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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임 헌법재판관에 문형배·이미선 판사 지명…‘헌재 여성 3인 이상’ 처음

    신임 헌법재판관에 문형배·이미선 판사 지명…‘헌재 여성 3인 이상’ 처음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신임 헌법재판관에 문형배(54·사법연수원 18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49·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이들 두 후보자는 다음 달 19일 퇴임하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의 후임이다. 이 두 재판관의 퇴임 한 달 전에 신임 재판관이 지명됨에 따라 후임 인선 지연으로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은 2017년 10월 유남석 현 헌법재판소장 이후 두 번째다. 이후 문 대통령은 작년 8월 유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했다. 문형배·이미선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면 별도의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특히 이미선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과 함께 헌정 사상 최초로 3명의 여성 재판관이 동시에 재직하게 되면서 헌법재판관 비율이 30%를 넘게 된다. 김의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재판관 구성 다양화라는 시대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성별·연령·지역 등을 두루 고려해 두 분을 지명했다”며 “특히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기관 여성 비율이 30%를 넘는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여성 장관 30%를 공약한 바 있다. 다만, 현 내각 여성 장관 비율은 18명 중 4명인 22.2%에 그치고 있다. 문형배 후보자는 부산지법·부산고법 판사를 거쳐 창원지법·부산지법·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미선 후보자는 서울지법·청주지법·수원지법·대전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형배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으로 불린다. 2009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회장에 선출됐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 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단순히 연구회 활동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법원 내 다양한 논란과 관련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맏형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개인적 성향과 달리 재판에서는 엄격한 법치주의자라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 2010년 부산지법 부장판사 시절 낙동강 4대강 사업 취소소송에서 이 사업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재판 진행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한 우수법관 10명에 들기도 했다. 지난해 퇴임한 김소영 대법관 후임으로도 추천된 적이 있다. 2007년 창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자살을 시도하려다 여관방에 불을 지른 방화범에게 건넨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한다. 당시 문형배 후보자는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라고 한 후 “거꾸로 말하면 ‘살자’로 변한다. 죽으려는 이유가 살려는 이유가 된다”고 말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문형배 후보자는 우수 법관으로 수회 선정되는 등 인품과 실력에 높은 평가를 받아 추천됐다”며 “평소 억울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법원이라며, 뇌물 등 부정부패를 엄벌하고 노동사건,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했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재판을 하며 사법독립과 인권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이라며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관 임무를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미선 후보자는 201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을 때 형사근로조에 속해 노동 사건을 중점으로 연구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민사 단독 재판장을 맡을 때도 노동 사건을 전문으로 다뤘다. 그는 노동법 전문가인 만큼 노동자 권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용하고, 개인적인 견해나 사건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는 ‘신중한 인물’이란 평이 많다. 김 대변인은 “이미선 후보자는 우수한 사건분석 능력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유아 성폭력범에게 술로 인한 충동 범행이고 피해자 부모와 합의해도 형 감경 사유가 안 된다며 실형을 선고해 여성 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또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노동법을 연구하며 노동자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 권리 보호에 노력했다”며 “뛰어난 실력과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신망받는 40대 여성 법관”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백기완 신작 ‘버선발 이야기’ “수술실 들어가면서도 완결 생각”

    백기완 신작 ‘버선발 이야기’ “수술실 들어가면서도 완결 생각”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0년 만에 신작을 공개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제3공장 코너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출연했다. 이날 백기완 소장은 최근 출간한 ‘버선발 이야기’를 소개했다. ‘버선발 이야기’는 ‘버선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을 중심으로 민중의 땀과 눈물, 자유와 희망을 담은 책으로, ‘백발의 거리 투사’로 불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지난해 출간 예정이었으나 백기완 소장의 심장 관상동맥 수술로 출간이 올해로 미뤄졌다. 백기완 소장은 “수술실에 들어가면서도 ‘버선발 이야기’를 꼭 완결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1932년 생인 백기완은 올해 87세를 맞았다. 그는 196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1974년 유신헌법철폐 100만인 선언 운동을 주도해 12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1975년 형 집행 정지로 석방됐다. 제 13·14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재야운동권에서 독자후보로 추대돼 선거에 입후보하기도 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글로벌 In&Out] 코민테른 창립 100주년과 한국독립운동/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글로벌 In&Out] 코민테른 창립 100주년과 한국독립운동/바실리 V 레베데프 고려대 사학과 석사

    지난 3월 1일, 한국이 3·1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1919년 3월 1일 발생한 3·1독립운동은 한국 민족해방투쟁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고,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의 법통인 임시정부의 기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1919년 3월에는 한민족독립운동과 일제 멍에로부터의 해방투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이 한 가지 더 있다. 3·1운동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1919년 3월 2일 서울로부터 약 6600㎞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약칭 코민테른) 창립회의가 열렸다. 1920년대 한국의 민족해방운동과 코민테른의 관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917년 10월, 러시아에서 혁명이 일어났으며 세계 최초의 노농국가인 소비에트 러시아가 탄생하였다. 10월 혁명을 주도한 레닌과 러시아 공산당은 러시아 혁명을 세계 혁명의 일환으로 봤으며 유럽 여러 공산단체와 함께 세계 혁명의 확산과 투쟁 중인 각 민족의 노동계급 지원 등을 목적으로 국제기관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1919년 코민테른 창립회의에는 조선에서 국민회 대표로 강상주가 참여하였으며 한국인들의 반제·반식민지 투쟁에 관해 이야기했고, 3월 17일 대한국민의회가 연해주 니콜스크-우수리스크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했으며 1부를 코민테른에 전달했다. 4월 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노령한인노동단체대회에서 강상주가 코민테른 창립회의에 대해 연설했으며 러시아 외무인민위원회 동방부장 보즈네센스키가 소비에트 정부를 대표해 연설했다. 독립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을 실감한 보즈네센스키는 같은 해 7월 26일 ‘한국의 혁명적인 단체인 국민회와 온 한국인들에게’라는 소비에트 정부의 선언을 발표했다. 많은 한국 혁명가가 이미 붉은군대에 입대하고 극동지역에서 일제와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에게 국내에서도 항일무장투쟁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또한 파리강화회의에 파견된 한국대표단이 문전박대 당하고 열강과의 외교로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외교독립론이 사실상 붕괴하면서 무장투쟁론이 강화되어 갔다. 많은 무장투쟁론자는 세계 혁명을 추구하고 1918년 러시아 내전에 개입하여 연해주 지역의 일부를 점령한 일제와 싸우는 소비에트 정부와 코민테른을 당연한 동반자로 간주해 러시아로 건너와 무장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소비에트 정부와 코민테른은 이들을 지원했다. 좌익 민족운동은 문제도 많았는데 분파투쟁이 치명적이었다. 코민테른의 지원을 받으려는 독립운동가들은 분열돼 서로 권력다툼을 벌였다. 그 결과, 1920년대 초 코민테른이 독립운동과 ‘상하이에서의 혁명사업’을 위해 제공한 거액의 자금을 둘러싼 분쟁(이른바 ‘모스크바 자금사건’)이 일어났고, 모스크바 자금을 상하이로 가져온 김립이 살해되었다. 또한 분파투쟁, 통수권 다툼, 국제정세 변화, 극동공화국과 코민테른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1921년 6월 자유시 참변이 발생해 많은 운동가가 살상당하고 부대들은 무장해제되었다. 코민테른은 조선 내 반일·혁명투쟁을 지도하기 위해 통일조직으로 공산당 설립을 수차례나 시도했으나 분파투쟁과 일제의 탄압으로 실패했다. 코민테른은 식민지 독립운동을 지도·지원하려고 노력했다. 그 집행위원회는 조선인 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동방노력자공산대학을 설립하고 한국, 중국, 베트남 등의 젊은이들에게 민족해방과 혁명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쳤다. 그 대학 동문 중에 중국의 덩샤오핑과 류사오치, 베트남의 호찌민, 일본의 가타야마 센, 한국의 조봉암과 박헌영 등 유명한 정치가가 있다. 또한 코민테른은 1922년 민족해방운동을 지원할 목적으로 극동민족대회를 열었다. 참석자 중에 한국인이 제일 많았으며 그 의장단에 김규식과 여운형 등이 선출되었다.
  • 역사학계 “나경원, 반민특위 망언 징계하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난 14일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는 발언에 대해 19일 역사학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발언과 함께 ‘망언’으로 규정하며 규탄에 나섰다. 한국고고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29개 학술단체는 성명을 통해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벌어진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만든 헌법기구”라며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또 “정치인들의 망언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해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문다”며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을 가장 앞장서서 비판하고 있는 민주평화당의 김정현 대변인은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 자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워낙 많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오는 22일 일제잔재문화청산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체계적으로 친일 비판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민주평화당은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 이후 ‘나 원내대표의 정신 분열이 의심된다’,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 등의 강경한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반발했지만, 민주평화당은 ‘토착왜구의 사실관계 입증에 혼신을 다하겠다’는 논평을 재차 내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전날 “(한국당은) ‘토착왜구 세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왜구는 퇴치 대상이다. 토착왜구가 21세기 대한민국 한복판을 휘젓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고 직접 나서서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쳇바퀴

    명성교회 세습, 논란의 쳇바퀴

    창립자 아들 김하나 목사 승계 시도 작년 예장통합서 ‘불가’ 결정 후 표류 명정위·세교모 연대 “세습 철회 촉구” 일부 신도, 교회 상대 세습 무효 소송 사랑의교회 담임목사 재위임도 논란그동안 잠잠하던 명성교회 담임목사 세습 논란이 재현됐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명정위)와 명성교회 세습 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모임(세교모) 등 세습 반대 측이 연대해 세습 철회와 총회 결의 이행을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명성교회 교인들도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점입가경이다.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연대는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서울동남노회에 대한 사고노회 규정’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정위, 세교모가 함께 참여한 회견을 통해 이들은 “2018년 9월 예장통합 총회에서 모인 총의는 ‘명성교회 세습 불가’였다”며 “총회 재판국이 하루빨리 교단 헌법에 따라 신속하고 정의롭게 판결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명성교회 교인 7명도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같은 날 예장통합 사무국에 김하나 목사 청빙청원 건을 통과시킨 2017년 3월의 공동의회 결의 무효 소장을 접수시켰다. 이 소송은 명성교회 세습 사태를 사회법에 맡길 단초로 비쳐져 눈길을 끈다. 명성교회 사태는 창립자인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왼쪽) 목사에게 담임목사를 승계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세습 반대 측은 “교회 세습을 인정하지 않는 교단 법을 위반한 부당 행위”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교회 측은 “세습이 아닌 청빙의 형태이고 대다수 교인들이 찬성하는 만큼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맞서 왔다. 지난 2018년 9월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통합은 가을 총회에서 명성교회의 세습 불가 결정을 내려 총회 재판국 구성원을 새로 임명해 재판을 다시 하도록 해 놓았지만 지금까지 별 진전 없이 표류 상태이다. 최근 세습 반대 목소리가 급격히 터져 나오게 된 건 총회 임원회의 결정 때문이다. 총회 임원회는 최근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온 서울동남노회를 ‘노회 선거에 위법성이 발견됐다’며 사고노회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노회의 직무와 기능이 정지되고 노회의 전권은 수습전권위원회에 넘어갔다. 비대위의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임원회의 사고노회 규정 사태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의 한 목사는 “그동안 준법정신을 가지고 어떻게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불법 세습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더이상 길이 없다”며 “우리들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놓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금식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단식기도회를 진행 중이다. 한편 오정현(오른쪽) 담임목사의 자격 논란에 휩싸였던 사랑의교회 사태는 오 목사의 재위임으로 일단락된 상황이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0일 공동의회를 연 뒤 “2003년 오 목사 위임의 교회법상 적법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교회 측은 “참석 성도 96.42%가 오 목사에 대한 위임결의 청원 관련의 건에 찬성했다”며 특히 “2004년 이후 오 목사가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행한 사역에 대해서도 합법성을 견지하며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교회 측의 이 같은 일방적인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오 목사의 학력 논란을 계속 제기해 사태의 종결을 예단하기 어렵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코민테른 창립 100주년과 한국독립운동 100주년

    코민테른 창립 100주년과 한국독립운동 100주년

    지난 3월 1일, 한국이 3·1 독립운동의 100주년을 맞이하였다. 1919년 3·1 독립운동은 오늘 한국 민족해방 투쟁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고,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대한민국 정부의 법통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원이다. 1919년 3월에는 한민족독립운동과 일제 멍에로부터의 해방 투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사건이 한가지 더 있었다. 1919년 3월 2일 서울로부터 약 6600㎞ 정도로 떨어진 모스크바에서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약칭 코민테른)이라는 조직의 창립회의가 열렸다. 물론, 한국 독립운동사에 있어서 코민테른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소위 ‘색깔론’ 등의 영향이 남아 있는 오늘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으며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는 바로 색깔론이며, 이를 위해서 역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려면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에는 1920년대의 한국의 민족해방운동과 코민테른의 관계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1917년,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났으며 세계 최초의 노농국가인 소비에트 러시아가 탄생하였다. 10월 혁명을 주도한 레닌과 러시아공산당(볼셰비키)은 러시아 혁명을 세계혁명의 일환으로 봤으며 유럽 여러 공산단체와 함께 세계혁명의 확산하고 투쟁 중인 각 민족의 노동계급 지원할 목적으로 국제기관을 설립하기로 하였다. 코민테른 창립회의에는 국민회의 대표로서 강상주가 참여하였으며 한국인들의 반제·반식민지 투쟁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3월 17일 대한국민의회가 연해주 니콜스크-우수리스크에서 독립선언을 발표했고 1부를 코민테른에 전달했다. 4월 2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노령한인노동단체대회에서 강상주가 코민테른 창립회의에 대해 연설했으며 러시아 외무인민위원회 동방부장 보즈네센스키가 소비에트 정부를 대표하여 연설했다. 독립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을 실감한 보즈네센스키는 1919년 7월 26일 ‘한국의 혁명적인 단체인 국민회와 온 한국인들에게’라는 소비에트 정부의 선언을 발표하였으며 많은 한국 혁명가들이 이미 붉은군대에 입대하고 극동지역에서 일제와 싸우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에게 국내에서도 항일무장투쟁을 벌일 것을 호소했다. 또한 파리 강화회의에 파견된 한국대표단이 문전박대당하고 열강과의 외교를 통해 독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외교독립론이 사실상 붕괴되면서 무장투쟁론이 강화되어 갔다. 많은 무장투쟁론자들은 세계 혁명을 추구하고 1918년 러시아내전에 개입하여 연해주 지역의 일부를 점령한 일제와 싸우는 소비에트 정부와 코민테른을 당연한 동반자로 간주하여 러시아에 넘어오고 무장투쟁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소비에트 정부와 코민테른은 그들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좌익민족운동은 문제도 많았으며 가장 치명적인 것은 분파투쟁이었다. 코민테른의 지원을 받으려는 독립운동가들은 통일조직을 결성하지 못하였으며 서로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 결과, 1920년대 초 코민테른이 독립운동과 ‘상해에서의 혁명 사업’을 위해 제공한 거액의 자금을 둘러싼 분쟁(이른바 ‘모스크바 자금 사건’)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모스크바자금을 상해로 가져온 김립이 살해되었다. 또한 분파투쟁, 통수권 다툼, 국제 정세 변화, 극동공화국과 코민테른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1921년 6월 자유시 참변이 발행하였으며 많은 운동가가 살상당하였고 그 부대들은 무장해제되었다. 코민테른은 한국 국내 반일·혁명투쟁을 지도하기 위해 통일조직으로 공산당을 수차례나 설립 시도했으나 분파투쟁과 일제의 탄압으로 실패했다. 코민테른은 식민지의 독립운동을 지도·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 집행위원회는 한국인 간부를 양성하기 위해 동방노력자공산대학을 설립하고 한국, 중국, 베트남 등 국가의 학생들에게 민족해방과 혁명 사업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쳤다. 그 대학 동문 중에 중국의 덩 샤오핑과 류 사오치, 베트남의 호찌민, 일본의 가타야마 센, 한국의 조봉암과 박헌영 등 유명한 정치가가 있다. 또한 코민테른은 1922년 민족해방운동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주도로 극동민족대회를 열었다. 참석자 중에 한국인이 제일 많았으며 그 의장단에 김규식, 여운형 등이 선출되었다. 193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제 환경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1920년대 초에 고조되었던 세계 혁명정세가 1920년대 후반에 완전히 퇴조하였다. 이 상황에서 세계혁명을 강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으며 코민테른의 힘도 점차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1937년에 시작한 소련 대숙청 과정에서 한국인 간부들을 포함한 많은 좌익운동가가 희생당하였고, 1943년 코민테른은 공식 해산되었다.글. 사진:바실리 V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역사단체들 “‘반민특위 망언’ 나경원 등 징계하라” 규탄 성명

    역사단체들 “‘반민특위 망언’ 나경원 등 징계하라” 규탄 성명

    역사단체들이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활동으로 국론이 분열됐다”고 말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5·18 망언’ 3인방(김순례·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을 국회가 징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여성사학회, 역사문제연구소 등 29개 역사단체는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5·18과 반민특위에 대한 망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면서 “우리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 평화, 민주주의, 어느 하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의 희생에 빚지지 않은 것이 없다. 5·18이 “폭동”이며 그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비루한 ‘표현의 자유’조차 5·18 광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라면서 “5·18을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이 오래도록 권력자로 군림하며 우리 사회를 민주적 공동체로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욕보였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는 자가 속한 나라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반민특위를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사과하라”면서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고 촉구했다.아래는 성명 전문. “역사의 진실을 부정하는 정치인”에 대한 역사학계의 규탄 성명 5·18과 반민특위에 대한 망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정쟁의 도구로 삼고자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공식 행사에서 몇몇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고 5·18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매도하였다. 그뿐인가. 이번에는 해방 후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한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한 공적 발언이라는 점이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공공선에 봉사해야 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략을 추구하기 위해 민주적 공동체의 근간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무엇인가. 전두환과 신군부의 5·17 쿠데타에 반대하여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광주 시민의 일대 항쟁이었다. 2011년 5·18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는 5·18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환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였으며, 나아가 냉전 체제를 종식시키는 데 일조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 평화, 민주주의, 어느 하나 광주 시민의 희생에 빚지지 않은 것이 없다. 5·18이 “폭동”이며 그 유공자가 “괴물집단”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비루한 ‘표현의 자유’조차 5·18 광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다. 5·18을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무엇인가. 제헌의회가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반민족행위를 조사·처벌하기 위해 만든 헌법 기구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에 부역하고 우리 민족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죄를 묻기 위한 기구였다.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반민특위가 좌초되고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무산된 것을 국민 대다수는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이 오래도록 권력자로 군림하며 우리 사회를 민주적 공동체로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욕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는 자가 속한 나라는 과연 어디란 말인가. 반민특위를 부인하는 것은 곧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학자들은 정치인들의 망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민주적 공동체의 이름으로 이를 규탄한다. 5·18의 의의와 반민특위의 노력에 대한 부인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며, 우리 사회의 역사적 경험을 소중하게 기억하고 정확하게 기록하여 민주적 공동체의 자산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학의 존립 근거를 허무는 일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도 우리 민족은 두려움 없이 독립과 민주주의를 외쳤다. 정치인들은 정략에 눈먼 망발을 거두고 역사 앞에 겸손해져야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들이여, 100년 전 전국을 가득 메웠던 만세 소리가 두렵지 않은가!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세상을 밝힌 수백만 촛불이 두렵지 않은가! 우리 역사학자들은 온갖 고난을 헤쳐내고 희망의 역사를 열어온 우리 사회의 힘을 믿으며 정치인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1.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거나 부정하지 말라1. 민주주의를 부정한 정치인은 국민에게 사과하라.1. 국회는 망언을 내뱉은 정치인을 징계하라. 2019년 3월 19일 경제사학회, 고구려발해학회, 고려사학회, 대구사학회, 도시사학회, 민족문제연구소, 백제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일본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교육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사학사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여성사학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호남사학회(가나다순)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김경수 항소심 재판부 “불허사유 없다면 불구속 바람직”

    김경수 항소심 재판부 “불허사유 없다면 불구속 바람직”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구속된 김경수(52)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판결 내용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김 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원론적이긴 하지만 보석불허 사유가 없다면 불구속 재판이 바람직하는 입장을 밝혀 향후 보석 허가 여부가 주목된다. 김 지사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겸해 열린 보석 심문에서 “1심 판결은 유죄의 근거로 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아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1심은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 식으로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루킹 김동원씨도 제게 킹크랩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 적 없다고 인정하는데도 특검은 제가 회유해서 그렇다고 한다”며 “이런 식이면 어떻게 해도 유죄가 되는 결과가 되고 만다”고 호소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했다는 특검의 공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며 “불법 공모한 관계라 하기 어려운 사례는 차고 넘친다”고도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은 데 대해서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감당하겠다”면서 “그러나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시고 정권 교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신 사람으로 이런저런 요청이 있으면 성심껏 대응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경남도민들에 대한 의무와 도리를 다하도록 도와달라”며 경남도정을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펼쳤다. 그는 “유무죄를 다투는 일은 남은 법적 절차로 얼마든지 뒤집을 기회가 있겠지만, 법정 구속으로 발생한 도정 공백은 어려운 경남 민생에 바로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1심 판단에 의문이 있다는 점도 불구속 재판을 필요로 하는 이유로 들었다. 변호인은 “원심 판결에 눈에 띄는 하자가 있는 이상, 항소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항소심에서 원점부터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면 석방해서 재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1심이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말 맞추기’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일방적 진술을 인정해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파주 사무실을 방문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을 보고 개발을 승인했다는 공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네이버 로그 기록 등 객관적 증거가 판결 내용과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특검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인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법과 제도에 의해 도지사가 없어도 기본적인 도정 수행은 보장된다”며 “도지사라는 이유로 석방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특혜를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심 선고가 나자마자 사법제도에 대해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지지자와 언론에 기대려는 시도를 한 것은 공정해야 할 정치인으로서 취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보석 신청 이유의 하나로 도지사로서 도정 수행의 책임과 의무를 들고 있지만, 그런 사정은 법이 정한 보석 허가 사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에게 보석을 불허할 사유가 없다면 가능한 허가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불구속 재판은 모든 형사피고인에게 적용되고 법관이 지켜야 하는 대원칙이므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입각해 엄격히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은 강자든 약자든 누구나 공권력을 가진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받고 기소돼 자신의 운명을 거는 재판을 받는 위태로운 처지의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라면서 설령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특혜’가 아님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두번째 공판까지 지켜본 뒤 기준에 따라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檢진상조사단 “또다른 김학의 수십명”…정·재계, 의료계 및 전·현직 장성

    檢진상조사단 “또다른 김학의 수십명”…정·재계, 의료계 및 전·현직 장성

    ‘김학의 사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번지나 조사단, 기무사 첩보 확인 들어가“의혹 연루자 수십명 조사 필요”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끝난 일은 그대로 사실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남은 범죄 행위가 있다면 반드시 엄정한 사법처리를 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함에 따라 이들 사건에 대한 고위층의 연루 의혹을 얼마나 파헤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는 일은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개인적 인연을 기반으로 한 단순 성추문 사건이 정계와 재계, 의료계는 물론 전·현직 군장성 등 사회 고위층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19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다시 조사 중인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와 함께 윤씨로부터 각종 향응을 받은 사회 고위인사 수십명의 혐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에 대한 충실한 조사를 위해 조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수십명의 또 다른 김학의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과거사위의 활동기간이 5월말까지 두달 연장되는데 무게가 실린다.진상조사단은 이른바 ‘윤중천 성접대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부 고위간부와 유력 정치인, 기업 대표, 유명 병원장, 대학교수 등이 부당한 청탁과 함께 성상납 등 향응을 수수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군장성들이 윤씨의 별장을 드나들었다는 국군 기무사령부의 첩보문건에 대한 확인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덮은 것이 있는지, 있다면 이를 제대로 밝힐지도 주목된다. 2013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혐의를 증명한 각종 증거가 고의로 누락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경 인사들에까지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시 초동수사에 나선 경찰이 확보한 상당수 증거가 이미 폐기된 상태라 향후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누락된 디지털 증거 3만여개를 제출해달라는 진상조사단 요구에 “당시 범죄와 관련된 증거는 (검찰에) 다 보냈고, 범죄와 관련성 없는 증거는 다 폐기했다”며 거부한 바 있다. 또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불필요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불만이 검찰 내 일부에서 나오는 점도 향후 조사과정에 난항을 예상케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이번 진상조사단의 조사과정에 억울함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통해 충분히 사건을 검토했음에도 범죄행위를 증명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의 결정적 ‘키’ 역할을 할 건설업자 윤씨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13년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지만 피해 여성을 불법으로 감금해 성폭행하고,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인사들에게 강제로 성접대를 하게 했다는 의혹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진상조사단은 지난 1월 윤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사건을 규명할 결정적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조사활동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법무부가 검찰과거사위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사활동 기간을 두 달 연장하더라도 수십명에 달하는 의혹 연루자들을 다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의혹 당사자들이 강제 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설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 전 차관은 이미 진상조사단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한 바 있다. 강제수사권한이 없는 진상조사단은 피조사자가 소환에 불응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상조사단에 김 전 차관 등 의혹 연루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강제수사권한을 일부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민간위원들이 포함된 진상조사단에 강제수사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한 수사절차’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설] 외신기자에게 與 “매국” 비난, 언론 자유 침해다

    더불어민주당의 외신기자 비난 논평이 되레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고 국회에서 연설한 다음날 민주당은 대변인 명의로 비난 논평을 냈다. 나 원내대표가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비난하자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반박 성명을 냈다. 서울 주재 해외 언론사 100여곳의 기자들이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집권 여당을 성토했다. 이런 난감한 일이 또 있겠나 싶다. 외신을 인용했을지언정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 사석에서도 아니고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굳이 그런 민감한 표현을 동원해 불씨를 던져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세력 결집을 위한 계산에서 의도한 분란이었다면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답답하고 요령부득인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대응 방식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외신기자 개인을 상대로 실명과 이력을 거론하며 “매국” 운운한 인신공격성 논평을 해야 했는지, 과연 그것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수긍할 수 없는 표현이었다면 왜 6개월 전 블룸버그가 처음 기사를 썼을 때 당 차원에서 언론사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자가당착에 빠진 형국이다. 외신기자클럽은 블룸버그 기자의 신상 정보가 노출돼 신변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고 우려한다. 세계 주목 속에 탄생한 ‘촛불 정부’의 집권당 언론 인식이 겨우 이 수준인지 해외 언론들이 놀라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주장해 온 집권 세력의 퇴행적 소동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논평을 철회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한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시대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사람들이 많다.
  • [사설] 국가인권위 ‘낙태죄 위헌’ 의견, 헌재 제대로 반영해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낙태죄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3월 18일자 본지에 밝혔다. 인권위는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주쟁점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의 대립이다. 2012년에는 낙태 만연 우려와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비중을 둬 합헌 결정이 났다. 의견이 4대4로 팽팽히 갈려 위헌 판결 정족수 6인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7년 사이 낙태죄와 관련된 국내외 환경과 조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우리 정부에 낙태를 합법화하고 처벌 조항 삭제를 주문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안전한 낙태를 방해하는 절차적·제도적 장벽들은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30개국에서 본인 요청 및 사회경제적 이유에 의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권위의 공식 의견이 처음으로 헌재에 전달된 만큼 더욱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고 기대한다. 현재 우리 법은 강간, 근친상간, 유전적 질환 등의 경우에만 낙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여성의 선택권보다는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여기며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선택권은 대립하는 권리가 아니다.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해 여성이 스스로 가지는 판단은 태아가 살아갈 삶의 조건 및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나 질병, 경제조건, 연령, 혼인 여부 등에 따른 사회적 차별 등은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출산 이후 삶의 조건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논하는 것은 공허하거나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도 이제 낙태죄를 폐지하고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 나갈 때가 됐다. 낙태죄 폐지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의 기본 조건이다. 헌재는 변화하는 가치 및 흐름을 잘 반영해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법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태영호 “김정은, 국가주석 되려고 개헌 움직임”

    태영호 “김정은, 국가주석 되려고 개헌 움직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수반인 국가주석에 오르고자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은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런 현상은 북한 역사에서 처음 보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이나 헌법상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것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태 전 공사는 “대외적으로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고자 북한은 이번 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의 직책인 국무위원장의 직책이든 혹은 다른 직책을 새로 만들든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헌법에 반영하는 방향에서 개정하려 하지 않는가 생각된다”며 “만일 그렇게 되면 지금의 김영남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은 페지할 것이고 결국 70년대 김일성의 주석제를 다시 도입하는 격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을 헌법적으로 북한의 국가수반임을 명백하게 명기하는 것은 향후 다국적 합의로 체결될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에 서명할 김정은의 헌법적 직위를 명백히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군부 연장 vs 민정 복귀… 쿠데타 5년 만에 태국 운명 가를 총선

    [글로벌 인사이트] 군부 연장 vs 민정 복귀… 쿠데타 5년 만에 태국 운명 가를 총선

    “군정 연장과 민정 복귀의 갈림길에 섰다.” 태국이 오는 24일 2014년 5월 쿠데타 이후 군부 통치 5년 만에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를 치른다. 전국 선거로는 2011년 7월 조기 총선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창당한 푸어타이당이 집권당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여부다. 탁신계 정당들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무패 기록을 갖고 있다. 군인 및 군사 정권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사복의 군인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은 집권 유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 왔다. 뚜렷한 제1당의 독주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 이후 주요 정당들의 연립을 통한 합종연횡이 정국 방향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친탁신 대(對) 반탁신’, ‘친군부 대 반군부’라는 대립이 그 중심에 있다.지난 10년 동안 태국 정국은 서민층을 대변해 온 ‘레드셔츠’(붉은색 셔츠를 입고 시위 등에 나선 데서 유래)와 왕실·군부 등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옐로셔츠’로 대립해 왔다. 북부 대 남부의 지역 대립과 골도 역력하다. 해외 망명 중이지만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영향력과 인기는 여전하다. 고향인 치앙마이 등 북부 지역 기반에다 농민 및 도시 근로자 등 서민 계층 지지 기반 위에서 푸어타이당 등은 그의 영향력 아래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집권했던 탁신 전 총리는 농민들로부터 쌀 등 농산물을 정부 보조금을 얹혀 높은 가격에 사들였고, 농민 등 저소득층을 위한 싸고 광범위한 국민의료보험 등 친서민 정책을 실시해 인기를 얻었다. 군부 및 도시 엘리트들은 탁신을 “국가를 있는 자와 없는 자, 남부와 북부 등으로 찢어놓고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대중선동주의자”라고 비판해 왔다. 2009년 7월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이 총선거에서 승리, 집권했지만 2014년 쿠데타로 실각하고 역시 망명 중이다. 탁신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고 군부 지지세력은 안정과 발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4개 주요 정당의 세 확대 경쟁이 치열하다. 탁신 전 총리의 푸어타이당과 군사 정권 인사들이 주축이 된 팔랑쁘라차랏당, 보수적 왕실 지지세력인 엘리트 중심의 민주당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거기에 40대 억만장자 타나톤 중룽레앙낏이 창당한 퓨처포워드당(미래전진당)이 판을 흔들어대고 있다. 지난 3일 방콕대의 여론조사 결과 “총선에서 투표하고 싶은 정당”은 푸어타이당(11.7%), 민주당(10.6%), 팔랑쁘라차랏당(10.2%), 퓨처포워드당(9.8%) 순이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유권자가 51.7%였다. 방콕 폴 여론조사에서는 푸어타이당(12.8%), 팔랑쁘라차랏당(11.6%), 민주당(7.6%), 퓨처포워드당(5.7%) 순이었다.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입장을 정하지 않은 유동적인 상황에서 쁘라윳 왕수완 부총리는 최근 “상원을 통제할 수 있어 총선 후 차기 정부 구성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태국 국회의 상·하원 전체 정원은 750명. 하원 의원 정수 500명 가운데 350명은 직접 투표로, 나머지 150명은 비례대표로 각각 뽑는다. 상·하원 의석의 과반인 376표 이상을 얻으면 집권당이 된다. 2017년 개정 헌법은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250명의 상원의원을 직접 뽑도록 했다. 군사정부가 상원 250명을 확보한 상황에서, 하원에서 126석만 얻으면 집권당이 된다. 태국 정가에서는 집권 팔랑쁘라차랏당과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각각 70~8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팔랑쁘라차랏당이 보수 성향의 민주당을 껴안으면 하원 126석 확보는 거뜬하다. 정권 탈환을 시도하는 푸어타이당으로서는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퓨처포워드당이나 소수정당인 세리루암당 등과 연정을 추진해 집권당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당초 친탁신 인사들은 푸어타이당의 ‘자매정당’, ‘아들 정당’으로 불리는 타이락사차트당을 지난해 말 창당했다. 이 정당은 탁신계 거대 정당인 푸어타이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선거구를 중심으로 후보를 내, 중소정당에 유리하게 제도가 바뀐 비례대표 의석에서 탁신계가 다수를 차지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타이락사차트당이 지난 7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되면서 이 같은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타이락사차트당은 지난달 8일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를 당의 총리 후보로 지명,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푸미폰 전 국왕의 첫째 딸이며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누나이다. 이 같은 결정은 곧 국왕의 공개 반대에 이어 헌재의 정당해산 명령으로 창당 4개월 만에 무산됐다. 군부 정권과 세 대결 중에 탁신계 정당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탁신 지지자들의 정권 탈환 시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푸어타이당은 현임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아피싯 웨차치와 대표를 설득하며 막판 뒤집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팔랑쁘라차랏당도 질세라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프라 건설과 저소득 가정을 위해 100만 가옥 건설을 약속했다. 보수 왕당파 정당인 민주당 역시 최저 연봉 12만 밧(약 424만원)을 보장하겠다고 나섰다. 이 같은 약속들은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농민과 도시 노동자들의 불만 해소와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단독] “대한민국서 혐오·차별 퇴출… 文대통령 선포 이끌어 낼 것”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런 비판하라고 존재하는 곳이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맞서며 반대 성명을 내자 일각에서는 “항명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인권위를 감쌌다. 태생적으로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이유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2008~2017년)을 거치며 제 목소리를 잃었던 인권위가 요즘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최영애(68) 위원장이 취임한 뒤부터다. 인권위 초대 사무국장과 상임위원을 맡았던 그는 직원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며 적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 의견이나 난민보호 정책 재정비 요구, 동성혼에 대한 정책적 논의 촉구 등 소수자를 위한 인권위의 결정은 이 배경 속에서 나왔다. 서울신문과 지난 15일 서울 중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단독 인터뷰에서 최 위원장은 임기 중 가장 집중할 의제로 혐오·차별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우리 사회에 일상적이고 전면적으로 퍼지면서 사회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며 전면 대응을 선언했다.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민자 혐오 범죄로 50명이 숨진 뉴질랜드 총격 테러가 발생한 시점에 우리도 심각하게 볼 문제다. 최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대한민국은 혐오·차별을 더이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범정부적 선포를 이끌어내는 것이 인권위의 올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구성하고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한 것이 위원장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데요.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자 공격입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다양한 구성원이 인권을 보장받기 어렵죠. 그래서 취임 때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는 것을 첫 번째 책무로 꼽았던 것이었어요. 올 초 출범한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는 위원장 직속 기구입니다. 그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혐오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사회·경제적으로 변동이나 어려움이 있을 때 혐오가 많이 생겨나죠. 인권위가 주목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차별로 이어지는 지점입니다. 혐오와 차별은 별개가 아니라 서로의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하면서 구조화됩니다. 혐오에 따른 위협이 기득권에게는 가해지지 않아요. 타깃은 언제나 소수자나 약자죠. 이들을 공격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 범주에 들어갈 수 없어요. 혐오표현의 발화자가 누구인지, 이 말이 어떻게 확대 재생산되는지 그 맥락을 인권위 차원에서 분석해보려 합니다.”-두드러지게 혐오 대상이 되는 집단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실태조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혐오의 주요 대상은 여성이나 이주민,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대표적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각에선 ‘2019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소수자란 사회적으로 지닌 힘(권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집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기업에서 관리자급 여성의 숫자 등 여성이 사회적으로 지닌 권한의 척도를 보면 여전히 한국 사회는 실질적인 성평등 국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회에서든 소수자 집단의 지위를 확장하는 과정에 (이를 막아서려는) 사회적 저항은 있었어요. 지금 한국사회는 그런 시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혐오차별 해결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우선 올해 안에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께 범정부 차원에서 혐오·차별 대응을 하기 위한 대국민 정책선언을 해달라고 설득해보려 합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7개 부처가 함께 이러한 선포를 했어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혐오와 차별을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지향점을 함께 보여준 셈이죠. 이게 우리의 롤모델입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공론화 작업입니다. 대중들에게 혐오 표현이 차별로 이어지고, 결국 공존을 해친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혐오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혐오·차별 행위가 정말 위험한 일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끌어낼 생각인지요. “최근 영국을 방문했다가 한 비정부기구(NGO) 단체의 슬로건을 봤는데 ‘미워하지 말고 희망하라’(Hope not hate)이더라구요. 배제가 아닌 포용의 방식으로 혐오·차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달 말에는 스웨덴, 영국, 스위스 등 7개국 주한대사들과 2개의 해외기구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어요. 각 사회가 혐오차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왜 극복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거죠.” -인권위가 헌법재판소에 낙태죄 폐지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건 여성의 기본권 침해라는 의견을 담아 헌재에 표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낙태죄를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여러 차례 냈습니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 역시 얼마 전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여성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옳지 않다’는 이유로 낙태죄를 폐지했어요. 우리 인권위도 ‘낙태죄에 대해 어떠한 예외 사항도 두지 않은 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낸 거에요.” -2002년 인권위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와 비교해 현재 한국 인권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인권감수성이 오히려 퇴보했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진전입니다. 작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만 보더라도 놀랍습니다. 제가 90년대에 성폭력 상담소를 운영할 땐 성폭력 피해에 대한 어떤 데이터도 없었어요. 심지어 국회에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촉구했을 땐 ‘성폭력 공화국이라고 전 세계에 알릴 참이냐’고 꾸짖는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죠. 하지만 이젠 국민들이 ‘미투’에 ‘위드유’라고 응답하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연대를 표시하고 있어요. 이건 국민들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봐요.” -여전히 난민·성소자 등 인권위의 일부 결정에 대해서는 호응만큼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인권은 우리가 처한 사회현실 속에서 치열한 논쟁을 통해 발전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을 인권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측면이 있죠.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앞으로는 위원회의 활동과 결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겠죠. 또 중요한 인권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권위의 권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선 부처나 민간 기관이 권고를 받아도 강제가 아니니 받아들이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인데요. “유엔 역시 권고 기능만을 가졌지만 상당한 권위와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권고가 제한적으로 보이겠지만 포괄적이고 유연한 개념이라 더 많은 것을 포섭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시정명령은 강제력이 있지만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인권위가 다른 부처와 행정소송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권고 사항을 강제로 이행하게 할 순 없지만 대신 언론에 공표하고 대통령에게 특별보고하는 권한이 있어요. 최근 인권위의 다양한 권고와 결정은 사회적 수준보다 반 발 앞서는 것으로,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비율을 높이는 등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안도 찾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큰 그림의 인권비전을 가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권위는 2006년부터 ‘인권증진행동계획’이라는 3개년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턴 제5기 인권행동증진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는데요, 큰 방향은 양극화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중받는 인권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겁니다. 미래지향적으로는 인권을 확장하고 다원화하려고 합니다. 인권의 개념을 북한인권개선, 정보인권보호, 군인권 등으로 확장시키고 공론화시키는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선 인권기본법, 인권교육기본법,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진행 중입니다.” -취임 때 임기 중 최종 목표를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요. “이 목표는 변함없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여러 번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죠. ‘차별금지법은 곧 성소수자를 지원하는 법’이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어떤 특정한 집단의 권익을 위한 게 아니에요.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권과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자는 의미이죠. 혐오는 말로만 끝나지 않아요. 그 증오와 대립이 어떤 폭력과 위협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컨대 1923년 관동대지진 때도 당시 한국인들은 일본 사회에서 소수자이자 난민이었죠. 지진 발생이 한국인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일본은 국민 불만을 돌리기 위해 ‘한국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며 거짓 소문을 내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는 것이지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국민적 공감대와 공론화를 기반으로 제도적 기반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1991~1994년 성폭력특별법제정특별추진위원회 위원장 ▲1991~200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2002~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2004~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2010년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 ▲2012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사 ▲2013년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2015년 경기도교육청 성인권보호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2016년 제2기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 ▲2018년 9월 제 8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첫 여성·비법률인 출신 위원장)
  • 다시 알아보는 우리의 권리… 금천 ‘주민 인권 배움터’

    다시 알아보는 우리의 권리… 금천 ‘주민 인권 배움터’

    서울 금천구는 인권의식 증진을 위해 ‘2019년 주민 인권 배움터’를 운영한다고 17일 밝혔다. 강의는 이달 25일부터 4월 29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구청 평생학습관 제3강의실에서 ‘세계인권선언’을 주제로 진행한다. 금천구민과 구 소재 직장인을 대상으로 오는 20일까지 선착순 40명을 모집한다. 강의는 6강으로 이뤄진다. 1강은 한국인권학회장이며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가 인간 존엄성, 평등과 자유를 주제로 세계인권선언의 토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2강은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인 박준영 변호사가 세계인권선언의 기본적 권리를, 3강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리아 사무국장이 사생활 보호를 주제로 시민적 권리에 대해 설명한다. 4강은 종교적 병역거부 없는 병역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낸 임재성 변호사가 정치적 권리를, 5강은 드라마 ‘송곳’의 실제 주인공인 성공회대 노동대학원 학장 하종강 교수가 노동할 권리를 주제로 강의한다. 마지막 6강은 ‘불편하면 따져봐’의 저자인 강원대 최훈 교수가 맡는다. 유성훈 구청장은 “앞으로도 지역에 인권친화적 문화를 확산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트럼프, ‘비상사태 저지안’ 취임 첫 거부권… 美 하원은 26일 거부권 무효화 표결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을 통과한 ‘대통령 국가비상사태 선포 저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오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거부권 무효화를 위한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전날 상원을 통과한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서명을 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는 결의안을 의결할 자유가 있고, 나는 그것을 거부할 의무가 있다”면서 “위험하고 신중하지 못한 의회 결의안이 통과되면 미국인들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의안은 다시 의회로 되돌려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하원은 다시 한 번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로부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무효로 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거부권 무효화 의결은 상하원 모두 3분의2 찬성을 얻어야 해 현실적으로 어렵다. 상원 67명과 하원 290명이 찬성해야 재의결이 가능한데 앞선 표결에서 찬성한 의원은 상원 59명, 하원 245명으로 재의결이 되려면 공화당 상원 8명과 하원 45명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민주당이 어렵지만 재의결 표결에 나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타결을 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단독] “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단독] “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7년 전엔 합헌… 새달 헌재 결정 주목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공식 의견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다음달 초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오늘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낙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형법상 전면 금지하는 건 여성의 존엄성에 반하는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처벌로 여성을 위협해 출산을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헌재에 제출한 결정문에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을 가장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당사자인 여성”이라면서 “여성이 자신의 판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의견도 냈다. 결정문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의견 제출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다. 헌재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제사회와 국가기관인 인권위까지 “낙태를 범죄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헌재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 최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호주제 폐지에 이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또 하나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언론·사학 포함” vs “민간인 적용 무리”… 법제화까지는 먼 길

    “언론·사학 포함” vs “민간인 적용 무리”… 법제화까지는 먼 길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계기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연내에 정부 입법으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학과 언론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제정 당시 불거졌던 논란이 재현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권익위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법제화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공정한 사회로 가려면 반드시 법 제정돼야”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른바 김영란법 제정을 추진할 때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원안은 공직자 당사자나 그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땐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법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고 반대해 이 부분을 뺐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사실상 ‘부정청탁 금지법’으로 반쪽짜리 법이 됐다. 지난 1월 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이러려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뺐느냐”는 비판이 컸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 제2항에 이해충돌 방지 의무 규정이 있긴 하지만 이는 처벌 조항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의회는 1962년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법’으로 평가할 만큼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법제화해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였다. 캐나다와 프랑스, 호주 등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은 “김영란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자”는 의견과 “이해충돌방지법을 아예 새로 만들자”는 의견으로 나눠져 있다. 권익위는 별도의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빠진 만큼 적용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법을 새로 만드는 게 낫다는 것이다. 최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가 청문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있던 기업에 아들이 인턴으로 선발된 사실이 알려져서다. 고위공직자 이해충돌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이유봉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렴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 이해충돌방지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현직 공직자뿐 아니라 전관예우를 받는 퇴직 공직자에 대한 이해충돌 방지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고위직·중하위직 직무 구체화 논란 김영란법에 포함된 언론과 사학을 이해충돌방지법에도 포함할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 언론과 사학 임직원이 추가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 12일 토론회에서는 “민간인인 사학과 언론을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같은 선상에 놓고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해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론과 교육 영역에서 부패가 만연한 현실을 고려할 때 사학과 언론에 적용해도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적용 대상 직무를 공직자의 일반 직무로 광범위하게 규정할지, 아니면 특정 직무로 세분화할지도 쟁점이다. 정부부처 장차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고위공무원이거나 그에 준하는 고위직은 관장하는 업무 범위와 재량이 넓고 정무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중하위직 공직자와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연구위원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대상인 직무 관련성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적용 대상 직무가 무엇인지 공무원들이 정확히 알아야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선출직·일반 공무원 다르게 적용 주장도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거를 통해 취임하는 선출직 공무원은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결정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공무원과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은 상임위원회를 포함해 위원회 활동이 많고 의사결정 과정이 토론과 표결로 이뤄져 수직적 계층 구조에 의해 이뤄지는 일반 공무원과 차별된다. 이에 따라 선출직 공무원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일반 공무원과 달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공직자의 사적 이해 관계자 범위를 어느 정도 포함할지도 관심사다.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을 보면 대개 4촌 이내 친족 또는 가족으로 돼 있다. 배우자와 혈족, 인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남편의 사촌 형수, 아내의 조카 사위 같은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까지 포함된다. 이는 공직자뿐 아니라 해당 친척의 입장에서도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갈수록 핵가족화되는 시대에 왕래가 거의 없고 이름도 잘 모르는 인척까지 배제하자는 것은 지나치다는 얘기도 있다. 공직자 가족과 친척 채용을 일방적으로 금지할 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채용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 경쟁 채용 외의 특별 채용의 경우 일정한 범위 내에서 공직자 가족과 친척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공직자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 자체를 제한하면 헌법에 규정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혈연뿐 아니라 지연과 학연, 직장 등도 사적 이해관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외부 출신 고위직 이해충돌 범위 고려를 최근 개방형 직위·경력 채용 등을 통해 법조인과 교수, 경영인 등 외부 전문가의 채용이 늘면서 이들이 공직 입문 전 알고 지낸 이해관계자와 연관된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출직 공무원이나 고도의 정책결정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직 공무원은 업무 범위와 권한이 광범위해 민간 활동 이력과 공직 간 이해충돌을 예방·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015년 3월 김영란법이 제정된 뒤 손 의원 사건이 불거진 최근까지 다수의 이해충돌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해충돌 방지 관련 법안은 2016년 안철수 전 의원이 발의했고 지난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이를 보완해 개정안을 냈지만 아직까지 소관 상임위 심사도 받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는 법 제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 여론을 의식해 법안 심사를 한다고 해도 실제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킬지 불투명하다. 정부는 정치권과 별도로 정부 입법을 통해 법 제정에 나설 계획이다. 임윤주 권익위 부패방지국장은 “쟁점이 되는 부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단독] 집회 중 로비 들어간 호텔 노조원 무죄

    “당시 근로자, 일반적으로 출입 허용 소란 있었지만 영업방해 근거 없어” 호텔에 재직 중인 노동조합원들이 사측에 대한 항의 표시로 호텔 내부에 진입해 소란을 벌였어도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는 공동주거침입·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박춘자 세종호텔 노조위원장과 김상진 전 노조위원장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년 3월 노조 측은 ‘직원은 줄이고 임원은 늘리고 월급은 줄이고 근무시간 늘리고’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텔 정문 앞에 서 있다가 호텔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그러자 이들은 호텔 1층 로비로 진입해 호텔 직원과 언쟁을 하고 몸싸움을 벌였다. 4월에도 비슷한 일이 두 차례 더 벌어지자 호텔 측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 측은 “피고인들은 모두 호텔에 재직하던 근로자들로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호텔 안에 들어간 것이므로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무단으로 침입했더라도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가게 된 것이므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호텔 내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곳이고, 당시 피고인들이 모두 호텔 근로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었다”면서 “시설을 손괴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부장판사는 이들이 호텔 안에서 소란을 벌이긴 했지만 업무방해로는 볼 수 없다고 봤다. 이 부장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 원리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시위나 구호의 외침 자체는 허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의 소란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는 정도가 사회통념상 예상되는 범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직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단독]“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단독]“낙태죄는 위헌” 인권위, 헌재에 첫 공식의견

    “여성의 자기 결정권 보장돼야” 명시7년 전엔 합헌...새달 헌재 결정 주목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공식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인권위가 낙태죄 폐지에 공식 의견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다음달 초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가릴 전망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낙태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오늘 헌법재판소에 냈다”고 밝혔다. 낙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형법상 전면 금지하는 건 여성의 존엄성에 반하는 법령이라는 입장이다. 형사처벌로 여성을 위협해 출산을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헌재에 제출한 결정문에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맥락을 가장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건 당사자인 여성”이라면서 “여성이 자신의 판단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낙태 전면 금지가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의견도 냈다. 결정문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의견 제출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린다. 헌재는 2012년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공익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보다 우선한다”며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권위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국제사회와 국가기관인 인권위까지 “낙태를 범죄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 헌재가 전향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커졌다. 최 위원장은 “낙태죄 폐지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호주제 폐지에 이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또 하나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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