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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K 출구조사 “아베 자민당 참패…고이케 압승”

    NHK 출구조사 “아베 자민당 참패…고이케 압승”

    2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참패다.NHK는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전체 의석(127석) 중 과반이 훨씬 넘는 73~85석을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고이케 유리코 도쿄 지사가 이끄는 도민우선회는 48~50석을 획득, 도쿄도의회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민우선회와 선거 협력을 하기로 한 공명당은 21~23석, 도쿄생활자네트워크는 1~2석이 예상상된다. 도민우선회가 추천한 무소속 후보자도 3~10석을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현재 57석인 자민당은 13~39석 확보에 그칠 전망이다.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자민당 참패와 고이케 지지세력의 과반수 확보는 확실시된다. 도쿄도의회 선거는 정국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2009년 자민당은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민주당(현 민진당)에 크게 패한 뒤 결국 54년 만에 정권을 민주당(현 민진당)에 넘겨줘야 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아베 총리는 자신이 추진해 온 헌법 개정의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고, 고이케 지사는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공식 선거 결과는 3일 오전 발표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대엽 후보자 “고용노동부 약칭 노동부로 바꾸겠다”

    조대엽 후보자 “고용노동부 약칭 노동부로 바꾸겠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는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고용노동부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약칭은 노동부가 아니라 고용부였다.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노동과 관련한 5가지 역점 추진 과제 등을 모두발언을 통해 밝혔다.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다음으로 조 후보자는 “일자리가 국정 최우선 과제인 만큼 노동시간 단축과 정규직 전환을 우선 추진하겠다”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양대 노총(한국·민주노총), 산별지역 대표자들과 수시로 만나고 노동현장도 직접 찾아가 소통하겠다. 경영계와도 적극 만날 것”이라면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겠다. 주당 최대 52시간을 명확히 하고, 연간 1800시간대 노동시간을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길고 OECD 회원국 평균 노동시간보다 347시간 더 많은 게 한국 노동의 현실이다. 이날 야당은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 전력과 사외이사 겸직을 통한 영리 활동 의혹, 아파트 구매 다운계약서 작성 등을 통한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조 후보자와 연관된 회사가 인턴사원들의 월급에서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고,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파고들 예정이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신상과 관련되어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국민들의 잣대가 얼마나 엄중한지 느끼게 됐다. 그간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상세히 소명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배상금 받으면 이의제기 금지…세월호 피해 지원 시행령 위헌

    국가배상금을 받은 세월호 유족은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체의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도록 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 피해지원법) 시행령상 ‘이의제기 금지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세월호 참사 유족 10명이 세월호 피해지원법 시행령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시행령 제15조의 일부 내용에 대해 재판관 6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피해지원법 시행령 15조에 따라 배상금이나 위로지원금, 보상금을 지급받을 때 지급결정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동의서에는 ‘배상금 등을 받았을 때에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손해·손실 등에 대해 국가와 재판상 화해를 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음에 동의하고 세월호 참사에 관해 어떠한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이의제기 금지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해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청구인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해지원법에서는 배상금 지급 이후의 효과나 의무에 대한 범위를 정하고 있지 않은데 시행령에서 이 같은 행위를 규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이의제기 금지조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새롭게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합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 하급심서 또 무죄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헌행법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선 법원에서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간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대체복무제 도입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청주지법 “두 가치 지킬 대안 필요”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지형 판사는 지난해 8월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국가는 헌법가치가 충돌할 경우 일방적으로 한쪽만을 실현할 게 아니라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현역복무가 아닌 군 복무 형태가 연간 징집인원의 10%가 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연간 징집인원의 0.2% 정도인 양심병역거부자들이 현역 집총병역에 종사하지 않는 게 군사력의 저하를 초래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무 이행의 형평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이미 많은 나라가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에 ‘반기’… 올해만 16건 무죄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5일에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모(2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병역거부는 현행법상 처벌 예외사유인 ‘정당한 사유’가 아니며,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지 말라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올해 들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실형을 확정한 것은 이 판결이 13번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종교적 병역거부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쐐기를 박았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후에도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법조계 내부에서도 전향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2004년 이후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이 전국적으로 33건인데, 이 중 16건이 올해 쏟아졌다. 종교적 병역거부자 변론을 맡은 오두진 변호사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우리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판사들이 알아 가면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사건이 90건 가까이 되는데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병역거부 사건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 중인 만큼 헌재의 입장이 결정될 때까지 대법원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터뷸런스도 못 막은 ‘문재인표 기내 간담회´

    터뷸런스도 못 막은 ‘문재인표 기내 간담회´

    28일 오후 2시30분쯤, 동해상을 비행하던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보잉 747)’의 ‘좌석벨트 사인’이 꺼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잠시뒤 2층에 머물던 문재인 대통령이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영훈 경호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이내 문 대통령은 기자단 좌석을 돌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문 대통령의 취임 첫 기자간담회는 청와대 춘추관이 아닌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열렸다. 마침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춘추관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 사실을 밝히면서 잠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적은 있지만, 간담회 형식으로 출입기자들과 만난 것은 처음이다. 통상 대통령 순방 중 기내 간담회는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20여 분간 북핵 해법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틀 뒤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현안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기내 소음을 감안해 저출력 마이크를 사용해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정상외교 데뷔전을 코앞에 뒀지만, 문 대통령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그동안 정상 간의 첫 대면에서 악수를 외면하거나, 장난을 치거나, 악력 대결을 펼쳐 ‘외교 결례’ 논란에 휘말렸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상견례 순간에 대해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도 어떻게 악수하느냐를 세계가, 또 우리 국민들이 관심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겠느냐”면서 “두 정상의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악수 장면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미 FTA와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던 중 불안정한 난기류 탓에 기체가 흔들리는 ‘터뷸런스’가 있었다. 선 채로 답을 하던 문 대통령의 몸도 휘청거렸고, 배석 중이던 참모진들은 짐을 싣는 공간인 ‘오버헤드빈’으로 일제히 손을 뻗어 몸을 지탱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잠시 미소를 짓더니 답변을 이어갔다. 주 경호실장은 “규정상 앉아있어야 된다”며 만류했고, 참모들도 간담회를 끝내자고 했지만, 대통령은 “조금만 더 하겠다”며 개의치 않았다. 불안정한 기류로 기체가 1분 넘게 요동쳤지만, 특전사 시절 군 수송기의 거친 비행에 단련된 문 대통령은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하나만 부탁드린다. 저는 이번에 잘 될 거라는 예감을 갖고 있는데,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절반은 저와 외교팀의 노력에 달렸다면 절반은 함께 가는 취재진 달렸다고 생각한다”면서 “똑같은 모습이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다면 결과가 더 빛나고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텐데. 그것을 또 다르게 잡으면 성과조차 묻혀버린다. 저희는 열심히 노력할 텐데 취재진 여러분도 첫 한·미정상회담인만큼, 새 정부의 첫 해외 순방인 만큼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휴가 계획을 말씀해달라’는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에는 “아직 언제 간다는 계획을 세울 수는 없지만, 저는 (올해 주어진)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脫원전’ 설득력 얻을 에너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수백명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이들로 하여금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 공사 지속 또는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인 ‘탈(脫)원전’ 구상이 막을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러나 형식과 내용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총대를 메고 나선 점부터가 유감이다. 주요 정책 추진을 각 부처 장관 중심으로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로, 과연 이런 속도전 어디에 소통이 자리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중장기 국가 정책의 하나를 불과 수백명의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온당한지도 따져 볼 일이다. 정부는 이를 ‘숙의(熟議) 민주주의’라 일컬을지 모르나 이들이 무슨 권한과 자격, 능력으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전력수급 대책을 결정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결정을 국가와 국민이 승복해야 하는 헌법적 배경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원전 건설 중단이 미칠 파장, 그리고 후속 대책의 부재는 더 큰 문제다. 공정률 29%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중단하면 지금까지 투입된 1조 6000억원의 국민 세금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여기에 1조원대의 보상비용도 발생한다. 1만여명의 일자리 상실과 지역 경제에 미칠 주름 등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전력 수급 대책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 등에 따르면 2800㎿ 규모의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고 이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4조 6488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각도의 분석이 뒷받침돼야겠으나 생산효율 측면에서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구상에서 중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현재 24기인 원전은 2023년부터 매년 1~2기씩 사라져 2030년대 중반이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들 사라질 원전의 총 설비용량은 9429㎿로, 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획한 2029년 설비용량 13만 6097㎿의 약 7%에 해당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은 원전을 대체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을 통해 탈원전을 포함한 종합적 에너지 대책이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 여부 또한 그 틀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다.
  • [씨줄날줄] 6·29 민주화선언 후 30년/이경형 주필

    [씨줄날줄] 6·29 민주화선언 후 30년/이경형 주필

    오늘은 ‘6·29 민주화 선언’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선언은 임기 5년 단임의 대통령직선제 현행 헌법의 출발점이었다. 5공화국의 군사독재가 국민들에게 항복한 날이기도 하다. 1987년 6월 29일 오전 9시. 서울 관훈동 민정당사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실은 긴장감으로 숨이 막혔다. 이윽고 노태우 당대표가 자리에 앉아 ‘국민 대화합과 위대한 국가로의 전진을 위한 특별 선언’을 읽어 나갔다.“대통령 직선제로 개헌하고… , 김대중씨도 사면복권….” 당시 민정당을 취재하던 필자도 ‘뭔가 대물 같다’는 감은 있었으나 그렇게 화끈할지는 몰랐다. 발표를 마친 노 대표를 뒤따라 나오면서 심경이 어떠냐고 묻자 “국민들에게 손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 출신인 그가 ‘손든 것’은 ‘항복했다’고 말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을 그의 회고록에는 “나는 이제 발가벗었다. 오직 국민 뜻대로 한다는 생각뿐이다”라고 기술했다. ‘6·29 민주화 선언과 한국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한정훈 서울대 교수는 “정치사로서 6·29 선언은 4·13 호헌 조치에서 6·10 시민항쟁으로 이어진 ‘중대 시점’의 종결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옳은 지적이다. 군사정권의 한 시대는 당시 여당인 민정당의 내각제, 신한민주당 등 야당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대립 정국,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4월 13일 전두환 대통령의 개헌불가 천명, 경찰의 시위 진압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한열 사건 등 군사정권을 향한 간단없는 민중의 저항으로 종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 민주주의 도전과 미래’라는 논제로 “연인원 1700만명의 촛불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거리 의회’를 열어 법의 지배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승리한 명예혁명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정보를 가진 시민’이 온라인에서 소통하고 오프라인에서 집회를 열어 ‘참여하는 적극적 시민’이 되면 광장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결합된 새로운 민주주의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6공화국 헌법이 시행된 후 7명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30년 전 모든 국민이 염원했던 대통령 직선제 헌법을 쟁취했지만 한 세대가 흐른 지금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만연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했다. 대통령 권한의 분산, 중앙집권의 지방분권화,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일대 혁신하는 선거법 등이 한데 어우러지는 제7공화국의 헌법안을 국회개헌특위를 중심으로 가다듬어 나가야 할 때다.
  • “6·29 선언, 민중 운동·기득권 유지 합작품”

    “6·29 선언, 민중 운동·기득권 유지 합작품”

    6·29 민주화 선언 3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당학회(회장 류재성)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용직)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6·29 민주화 선언과 한국 민주주의’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6·29 선언과 한국 민주화’를 주제로 진행된 세션에서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6·29 선언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민중운동 세력의 결집에 의해 추동됐을 뿐 아니라 체제 지배세력 안에서 직선제 개헌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강신구 아주대 교수는 “6·29 선언을 계기로 최소한 절차적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 관점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조금은 더 성숙해지고 공고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대통령 권력에 대한 통제의 미비, 제한적 요소가 있는 참여, 언론자유의 환경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류재성 한국정당학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은 50대 이상 장년층에겐 가슴 뿌듯한 자부심이지만 그렇게 탄생한 헌법과 정치체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1987년 민주화운동과 6·29 선언, 그리고 촛불과 19대 대선으로 이어져 ‘민주주의 만세’를 실행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의무채용 ‘딜레마’

    공공기관, 지역인재 30% 의무채용 ‘딜레마’

    한국전력 등 전국지사 운영기관 본사 지역대 출신 혜택 ‘부작용’ 출신교 기재 블라인드 채용 위배 직업선택권 침해 등 위헌 논란도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대해 30% 이상 지역인재 의무 채용을 지시한 가운데 이를 시행하려면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인재 정의에 허점이 많고 ‘블라인드 채용’과도 상충하기 때문이다. 지역에 혜택을 주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지역 공공기관 취업의 문을 좁히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들도 특정지역 출신 편중, 비연고지 배치 등 전국적인 인력 운용에 차질이 생긴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방대 출신만 지역인재’ 불만 높아 우선 지역인재의 정의와 범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지역인재는 ‘공공기관 본사가 이전한 지역의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종 학교를 졸업한 자’로 본다. 이는 ‘혁신도시 특별법’에 근거한다. 그러나 지역 출신으로 성적이 좋아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사람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고향에 가서 직장을 잡고 싶어도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에서 성적이 나빠 ‘인 서울’하지 못하고 지방대를 졸업한 학생이 지역인재로 둔갑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취업이 어려운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이지만 실력이 부족해도 의무채용 비율에 맞춰 선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53·전북 전주시 효자동)씨는 “우리는 수십년째 전북에 사는데 아들이 중학교는 전주에서 다녔고 고등학교는 충남에서 나와 수도권 대학에 재학 중이어서 어디에서도 지역인재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이는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전국 지사 둔 공기관 인력운영 애로 전국에 지사를 둔 공공기관은 애로사항이 더욱 크다. 한국전력은 전체 인원 2만 1930명 가운데 나주 혁신도시 본사에 1531명이 근무한다. 국민연금공단은 총인원 5654명 가운데 본사가 있는 전북혁신도시에 근무하는 인원은 기금운용본부까지 합해 1000명 남짓하다. 나머지 4600여명은 전국 7개 지역본부와 109개 지사에서 근무한다. 하지만 매년 신규 채용하는 인력의 30%를 지역인재로 충당할 경우 특정지역 출신 편중, 비연고지 배치 등 인력 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은 한전, 국토정보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대부분 공기업에 해당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올해 신규 채용인력 209명 가운데 18.2%인 38명을 지역인재로 선발했으나 기금운용직을 제외할 경우 그 비율은 30%에 육박한다”며 “전국에 지사를 둔 공공기관이 매년 본사가 있는 지역의 대학 출신을 30% 의무적으로 채용하면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타지역 공기관 취업문 좁혀 역기능 블라인드 채용 원칙을 어겨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출신 지역과 출신 학교 등을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으로는 지역인재를 가려낼 수 없다. 지역인재 할당 채용이 지방대 출신들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 지역 공공기관에 취업하려는 문호를 좁히는 역기능을 가져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역인재 할당 채용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권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유길종 변호사는 “30% 의무채용은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비율이 너무 높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역인재 정의와 범위 ▲의무 채용 비율 등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시끌벅적 청와대 앞… 민주국가 됐네요

    시끌벅적 청와대 앞… 민주국가 됐네요

    주민들 “불편해도 이해해야” 주변 상인들 매출 상승 기대감“예전에는 낮에도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이 청와대 인근에 사는 주민까지 불심검문을 해서 좀 삭막했죠.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보니 진짜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 같습니다.”-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 김모(60)씨 “소통을 강화한다니까 청와대 주변에서 밤낮없이 시위를 해서 시끄럽고 불편합니다. 인근 주민들을 생각해서 적어도 저녁 시간에는 시위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주민 이모(62)씨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된 지 사흘째인 28일 청운효자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주변이 집회·시위의 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상인들은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주민들은 너무 많은 방문객 때문에 생활환경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이곳에서 25년간 거주한 김종훈(61)씨는 “시위대가 많아져서 주민들이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합법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주민들도 이해해야 한다”며 “지난 정권 말 대규모 시위에 비교하면 이 정도 불편은 충분히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김모(51)씨는 “청와대길 개방이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 해도 권위주의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 줘 국민의 갑갑함을 풀어 주는 효과도 분명 있다”고 전했다. 반면 남모(50)씨는 “지금이야 여론이 정권에 호의적이라 큰 문제가 없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청와대 앞길에 1인 시위자가 모여들고, 일대에서 정권 찬반 집회가 열려 동네가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모(45·여)씨는 “1인 시위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청와대 주변 인도를 점령하면서 시위를 하는 것은 삼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문을 없애는 대신 주변 경찰 인력을 늘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야간뿐 아니라 주간 경호를 강화했다. 특히 공공에 개방된 쪽에 인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르면 청와대, 국회, 헌법재판소 등 국가 주요 시설물 100m 안에서는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 청와대 인근 집회·시위의 한계선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다. 1인 시위는 집시법 적용을 받지 않으나 위험 물질을 소지했을 경우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입이 저지된다. 주변의 카페, 상점 주인들은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매출 상승을 기대했다. 상점을 운영하는 한모(62)씨는 “개방 첫 주말인 다음달 1일에는 장사진을 이루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감옥行… 이번엔 바뀔까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감옥行… 이번엔 바뀔까

    종교적·정치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법원의 실형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수의 인권 보호를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정부에 권고키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새로운 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인권위 “종교·개인양심은 헌법 권리… 공정한 심사 기구 도입 필요” 인권위는 지난 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을 시급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국회의장에게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 병역법 개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의견을 표명할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종교와 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며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와 판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文대통령 공약… 2008년 이후 중단된 정부 내 논의 재개될지 주목 인권위는 2005년 이후 수차례 대체복무제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국방부는 2007년 권고를 받아들여 대체복무제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 ‘국민적 합의가 부족해 대체복무는 시기상조’라며 번복했다. 이후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성숙했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헌법재판소(헌재)의 병역법 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해 근본적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심리를 진행하는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양심수 처벌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하급심 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잇따르지만 대법원은 현행법 위반을 인정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올해 들어 13번의 재판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국민 46%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해야”… 대법선 잇단 유죄 판결 유엔 인권위원회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시민의 권리라는 입장을 줄곧 밝혔다. 인권위의 국민의식 실태조사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은 2005년 10.2%에서 지난해 46.1%까지 늘었다. 또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서 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0%가 대체복무제에 찬성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국방부에 권고

    인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 국방부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하기로 했다.인권위는 지난 27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방부 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기로 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국회의장에게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대체복무제 도입 취지 병역법 개정안(전해철 의원안·이철희 의원안·박주민 의원안)을 조속히 입법하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2005년 이후 여러 차례 대체복무제 도입을 정부에 권고해왔으며, 지난해에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체복무제 운영에 있어서 인권위는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와 판정이 필요하기에 독일·대만 등은 대체복무심사기구가 국방부나 병무청 소속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인권위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권고를 들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시민의 권리라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한국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해 왔다. 사회적 공감대 확산도 인권위의 권고 배경으로 작용했다. 인권위가 직접 실시한 국민의식 실태조사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2005년 10.2%에서 지난해 46.1%까지 늘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80.5%는 대체복무제에 찬성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올해 상반기에만 각급 법원에서 13건이나 있었다. 국방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대체복무제 도입 방침을 밝혔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이를 번복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체복무제 도입을 공약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문준용 증거 조작’, 최고위원 윗선은 연루 안 됐나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문준용 의혹 증거 조작’이 일파만파를 낳고 있다. 국민의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제보를 조작했다는 당원 이유미씨가 당 지도부의 지시 없이 혼자서 어마어마한 사건을 기획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상식적인 의문에 국민의당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당시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의원은 어제 라디오에 출연해 “나는 몰랐으며, 내가 몰랐다면 안철수 후보도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막판이었던 5월 5일의 가짜 증거 폭로는 국민의당의 의도와 달리 문재인 후보의 우세를 뒤집을 만한 폭발력은 지니지 못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준용씨의 미국 유학 시절 친구가 증언했다면서 “아빠가 (고용정보원 입사) 원서 좀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프리패스(합격)했다는 얘기를 (준용씨로부터) 들었다”는 음성 녹음과 함께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만에 하나 대선 1, 2위 후보의 박빙 속에서 이런 가짜 뉴스로 선거 결과가 뒤집혔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국회 내 40석의 공당이 상대방 후보를 꺾으려고 의혹을 제기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은 한 표라도 더 얻은 승자에 승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선거 제도를 부정하는 폭거이며, 용서하기 어려운 만행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의당 존립에 대해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의당의 대국민 사과는 이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자 떠밀려 한 인상이 짙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그제 긴급 체포한 당원 이유미씨를 어제도 불러 이틀째 조사했다. 이씨는 육성 증언 파일과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조작해 국민의당 당직자에게 사실인 것처럼 보고한 혐의에 대해 인정하고, 독자적 판단으로 범행한 것은 아니며 ‘윗선의 지시’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 당시 이유미씨는 당 청년위원장으로 안철수 후보가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 밑에서 일을 했다. 가짜 제보는 공명선거추진단의 김인원 부단장이 공개했다. 검찰 조사와 더불어 국민의당도 진상조사단을 꾸렸다고 하니 조만간 ‘윗선’을 포함한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놀라운 것은 국민의당의 적반하장이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증거 조작과 특혜 채용 의혹까지 처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헌법의 기본 질서를 뒤흔든 국기 문란이다. 김 원내대표는 “증거 조작이 있었다고 해서 준용씨의 특혜 취업 의혹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고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꼬리 자르기, 물타기로 1년 4개월 된 당에 닥친 최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국기 문란의 해결법인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 대법 윤리위 ‘사법부 블랙리스트’ 침묵

    “임종헌 부당한 지시로 품위 손상… 이규진 징계 청구, 고영한도 책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원 고위 간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이규진(55·사법연수원 18기)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관련자 징계와 제도 개선 등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쟁점 중 하나인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기존 진상조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 윤리위 심의 결과 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윤리위는 27일 4차 회의 뒤 심의 의견을 내고 “대법원장이 이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징계 청구, 고영한(62·11기) 대법관에게는 주의 촉구 등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 부장판사가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올해 초 임종헌(58·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대법원장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기 위해 연구회 간사를 맡은 판사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차장 역시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책임이,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 대법관 역시 사법행정권 관리·감독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곧 회부되고 고 대법관은 구두 경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판사는 견책, 1년 이하의 감봉, 1년 이하의 정직 등의 징계만 가능하다. 임 전 차장은 이 사태로 지난 3월 사퇴했다. 다만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블랙리스트가 없다’는 진상조사위의 앞선 조사 결과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상조사위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추단케 하는 어떠한 정황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윤리위는 이어 법관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 사법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사법행정권의 남용·일탈을 방지할 수 있도록 법관윤리 담당 부서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전국 판사 100명을 모아 첫 회의를 연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측은 양 대법원장에게 블랙리스트 등에 관한 추가 조사권 위임, 사태 관련자 직무배제 및 대법원장 공식 입장 표명, 판사회의 상설화 등을 요구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윤리위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기존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꼼꼼히 살펴본 뒤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면서 “양 대법원장은 조만간 윤리위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추경 빼고 부처 업무보고… 국회 ‘반쪽 합의’

    추경 빼고 부처 업무보고… 국회 ‘반쪽 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 착수… 7월 임시국회 4~18일 개최 인사청문제도 개선 소위 설치… 추경은 한국당 제외 심사 관측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고 7월 임시국회를 열어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파행을 빚은 국회가 8일 만에 사실상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에 대해 여전히 의견을 좁히지 못하며 ‘반쪽 합의’에 그쳤다.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는 우선 국회 운영위원회에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이 위원장을 맡고 8명으로 구성되는 소위에서는 국무위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인사검증 세부 기준을 마련하게 된다. 청문회를 마치고 국무위원이 임명된 부처별로 7월 중 각 상임위에서 업무보고를 갖기로 했다. 7월 임시국회는 다음달 4일부터 18일까지 열리고 11일과 18일에 각각 본회의를 갖는다. 야당에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거듭 요구한 것과 관련, 합의문에 조 수석의 이름이 담기지는 않았지만 “국회가 요청하는 자는 출석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이 청문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료제출과 증인채택에 적극 협조하기로 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그러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전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조 수석이 운영위에 출석하게 될지는 불투명하고, 국회로 부르는 과정에서도 여야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에 따라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결의안과 헌법개정특위, 평창동계올림픽특위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안건도 처리됐다. 이 가운데 정개특위에는 입법권이 부여되는 특위로 여야가 안건에 대해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동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의 문을 열어두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추경을 비롯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 특히 추경은 이번 합의문에 한 자도 싣지 못할 정도로 여야는 물론 야당 간에도 다소 입장 차를 갖고 있다. 가장 강경한 한국당은 추경 요건이 맞지 않는다며 심의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요건이 맞지는 않지만 국회 심의과정을 통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한국당을 제외한 채 여야 3당이 추경 심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높다. 여야 원내대표 간에도 한국당을 제외하는 방안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야 3당을 예방해서 추경안을 설명했는데도 한국당은 불가를 외친다. 정권 출범 초기에 지금처럼 이렇게 가로막은 야당은 없었다”면서 거듭 한국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야 3당이 ‘부적격’ 인사로 꼽는 김상곤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8일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 또다시 정국이 얼어붙을 수도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재용, 박근혜 재판 증인 출석 다음달 10일로 변경

    이재용, 박근혜 재판 증인 출석 다음달 10일로 변경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날짜가 1주일 뒤로 밀렸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27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판에서 검찰 의견을 받아들여 다음 달 3일로 예정됐던 이 부회장 증인신문을 10일로 바꿨다. 재판부는 같은 날 이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도 증인으로 부를 방침이다. 일정 조정은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인신문 일정이 변경돼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김 전 전무의 신문이 길어질 것으로 보여 10일 오후에만 질문하려던 계획을 3일 오전부터 내내 하기로 바꿨다. 그 대신 이 부회장 등을 10일 오후에 부르기로 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 측) 증인들이 증언을 거부하고 있어서 법률대리인들이 이에 관한 의견서를 내기로 했는데, 검찰이 (이 부회장) 증인신문 전에 검토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일정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출석한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모두 증언을 거부한 바 있어 이 부회장이 법정에 나와도 실질적인 신문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양측의 재회는 다음 달 5일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지난해 2월 15일 3번째 비공개 독대 이후 1년 4개월여 만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 오늘 첫 국무회의…정당후원회 11년 만에 부활

    문 대통령 오늘 첫 국무회의…정당후원회 11년 만에 부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를 연결하는 영상 국무회의를 통해 법률 공포안 1건, 법률안 1건, 대통령령안 4건, 일반안건 2건을 심의·의결한다. 국무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참석하고,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보훈처장 등이 배석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러시아 순방 중이라 불참한다. 이번 국무회의에 상정된 안건에는 정당후원회를 11년 만에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법률 공포안이 포함돼 있다. 정당후원회는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등이 재벌들로부터 ‘차떼기’ 형식으로 거액의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6년 폐지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정당후원회 금지는 정당 활동의 자유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회는 이달 22일 본회의를 열어 정당의 중앙당이 후원회를 설치하고 연간 50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게 하는 정치자금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100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국무회의는 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유지 경비를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정부는 특검팀의 공소유지를 차질 없이 지원하기 위한 경비 25억 200만원 등 총 1508억 600만원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도 심의·의결한다. 택시 면허취득 금지 기간을 살인·강도·강간 등 중범죄자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20년을 유지하지만, 마약사범 등에 대해서는 2년∼18년으로 일부 완화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도 의결한다. 앞서 헌재는 마약 운반죄로 처벌받은 사람이 “일률적으로 택시면허를 20년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낸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술보다 총 사기 쉬운 미국…年 3만명 ‘내전’으로 숨진다

    술보다 총 사기 쉬운 미국…年 3만명 ‘내전’으로 숨진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야구연습장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 스티브 스컬리스(루이지애나) 의원 등 4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미국 내 ‘총기 규제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미 언론 등은 총기 규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총’은 자신을 지키는 도구이자 ‘힘’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총기협회(NRA)의 전방위 로비가 더해지면서 번번이 총기 규제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가진 독특한 ‘총기 문화’ 속으로 들어가 봤다.●총기사망자, 남북전쟁 사망자보다 많아 미국에서 한 해 총기 사고로 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비영리단체 ‘총기아카이브’ 등에 따르면 한 해 평균 3만명 이상이 미국 내에서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여기는 총기 자살과 난사 사건 등이 모두 포함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총으로 사망한 사람은 31만 6545명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유혈전쟁인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의 총기 사망자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총기전문가인 마이크 웨이서 박사는 “남북전쟁 50개월간 실제 전투로 인한 사망자는 14만명으로 추산한다”면서 “2010~2013년 48개월 동안 총기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12만 8933명으로, 남북전쟁 기간과 같이 50개월로 환산하면 14만명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매년 자국민끼리 ‘내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또 스위스 국제무기조사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에 따르면 2007~2012년 미국인 100만명당 31명이 총기로 사망했다. 이는 100만명당 31.2명이 사망한 교통사고와 비슷한 수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차 조심’이 아니라 ‘총 조심’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일본에서는 100만명당 0.1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는데, 이는 벼락을 맞아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0.4명으로 물건 사이에 끼여 죽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스몰 암스는 설명했다. 독일은 2명, 영국은 1명 등으로 경제협력기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이 유독 총기 사망 사고가 잦은 것은 독특한 총기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9살 꼬마 “우리집에 두자루 있어요” 으쓱 “아저씨, 우리 집에는 총이 2개나 있어요. 엄마, 아빠 침대 옆 서랍에 있고요. 거실 소파 옆에도 있어요”라며 동네 9살 꼬마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꼬마는 내년에는 아버지가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며 어깨도 으쓱였다. 미국에서 ‘총’은 우리의 부엌칼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가정에 꼭 필요하지만 사용할 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 정도의 느낌이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유통되는 총기(2013년 기준)는 모두 3억 5700만정에 이른다. 이는 미국 인구(2016년 기준, 3억 2300여명)보다 훌쩍 넘어선다. 특히 총기 보유 수는 1996년 2억 4200만정에서 2000년 2억 5900만정, 2013년 3억 1000정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총기 전문가들은 미국 내 가정의 절반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총기 문화는 미국의 태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신대륙 정착 초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총은 야생동물이나 인디언의 습격, 그리고 법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무질서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였다. 더 나아가 무질서한 사회에서 범죄를 막고 법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1980년대 우리도 서부영화 ‘돌아온 세인’을 보면서 총에 대한 동경을 가졌듯이, 미국인에게 총은 힘과 정의로 대변된다. ●美 시민이면 무장 가능… 법으로 보장 잦은 총기 사고에도 미국의 총기 문화를 지키는 근간은 ‘수정헌법 제2조’다. 1791년 2차 헌법 수정에서 추가된 이 조항의 내용은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휴대하거나 보관하는 권리를 제한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추가된 것은 강력한 중앙정부와 그 통제하에 있는 상비군이 국민의 자유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뿌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 겪었던 압제였다. 이 조항은 1960년대 하버드대 법대 교수인 스튜어트 헤이즈에 의해 ‘민병대’는 ‘미국 시민’을 의미한다고 해석되면서 ‘미국 시민이면 누구나 자기 보호를 위해 무장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당시 헤이즈 교수는 “수정헌법 제2조는 민병 의무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해 총기를 소지하려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해석은 2008년 미국 대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를 사실상 보호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이 총기 소유는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내가 소유한 총이라는 자기방어의 철학을 가지게 됐다. 이런 철학은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총 사용법을 배우면서 이어지고 있다. ●18살 넘으면 총 구입 허용… 찬반 팽팽 미국에서 술을 사려면 21살까지 기다려야 한다. 21세 미만 청년들은 술을 살 수도 없고 가지고 다닐 수도 없다. 하지만 총은 18세부터 살 수 있다. 또 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총기 신고가 결혼 신고나 운전면허 취득보다 쉽다는 우스개도 있다. 혼인 신고를 위해서는 4시간의 혼전 교육을 받는 것이 권장되며, 혼인 신고가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3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다. 또 운전면허는 출생증명이나 여권, 사회보장번호 등 까다로운 서류가 필요하며, 4시간 동안 교통법 교육과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총기는 간단한 신고만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살 수가 있다. 쉬운 총기 구매가 난사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총기 소지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최근 의원 총기 테러 이후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의원은 “거리에 총기가 너무 많다”면서 “우리는 우리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총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신을 강력한 총기 권리 옹호자로 밝혀 온 민주당 팀 라이언 의원도 “나의 주장은 총기 구매자가 정신적 이상이 있는지 또는 테러 요주의 인물인지 등에 대해 이력 체크를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총기 구매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주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기 규제 옹호단체인 ‘프로그레시브 체인지 캠페인 커미티’는 성명을 통해 “이렇게 만연한 총기 폭력 앞에서도 태만한 의원들에게 미국인들은 진저리가 나 있다”면서 “민주·공화당 의원들은 상식적인 총기 규제 개혁에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 브룩스 공화당 의원은 “오늘 우리가 본 것은 총기 소지 권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나쁜 부작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면서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권을 강조했다. 크리스 콜린스 공화당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은 주장을 낮춰야 한다.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면서 “(그동안) 가끔 자동차 앞 글로브박스에 총기를 넣고 다녔지만, 오늘 이후 주머니에 총기를 소지하고 다닐 것”이라고 총기 규제 목소리를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총기규제 법안 반대”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200년이 넘게 지켜 온 총기 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수정헌법 2조의 개정뿐 아니라 업체와 정치권의 결탁 등 때문이다. ‘총을 든 악인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선인’이라고 주장하는 NRA는 450여만명의 회원과 막강한 자금력 등을 갖추고 미 의회에 대한 무차별 로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코네티컷주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과 2016년 올란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 후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상정됐으나 NRA 등의 로비로 무산됐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총기 규제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미국의 총기 규제 강화는 요원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기 전문가는 “미국인은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건 총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앞으로 약간의 총기 규제는 필요하지만 총기 소지를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 F35 전투기에 ‘지상공격 미사일’ 검토

    전수방어 벗어나 공격력 보유 ‘평화헌법’ 내용 전면 배치 의미 일본 정부가 올해 말부터 항공자위대에 배치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에 적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공대지(空對地)미사일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2018년 예산에 관련 비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치가 결정되면 자위대의 첫 공대지미사일 도입이 이뤄진다. 이는 지금까지의 전수방어에서 벗어나 공격 능력을 지닌다는 의미를 갖는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교전권을 포기한 현행 일본의 ‘평화헌법 내용’에 배치된다. 일본 정부는 외딴섬에 적이 침투하는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의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기습 공격 가능성 견제 및 북한의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사거리 300㎞ 수준으로, 노르웨이가 개발 중인 조인트 스트라이크 미사일(JSM)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해상의 함선을 공격하는 공대함(空對艦) 능력과 함께 항공자위대가 보유하지 않은 공대지 능력도 갖고 있다. 항공자위대는 F4 전투기의 후속으로 적의 레이더에서 탐지가 힘들게 고도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를 연차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연말 아오모리현 미사와기지부터 순차적으로 42기를 배치한다. 일본 정부는 육상자위대에 신형 수송기 오스프레를 도입하고 해병대 기능을 가진 수륙기동단을 창설하는 등 외딴섬 방어 강화 계획을 하고 있다. 여기에 JSM까지 도입하면 외국함이 외딴섬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거점이 되는 섬의 탈환 작전에도 유용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중국·북한의 무력 위협을 구실로, 자위대를 전쟁과 공격이 가능한 군대로 변신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아베 신조 정권은 여당 자민당의 제언을 바탕으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추진해 왔다. 자민당은 최근 차기중기방위력정비계획(2019~2023년)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검토 개시를 촉구하는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3년 뒤 지정 해제 앞둔 도시공원 민간 개발 둘러싸고 갈등

    3년 뒤 지정 해제 앞둔 도시공원 민간 개발 둘러싸고 갈등

    2020년 7월부터 일몰제가 적용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민간개발 문제를 놓고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지역주민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공원을 조성하지 못한 부지에 ‘민간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공원 일몰제‘에 따라 토지 소유자에게 돌려주면 난개발과 자연훼손, 사유재산권 행사로 공원 활용이 불가능해진다며 민간자본을 끌어와서라도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환경권이 침해되고 난개발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경북 구미시는 중앙공원·꽃동산공원·동락2지구공원 등 3곳을 민간공원 사업으로 개발하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민간 사업자가 공원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해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머지 30%는 주거, 상업, 녹지 등 비공원 시설로 개발할 수 있다는 도시공원법의 특례 조항을 활용했다. 총사업비는 2조 1422억원이며 민간 사업자는 아파트 8468가구를 짓는다. 시 관계자는 “일몰제로 사라질 도시공원을 유지하기 위해 민간공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시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와 일조권·조망권 등 생활권이 침해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구미경실련은 “시가 난개발을 추진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3곳은 모두 자연녹지지역으로, 공원에서 해제되더라도 사업성이 낮아 난개발이 이뤄질 수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시도 현재 7개 공원 부지 8곳에 민간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월평공원 갈마·정림지구와 매봉공원 등 4개 공원 부지에 대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와 각종 영향평가 중이다. 사업이 추진되면 월평공원 갈마지구에만 3000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이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대전지역 22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대전시청에서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월평공원은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와 수달 등 800여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며 “아파트 건설은 환경 훼손뿐 아니라 주변 교통문제 유발 등 각종 문제만 양상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도 수랑·마륵·송암·봉산·중앙·중외·일곡·대상·송정·신용공원 등 10개 공원을 대상으로 민간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28일 시의회에서 ‘민간공원 개발, 위기인가 기회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만 900여곳(442.19㎢)에 달하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가운데 민간공원이 추진되는 곳은 70여곳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251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2020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전국시민행동’은 “도시공원 해제에 따른 난개발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개발에 모두 4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필요하다”면서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도로·공원·녹지 등 공공시설 건립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시설은 2020년 7월부터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되도록 판결했다.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구미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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