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심리 종결…내주중 잠정 결론
헌법재판소는 30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국회 소추위원측과 노 대통령측 대리인단의 최후변론을 들었다.헌재는 앞으로 수 차례 평의를 연 뒤 이르면 다음주 중에 잠정결론을 내리고 이번달 중순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이로써 지난 3월12일 제기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최종 선고만 남겨두게 됐다.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다음주부터 수시로 평의를 열고 탄핵소추 사유의 쟁점을 논의하면서 결정문을 작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측 대리인단은 이날 최후 변론에서 서로 탄핵의 정당성과 부당성을 주장하며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소추위원측은 “이번 탄핵심판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판가름할 전환점”이라면서 “피청구인의 탄핵사유는 명백하고 중대한 만큼 헌재는 파면결정을 내려 헌법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대통령측은 “이번 탄핵소추 사건은 대의를 가장한 다수결의 횡포이자 민의를 거스른 탄핵소추권의 남용”이라면서 “탄핵소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도 지키지 않고 탄핵사유도 드러나지 않은 만큼 반드시 각하되거나 기각돼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소추위원측은 김기춘 법사위원장·김용균 한나라당 의원과 정기승·임광규·안동일 변호사가,노 대통령측은 유현석·한승헌·하경철·양삼승 변호사가 최후변론에 나섰다.검찰은 이날 오전 헌재의 측근비리 내·수사기록 제출요구에 대해 “수사중인 기록의 제출은 헌법재판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출불가 입장을 담은 문서를 헌재에 전달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20일 증인신문에서 일체의 증언을 거부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으나 출석을 거부한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에게는 증인채택을 취소한 만큼 제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최후변론 요지·전망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이 30일 최후 변론을 마지막으로 50일간의 법정공방을 마무리지었다.이번달 중순이면 대통령의 탄핵여부가 판가름난다.
●“정당하다” “각하돼야”
소추위원측은 최후 변론에 앞서 검찰이 측근비리 관련 기록을 재차 거부하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문서 현장검증’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소추위원측은 265쪽에 이르는 최후변론서를 통해 시종일관 노 대통령의 파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측은 지정시간 ‘30분’을 훨씬 넘긴 2시간여 동안 변론을 펼쳐 수 차례 제지를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측은 ‘각하’를 주장하면서 “이번 심판을 기회로 거대 야당의 횡포가 빚은 진통을 깨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추위원측의 한병채 전 헌재 재판관은 최후 변론이 끝난 뒤 “피청구인측이 증거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재판을 ‘망가(만화의 일본어,‘우습게 만들다.’의 뜻)’로 만들었다.”고 말해 윤영철 헌재소장이 강한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노 대통령측은 “소추위원측이 최후발언권을 박탈한 것도 모자라 망언을 한 것은 재판 모욕죄에 가깝다.”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탄핵소추 사유별 쟁점
헌재는 쟁점별로 ‘사실인정’ 여부를 논의,결정을 내린다.사실인정 여부가 결정되면 해당 사안들이 탄핵소추 사유로 충분한지 따지게 된다.탄핵소추 사유중 ‘선거법 위반’은 이미 사실관계가 입증돼 처벌이 가능할 정도의 적극성과 능동성,계획성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다만 선거법 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무원 신분에 정무직인 대통령이 포함되는지,기자회견에서의 답변이 직무집행상의 행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선거법 위반으로 결정나더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수준인지 판단해야 한다.
‘측근비리’의 경우 노 대통령의 개입 여부와 사실관계 판단이 포인트다.다음은 탄핵사유로 성립되는지,된다면 어느 정도인지 검토가 뒤따른다.개입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부실한 감독행위’에 대한 책임이 탄핵 사유에 해당되는지도 쟁점이다.
‘경제파탄’은 비교하는 시기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사실상 법률위반도 아니라 탄핵소추 사유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 전망
탄핵심판의 최종선고는 ‘인용’과 ‘기각’ ‘각하’중 하나다.‘인용’은 재판관 6인 이상,‘각하’는 재판관 5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나머지 경우는 “탄핵이 적절치 않다.”는 ‘기각’으로 모아진다.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은 이의제기 절차가 없어 선고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구혜영 박경호기자 kooh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