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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언니네서 묵는다고 ‘요주의 승객’ 찍혀”

    “미국 언니네서 묵는다고 ‘요주의 승객’ 찍혀”

    행선지 등 간단한 질문 1~2개 체크인 카운터 앞 줄서며 진행 출국 심사대란 없이 순조로워“여행사 측에서 강화된 출국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비행기 출발 5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라고 알려줬는데 질문 몇 개만 받고 끝났습니다.” 26일 미국 동·서부로 여행을 떠나려고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김모(62)씨는 여객심사가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나자 다소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고작 1~2분 질문받고 마는 심사인 줄 알았다면 이렇게 서두르진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행 항공편에 대한 보안 강화 조치가 처음 시행된 이날 우려됐던 ‘출국 심사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오후 4시 55분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항공사 비행기 승객들이 체크인 카운터에 우르르 줄을 섰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의 보안심사 강화 조치로 출국 수속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승객들이 출발 3시간 전인 이 시간대에 몰린 것이다. 강화된 심사는 의외로 간단했다. 남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보안 요원들은 승객들에게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 “여행 목적은 무엇이냐”, “숙소가 어디에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보안 요원들은 항공사 측 한국인 직원들이었다. 선교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간다는 박모(63) 수녀는 “대답하기 어렵지 않은 질문이었고, 질문 내용도 불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탑승 게이트 앞에서 한 번 더 질문을 받았다.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러 간다는 김모(61)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받은 짐이 있는가, 짐을 계속 들고 있었는가, 면세점 이외에서 산 물건이 있느냐는 3가지 질문을 받았다”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요주의 승객’으로 지목된 사람의 탑승권 오른쪽 하단에는 ‘SSSS’라는 문자가 찍힌다. ‘2차 보안검색 대상’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체크인 후 다시 한번 검색을 받는다. 이날 미국 애틀랜타행 델타항공을 타려고 체크인을 했다가 SSSS가 찍힌 항공권을 받은 40대 여성은 “보안직원이 ‘어디서 묵을 것이냐’고 물어서 ‘언니 집에서 지낼 것’이라고 답했는데 왜 요주의 승객으로 지목됐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부터 시행된 보안 질의는 TSA가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 항공사에 보안 심사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국적기와 괌·사이판·하와이 노선을 운항하는 제주항공·진에어 등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TSA로부터 각각 내년 2월과 4월까지 시행이 유예됐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우려했던 밀림현상은 없었지만 보안 심사가 강화된 만큼 성수기 때라는 생각으로 적어도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면 탑승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태도 불량’으로 법정에서 혼난 우병우…재판부 “엄중 경고”

    ‘태도 불량’으로 법정에서 혼난 우병우…재판부 “엄중 경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판 중에 불량한 태도를 보여 재판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13일 열린 우 전 수석의 속행공판에서 재판부는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신 부위원장은 2014년 4월 시행된 영화 산업 분야 실태조사 이후 우 전 수석이 영화 ‘변호인’ 등을 제작한 CJ그룹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지시한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신 부위원장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왜 CJ는 고발하지 않느냐고 물어봐서 ‘위반 사항이 가벼워 과징금 부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 줬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이 CJ는 공동정범으로 하면 되는데 왜 고발을 안 하느냐고 했는가”라고 묻자 신 부위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당시 공정위는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CJ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시정명령 등의 의견을 내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청와대는 공정위 담당 국장에 대한 표적 감찰을 벌인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신 부위원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미소를 짓곤 했다. 또 변호인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도 신 부위원장의 증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재판부는 오후 재판 진행 중 우 전 수석에게 “증인신문 할 때 액션을 나타내지 말아 달라”라면서 “피고인은 특히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은 분명히 경고한다”라면서 “몇 번은 참았는데, 오전 재판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급기야 재판부는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일순간 법정은 고요해졌다. 우 전 수석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후 우 전 수석은 자리를 고쳐 앉은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책상에 놓인 서류에 눈길을 고정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잠실 미성·크로바 ‘4700억’ 재건축 사업 롯데건설이 품었다

    관심을 끌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공사 수주전이 롯데건설의 승리로 끝났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11일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고 롯데건설의 손을 들어 줬다. 이로써 롯데건설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재건축 수주전(공사비 5752억원)에서 GS건설에 무릎을 꿇었던 설움을 갚았다. 롯데건설은 조합원 1412명 가운데 736표를 얻어 GS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은 4696억원으로 최고 35층 아파트 1888가구를 짓는 공사다. 사업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이 공사를 따내면 잠실 주공5단지, 장미아파트 등 앞으로 이 지역에서 이어질 재건축 공사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업체는 사운을 걸고 경쟁을 벌였다.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잠실 일대를 선점한 롯데 브랜드 효과가 컸다. 롯데건설은 이 지역의 상징물로 자리잡은 잠실 롯데월드와 123층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인 건설 경험을 적극 홍보했다. 백화점·호텔, 초고층 복합 빌딩에 이어 명품 아파트를 지어 잠실 롯데타운 개발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호소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특히 ‘롯데월드타워보다 더 잘 짓겠다’는 홍보가 주효했다. 피부에 닿는 현금 지원 약속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롯데건설은 조합에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을 경우 초과이익부담금 569억원 지원을 제시했다. 초과이익부담금 부과를 피할 경우에는 부담금에 상응하는 만큼 공사비를 감액하거나, 이사비 1000만원과 이주촉진비 3000만원 제공을 약속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롯데건설은 올 들어 강남 대치동과 서초 방배동, 서초 잠원동 신반포 14단지 등 4곳에서 시공권을 따낸 것을 계기로 수주전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롯데건설에 시공권을 빼앗긴 GS건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서초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시공권 수주 경쟁에서 현대건설에 패배하는 등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야근→ 수면부족→ 폭식 매일 악순환입사 때 75㎏ 몸무게 어느덧 90㎏간수치·지방·혈당 모두 ‘빨간불’근성으로 버텨라? 망가진 내 몸은? “회사에 헌신한 15년간 남긴 건 건강기록부에 적힌 지방간과 고지혈증뿐이네요.” 중소기업에서 지적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박호영(45·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간수치, 혈당 등이 모두 정상 범위를 웃돌았다. 정밀검사를 할 필요 없이 거울만 봐도 볼록 나온 배와 퀭한 눈은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악화했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15년 전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던 ‘키 180㎝·몸무게 75㎏’이라는 준수한 수치는 사라졌다. 대신 체중계의 화살이 90㎏을 가리킨 지 오래다. 그는 “중소기업을 일터로 택한 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자’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허탈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과로는 단순히 개인 생활을 빼앗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건강까지 갉아먹는다. 과로사나 과로자살 등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과로하는 직장인 다수는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건강기록부에 병이 하나씩 더해진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학계의 최근 연구를 보면 장시간 근로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많다”면서 “몸에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이 억제되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 하루 5시간만 잔 사람, 복부비만율 1.6배 높아 실제 서울대 의과대학 박상민·김규웅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면 7시간씩 자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 비율이 1.61배, 전신비만 비율이 1.32배 높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이 밝힌 연령별 권장 수면시간은 만 26세 이상일 경우 7~8시간이다. 박씨에게도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다. 새벽 2시쯤 잠들어 고작 4시간 눈을 붙였다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1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지사와 특허출원 등을 놓고 논의할 일이 잦아 취침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통 자정이 돼야 통화를 할 수 있어 팩스 원고나 이메일을 미리 써놓고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보내곤 했다”면서 “잠을 못 자니까 계속 피곤하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밤늦게 일을 끝내고 “고생했다”며 동료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과로는 비만만 낳는 게 아니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과로가 키우는 대표적 질환들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길어지니 최소 수면시간을 못 지키고 당연히 운동할 체력은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 것으로 푸는 일이 순환한다”면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콜레스테롤 상승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심하면 우울증… 정신질병 산재도 3년새 48%↑ 장시간 노동은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게임 프로그래머인 김모(37·여)씨는 장시간 노동 탓에 우울증을 앓게 됐다. 2010년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씨는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라는 상사의 지시에 밤낮없이 일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그는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앞 공정이 지연되면 내가 작업할 시간이 확 줄어든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무조건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니 밥 먹듯 밤을 새우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근성으로 버티던 김씨도 한순간 일이 버거워졌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에 대한 불만만 쌓였다. 우울감도 깊어져 최근 4개월 사이 서울의 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에서 10번이나 상담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근로시간이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자들이 우울증, 불면증을 앓은 경우가 주 40시간 이하보다 각각 2.13배, 1.86배 높았다.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 불안장애 등 자신의 정신질병이 ‘업무상 재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신청한 경우도 매년 늘어 지난해 125건을 기록했다. 2013년 84건과 비교해 48.8% 늘어난 수치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요즘은 장시간 노동이 신체 건강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많다”면서 “오래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소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스트레스 검사를 매년 1회 이상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검사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판정되면 사업장은 근로자 신청에 따라 의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근무지 변경, 근로시간 단축, 심야작업의 축소 등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직원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몰랐다고 발뺌하기 어렵다. # 주당 60시간 땐 심장질환·사망위험 2배 증가 과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정인철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2013년 내놓은 ‘노동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60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집단에서 40~50시간 미만 일하는 집단에 비해 4배 넘는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다른 연구들도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 이상일 때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1.5~2.3배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직업별 질병 리스트 등 예방 시스템 만들어야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아프다는 것, 현장에서 나 자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제 병들었을 때 어떻게 구조요청을 보내야 하는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많이 했을 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직업병 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리스트에 포함된 질병이 발견되면 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특검 ‘정유라 학사 비리’ 2심서도 최순실에 징역 7년 구형…“반성 안 해”

    특검 ‘정유라 학사 비리’ 2심서도 최순실에 징역 7년 구형…“반성 안 해”

    ‘정유라 이화여대 입시 및 학사 비리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최순실씨가 10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받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심 때에도 최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적이 있다.특검팀은 또 이날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이화여대 교수들에게는 1심 때 구형량과 같은 최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 심리로 이날 열린 최씨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 이원준 이화여대 교수의 결심공판에서 특검팀은 “원심의 형은 범죄 중대성에 비춰 지나치게 낮으므로 특검 구형량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심 결심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최씨에게 징역 7년, 최 전 총장에게 징역 5년, 남궁 전 처장에게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1심에서 최씨는 징역 3년, 최 전 총장은 징역 2년, 남궁 전 처장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특검팀이 항소하지 않은 이 교수에 대해서는 “이 교수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이 교수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특검팀은 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최 전 총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과 공모해 그의 딸 정유라(씨를 이화여대에 입학시키고, 정씨가 수업에 결석하거나 과제물을 내지 않았는데도 정상 학점을 받도록 이화여대의 학사 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됐다.특검팀은 이번 사건을 “권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한 속칭 ‘비선 실세’와 그런 실세의 위세와 영향력에 기대어 영달을 꾀하고자 한 그릇된 지식인들의 ‘교육 농단’ 사건”이라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교육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심각하게 침해됐고,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고 질타했다. 또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에게서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잘못을 감추고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등 면피에 바쁜 모습만 보인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도 지난 6월 23일 선고를 내리면서 “이 사건 범행은 노력과 능력에 따라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사회 믿음을 뿌리부터 흔들리게 했다”면서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교과목을 수강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한 수강생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공정한 입시에 대한 믿음,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ijn@seoul.co.kr
  • 핏자국 낭자한 BMW…경찰이 그냥 보내준 이유

    핏자국 낭자한 BMW…경찰이 그냥 보내준 이유

    뒷범퍼와 바퀴 윗쪽에 핏자국을 잔뜩 묻힌 채 질주하는 자동차가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단속했지만, 그저 ‘속수무책’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피가 흘러내리는 자동차가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곳은 독일 베를린. 인명피해가 난 사고를 예감한 경찰은 자동차가 나타났다는 프랑크푸르트 대로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다. 끔찍한 제보는 장난이 아니었다. 경찰은 뒷쪽 펜더와 범퍼 쪽으로 잔뜩 피를 묻힌 하얀색 BMW를 목격했다. 인명피해를 동반한 교통사고를 의심할 만한 상황. 하지만 차량을 멈추게 하고 자세히 살펴본 경찰은 허탈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멀리서 볼 때 자동차는 혈흔으로 범벅돼 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정교한 무늬였다. 차주의 취향이 매우 독특했던 것 같다. 문제의 BMW는 핏자국이 선명한 필름으로 랩핑한 차량이었다. 핏자국이 워낙 사실적이다 보니 누가 봐도 방금 사고를 내고 도주한 뺑소니 차량 같았다. 경찰 관계자는 “핏자국이 시각적으로 매우 자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무늬로 차량을 랩핑하는 게 형사범죄도 아니고 (교통)규정 위반도 아니다”며 차주를 처벌한 근거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혐오스러운 무늬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만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베를린 경찰은 대변인을 통해 “차주의 취향에 대해선 찬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이런 무늬로 차량을 랩핑하는 건 범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파티피플’ 엑소가 밝힌 속사정 “화려한 아이돌의 삶…허탈한 순간 있다”

    ‘파티피플’ 엑소가 밝힌 속사정 “화려한 아이돌의 삶…허탈한 순간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인기 아이돌로 사는 고충을 고백했다.30일 방송되는 SBS ‘파티피플’에는 5년 연속 대상, 4년 연속 앨범 100만장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운 ‘글로벌 대세 아이돌’ 엑소가 출연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파티피플’에서는 각종 SNS에서 시작, 각국 TV 프로그램에서 앞다퉈 소개됐으며 필리핀 전 부통령이 따라 출 정도로 전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코코밥 챌린지’에 원곡 가수 엑소가 직접 참여하는 모습이 공개된다. ‘코코밥 챌린지’는 엑소의 노래 ‘Ko Ko Bop’ 후렴 구절에 맞춰 두 손을 앞으로 뻗고 몸을 앞뒤로 돌리는 안무를 응용한 짧은 동영상이다. 이날 “원곡자가 빠질 수 있냐”는 박진영의 요청에 흔쾌히 챌린지에 응한 엑소 멤버들은 직접 안무를 가르쳐 주고 멤버 전원이 코코밥 챌린지에 도전했다. 깨알 같은 표정연기가 감초인 원곡자의 ‘코코밥 챌린지’ 현장은 ‘파티피플’ 본 방송에서 공개된다. 또 엑소는 박진영에게 대한민국 톱 아이돌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른 나이에 꿈을 이루었지만 마음대로 길거리를 다닐 수 없는 사생활, 바쁜 스케줄, 그리고 또래 나이에 누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고백한 것. 특히 엑소의 리더 수호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불현듯 찾아오는 허탈한 순간들이 있음을 토로하며 그럴 때마다 자신을 위로해 주었던 노래 ‘사랑에 빠지고 싶다’를 불러 현장의 관객들을 감동케 했다. “꼭 제 이야기 같았다”는 노래 가사에 진심을 담아 부른 수호의 무대를 본 박진영은 “오늘 무대 중 최고의 뺏고송”이라며 극찬을 보냈다는 후문이다. ‘아이돌’ 엑소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담긴 ‘파티피플’은 30일 밤 12시15분에 방송된다. 사진=SBS ‘파티피플’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수요 에세이] 수소폭탄과 평창동계올림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수요 에세이] 수소폭탄과 평창동계올림픽/김영목 전 코이카 이사장

    올해 유엔총회는 오래 기억될 듯하다. 이번 총회에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몰려왔다. 분쟁으로 늘어만 가는 난민은 선진국들 내에 배타적 극우 정파에 대한 지지가 급증하는 배경이 되었고 갈수록 규모와 빈도가 잦아지는 재해는 개발 재원을 투입하는 해당 정부와 국제사회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빈곤은 감소되고 경제와 기술은 진보했지만 내전, 테러, 질병, 박해, 불평등은 커졌고 고통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만 있다.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북아프리카 난민은 물론 최근 미얀마의 로힝야인 추방 문제, 또 예멘에서 계속되는 내전도 심각한 인도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유엔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실현을 위한 ‘보다 공평한 세계 2030’(Equitable World Vision2030)을 위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의 확대된 투자, 시민사회 및 기업들의 협력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 호응해 각국 정부, 국제 공여기관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많은 글로벌 기업들도 저마다의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투자와 협력을 제창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의 질병 퇴치 기여는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 불룸버그재단도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 이행을 위해 수억 달러를 유엔과 세계은행에 기탁하였다. 세계경제포럼 또한 민간기업에 대해 글로벌 과제 해결에 더욱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경제적 진보를 유지해 오던 환경, 금융, 거버넌스 분야의 글로벌 시스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 한다. 미국의 정치 리더십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후퇴하고 있는 반면 미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기여와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유엔총회를 보는 우리의 눈과 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자는 메시지가 아니고 폭언과 극에 달한 위협들이다. “늙다리 미치광이를 불로 다스리겠다”, “태평양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게 되지 않겠는가” 같은 폭탄성 위협이다. 반대편에서는 “완전 파괴 할 수 있다”, “그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고 한다. 유엔총회장이 마치 선전포고장처럼 되어 버린 건 한참 잘못된 일이다. 그간 핵무력을 완성하겠다고 날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 온 북한이다. 빈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무슨 일을 벌일지 심히 우려스럽다. 철저한 대비와 치열한 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량살상무기인 수소폭탄 위협과 포용을 지향하는 지속가능개발은 양극단의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이 양극단의 화두가 올해 유엔총회에 기록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화와 평화, 민생을 위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메시지다. 현실은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 북한의 수소폭탄 위협, 어쩌면 그보다 더한 안보위기 속에 민생경제를 도모하며 평창동계올림픽도 치러야 하는 것이다. 참 고단한 대한민국이다. 겁나서 평창에 올 수 있겠냐는 나라도 있고 안전상 운항코스를 바꾸는 항공사들도 있다고 한다. 금융시장은 조금씩 피로해져 가는 기색이고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국민들은 피곤하다. 북한의 부단한 위협은 우리 국력을 소모시키고 국제사회 기여도 어렵게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누구인가. 전쟁의 참화와 세계 최빈국에서 중견 강대국이 된 나라다. 모범적인 국가건설로 수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계속 도움을 요청한다. 세계는 늘 한국을 주목하고 기대를 보내 왔다. 국제무대에서 우리는 나름의 리더십이 있다. 북한도 세계 무대로 나와야 할 이유들이 있다. 북한은 국제적 인도 지원이 절실한 사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미·소 냉전으로 빚어진 보이콧 올림픽을 하나로 다시 만든 기념비적 행사였다. 전쟁과 대결 속에서도 평화와 하나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은 지켜져 왔으며, 거기에 올림픽의 존재 이유도 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가 강한 나라다. 우리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제적 공감은 또 하나의 안보자산이 될 수 있다. 유엔 헌장과 진정한 올림픽 정신, 그리고 소프트파워가 어느 올림픽보다 중요해진 평창 2018이다.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언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언

    국정원의 언론 통제와 조작, 언론인·연예인 블랙리스트 등이 문서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가 KBS, MBC 정상화 문건 등이 밝혀지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언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분노가 치밀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였나 싶은 허탈감이 다시 든다. KBS, MBC 노동조합은 두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기자, PD, 연예인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싶었어도 국가 안보의 핵심 기구인 국가정보원을 동원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그걸 알고 협력했던 두 방송사의 사장과 간부들의 후안무치와 비열함은 경악을 넘어선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두 공영방송 사장들이 자진 사퇴하는 게 순리다. 국정원 지시를 받아 적극적으로 시행한 패악이 그러하면 상식의 수준에서 사과하고 물러나는 게 자신들을 그나마 지키는 길일 것이다. 어떻게든 임기를 지키려 하면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방송국도 망가지고 자신들도 망가지지 않겠는가. 파업하는 공영방송의 언론인들 그리고 청와대, 언론정책 관련 부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몇 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째, 국정원과 청와대가 주도한 언론 조작을 성역 없이 밝혀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KBS, MBC 사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면 좋겠다. 필자는 1997년 김대중 정부 출범에 앞서 젊은 언론학도로서 새 정부 언론정책의 제1번은 공영방송 사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이런 요구를 새삼 다시 하게 됐다. 이런 선언만 실천된다면 성역 없는 언론 적폐 청산이 정치보복이 아닌 게 자연스럽게 입증될 것이다. 둘째, 언론정책의 근간을 바꿀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더이상 언론 조작과 날조, 설익은 프로파간다에 의존할 까닭이 없다. 집권 이후 개혁 드라이브는 언론들이 도와준 게 아니고 시민의 힘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탄핵을 이끌어 내고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한 과정에서 공영방송을 포함해 유력 언론은 반민주의 편에 섰었다. 만일 이 유력 언론들이 영향력이 강하고 박근혜 정권의 언론 조작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촛불혁명이 가능했겠는가.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어젠다 세팅을 통해 여론의 향배를 가른다고 믿고 있는 종이신문, 특히 유력 신문의 영향력은 이미 쇠퇴했다. 다만 파워 엘리트들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한때 KBS, MBC 사장 인사는 총리급 인사의 비중을 갖는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럴 까닭이 없게 됐다. 셋째, 홍보 선전기구로서 방송과 SNS 미디어에 대한 정책을 근본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방송(broadcasting)이라 불리는 언론 제도 자체가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로 대체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수많은 케이블 텔레비전을 이제 채널에 따라 ‘본방사수’하면서 보는 시대는 끝났다. 구글과 같이 검색을 통해서, SNS 친구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기사나 프로그램에 접촉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KBS, MBC 이사회 구성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여전히 방송을 홍보선전의 매체로 사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방송인들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파업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난 정권에 부역하고 국정원에 협력했던 언론인들이 나간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닐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루어진 민주적 언론의 공간을 어떻게 회복하고, 정상화할 것인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나는 문제의 핵심이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있고, 그것을 지키는 주체도 방송인들 자신이라 믿는다. 그리고 정치권력으로 진출하는 언론인들에 대해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방안(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장 선출 방안, 제작의 자율성 확보 방안 등을 고민해 주길 기대한다.
  • 고구마 재배 청년 농부 ‘손익 0원’… 영농정착금 ‘거름’ 될까

    고구마 재배 청년 농부 ‘손익 0원’… 영농정착금 ‘거름’ 될까

    청년 농부인 김모(22)씨는 지난해 10월 고구마를 내다 판 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허탈감에 빠졌다. 500만원이 찍혀 있었지만 이미 5개월 전부터 영농 자금으로 500만원을 썼기 때문이다. 손익 ‘제로’(0). 김씨는 ‘창농’(창업 농사)을 선언한 첫해에 손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았지만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영농정착지원제’가 김씨와 같은 청년 농업인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씨는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농사 현장에 뛰어들었다. 선배들의 실패를 익히 봐 왔던 터라 ‘손해 보지 말자’를 목표로 세웠다. 무턱대고 빚부터 낼 순 없었다. 학교 다니며 틈틈이 모아둔 돈으로 경기 김포에 농지 4300㎡를 빌렸다. 2년간 임대료는 170만원. 고민 끝에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 농사로 돈을 벌려면 최소 재배 면적이 10만㎡(10㏊)는 돼야 하지만 키우기 까다롭지 않고 대중적이어서 실패 확률이 적다는 이유에서 선택했다. 고구마순을 사고 트랙터를 불러 땅을 두 번 갈았다. 포장 박스에 택배비 등 자재값도 적지 않게 들었다. 이런저런 투자 비용으로 500만원이 나갔지만 자신이 챙길 월급은 없었다. 고구마를 캔 가을 한철에만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김씨처럼 창농을 한 청년 농부는 첫 수확 때까지 배를 곯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영농 초기 대리운전, 막노동, 품팔이 등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청년 농부도 적지 않다. 김씨도 지난 4~5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국제 꽃박람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김씨는 수확기에 수입·지출을 정산하고 난 뒤에도 돈이 부족해 통장에 모아 둔 돈에서 추가로 헐어 썼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도 했다. 밭 근처 김포에 얻은 원룸 월세와 관리비, 식비, 교통비 등으로 월평균 70만~85만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음 같아서는 비닐하우스를 지어 시험 작물도 재배하고 고구마 재배 면적도 늘리고 싶었지만 솔직히 하루하루 먹고살 궁리만으로도 벅찼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는 김씨처럼 농사를 시작했지만 생계 걱정 때문에 농업에 주력할 수 없는 청년을 위한 제도다. 영농 초기에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위해 내년 예산으로 91억원을 편성했다. 만 40세 미만이면서 영농 경력 3년 이하인 청년 농업인 중 1500명을 선발한다. 농사 1년 차에는 월 100만원을 지급하고 2~3년차부터 전년 소득을 고려해 차감 지급한다. 지원금의 사용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강동윤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기존의 창업지원사업은 농자재 구입 등 영농 창업 관련 비용에만 지원했지만 내년부터 도입되는 영농정착지원금은 생활자금 등으로도 쓸 수 있어 청년 농업인의 부담을 한층 덜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창농지원제는 영수증을 제출하면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었지만 내년부터는 정착지원금 전용 카드를 별도 정산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청년 농업인 직불금 도입’ 공약을 검토해 이번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청년취농급부금제도를 도입해 45세 미만 청년 농업인에게 연 최대 150만엔(약 1500만원)을 최대 5년 동안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도 1973년부터 40세 미만 청년 농부에게 정착 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2015년 기준 1만여명이 평균 2만 유로(약 2700만원)를 받았다. 김씨는 영농정착지원제 도입에 대해 “월 100만원이 생긴다면 월세나 식비 등 고정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돈을 아껴 작은 온실하우스를 지은 뒤 한라봉처럼 내륙 재배가 가능한 열대작물이나 삼채, 비타민 나무 등을 시험 재배해 보고 싶다”면서 “고구마 재배 면적을 지금보다 2~3배 늘리고 돈이 많이 드는 농기계도 자주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반색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김규리 첫 심경 고백…“이명박 블랙리스트에…”

    ‘그것이 알고싶다’ 김규리 첫 심경 고백…“이명박 블랙리스트에…”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MB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배우 김규리가 처음으로 심경 고백을 했다.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3일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 특집으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피해를 본 문화예술인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2008년 여름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김규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광우병에 감염된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겠다”라는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소송까지 휘말렸다. 이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10년간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배제됐다. 그는 2009년 지금의 이름 ‘김규리’로 이름으로 개명했다. 김규리는 이날 방송에서 자살까지 시도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다”라며 “그 누군가가 10년간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사이사이에서 계속 나를 왜곡했다”고 털어놨다. 김규리는 또 “너 왜 아직 안 죽었어? 죽어 죽어 죽어. 계속 죽으라고 하니까 진짜 시도했었다”고 고백하며 “세금을 안 밀리려고 돈 없으면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냈었는데…”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또 “그 다음 날 가족들과 오랜만에 돌아가신 엄마를 보러 갔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막 욕하더라”며 오열했다. 이어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문건을 봤는데 몇 자 안 되더라. 나는 이걸로 10년 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 허탈하더라”라며 눈물을 쏟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진영 논리 병폐…사법 큰 위기”라며 떠난 양승태

    “진영 논리 병폐…사법 큰 위기”라며 떠난 양승태

    전원합의체 처리 최다… ‘불통’ 이미지도 “제가 그저 오래된 법관에 그치지 않고 온몸과 마음이 상처에 싸여 있는 고목 같은 법관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영광과 행복으로 여기겠습니다.”6년 임기를 끝내고 퇴임하는 양승태(69·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은 조오현 시인의 시 ‘고목 소리 들으려면’을 소개하며 퇴임사를 마쳤다. 그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하며 1975년 11월 1일 시작했던 42년 동안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공식 임기는 24일 밤 12시에 종료된다.그는 퇴임사에서 진영 논리가 득세하는 세태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우리 사회 가치관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거의 위험 수준에 이르러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극언을 마다않는 도를 넘은 비난이 다반사로 일고 있다”며 “정치적 세력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 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법관 독립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한 제도”라면서 “법관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 책무를 인식하고 슬기로운 균형 감각과 의연한 기개로 희생정신을 발휘할 때 사법은 국민의 신뢰 위에 서서 소중한 가치를 지켜 나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임기 동안 재판의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는 조치로 전자소송과 전자법정 확대, 가정법원의 후견 역할 강화, 증인 지원 서비스 도입 등을 실행했다. 대법원 상고 사건 적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하급심인 1·2심을 충실화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대법원의 재판 기능 충실화에도 집중해 그는 대법원장과 대법원 전원이 참여해 새로운 판례를 확립하는 전원합의체 사건을 임기 동안 118건 처리했다. 전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95건 기록을 압도했을 뿐 아니라 역대 대법원장 중 처음으로 100건을 넘겼다. 통상임금 기준 마련, 부부간 강간죄 인정, 퇴직급여 재산분할 인정,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화 등이 양 대법원장 체제에서 확립됐다. 그러나 올해 초 불거진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은 양 대법원장에게 ‘불통’의 이미지를 남겼다. 그는 이에 대해 “예기치 않은 일로 법원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때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듯한 허탈감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 속 불협화음 드러낸 정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이제 변곡점(變曲點)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12일 공식 개막한 제72회 유엔 총회에서도 북핵 문제는 가장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국제 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군사적 해법이 아닌 외교적 해법에 의한 해결이 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미국의 움직임은 딴판이다. 같은 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필요하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수록 비상시국에 극도의 정밀한 대응체제를 갖추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정부는 불협화음을 노출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중재하는 노력을 해 달라”고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앞서 유엔 정무국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재 또는 주선(good offices)은 항상 가용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고, 이후 구테흐스 총장도 같은 취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유엔이 북핵 문제 해결에 다르지 않은 상황인식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에 따른 일정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상황 변화에 따라 외교적 옵션을 강조하기도, 군사적 옵션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안보 3인방’이 예외 없이 군사적 옵션을 강조한 상황은 ‘구체적 움직임’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편으로 페루, 멕시코, 쿠웨이트에 이어 스페인이 북한대사의 추방을 결정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우선은 각국이 북한의 도발이 국제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있다고 인식한 결과이겠지만 미국의 외교적 옵션이 거둔 성과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일사불란한 발언 기조를 보이는 것이 유엔 총회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청와대는 어제 국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 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송 장관은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도 “지원 시기를 굉장히 늦추고 조절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딴 얘기’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가 상황 변화에 따라 때로는 일관성이 결여된 발언마저 내놓고 있는 것처럼 정부 관계자의 이견 역시 ‘전략적 혼선’이었을 것으로 믿었던 국민에게는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외교안보팀의 총체적 분발을 촉구한다.
  • 장관의 그림자 책사…문고리 권력 경계령

    장관의 그림자 책사…문고리 권력 경계령

    “장관 정책보좌관은 비서·보좌·정책·정무·공보 역할까지 다 하는 국회의원 보좌관에 비하면 정무 보좌관에 가깝죠. ‘늘 공무원’(늘공)과 장관 사이의 문고리 권력이 돼 신호등 역할만 하지 않는다면 장관 업무 수행에 정책보좌관은 필수입니다.” 정부 중앙부처마다 1~3명씩 일하는 장관 정책보좌관은 2003년 참여정부 시절 부처의 정책수립 능력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장관과 함께 내려온 ‘낙하산 고위공무원’들은 정부 조직도에도 없는 ‘3차관’으로 불리며 장관의 분신으로 호가호위하거나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며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공무원은 인사권을 쥔 장관의 판단에 정책보좌관들이 입김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을 견제하거나 경원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보좌관들은 그동안 임명된 17명의 장관 가운데 5명(김부겸 행정안전·도종환 문화체육관광·김영주 고용노동·김현미 국토교통·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국회의원 겸직을 하는 만큼 의원 보좌관 출신이 압도적인 다수다. 이어 변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전문직종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부분이며 서울시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이들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국회의원 보좌관 23년 경력의 이진수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통해 보좌관의 세계를 살펴보고,제도의 발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실 비서관을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해 임명 전 업무에 관여시켰다가 ‘문고리 국정운영’이란 논란을 일으킨 것은 장관의 업무 스타일 차이란 것이 이 보좌관의 해석이다. 흔히 신원조회라 불리는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 조회에는 보통 3~4주가 걸리는데 청와대 신임 행정관들은 공무원증을 발급받기 전인 신원조회 기간에 청와대에 먼저 가서 일한다. 이 기간에는 월급도 나오지 않지만 새 대통령의 업무 안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유노동 무임금’을 무릅쓴다. 이 행안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김부겸 장관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죠. 신원조회 기간에 업무를 하겠다고 했더니 김 장관이 ‘안 된다. 공무원은 그라믄 안 된다’고 말렸어요. 꼼짝없이 4주를 놀 수밖에 없었는데 그만큼 장관의 업무 파악이 늦어졌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공백 우려 조급증이 부른 고용부 문고리 논란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조대엽 후보의 낙마 사태로 다른 부처 장관보다 늦게 임명된 만큼 빨리 적응하기 위해 내정자에게 보좌 업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뒤늦게 임명된 김 고용부 장관이 통상임금 판결, 방송사 파업 등 현안이 터지자 조급하게 업무에 뛰어든 것이 논란을 일으켰지만, 고용부 일선 공무원들의 지적 가운데도 새겨볼 부분이 있다. 고용부 공무원들은 장관 정책보좌관 내정자가 실·국장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현장방문에 동행하며 장관 보고의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내정 상태인 보좌관이 업무 파악을 위해 배석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 행안부 보좌관은 장관 정책보좌관은 장관의 모든 업무가 책임이며 장관 이상으로 알고, 장관이 궁금한 걸 모두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일은 있을 수 없으며, 공무원들에게 기자처럼 전화로 물어본다고 밝혔다. 정책보좌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무원의 경계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환경부 공무원은 “30대 후반에 3급이 된 정책보좌관은 일반 공무원에게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며 “60년대생으로 행정고시의 문을 뚫은 고참 과장이 즐비한데 79년생이 3급으로 임명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게다가 환경부에서 별정직 3급 정책보좌관의 역할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장관이 필요해 채용한 게 아니라 당에서 내려보낸 인력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임 장관은 3급 별정직 정책보좌관에 4급 환경부 과장을 임명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아니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시민단체 출신 장·차관을 정무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정책보좌관이 보좌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서 걱정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국회의원 보좌관에 비해 장관 보좌관은 역할의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비서 업무는 기존 장관 비서실에서, 정책은 부처에서, 공보는 대변인실에서 하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장관 보좌관의 주 업무다. 인사혁신처의 ‘별정직 공무원 인사규칙’에 따르면 장관은 정책보좌관을 임명할 때 보좌가 필요한 분야와 재직 때 중점 추진할 사업 등을 고려해 임용예정분야, 업무 내용 및 직무수행 요건을 미리 설정해야 한다. 정책보좌관의 민간 분야 근무경력을 정할 때 정무 분야는 의원 보좌관, 정당 경력자 등이 해당한다. 대외협력과 이해관계 조정 등은 시민단체와 주요 관련 단체 출신, 언론인 등의 경력이 인정된다. 장기적 계획수립 및 특정사업 추진은 학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경력이 적합하다. 현재 임명된 29명의 장관 정책보좌관은 의원 보좌관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전문가 6명, 시민단체 출신이 2명, 변호사 1명, 검사 1명 등이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후 민주당 당직자와 시민단체 출신이 서울시에 대거 진출했는데 장관 정책보좌관 가운데 윤천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좌관 등 5명이 서울시 관련 공직에서 일했다. 서울시 출신이 청와대에 많이 진출하고, 시 정책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여럿 채택된 것이 보좌관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의원 출신 장관의 보좌관이 부처에서 호가호위한 일이 아직 회자되는 사례도 있다. ‘대국대과’(大局大課)와 ‘작은 정부’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무원들이 많이 잘렸고, 그만큼 장관이 할 일도 많았다. 대외 업무로 바쁜 장관은 자신의 보좌관을 비서실장으로 앉히고 내정을 맡겼다. 공무원들의 인사와 모든 보고는 보좌관의 손을 거쳐야 했고, 자연히 거대한 문고리 권력이 형성됐다.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폭언과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보고의 압박 때문에 한 공무원이 장관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이 보좌관은 “고성과 폭언은 삼가 달라”는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요구에 사과 이메일을 돌렸다. # 장관 바른 판단 돕고 공무원 업무 효율성 높이기도 문고리 권력이 된 보좌관의 존재에 대해 한 고위공무원은 “폭주하는 업무의 가르마를 잘 타서 장관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돕고, 공무원들의 업무를 수월하게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보좌관이 젊은 나이에 고위공무원이 됐다 할지라도 길어야 1~2년 일하는 별정직이란 사실을 공무원들이 간과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안부 보좌관은 장관 정책보좌관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청문회 의원 불패’를 들었다. 5명의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무사 통과해 장관이 된 것은 의원들끼리 ‘동료 봐주기’도 있지만, 보좌관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들은 일단 공세적 질문에 대한 답변 능력이 교수나 전문가 출신보다 훨씬 뛰어나다. 또 재산등록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고위공직자 배제 5대 비리(병역 면탈,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도 보좌관이 있는 의원들의 방어능력이 좋다. ‘늘공’들은 정책과 관련한 서류 준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관의 사생활은 알 수도 없고 질문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언론의 의혹 제기도 보좌관의 순발력이 있기에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이 돼서도 당과 청와대, 언론과의 관계 형성에서 ‘늘공’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과 전화 한 통화만으로 업무 파악이 가능한 매끄러운 의사소통, 청와대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수평적 의사소통은 결국 오랜 시간 장관과 손발을 맞춘 보좌관이 있어야 가능한 역할이라는 의견이다. 정부 업무 수행의 숨은 조력자인 장관 정책보좌관들은 스스로 호가호위하지 않겠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개인의 발전은 물론 문재인 정부 성공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국정원의 치졸한 나체 합성사진 공작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인터넷 여론 조작의 실태가 점입가경이다. 심리전단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 나체 합성사진까지 퍼뜨린 사실이 드러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을 올린 정황도 나왔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치졸한 행위를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이 ‘특수 공작’ 운운하며 자행했다니 충격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나체 합성 사진의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은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좌파 연예인 대응 TF’가 작성한 퇴출 대상자 82명에 포함된 이들이다. 국정원은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이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송사를 압박하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인사 조처하는 등 손발을 묶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악한 합성사진까지 만들어 심리전 명목으로 인터넷에 유포했다. 일반 시민이 했어도 백번 욕먹고, 처벌받아야 할 비열한 짓이다. 하물며 나랏돈 받는 국정원 직원들이 시안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실행했다니 어이가 없다.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 최종적인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게 마땅하다. 심리전단이 2011년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린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글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홍어’, ‘슨상’ 같은 단어와 무장폭동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문구 등으로 노골적인 여론 조작 의도를 드러냈다. 이런 식으로 국정원이 인터넷 여론에 얼마나 개입하고 조작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성근은 어제 피해자 조사를 앞두고 “검찰에 가면 공작이 분명한 바다이야기도 물어봐야겠다”고 했다. 그와 노사모 활동을 같이했던 배우 명계남이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허위 소문으로 곤욕을 치른 사건을 두고 한 얘기다. 검찰은 그제 민간인 댓글 공작 사건과 관련해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심리전단이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들과 전직 대통령들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여론 형성을 조작한 실태가 속속 드러나는 만큼 이에 대한 수사도 철저하고 면밀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 中企 정책 공백

    3개 실장도 공석… 장기 정책 손 놔 15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소식을 접한 중기부 공무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7월 26일 중소기업청에서 부처로 승격했다고 박수 쳤는데 부처 출범 두 달이 다 되도록 선장 잃은 신세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팀은 발표 직전까지도 사퇴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과 연계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당분간 ‘홀딩’ 상태로 갈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불쑥 사퇴 발표가 나오자 중기부 관료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아버렸다. 한 중기부 국장은 “일상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는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라면서 “오늘이 중기부 출범 52일째인데 지금까지도 수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허탈해했다. 중기부는 장·차관, 4실 체제다. 하지만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한 중소기업정책실, 창업벤처혁신실, 소상공인정책실 등 3개 실장 자리가 공석이다.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후속 인사도 맞물려 멈춰 선 상태다. 장관 공백 때문에 다른 정부 부처들은 모두 끝낸 대통령 업무보고도 중기부만 못 하고 있다. 볼멘소리는 중소기업계에서도 터져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수출 양극화로 중소기업계의 고통이 심화되고 있는데 지원책과 관련 정책을 조율해야 할 수장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새 장관 후보자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청문회 통과가 확실한 사람으로 골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서둘러도 10월 말이나 돼야 중기부가 정상화될 것”이라면서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들과도 정책을 협의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추진력이 있는 후보자가 지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선이 너무 지연된 만큼 검증이 끝난 관료 출신이나 정무 감각이 있는 정치인 출신이 지명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데스크 시각] 문재인 대통령답지 않은 ‘사드 이후’/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문재인 대통령답지 않은 ‘사드 이후’/임일영 정치부 차장

    “훗날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에 대해 ‘나도 개인이었다면 반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했다’라고 술회했다. ‘옳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했다. … 우리가 파병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진보·개혁 진영이 집권을 위해선 그런 판단도 할 수 있어야 한다.”(‘문재인의 운명’ 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은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참여정부의 고뇌와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의 설명이다. 애초부터 문 대통령에게 옵션은 거의 없었다.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때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역대 최고의 한·중 관계를 뽐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설픈 ‘신균형외교’가 이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허물어지고, 쫓기듯 ‘사드 대못’을 박아 버리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비가역적 사안이 됐다. 대선 국면에서 문 대통령은 “(사드는) 다음 정권에 넘겨 외교적 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미 동맹 합의이기에 없던 일로 할 순 없겠지만, 시간을 끌면서 ‘레버리지’로 삼으려 한 것이다. 북한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지 않도록 중국이 통제한다면(북한은 4월 20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하려다 “핵실험 시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는 경고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환경영향평가를 앞세워 ‘시진핑(習近平) 2기’가 출범하는 10월 공산당대회까지 추가 배치를 미뤄 여지를 만들 것을 기대했다. 물론 김정은의 폭주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북한의 핵 개발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최고조에 이른 군사적 긴장이나 ‘예방전쟁’조차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압박과 공조를 고려하면, 추가 배치의 불가피함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추가 배치 결정 이후’가 외려 갈등을 키웠다. 대통령의 방러 기간 새벽에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인 까닭을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최대한 설득한다. 밀고 들어가는 일은 없다”고 했던 청와대였기에 허탈함은 더 컸다. 한 번 단추를 잘못 끼우니 스텝이 계속 꼬였다. 대통령이 귀국한 다음날(8일) 오후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의 백브리핑 형식을 빌려 ‘대통령이 사드 메시지를 고심 중’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미 성주 주민과 시민단체, 종교단체 집회에선 “적폐로 쫓겨난 정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까지 비판 수위가 고조된 터. 지지층 여론도 심상치 않았다. 급기야 청와대는 이날 밤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는 대통령 메시지를 부랴부랴 내놓았다. 대국민 담화 형식을 취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지만, A4 용지 두 장짜리 텍스트가 전부였다. 국민이 지난 5월 이후 감동과 위로를 받은 몇몇 순간이 있었다. 5·18 희생자 가족을 안아 주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세월호 유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대통령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이번에도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진솔하게 성주 주민과 사드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였어야 했다. 그런데 순서도 뒤바뀌고, 형식도 문 대통령답지 않았다. 사드 추가 배치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문 대통령의 정치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대통령이 정책 취지를 직접 설명하겠다는 콘셉트로 시작된 ‘찾아가는 대통령’이 필요한 건 지금이다. 성주를 찾지 못할 이유도 없다. argus@seoul.co.kr
  • [경주 지진 1년] “사람이나 건물이나 멀쩡한 것 같지만 속은 골병”… 상흔 남은 마을들

    [경주 지진 1년] “사람이나 건물이나 멀쩡한 것 같지만 속은 골병”… 상흔 남은 마을들

    “고마 말도 마소, 사람이나 건물이나 껍데기는 멀쩡한 것 같지만 속은 모두 골병덩어리니더.”8일 오전 경북 경주시 내남면 부지1리 마을 입구에서 만난 도정옥(81)씨는 지진 피해 복구 상황을 묻자 손을 휘저으며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면사무소나 언론사 등에서 수도 없이 다녀갔지만 모두 다 도움이 안 됐다고 불평하며 발길을 돌렸다.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는 지난해 9월 12일 연거푸 발생한 규모 5.1~5.8 지진 진앙이다. 5.8은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부지리 주민들은 당시 지진 날벼락에 집이나 건물에서 황급히 몸만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 등에서 두려움 속에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경주에서는 강진에 이어 1년 동안 여진이 633회 이어졌다. 시민들은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지진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곳곳에 파손된 담장과 지붕 등이 보수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마을 주민 최준락(60)씨 집은 강진 때 지붕과 벽 일부가 무너졌고, 천장 곳곳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누더기처럼 보였다. 사랑채 구들장은 내려앉았고, 창고도 부서졌다. 최씨는 “경주시에서 피해 조사를 해 갔으나 수리나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돈 한 푼 못 받았다”며 “급한 것은 대충 해결했지만 아직도 손을 많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최충봉(79)씨는 “집 화장실 타일이 다 깨져 10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복구비의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은 뒤 “그냥 곳곳을 시멘트로 때워 놨다”고 설명했다. 옆 마을인 부지2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새 콘크리트 블록으로 복구한 담이나 곳곳에 금이 간 집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들은 “이제는 여진이 뜸해 지진 공포는 많이 사라졌다”면서도 “절대 안심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해수(61)씨는 “마을 30여 가구 중 피해가 없는 집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보상을 받은 것은 2~3가구에 불과하다. 우리 집도 담과 집채 등 10여곳에 금이 갔지만 제대로 수리를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의 한 할머니는 “담이 다 무너졌는데 면사무소에서는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금껏 담 없이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첨성대·대릉원 등 유적 밀집지역인 황남·황오·월성동 등 경주 도심지는 사정이 달랐다. 강진의 피해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마을은 지진 당시 기와지붕이 많이 부서졌던 곳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복구됐다. 지난해 지진으로 한옥 3500여채 중 1050여채가 기와 파손 등의 피해를 봤다. 번화가인 황남동 일대 식당이나 카페들은 관광객맞이에 바쁜 표정이었다. 그래도 생채기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옥마을에 재래식 골기와 대신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값싼 함석 기와로 지붕을 인 한옥이 많이 생겨나 전통미를 크게 잃었기 때문이다. 불국사 인근 숙박단지는 아직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 숙박단지에는 수학여행단을 전문으로 받는 유스호스텔 27곳이 있다. 한 숙박업소 주인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겨우 버텼는데 이제는 한도가 넘어 더는 돈을 빌릴 수 없게 됐다”며 “지금은 휴업 중이지만 아예 폐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윤선길 경주 불국사숙박협회 회장은 “지진으로 수학여행단이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해 타격이 너무 크다”며 “모든 업소가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주인 혼자서 지키고 있으나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윤 회장은 이어 “운영난을 겪던 6~7곳이 올해 들어 휴업하거나 폐업했다”고 말했다. 경주는 겉보기에는 차츰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은 이제 지진 얘기를 그만 꺼냈으면 하는 눈치였다. 한 주민은 “자꾸 지진 얘기해 봐야 도움이 안 된다”며 “괜히 경주 이미지와 관광객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글 사진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성주 사드 반대 주민들 ‘눈물’…“심장 벌렁벌렁하고 다리 떨린다”

    성주 사드 반대 주민들 ‘눈물’…“심장 벌렁벌렁하고 다리 떨린다”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다리가 떨린다. 사드가 들어가도 끝까지 투쟁하겠다.”7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추가 배치되자 경북 성주 지역 주민들은 허탈해 했다. 눈물을 보이는 주민들도 있었다. 전날 낮부터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이웃 주민, 시민단체 회원들과 연좌시위를 벌이며 저지에 나섰지만 결국 사드 발사대 4기가 임시배치됐다. 경북 성주 소성리 주민 A(64)씨는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도록 싸워왔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라면서 “나이 많은 마을 주민이 그 무덥던 지난 여름에도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에 참가하는 등 만사 제쳐놓고 사드 반대를 외쳤는데 결국 역부족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A씨 등 주민 20여명은 경찰이 시위 참가자 400여명을 모두 해산한 직후인 7일 오전 5시 30분쯤 마을회관 앞 도로로 뛰쳐나와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 1명은 도로에 서 있던 트럭 밑에서 2시간 넘게 완강히 버티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해산 시도에 대비해 사드 반대단체 회원들과 끈으로 몸을 묶는 등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위에는 성주 주민뿐 아니라 사드 기지 북쪽 김천시 주민도 100명 가까이 동참했다. 이들은 사드 발사대 진입을 저지하지 못하자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농소면에서 온 B(70·여)씨는 “우리가 1년을 어떻게 버텼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드 기지에서 불과 1㎞ 정도밖에 안 떨어진 남면 월명리에서는 주민 30여명이 밤샘 시위에 참가했다. 대부분 60∼70대 고령인 주민들은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10시간 넘게 현장을 떠나지 않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주민은 날이 밝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며 귀가하기도 했다. 이 마을 여차배(60) 이장은 “주민이 목이 터지라고 사드 반대를 외쳤으나 힘에 부친 것 같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만큼 일반환경영향평가 요구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청년 구직자 기운 빼는 ‘신의 직장’ 채용 비리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심각하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53곳의 채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39곳에서 100건의 불·탈법 사례가 확인됐다고 그제 밝혔다.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의 낙하산, 코드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직원 채용 과정마저 복마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년 구직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감사원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권혁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최 전 사장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40대 비서관이 채용을 부탁하자 자격 미달임을 알면서도 공개 채용 형식을 동원해 그를 채용했다. 권 전 사장은 자신의 조카를 인턴으로 부정 채용한 것도 모자라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줬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청탁으로 딸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석탄공사의 이 같은 채용 비리로 11명의 지원자가 탈락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한국서부발전 사장 임명 과정에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입김으로 추천 후보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기관은 소위 ‘신의 직장’, ‘꿈의 직장’이라 불린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비리로 채용된 당사자들뿐 아니라 청탁 관련자들의 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근원은 낙하산, 코드 인사 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권과 유착된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이 과정에 힘을 보탠 주변인들이 채용 청탁에 나서는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이 채용 청탁 혐의로 재판 중인 것을 비롯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채용 비리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장과 임직원은 정부의 인재 채용 사이트인 나라일터를 통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낙하산을 공식화하는 통로쯤으로 인식하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현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 임직원 선발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근원적인 문제로 지목된 낙하산, 코드 인사가 없어지지 않으면 허사일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공공기관의 수장과 임원 인사부터 먹이사슬 같은 채용 적폐를 청산하도록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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