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돌아와 당 살릴 것” 강수… “19대 지역구 포기” 丁 맞불
10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민주당 내 주도권 장악과 당권 경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전 장관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복당에 실패할 경우에는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하지만 정 전 장관의 탈당이 당장 연쇄 탈당과 분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지지 당원들에게 당을 계속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원내로 진입한 뒤 적절한 시기에 복당하겠다는 것이다.
■ 정동영 무소속 출마 파장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로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내 주류의 입지는 크게 위협 받게 됐다.
당분간 당내 4선 이상 중진과 비주류 연합체인 민주연대가 정 전 장관을 대리해 정 대표 쪽과 대립각을 세울 조짐이다.
실제 일부 정 전 장관 지지자들은 조기 전당대회론을 제기하며 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비록 민주당을 떠났지만, 이번 전주 덕진 재선거에서 정 전 장관이 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 전 장관이 앞서고 있다.
문제는 재·보선 이후다. 지난해 대선과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정비해온 정 대표와 원내로 복귀한 정 전 장관과의 일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두 사람의 충돌은 양쪽을 지지하는 주류와 비주류간 세력 싸움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어차피 여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큰 상황에서 분당을 전제로 한 다툼으로 번지진 않겠지만,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놓고 정치 생명을 건 전면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이 당선되더라도 복당시키지 않겠다.”고 미리 방어막을 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두 사람의 정치적 명암은 4·29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전주 완산갑에서도 공천에 불만을 품은 예비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 이번 재·보선 공천의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정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의 운명은 유일한 중립지대이자 최대 승부처인 인천 부평을 재선거의 향배에 따라 결정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재·보선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만들겠다던 ‘정세균호(號)’는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 강행으로, 안팎에서 거센 파고와 맞닥뜨리게 됐다.
정 대표로서는 당내 지지층인 친노 386 그룹이 검찰의 사정(司正) 수사로 초토화되고 있어 재·보선 이후 원심력 제어를 위한 동력에 손상을 입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정동영 “몸속에 민주당 피 흐르고 있다”
“내 몸 속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 간간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역력했다.
닷새 간의 ‘전주 잠행’ 끝에 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무소속 출마를 위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잠시라도 당사를 밟아보고 싶어서 왔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민주당은 제 인생이 서린 곳”이라고도 했다.
정 전 장관은 회견에서 “고통스러운 국민과 위기에 처한 한반도, 어려움에 빠진 당에 작은 힘을 보태려고 귀국했다.”면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은 원내에 들어가서 힘을 보태달라고 성원했다.”며 무소속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당 지도부는 당원과 지지자의 뜻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 내민 손이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지도부에 서운함을 내비친 뒤 “하지만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하면서 제가 지은 업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에 상처가 나는 걸 원치 않는다. 지금은 제대로된 야당으로서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무엇이 진정 크게 민주당을 위한 일인지 생각하고 결정했다.”면서 “제 몸 위에 옷을 두르든 아니든, 제 몸 속에는 민주당 피가 흐르고 있다.”며 ‘원내 진입 후 복당’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세균 대표의 ‘고향 불출마’ 선언에는 “오늘 이 시점에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회견 직후 정 전 장관은 지지자 50여명의 응원을 받으며 승용차 편으로 다시 전주 덕진 선거구로 향했다. 한 측근은 “소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상황에서, 전주 덕진 재선거를 천운과 같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마 의사를 밝혔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당 지도부의 공천 배제 결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정세균 “원외 지도자 정치재개 도울 것”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달리) 당을 위해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겠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10일 정 전 통일부 장관의 ‘도전’에 맞불을 놓았다.
정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향 출마’를 강행한 정 전 장관과 명확히 대비된다.
진안·무주·장수·임실은 정 대표에게 내리 4선을 허락한 고향이다. 공천 파동에서 줄곧 정 전 장관에게 요구했던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과 명분을 정 대표 스스로 실천해 보이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수도권을 비롯한 비(非) 호남권 출마를 감내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시련에 처한 민주당의 원칙과 기강을 바로 세우고, 당 대표로서 희생과 헌신을 감내하겠다는 뜻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정 전 장관의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공천 배제’의 불가피성을 언급하며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으로 ‘지도부 책임론’에 맞선 명분쌓기용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그는 오전 당무위원회의에서 “정 전 장관의 정치재개를 반대하는 게 결코 아니다.”면서 “오는 10월 수도권 재·보선에서 정 전 장관을 포함한 원외 지도자들의 원내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민주개혁진영이 뭉친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정 대표는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인천 부평을 지역을 방문, ‘GM대우자동차 회생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공천 악재’를 털기 위한 잰걸음을 이어갔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GM대우를 살리기 위해 추경예산에 2500억원을 반영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며, 4월 국회에서 대우회생특별법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선과 향후 당내 역학관계에서 정 대표의 강도 높은 ‘응수’와 정면 돌파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한나라 “지역주의 부활 의구심”
10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출마 선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역주의 부활’을 거론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 전 장관이) 지역주의 부활을 알리겠다는 것인지, 과연 어떤 식의 정치를 펼칠지 의구심만 든다.”면서 “정 전 장관이 잠시 독설과 네거티브의 달인이란 옷을 벗었지만, 지금까지 정치란 틀 속에 무엇을 어떻게 담아왔는지 국민은 잘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말이 아니라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를 이루려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 전 장관을 동시에 겨냥하면서, 한나라당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이미 이번 재·보선을 경제살리기 선거로 규정했다.”면서 “전주 덕진에서 정 전 장관과 민주당 김근식 후보로 표가 분산되면 한나라당의 당선 가능성이 더 올라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분열로 전통 야당 지지층의 표가 갈리면서,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각축이 예상되는 수도권 등에서 차별화된 선거 전략을 꾸리기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