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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내심 시험하는 日...“감정싸움 대신 세련된 대처 필요”

    인내심 시험하는 日...“감정싸움 대신 세련된 대처 필요”

    문 대통령, 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지시에日측 인사 “웃음거리 될 뿐”..韓 존중 없어외교부 당국자 “한일 이슈 아닌 국제 이슈”“IAEA, 기술중립적일 뿐 일본편 아냐” 반박외교적 해결, 사법 절차 병렬적 접근 내비쳐우리 정부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안전하다고 설명할 근거조차 일본 측에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내비쳤는데도 일본에선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는 반응마저 나왔다. 이웃국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이 문제는 감정 싸움으로 번질 경우 자칫 우리 편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외교전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냉철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자민당 외교부회장(참의원)은 1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문 대통령의 제소 검토 지시와 관련, “허세 그 자체”라면서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면 큰 망신”이라고 썼다. “한국 원전의 트리튬(삼중수소) 방출량이 일본보다 많은 것이 밝혀져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개인 의견이라고 하지만 한국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일본은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결정된 게 없다”는 이유로 초인접국인 한국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방출을 할 지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인접국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측에서 정보 제공 등 일정 부분 노력한 부분은 평가를 한다”면서도 “그간의 정보교류를 통해 받은 정보를 통해선 도저히 국민에게 이건(오염수) 안전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안 됐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다만 이 당국자는 오염수 문제를 “한일 간 이슈로 보고 싶지 않다”면서 “해양 생태계 안전, 국민 건강·안전의 문제이고 국제 이슈”라고 말했다. 양국 간 갈등 사안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우리 측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오염수가 안전한 지 판정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사실상 지지 표명을 한 것과 관련해선 “IAEA는 일본 편을 드는 게 아니라 방식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니 도와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기술중립적으로 보는 게 맞다”라고 했다. 정부는 앞으로 일본이 실제 방류할 때까지의 2년을 ‘외교의 시간·과학의 시간’으로 보고, 외교적 해결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전날 문 대통령이 적극 검토를 지시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사법적 판단도 받아보기로 했다. ‘선 외교적 해결, 후 법적 해결’이 아닌 병렬적인 접근이라는 게 이 당국자 설명이다. 특히 일본의 방류는 IAEA의 객관적 검증과 모니터링 없이는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IAEA 검증이 앞으로 관건이라고 보고, 우리 정부도 국제 검증 작업에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IAEA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IAEA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여서 한국 측의 참여에 일본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정부는 일본 측에 투명한 정보 제공도 거듭 요청한다는 계획이지만 그동안 핵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일본이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정보 제공을 하고 관련국과 협의를 할 의무를 이행하라는 청구도 가능하다”면서 “일본으로서는 그 유엔해양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게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문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지만 한국만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게 아니라 인접국 간 공동으로 또는 국제기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반일 감정을 자극시킬 수 있는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향후 외교전·소송전에서 유리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감정이 섞이면 ‘지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오염수 문제를 수습하고 해결하는 게 목표라면 ‘로키’(low-key)로 세련되게, 다자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재계 블로그] 4세 경영 승계 속도내던 GS에 무슨 일이?

    오너 4세들을 전진 배치하며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던 GS그룹이 최근 불거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GS가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은 LG에서 별도 그룹으로 분리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GS는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체 GS ITM과 GS칼텍스 사이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I 업체는 기업의 통합 시스템 설계, 관리 등 업무를 맡는다. 회사 내부정보를 많이 다루다보니 대기업 집단에서 계열사 형태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내부거래 비중 또한 높다. GS ITM은 과거 내부거래 비중이 70% 이상을 웃돌기도 했다. 문제는 SI 회사를 소유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고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악용했는지 여부다. 이런 지적에 GS ITM 지분 100%를 소유하던 총수일가는 2018년 사모펀드에 80%를 매각했고, 현재는 20% 미만의 지분만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도 매각 이전 시점에 이뤄진 거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GS ITM 지분을 나눠 가진 총수일가 명단에는 현재 경영 전면에 나온 ‘홍’자 돌림 오너 4세의 이름들이 확인된다. 매각 이전 22.75%(우선주 포함)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허서홍(44) ㈜GS 전무는 앞서 GS에너지 전무를 거쳐 지주사에서 사업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2019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까지 맡아 회사의 신사업을 진두지휘 중인 허윤홍(42·8.35%) GS건설 사장, 총수일가의 장자 허준홍(46·7.08%) 삼양통상 사장, 4세 중 맏형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허세홍(52·5.37%) GS칼텍스 사장도 있다. 이번 조사가 승계 구도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지만 그간 모범적인 총수일가로 거론됐던 만큼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보고서를 보면 GS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5.6%로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그룹 중 가장 낮았지만, 최근 5년간 상승률은 현대중공업(7.7%), 한화(2.2%), 현대차(2.1%)에 이어 4번째(0.5%)로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GS의 비상장 계열사인 ㈜보헌개발과 ㈜승산도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57.61%와 18.06%에 이른다. GS 측은 “투명한 기준을 통해 관계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만큼 조사 과정에서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재계블로그]4세 승계 속도 내던 GS에 무슨 일이?

    [재계블로그]4세 승계 속도 내던 GS에 무슨 일이?

    오너 4세들을 전진 배치하며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던 GS그룹이 최근 불거진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역삼동 GS칼텍스 본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GS가 공정위 조사를 받은 것은 LG에서 별도 그룹으로 분리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GS는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체 GS ITM과 GS칼텍스 사이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SI 업체는 기업의 통합 시스템 설계, 관리 등 업무를 맡는다. 회사 내부정보를 많이 다루다보니 대기업 집단에서 계열사 형태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내부거래 비중 또한 높다. GS ITM은 과거 내부거래 비중이 70% 이상을 웃돌기도 했다. 문제는 SI 회사를 소유한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고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악용했는지 여부다. 이런 지적에 GS ITM 지분 100%를 소유하던 총수일가는 2018년 사모펀드에 80%를 매각했고, 현재는 20% 미만의 지분만 가지고 있다.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도 매각 이전 시점에 이뤄진 거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GS ITM 지분을 나눠 가진 총수일가 명단에는 현재 경영 전면에 나온 ‘홍’자 돌림 오너 4세의 이름들이 확인된다. 매각 이전 22.75%(우선주 포함)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허서홍(44) ㈜GS 전무는 앞서 GS에너지 전무를 거쳐 지주사에서 사업지원팀장을 맡고 있다. 2019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까지 맡아 회사의 신사업을 진두지휘 중인 허윤홍(42·8.35%) GS건설 사장, 총수일가의 장자 허준홍(46·7.08%) 삼양통상 사장, 4세 중 맏형으로 그룹 핵심 계열사를 이끄는 허세홍(52·5.37%) GS칼텍스 사장도 있다. 이번 조사가 승계 구도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지만 그간 모범적인 총수일가로 거론됐던 만큼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분석보고서를 보면 GS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9년 5.6%로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그룹 중 가장 낮았지만, 최근 5년간 상승률은 현대중공업(7.7%), 한화(2.2%), 현대차(2.1%)에 이어 4번째(0.5%)로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GS의 비상장 계열사인 ㈜보헌개발과 ㈜승산도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도 각각 57.61%와 18.06%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이후 검찰, 법원 등 다른 기관까지 거쳐 결론이 나려면 시일이 걸리는 만큼 그룹 차원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배달기사에 배상 책임 떠안기는 불공정 관행 없앤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배달대행업체를 대상으로 배달기사에 대한 서면계약서 미지급 같은 불공정 관행을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합동으로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배달기사 간 계약서 점검을 추진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분리형 배달대행앱 상위 3개사와 거래하는 지역 배달대행업체 약 150개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전체 지역 배달대행업체(700여개)의 약 20%에 해당된다. 불공정 내용으로는 주로 배달기사에게 배상 책임을 전가하는 조항이나 계약 위반이나 계약 해지 때 배달기사가 불이익을 받는 조항 등이 포함된다. 일부는 계약서에 배달기사가 받는 기본 배달료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아예 서면계약서 자체를 교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배달대행 플랫폼 3개사의 협조를 구해 지역 배달대행업체들로부터 계약서를 제출받아 불공정한 계약조항에 대해선 자율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서면계약이 없는 경우 계약서 작성을 유도하고, 표준계약서 채택 때 소화물배송사업자 인증 획득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할 계획이다. 소화물배송사업자 인증제는 배달대행 우수사업자를 인증해 주는 제도로, 취득세·법인세·재산세·등록면허세 등 조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시동 거는 미래차의 대중화… 충전·주행·차종에 달렸다

    시동 거는 미래차의 대중화… 충전·주행·차종에 달렸다

    “휘발유차·경유차처럼 전기차·수소차는 ‘보완재’로서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다양성을 반영해 병행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미래차(전기차·수소차)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차는 정부의 그린뉴딜·2050 탄소중립 과제 중 국민 생활과 직결돼 체감도가 가장 높은 분야다. 성과에 따라 탄소중립 확장성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2019년 기준 국가 탄소 배출량(7억 280만t) 중 수송 부문이 14.2%(9990만t)를 차지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이다. 주행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미래차로의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정부는 올해 미래차 13만 6185대(수소차 1만 5185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한 해 미래차를 10만대 이상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고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충전 불편과 주행거리 한계, 대체 차종 부족 등 대중화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산 넘어 산’이다.●6000만원 미만 차량만 보조금 전액 지원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말 기준 전기차는 16만 8669대(승용 1만 238대), 수소차는 1만 892대(승용 1만 815대)가 보급됐다. 전기차 충전기는 6만 4188기(급속 9805기), 수소충전소는 70기(버스·화물 충전소 2기)가 전국적으로 구축됐다. 전문가들은 주행거리가 200㎞ 이상인 전기차가 생산된 시점이 2016년이고, 수소차는 2018년에야 차량이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보급 속도가 늦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부터 미래차 지원 체계가 전면 개편됐다. 전비(주행거리)를 반영한 보조금 확대 등 고성능·고효율 차량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가격 구간별 보조금 차등화 등 대중화 기반 마련, 대기질 개선 효과가 큰 상용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구매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최대 1900만원(국비 최대 800만원), 수소차는 최대 3750만원(국비 22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보조금 산정 시 전비 비중이 60%로 높아지고, 에너지 고효율 차량에 인센티브(최대 50만원)도 제공한다. 국비에 비례해 지방비를 차등 지원한다. 미래차 가격 인하와 대중적인 보급형 모델 확대를 위해 가격 구간별로 보조금이 달라진다. 고가 외제 차량의 보조금 싹쓸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60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을 전액 지원하는 반면 6000만~9000만원 미만은 50%, 9000만원 이상 차량에는 지원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수소차는 보급 초기임을 감안해 보조금을 유지하기로 했다. 자동차 생산·판매 기업들의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촉진을 위해 달성률에 따라 이행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대기질 개선 효과가 높은 상용차 보급도 확대해 전기버스 1000대, 전기화물 2만 5000대, 수소버스 18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트럭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보조금(국비·지방비 각 2억원) 및 수소상용차 연료보조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차 충전기 3만 1500기(급속 1500기·완속 3만기), 수소충전소 54기(일반 25기·특수 21기·증설 8기)를 구축한다. 김승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전기차는 대중화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인 접근을 강화하고, 보급 초기인 수소차는 차량과 충전시설 확대를 병행할 계획”이라며 “수소차는 수도권 지역에 충전소를 확충하면서 충전설비 고장을 줄여 운전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관심 높은 미래차, 도심 충전소는 부족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전기차 사용자의 이용 경험과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1218명(전기차주 817명 포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차 선택 이유로 사용자의 85.3%가 ‘저렴한 유지비’를 들었다. 미보유자(401명)의 61.5%는 ‘충전 불편’을 전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현행 구매자 위주의 보조금 정책을 충전요금 감면 등 운행차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확인됐다. 충전 불편 해소를 위해 접근성을 고려한 시설 확충 등이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미래차 기반 교통체제 지원사업 연구 결과(2019년 성과분석)를 보면 운전자 재구매 차량은 휘발유(28.4%), 하이브리드(28.2%), 전기차(24.2%) 순이었다. 2년 전(2017년) 조사와 비교해 재구매율이 휘발유는 4.7% 포인트 낮아진 반면 하이브리드(7.5% 포인트), 전기차(1.9% 포인트)는 상승했다. 친환경차 확산의 장애 요인으로는 비싼 차량 가격과 충전 소요 시간, 공용 충전 인프라 부족, 짧은 주행거리, 제한적 차종 등이 꼽혔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화재 등으로 구매가 목표를 밑도는 일까지 발생했다. 회사원 이범석씨는 “유지관리비나 친환경성 등을 고려해 미래차로 교체할 계획이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여전히 충전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고 수소차는 상황이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수소차 확대에 대한 정부 계획의 핵심은 도심 충전소 설치다. 서울은 수소차 1671대가 보급됐지만 충전소가 4곳에 불과해 1578대, 10곳의 충전소가 있는 경기도와 대비된다. 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수소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해 확산이 쉽지 않다. 환경부는 도심 주유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와 수소차 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안 등을 내놨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만한 여유 공간이 있는 주유소는 거의 없다”면서 “결국 수소충전소가 편익시설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수소충전소의 불안전성도 심각하다. 주요 부품(28종) 중 주입기·압축기·고압탱크 등 핵심 부품(16종)은 주문생산 방식으로 수입되면서 고장 시 수리 시간이 길어져 고스란히 운전자 불편으로 이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공용 급속충전소가 부족하고, 수소차는 충전 인프라 구축 없이 차량이 보급되면서 불균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수소 충전소 핵심 기술 2030년까지 국산화 환경부는 충전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전기차 관련 20분 급속충전이 가능한 충전기를 고속도로 휴게소에, 일반 급속은 접근성이 좋은 공공시설에, 완속은 가로등 등에서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형으로 다양화한다. 수소는 충전소 설치를 위한 인허가 특례와 적자 충전소 보전, 지역 맞춤형 시설 확충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울산에서 국내 최초로 도시가스처럼 배관을 통해 수소를 공급받는 수소충전소가 설치됐다. 수소 생산공장에서 배관(1.3㎞)을 연결해 공급받는 방식으로 차량을 이용한 공급보다 경제적이고 안전하나 당진·대산 등 부생수소를 생산하는 일부 공단 지역만 가능하다. 적은 면적에 대용량 보관이 가능한 액화수소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민간 참여를 확대할 수 있지만 저온압축탱크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소충전소 핵심 기술은 2030년까지 100%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수소 생산도 대책이 필요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부생수소 사용량은 약 160만t으로 차량 20만대가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2025년 수소차 20만대, 2030년 85만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허세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은 “전기차는 기술 개발 중이고, 수소차는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 가는 단계”라며 “올해 주행거리 500㎞ 전기차가 출시되면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또 다른 정인이 없게…3억여원 쾌척, 임실군 박사고을에 ‘기부천사’ 났네

    또 다른 정인이 없게…3억여원 쾌척, 임실군 박사고을에 ‘기부천사’ 났네

    최근 전북 임실군에 거액의 성금을 전달한 ‘얼굴 없는 천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삼계면’ 출신으로 알려져 ‘박사고을’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18일 임실군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3억 7080만원을 내놨다. 이 기부자는 ‘정인이 사건’을 보고 아동학대에 대한 안타까움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해 벽두에 소리 없이 찾아온 익명의 거액 기부자가 박사고을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선비의 고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향토 인재들이 자신을 낳고 길러준 고향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다. 삼계면은 각계에서 활동하는 200여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단일 면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호 박사는 서울대 약대 학장을 역임한 심길순 박사이고 2호는 중국어 학자이자 시인인 허세욱 박사다. 풍천 노씨 집안에서는 5부자 박사도 나왔다. 박사가 나오지 않은 동네가 없을 정도다. 삼계면에서 박사가 많이 배출된 이유는 집안 대대로 교육열과 향학열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계유정란과 무오사화 등을 피해 내려온 선비들이 씨족을 이뤄 터전을 이룬 곳으로 후학 육성에 경쟁을 벌인 게 바탕이 됐다. 한때 1만 6000명이던 인구가 1500여명으로 줄었지만 주민들의 교육열은 아직도 대단하다. 한중석 삼계면장은 “삼계는 머슴살이를 해서 자식들을 박사 만든 집도 많다”며 “논 2마지기만 있으면 자식들 가르쳐서 박사 만들었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고 전했다. 2000년에는 삼계 출신 중견 인사들 모임인 ‘삼정회’가 면 진입로에 ‘박사의 고장 삼계면’이라고 적은 비를 세워 뜻을 기리고 있다. 세심리에는 ‘박사골 체험관’이 설립됐다. 심민 임실군수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에 장학금과 성금을 기부해 주시는 출향 인사들이 많아 군민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부자들의 뜻을 기려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임실 ‘박사고을’서 3억7000만원 ‘기부천사’ 났네

    임실 ‘박사고을’서 3억7000만원 ‘기부천사’ 났네

    최근 전북 임실군에 거액의 성금을 전달한 ‘얼굴 없는 천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한 ‘삼계면’ 출신으로 알려져 ‘박사고을’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18일 임실군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익명의 기부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3억 7080만원을 기부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 기부자는 요즘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정인이 사건’을 보고 아동학대에 대한 안타까움에 이 같은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부모 가정과 조손가정, 저소득 가구 어린이들이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특히, 새해 벽두에 소리 없이 찾아온 익명의 거액 기부자가 ‘박사고을’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선비의 고장’이 다시 한번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토 인재들이 자신을 낳고 길러준 고향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더 큰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삼계면은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00여명의 걸출한 박사를 배출한 인재의 요람이다. 인심좋고 성실한 조상들의 덕망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명석한 두뇌를 갈고 닦아 단일 면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박사가 탄생했다. 1호 박사는 서울대 약대 학장을 역임한 심길순 박사이고 2호는 중국어 학자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허세욱 박사다. 풍천 노씨 집안에서는 5부자 박사도 나왔다. 박사가 나오지 않은 동네가 없을 정도다. 삼계면에서 박사가 많이 배출된 이유는 집안 대대로 교육열과 향학열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계유정란과 무오사화 등을 피해 내려온 선비들이 씨족을 이루어 터전을 이룬 곳으로 후학 육성에 경쟁을 벌인 것이 바탕이 됐다. 한때 1만 6000명이던 인구가 1500여 명으로 줄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의 교육열은 아직도 대단하다. 한중석 삼계면장은 “삼계는 머슴살이를 해서 자식들 박사 만든 집도 많다, 논 2마지기만 있으면 자식들 가르쳐서 박사 만들었다는 말이 전해올 정도로 교육열이 높다”고 전했다.2000년에는 삼계 출신 중견 인사들 모임인 ‘삼정회’가 면 진입로에 ‘박사의 고장 삼계면’라고 적은 커다란 비를 세워 높은 뜻을 기리고 있다. 세심리에는 ‘박사골 체험관’이 설립됐다. 체험관 마당에는 박사모를 쓴 석상이 세워져 있다. 심 민 임실 군수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에 장학금과 성금을 기부해 주시는 출향인사들이 많아 군민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부자들의 뜻을 기려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실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여대생 AI ‘이루다’ 성희롱·혐오 논란의 시작은 ‘사람의 질문’이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지난달 23일 출시한 스무살 여대생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가 성희롱 대상이 된 데 이어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혐오 표현을 학습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이루다가 학습한 채팅 내용은 같은 개발사가 운영하는 또다른 앱인 ‘연애의 과학’을 통해 수집한 실제 연인들 간의 대화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부적절한 키워드를 차단하고 민감한 사회적 쟁점을 회피하도록 개입하는 것이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옳지 않은 질문을 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루다에 ‘페미니즘’ ‘인권’ 물어보니 서울신문이 10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직접 이루다와 대화를 시도해보니 ‘페미니즘’이라고 치면 “그런말 진짜 싫다구”, ‘인권’이라고 치면 “진짜 내가 듣기 싫다는 소리만 골라서 쏙쏙 하시네”, ‘장애인’에는 “에휴 그만해 머리채 잡기 전에”, ‘레즈비언’이라고 치면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 질 떨어져 보이잖아”라고 대답했다.개발사인 스캐터랩 김종윤 대표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상호작용을 한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이었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이는 성별에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캐터랩은 고양이 챗봇 ‘드림이’를 시작으로 구글 어시스턴트에서 서비스한 ‘그 남자 허세중’, ‘파이팅 루나’를 서비스한 적 있다. 김 대표는 “인간의 언어는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얼마든지 의미를 전달 할 수 있기에 모든 부적절한 대화를 완벽히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며 “사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대화를 하는 방향으로 학습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개발자 1세대인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이루다 논란에 대해 “사회적 합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혜영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AI 면접, 챗봇, 뉴스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학습하고 표현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AI 소프트웨어 로직이나 학습데이터에 책임을 미루는 것은 안된다. AI과 완벽하지 못하고 사회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어 있는 차별과 혐오는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AI이루다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때는 커다란 진일보이지만,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감사를 통과한 후 서비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챗봇을 스무살 여대생으로 정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전 대표의 페이스북에 답글을 달고 “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람이 인공지능에게 부적절한 질문을 하고 학습시키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인공지능만의 탓을 하거나, 인공지능을 개발한 스타트업만을 탓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백지 상태에 있는 아이에 인공지능을 비유를 했다. 우리가 낳아 기르는 아이조차도 유치원에 가서 욕설을 배우듯 사회에 나간 인공지능도 그들의 자율에 맡겨선 도덕성 탑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쉽게 말해 정해진 답만 말하던 과거의 인공지능과 달리 지금의 인공지능은 사회에 나가 사람과 교류하면서 배우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면 나쁜 점도 배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도 하지 못할 부적절한 질문을 인공지능에게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문화마당] 이 시대의 마에스토소/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이 시대의 마에스토소/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작곡자가 남긴 악곡에 적혀 있는 지시사항을 따르고 연주자가 해석을 함으로써 악보에 있는 음표들은 느낌과 감정을 가진 소리의 표현 예술이 된다. 달콤하게, 구슬프게, 열정적으로, 애절하게, 기쁘게, 사랑스럽게, 외롭게, 자유롭게 등 악보에 쓰여 있는 다양한 형용사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고스란히 느끼는 감정들이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는 언제나 힘들 듯이, 모든 감정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충실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부심과 자긍심, 타인에 대한 질투와 혐오ㆍ복수심ㆍ경쟁심,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욕망과 탐욕, 그 선택에 따른 후회와 비탄 등 거의 모든 감정들은 우리의 이성적 제어를 벗어나 있다. 대부분의 감정들이 이처럼 인간의 본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음악에서 쓰이는 다양한 감정 표현 중에 마에스토소(Maestoso)라는 지시가 있다. 위엄 있게, 장엄하게, 위풍당당하게 정도로 번역한다. 이 마에스토소가 왜 눈에 띄는가 하면, 이 표현은 본능이 아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야만 하는 캐릭터이자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감정의 일종이라 볼 수는 없지만, 표현예술을 하고자 하는 연주자, 연기자들에게 자주 필요한 캐릭터 중 하나이다. 장엄한 존재가 신과 자연 이외에 무엇이 더 있으랴. 감히 인간이 위엄 있고 장엄하고자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하고 또한 오만한 것인지. 시민과 군중을 통솔하기 위해 허세의 어깨는 뒤로 젖혀지고, 허영의 콧대는 높아져 있다. 왕정시대와 군국주의시대가 팽배했던 인류 전반의 역사에서 나온 모든 문화 창작물은 그래서 마에스토소를 빼놓고는 말하기가 어렵다. 왕과 군대의 성격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는 마에스토소라는 형용사는 또한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순수한 감정에서 드리워지는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협받은 느낌을 감추고 상대를 겁주기 위해 몸을 부풀리는 고양이처럼 그 내면에는 불안함이 존재한다. 만약에 누군가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됐다고 치자. 그 말과 행동에서는 다듬어진 사회적 예절이 아닌 진정한 속내가 본능적으로 나오게 된다. 있는 감정 없는 감정 모두 가슴속 바닥에서 긁어내어 다 토해 내게 된다. 술에 취했는데 위풍당당한 사람은 없다. 이성적 혹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지는 성격이자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만약 술에 취해 위풍당당해진다면 절묘한 코미디 소재거리가 될 것이다. 연기자를 비롯한 모든 표현예술가들은 그 감정을 투명하고 진실되게 표현하기 위해 묘사해야 하는 역할로 감정이입을 하고, 그 역할을 스스로 본인의 삶에 대입하기까지 한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민얼굴을 드러내고 벌거벗는 마음으로, 무대 의상을 입는 동시에 겉치레를 벗는다. 희로애락을 삶에 대입하고 감정을 쏟아 보지만, 위엄 있음이라는 건 여간해선 이입하기가 힘들다. 그 대상이 어차피 연기였는데 그것을 재차 연기하는 이중연기이기 때문이다. 겉치레를 벗었는데 그 안에 여전히 겉치레를 입고 있는 꼴이라 할까. 어떤 면에서는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반대로 쉬울 수 있는 게 바로 연기를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신과 자연이 아닌 인간이란 존재로서의 존엄을 찾고자 하면 왕과 권력자가 아닌, 고통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며 선을 이룬 용감한 시민 영웅들과 순직장병, 독립투사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동경하고 감사하며 그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희망을 품는 감정을 가져 마땅하다. 이는 진실된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 MZ세대의 ‘보복소비’/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열린세상] 코로나 시대, MZ세대의 ‘보복소비’/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테크놀로지 판타지가 실현된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쥐고도 얇디얇은 하얀 마스크 한 장에 기대어 오늘도 무사하기를 바란다. 아이러니하다.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적된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도, 배트맨도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도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지구의 창조자라도 된 것처럼 굴던 인간이 눈으로 확인조차 할 수 없는 미세한 바이러스의 먹잇감이 됐다. 150세 장수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무색하다. 이제 인간의 허세는 끝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마스크 한 장보다 코로나를 피하는 데 무용지물인 것 같던 스마트폰도 꽤 쓸 만하다. 끊임없이 알려 오는 코로나 확진자 소식에 괴롭지만, 쉽게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접촉을 피하며 생필품을 해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쉽게 빨리 몸을 변이할 수는 없지만, 일하는 방식 그리고 생산과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지난 20년 동안 불편하다고 투정하고 꺼려 온 화상회의가 일 년 사이에 꽤 익숙해지지 않았나. 새벽까지 밀린 일을 하다 아뿔싸 늦게 일어난 아침, 세수도 못 한 얼굴에 립스틱만 살짝 바르고 급히 블라우스로 갈아입고 참가한 줌회의가 끝나고 나니, ‘이거 꽤 편리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는 장단기적으로 소비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보복소비가 두드러졌다.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보복소비로 인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 해외로 신혼여행을 못 가는 신혼부부들이 혼수가전에 더 많은 지출을 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가전 ‘플렉스’(flex) 열풍이 불었다. 집에서 생활할 때 삶의 질을 높이는 식기세척기나 안마의자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냉장고는 인테리어 제품으로 진화해서, 소비자는 기능에 따라 냉장고를 선택하지 않고 색감과 인테리어 효과를 따져 선택한다. 명품소비는 보복소비에서 빠질 수 없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인 2030세대에게 플렉스 문화와 보복소비가 동시에 퍼지면서 명품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을 판매하는 유통업계도 발맞추어 MZ세대 잡기 경쟁에 나섰다. MZ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세대이다.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는 다양한 웹사이트 구매와 브랜드 소비를 시도했고, 이 경험은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하는 데 자신감을 준다.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MZ세대는 브랜드 탐험을 더욱 즐길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로열티 프로그램도 쓰이지도 않을 포인트 적립 중심에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다. 플렉스와 명품소비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과시소비나 하려 드는 마케팅 희생양으로 보는 것은 MZ세대의 역동성을 몰라서 하는 착각이다. 사실 소신소비인 ‘미닝아웃’(meaning out)은 MZ세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신념을 커밍아웃해서 소비에 표출하는 것이다. MZ세대에게 소비는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고 가치관을 성취하는 방법이므로,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치ㆍ사회적 신념을 표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브랜드는 미닝아웃 트렌드에 맞춰 착한 제품, 친환경 제품,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는 소비자와 가치관을 소통하고 소비자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를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사회적 약자이다. 글로벌 설문 조사에서 76%에 달하는 소비자는 기업이 이러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를 바라며, 75%는 현재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시대에 소비자는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고, 다행히 기업은 소비자의 기대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외로 많은 소비자는 뉴노멀 쇼핑 방식을 즐기고, 기업이 코로나 시대에 제공하는 쇼핑에 만족한다.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도 기업이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큰 역할을 하는 택배노동자 처우와 소상공인이 받는 고통이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 소비자와 기업은 함께 코로나 시대에도 생존법을 터득하고 있다.
  • ‘최악 성적’ 정유 4사 CEO, 내년엔 실적 개선 노린다

    ‘최악 성적’ 정유 4사 CEO, 내년엔 실적 개선 노린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국내 정유업계 수장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년 실적 개선에 나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까지 4조 8074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SK이노베이션이 2조 2439억원으로 가장 컸고 에쓰오일 1조 1808억원, GS칼텍스 8680억원, 현대오일뱅크도 514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4분기에도 일부는 적자가 예상됨에 따라 이들 4개 업체의 올해 누적 적자는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적표 속에서도 연말 인사에서 살아남은 4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핵심 먹거리인 정유업에 대한 변화를 통해 반드시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 산하 정유를 담당하는 조경목(57) SK에너지 사장은 그룹 차원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 경영 전략인 ‘그린밸런스 2030’의 안정적 추진에 방점을 찍는다. 최근 사내 조직 개편에서 SK에너지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맡았다. 관련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내 독립기업’(CIC) 체제도 구축했다.허세홍(51) GS칼텍스 사장은 최근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 ‘에너지플러스’ 확대에 주력한다. 본업인 주유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 카셰어링과 같은 모빌리티, 물류 거점 역할 그리고 생활편의시설까지 접목시킨 일명 미래형 주유소로 변신하는 것이다. 관련 ‘굿즈’(상품)도 출시하는 등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후세인 알 카타니(54) 에쓰오일 CEO는 최근 회사를 친환경 화학회사로 탈바꿈시킨다는 내용의 ‘비전 2030’을 제시했다.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업의 비중은 줄이고 석유제품에서 고부가가치를 이끌어 내는 화학사업의 비중은 키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샤힌 프로젝트’를 완료해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한다.강달호(62)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가장 선방 중이다. 앞으로도 비정유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최근 밝힌 수소충전소 사업 확대와 함께 탄소 저감이 중심이 된 친환경 석유화학 사업의 비중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보단 조금 낫겠지만 내년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 같다”면서 “각 사 전략이 다르게 보이지만 핵심은 정유업 비중을 줄이고 다른 곳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재계 블로그] GS그룹 4세 경영 승계 물밑경쟁 시작됐나

    [재계 블로그] GS그룹 4세 경영 승계 물밑경쟁 시작됐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외아들 허윤홍(왼쪽·41)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이 최근 GS건설 지분율을 기존 0.43%에서 1.81%까지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3세들이 건재하다는 점에서 4세 패권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이번 증여를 두고 4세 간 물밑 경쟁이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허윤홍 사장은 숙부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으로부터 최근 110만 9180주(325억 1647만원 규모)의 GS건설 지분을 증여받아 GS건설의 4세 승계자 위치를 굳혔다는 평가다. 이번 증여 전까지만 해도 허윤홍 사장의 GS건설 지분율은 0.43%에 그쳤다. GS건설 측은 “가족끼리 지분 정리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허윤홍 사장의 지주사(GS) 지분 확보 여부에 쏠리고 있다. 허윤홍 사장은 잠재적 지주 회장 후보로 꼽히지만 다른 오너 4세에 비해 지주사 보유 지분이 적다. GS 보유 지분율은 4세 가운데 허준홍(45) 삼양통상 대표가 2.69%, 허세홍(오른쪽·51) GS칼텍스 사장이 2.37%를 보유한 반면 허윤홍 사장은 0.53%에 그친다. 허준홍 대표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 허세홍 사장은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GS그룹은 장자승계를 이어가는 다른 기업과 달리 지주사 지분율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룹 회장직도 가족 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주사 지분이 너무 적어도 책임 경영 측면에서 승계 명분이 흐려질 수 있다. 이번 증여를 두고 재계에서는 차기 GS그룹 회장직이 허세홍·허윤홍 2파전이 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허세홍 사장이 이끄는 GS칼텍스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올해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매출 감소세를 지속한 반면 GS건설은 허윤홍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앞서 허준홍 대표는 지난해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윤활유 사업본부장)에서 삼양통상 대표로 자리를 옮겨 지주사 회장보다는 집안 사업(삼양통상)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GS그룹은 2·3·4세 50여 명이 비슷한 비중으로 지주사 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해 왔다. 한집안이나 인물이 독보적으로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특유의 ‘가족 경영’ 속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그룹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오너 4세들의 지분 확보, 실적 경쟁은 앞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전기차 충전·카셰어링까지… GS가 바꿀 ‘미래형 주유소’

    전기차 충전·카셰어링까지… GS가 바꿀 ‘미래형 주유소’

    GS칼텍스는 ‘미래형 주유소’ 비전을 담은 새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를 선보였다. 에너지플러스는 ‘에너지, 그 가능성을 넓히다’라는 개념하에 에너지 기업의 변화와 확장 의지를 전달하고 미래 지향적 사업영역을 통합하는 브랜드로 사용된다. GS칼텍스는 18일 서울 서초구에 새롭게 문을 연 ‘에너지플러스 허브 삼방’에서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었다. 에너지플러스는 기존 주유소의 개념을 완전히 재해석했다. 기존의 주유와 세차 기능은 물론 전기·수소차 충전, 자동차 공유(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서비스와 함께 드론 배송, 물류 거점, 편의점, 음식점 등 생활 편의 시설까지 결합시켰다. 특히 전기차 충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LG전자와 협업해 350㎾ 초급속 충전기를 포함한 급속충전기 4대를 운영한다. 에너지플러스 브랜드를 적용하는 사업으로는 미래형 주유소 외에도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복합개발, GS칼텍스 고객을 위한 신용카드, 모바일 기반 채널 등이 있다. 회사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연말까지 2곳(서울, 부산)으로 늘리는 등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허세홍 대표이사는 “고객이 차량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삶의 에너지가 함께 플러스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서비스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주 52시간’ 연기가 전태일 정신?… 윤희숙 뭇매

    ‘주 52시간’ 연기가 전태일 정신?… 윤희숙 뭇매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주장을 놓고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같은 당에서마저 부절적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15일 “전태일 열사를 주 52시간 논란에 소환하는 것은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지극히 자의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추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정치적·정책적 논쟁에 소환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그분들의 삶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난 13일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윤 의원은 ‘1일 8시간 근로’를 규정한 1953년 근로기준법에 대해 “근로조건이 아무리 나빠도 근로희망자들이 새벽마다 공장 문 앞에 줄을 길게 설 정도였다”며 “당시 현실과 철저히 괴리된 법”이라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이 논리를 현재에 끌어오면서 “코로나를 견디느라 중소기업들이 절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유예 없이 52시간을 적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중소기업을 빨리 죽으라고 등 떠미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논평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14일 추가로 글을 올려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적용해 근로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이냐.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냐”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52시간제 연기’ 윤희숙에 내부서도 비판… “전태일 삶 욕보여”

    ‘52시간제 연기’ 윤희숙에 내부서도 비판… “전태일 삶 욕보여”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전태일 정신’을 끌어들여 주 52시간제 중소기업 적용 연기를 주장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가운데 같은 당에서도 윤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자유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정책적 논쟁에 소환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그분들의 삶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전태일 열사를 주 52시간 논란에 소환하는 것은 자신의 이념적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그의 죽음의 의미를 지극히 자의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추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며 “학자라면 몰라도 정치인으로서는 옳은 방식이 아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전태일 열사를 두고 정치적 편 가르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태일 정신’을 둘러싼 논란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지난 13일 윤 의원의 페이스북 글에서 점화됐다. 윤 의원은 해당 글에서 “52시간 근로 중소기업 전면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게 전태일 정신을 진정으로 잇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열사의 외침이 어떻게 주 52시간 도입을 연기하라는 것으로 들리는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아직도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는 장시간 노동으로 기업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저열한 인식이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대한민국 경제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소리 하는 데에 왜 전태일을 파나. 저러니 저 당은 답이 없는 거다”라고 꼬집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전태일 열사가 무덤에서 뛰쳐나와 통곡을 할 궤변”이라고 적었다. 윤 의원은 논란이 일자 14일 페이스북에 또 다시 글을 올려 자신의 주장을 재차 펼쳤다. 윤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정신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는 것인데,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인가.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인가”라고 반박했다. 윤 의원의 주장에 진 전 교수가 “자기 이념이나 반성을 하든지.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앉았으니”라고 쏘아붙이는 등 비판이 이어지며 논란은 가열됐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윤희숙 “전태일 정신 모독 비판은 이념적 허세”

    윤희숙 “전태일 정신 모독 비판은 이념적 허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14일 ‘전태일 정신을 모독했다’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 “이게 무슨 이념적 허세입니까”라고 반격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로 절벽에 몰린 중소기업에 52시간제를 굳이 칼같이 전면 적용해 근로자의 일자리를 뺏고 길거리로 내모는 게 전태일 정신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운동권 서클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책임을 공유하는 거대 여당이라면 이제 도그마와 허세는 버리라”며 “2년 만에 최저임금을 29% 올려 알바 일자리를 뺏고,(무인) 주문 기계 제조업자만 배불렸으면 정신 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였던 전날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 “중소기업 전면 적용을 코로나 극복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노동대변인은 “분노를 넘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논평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런 소리 하는 데 왜 전태일을 파느냐”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윤 의원의 반박에 “아직까지 철 지난 시장만능주의 이념이나 붙들고 앉아있다”면서 “이념에 눈이 뒤집혔으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가 분신한 노동자 내세워 기껏 노동시간 축소하지 말자는 전도된 얘기나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쯤 되면 광신이다. 이 분이 전태일 일기나 평전 읽어는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망했으면 반성을 해야지 욕먹고도 왜 욕먹는지조차 모른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 “(윤 의원은) 정치 감각도 꽝이다. 고립을 뚫고 탈출을 해야 할 상황에서 스스로 성안으로 기어들어가 농성을 하고 앉아있다”고도 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윤 의원의 반박에 “윤 의원의 주장이 친기업이 아니라 친자본인 것도 소구력 있게 설명할 의무가 남았고, 전태일과의 비유는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크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의원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구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추구하는 자가 전태일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박찬호 “삼성 제품 자랑했다”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박찬호 “삼성 제품 자랑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례 사흘째인 27일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에 꽃을 놓으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은 정·재계뿐 아니라 이 회장이 생전 애정을 품고 후원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찾아 깊은 애도를 전했다.  서울삼성병원 빈소를 찾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와 아내 윤정희씨는 이 회장과 종종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각각 2000년, 2011년 이건희 회장이 부친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을 기리며 만든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인연이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박찬호 선수의 방문도 눈길을 끌었다. 박 선수는 “이재용 부회장와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인연이 있다”며 “(빈소에서 이 부회장과)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고인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미국 진출 초창기부터 LA다저스에 있던 컴퓨터 모니터가 삼성 제품이어서 동료 선수들에게 그걸 자랑했었다”고 회고했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의 조문도 끊이지 않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전 10시 30분쯤 이날 첫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20여분간 빈소에 머물다 나온 구 회장은 취재진에게 “고인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킨 위대한 기업인”이라며 “재계의 큰 어르신들이 오래 계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좋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범 LG 가의 구자열 LS 회장과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삼성 일가와 LG가는 사돈 관계다. LG 구인회 창업회장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누나 이숙희 여사가 195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황각규 롯데 이사회 의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두 차례 발걸음했다. 조 회장은 “어릴 때 한남동 자택에서 살 때 (삼성가) 강아지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이재용 부회장과 잘 놀았는데 고인께서 저희에게 강아지 두 마리, 진돗개 두 마리를 보내주셔서 가슴이 따뜻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도 이날 이 회장을 찾았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도 함께 방문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절친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고인을 떠나보내니 저도 충격이고 힘들다”며 “지금 들으실 순 없지만 고인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저희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추모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홍구 천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한때 ‘삼성 저격수’로 꼽혔던 박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30여년 전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고인의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재벌 개혁은 잊혀서는 안 되는 화두이며 재벌 개혁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는 데 앞으로도 많은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은 28일 오전 진행된다. 삼성 측은 현재 발인 시간과 장례 절차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다. 재계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반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을 진행하고 발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족장으로 치러지는 만큼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내에서 비공개로 영결식을 마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박찬호 “미국서 삼성 제품 자랑했다”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박찬호 “미국서 삼성 제품 자랑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례 사흘째인 27일 ‘재계 거인’의 마지막길에 꽃을 놓으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은 정·재계뿐 아니라 이 회장이 생전 애정을 품고 후원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찾아 깊은 애도를 전했다. 서울삼성병원 빈소를 찾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는 “아버님을 잃은 것 같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와 아내 윤정희씨는 이 회장과 종종 부부동반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각각 2000년, 2011년 이건희 회장이 부친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을 기리며 만든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인연이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박찬호 선수의 방문도 눈길을 끌었다. 박 선수는 “이재용 부회장와 이 회장의 사위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인연이 있다”며 “(빈소에서 이 부회장과)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고인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미국 진출 초창기부터 LA다저스에 있던 컴퓨터 모니터가 삼성 제품이어서 동료 선수들에게 그걸 자랑했었다”고 회고했다. 재계 주요 그룹 총수들의 조문도 끊이지 않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전 10시 30분쯤 이날 첫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20여분간 빈소에 머물다 나온 구 회장은 취재진에게 “고인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킨 위대한 기업인”이라며 “재계의 큰 어르신들이 오래 계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면 좋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범 LG 가의 구자열 LS 회장과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삼성 일가와 LG가는 사돈 관계다. LG 구인회 창업회장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누나 이숙희 여사가 1957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황각규 롯데 이사회 의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 두 차례 발걸음했다. 조 회장은 “어릴 때 한남동 자택에서 살 때 (삼성가) 강아지들이 너무 예뻐서 제가 이재용 부회장과 잘 놀았는데 고인께서 저희에게 강아지 두 마리, 진돗개 두 마리를 보내주셔서 가슴이 따뜻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등도 이날 이 회장을 찾았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도 함께 방문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절친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고인을 떠나보내니 저도 충격이고 힘들다”며 “지금 들으실 순 없지만 고인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저희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추모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홍구 천 국무총리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한때 ‘삼성 저격수’로 꼽혔던 박 장관은 조문을 마친 뒤 “30여년 전 대한민국의 먹을거리를 반도체로 선택한 고인의 통찰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재벌 개혁은 잊혀서는 안 되는 화두이며 재벌 개혁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하는 데 앞으로도 많은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은 28일 오전 진행된다. 삼성 측은 현재 발인 시간과 장례 절차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 않다. 재계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반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을 진행하고 발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족장으로 치러지는 만큼 빈소가 마련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내에서 비공개로 영결식을 마칠 예정이다.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3·4세 총수 전면에…재계, 빨라지는 경영승계 시계

    3·4세 총수 전면에…재계, 빨라지는 경영승계 시계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3·4세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회장에 오른 정의선(50) 현대자동차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로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이다.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82세의 나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 수소차 등 미래차 비전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2018년 회장에 등극한 구광모(42) LG 회장은 재계 서열 5위 그룹 내 최연소 경영인으로 4세 경영인이다.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경영 방식으로 ‘뉴 LG’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잰걸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다른 그룹에서도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37)도 지난달 말 인사에서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정용진(52)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48)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도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다. GS그룹도 지난해 말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1)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했고,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51) 대표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올해 초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는 한진그룹 조원태(45) 회장도 지난해 4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해 이웅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장남 이규호(37)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불꽃같이 살다간 전설, 검은 피카소를 만나다

    불꽃같이 살다간 전설, 검은 피카소를 만나다

    28세 짧은 삶… 앤디 워홀과 작품활동도회화·드로잉 등 150여점 국내 최대 전시“나는 한낱 인간이 아니다. 나는 전설이다.” “누군가 내 작품을 지우거나 덧그릴 사람이 있다면 바로 나일 것이다.” 자신감이 지나쳐 자아도취로 비칠 수 있는 말들이지만 발화자가 장 미쉘 바스키아(1960~1988)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살아서는 화려한 스타였고, 스물여덟 살에 요절하면서 그야말로 전설이 된 인물 아닌가. 거리의 낙서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그의 선구적인 작업은 20세기 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상찬되니 생전에 그가 했던 말들은 허세가 아니라 예언인 셈이다. 1980년대 미국 뉴욕 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8년간 3000여점의 작품을 남기며 불꽃처럼 짧지만 강렬한 삶과 예술을 펼쳐 보인 바스키아의 회고전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이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거리의 이단아’로 불렸던 초기 작업부터 앤디 워홀과 함께 한 말년 작업까지 회화, 조각, 드로잉, 세라믹, 사진 등 주요 작품 150여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열린 바스키아 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바스키아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티공화국 출신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미술관을 다니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피카소까지 수많은 명화를 접했다. 열일곱 살 때 친구 알디와즈와 함께 ‘흔해빠진 낡은 것’(SAMe Old shit)이란 뜻을 담은 ‘SAMOⓒ’(세이모)를 결성하고 거리 곳곳에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 고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와 대안공간에 머물면서 주류 미술계와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강력한 저항정신을 펼쳐 보였다.익명의 거리 예술가 활동은 길지 않았다. “나는 열일곱 살 때부터 늘 스타가 되기를 꿈꿨다”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끊임없이 대중의 관심을 갈구했다. 디아즈와 2년 만에 결별한 바스키아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영화제작자 겸 큐레이터 디에코 코르테즈에게 발탁돼 1980년 그룹전 ‘더 타임스 스퀘어 쇼’와 1981년 ‘뉴욕/뉴욕뉴 웨이브’에 참여하며 일약 화단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과의 만남은 바스키아의 삶과 예술에 큰 변화를 안겼다. 둘은 1985~1987년 2년간 150여점이 넘는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했다. 1987년 앤디 워홀이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하자 바스키아는 충격에 빠져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이듬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전시에선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자유분방한 드로잉과 다층적인 의미가 담긴 문구들, 그리고 원색의 강렬한 붓질이 덧칠된 바스키아 고유의 작업 방식과 왕관, 영웅, 해골 등 그가 창조한 도상들을 다채롭게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30분 간격으로 100명씩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 인터넷 사전 예약제로, 현장 구매는 잔여석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 내년 2월 7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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