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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태 대선출마에 이정미 “자유한국당은 철면피 집합소”

    김진태 대선출마에 이정미 “자유한국당은 철면피 집합소”

    친박계 핵심 의원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에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14일 밝혔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94명의 의원을 둔 자유한국당 안에서만 벌써 여덟 번째다. 이에 정의당의 이정미 의원이 “이러다 자유한국장 전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면서 “철면피 집합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질보다는 양이냐’는 식의 지적인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진태 의원까지, 이러다 자유한국당 전 의원의 대선후보화 하겠습니다. 철면피 집합소”라면서 “게다가 경선 규칙에 황교안 대행 출마 길 열어 놓아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새누리당 자해 소동에 이어 선거관리에 만전을 다할 총리까지 불러들여 대선 훼방이라도 놓을 심보입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후보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인 모양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전날 대선 후보자 등록에 들어갔다. 오는 15일까지 사흘 간 대선 후보자 등록을 한 뒤, 오는 16일 합동연설회를 거쳐 여론조사 방식의 예비경선을 통해 상위 3명으로 컷오프한 뒤 본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그런데 여론조사 직전까지 추가 등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특례 규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당은 오는 17일 예비경선에서 상위 3명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를 컷오프할 예정이지만, 특례 규정을 적용받으면 예비경선에 참가하지 않은 새로운 인물도 본선에 직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황교안 특혜’, 즉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염두에 둔 특혜 규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규정에 불만을 가진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전날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탄핵된 지 이틀 뒤에 경선룰을 발표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서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대선판에 기웃거리기 전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유한국당 당적을 박탈하고 엄정한 검찰수사부터 촉구해야 한다. 공공연히 헌법을 부정하고 피의자를 대변하는 친박 의원들을 출당시키는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막말 변론’ 김평우, 돌연 박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시도…만남 불발

    ‘막말 변론’ 김평우, 돌연 박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시도…만남 불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참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72·사법시험 8회) 변호사가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아왔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8시쯤 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들어가려 했으나 사전 방문 약속이 잡혀있지 않아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박 전 대통령을 뵙고 싶다는 뜻을 전해달라”고 했으나 예고 없는 만남은 불발됐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사전 약속 없이 들어갈 수 없다”고 가로막자 “연락 닿을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점퍼와 모자를 착용하고 나타난 김 변호사의 손에는 갈색 서류봉투와 접힌 A4 용지, 검은색 수첩이 쥐어져 있었다. 그가 들고 있던 A4 용지에는 ‘초청 인원: 조갑제…’와 같이 2∼3명의 사람 이름이 적혀있었다. <월간조선> 대표를 지낸 조갑제(71)씨는 대표적인 극우 인사다. 김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방문 배경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지자 “언론기관은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들은 수사하고 재판하는 사람들이라 나는 증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기자들을 향해 “당신들이 질문할 권리가 없고 나는 답변할 의무도 없다”고 소리를 높였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 탄핵심판 심리 과정에서 수차례 ‘막말 변론’으로 논란을 빚은 김 변호사에게 징계 사유가 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변협은 전날 상임이사회를 열고 16명 찬성, 6명 반대로 김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넘기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변협의 ‘변호사 징계규칙’에 따르면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가 징계 사유에 포함돼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친박’ 김진태 오늘 대선 출마 선언…“보수층 결집”

    ‘친박’ 김진태 오늘 대선 출마 선언…“보수층 결집”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인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김 의원 측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해온 국민의 대선 출마 권유를 (김 의원이) 뿌리칠 수 없었다”면서 “보수층 결집을 위해 대선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김 의원은 서울 도심에서 열린 친박 세력의 탄핵 반대 집회에 매주 참여하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각하’ 주장을 앞장서 펼쳐왔다. 김 의원의 출마 선언은 자유한국당 내에서 여덟 번째다. 앞서 원유철·안상수 의원,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조경태 의원,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 측은 보수층 결집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해서도 출마한다고 전했다. 앞서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헌재 결정 ‘불복성’ 발언에 대해 “피청구인이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갔기 때문에 이미 승복한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모두 헌재 결정에 동의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은 임기 초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한다”는 내용의 선서를 한다. 위 선서가 헌법 준수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공표하는 하나의 의식임을 고려할 때, 헌법에 기초한 헌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김 의원의 발언은 그 발언 자체만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최순실, 박 전 대통령도 모르게 사저 가구·집기 처분”

    “최순실, 박 전 대통령도 모르게 사저 가구·집기 처분”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서 침대와 서랍장, 가구 등을 모두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 10월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침대와 서랍장, 가구 등 모든 집기를 빼 최씨의 조카 장시호의 압구정동 아파트로 옮겨졌다. 당시 제주도에 살던 장씨는 서울 임시 거처에 가구 등 집기가 필요해 이를 사려 했지만 최씨는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 중고를 줄 테니 일단 쓰라”고 했다. 최씨는 자신의 소유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관리인 A씨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집기들을 장씨 거처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A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집을 관리해왔던 인물이다. 장씨는 침대를 보고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것임을 알아챘다. 박 전 대통령이 2004년 2월21일 개통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사저 사진, 방송 등에 나온 침대와 같았기 때문이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허락 없이 집기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을 만큼 관계가 긴밀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관리인인 A씨가 최씨의 말에 두말 없이 따른 것도 오랜 기간 두 사람의 관계를 봐왔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처분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직후 자택 점검에 나선 청와대 측은 집기가 모두 사라진 걸 알아채고 부랴부랴 TV와 냉장고 등 집기를 구입해 설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박근혜 진실’ 밝힐 검찰 책무 더 무거워졌다

    지난주에는 대한민국 역사에 반드시 기록하지 않으면 일대 안 될 사건이 하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다. 헌재의 8대0 전원일치 파면 선고는 탄핵 지지파나 탄핵 반대파 모두에게 조금은 뜻밖이었을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추정하자면 헌재 재판관들이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 매몰되지 않고 무엇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질곡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숙고한 결과라고 본다. 나아가 역사가 이 사건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깊이 고심한 결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파면 선고로 헌재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손을 놓았지만 당연히 사건의 사법적 판단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시간에 쫓겨 마무리하지 못한 수사는 검찰로 넘어갔다. 헌재가 그랬듯 검찰 역시 역사적 평가를 의식하며 후속 수사에 매진해야 한다. 검찰은 특검 출범 이전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성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의 흥망이 걸린 사건에 녹슨 헌 칼일망정 한 번이라도 제대로 휘둘러 보지 못했다는 것은 아무리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 수뇌부라도 변명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여전히 무관할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우 전 수석의 영향력은 지난 검찰 소환 당시 피의자의 모습은 간데없는 한 장의 보도 사진이 증명해 주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은 지금 ‘정치 검찰’에 머무르고 마느냐, 아니면 벗어나느냐를 가르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박 전 대통령이 그제 저녁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의 진의를 두고는 적지 않은 설왕설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발언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검찰이 고민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말한 ‘진실’을 과거처럼 ‘의도가 분명한 정치적 수사’로 해석했을 때 앞으로 검찰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는 것을 깊이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이 새로 태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임명권자의 이해가 아닌 국민의 이해에 충실하면 된다. 임명권자의 궁금증이 아닌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면 되는 일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은 박 전 대통령보다 오히려 국민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면 된다. 나아가 국민은 지금 권력 오용(誤用)으로 파면된 임명권자에 대한 의리를 과연 의리라고 할 수 있는지 검찰에 따져 묻고 있다. 탄핵당한 권력자 한 사람에게 의리를 지켜 국민 모두를 배반하는 길을 택한다면 검찰의 미래는 없다. 이번만큼은 검찰의 손으로 ‘진실’을 밝혀 달라.
  • [씨줄날줄] 권한대행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권한대행 사회/이동구 논설위원

    부모 자식 간에도 나눌 수 없는 게 권력이라고 했다. 이방원을 비롯해 역대 조선 왕들 가운데는 왕위를 지키려고 부모 형제, 심지어는 자식까지도 무참히 제거했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이 자신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것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꼽히지 않을지. 모두가 권력이 특정인에게 집중된 전제 군주국이나 이와 유사한 독재 국가에서나 일어날 일들이다.작금의 대한민국은 권력을 합법적으로 대신 행사하는 권한대행이 대유행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무대행 등 국가를 통치하는 상층부 권력기관의 상당수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빚어진 현상이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바른정당은 대통령 파면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 중이다. 심지어는 이화여대, 성신여대 등 상아탑에서조차 직무대행이 운영을 맡고 있다. 포천과 하남시, 해남과 괴산군 등 지자체에서도 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없다.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은 우리 현대사에서 9번이나 반복됐다. 4·19혁명으로 허정 당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고, 5·16 군사 쿠데타로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다. 10·26 때에는 당시 최규하 총리가 권한대행에 올랐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을 때는 고건 당시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다. 대부분 혁명이나 쿠데타, 탄핵 등 굴곡진 현대사와 함께 등장한 것이다. 현재의 황교안 권한대행은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직접 지켜본 대행이 됐다. 남을 대신해 무엇을 이뤄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역 배우처럼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신하지만 정작 자신의 업적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특징이다. 권력을 대신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쌓아 올렸거나 쟁취한 권력이 아니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한시적인 역할이니 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기란 더욱 어렵다. 황 권한대행의 처지 또한 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황 권한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국정 책임을 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은 사분오열돼 있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압력에다 경제 상황까지 예사롭지 않다. 다가올 대선을 제대로 치러야 하는 책무까지 부여받았다. 수습해야 할 국정 현안이 태산이다.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대한민국호를 구해야 하는 십자가를 짊어졌다는 각오가 필요한 권한대행이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 [시론] 투명·포용·성실·소통/강신업 변호사

    [시론] 투명·포용·성실·소통/강신업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고, 미래의 대통령은 여기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가.첫째, 박 전 대통령은 투명한 국정 운영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거나 매우 부족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논고했다. 비선 실세를 두고 국정을 비밀리에 운영하면서 정당한 견제와 감시마저 무력화시킨 박 전 대통령의 비민주적이며 비법치주의적인 행태를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함에도 말이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의 불행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 ‘국기 문란’ 운운하면서 우병우와 최순실 등에 대한 수사를 덮으려 했을 때 잉태됐다. 또 2014년 12월 비선 실세 문건 파문에 대해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일축하는 등 자신의 국정 운영을 어두운 동굴 속에 깊숙이 감추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헌재의 지적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둘째, 관용과 포용력이 부족했다. 국민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게 어머니 같은 포용의 리더십을 원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등에겐 법과 절차를 어기면서까지 특혜를 베풀면서도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인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는 가혹할 정도의 보복을 가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편협함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편협함은 결국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셋째, 박 전 대통령에게 부족했던 또 하나는 직무집행에서의 성실성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적은 대통령이 얼마나 불성실한 사람인지 잘 보여 준다. 헌재는 이 부분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미래의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상실되는 불행한 일을 막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헌법상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는 일부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소통 부족이다. 정치는 소통의 미학이다. 왕조 국가인 조선에서조차 임금은 많게는 하루에도 세 번씩 경연에 참여해 신하들과 학문을 논하고 새로운 인재의 등용이나 중요한 정치적 안건을 두고 묻고 답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 신하는 과거 성현들의 언행이나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임금의 언행이나 정사의 문제점을 낱낱이 비판하고, 왕은 이를 통해 자신의 국정 철학이나 정책을 다듬고 오류를 수정했다. 역사상 성군으로 알려진 임금들은 경연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세종은 1898회, 영조는 3458회, 성종은 9006회나 경연에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땠는가. 2015년 1월 기자회견에서 대면 보고가 적다는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해 “대면 보고가 필요하냐”는 황당한 반문을 했고, 비선 실세 최순실과는 차명폰까지 만들어 수도 없이 통화하면서도 관저에서 집무실로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여성인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도 11개월간 공식 독대 한 번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실패 원인은 이 지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파면 결정은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의 근거와 본질, 그리고 대통령의 직무집행 절차와 방식에 대한 헌법적 준거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는 헌법이고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은 국민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재확인한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미래의 대통령들은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으면 언제라도 파면될 수 있다는 사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투명하게, 성실하게, 포용력을 갖고, 두루 소통하며 국정에 임해야 한다는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 지도부 없는 바른정당 방향성 고심

    바른정당이 또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탄핵 정국 이후 본격적인 대선 경선에 들어가기에 앞서 당의 방향성과 체제를 정비하는 데 고심하며 13일 하루 동안 오전과 저녁 연달아 장시간 의원총회를 열었다. 바른정당은 정병국 대표와 최고위원단 총사퇴로 지도부가 공백 상태이고 당과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곧 경선에 돌입한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불복 선언으로 보수진영의 분열과 갈등이 수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당의 방향성부터 재설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김무성 고문의 역할론이 재점화되면서 김 고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탄핵 정국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한시적인 비대위원장 외에 더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과 부딪히면서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바른정당은 또 경선 체제를 전후로 최대한 확장성을 넓히기로 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빨리 합류할 인사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꼽힌다. 정 전 총리는 전화통화에서 “아직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이 있다”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결정해 가도록 하겠다”며 합류 시점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자유한국당 내 탄핵 찬성파 의원들의 이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3黨 ‘대선 전 개헌’ 속도… 이번 주가 분수령

    한국·국민·바른, 실무 작업 착수 “이달 20일까지 단일 개헌안 마련” 민주 ‘난색’… 실현 가능성 불투명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대선 전 개헌을 목표로 오는 20일까지 단일 개헌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탄핵 정국 이후 수습 방안 중 하나로 권력체제를 정비하는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는 것으로 한 만큼 동력 확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13일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소속 이주영 위원장은 “탄핵심판 결정에도 나와 있는 바와 같이 현행 헌법이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견제장치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어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며 “개헌특위에서 다 수렴하고 이번 개헌 작업에 반영해 나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개헌특위 간사인 한국당 이철우, 국민의당 김동철, 바른정당 홍일표 의원은 전날 회동해 20일까지 단일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개헌안은 공고일로부터 국민투표까지 최장 90일이 소요되는 만큼 오는 20일쯤까진 발의가 돼야 대선 투표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3당 사이에는 19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0년 총선과 함께 대선을 치른 뒤 분권형 대통령제를 확립한 개헌안이 발효되도록 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 형태와 정당·선거·사법부 분야 개헌을 논의하는 제2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집행부의 권한을 분점한다는 데 소위 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한국당은 총리에게 국정 대부분의 권한을 주자는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등 세부적인 방안은 아직 이견이 있다. 대통령의 임기에 대해서도 4년 중임제(한국당·바른정당)와 6년 단임제(국민의당) 등의 차이가 있다. 이들의 단일안 마련 작업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친문재인’ 진영을 제외한 세력들의 새판 짜기와도 연결돼 더욱 주목을 받는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한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개헌특위 3당 간사들의 단일안 마련이 개헌 세력 연대를 위한 실무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원내 1당인 민주당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대선 전 개헌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을 놔두고 3당이 합의한다 해도 개헌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3당 개헌특위 간사에게 분파적·정략적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개헌특위 소속 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정략적인 계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파를 배제하고 개헌을 추진한다거나 이번 대선을 목적으로 정략적 판단을 한다면 개헌 추진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최순실 뒤늦게 “죄송·착잡”… 구체적 혐의엔 조목조목 반박

    최순실 뒤늦게 “죄송·착잡”… 구체적 혐의엔 조목조목 반박

    “국정농단의 일당으로 앉아 있는 게 국민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안고 갈 짐은 안고 가겠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로 자리에서 물러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 출석한 최씨는 “마음이 착잡하다”,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소식을 듣고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대성통곡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요 며칠 급변한 주변 상황에 많은 심경 변화를 일으킨 듯했다.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은 최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멍한 표정을 내보였다. 지난해 10월 30일 독일에서 귀국해 대중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만 해도 검었던 최씨의 앞머리는 불과 넉 달여 만에 절반 가까이 흰머리가 됐다. 최씨는 심문 도중 “제가 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면서 회한의 심경을 담은 발언을 내놓기도 했고, “제가 안고 갈 짐은 안고 가겠다”며 일정 부분 책임을 질 뜻도 내비쳤다. 최씨는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증인으로 출석한 김종(56·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한 질문 기회를 얻은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사실대로 말했으면 좋겠다. 5대 스포츠 거점 사업이 사익을 위해 추진한 일이라고 몰고 가는데, 사실 체육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더블루K도 그렇고 결과를 빼놓고 과정만 갖고 국정농단으로 몰고 가니까 전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거고, 대통령도 그렇게 지시한 게 아닌데 더블루K에 몰아주려고 한 것처럼 되니까 그런(억울한) 거고…”라며 거듭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삼성에 지원해 주라고 했고 최씨와 연결된다는 것을 삼성으로부터 들어 인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2015년 1월 김종덕(60·구속 기소) 전 문체부 장관과 청와대 별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나 ‘정유라와 같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들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최씨와 조카 장시호(38·구속 기소)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 측의 지원도 최씨가 대통령을 통해 요구한 것으로 알았다고 김 전 차관은 털어놨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동계영재센터를 만든다고 하길래 대통령의 뜻으로 생각해 나중에 정부에서 지원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증언 도중 “제가 대학교수를 하다 체육에 대한 정책을 한번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걸 이야기했던 게 이렇게 국정농단의 일부분이 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울먹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檢, ‘피의자 박근혜’ 수사 시기·방식·수위 고심

    檢, ‘피의자 박근혜’ 수사 시기·방식·수위 고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앞두고 숙고를 거듭하는 모양새다. 조사 시기와 방식, 수위 등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3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 소환을 통보하지 않았다.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강제수사 여부에 대해선 “이론적으로야 가능하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특수본은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넘겨받은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한편 박 전 대통령 조사 방식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와 전직 대통령 수사 사례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발(發) 검찰 개혁 등을 고려해 발 빠른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두 달 뒤 치러질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본격적인 수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수사 시기 등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김수남 검찰총장도 법조 원로 등의 의견을 청취하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안 할 수는 없는 게 지금 상황”이라면서도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강하게 수사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놓으면 얼마나 승복하겠느냐. 수사를 하면 특정 후보에 악용됐다고, 안 하면 수사 의지가 없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박 전 대통령 측과 소환 일정 조율에 들어갈 방침이다. 다만 소환 통보가 곧바로 조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반 피의자들도 2~3차례 소환에 응하지 않을 때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조사 절차에 들어간다. 상대가 전직 대통령이라면 수사 개시에 앞서 고려해야 할 변수는 더더욱 늘어난다. 일단 박 전 대통령이 검찰·특검 수사에서 그랬듯 이번 조사에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조만간 대선 일정이 확정돼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는 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 등 강제수사를 강하게 막고 나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조사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소환 조사 시기를 놓고 검찰과 수주일 동안 물밑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 사례는 아니지만 2010년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두 차례 소환 통보가 무산되자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은 소환 통보를 받은 전 전 대통령이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자 체포조를 급파해 체포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이 도주할 것도 아니고, 그간 수사에서 이미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 또 특검처럼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므로 여유를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혐의의 법정형을 보면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한다. 검찰이 법과 원칙을 저버리고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수사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도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도 법치주의지만, 피의자를 조사실에 앉히는 것도 법치주의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그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朴, 칩거하며 수사 대비… 지지층 결집 ‘사저 정치’ 관측도

    朴, 칩거하며 수사 대비… 지지층 결집 ‘사저 정치’ 관측도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뒤 자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 선언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법적·정치적 투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과 함께 그의 행보가 대선 초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13일 사저에서 첫 아침을 맞은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까지도 별다른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날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1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눈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불복 논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기자들에게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말에 모든 내용이 포함된 것 아니냐”면서 “현실적으로 법적인 사항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비한 게 아닌가 싶다. 그 부분에 대해선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저 복귀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조 의원은 “생각보다는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계신 것 같다”면서도 “다리를 다쳐 힘들어한다. 몸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공개 활동보다는 사저에서 검찰 수사를 준비하며 칩거를 이어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사저가 친박(친박근혜)계 및 열성 지지층의 상징적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이들과의 ‘물밑 소통’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해 가는 정중동 행보를 이어 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탄핵 이후 폐족(廢族)의 길을 갈 것이라던 자유한국당 소속 친박 의원들은 ‘사저 라인업’을 구성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세력화를 꾀하는 양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들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향후 검찰 수사 및 대선 표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보수층의 응집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헌재 선고에 대한 재심 청구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여론상 대대적인 비난을 무릅쓰고 재심을 청구하더라도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당분간 검찰 수사에 대응하면서 추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심 청구 여부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길] “광장 촛불은 정치권 향한 경고… 각 정당은 민심 수렴부터”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길] “광장 촛불은 정치권 향한 경고… 각 정당은 민심 수렴부터”

    한국 민주주의가 전환의 길목에 섰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곪아 터지는 과정에서 사법 당국은 눈을 감았고 재벌은 비선 실세와의 상부상조 속에 잇속만 챙겼다. 의회는 견제 기능을 잃었으며 언론도 ‘평형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고장 난 공적 시스템, 특히 대의민주주의를 가동하도록 강제한 것은 촛불이었다. 반정치적 시민저항권의 양상이었던 2007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달리 이번에는 진보와 보수, 세대, 지역을 초월한 정치적 저항의 모습으로 나타났기에 결국 탄핵이란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즐겨 썼던 표현인 ‘비정상의 정상화’란 측면에서 ‘박근혜 이후 체제’의 첫 번째 키워드인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과제들을 짚어봤다.●개헌:국정농단 원인·재발방지 해법?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터라 유력 대선 주자들, 정치권에서도 셈법에 따라 견해가 엇갈리는 지점이다. 요약하자면 ‘1987년 체제의 태생적 한계인가, 박 전 대통령의 문제인가’에 모인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았고, 현행 헌법에 파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탄핵에까지 이르렀는데 헌법 탓, 개헌으로 몰아가는 건 손쉬운 해결책만 찾으려 하거나 정략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입법·사법·행정부, 재벌, 언론이 총체적으로 잘못한 ‘종합예술’이었는데 헌법만 바꾸면 된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오히려 법을 안 지켜도 어물쩍 넘어가는 관행을 없애는 게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국정농단 원인의 일부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한 또 이런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국회의원 다수가 개헌을 원하는 것과 달리 많은 국민이 개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역대 모든 직선제 대통령이 사익을 추구하지는 않았고 제왕적 대통령제 탓에 국정농단이 벌어졌다는 논리는 맞지 않지만,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여론조사 결과 등을 봤을 때 지금 당장은 국민이 개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장은 “‘87년 헌법’의 결정적 잘못은 국민이 배제된 채 정치인들끼리 합의를 봤다는 것인데 현재 논의되는 4년 중임제든, 6년 단임제든, 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권력구조만 얘기한다면 이건 87년 체제의 또 다른 반복이 될 것”이라면서 “정치공학적 접근이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권력구조를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직접민주주의 vs 대의민주주의 1600만여 촛불의 힘을 목도한 이들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와 변혁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물론 직접민주주의냐 아니면 대의민주주의냐는 식의 접근은 아닐 것이다. 시민 주권, 혹은 정치 참여의 확대로 상징되는 대의민주주의의 심화를 실현하기 위한 통로가 모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는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라면서 “촛불광장에서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권 전체를 향해 ‘제대로 하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대의민주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이 광장에 나서서 직접 바꿨다. 광장을 숙의의 장이자 토론의 장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광장의 민심을 대선 주자들이 실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촛불이 직접민주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움직인 것이고 헌법에 명시된 제도를 작동하도록 강제한 것”이라면서 “과거 시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하지 말라고 하면 안 했지만 이젠 100m 앞에서 해도 된다는 걸 알았다.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오작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텐데 이들의 목소리를 좀더 광범위하게 반영하는 제도, 공적 시스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복원: 정치권의 과제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유력 주자들은 앞다퉈 ‘국가대개조’ ‘적폐청산’ ‘개혁’ 등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 원장은 “원점으로 돌아가 민주주의의 A, B, C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처럼 정당정치의 토대가 튼튼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탄핵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걸 의회로 바통 터치하기보다는 국민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먼저 나서 그들만의 개혁 과제를 만들 게 아니라 촛불민심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민심을 기반으로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당이 민심을 듣는 방법은 광장만 있는 게 아니다. 토론회장일 수도 있고 법을 만들기 위한 공청회장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도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예상외의 승리를 거둔 것은 결국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공천 파동 등에 국민이 등을 돌린 것”이라면서 “각 정당은 민심의 요구가 무엇인지, 특히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정책공약 등을 통해 수렴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너무 멀리서 해법을 찾기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의 원인이 되는 투명하지 못한 공천권 행사, 대통령과 여당의 수직적 관계, 당정협의 등만 해결해도 민의의 전달이 원활해지고 대의민주주의가 좀더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면서 “상시국회 등 국회가 기본에만 충실해도 작지만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란 게 국민이 의회에 권한을 위임하고 갈등 현안들을 해결하라는 것이지만 그것을 의회에서 풀지 못하고 광장으로 나와 시민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고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9분 퇴임식… 마지막 오찬도 구내식당서

    9분 퇴임식… 마지막 오찬도 구내식당서

    “분열·반목 떨쳐내고 화합해야” 재판관·직원들과 일일이 악수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소박한 퇴임식을 끝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이날 오전 11시 헌재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있었던 이 권한대행의 퇴임식은 이전 여느 재판관의 퇴임식 때와 마찬가지로 간략하게 진행됐다. ‘국민의례-6분간 퇴임사 낭독-꽃다발 증정’이 9분도 걸리지 않아 모두 끝났다. 퇴임식장에는 헌재 직원 100여명만 참석했을 뿐 송두환(68·연수원 12기) 전 헌법재판관 외엔 특별한 외빈이 없었다. 가족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동료 재판관들과의 마지막 식사는 청사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낮 12시쯤에 식당에 모인 재판관들은 수육, 생선구이, 꼬막무침 등을 함께 먹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아 92일간 쉴 새 없이 달려 온 서로를 격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와인도 있었으나 거의 마시지 않은 채 식사는 30여분 만에 끝났다. 이 권한대행은 마지막 정리를 마치고 오후 2시 30분쯤 로비로 내려와 직원들과 인사를 했다. 그는 50여명의 헌재 직원의 손을 잡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른 7명의 재판관도 로비로 나와 이 권한대행을 배웅했다. 인사가 진행되는 3~4분 동안 로비에는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사를 마친 이 권한대행이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말없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나서자 헌재 앞은 잠시 소란스러워졌다. 경호를 위해 퇴임식 시간을 외부에 비밀로 했으나 몇몇 탄핵 찬반 지지자들이 청사 앞을 찾아 고성을 질렀기 때문이다. 이 권한대행이 퇴임식에서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자”고 강조했으나 양쪽 세력은 승용차를 향해 각각 ‘역사의 죄인’, ‘헌법 수호의 여왕’이라고 목청 높여 외쳤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퇴임 이후에도 지속하기로 한 근접경호를 받으며 별다른 문제 없이 자택으로 귀가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시인 손세실리아(54)씨는 이날 분홍 헤어롤을 머리에 꽂은 채 헌재 앞을 찾아 “꽃을 전해드릴 수는 없을 테지만 퇴임하시는 길에 꽃을 볼 수 있도록 하려고 들고 있었다”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판단을 해 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에도 취재진에게 먼저 허리를 굽히고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9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접수된 이후 처음으로 출근길에 입을 연 것이다. 헌재 관계자는 “이 대행께서 평소에도 겸손하고 요란스러운 것을 싫어하셔서 조용하게 퇴임식을 진행했다. 가족을 안 부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퇴임으로 1987년 판사에 임관하면서 시작한 3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쳤다.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이끌었던 이 권한대행은 소박한 퇴임식을 끝으로 당분간 특별한 계획 없이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올 들어서만 520건 접수… 헌재 밀린 숙제 843건 비상

    3개월 동안 대통령 탄핵심판에 ‘올인’했던 헌법재판소가 그동안 미뤄뒀던 사건 처리에 부심하고 있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접수가 됐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은 사건 수는 총 843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520건이 새로 접수됐다. 이 가운데 400건이 각하됐지만, 그래도 120건이 쌓이면서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헌재에 미제 사건이 늘게 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데 전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 사건이 접수된 이후 다른 사건 처리는 최대한 미루고 이 사건에만 매달렸다. 지난해 12월 말 그동안 충분히 논의된 군인연금법 사건 등 총 78건을 처리했지만, 이후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건을 각하한 것 외에는 다른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각하 사건의 경우 30일 이내에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심판에 회부되기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쪼개서 처리했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심판 덕분에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사건 접수가 더욱 급증한 것 같다”며 “탄핵심판 선고가 났기 때문에 앞으로 밀린 사건들을 집중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급한 사건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심판하는 ‘병역법 88조’ 헌법소원 사건이다. 2011년 12월에 접수됐지만 6년 넘게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이후 유사한 사건만 총 28건이 추가 접수됐지만 심판의 결론을 거의 앞둔 시점에 탄핵심판이 접수되는 바람에 헌재가 선고를 미뤄 왔다. 이 밖에 ‘테러방지법’이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한다며 제기된 사건, 박 전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재산권 침해라며 접수된 사건 등이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날 퇴임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인 이선애 지명자가 정식으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전까지는 ‘7인 체제’로 심리해야 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박 前대통령 기록물 이관 실무작업 착수

    대통령기록관은 13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이관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대 30년까지 비공개로 할 수 있는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으로 지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통령은 권한대행과 당선자를 포함하므로 황 권한대행이 기록물의 공개 또는 비공개를 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준 대통령기록관장을 단장으로 하는 이관추진단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내에 설치됐고,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과 이관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대통령기록물을 넘길 대상은 대통령보좌기관·권한대행·경호기관·자문기관이다. 총괄반, 전자기록반, 비전자기록반, 지정기록반, 서고반, 지원반 등 6개반 36명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추진단이 구성됐다.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대통령기록물법을 처음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은 750여만건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88만여건의 기록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 가운데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2015년 12월 28일 박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위안부 협상에 대한 전화통화 기록 등은 현재 정보공개소송 중이다. 황 권한대행이 소송 중인 대통령기록물을 비공개로 지정하면 30년간 공개할 수 없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길] <1>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자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길] <1>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자

    대의민주주의 작동 삐걱대면 시민권력, 다시 정치 심판할 것미국 정치학자 애덤 셰보르스키는 말했다.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뽑은 통치자를 해고할 수 있는 체제”라고. 책 속에 박제돼 있던 명제가 2016~17년 이 땅에서 현실이 됐다. 그것도 혁명이나 쿠데타 없이. 1600만여명의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 저항권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물론 반신반의했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끌어냈다. 헌정 사상 첫 파면된 대통령이란 오명을 쓴 지 사흘이 지난 13일까지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세력들은 여전히 불복하며 재집결에 나서는 형국이다. 그래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진 못할 터. 이제 우리는 가 보지 못한 길을 걸어야만 한다. ‘박근혜 이후 체제’를 어떻게 직조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역사는 달라질 것이라는 게 학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촛불까지 사그라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광장에서 쏟아져 나온,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간 누적된 과제들은 이제 제도권의 틀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늦어도 5월 9일까지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 우린 미래의 리더십을 선택해야 한다. 또 지난 9년간 퇴행된 정치를 복원시키는 한편 두 번 다시 ‘최순실 국정 농단’ 같은 전근대적 사건이 재현되지 않도록 담보하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한 개헌 이슈와 검찰·재벌체제 개혁 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결국 다시 민주주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장은 “이번 탄핵은 기존 시스템이 아닌 국민저항권의 발동에 따른 ‘초일상의 정치’의 결과물”이라면서 “정치적 민주주의는 완성됐고, 경제민주화가 과제라고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원점에서 다시 정치·경제 민주주의를 함께 이뤄야 하고, 누가 집권하든 통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은 시민사회 요구를 면밀하게 살펴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시민은 광장에 나올 테고, 정치를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정부, 대선일 5월 9일 잠정 결정

    丁의장·4당 “탄핵 승복해야” 매주 월요일 정례 회동하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13일 탄핵 인용에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국민 대통합을 호소했다고 4당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특히 이들은 2개월 내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사생결단식이 아니라 국민 통합을 유도하는 대선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또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회가 국정을 챙기기 위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4당 원내대표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는 20∼24일 상임위를 열어 민생경제법안을 최대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정부는 ‘장미대선’을 5월 9일 치르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미 많은 이들이 분석하고 있는 대로 우리도 실무 차원에서 9일을 대선일로 잡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헌재 선고가 확정된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고, 선거일은 50일 전까지 공고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 주중에 국무회의를 거쳐 선거일을 5월 9일로 확정해 공고할 예정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이정미 “법치, 고통 따르지만 오래도록 이롭다”

    이정미(55·사법연수원 15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에 대해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비록 오늘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 몰라도 이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헌재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에서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힌 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 상황과 사회 갈등은 헌법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법지위도전고이장리)라는 ‘한비자’ 유도(有度)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 법치를 강조한 뒤 “이제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최순실, 탄핵 후 첫 재판서 “국민께 죄송”

    최순실, 탄핵 후 첫 재판서 “국민께 죄송”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13일 법정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어 이 같은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국정농단의 일당으로 여기 앉아 있는 게 국민들한테 죄송하고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제가 안고 갈 짐은 안고 가겠다”면서 “제가 관여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했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을 듣고는 대성통곡했다는 후문이며, 당일 오후 재판에서도 시종일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최씨는 자신과 대통령의 억울함 만큼은 열정적으로 변호했다.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사실대로 말했으면 좋겠다”며 “5대 스포츠 거점 사업이 사익을 위해 추진한 일이라고 몰고 가는데, 사실 체육개혁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더블루K도 그렇고 결과를 빼 놓고 과정만 갖고 국정농단으로 몰고 가니까 전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거고, 대통령도 그렇게 지시한 게 아닌데 더블루K에 몰아주려고 한 것처럼 되니까 그런(억울한)거고…”라며 “이야기할 기회도 없고 마음이 착잡해서 물어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전날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을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며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를 사실상 불복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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