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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장 “핵실험 징후 증거없다”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은 13일 “한·미 양국은 90년대 말부터 함북 길주지역에서 용도 미상의 갱도굴착 징후를 포착하고 관련 동향을 추적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고 원장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 함북 길주 지역 일대에서의 핵실험 준비설 보도와 관련,“아직 핵실험 징후로 파악할 증거는 없다.”면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정보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임종인 의원이 전했다. 고 원장은 이날 외신들이 핵실험 준비설을 보도하고 있는 길주 일대의 최근 동향을 위성사진 판독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길주지역에서 터널 메우기, 관람대 신축 등 핵실험 준비 동향이 포착됐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보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예전에 지하 핵실험을 수직·수평 갱도에서 했고, 인도와 파키스탄도 그렇게 (핵실험을) 했다.”면서 “우리도 계속 (북한을) 관찰하고 있으나 그런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임 의원은 전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문희상 의장도 간담회 참석 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북한 핵실험의 특이징후는 없다. 이는 한·미 양국이 똑같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북한이 수직·수평으로 길주지역에서 90년대 말부터 지하갱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특이하게 변화하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지하갱도 부근에) 10명 정도의 인력과 흙을 파낸 무덤 등이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 원장은 “핵실험을 위해서는 관측소 등 추가시설을 세우고 이를 위해 많은 사람과 물품이 포착돼야 하는데 이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다른 한 정보위원이 전했다. 다만 고 원장은 “길주 지역은 암반지역으로 핵실험 장소로 좋은 환경”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편 고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이 최근 폐연료봉 8000개의 인출 작업을 완료했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핵무기고 증강 주장이 허언이 아니라고 압박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배경을 분석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동북아 균형자론 그 이상과 현실은

    지난달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한 마디로 ‘강대국들끼리의 힘 겨루기를 수수방관하다가는 옛날처럼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우리가 능동적으로 평화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무리가 없다. 이를 놓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는 “항구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에서부터 “국가안보를 담보로 한 과대망상적 모험”이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14일 열린우리당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당정간 조율에 나서기도 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둘러싼 양측 주장의 허실을 비교·분석해 본다. ■ 해법과 반론 동북아 균형자론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얼마간 약소국의 비애를 체감해야 했다. 균형자론을 둘러싼 격렬한 찬반 논쟁은,‘세계 초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하면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고 하는 명제가 여전히 미완의 과제임을 웅변한다. 무섭게 국력을 키워가는 중국,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세계 초강국 미국, 여기에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까지, 지금 동북아의 긴장지수는 상승 일로에 있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처럼 위태로운 지정학적 현황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 화학결합을 하면서 돌출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동북아 균형자론은 99% 노 대통령의 구상으로서 대통령후보 시절부터의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발상과 현실성은 별개 문제다. 낙관과 우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평화애호도 국력… 힘이 전부 아니다” 비판이 제일 먼저 쏠리는 부분은 과연 한국이 세력 균형자 역할을 할 힘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미·일 군사축이 중·러 축과 갈등을 빚을 때 가운데서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들은 ‘세력 균형자’가 아니라 ‘인식과 가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한다.19세기의 영국처럼 국방력에 의존한 균형자가 아니라, 경제력과 문화수준, 그리고 역사상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은 평화 애호국이라는 명분 등 신개념의 연성국력(soft power)으로 균형자 역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판자들은 다시 “가치와 인식의 균형자라는 말은 비현실적인 허언”이라고 공박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럼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의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기존 구도에만 안주하자는 것이냐. 대안이 무엇이냐.”는 반론에는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한미일 협력 훼손땐 국제적 고립 우려” 논쟁은 균형자론이 한·미 동맹을 훼손할 것인지 여부로 이어진다. 비판자들은 “균형자론은 결국 한·미·일 3각 안보협력 체계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결정적인 안보 위기상황에서 자칫 어느 쪽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이에 정부측은 “균형자론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CSCE(유럽안보협력회의)와 같은 다자간 안보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자간 안보체계를 지향한다면서 한·미 동맹의 강도는 불변할 것이란 주장은 궤변이란 비판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균형자론의 측면에서는, 한·미 동맹이 전보다 느슨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논쟁은 균형자론이 결국 국익에 해가 될 것인지 여부로 귀착된다. 정부측은 “국가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현실에서 이런 문제로 미국이 한국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미군이 절대 안떠날 것”이라는 냉전시대식 낙관은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북핵 교착땐 장기표류 가능성 균형자론은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동북아 각국 정상이 직접 만나 회담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단기적 상황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가 1년 가까이 교착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균형자론이 한발짝도 못나가고 있다.”며 “북한이 안 나오니 중국도 머뭇거리고, 러시아도 소극적”이라고 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까지 겹쳐 상황이 악화일로다. 때문에 균형자론이 결국 노 대통령 임기 중에 별다른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장기 표류하는 최악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은 14일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동북아 지역의 협력과 통합을 위한 촉진자”라고 규정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국과의 신뢰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문 위원장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이란 19세기 세력균형을 통해 유럽의 패권을 추구했던 전통적 의미의 균형자론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오히려 ‘평화를 위한’ 균형자론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당시 영국과 같이 동북아 세력균형을 위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력도 없고 세력균형을 주도하거나 우위를 점하려는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힘의 균형’이 아니라 정책의 목표를 ‘평화’에 둔 외교”라는 것이 문 위원장의 부연설명이다. 문 위원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동북아 균형자론’이 진화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즉 ▲한·미동맹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동북아 세력 균형자’에서,▲동북아의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협력과 평화를 만드는 균형자’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도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한편 동북아 국가들과의 ‘사전 협력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상의 배경에는 ‘중국 부상론’을 중심으로 대립과 반목이 강해지는 동북아 질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 문 위원장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현재 중국의 팽창을 세력전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제,“패권국가의 신장속도가 원만해지고 도전국가가 패권국가의 꼬리를 밟는 접점에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불안정 구조를 우려했다. 다음은 일본과 중국의 불안한 관계를 지목했다.“일본이 미국의 힘에 편승하면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미국도 전향적으로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지원하는 등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때문에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 구조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은 불가피하다고 거듭 역설했다. 구혜영 김준석기자 koohy@seoul.co.kr ■ 한·미군사동맹 이상기류 없나 한·미 군사동맹의 ‘이상 기류’로 비춰칠 만한 민감한 문제들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한국인 군무원 감축, 한·중 군사외교 강화, 전시예비물자(WR SA) 프로그램 폐지, 자이툰 부대원 감축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정부는 한·미동맹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펄쩍 뛴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국방부 안광찬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한·미간 군사현안들은 각각의 문제일 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이툰부대원 270명 감축 문제의 경우 우리가 이라크주둔 미군측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한반도 배치 WRSA 프로그램 폐지도 2000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다. 국방부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협상력 제고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안에는 일부 언론이 한·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최근 WRSA 관련 내용을 정부가 은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안보 상업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사안들이 양국간 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부 안에도 균형자론을 다소 불안하게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군 수뇌부 이·취임식 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는 데 군이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지만, 이번에 군문을 떠난 한 수뇌부는 “글쎄, 큰 실수는 없어야 할텐데…걱정이 된다.”며 균형자론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의 경우 아직도 균형자론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처음 만나는 자유(SBS 오후 11시45분)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1999년작. 수전 케이슨의 동명 자서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실제 정신병동 경험이 있는 위노나 라이더의 사실적 연기와,‘툼레이더’ 등을 통해 섹시미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안젤리나 졸리의 눈부신 정신분열 연기가 어우러져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 영화로 2000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외에도 여러 권위있는 영화상을 수상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증상을 겪으며 괴로워하던 수전 케이슨(위노나 라이더)은 두통약을 한 통이나 먹었다가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오해받고,‘경계성 인격장애’라는 특이한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병원에서 거식증, 공상허언증, 조울증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만난 그녀는 8년째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탈출을 일삼는 우두머리 리사 로(안젤리나 졸리)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날 두 사람은 함께 디즈니 월드에 가기로 하고 병원을 탈출한다. 우연히 친구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수전은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인생을 낭비하며 헛되게 살아 왔는지 깨닫게 된다. 또 비록 험난하지만 세상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성실한 자세로 상담에 임한 수전은 1년만에 정신병원을 떠나게 된다.127분. ●똥개(MBC 오후 11시25분) 곽경택 감독의 2003년작. 정우성, 엄지원, 김갑수 주연. 경찰관을 아버지로 둔 지방 소도시의 어리숙하지만 용감한 청년의 이야기. 어딘지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주인공 철민의 별명은 똥개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철민은 자신의 별명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TV 코미디 프로를 보며 키득거리고, 달걀부침을 놓고 아버지와 다투며, 집안 살림을 돌보는 것이 전부다. 시골 경찰서 수사반장인 아버지는 꿈도 없고 희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철민을 구박하며 나무라지만 철민은 주눅들지 않는다. 아버지의 잔소리를 멍한 표정으로 어물쩍 받아넘길 뿐 여전히 빈둥거리며 게으름을 피우는데….101분.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책꽂이]

    ●거짓말하는 애인(가브리엘 마츠네프 지음,조용희 옮김,문학동네 펴냄) 소르본 대학에서 라틴 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스물두살 청년의,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연애담.저자는 저널리스트 출신의 프랑스 중견작가로,남녀간의 사랑과 이면에 숨은 타락한 인간성을 세련된 필치로 묘사했다.작중 주인공의 애인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것인 양 일기장에 적는 습관을 가진 허언증(虛言症) 환자다.8800원. ●나는 노래가 되었다(조태일 지음,신경림 엮음,창비 펴냄) 1999년 타계한 조태일 시인의 5주기 기념 시선집.시인 신경림이 고인이 생전에 발표한 450여편의 시 가운데 115편을 가려뽑았다.평론가 유종호가 “서정적 진실의 일품”이라 격찬한 ‘어머니를 찾아서’를 비롯해 ‘태안사 가는 길 2’‘노을’‘국토’ 연작 등이 실렸다.8500원.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이오덕 지음,보리 펴냄)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대표적 글쓰기 지도서가 재출간됐다.이오덕 선생의 치열한 글쓰기 정신과 지도방법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서사문,감상문,설명문,동시 등 갈래별 글쓰기 요령이 자세히 소개됐다.1만 5000원. ●오일맨(남궁유 글·그림,샘터 펴냄) 은둔자인 기름인간 오일맨을 통해 인생의 가치와 삶의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소년시절 사소한 실수로 온몸이 기름으로 뒤덮인 주인공 오일맨은 고립돼 살아가고,이기적인 마을사람들은 그를 적으로 몰아간다.외로운 현대인의 삶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묘사했다.7500원.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이성복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 이성복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통해 사랑이라는 환상이 생겨나서 사라지는 과정을 짚어본 해설서.각각의 소설을 세가지 소주제로 나눠 분석했다.9500원. ●내 생의 적들(이인휘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활화산’의 작가가 8년만에 국가보안법을 소재로 선보인 소설.어느날 갑자기 국가보안법의 덫에 걸려 24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속수무책으로 뒤틀려 버린 한 청년의 삶을 그렸다.9000원.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8)임자 타리도·재원도의 민어 복달임

    내일이 중복.‘복날 이름값 한다.’더니 엄청나게 덥다.더러는 개고기를 두고 논쟁도 없지 않으나 복날답게 곳곳의 개장국집은 문전성시다.그래도 ‘복날치레’는 빠뜨릴 수 없어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집으로 몰려가는데,정작 민어를 먹겠다는 사람은 씻고 찾아봐도 없다.소문난 개장국집,삼계탕집을 꿰는 사람들이 복날 복달임의 민어풍속은 알지 못하니,이 무슨 망각병인가. 복달임 풍습을 살피자니 서글프고 허전하다.육고기 논쟁이 무성한 지금,선조들이 바닷고기로 즐겼던 복날의 내력이 고스란히 빠진 것 같아서다.복날 바다생선으로는 역시 민어가 으뜸이다.듬직한 민어는 스케일도 예사 고기와 달라 흡사 참치 한 마리에서 수백 개의 통조림이 나오는 격이다. 왜정 때까지만 해도 서울의 대갓집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복날이면 민어와 여기에 필요한 이런저런 재료를 준비해 숲 그늘 냇가로 나갔다.그곳에서 큼직한 민어를 회뜨고,매운탕을 끓이는 모습은 요새 개 한 마리를 여러 명이 추렴해 해치우는 모습에 비견된다.살은 물론이고 내장까지 깔끔하게 손봐 끓여냈다. ●길이 1m·무게 20㎏ 대형 물고기 세종실록지리지(1432)나 여지도서(1771)에 골고루 민어가 등장하는 품세로 미뤄 민어 복달임이 서해안 전체에 고루 분포했던 듯싶다.반면에 동해나 경상도쪽 남해안에서는 민어가 잡히지 않아 이런 기록을 찾기 어렵다.민어는 민어(民魚) 뿐 아니라 민어(魚),면어( 魚),표어(魚)라고도 했다. 빛깔이 등쪽은 회청색,배쪽은 연한 흰빛으로 몸길이가 1m를 넘고 무게도 20㎏에 달하니 바닷고기 치고는 귀골이요,크기도 가히 팔척장신이라고 할 만하다.그러니 ‘민어 한 마리로 수십 명이 요족하게 복달임을 했다.’는 말이 과히 허언은 아닌 셈이다. 민어는 속살이 백색으로,살집이 탄력있어 횟감으로도 그만이다.고급 횟집에서 큼직하게 썰어주는 민어회(사실은 수입 민어겠지만),그 입안 가득 씹히는 맛과 육질은 다른 횟감과 비교하기 어렵다.그만큼 두드러진 격조를 갖춘 덕에 젯상이나 혼례상에도 빠짐없이 오른다.비늘이 두껍고 커서 의례상 차림에 맞춤인 까닭이다.또 말린 민어포는 굴비 못지않게 한국인이 좋아하는 건어물로,백중절 우란분(盂蘭盆)에 조기와 더불어 활용했다.물량이 많지 않아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내로라는 장안 건어물가게의 명색을 가꾸는 커다란 민어포를 상상해 보라. 민어찜의 담백한 풍미 또한 뛰어나 이런저런 찜과는 결코 한 줄에 세울 수 없다.서울에서는 예부터 민어찜을 도미찜보다 한 수 위로 쳤다.민어 살의 기름은 그 양이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아 참조기의 그것과 함께 고급으로 쳤다.게다가 민어 머리의 붉은 껍질과 살이 또한 일미라,어두봉미(魚頭鳳尾)의 전통 식도락 기준에도 딱 들어맞는다. ●‘날껍질에 밥 싸먹는다’ 식담도 국을 끓여도 좋고 구워먹어도 좋다.붉은 껍질은 말려서 튀기거나 날로 밥을 싸먹기도 해 ‘날 껍질에 밥 싸먹는다.’는 식담(食談)까지 생겼다.이같이 민어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버릴 것이 없다.민어 알젓에 저냐,구이,맑은장국과 회는 물론 포와 찌개,국,조림,아가미젓 등등 민어가 연출하는 식탁에서의 변신은 가짓수를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런 민어의 품격을 현장에서 제대로 보자면 역시나 전남 임자도에 딸린 태이도(일명 타리도)와 재원도로 내려갈 일이다.삼복 더위가 기승인 지금이 민어잡이의 절정기다.과거에는 민어의 주산지가 전남 고흥과 완도,무안,신안,영광,전북의 고군산열도,죽도,경기도의 연평열도,평안도의 신미도,대화도,압록강구 등지였으나 지금은 기록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허균은 도문대작(屠門大爵·1827)에서,민어와 조기,반디,낙지,준치 등 서해에서 나는 고기를 ‘천한 어류’로 분류했다.그의 ‘천하다’는 촌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아마도 그만큼 ‘흔했다.’는 말이고,‘널리 퍼진 물고기’란 뜻이지,결코 ‘품격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리라.민어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흔한 물고기였으나 남획으로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민어복달임’ 운운하면 조금은 ‘호사스러운’ 말치레일 수도 있다.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결코 근거없는 호사만도 아니다.개 반 마리 값이면 요새도 민어복달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문제는 먼 남도로 길을 잡아야 해 발품이 든다는 것 뿐. ●오늘날엔 무안 해제반도가 유일한 집산지 전남 무안의 해제반도,그 잘룩한 개미허리를 벗어나면 이내 장암포구에 닿는다.그곳에서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곧장 임자도에 닿고 그곳에서 한참을 달리면 하우리포구가 나온다.하우리는 오늘날 유일하게 민어가 집산되는 곳.일제시대에 이곳은 민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소문난’ 유명세를 치렀다.일본의 나이든 노인들은 지금도 ‘전라도는 몰라도 타리도는 안다.’고 할 정도다. 하우리에서 조금 북쪽에 위치한 타리섬이 바로 민어잡이의 본산이다.섬타리(대태이도)는 타리섬의 큰 섬이며,뭍타리섬(육타리도,육태이도)은 섬타리 동쪽에 있다.섬타리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나 육타리도는 무인도다. 오늘날의 타리도는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절경(無人絶景)이다.모래밭이 드넓고,섬과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 많은 이들이 찾을 법도 한데,일제시대 파시 이후로 ‘막 내린 곳’이 되고 말았다.백사장을 거닐면서 그 옛날 한창 주가를 드높였던 민어파시를 떠올렸다.어디선가 술집 작부들의 젓가락 장단에 실린 신명과 애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알을 낳으려는 민어떼가 몰려들었다.민어떼가 몰려들면 민어 우는 소리로 온 바다가 시끌벅적했다.어부들도 민어를 따라서 전국 곳곳에서 몰려왔으니,민어와 사람이 이곳에서 들끓어 흥청거리는 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것이다.파시란 직역하면 ‘바다의 시장’이니,조용하던 해변이 잠시나마 여름 한철 시장판으로 바뀌는 것이다.옛말에 ‘위도에서 벌어서 타리에 와서 탈탈 털어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집이 번창하고 흥청거렸다.파시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목포-타리도-낙월도-영광을 잇는 여객선과 화물선의 항로가 개설되기도 했다. ●음력 4월부터 7월까지 이어졌던 민어파시 파시는 보통 음력 4월에 시작해 7월말까지 이어졌다.모래 언덕에는 판잣집이나 가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고,색주가가 형성되었다.민어 따라 돈이 몰리고,돈냄새를 맡은 여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한창 성할 때는 400여 호의 가겟집 중 7할이 논다니 기생집이었다.이곳에는 한국 기생은 물론 일본 기생까지 있었는데,재밌는 것은 이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파시는 타리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하우리 바로 건너편 재원도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교통이 불편해 하루에 2번 배편으로 길이 열릴 뿐이지만 돈있는 곳에 파시 들어서는 것은 당연한 일.재원도 포구에서 예미고개를 넘어가면 예미백사장이 나온다.천연의 사구에 아무도 없는 쓸쓸한 해변.고개를 넘는 숲이 너무 깊어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달려든다는 그런 오지다.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험한 길을 헤쳐 겨우겨우 달려가니 반갑게 예미가 길손을 맞는다. 인간의 발자취가 끊긴 이 아름다운 해변도 파시로 흥청거렸다.경기도 고양에서 이곳으로 귀양와 입도주(入島主)가 된 진유걸(陳有傑)의 9세손인 진재언(59·전 어촌계장)의 증언에 따르면,어렸을 때만 해도 제철이 되면 민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예쁜 양산을 받쳐 든 아가씨들도 꽃잎처럼 나풀거리며 예미고개를 넘어 재원포구로 몰려왔다. 말하자면,임자도를 중심으로 이에 딸린 타리섬 일대와 건너편 재원도 일대가 모두 민어 밭이었고,민어파시가 형성되었던 유서깊은 해양문화사의 거점이었던 것. ●부레풀까지 요긴하게 사용… 버릴 데 없는 고기 일제시대에 전라도 민어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고,경기도 민어는 서울 일원에서 소비되었다.타리 민어는 품질면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방망이로 민어포를 두들기면 곧잘 바스러지는 다른 포와 달리 이곳 포는 육질이 솜처럼 부풀어올라 최고의 술안주로 대접받았다.무더운 복중에 시원한 맥주 한 컵,그리고 쪽쪽 찢어낸 민어포를 고추장에 찍어 곁들이는 맛이란! 이곳 파시는 한국전쟁 이후 명맥만 유지하다가 1960년대 초반부터는 민어 대신 부세나 병어잡이로 대신하고 있다.그래도 60∼70년대까지는 재원 파시가 열려 끝물의 노랫자락이 포구를 물안개처럼 떠돌았으나 지금은 아름다운 해변만 남아 노랫가락을 타고 흥청이던 그 옛날 파시의 추억을 전할 뿐이다. 천만다행으로 민어잡이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었다.지금도 이 무렵이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지만 몇 안되는 민어떼가 이곳으로 길을 잡아 민어파시의 유서깊은 역사를 증명해 주고 있다.벗들과 어울려 민어 한 마리를 장만해 우리의 복달임을 즐겨볼 일이다.그리고,아귀처럼 먹는 일에만 골몰하지 말고 주변도 돌아볼 한 번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놓인 값비싼 고가구가 모두 민어의 부레풀로 만든 것들이다.어느덧 화학접착제에 밀려나고 말았지만 ‘이풀 저풀 다 둘러도 민애풀이 따로 없네.’란 노랫가사를 음미하며,천년을 간다는 민어풀의 생명력을 고마워 할 일이다.그래서 부레조차 버리지 않을 정도로 알뜰하게 추려 먹고,우려 먹었던 민어복달임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곁눈질이라도 해볼 일이다.
  • [업그레이드 한국축구] (2)2006년엔 우승이다

    ‘2006년에는 꿈★이 이루어진다.’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02한·일월드컵이 열리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장담했다.히딩크 감독은 예상을 깨고 한국을 4강까지 끌어올려 결코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고질로 지적돼온 학연과 지연,네임 밸류에 의한 선수선발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대표팀을 꾸린 결과였다. 이번 대표팀은 특히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한국축구는 앞으로 더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2004년 아테네올림픽,2006년 독일월드컵도 새 별들을 주축으로 차근차근 준비만 잘한다면 유럽도,남미도 더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평가다. 차두리(22) 이천수(21) 박지성(21) 설기현(23) 등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겁없는 신예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타고난 체력과 성실함으로 편애에 가까운 히딩크 감독의 사랑을 받은 박지성은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확실하게 보은을 했다.그는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윙백,오른쪽 공격수 역할까지 완벽하게 해내 유상철의 뒤를 이을 멀티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드필더 송종국도 포르투갈전에서 세계적인 스타 루이스 피구를 꽁꽁 묶어 무력화시키면서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4강전까지 6경기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며 전·후방을 종횡무진 누벼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차두리는 이탈리아전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선보이고 독일전에서는 빠른 측면돌파를 여러번 성공시키면서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대표팀의 차세대 공격수감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왼쪽 공격을 맡은 설기현도 이탈리아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황선홍의 뒤를 이을 ‘해결사’로 떠올랐고,패기만만한 이천수도 후반전 조커로 주로 기용되며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측면돌파력과 드리블 능력을 한껏 과시하며 차세대 골잡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세계의 어떤 강팀들과 만나도 결코 만만하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유럽의 강호로 꼽히는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함으로써 ‘유럽 공포증’도 단번에 날려버렸다. ‘아시아의 맹주’에서 안주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세계 축구계의 흐름을 좌우할 본류로 등장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2004년 아테네올림픽이나 2006년 독일월드컵의 성적을 예측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지만 분위기만 잘 유지한다면 우승도 못할 게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주도로 4700만 국민이 모두 한국팀 후원자가 되면서 축구가 국민스포츠로 급부상한 점도 이같은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체계적인 선수관리와 유·소년층을 대상으로 축구 저변을 넓혀 간다면 한국축구는 머지않아 세계 정상권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수기자 sskim@
  • 한나라당 후보등록 이모저모/ 김홍신 “”경선출마 포기””밝혀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이 5일 후보등록 신청을 마침에 따라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후보등록= 이회창(李會昌)·최병렬(崔秉烈) 후보는 이날오전 등록서류를 제출하고 기탁금을 완납했다.그러나 이부영(李富榮),이상희(李祥羲) 후보는 서류만 내고 기탁금은6일과 8일까지 납부하기로 했다. 당은 기탁금 미납자가 발생할 것 등에 대비,후보 기호추첨을 오는 8일 하기로 했다.아울러 박근혜(朴槿惠) 의원의 복당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등록도 8일까지로 늦췄다. ◆각개 약진 시작= 이회창 후보는 서울 은평구 물빛공원에서 나무를 심은 뒤 근처 재래시장을 한바퀴 돌며 상인들과 악수를 하는 등 오랜만에 일반인과 ‘스킨십’을 가졌다. 이어 여의도 경선사무실에서 참모들과 전략을 숙의하고 언론 인터뷰와 TV토론 대책을 논의했다. 이부영 후보는 강원룡(姜元龍)·박형규(朴炯圭) 목사 등을 만나 출마경위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또 강동구천호동 해공공원과 여의도에서 식목행사와 꽃씨 나눠주기를 한 뒤 저녁에는 강동구 길동 자택으로 출입기자들을 초청,집들이를 했다. 최병렬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마치자 마자 바로첫 경선지인 인천으로 달려가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의욕’을 보였다. ◆김홍신 출마포기= 경선출마 의사를 내비쳤던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후보등록을 포기하고,기탁금으로 준비했던 5000만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온종일 외부와의 연락을 끊어 거취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던 김 의원은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자청,“능력과 준비 부족을 절감,경선을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허언(虛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의 일부라도 국민과 사회에 갚는 의미에서 경선자금으로 쓰려던 자금 중 5000만원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어린이와 인도 빈민을 돕는 단체인 ‘정토회’에 2000만원,아동복지단체인 ‘아이들과 미래’와 장애인단체 1곳,모교인 건국대에 각각 1000만원씩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기자
  • 분단사상 첫 남북 서신교환

    남북한은 15일 판문점에서 적십자 연락관 접촉을 갖고 분단사상 처음으로 이산가족들의 서신 300통씩 600통을 교환했다. 북측이 남으로 보낸 서신 300통 가운데는 국군포로 손윤모씨(68·함남)가 동생 손상모씨(65·경남 사천) 등 가족에게보낸 편지가 들어있다. 김민하(金玟河)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형 김성하씨(75·함남 단천시)가 김 부의장과 어머니박명란씨(100)에게 편지도 있다. 남측에서 서신을 보낸 이산가족중 최고령자는 1차 생사·주소 확인대상자였던 107세의 허언년 할머니(경기도 화성군)로 남포시에 사는 아들 윤창섭씨(70)에게 남측 가족의 소식과 사진을 보냈다.이후덕씨(77·서울 노원구 중계2동)는69년 피랍된 대한항공 여승무원인 딸 성경희씨(55)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날 일부 이산가족들은 대한적십자사에 나와 직접 편지를 받아갔으며, 나머지는 16일 남측 가족에게 우편으로 발송된다.문의 (02)3705-3705이석우 전경하기자 swlee@
  • 李총재,정치대혁신 5대개혁 제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6일 “정쟁을 끝내고 미래지향적 정치로 나아가려면 제도화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며 부정부패,정경유착,정치보복,지역차별,부정선거 추방 등을 5대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이총재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금 우리는 경제·민생·교육·외교·대북문제 등 모든 국정 핵심분야가 심각한 위기에빠져 있다”고 진단한 뒤 “특히 정치개혁의 제도화를 위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혁신적으로 개정하고 부정부패방지법과 정치보복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총재는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 답방과 관련,“남북관계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7년 만에 갑자기 시작된 것은 명백히 정당성을 결여한 언론탄압”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2월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허언(虛言)은 그만두고 현대그룹 하나만이라도 시장이 믿을 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대우비자금사건에 대해 언급,“99년 8월 수십조원의 분식회계 사실을 확인하고도 법을 집행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나서는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이총재는 “교육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6% 수준으로 확충,공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며 “특히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에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하고 정부는 입시부정만을 철저히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북측가족 생사확인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

    *“만나기 전엔 눈 못 감아”. ●“외아들을 만나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어머니의 한이 이제 풀리는 것 같아요” 북측 가족 생존 확인 신청자 가운데 최고령인 허언년(106·경기도화성군 송산면 독지리)할머니의 세 딸은 1·4후퇴 직후 헤어진 오빠(윤창섭·72)가 북한에 홀로 살아 있다는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50여년 동안 한을 삭여온 허 할머니는 정작 간간이 미소만띨 뿐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외아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병이 된탓인지 몇년 전부터 귀가 들리지 않다 지난해부터는 치매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 큰딸 정섭씨(69)는 “당초 29일 밤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오빠는 사망했고 그 아들이 북한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30일 아침 다시 오빠가 살아 있다는 통보를 받아 두배로 기쁘다”고 말했다. ●“죽기 전에 큰딸을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습니다”서송명(徐松明·101·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할머니는 평양에 맏딸(현성애·74)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큰 목소리로 또렷하게 “하루 빨리만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막내아들 성찬씨(54)의 의정부 집에모인 큰아들 성섭씨(80) 등 가족들은 “어머니는 도라전망대를 자주찾아가 북녘의 딸을 그리며 통곡했었다”며 모녀 상봉을 간절히 기원했다. ●김강녀(101·의정부시 의정부2동) 할머니는 49년 인민군으로 징병돼 헤어진 큰아들(전기식·72)이 지난해 사망했다는 소식에 “아들을만나려 50년을 기다렸는데 먼저 가다니…”라며 통곡했다. ●“저 산만 넘으면 지척거리라는 개성에 광자가 살고 있다는데…” 30일 막내딸 현광희씨(59·본명 현광자)가 판문점 부근인 개성시 판문군 동창리에 살고 있다는 적십자사의 연락을 받은 이갑복(李甲福·88·서울 영등포구 양평동)할머니는 딸의 모습을 그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6·25 직후 남편(현기호씨)과 둘째딸이 서울 보광동에서 포격으로 사망했을 때에도 광자씨는 살아 남았다며 “살아서 만날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며 말했다. 1950년 9·28 수복 직후 개성의 시어머니에게 광자씨를 맡긴 것이 50년간의 긴 이별 길이 됐다. 이씨는 2차 이산가족 상봉 교환때엔 300명 후보자에 들었다가 추첨에서 탈락,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상심했었다고 아들 현동욱(玄東旭·54)씨는 귀띔한다. 6·25로 남편과 둘째딸을 잃고 동욱씨,큰딸 해순씨를 키우며 어렵게살아온 이 할머니는 50년 동안 광자씨를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허리는 굽었어도 철조망을 넘어 개성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이할머니는 상봉 대상자가 아니어서 재회의 날은 기약없지만 “딸을 만나기 전에는 죽지 않겠다”고 북녘 하늘을 올려다봤다. 화성 김병철기자·의정부 한만교기자·이석우기자
  • 부시·양당 선거제도 개혁 합의

    [워싱턴 연합]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플로리다주 재개표 논란에 자극받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ㆍ민주 양당 지도자들은 24일 선거제도 개혁에 합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5일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양당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비형 투표용지와 부재자 투표,일부 투표부정 사례 등에 우려를 표시하며 제기됐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국민들이 행정부가 국가를 위해 입법부와 협조할 것이라는 약속을 깨닫기를 바란다”면서 “그것은 결코 허언이아니며,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 간부들도 대선 투표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사흘동안 실시해 주별로 다른 투표 마감시간을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민주당 의원들은 또 펀치 카드식 투표방식을 없애전국적으로 표준화된 투표방식을 도입하자고 촉구했다. 양당은 이에 따라 곧 선거제도 개혁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당)이 밝혔다.이 위원회는 향후 6∼8개월 안에 개혁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해스터트 의장은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선거 당시 강조했던 6개 원칙과 거리가 먼 것으로,아직 선거 결과에 회의를 품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국내 발매

    73세의 이브라임 페레.깊게 패인 주름살이 세월의 무게를 함축하는그가 노래를 부른다.사교댄스클럽에서 태어나 어릴 적 부모를 잃고클럽에서 허드렛일하며 노래실력을 갈고 닦은 그의 노래는 느릿한 기타음과 카리브 해변을 닮아있다.신앙같은 경건함.그에겐 음악은 돈이나 사업,재능이 아니라 하나의 종교일 따름이다. 반대편.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오마라 포르토운도(70)역시 세월의 더께를 감출 수 없기는 마찬가지.둘은 지그시 서로의 눈동자를 쳐다보며 노래하고 카메라는 360도 회전하며 둘의 ‘대화’를담는다. 우리에게 ‘베를린천사의 시’란 영화로 친숙한 독일의 빔 벤더스가97년 만든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란 다큐필름의 한 장면. ‘파리 텍사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벤더스와 월드뮤직의 대부라이 쿠더의 의기투합.40년대 이후 쿠바 대중음악계에 스타의 산실로자리매김된 ‘환영받는 사교클럽’에서 활약했던 거장들의 녹음과정과 인터뷰, 카네기홀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실황 등을 100분에담았다. 올해로 93세인 콤파이 세군도를 비롯한 이들 거장들의 연주CD가 최근국내에서도 발매돼 영어권 음악에 길들여져왔던 우리 입맛을 반성케하고 있다. 쿠바의 대중음악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듯 싶다. 소문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부터 들려왔다. 지난 1월 도쿄에서 이 영화가 상영되자 도쿄 팝차트의 정상은 물론비영어권 음반으로는 드물게 20만장이 팔리리는 기염을 토했다.8월말공연티킷은 발매 30분만에 총 5회 공연분량이 매진되는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이 앨범의 전세계 판매량은 200만장.우리나라에선 지난 5월 전주 국제영화제때 공개돼 적지않은 음악 애호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회자됐다. 당초 아프리카와 쿠바 기타리스트의 합동작업을 기록하자는 취지로기획됐으나 월드 서킷 레이블과 쿠더의 협의하에 이 클럽에 소속된아티스트들을 기록하기로 궤도수정했다.영화 초반 아바나 뒷골목의노인들은 클럽의 위치를 기억하려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21번가였던가 31번가였던가.”현지인에게도 잊혀졌던 그들의 음악을 쿠더가되찾아 돌려준 것은 어떤 아이러니로도 읽힌다. 최고령자 세군도는 낮에는 담배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바에 나가 당대 뮤지션들과 실력을 겨뤘다.쿠더는 “단연코 그는 이 음반의 중심이며 최상의 노래들과 이것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 지를 모두 알고있다”고 극찬했다.쿠더는 81세인 루벤 곤살레스에 대해서도 “내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피아노 연주인.쿠바음악과 셀로니어스 뭉크를 넘나든다”고 칭찬했다. 쿠바의 에디뜨 피아프로 칭송받는 포르토운도 역시 우연히 스튜디오에 놀러왔다가 쿠더의 제안으로 갑자기 무대에 올랐다. 50년대 스타로 떴다가 무대에서 사라졌던 페레도 길거리를 떠돌다 쿠더에 이끌려 녹음에 참여했고 뜻하지 않은 대히트로 그래미상 후보에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이들의 노래는 카리브해를 닮은 듯 느릿하고 유장한 라틴리듬에 삶의애환을 묵묵히 담아내는 서정적인 멜로디들을 풀어헤치고 있다. 이들이 연주하는 장면을 보면 감동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데 있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래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그렇기에 감동의깊이는 헤아릴 수없이 깊고 그윽하다.즐겁게 녹음했기에 6일만에 끝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시사하는바가 적지 않다. 아바나의 도시음악과 산티아고의 컨츄리음악까지,1869년 작곡된 ‘라바야메사’부터 세군도의 최근작 ‘찬 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즐겁고 편안한 감상을 보장한다.우열을 가린다는 말조차 꺼내기 부끄러울 정도.올해 발매된 앨범 가운데 최고라해도 허언(虛言)은 결코아닐 것이다. 10월 부산 국제영화제때 밴더스의 내한에 발맞춰 재상연이 계획돼 있다.문의 (02)747-7782[임병선기자]
  • 돌반지 아닌 거북이·황소가 나와야(박갑천 칼럼)

    임진왜란때 의병장 가운데 한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온 붉은 갑옷장수’라불린 곽재우이다. 그에 대해서는 유성용도 [징비록]에서 “적과 여러번 싸웠는데 적들이 두려워했다”면서 찬양한다. 의령에서 일어난 그는 우선 하인들부터 의병으로 삼는다. 그러면서 군량미로 곳간을 털고 있는 재산은 전비로. 한데 그의 자형 허언심은 갑부면서도 을밋을밋 도와주려 하지않았다. 곽재우는 나라가 위급한 터에 자기재물만 아끼는 것은 ‘역적의 짓’이라면서 다그쳤으나 허사였다. 화가나서 나오던 곽장군은 마당에서 놀던 어린생질의 손을 끌고 나간다.놀라 쫓아나온 허언심이 왜그러느냐고 묻는다. 곽망우당왈­“먼저 역적의 자식부터 죽여 다른사람의 본보기로 삼고자 하오”. 이에놀란 허언심은 하인과 재물을 내놓았다([홍의장군곽망우당]). 4백년전의 허언심같은 사람은 어느시대 어느곳에고 있다. IMF한파속에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서도 그런사람들은 얼마든지 본다. 그들은 온겨레가 나서서 벌이는 달러모으기운동 아랑곳없이 뭉치달러를 장롱속에 더깊이 깊이묻는 ‘큰손’들이다. 금모으기도 그렇다.돌반지 열개 스무개가 송아지 거북이 하나를 어찌 당하겠는가. 한데 송아지 거북이는 가물에 콩나듯 성깃하다. 아니,내놓긴 커녕 이판에 한몫 챙기자면서 사잰다는것 아니던가. 이런 일부 가진자를 두고 예수께서도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마태복음19­23·24)고 했던것일까. 이 어려움속에서도 가진자들은 오른 이자따라 앉아 이익보고 있음을 모두들 안다.그 러므로 그들의장롱속 금덩이라도 나오는걸 금이빨 가져나온 서민들은 보고싶어한다. [일사유사]에 쓰여있는 해학가 정수동의 일화하나. 여러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이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는데로 말머리가 미쳤다. 누구는 호랑이라 했고 누구는 양반이라 했다. 이에 정수동이 입을 연다. “그렇담 호랑이를 탄 양반이 가장 무섭겠군”. 여기서의 ‘양반’은 오늘의 권세가이면서 부자다. 욕심많고 부도덕한데다가 호랑이등까지 탔으니 그 무소불위의횡포가 어떠하겠는가. 예나 이제나 그런 부류의 이기주의는 분별력에서 어둡다. ‘오늘의 허언심’으로는 되지들 말자. 힘을 모으자. 힘을 합칠때 ‘1+1’은 3도 4도 되는법 아니던가.
  • ‘뉴 DJ’10일(사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후 지금까지 보인 행보는 차기 정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한 것 같다.김당선자는 ‘준비된 대통령’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선거구호가 결코 허언이 아니었구나 하는 인식과 신뢰감을 국민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당선자가 당선의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당면한 외환위기의 타개에 뛰어들어 지도력의 공백을 메우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그는 IMF 및 미국과의 협상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위기 해소의 돌파구를 연 뒤 경제단체·노동계를 상대로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국난극복을 위한 국력결집에 앞장서고 있다. 대선 패배자인 한나라당의 이회창,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를 당사로 찾아가 위로하며 협조를 구한 것도 보기가 좋았다.바로 그런 것이 화합이 아니겠는가.또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한 청와대비서실의 축소 계획 발표라든가 비서실 진용의 사전인선 방침 등은 ‘예측가능한 정치’를 예고하는 긍정적 변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당선자가 안기부와 국방부의 업무를 보고받고 행한 ‘뜻밖의 유화 발언’은 음미할만 하다.그의 경륜과 노련미를 읽게 하는 이러한 발언들이 정권교체에 따른 공직사회의 불안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은 분명하다.비상경제대책위와 정권인수위 구성에서 선보인 인사 솜씨도 주목할만 하다.구정권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이 인선을 두고 “신선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지만 과도기적 혼란이나 시행착오를 불식하자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김당선자처럼 온갖 시비에 시달려온 처지에서는 이런 보수적 포석이 바로 ‘안정 추구’로 이해되기를 바랐을 법하다. 취임도 하지 않은 ‘차기 대통령’의 역량을 벌써부터 평가한다는 것은 성급한 일일지 모른다.그러나 지난 열흘간 김당선자가 발휘한 투철한 책임감과 위기관리 역량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다시 보게 만들고 ‘뉴 DJ’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것은 부인 못할 사실일 것이다.
  • “하시모토 「위안부 사죄」는 허언”

    ◎일 아사히 신문,서한 정면반박 사설/도의만 강조… 국가보상 않으려는 얄팍한 속셈 일본 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낭) 총리는 종군위안부 문제를 민간기금과 내용이 모호한 「사과」 편지로 슬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아사히신문은 총리서한과 관련,16일 「총리는 누구에게 사과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서한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다음은 사설 요지. 하시모토 총리의 종군위안부에 대한 「사과편지」가 공표됐다. 『이른바 종군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아래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깊이 훼손한 문제입니다』,『심신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힙니다』 편지에는 「사과와 반성」,「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2번 나온다.「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라는 문구도 있다.정부로서는 최대한의 정성으로 성의와 반성을 보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문면에서 떠오르는 것은 사과와 반성의 성실한 뜻이 아니라 「국가보상」에의 길을 열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인 주도면밀함이다.「도의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좋다.그러나 문제는 국가로서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는 주장을 뒤집어 놓은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확고한 역사인식에 서서 피해자에 사죄하기 보다 재판 등에의 배려를 우선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의 근본에 있는 침략전쟁과 식민지지배에는 언급하지 않은 채 「여성의 명예와 존엄」을 강조한 자세에도 그 의도가 엿보인다.똑같이 국가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구식민지 출신의 군인·군속에의 대응 등 다른 전후처리 문제에 파급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93년 당시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관방장관은 위안부의 모집 등에 강제적 요소가 있다고 인정했다.총리의 편지에는 여기에 언급하지 않았다.필리핀에서는 종군위안부 3명에게 총리의 편지와 일시금이 전달되는 식이 열렸다.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한국과 대만의 위안부가 「위로금」의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일부 위안부에 지급을 선행함으로써 지원단체를 포함한 관계자의 사이에 골이 더 깊어져 사태가 한층 악화될것으로 예상된다. 밖을 향해서는 실질적인 개인보상이라는 듯이 설명하고 국내에서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되풀이하고 있다.이는 모처럼의 지출의 의미를 잃게 만들고 있다.
  • 비엔날레초/신경호 화가·전남대교수(굄돌)

    속절없이 또 오월이 지나갔다.우리는 그대로 무위인채,세월은 강이다.그리고 아직도 광주는 떠도는 섬이다.얼마나 많은 허언끝에 그대들은 화해의 올가미를 덫놓고 정치한 부아만 돋우고 자빠졌는가,이녁의 입으로 무엇을 왜 용서하자든가 말하여 주시게. 미륵정토 세상이 오면 긴긴 잠 깨시고 벌떡 일어난다는 돌부처 한 쌍 그 천불천탑의 운주사에서 「대갈통이 없는 아득한 포시」를 밑고 끝도 없이 그려대다가 아,이도 부처님 뜻인갑다.그 한 삭아내리더니 외로운 섬은 내 안에서 화엄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무애의 빈 터가 뻥 뚫렸다.세상 돌아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돼버린 것을 그대들이야 어찌 알랴만은,온통 지자제선거판에 넋빠져 있는데 느닷없이 작년말부터 광주비엔날레를 한다고 정신없다.아뿔사 그것도 비엔날레 개막일 코앞에서 「5·18」공소시효가 끝장나는,역사에 맡기자던 선견지명이로구나.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니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않는다는 것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겠다.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초유의 국제적미술제가 진행되는 바람에 개최지의 프리미엄 딱지까지 붙여 영락없이 미운놈 떡 하나 더 준 꼴로 정녕 팔자에 없을 비엔날레 출품작가로 선정되었다.고맙기도 해라.이렇게 쉽게 순치되는 것이구나.어찌되었거나 나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내 밥상이 아닌듯 하여 챙피하다.그러므로 이 뜨거운 후안무치를 배반의 칼로 벗기려한다.우리시대의 삶을 관통해온 역천의 칼로 싹둑 썰어버리고자 한다.그러므로 올 가을에는 그대들 모두 광주비엔날레로 오라.낯짝 생긴대로 오라,그러나 빛으로 오라! 화엄 광주는 빛이 모이는 곳,광주사람들은 전부가 하나하나 형형색색의 발광하는 빛이거니와 더럽고 냄새나는 어둠의 빛은 정재식칼로 단죄하리라.일찍이 광주는 빛이 모이는 마을이었으므로.
  • 여의도 섣부른 개발안된다(사설)

    서울시가 무엇때문에 여의도 광장개발을 조급하게 들고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23일 하오 서울 세종문화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있었던 여의도 재정비 및 광장 시민공원화 계획에 대한 공청회장에는 이미 광장을 3개 부분으로 나누어 공원으로 꾸미며 지상에 거대한 랜드마크 타워 등 시설물을 설치하고 지하를 4층까지 개발하는 계획이 소개됐다.토론에 앞서 계획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슬라이드와 인쇄물로 된 개발계획을 접한 토론회 참가 시민들 모두 성급한 조감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여의도 광장 11만4천평은 여의도 도시계획 면적 87만평 가운데 지금 유일하게 남아있는 시유지이자 서울시민의 유일한 공유 공간이다.평일에도 놀이 운동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휴일에는 서울시 일원 전 시민의 위락공간 역할을 해오고 있다.도시 공원이 절대 부족한 서울에서 시멘트바닥 그대로이나마 여유롭게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휴일 이용인구가 6,7만명선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또 서울에서 시민 모두가 대량모임을 가질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시청앞 광장이 광장기능을 잃은지 오래고 주변 자연녹지를 모두 고층아파트단지로 잠식당한 서울에서 대도시 광장기능을 해오고 있는 곳은 그나마 이곳 뿐이다.서울같은 거대도시에 이만한 광장 하나는 최소한 유지돼야 한다.그리고 여의도 광장은 또하나의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아직 남북이 엄연히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사시 다각도로 쓰일수 있는 도심 무시설 거대 공간확보는 절대 필요하다. 여의도는 원래 장래 용지로 남겨두었어야 하는 땅이었다.68년 개발당시 서울시도 충분한 자연녹지 확보로 도심의 공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상주인구 1천만명이 넘는 거대도시에 대기를 정화시키고 시민이 숲속에 싸여 휴식할 수 있는 수목공원은 필수적인 도시요건이다.아일랜드의 더블린시가 인구 56만인 데도 도심에 더블린의 폐라고 자랑하는 거대공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서울시 관계자들도 자주 예를 들고 있는 한 선례이다.서울시청을 옮긴다고 몇번이나 허언하며 땅팔기 바빴던 서울시가 이제 그나마 남아 있는 광장과 그옆 안보전시관터마저 시민의 여유 공간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발상은 용납될수 없다. 여의도는 또 한강수계와 서해에 닿아있는 중요지점이다.남북 문제가 해결되고 통일된 서울에서는 그 위치역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곳이다.지금의 단견으로 섣불리 손대려 하지말아야 한다.어떤 개발계획도 지금 확정해서는 안된다.나무심어 푸르름을 가꾸는 외에 손대지말고 미래부분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 내사종결의 뒷맛/손성진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성역없는 수사」라는 말은 귀에 익은 말이다.그러나 검찰이 이 약효떨어진 말을 문민정부시대를 맞아 새로이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진실로 검찰이 거듭나기 위한 자성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비록 낡은 말이지만 신선감을 느꼈다. 그러나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이원조전의원을 최근 검찰이 내사종결한 사실을 보노라면 이 말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안영모 전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5년형을 선고받은 김종인 전의원과는 달리 이씨의 혐의는 밝혀진 바가 없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결과 혐의를 입증할만한 혐의나 증거가 없고 본인이 해외도피 중이어서 수사를 더 이상 진행시킬 수 없어 일단 수사를 종결하고 새로운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언제라도 수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 시중에 떠도는 소문은 이씨가 5공화국시절부터 「금융가의 황태자」로 군림하며 여러 갈래의 돈줄을 쥐고 있었고 정치·선거자금의 공급책임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것이다. 서슬 퍼렇던 5공비리수사 때도 이씨만 유독 수사의 칼날을 비켜갔다는 사실도 이 소문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런 이씨가 새정부 들어서도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또 금융가의 비리에 휘말렸는데도 수사망을 비켜간다면 그에 대한 의구심은 검찰이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 안전동화은행장의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때인 지난 5월 이씨가 일본으로 허겁지겁 달아난 사실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으로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시인한 것 아닌가. 검찰도 당시에는 이씨의 혐의를 어느정도 찾아낸듯 했고 그런 말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사람들을 납득시키기는 커녕 의혹을 더해준다. 외부의 압력으로 수사에서 손뗀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이 최근 표명한 「정치적중립」은 허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의혹을 벗는 길은 재수사 착수와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씨를 귀국시켜 조사하는 길 뿐이다. 지금 검찰이 해야할 일은 시대정신에 투철하면서 「성역없는 수사」를 실천하는 개혁이념을 확산시키는 일이다.
  • 낙선보다 부끄러운 것은(박갑천칼럼)

    한자의 「믿을 신」자가 「사람(인)의 말(언)」로써 이루어져 있는 점이 의미깊다.「사람의 말」에는 믿음이 실려있어야 함을 시사하기 때문이다.입이 뚫렸다 하여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 뱉어 내는 것을 「사람의 말」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진다.사람다운 품위를 잃은 말이 「사람의 말」이어서도 안되겠지만 더구나 실현도 못할 허언을 「사람의 말」이라 할수도 없다.하건만 사람들은 「사람의 말」로 「믿음」을 심지 못하면서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왜 그런가.눈앞의 곶감 먹을 욕심 때문이다. 곶감부터 먹고 봐야겠다는 욕망에 눈이 어두워지면서 뒤탈도 생각하지 않는다.아니,않기로 작정한다.「용재총화」(용재총화‥권4)에 있는 홍재추 얘기도 그런 인생의 기미를 말해 주는 일화이다. 그가 아직 현달하지 못했을 때 길을 가다가 비를 만나 굴속으로 들어가 피한다.거기에 열일고여덟쯤 돼보이는 여승이 있었다.그 여승과 정을 통한 그는 아무달 아무날에 자기 집으로 맞아들일 것을 약조하다.믿은 여승은 그가 끝내 안나타나자 병들어 죽는다.홍공이 나중에남방의 절도사가 되어 진영에 있는데 도마뱀이 그의 이불 위를 기어간다.잡아 죽였더니 다음날엔 뱀이 들어온다.죽이고 죽여도 뱀은 연일 기어 들어온다.올 때마다 더 커져서.마침내 그는 구렁이를 함속에 넣고 기르면서 변방을 순회할 때도 짊어지고 다닌다.그러다가 정신이 쇠약해져서 그도 죽는다. 별로 분명하지도 않은 이 얘기를 성용재는 왜 쓰고 있는가.장부가 한번 한 말이 얼마나 무거워야 하는가를 말하고자 하는데에 뜻이 있었던 것 아닐까.옛사람들은 이렇게 기회 있을 때마다 언행일치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그런 사람이고자 노력했다.가령,저 양광의 생육신 매월당 김시습도 그런 말을 한다.추강 남효온(추강 남효온)에게 쓴 편지에서 『…항상 말과 행실을 조심하여 언행이 어긋나지 않게 일생을 마치려 하니…』하고.그 편지는 술 끊는다는 뜻까지 포함했던 것인데 과연 그뒤로 언행이 일치했던 것인지 어떤지. 엊그제의 외신은 미국 영어교사 전국위원회가 부시 대통령에게 「일구이언최고상」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무기확산 종식 약속을 어기고 미국을 중동지역 최대 무기 장사꾼으로 부상시켰다는 것,대통령후보지명 때는 모든 어린이가 자유롭게 공·사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했으나 거짓으로 되었다… 등등이 수상 이유.낙선의 상심위에 언행이 일치하지 못했대서 받는 수치스러운 상이다. 갖가지 공약이 귓전을 때리는 우리의 대통령 선거전.개중에는 눈앞의 곶감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듯한 내용도 있다.낙선보다 부끄러운 것은 당선후의 언행불일치로 일구이언상을 받는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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