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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8촌 이내 혼인 무효 조항, 헌법불합치”

    헌재 “8촌 이내 혼인 무효 조항, 헌법불합치”

    8촌 이내 혈족 사이 혼인을 무효로 하는 민법 조항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혼인 신고 때 친족 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당사자들의 자율성을 대폭 인정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다만 헌재는 8촌 이내 근친혼 자체를 금지한 조항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재는 27일 이혼 소송의 당사자인 A씨가 8촌 이내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규정한 민법 815조 2호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 8촌 이내 근친혼을 금지한 민법 809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로 할 때 벌어지는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국회가 2024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다음날부터 효력을 잃는다. 헌재는 근친혼 금지가 가족제도 기능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혼인 관계를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면 자녀들은 혼외자가 되고, 배우자는 사회보장 수급권과 상속권을 잃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미국에서 만난 B씨와 수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다가 귀국한 이후 B씨가 이혼을 요구하자 거절했다. 그러자 B씨는 두 사람이 6촌 사이임을 들어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A씨는 1, 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헌법소원을 냈다.
  • 헌재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혼인 무효는 헌법불합치”

    헌재 “‘8촌 이내 혼인 금지’는 합헌…혼인 무효는 헌법불합치”

    8촌 이내 근친혼을 금지하는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8촌 이내 근친혼을 혼인 무효 사유로 정한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혼 소송의 당사자인 A씨가 민법 제809조 1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함께 청구된 민법 제815조 2호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화하면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2024년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A씨는 미국에서 만난 배우자와 수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다가 국내로 귀국한 이후 상대가 이혼을 요구해 거절했다. 이에 A씨의 배우자는 두 사람이 6촌 사이임을 들어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A씨는 이혼 소송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에 대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의 법률상의 혼인을 금지하는 것은 근친혼의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하므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8촌 이내 근친혼 금지 조항은 근친혼으로 인해 가까운 혈족 사이의 상호 관계 및 역할, 지위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8촌 이내 혼인은 무효 사유가 된다는 조항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근친혼이 이뤄져 부부 사이 권리와 의무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경우 일률적으로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면 본래의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조항으로 인해 근친혼 당사자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혼인 외 자녀가 됨으로써 법적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혼인 당사자는 배우자로서 누리거나 기대할 수 있던 사회보장수급권, 상속권을 상실해 예측하기 어려운 궁박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지린다’ 모욕죄 아니고, ‘깜냥도 안되는 게’ 모욕죄 맞습니다”

    “‘지린다’ 모욕죄 아니고, ‘깜냥도 안되는 게’ 모욕죄 맞습니다”

    “기사에 ‘비난’ 댓글 달았다가 고소당했습니다” A씨는 최근 횡령 혐의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의 기사를 읽고, “횡령은 너네 어머니도 안 가르칠텐데”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아야했고, 진술을 통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 사실 기초, 공익성 등을 근거로 제시해야 했다. 만약 합의가 안돼 기소되면 벌금형 가능성이 있다. 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추가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기사에 ‘지린다’ 댓글...헌재 “모욕죄 아냐” B씨는 2020년 8월 ‘30대 부부와 그들의 친구 3명이 단독주택을 짓고 함께 산다’는 내용의 인터넷 기사에 ‘지린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해당 기사 속 인물들은 B씨를 경찰에 모욕죄로 고소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흔치 않은 가족형태로 단독주택을 지어 산다는 게 ‘놀랍다’ ‘대단하다’는 의미로 댓글을 썼을 뿐”이라며 “비방이나 모욕의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B씨는 검찰에서 모욕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B씨는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지린다’라는 표현이 ‘대단하다’, ‘놀랍다’와 같은 감탄사로 쓰였기 때문에 기사 당사자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B씨가 이 사건에 쓴 ‘지린다’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는지 그 객관적 의미는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모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깜냥도 안되는 게”...비판한 여성, 벌금 80만원 욕설 하나 없이 비아냥거리는 말을 지속해서 하는 것도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부당한 운영행위를 비판한다 하더라도, 인신공격성 발언을 계속한다면 문제가 된다는 법원 판단도 있다. C씨는 2020년 11월, 5회에 걸쳐 단체 채팅방에서 조합장에 대해 ‘깜냥도 안되는 것이’, ‘주제파악도 안되는 인간’ 등의 발언을 했다. 앞선 공판에서 C씨는 “조합장의 불법 부당한 조합운영 행위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일 뿐, 피해자를 모욕한다는 의사는 없었다”며 “설령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조합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려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C씨가 조합장의 잘못된 조합운영방식에 대해 비판하고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C씨가 사용한 표현이 인신공격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C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재판부는 “모욕이란 사실 적시 없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이 부분은 사회통념 여부에 따라 그 의미와 글의 전체적인 맥락 관계 등 개별적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어떤 글이 모욕을 담게 되더라도 경위와 모욕 표현이 전체를 차지하는 비중과 내용 등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타당하다는 것을 강조하면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인 문제 제기가 널리 허용되더라도 구체적 정황없는 악의적 모함은 경계되어야 한다”며 “구체적 근거가 필요하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사용해야 하고, 모멸적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성립이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고 설명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첫 기소 업체, 위헌법률심판 신청

    중대재해처벌법 첫 기소 업체, 위헌법률심판 신청

    세척제 사용에 따른 직업성 급성중독자 16명이 발생해 최초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남 창원에 있는 에어컨 부품 제조회사 두성산업이 13일 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위헌법률심판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심사하는 제도다. 재판 중인 사건에서 특정 법률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을 때 법원 직권이나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헌법 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할 수 있다. 두성산업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창원지방법원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화우는 이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올해 1월 27일 이 법이 시행된 뒤 최초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우는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제1호와 제6조 제2항 등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제4조 1항에 규정된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제1호에 규정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경우 규정 내용이 모호하고 불명확해 자의적인 법 해석이나 법 집행이 배제된다고 보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6조에 규정된 형벌내용도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을 포함하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 균형성의 원칙 등을 충족하지 못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의 경우에는 1년 이상(최대 30년)의 징역 등, 상해의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등으로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5년 이하 금고)이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사망의 경우 7년 이하 징역) 등에 비춰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화우 변호인단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규정의 추상성과 불명확성, 지나친 중벌주의 등으로 법 제정 당시부터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 위헌성 지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인용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신청자는 헌법재판소에 곧바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화우의 안창호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초로 제기된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확인하고 관련 규정이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실행가능한 명확한 내용으로 보완돼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제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성산업은 지난 2월 유해화학물질이 담긴 세척제 성분 트리클로로메탄을 사용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아 급성 중독자 16명이 발생하는 등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나 지난 6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 “표현·양심의 자유 침해” vs “해악 큰 표현 제한 필요”

    이적표현물 소지 등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1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찬반 측의 치열한 공방이 3시간 넘게 벌어졌다. 청구인 측은 절대적 기본권인 양심형성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해악이 큰 이적표현을 무제한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헌재는 이날 수원지법과 대전지법 등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과 개인의 헌법소원 등 총 11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상은 반국가단체를 정의한 법 2조 1항과 이적행위·이적단체가입·이적표현물 등을 처벌하는 법 7조 1·3·5항이다. 헌재가 국보법 사건 공개변론을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청구인 측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는 “말과 글뿐만이 아닌 문화·예술작품, 개인적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활동까지도 국보법은 이분법적 잣대로 규율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한 자기검열에 따른 표현행위의 위축과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인 공론의 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윤경 변호사도 “법 7조 5항의 제작·수입·복사·소지·취득은 특정 사상적 표현이 외부로 표현되기 이전 상태인 내심의 영역인데도 처벌대상으로 삼는다”고 지적했다. 청구인 측은 이 조항들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1991년 국보법이 개정된 후 엄격한 법해석이 이뤄지고 있다며 합헌을 주장했다. 송창현 법무부 행정소송과장은 “과거 국보법이 남용됐던 기억 때문에 오해와 우려가 있다”며 “순수한 학술적 목적이나 단순한 호기심 충족 등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되거나 정치적 자유가 박해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바탕으로 국보법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적표현물 조항의 개념은 검찰과 법원의 실무상 해석을 통해 충분히 명확하게 특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관들은 양측 주장의 근거 등을 질문했다. 특히 인권변호사 출신인 이석태 재판관은 청구인 측이 근거로 제시한 미 연방대법원의 ‘명백·현존위험의 원칙’의 내용을 묻거나 법무부 측이 제시한 국보법 사건 기소 통계의 상세 내용을 질의하기도 했다.
  • 유정희 서울시의원, 더 좋은 TBS를 위한 토론회 개최

    유정희 서울시의원, 더 좋은 TBS를 위한 토론회 개최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정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관악4)이 주관한 ‘더 좋은 TBS를 위한 토론회’가 지난 14일 개최됐다. 유 단장은 개회사를 통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더 좋은 TBS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위기는 곧 기회이다. TBS가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원 박사는 “공영방송의 성과를 시·청취율이나 특정 프로그램의 성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TBS가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민주주의의 공론의 장으로서 역할할 수 있는 공적 책무를 부여해, 그 책무에 따른 책임 있는 방송을 편성하고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강혁 변호사는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에는 헌법 및 상위 법률을 위반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번 회기에서 의결될 경우, TBS측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무효 확인 청구 헌법소원심판 제기, 법원에 무효확인 청구 소송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수 있으며 그 인용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유정희 의원은 “이 토론회를 시작으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일에 앞장서겠다. 또한 폐지조례안이 통과되더라도 TF단장으로서 재단의 352명 직원과 서울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 “엄마가 둘이에요” 동성 커플 묘사한 英 유아용 애니메이션… “환상적”

    “엄마가 둘이에요” 동성 커플 묘사한 英 유아용 애니메이션… “환상적”

    여성 곰 두 마리 모두 엄마로 소개하는 새끼곰애니 속 가젤 선생님 “멋지구나, 페니” 칭찬英소수자인권단체 “이번 에피소드 환상적”“성 소수자 가족에 큰 의미” 긍정 평가일각 “아동용 방송답게 하라” 비판도“나는 엄마, 그리고 또 한 명의 엄마와 함께 살아요. 한 엄마는 의사고 다른 엄마는 스파게티를 요리해요.” 전 세계의 큰 사랑을 받는 영국의 유아용 애니메이션 ‘페파피그’(Peppa Pig)에 18년 만에 처음으로 동성 커플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BBC 방송, 스카이 뉴스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권단체에서는 성소수자 가족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유아용 방송은 유아용 방송답게 놔두자는 비판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영국 민영 방송사 ‘채널5’는 ‘가족들’이라는 제목의 페파피그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페파피그와 친구들은 학교에서 교실 벽에 붙일 가족 그림을 그리라는 과제를 받는다. 그가운데 ‘북극곰 페니’는 각각 초록색과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성 북극곰 두 마리를 그리고 이들을 자신의 ‘두 엄마’라고 소개한다. 이에 가젤 선생님은 “멋지구나, 페니”라고 칭찬하고, 두 엄마가 수업을 마친 페니를 데리러 오는 것으로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페파피그는 2004년 처음 방영돼 180개국에 진출한 애니메이션으로, 분홍 돼지 페파와 그 가족의 일상을 그린다. 일부 국가에선 방송을 시청한 아동이 페파의 발음을 그대로 따라 해 ‘페파 효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18년 만에 첫 성 소수자 캐릭터 묘사” 영국 언론들은 이 애니메이션이 제작된 지 18년 만에 처음으로 성 소수자(LGBT) 캐릭터가 묘사됐다고 전했다. 영국 최대 성소수자 인권 단체인 ‘스톤월’(Stonewall)의 로비 데 산토스는 “이번 에피소드는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을 보는 많은 이들이 두 명의 엄마 또는 두 명의 아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들의 경험이 페파피그처럼 대표적인 어린이 방송에 묘사되는 건 그들에게 큰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아용 방송은 유아용 방송답게 놔두라”는 등의 비판도 제기됐다고 BBC는 전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 동성 커플을 등장시킨 건 페파피그가 처음은 아니다. 4~8세 아동용 방송 ‘내 친구 아서’(Arther)에서도 남성 커플의 결혼식이 나온 적이 있고, 10세 이상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어드벤처 타임’(Adventure Time)과 ‘스티븐 유니버스’(Steven Universe)도 성 소수자 커플을 그렸었다.인권위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처벌 위헌”헌재에 의견 제출…“사생활·평등권 침해” 한편 국내에서도 성 소수자의 자유와 인권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이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군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현재 헌재에는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이 12건 계류 중이다.“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은 자유민주주의 이념”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범죄 행위의 주체와 객체, 행위의 장소 및 성적 강도, 강제성 여부 등 범죄 구성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 사용해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입법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입법자가 성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규율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이 외부에 알려져 군인이 받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이 조항으로 실현되는 공익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실질적으로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 수사기관에 年1300만건 통신자료…내가 그 피해자라면 참을까요[우리 삶을 바꾼 변론]

    수사기관에 年1300만건 통신자료…내가 그 피해자라면 참을까요[우리 삶을 바꾼 변론]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사후 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통신 3사와 인터넷 포털기업 등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가 12년간 투쟁해 이뤄 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헌법소원 제기 후 6년간 일반 국민의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민의힘 국회의원 간 사찰 논란을 빚으며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통신자료 제공요청과 관련한 일련의 소송에 관여해 온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인 김선휴(39) 변호사를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에서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에 대해 그렇게 많은 문제 제기를 해 왔는데 오랫동안 침묵했던 국민의힘 의원이 정작 본인에 관한 정보 제공이 있었다고 하자 마치 공수처의 편향적 수사의 결과인 것처럼 주장한 것은 뻔뻔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헌재 헌법연구관으로 5년간 일한 후 2015~2018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로 근무한 그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공수처와 정치권 간 갈등에 따른 편면적 결과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헌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반영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10년 전 법원 제동 후 포털 관행 변화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라는 게 당장 재산적·경제적 피해를 가져오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본인이 직접 수사 대상이 돼 그 피해를 당하고 나서 대응을 하려 하면 이미 발생한 피해를 되돌릴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2010년 일명 ‘회피 연아’ 동영상 사건에서부터 비롯됐다.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자신이 김연아 선수의 어깨를 두드리자 김 선수가 이를 피하는 듯한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린 네티즌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해당 네티즌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네이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서울고법은 NHN의 책임을 인정해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해당 판결은 2016년 대법원에서 파기돼 실제 배상책임이 인정되진 않았지만 인터넷 포털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 포털기업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그 사건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고법 결정이 나고 몇 달 후 더이상 영장 없이는 통신자료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선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신 3사를 상대로 한 통신자료 제공요청 사유서 공개 소송과 이에 뒤따른 헌법소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헌재가 위헌이라고 확실하게 결정한 사후 통지절차뿐 아니라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요건이나 절차 관련 부분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요청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사후 통지절차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변호사는 “많이 제공될 때는 1년에 1300만건, 지금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2020년, 2021년에도 한 해에 500만건 정도의 통신자료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후 통지절차가 신설되게 되면 그동안 범죄 수사와 전혀 연관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이렇게 수시로 많이 제공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회적 공론화 내지는 관심 환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보 주체가 사후적으로 통신자료 제공의 적정성 여부를 다투기 위해선 통신자료 제공요청 사유의 통지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도 통신자료 제공 여부 열람 청구를 하면 통신사가 알려 주는 정보는 언제, 어느 기관에 제공했는지 정도일 뿐 자신의 수많은 통신 중에 어떤 통신이 문제가 돼 청구가 됐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통신자료가 제공됐다는 사실만 알려 주면 그 제공을 요청한 행위의 적정성, 적법성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참여연대가 했던 통신자료 제공요청 사유에 대한 공개 청구 소송과 거기에 뒤따르는 헌법소원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어야지만 사실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수처 사건에서 공수처가 기자와 정치인 관련 사찰 의혹을 받은 데 대해선 공수처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수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변호사는 “공수처만 유달리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그동안 검찰, 국가정보원, 검찰이 수없이 많이 요청했던 것에 비춰 보면 공수처가 요청한 것은 새발의 피일 수도 있는데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무래도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이다 보니까 그 사람에 의한 이슈화 때문에 부각이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세월호 때나 박근혜 정권 당시 노조나 시민사회단체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에 대한 정보수집이 더 많았던 것으로 참여연대는 파악하고 있어 문제 제기를 해 왔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與추천 재판관 ‘과잉금지 위배’ 인정 특히 김 변호사는 별개 의견을 통해 적법절차원칙 위배뿐 아니라 과잉금지원칙 위배를 인정한 이종석 재판관의 의견을 이채롭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별개 의견을 낸 사람이 가장 보수적인 재판관으로 자유한국당 추천 인사인 이 재판관이란 점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 사건이 공수처에 의한 사찰처럼 정치적 이슈화가 되면서 오히려 기존에 진보·개혁적인 의견을 내 왔던 재판관은 과잉금지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이 아이러니하다”고 밝혔다. 그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주장해 온 수사의 긴급성과 밀행성 등은 다른 수사 절차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통신자료 제공 관련 토론회를 하면 항상 수사기관 쪽에서는 법원의 허가나 영장을 기다려서는 실질적인 범죄자 색출이나 피해자 권리구제가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강조한다”며 “그러나 꼭 통신자료뿐만 아니라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도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 먼저 청구하고 사후 영장을 통해 통제받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통신자료의 경우에는 사전 통제를 받게 하면 수사의 신속성이나 밀행성에 굉장한 지장이 생길 것처럼 주장하는 건 다른 영장 제도나 법원 허가 제도에 비춰 봤을 때 타당한 주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통신자료 제공요청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봤다.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따른 정보 프라이버시 측면과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수사권의 오남용 통제 측면, 마지막으로 통신 3사나 인터넷 포털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특히 김 변호사는 “통신사나 포털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먹고사는 측면이 있는데 그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처럼 진행돼 왔던 측면이 있다”며 “그간 참여연대나 진보넷 등 여러 시민단체의 오래된 투쟁의 결과가 향후 개정 과정에서도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엔 국가 책임”…사참위, 법원·헌재에 조사결과 제출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엔 국가 책임”…사참위, 법원·헌재에 조사결과 제출

    국가 손배소 항소심...영향 미칠까 주목“공정위 사건 배분부터 심의까지 부적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 원인에 국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사결과 보고서 및 헌법소원 의견서를 서울고법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사참위는 지난달 10일 서울고법의 요청으로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 등에 대한 정부의 안전관리 적정성,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 제품 관련 기업 등을 조사한 결과를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사참위는 보고서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유해 화학물질 및 제품의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정부 부처 공무원의 소극적이고 부적정한 업무처리 과정이 누적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부처로는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한국소비자원 등을 지목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와 유족은 2015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PGH를 유해 물질로 관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국가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참사의 원인이 당시 유해물질, 생활화학제품관리 기술과 제도 수준이 미흡함 때문이지 법·제도 과정이나 결과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국가 책임성을 인정한 사참위 의견이 향후 재판 과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참위는 또 지난달 25일 가습기살균제 판매·사업자의 부당 광고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을 조사한 결과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사건 배분부터 심의 단계까지 공정위 조사 과정이 전반적으로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공정위는 2011년 애경, SK케미칼 등이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부당 광고한 사건을 조사하다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6년 5월 피해자들 신고로 2차 조사에 착수했으나 역시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 중 한 명은 그해 9월 헌법소원을 냈다. 사참위는 “원료물질 공급과 제품 제조에 가장 근본적인 책임이 있는 SK케미칼 등에 대한 기업 조사 결과 일체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영영 묻힐 뻔한 범죄 1073건 덜미 잡은 ‘DNA’

    영영 묻힐 뻔한 범죄 1073건 덜미 잡은 ‘DNA’

    대전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21년 만에 검거하면서 유전자(DNA)를 활용한 미제사건 수사 효과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31일 대검찰청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운영보고서’를 보면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도입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교도소 수용자의 DNA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된 미제사건은 2457건에 달한다. 그 결과 기소까지 이어져 형이 확정된 경우는 1073건에 달했고 649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범죄자들이 DNA 수사로 덜미를 잡혀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2010년 도입된 DNA법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11개 범죄군의 수용자와 구속 피의자에게 DNA 정보를 취득해 장래 수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2012년 전주의 한 원룸에서 벌어진 강도·강간 사건 범인 A씨는 7년 만에 DNA 수사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범행 당시 안대로 눈이 가려졌던 피해자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도 흐릿해 미제로 남은 사건이었다. A씨는 또 다른 성범죄로 2019년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때 A씨의 DNA가 수사기관 DB에 등록되면서 과거 피해자 속옷에서 검출해 보관 중이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진 것도 2019년 8월 화성 3·4·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전자 증폭 기술이 발전되면서 DNA가 미제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면서 “범죄 현장 증거 보존은 물론 DNA 대조군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구 보관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DNA법이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DNA 채취 거부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이듬해 영장발부 과정에서 의견진술권과 불복 절차를 두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DNA 정보를 영구 보관하는 현행법에 대해서도 2020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 ‘윤창호법’ 세 번째 위헌…3년 만에 결국 효력 완전 상실

    ‘윤창호법’ 세 번째 위헌…3년 만에 결국 효력 완전 상실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사람에 대해 가중처벌을 적용하는 이른바 윤창호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거듭된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헌재는 31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도로교통법 148조의 2 1항의 처벌 대상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작년 11월과 올해 5월에 이어 세 번째 위헌 결정이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 행위를 금지한 도로교통법 조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 또는 1000만∼2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가중 처벌 규정이다. 2018년 만취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당시 22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11월 이 조항을 두고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첫 번째 위헌 결정을 내렸다. 가중처벌 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행위와 음주운전 재범 행위 사이에 시간적인 제한이 없고, 과거의 위반 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과일 필요도 없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즉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10년 전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어 가중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현재 위반한 건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행위이거나 사회구성원의 생명·신체를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같은 음주운전이라도 과거 위반 전력이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 차량의 종류 등에 따라 위험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데 윤창호법의 처벌이 지나치게 엄하다며 “재범 음주운전 예방 조치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올해 5월과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 역시 마찬가지 논리를 들었다. 위헌 결정이 재차 내려진 이유는 윤창호법으로 처벌되는 경우의 수가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의 가중처벌 상황을 경우에 따라 나눠 보면 ▲ 2회 이상 음주운전 ▲ 2회 이상 음주측정 거부 ▲ 음주운전·음주측정 거부 혼합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헌재는 헌법소원 청구인 등이 언제, 어떤 혐의로 처벌받았는지를 각각 따져 심판 대상을 한정한다.  검찰은 음주운전 등을 금지하는 일반 법령을 적용하되, 가중 처벌 사유를 수사와 재판에 적극 반영해 처벌을 끌어낸다는 입장이다.
  • ‘캐비넷 속’ 잊혀진 흉악범 덜미 잡은 ‘DNA’…12년간 649명 감옥 보냈다

    ‘캐비넷 속’ 잊혀진 흉악범 덜미 잡은 ‘DNA’…12년간 649명 감옥 보냈다

    대전 국민은행에서 벌어진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21년 만에 검거하면서 유전자(DNA)를 활용한 미제사건 수사 효과가 다시 한 번 입증됐다. 31일 대검찰청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운영보고서’를 보면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이 도입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교도소 수용자의 DNA와 일치해 재수사가 시작된 미제사건은 2457건에 달한다. 그 결과 기소까지 이어져 형이 확정된 경우는 1073건에 달했고 649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칫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던 범죄자들이 DNA 수사로 덜미를 잡혀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2010년 도입된 DNA법은 재범 가능성이 높은 11개 범죄군의 수용자와 구속 피의자에게 DNA 정보를 취득해 장래 수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2012년 전주의 한 원룸에서 벌어진 강도·강간 사건 범인 A씨는 7년 만에 DNA 수사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건은 범행 당시 안대로 눈이 가려졌던 피해자가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도 흐릿해 미제로 남은 사건이었다. A씨는 또 다른 성범죄로 2019년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때 A씨의 DNA가 수사기관 DB에 등록되면서 과거 피해자 속옷에서 검출해 보관 중이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1년 제주 서귀포시 가정집에서 발생한 강도·강간 범인은 공소시효를 20여일 남기고 지난해 2월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폭력 전과 4범 B씨는 DNA DB 검색 과정에서 2001년과 2009년 광주에서 저지른 주거침입강간 범행 두 건이 추가로 발견돼 지난해 5월 징역 10년 6개월이 확정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진 것도 2019년 8월 화성 3·4·5·7·9차 사건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같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전자 증폭 기술이 발전되면서 DNA가 미제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면서 “범죄 현장 증거 보존은 물론 DNA 대조군 확보도 중요하기 때문에 영구 보관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DNA법이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DNA 채취 거부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이듬해 영장발부 과정에서 의견진술권과 불복 절차를 두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DNA 정보를 영구 보관하는 현행법에 대해서도 2020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
  •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 조항 위헌”…인권위, 헌재에 의견제출

    “동성 군인간 성관계 처벌 조항 위헌”…인권위, 헌재에 의견제출

    “과잉금지원칙 등 위반...자유민주주의 배치”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인권위는 군형법 제92조의 6가 ▲죄형법정주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과 자유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며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군형법 제92조 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이 조항에 의해 기소된 A중위와 B상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군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의해 이뤄진 동성 군인의 성관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이전부터 이 조항에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며 개선할 것을 꾸준히 권고해 왔다. 현재 헌재에는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이 12건 계류중이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범죄 행위의 주체와 객체, 행위의 장소 및 성적 강도, 강제성 여부 등 범죄 구성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 사용해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입법 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입법자가 성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규율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며 이미 군형법 등에 유사 강간죄 등 처벌 조항이 있음에도 상호 합의로 이뤄지는 성행위를 이 조항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봤다.인권위는 “실질적으로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 [속보] 인권위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처벌은 위헌”

    [속보] 인권위 “동성 군인 간 성관계 처벌은 위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동성 군인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이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군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동성애자 군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10년에도 이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실질적으로 성적 지향을 이유로 동성애자 군인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하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배치된다”라고 밝혔다.“성적 지향으로 동성애자 군인 차별” 현재 헌재에는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 및 위헌법률심판청구 사건이 12건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해당 조항이 범죄 행위의 주체와 객체, 행위의 장소 및 성적 강도, 강제성 여부 등 범죄 구성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추상적이고 모호한 용어만 사용해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결과, 입법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입법자가 성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규율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미 군형법 등에 유사 강간죄나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죄 등 처벌 조항이 있는데도 상호 합의로 이뤄지는 성행위를 이 조항에 따라 형사처벌 하는 것은 ‘피해의 최소성’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자신의 성적 지향 등이 외부에 알려져 군인이 받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 등을 고려하면 이 조항으로 실현되는 공익이 결코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봤다.
  • 법무부, ‘검수완박‘ 헌재 권한쟁의심판 소송대리인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법무부, ‘검수완박‘ 헌재 권한쟁의심판 소송대리인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법무부가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을 앞두고 소송대리인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참고인은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정해졌다. 검찰인권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강 전 재판관은 지난 4월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 대해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와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법무부는 “강 전 재판관의 풍부한 법조경험과 헌법재판에 대한 높은 식견을 토대로 청구인 측의 주장을 더욱 심화해 충실한 변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주심을 맡기도 했다. 참고인인 이 교수는 헌재 연구원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통령실 행정심판위원 등을 역임한 헌법학자다. 피청구인인 국회는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참고인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법상 권한쟁의심판은 서면 심리가 기본인 헌법소원과 달리 사건 당사자 간 구두변론을 거치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공개변론에서는 이 교수 등이 참고인으로 나서 법무부·검찰과 국회 양측의 논리를 대변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권한쟁의심판 사건과 관련해 “헌법적 원칙에 부합하는 형사사법체계가 구현돼 주권자인 국민에게 부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서울광장] 바보야, 문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야/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보야, 문제는 절차적 민주주의야/임창용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걸핏하면 문재인 정권을 탓하거나 비교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외고 폐지’ 문제에 관한 한 억울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정은 문재인 정부가 했는데 욕은 윤석열 정부가 먹고 있어서다. 그제 사퇴한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얼마 전 윤 대통령에게 ‘외고를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보고했다. 사실 이 문제에 작은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뜬금없다’는 생각부터 들었을 것이다. 외고 폐지는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확정돼 시행만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3월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등중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2020년 2월 공포했다. 문 전 대통령이 2019년 9월 대국민 담화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등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한 일반고 강화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고교 서열화 해소 정책의 핵심이었다. 당시 외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헌법소원도 냈다. 35년간 운영돼 온 외고를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없애는 것은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31조 6항에 위반된다는 게 이유였다. 엊그제 전국외고교장협의회와 외고학부모단체연합회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반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법령이 공포돼 외고 폐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한데 굳이 박 전 장관이 업무보고에 특수고 존폐 문제를 포함시킨 데는 2025년 외고와 함께 폐지될 자사고를 살리려는 뜻이 담긴 듯하다. 자사고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오래전 폐지를 공언했고, 지정 취소 심사를 동원해 조기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학교측이 낸 소송에 모두 패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자사고는 유지하고 외고는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보수 정권의 첫 교육부 장관이 진보 정권의 교육개혁 숙원인 ‘외고 폐지’ 카드를 꺼냈다가 뭇매를 맞은 셈이다. 이런 사정만 따진다면 외고 폐지와 관련해 박 전 장관이 야당으로부터 박수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자신들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겠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육시민단체들도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텐데 어디에서도 그런 소식은 없다. 이들은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일정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었다. 상당히 역설적인 상황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박 전 장관이 뭇매를 맞게 한 주범은 외고 폐지의 타당성 여부가 아닌 마땅히 거쳐야 할 절차를 무시한 졸속 추진이다. 2020년 입법예고 당시에도 이해당사자를 비롯한 여론 수렴이 잘 되지 않았고 국회를 통한 공론화와 입법화 과정이 생략됐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 만약 박 전 장관이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중요한 절차를 빼먹은 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자사고와 외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을까.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당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거론돼 왔다. 초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 하지만 전제가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했듯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안이다. 지금은 물론 과거에도 ‘만 5세 입학’은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컸다. 최소한의 여론조사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면 덜컥 발표부터 해 여론을 악화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견 수렴과 공론화 절차는 민주사회의 핵심 요소다. 윤 대통령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앞세워 집권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민심도 돌아온다.
  • 국회·소상공인 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될까

    국회·소상공인 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될까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한 데다 소상공인 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실제 규제 완화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가로막는 영업 제한 조항 등 44건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선정해 관련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앞서 법제처는 대형마트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정된 영업 제한 시간 또는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 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낸다고 봤다. 이에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런 영업 규제가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고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쿠팡·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영업 제한을 전혀 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온라인 영업을 할 때도 제한을 받아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제안 10건을 선정해 지난 21일부터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대통령실은 투표 결과 3건을 추려 국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영업 제한 시간, 의무휴업일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에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설]헌재·대법 힘겨루기, 국민 혼란·신뢰 추락 안보이나

    [사설]헌재·대법 힘겨루기, 국민 혼란·신뢰 추락 안보이나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서로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 해묵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헌재는 지난 21일 GS칼텍스 등 3개 기업이 ‘대법원이 위헌인 규정을 근거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해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을 모두 받아들여 “대법원 판결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헌재는 1996년 과세 근거인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 23조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후 GS칼텍스 등이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하면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헌재는 다시 대법원의 기각결정을 뒤집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정위헌은 특정 법규에 대해 “~라고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결정이다. 조항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이를 잘못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의미다. GS칼텍스 등은 주식을 상장하는 조건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옛 조세감면법 56조 적용을 받아 법인세를 감면받았다. 한데 상장기한까지 상장을 하지 않자 세무당국은 부칙 23조를 적용해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1993년 법 개정으로 부칙 23조가 삭제돼 부과근거가 없어졌다며 기업들은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냈다.  대법원은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에 대해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3심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한정위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헌재는 “위헌 심사권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에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즉 한정위헌도 일부 위헌결정인 만큼 이를 토대로 청구된 재심을 기각하는 것은 헌재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두 기관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법원의 재심 기각과 헌재의 재판 취소 결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정위헌에 대한 헌재와 대법원의 입장은 모두 법적 논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이 서로 “내가 최고 법원”이라며 사실상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어서 실망스럽다. 무엇보다 최고의 판단을 하는 두 기관이 각기 다른 결정을 내리면 그에 따른 국민 혼란은 어찌해야 하는가. 이런 사태가 잦아지면 헌재와 대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두 기관의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국민이다. 두 기관은 더 이상 국민이 헌재와 법원을 오가지 않도록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국회라도 나서서 법원 판결을 헌재의 위헌심판 대상에 명시할 지 등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 [사설] 통신 조회 남발에 헌재가 제동, 법 개정 서둘러야

    [사설] 통신 조회 남발에 헌재가 제동, 법 개정 서둘러야

    헌법재판소가 정보·수사 기관의 과도한 통신자료 수집을 용인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헌재는 어제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 4건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당사자에게 사전에 고지되지 않는 것은 물론 자료 제공 이후에도 통지되지 않는 것은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의 결정은 국가인권위원회 판단과도 맥을 같이한다. 인권위는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에 적법성 논란이 일자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국민의 통신 비밀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당시 “모든 수사기관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통신자료 제공 관행의 개선”을 촉구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문서 1건당 검찰이 8.8건, 국가정보원이 9.0건, 공수처가 4.7건의 개인 통신자료를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럴수록 위헌 논란이 일찍부터 불거진 법 조항을 손보지 않은 채 방치한 정치권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인권위는 앞서 2014년 2월에도 같은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입법부에 개선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정치 상황에 따른 유불리로만 이 문제에 접근했던 여야는 정작 국민의 권리 신장에는 무책임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헌재는 ‘정보·수사 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자체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앞으로도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자료 수집에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국회는 21세기 정보통신의 시대, 헌재 결정 이상으로 국민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는 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 작년 통신조회 248만건… “영장 없이 수집은 합헌, 추후엔 알려야”

    작년 통신조회 248만건… “영장 없이 수집은 합헌, 추후엔 알려야”

    헌법재판소가 21일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임의수사의 필요성과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또 해당 조항을 곧바로 무력화할 경우 일선 수사 현장에서 혼란이 커질 것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 자체는 공권력 행사가 아니기에 헌법소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법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설사 수사기관의 요청으로 사업자가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할지라도 간접적·사실적인 불이익에 불과하다”며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해당 규정이 영장주의 등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고 했지만 헌재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의수사 절차인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강제수사와 달리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관 다수는 이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피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아 범죄 등의 진위를 확인하고 관련자의 범위를 좁혀 나갈 필요가 크다”고 했다. 재판관 전원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적법절차의 원칙이다. 현재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개인정보를 확인하더라도 수사기관과 이동통신사 모두 가입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 주지 않는다. 가입자는 스스로 이동통신사 측에 통신자료 조회 내역을 청구해야 조회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 당시에도 이 부분이 큰 문제로 거론됐다. 지난해 하반기 전기통신사업자가 검찰·경찰·공수처·국가정보원 등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전화번호 수 기준으로 248만 1017건에 달한다. 헌재는 수사의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보 주체에게 조회 사실을 통지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했다. 헌재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효율적인 수사와 정보 수집의 신속성·밀행성 등의 필요성을 고려하면 사전에 그 내역을 통지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취득한 이후에는 수사 등 정보 수집 목적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통신자료의 취득 사실을 이용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는 물론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관계기관은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기한으로 정한 내년 말이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돼 임의수사의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자 정보를 확보한 후 일정 기간 내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선 수사 현장에서 당분간은 기존대로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가능하지만 위헌성을 지적받은 만큼 일정 수준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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