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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반(反)트럼프 사설 연대/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反)트럼프 사설 연대/이종락 논설위원

    사설(社說)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언론사의 주장이나 의견을 담아낸 논설이다. 논설위원들이 특정 현안에 대해 글로써 의견을 제시한다. 글은 개인이 쓰지만 작성 과정에서 현안을 보는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게재한다. 특정 현안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현안마다 신문사들의 의견이 갈린다. 특히 이념적 대결이 심한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서 신문들은 한 사안을 보는 시각이 제각각일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경쟁사와의 ‘사설 연대’는 꿈도 못 꾼다. 오히려 매일 어느 회사 사설이 현안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했는지 승패가 갈린는다는 점에서 신문사끼리 피를 말리는 ‘사설 전쟁’을 치른다.그런데 꿈만 같던 사설 연대가 미국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미 언론들이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침해당했다며 분연히 일어날 태세다. 그것도 1개사도 아닌 70여 크고 작은 언론사들이 언론 침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설 연대 대응’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유력지 보스턴글로브가 각 신문사 편집국과 연락을 취해 오는 16일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하기로 했다.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은 보스턴글로브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비판을 일컫는 표현이다. 휴스턴 크로니클이나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마이애미 헤럴드, 덴버 포스트처럼 대도시 일간지부터 발행 부수가 4000부 정도에 불과한 지역 주간지까지 망라됐다. 사설 연대 대응에 참여하는 신문사 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스턴글로브 측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많은 뉴스 미디어가 실로 국민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2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연설에서는 언론이 북·미 회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역겨운 가짜뉴스”라고 맹비난했다. “그들은 정직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지어낼 뿐”이라고 언론을 공격했다. 언론을 비판하는 대통령에 맞서 사설 연대를 결의한 것은 저널리즘 역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사건이다. 보스턴글로브는 “사용하는 단어는 다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는 (언론에 대한) 그러한 공격은 걱정스럽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적 인물이나 공직사회에 대한 비판은 고의로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닌 이상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의 공적 임무라는 게 세계적 판례다. 그런 점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미 대통령에게 맞서 싸우는 미 언론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 “대입정책 공론화 결정 위험…시민에겐 교육비전·방향 등 물어야”

    “대입정책 공론화 결정 위험…시민에겐 교육비전·방향 등 물어야”

    “세세한 대입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건 위험합니다. 정작 시민들에게 물어볼 건 장기적 교육 비전이나 정책 방향 같은 것이죠.” 혁신 교육 전문가이자 교육 분야 석학인 데니스 셜리(63) 미국 보스턴 칼리지 사범대 교수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조희연 교육감(62)을 만나 최근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과정을 설명 들은 뒤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교육 정책을 결정할 때 시민 의견을 묻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답을 묻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두 교육자의 이번 만남은 조 교육감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서울교육감으로는 처음 재선에 성공해 새로운 4년 임기 동안 학생들이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민 중인 조 교육감이 어려운 ‘숙제’의 답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한 것이다. 교육당국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스스로 교육발전을 이끄는 교육개혁 방식인 ‘학교교육 제4의 길’을 주창한 셜리 교수가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조언해 줄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대담은 교육개혁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주제로 이뤄졌다. 서울과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을 위해 최근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 권고안에서부터 교육 정책 시행 과정에서 학부모들과의 대립 등 교육 관련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조 교육감(이하 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성세대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를 몰고 올 것이다. 과거 교육으로는 이에 맞는 인재를 기를 수 없고, 새로운 교육 방식과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제4의 길에 이런 해답이 있을까? -셜리 교수(이하 셜리) 미래 사회에서는 특정 유형의 인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다양한 유형의 인재를 원하고 있다. 활달한 사람이 있다면 수줍어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평가할 때 ‘끔찍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인성으로만 본다면 그렇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인류에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만약 사회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이 개발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조 제4의 길에는 미국 외에 핀란드나 싱가포르 등에서 교사·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교육개혁 사례가 제시돼 있다. 책을 쓰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셜리 책을 쓸 때 고민했던 지점은 각국의 문화 배경이 다른데 그 속에서 학생들의 개성을 키워 줄 수 있는 ‘정답’인 교육제도가 있을 것이냐 하는 물음이었다. 이는 각 사회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견을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 교육감께서는 지역의 교육행정 책임자로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설득할 때 어려운 점이 없었나. -조 당연히 쉽지 않다. 이번에 한국에서 대입개편 공론화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교육전문가 다수가 생각하는 방향과 일반 학부모 및 시민들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의 경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당장 절대평가를 도입하자는 의견에는 반대가 더 많이 나왔다. (절대평가라는 방향은 옳지만) 당장 절대평가로 바뀌게 된다면 내 아이가 견뎌야 할지 모를 희생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셜리 한국에서 최근 대입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 하지만 대입정책이라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완전히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에서도 교육 분야 등에서 새 정책을 도입할 때 공론화 등의 방법을 통해 여론을 수렴하지만 100% 반영하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화를 이뤄서 정책을 입안한다. 여론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미국이 선택한 대통령이지만 2008년 선택한 버락 오마바와 8년 뒤인 2016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만 봐도 알 것이다. 오히려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대입정책보다 장기적인 교육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조 전문가의 의견이 주요하게 반영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번에 대입개편 권고안을 만든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도 향후 (헌법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육 정책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번 권고안에 명확한 대입개편안이 담기지 못했다고 해서 공론화 과정 자체가 비난받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대입 개편안이 공론화 주제로 적합했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공론화라는 방법론 자체에 대한 논의는 따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셜리 대입제도를 공론화 방식으로 결정하는 걸 보면 한국은 역시 교육에 관심이 높은 나라다. 한국의 교육개혁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져 왔나. -조 한국 교육은 국가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교육제도를 기반으로 발전해 오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교육제도는 과거 그대로인데, 사회적으로 민주화가 진행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안학교 등 탈학교 운동으로 인해 제도권 교육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탈학교 운동으로 나타난 것 중 하나가 ‘혁신학교’다.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 등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최초에 혁신학교는 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각 시·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상향식과 하향식이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개혁이 이뤄지고 있다. -셜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 학생들 사이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식당에서 어린아이 둘과 함께 식사를 하던 한국인 부부를 우연히 만나 대화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살고 있다는 이 부부는 “한국 교육의 과잉 경쟁을 아이들에게 감당케 할 자신이 없어 여건만 된다면 외국에서 공부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더라. -조 과잉 경쟁은 한국 교육개혁 과정의 중요한 숙제다. 혁신학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셜리 제4의 길에서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 교육의 과잉 경쟁과 마찬가지로 총기 문제 등 심각한 문제가 많다. 각 나라에서 올바른 교육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고 이들이 어떻게 미래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美 데니스 셜리는 누구 교사·학생·학부모 등이 이끄는 ‘학교교육 제4의 길’ 방식 제시 데니스 셜리(63) 보스턴 칼리지 사범대 교수는 저서 ‘학교교육 제4의 길’(2009)을 통해 미국과 영국, 핀란드 등의 교육개혁 방향이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제4의 길로 가야 한다고 역설한 세계적인 교육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재건에 집중하느라 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1970년대 이전까지 교사 개개인의 역량에 의존했던 교육 방식이 제1의 길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국가가 교사 개개인의 자율성을 극도로 제한하며 본격적으로 교육에 개입한다. 제2의 길이다. 중앙 중심 방식에 한계가 드러난 2000년대 이후 국가가 교사나 각 지역사회에 조금씩 자율성을 부여하며 제3의 길이 시작됐다. 셜리 교수가 제시한 제4의 길은 교사와 학생·학부모·지역사회가 자발적·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말한다.
  • 아베, 부친 묘소서 총재 3연임 승리 맹세

    아베, 부친 묘소서 총재 3연임 승리 맹세

    “6년 전 도전때와 뜻 조금도 변함없다”다음달 20일 치러질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향한 후보들의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아베 신조(64)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해 총리직을 3년 더 이어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이는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61) 전 자민당 간사장이 얼마나 많은 표를 확보할지가 관심사다. 아베 총리는 주말과 휴일을 맞아 자신의 본거지인 야마구치현를 방문해 사실상 총재선거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12일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6년 전 (총재에) 도전했을 때의 뜻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이 야당이던 2012년 총재 선거에서 이겼고 이어진 총선에서도 승리, 그해 12월 총리에 취임했다. 2015년 9월 총재 연임 도전 때에는 단독으로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이번 여름에 다시 3년 임기를 견딜 기력과 체력이 있는지를 생각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1993년 중의원 선거에 처음 당선됐던 사실을 거론하며 “나의 첫 출전은 이 묘소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승리의 맹세로부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자민당의 지역조직 모임에서도 “드디어 헌법 개정에 힘써야 할 때를 맞았다”며 “교과서에 자위대가 헌법 위반이라는 기술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시바 전 간사장도 지난 10일 출마회견을 갖고 “정직하고 공정하며 겸허하면서도 공손한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국회의원 405명과 지역당원 405명 등 총 810표로 총재를 결정한다. 당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기반으로 아베 총리가 80%에 가까운 표를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언론, 국민의 적 아니다” 美신문 70곳, 트럼프 비판 사설 연대

    미국 전역의 70개 신문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언론관을 비판하는 사설을 오는 16일(현지시간) 일제히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언론은 국민의 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등 기성 언론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AP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각 신문사와 연대해 16일 ‘자유 언론에 반대하는 더러운 전쟁’을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한다고 보도했다. 휴스턴크로니클, 미니애폴리스스타트리뷴, 마이애미헤럴드 등 대도시 일간지부터 발행 부수 4000부 수준의 지역 주간지까지 약 70개 신문사가 참여한다. 보스턴글로브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찬성했든, 반대했든 각 신문사의 논조에 관계없이 언론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공동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마저리 프리처드 보스턴글로브 부편집주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종교·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독자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자유로운 독립언론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가장 신성한 원칙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앞두고 “많은 뉴스 미디어들이 실로 국민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연설에서는 언론이 북·미 회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역겨운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근까지 400회 이상 ‘가짜 뉴스’, ‘가짜 여론’ 등의 표현을 썼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서울포토]문 대통령, 헌법기관장과 오찬 간담회장으로 이동

    [서울포토]문 대통령, 헌법기관장과 오찬 간담회장으로 이동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헌법 기관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2018.8.10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文대통령 “헌법기관, 국민 눈높이에 부족“ 李총리 ”그 평범한 사실 절감”

    文대통령 “헌법기관, 국민 눈높이에 부족“ 李총리 ”그 평범한 사실 절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문희상 국회의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문 의장 취임을 함께 축하하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모셨다”며 “국회의 처리를 기다리는 민생관련 법안들이 많다. 문 의장께서 좀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시길 당부 말씀 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찬에는 문 의장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김명수 대법원장,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또 “헌법기관들이 이제는 상당한 역사와 연륜, 경험을 축적을 한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민들 눈높이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국민들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해야될 과제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5부 요인과 오찬 회동을 한 것은 취임 후 네번째다. 문 의장은 이 자리에서 “촛불혁명, 평화 등 경천동지할 일들이 생겨난 것이 다 뭐니뭐니해도 대통령님 리더쉽으로 가능했다 저는 평가하고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민생, 경제, 각종 규제혁신에 관한 각당의 우선순위 법률 같은 것들이 쭉 나와 있는데 이것을 꼭 새로운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휴가 중임에도 이날 오찬에 참석한 이 총리는 5부 요인 중 가장 짧은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정부는 아무리 잘해도 국민께는 모자르다. 그런 평범한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물며 더러는 잘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으니까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안타까움이 크시리라 생각한다”며 “늘 심기일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자유한국당 이채익 “탈원전 정책, 문 대통령 탄핵 사유” 발언 논란

    자유한국당 이채익 “탈원전 정책, 문 대통령 탄핵 사유” 발언 논란

    자유한국당의 이채익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문제만 하더라도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노동조합을 만났다. 이 자리에는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과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당 탈원전대응특위 위원장인 최교일 의원, 이채익 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로 정부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조치에 대해 성토가 이어졌다. 김 노조위원장은 “노조 입장에서 문 정부를 지지할 때만 해도 이제 정권이 바뀌면 뭔가 소통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면서 “특히 에너지정책 경우 정말 중요한 국가 백년대계의 정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는 모든 행동을 보면 완전히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나 청와대는 한수원을 시켜서, 한수원이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그 중심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있다”면서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데 전혀 법치가 이행되고 있지 않다. 엄청난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문제만 하더라도 탄핵 사유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철저하게 법률적 문제점을 파헤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근거 없이 비판하면서 탄핵 운운하는 것은 도를 넘은 정치공세이자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세계적으로 원전을 늘리는 추세라고 하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25개국은 원전이 없거나 원전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탈원전 정책은 앞으로 6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원전을 축소하는 계획으로, 원전 비중이 급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당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잘못됐다고 하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이 낮아서 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자유한국당 주장 중 팩트에 근거한 것이 전혀 없다. 오로지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막말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를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등에 비유하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또 지난해 6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5·18 민주화운동 단체 인사들을 향해 “어용 NGO”라고 막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해피투게더3’ 이정현 “日 교수에 공개사과 요구 위해 일본어 공부”

    ‘해피투게더3’ 이정현 “日 교수에 공개사과 요구 위해 일본어 공부”

    ‘해피투게더3’ 이정현이 일본 유학 중 겪은 일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9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는 서효림, 강기영, 이시아, 이정현, 엄현경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정현은 최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악랄한 일본인 군인 역할을 맡아 얼굴을 알리고 있다. 외모 때문에 일본인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이정현은 “전 김제 사람이고,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1년간 유학했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유도를 전공해서 일본으로 유도를 배우러 갔다. 당시 특별히 일본에서 열심히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정현은 “일본 헌법 시간에 한 교수님이 ‘한국에는 이런 종교가 있는데, 여긴 한국인이 있으니 조심해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눈치로 그 교수님이 한국을 욕하는 걸 알게 됐다. 너무 화가 나서 서툰 일본어로 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저에게만 사과하시고, 끝까지 학생들 앞에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 분들이 있어서 일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3’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단독] 퇴직금 묶여, 취업 안돼, 이혼도… 뒤틀린 쌍용차 해고자들의 삶

    [단독] 퇴직금 묶여, 취업 안돼, 이혼도… 뒤틀린 쌍용차 해고자들의 삶

    2015년 배상 판결… 대법 확정 땐 17억 새총으로 헬기 고장 등 불합리한 소송 사회적 낙인 탓 정상적 경제 활동 못해 신불자로 생활고… 결국 극단 선택 30명 “삶 옥죄는 조합원 개인 손배소 개선을”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국가(경찰)가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권고안으로 검토하면서 공권력 남용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하나둘씩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진상조사위도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접근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당시 집회의 주체였던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가 철회되면, 노동자를 상대로 한 다른 국가 손배소 건도 함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관심사는 2009년 쌍용차 노동자의 대량 해고 사태가 해결될지 여부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경찰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24억 13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의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 등이 파손됐다는 이유였다. 2015년 서울고등법원은 경찰이 제기한 손배액 가운데 약 11억 8000여만원을 노동자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향후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노동자들은 이자를 포함해 17억원 정도를 물어내야 한다. 1·2심과 달리 대법원에서는 별도의 조정 과정이 없다. 소송을 계속 진행하거나 경찰청이 소를 철회하는 두 가지 선택지뿐이다. 만약 경찰이 서울고법에 소 취하를 요청하면 서울고법이 이를 법무부에 전달하고 법무부는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경찰이 2심까지 승소했기 때문에 소를 취하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9일 “국가의 개입과 탄압으로 인해 벌어졌던 사건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손배·가압류가 걸려 있다”면서 “불합리한 손배·가압류로 9년 동안 너무나 큰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가 손해배상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또 “회사가 개인에게 걸었던 손배소는 2015년 합의 당시 철회했지만,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에 제기한 손배소는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국가의 손배소는 정권의 탄압으로 인식돼 왔다. 10년째 이어 온 갈등을 매듭짓는 데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상조사위가 손배소 취하안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면 사태 해결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가운데 ‘국가 손배소’ 압박을 받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안타깝게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해고 조합원이었던 김주중씨는 지난 6월 27일 30번째 사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 지부장은 “김씨도 당시 옥상에 있으면서 경찰특공대에 진압당하고 구속됐다”면서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손배·가압류 대상자가 돼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쌍용차지부는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사망자 분향소를 5년 만에 다시 설치했다. 이날 대한문 농성장에서 만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망설였다. 어렵게 입을 뗀 장모(48)씨는 “너무 힘들어서 6년 전 이혼했다”면서 “빚은 빚대로 늘어나고 갚지도 못하니 애들 엄마도 너무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장씨는 “그동안 평택 근처의 일터에 취업 이력서를 냈지만 파업 경력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택시, 일용직 막노동을 하며 살아왔다”면서 “신용불량자로 지내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적도 두 차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34명의 동료가 퇴직금 1000만원을 받지 못했고 집이 압류된 사람도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풀리지 않으니 더욱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중1이던 딸이 벌써 23살이 됐고,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잘못된 것을 규명하고 손배소도 철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다른 해고자 이모(46)씨도 “아직 신용카드를 만들지 못하는 동료가 많다”면서 “차나 집을 자기 명의로 해 놓으면 가압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새총으로 헬기가 고장 났다는 말도 안 되는 경찰의 주장부터 하나하나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도 다시 한번 투쟁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 및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5년여 만에 재결성됐다. 범대위 측은 “쌍용차 노동자를 향한 국가 폭력과 사법 농단의 폐해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전국금속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손배·가압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손배·가압류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쉽게 동참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 장치”라면서 “손배·가압류가 노조뿐 아니라 조합원 개인에게까지 가해져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만큼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손배·가압류가 남발되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남재희 전 노동장관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국면 주도해야”

    “자존심 대신 현실감각으로 북핵 국면을 주도해야 합니다. 국제 정세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국익을 위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는 식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남재희(84) 전 노동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자 정치평론가로 손꼽힌다. 서울신문 주필 등 언론인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과 장관 등을 지내며 언론과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장관 재임 당시에도 노동계의 무노동 부분임금을 지지하면서 ‘비판적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웅숭 깊은 진보적 색채의 칼럼으로 우리 사회에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에서 만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형형(炯炯)한 눈빛으로 북핵 등 국제 정세와 한국 정치에 대해 막힘 없이 고견을 풀어냈다. -요즘 북·미 회담을 보면 마치 외줄타기 하는 광대를 눈 앞에 둔 듯 하다. 연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 =미국이나 북한이나 최고도의 전략 전술을 발휘하는 거다. 미국은 회담 과정에서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북핵의 제거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직후 일본 국제정치학자가 ‘북한 문제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시도는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 장착 미사일의 제거이고, 그 다음이 북핵일 것’이라고 분석하던데 맞는 이야기다.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ICBM 해결은 끝난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활용할 카드가 생긴 셈이다. ‘내 업적은 ICBM을 제거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북핵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계속 북핵 협상에 낙관적인 이유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은 유일한 밑천이다. 마지막 카드를 내놓는 건데 최고가로 흥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 하나만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수교, 원조 등 여러가지를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한국전쟁 당시 1년 간 전쟁이 벌어진 뒤 나머지 2년 간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됐다. 공산권 협상은 전쟁과 협상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이뤄진다. 공격하면서도 대화하고 대화하면서도 공격을 가하는 ‘타타담담(打打談談) 담담타타(談談打打)’가 그것이다. 나라도 마지막 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거다. -판이 아예 깨질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가 ICBM을 이용해 중간선거를 막더라도 여러 난제들이 있다. 북핵 말고도 이란·시리아 등 중동 문제도 복잡하다. 동북아 전체로 봐서도 러시아와 중국 등과 해결할 문제가 간단치 않다. 그러니 북한 문제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쾌도난마 식으로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없다. 북한도 판을 뒤엎을 처지가 못 된다. 국제 사회의 공론도 무시 못한다. 북한을 괴멸시키는 대신 북한의 생존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뀐 상태다. 그러니 결국 북미 긴장이 풀리는 방향으로 갈 거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북에게는 큰 힘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북한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쿠바의 경우 결국 카스트로 형제들이 다 물러나고 다른 이들이 집권하고 있다. 쿠바 모델이 북에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주한미군 주둔 인정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이야기한 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런 심증을 가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주한미군 주둔을 미리 인정하지는 않을 거다. 주둔의 불가피성은 이해하지만 바겐 포인트를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지 않냐. 협상할 때는 미군 철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국제정치의 큰 흐름으로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중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디스 맨’이라고 지칭했다. 우리 식으로는 ‘이 자’에 해당한다. 매우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시 재임했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칭해 ‘크레이지(Crazy)’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식으로는 ‘괴짜’ 정도에 해당한다. 노 전 대통령이 미국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불쾌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강경화 외무장관 등을 계속 특사로 보냈다. 그 덕분에 아직 미국과의 관계는 부드러운 것 같다. 다만 창피한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미국의 국익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본 라인은 건드릴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계간지 ‘황해문화’ 발간 100호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개번 맥코맥 호주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과 교수의 진단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맥코맥 교수에 따르면 2000년대 말 집권한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자주외교를 시도했다. 그때 나온 말이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이다.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제국주의 문화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이다. 방한 당시 서대문 형무소에서 무릎까지 꿇은 사람이다. 그러나 일본 민주당 정권의 단명은 미국 외교라인과의 마찰이 한 요인이 됐다는 게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다. 일본보다 외교력이나 경제력이 약한 한국은 더 말할 게 없다. 미국을 벗어난 자주 외교는 쉽지 않다. 그게 우리 앞에 놓인 운명이다. 사대에 대해서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대는 약소국의 생존 전략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조선은 사대 정책을 펴왔지만 그걸 욕하기는 어렵다. 이승만 정부 때인 1951년부터 1955년까지 외교를 이끈 변영태 외교부장관이 퇴임 뒤 사석에서 “중국 주변국 중 화교가 자리를 못 잡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 조상들의 사대외교가 능수능란하고 현명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설명하더라. 노예근성을 갖자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서도 자존심만 내세울 건 아니다. 현실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남로당 경북도당 간부였다가 전향했던 박진목씨가 과거에 언론인들과 친했다. 그는 한국전쟁 중 평양 밀사로 가서 이승엽 당시 국가검열상과 협상을 벌였던 인물이다. 박씨의 지론은 “과거 남로당이 생각을 잘못 했다. 그 막강한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물리친 미군을 상대로 남로당 몇몇이 ‘물러나라’고 투쟁했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정세를 일컬어 ‘빙하를 움직이는 일’(Moving Ice Glacier)라고 표현한다. 강대국 입장에서 빙하는 한반도다. 빙하가 움직이려면 몇 십년 몇 백년이 걸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출범 초에 혁명적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니 혁명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는데. =1960년 4·19 이후 장면 정부는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인 해법으로 일관했다. 군의 부정부패를 그대로 방치했다. 혁명적 상황에서는 최소한 반 정도는 혁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 조류에 씻겨 내려간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는 반 쯤은 혁명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기무사 해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쿠데타의 원조인 기무사를 이번 기회에 해체해 개편해야 한다. 최근 경제가 안 좋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경기 하락이라는 해외 요인이 더 크다. ‘삼성 투자 구걸’ 논란도 일종의 소아병적 반응이다. 대범하게 바라봐야 한다. -지방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탈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은 보수가 강하다. 이는 남북이 분단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북한에서의 상층 인텔리들이 월남을 하면서 남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개신교만 해도 평안도 출신의 보수적인 예수교장로회가 주역이 되고, 함경도 기반의 진보적인 기독교장로회는 소수가 됐다. 예장을 대표한 한경직 목사도 보수적인 색채가 매우 강했다. 미국의 영향력도 엄청났다. 미국이 길러낸 군, 학자, 언론 등 분야의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문화가 압도적이다 보니 보수가 강할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진보는 아예 없다시피 하다. 한국전쟁으로 일단 궤멸됐다가 조봉암 진보당 당수가 사형당하면서 더 위축됐다. 4·19 혁명 이후 잠시 머리를 들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또 다시 사라졌다. 1980년대 이후 학생운동 정도가 진보의 명맥을 이은 것이다. 정치 지형만 놓고 보면 어쩌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다가 문재인 정부로 이어온 것이다. 진보 정부라도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닌 약한 진보다. 김대중 정부는 아주 약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조금 약한 진보 정부다. 이에 반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강한 보수였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낙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치고,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막말정치를 일삼으면서 보수가 힘을 못 쓰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은 연옥을 거쳐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엄청난 자정 노력 숙청, 반성 등 재생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했지만 연옥을 안 거치니 안 되는 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점잖게 나가고 있지만 위기에 부딪혔을 때 어떤 행태를 보일 지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에 평소 협치를 강조한 게 아닌가. 청와대도 협치내각을 구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 관련 기사를 가리키며) 이 의원이 자꾸 말을 잘못 한다. 협치하자고 하면서 “수구세력이 반전을 노린다”고 이야기하면 되겠냐. 여당이 원내 과반수에 미달하면 야당을 슬슬 구슬러야 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개혁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면 되는데 이렇게 자극하면 될 일도 안 된다. 한국당과의 협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도 그런 입장을 취해야 한다. 끌어들이지 못할 망정 도발하는 건 맞지 않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로 가면 안 되는데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것이다. ‘나(이 의원)는 (예전에) 총리였고 넌(문 대통령) 민정수석이었고, 난 (운동권) 선배고 넌 후배’ 이런 식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개헌을 통한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활발하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10년 전 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전 세계 인구 대비 적정 의원수는 우리나라가 500명 정도이고, 단원제를 감안하면 350명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나온다. 의원수를 현재보다 늘리는 데 대해 국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숙제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정치 일성으로 의원수를 줄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철수는 끝났다’고 주변에 이야기했다. 의원 수를 줄이자는 건 정치를 전혀 모르는 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유럽식 선진 정치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2015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을 것이다. 나도 국회의원에 5번 출마해서 4번 이겼다. 상대방보다 약간의 표만 먹으면 권력의 전부를 먹는 거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다. 이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비례는 대표의 원리요, 다수는 결정의 원리’라는 게 정치학의 기본 아닌가.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4년 중임제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5년 단임제 역시 무리하게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1987년 개헌 과정에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유력 정치인이 서로 번갈아가며 대통령이 되기 위한 속내로 5년 단임을 지지한 측면이 강하다. 지금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이젠 10년이 아닌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내각책임제는 우리 현실에서는 절대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서로 자리다툼에 골몰해 내각이 몇 개월 만에 무너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싸움하다가 볼일 못 볼 수 있다. 제2공화국 당시에도 헌법에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분명히 구분돼 있었지만 윤보선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는 권력을 놓고 서로 암투를 일삼았다. -경제 면에서는 빈부격차 심화가 사회정의 문제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도 많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헨리 조지를 언급하며 강조한 것처럼 지대추구의 특권이 용인되는, 곧 땅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건 큰 문제다. 일본 파나소닉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땅은 공기나 물과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주고 다른 것과 대체할 수 없는 땅을 독과점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독점을 통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된다면 당연히 정부 정책으로 해결돼야 한다. 다만 노무현 정부 때 그렇게 많이 올리지도 않았지만 종부세 인상으로 벼락을 맞았다. 속도는 알게 모르게 해야 한다. ‘오리털 뽑듯이 올린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원래 오리털은 펜촉으로 쓸 용도로 뽑았다. 오리털을 뽑으면 상처는 안 나지만 오리는 매우 아파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오리털은 뽑아야 한다. -얼마 전 한 언론(프레시안)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글을 썼다. =노 의원보다는 심상정 의원과 더 가깝다. 하지만 노 의원과도 술자리를 갖는 등 잘 어울려 다녔다. 내가 인정하는 ‘구라’는 3명이다. 소설가 황석영과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그리고 노 의원이었다. 구라는 과장과 재치가 합쳐져야 가능하다. 황석영은 소설가로 1급, 유홍준은 미술평론으로 1급, 그리고 노 의원은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으로 1급이었다. 한국 정치 언어의 품격을 높인 그가 그런 선택을 해 애석하기 짝이 없다. 이두걸 논설위원 douzirl@seoul.co.kr
  • [단독]대법-헌재 전면전…‘특근 거부’ 헌법소원 결정 막으려 했나

    [단독]대법-헌재 전면전…‘특근 거부’ 헌법소원 결정 막으려 했나

    “(한정위헌으로 결정하면) 대법원과 헌재간 전면전, 무한투쟁 상태에 돌입” “재심청구, 재판소원 쇄도해 이른바 핑퐁게임이 전개되리란 것은 명약관화” “한정위헌 결정은 소위 (재판 당사자에게) 희망고문의 원인을 제공하는 셈” “사법기관이 직면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혼란 상태”   법원행정처는 어떻게 해서든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을 막고 싶었을까. 특근 거부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행정처가 헌재에 보낸 검토 의견서에는 헌법 해석상 한정위헌은 허용되지 않고, 권리구제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행정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배치되는 한정위헌 결정은 분쟁해결의 기초를 흔드는 것이며,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행정처는 이같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13장을 할애했다. 행정처가 헌재 사건에 대해 의견서를 보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행정처가 같은 취지의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재판거래 의혹으로 업무방해 헌법소원 사건이 떠오르고 있다. ◆“1주일에 4억 1000만원 손해…업무방해 인정” 9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업무방해)에 대한 법원행정처 검토 의견’에 따르면 행정처는 헌재의 역할 범위를 규정했다. 행정처는 의견서를 2015년 11월 헌재에 제출했다. 행정처는 한국 헌재는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와 다르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한정위헌을 결정하는 것에 대해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대법원과 한정된 사법 기능을 수행하는 헌재를 두고 있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법부 최고 정점의 심판체인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부정하는 취지의 한정위헌을 자제해야 한다”며 “우리 헌재는 독일과 달리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 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 간부 강모씨 등 4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행정처는 “평일 잔업과 휴일 특근을 거부하는 것은 쟁의행위에 해당되고, 조합원 투표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정당성에 흠결이 있다”며 “해고 사실이 알려진 뒤 3일만에 특근 거부를 실행하는 등 행위의 전격성을 충족하고, 1주일에 4억 1000만원의 손해를 끼치는 등 중대성도 충족한다”고 밝혔다. ◆“헌재 한정위헌 결정해도 법원이 따르지 않을 것” 행정처는 무엇보다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해도 법원에서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행정처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해도 대법이 자발적으로 따르지 않는한 양 기관은 평행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법원 재판에 대한 헌재 심사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헌재가 국민의 권리구제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한정위헌 결정을 양산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결국 법원재판→헌법소원(한정위헌)→재심신청(재심기각)→재판소원 순으로 핑퐁게임이 전개되면서 한정위헌 결정이 희망고문이 된다고도 말했다. 행정처는 계속해서 헌재의 결정을 법원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행정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헌재가 무오류임을 자처하는 것으로, 두 기관간 전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위헌 선언은 대법원과 헌재간 전면전, 무한투쟁 상태 돌입 이미지를 줘 국민 불안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제주대 교수 뇌물사건, 유죄→한정위헌→재심 기각→재판소원 행정처는 예시로 제주대 교수 뇌물 사건을 들었다. 제주대 교수 A씨는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다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뒤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헌재는 2012년 ‘심의위원을 공무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의 유추해석금지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A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A씨는 또다시 헌재에 사실상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결국 행정처는 한정위헌 결정 이후 재심이 기각되고, 헌재가 이를 취소해도 확정된 유죄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법무부가 피고인을 석방하는 등 한정위헌의 기속력을 인정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도 말했다. 이 경우 “석방된 피고인이 형사보상청구권을 행사해도 법원으로서는 무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법기관 전체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고 경고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24년 전 음주운전 처벌 사실 숨긴 군인…법원 “명예전역 선발 제외 정당”

    24년 전 음주운전 처벌 사실 숨긴 군인…법원 “명예전역 선발 제외 정당”

    24년 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던 사실을 숨긴 군인이 명예전역 대상자로 선발되지 못하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예비역 중령 박모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명예전역 비선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98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 군 복무 중이던 박씨는 1993년 2월 음주운전에 적발돼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박씨는 이 같은 사실을 소속 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해 3월 희망전역을 앞두고 명예전역을 신청했는데 ‘예산 부족’을 사유로 선발되지 않았고, 여기에 반발해 4월 중앙군인사소청심사위원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국방부는 소청심사에서 “군인 신분을 숨기고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군인으로서 명예롭지 못한 행동에 해당한다”며 명예전역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전반기 국방부의 군인 명예전역 시행계획에서 선발 제외 검토 대상에 ‘불성실 근무자’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소속 부대(장)에게 적발사실 보고 의무를 위반한 자’라는 규정이 명시됐다. 박씨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해 “무려 24년 전 일을 명예전역 선발심사의 기준으로 문제 삼아 당연히 부여받아야 할 이익을 박탈하는 것으로 헌법 13조가 규정하는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서에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만 있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예전역 대상자로 선정돼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군인으로서의 신분에 내재돼 당연히 보장되는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실질적인 이유로 삼은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소급효 금지 원칙에 위반된 것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엄격한 기강이 요구되는 군 조직의 특성상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방부가 모든 군인에 대해 음주운전을 엄격히 금지해왔고, 일사분란한 상명하복식 명령 하달 및 준수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군에서 민간법원 형사처벌 사실을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결코 가벼운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맹탕’에 베껴 쓰기까지, 부실 판결문 이대론 안 돼

    서울신문의 기획보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고인이 왜 유죄인지 이유가 빠진 ‘깜깜이’ 판결문은 물론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베낀 ‘복사기’ 판결문이 수두룩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국민이 이기적이라 대법관 판결을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부실한 판결문과 재판거래의 우려 때문에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이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판결에서 유무죄나 책임의 소재, 양형 등 결론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가 하는 배경 설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판결 이유가 명쾌해야 1심 판결에 승복할 텐데 판결문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송 당사자나 변호인은 판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 판사의 생각을 헤아려 가며 항소이유서를 쓴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항소이유서가 부실한 탓에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에게 결코 유리할 수가 없다. 이런 부실하고 엉망인 판결문조차 받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헌법 제109조나 형사소송법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누구나 열람·복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예규가 까다로워 판결문 공개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니 이 또한 놀랍다. 미국 416건과 일본 353건과 달리 한국 판사는 1인당 연간 6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업무가 과도하더라도 유무죄와 양형에 목을 매는 소송 당사자의 절박함을 생각한다면 부실한 판결문과 비공개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판결문에 판결 이유 등을 담도록 요건을 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재판 건수로 평가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의 폐지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법개혁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성의 있게 쓴 판결문의 투명한 공개도 사법개혁의 일부다.
  • [씨줄날줄] “하나님도 예수에게 세습?”/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하나님도 예수에게 세습?”/이두걸 논설위원

    교회 목사 세습이 세간의 관심을 끈 건 1997년 충현교회 부자 세습이 첫 사례다. 이후 광림, 소망, 금란 등 대형 교회에서도 부자 세습이 이어졌다. 이에 개신교 교단들은 세습방지법을 ‘교단 헌법’에 명기했다. 하지만 부자 세습은 헌법을 회피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교회를 쪼개 주었다가 다시 합병하는 건 물론 2~3명의 목사가 서로 아들 목사를 청빙하는 ‘쌍방·삼각 교차’, 아버지에서 곧바로 손자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나타났다.등록교인 10만명, 한 해 재정 규모만 1000억원대인 세계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회에서도 ‘부자 세습’ 논란이 벌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재판국은 7일 열린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 재판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정년퇴임한 명성교회 창립자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이다. 명성교회는 김삼환 목사 퇴임 이후에도 후임 담임 목사를 뽑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 3월 김하나 목사를 청빙하기로 결의하고, 10월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가 이를 통과시키면서 김하나 목사는 11월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이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노회 결의가 무효라며 총회 재판국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7일 재판국은 명성교회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예장 통합 헌법 2편 28조 6항은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회 측은 “해당 조항이 ‘은퇴하는’이라고 돼 있어 김삼환 목사 은퇴 2년 뒤 김하나 목사가 부임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변칙 세습을 합리화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명성교회는 교회로 불릴 자격조차 없고, 양심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역겨움과 수치심을 안겨 주고 있다”는 이수영 전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의 비판은 전혀 과하지 않다. “왜 남의 교회 일에 왈가왈부하냐. 하나님도 예수에게 교회를 물려줬다”고 한 주장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회를 ‘성도들의 공동체이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명시한 성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反)그리스도교적 발언인 탓이다. 예장 통합 교단을 이끌었던 고 한경직(※사진※) 목사는 평생 청빈과 겸손의 자세를 지켜 존경을 받았다. 한국 장로교의 대표 교회인 영락교회를 세우고 평생 시무했지만, 후임은 부담임 목사에게 승계했다. 그의 외아들인 한혜원 목사는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했다. 평생 낮은 곳에만 임했던 예수의 ‘비움의 신학’의 재현이 없다면 누가 교회 안에서 안식과 희망을 찾을 것인가.
  • 인권위 “대체복무 기간 ‘현역의 1.5배’가 적당”

    30일 대법 공개변론 전 의견서 전달 “양심적 병역거부 정당… 처벌 말아야” 환자수송·소방업무 등 합숙 형태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는 법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복무 제도로는 현역 복무 기간의 약 1.5배 정도의 ‘합숙 형태’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양심적 예비군훈련 거부자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지 않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 예비군법 제15조 제9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지난달 31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이달 30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처벌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을 앞두고 병역법과 예비군법 해당 조항의 ‘정당한 사유’가 양심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거부를 포함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낼 것을 인권위에 요청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3인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거나 기존 판례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이뤄진다. 인권위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과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면서 “현재 20대 국회에는 대체복무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세 건 발의되는 등 처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10월 최초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 선고된 후 1심 무죄 판결 선고가 급증했고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2건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왔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국제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기피자 형사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같은 법 제5조 제1항은 대체복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병역법을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대체복무와 관련해 인권위는 “환자 수송, 소방 업무 등 희생 정신을 요구하는 영역에서 현역 복무 기간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합숙 형태로 복무하는 제도를 도입한 뒤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현재 대체복무 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청와대, 디스패치 폐간 요구에 “언론의 자유…정부 개입 부적절”

    청와대, 디스패치 폐간 요구에 “언론의 자유…정부 개입 부적절”

    청와대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연예매체 ‘디스패치’ 폐간 요구에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답한 뒤 “언론보도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청원을 통해 언론도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봤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26일 ‘디스패치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몰래 촬영해 기사화한다며 폐간을 포함한 강력제재를 취해달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넘는 시민들이 동참해 청와대의 답변 대상이 됐다. 청원자는 “연예인도 사람이다. 디스패치는 연예인들의 뒤를 몰래 쫓아다니고, 도촬하고, 루머를 생성하며 사생활을 침해한다”면서 폐간을 요청했다.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자유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권리로서 헌법 제21조는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개별 언론사가 어떤 기사를 쓰고 보도할 것인지는 언론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정 센터장은 언론중재법을 통한 피해 구제방안을 제시한 뒤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를 벗어난 경우 사생활 침해에 해당될 수 있다는 판결 내용을 소개했다. 디스패치는 2013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부인 한지희 교수의 상견례 모습을 찍어 보도했고, 이후 사생활침해금지 소송에서 패소해 기사를 삭제하고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평균 24.5세 공시족 입문…12시간 공부해도 불안한 청춘들

    평균 24.5세 공시족 입문…12시간 공부해도 불안한 청춘들

    체감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면서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공정한 시험 규칙에 따라 누구나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고 정년도 보장돼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두 명을 뽑는 전형에 수백 명이 몰리기도 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합격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공시생(공무원 준비생)이라는 신분을 갖게 되면 그간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중도 포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 시험 준비로 젊음을 바친 ‘공시 낭인’도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신문은 최근 발표된 ‘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김향덕·이대중) 보고서를 통해 공무원이 되고자 분투하는 공시생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합격 예상기간은 평균 24.3개월 연구진은 2016년 3월 기준 만 19~34세 청년 가운데 2개월 이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413명을 심층 조사했다. 이 결과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가장 큰 이유로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직업 안정성(54.5%)을 꼽았다. 이어 안정된 보수(21.3%)와 청년실업·구직난(14.3%),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7.0%), 국가에 대한 봉사(2.9%) 등이 뒤를 이었다. 처음 공무원 시험을 결심한 시기는 평균 24.5세였다. 대학교 3~4학년이 34.1%로 가장 많았고, 대학 졸업 뒤는 23.5%로 나타났다. 5명 가운데 1명(20.6%)은 직장(사회) 생활을 하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대학교 1~2학년부터 준비하는 공시생도 15.3%나 됐다. 대학 전공으로는 인문사회계열이 49.4%로 절반을 차지했고 공학계열(23.3%), 자연계열(15.9%), 교육계열(4.5%), 예체능(2.0%) 순이었다. 하루 평균 공부 시간은 8.7시간이었다. 10~12시간이 35.8%로 가장 많았고, 6시간 이하 28.8%, 7~9시간 23.5%, 13시간 이상도 11.9%였다. 이들이 예상하는 합격 평균 소요 시간은 24.3개월로, 수험 생활을 시작해 최소 2년 이상은 공부해야 합격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랜 시간 공부하면서도 10명 가운데 9명(88.9%)은 불합격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거나’,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공시생 수 32만~50만명으로 추정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공시생이 수험생활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렵다. 공시생은 대학 재학, 학원 수강 등을 이유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공무원 시험 지원서를 접수하면 구직 활동은 하지만 직업이 없는 ‘실업자’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1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면 ‘취업자’가 된다. 이 때문에 통계적으로 정확히 짚어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5년간 5·7·9급 국가직 선발 인원과 ‘출원 인원’(응시원서를 접수한 인원)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국가직 공채 공시생 규모는 ‘30만 832명’이었다. 특채 공시생 규모(8만 1800명)를 더하면 모두 40만여명이 된다. 또 응시 인원을 기준으로 경찰(남성 3만 9140명, 여성 1만 4161명)과 교원(초등 7807명, 중등 5만 9065명)까지 합치면 공시생의 수는 ‘50만 2805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입법부와 사법부 공무원, 군무원 등 준비생이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직 지원자의 95% 정도가 지방직 시험에도 지원하고 있어 지방직 공시생(22만 501명)도 뺐다.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도 있다. 국가직과 특수직(교사, 지방직, 군경), 기타 헌법기관 채용시험 출원 인원을 전부 모아 추산한 공시생 규모는 ‘49만 3846명’이다. 이는 국가직(30만 1125명)과 교원(6만 6872명), 지방직(35만 9550명), 군·경 등(16만 677명), 법원·국회(9급)·선관위(1만 3533명)를 더한 90만 1757명에서 중복 지원을 감안해 국가직 7급과 지방직·서울 9급 인원(40만 3846명)을 제외한 수치다. 앞서 최근 5년간 평균 출원 인원으로 산정한 ‘50만 2805명’과 비슷하다. 반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가운데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라 추정한 공시생 규모는 ‘32만 2000명’이다. 2013~2017년 5년간 평균 교원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이 3만 5000명, 일반직 공무원 22만 4000명, 고시·전문직은 6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조사 대상이 만 15~34세로 한정되다 보니 34세 이상 공시생은 대상에서 빠졌고, 비경제활동인구만 추산하다 보니 일과 수험생활을 병행하는 공시생도 제외됐다. ●20대 100명 중 7명은 공무원 시험 준비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20~29세 청년 인구는 644만 500여명이다. 32만 2000~50만명으로 추정되는 공시생 수를 평균 44만명으로 잡으면 20대 청년 가운데 6.8%가 공시생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직장을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도 상당수다. 하지만 준비생은 많지만 합격 인원은 적다 보니 대부분은 몇 년간의 공시생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른 길을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엇보다도 경제가 어렵다 보니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을 꺼리고 안정적 일자리만을 바라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대적인 사회 혁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많은 인재가 공직 사회를 꿈꾸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근본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곳이 (민간이 아닌) 정부로 여겨지고 있다 보니 많은 청년이 민간 진출 대신 공무원 준비에 몰두하게 된다”고 봤다. 공무원 시험 준비 때문에 다른 진로를 찾지 못하고 사회에서 도태돼 어려움을 겪는 ‘공시 낭인’ 문제도 심각하다. 공무원 시험을 두고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내 합격하지 못하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간 들인 시간과 노력, 주변의 기대 등이 맞물려 쉽사리 그만두지 못한다. 게다가 일반 기업에서 나이와 경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생각 때문에 젊은 시절을 수험생활로 허비한 공시생은 일반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인호 인사혁신처 인재채용국장은 “막상 공무원 일을 하게 되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고 공직사회가 가진 특성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직업 선택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내가 정말 공직 사회와 잘 맞는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내년 2월부터 미세먼지 심하면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한다

    내년 2월부터 미세먼지 심하면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한다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도 시행 정부 5년마다 ‘미세먼지 종합계획’ 국무총리 소속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내년 2월부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비상저감조치로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차량 2부제 등이 실시된다. 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범위를 넓혀 ‘구제계정운용위원회’ 심의를 받은 사람도 피해자로 인정한다. 환경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법안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그간 수도권에서만 발령했던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앞으로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비상저감조치 발령이 가능하다. 발령 조건은 당일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고, 다음날도 ‘나쁨’ 이상으로 예보될 때다. 환경부가 당일 오후 5시에 제출하는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이다. 전국 시·도지사는 조례로 대기오염의 주범인 노후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거나 차량 2부제를 시행할 수 있다. 석탄 발전소처럼 대기오염 물질 배출 시설의 운영 시간도 조정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러한 비상저감조치로 영업용 차량의 운행을 막는 게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노후 경유차는 미세먼지를 비롯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고 여기서 비롯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공 복리에 따른 자유 제한’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혼란스럽게 쓰였던 미세먼지(PM10, PM2.5)의 명칭도 확정했다. ‘부유먼지’, ‘호흡성 먼지’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지만 이미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가 널리 쓰이고 있어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입자 지름이 2.5㎛ 초과~10㎛ 이하 먼지는 미세먼지, 2.5㎛ 이하면 초미세먼지다. 정부는 5년마다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는 이에 맞춰 시행 계획을 만든다. 추진 실적도 반드시 환경부에 보고해야 한다. 종합계획을 심의하는 기관인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미세먼지 개선기획단’을 국무총리 소속으로 둔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한 지역 가운데 어린이나 노인이 이용하는 시설이 많은 곳은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범위가 확대되고 피해 구제 지원도 강환된다. 기존엔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구제계정운용위원회’가 심의해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피해자로 인정받는다. 또 피해 구제 신청자 중에서 가습기 살균제 노출이 확인됐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도 앞으로는 관련 단체를 꾸려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건강 피해 인정을 위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다. 피해 발생일로부터 20년으로 규정된 가습기 살균제 건강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시효도 30년으로 연장했다. 세종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세월호·가습기 참사 다시 없도록”…법무부, 3차 인권계획 마련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재난·사고로부터 안전 보장 받아야 한다는 ‘안전권’이 정부가 보장해야 할 인권 사안에 포함된다. 또 기업의 역활이 확대된 상황을 고려해 기업 활동에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법무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국가인권계획은 앞으로 5년간 정부의 인권보호와 제도적 실천의 청사진으로 이번 3차 계획은 2018∼2022년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 3차 계획은 ▲인권존중 ▲평등과 차별금지 ▲민주적 참여 등을 기본 원칙으로 작성됐다. 3차 계획에는 ▲모든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는 사회 ▲평등한 사회 ▲기본적 자유를 누리는 사회 ▲정의 실현에 참여하는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사회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공정한 사회 ▲인권의식과 인권문화를 높여가는 사회 ▲인권친화적 기업 활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 등 8가지 목표, 272개 정책과제를 담았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정부가 보장해야 할 인권으로 ‘안전권’이 신설됐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의 바탕이 되는 인권이 안전권”이라며 “국민이 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천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제도도 모든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한다는 정책 목표를 바탕으로 논의를 본격화 한다. 이와 함께 기업 활동 역시 인권 친화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공공조달 업체 선정 과정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친화적 리콜제도 운용, 양성평등 제도 운영 여부 등을 반영하게 하는 방안도 준비한다. 황 국장은 “최근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고 기업과 인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근의 국제적 흐름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는 또 차별금지 법제를 정비하고 성별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이미 제도화 논의가 시작된 대체복무제도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검토된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법원 판결 잇단 합헌...헌재, 이번엔 다를까

    법 조항이 아닌 법원의 판결에 대해 위헌 여부를 따지는 ‘재판소원’을 줄곧 각하해 온 헌법재판소가 형사 성공보수 판결과 재판소원 금지에 대해 이달 이례적으로 다른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9월 헌법 재판관 교체 전 마지막 5기 재판부 선고를 앞두고 ‘한정위헌’을 꺼리던 기조와 다른 결정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6일 헌법재판소 등에 따르면 헌재는 형사 성공보수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형사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판결했고, 대한변협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1항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함께 냈다. 헌재는 지난달 이 사건에 대해 선고 기일을 잡았다가 돌연 연기했다.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재판소원은 각하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례적으로 선고를 연기한 만큼 한정위헌 등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한정위헌을 선고할 경우 앞으로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문을 완성하지 못해 선고를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소원을 금지하고 있고, 법원도 재판이 4심제로 운영될 수 있다며 재판소원을 적극 반대해 왔다. 최근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 조사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에서 행정처는 “대법원 판결의 효력을 부정하는 한정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를 대비해 분쟁 해결 시스템 붕괴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에 거론된 6개의 헌법재판소 사건은 재판취소 등 사실상 재판소원을 청구한 사건인데, 행정처는 한정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정위헌은 해당 규정의 효력은 인정하되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형사 성공보수뿐만 아니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경우 화해를 한 것으로 간주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것, 국가 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판결에 대해서도 한정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재판취소 청구 사건도 있다. 재판취소는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법원이 재심을 기각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제주대 공무원이 뇌물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 기각 결정을 한 사건과 조세감면규제법의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 기각을 결정한 사건이 대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농단 문건에 한정위헌과 재판소원이 거론된 만큼 헌재에서 선 긋기를 위해서라도 기존과 다른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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