4일 만에 총상으로 죽거나 최루탄 연기에 질식사한 사람들의 수는 800여명. 부상한 시민들까지 합치면 1만명에 육박한다. 대학살에 가깝다. 외신들은 이토록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이집트의 상황을 2년 전 아랍권을 강타했던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과 비교해 ‘아랍의 겨울’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번 아랍의 겨울은 속내를 숨기고 사태를 방관해 온 엉클 샘(미국)의 책임이 크다. 미국은 지난달 이집트에서 일어난 군사 쿠데타에 침묵했다. 이집트에서는 아랍의 봄이 불어닥친 직후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취임했다. 하지만 그는 단 1년 만에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물론 무르시 대통령의 부패, 여성 억압 등 구시대적 정권 운영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쿠데타를 어느 정도 용인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군부의 수장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 민주 정권을 몰아낸 것이었으므로 이번 사태는 분명 쿠데타였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가 이집트의 미래를 대신 결정할 수 없다”며 애매모호한 입장표명을 유지해 왔다. 모호한 말만 늘어놨던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미국은 1979년부터 2003년까지 이집트에 130억 달러(약 14조 4600억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하며 이집트 군부를 통해 아랍지역을 자국 영향력 아래 놓는 안보 전략을 펼쳐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이집트는 미국의 최대 군사원조국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쿠데타’라는 말 한마디로 수십년간 쌓아온 이집트 군부와의 밀월관계를 무너뜨릴 수 없었던 셈이다. 미국은 스스로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헌법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늘 따로 있다. 미국의 외교 전술에는 종종 자신들의 헌법에도 어긋나고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모순이 드러난다. 미국 학자 놈 촘스키는 ‘엉클 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미국을 의인화시킨 엉클 샘이 겉으로는 모두를 위하는 시늉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이익만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아랍지역의 민주화는 물론 시민들이 무참히 군부에 죽음을 당하는 참혹한 상황에 우려와 관심을 표할 뿐이다. 세계 언론의 비난을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집트 폭력사태를 규탄하며 다음 달 예정된 이집트와의 정례 합동군사훈련인 ‘브라이트 스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작 아랍의 겨울을 벗어날 이집트 군사원조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내세워온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겉으론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쿠데타를 묵과하는 엉클 샘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choigiza@seoul.co.kr
  • 美 시민단체 “전화 감청은 위헌” 정부 제소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스캔들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미 정부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의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이 “NSA의 전화 감청 행위는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4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관련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ACLU는 법원에 NSA의 통화 내용을 수집하는 기밀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미 정부가 그동안 보관해 오던 모든 통화내역을 삭제하도록 명령할 것을 요청했다. ACLU가 제소한 고위 관계자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비롯해 국방부,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관련 당국 수장들이다.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기업들은 “기업이 정부의 정보 공개 요청에 적극 협조한 것처럼 비치는 것은 오해”라며 해명에 나섰다. 구글은 이날 공식블로그에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로버트 뮬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해 “구글이 마치 정부기관의 고객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스노든과 8년간 그와 교제했던 여자 친구 린지 밀스(28)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스노든은 미스터리한 남자였다”고 밝혔다. 홍콩에서 자취를 감춘 스노든은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를 갖고 “나는 반역자도 영웅도 아니다. 미국인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은 “정의로부터 숨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범죄 행위를 알리기 위해 있는 것”이라면서 미 정부의 본국송환 요청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공무원 무이자 학자금 대출 온당한가

    공무원 본인과 자녀에 대한 무이자 대학 등록금 대출액이 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최근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을 959조 4000억원에서 963조 8000억원으로 수정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관리하는 공무원 대상 대여 학자금 4조 2000억원 등을 새로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특별회계로 관리하던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2011년 국가회계법 개정에 따라 기금 결산보고서에 편입시킨 바 있다. 한은이 가계 신용 통계에 이를 새로 반영하면서 대여 학자금의 최근 대출 잔액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1981년부터 공무원 연금에 가입한 공무원과 자녀에게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해왔고, 지난해 연인원(延人員) 20만명이 이용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무원 등에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한 것이 무슨 문제냐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 학자금 대출의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다. 올해 지원 예산은 지방자치단체 956억원, 중앙정부 290억원으로 모두 1246억원에 이른다. 2005~2007년에는 5000억~6000억원을 지원했다. 공무원 연금에서 재원을 마련해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들의 학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이성한 경찰청장은 두 자녀 이름으로 1880만원을,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6679만원을 대출받았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민 세금 10조 2283억원을 공무원 연금에 쏟아부었다. 올해도 3조 2844억원을 넣어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노후보장이 허술한 일반 서민들은 적잖은 이자를 내면서 어렵사리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 자녀는 정부 지원 학자금 대출기관인 한국장학재단에서 빌려도 연 2.9%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무이자 대출이라는 ‘은전’(恩典)을 베풀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무원 무이자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개선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낙태 원하는 여자는 없어”… 수술대 위 그녀들 ‘인권’은 없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던 것 같아요. 낙태(落胎)를 하고 싶은 여자는 아무도 없어요.” 25명의 여성이 지난달 20일 출간된 ‘있잖아…나, 낙태했어’(한국여성민우회 지음)에서 마음 한구석에 숨겨놨던 쓰라린 기억을 끄집어냈다. 어렵게 용기를 낸 이유는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꾸밈없이 말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낙태는 객(客)들의 논란거리다. 사회가 강요한 ‘주홍글씨’ 탓에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윤리나 생명과 결부된 주제이기에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태아도 생명이냐, 그럼 몇 주째부터 인간이냐, 그렇다면 낙태는 살인이냐로 이어지는…. 하지만 여성들은 ‘낙태 찬반론’에만 매몰되지는 말아 달라고 외친다. 이들은 “낙태에 대한 논의는 본질적으로 한 인간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에게 있어 출산에 대한 결정은 곧 인생에 대한 결정과 동등한 무게라는 얘기다.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육체적 고통에 정서적 악영향까지 있어 모두들 수술을 망설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여전히 여자들을 옥죄고 있다. 미영(4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낙태의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아기를 죽였다는 죄책감 있잖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그게 떠올라요. ‘내가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구나’ 하는 느낌? 아마 죽을 때까지 안 잊히겠죠.” 대학교 1학년 때 아이를 지운 윤정(20대 후반·사무직)씨도 고통 속에 산다. “기억이 없어지지도, 지워지지도 않아요. 수치심, 분노, 죄책감 같은 오만 감정이 합쳐진 채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몸이 기억을 하고요. 시간이 약이란 말이 여기엔 안 통해요.” 그러나 여자들은 수술대에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가임기(15~44세)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11년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낙태 건수를 뜻하는 ‘임신중절률’은 2010년 15.8건이었다. 당시 가임기 여성 수(약 1071만명)를 고려하면 그해 약 17만명의 태아가 세상 빛을 못 보고 목숨을 잃은 셈이다. 낙태는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유전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 인척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해 임신 24주까지만 낙태가 허용된다. 낙태를 하면 여성과 의료진 모두 처벌받는다. 그러나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은 “낙태 수술을 안 한다는 병원은 한 곳도 없더라”고 말했다. 낙태를 범죄화한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비싼 값에 은밀하고 위험하게 수술받는다고도 했다. 은미(30대 후반·회사원)씨에게 그날 산부인과에서의 기억은 끔찍할 만큼 또렷하다. 떠올리지 않으려 발버둥칠수록 악몽 같은 기억이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녀에게 꽂히는 모든 시선이 불편했고 의사의 사소한 손짓에도 위축됐다. “전신 마취 주사를 맞고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있는 상황이 끔찍했어요. 혹시 마취가 깰까 봐 그랬는지 팔다리를 묶었는데, 무슨 개구리 해부하듯이…. 되게 치욕스러웠어요.” 낙태하는 여자는 철저히 ‘을’(乙)이다. 수현(30대 후반·번역가)씨는 “병원은 돈벌이로 생각하는지 부르는 게 값이었어요. 그러면서도 귀찮은 일을 처리한다는 듯 티를 내는데 정말 그렇게 치욕적일 수가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혜진(40대 초반·운동선수)씨는 “의사가 ‘애가 잘 서는 몸이면 조심해야지’라는 거예요. 내가 무슨 섹스에 환장한 여자인 것처럼 야단을 쳤어요.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화가 나더라고요. 내가 공짜로 수술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낙태를 결심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성적 방종’의 결과물로 치부하지만 전체 낙태의 57%는 기혼자 차지다. 많은 기혼자가 양육에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수술을 결심했다. 희영(40대 중반·사무직)씨는 연년생 두 자녀에 이어 생긴 셋째 아이를 지웠다. “보육료, 기저귀, 분유 등에 매월 250만원이 들었어요. 일 때문에 아이들을 다른 사람 손에 맡겼는데 그것도 마음 아팠고요.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있어서 난감했죠.” 유진(30대 후반·주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한 달에 300만~400만원을 버는데 애들 두 명도 감당하기 버거웠다”면서 “세 명까지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킬 자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혼 여성들은 아기를 가진 ‘처녀’에게 쏟아질 수군거림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민정(30대 초반·학원 강사)씨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저히 임신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섹스를 해요. 임신한 사람이 특별히 헤프거나 문란하게 산 건 아닌데 미혼이 임신을 하면 죄의식을 갖게 한단 말이죠. 성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고 변태적이다 보니까 임신했다고 하면 ‘그동안 얼마나 섹스를 한 거야?’ 이렇게 보잖아요.” ‘아비 없는 자식’으로 손가락질받으며 자랄 아이 걱정도 있었다. 혜란(40대 중반·공무원)씨는 “아기는 누구라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누가 수술을 하겠어요. 우리 사회는 아이 부모가 누군지, 어떻게 임신했는지, 혼인 여부, 성적 취향, 학력 등등에 따라 태어나면서부터 차별을 하잖아요”라고 꼬집었다. 정민(40대 중반·사무직)씨도 “인프라도 없고 미혼모에 대한 의식 변화도 없이 무조건 낳으라고만 하면 어떡해요”라면서 “그건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무책임하고 잔인한 말”이라고 했다. 성에 대한 보수적인 사회 인식과 실체가 없는 성교육(피임법)이 낙태를 양산하기도 한다. 결혼 전 낙태를 했던 미영씨는 자연 피임을 했다가 임신했다. “콘돔을 끼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했어요. 성관계를 염두에 두고 먼저 준비한 걸로 보일까 봐. 싸게 보인다거나 경험 많다고 생각할까 봐 남자한테 말을 못 했어요.” 현숙(40대 중반·공무원)씨도 비슷한 경우다. 학창 시절 1, 2차 성징과 남녀 생식기를 배우다 수정, 착상으로 건너뛰는 교과서적인 성교육만 받아 온 터라 성관계나 임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단다. 그는 “남편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콘돔은 느낌이 싫다면서. 배란 주기를 따져서 몸 밖에 사정을 하는 거였는데 결국 임신했죠”라고 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낙태 시술자(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사익(私益)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公益)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고,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관련 활동가들은 “제대로 된 양육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 미혼이라거나 장애아·여아를 낳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기에 앞서 낙태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정부 시책은 폭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낙태는 임신한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두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자들이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대신 울면서 수술대에 오르는 이유를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다거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두렵다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는 등 낙태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고 꼬집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소장도 “우리나라는 ‘낙태가 살인이냐’라는 지엽적인 담론에만 갇혀 있다”면서 “자기 몸과 인생에 대해 결정하는 여성 인권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아가 생명이냐, 언제부터 인간이냐 하는 논쟁보다는 깊고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는 낙태를 반대하는 쪽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명 경시 풍조, 양육의 금전적 어려움, 미혼모·부에 대한 시선 등이 겹쳐 낙태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를 낳아서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기사 속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사연은 책을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 일본 재무장 시작됐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11년 만에 방위비를 늘리는 정부의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국방력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 정부는 28일 2013년도(2013년 4월∼2014년 3월) 일반회계 예산을 92조 6100억엔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예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방위비의 증액이다. 전년보다 400억엔이 증가한 4조 7538억엔(약 57조원)을 확정했다. 자위대원도 8년 만에 287명을 증원했다. 방위비 지출 계획은 지상군 숫자를 늘리고 분쟁도서 주변 해·공군력을 강화하며, 이들 도서에 대한 중국의 침입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조기 경보기를 구매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11년간의 군사비 삭감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방비는 전년 기준 4조 7138억엔으로 세계 6위다. 더욱이 일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첨단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방위비 증액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한층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이번 내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를 단호하게 지키겠다고 선언한다”며 외교·안보상 위기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아베 정권의 각종 정책과 관련해 “(일본이) 방위정책을 맹목적으로 바꾼다고 (주변국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오히려 지역의 긴장을 높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 신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헌법 9조의 평화원칙에 따라 자위권 행사를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자위대의 해외 무력사용을 금지했으며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도 용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며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용인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일련의 국방 정책 수정 작업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통일부 명칭 헌법정신 반영된 것”

    통일부는 14일 ‘통일부’라는 부처 명칭은 헌법 정신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변경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통일부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소위 헌법 정신과 국민적 여망을 반영해서 이뤄진 명칭이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나 통일부 명칭 변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통일부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헌법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라는 전문과 함께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66조3항)라고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 당선인 측의 외교·안보 인사 그룹에서는 통일부를 ‘남북관계부’나 ‘교류협력부’ 등으로 바꾸는 방안이 제기된 바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경영판단에 업무상 배임죄 적용은 무리”

    “경영판단에 업무상 배임죄 적용은 무리”

    기업인을 일률적으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사법권의 남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래지식성장포럼은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배임죄 적용 논란과 개선 논의 확대 토론회-글로벌 경영 시스템 상황에서의 법적 한계’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배임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경렬 숙명여대 법과대학장은 “경영 판단에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사법권 남용”이라며 “경영 사항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법원에 경영 판단의 당부를 가리도록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는 ‘경영 판단 이론’에 대해서도 “그 이론은 형사법상 범죄론의 체계적 위치가 무엇인지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위상이 모호하다.”면서 “상사법 판례에서도 아직 확실한 논리 구성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이 학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사회자인 박민영 동국대 법대 교수는 “기업인의 배임은 일반 배임과 달라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에 편승해 자칫 기업 때리기 일환으로 변질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형성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배임죄 적용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며 “배임죄 처벌 대상을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배임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선고를 봉쇄하는 것은 법관의 양형판단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배임죄 형량을 살인죄보다 상향한 일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세경 미래지식성장포럼 이사장은 “상법상 특별배임죄를 독일의 형법 제14조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부 수용하자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낙태수술 전화문의 하면 “일단 병원 오세요”

    “여보세요. 저…거기서 낙태수술 받을 수 있나요?” 대학생 A(25)씨는 임신 테스트에서 ‘두 줄’(임신)을 확인하고서 닥치는 대로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었다. 부끄럽기도 했고 불법인 줄도 알았지만 너무 급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니 우선 병원으로 오세요.” 전화로 선뜻 낙태수술을 해 주겠다는 곳은 없었다. 약속이나 한 듯 직접 찾아오라고 했다. A씨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낙태 가능하죠. 임신 4주차니까 70만원 현금으로 결제하시면 됩니다.” 간호사는 마치 물건을 팔듯이 가격부터 알려주면서 “단속이 심해서 전화로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산부인과를 몇 군데 더 둘러보며 가격을 알아본 뒤 그중에 싼 중구 명동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지웠다. 수면마취비, 수술 후 영양주사비까지 더한 비용은 100만원. 병원 측은 “기록은 전혀 남지 않으니 걱정 마라. 단 결제는 전부 현금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여학생이 지난 10일 낙태수술을 받다 숨진 사건<서울신문 11월 14일자 9면>을 계기로 불법 낙태수술의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이지만 일선 산부인과들은 의료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위조하는 방법으로 버젓이 수술을 해 주고 검은돈을 챙기고 있다. 이번에 광진구 화양동의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다 숨진 A(17)양의 진료 차트에는 ‘10월 중순 다른 병원에서 태아가 다운증후군 진단 받았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음.’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고생의 유족들은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것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은 합법을 가장하기 위한 의원 측의 거짓 기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신중절수술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단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라 ▲유전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혈족·인척 간 임신 ▲임신부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임신 24주 이내에 한해 수술을 허용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가임기(15~44세)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낙태 건수를 의미하는 ‘임신중절률’은 2010년 15.8건이었다. 당시 가임기 여성의 수(약 1071만명)를 감안하면 1년간 약 17만명의 태아가 빛도 못 보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은 이번 여고생 사망 사건은 낙태 규제의 역효과라고 말한다. 김희영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간사는 “처벌을 강화하면 낙태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면서 “낙태수술을 처벌하고 규제해서 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만큼 서둘러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낙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낙태는 하나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안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낙태 부작용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철저히 하고 낙태 오남용에 대한 사법 당국의 처벌 의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8월 ‘임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돼야 한다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한 형법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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