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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자위대 자부심 가질 수 있도록…” 개헌 의사 거듭 밝혀

    아베 “자위대 자부심 가질 수 있도록…” 개헌 의사 거듭 밝혀

    일본을 다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 아베 신조 총리가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를 금지한 현행 헌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뜻을 공개석상에서 다시 한 번 밝혔다. 아베 총리는 17일 가나가와현 요쿄스카에 있는 방위대 졸업식에서 훈시를 통해 “자위대 제군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계속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의 제9조는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전쟁 포기)하고 군대 보유를 금지(전력 보유 불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인 1946년 11월에 공포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조항인 헌법 9조를 그대로 둔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한 뒤 군대 보유를 금지한 세부 조항을 삭제하는 2단계 개헌을 추진 중이다. 그는 헌법 9조에 ‘국가와 국민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직’으로 자위대를 명기하는 자신의 개헌안에 대해 “지금을 사는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야권과 반전단체들은 일본이 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회귀하려 한다고 우려하면서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또 “다음 세대의 방위력 구축에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속도로 변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지난해 12월 새로 확정한 방위대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방위대강은 통상 10년 주기로 개정하는 일본의 장기 방위전략이다. 그런데 아베 정부는 지난해 말에 이례적으로 5년 만에 우주·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격 능력 확보, 해상자위대 호위함의 항공모함화 등을 포함하는 새 방위대강을 마련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이 사거리가 400km 이상인 신형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인 이미 2017년 사거리가 최대 200km인 공대함 미사일 ASM3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해군 함정에 탑재된 대공 미사일 성능이 향상된 점을 신형 미사일 개발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요리우리신문은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포토] ‘낙태죄 폐지를 반대합니다’

    [포토] ‘낙태죄 폐지를 반대합니다’

    16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9’ 청년생명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 위헌 여부 선고를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프로라이프대학생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등 단체의 참가자들은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낙태죄 유지를 촉구했다. 2019.3.16 연합뉴스
  • 포린폴리시 “트럼프 정부, 여성·이민자·소수자 정책은 사우디에 가까워”

    포린폴리시 “트럼프 정부, 여성·이민자·소수자 정책은 사우디에 가까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미 행정부가 여성 관련 정책에서 사우디아라비아나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덜 자유주의적인 국가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포린폴리시(FP)는 14일(현지시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사절단이 작성한 96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사회 문화적 이슈에서 전통적인 민주주의 동맹국들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대신 바레인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말레이시아, 그리고 일부 보수적인 아프리카 국가들과 여성의 건강 문제와 성소수자 등 LGBT 관련 이슈에서 더 협력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유엔 여성회의 미국 대표단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맞도록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파도 포함됐다는 점이 눈에 띤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발레리 후버 미 보건복지부 선임고문은 금욕적인 성교육을 추진한 교육자 출신이며,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여성권익증진 고문을 맡고있는 베서니 코즈마는 트렌스젠더 학생들이 학교 화장실을 이용하는 걸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었다.국제 앰네스티의 젠더, 섹슈얼리티, 정체성 프로그램의 타라 데만트 국장은 “미국은 지속적으로 인권 침해자들을 (행정부 내로) 호명하지만 동시에 유엔과 친구가 되기를 원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답변하길 거부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어떤 종류의 차별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지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보건 프로그램의 최대 기부국으로서 미국은 여성과 아동의 번영을 요구하는 국가들을 돕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파가 합류한 유엔 여성회의 미국 대표단은 유엔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확산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성별 생식 건강과 권리’라는 항목을 인권 섹션에서 삭제해달라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부분은 오랫동안 여성들의 낙태권을 용인한다고 인식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공개한 글로벌 인권보고서에서 나라별 여성의 생식권과 건강권 항목을 삭제해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또한 여성이 낙태할 권리가 있음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미국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을 계기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헌법으로 보장되면서 임신 28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그러나 낙태에 찬성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입장을 바꾸면서 낙태법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낙태법을 뒤집을 수 있는 보수파로 분류된 대법관을 지명하는가 하면 낙태 시술을 알선하는 기관에 연방 예산 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는 식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낙태에 반대하는 뜻을 취하면서도 전 세계 여성들의 경제적 힘을 증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서방의 자유주의 국가들과의 동맹에서 멀어지며 여성의 성과 권리를 약화하고 인권을 짓밟는 국가들의 편을 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대표단이 낙태권을 비롯한 여성의 권한만 축소하려는 것은 아니다. FP는 대표단이 환경과 이주, 단체 교섭, 고용 안정, 사회 보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보수적인 기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Climate change)에서 기후 대신 ‘극한 날씨’(Extreme weather)를 사용하자고 주장하며 기후 변화에 대한 예민도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또 이주여성들이 이주국가에서 공공서비스와 보호를 받는지에 대한 것이 ‘차별’ 항목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처사를 차별 행위가 아닌 것으로 위장하려 했다. 한편 사회보호 프로그램과 공공서비스에 대한 접근 촉진을 통해 여성과 소녀들을 권한 증진을 촉진하는 유엔 여성회의는 오는 11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된다. 최종 보고서에 대한 협상은 30일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경제 ‘역풍’을 피하려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경제 ‘역풍’을 피하려면/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지난 12일 한국 정부와 정책 협의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에 강력하게 ‘중단기적 역풍’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과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 IMF의 지지가 정책의 정당성을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두 가지 제안은 ‘포용국가’의 목표정합성 측면에서 엄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불리던 IMF가 한국 정부에 9조원의 추경 편성을 포함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 권장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지만, 신자유주의의 ‘낙수효과’를 부정하는 기관으로 변신한 상황에서는 당연하다. 이는 2022년까지 주로 재정을 통해 모든 국민이 ‘기본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사회정책 비전과도 상통한다. 다만 IMF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재정적자를 통한 지출 증대를 시사하면서 증세에 거리를 취한 점은 신자유주의의 한계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다. 2018년에만 25조원이 넘는 초과세수를 거둔 정부에 당장은 지출 증대가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추경의 정례화에 대한 비난은 물론 증세 없이 지속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부담될 수 있다.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증세를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은 수십 년 된 IMF 권고에 속한다. 한국에서도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공론화됐지만 현실에서는 유연성만 실행됐고, 안정성은 ‘철밥통’으로 폄하됐다. 현 정부 들어 고용난이 심화되면서 유연안정성 의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IMF 협의단의 기자회견과 같은 날 국회 연설에서 덴마크 모델을 언급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이 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덴마크 노사정의 사회적 타협이 한국 경사노위의 현주소에 비추어 볼 때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변경이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의 확대에서 보듯 위원회의 운영 실태가 ‘주고받기’의 타협이 아니라 노조에 대한 압박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민주노총에 오히려 불참의 안도감을 심어 주고 있다. 더욱이 경제 활력이 기업 지원과 등치되면서 ‘노동존중’의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대통령이 “기업과의 활발한 접촉”을 지시하자마자 경제보좌관이 경총에 가서 “20대는 물론 30~40대도 동남아시아 가라”는 망언을 한 것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친기업’ 행보는 경사노위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가중시켜 경사노위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덴마크 모델은 엄밀히 말하자면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에 관한 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복지 기반 생활안정의 결합이다. 이 모델은 경기침체로 실업자가 많아지면 실업수당 지급은 증가하지만, 세수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4조 ②항에도 불구하고 복지 증대에 관한 사회적, 정치적 합의가 없는 현실도 걸림돌이다. 해고의 자유와 사회안전망의 확충이 맞교환된다면 그것은 현찰과 어음의 부등가 교환이 될 것이다. 덴마크 모델에서는 정부의 능동적인 일자리 정책이 세 번째 구성 요소이지만, 이 분야에서 한국 정부의 실적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덴마크 모델의 도입은 비정규직을 전면화해 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결국 성장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대안은 기업 내부 노동시장에서 유연안정성을 실현하는 독일 모델을 기본으로 경사노위에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에 합의하는 것이다. 유연성은 해고가 아니라 개별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고용은 최대한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는 기왕에 초과 근무시간을 적립해 둔 노동시간 계좌에서 시간을 인출하거나 사회정책으로 지원을 받아 생활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노사 협력의 전통이 거의 전무한 한국 경제에 이 모델을 도입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등을 완화하고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건설하려면 시도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 “임정, 온전한 조국 독립 꿈꿨는데… 통일이 진정한 광복 완성”

    “임정, 온전한 조국 독립 꿈꿨는데… 통일이 진정한 광복 완성”

    이런 삶을 살아온 이가 있다.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이하 임정) 청사 옆에서 도산 안창호(1878~1938) 등의 축하를 받으며 태어났다. 상하이~항저우~난징~창사~광저우~류저우~치장~충칭으로 이어지는 중국 대륙을 임정과 함께 풍찬노숙하며 횡단했다.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김(金)씨 대신 진(陳)씨로 성을 바꿔 학교를 다녔고, 백범 김구(1876~1949)와 김치에 거친 밥을 겸상했다. 석오 이동녕(1869~1940)과 성재 이시영(1869~1953)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소년이었다. 1930년대 중국 영화 황제 미남배우 김염(1910~1983)이 드나든 집에서 자란 이 소년은 훙커우공원 폭탄의거의 윤봉길(1908~1932)이 “내 아들과 동갑”이라고 사탕 사주며 예뻐했다. 엄마 손잡고 약산 김원봉(1898~1958)의 부인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박차정(1910~1944)이 폐병으로 세상을 뜨기 전 병문안 다니곤 했다.이 소년은 열아홉 되던 해 광복을 맞았다. 올해로 91세인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의 이야기다.만주군 장교에서 일제 패망 직후 광복군으로 신분을 바꾼 박정희(1917~1979)와 거의 같은 시기 미군 수송선을 타고 임정 식솔과 함께 상하이에서 부산으로 왔다. 귀국 뒤 이승만(1875~1965)에게 세배를 갔고, 결혼식 주례는 해공 신익희(1894~1956)가 섰다. 의용군으로 끌려가다 겨우 도망쳤더니 아버지는 전날 납북돼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말았다. 조선일보 수습 1기 기자로 일하며 모스크바 3상회의에 대한 역사적 오보를 바로잡는가 하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한 뒤 훗날 무죄로 판결난 조용수(1930~1961)와 함께 민족일보 창간멤버로서 진보언론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의 삶 곳곳에는 현대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숱한 인물들이 출몰한다. ●모스크바 3상회의 역사적 오보 바로잡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역사의 한복판에서 부침을 함께한 김 회장. 대한제국 법무대신 등을 지내다 가솔을 이끌고 임정으로 망명한 뒤 독립운동에 나섰던 동농 김가진(1846~1922)이 그의 할아버지고,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김의한(1900~1964)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정정화(1900~1991)가 그의 아버지, 어머니다. 2019년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은 감회는 누구와 비교할 바 아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임시정부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함께 충칭 임정 청사를 방문해 당시의 삶과 활동을 설명할 정도로 기력이 좋았지만, 지금은 거동이 좀더 불편해졌고, 청력도 많이 약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기억은 또렷했고, 또박또박 짚어내는 임정의 가치와 정신은 청춘처럼 빛났다. -올해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은 소회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임정은 조국의 독립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반쪽짜리 독립은 아니었습니다. 분단은 진짜 독립이 아닙니다. 분단이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입니다. 1946년 제가 귀국할 때만 해도 분단이 이렇게 오래가리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70년 동안 분단이 고착됐으니 짧은 시간 내에 통일은 어려울 듯합니다. 일단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하는 모습 자체가 통일의 과정이지요.” -젊은 사람들은 물론 많은 사람이 임정 100주년의 의미나 혹은 독립운동 자체에 대해 별 감흥이 없는 듯합니다. 그런 반응을 접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감흥이 없는 게 당연하지요. 그렇다고 젊은 세대를 탓할 것은 아닙니다. 국가와 정치가 하기에 달려 있는 부분이고 그만큼 잘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밝히고 있듯 임정의 법통을 이어 왔습니다. 광복 이후 그 부분을 좀더 정확히 밝히고 임시정부의 목표와 강령을 실천했다면 그렇지 않았겠죠. 정치를 통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교육을 통해 이를 후세와 공유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임정 수립일인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다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쉽습니다. 한때 건국절 등 논란이 일기도 했던 만큼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대통령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시대인 만큼 어쩔 수 없죠. 교육기관 등을 통해 항일투쟁의 역사, 친일 인사들의 행적, 일제의 침략 역사 등을 정확히 배울 수 있게 하고 임정의 가치를 잘 공유하면 됩니다.” ●남북관계 복원 난관… 곧 좋은 소식 있을 것 기대 -통일이 광복의 완성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근 북미 정상회담 흐름 등 한반도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지만 지난달 베트남 회담에서 확인됐듯 여전히 뿌리 깊은 북미 상호 불신을 드러낸 부분 또한 있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일로고요. “일단 남과 북이 서로를 통일의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유소년 시절 서구에서 유학하는 등 서구문화의 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그로 인해 안목 또한 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완전히 망쳐 놓은 남북 관계를 복원하는 작업인 만큼 난관이 있더라도 곧 좋은 소식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야 우리의 통일에 관심이 없겠지만, 자신의 명망을 높이는 일이거나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니 북미 관계 정상화 및 한반도 평화를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일본이야 기대할 부분이 별로 없고, 당분간 집권당도 안 바뀔 것 같고…. 훼방하지 않도록만 우리가 잘 관리해야죠. 내 생전에 통일까지는 아니라도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남북의 모습은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김 회장은 임정의 정신과 교훈을 얘기하며 평화와 통일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실제 임정은 공화주의를 지향한 좌우합작 정부였다. 좌익, 우익, 아나키스트, 유림까지 모두 모인 용광로 같은 곳이었다. 우익 인사인 백범이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평양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임정의 정신이 통일 지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선포식’도 치러질 예정인데 이 기념관 건립은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요.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그 선양사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는 아무개 선생, 아무개 선생 등 개별 후손 중심으로 기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후대로 넘어갈수록 먹고살기 바쁘고 관심도 시들해져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념관이 만들어지면 국가가 체계적으로 독립운동 관련 자료도 한데 모으고 개별 독립운동가들의 뜻과 업적을 기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2021년 완공 예정인데, 늠름히 서 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어요.” -꼭 그러셔야죠. 그런데 조심스럽습니다만, 말씀하신 임정의 진정한 독립 정신을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채 과거 독재정권과 타협하는 일도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어요. 시대가 그랬고, 교육이 그랬으니까요. 또 후손들이라고 아버지, 어머니와 똑같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물론 타협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이 광복회를 만들어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권력 주변으로 많이 포섭했습니다. 유공자 서훈도 원칙과 기준 없이 남발하다시피 했고요.” 실제 김 회장의 조부(동농 김가진)는 항일 비밀조직인 조선민족대동단을 결성해 활동했고 망명 뒤 임정 고문, 북로군정서 고문을 맡았으며, 그의 장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아직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약산 김원봉 또한 독립유공 서훈이 없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임병직 전 외무부 장관은 가장 높은 서훈인 대한민국장을 받아 원칙과 기준에 대한 의문을 낳게 했다. 지난 13일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포상 보류자 2만 4737명에 대해 재심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투명하면서도 체계적인 서훈이 내려질 것인지 기대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임정 건국강령 21세기 복지국가정책 닮은 꼴 임정이 1941년 발표한 건국강령은 21세기 복지국가들이 표방하는 정책과 다를 바 없다. 1948년 제헌의 내용적 기초가 됐으며 2019년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실천적 과제를 담고 있다. 의료비 면제, 학비 면제, 최저임금제, 노동자 대표 경영관리 참여권 보장, 실업보험, 사형제 폐지, 노동자와 이익을 나누는 이익균점제, 몰수 재산 무산자 이익 위한 국영기관 이전 등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김 회장과의 얘기가 깊어질수록 100년 전 임시정부가 꿈꾼 나라를 우리가 잘 만들어 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youngtan@seoul.co.kr
  • 주민 조례 제안 도입·지방의회 윤리특위 만든다

    500만명 이상 대도시 부단체장 2명 가능 자치단체 자치 권한 확대해 역량 강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지방자치단체 기초의원의 막말·갑질·외유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자치권 강화를 위해 주민이 지자체에 직접 조례를 제안하는 길도 열린다. 당·정·청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관련 당·정·청 협의’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기초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회에 윤리특위를 마련한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지방의회 의정활동과 집행기관의 조직·재무 등 지방자치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하는 일반 규정을 신설한다. 주민이 조례안을 지방의회에 직접 제출하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된다. 주민생활에 영향이 큰 정책 결정과 집행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앞으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부단체장 외에 추가로 1명의 부단체장을 둘 수 있다. 500만명 이상은 2명까지 늘릴 수 있다.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는 `특례시’라는 별도의 행정 명칭을 부여받게 된다. 중앙과 지방정부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로 재설정하기 위해 단체장 인수위원회 제도를 추진한다.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함께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제도화하기로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당·정·청은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 시행 뒤 최대 규모의 제도 개선을 통해 지방자치의 획기적 도약을 이루기로 했다”며 “국민 참여 의지에 부응하고 주민에게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가와 지방의 사무배분 원칙을 명확히 정립해 지방정부 역량을 강화한다”며 “확대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제고하기 위해 자치단체 정보공개 원칙과 방법을 명시해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큰 틀에서 자치분권의 방향은 정해졌다. 국회에서 입법화하는 과정이 남았다”며 “헌법 개정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통해 주민자치를 실현해 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대법 “댓글수사 방해, 민주주의 훼손” 남재준 3년 6개월형

    대법 “댓글수사 방해, 민주주의 훼손” 남재준 3년 6개월형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5) 전 국정원장이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는 14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 간부들의 상고심에서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서천호(58)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2년 6개월, 사건 당시 국정원 파견근무를 했던 장호중(52·사법연수원 21기)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45·30기)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남 전 원장 등 전직 국정원 간부들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공작사건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현안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과 허위·조작 서류를 만드는 등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국정원 직원 8명에게 “심리전단 사이버 활동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이고 직원들이 작성한 글은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는 TF 대응기조에 따라 허위 진술을 하게 하고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출장을 보낸 혐의도 있다. 1심은 “국정원의 헌법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 범죄”라며 남 전 원장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장 전 지검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일부 국가정보원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와 1심에서 전직 간부들에게 내려졌던 자격정지 1~2년은 모두 취소됐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맞다며 이날 판결을 확정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美 보란듯 홍콩~마카오~광둥성 묶어 ‘중국판 실리콘밸리’ 야심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美 보란듯 홍콩~마카오~광둥성 묶어 ‘중국판 실리콘밸리’ 야심

    중국 정부가 오는 2035년까지 홍콩(香港)과 마카오(門), 중국 광둥(廣東)성의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첨단 기술력을 갖춘 도시군(群)으로 개발하는 내용의 ‘웨강아오(港) 다완취’(大灣區·Greater Bay Area)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이 지난달 18일 모두 11장(챕터)에 걸쳐 2만 5000자가 넘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청사진을 담은 ‘웨강아오 다완취 발전계획 개요’를 각 정부 부문에 통지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국무원은 이에 따라 2022년까지 프로젝트 구상의 기본 틀을 세우고 2035년에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경제체제 구축을 끝낼 방침이다. 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다완취’는 대규모 베이(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프로젝트 개발이 끝나면 미국 뉴욕베이와 샌프란시스코베이, 일본 도쿄베이 등 세계 3대 베이와 맞먹는 규모의 아시아 최대 단일 경제권이 탄생하는 것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 사업은 광저우(廣州)를 비롯해 선전(深),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통합하는 광역 경제권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첨단 기술 개발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중국 정부가 웨강아오 다완취를 첨단 도시 클러스터(산업집적지)로 탈바꿈시켜 기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필수 경로에 있는 만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를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구축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셈이다. 웨강아오 다완취는 각 도시들이 지닌 특색을 강화하고 이들 지역 간에 협력·발전 플랫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국무원은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와의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주장(珠江)삼각주 일대 9개 도시의 투자와 사업 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 내용은 ▲글로벌 기술허브 조성 ▲인프라 연계 가속화 ▲홍콩과 중국 본토 금융시스템 연계 ▲광둥성과 홍콩·마카오 산업협력 강화 등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첨단 장비 제조와 신소재, 신형 디스플레이, 5세대(5G) 이동통신을 중점 산업으로 육성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국무원은 우선 웨강아오 다완취의 핵심 도시인 광저우, 선전, 홍콩과 마카오에 각각의 역할을 부여했다. 광저우는 웨강아오 다완취의 내륙 행정중심 도시로, 선전은 경제특구 및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로 각각 조성된다.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점 도시로, 마카오는 국제관광 허브이자 브라질 등 포르투갈어 경제권과의 교류 중심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이들 도시의 연계 강화를 위해 ‘다완취 국제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광저우 난사(南沙)신구를 자유무역시험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홍콩·마카오의 금융업체 및 연구·개발(R&D) 기업들은 본토인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등에 진출할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홍콩과 마카오 주민들도 이 지역에 취업할 경우 교육과 의료, 노후 대비, 주택, 교통 지원 등에서 본토 주민과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런 만큼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 조성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공존) 발전을 위한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쑹딩(宋丁) 중국도시경제전문가위원회 부주임은 “현재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 내 분산된 사회 및 법률, 관습 제도 등이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저해해왔다”며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이 지역의 통합을 돕고 5G 기술을 선도해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미래의 첨단 통신·정보기술 산업 중심지로 육성·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웨강아오 다완취 구상은 2017년 3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처음 공개하며 추진됐다. 이 지역은 세계 3대 베이 경제권과 겨룰 만한 자원, 경제 규모, 입지적 강점을 모두 갖췄다는 게 중국 정부의 평가다. BBC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면적은 5만 6000㎢, 인구는 7112만명,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6412억 달러(약 1858조원)에 이른다. 경제 규모로만 따져도 우리나라(1조 6198억 달러)와 엇비슷하다. 여기에다 세계 3위와 5위, 7위 항구인 선전항과 홍콩항, 광저우항이 자리잡고 있고 국제공항 인프라 등 물류 여건도 최상이다. 항공 여객수도 연간 1억 1000만명에 이른다. 첨단 제조업 분야 입지 경쟁력에서 한국과 대만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웨강아오 다완취 개발계획이 완성되면 세계 수출국 순위서 일본을 끌어내리고 유로권과 미국, 독일에 이어 4위에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웨강아오 다완취를 연결하는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이미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시진핑 주석은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10월 홍콩~주하이~마카오를 잇는 총연장 55㎞의 세계 최장 해상 다리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를 개통했다. 해상 구간 22.9㎞와 해저 터널 구간 6.7㎞가 포함돼 있는 이 다리 개통으로 자동차로 4시간, 배로 1시간이 걸리던 주하이와 홍콩 간의 거리가 30분대로 단축됐다. 앞서 9월에는 광저우와 선전, 홍콩을 연결하는 광선강(廣深港)고속철이 개통됐다. 이 덕분에 바다 위 다리와 고속철 완공으로 이 지역 도시는 이미 1일 생활권에 진입했다.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의 9개 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이 건설 중이고, 선전 등 광둥성 도시에 홍콩과 마카오의 금융·보험 인프라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구상으로 홍콩과 마카오에 정착한 일국양제 제도가 사문화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인들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 홍콩을 잇는 고속철 개통에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터미널 관리 등을 이유로 본토 관계자가 홍콩에 근무하며 정권에 개입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홍콩 헌법에서는 중국 본토 정부 관계자가 홍콩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고속철이 개통됐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은 “홍콩인들이 이번 구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홍콩인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다른 야당인 민주당 역시 “홍콩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구상”이라면서 “결국 홍콩이 본토 도시들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혁신 경제권에 비해 웨강아오 다완취 지역에는 R&D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광둥성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공대 등과 같은 글로벌 명문대가 없어 지속적인 인재 충원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도 걸림돌이다. 선전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ZTE), 테크 및 게임업체 텅쉰(騰訊·Tecent),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전기차용 배터리제조업체 비야디(比亞迪·BYD) 등 중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이 몰려 있지만 이들 기업이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고교무상교육 코앞인데 재원 오리무중… 제2누리과정 사태 될까

    고교무상교육 코앞인데 재원 오리무중… 제2누리과정 사태 될까

    “1인당 160만원씩 지원 땐 年 2조 더 필요…지방교육재정교부금 0.8% 인상하면 가능” 기재부 “학령인구 감소… 세율 조정 어려워” 교육청 재정 상황 따라 복지격차 벌어질 수도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재원 마련 방안은 ‘오리무중’이다. 재원 마련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했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등 교육복지의 지역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세종시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 무상교육 실시가 제2의 누리과정 사태로 비화하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헌법 정신의 구현이자 국민적 합의가 끝난 무상교육이 예산 문제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가 정책의 재정 부담을 교육감에게 떠넘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오는 2학기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2021년 전면 시행된다.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 등 1인당 연간 160만원가량의 교육비가 지원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게 고교 무상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정책이다. 그러나 연간 2조원가량 소요되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교육당국과 재정당국 간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의 71%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내국세의 20.46%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 주는 재정으로, 교부세율을 0.8% 인상하면 연간 2조원의 재정을 추가로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세수 호황으로 현재 수준의 교부금만으로도 충분히 여력이 있으며, 학령인구 감소로 교부세율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의 2학기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여러 방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기재부에서 난색을 표명해 교육부가 국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교부세율 인상 등 정부 차원의 재정 확보 없이 지자체가 기존 재정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할 경우 2016~17년에 전국적으로 일었던 ‘누리과정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게 교육감들의 지적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만 3~5세 누리과정을 시행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투입되는 지원금을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하자,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해 전국적인 ‘보육 대란’이 예고됐다. 각 시도교육청의 재정 상황에 따라 무상급식과 같은 교육복지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재정에 여유가 없는 지역에서 무상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다른 교육복지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면서 “무상급식과 무상교복, 수학여행비 지원 등 지자체별로 제각각 시행되고 있는 교육복지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중국은 인권 침해 독보적 국가

    중국은 인권 침해 독보적 국가

    미국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 박해와 시민 탄압 등 인권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인권 침해에서 “중국이 독보적”이라고 비난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내 ‘수용소’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2017년부터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교화한다는 명목으로 운영하는 ‘직업훈련소’를 겨냥한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는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있는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대규모 구금 작전을 대폭 강화했다”며 “중국 당국은 종교와 민족적 정체성을 없애기 위해 고안된 수용소에 80만명에서 200만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교도들을 임의로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적시했다. 또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수용소가 테러와 분리주의,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세계 언론과 인권단체, 과거 구금됐던 인사들은 수용소 내 보안요원들이 일부 수감자를 학대,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권 침해에 관한 한 독보적인 중국이 있다”며 중국의 소수민족 박해 문제를 거론하고, 정부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박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코작 국무부 인권담당 대사도 “우리의 추측은 (중국이) 수백만 명을 수용소에 넣어 고문하고 학대하며 그들의 문화와 종교 등을 DNA에서 지우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건 매우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수용시설에 대해 일종의 노동 훈련 캠프이며 자발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정말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문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중국 당국이 부패 등 권력 남용 관련자들을 기소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산당이 불투명한 당내 징계절차를 이용해 먼저 조사 및 처벌을 한다”며 “당국은 권력 남용을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한 시민을 압박, 구금, 체포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에 대해서도 “단지 권리를 위해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지난해 20명 이상을 숨지게 하고 수천 명을 적법 절차 없이 체포했다”며 “이란 정권은 지난 40년 동안 국민에 가한 잔혹 행위의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권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한국의 ‘적폐청산’의 진행 경과를 소개했다. 여기에는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소 및 재판 상황과 국가기구의 과거 위법활동에 대한 조사 상황이 담겼다. 국무부는 31쪽 분량의 보고서 중 ‘정부의 부패와 투명성 결여’ 항목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정부 부패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었다”면서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재판 상황을 전했다. 보고서는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작년 4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고, 8월 2심에서는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이 늘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도 불법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건이 진행 중이라는 것도 포함됐다. 또 보고서는 지난해 4월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여러 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과 삼성으로부터 총 1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권력 남용,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꾸려져 작년에 결과가 발표됐으며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2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고 언급됐다. 국내 선거와 관련해서는 2017년 5월 대선과 지난해 6월 지방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한 것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법원은 2019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법무부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석방도 포함됐다. 다만 이후 대체복무제 도입과 관련한 정책 논의와 변화 상황이 상세히 담기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2017년 2월 한 여성 검사가 남성 검사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한 이후 활발히 전개된 ‘미투’ 운동에도 주목했다. 작년 여성상담센터 등을 통한 상담 수치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 내용을 소개했다. 이와함께, 보고서는 ‘시민의 자유에 대한 존중’ 항목에서 정부 당국이 탈북민과 접촉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이 정부의 북한 포용정책에 비판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중연설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더디게 진행했으며 북한인권대사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밖에 보고서는 ‘근로자의 권리’ 항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변경에 따른 근로 환경 변화에 관해 기술했다. 비정부기구들은 국가보안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자유를 억압한다며 개혁이나 폐지를 촉구한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美상원 예멘 내전 개입 중단 결의안 가결…트럼프에 일격

    美상원 예멘 내전 개입 중단 결의안 가결…트럼프에 일격

    미국 상원이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하는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군 개입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가결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하원은 이르면 14일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결의안은 사실상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전체 의석(100석)의 절반 이하인 47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날 표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 7명이 반란표를 던진 덕분에 찬성 54표, 반대 46표로 통과됐다. 결의안은 하원 표결을 거쳐 백악관으로 송부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군대를 예멘에서의 적대 행위로부터 철수시키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군은 그동안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공습 표적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급유 등을 지원해왔다. 특히 이 결의안은 미 의회가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권한을 제한하고자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을 적용해 가결한 첫 번째 조치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일정 기간 이상 군대를 전장에 투입하려면 사전 또는 사후에 의회와 협의해야 하며, 의회의 요구가 있으면 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규정을 담고 있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버니 샌더스 의원은 “오늘 우리는 의회의 승인을 받은 적 없는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을 종료시킴으로써 헌법 권한을 되찾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 의원도 “우리는 외국군이 전쟁에서 폭격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의 지원이나 군사 개입을 받을 자격이 있는 동맹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성명을 통해 “결의안은 최고 사령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헌법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반체제 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된 이후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사우디 외교정책에 반감을 표했다.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2015년 3월 본격화한 뒤 4년간 계속된 예멘 내전으로 1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3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사우디가 연합군을 결성해 2015년 대규모 공습을 벌이면서 예멘 내전은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와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 사이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산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전두환과 승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전두환과 승리/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과 아이돌그릅 빅뱅 멤버인 승리가 항간에 뜨겁게 회자된다. 전두환씨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공판에 출두한 뒤 연일 입초시에 오르고 있다. 승리는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의 중심 인물로, 관련 일탈이 끝 모를 지경으로 확산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자연인이 아닌, 공인(公人)이다. 세인들의 입에 그 이름이 쉼 없이 오르내림도 예사롭지 않은 공인의 신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따져 보면 두 사람의 요란한 회자는 ‘유명 공인’ 말고도 이중구조의 부조리 때문이다. 일반 상식에서 동떨어진 그들만의 생각과 행동 말이다. 지난 11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9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씨를 보자. 전씨의 혐의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전씨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는 ‘가면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묘사된다.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려는 광주 시민들과 관련한 자신은 ‘씻김굿의 제물’로 쓰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씨 측이 사죄나 유감 표현은커녕 헬기 사격 일체를 부인한 것이다. 발포 명령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전씨가 던진 외마디는 “이거 왜 이래”였다. 광주민주화운동은 헌법적·법적 판단이 명쾌하게 정리된 한국의 아픔이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에 동의한다. 그러니 ‘이거 왜 이래’는 전씨가 얼마나 심각하게 세상과 동떨어진 이중구조의 벽 속에 갇혔는지를 보여 주는 단초다. 의도된 회피이겠지만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말을 빌리자면 안드로메다다. 또 버닝썬의 승리는 어떤가. 직원의 손님 폭행 논란으로 시작된 버닝썬 사태는 이제 연예인 성범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버닝썬 실소유주에 마약 유통, 성범죄, 경찰 유착 의혹을 받는 승리가 연예계 은퇴라는 모면 수를 택했지만 사태는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그 버닝썬 사태 역시 매일매일을 열심히 건전하게 사는 일반인과는 몹시 다른 이중구조의 세상에서 놀아난 사람들에 시선이 쏠린다. 얼마나 많은 공인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즐겼을지의 분노 어린 의심이다.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자랑스럽게 입에 올린다. 우리 사회는 그 자랑스러운 3만 달러 시대에 발을 제대로 맞춰 사는 것일까. 그 거창한 3만 달러는 현실과 거죽의 괴리 앞에서 여지없이 무색해지곤 한다. 양극화 말고도 우리 앞에 드리워진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위기의 청년실업이며 자영업자·비정규직의 생존 위협, 급속한 초고령화 진입…. 그 와중에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로 불리는 일탈과 누림이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남의 눈과 공중의 상식은 아랑곳없이 내 생각대로, 그렇게 나만 잘살아 보자는 식의 이중구조. 그 틈새에 끼어든 뻔뻔한 이기주의 탓에 우리는 수없이 많은 손실과 반목을 치러 왔지 않은가. 대중의 기대를 짓밟고 국민에게 던진 ‘이거 왜 이래’ 응수는 그래서 더 큰 원성과 분노를 낳고 있다. 승리 역시 기대와 꿈을 분노로 바꿔 놓은 ‘위험한 공인’이다. 살얼음 같은 세상 속, 그들만의 위험한 리그를 이제 끝내자. ‘위험한 공인들’ 말이다. kimus@seoul.co.kr
  • 전두환 일가 “연희동 사저, 비자금과 관련 없어...구십 노인 나가라는 건 생존권 위협”

    전두환 일가 “연희동 사저, 비자금과 관련 없어...구십 노인 나가라는 건 생존권 위협”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000억원가량을 걷기 위해 검찰이 전씨의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내놓자 전씨 일가가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전씨 일가 측 변호인은 “구십 노인을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 건 생존권 위협”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3일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와 전직 비서관 이택수씨, 셋째 며느리 이윤혜씨가 제기한 재판 집행 이의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전씨는 반란수괴 등 혐의로 기소돼 1997년 추징금 2205억여원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현재 미납 추징금이 1000억원가량 남은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공무원범죄몰수법에 따라 제3자인 가족 명의로 된 자택 대지 및 건물도 강제집행 대상이 된다고 판단, 공매에 넘겼다. 현재 이순자씨는 연희동 자택 대지와 본채를, 이택수씨는 정원 등을, 이윤혜씨는 별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 일가 변호인단은 사저 매입이 불법으로 얻은 수익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순자씨와 이택수씨를 대리한 정주교 변호사는 “추징금은 (전씨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축적한 비자금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그러나 신청인(이순자)이 이 부동산을 취득한 건 1969년으로, 십수년 이전에 취득한 재산이기 때문에 불법수익으로 유래된 재산이 아니다”고 말했다. 추징의 근거가 되는 ‘공무원범죄몰수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검찰 측은 일가 명의로 된 사저가 명백히 전씨의 차명재산이기 때문에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택수씨는 사저의 정원이 자기 소유라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2013년 검찰 조사에서는 차명 소유임을 명확히 시인했다”면서 “이순자씨 등도 2013년 자택을 압류당하고도 5년 넘도록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실제 소유자가 피고인(전씨)임을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애초에 2013년 검찰의 강제집행이 초헌법적이고 위법한 집행이었다”면서 “그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건 그야말로 국민에 대한 송구스런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구십 노인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 내용과 검찰이 제출할 일가의 장남 전재국씨의 2013년 진술조서 등을 종합해보고 오는 27일 다시 심문해보기로 했다. 현재 전씨 일가는 서울행정법원에도 공매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압류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내둔 상태다. 이 중 이윤혜씨가 제기한 압류처분 무효 확인 소송은 오는 15일 1심 판결이 선고될 예정이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 총사퇴’ 발언 현실성 있을까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 총사퇴’ 발언 현실성 있을까

    지난 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를 언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건데요. 의원 사퇴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봤습니다.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사퇴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국회가 열려있는 회기 중에는 국회 의안과에 의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회기가 아닐 때에는 국회의장 결재로 할 수 있습니다. 국회법 135조를 보면 되는데요. 우선 회기 중에는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150명이 출석해서 그 절반의 인원이 찬성을 해야 하는 겁니다. 회기가 아닐 때에는 본회의 의결은 필요없고요. 135조(사직) ①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②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ㆍ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사직 허가 여부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그런데 현재 국회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128명, 한국당 113명, 바른미래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민중당 1명, 대한애국당 1명, 무소속 7명입니다. 만일 150명을 채우려면 같은 정치적 성향인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무소속 의원들을 ‘자신의 사퇴에 찬성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데요. 사실상 자신의 사퇴를 동료의원에게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과 거리가 있죠. 의원총사퇴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항상 의원총사퇴와 함께 거론되는 게 국회 해산입니다. 현재 국회 해산과 관련된 헌법 조항은 없는데요. 다만 헌법 41조 2항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국회 해산을 주장하는 측은 의원수가 200인 이하가 되면 국회 해산 요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데요. 만일 한국당 의원 113명이 총사퇴를 하면 재적의원 수가 185명이 되니까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이런 논리로 가는 거죠. 반대로 헌법 41조는 단순히 국회 정원에 대한 조항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헌법 제41조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오늘은 의원총사퇴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더 많은 시사상식은 팟캐스트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바로가기)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나경원 발언에 유시민 “사시 공부할 때 헌법 공부 안 하나”

    나경원 발언에 유시민 “사시 공부할 때 헌법 공부 안 하나”

    정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출연한 유튜브 ‘고칠레오’ 영상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의 무한확대와 극심한 다당제를 초래한다. 의원정수는 300석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의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것을 고백하자’는 부분에 대해 “사실에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면서 반박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제헌헌법에는 남쪽 인구가 대략 2천만명이 되기에 국회의원은 200명 이상 돼야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인구 10만명 당 국회의원을 1명 두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면서 “헌법 정신에 따르면 인구가 증가할수록 국회의원 정수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는 200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한규정’은 있지만 ‘상한규정’은 없다”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비례대표제 폐지 발언과 유사할 정도로 헌법정신이나 내용에 대한 무시 또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시민 이사장은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 헌법 공부를 안 하느냐”고 꼬집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한다. 알다시피 나경원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법을 몰랐다고 하면 정말 부끄러워 해야 되는 것”이라면서 “헌법은 모든 법의 근간이기에 헌법 정신에 위배되게 법을 해석할 수 없다. 헌법은 아주 기본이다”라고 답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이에 “기본을 안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주민 최고위원은 방송이 나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발언 일부를 정정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제헌헌법은 제헌의회를 구성하여 제헌의회에서 만들어졌는데, 제헌의회를 구성함에 있어서 인국 10만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고 하여 그렇게 제헌의회를 구성했다”면서 “당시 인구가 대략 2000만명이었기에 선출된 국회의원은 198명이었다. 그러한 정신이 계속 이어져서 현행 헌법에 국회의원의 정수를 200명 이상으로 한다는 하한 규정은 두되 상한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가 늘면 그에 따라 국회의원 수가 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어야 했는데 제헌헌법에서부터 명확히 그런 규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은 틀리게 말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유시민 이사장과 박주민 최고위원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저임금을 “실패한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015년 독일이 최저임금제를 도입했고, 미국과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확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럼 이 나라들이 전부 사회주의인가. 실패한 정책이라면 왜 확대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시민 이사장도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최저임금을) 법으로 제정한 것이고, 내각제인 독일 연방의회에서도 보수당인 기민당이 다수당이자 제1당”이라면서 “독일의 집권 보수당과 메르켈 총리가 사회주의 정책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메르켈 총리에게 메일을 보내서 ‘귀하가 도입한 최저임금 정책은 사회주의 정책인가? 실패했다고 우리나라 제1야당 원내대표가 말하는데, 왜 실패했느냐?’고 물어볼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주민 최고위원은 “그래서 한국당에 외교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은 위헌”,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가짜 비핵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 “먹튀·욜로·막장 정권” 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이어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독교는 중국 체제 전복의 수단?

    기독교는 중국 체제 전복의 수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1~24일 이탈리아 순방 중 교황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고위 정치인이 기독교는 서방세계가 중국 사회를 전복하려는 수단이라고 말했다.홍콩 명보는 12일 중국 반관영 종교조직인 삼자애국운동위원회 쉬샤오훙(徐曉鴻) 주석이 전날 양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서방의 반중국 세력은 기독교를 통해 중국 사회의 안정을 해치고 심지어 중국 체제를 전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교회의 성은 ‘서(西)’가 아닌 ‘중(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쉬 주석은 “근대 이래 기독교는 서양 열강의 식민침략과 함께 대규모로 중국에 전래된 것”이라며 “많은 중국의 기독교 신도는 국가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를 내세우며 국가 안보를 전복시키는 데 가담한 해로운 이들에 대해, 우리는 국가가 그들을 법으로 묶어두는 것을 강력히 옹호한다”며 “아무리 많은 힘이 들어가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독교 중국화의 방향을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중 교황과의 면담 가능성은 대외활동으로 바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개일정이 21~23일 없다는 점에서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은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시 주석이 6년 전 집권한 이후 ‘종교의 중국화’를 내세우며 종교를 공산당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바티칸과의 수교를 위해 협상하면서도 중국 당국은 지하 교회와 성당을 폐쇄했다. 중국 가톨릭은 중국 당국 인가를 받지 못한 지하교회 신도 1050만명과 중국 관영의 천주교애국회 신도 730만명으로 나뉜다. 바티칸 교황청은 중국 당국의 ‘종교의 중국화’에 반발했으나 지난해 9월 중국과 교황청이 주교 임명 문제를 잠정적으로 타결짓고 관계 개선에 나섰다. 이에 따라 교황청이 중국 당국의 종교 박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과 교황청의 주교 임명권 문제 타결은 곧 양국의 수교로 이어지고 대만의 고립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낳았다. 중국의 종교에 대한 제재는 미국의 우려를 사고 있는데, 지난주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대만을 방문해 중국은 박해를 중단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슬람교 지역 신장 자치구에서 진행 중인 위구르족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서구권 국가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중국은 위구르족에게 중국어와 법률 등을 가르치는 직업교육센터에서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억제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등은 인권탄압 수단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중국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사설] 한국당 ‘비례’ 폐지안, 선거제 개혁에 재 뿌리자는 건가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과 비례대표 폐지를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혁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바른미래·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의 비례대표제 강화안과 정면충돌한다. 선거제 개혁 논의가 거대 정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정당 지지율을 의석 배분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측면에서 볼 때 한국당의 개혁안은 개악에 가깝다. 올 1월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뒤 당론조차 정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여야 4당이 패트스트랙에 올려 추진하려 하자 노골적으로 개혁 논의의 판을 깨려는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선 안 된다는 국민 여론을 내세워 여야 4당의 비례대표 강화안을 반대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의석수를 현재의 300석을 유지하면서 지역구는 줄인 225석으로, 권역별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야 3당도 이 안을 토대로 연동형 비례제를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패스트트랙 본격화에 나설 태세다. 따라서 의원수가 확대돼선 안 된다는 주장은 현재 개혁안을 반대하는 명분이 안 된다. 위헌 소지는 헌법재판소의 2001년 “1인 1투표 제도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은 위헌”이란 판결을 토대로 하지만, 이후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가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진행된 만큼 역시 논의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번 개혁안에서 정당 투표를 유지하면 위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지역구를 장악하는 만큼 비례대표제를 개혁·강화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의 의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국당의 비례대표제 폐지안은 기득권을 고수하겠다는 놀부 심보와 다를 게 없다.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 개혁을 이렇게 정략적 차원에서 발목만 잡다간 지역구 선거마저도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시리아 8년 내전 ‘끝없는 악몽’…36만명 죽고 인구 절반이 난민

    시리아 8년 내전 ‘끝없는 악몽’…36만명 죽고 인구 절반이 난민

    열강이 지핀 8년 전쟁의 불길이 36만여명의 목숨을 집어삼키고 시리아인 절반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오는 15일로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지 만 8년이 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내전이 일어난 201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6만 47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이 전체 사망자의 3분의1인 11만 687명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2만여명, 여성이 1만 3000여명이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 측 사망자는 12만 4000여명이었다. 절반이 정부군 장병, 나머지 절반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국인 전투원으로 추산된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 전투원도 6만 4000여명이 죽었다.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난민이 됐다. 전쟁 발발 전 시리아 인구는 2100만명이었다. 현재 시리아 난민은 그 절반이 넘는 1200만명이다. 560만명이 요르단 등 타국을 전전하며, 나머지는 전쟁을 피해 시리아 각지를 떠돈다. 애초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이해가 얽힌 주변국과 열강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내전의 시작은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리아 전역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무력으로 진압했다. 대규모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했다. 이웃나라 이라크에서 2014년 6월 발호한 IS가 혼란을 틈타 시리아 동부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2015년 6월 미국이 주도한 국제동맹군이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러시아도 IS 토벌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반군을 지지하는 수니파 국가 터키, 시아파 알아사드 정권의 편에 선 시아파 맹주 이란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 시리아 내전은 열강과 주변국의 대리전이 됐다. 러시아의 적극적인 개입,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발표 등으로 내전은 알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기울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알아사드 대통령은 최근까지 시리아 영토의 70%를 수복했다. 그러나 전쟁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월 러시아 주도로 열린 ‘시리아 국민 대화’에서 헌법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가 도출됐지만 전후 처리를 놓고 러시아, 이란, 터키 등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이 수시로 시리아 정부군 장악 지역 및 시리아 내 이란군 주둔 지역을 공습해 긴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비례 폐지 위헌” vs “의원 정수 축소”…‘프레임 싸움’으로 번진 선거제 개편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제 폐지’와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를 자체 선거제도 개혁안으로 내놓으면서 실현 가능한 개혁안인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은 한국당의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을 위헌으로 규정하고 있고 한국당은 의원 정수 축소는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민주당 등 여야 4당은 헌법이 비례대표제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당이 이에 대한 폐지를 언급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헌법 제41조 제3항은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11일 “헌법에는 비례대표제의 운영을 어떻게 할지 법률로 정하라고 돼 있지 존폐 문제까지 위임한 건 아니다”라며 “비례대표제 폐지는 개헌을 해야 가능한 건데 한국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건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율사 출신인데 이제는 헌법도 잊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입장은 다르다. 검사 출신인 최교일 의원은 “헌법에는 비례대표제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폐지 주장을 한다고 해도 해석상 위헌 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제 개혁 논의 과정에서 홀로 남겨진 한국당은 의원 정수 축소라는 파격적인 카드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은 의원수를 줄이고 내 손으로 뽑지 않는 의원을 늘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은 선거를 앞두고 늘 야합만 하는데 아예 당을 합쳐라”고 강조했다.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정적’이라는 의견에 더 힘이 실렸다. 여야 4당 중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했던 정당도 있는 만큼 한국당의 깜짝 제안은 뼈아프게 작용할 수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을 갖고 선거제 개혁안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추진을 논의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오늘 처음 공식적으로 모였으니 내일이라도 합의가 되면 바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 총사퇴’ 발언 현실성 있을까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의원 총사퇴’ 발언 현실성 있을까

    지난 8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직 총사퇴’를 언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야 4당이 선거제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기로 하면서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건데요. 의원 사퇴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알아봤습니다.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사퇴하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국회가 열려있는 회기 중에는 국회 의안과에 의원 사퇴서를 제출하고, 회기가 아닐 때에는 국회의장 결재로 할 수 있습니다. 국회법 135조를 보면 되는데요. 우선 회기 중에는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150명이 출석해서 그 절반의 인원이 찬성을 해야 하는 겁니다. 회기가 아닐 때에는 본회의 의결은 필요없고요. 135조(사직) ①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②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ㆍ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사직 허가 여부는 토론을 하지 아니하고 표결한다. 그런데 현재 국회 구성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128명, 한국당 113명, 바른미래당 29명, 평화당 14명, 정의당 5명, 민중당 1명, 대한애국당 1명, 무소속 7명입니다. 만일 150명을 채우려면 같은 정치적 성향인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무소속 의원들을 ‘자신의 사퇴에 찬성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데요. 사실상 자신의 사퇴를 동료의원에게 설득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과 거리가 있죠. 의원총사퇴가 현실적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항상 의원총사퇴와 함께 거론되는 게 국회 해산입니다. 현재 국회 해산과 관련된 헌법 조항은 없는데요. 다만 헌법 41조 2항에는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국회 해산을 주장하는 측은 의원수가 200인 이하가 되면 국회 해산 요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데요. 만일 한국당 의원 113명이 총사퇴를 하면 재적의원 수가 185명이 되니까 국회는 해산해야 한다 이런 논리로 가는 거죠. 반대로 헌법 41조는 단순히 국회 정원에 대한 조항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헌법 제41조 ②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오늘은 의원총사퇴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더 많은 시사상식은 팟캐스트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https://bit.ly/2TV38hl)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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