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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턴 회고록 무슨 내용 있길래…미국 정부 “출판금지 소송”

    볼턴 회고록 무슨 내용 있길래…미국 정부 “출판금지 소송”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려던 회고록에 대해 미국 법무부가 출판 7주일을 앞둔 16일(현지시간) 출간금지 소송을 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로 직전 안보보좌관이어서 그의 회고록에는 현직 대통령의 외교·안보의 내밀한 이야기가 얼마나 담겨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미 법무부가 법원에 낸 27쪽 분량의 소장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의 529쪽짜리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출간하는 것은 그가 서명했던 비밀 준수서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공영 라디오방송 NPR이 전했다. 소장은 또 “원고에 포함된 정보는 보안, 기밀, 최고 기밀 수준으로 분류돼 있다”며 “회고록이 출간되면 미국의 국가안보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로 백악관을 떠나기 사흘 전에 “연방정부 직원으로서 획득한 어떤 기밀이나 비밀 정보의 폭로를 금지한다’는 서류에 서명했다고 NPR이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사전 출판 검토 요건 위반, 기밀정보 유출 금지 의무 위반, 법무부가 주장하는 200만 달러(24억원 상당)로 알려진 부당 이득 등 3가지를 위반한 것으로 피소됐다. 회고록이 출판되면 볼턴 전 보좌관의 경제적 이득은 모두 몰수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그의 변호사 찰스 쿠퍼는 “우리는 정부의 소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출판사는 “우리는 볼턴 전 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이야기를 말할 헌법적 권리를 완전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원고 초안의 수정 검토 수준을 놓고 양측이 갈린다. 출판사는 “볼턴은 국가안보회의(NSC)와 협력했고, NSC가 우려를 표한 문자는 수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소장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은 NSC의 검토 수준에 불만스러워했다”며 “사전 검토가 끝나기 전에 볼턴이 직접 결정했다”고 맞섰다. 볼턴이 차후에 수정한 부분은 NSC가 그 내용을 모른다는 의미다. 출판사가 낸 책의 광고문에는 “적을 껴안고, 동맹을 배척하고, 자신의 정부를 의심한 혼란에 집착한 대통령을 보여준다”고 되어 있다. 그의 회고록은 이미 인쇄되었고, 배포 중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보수단체 불법 지원’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4년 구형

    ‘보수단체 불법 지원’ 김기춘 파기환송심서 징역 4년 구형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사건의 헌법적 의미나 우리 사회, 공동체에 미친 영향은 대법원 판결로 충분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1·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 전 수석의 경우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을 합쳐 2심에서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김 전 실장 등의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인정되지만, 강요죄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난 2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 역시 김 전 실장 등과 함께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서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정치권 시동 건 차별금지법… 종교계 일단 ‘연대의 손’

    정치권 시동 건 차별금지법… 종교계 일단 ‘연대의 손’

    불교·진보 개신교 “더 못 미룬다” 입장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위한 법 안돼” 실제 법제화까지 과정 순탄치 않을 듯최근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시동을 건 데 이어 종교계가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불교계와 진보 개신교계가 법 제정에 찬성, 연대 행동에 나설 태세인 데 비해 보수 개신교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이번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는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과 나이, 장애, 성적 지향, 국가와 인종, 언어 등을 빌미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의 법이다.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2007년과 2010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입법을 시도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가장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선 건 정의당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여야 국회의원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에 앞서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 초선 의원 9명은 지난 10일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며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회 중앙홀에 서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발의조차 되지 못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종교계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8일 시민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회 둘레 오체투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조계종 사회노동위가 지난 1월부터 격주 목요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어 온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의 일환이다. 오체투지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 소속 승려들뿐 아니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이종걸 집행위원장이 함께한다. 진보 성향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일찌감치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했다. NCCK는 총선 이튿날인 4월 16일 성명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종교계와 달리 보수 개신교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보수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면담에서 이런 의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 탓에 비공개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현재 인권위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성 소수자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특별법으로서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을 가져와 오히려 보편적 인권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정호 대표회장도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가치관이 파괴된다”며 “결과적으로 인구감소를 고민하는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면서 접점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강석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차별금지법은 한국 교회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며 “잠시 멈춰 서서 국민의 의견을 듣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 일단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동은 걸었지만 원활한 운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발표한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 입법과제’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천공항에 갇힌 난민들 “인간다운 삶 보장해야”

    인천공항에 갇힌 난민들 “인간다운 삶 보장해야”

    공항이라는 경계에 갇힌 난민들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앞두고 공항난민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3년부터 난민들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할 기회를 갖게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적격 심사인 회부심사제도로 대부분 정식 난민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한 구제수단으로 소송을 통해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 기간 동안 난민들은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공항에서 갇혀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와 항공사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 난민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항 난민신청 188명 중 13명만 정식 난민심사 16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담은 ‘한국의 공항, 그 경계에 갇힌 난민들-공항난민 인권침해 사례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신청자 188명 중 13명만이 정식 난민심사를 받았다. 난민심사에 회부되지 못하면 통상 7일 이내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다만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걸면 그 소송 기간에는 공항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긴 소송기간을 도저히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공간인 공항에 갇혀 있어야만 한다. 공항 갇힌 아이들 “서서히 죽어갈 수 있다는 공포 느껴” 약 10개월간 아이들 네 명을 데리고 인천공항에서 머물러야 했던 앙골라 출신 난민 루렌도 가족이 바로 공항난민이다. 이 가족은 2018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신청을 했지만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받았다. 불회부 취소소송을 제기해 출국은 유예됐지만, 그 기간동안 가족들은 공항에 머물러야만 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당시 아이들을 진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이들이 겪는 상황을 사실상 재난상황으로 규정했고 아이들은 공항에서 서서히 죽어갈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루렌도 가족 뿐 아니라 많은 난민들이 잘 곳도, 씻을 곳도 없는 출국장 한 켠에서 지낸다. 2018년 말 남편을 따라 난민신청을 하러 28개월짜리 아이를 데리고 온 임산부 B씨는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이후 며칠간 빵과 초콜렛 등을 끼니로 하며 출국장에 머물러야 했다. 출입국외국인청은 당시 “난민신청이 명백한 이유가 없고, 여성이 임신했다는 사정은 믿을 수 없고 아동이 어리다는 사정도 회부여부 결정에 인도적으로 고려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이들은 단기 사증으로 입국할 수 있었지만, 그 기간 동안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돌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는 “법무부는 난민의 숙식제공 의무를 항공사에게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난민신청자를 송환대기실로 보내다가 2017년부터는 출국장 등의 구역에 머물게 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 속에서 아동과 여성은 물론 난민들은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접견권도 보장 못 받는 공항난민들 난민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변호인과의 접견권이다. 공항난민은 언어 장벽 등으로 외부와 소통을 하기 어렵고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변호인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난민네트워크 측은 변호인 접견 직전에 해외로 송환되거나, 일요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변호인 접견을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거부하는 등의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행정절차에서 구속된 사람에게는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음에도 행정당국이 변호인 접견권을 일종의 시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다수의 공항난민들은 공항 환승구역에서의 생활을 버티지 못해 억울한 상황을 제대로 다투어보지도 못하고 본국으로 송환된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차별금지법’, 인구정책에 도움 안된다는 보수 개신교 논리는

    ‘차별금지법’, 인구정책에 도움 안된다는 보수 개신교 논리는

    21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쏘아올린 ‘차별금지법’ 제정정의당 입법 나서… 한무경 등 9명 ‘#차별 반대’ 손팻말최근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시동을 건 데 이어 종교계가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불교계와 진보 개신교계가 법 제정에 찬성, 연대 행동에 나설 태세인 데 비해 보수 개신교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대조를 이룬다. 따라서 이번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는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 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과 나이, 장애, 성적 지향, 국가와 인종, 언어 등을 빌미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의 법이다.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2007년과 2010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입법을 시도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가장 먼저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선 건 정의당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라며 여야 국회의원의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한무경 미래통합당 의원 등 초선 의원 9명은 지난 10일 “우리는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며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회 중앙홀에 서기도 했다.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발의조차 되지 못했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에 종교계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민 혐오와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18일 시민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한 ‘국회 둘레 오체투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조계종 사회노동위가 지난 1월부터 격주 목요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어 온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도의 일환이다. 오체투지에는 조계종 사회노동위 소속 승려들뿐 아니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인 트랜스젠더 박한희 변호사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이종걸 집행위원장이 함께한다. 진보 성향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일찌감치 차별금지법 제정을 언급했다. NCCK는 총선 이튿날인 4월 16일 성명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종교계와 달리 보수 개신교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와 보수 개신교 최대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면담에서 이런 의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 탓에 비공개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김태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 ‘현재 인권위가 추진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성 소수자를 염두에 두고 추진하는 특별법으로서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을 가져와 오히려 보편적 인권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정호 대표회장도 “이 법이 제정되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가치관이 파괴된다”며 “결과적으로 인구감소를 고민하는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면서 접점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강석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차별금지법은 한국 교회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며 “잠시 멈춰 서서 국민의 의견을 듣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 일단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동은 걸었지만 원활한 운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1대 국회 개원에 맞춰 발표한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 입법과제’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근혜 탄핵 반대집회 중 사망한 참가자에 2심도 “국가가 배상”

    박근혜 탄핵 반대집회 중 사망한 참가자에 2심도 “국가가 배상”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날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하던 중 숨진 집회 참가자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이순형 김정민 김병룡 부장판사)는 당시 집회에서 숨진 김모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가 원고에게 31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나온 2017년 3월 10일 김씨는 헌법재판소 인근인 서울 안국역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도로 열린 반대집회에 참가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당시 집회는 과격해졌다. 흥분한 한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버스가 여러 차례 경찰 차벽을 들이받았고, 그 바람에 차 지붕 위의 대형 스피커가 김씨의 머리와 가슴 쪽으로 떨어졌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의 아들은 국가를 상대로 1억 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경찰관은 집회를 적절히 통제해 국민의 인명이나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도 참가자가 경찰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들이받도록 내버려 뒀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다만 1·2심 모두 당시 김씨가 충돌로 생긴 차벽 틈을 이용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본인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점 등이 인정돼 국가의 배상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이 김씨의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지적하며 다시 살폈지만 배상 금액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재명 정치운명 쥔 대법…13인 ‘다수의견’에 갈린다

    이재명 정치운명 쥔 대법…13인 ‘다수의견’에 갈린다

    소부 법관들 의견 엇갈리자 전합 넘겨 2심서 허위사실공표죄 벌금 300만원 형 확정 땐 당선무효·피선거권 5년 박탈 18일 심리 후 이르면 새달 선고 가능성 이 지사 측 위헌제청 수용 여부 변수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56) 경기지사의 정치생명이 걸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내려지게 됐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해 결과적으로 전합으로 재판이 넘어간 만큼 향후 더욱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이르면 다음달에 선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 사건을 오는 18일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사건은 당초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에 배당된 뒤 지난 4월부터 재판부 내에서 주요 쟁점에 관해 논의해 왔다. 소부 사건은 대법관 4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재판하는데, 이 지사의 유무죄 여부를 놓고 2부 소속 대법관들(박상옥·안철상·노정희·김상환)의 의견이 갈리면서 결국 전합으로 넘겨졌다.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읽힌다. 대법원은 전합 회부 사유에 대해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과 관련해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이 지사가 “강제 입원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놓고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정치적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18일 첫 심리를 하는 전합에서도 이 지사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의 적용 범위 등 해석을 놓고 대법관 사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신속한 심리’에 방점이 찍히면 이르면 다음달 선고도 가능하다. 전합은 출석 대법관의 과반수 의견에 따라 결론을 낸다.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면 7명 이상의 대법관 판단이 ‘다수 의견’이 된다. 의견이 팽팽하게 갈릴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선고의 변수는 이 지사 측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공개변론의 수용 여부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이 나오기까지 상고심 절차는 중단된다. 공개변론을 열 경우에도 준비 기간에만 2~3개월이 걸릴 수 있다. 공개변론이 열리면 이상훈·이홍훈 전 대법관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이 지사 측과 최정예 검사들로 구성된 검찰이 대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후보자의) 소극적인 답변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전합 회부가) 이 지사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민주, 6개 상임위원장 싹쓸이…‘사의표명’ 주호영 “18개 다 가져가라”

    민주, 6개 상임위원장 싹쓸이…‘사의표명’ 주호영 “18개 다 가져가라”

    외통 송영길, 국방 민홍철, 산업 이학영, 복지 한정애 선출통합 주호영 원내·이종배 사의표명통합 표결 강행 반발…본회의 불참주호영 “18개 상임위원장 다 내놓겠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미래통합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 전반기의 핵심 6개 상임위원장 후보자를 선출했다. ‘조국 재판’, 검찰개혁 등 각종 이슈들이 산적한 법제사법위원장에는 4선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맡게 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표결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표결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 예산을 확정하는 기획재정위원장에 3선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 5선 송영길, 국방위원장에 3선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3선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 3선 한정애 의원을 각각 선출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6시 국회 본회의 열고 표결을 통해 이러한 내용의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6개 상임위원장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의총에 앞서 6개 상임위원장 및 18개 상임위 간사단 내정자 모임을 갖고 상임위 가동 일정을 논의했다. 앞서 국회 사무처는 이날 오후 4시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안건으로 공고했다.주호영 “177석 아닌 277석 얻었어도 헌법 정신 못 바꿔”“국회 없어진 날…일당 독재 시작” 민주당과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놓고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당 몫 일부 상임위원장만 우선 선출하기로 결단한 것이어서 통합당의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는 표결 전 의사진행발언으로 맞섰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먼저 나와 “1948년 제헌 국회 이래 국회에서 상대 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은 역사에 국회가 없어진 날이고 일당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면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하겠다고 이렇게 몽니를 부릴 때인가”라며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얻은 177석이 질적으로 다른 권력이라고 우긴다. 1987년 체제 이후 정착된 국회 관행을 ‘잘못된 관행-적폐’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이 177석이 아니라 277석을 얻었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그것은) 우리의 헌법 정신, 국가 운영의 기본 틀”라면서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잠시 주권을 위임했을 뿐이다. 내일이라도 그 위임을 철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라고 포장하지만 일하지 않는 국회, 태업하는 국회에 불과하다”면서 “민주당은 오늘 선출되지 못한 상임위원장 선거 절차도 신속히 진행해 국회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무지막지한 두테르테에 맞선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무지막지한 두테르테에 맞선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필리핀 법원이 15일 온라인 매체 래플러(Rappler)의 발행인 마리아 레사(56)와 전직 저술가를 온라인 중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법원은 두 사람이 항소하는 동안 보석 석방을 허용했으며 만약 항소 이후 유죄가 확정되면 길게는 6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할 상황이다. 언론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눈밖에 난 언론들을 가짜뉴스로 몰아 정리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뒤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그녀와 그 사이트가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고 비난한다. 기자들이 숱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필리핀에서 레사는 점점 더 상징적인 인물이 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18년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혔으며, 제70회 세계신문협회가 시상한 ‘황금펜상’ 수상자다. 재판에서 문제가 된 기사는 기업인 윌프레도 켕이 전직 판사와 유착 관계임을 폭로한 8년 묵은 기사다. 매체가 기사를 게재한 지 4개월 뒤인 2012년 9월 발효된 사이버 모독법의 첫 타깃으로 기소됐다. 매체는 2014년에 기사 일부를 정정했고 고소 기한이 1년인데도 2017년에야 당사자가 고소하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기소했다며 무리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재판부는 15일 래플러가 켕에 대한 보도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라이넬다 몬테아 판사는 유죄 선고는 법정에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한 것이며 언론 자유가 타인을 모략하는 데 “방패막이로 이용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레사는 판결 이후 “모든 필리핀인에게, 래플러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일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며 “언론 자유는 우리가 필리핀의 자유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모든 권리의 기초”라고 말했다. 필리핀 태생으로 미국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1980년대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실각 이후 조국으로 돌아왔다. CNN 기자로도 활약하다 2012년 래플러를 창업했다. 두테르테 정부와 마약과의 전쟁 등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몇 안되는 매체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다. 래플러와 레사는 탈세, 외국인 소유권 위반 등 숱한 소송의 타깃이 됐다. 2018년 한해에만 제기된 소송이 11건에 이르렀다.BBC 특파원은 이날 선고 순간, 레사의 바로 뒤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판사가 정부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주장하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은 헌법에 언론 자유가 보장됐지만 미국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는 이 나라는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역 정치인에 고용된 사병 무장집단이 완벽한 면책 특권을 갖고 언론인들의 재갈을 물린다”고 개탄했다. 지난달 주요 방송국 중 한 곳인 ABS CBN은 면허권 갱신 심사를 받던 중 매체 규제 당국의 명령에 따라 문을 닫게 됐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니콜라스 베구엘린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가장 최근의 독립 매체 공격은 필리핀의 인권 순위가 계속 자유낙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엔이 산하 인권 사무소의 결론과 일치된 선상에서 이 나라의 인권 위기를 들여다보기 위해 국제적인 조사에 긴급히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레사는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했고, 두테르테가 다바오 시장이던 1980년대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뒤 CNN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지국장, ABS CBN의 뉴스 책임자 등을 지냈다. 래플러를 필리핀의 첫째 가는 매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으며, 얘기를 뜻하는 RAP과 물결을 만들어낸다는 뜻의 RIPPLES를 합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사는 다바오 시장이던 두테르테가 세 사람을 살해한 적이 있다고 자신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2015년에 폭로했고, 자신의 매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다. 레사가 지금의 지위를 갖게 된 데는 두테르테의 기여(?)가 있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20명의 직원으로 시작했는데 페이스북 팔로어만 400만명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 대통령 “남북관계 멈춰선 안 돼…합의 이행 노력하겠다”

    문 대통령 “남북관계 멈춰선 안 돼…합의 이행 노력하겠다”

    “한반도 평화의 약속 뒤로 돌릴 수 없어”“6·15 선언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북한이 최근 군사도발을 시사하며 남북관계 긴장감이 고조된 것에 대해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오랜 단절과 전쟁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며 “하지만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6·15 선언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모두 충실히 이행해야 할 엄숙한 약속”이라며 “어떤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합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 대결의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된다”며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한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안다”며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서 역대 정부가 했던 남북합의를 언급하면서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이라면서 “한반도 문제와 남북문제 해결의 열쇠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합의가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며 “21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 평화경제 실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다음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전문.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맘으로 맞게 됐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 정상이 6·25 전쟁 발발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 앉아 회담한 것은 실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남북 사이에 이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가 있었으나 두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비로소 실질적 남북 협력이 시작됐습니다.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됐으며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가동됐습니다. 평화가 커졌고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6·15 선언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일직선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단절되고 심지어 후퇴하거나 파탄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정권 변동에 따라 우리의 대북 정책이 일관성을 잃기도 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기도 했으며 남북관계가 외부 요인에 흔들리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구불구불 흘러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북은 낙관적 신념을 갖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다시 멈춰서는 안 됩니다.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북이 모두 충실히 이행해야 할 엄숙한 약속입니다. 어떤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입니다. 우리 정부는 합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어렵게 이룬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키고 키워나갈 것입니다.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됩니다. 남북이 직면한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들은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가길 바랍니다. 나는 한반도 정세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자 한 김 위원장의 결단과 노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습니다.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습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길 바랍니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하겠습니다. 북한도 대화의 문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길 기대합니다. 평화와 통일은 온 겨레의 숙원이며 우리의 헌법정신입니다. 이에 따라 역대 정부는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들을 이뤄왔습니다.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 공동성명과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과 6·15 남북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으로 이어졌고, 우리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런 합의들은 남북관계 발전의 소중한 결실입니다. 정권과 지도자가 바뀌어도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는 남북 공동의 자산입니다. 한반도 문제와 남북문제 해결의 열쇠도 여기서 찾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합의가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입니다. 21대 국회에서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위해, 나아가 평화경제의 실현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정부는 대화 국면의 지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격랑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엄중한 시기일수록 국회도, 국민께서도 단합으로 정부에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 대북 전단 살포 찬반의견 팽팽

    대북 전단 살포 찬반의견 팽팽

    “北 실상 알릴 유일 수단” 25일 한국전쟁 70주년 맞아 대북 전단 100만장 살포 강행 박정오·이민복 탈북민 관련단체 대표 대북 전단(삐라)을 놓고 북측의 대남 비난이 계속되자 통일부는 지난 11일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를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삐라 살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도 일부 탈북민 단체는 오는 25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단 100만장을 살포하는 등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은 경찰 조사를 앞둔 박정오(51) 큰샘 대표와 풍선에 전단을 매다는 기술을 처음 개발한 이민복(63) 대북풍선단장을 지난 11일 서울과 경기 포천에서 직접 만났다. 박 대표의 형으로, 또 다른 수사 대상인 박상학(52)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현재 언론 접촉을 끊은 상태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데도 이들이 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정오 대표는 페트병에 쌀을 담아 보내고, 형은 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린다. 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독재자’ 김씨 3대에게 속고 있다. 외부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경로가 아예 없다”며 “우리가 탈북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적어 보내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5년 남한에 온 뒤 20년 가까이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보낸 이 단장은 남에서 온 전단을 본 뒤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전단을 통해 6·25가 북침이 아닌 남침이라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한국전쟁의 진실과 남한의 생활상 전반에 대한 글을 써서 보낸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1년에 1000~1500개의 대형 풍선을 띄운다고 했다. 1000개만 보내도 연간 살포되는 전단이 3억장이다. 그는 “아무리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북의 독재 체제는 바뀔 수 없다”면서 “전단에 전자우편(이메일) 주소, 손전화(휴대전화) 연락처를 적는데, 가끔 ‘잘 봤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이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박 대표는 “남한 주민 중에도 우리가 ‘좋은 일 한다’며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대남 비난이 격해지자 정부가 대북 전단을 강력히 규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 단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정부는 대북 전단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수령인을 특정하지 않은 전단을 불법 반출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北 도발 꼬투리만 잡혀” 표현의 자유 아니다… 남북 관계 악화 땐 접경지 주민만 피해 이길연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 의장 “북한이 도발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접경지역 주민들입니다. 삐라(대북 전단)를 날리는 단체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요.” 이길연(63)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의장은 1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알린다는)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할 꼬투리를 준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접경지역 주민들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험이 큰 만큼 전단을 단순히 표현의 자유로 용납하는 대신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대북 전단이야말로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2014년 10월 탈북민 단체들이 경기 연천에서 날린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군이 고사포(14.5㎜ 기관총)를 10여발 발사했고, 그 탄두가 연천에 떨어져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병종(66) 김포시농민회장은 “북한 주민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전단을 뿌린다고 하는데, 이는 오히려 북한과의 관계가 좋을 때 효과가 있다”며 “북한이 싫으면 정치행위로 항의해야지, 약 올리듯 삐라를 뿌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탈북민 사이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 간첩사건 피해자인 홍강철(47)씨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과 그의 동생 박영학은 박정오로 개명해 큰샘 단체를 만들어 삐라 장사를 해먹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에서는 삐라 때문에 탈북자를 성토하는 대회가 열렸는데, 그 집회를 본 가족들은 큰 수치감에 젖어 있을 것”이라면서 “저의 딸과 친척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걸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과 파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반대 뜻을 밝혔다. 고양시민회, 겨레하나 파주지회, 파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1일 낸 성명서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은 평화가 곧 삶이다. 삶을 뿌리째 흔드는 일체의 적대행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전단의 실익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4년과 2018년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날린 대북 전단이 북으로 가지 않고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 경계에서 발견됐다며 “대북 전단이 아닌 대남 전단”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대북 풍선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매달아 북한에 도달하는지 입증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에 응한 단체는 없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현행범 체포해도 대북 삐라 못 멈춘다는 탈북민 단체, 왜?

    현행범 체포해도 대북 삐라 못 멈춘다는 탈북민 단체, 왜?

    지난 11일 찾은 경기 포천의 한 야산. 이민복(63) 대북풍선단장이 가로 3m, 세로 6m의 회색 컨테이너 창고 문을 열자 각종 잡동사니와 함께 약 3㎏ 비닐 뭉치 십수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에 든 건 손바닥만 한 비닐 재질의 대북 전단, 이른바 삐라 약 3만장이었다. ‘내가 깨달은 6·25(조국해방전쟁) 전범자, 해방자, 남조선 실태’라는 제목과 ‘이름 리민복. 고향 (황해북도) 서흥군…’으로 시작하는 이 작은 전단이 남북 관계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대북 전단(삐라)을 놓고 북측의 대남 비난이 계속되자 통일부는 지난 11일 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 단체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경기도는 접경지역 삐라 살포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도 일부 탈북민 단체는 오는 25일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전단 100만장을 살포하는 등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신문은 경찰 조사를 앞둔 박정오(51) 큰샘 대표와 풍선에 전단을 매다는 기술을 처음 개발한 이 단장을 지난 11일 서울과 포천에서 직접 만났다. 박 대표의 형으로, 또 다른 수사 대상인 박상학(52)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현재 언론 접촉을 끊은 상태다. 탈북민 단체 “나도 삐라 보고 탈북…북한 주민 알 권리”남북 관계가 악화일로인데도 이들이 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박정오 대표는 페트병에 쌀을 담아 보내고, 형은 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린다. 박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독재자’ 김씨 3대에게 속고 있다. 외부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경로가 아예 없다”면서 “우리가 탈북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적어 보내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995년 남한에 온 뒤 20년 가까이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보낸 이 단장은 남에서 온 전단을 본 뒤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 단장은 “전단을 통해 6·25가 북침이 아닌 남침이라는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도 한국전쟁의 진실과 남한의 생활상 전반에 대한 글을 써서 보낸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1년에 1000~1500개의 대형 풍선을 띄운다고 했다. 1000개만 보내도 연간 살포되는 전단이 3억장이다.그는 “아무리 남북 정상이 만나 합의한다고 해도,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북의 독재 체제는 바뀔 수 없다”면서 “전단에 전자우편(이메일) 주소, 손전화(휴대전화) 연락처를 적는데, 가끔 ‘잘 봤다’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북전단이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박 대표는 “남한 주민 중에도 우리가 ‘좋은 일 한다’며 응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대남 비난이 격해지자 정부가 대북 전단을 강력히 규제하기로 한 데 대해 이 단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인데 그러려면 헌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정부는 대북 전단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수령인을 특정하지 않은 전단을 불법 반출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접경지역 주민 “전쟁 나면 누가 책임지나” 반면 주민들은 대북 전단이야말로 실존하는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2014년 10월 탈북민 단체들이 경기 연천에서 날린 대북 전단 풍선을 향해 북한군이 고사포(14.5㎜ 기관총)를 10여 발 발사했고 그 탄두가 연천 지역에 떨어져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병종(66) 김포시농민회장은 “법을 개정하든지 경찰 공권력을 더 투입하든지 해서 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회장은 “북한 주민의 생각을 바꾸려고 전단을 뿌린다고 하는데, 오히려 북한과 관계가 좋을 때 효과가 있다”며 “지금 북한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 상황을 바꿔보려고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협상을 하는 것 아니냐. 그게 싫다면 정치행위를 통해 항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길연(63)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의장은 “(북한 주민에게 실상을 알린다는) 탈북민 단체 입장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할 꼬투리를 주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접경에 사는 사람들만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다만 살포 방식에 대한 이견은 단체 사이에서도 크다. 특히 이 단장은 박상학·정오 형제가 전단 살포를 ‘행사’처럼 하며 언론에 노출되는 데 반대했다. 그는 “지역 주민들도 생계가 있는 만큼 조용히 진행했어야 하는데 계속 주민들이랑 맞붙으니 언론에서는 더 크게 보도하는 것”이라며 “풍향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살포해 대부분이 남한에 떨어지니 주민 불만이 더 크다”고 비난했다. 대법원은 “주민 안전 위협 땐 살포 제지 정당” 대북 전단의 실익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4년과 2018년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날린 대북 전단이 북으로 가지 않고 경기 포천과 강원 철원 경계에서 발견됐다며 “대북전단이 아닌 대남전단”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원은 대북 풍선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매달아 북한에 도달하는지 입증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에 응한 단체는 없었다. 정부는 2014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 단장이 경찰 때문에 삐라를 못 날렸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에 대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존하는 위험이 있다면 경찰의 물리력을 사용해 대북전단을 못보내게 하는 게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美 짝짓기 원조 ‘바첼러’ 24시즌 만에 흑인 주연으로 기용

    美 짝짓기 원조 ‘바첼러’ 24시즌 만에 흑인 주연으로 기용

    미국 ABC 방송이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 ‘바첼러’에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주연으로 기용한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18년 동안 24시즌까지 이어질 만큼 커다란 인기를 끈 짝짓기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데 지금까지 한 명의 흑인도 주연으로 출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도리어 놀랍다. 주인공은 28세 부동산 중개인 맷 제임스. ABC는 12일(현지시간) 이 프로그램의 인종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다음 시즌부터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맷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연기된 새 시즌의 주인공 클레어 크롤리와 함께 경쟁하는 역할로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주연으로 격상된 것이다. 사실 2017년에 이 프로그램의 여자판 스핀오프인 ‘바첼러레트’에 흑인 스타가 딱 한 차례 나온 적은 있었지만 이 쇼에서는 검은색 피부의 주인공은 없었다. 제임스는 이날 같은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기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내디딘 한 걸음”이라며 “옳은 일을 하는 데 있어 나쁜 시기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는 인종차별 항의 물결이 드높은 미국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흑인을 출연시켜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8만 6000명 이상이 서명하기도 했다. 아예 다음 시즌을 ‘블랙 바첼러’로 바꾸고 흑인과 소수인종, 유색인종 등으로 35%를 채우라는 요구도 있었다. 바첼러레트에 최초이자 마지막 주인공을 출연했던 레이철 린제이는 실제로 경연 우승자와 결혼에 골인했는데 자신이 선구자가 돼지만 그 뒤로는 하나도 나아진 것이 없다고 개탄했다. 2002년에 시작된 이 시리즈는 바첼러가 24시즌, 바첼러레트가 15시즌까지 진행됐다. 지난달 바첼러 24시즌 마지막회 시청자는 850만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두 명의 경쟁자 출연 예정자가 백인 시청자를 주 타깃으로 삼아 인종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않는다고 집단 소송을 제기했으나 판사가 제작진이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캐스팅할 권리가 있다며 각하한 적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원구성 본회의 불발…박병석 “15일 반드시 처리” 데드라인 유예

    원구성 본회의 불발…박병석 “15일 반드시 처리” 데드라인 유예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않고 산회與 “국민 주신 177석 권한 배분”野 “단독 진행하면 국회 파행”법사위원장 몫 해결 쉽지 않아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국회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지 않고 오는 15일까지 여야에 추가 협상을 주문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으로서 마지막 합의를 촉구하고자 3일 간의 여유를 드리겠다”며 “다음 주 15일 월요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여당 몫 국회의장과 부의장 선출 본회의에 이어 상임위원장 선출 본회의마저 ‘반쪽’으로 치르는 파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박 의장은 “민생이 절박한데 원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해 국민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그동안 양당 협상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있었고, 타결을 기대했지만 최종합의를 못 이룬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이 제시한 데드라인은 오는 15일이지만 여야의 입장차를 바꿀 변수가 마땅치 않아 15일 본회의 전망도 밝지 않다. 박 의장의 발언에 앞서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강경 입장과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통합당에서 나홀로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김성원 원내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연일 여야 협치를 말씀하고 있는데, 거대여당 민주당에서는 수적 우위를 내세워 야당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임위원이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상임위원장 선거 일방을 강행한다고 하면 헌법의 기본권인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입만 열면 민주화 적자라는 민주당이 어떻게 이런 국회를 진행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성원 원내수석은 “민주당은 무엇이 두려워 법사위원장을 못 내놓는 것인가”라고도 했다. 또 “오늘 177석의 거대여당이 야당을 무시한 채 상임위원장 선출을 단독으로 진행하면 추후 국회일정에 전혀 동참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김성원 원내수석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은 “(총선에서) 국민이 준 권한대로 177석 대 103석 비율로 상임위를 민주당 11개, 통합당 7개로 정확하게 배분하는 안을 마련했다”며 “그런데 통합당이 의원총회에서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 몫과 관련해 김영진 원내수석은 “통합당이 법사위 권한을 악용해 모든 법안 통과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정부의 국정운영, 민생입법을 방해하고 저지할 무기를 달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국민이 주신 177석 주신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며 “민주당은 지지부진 야당과의 협상에 더이상 얽매이지 않겠다. 통합당은 오늘의 결정을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서울광장] 김종인, 보수를 살릴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종인, 보수를 살릴 수 있을까/이종락 논설위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요즘 여의도에서 최고로 주목받는 정치인이다. 통합당 지도부가 ‘삼고초려’해 모셔온 김 비대위원장은 예상대로 파격적인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여 야당은 물론 여권까지 들썩이게 하더니 전일보육제 등 과감한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비대위 내 정강정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강정책 내에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보검처럼 여겨지던 분배와 보육, 노동 등의 담론을 보수진영으로 끌어옴으로써 ‘보수 꼰대’ 꼬리표를 떼어내고 실용적 경제노선을 추구하는 정당으로의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의 깜짝 행보에 일부 당내외 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은 무소속인 홍준표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보 정당보다 더 앞서가는 걸 할 수 있다”며 ‘마이웨이’를 걸을 태세다. 보수당인 통합당에 대해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을 주창하는 김 비대위원장의 신념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그는 1964년 25세에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뮌스터대학에서 8년 동안 공부한 뒤 1972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의 주제는 ‘개발도상국에 있어서 분배 및 재분배 정책의 가능성과 한계’이다. 벌써 50년 전 성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 경제에 분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셈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조세, 노동, 복지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 분야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당시 독일은 사회의료보험과 연금제도를 도입한 상태였고 ‘68운동’으로 표현되는 유럽의 격변기여서 김 비대위원장이 분배 문제를 공부하기에는 딱 좋은 환경이었다.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라는 도식적인 얘기를 김 비대위원장은 제일 싫어한다. 자서전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그는 “철권정치를 하던 비스마르크 수상이 ‘복지는 곧 안보’라는 신념을 갖고 오늘날 독일 복지제도의 기반을 만들었다”면서 “권위적인 정부에서 사회 조화를 위한 복지제도를 오히려 선제 대응하는 식으로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이자 정치적 역설”이라고 적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이듬해인 1973년 그는 서강대에서 재정학 강의를 시작했다. 교수 자문단의 일원으로 1976년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사회의료보험 제도를 제안했다. 1987년 개정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독일 전문가인 김 비대위원장은 통합당을 독일의 기독교민주당(기민당·CDU)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기민당은 보수정당이지만 스스로 보수를 앞세우지 않으면서 보수주의를 실천하고 좌파의 어젠다까지 선점하며 좌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실제로 김 비대위원장은 2011년 새누리당 정책분과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며 보수라는 용어를 정강정책에서 빼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보수라는 말 자체는 아무런 소용없는 허명(虛名)이다. 보수란 용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서도 보수주의를 제대로 실천한다면 그것이 진짜 보수”라고 역설한다. 김 비대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로 총선을 치를 때도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월 30만원을 균등지급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채택하는 등 ‘포용적 성장’을 내세웠다. 참패할 것이라던 민주당은 예상과 달리 123석을 획득, 제1당으로 회생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연승을 거두며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돼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대한 신뢰보다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 ‘분배주의자’ 김종인은 어쩌면 지금 최고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김종인이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보수의 개념을 넘어 진보의 가치도 포괄하는 새로운 이념적인 좌표를 지향하는 정당이 탄생할 것이다. 그걸 보수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예측 가능하다. 진보와 보수당의 대표를 번갈아 맡으며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김종인 정치 역정의 종착점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jrlee@seoul.co.kr
  • [금요칼럼] 역사 왜곡, 처벌 대상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금요칼럼] 역사 왜곡, 처벌 대상인가/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흔히 ‘진보’로 불리는 범여권이 180석 이상 차지한 사상 초유의 국회다. 개헌을 빼고는 거의 다 할 수 있는 입법 권력을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히 장악했다. 선거로 나타난 민심의 결과이므로, 명분만 확실하다면 어떤 법이라도 제정하거나 개정할 수 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한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역사왜곡금지법’이나 그와 비슷한 법안 발의도 적지 않아 역사학도로서 걱정이 앞선다. 지난해 초 5·18의 진상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자는 법안으로 국회가 잠시 시끄러웠다. 이제 새 국회를 맞아 제정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5·18왜곡처벌법’이 바로 그 법안이다. 그런데 최근 같은 당의 한 초선 의원이 ‘역사왜곡금지법’을 들고 나와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비슷한 법안을 병합해 처리하면서 시간만 지체할 뿐 아니라 그 여파로 ‘5·18왜곡처벌법’마저 제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당의 중진들이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그 논리가 너무 전략적인 것뿐이라 적이 실망했다. 역사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역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 처벌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역사 문제는 처벌법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의 왜곡이란 또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과 이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전혀 다른 해석일지라도 평화롭게 병립하는 학설이 역사학 분야에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혹자는 해석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만 처벌하는 것이니 문제가 안 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실도 결국은 역사가의 주관이 작용한 해석의 일부일 뿐이다. 역사 자료를 검토하고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사가도 철저히 객관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관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죽은 자이지 산 사람이 아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주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5·18왜곡처벌법’은 역사라는 단어를 뺌으로써 이런 문제를 비켜 가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읽힌다. 그렇지만 5·18 자체가 역사이므로, 큰 차이는 없다. 헌법에 명시된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이가 일부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특별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의도가 악의적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역사 해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 민주사회의 더 큰 덕목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음 개헌 때 5·18도 헌법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그 왜곡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역사의 해석은 그야말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고조선을 세계적 제국으로 신봉하는 유사역사학 관련자들을 일일이 처벌할 필요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홀로코스트부정금지법’처럼 우리도 역사 부정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꽤 높다. 하지만 유럽 여러 나라가 제정한 유사한 법들은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점보다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집단 학살한 제노사이드에 대한 경종이라는 공통점이 훨씬 더 크다. 역사 해석 차원이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최소의 보호막을 국가가 사후에나마 제공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동질성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운동에 한 획을 그은 5·18의 성격과 의의는 꽤 다르다. 심지어 프랑스가 2011년 제정한 ‘아르메니아인학살부정처벌법’ 등 일부 법률은 반인류·반인격적 제노사이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 해석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차라리 고의성이 짙은 악의의 가짜뉴스로 처벌하는 법안이 더 유용하지 않을까.
  • 박기재 서울시의원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아파트 임대단지 내 갈등, 주거 안정의 중요성 잊지 말아야”

    박기재 서울시의원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아파트 임대단지 내 갈등, 주거 안정의 중요성 잊지 말아야”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기재 의원(더불어민주당·중구2)은 지난 10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임차인대표 자격을 놓고 2년간 갈등 중인 서울시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아파트 임대단지 임차인대표단을 만나 사태의 원만한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아파트 단지에는 현재 684가구가 사는 임대 아파트 세 동이 있다. 이 단지에선 2018년부터 임차인대표 자격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불거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쪽은 임차인대표회의 선거가 불공정했고 이들이 주민 공유공간을 무단 점유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다른 쪽은 허위로 비방한다며 무더기 고소·고발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는 극한의 치킨 게임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지역 내 갈등에 안타까움을 갖고 중재를 위해 노력해온 박 의원은 임대단지 현장과 시의회에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담당자를 만나 해결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였으나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날 박 의원을 처음 방문한 임차인대표단은 소수의 반대 측이 선량한 다수의 입주자들을 폭력에 가까운 협박으로 단지 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고 여기에 박 의원을 내세워 세를 과시하고 있다며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나아가 이번 사태 해결로 주민 모두가 근심 없는 주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박 의원의 도움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임차인대표단이 언급한 반대 측 의견을 청취한 적은 있으나 현 사태와 관련해 그 어느 측 이득을 위한 활동에는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단호히 답했다. 끝으로 갈등의 당사자인 양측도 주거 안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소모적인 악의적 비방과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적극 당부했다. 박기재 의원은 향후에도 서울시장과 SH공사 직원들을 만나 헌법으로 보장된 주거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서울시장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낙태 도중 태어난 아기 숨지게 한 의사…“산모의 인생 위해”

    낙태 도중 태어난 아기 숨지게 한 의사…“산모의 인생 위해”

    불법 임신중절 수술 도중 살아서 태어난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강간을 당해 임신한 경우로 모자보건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11일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아이가 태어났어도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하려 했으나 아이가 살아있는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범행의 사실관계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음에도 1심에서는 이를 유죄로 판결했다”며 “낙태죄는 무죄로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내놨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를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지만,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이 도래하지 않아 낙태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재판부의 신문 과정에서 “생존한 채로 태어난 아이를 살해한 사실을 인정하냐”는 질문에 “숨이 꺾인 상태는 아니었다. 뱃속에서 죽은 상태는 분명 아니었다”고 답했다. 다만 “산모의 출혈이 심해 이를 신경 쓰느라 태어난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면서 의도적으로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씨는 “앞선 태아 초음파검사 결과 심장병이 있었던 만큼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작았다”며 정상참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1심 공판에서 검찰이 “출산 시 태아의 생존 확률은 99%였다. 이런 상태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낙태를 빙자한 살인행위”라고 비판한 데 대해 항변한 것. 그렇지만 A씨는 “어떤 경위든 30주가 넘은 태아를 수술한 것은 잘못”이라며 “산모가 강간을 당했다면서 부모가 부탁한 사정 등이 있지만 결국 제가 떨치지 못하고 수술해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 측이 요청한 보석 심문도 진행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산모의 모친이 ‘딸의 인생을 위해서 꼭 낙태 수술을 해달라’며 사정해 수술하게 된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강간 사건임이 명백해 모자보건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해 임신한 경우 의학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와 A씨 측의 주장을 종합해 보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A씨의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씨줄날줄] ‘옥상옥’ 국회 법사위/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옥상옥’ 국회 법사위/이종락 논설위원

    21대 국회를 열자마자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주목받고 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대치하면서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를 거친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기 위한 최종 관문이다. 국회법 86조 1항은 각 상임위가 입안한 법안을 법사위에 회부해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법안이 기존 법률이나 헌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등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제2대 국회 때인 1951년 3월 엄상섭 의원의 발의로 도입됐다. 그러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단계에서 법안 내용 중 본질적인 부분이 수정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법안을 장기 계류시키는 등 법안 심사의 신속성이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91개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법사위의 주도권은 법사위원장이 쥔다. 법사위 소속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선언한 적도 있고, 법사위원장이 법안 서명을 거부해 법안 처리를 막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이 입법의 길목을 틀어쥐고 있으니 여야가 서로 탐내는 것은 당연하다. 16대 국회까진 여야 관계없이 다수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으나 2004년 17대 국회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법사위를 양보한 뒤 16년 동안 야당 몫이 됐다. 하지만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이번에는 야당에 양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진통’을 겪었던 터라 법사위원장을 차지해 법안 처리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 법사위를 ‘최후의 보루’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사위가 18개 상임위 중 ‘상임위의 꽃’, ‘옥상옥’, ‘사실상 상원’으로 인식되면서 다수 의원이 법사위 배정을 희망하고 있다는데, 쓴웃음이 나온다. 피고인이나 고발인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들까지 법사위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민주당 황운하 의원, 통합당 김기현 의원 등이다. 법사위원은 법원과 검찰을 상대로 업무를 추궁한다. 그런데 피고인이 법사위원이 된다면 자기 재판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해충돌 금지 원칙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 재판 중인 의원들이 법사위에 가는 것은 사적인 문제를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시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나쁜 의도로 봐야 한다. 국회의장이나 당 지도부가 이들에게 법사위 배정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래저래 21대 국회 초반은 ‘법사위 국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플로이드 떠나보낸 날… 흑인 첫 공군 참모총장 탄생

    플로이드 떠나보낸 날… 흑인 첫 공군 참모총장 탄생

    바이든 “美서 인종적 정의 실현해야” 뉴욕증권거래소 8분 46초간 거래중단 “펜스, 인준회의 주재로 여론 다독이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시킨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싸늘한 주검이 된 지 15일 만인 9일(현지시간)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린 그의 ‘8분 46초’는 흑인인권 문제에 대한 여론을 다시 환기시킨 것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통합·반민주적 행보에 경종을 울리며 미국 내 정치·사회적 지형을 뒤흔들었다.이날 플로이드의 고향 텍사스주 휴스턴 ‘찬양의 샘’ 교회에서 있었던 그의 장례식은 추모·위로의 메시지와 이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물들었다. 흑인 인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는 “가해자들이 죗값을 치를 때까지 플로이드의 가족과 함께하자”고 강조했고, 미아 라이트 찬양의 샘 교회 공동 목사는 “우리는 울고 애도하고 있지만 곧 위로와 희망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주요 인사들까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며 지난 15일간의 시위가 ‘트럼프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된 가운데 이날 장례식장에서는 미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플로이드의 조카인 브룩 윌리엄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누군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말하지만, 미국이 언제 위대했던 적이 있었느냐”며 “미국은 지금이 변화를 위한 시기”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장례식장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플로이드의 딸 지아나를 향해 “아빠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가 실현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이 나라에서 인종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민들도 이날 하루만큼은 모두가 ‘플로이드’가 된 모습이었다. 조문객 500여명이 참석한 장례식은 미 전역에 생중계됐고, 플로이드의 시신이 담긴 황금색 관이 휴스턴 외곽 메모리얼 가든 묘지의 어머니 곁으로 이동하는 동안 수많은 인파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뒤따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정오 시간에 맞춰 8분 46초간 거래를 중단하며 묵도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는 NYSE의 228년 역사상 가장 긴 묵도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휴스턴시는 이날을 ‘조지 플로이드의 날’로 선포해 영원히 추도하기로 했다. 한편 흑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참모총장 자리에 오른 찰스 브라운 공군 참모총장 지명자에 대한 의회 인준안이 이날 98대0의 전원 찬성으로 상원을 통과했다. 헌법상 당연직 상원 의장이지만, 주요 의전행사 외에는 상원 회의를 주재하지 않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본회의를 직접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인준안의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음에도 부통령이 직접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흑인 출신 참모총장 탄생에 의미를 부여해 최근 악화된 여론을 다독이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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