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거리만큼… 국악도 멀어졌네
코로나19로 올해 국악계는 많은 관객을 잃었다. 주로 국공립시설이나 단체에서 주어진 공연 기회들이 막히면서다. 그런데 관객뿐 아니라 국악에 새롭게 흥미를 느끼고 경험하길 원하는 소중한 관심들마저 놓치게 될까 더 애가 탄다. “씨앗이 자라고 싶어 하는데 물을 못 주고 있다”는 한숨도 나온다.
주요 국공립단체에서 공연만큼 중요한 사업으로 운영해 온 교육·체험 프로그램들이 올해 줄줄이 취소됐다. ‘미스트롯’ 송가인의 ‘진도아리랑’, ‘팬텀싱어3’ 고영열의 ‘사랑가’처럼 TV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국악을 자주 접하며 친숙해지고 직접 배우려는 사람도 많아지는데, 정작 이 관심들과 닿을 기회도 코로나19에 막힌 것이다.
국립극장은 2016년부터 시작한 인기 프로그램인 ‘관객음악학교’를 결국 열지 못했다. 음악학교 과정 중 하나인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동호회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활동이 활발한 클래식과 달리 활동 공간이 부족한 아마추어 국악 연주자(비전공자)들을 위한 자리다. 매년 40~50명을 선발하는데, 경쟁률이 2대1에 육박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에게 7개월간 해금을 집중적으로 배우도록 구성한 ‘악기 포커스’는 대구와 부산에서도 수강자가 올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관객음악학교 수료자들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발표회를 하며 무대에 서는 짜릿함도 경험할 수 있었다.
관객음악학교 참가자 선정 및 발표까지 마쳤는데, 지난달 중순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올해는 두 과정을 모두 취소됐다. 국립극장은 일반인들에게 판소리와 무용 등을 경험하도록 하는 ‘전통예술아카데미’도 올해 진행하지 못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도 매년 진행하던 ‘문화학교’에 올해 1300여명이 접수했지만 결국 문을 닫았다. 판소리, 가야금, 피리, 해금,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기초부터 수준별로 배울 수 있는 교육들로 꾸렸지만 상반기부터 개강을 미루다가 취소됐다. 1년간 명인들에게 국악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데다 공연의 기회도 주어져 매년 높은 호응을 받은 주요 사업이었지만 거듭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초등학교 3~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국립국악원의 ‘국악기 아카데미’는 매년 여름방학의 꽃이었지만 올해는 일찍 져야 했다. 4명의 학생과 보호자 1명으로 팀을 꾸려 단소를 직접 만들고 연주해 보는 시간으로 10팀을 대상으로 하는데 올해 94팀(470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달 두 팀만 체험하고 아예 프로그램을 접게 됐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우리 앙상블’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국립극장, 국립국악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국악 이론과 악기 소개 등 ‘랜선’ 교육을 하고 있지만 직접 체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립국악원의 한 관계자는 “이름이 알려져 공연을 할 수 있는 국악인들의 무대만큼 아마추어 국악인과 일반인에게 국악을 더욱 친숙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올해는 그 기회들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