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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뜯어보기] 軍에서는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책 5종, 이유가

    [뉴스 뜯어보기] 軍에서는 절대 읽어서는 안되는 책 5종, 이유가

    「일단 돈을 갖다 안기면 그 다음은 어떤 계약 위반도 잔소리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군인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는 데다 하자가 발생해도 군이란 워낙 상명하복의 조직이라 그냥 덮어버리곤 했다.」(김진명, ‘글자전쟁’ p31~32) 소설 ‘글자전쟁’의 한 대목입니다. 이 소설은 지난해 8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군대에서는 판매금지입니다. 읽어서도 안 됩니다. 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내용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납득이 가시나요? 국방부는 지난 5월 육군과 공군 마트(옛 PX)에서 판매하던 책 5종을 판매 금지시켰습니다. 국군복지단은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고야마 카리코), ▲‘글자전쟁’(김진명), ▲‘칼날 위의 역사’(이덕일),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임기상),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최용범) 등 5종에 대한 퇴출 사유와 해당 내용을 밝혔지만, 원론적인 해명에 그쳐 해당 책을 출간한 출판사 등 출판계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군이 신간도서 5권을 판매 금지시켰다 국방부는 지난해 정책 검토를 거쳐 올해 1월부터 복지단이 운영하는 군 마트에 신간 서적 200권씩을 비치했습니다. 그동안 군내 진중문고의 책들이 너무 오래된 베스트셀러들 뿐이라 신간 서적을 읽고 싶어하는 젊은 장병들의 수요를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전방 부대를 시찰하던 군 관계자가 마트에 비치된 서적들이 보안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국방부 교육정책관실의 문제 제기에 따라 복지단은 군 마트에 보급된 책 200종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200권의 책을 복지단 심의 담당자들이 서로 겹쳐 읽는 방식으로 일일이 보안성 검토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퇴출 사유와 해당 내용을 확인해도 의문은 더해갔습니다. <군 마트 판매가 금지된 책 5종의 퇴출 사유와 해당 내용>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고야마 카리코)“피케티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아시아 각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외국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p.32)→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 ●‘글자전쟁’(김진명)“일단 돈을 갖다 안기면 그 다음은 어떤 계약 위반도 잔소리 한 마디 하는 법 없이 군인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는 데다 하자가 발생해도 군이란 워낙 상명하복의 조직이라 그냥 덮어버리곤 했다.’(p.31~32)“높은 놈이고 낮은 놈이고 좌우간 군바리들은 멕여야해!”(p.32)→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자료 ●‘칼날 위의 역사’(이덕일)“오늘날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재연기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 조선의 임금 선조가 생각난다. (중략) 전작권 반환을 사실상 무기 연기했으니 사생관이 뚜렷해야 할 군인정신이 있기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p.249)→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정부정책 및 국방정책을 비난하는 자료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 1’(임기상)“중공군이라는 새로운 적이 한반도에 등장하고, 미 지상군이 연전연패를 당하자 지체 없이 북한 민간인 주거 지역을 향한 ‘초토화 작전’ 개시를 명했다. 맥아더는 미국의 이해가 훼손되고 전쟁 영웅인 자신이 전쟁 패배의 책임자로 몰리자 망설임 없이 ‘한국 민간인’들을 희생양으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 것이다.’(p.280)→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최용범)“미군정은 민중의 통일 의지를 짓밟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p.401)→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 ■국방부는 정훈 훈령에 따른 결과라 했지만 출판계는 반발했다 국방부는 ‘정훈·문화활동 훈령’에 기초한 심의 결과라고 밝혔지만, 오히려 출판계에서는 맥락을 무시한 채 부분적 묘사만을 문제삼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훈은 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이념 교육 및 군사 선전, 대외 보도 등을 군대 내에서 이르는 말입니다.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기초가 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글자전쟁’은 내용 가운데 ‘방산비리’ 등 군이 민감해하는 내용이 들어갔기 때문에 판매가 금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사실상 군내 ‘불온서적’ 취급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개별 부대에서 같은 기준이 적용될 경우 사실상 군내 ‘불온서적’처럼 취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는 ‘불온서적’은 ‘불온한 사상을 담은 책’이라는 뜻입니다. 과거 반공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이러한 서적의 출판, 열독, 반입 등을 금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금지서적(금서)이라고도 불렸는데 불온서적은 금서 중에서도 사상적 이유로 금지된 서적을 가리킵니다. 영화 ‘변호인’(2013)에서는 배우 임시완이 연기한 주인공이 불온서적을 읽은 혐의로 처벌을 받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복지단이 올해 1월 1일 군 마트에 신간 서적을 비치하기 전까지 신간 서적의 군내 유입 적정성 검토를 위한 심의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미리 거쳐야 할 절차를 뒤늦게 밟게 되면서 5종의 책이 군 마트에서 퇴출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정훈·문화활동 훈령’에 따른 군내 유입 서적 심의기준>1. 북한체제를 찬양·미화 하거나 이적단체를 옹호하는 자료2.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정부정책 및 국방정책을 비난하는 자료3.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거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자료4. 국제평화 및 국제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자료5. 장병의 국가관, 안보관, 군인정신에 위배되는 자료6. 군을 왜곡하거나 군의 사기를 저해하는 자료7. 음란한 내용으로 사회윤리나 공중도덕을 해치는 자료8. 반인륜적, 반사회적 행위를 묘사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자료9. 정부,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자료10. 그 밖에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 그러나 과거 군내 ‘불온서적’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갖고있는 이들은 이러한 심의규정조차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이 아직도 구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사고관에 갇혀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합니다. ■‘군 내 불온서적’ 저자 중에는 전직 대통령도 있다 우리나라는 군내 ‘불온서적’의 저자가 두 명이나 대통령을 지낸 나라입니다. 1992년 4월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가 그해 3월에 치러진 제14대 총선에 군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입증 자료라면서 ‘건강한 부대관리’라는 제목의 선거 지침 문서를 공개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등이 보도한 그 문서에는 ‘불온간행물 도서’ 574종의 목록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그 목록에 있던 책 ‘나와 조국의 진실’의 저자 김영삼은 그해 12월 치러진 선거에서 제14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같은 목록에 있던 ‘조국과 함께 민족과 함께’의 저자 김대중은 1998년 제15대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2008년에는 국방부가 23권의 책을 군내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그 차단대책을 지시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목록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느낌표’에서 권장도서에 뽑혔던 ‘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 이미 시중에서 10만부 이상 팔리고 있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비롯해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연재한 글을 모은 ‘대한민국사’(한홍구) 등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책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해당 서적들은 군내 불온서적으로 선정된 이후 오히려 판매량이 크게 늘기도 했습니다. ■2008년 군 법무관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급기야 당시 육군과 공군 법무관 5명은 이러한 지시가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및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0년 10월 28일, ‘불온도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거나,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할 내용으로, 군인의 정신 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도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할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던 다섯 명의 군 법무관들은 군의 위신을 실추하고 복종 의무를 위반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징계와 파면을 당했습니다. 파면됐던 두 법무관들은 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군에 복귀했으나 한달쯤 지난 뒤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국방부는 이들에게 전역 처분을 내렸습니다. 2011년에는 공군 소속 한 전투비행단장 명의로 발송한 공문에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서적반입 차단대책’이라는 제목과 함께 총 42권의 책 리스트가 딸려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2008년 당시 군내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23권에 새로 19권이 추가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군 내에 이제 불온서적 리스트라는 형태로 관리되는 서적은 없다”며 “이번에 퇴출된 5종의 책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군의 ‘불온서적’에 대한 논란은 모두 끝난 것일까? 국방부는 무슨 책이든지 읽도록 한다면 북한의 주체사상이 담긴 책을 대한민국 군인들이 병영 내에서 읽어도 되냐는 반박을 합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적용하는 심의기준에는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표현물만 포함된 것이 아닙니다. 자칫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반박한다는 이유만으로 군 마트에서 퇴출될 수 있습니다. 정부나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문제없이 자유롭게 읽던 교양 인문 베스트셀러나 권장 도서, 대학 교재들조차 군에서는 퇴출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군의 정훈교육 방향과 배치되는 내용을 포함한 자료’라는 기준은 이를 심사하는 정훈장교들에게조차 모호한 기준입니다. 그래서 이번 복지단의 심의 결과는 향후 개별부대에서 보안장교들이 행하는 군내 반입 물품에 대한 보안성 심사의 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 5종의 책들이 군 내에서 소지하거나 읽는 것이 금지되는 군내 ‘불온서적’처럼 다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참 안타까운 일인데 아직도 국가가 우리 군인들에 대한 어떤 사상을 가지고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것을 보면 이게 국민의 군대가 아닌 이데올로기의 군대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점에서 군대의 호감도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의원은 “오히려 이 소식이 알려지면 그 책들은 더 잘 팔릴 것”이라며 “서점마다 ‘입대 전에 읽어보자 불온도서’라는 코너가 생기면 날개 돋친듯이 팔릴 거 같다”고 꼬집어 비판했습니다. 군 마트에서 판매 금지된 이 책들이 되레 일반 서점에서 잘 팔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가 잊고 있던 군내 ‘불온서적’에 대한 불편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야 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기고] 피해자들 위한 화해·치유 재단돼야/유명환 세종대학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기고] 피해자들 위한 화해·치유 재단돼야/유명환 세종대학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작년 말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피해자 할머니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재단이 출범하게 되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끝나기 사흘 전인 작년 12월 28일 양국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일본 총리의 사죄’ 및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약 100억원의 재단 기금을 출연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 대해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가슴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언급하였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현안으로 제기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지난 20여년간 ‘해결도 아니고 미해결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었다. 이 문제가 다시 한·일 외교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2011년 가을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이를 강하게 제기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일본과 교섭하지 않고 있는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만에 다시 시급한 외교 현안의 하나로 제기된 위안부 문제는 그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되었던 것이다. 작년 말 한·일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위안부 합의 결단은 커다란 모험을 무릅쓴 용기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와 같이 그냥 한·일 간 외교적 현안으로 놓아두는 것이 정권 차원에서 볼 때 오히려 안전한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책임 있는 최고 지도자로서 피해자들이 생존할 때 하루속히 타결을 짓는 것이 국가적 이익을 고려할 때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본이 한국의 입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군의 관여와 책임을 인정하고, 총리 명의의 사죄와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내용면에서 우리의 입장이 충분히 관철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자면 끝이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서 위안부 합의를 평가하고자 한다. 그리고 정부는 합의 내용을 조속히 이행하여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제는 그간 위안부 문제를 사회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한 시민단체의 역할도 평가하여야 한다. 시민단체의 대표들도 재단에 참여하여 위안부 문제를 한 차원 더 높게 승화시켜야 한다. 일본의 시민단체들과 힘을 합하여 세계적으로 ‘전시 여성인권 보호’를 위한 숭고한 활동을 일본과 같이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제 어렵게 출발하는 ‘화해·치유 재단’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주변국도 관심을 가지고 볼 것이다. 재단은 무엇보다도 생존하는 피해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희망하는지를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두 개별적으로 면담하여 각자의 희망사항을 청취하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가급적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만나서 마음을 위로하고 실제로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각자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지원 사업’에 치중하여 기금을 사용하기 바란다.
  • [관가 블로그] 농식품·해수부의 개정 노력 실속은

    “식사·선물 한도 높이기론 한계”… “소비혁신 대책 필요” 목소리도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뒤 세종 관가에서 대책 마련에 가장 바빠진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입니다. 오는 9월 28일부터 식사비 3만원, 선물 5만원의 한도 규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식당, 유통업체 등과 함께 농민과 어민이 당장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우는 선물세트의 99%가, 사과와 배 세트는 50%가 5만원 이상이라고 합니다. 농식품부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는 연간 2072억~2421억원, 사과·배는 1392억~1626억원 생산량이 줄어 농가당 연간 200만~300만원의 소득 감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훼농가는 연간 소득이 1051만~1226만원의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는데, 이건 ‘망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농식품부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으로 한도를 올리고, 경조 화환은 경조사비 10만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법제처에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해수부 역시 수산물이 주로 회로 소비되기 때문에 비교적 고가이며, 수산물 선물세트의 25%가 10만원 이상이라는 점을 들어 식사는 8만원, 선물은 1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각각 생산 및 유통단체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매주 회의를 열고, 국민과 야당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수정의 필요성을 알려 왔습니다. 그 결과 5일에는 법제처에서 농식품부, 해수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참석하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가 열립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이 자리에서 식사비 등의 한도 상향을 거듭 요구하고, 이게 여의치 않으면 법 시행의 유예기간이라도 늘려 달라고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식사와 선물 한도액을 높이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법 시행으로 줄어들 소비를 촉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의 타격만 줄여 보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생산과 유통비용을 줄이고, 소비 트렌드 변화를 이끄는 혁신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국민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양대 부처의 특별한 지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엘리트 카르텔, 김영란법 그리고 블록체인/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열린세상] 엘리트 카르텔, 김영란법 그리고 블록체인/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최근 일부 공직자의 막말과 부정, 비리 의혹 그리고 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헌재 결정 등등…. 일련의 다소 충격적이고도 ’역사적인’ 사건이 마치 드라마처럼 연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문제는 너무나도 상반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솔직히 이들 현안들에 대해 과연 어떤 시각으로 또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다소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감정이 과연 나만의 느낌일까. 혹자는 우리나라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 부패 유형으로 분류한다. 학연과 지연 등으로 일부 정치 및 관료 등에서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배타적인 집단을 형성해 부정을 범하는 유형을 말한다. 그리고 이들 집단은 정보 등을 집중 독점하고 배타적인 영역을 구성해 자신들의 집단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전관비리 등도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부 특정 전·현직 사이에 일종의 부정적인 담합을 형성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투명한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이러한 오해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공직자의 막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즉 일부의 몰지각한 엘리트층 인사가 다른 집단과 자신들을 지나치게 배타적으로 차별하고 나아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지나친 과대망상적인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나온 언행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막말 파동은 그간 상대적으로 피동적이기만 한 국민을 이러한 잠재의식하에서 폄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공직자는 자신의 본분이 단지 국민의 대리인이고 공복에 불과하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논란이 됐던 김영란법의 일부 조항들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마침내 내려졌다. 물론 관점에 따라 이러한 결정에 대해 다소 불만과 비판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결정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한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불필요한 오해는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 즉 이 법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접대문화라는 비정상적인 문화에서 우리나라가 빨리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법이 공직자 등 국민 전반에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따라서 이제 주어진 남은 과제는 이 법을 전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는 훌륭한 법으로 잘 가꾸어 나가는 것 뿐이다. 왜냐하면 이 법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세계 최강 선진 국가로 힘차게 나아가는 원동력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지털시대에 맞게 사회시스템도 혁신돼야 한다. 공직자의 윤리의식이나 인격에만 막연히 의존하는 불안정한 사회에 더이상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모든 것이 공개 공유됨으로써 합리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변혁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원래 비트코인에서 해킹 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기술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가히 혁명적이다. 그 기본적인 개념은 모든 정보를 특정 개인이 아닌 상당수의 다수가 시간별로 같이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시스템하에서는 이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는 정보를 특정인이 집중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자가 이를 공유함으로써 그 신뢰성을 담보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공개 공유로의 패러다임 변혁은 절체절명의 현안 과제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 변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법은 투명사회 구축을 위한 기초 사회지원 인프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다소 혼란도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경쟁력 등을 도모하는 데에 큰 기틀이 될 것임은 달리 의문의 여지가 전혀 없다.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혁신과 그간의 선진화되어 온 국민의식의 고취 등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해 앞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일등국가로서의 진면목과 자부심을 전 세계에 펼칠 그날을 감히 기대해 본다.
  • [사설] 이해충돌 방지 조항 살리기 아직 늦지 않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합헌 결정 이후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그런 징후다. 이 개정안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 1, 2당 지도부가 최근 헌재의 합헌 결정에 따라 현행 김영란법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영란법의 원래 이름인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되찾겠다는 데 어느 국민이 반대하겠는가. 우리는 여야가 의지만 있다면 법 시행 전에 공직 부패를 뿌리 뽑으려는 김영란법의 본뜻을 온전히 되살릴 방도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각계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여전히 교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혁명적으로 제고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의 이면에 소비를 얼어붙게 해 경제를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드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의) 기본 정신은 단단하게 지켜 나가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한 데서도 읽히는 기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투명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내수 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의 일단을 표시했다는 점에서다.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김영란법 개정 내지 보완 움직임은 그런 맥락에서 십분 이해가 간다. 이를테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시행령을 개정해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지 않았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농축수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식사비와 선물 상한액을 3만·5만원에서 5만·10만원으로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논의들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다만 시행령을 고쳐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더불어 현행 김영란법의 허술한 구멍을 메우는 보완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반쪽 김영란법’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해충돌이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공정한 직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면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채 공직사회의 투명성 확보가 가능하겠는가. 다만 9월 28일 시행이 예정된 마당에 김영란법을 개정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여야가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데 의기투합한다면 방법을 왜 못 찾겠나. 국민권익위가 마련 중인 이해충돌방지법을 별도로 처리하는 것도 대안이다. 국회는 친족을 보좌관이나 인턴으로 채용해 물의를 빚은 서영교 의원 파동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기 바란다.
  • [비즈 in 비즈] 김영란법 표적기소 막으려면 로비스트법 만들어야

    [비즈 in 비즈] 김영란법 표적기소 막으려면 로비스트법 만들어야

    “그렇다면 로비스트법이 병행돼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임원의 말입니다. “검찰은 이제 누구든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내사할 수 있나요?” 같은 날 유통기업 홍보 경력이 있는 한 기업 간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김영란법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릴 보완책에 관한 이 두 가지 논쟁을 소개합니다. 로비는 우리말로 청탁입니다. 그러니 합법적 로비의 범위·방법·금기를 정하는 로비스트법 제정 없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것은 가능한 청탁이 무엇인지 합의를 이루지 않은 채 불법 청탁에 따른 처벌 조항부터 먼저 정의한 모양새가 됩니다. 로비스트법 제정 주장은 16대·17대 국회에서 꽤 활발하게 논의됐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에 이어 돈의 힘까지 얽힌 음성적 로비 시장을 양성화해 제도·법률 변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게 로비스트법 제정론자들의 주장입니다. ‘청탁’이라는 음습한 표현을 어감이 좀더 나은 ‘청원’으로 바꾸면 이 주장을 이해하는 게 수월해집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금품 수수 여부에 관계없이 국회의원(입법부)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과 언론을 향한 청원의 많은 부분이 탈법의 경계에 섭니다. 로비스트법이 부재하더라도 김영란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면 우리는 목표보다 빨리 청렴사회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칼자루는 검찰이 쥐었습니다.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기소할 수 있는 유일 집단(기소독점)인 데다 기소를 재량껏 결정할 수 있는 권한(기소편의)도 동시에 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다 하는데 나만) 표적 기소’라는 억울함이 만연되면 김영란법의 안착은 요원할 것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뒤 7년이 지난 지금 사법부와 검찰의 순혈주의, 부패가 개선됐는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툭하면 불거지는 로스쿨 편법 입시 논란에 ‘금수저 특혜’ 심증만 커집니다. 로스쿨 도입과 함께 논의됐었던 공무원 임용제 개편, 법률 시장 개편, 사법부 조직 개편 등을 전부 병행했을 때 국민들의 법률서비스 접근권을 키운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었겠다고 뒤늦게 생각합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생각나눔]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규정 꼭 필요할까요

    [생각나눔]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규정 꼭 필요할까요

    “공무원인데 당연히 일반 국민보다 윤리 기준이 더 까다로워야 하는 게 맞죠.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일하는 거잖아요.”(공무원 A씨·41세, 6급)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사생활까지 단속하는 건 요즘 시대에 너무한 것 같아요. 기준도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고요.”(공무원 B씨·36세, 7급) “민중은 개돼지”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한 파면 처분의 근거는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를 어기면 최고 파면까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나 전 정책기획관의 파면에 대해 “고위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도덕성과 윤리성, 그리고 품행을 이처럼 법으로 규율하는 사례는 사실 다른 국가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반인보다 엄격하고 신중한 품행이 요구된다는 데 대해서는 공무원이든 일반 국민이든 이견이 없으나 문제는 그 수위와 징계 범위다.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에 대해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다 존중하는 쪽으로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대 백창현 교수는 최근 발간된 ‘경찰학연구’에 실린 ‘경찰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에 관한 법적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구체화하고 직무상 관련 있는 영역으로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들 대다수는 품위유지 의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공무원은 “지금도 공직자 비리가 만연해있다는 게 국민들의 시각”이라며 “품위유지 의무 조항을 없애버리면 공직자 비리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공무원은 사기업 직원과는 다른 청렴함을 갖춰야 한다”며 “그게 일반 국민들이 공무원에게 바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혹하다는 반발도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은 민원인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사소한 잘못으로 징계를 받는 일이 잦다”면서 “경찰이 법을 집행한다는 이유로 다른 공무원보다 더 엄격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음주운전, 성추행처럼 범죄가 되는 행동이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겠지만, 직무와 관련없는 사생활까지 징계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가령 간통제가 폐지됐어도 이를 이유로 징계를 받는 공무원은 여전히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14일 혼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무관에 대해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같은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흐름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사생활 보호 쪽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양상이다.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가 필요하지만 국가기관이 이들의 사생활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동거하던 여성을 두 번 낙태시킨 소방관 A씨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은 사적 영역에 지나치게 개입한 것으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의 품위유지 의무’와 ‘공무원의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가 대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가운데 인사혁신처는 ‘공직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사생활을 최대한 존중하되 일반 국민에게 알려져 공직 신뢰에 악영향을 끼쳤다면 상응한 징계를 내린다는 것이 인사혁신처의 일관된 잣대입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관가 블로그] ‘서울 덜 가도 되겠네, 회식 줄어 들겠네’…김영란법 내심 반기는 세종시 공무원들

    [관가 블로그] ‘서울 덜 가도 되겠네, 회식 줄어 들겠네’…김영란법 내심 반기는 세종시 공무원들

    요즘 관가를 압도하는 이슈는 단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입니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김영란법은 이제 시행일(9월 28일)까지 두 달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선물(5만원 상한)과 경조사비(10만원 상한)는 그렇다 쳐도 매일 일상에서 겪게 될 식사비(3만원 상한) 문제는 보통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란 게 여러 공무원들의 반응입니다. 식당들도 자구책을 찾고 있는데, 이미 세종청사 주변에는 ‘2만 8000원짜리 도시락’ 등 김영란법 맞춤형 메뉴가 등장했습니다. 공무원들의 절대 다수가 김영란법 시행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지만, 반색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서울행이 줄어들 것이다”, “회식을 덜 할 것이다”와 같은 기대감 때문입니다. 한 세종시 공무원은 “그동안은 서울에서 민간기업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제공하는 저녁식사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으니 외려 몸은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세종시 공무원도 “김영란법의 요체는 밥값이 3만원을 넘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만남 자체를 갖지 말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어서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근무 여건이 한결 나아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 20대 공무원들은 “회식 자리가 줄어들 것 같다”고 기대했습니다. 청렴하고 갑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김영란법의 취지에서 봤을 때 아예 화근이 될 만한 모임장소로 이동하지 않겠다는 공무원들의 생각도 일부 이해됩니다. 다만 지금도 세종시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과천에 있을 때보다 현장에 잘 나가지 않고 ‘책상머리형 정책’을 구상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것이 더 심해질까 우려됩니다. 세종시에 갇혀 현실과 괴리감 있는 정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와 기업을 두루 경험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경제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 공무원들이 현장에 잘 가지 않는다”며 “현장을 찾아 얘기를 많이 들어야 좋은 정책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식사비가 얼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말로만 규제 완화, 기업 지원을 외치지 말고 직접 민원서류 들고 해당 관청을 뛰어 체감해 보라는 얘기입니다. 김영란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부작용을 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朴대통령 “김영란법, 청렴 사회 구현에 필요···경제 영향 최소화해야”

    朴대통령 “김영란법, 청렴 사회 구현에 필요···경제 영향 최소화해야”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금집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농수축산업, 요식업종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부문의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국무위원들에게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내수 위축 가능성을 비롯,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법의 기본, 근본 정신은 단단하게 지켜나가면서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부조 목적으로 허용되는 가액 기준 금액을 ‘음식물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규정하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원안을 그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내수 위축 등 부작용 우려가 제기돼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청렴 사회 구현을 위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법 시행에 따라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면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성장 잠재력도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하루 속히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기업, 교육계, 언론계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금지법) 합헌 결정을 존중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블로그] 행동하는 ‘용비어천가 장관님’

    [관가 블로그] 행동하는 ‘용비어천가 장관님’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에 있는 한 치즈목장을 찾았습니다. 도시민의 농촌 방문을 장려하는 ‘해피버스데이’ 사업을 살펴보기 위해서인데요. 이 장관은 어린이들과 송아지 먹이를 주고 목장 체험도 함께했습니다. 그 자체로는 유익한 행사였습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영란법이 헌재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은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이었던 식사·선물·경조사비 등 한국식 접대 문화가 다음달 28일부터 송두리째 바뀌게 됩니다. ●김영란법 합헌 날… 목장체험 웬말 청렴한 사회를 향한 값진 첫걸음이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명절 선물과 식당 납품에 의존해온 농축산업계는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축산업계 관계자는 “이런 중요한 시점에 담당 부처 장관이 한가하게 목장 체험을 할 때인가”라며 어이없는 정무적 판단 능력을 꼬집었습니다. 사실 이 장관은 하루 전날인 지난 27일 늦은 오후에 농식품부 기자단에 치즈목장 동행을 제안했습니다. 기자들이 즉각 거부하자 농식품부는 30분 만에 ‘없던 일’로 했습니다. 대변인실에 기자단 동행을 취소한 배경에 대해 물으니 “헌재의 김영란법 판결 일정을 깜빡했다”는 군색한 변명이 돌아왔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장관은 다음 날인 29일 ‘박근혜 정부 농정 성과 점검 워크숍’을 주재했습니다. 농식품부 직원과 산하 기관장 등 150명이 참석한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부 참석자는 이 장관의 이름을 따서 ‘낯 뜨거운 동비어천가’ 일색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장관의 치적 과시용 행사였다는 얘기입니다. 발표 자료를 작성할 때 “성과는 최대한 부풀리고 향후 과제는 가능하면 축소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3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찾은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을 방문했습니다. ●개각 대상 입방아… “입지 다지기” 일각에서는 이달 초 개각 대상자로 언급되는 이 장관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자 무리한 행보를 이어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청백리’ 정신을 살리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청백리, 탐욕 없고 백성을 부모처럼 어루만지는 선비의 전형을 뜻합니다.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농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야 원내대표 “김영란법 고칠 생각 없다”

    ‘의원 예외’ 반대 정무위 6명뿐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합헌 결정에도 정치권 일각에서 보완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가 31일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도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부정청탁 금지조항에 국회의원을 예외로 두는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재 국회에는 총 4건의 김영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8·9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모두발언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국민의 열망이 담긴 법으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이 가장 앞서서 이 법을 지켜 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은 한 자라도 고치면 끝나는 법”이라며 “내 임기 중 고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농축수산업의 피해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재 3만·5만원인 식사 대접 및 선물 상한액을 (5만·10만원으로) 조정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의원을 예외로 둬 ‘면죄부 논란’이 인 부정청탁 금지조항에 대해서는 정무위원 대다수가 현행 유지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무위원 24명 가운데 전수조사에 응한 19명 중 9명(새누리당 6명·더민주 2명·국민의당 1명)은 ‘국회의원에 대한 부정청탁 예외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예외조항’을 삭제하면 국회의원들이 선출직 공직자로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6명(새누리당 2명·더민주 2명·국민의당 1명·정의당 1명)이었다. 또 조사에 응한 19명 가운데 10명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법조계 김영란법 온도차

    법조계 김영란법 온도차

    법원 “사회관행 뒤엎는 법 기준 마련 고민” ‘고심’ 로펌 “기업 자문팀 꾸려 이미 교육 열어” ‘분주’주부부터 노인까지 수강 파파라치 학원 ‘호황’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법조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법원은 판단 기준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대형로펌 등 변호사 업계는 김영란법이 창출할 ‘새 시장’에 대한 기대감 속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1일 법원 등에 따르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김영란법에 대비해 직무 관련성 판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시행 전까지 법 적용에 참고할 만한 교육자료를 만들어 일선 법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31일 “국민권익위원회 해설집 등을 참고해 교육자료를 준비 중”이라면서 “그러나 세부 지침이나 기준을 만들 경우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별 사건 판단은 결국 판사들의 재량에 맡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현재 사례별 위법 여부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만큼 처벌 대상이 광범위하고 의미가 모호한 조항이 많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곧 향후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어서 판사들의 고심도 깊다. 법원 고위관계자는 “김영란법은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향응이나 접대의) 기준을 뛰어넘고 있어 기존 판례가 큰 도움이 안 된다”며 “특히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사회상규’에 대해 종전 판례는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는 ‘신의 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한다고 보고있으나 김영란법은 기존의 사회관행을 뒤엎겠다고 만든 법이라서 새로운 관점에서 사회상규를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기자와 사립학교 등은 기존 판례에서 거의 검토되지 않은 민간영역”이라면서 “직무 관련성을 어떻게 적용할지 불분명해 개별 사건을 검토하며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형로펌 등 변호사 업계에는 김영란법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과 ‘반부패 컴플라이언스 종합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부패방지 태스크포스(TF)’를 새로 만들었고 관련 세미나도 열 예정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많은 로펌들이 한두 달 전부터 관련 TF를 운영하고, 기업 맞춤형 특강도 열고 있다”고 전했다. 법 위반을 막기 위해 내용을 숙지시킨다는 취지지만, 일부에서는 ‘김영란법에서 빠져나갈 편법을 알려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를 노리는 또 다른 업계는 ‘파파라치’다. 김영란법은 법 위반자 신고에 최대 20억원의 보상금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파파라치 양성 학원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전국 각지에 총 20여개의 파파라치 학원이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도 ‘공익신고 전문요원 양성’을 표방한 사설 학원들이 최근 새롭게 생겨났다. 한달 수강료는 30만원 안팎에 카메라 등 관련 장비는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파파라치부터 가정주부나 노인 등 ‘생계형’ 파파라치까지 보상금을 목적으로 다양한 이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창일 변호사(법률사무소 이루)는 “개인 간의 관계에 대한 지나친 법적 간섭과 불신감이 커지면서 자칫 ‘신고 사회’가 조성될 수 있다”면서 “법 시행 전까지 면밀한 검토와 보완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사설] ‘김영란법’ 보완해야 헌재 결정 취지 살아난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패의 먹이사슬에서 본다면 누구보다 감시받아야 할 국회의원은 정작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인들이 엉뚱하게 포함되는 등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의 모호함과 자의적 해석 여지로 법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된다.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를 위한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졸속입법’, ‘과잉입법’이라는 비난까지 받는 이 법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부패척결도 좋지만 위헌성 논란이 있는 얼치기 법이 법치를 훼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국가 위상에 비해 청렴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후진적인 접대, 회식, 청탁 문화를 근절하지 않고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을 수 없다. 그렇기에 김영란법 제정은 어찌 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법의 엄중함과 무게를 생각한다면 조항 하나하나 정교하게 만들어야 뒤탈이 없다. 법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저항감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법은 반부패법의 핵심인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아예 빼버리는 우를 범했다. 애초 정부가 이 법의 이름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 한 것도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반드시 이 조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직자가 자신과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영란법이 ‘반쪽 법안’, ‘절름발이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더구나 부정청탁 금지 조항의 예외 조항에서 국회의원을 넣은 것은 입법 취지에 반하는 몰염치한 일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갑 중의 갑’이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취업 청탁을 하는 문자를 주고받다가 걸린 의원이 한두 명이 아니다. 그런데도 의원들의 청탁을 ‘공익 민원’으로 둔갑시켜 ‘셀프 면죄부’를 준 것은 의원들에게 앞으로 맘껏 청탁하라고 멍석을 깔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성이 있는 직업군의 청렴성 문제는 자정 노력으로 가능한데도 공직자와 같은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잉입법이자 위헌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 민간인을 법의 대상에 넣은 게 합헌이라면 시민단체 관계자나 변호사도 포함해야 마땅하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 역시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법 시행 이후 나타날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9월 28일 법 시행을 지켜보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치권은 이 법을 놓고 “위헌 소지를 포함해 문제가 많으니 추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실책을 인정한 바 있다. 정치권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하루빨리 법 보완 작업에 나서야 한다.
  • 심상정·노회찬 “국회의원 ‘부정청탁 예외’ 손봐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등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부정청탁 예외 범위로 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9일 YTN 라디오에서 “이해충돌 방지법이 김영란법에서 부정청탁이나 뇌물보다 어떻게 보면 더 앞섰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해충돌 부분은 전부 빠지니까 반쪽짜리고, 오히려 민간 부분의 폭을 더 확대하니까 김영란법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문제점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MBC 라디오에서 “부패방지 차원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살려야 하고, 국회의원이 부정청탁 예외 대상에 포함된 것도 손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전날 개인성명에서 “정당한 입법활동 이외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국회의원 등이 제3자에게 민원 전달을 하는 행위도 부정청탁으로 처벌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19대 국회에서 입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안철수·심상정·노회찬 의원 발언은) 무책임하거나 정치적 발언”이라며 “부정청탁과 관련해 국회의원을 예외로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행정부처에 접수되는 고충민원과 같은 내용만 허용되는 것이고, 인사 청탁·인허가 등은 부정청탁으로 간주돼 처벌받는다”고 반박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허창수 “법 시행 뒤 문제 빨리 보완해야 경제 영향 최소화”

    허창수 “법 시행 뒤 문제 빨리 보완해야 경제 영향 최소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오는 9월 28일 시행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법 시행 뒤 6개월 이내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국회가 빨리 법 개정을 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김영란법 시행 뒤) 편법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유명무실한 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29일 사흘째 진행 중인 ‘전경련 최고경영인(CEO) 하계포럼’에 참석 중인 허 회장은 전날 저녁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김영란법에 문제가 생기면 빨리 개정해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50만원 이상 접대비에 대해 접대 상대방 정보 제출을 의무화했던 내용으로 2004년 도입됐다 2008년 폐지됐던 ‘접대비 실명제’를 언급하며 허 회장은 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상대방 정보를 엉터리로 적어내는 등 편법이 많아지는 등 시행착오가 많이 생길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법을 만들어 나중에 유명무실하게 되는 사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복절 기업인 특사 포함 논란에 대해 허 회장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해줘서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촉구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몸이 안 좋아서 너무 불쌍하다. 건강 때문에라도 석방돼야 한다”고 했다. 전경련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허 회장은 “아래에서 일어났더라도 (회장인) 내 책임”이라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으로) 할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평창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시장서 밥·술 먹어도 3만원 넘어” “국회의원 빠져 속 뻔히 보여”

    “시장서 밥·술 먹어도 3만원 넘어” “국회의원 빠져 속 뻔히 보여”

    “이렇게 작은 재래시장에서 밥과 술을 먹어도 한 사람에 3만원 이상 나올 수 있는데 진짜 처벌이야 하겠어요? 높은 사람들 깨끗하게 살라는 취지는 좋은데 별로 지켜질 것 같지는 않아요.” 29일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서 만난 이순녀(60·여)씨는 “이곳에서 15년 전부터 순댓국집을 하고 있는데 늘 청렴이다 뭐다 해서 법 만들어도 서민의 눈으로 볼 때는 별로 바뀌는 게 없었다”며 “정작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해당이 안 된다니 속이 뻔히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자 법의 제한을 받게 된 공무원, 교사, 기업, 학계, 언론계 등은 크게 술렁였다. 하지만 재래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냉담했다. 정권마다 부패방지를 소리 높여 외쳤지만 정작 제대로 작동한 경우는 없었다며 김영란법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고 했다. “어제 뉴스 나오던데 그거 하나 마나 하지. 다 뒤로 받지….” 장을 보던 시민 김모(55)씨에게 김영란법에 대해 묻자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는 “지금도 공무원이 돈 받으면 안 되는데 권력 갖고 120억원이나 번 검사(진경준 검사장)가 있지 않으냐”며 “뉴스에도 돈 받은 공무원이 툭하면 나오지 않냐”고 전했다. “사실 1인당 3만원까지만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 결제하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지금도 영수증 쪼개기로 피해 가는데 기상천외한 편법이 더 나올 겁니다.” 김영란법은 음식은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기업의 접대비용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날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 들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1년째 민어 음식점을 하는 전모(53)씨는 “애들 힘들게 가르치는 교사한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잣대를 적용한 것 같다”며 “삼겹살에 소주만 배불리 먹어도 한 사람에 3만원은 거뜬히 나오는데 그것마저 못 하게 하면 점점 정도 사라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인근에 있던 다른 상인은 “그래도 전통시장 살린다고 명절 때면 고기나 과일 선물을 사가는데, 이젠 우리 시장에도 좋을 건 없다”며 “명절 선물은 10만원까지는 해 줘야 우리도 산다”고 말했다. 아예 법 이름도 모르거나, 취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모란시장에서 만난 송모(37·여)씨는 “김영란법이라고 듣긴 들었는데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다”며 “금품을 주면 안 된다니 일단은 좋은 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다급해진 농어촌 의원들 시행령 손질로 전략 수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정을 받자 농어촌 출신 의원들이 다급해졌다. 당장 지역구 농어민들의 생계에 타격이 우려되자 야당 의원들은 법 시행 전에 정부를 압박해 시행령을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음식 접대, 선물값, 경조사비의 상한액은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다. ●황주홍 “상한 5만·10만·20만원으로 상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영란법 특별소위 위원장인 국민의당 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29일 “오는 8월 4일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국민권익위원회, 법제처 관계자들을 소위로 불러 모을 예정”이라면서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 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행령에 규정된 음식 접대 상한액 3만원, 선물 상한액 5만원, 경조사비 상한액 10만원을 각각 5만·10만·20만원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농어민 판로 못 찾아 걱정 태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농어민들은 판로를 찾지 못하고 고급 농축산물 대신 값싼 미국산 소고기, 중국산 저가 수산물이 우리 고유 명절인 설과 추석 상차림에 버젓이 놓이게 될까 걱정이 태산 같다”면서 “정부는 이런 농어민들 우려를 헤아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석호·이완영·김종태, 법 개정 추진 반면 새누리당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시행령 손질보다 법 개정을 목표로 움직였다.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은 명절 등에 한시적으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예외로 두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도 농·축·수산물을 금품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여야 3당 지도부는 일단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뒤인 만큼 일단 법 시행 후 상황을 지켜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논의해 보자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정부·정치권, 김영란법 후속작업 본격화

    부처 “식사 5만원·선물 10만원 상향” 교육부 “학교 현장용 매뉴얼 만들 예정” 여야 “先시행 後보완” 농어촌 의원 “개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관계 정부부처와 정치권이 본격적인 후속작업에 착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9일 시행령 초안에 대한 A4용지 26쪽 분량의 심사 요청서를 법제처에 제출했다. 시행령은 법률의 취지가 잘 반영됐는지 등에 대한 법제처의 심사 이후 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 시행에 들어간다. 법제처의 심사는 1개월 남짓 걸릴 예정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오는 9월 28일이 법안 시행일이므로 국무회의(매주 화요일)에는 늦어도 9월 20일 상정돼야 한다”며 “앞서 차관회의(매주 목요일)는 추석 연휴를 감안, 8일로 앞당기거나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정부 시행령에 명시된 금품 허용 기준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내수 위축을 우려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은 다음달 1일 법제처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금액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정부입법정책협의회 개최 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식사와 선물 금액을 각각 5만원 이상과 10만원으로 올리자는 취지이다. 올 초부터 법안 시행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온 법무부와 검찰은 대검찰청 감찰본부 감찰2과 ‘청렴팀’을 정식 직제화해 관련 업무를 전담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김영란법 워크숍’을 개최해 공직자들의 법안에 대한 이해 수준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현장용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기류는 복잡하다. 여야 지도부는 ‘선 시행, 후 보완’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행 전 개정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 자체에 대한 개정 동력은 떨어진 상태다. 서울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서울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포토] ‘김영란법’ 합헌 이후 시름 깊어진 꽃시장

    [서울포토] ‘김영란법’ 합헌 이후 시름 깊어진 꽃시장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 한 가게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이 9월 28일 전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훼농가, 음식점 등 소상공업계와 농축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꽃은 뇌물이 아니라 마음의 선물입니다’

    [서울포토] ‘꽃은 뇌물이 아니라 마음의 선물입니다’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꽃시장 한 가게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김영란법이 9월 28일 전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훼농가, 음식점 등 소상공업계와 농축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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