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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횃불든 순천 시민들의 분노···“박근혜 구속·이정현 퇴출” 함성

    횃불든 순천 시민들의 분노···“박근혜 구속·이정현 퇴출” 함성

    전남 순천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은 물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순천은 이 대표의 지역구다. ‘박근혜 퇴진 순천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일 오후 6시부터 밤 9시 30분까지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서 제7차 ‘박근혜 즉각 퇴진, 순천시민 촛불대회’를 열었다. 이날 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퇴진·구속과 동시에 ‘이정현 퇴출’,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쳐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순천 망신 이정현 때문에 정말 창피하다”면서 “박근혜의 호위무사 이정현과 박근혜의 부역자 집단 새누리당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딸을 데리고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대통령이 국가의 세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사익을 챙긴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특검을 통해 잘잘못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5000여명(경찰 추산 1500명)이 참석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에 허탈감과 그에 따른 성토가 봇물을 이뤘다.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풍물단을 앞세우고 횃불을 밝히며 1시간 동안 시가 행진을 펼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 방문에 격분한 상인

    박근혜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 방문에 격분한 상인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 뒤 오히려 분노를 표출했다. 박 대통령은 1일 오후 1시 30분쯤 시장을 방문해 김영오 상인연합회장의 설명을 듣고 4지구 일부를 둘러본 뒤 10여분 만에 떠났다. 상황실인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는 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김 회장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몇몇 상인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나 악수를 했을 뿐,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일부 상인들은 대통령을 반기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대통령이 떠난 뒤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나타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4지구 상인 도기섭(63)씨는 박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우리 화재민들의 지금 고충을 알고, 대화를 들어보고, 뭘 도와줄 것이냐, 이야기를 한 번은 하고 가셔야 될 것 아닙니까?(주변 상인들: 옳소!) 지금 우리는 하루아침에 우리 모든 새끼들을 다 보냈습니다. 아직 밥 먹을 수도 없고,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런 패닉 상태에서, 대통령이라고 하시는 분이 오셔가지고 우리 상인들하고는 대화 한마디 안 하시고. 시찰입니까, 이게! 오셨으면 애로사항이 뭔지, 대통령으로서 뭘 도와줘야 할 것인지, 이런 말씀 한마디 하시고 가셔야 되는 것 아닙니까?”(옳소! 옳소!)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전남도교육청 교원국외연수비 14% 증가…과다 편성 논란

    2017년도 도교육청 초·중·고등학교 교원국외연수비는 전체 45억 10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2% 증가한 5억 6000만원을 증액 편성됐다. 연수목적에 따른 신규 국외연수도 14건이나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일용(여수)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은 30일 2017년도 도 교육청 예산안 심의에서 “2017년도 교원국외연수 예산이 연수 목적에 따라 69건에 45억 1000만원이나 편성됐다”며 “교원들의 국외연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도민의 혈세로 지나치게 과다 편성된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지난해에 비해 신규로 계상된 14건의 국외연수 목적을 살펴보면 벤치마킹, 문화체험, 선진지 시찰 등 외유성 연수가 대부분이다”면서 “내년도 국가 경제의 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교원들 10~80명이 단체로 국외연수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도민들은 허탈감과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시의회 국민의당 김광수의원 “땀 흘려 일하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 만들자”

    서울시의회 국민의당 김광수의원 “땀 흘려 일하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 만들자”

    서울시의회 국민의당 김광수 대표의원(노원5)은 29일 서울시의회 제271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김광수 대표의원은 연설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지혜롭고 현명한 리더쉽이 요구되는 시기다”라 하였으며, “1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하여 시민들의 입과 발이 되어주겠다고 공언한 입장에서 진정 어떠한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민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인가를 일일삼성(一日三省)의 자세로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신목민심서는 서울시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준수해야 할 공정한 업무수행, 부당이익의 수수금지, 업무숙지의 의무,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독립성유지, 인지된 부정행위 신고 및 보고의무 등에 대한 행동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라고 전제를 하고, 이런 제도가 조금도 변질되지 않고 서울시정에 잘 반영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노고가 많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최근 자료에 의하면 3년간 학교폭력 발생은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3년간 총 1만353건이 발생했다. 이는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교육청은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며 “학교폭력 근절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공교육 정상화의 기본이다”라고 말하며 강도 있게 조희연 교육감에게 학교폭력의 근절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연설에서 많은 부분을 환경에 할애를 했다. “21세기 생명의 근원은 환경이다. 본래의 자연을 중요시하여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생태계 복원정책을 입안하는 일이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우리 모두다“라고 했다. 한편 한강을 오염시키는 서울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의원은 “한강을 보면 한쪽에서는 자연성회복이라는 명제 아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다른 한쪽에서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숫자 놀음에 급한 나머지 한강몽땅프로젝트를 비롯한 문화축제로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강의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물재생센터에서에 대해서는 “그동안 바이패스(bypass)와 무단방류를 통해 정상처리 되지 않은 하수와 분뇨를 한강에 내 보내며 아무 잘못이 없고 적법하다며 물재생센터 내부관로에서 측정한 수질을 마치 최종방류수에서 측정한 수질처럼 발표를 해서 서울시민에게 알 권리를 뺏고, 한강 하류에 살고 있는 어민들에게 경제적 손실과 함께 심적으로 심한 허탈감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십년 동안 서울의 거리에 악취를 내뿜고 있는 빗물받이는 언제까지 서울시민에게 악취의 주범으로 남아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특별히 2017년도 예산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편성한 물재생센터 슬러지 자체처리시설 설치의 예산 279억원을 소개했다. “이 예산은 기존에 처리하지 못한 슬러지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설치예산이나 처리방법에 있어서 건조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은 환경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과 냄새 발생에 심히 문제가 되며, 경제적으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므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예산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각 분야별로 예산을 분석하여 상세히 설명하였으며 소속 정당을 떠나서 모든 의원들이 면밀한 예산심의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연설을 마치며 “환경을 생각하며 글로벌도시 서울을 만들겠다. 4.19혁명은 군부에게 열매를 안겨주었고, 6.10항쟁은 정치꾼에게 열매를 주었다. 11월의 촛불항쟁은 국민에게 열매가 돌아갈 것이다”하며 “국민의당은 땀 흘려 일한 자가 대접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연설을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갈등과 비리로 먹칠 된 대한민국의 ‘병신년’…노동개악부터 ‘박근혜 게이트’까지

    갈등과 비리로 먹칠 된 대한민국의 ‘병신년’…노동개악부터 ‘박근혜 게이트’까지

    어느덧 12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에서 가장 성실한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올해도 저마다 치열하고 숨 가쁘게, 또는 절절하게 2016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권력을 쥔 누군가들은 올해도 음지에서 부지런히 비리를 저지르며 자신의 뱃속만을 챙겨왔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이 포문을 열고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이 민심의 횃불을 당긴 대한민국의 2016년을 돌아봤다. ● 추진력 잃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악’ 지난 1월 22일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이라고 주장하며 노동계 핵심 양대 지침을 발표했다.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라는 이 지침은 당장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평소 정부 노동 정책의 대척점에 있던 민주노총은 물론, 정부 노동정책에 힘을 실어줬던 한국노총까지 “쉬운 해고” “노동 개악”이라며 반대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법률과 판례에 의해 확립된 내용”이라며 “일부 노동계의 쉬운 해고와 일방적 임금 삭감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아 노정 갈등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양대 지침’을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법 개정은 국정농단 사태로 좌초될 상황이다.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헌납한 대가로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을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회는 관련 법안을 심사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4일 국회는 ‘양대 지침’과 관련된 예산 17억 원을 전액 삭감했으며, 지난 21일 시작된 20대 국회 첫 법안심사에서 노동법 관련 4개 법안(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파견법) 역시 모두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 ‘남북 협력 상징’ 개성공단 폐쇄 정부는 지난 2월 10일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를 이유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북한은 다음날인 11일 개성공단에 있던 우리 국민을 전원 추방하고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했다. 결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사전통지도 받지 못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모든 설비와 상품을 놔둔 채 빈손으로 생존터전에서 쫓겨났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61개 업체가 신고한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피해액은 9446억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회계기관 검증을 통해 입주기업 피해금액을 7779억원으로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52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기업들은 최소한 정부가 피해금액으로 확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존 보험 제도를 통한 지원이라는 원칙과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 향후 남북경협 시 무분별한 투자유발 우려 등 전액지원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실효성 논란과 국론 분열 속 강행된 사드배치 지난 7월 8일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하기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드 배치 지역을 놓고 여론의 눈치를 봐왔던 국방부는 지난 9월 30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현재 한·미 군 당국은 사드 배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땅을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군 소유 부지와 맞바꾸기로 롯데 측과 합의했다. 주요 절차 중 하나인 부지 협상을 마무리한 국방부는 이르면 내년 7월 사드 포대 실전 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완료하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성주군·김천시 지역주민 등을 포함한 국내 반대 여론을 설득해야하며, 야당은 예산 심의 없이 부지를 맞교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함께 한미 사드배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해 온 중국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규제하는 이른바 ‘금한령’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사드배치를 둘러싼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의 뇌물 구속…대형 법조비리 법조계는 법원과 검찰 가릴 것 없이 모두 명예와 신뢰가 역대 최악으로 오염된 한 해가 됐다. 과거의 구호로만 그쳤을 것 같았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조계의 추악한 민낯이 국민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은 결국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다. 2016년 법조계를 강타한 대규모 비리는 ‘정운호 게이트’에서 시작됐다. 화장품 회사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정운호(51·구속기소)씨의 국외 불법 도박 사건 재판을 진행 중이던 검찰은 지난 4월 정 전 대표가 법조계 전반에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 수사에 착수했다. 이 수사로 현직 부장판사와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검사장 출신 거물 변호사 등이 줄줄이 구속기소됐다. 특히 이때 구속된 법조인 가운데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수사 관련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출신으로 고(故)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인물이다. 검찰에서는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7월 29일 진경준(49·21기) 검사장을 뇌물, 제3자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진 전 검사장은 2006년 11월 당시 가격 8억 5370만원 상당의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넥슨 측으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넥슨 명의의 법인 리스 차량이던 제네시스를 넘겨받고 가족여행 경비로 5000여 만원을 제공받은 혐의도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5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구형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해 달라”고 밝히며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30억 7900만원을 구형했다. 현직 검사장 구속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현직 부장검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발생한 2번째 대형 법조 비리로, 일명 ‘스폰서 검사’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9월 29일 고교동창 김모(46)씨 등으로부터 수년간 5000만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형준(46) 부장검사를 구속했다. 김 부장검사는 동창 김모 씨로부터 5000여 만원과 수차례 값비싼 술 접대를 받고 김씨의 사기와 횡령 사건을 무마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부장검사는 동창 김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지우거나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킨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고 있다. 이에 지난 11월 4일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김 부장검사를 검사직에서 해임했다. ● 사망부터 장례까지… 긴 시간 끝에 영면한 故 백남기 농민 지난 6일 고(故) 백남기(사망 당시 69세)씨가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숨진 지 42일 만이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결국 지난 9월 25일 숨을 거뒀다. 백씨가 중태에 빠진 이후 유족과 시민단체는 경찰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백남기 대책위는 백씨의 부상 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백씨가 끝내 사망하자, 검찰과 경찰은 고인의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시신 부검이 필요하다며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을 청구해 논란이 벌어졌다. 대책위는 고인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에 이른 것이 명백하므로 부검이 필요없다고 완강하게 거부했다. 경찰은 지난 10월 23일과 25일 경찰병력 800~1000여명을 투입해 영장 강제 집행을 시도했지만, 유족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유족과 협의 등 조건부로 발부된 부검영장은 집행 시한인 25일까지 집행되지 못하고 종료됐다. 검경은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비로소 고인의 장례 절차가 진행됐다. ● 헌정 첫 피의자 된 현직 대통령…박근혜 게이트와 200만 촛불집회 어쩌면 앞서 소개한 사안들은 결국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거나 ‘한 사람’에게 귀결될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한 사람이 ‘비선실세’ 혹은 ‘상왕’ 최순실(구속기소·60)씨인지 범죄 핵심 피의자로 몰락한 박근혜 대통령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전부터는 물론 최근까지도 공직자나 정치인이 아닌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 였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면서 국민은 허탈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 이라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단 4%를 기록하고 있으며, 1980년대 민주항쟁 이후로는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대규모 민중 집회는 전국 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집회사를 새로 썼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민의 수용이 아닌 검찰 수사 절대 불가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국민과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대국민 사과를 통해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던 박 대통령은 검찰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도 공범”이라고 발표하자 돌연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수요 에세이] 언론사의 대학평가 유감/전호환 부산대 총장

    [수요 에세이] 언론사의 대학평가 유감/전호환 부산대 총장

    지난 토요일 우리 대학 입학 논술시험이 있었다.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입학시험이다. 고사장을 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했다. 생각과 달리 혼자 교문을 들어오는 수험생은 드물었다. 엄마 손을 잡고 오는 사람이 많았다. 시험이 시작되자 교정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고사장 건물을 도는 어머니도 있었다. 문득 최근 불거진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이 떠올랐다. 당사자는 고 3때 학교를 한 달 만 다니고도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수험생과 학부모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고사장 옆에서 기도하고 있는 어머니들의 간절한 눈빛이 불공정한 평가에 대한 분노와 허탈감으로 느껴졌다. 세계 경제 저성장과 맞물려 우리나라 경제 추락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10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체 실업자의 44.5%가 대졸자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수년 내 우리나라 대학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한다. 대학이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대학 행·재정은 학생 유치에 편중되고 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투자는 뒷전인 대학이 많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국내 주요 언론사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대학을 평가하고 그 순위를 대대적으로 발표한다. 대학 종합 순위는 수험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현실적 기준이 된다. 불과 1∼2점 차로 순위가 뒤바뀌는 대학 서열에 의미가 있을까. 전공이나 학과의 미래와 함께 대학의 교육이념이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함에도 말이다. 안민석 국회의원의 분석에 의하면, 2015년 전국 4년제 대학 재적학생의 3명 중 1명이 휴학생이다. 진로와 취업 고민으로 휴학이나 자퇴, 전과를 하거나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많은 탓이다. 신중하지 못한 대학 선택이 청년실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통계다. 언론사 대학 평가는 정부나 대학이 주도하는 평가와는 다른 점이 있다. 평가의 목적과 결과의 활용에 있어서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다. 공정한 평가에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견현사제(見賢思齊)라는 논어의 구절처럼 평가를 통해 대학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다. 문제는 평가의 잣대 즉 지표의 공정성이다. 특정 대학과 관련 있는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고려대 등 많은 대학 총학생회의 대학 평가 거부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에서 지역거점 국립대학들의 순위는 매년 추락하고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이 상위를 대신한다. 학생들의 서울 선호 현상으로 이들 대학의 경쟁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 국립대학들에 불리한 평가항목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발표된 한 언론사의 대학평가 항목을 보자. 교수 확보율,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 강의 규모는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지표들이다. 국립대학의 교수확보율 증가는 대학 자체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국립대 신규 교수 증원을 동결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임교원 강의담당 비율과 강의 규모에서 또다시 중복 평가를 받는다. 사립대의 경우 재정 절약을 위해 전임교수 5명 중 1명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 증가는 긍정적이나 교육의 질을 높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안민석 의원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평가항목도 수시로 바뀐다. 2015년 42개 평가항목 중에서 올해 9개 항목이 빠졌다. 지역 거점대학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오던 항목들이다. 지역거점 국립대학은 인문·사범·예술대학 등을 가진 종합대학이다. 취업과 창업교육 비율에서 불리한 구조다. 기능적 요소에 민감한 사립대학과 달리 국립대학의 책무는 인문학적 사고와 소양을 갖춘 전인적인 지식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 국립대학은 지역인재 배출과 봉사를 통해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건강한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대학 설립 이념과 철학, 특성화 그리고 ‘지적거점’으로서의 대학의 책무 등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평가는 합리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순기능이어야 한다.
  • [사설] 오늘 5차 촛불집회, 비폭력은 이어져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오늘 제5차 촛불 집회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2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지목된 이후 열리는 탓에 종전 집회와는 또 다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적시됐는데도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고 대면조사를 거부한 까닭에 국민의 분노는 한층 거세다. 더욱이 여야는 다음달 2일이나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별다른 수습책은커녕 집회 때마다 밝힌 “준엄한 목소리를 무겁게 듣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참모들이 청와대 담장 밖의 엄중한 세상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국민이 도리어 의아해할 지경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이 불거져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처음 사과한 지도 1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매일 터져 나오는 의혹에 국민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배신감, 허탈감,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 포인트 떨어진 4%를 기록해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부정평가는 93%로 3% 포인트나 상승했다. 민심은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 검찰의 칼끝은 박 대통령에게 한층 다가섰다. 롯데와 SK 등 대기업의 압수수색 영장에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적시해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즉, 사면과 면세점 재승인 등 현안을 빌미로 재벌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마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버팀목이 돼야 할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고립무원이다. 이번 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역단체들이 3차 집회 때처럼 대거 상경해 합류할 뿐만 아니라 시국선언에 나섰던 교수들, 동맹 휴업을 결의한 대학생들까지 참여할 계획이다. 자발적인 시민들은 집회의 큰 축으로 자리잡았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 주기 위해서다. 집회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듯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진행돼야 한다. 작금의 사태를 뒤엎을 기회를 노리는 세력들에게 빌미를 주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대신 추운 날씨도, 시간의 흐름도 분노한 촛불을 꺼지게 할 수 없음을 확실하게 보여 줌으로써 민심을 받들도록 할 필요가 있다.
  • [문화마당]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첫 직장이었던 언론사부터 문화예술로 밥을 먹고산 지 제법 됐다. 그동안 이 판에서 만난 사람도 많고 개중에 출세의 길을 걷는 사람도 여럿 봤다.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변화상과 사건도 수없이 접했다. 그런데도 ‘문화계 황태자의 농단’으로 요약되는 최근 사건은 그간 경험에 비춰 매우 독특하고 광범위해서 당혹스럽다. “이런 걸 보려고 이 판을 사랑했던가, 자괴감이 든다.” 문화예술이 그렇게 만만했던가! 하루아침에 영문도 모른 채 받아 드려야 하는 이런 자괴감과 상실감, 허탈감은 나뿐만 아닌 것 같다. 작금 문화예술계에 퍼져 있는 ‘증후군’이기도 하다. 대개는 기가 막혀 말문을 닫고 상황을 주시한다지만 감쪽같이 속았다는 배신감에 몸서리치는 이도 적잖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한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show must go on)고. 온갖 간난신고를 겪고 인생이란 쇼가 완성되듯이, 우리의 문화예술계도 이번 일을 계기로 환골탈태한다면 요번에 못 이룬 문화융성쯤은 언젠가 이룰 것이다. 문화융성이 별건가. 배를 두드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문화예술로 밥을 먹고사는 이가 많아지고, 각자 그걸 누리는 ‘저녁 있는 삶’이 있으면 족하다. 그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란 걸 알았지만 기어코 해낼 자산을 우리는 충분히 갖고 있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문화예술계는 지금 겪고 있는 상실감과 좌절감, 모멸감을 빨리 털어버리고 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한다. 워낙 충격파가 커서, 그러려면 몇 가지 재생(再生)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황태자 농단’의 후유증 혹은 변종 바이러스랄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부역자’ 운운하면서 도리어 내부로 적을 돌리는 구태의 반복 기미는 극히 우려스럽다. 하여 단계별 극복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우선 치유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문화예술계는 힐링이 필요하다. 늘 문화예술은 사회적인 치유의 주체로서 인정을 받고 그걸 숙명인 양 여겨 왔다. 헐값의 ‘열정 페이’를 당연시하는 문화 속에서 혹사가 만연하다. 겉은 화려해 보이나 종사자의 내면은 병이 깊다는 이야기다. 문화산업이니 문화융성이니 하면서 이런 풍조는 더욱 강화됐다. 다음은 신뢰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가 문화예술을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신뢰의 붕괴도 문제지만, 문화예술계 내부의 신뢰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사건 연루자를 색출하듯 서로 의심하며 경계하는 풍토가 엿보인다. 얼마 전 누군가로부터 “나는 이번 사건의 네트워크와 관련 없다”는 식의 고백성 문자를 받고 충격을 받았다. 또한 균형이다. 이건 문화정책 차원의 균형감이다. 이번 사건으로 문화예술을 구성하는 두 축, 즉 콘텐츠 분야와 순수 문화예술 분야의 균형감 상실의 부작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화융성을 문화산업과 동일시하면서 기초가 되는 문화예술을 거의 백안시했다. 융성의 본말이 바뀐 탓이다. 그러는 사이 문화콘텐츠산업은 장사치 놀이터가 됐다. 순수 문화예술계의 상실감이 그래서 이리 큰 것이다. 이젠 ‘황태자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다. 그것은 비전을 세우고 새롭게 출발하는 일이다. 정책 주체인 문화체육관광부부터 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속성상 얼른 정상을 찾아야 할 곳이 이곳이다. 그래야 현장은 불안감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쇼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시론] 트럼프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면/김준형 한동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가 대다수 예상을 뒤엎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 많은 변화가 몰려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던 우리 국민은 허탈감에서 벗어나 변화의 방향을 주시해야 할 때다. 트럼프가 기존 한·미 동맹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비판적 언급을 해 왔던 것과 현재 우리 국정 공백의 위기 상황이 겹치면서 우리에겐 큰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 직후 그간의 분열과 선동을 뒤로하고 자세를 낮추며 통합을 외쳤지만 열어 버린 판도라의 상자는 닫을 수 없을지 모른다. 승리한 ‘화난 백인’은 인종차별과 혐오 폭력을 보이고 있다.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세계적 극우 포퓰리즘의 대대적 선전포고처럼 보인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트럼프는 광폭의 통합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정적이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나 마지막까지 비판의 날을 세웠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회동했다. 트럼프가 이들을 만난 것이 엔터테이너의 쇼맨십일지 분열에 대한 치유와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북한의 김정은에 이어 트럼프가 합류하며 민주주의 훼손과 안보 장사꾼의 완전체를 이루어 강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트럼프 내각의 외교안보 라인의 면면을 볼 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고립주의 성향과 함께 갈등을 불사하는 대결주의가 교차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한·미 동맹 중독에 의한 친미 편승으로만 일관한 한국 외교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선거 기간 핵무장 용인론이나 한·미 FTA 재협상 등과 같은 과격한 발언과 달리 한·미 동맹을 중시하겠다고 유화적으로 말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철저하게 국익을 앞세울 미국에 대해 한·미 동맹의 관성에만 의지한 막연한 희망적 사고로는 한국 외교는 실패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제도와 정당정치의 힘이 트럼프의 불예측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트럼프가 ‘백인 민족주의’를 자극해 필마단기로 대통령직을 거머쥐었다는 핵심을 망각한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물론 주한 미군 철수나 핵무장은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협상 레버리지 삼아 한국으로부터 철저하게 이익을 뽑아 내고자 할 것이며, 방위비 분담이나 통상 압박은 우선적으로 실행할 공약이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 준 중하층 백인들의 눈에는 잘사는 한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방위 의존은 징벌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방위비 분담’을 넘어 동북아에서의 미국 이익을 위한 한국의 ‘방위 분담’까지 압박할 수 있다. 또 트럼프의 한반도에 대한 외교는 원칙이나 가치보다 이익과 힘을 앞세우며 매우 거칠어질 것이다. 동맹의 관성만 바라보고 아무런 대미 레버리지가 없는 한국 정부는 이대로 가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대중 봉쇄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한·미·일 군사협력, 대북 강경책 등의 일시적 완화 또는 수정을 가져올 수 있다. 국익을 앞세울 경우 북·미 관계는 의외의 빅딜도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이 중심을 잡고 추진해야 빅딜에서 소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다. 외교 비전문가인 트럼프가 학습하기 전에, 그리고 새 정부가 외교 진용을 갖출 때까지 우리에게 일종의 골든타임이 주어져 있다. 여기서 우리 외교의 공간이 열리게 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주어진 골든타임은 아주 길지도 않다. 문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우리 외교가 마비 상태라는 점이다. 미국 대선의 이변으로 한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공범’ 대통령이 내치에서는 손을 떼는 대신 외치만 맡기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하루빨리 대통령이 퇴진하고 국정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국 외교가 회복될 수 있다.
  • 시국선언문 발표 美대학 유학생들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시국선언문 발표 美대학 유학생들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조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로서 그냥 구경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집회와 시국선언이 외국에 있는 유학생 등 교민 사회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유학생 100여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캠퍼스에 모여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 국문과 영문으로 된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뒤 촛불 점화식과 구호 제창 등을 했다.  시국선언 발표를 이끈 ‘존스홉킨스대 시국선언추진위원회’의 전동현(22·국제관계학)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100만명 촛불집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유학생 10여명이 의기투합해 위원회를 꾸렸고, 시국선언문 초안을 만들어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며 “서명에는 유학생·연구원 등 136명뿐 아니라 교포·외국인 37명도 동참했다. 박 대통령 측에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문으로도 선언문을 만들어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고은(22·의예과)씨는 “졸업 후 돌아가게 될 나의 모국, 나의 터전의 정세를 지켜보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그러던 중 100만명 촛불집회 소식을 접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기 싫어 시국선언에 동참하게 됐다. 지금 대한민국이 얼마나 심각한 시국인지 유학생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액션을 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생활이 8년째인 한규상(21·의예과)씨는 “이번 사건만큼 한국인으로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었나 싶다”며 “우리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근본 없는 작자에 기대어 국가의 중대한 결정들을 맡겨버린 것은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민중현(21·물리학)씨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기밀정보 유출이 이슈가 됐고,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 박 대통령에 반대하는 전국적, 동시다발적 시위가 발생했다. 이 두 가지 공통분모로 인해 이 사태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광화문 집회 등) 질서정연한 시위대의 모습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김다연(19·자유전공)씨는 “유학생으로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절망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절망하고 가슴 아파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하나의 촛불을 더함으로써 고통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으로서 시국선언문 서명에 동참한 티나 이팅 후앙(19·신경학)씨는 “100만명 집회를 비디오로 접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단합된 나라의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생각했고 더 알고 싶어졌다”며 “시국선언식에 참가함으로써 이 일에 대해 더 알 수 있을 것이고, 정치적 문제에 있어 깨어있는 한국 학생들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수도권에 있는 조지워싱턴대와 조지타운대, 메릴랜드대 유학생들도 18일 100여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가를 사유화해 민주국가의 기반을 뒤흔들었다’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미국 대학 유학생들의 시국선언에는 버클리대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이 참여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촛불의 이면엔 허기가 있다/임창용 논설위원

    지난 일요일 아침이었다. 세종로 네거리엔 바쁜 일상의 군상들만 가득했다. 간밤에 넘실대던 100만 촛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북악산을 향해 돌진하던 거대한 함성은 단단한 바위에 부닥쳐 산화하고 만 걸까. 밤새 몰아친 붉은 폭풍의 장엄이 아직 생생한데, 그 흔적은 적막하고 허전했다. 1987년 6월 항쟁 때도 그랬다. 격렬한 시위 다음날 캠퍼스의 아침은 적요했고 우린 늘 무언가에 허기져 있었다. 6월 항쟁은 단순히 박종철·이한열이란 두 젊은이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면엔 박정희 정권 이후 20년 넘게 억눌려온 자유와 민주에 대한 갈망과 허기가 있었다. 두 젊은이는 더는 허기를 참지 못한 민초들의 분노에 불을 댕긴 도화선이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에 불을 댕긴 것은 분명히 국정을 자신의 살림살이인 양 농단한 최순실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엔 지난 4년간 쌓인 부조리와 파탄 지경의 민생이 겹겹이 쌓여 있다. 갈수록 피폐해지는 민생과 끝 모를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삶의 질에 서민들은 이미 탈진 직전에 있다. 촛불은 공정사회에 허기진 민초들의 반란이다. 상식과 합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향한 국민의 갈망을 담고 있다. 한국은 각종 삶의 질 지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34개 국가 중 두 번째로 긴데 임금 불평등은 가장 심하다. 노동생산성도 꼴찌 수준이다. 밤낮으로 죽으라고 일을 해도 벌어들이는 돈은 형편없이 적은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 7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스무 살 김군’의 가방 속 컵라면은 많은 부모의 눈시울을 적셨다. 김군이 불쌍해서라기보다는 불합리에 대한 분노, 공정사회에 대한 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인들의 자살률은 10년 넘게 부동의 1위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이건 나라가 아니다’라는 구호는 지금까지 누적된 모든 부조리를 포괄하고 있다. 이제 민초들은 더이상 이런 부조리와 불공정을 인내하지 않으려는 듯하다.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된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는 60가지 이유’란 콘텐츠는 다소 표현 방식이 거칠기는 해도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 방송뉴스를 캡처해 만든 콘텐츠엔 ‘한국 복지 지출 OECD 꼴찌’,‘“일한 만큼 못 번다”…한국 최하위권’,‘직장인 유급휴가 한국이 꼴찌’,‘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등이 줄줄이 나열돼 있다. 촛불시위에 참가한 부모들은 그 이유를 “이런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없어서”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들은 “열심히 살려고 아등바등하다 허탈감이 너무 커 나왔다”고 했다. “수능이 대순가. 좋은 나라에 사는 게 우선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대입 수험생에게 어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가수 이승환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아 마냥 창피하다”며 히트곡 노랫말을 ‘하야하라 박근혜’로 바꿔 불렀다. 이들이 광화문을 찾은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공정사회에 대한 갈망과 허기로 수렴됐다. 최순실 세력은 지난 4년간 우리 사회에 심화된 부조리현상의 똑 떨어지는 표상과도 같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밤새며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간다는 상식을 간단히 뒤엎어버렸다. 확산 일로의 촛불시위는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 속 상황을 연상케 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 실업자가 폭증하고 빈곤이 전국을 휩쓸던 미국의 대도시는 살풍경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피폐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서부로 이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가 아서 밀러는 이 시절을 “모든 게 다 고갈돼 버린 느낌이었다”고 묘사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좌절의 빛이 떠올랐고, 분노가 알알이 맺혀 포도송이로 영글어갔다. 지난 12일 촛불시위는 ‘고요한 폭풍’ 같았다. 거대했지만 평화로웠다. 하지만 터지기 직전의 포도 알갱이처럼 탱탱하게 영근 분노를 품고 있었다. 누적된 분노는 단순히 최순실 세력이 소탕된다고 해서 가라앉을 거품 같은 게 아니다. 누가 집권하든 새로운 국정의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공정사회,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나라를 위한 패러다임 말이다. sdragon@seoul.co.kr
  • 박근혜 모교 성심여고에 대자보 “선배님은 학교의 교훈을 잊었다”

    박근혜 모교 성심여고에 대자보 “선배님은 학교의 교훈을 잊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4일 성심여고 교정에는 ‘성심여고 재학생’ 명의의 대자보 2장이 붙었다. ‘선배님, 성심의 교훈을 기억하십니까’라는 제목이 붙은 첫 번째 대자보에서는 “뉴스마다 성심의 졸업생이신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보입니다. 그 뉴스들은 후배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뉴스였습니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선배님께 말씀드립니다”라며 운을 뗐다. 해당 대자보는 ‘진실’ ‘정의’ ‘사랑’이라는 학교의 교훈을 들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국민에게 진실을 숨기고 왜곡하고 계십니다. 진실을 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2012년 10월 22일 말씀하신 ‘정의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보여주세요. 현재 선배님께서 행사하고 계신 행동은 정의가 아닙니다. 국민을 사랑으로 안을 자신이 없다면 그 자리는 선배님의 자리가 아닙니다. 사랑 없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지세요”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께’로 시작하는 두 번째 대자보는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을 비판했다. 대자보는 “2012년 대선 당시 내거셨던 슬로건 문구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기억하시나요?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아닌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자보는 “대한민국은 스스로 노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과 돈으로 꿈이 실현되는 사회가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정유라의 특혜와 특례 입학은 일명 ‘금수저’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듯했습니다. 지금도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65만 명의 수험생들을 포함한 전국의 학생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라면서 고교생이 느낀 허탈감을 드러냈다. 대자보는 “저희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국민들이 어디서든 떳떳이 말할 수 있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바라는 것입니다”라면서 “박근혜 대통령님 국민의 소리를 들어주세요. 진실을 밝히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라고 호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패러디 봇물... “내가 이러려고 생방송으로 담화 봤나” (종합)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됐나” 패러디 봇물... “내가 이러려고 생방송으로 담화 봤나” (종합)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사과문에서 언급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는 발언에 각종 패러디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과문에서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가수 이승환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가 이러려고 가수 했나… 팬들 앞에서 요딴 소리?!”라는 글을 적었다. 이승환은 자신의 기획사 건물에 ‘박근혜 하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는 문장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지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네티즌들은 외신에서 이번 사과문을 어떻게 보도할지 주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Creep’ 가사를 인용해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라고 번역해 네티즌들의 추천을 받았다. “내가 이러려고 ○○○를 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인터넷에서 유행어로 번지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내가 이러려고~”로 시작하는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대학생 했나 과제감 들고 괴로워” (대학생) “내가 이러려고 직장인 했나 퇴사감 들고 괴로워”(직장인) 등 네티즌들은 “내가 이러려고~”를 활용해 각 직업군의 비애를 표출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baechu0)는 복잡한 수학 공식 사진을 올려놓고 “이러려고 통계 공부하나”라며 한탄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mmphouse)는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하나도 먹지 못한 고양이 사진을 올리며 “내가 이러려고 고양이가 됐나”라며 고양이의 심경을 표현했다. 유명인이나 최근의 이슈를 패러디한 문구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려고 노트 만들었나”(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내가 이러려고 굿 해줬나”(최순실) 김“내가 이러려고 감독했나”(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배트맨 역을 맡았던 벤 에플렉의 사진에는 한 네티즌이 “내가 이러려고 배트맨 했나”라는 문구를 합성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는 발언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민들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아준 것이지 스스로가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대선 직전 열린 3당 후보 TV 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그래서 제가 대통령을 하려는거 아니에요.”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다 할 것이다”라고 말했던 점을 언급하며 4년만에 말이 완전히 뒤집혔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내가 이러려고 생방송으로 담화를 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라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이꼴 보려고 국민노릇을 했나”와 “그러니까 손 떼라”라는 문구를 박 대통령의 사진에 덧붙여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인맥으로 굴러가는 나라에서/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세종로의 아침] 인맥으로 굴러가는 나라에서/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최순실 파문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그동안 나돌았던 괴이한 풍문들이 사실이었음을 밝혀 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 모두는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이슈의 블랙홀이 돼 모든 뉴스를 덮어 버리는 가운데 문화예술계의 성추문도 어물쩍 꼬리를 감추는 분위기다. 나라가 결딴나려는 상황에서 그게 무슨 뉴스 거리나 되겠으며 덮고 간들 어디가 덧날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나 문화예술계의 성추문이 파급효과나 죄질의 경중만 다를 뿐 권력형 갑을 관계를 악용한 범죄라는 점에서는 매 한가지다. 문화예술계의 지명도 있는 인사들은 대단하게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실력자는 아니지만 그들이 활동하는 세계 안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닌다. 전시회 기획을 하며 작가 선정 권한이 있는 큐레이터도, 대학의 예능계 학과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무명 작가, 작가 지망생 등 이해관계에 있는 여성들에게 이들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다. 그들과 관계가 형성되면 문화계라는 상상계 진입이 가능하고, 반대로 잘못 보이면 그 세계에서 경력을 아예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해도, 어떤 요구를 해 와도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갑을 관계에 따른 성추행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다. 봉건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예술계라고 예외가 될 수 없고,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영혼까지 지녔으니 문제가 생겨도 욕망에 충실했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순수예술 분야는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까닭에 윤리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의 추행이 그동안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낙원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옥이었을 것이다.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할 말은 하는 자존감 있는 세대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용기 있게 증언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은 세상 좁은 줄을 모르고 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파하면서 그간의 사건과 위선적인 행위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가장 순수해야 할 문화예술계마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에 잠식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예술이란 자유로운 의지에서 비롯된 균형 잡힌 관계 속에서 형성될 때에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인데 이런 추악한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이제 어디에서 감동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번 문화예술계의 홍역이 성장통이 되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범죄를 양산한 주범은 실력보다 인맥으로 움직이는 이 사회의 관행이라고 본다. 이는 누구 한 사람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전근대적 상황에서 벗어나고 예술이 예술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질서를 은근히 정상으로 받아들였다면 반성해야 한다. 인맥으로 굴러가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은 더이상 망상이 아니어야 한다. lotus@seoul.c.kr
  • 현직 검사 내부 게시판에 글... “검찰의 칼로 잘못된 정치 치료해야”

    현직 검사가 최순실씨 일가의 국정 농단 파문을 개탄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려 주목받고 있다. 박진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국정 농단 파문을 개탄하는 글을 올렸다. 박 검사는 이 글에서 “검찰의 칼로써 잘못된 정치,관료 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검사는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 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 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이 수년간 견제 없이 자행된 것에 대한 허탈감과 분노도 드러냈다. 그는 “비선 실세가 수년간 여러 공직자를 통해 국정 농단을 자행하면서도, 언론 보도 이전까지 전혀 견제되지 않은 채 더욱 깊숙이 곪아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평등과 정의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청와대, 정부, 대학 등 여러 분야에서 몇몇 분들은 심각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타협, 용인하고 더 나아가 부정에 편승하여 자신의 안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여 더욱 힘이 빠진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어느 정권이든 비선 실세가 존재한다지만 이번처럼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 대통령의 전적 신임을 받아 주무 부처의 우위에 서서 자신과 측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예산 및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주요 정책에 접근하며, 한 사람을 위해 입시 제도를 바꾸고 학사 평가에 대한 부당한 혜택을 받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또 “이번 사태는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비선 실세가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역사를 상당 부분 후퇴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특히 ‘가진 것 없이 순수한 젊은이들과 어렵게 삶을 극복하는 힘없는 서민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조직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그는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방치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라고 반성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소신껏 일할 수 있겠습니까”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소신껏 일할 수 있겠습니까”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은 공직 사회에 허탈감을 넘어 좌절감을 안겼다. 고시 출신 고위직은 물론 일선에서 묵묵히 업무에 매진하는 중·하위직까지 통째로 무기력감에 빠졌다. 이들은 정책 실패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 정권 교체 때마다 단행되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공직 사회를 복지부동으로 몰아넣는다고 지적했다. 업무 성과에 따른 확실한 보상체계와 제대로 된 인사평가 시스템이 정착돼야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공복(公僕)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9급부터 1급까지 무기력에 빠져 경제부처의 국장 A씨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얘기가 나오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당시 4급 실무 공무원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담당한 그는 국가 경제를 생각하면 일부 은행에 공적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훗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보고서에 ‘특혜시비 소지 있음.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지원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이라고 명기했다. 결국 그의 상사는 법정에 섰고 이 문서 덕분에 무죄 방면됐다. 하지만 긴 법정공방 속에서 이미 몸과 마음이 다칠 대로 다친 뒤였다. 자신도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는 A씨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공무원들이 어떻게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털어놓았다. 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는 확실한 면책조항을 보장해줘야 공무원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종시의 한 부처 과장은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몸 보신하는 사람이 조직의 주류가 되는 게 현실”이라며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는데 판단의 합리성과 절차의 정당성은 사라진 채 결과만 놓고 비난하는 지금의 분위기 속에선 아무도 일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가 필요” 사명감 사라진 지 오래 관료들은 ‘최순실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위험 수위로 떨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국정과제로 추진한다고 하면 외부 민간 전문가들조차도 ‘누가 시킨 것이냐’ ‘무슨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 하고 의심부터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빨리 사태를 수습해 국민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관료들만 채근한다고 국정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부처의 다른 국장도 “‘나라가 나를 필요로 한다’, ‘내가 없으면 정부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명감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총리를 중심으로 공무원 사기를 북돋고 분위기를 쇄신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체계·인사 시스템 정착돼야 경제부처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한 7급 공무원은 “창조경제를 내세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추진하라고 했을 때 나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묵묵히 따랐다”며 “그런데 이제는 그럴 자신이 없다”고 길게 한숨 쉬었다. 지방자치단체의 9급 공무원은 “인사권자들이 학연·지연에서 벗어나 능력 위주 인사를 해야 공무원들의 사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경찰서장은 “정권이 바뀌면 고위직은 모두 물갈이되고 이렇게 바뀐 수장은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정권 입맛 맞추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 바뀌어도 유능한 인재는 계속 기용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세종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최순실 검찰 출석…“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최순실 검찰 출석…“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31일 드디어 국민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최씨는 31일 오후 3시쯤 검찰에 출석했다. 최씨는 검찰에 출석하며 “국민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취재진은 포토라인을 설정하고 간략하게 질의응답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들이 최씨를 호위하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취재진과 최씨에 대한 규탄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엉기면서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을 포함한 수많은 인파 속에 묻힌 최씨는 충격을 받은듯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제대로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최씨는 울먹이면서 검찰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검찰청사로 이동했고 순간 잠시 넘어지기도 했으나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아 청사 내로 이끌려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최씨의 왼쪽 신발 한짝이 벗겨지기도 했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최씨가 30일 오전 영국에서 극비리에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의혹의 정점에 선 최씨 소환으로 검찰 수사가 핵심 단계에 진입했다. 이날 조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사유화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등 ‘국정 농단’ 의혹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발판 삼아 대기업들에 8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미르재단과·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게 하고 해당 기금을 사업비로 빼돌려 자신의 딸의 승마 훈련비로 쓰려는 등 사유화하려한 의혹을 받는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측근 고영태(40)씨 등 내부자들의폭로로 최씨가 실제 두 재단 이사진 임명 등 운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 문건을 대량으로 실제로 받아봤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PC에는 연설문 등 200여개 문서가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가 원서 접수 기간이 지나고 나서 획득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을 인정해 정유라씨를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키는 과정에서 최씨가 최경희 전 총장 등 학교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약속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딸과 함께 독일에서 거주해온 최씨가 현지 호텔과 주택을 사고 비덱스포츠, 더블루케이 법인 설립 과정에서 들어간 돈을 옮기면서 외국환거래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는지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횡령부터 탈세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강요, 업무방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등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혐의가 10여개 안팎까지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전날 귀국 직후 변호인을 통해 “수사에 적극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겠다.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최순실 귀국, ‘정치 검찰’ 오명 벗을 마지막 기회다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어제 전격 귀국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 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했던 최씨가 57일 만에 돌아온 것이다. 최씨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에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리는 심정을 표한다”고 전하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씨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가 급진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이 진실을 규명하고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보인다. 당장 어제 귀국한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검찰의 판단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수사에 순서가 있다고 하겠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검찰의 이런 행태를 비판하고 긴급체포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거짓 인터뷰를 한 만큼 증거인멸을 시도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공항에서 긴급체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부인했지만 최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동행했다는 보도 역시 검찰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귀국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던 최씨가 갑작스럽게 귀국한 것부터 석연치가 않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후 국정 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최씨 언론 인터뷰가 보도됐고 27일 최씨의 핵심 측근인 고영태씨가 태국에서 도피 중에 귀국해 검찰에 자진출두했으며 이성한 전 미르 사무총장 역시 28일 자진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야당의 주장대로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권력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하는 시도가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애초 두 재단의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와 최씨의 영향력 행사 여부에서 창조경제를 빙자한 예산 유용 및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개입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도 검찰은 수사에 미적거렸다. 그동안 핵심 측근들은 해외로 도피했고 관련 증거 서류의 상당 부분이 폐기되고 있다는 정황들도 많았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해야 할 증거 확보를 스스로 포기하다시피 했다. 어제 단행한 청와대 인적 쇄신을 계기로 검찰의 최씨 수사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역시 검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점을 남겼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다. 권력의 눈치만 보면서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임무를 소홀히 한 것도 사실이다. 최씨 의혹은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저버리지 말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
  • “도주 소문 사실 아니다… 언론 추적 심해 런던 통해 온 것”

    “도주 소문 사실 아니다… 언론 추적 심해 런던 통해 온 것”

    은거지 고민… 소환일 조율 ‘정윤회 사건’ 맡아 선임한 듯 30일 전격 귀국한 ‘비선 실세’ 최순실(60)씨는 이날 변호인인 이경재(67·사법연수원 4기·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를 통해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면서도 건강 문제로 하루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오늘 오전 최씨를 직접 공항에 마중 나갔다”며 “최씨를 어디에 은거시킬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단두대에 올라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죄가 인정되면 처벌받기 위해 온 것인 만큼, (검찰에서) 오늘 밤에라도 오라면 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씨의 딸 정유라(20)씨는 귀국했나. -오늘 혼자 들어왔다. →최씨는 현재 어디에 있나.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다. →왜 독일이 아니라 영국에서 비행기를 탔나. -(최씨가) 덴마크 등(으로 갔다고) 여러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현지에서 언론 추적이 너무 심해 독일에서 런던으로 가서 온 거다. →사실상 도주하려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온 게 아닌가. -그런 건 아니고 귀국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너무나 큰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돼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런던까지 왜 가서 타고 오겠는가. →검찰로부터 소환 날짜 통보받았나. -현재 검찰 수사팀 간부와 소환 날짜 등을 얘기하고 있다. 본인의 정확한 기억에 따른 진술을 듣기 위해서는 몸을 추스를 여유가 필요하다고 하니 그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소환하면 어떤 경우에도 출석해서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씨가 국민들에게 좌절과 허탈감을 안겨준 데 대해 사과한다고 했는데. -여러 보도 내용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한다는 거다. 자신의 잘못 등에 대해 사죄하는 심정이다. 한편 최씨 사건을 맡은 이 변호사는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원로급’ 변호사다. 1975년 춘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뒤 대검 공안3과장 등을 지낸 ‘공안통’이다. 이 변호사는 최씨 변호인 선임과 관련, “최씨 측으로부터 10월 초 (선임 관련) 직접 전화가 걸려 왔다”면서 “(2014년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맡아 관련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최씨가 나를 선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귀국 기자회견에 검찰 “오늘 소환 안해”…정유라 안 온 듯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 귀국 기자회견에 검찰 “오늘 소환 안해”…정유라 안 온 듯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 씨가 30일 오전 7시 30분 전격 귀국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최순실 씨가 브리티시에어라인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자진 귀국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 역시 이날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기 위해 귀국했다”면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사 담당자에게 최순실 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시차 등으로 매우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최순실 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며 “자신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 드리는 심정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 등에 대해 “법률적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 드리기 적절치 않다. 변호인으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최씨) 불러서 명명백백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씨의 국내 체류 장소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딸 정유라 씨는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늘 당장 최순실 씨를 소환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 하루 정도 여유를 달라는 최씨 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31일 최순실 씨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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