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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고인 양승태, 법정서 ‘47가지 범죄 사실’ 다툰다

    피고인 양승태, 법정서 ‘47가지 범죄 사실’ 다툰다

    “판사한테 칼이 있다면 머리 위 천장에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있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있을 뿐이다. 만일 그 가닥에 조그만 상처라도 생기면 칼은 언제든 법관 머리 위로 떨어진다.” 2011년 2월 25일 ‘다모클레스의 칼’을 인용하며 대법관에서 퇴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8년 후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 기소된 전직 대법원장이 됐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강조한 장본인이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린 인물로 남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총 7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총 47개에 달하는 범죄 사실 중 대부분은 재판 개입이다. 강제징용 손해배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국정원 대선 개입, 매립지 귀속 분쟁,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과 잔여재산 보전처분 등이 대상이다.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으로 파견 법관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비정규직 노조 업무방해 사건 등에도 개입하려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두 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더해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달 중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에 대한 기소도 마무리한 뒤 재판을 청탁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2019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 전주서 개최

    ‘2019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가 12~13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과학기술연구회, 52개 학회 등 80개 관련 기관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김부겸 행안부 장관, 송재호 균형발전위원장, 국내외 석학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 국가비전회의 프로그램은 32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된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포용국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식인 사회의 치열한 토론과 담론을 형성할 계획이다. 첫날인 12일은 개막식, 개막세션, 학회세션 등 15개 세션과 특별세션 1개(전북연구원 주관 산업위기 대응과 지역산업 체질개선 전략)가 열린다. 둘쨋날인 13일에는 15개 세션, 특별세션(전주시 주관 지역균형발전과 특례시), 종합세션 순으로 진행된다. 세션 주제는 ?국토균형발전과 포용도시 ?지역혁신적 포용국가로의 전환과 과제 ?지역개발과 지역균형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과제 ?미래 예견적 국정관리의 방향과 대안 등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최초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전직 대법원장 최초

    지난해 6월부터 사법농단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수사를 시작한 후 8개월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에서 첫 대법원장 피의자에 이어 첫 대법원장 피고인으로 남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공무상 비밀누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기소했다. 대부분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혀 있던 혐의다. 세부 범죄사실은 47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24일 구속 수감된 양 전 대법원장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되고, 사안 중대하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 주요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도 서기호 국회의원의 재임용 소송, 헌법재판소의 비정규직노조 업무방해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등도 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조치를 단행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날 앞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판사 블랙리스트 혐의에 대해서는 앞서 두차례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짓고 재판거래를 청탁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 여부한 지 법리검토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법원 “저속하지만…여성 신체형상 본뜬 성인용품 수입 허가해야”

    법원 “저속하지만…여성 신체형상 본뜬 성인용품 수입 허가해야”

    여성의 신체 형상을 모방한 자위기구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김우진)는 수입업체 A사가 인천세관장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 형태를 띤 실리콘 재질의 성인용품 수입 신고를 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했다”며 세관 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법률은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돼 발생할 문제점에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판례와 유럽연합(EU)이나 영미권,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권에서 ‘사람의 형상과 흡사한 성기구’의 수입·생산·판매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며 성기구를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입지 좁아지는 국보법

    입지 좁아지는 국보법

    현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급감하는 가운데 구속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되는 이례적인 사례까지 나타났다. 개정 및 위헌 논란이 이어지는 국보법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조의연)는 지난 1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호씨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북한이 개발한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속이고, 수억원의 개발비와 군사기밀을 북한에 건넨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국보법상 자진지원·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재판 시작 직후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혐의가 중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과거 10년간 관련 혐의로 석방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다섯 차례나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선 국보법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 신청이 허가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특히 간첩죄로 분류되는 자진지원·금품수수 사건에서 석방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 측 변호인도 “석방을 기대했지만, 전례가 거의 없어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석방 결정이 문재인 정부 이후 국보법 사건 급감 기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입건수와 기소율 모두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보법 사건 피의자는 2012년 112명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29명으로 늘어났다가 이후 2014년 57명, 2015년 79명, 2016년 43명, 2017년 42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엔 불과 20명만 입건됐다. 기소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2015년 63.3%, 2016년 62.8%에 달하던 국보법 위반 사건 기소율은 2017년 33%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30%를 기록했다. 위헌 심판을 앞둔 국보법 조항도 있다. 앞서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은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다. 해당 조항은 최근 보수단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한 백두칭송위원회를 고발하며 적용한 혐의이기도 하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입지 좁아지는 국보법

    현 정부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급감하는 가운데 구속 피고인이 보석으로 석방되는 이례적인 사례까지 나타났다. 개정 및 위헌 논란이 이어지는 국보법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모양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 조의연)는 지난 1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호씨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씨는 북한이 개발한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속이고, 수억원의 개발비와 군사기밀을 북한에 건넨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국보법상 자진지원·금품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는 재판 시작 직후 보석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혐의가 중하고 도주 우려가 있으며, 과거 10년간 관련 혐의로 석방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며 다섯 차례나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에선 국보법 사건으로 구속된 피고인의 보석 신청이 허가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특히 간첩죄로 분류되는 자진지원·금품수수 사건에서 석방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 측 변호인도 “석방을 기대했지만, 전례가 거의 없어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석방 결정이 문재인 정부 이후 국보법 사건 급감 기류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보법 위반 사범에 대한 입건수와 기소율 모두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보법 사건 피의자는 2012년 112명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29명으로 늘어났다가 이후 2014년 57명, 2015년 79명, 2016년 43명, 2017년 42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엔 불과 20명만 입건됐다. 기소율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2015년 63.3%, 2016년 62.8%에 달하던 국보법 위반 사건 기소율은 2017년 33%로 급감했고 지난해엔 30%를 기록했다. 위헌 심판을 앞둔 국보법 조항도 있다. 앞서 수원지법과 대전지법은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상태다. 해당 조항은 최근 보수단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찬양한 백두칭송위원회를 고발하며 적용한 혐의이기도 하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5·18 모독 망언’ 쏟아낸 한국당 의원들…여야 3당 “제명 추진”

    공청회서 ‘광주 폭동’ ‘전두환 영웅’ 발언 극우 지만원 주장 수용 사법질서 부정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비판 거세지난 8일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는 종북 좌파가 만든 괴물집단’, ‘광주 폭동’, ‘전두환은 영웅’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망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들 의원 3명에 대해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고,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도 비판에 나섰다. 특히 이들 의원 3명은 일개 논객이 아니라 제1 야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보수정당의 제1 덕목은 법질서 존중이라는 점에서 이들 의원은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사법기관으로부터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5·18을 부정하고 5·18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가 하면 5·18에 북한군 개입 주장을 펴다가 배상 판결을 받은 극우 논객 지만원씨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부정하는 처사라는 얘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범죄적 망언을 한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해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제명)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한국당이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야 3당과 함께 이들 의원에 대한 국민적 퇴출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민주화운동특별법을 제정한 데다 1996년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며 “법원이 이 정당성을 인정했는데 한국당은 역사 위에, 국민 위에, 법 위에 존재하는 괴물집단인가”라고 비판했다. 평화당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회 윤리위 제소와 법적 조치 방침을 결정했다. 정동영 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라 5·18 관련 대법원 판결을 잘 알 텐데 이런 발언을 방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갈 데까지 간, 오만방자한 당은 배설에 가까운 망언을 그만 멈춰야 할 것이며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상처받은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3명 의원의 제명을 추진할 것이며 한국당의 사과와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며 “형사·민사상 고소·고발을 진행해 사법적으로도 단죄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나 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명 아닌 해명도 비판을 키웠다. 나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양한 해석’이 결국은 이들 의원 3명의 주장을 두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해명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나 원내대표는 이날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 일부 의원의 발언이 희생자에게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 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진화에 나섰다. 김 비대위원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부분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곤란하다”며 “5·18은 광주 시민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아픔”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한국당 의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심지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진태 의원은 “남의 당 의원을 출당하니 제명하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고 그분들이 저를 더 띄워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조롱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아베 헌법 개정 재천명

    아베 헌법 개정 재천명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시 헌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10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오는 4월 지방선거 및 여름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 승리와 헌법 개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올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에 대한 결의를 강조하고, 헌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평화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드디어 창당 이래 소원이었던 헌법개정에 임할 때가 됐다. 자위대는 이제 가장 신뢰받는 조직이 됐다. 헌법에 이를 단단히 명기해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4월 지방선거에 대해 “지방의회의 힘이야말로 자민당의 힘의 원천이다. 힘을 합쳐 이기자”고 말했다. 또 “12년 전(2007년)에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었다. 당시 총재였던 나는 그 때의 책임을 잊은 적이 없다. 정치는 안정을 잃었으며, 악몽같은 민주당 정권이 탄생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후생 노동성의 통계 부정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검사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김영록 전남지사, “5·18 망언, 국민 앞에 사죄해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10일 “극우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이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자행한 5·18 민주화운동 폄하 발언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200만 전남 도민과 함께 강력히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을 방문 중인 김 지사는 이날 ‘5·18 공청회 망언’ 규탄 성명서를 통해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 평가를 통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그 숭고함과 역사적 의의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인정하는 민중항쟁”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지만원을 비롯한 극우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5·18의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냈다”면서 “이는 거룩한 피와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아직 아픔이 아물지 않은 5·18 영령들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시대착오적 만행이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어 “신군부에서 자행된 역사적 과오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구시대적 이념분쟁으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날조한 지만원과 일부 국회의원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공청회를 방치한 자유한국당에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공당으로서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구시대의 낡은 정치행태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워 밝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요 국민의 염원”이라면서 “더 이상의 소모적 정치논쟁을 청산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규명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 정치권과 국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나경원 “5·18 희생자에 아픔 줬다면 유감 표시”

    나경원 “5·18 희생자에 아픔 줬다면 유감 표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폭동”으로 매도하고 5·18 유공자를 “종북좌파가 만든 괴물집단”이라고 모욕해 파문이 커지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며 “일부 의원 발언이 5·18 희생자에게 아픔을 줬다면 그부분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5·18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선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우리가 거꾸로 가는 건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군 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일 김진태·이종명 한국당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 특수부대가 개입했다고 주장해온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초청해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다. 육군 대령 출신으로 한국당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은 공청회에서 “80년 광주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며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주장했다.앞서 이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범위에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 조작 사건’을 추가할 것을 주장했고, 한국당 몫 조사위원으로 지 씨를 추천한 당사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조금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 씨 역시 연사로 나서 북한군 개입설을 거듭 제기한 데 이어 “5·18은 북괴가 찍어서 힌츠페터를 불러 독일 기자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급기야 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정에서 발포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이들 의원에 대한 징계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3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한 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나란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상 의원직 제명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특히, 한국당 지도부가 이들 문제 의원에 응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야 3당과 손잡고 “국민적 퇴출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양승태, 내일 구속기소…檢,재판청탁 전·현직 의원 기소 저울질

    양승태, 내일 구속기소…檢,재판청탁 전·현직 의원 기소 저울질

    사법부 수장 첫기소 ‘불명예’…사법농단 수사 마무리강제징용 재판거래·‘판사 블랙리스트’ 등 40여개 혐의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함께 기소할 듯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이르면 11일 재판에 넘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현직을 통틀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를 받아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첫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되면서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게 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11일쯤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다. 그의 구속기한 만료는 12일이다. 검찰은 지난달 11일과 14일, 15일 3차례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같은달 24일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구속 이후에는 지난달 25일과 28일, 이달 6일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40여개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옛 사법행정 책임자들을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기기로 하고 세 사람의 공소장 작성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은 지난달 260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담긴 40여개 혐의를 중심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주요 혐의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등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불법수집 △법관사찰 및 판사 블랙리스트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이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고 전 대법관은 재임 기간 이들 범죄를 공모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된다.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가담한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들이 재판에 넘겨지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에 걸쳐 진행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일단락된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의혹에 연루된 고법 부장판사들과 일부 법원행정처 심의관도 이달 안으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며 사법농단 의혹의 법적 책임을 수뇌부에 집중적으로 묻기로 한 만큼 추후 기소될 전·현직 법관의 규모는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징용소송 재판거래 의혹의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임 전 차장에게 자신이나 지인의 재판을 청탁한 전·현직 국회의원들도 법리검토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5·18 모독’ 공청회 진화 나선 김병준·나경원 “당 공식 입장 아냐”

    ‘5·18 모독’ 공청회 진화 나선 김병준·나경원 “당 공식 입장 아냐”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 공청회를 열고 극우 논객 지만원씨까지 불러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매도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문제의 발언들이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 의원 주최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는 이종명 의원을 포함해 같은 당의 김성찬·이완영·백승주·김순례 의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시간이 흘러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됐다”면서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변질된 게 아니라 정치적·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 운동이 됐다”고 했다. 김순례 의원은 “저희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지만원씨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했다. 당시 5·18 유족회 회원들은 행사장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쳤고 ‘광주를 모욕하지 말라’, ‘진실은 거짓은 이긴다’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펼치며 공청회 개최에 강력 항의했다. 그러자 보수 단체 회원들이 “빨갱이들은 입 다물라”고 소리쳤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은 유족회 회원의 멱살을 잡거나 밀어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보조의자를 들며 위협 행위를 하거나 뒷덜미를 잡아끄는 이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민주당의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야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나서, 민주주의 수호자들을 모욕하고 짓밟은, 역사에 기록될 가장 악랄한 행태의 ‘헌법 파괴’ 행위”라면서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위헌적 만행을 저지른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에 즉각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김정화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궤변, 선동, 왜곡이 일상화다”라면서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왜곡한 사람에게 국회를 내준 속내가 궁금하다. 주최자나 발표자 모두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화당의 홍성문 대변인은 논평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5·18 광주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영웅시하고 그 후예임을 스스로 인정한 행사를 치렀다”면서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이들 두 의원과 상식 이하의 동조 발언을 한 김순례 의원과 입장을 같이 하는지 명확한 답을 내놔야 한다. 만약 이에 대한 답이 없이 침묵한다면 국민은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지만원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의 정호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군사독재정권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의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나 보다”면서 “이쯤 되면 지만원씨는 자유한국당의 비선실세”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의당은 다음 주 초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개별 의원들이 국회에서 어떤 세미나를 여는지 통상 당 지도부가 일일이 알지 못한다”면서 “어제 우연히 국회의원회관에 갔다가 싸움이 났길래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은 5·18 민주화 운동 진상조사위원 임명 절차(지만원씨를 배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어제 공청회에서 나온 얘기에 당이 흔들린다든가 동의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당 내 다양한 모습의 하나로 봐달라”는 말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공청회에서 나온 얘기 가운데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한 것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지씨의 참석을 비롯해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태국 국왕의 누나, 왕족 사상 첫 총리직에 출사표

    태국 국왕의 누나, 왕족 사상 첫 총리직에 출사표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의 누나인 우본랏타나 라자칸야(67) 공주가 8일 총리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인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인 타이락사차트당 프리차 폴퐁파닛 대표는 오는 3월 24일 실시되는 태국 총선에서 작고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맏딸인 우본랏타나 공주를 총리 후보로 이날 공식 지명했다. 타이락사차트당 관계자는 오전 태국 선관위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쁘라윳 짠 오차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친(親)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의 총리 후보 지명을 수락한다고 발표했다. 태국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왕실의 공주가 2014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의 총리 후보로 나서는 바람에 군부정권 수장인 쁘라윳 총리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먹구름이 몰려올 전망이다. AFP는 우본랏타나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로 재집권을 노리는 쁘라윳 짠 오차 총리의 구상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군부 정권과 탁신계 정당 간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이 예상되던 태국 총선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태국 영문 일간지 방콕포스트도 우본랏타나 공주의 총리 후보 출마로 3·24 총선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고 전했다. 태국은 1932년 절대 왕정을 종식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했지만 태국 국왕과 왕실의 권위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태국 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은 총리 취임이 가능하다. 각 정당은 최대 3명까지 총리 후보를 내세운 후 경선을 실시할 수 있다. 우본랏타나 공주의 총리직 도전은 현실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아 온 왕실의 오랜 전통을 깬 것인 만큼 주목된다며 왕실 고위 인사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P 등이 전했다. 태국 나레수안 대학 아세안연구소의 폴 체임버스 교수는 “태국에서 이는 전례없는 일이다. 어떤 당도 공주에 맞서 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도 공주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2016년 서거 이후에도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는 고(故)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맏딸이자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유학 중 만난 미국인 피터 젠슨과 1972년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한 그는 MIT에서 이학사를 취득한 뒤 캘리포니아대에서 공중보건 석사학위를 받았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결혼 후 26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1998년 젠슨과 이혼한 뒤 태국으로 돌아와 왕실로부터 공주 칭호를 받았다. 슬하에 세 명의 자식을 뒀지만, 아들 한 명은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21살의 나이로 숨지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비영리재단 네 곳을 이끌고 있는 그는 TV프로그램의 호스트 역할을 맡거나, 마약 방지 캠페인, 자폐증 환자들과 빈민들에 대한 지원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왕실의 다른 형제자매들과는 달리 태국 영화 제작과 관련한 활동을 활발하게 해 언론에 여러번 등장해 왔다. 태국 영화산업 대사 자격으로 칸영화제 등에도 자주 참석했다. 열렬한 소셜미디어 사용자인 공주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도 많다. 노래를 좋아해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노래 부르고 춤추는 동영상을 직접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우본랏타나 공주가 탁신계 정당 후보로 총리에 도전하면서 탁신 전 총리와의 관계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뒤 해외를 떠도는 탁신 전 총리와 그의 여동생으로 역시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해 해외 도피 중인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함께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웃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또 군부 집권 기간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탁신·잉락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한 공감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촛불정부, 읍참마속 두려워해선 안 된다/이두걸 논설위원

    [서울광장] 촛불정부, 읍참마속 두려워해선 안 된다/이두걸 논설위원

    설 연휴 이후에도 김경수 경남도지사 1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김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사법개혁을 제대로 안 해서 사법농단에 관여된 판사들이 법대에 앉아 있다는 (설) 민심이 많다”(윤호중 사무총장) 등 재판 불복을 시사하는 말들이 난무한다. 야당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식으로 대선 불복성 발언을 외친다. 사법부에 대한 여당의 분노는 ‘말’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검찰을 상대로 이달 안에 완료될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기소의 폭과 강도의 수위를 높일 것을 ‘음양’으로 ‘주문’할 게 명약관화하다. 국회 차원의 법관 탄핵 절차도 기다리고 있다. 마침 검찰은 11일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핵심 주동자에 대해 1차 기소를 한 뒤, 이달 안에 나머지 연루자에 대해서도 기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 지사의 1심 판결에 대해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 지사의 유죄 혐의가 향후 재판에서 뒤집어지지 않을 정도로 명확한 것으로 재판부가 본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을 처음으로 법정 구속시켰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유죄 선고와 더불어 법정 구속하는 경우는 증거를 조작하거나 증인을 회유하는 등 이른바 ‘파렴치범’들에게나 해당됐기 때문이다. 실형 선고 때 법정 구속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는 원칙이 향후 사법농단 재판에서도 유효할지 여부는 법원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판사들은 최근 인권을 명분으로 밤샘 수사 금지와 더불어 불구속 수사 원칙과 불구속 재판을 권유하지 않았던가. 유죄 선고 역시 몇몇 대목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김 지사의 유죄 성립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은 전적으로 사실이고, 김 지사의 진술은 전적으로 거짓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재판부가 선고에서 “드루킹 일당의 일부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대목과 부합하지 않는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드루킹의 경제민주화 보고서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연설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통해 순위 1~20위 재벌 오너 일가를 교체한다’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2012년 18대 대선 전부터 정립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여론 조작’ 여부다. 김 지사 측은 ‘킹크랩 개발을 지시하지 않았고, 선플(좋은 댓글) 달기 운동을 하는 줄만 알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여도 ‘조직적’으로 선플을 달고, 그 결과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하는 행위를 용인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 당시 자행된 댓글 조작 사건은 국가정보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드루킹의 여론 조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고 무겁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으로 공론장을 혼란에 빠뜨린 행위는 동일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여론은 독립한 개인 의견의 집합체다. 그러나 개인의 의견은 정치인이나 전문가 등 강력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 “전체주의는 폭력을 휘두르고 민주주의는 선전을 휘두른다”는 미국의 비판적 지성 노엄 촘스키의 발언은 공론장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헌법재판소도 익명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댓글실명제 위헌), 타인에게 명백한 해가 없는 말을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허위사실 유포죄 위헌)고 판단하는 등 여론 형성 행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인이 아닌 특정 조직이 특정 목적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까지 용납될 수는 없다. 독일 나치가 1차 세계대전 이후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한 계기는 ‘유대인이 독일 민족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다’는 혐오·증오 프레임을 작동시켜 여론을 선동한 탓이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정당성은 선거의 정당성으로부터 획득된다. 선거의 승패는 여론에 근거한다. 그러기에 여론 형성 과정의 정당성은 선출 권력의 정당성과 연결된다. 김 지사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현 정부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김 지사의 사법적 유무죄는 향후 재판에서 확정할 문제이지만, 여론 조작의 정치적 정당성 여부는 문 대통령에게까지 맞닿아 있다. 재판 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복원’을 외친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라면 더더욱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문제가 아니다. 답은 문 대통령 자신이 갖고 있다. douzirl@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확정 3대 공통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은 종교 교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확실한 점, 병역거부 신념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형사처벌 위험을 감수하는 점 등을 주요 판단 근거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무죄가 확정된 사례는 모두 10건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박정제)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유죄가 나왔던 병역거부자 5명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판결은 검찰과 피고인 모두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후 대구지법,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도 무죄 확정 사건이 5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침례(세례)를 받았고 ▲성경 구절에 따라 병역거부 신념을 진술하며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며 “피고인의 현역 입영 거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0대 초반인 피고인들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했고, 7~17세 등 10대 시절 침례를 받고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갔다. 전도 등 교외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또한 이들은 성경 구절에 따라 병역거부 신념을 수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되게 진술했다. 피고인 김모(23)씨는 “성경 구절에 따라 전쟁무기를 들거나 전쟁을 배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 거부 의사를 유지한 점에 주목했다. 민간 영역에서 대체복무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수행할 의사를 밝힌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국방부는 2020년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과거 행적이나 폭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 생활기록부, 범죄 경력뿐만 아니라 FPS게임(1인칭 총쏘기 게임) 접속 기록에 대해 사실조회 신청을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게임을 최근까지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총쏘기, 전투 게임을 즐기는 것은 병역거부 신념에 배치되는 일로 보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유일하게 ‘박근혜’ 지운 오세훈 당대표 출마

    유일하게 ‘박근혜’ 지운 오세훈 당대표 출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준표 전 대표와 달리 유력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석방 여론의 대척점에 섰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한국당 당사에서 가진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서 “이제 우리는 ‘정치인 박근혜’를 넘어서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며 “국민적 심판이었던 탄핵을 더는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게 사용하지 못했다”며 “우리 당에 덧씌워진 ‘친박(친박근혜) 정당’이라는 굴레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 일가가 뇌물 수수 의혹을 받자 스스로 ‘나를 버리라’고 했다. 그런 결기가 없었다면 폐족으로 불렸던 그들이 지금 집권할 수 있었겠나”라며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할 수 있어야 보수정치는 부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냐, 아니냐’의 논쟁으로 다음 총선을 치르기를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그런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는 순간 총선은 참패”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전대 국면에 먼저 (사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감옥에 두는 시간이 길어져서는 안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사면·복권은 국민적 화두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국민 의견이 적지 않다”고 밝힌 황 전 총리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그분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슴팍에는 ‘박근혜’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져 있다”며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쉬지 않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상황에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조직 전체가 개혁보수의 가치를 공유하고, 국민들 앞에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당 체질부터 강화하겠다”고 전제한 뒤 “이는 정치 초년생이 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이미 기회를 잡았지만 처참한 패배를 자초한 분에게 다시 맡길 수도 없다”고 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보수우파 중심으로 보면 오른쪽 끝에 황교안 후보가 있다면 왼쪽 끝 중도층에 가장 가까운 곳에 제가 포지셔닝하고 있다”며 “바른미래당에 몇 분 남아있지 않다. 그분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극기 집회 참여자를 배제하는 정당이 될 게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을 존중하면서 (태극기 집회 참여자를) 꾸준히 설득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분들을 당연히 품에 안고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은 현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모든 형태의 현금살포형 복지, 소득계층과 무관하게 똑같은 액수를 현금으로 나눠주는 복지는 최소화해야 한다”며 “상위 10%까지 같은 액수의 아동수당을 나눠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망국적인 인기 영합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문소영 칼럼] ‘자명한 진리’로 불평등을 개선하는 사회

    [문소영 칼럼] ‘자명한 진리’로 불평등을 개선하는 사회

    프랑스가 수출한 최고의 상품은 와인이나 테제베, 에어버스가 아닌 ‘자유·평등·박애’라고 생각했다. 1789년 프랑스혁명의 산물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 탄생에 지대하게 공헌했고, 현대인의 정신적 지주들이 아닌가. 프랑스에서는 ‘자유와 평등’은 천부적인 권리로서 혁명이 있던 그해인 1789년에 제정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에, ‘박애’는 사회공동체에 대한 의무로서 1795년 제정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와 의무선언’에 각각 수록됐다. 우리의 헌법에도 이 정신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설 연휴에 서독 총리를 지낸 헬무트 슈미트가 쓴 ‘구십 평생 내가 배운 것들’을 읽다 보니 ‘아니, 신생국가 미국에서 프랑스로 수출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미국은 프랑스혁명보다 10여년 전인 1776년 독립을 선언했는데, 이때 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쓴 이는 나중에 3대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토머스 제퍼슨으로 선언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류는 정부를 조직했으며, 그 정부의 정당한 권력은 인민의 동의로부터 유래하는 것이다.” 이 제퍼슨은 프랑스혁명이 진행될 때 파리 주재 미국대사였는데 인권과 시민권 선포에 기여했다고 슈미트 총리가 설명했다(120~121쪽). 세계사 책에서 읽은 한 문장인 ‘미국 독립전쟁이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구절이 갑작스레 훨씬 풍부해졌다. 제퍼슨이 독립선언문에 담은 ‘자명한 진리’로서의 천부인권론은 사실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가장 핫한 이론 가운데 하나였다. 제네바 출신의 장 자크 루소가 쓴 논문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년)과 ‘사회계약론’(1762년)이 당시 유럽 지성계를 강타한 것이다. 루소는 두 논문에서 ‘인간 조건의 모든 불쾌한 특성이 자연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사회발전 과정에서 파행해 불평등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함으로써 불평등을 제도화했다’면서 “인민이 좋아하면 수임자를 지정할 수가 있고, 또한 그만두게 할 수도 있다”며 체제 전복도 옹호했다. 특히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프랑스 디종 아카데미가 1753년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라는 주제로 한 논문 현상 공모에 루소가 응모했다가 낙선한 논문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그는 앞서 1749년 디종 아카데미의 논문 현상 공모에서는 최고상을 받았다. ‘불평등의 창조’를 쓴 인류고고학자인 켄트 플레너리와 조이스 마커스는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대해 ‘찰스 다윈과 허버트 스펜서의 진화론보다 100년이 앞서고, 하인리히 슐리만의 고고학보다 120년이나 앞선 탓에 어떤 자료의 도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통찰만으로 인류의 불평등을 진단했다’며 감탄한다. 이 자유·평등·박애와 같은 자명한 진리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면서 서로에게 깊이 영향을 주고 현대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인류의 불평등은 언제 시작됐을까. 인류학자들은 기원전(BC) 2500년부터 어느 문화권이든 나타난다고 한다. 1만 2000년 전 신석기혁명이 일어났으니, 농사를 지은 뒤 1만년쯤 지난 무렵이다. 불평등은 약 5000년도 안 된 셈이다. 5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대신 5만년 전에 나타난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를 기준으로 해도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평등하게 살았다. 즉 인류는 경쟁해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협동하고 겸손하고 이타적으로 살아 3만년 전 빙하기도 뛰어넘고 대륙을 뛰어넘는 사상적 연대로 연결돼 발전해 온 것이 아닐까. 미국 시카코에 살인적인 한파가 닥치자 지난달 30일 모텔방 30개를 빌려 노숙자에게 제공한 30대 평범한 여성의 충동적인 용기는 지역의 이웃들에게도 영향을 줘 100여명의 노숙자들이 한파를 피하는 모텔에 있다고 한다. 두 달도 안 돼 새해가 또 시작됐고 새 각오를 하고 있다.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저 작은 고양이조차 빅뱅 이후 지구의 생성과 진화 과정을 품은 생명체이거니 생각하니 문득 경외심이 솟고 팔뚝에 소름도 오스스 돋는다. 인류가 공존의 힘으로 수십만년을 진화해 왔다는 많은 연구들을 접하면서 자유·평등·박애가 다시 자명한 진리인 세상을 떠올린다. symun@seoul.co.kr
  • “30살 넘어 부모에 얹혀살면 처벌”…멕시코서 가짜뉴스 확산

    “30살 넘어 부모에 얹혀살면 처벌”…멕시코서 가짜뉴스 확산

    "앞으로 30살이 넘어서도 부모에 얹혀사는 사람은 모두 범죄자가 된다" 멕시코에서 이런 취지로 헌법 개정이 추진된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아 30살을 넘겼지만 아직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파라사이트(기생)족들이 한때 바짝 긴장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뒤늦게 밝혀진 진원지는 현지 포털사이트 엘포토그라포.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진짜로 이런 식으로 개헌이 추진된다면) 지지하겠다" 찬성 여론도 많아 관심을 끌고 있다. 가짜뉴스를 주요 내용은 이렇다. 멕시코 연방정부는 원 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 헌법 36조를 개정, 만 30세를 넘겼지만 아직까지 부모에 얹혀사는 행위를 형사처분이 가능한 범죄로 규정한다는 게 연방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개헌안이다. 엘포토그라포는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을 장려한다는 게 헌법 개정의 취지"라며 "4월까지 개헌을 완료한다는 일정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과자 양상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멕시코의 각 주마다 시설을 마련, 형사처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30세 이상 파라사이트족)에게 숙식과 식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되는 기간은 4개월. 이 기간 내에 취업하여 첫 월급을 받아야 한다. 4개월 내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은 추방령이 내려진다. 30살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하면 국가가 국민을 추방한다는 것이다. 엘포토그라포는 "이런 강력한 정책을 통해 2022년까지 청년취업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도록 한다는 게 연방정부의 구상"이라고 했다. 황당하면서도 그럴 듯한 가짜뉴스에 수많은 멕시코 청년들이 깜빡 넘어갔다. 일부 중남미 언론은 가짜뉴스를 받아 그대로 전하면서 "세계에서 최초로 30살 이상 미취업자가 살 수 없는 국가가 탄생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개헌은 해프닝이 됐지만 인터넷엔 찬성의견이 빗발쳤다. "실제로 저런 법이라도 있어야 청년실업률이 낮아질 것" "가혹한 것 같지만 파라사이트족을 사라지게 하는 데 효과는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꼬리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멕시코의 청년실업률은 5.8%로 평균(3.1%)을 크게 웃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설 연휴도 반납…검찰, 사법농단 수사 ‘막판 스퍼트’

    설 연휴도 반납…검찰, 사법농단 수사 ‘막판 스퍼트’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마무리를 눈앞에 둔 검찰이 설 연휴 기간에도 휴식을 반납하고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 검찰은 연휴가 끝난 직후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핵심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설 연휴 기간에도 출근해 지난달 24일 신병을 확보한 양 전 대법원장 등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등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및 사찰,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대법원 공보관실 예산 유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를 정리하며 공소장 작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기간도 지난 2일 한 차례 연장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구속영장 발부 이후 10일이 지난 뒤 한 차례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서 최장 20일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오는 12일까진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해야 한다. 다만 검찰 평검사 정기 인사가 오는 11일자로 단행되기 때문에 수사팀 내부 인사이동을 고려해 그보다 이전에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우선 영장 청구서 내용을 기반으로 1차적으로 기소하고, 이후에 추가 기소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의 구속망을 피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기소도 양 전 대법원장과 비슷한 시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들을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할지, 시차를 두고 기소할지 고민하고 있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일괄 기소 여부는) 준비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직접 받아 실행에 옮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함께 피의선상에 올랐던 차한성 전 대법관은 가담 정도가 작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차 전 대법관에 대해선 비공개 조사만 진행하고,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최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변호인단도 전원 사임하면서 재판을 파행시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3차 기소도 양 전 대법원장 기소 직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아직 임 전 차장의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외에도 연루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사법처리 대상을 추린 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출발부터 초강경…새 예비역 장성단체에 국방부 대응은?

    출발부터 초강경…새 예비역 장성단체에 국방부 대응은?

    국방부가 새 예비역 단체 출범에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예비역 단체를 찾아다니며 ‘9·19 군사합의’에 대해 설명을 이어오고 있던 상황에서 새 단체의 출범으로 이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대수장)은 지난달 30일 출범식을 열고 공식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대수장’은 대표적인 예비역 단체인 재향군인회나 성우회와는 별개로 새롭게 출범한 단체다. 전직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50명이 참여해 결성됐다. 이들은 결성되자마자 국방부의 정책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9·19 군사합의에 대해 ‘국가적 자살 선언’이라고 주장하며 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대수장은 출범식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은 조금도 진척이 없는데 한국의 안보 역량만 일방적으로 무력화·불능화시킨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는 대한민국을 붕괴로 몰고 가는 이적성 합의서”라며 “조속한 폐기가 그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대수장은 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사퇴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해서 일부 예비역 단체에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를 내면서 군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비공개 설명회 등을 개최하는 등 설득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부 예비역 단체들은 국방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미흡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 예비역 대령은 “그동안 국방부가 안보현안에 대한 예비역들의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설득에 소극적이었던게 사실”이라며 “충분히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이들의 우려를 씻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과 설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이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설득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지난달 31일 향군회관을 방문해 성우회와 재향군인회의 군 예비역 원로들을 만나 남북 군사합의와 국방개혁 2.0, 전작권 전환 등 주요 군사현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지원과 성원을 당부했다. 박 의장은 “일부 우려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의 전방위 군사대비태세 유지는 결코 변함없다”며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정부정책을 강한 힘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 군은 과거 국가와 군을 위해서 헌신한 예비역 선배들의 우국 충성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헌법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지금까지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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