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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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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野 ‘공천혁신안’ 갈등 격화… ‘친노 vs 비노’ 넘어서 친노 내에서도 분화 양상

    공천혁신안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공천혁신안을 놓가 대표직 재신임을 묻기로 하면서 승부수를 띄우자 주류와 비주류, 친노와 비(非)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특히 친노 진영 내에서도 분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인호 혁신위원은 10일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향해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 달라”면서 “총리님부터 시작해 달라. 백의종군 선언을 듣고 싶다”고 요구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사실상 정계은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친노 핵심은 최 혁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총리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를 낭독하며 “총리님은 누가 뭐라고 평가하더라도 친노의 제일 큰 어른으로, 이 어려운 당내 현실에서 총리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서 “우리 당의 고질병인 계파싸움의 악순환을 끊는 마중물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지금 혁신은 위기에 처해있고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좌초될지도 모른다”면서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계파싸움, 구체적으로 친노와 비노의 싸움으로, 총리님의 결단만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 커져만 왔던 고질적 싸움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혁신위원은 이어 “총리님의 ‘한 석’ 보다 ‘우리 당의 열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친노 비노간 싸움의 진흙탕에서 얻는 총리님의 한 석도 소중하지만 총리님의 결단을 통한 승리의 의미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울하겠지만 국민은 총리님을 친노의 수장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묵은 계파싸움을 끝낼 수 있는 첫 출발은 총리님의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최 혁신위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결단의 구체적 내용이 정계은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총리가 진지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지만 “이 전 총리가 구체적 고민을 하겠지만 불출마 요구가 될 수도 있고, 당에 모든 것을 맡겨서 부름에 응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전 대표는 10일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한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귀는 이상이 1936년 구인회 동인지인 ‘시와 소설’ 발간에 붙여 남긴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고 적은 글의 한 부분이다. 김 전 대표는 짧은 한 문장만을 남겼지만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전날 있던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를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의 측근도 매체에 “문 대표의 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다 나온 멘트”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해 “우리 당이 맞닥뜨린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면서 “더 큰 변화, 더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독박(讀博) 육아일기](25) 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아기를 낳고 보니 내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아기를 가지면 무조건 일을 그만둬야 하는 회사가 여전히 널려 있고, 바깥일은 남자가, 육아와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 아직도 당연한 현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듣고 배웠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전히 더디게 움직인다. ’자녀 성별’에 대한 것도 대표적인 예다. 아직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는 자녀 성별로 인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대한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딸을 낳았다고 해서 시집에서 소박을 맞거나 아들을 낳아줄 다른 여자를 집에 들이거나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옛날에 비하면 세상은 정말로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뱃속 아기가 딸인 그 순간부터 이상하게 눈치를 봐야하는 것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들만 낳았다고 해서 혀를 차는 목소리까지 들어야한다는 거다. ●선호하는 자녀 성별 ‘딸 > 아들’ 현실은… 벌써 5년 전인 지난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과 육아정책연구소가 2008년 태어난 신생아 2078명의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아버지들은 아내의 임신 중 태어나길 바랐던 자녀의 성별로 딸(37.4%)을 아들(28.6%)보다 더 많이 꼽았다. 어머니도 딸이길 바란 경우가 37.9%로 아들(31.3%)보다 높았다. 여아 100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성비도 1998년 110.2명에서 꾸준히 낮아져 2005년 107.8명, 지난해 105.3명으로 줄었다. 2012년에는 한 결혼정보회사가 남녀 회원 300명씩 총 600명에게 선호하는 자녀 성별을 묻자 남성의 69.7%(209명)가 딸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도 51.7%(155명)가 딸을 선호했다. 아빠들이 ‘딸바보’가 되는 분위기가 녹여진 것 같다. 그러나 그 다음 ‘둘째’의 성별에서 조금 차이가 났다. 두 번째 자녀의 성별 역시 ‘상관없다(남성 23%, 여성 32.3%)’가 가장 많았지만, 그 다음은 아들이었고 특히 7.3%에 불과한 남성들이 아들을 꼽은 반면 여성은 두배가 넘는 16%가 아들을 택했다. 첫째가 딸이라면 둘째는 반드시 아들이어야 하는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첫째가 딸이면…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 지난해 나는 딸을 낳았다. 딸을 안고 다니다 보면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첫째냐”고 물은 뒤 곧바로 “아들 하나 더 낳아야겠네”라고 말씀하신다. 아기가 돌도 안 지난 젖먹이일 때부터 모르는 할머니들에게 얼른 남동생을 낳아주라는 충고를 들었다. 부모에게 무조건 아들 하나는 있어야하는 분위기를 적잖게 느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옛날 분들이니 그러시겠지, 어차피 모르는 분들이니 그냥 넘기지만 한 두번도 아니고 가끔은 성가시다. 반면 첫째가 아들인 엄마들은 둘째 얘기는 잘 듣지 않는다고 했다. 그냥 본인이 딸을 키워보고 싶어서 둘째가 낳고 싶다고 했다. 우리 친정엄마는 딸 셋을 키우셨다. 막둥이를 낳은 20년 전부터 나이 오십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아들 낳으려다 늦둥이 낳았구만”하는 말을 듣는 것을 나는 보고 자랐다. 엄마는 너무나 익숙하게 항상 웃으며 “그런 거 아니에요”라고 맞받았다. 우연인지, 당시에 진짜로 유행이었는지 주변의 내 또래에는 늦둥이 남동생들이 많다. 딸 둘, 셋에 막내가 아들인 조합이다. 나와 막내동생이 10살 차이가 나는데 그런 친구들이 많았다. 유행처럼 아들 막둥이가 있던 때에 그 아들 하나를 갖지 못했으니 우리 엄마는 마치 아들을 낳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여겨졌다. 이름은커녕 얼굴도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우리 셋을 데리고 다닐 때마다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런 친정엄마는 내가 임신을 하자 “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인이 못 키워본 성별에 대한 아쉬움때문이었다. 귀여운 남자 아이에게 작은 야구모자에 청자켓을 입히는 것이 자신의 로망이었다며, 손주를 통해 실현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자매들과 친구들, 온통 여자들 사이에서만 자랐으니 아들을 키워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엄마의 오랜 바람이었다고 하니 그걸 내가 대신 이뤄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예쁜 딸이 태어나서 평생 친구로 함께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았다. ●성별을 확인하던 날의 복잡한 감정 초음파로 성별을 확인한 결과, 딸이었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 아쉬움이 느껴졌다. 엄마의 소원을 못 들어주게 되어서였다. 그것말고는 엄마에게 미안하거나 눈치를 보는 일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내 자식을 엄마를 위해 낳는 것도 아니지 않나. 엄마도 더 이상 나에게 그 로망을 꺼내들지 않았다. 내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신다. 성별을 확인한 날에는 전화로 “아들이 아니라 서운하냐”고 묻자, 마치 본인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했냐는 듯 “아니, 전혀”라고 답했다. 오히려 남편과 시부모님이 신경쓰였다. 20년 내내 낯선 사람들에게 ‘아들 타령’을 듣고 살았던 엄마가 안쓰럽고, 도대체 그게 뭐라고 저 난리들이냐고 속으로 화를 냈던 나였다. 아기를 갖기 전에는 주변에서 아들을 낳으라고 요구하는 시부모들 이야기에 “아직도 그런 시어머니가 있어?”라며 황당해했다. 그런데 딸을 갖게 되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아들만 둘을 키우신 시어머니는 “내가 못 키워본 딸을 낳으라”는 말씀은 전혀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남편이 내 심기를 건드렸다. 성별을 확인하고 며칠 뒤 시부모님에게 소식을 전하는데 남편이 슬쩍 시어머니에게 가서 목소리를 낮추며 “서운하시죠?”라고 물었다. 시어머니가 서운하다고 대답하진 않았지만 괜히 고개가 숙여졌다.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지도 않으셨다.) 남편은 “부모님이 어떤 성별을 선호하시는지 정말 몰라서 여쭤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게 왜 “기쁘시죠?”가 아니라 “서운하시죠?”였는지. 왜 그렇게 물었는지도 짐작과 이해가 가니까 더욱 서운함이 밀려왔다. 정작 시부모님은 지금껏 한 번도 내가 딸을 낳은 것에 대해 불만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진 않으셨다. 그런데도 나는 시부모님의 속마음은 다르지 않을까 의심했고, 나홀로 육아에 지칠대로 지쳤을 때엔 가까이 사는 시부모님이 설마 아들이 아니라서 이렇게 신경을 안 써주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 두 번 했다. 아기의 성별은 남성의 Y염색체가 결정짓는다는 이론은 중학교 생물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것인데 불편한 건 늘 여자, 엄마들 쪽이다. 아직도 많은 엄마들이 딸만 낳았다고 면전에서 구박을 당하거나 상처를 받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오히려 친정이나 시집에서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성별 문제를 말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것인지 알게 됐다. ●‘아들 낳기’가 과제인 집, 여전히 많다 임신을 하자마자부터 과제가 아들을 낳아야하는 집이 수두룩하고, 첫째가 딸이면 그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자연스레 둘째를 ‘아들로’ 낳아야하는 숙제를 또 얹는다. 임신 초기에 고기를 잘 먹는지, 싫어하는지, 태몽에 어떤 동물이 나왔고 크기는 어땠는지, 배 모양은 어떻고 등등 모든 것을 관찰당하고 아들이냐 딸이냐 추측이 됐다. 그냥 흘려들으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귀에 꽂힐 때는 모든 게 압박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아들은 그 가치가 온전히, 꽉 찬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는 반면 딸은 절반 정도, 반드시 아들로 ‘보충’을 해줘야하는 것 같다. 딸이 둘이면 뭔가 부족한 듯하고 아들이 둘이면 차고 넘치는 듯한 시선은 여전하다. 아들을 낳아야 비로소 며느리의 도리를 다한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분위기가 아주 멀리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생각이 없지만 만약에 둘째가 생긴다면 그 순간부터 최소 16주까지 아들이어야만 하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딸을 낳았으니 다음에는 새로운 성별인 아들을 낳아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니라 그냥 무조건 아들이어야만 하는 무언의 압박을 견뎌야한다. 그게 두려워서 더 이상 출산을 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들도 있다. 둘째도 딸이라고 하자 “낳을 거냐”고 묻는가 하면 곧바로 셋째를 낳으면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단다. 성별 문제는 이제 막 엄마가 된 우리 세대에서도 언제나 뜨거운 논쟁거리다. ‘아들 타령’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우리 가운데에서도 은근한 아들 타령이 존재한다는 데 깜짝 놀라곤 한다. 또 하나 새로운 점이라고 하면 ‘딸 타령’까지 더해졌다는 거다. ●젊은 엄마들의 세계에도 존재하는 ‘성별 타령’ 태아가 아들이 아니어서 눈물을 펑펑 쏟는 일, 몇 달 내내 딸이라고 확인 받은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 보며 아들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일,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비법’을 쫓아다니는 일, 딸을 낳았다고 마치 죄인이라도 되는 일들이 우리 세대에서도 아주 흔하다. 그것이 순수하게 남자 아기를 갖고 싶은 것보다는 누군가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한 경우인 게 아직 남아있다. 은연 중에 아들을 낳았다고 해서 알 수 없는 우월감이나 자부심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딸 가진 자격지심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런 사람들은 대하기가 불편하다. 그 앞에서 애써 “딸이 더 좋다”며 맞서는 것도 유치하다. 아들이어서, 또 딸이어서 ‘더’ 좋고 말고 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 세대가 이런 걸로 우리를 힘들게 했다고 투정하면서도 어느새 그 모습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의지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아직까지 왜 이렇게 놓지 못하는 것일까. ●“아들만 낳은 것이 그렇게 불쌍한 일인가요” 새로운 갈등 상황도 빚어진다. 누군가 딸을 가졌다고 하면 일부러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딸이라 좋겠다”고 해주는 반면 아들을 연달아 둘 이상 낳으면 혀를 차는 일들이 벌어진다. 딸·아들 조합이면 ‘금메달’, 딸·딸 조합이면 ‘은메달’, 아들 둘 조합이면 ‘목메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들이 딸보다 더 좋은 이유가 딱히 없듯이 딸이라 더 좋을 것도, 아들이라 아쉬울 것도 사실 없다. 모든 아들이 엄마를 힘들게 하고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모든 딸이 살갑고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아니다. 남자 아이들이 키우는데 물리적인 힘이 더 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만 낳은 엄마를 안쓰럽게 봐줄 이유는 전혀 없다. 가끔 아들 형제만 가진 엄마들은 “제발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아들 낳았다고 해서 또래 엄마들로부터 대놓고 ‘쯧쯧’거리는 시선을 견뎌야하는 역차별까지 생긴 것이다. 물론 자녀의 성별은 아마도 모든 인류의 관심사일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성별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성별을 선택하는 비법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미국, 멕시코 등 일부 나라에서는 최근 성별을 선택해서 임신하는 시술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성별을 선택해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는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최소 1만 5000달러(약 17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불임클리닉에서는 5쌍 중 1쌍이 이런 선택임신을 한다. ●존재 만으로도 소중한 아이들…갈등 대물림 언제까지 하지만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자녀가 한 두 명 혹은 세 명 있지만 다른 성별의 자녀를 갖기 원하는 부부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부유층에서도 원정출산을 통해 이같은 선택임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법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이용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순수하게 ‘새로운 성별을 갖고 싶어서’였을지는 의문이다. 아들을 더 좋아하든 딸을 더 좋아하든 그것은 개인의 선호도일 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남에게 강요를 하거나 그것이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심지어 요즘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아홉 달 동안 건강하게 무사히 아기를 품고 낳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우리 아이들을 두고, 너무나 소모적인 갈등이 대물림돼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1회부터 18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카드 뉴스] “우리는 미스 캅(Miss Cop)이다”

    [카드 뉴스] “우리는 미스 캅(Miss Cop)이다”

    SBS 월·화 드라마 ‘미세스 캅’에 견줘 ‘미스 캅’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결혼 여부나 나이를 떠나 ‘여자 경찰 새내기’이기 때문이죠.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자리한 중앙경찰학교 훈련장입니다. 281기 여경 705명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민중 지팡이’가 되기 위해서 랍니다. 경찰관 직무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웁니다. 태권도, 합기도로 몸을 단련시키고,15km 산악 훈련과 응급 인명구조 훈련도 받고, CSI:과학수사대와 같은 과학수사 기법도 익히고, 사격 실력도 높입니다. 고되고 간단찮은 교육 과정을 다 밟아야 ‘진짜 경찰’이 됩니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우선하는 교육이 끝나면 너나 없이 살가운 ‘동료’로 돌아갑니다. “미스 캅, 파이팅!” <이종원 선임기자가 2014년 10월 취재한 중앙경찰학교 281기 여경 교육생의 훈련과정을 재구성했습니다> 글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박현주 디자이너 cipape75@hanmail.net
  • [속보] 추자도서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현재까지 시신 8구 수습·3명 생존”

    [속보] 추자도서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현재까지 시신 8구 수습·3명 생존”

    [속보] 추자도서 낚시 어선 돌고래호 전복… “현재까지 시신 8구 수습·3명 생존” 추자도 낚시 어선 전복, 돌고래호 제주 추자도 남쪽 해상에서 낚시 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가 6일 오전 전복된 채 발견됐다. 18~20여명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3명이 구조됐고, 10여명은 숨지거나 실종 상태다.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5분쯤 제주 추자도 남쪽 무인도인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낚시 어선 돌고래호가 뒤집힌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후 7시 추자도에서 출항한 뒤 44분 뒤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5일 저녁 9시 3분쯤 선박 사고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는 오후 7시 38분쯤 배에 설치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로 확인됐다. 당시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이었다. 해경은 오전 10시 현재 5구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시신은 해남병원과 우리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앞서 선체에 매달려 있던 김모(47)씨 등 3명은 주변 어선에서 발견돼 구조됐다. 이들은 해경 헬기로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저체온증 등 증세를 보였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21명으로 추정되는 일행들은 돔 낚시를 하기 위해 전남 해남군 남성항에서 해남선적 돌고래호를 타고 제주를 향해 출발했고, 오전 3시 59분쯤 제주 하추자도 신앙항에 도착해 인근 섬에서 낚시를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가 됐는데, 가장 필요한 것도 ‘엄마’였죠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엄마가 됐는데, 가장 필요한 것도 ‘엄마’였죠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가장 필요하고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친정 엄마’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자 오히려 내 엄마의 존재가 더욱 간절해지는 모순이라니. 하지만 친정 엄마 말고는 마음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전혀 없었던 이유에서다. 그나마 평일 저녁에 일찍, 그래봤자 저녁 9시에 들어오는 남편이 유일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외 자녀를 정기적으로 돌봐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조사에서 79.2%가 “없다”고 답했다. 자녀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친조부모(48.1%)와 외조부모(47.1%)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타 친인척 7.2%, 비혈연 인력 5.8% 등은 극히 일부였다. 아기 엄마가 취업 중일 경우에도 정기적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겨우 절반(52.5%)을 조금 넘겼다. 일을 그만두었거나 취업한 적이 아예 없는 엄마들의 경우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가 각각 91.2%, 87.9%나 됐다. 급한 일이 생길 경우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65.1%)이 가장 많았고 외조부모(36.8%), 친조부모(33.3%), 이웃이나 친구(14.7%) 등으로 조사됐다(다중 응답 결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아기를 맡길 수 있다는 건데, 그조차도 여건이 안 되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다는 게 서럽고 버거울 때가 많았다. 몸이 아프거나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생기면 정말 난감했다. 단 10분도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길 처지가 못 되다 보니 ‘지원군’이 절실했다. ●도움 못 받아 처절… 장염에 링거 꽂고 아이엔 모유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은 차라리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고, 출산 후 잇몸이 상해 내내 이가 시리지만 치과 근처는 얼씬하지도 못했다. 꼭 받아야 하는 진료가 있을 때엔 아기를 안고 초음파 검사를 하거나 간호사가 우는 아기를 안아준 적도 있다. 급성 장염에 시달린 어느 날에는 밤새 아픈 배를 부여잡다가 겨우 동네 내과에 가서 아기와 함께 누워서 링거 주사를 맞았다. 주사를 맞으며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기도 했다. 잠깐씩 벌어지는 일들은 그런대로 넘길 수 있었다. 복직 시기가 점점 다가올수록 친정 엄마의 부재(不在)가 더욱 처절하게 와 닿았다. 일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걱정을 수백 번 했다. 아기를 맡길 데가 없는데 갑자기 출장을 가라는 지시를 받거나 집에서 반대 방향의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출입처로 출퇴근을 하라는 지시를 받는 등의 꿈을 수도 없이 꿨다.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으니 친정 엄마 없이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워킹맘의 필수품이야말로 친정 엄마였다. ●영아 위탁 어린이집 “10~16시 돌봐줘요”에 난감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길 곳이 있어야 했는데 친정 엄마가 없다는 사실부터 큰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나의 근무 여건이나 상황에 딱 맞는 곳은 아예 찾을 수 없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했다. 정부에서 보육수당 40만 6000원(0세 기준)이 지원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은 적다. 그러나 알아본 주변 어린이집 모두 0세반 영아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가 ‘적정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어린이집에서는 “법적으론 오후 7시 30분까지이지만 아이들이 그 시간까지 남아 있지 않는다”라거나 “아기가 너무 오래 있으면 안 좋다”고 말했다. 내 출퇴근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내 아이 한 명만 종일 봐달라고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나마 늦게까지 눈치를 덜 보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아직도 대기 순번이 100번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취업 여성들은 대체로 오후 6시 이후에나 퇴근을 하고 특히 오후 6시 반 이후 퇴근자가 50.6%에 달한다. 그런데 육아지원 기관들은 오후 3시 반부터 아이들을 하원시키기 시작해 오후 5시가 되면 아이의 13%만 기관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이모님’ 현대판 오복이라 할 정도로 드물어 ‘베이비시터’(아이돌보미)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매달 월급의 반 정도를 뚝 떼내야 하지만 방도가 없다. 그나마 12시간 이상 아이만 보거나 입주도우미를 쓰지 않으니 반만 떼내는 것이다.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출퇴근형 베이비시터는 월 160만~180만원, 입주형은 월 200만원이 넘는 게 시세다. 어린이집을 병행하면서 ‘등·하원도우미형’ 시터를 구하면 시급 8000원~1만원선의 급여를 줘야 한다. 아이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앞뒤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모님(베이비시터)이 등·하원을 시켜주면서 아이를 봐준 생활을 한 지 어느덧 6개월. 각종 사건·사고에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루 종일 남에게 맡긴 무모한 엄마가 됐다. 그나마 다행히 아주 좋은 분을 만나 어느 정도 걱정을 덜어냈다. 이모님 구하기 미션을 위해 몇 달 동안 인터넷을 부여잡고 정보를 찾아 헤맸다. 가장 가까이에 사는 분에게 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 아파트 동마다 일일이 전단지를 붙이고 20여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섯 차례에 걸쳐 면접도 봤다. 아이를 봐주실 분을 한두 번 만남에 결정해야 하니 나의 ‘사람 보는 눈’과 ‘운’에 철저히 기대야 했다. 좋은 이모님을 만나는 것이 현대판 ‘오복’(五福)이라고 할 정도로 엄마, 아이와 잘 맞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주변에서나 육아 카페에서 복직을 앞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다. 아예 친정이나 시댁에 아이를 맡겨 두고 주말에만, 또는 한 달에 두어 번만 아이와 상봉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고 동창들은 취업과 결혼을 하며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가 아기를 낳고 마치 귀향을 하듯이 다시 친정 근처로 이사했다. 남편 지인들 가운데에서도 처가살이는 더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다. ‘헬리콥터맘’이나 ‘캥거루족’이라며 부모에게 독립하지 못한 성인 자녀들을 비판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쉽지 않다. ●딸 결혼시키고도 ‘딸의 딸’ 돌보는 친정 엄마는… 내 가정을 꾸리고 나도 어엿한 부모가 되었는데, 여전히 나의 부모 말고는 기댈 데가 딱히 없다는 게 늘 불만이다. 친정 엄마는 또 무슨 죄인가. 기껏 딸을 키워서 공부도 다 시켜 놓았는데 그 딸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딸의 딸’까지 키워줘야 한다. 평생 내 엄마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내 아이의 할머니로 살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복직을 한 지 여섯 달이 다 된 지금까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을 지우지 못하는 이기적인 딸이다. 30년쯤 뒤, 내 아이가 아기를 낳았을 때는 세상이 달라져 있을까. 손주를 봐주는 친정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도, 그 다짐이 오히려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포토]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의 비극, 전세계 추모 물결 “그곳에선 행복하길”

    [포토]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의 비극, 전세계 추모 물결 “그곳에선 행복하길”

    2일(현지시간) 터키 휴양지의 한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3)의 사진이 전 세계에 슬픔과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SNS상에서 쿠르디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겨우 세 살배기 아이가 차디 찬 바다에 휩쓸려 모래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있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동시에 난민들의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쿠르디의 사진을 합성해 쿠르디가 편안하게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배경을 만들어주거나 천사 날개를 달고 있는 그림을 그려주는 등 쿠르디의 비극적인 죽음을 그림과 사진에서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네티즌 뿐 아니라 각국의 시민들이 안타까움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쿠르디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펀드는 하루 만에 473명이 1만 5286파운드(한화 약 3000만원)을 기부했고,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독박(讀博) 육아일기] (24) 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세 자매 중 첫째 딸로 태어난 숙명이었는지, 지금까지 나의 삶은 주로 혼자 알아서 하는, 길잡이가 없는 시간들이었다. 같은 또래의 언니나 오빠가 없다 보니 뭔가를 배우고 따라할 존재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맏언니의 역할처럼 항상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었다. 어쩌다 보니 대학 입시에 취업, 결혼, 출산까지 또래들보다 반 박자 정도 빨랐다. 돌아보면 혼자 알아서 해낸 것 치고는 대체로 괜찮은 결과들이었다. 하지만 혼자 가는 길의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앞이 항상 깜깜했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도 줄이고 보다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엄마가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기를 품고 낳고 기르는 일이 내 인생 30년 만에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혼자 ‘알아서’ 해야했다. 가까운 주변에 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늘 정보에 매말랐다. 사실 온갖 육아 정보는 널리고 널렸다. 오히려 차고 넘쳤다. 너무 많아서 탈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의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혼자 알아서 하는 삶…육아도 마찬가지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지를 시작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까지 모든 것을 닥쳐야 알 수 있었다. 임신한 사실을 알자마자 임신·출산·육아 관련 백과사전을 샀지만, 생후 4~5주 태아부터 24개월까지 아이의 일반적인 특성이 한 권에 모여있다 보니 정작 그 때 그 때 필요한 정보는 한 두 쪽에서 끝이 났다. 막상 아기를 키울 때는 책을 펼칠 시간도 없을 뿐더러 잘 와닿지가 않았다. 육아가 책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 내 아이도 책에 있는 아기들과는 달랐다. 산후조리원 2주 동안이 거의 유일하게 교육을 받은 시간이었다. 그래봤자 하루 한 두번, 분유나 유아용품 업체 직원들이 홍보를 겸한 간단한 육아정보를 전해주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열심히 필기를 해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업체 직원들의 짧은 강의는 조리원에서 쓰기 시작한 로션을 집에 와서도 아기에게 바르고, 신생아실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되는 방식으로 엄마들에게 흡수됐다. 집으로 돌아오니 조리원에서 주워들은 정보도 새까맣게 지워졌다. 강아지도 한 마리 안 키워 본 내가 갑자기 핏덩이 같은 작은 사람 한 명을 안게 됐는데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아기들은 울음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지만, 왜 우는지는 알아야할 것 아닌가. 젖을 먹어도 울고 쉬를 해도 울고. 잠도 안 자고 울었다. 작은 거실 쇼파에 둘이 앉아 하루종일을 그렇게 울면서 보냈다. 몇 주쯤 지나자 남편이 출근하기 위해 문 밖을 나서는 것마저 아쉬웠다. 또 둘만 남겨지는구나, 또 나 혼자 모든 것을 알아내야 하는구나. 두려웠다. 육아에 대한 ‘무지(無知)’는 갈증과 막막함을 넘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원래부터 엄마가 아니었고, 그래서 아무 것도 모르는 게 당연했지만 나의 한 순간 선택이 신생아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까봐 걱정이 됐다. 아기가 조금씩 자라면서도 이 개월수에 이 정도 움직임이 맞는 것인지, 이유식을 왜 이렇게 안 먹는 것인지, 이렇게 안 먹어도 영양 상태에 지장이 없는지 늘 의문 투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지만 초짜 엄마에게는 그런 대범함이 있을 리 없었다. ●아기에 대한 궁금증, 바로 해소할 수 있는 곳은 ‘카페’ 뿐 그럴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던 곳이 육아 관련 카페였다. 질문을 올리지 않고도 검색만으로도 대충 필요한 정보를 얻기 충분했다. 가장 먼저 검색해 본 것은 ‘신생아 눈맞춤’이었던 것 같다. 언제 아기가 나를 바라봐주는지 제일 궁금했다. 그 다음 ‘모유수유’ 관련 각종 질문 및 고충들이 가장 많았고, 돌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안 먹는 아기, 이유식 잘 먹이는 방법’ 등을 숱하게 찾아봤다. 다른 엄마들의 경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비슷한 궁금증과 고민을 다른 엄마들도 이미 경험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무언가가 조금이나마 해소된 기분이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영유아 부모의 육아정보 이용실태 및 활용지원 방안’ 보고서에도 영유아 부모들이 육아정보를 찾을 때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퍼스널 미디어(포털·온라인 커뮤니티·SNS)가 59%로 가장 많았다고 나와있다. 그 다음으로 지인(20%), 기관(16.4%), 매스미디어(4.6%) 순이다.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특히 아기가 어릴수록 엄마도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거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퍼스널미디어를 통한 정보 습득은 점차 줄고, 지인과 기관을 통한 정보습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육아 전문가, 만나기도 힘들고 만나도 어려워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정답을 들을 수 있는 통로인 병원은 거리감이 느껴졌다. 제일 처음 생후 6일된 아기를 안고 소아청소년과 병원에 갔을 때 주사를 맞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와 무채색 얼굴로 너무나 무뚝뚝했던 의사 선생님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정신이 없어서 아기가 황달 증상이 조금 있었는데도 그걸 물어보지 못하고 나왔다. 뒤늦게 생각이 났지만 이미 진료실 문은 닫혔다. ‘괜찮겠지’라고 애써 마음을 달랬는데 2주쯤 뒤까지 아기가 샛노란 얼굴로 변했다. “의사한테 그거 하나 물어보지 못한 바보 엄마”라고 자책하는 일기를 매일 썼다. 그 뒤로는 소아과에 갈 일이 생기면 궁금한 것을 사소한 것이라도 꼭 메모해 간다. 극성맞고 유난스러운 엄마로 보일지라도 물어볼 수 있는 전문가가 의사 뿐인데, 의사를 만날 기회는 흔치 않으니 어떻게든 붙잡고 매달려야 했다. 나와 아이와 맞는 병원을 찾는 데에도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동네에도 유명한 소아과가 몇 군데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그런 곳은 몇 시간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하기도 했다. 정작 진료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지난해 처음 영유아검진을 예약할 때 몇몇 병원은 무려 1년치까지 예약이 꽉 차있다고 했다. “도대체 저출산 국가라고 하더니 영유아검진 하나 예약하기가 이렇게 어렵냐”고 구시렁댔다. 어렵게 약속을 잡고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의사들을 만났지만, 어떤 곳은 과잉진료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했고, 또 어떤 곳은 너무 성의 없게 봐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4개월 아기가 콧물을 흘려 데려갔더니 대뜸 “눈 크기가 다르다”면서 “안면신경마비나 시신경마비일 수 있으니 크면 대학병원에나 가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의사가 있었는가 하면, 아기 피부가 벗겨져 물어보니 “몰라요”라고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답한 의사도 있었다. 아기 피부 문제로 대학병원까지 가게 됐지만 무조건 “아토피 기가 조금 있다”는 진단과 연고 처방으로 끝이 났다. 너무 겁을 줘도 또 너무 대충 말해줘도 엄마의 가슴은 항상 철렁했다. ●의사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초보맘 가슴은 ‘철렁’ 나도 직업 특성상 하루에도 100통 가까운 보도자료가 쏟아지다 보니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어떤 때는 많은 것을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기도 한다. 아마 의사 선생님들도 비슷하겠지. 하루에도 수십 명씩, 비슷한 감기 증세의 아이들이 몰려오겠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의사 선생님들의 단어 하나가 초보 엄마들의 마음에 얼마나 깊게 새겨지는지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기가 잘 낫는 것도 중요했지만 기왕이면 내가 더 믿고 의존할 수 있는 병원을 정해놓고 다니고 싶었다. 동네 소아과를 5~6군데나 다녀봤다. 결국 마지막으로 정한 곳이 두 곳인데 한 곳은 주말을 포함한 매일 자정까지 진료를 보는 곳이라 복직 이후에 애용하게 됐다. 또 다른 곳을 ‘주치의’ 병원으로 정했는데, 담당 선생님 때문에 마음을 굳혔다. 특별히 진단을 잘 하거나 딱 들어맞는 약을 처방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기에 대해 걱정하고 조바심을 낼 때 항상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그건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그런 걸로 아기에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등의 말을 해주면서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아 미안하고 조바심이 든다. 그럴 때 이런 말 한 마디를 듣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대신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 대기시간 최소 30분을 추가로 써야한다. 몇몇 소아과에만 항상 줄 지어 있는 대기 인원들을 보면, 아마 많은 엄마들의 사정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급할 때 찾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선배 엄마들이다. 심지어 임신부들이 자신의 배 사진을 찍어 올리며 “이 주수에 이 정도 배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묻기도 하고, 아기 엄마들이 아기의 변 사진을 올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남의 아기 똥까지 엿봐야 할 때마다 짜증스럽기도 하고, 이런 사진들까지 올리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지만, 오죽 마음이 급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심정은 이해가 간다. “아기가 아픈데 지금 병원을 가야할까요, 말아야할까요?”라는 질문도 흔한데 역시 그 마음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기가 아픈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뭐 이런 걸로 병원에 왔냐”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하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전문가와 함께하는 육아가 간절했다. 휴직기간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빼놓지 않고 봤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교수와 박사가 병원이 아닌 곳에서 볼 수 있는 전문가였다. 아기가 이유식을 심하게 먹지 않을 때에는 나도 출연 신청을 해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내 얼굴 팔리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아기의 상황을 짚어보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 선배 엄마들의 경험담도 좋지만 내 아기와 나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고비마다 필요했다. 그 갈증은 아직도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복직을 한 뒤에야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우리동네 보육반장’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2013년에 시작된 것으로 25개 자치구에 총 132명의 보육반장이 활동한다고 한다. 구별로 4~8명의 보육반장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고민 해결이나 상담하는 역할도 한다. 3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 엄마들이 활동한다. 아직 2년 남짓 밖에 안 됐고 엄마들이 보육반장에 대한 정보 자체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런 식의 육아 길잡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각 자치구에는 육아종합지원센터도 있다. 우리 동네의 경우 1만원의 회비를 내면 장난감을 대여하거나 놀이방에서 놀 수 있고, 문화센터와 같은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항상 주변의 손길이 필요했다. 특히 초보 엄마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하다.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너무 아는 것도 없이 육아를 시작했다.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면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를 두고 겪는 시행착오는 겁이 난다. 누구나 육아 길잡이가 되어주고, 또 누구나 길잡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1회부터 17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귀족 노조의 ‘쇠파이프’ 불법파업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귀족 노조의 ‘쇠파이프’ 불법파업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일 “노동조합이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노조를 직접 언급하며 강한 반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김 대표는 정부의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노동시장 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의 노동정책 실패를 노동조합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노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대표는 “노조 가입자 수는 10%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은 막대하다”면서 “대기업, 특히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과격 강성 귀족노조가 매년 불법 파업을 일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불법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노조가) 쇠파이프로 (전경들을) 두들겨 팼다. 불법 노조에 공권력이 대항하지 못했기 때문에 10년째 우리나라가 2만불에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런 일이 없었으면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근 조선업계 최초로 공동파업을 선언한 조선업체들을 겨냥해 “조선 3사가 7조 4000억 원이 적자인데 지금 파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그 회사가 망하면 괜찮나. 그게 해외에 홍보가 된다. CNN에 연일 경찰을 두드려 패는 모습이 보도되는데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투자를 하겠느냐”면서 “그들이 우리 사회 발전에 끼친 패악은 상당하다.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앞서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전체의 인력과 조직을 재편하는 험난한 작업으로서 모든 개혁의 기초”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개혁의 목표로 ▲청년 일자리 창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 ▲노동시장의 안정성 등을 제시한 뒤 “30∼40년 전 연공서열제, 호봉승급제 등 임금체계의 불공정성은 직무·성과 중심의 선진 체계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나홀로 육아, 그 처절한 외로움에 대하여

    ´독박육아´라는 말은 친정이나 시댁 등 보조 양육자 없이 대부분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엄마들 사이의 은어로 육아의 책임을 혼자 도맡았다는 뜻이다. 해외에 사는 친정 가족, 종일 바쁜 남편 등의 상황으로 인해 나홀로 육아를 제대로 경험했다.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게 됐다. 그래서 초보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더 넓게 읽게 됐다는 뜻에서 ‘독박(讀博) 육아일기’(읽을 독+넓을 박-육아를 통해 세상을 넓게 읽게 됐다는 뜻)를 쓰기 시작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육아맘´들의 세계를 함께 나누고 싶다. 2014년 1월 1일. 나이 서른이 되는 날 엄마가 되었다. 하필 남편이 출근하는 바람에 혼자 택시를 잡아 타고 분만실에 갔던 게 조짐이었을까. 이날부터 시작된 ‘나홀로 육아’는 외로움과 서러움의 연속이었다. 사랑스러운 아기는 축복과 행복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지독한 고독, 우울함과 싸워야 했다. 친정 가족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는 점이 한 초보 엄마를 이토록 힘들게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육아의 고통, 궁극적으로는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생명을 길러내는 부담과 책임감에 갇혀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당연히 엄마들만의 몫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엄마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 요즘은 ‘아빠 육아’ 붐으로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도와주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참여와 도움일 뿐이다. ●하루 평균 양육시간 엄마 11시간·아빠 1~3시간 엄마와 아빠의 물리적인 육아 시간부터 큰 차이가 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양육에 할애하는 평균 시간이 엄마의 경우 주중 662분(약 11시간 2분), 주말 672.5분(약 11시간 12분)인 반면 아빠의 경우 주중 95.1분(1시간 35분), 주말 216.6분(3시간 36분)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995명의 아빠들은 “시간이 되는 범위 내에서 자발적으로”(46.9%), “도움을 청할 경우”(35.5%) 육아에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적 약속이나 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엄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 오후 5시에 ‘첫 끼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전적으로 엄마의 것이 된다. 아기의 사소한 모든 것들이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전전긍긍할 때 남편은 쿨했고, 아빠는 아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아기에게 어떤 옷을 입힐지, 물을 먹여야 할지 말지도 나에게 물었다. 내복 바지가 어디가 앞면인지까지 매번 물어대니 꼭 아이를 둘 키우는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아기와 단둘이 있다 보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잠을 자고 배고플 때 밥을 먹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제때, 제대로 해소할 수 없었다. 처음 두 달은 세수도 사치였고 오후 5시가 돼서야 겨우 첫 끼니를 때웠다.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들이켜는 수준이었다. 70일쯤 ‘바운서’(아기를 눕힐 수 있는 요람 형태의 의자)를 사고 처음으로 앉아서 밑반찬과 함께 밥을 먹었다. ●‘육아휴직해 일 안 해서 좋겠다’ 말에 부글부글 남편이 없는 평일 낮에 샤워를 한 것이 나의 ‘100일의 기적’이었다. 아기가 6~7개월쯤 되어 낯가림이 생기면서 초강력 ‘껌딱지’가 됐을 때는 용변도 아기를 안고 봤다. 아마 많은 엄마들이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문 앞의 아기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며 볼일을 보거나 춤을 추면서 샤워를 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돌을 넘겨서까지 밤중 수유를 했던 탓에 1년 동안 연속 5시간 이상 통잠을 자 본 일이 열 손가락 안에 든다. 매일 이런 생활이 반복됐는데 주변에서 육아휴직의 ‘휴’(休)자에 초점을 맞춰 “일 안 해서 좋겠다”며 속 편한 소리를 하면 속이 뒤집혔다. 그리고 진심으로 외로웠다. 아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기쁨만큼 근심과 걱정도 쌓여 갔다. 나의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 아기의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버거웠다. 그런데 아무도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출산 후 호르몬 변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복잡하고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기와 나, 우리 둘만 외딴 섬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늘 일에 치이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복잡함 속에 살았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뚝 끊겼다.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날이 기적에 가까웠다. 내 이름 석 자를 제대로 불러 주는 사람은 아기용품을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뿐이었다. 남편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말’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날들이 한참 이어졌다. ●대화가 부족해… 책 판매원마저 반가워진 삶 50일쯤엔 유아도서 판매사원이 집에 방문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분명 책을 팔기 위한 속셈이었는데 엉겁결에 당장 오라고 반겼다.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러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약속을 취소했지만. 이런 이유에선지 일부 사이비 종교단체에서 아기 엄마들에게 접근해 친해지면서 전도의 대상으로 집중 공략한다는 것이 엄마들 사이의 정설이다. 점점 나의 세상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으로 좁혀졌다. 회사 동료, 취재원들이 연결돼 있는 페이스북에는 더이상 공감할 내용이 없었고 오히려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의 공간인 육아 관련 커뮤니티에 파고들었다. 회원 수가 230만여명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하루에 무려 1만 건 이상의 새 글이 올라온다. 어떤 날은 이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의 제목을 다 훑기도 했다. 아기가 좀 자라자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한지 심하게 보채고 안기려고만 했다. 숨 쉴 틈조차 안 주는 아기를 데리고 차라리 밖으로 나갔다. 일주일에 3일 이상 동네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점심시간 이후, 특히 오후 3~4시쯤 백화점은 유모차와 아기띠 군단으로 붐빈다. 유아휴게실이 잘 갖춰져 있는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 외에는 사실 엄마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다. 아무 때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친정이 없는 나에게는 특히 백화점이 최고의 친구였다. 신기하게도 껌딱지 아기는 밖에 나가면 방긋방긋 잘 웃고 보채지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상 같지만 그저 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육아 카페에 광적으로 집착했던 것도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라는 데서 위로를 받아서였다. 꽤 오래 시달렸던 극심한 우울감을 8개월 이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 털어냈다.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군대 동기만큼 끈끈하다는 산후조리원 동기모임에도 나갔다. 아기 엄마라면 나이 불문하고 친구가 됐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보다 육아 경험이 있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더 편해졌다. 아기를 놔두고 또는 데리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는 없기에 그저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육아의 무게, 혼자서만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다. 아무리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라 해도 누군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함께해 준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육아의 고통과 외로움에 대한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한층 수월해질 것 같다.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엄마들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baikyoo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독박(讀博) 육아일기](23) 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며칠 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부모 참여수업’을 했다. 이번에는 마침 야간근무 기간인 남편이 오전에 퇴근을 하면서 함께 갈 수 있었다. 자기의 영역에 엄마와 아빠가 찾아와 함께 있으니 한껏 들떴는지 아이는 어린이집을 신나게 휘젓고 다녔다. 엄마 손을 끌고 여기저기 다니며 다른 아이들에게 마치 “우리 엄마, 아빠야”라고 소개를 해주는 것 같았다. 함께 체육활동을 하고 김밥을 만들었다. 부모가 된 지 600여 일. 아직도 이 말이 어색하기만 하다. 부모 참여수업에 참석해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세 번째 받았지만 내가 가는 자리가 맞는지 괜히 쑥스럽기까지 하다.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곳에서 나를 “OO엄마, OO맘”이라고 부르고 있고,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과연 내가 ‘부모’가 맞는지, 이 아이는 나의 ‘자녀’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전히 늘 고민하게 된다. 좋아하는 노래의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우린 어떤 의미였었나”라는 가삿말을 아이에 대입해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처음 부모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들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은 출산하고 몇 시간 뒤였다. 신생아실에 있는 수유실에 내려가 아기를 처음 안아들었다. 네가 내 뱃속에서 나온 아기니? 곤히 눈을 감고 있는 아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살면서 그렇게 작고 어린 아기를 안아본 일도 없었을 뿐더러 내 뱃속에 이런 생명체가 있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그로부터 또 며칠 뒤,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서 처음 실감했다. 모유수유를 시도하는데 아기가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태어난 뒤부터 계속해서 모유를 먹지 못한 것 같은데, 나의 미숙함으로 아기를 굶게 만드는 것 아닌가 자책했다. 그 이후 육아 기간 중 가장 신경쓴 것도 아이의 먹는 것이다. 13개월 동안 완모를 하고 6개월부터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돌 전부터 밥을 먹이면서 ‘삼시 세 끼’ 먹이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했다. 상상 이상이었다. 할머니가 항상 밥 먹었는지를 먼저물으시며 그렇게 밥에 집착하시던 것이 조금 이해가 간다. 내가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이 아이의 건강에 곧바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반면 남편이 ‘아빠가 됐다’고 느낀 것은 조금 달랐다. 남편은 아기가 태어난 지 사흘째 조리원에 가서 처음으로 아기를 안아봤다. 너무 작은 아기가 혹시나 부서질까 조심스러워하던 모습이 역력했다. 2주의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신생아 기저귀를 하루에 10개씩 갈아치우는 모습을 오롯이 보게 됐다. 그 때 처음으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어깨에 와닿았다고 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기저귀를 갈아치우다니. 저 기저귀 값을 내가 다 감당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별로 생각지 못해본 부담감이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가 되기 시작했다. 품에 안으면 작은 발이 아빠 배에 닿을락 말락했던 아기가 어느덧 아빠의 허벅지까지 발이 내려오도록 자랐다. 말을 하기 시작하고 인지 능력이 급격히 발달한 것처럼 보이는 아이를 보며 나는 이 아이가 어떤 것을 배우고 자랄지, 어떤 사람이 될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그대로 따라하는 아기를 보며 덜컥 겁도 난다. 자투리 시간에 검색해 보는 것은 아이의 개월수에 맞는 놀잇감, 이맘 때 아이들에게 어떤 자극이 적절한가 등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책임감의 종류도 달라진다 남편은 부쩍 돈 이야기를 많이 꺼낸다. 둘의 기념일과 생일이 연달아 기다리고 있어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집”이라고 답할 정도다. 어느 지역에 둥지를 트고 아이를 키우면 좋을지 열심히 궁리한다. 맞벌이다 보니 서로 회사생활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데 나의 걱정이 주로 눈 앞의 상황에 머물러 있고, 당장 앞가림을 잘해야한다는 데 있다면 남편은 나중에 아이가 대학갈 때까지 회사를 다니며 등록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걱정을 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연애할 때는 오늘 뭘 먹을까,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했던 두 사람이다. 결혼준비를 할 때에는 둘이 살기에 적당하고 출퇴근하기 좋은 것이 신혼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주말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제는 왕복 4시간 이상의 출퇴근 거리인 집에 살면서도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 이사를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약에 집을 옮기게 되어도 역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놀이공간을 다니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장소를 찾는다. 남편이 야간근무 기간인 덕분에 그저께 처음으로 단 둘이 외식을 했다. 19개월 만의 일이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둘이 동시에 “이거 OO이가 좋아하는 건데”라고 말했고, 한 시간 내내 아이 이야기만 했다. 아주 자그마하던 아이의 존재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항상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며 살다가 여기에 ‘어떤 부모가 될까’ 하는 고민을 얹었다. 언제까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는 당장 답을 알 수도 없다. 우리는 아이가 하고싶은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며 세상을 넓게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받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 길을 이끌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역할이라고 다짐했다. 내가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한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다. 아이가 뭔가를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고 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넓히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그러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아이를 기르는 일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많은 부담감이 뒤따른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아이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바라보고 웃어주고, 그 웃음이 그 무엇보다 큰 행복감을 주지만 그것과 별개로 돈과 시간 같은 물질적인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꼭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이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사주는 것부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도 반드시 몇 푼이라도 필요하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일을 한다. 일을 하는 외의 시간에는 무조건 아이와 함께해야 하다 보니 ‘나’의 시간은 급격히 줄었다. ●부모도 자녀를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사회 성인이 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데도, 나이 서른을 넘긴 애엄마가 됐는데도 여전히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이 따라붙는 사회다. 고위직 인사들이 성인이 된 자녀들의 취업을 부탁하는가 하면, 그것이 통한다고 여겨지는 사회다. “어디 사느냐”는 한 마디로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이 가늠되는 사회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아이를 길러야 한다. 나의 한 인간으로서의 수준이나 평가가 아버지의 직업과 또는 내가 자라온 동네에 따라 단숨에 평가되는 것 같아 이런 질문들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자라서까지 그런 질문을 듣게 된다면, 부모의 ‘스펙’으로 인해 아이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받는 것은 결코 원치 않는다. 대학 공부까지 잘 시켜주신 부모님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말자며 둘만의 힘으로 결혼을 하고 살림을 시작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뿌듯했지만, 살면서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 출발선에서부터 한참 뒤쳐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아이에게 똑같은 어려움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과 경험을 갖고 접한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이 ‘보건·복지 Issue&Focus’에 개제한 ‘자녀가치 국제비교’ 연구 내용이 흥미롭다. 9개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의미하는 ‘자녀가치’를 조사한 결과다. 5점 만점으로 각 항목의 점수가 ▲자녀는 기쁨(4.26점) ▲자녀는 부모의 자유를 제한(3.30점) ▲자녀는 재정적 부담(3.26점) ▲경제활동을 제한(3.25점) ▲자녀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상승(3.17점) ▲성인자녀는 노부모에 도움(3.54점) 등 6개 항목을 조사했다. (괄호 안은 한국의 ‘자녀가치’ 척도) 9개국의 전체 자녀가치 평균 점수는 3.29점. 우리나라는 3.17점으로 세 번째로 낮은 쪽에 속했다. 특이한 점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도 높고 부정적인 가치도 높은 양면적인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점수로 나타난 것은 ‘부모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과 ‘재정적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김 연구위원은 “자녀는 정신적인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자녀양육은 경제적 부담이 되고 개인적 생활을 제한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비율이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성인자녀가 노부모에 도움된다’는 척도가 비교적 낮게 나타난 것은 자녀에 대한 투자가 나중에 부양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 본인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책임감은 당연하지만 외적인 부담감 줄어들기를 우리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은 퇴근 후 모여 놀다가 간지럼 한 번에 꺄르르 소리내며 웃는 아기를 볼 때다. 퇴근하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강아지처럼 쪼르르 뛰어나와 “엄마!”, “아빠!”하고 부르는 아이를 보면 하루종일 회사에서 쌓인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다. 며칠 전에는 불편한 신발을 신고 아이와 시장에 다녀왔더니 발이 다 까졌다. “엄마 발 아파”라고 몇 번 중얼거렸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연고를 가져와 내 발에 대주었다. 순간 울컥함을 느꼈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정말 아는 걸까. 발에 생긴 물집 뿐 아니라 마음의 모든 걸 치유해주는 몸짓으로 보였다. 누워있던 아기가 기어다니게 되고 다시 걷게 되고, “엄마” 소리만 겨우 내뱉던 아기가 엄마에게 과일을 건네주며 “먹어”라고 말하게 되면서 내가 엄마로서, 그리고 남편이 아빠로서 갖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욱 와닿는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 느끼는 것의 배 이상, 더 큰 무거움이 찾아올 것이다. 아이의 웃음을 무기삼아 어떤 어려움과 버거움에도 이겨낼 것이고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세상을 통해 느끼는 부담감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1회부터 15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새로운 남북관계 계기”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새로운 남북관계 계기”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새로운 남북관계 계기”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협상단을 이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도발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2시쯤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하고 ”쌍방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협상한 결과”라며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내 왔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것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 실장과 취재진들이나눈 일문일답 내용. -협상이 늦어지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 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협상이 대단히 길어졌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관계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발 방지를 끈질기게 요청한 이유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으면 이러한 도발 사례가 또 생기고, 국민의 안정과 안보 불안이 되는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약속을 요구했던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남북 간 협의가 있었나 →그 분야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닙니다.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도발 사건 외에 남북 관계 발전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가 됐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틀을 이번에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일문일답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협상단을 이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도발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2시쯤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하고 ”쌍방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협상한 결과”라며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내 왔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것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 실장과 취재진들이나눈 일문일답 내용. -협상이 늦어지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 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협상이 대단히 길어졌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관계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발 방지를 끈질기게 요청한 이유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으면 이러한 도발 사례가 또 생기고, 국민의 안정과 안보 불안이 되는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약속을 요구했던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남북 간 협의가 있었나 →그 분야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닙니다.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도발 사건 외에 남북 관계 발전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가 됐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틀을 이번에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北 도발행위 재발방지 약속 의미있어”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北 도발행위 재발방지 약속 의미있어”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北 도발행위 재발방지 약속 의미있어” 남북 협상 타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남북 고위급 회담의 남측 협상단을 이끈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도발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2시쯤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하고 ”쌍방의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갖고 협상한 결과”라며 “그동안 북한은 우리 국민에게 불안과 위기를 조성하고 양보를 받아내 왔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그것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한 뒤 김 실장과 취재진들이나눈 일문일답 내용. -협상이 늦어지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금번에 발생한 지뢰 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를 받아내고, 또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협상이 대단히 길어졌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관계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발 방지를 끈질기게 요청한 이유는 재발 방지가 되지 않으면 이러한 도발 사례가 또 생기고, 국민의 안정과 안보 불안이 되는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재발 방지약속을 요구했던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남북 간 협의가 있었나 →그 분야는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닙니다. -이번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서 도발 사건 외에 남북 관계 발전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가 됐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 또 담당하는 부서에서 발전시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본틀을 이번에 마련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결국 자정 넘겨…이틀째 마라톤 협상 결과 ‘주목’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결국 자정 넘겨…이틀째 마라톤 협상 결과 ‘주목’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결국 자정 넘겨…이틀째 마라톤 협상 결과 ‘주목’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김관진 남북 고위급 회담이 22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시작됐지만 자정을 넘기며 이틀째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회담 직후 통일부가 공개한 접촉 동영상에는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평화의 집 회담장으로 이동해 오후 6시 30분쯤부터 회담을 시작했다. 모두 미소를 띤 얼굴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9시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접촉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이 같은 구성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돼, 회담의 내용과 성격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당초 회담의 내용과 관련, 우리 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담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양측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협상을 길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북 고위급 회담 10시간 만에 정회, 오늘 오후 3시 다시 접촉… “폭넓게 협의”

    남북 고위급 회담 10시간 만에 정회, 오늘 오후 3시 다시 접촉… “폭넓게 협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뒤 23일 새벽 4시 15분 정회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할 방침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3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남북은 8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잠시 전인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면서 “남북은 오늘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늘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22일 오후 6시 30분쯤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접촉 동영상에는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회담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졌다. 접촉은 북한이 먼저 접촉을 제의했고, 참석자 등에 대해 남측의 수정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협상단의 구성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돼, 회담의 내용과 성격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그동안 남북 접촉은 남측의 통일부와 북측의 통일전선부 당국자들이 참석했고 총정치국장의 회담 참여는 없었다. 또 청와대 소속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정은 제1위원장 뒤의 2인자로 꼽히는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공식 회담이 처음 이뤄져 더욱 의미를 갖는다. 회담은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만 동영상으로 공개한 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새벽 정회를 한 뒤에도 협의 내용이나 중간 브리핑 등의 발표를 일체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회담의 내용과 관련, 우리 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담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양측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진통을 겪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10시간 넘도록 협상을 길게 이어갔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회담을 ‘결렬’ 상태로 끝낸 것이 아니라 상호간 입장차를 ‘조율’한 뒤 다시 접촉을 하기로 한 것은 양측이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사항을 반드시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속보]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정회, 오늘 오후 3시 다시 접촉… “폭넓게 협의했다”

    [속보]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정회, 오늘 오후 3시 다시 접촉… “폭넓게 협의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인 뒤 23일 새벽 4시 15분 정회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할 방침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3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남북은 8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잠시 전인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면서 “남북은 오늘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늘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북은 22일 오후 6시 30분쯤부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통일부가 공개한 접촉 동영상에는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회담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졌다. 접촉은 북한이 먼저 접촉을 제의했고, 참석자 등에 대해 남측의 수정 요구에 대해서도 모두 받아들였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이 같은 구성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돼, 회담의 내용과 성격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당초 회담의 내용과 관련, 우리 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담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양측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진통을 겪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10시간 넘도록 협상을 길게 이어갔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전문]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문 “남북관계 발전방안 협의…오후 3시 재개”

    [전문]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 합의문 “남북관계 발전방안 협의…오후 3시 재개”

    남북 고위급 회담이 10시간 만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정회했다. 남북은 23일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음은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발표한 남북 고위급 회담의 합의문 내용. -남북은 8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잠시 전인 8월 23일 새벽 4시 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남북은 오늘 새벽 4시 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8월 23일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북 고위급 회담 결국 자정 넘겨…이틀째 마라톤 협상 결과 ‘주목’

    남북 고위급 회담 결국 자정 넘겨…이틀째 마라톤 협상 결과 ‘주목’

    남북 고위급 회담이 22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시작됐지만 자정을 넘기며 이틀째 마라톤 협상을 이어졌다. 이날 회담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단과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대표단이 참석했다. 회담 직후 통일부가 공개한 접촉 동영상에는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이 미소를 지으며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평화의 집 회담장으로 이동해 오후 6시 30분쯤부터 회담을 시작했다. 모두 미소를 띤 얼굴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9시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 회담은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따라 우리 군이 대응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극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회담인 동시에 이 같은 구성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돼, 회담의 내용과 성격에 더욱 시선이 집중됐다. 당초 회담의 내용과 관련, 우리 측은 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북측은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회담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양측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진통을 겪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협상을 길게 이어갔다는 점에서 양측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야 , 남북 긴장 상황, “평화적 해결 위한 대화 촉구...정쟁 중단 선언”

    여야 지도부는 22일 북한의 포격도발과 관련, 북한에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키는 일체 도발의 즉각적 중단을 촉구하는 등 공동대응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2+2 회동을 하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여야 지도부는 김 대표와 문 대표가 차례로 읽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남북당국이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당국간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정부는 이 상황을 단호하되 평화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은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우리 군에 무한 신뢰를 보내며, 모든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으로 대처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오늘 회동은 남북간 긴장 상황에서 여야가 같이 초당적으로 공동대처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문 대표측 박광온 비서실장이 우리측 김학용 비서실장에게 회동을 제의하고 저희도 즉각 좋겠다고 합의해서 이뤄졌다”면서 “이런 기회를 준 문 대표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금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놓여있고 국민의 불안이 아주 크며 우리 경제도 큰 피해 입고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평화적으로 상황을 잘 마무리 하기 위해 여야 대표가 이렇게 합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이어 “대승적으로 합의를 수용해준 김 대표 및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남북 고위급 , 전격 대면 “한반도 위기 최대 분수령...일단 한숨돌릴 듯”

    남북이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만나기로 전격 합의함에 따라 긴박하게 돌아가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일단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남북간 대치 국면에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북측이 이날 오후 5시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시한으로 정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겠다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상태다. 우리 측도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돌입하는 등 확고한 대응 체계를 갖췄던 터다.  회담의 관건은 해법이다. 물론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는 난관이 불가피하다.  북측은 고위급 접촉에서 이번 도발의 빌미로 삼아온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관련 장비인 확성기의 철거를 강력히 주장할 것이 명백하다. 우리 군은 이번 긴장 고조가 북한군에 의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요구로 맞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북측의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북측의 주장은 판이하다.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와 관련,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자칫 고위급 회담이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채 겉돌 수도있다.  중요한 것은 북측의 대화 의지다.  남북이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해법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북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면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다. 북측이 전방지역에 대한 준전시상태 해제 등 군사적 긴장을 먼저 낮추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 측도 일시적으로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대화와 실천의 진정성을 전제해서다.  회담의 의미는 여느 때와 다르다. 북측이 전날 오후 먼저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먼저 제안했고, 우리 측의 수정안에 대해 북측이 대표단과 관련해 일부 수정안을 다시 낸 것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이뤄졌다. 위기로 치닫을 수 없음을 양측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측은 고위급접촉의 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군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수용했다. 황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의 ‘황태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외에 군의 가장 최고책임자인 황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한다는 게 우리측의 요구였다. 김양건 당 비서는 대남정책 뿐 아니라 대중국, 대일본 외교 등 대외정책까지 관정하는 김정은 체제의 ‘외교 브레인’이다. 지난해 10월 4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도 참석했던 터다.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 받아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상황은 지난해 10월과는 사뭇 다르지만 초면이 아닌 구면이라는 점에서 대화가 비교적 용이할 것 같다. 이번 남북 고위급 회담은 비록 위기 상황에서 마련됐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대화를 위한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북 회담은 지난해 2월 14일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만나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 및 중상 중지 등에 합의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당국 간 남북 회담으로 보면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영철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지난해 10월 15일 판문점에서 군사당국자 접촉을 가진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남북 회담이 성사되기는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의 오찬을 겸한 만남은 공식적인 회담은 아니다. 때문에 장관급 이상 남북 회담은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후 8년 만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진정성은 결여한 채 국제사회에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은 “남북이 상황의 엄중성에 대한 깉이 인식하고 한 발짝씩 양보해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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