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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우 배드민턴] 정경은-신승찬 준결승 안착?“메달이 보인다”

    [리우 배드민턴] 정경은-신승찬 준결승 안착?“메달이 보인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정경은(26·KGC인삼공사)-신승찬(22·삼성전기) 조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준결승에 올랐다. 정경은-신승찬은 15일(현지시간) 리우센트로 4관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복식 8강전에서 에이피에 무스켄스-셀레나 픽(네덜란드)을 2-1(21-13 20-22 21-14)로 꺾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중 가장 먼저 준결승에 안착, 메달을 가시권에 뒀다. 그러나 남자복식 김사랑(27)-김기정(26·이상 삼성전기) 조는 센트로 파빌리온에서 열린 8강전에서 푸하이펑-장난(중국)에 1-2(21-11 18-21 24-22)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1세트를 여유있게 따낸 김사랑-김기정은 2세트에서 큰 점수 차로 앞서다 추격을 허용하더니 18점째를 득점한 뒤에는 더 점수를 내지 못하고 세트를 내줬다. 3세트에서도 한때 7점까지 앞섰으나 추격을 당했고, 듀스 접전 끝에 뒤집히고 말았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리우 사격] 김종현 결선 좌절 “예비 아내가 은메달이라도 받아줄지…”

    [리우 사격] 김종현 결선 좌절 “예비 아내가 은메달이라도 받아줄지…”

    “은메달이라도 받아줄지 모르겠네요.하하하.” 한국 소총의 ‘간판’ 김종현(31·창원시청)이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사격센터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사격 남자 소총 3자세 결선 진출이 무산된 뒤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본선에서 1170점으로 44명 중 16위에 그쳐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 종목이 본인의 주 종목이라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앞서 김종현은 부전공인 50m 소총복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주전공인 이 종목에서 금메달이 기대됐지만 정작 결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그는 “3자세에서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3자세는 복사(엎드려쏴), 슬사(무릎쏴), 입사(서서쏴)로 구성되는데 김종현은 슬사에서 394점으로 선두권에 머무르다 복사에서 397점을 쏘면서 1위까지 올랐으나 마지막 입사에서 점수를 많이 까먹어 16위로 밀려났다. 김종현은 “리우에 오기 전부터 감이 안 좋았지만 와서 훈련하면서 어느 정도 찾았다고 생각했다”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긴장해서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종현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예비신부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권나라(29·청주시청)로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김종현은 “오늘 시합을 앞두고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하더라”면서 “은메달이라도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다소 허무하다는 듯 웃었다. 한편 한국 사격 남자 대표팀은 세계 사격 최초 개인전 3연패를 일군 진종오의 금메달과 김종현의 은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일어나라…울지 마라, 한국 축구 미래는 밝다

    일어나라…울지 마라, 한국 축구 미래는 밝다

    “‘골짜기 세대’라는 소리를 들은 선수들이 보인 대단한 경기력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기세라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을 이끈 신태용 감독은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1로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역 시절이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해 3무에 그쳤지만 감독으로서 올림픽 8강 진출을 이뤄 냈다”며 “특히 그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으면서도 올림픽 8강을 일궈 낸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리우올림픽 전 일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신 감독의 희망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을 보면 이날의 패배는 씁쓸하기만 했다. 2012년 런던대회에 이어 올림픽 2회 연속 4강 진출을 노린 한국은 대부분의 경기 기록에서 온두라스에 월등히 앞섰지만 상대의 역습 한 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공격 점유율 59%-41%, 슈팅 수 7-1, 코너킥 4-1, 프리킥 12-4 등 절대 우위를 보인 전반 한국은 온두라스의 골문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45분 류승우(레버쿠젠)의 중거리슛이 온두라스 골키퍼 루이스 로페스의 선방에 걸렸고 전반 추가 시간에는 손흥민(토트넘)의 오른발 발리슛이 역시 로페스의 펀칭에 막혔다. 후반 들어서도 경기 주도권은 내내 한국이 쥐었다. 후반 시작 2분 만에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이, 9분에는 왼발 슈팅이 로페스 손끝에 걸리고 13분에는 역시 손흥민의 슈팅이 골대 왼쪽을 살짝 벗어났다. 시종 수세에 몰려 있던 온두라스는 그러나 후반 14분 역습 한 방으로 한국을 무너뜨렸다. 로멜 쿠이오토가 왼쪽을 파고들며 수비수를 끌어들인 뒤 페널티 지역 정면으로 쇄도하던 엘리스에게 낮은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엘리스는 침착하게 오른발로 한국의 골문을 향해 차 넣었다. 일격을 당한 한국은 이후에도 온두라스 골문을 위협했지만 동점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손흥민은 “제가 득점 기회를 놓쳤고 경기를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죄송하다”며 “그러나 열심히 뛴 어린 선수들에게 비난은 안 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들 고생했는데, 너무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고 눈물을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온두라스가 한국을 꺾고 역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을 냈다”고 발 빠르게 한국의 패배 소식을 알리면서 “한국은 경기 시작 후 골문을 흔들 기회를 여러 번 얻었지만 온두라스 수비수 조니 팔라시오스에게 막히고 특히 골키퍼 로페스의 선방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양궁 개인전 장혜진 기보배 ‘언니들’ 시상식 때 눈물 삼킨 막내

    양궁 개인전 장혜진 기보배 ‘언니들’ 시상식 때 눈물 삼킨 막내

    올해 열린 모든 국내외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아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던 최미선(광주여대)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여자개인전 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장혜진(LH), 기보배(광주시청)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동안 최미선은 예선전 연습장에 있었다. 최미선은 올해 4월 ‘바늘구멍’으로 불리는 한국 올림픽 대표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며 태극마크도 달았다. 이후 5월 콜롬비아 메데진, 6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현대 양궁월드컵 2, 3차 대회에서 연속 3관왕에 올랐다. 매 대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개인전 우승후보로 꼽히며 2관왕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노렸던 최미선으로서는 낯선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미선은 바람이라는 변수와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8강전에서 올림픽 개인전 첫 도전을 마무리했다. ‘도깨비’ 바람이 분 이날 1세트 첫발에서 5점을 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최미선은 매 세트 화살 3발씩으로 승부를 가리는 빠른 토너먼트 경기의 전개 속에 2, 3세트까지 평정심을 회복하지 못하고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패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이번 리우올림픽을 위해 준비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아쉽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던 최미선은 슬픔에 빠진 대신 다음 대회를 바라봤다. 대회 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던 최미선은 “코치님, 같이 도쿄 올림픽에 가요”라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양궁 코치진은 이제 대학 2학년인 20살 최미선에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도쿄 올림픽은 물론 그다음 올림픽까지 계속 활약할 수 있다”고 다독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충격의 8강 탈락’ 최미선, 가는 곳마다 눈물…“바람 신경쓰다 집중 못해”

    ‘충격의 8강 탈락’ 최미선, 가는 곳마다 눈물…“바람 신경쓰다 집중 못해”

    양궁 여자 대표팀 막내 최미선(광주여대)이 충격의 8강 탈락 후 울음을 터뜨렸다. 최미선이 첫발을 5점 과녁에 맞혔을 때만 해도 설마 했다. 1세트를 내줬을 때도 세계 랭킹 1위인데, 2세트부터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설마 하는 사이에 최미선은 2세트에서 또 무너졌고, 3세트까지 내줬다. 간단하고 순식간에 경기는 끝나 버렸다. 최미선은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8강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에게 0-6(23-25 26-29 27-29)으로 완패했다. 여자 양궁 단체전 8연패 위업을 이룬 선수이자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여자 궁사가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패배했다. 최미선은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올림픽 주관 방송사, 국내 방송사, 현지 취재진, 국내 취재진 순서로 질문에 답변했다. 믹스트존에서부터 울음을 터트린 최민선은 가는 곳마다 눈물을 흩뿌렸다. 그는 떨리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단체전과 개인전이 다르다기보다는 상대방을 의식하느라 내 것을 집중 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최미선은 이어 “바람만 신경 쓰다 보니까 자세에 집중을 못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번 리우올림픽을 위해 준비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아쉽다”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회로 기억될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우 양궁] 장혜진 한국 첫 2관왕, 기보배 ‘소중한 동메달’ 최미선 8강 탈락

    [리우 양궁] 장혜진 한국 첫 2관왕, 기보배 ‘소중한 동메달’ 최미선 8강 탈락

    ‘늦깍이 궁사’ 장혜진(LH)이 여자 개인전을 우승, 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의 다섯 번째 금메달이며 2관왕은 처음이다. 세계랭킹 6위인 장혜진은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리사 운르흐(독일)를 세트 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눌렀다. 운루흐는 세계 16위이자 이번 대회 예선에서 21위를 했다. 8강에서 대만 에이스 탕야팅을 이긴 데 이어 4강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까지 꺾었지만 장혜진을 넘지 못했다. 1세트 19-19 상황에서 장혜진이 먼저 9점을 쏜 뒤 운르흐가 8점을 쏘면서 장혜진이 1점 차로 이겼다. 2세트에서는 18-18에서 운르흐가 10점을 쏜 뒤 장혜진이 8점을 맞추면서 세트 점수는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장혜진은 3세트에서 운르흐가 7점을 쏘면서 27-26으로 이기고 마지막 4세트에서 두 발 연속 10점을 맞춰 승부를 결정지었다. 장혜진은 “런던올림픽 선발전 4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어내 후련하고 좋다”며 “시상대에 서니 선발전에서 힘들었던 과정이 생각났다. 애국가를 들으니까 울컥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 힘들었던 일 중에는 지난해 리우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장면도 포함됐다. 장혜진은 당시 4등으로 출전 선수들과 동행했다. 시합에는 나서지 못했다. 홀로 연습장에서 ‘도둑훈련’을 하면서 올림픽 꿈을 키웠다. “그때 몰래 훈련하면서 다짐했어요. 꼭 돌아와서 저렇게 사선에서 활을 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결승전 사선에 섰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어요.” 장혜진은 이날 개인전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 바람을 이겨낸 비결도 털어놓았다. “다른 선수들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실수할 때 자세를 눈여겨봤다. 사선에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할 것만 자신 있게 쏘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앞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2관왕인 기보배(광주시청)가 발렌시아를 세트 점수 6-4(26-25 28-29 26-25 21-27 30-25)로 따돌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지막 5세트 세 발을 모두 10점으로 장식하는 ‘텐텐텐’이 돋보였다. 애초 한국은 여자 개인전에서 금·은·동메달을 모두 휩쓰는 것을 노렸으나 결승까지 한국 선수를 만나지 않고 올라가는 대진이었던 세계 1위 최미선(광주여대)이 8강에서 발렌시아에게 0-6으로 완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믹스트존에서부터 울음을 터트린 최미선은 가는 곳마다 눈물을 흩뿌렸다. 그는 떨리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단체전과 개인전이 다르다기보다 상대방을 의식하느라 내 것을 집중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바람만 신경 쓰다 보니까 자세에 집중을 못했다”며 “이번 리우올림픽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버려 아쉽다”고 덧붙였다. 장혜진은 기보배와의 준결승에서 살얼음판 대결을 펼친 끝에 7-3(19-25 27-24 27-24 26-26 28-26)으로 이겨 결승에 올랐고,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양궁의 ‘신궁 계보’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한편 기보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내 기량을 맘껏 못 펼쳐서 아쉽다”며 “3~4위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긴장을 안 늦추려고 스스로 집중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동메달의 의미에 대해 “더 소중한 것 같다”며 “사실 개인전 2연패를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올해 국제대회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큰 기대를 안 했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장혜진과의 준결승 4세트 두 번째 화살을 3점에 맞춰 동점을 허용했다. 기보배는 예전에도 3점을 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로소 활짝 웃었다. “가끔 있었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을 바람 많이 부는 날에 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은 처음이에요.”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홍기택과 산업은행에서 배워야 할 교훈/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홍기택과 산업은행에서 배워야 할 교훈/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지난 1월 초였다. “국익을 위해 우리를 도와 달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그게 어떻게 국익이냐”고 묻자 “그럼 일단 부총재가 되고 난 뒤에 비판을 해 달라”고들 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초라한 경영 실적으로 능력을 의심받던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영전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인 저성과자 퇴출에 어긋난다’고 쓴 기자 칼럼에 대한 변명이었다. 기획재정부 측은 “중국이 부총재 후보자의 한국 내 평판을 중시해 언론 보도 내용을 꼼꼼히 체크한다”며 나름의 사정을 하소연했다. 그러나 “왜 이렇게 하자가 많은 분을 추천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끝내 답변은 하지 못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대우조선 지원을 둘러싼 폭로와 AIIB 휴직으로 이어진 ‘홍기택 사태’가 시나브로 마무리돼 간다. 정부가 오매불망 원했던 국제금융기구 부총재 자리를 허무하게 잃어버렸고 국제 망신도 톡톡히 당했다. 뼈아픈 자충수다. 그렇다고 이 모든 책임을 홍 전 회장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오히려 깜냥이 안되는 인사를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묻지마’ 추천한 이들이 지는 것이 이치에 맞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 제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마치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홍 전 회장 개인의 돌출 행위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관련 공무원들은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태도다. 기재부는 지난 2월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 부총재를 수임한 것은 2003년 이후 13년 만으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과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자화자찬형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결국 잘못된 추천으로 5개월도 안 돼 ‘4조원(AIIB 분담금)짜리 부총재직’을 날려 버렸다. 이에 대한 해명과 책임을 요구하는 게 지나친 것일까. 국제금융기구의 한국인 부총재는 다음에 또 나올 것이고,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이번에 비싼 대가를 치른 만큼 적합한 인사 추천과 검증이 꼭 필요해 보인다. 국제기구 관례상 추천 인사를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더라도 비(非)전문가를 배제하는 인사 원칙과 기준을 세워 ‘제2의 홍기택’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능력도 안되는 홍 전 회장을 추천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산업은행은 또 어떠한가. 2008년 대우조선 매각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와 배임 혐의를 우려해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한화그룹의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가 최근 대법원 판결로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일부를 토해 내게 됐다. 책임질 일을 피하려던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두고두고 발목이 잡혀 있고, 거꾸로 배임 혐의로 고생한 한화 경영진은 8년 만에 배임 혐의의 이유였던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게 됐으니 참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당시 다가오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했다면 산업은행으로서는 무조건 매각하는 것이 백번 천번 나은 선택이었지만 ‘낙하산 최고경영자(CEO)’의 한계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경영이 오늘의 ‘복마전’ 대우조선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대우건설 낙하산 사장 논란을 보면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기는 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그러다가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에 또 손 벌리고 하는 식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산업은행의 존재 가치에 회의를 느끼는 요즘이다.
  • 바울아 울지마… 너의 땀은 金이야

    바울아 울지마… 너의 땀은 金이야

    “(상대의) 기술에 제대로 걸렸으니 넘어갈 수밖에 없죠. 다 실력입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유도 66㎏급 결승에서 파비오 바실(이탈리아·26위)에게 통한의 일격을 당한 세계 랭킹 1위 안바울(22)은 시상식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준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이기고 기분이 너무 붕 떠 있었는데 그걸 조절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준결승 때 왼쪽 팔꿈치를 다쳐 주기술인 왼쪽 업어치기를 시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이겨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핑계”라고 말했다. 안바울은 올림픽에 첫 출전했지만 긴장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경기를 치렀다. 32강에서는 팔가로누워꺾기, 16강에서는 기습적인 소매들어허리채기로 각각 한판승을 따냈다. 8강에서 만난 ‘백전노장’ 리쇼드 소비로프(우즈베키스탄)도 업어치기로 절반을 얻어 승리를 가져왔다. 결승의 마지막 고비인 4강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를 만나 고전했지만 연장전에서 유효를 따내며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표팀 트레이너인 조준호 코치가 4년 전 런던올림픽 유도 66㎏급 8강전에서 에비누마에게 당했던 패배를 속시원하게 되갚아준 것이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금메달을 눈앞에 둔 그는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상대의 공격에 허무하게 당했다. 올 초 파리대회에서 한 차례 시합을 겨룬 적이 있어 어느 정도 상대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방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경기 시작 1분 24초 만에 업어치기로 한판패를 당한 그는 충격에 빠진 듯했다. 경기장 밖으로 나와 복도에서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있던 그는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져서 허탈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10분여 뒤 시상식에서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올림픽은 축제잖아요. 이미 이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까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비록 ‘금빛 사냥’에 실패했지만 남자 유도 경량급(60·66㎏급)을 책임질 주역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다. 경량급은 전통적으로 효자 종목으로 불렸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확실한 주자가 없는 상황이었다. 제2의 최민호(대표팀 코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안바울이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는 “최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면서 “나이가 어린 만큼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에 더 노력해서 그 선수(바실)를 이기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리우데자네이루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박지원 “檢, 박선숙·김수민 영장 재청구 이해 안 돼”

    박지원 “檢, 박선숙·김수민 영장 재청구 이해 안 돼”

    검찰이 28일 4·13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당은 다시 발칵 뒤집혔다.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안철수·천정배 공동상임대표가 사퇴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중 당에 다시 ‘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차례로 항의방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 관련 언론보도가 전해진 것은 이날 오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취임 1개월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 불과 몇 분 전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한 달 소회를 말씀드리기 전 우리에게는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운을 뗐다. 박 비대위원장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영장 청구 기각 후 특별한 다른 사례가 수사상 밝혀진 것도 전혀 없이 똑같은 사유로 이렇게 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사유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동영상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는 왜 이렇게 조용한가. 대단히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특히 이번 영장 청구가 ‘당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어떻게 검찰이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대한민국의 공당인 국민의당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느냐”고 규탄했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의원은 “검찰이 아무런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영장에) 국민의당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적시했다”며 “국회의원 38명이 소속된 정당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하려면 최소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철 의원은 “청와대와 대검찰청의 지시에 의한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면서 “진경준·우병우 파문을 서둘러 봉합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검찰 개혁을 사전에 방해하려는 검찰의 마지막 저항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선숙 의원은 “이미 법원에서 구속의 상당성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사안에 대해 영장 재청구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고 박 의원 측이 전했다. 한편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취임 1개월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나머지 임기를 정리하고 성공한 대통령의 길로 가려면 초당적 입장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새 영화]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먹방, 쿡방 등 넘쳐나는 요리 예능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힐링할 수 있는 음식 다큐멘터리다. 셰프를 꿈꾸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요리에 대해, 요리사에 대해 시종일관 진지하게 접근한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노마: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이 그렇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식 혁명가 르네 레드제피와 그의 레스토랑 노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마는 2003년 당시 스물다섯 살의 르네 레드제피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문을 연 북유럽 요리 전문 레스토랑이다. 요리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떠올리기 쉬운데 북유럽 요리라는 개념도, 요리책도 없던 시절 레드제피는 노마를 통해 북유럽 요리 스타일을 미식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왔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쓴다는 것도 파격이었다. 요리에 시간(계절)과 공간까지 담아내겠다는 혁식전인 발상을 실천한 것이다. 물론 이 도전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허무맹랑하다며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제피의 뚝심은 노마를 2010년부터 3년 연속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로 이끈다. 영국의 미디어업체가 주관하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은 영화로 치면 오스카에 해당하는 미식계의 저명한 시상식으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호사다마라고 위기가 찾아온다. 2013년 집단 식중독 사건이 터진다. 홍합이 문제였다. 또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의 1위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미슐랭 가이드 최고 영예인 별 세 개를 따내는 데도 실패한다. 하지만 이듬해 노마는 정상을 탈환하며 건재함을 과시한다. 관객들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일련의 과정들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다. 요리에 대한 자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레드제피의 삶이다. 그는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에서 덴마크로 건너온 무슬림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민자의 아들이었지만 토박이보다 더 덴마크적이고 북유럽적이었다. 인종차별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레드제피 덕택에 코펜하겐은 세계 미식의 중심지가 됐고, 세계 곳곳에서 노마를 찾아오는 미식가들 덕택에 덴마크 관광객이 11%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카메라가 주방에만 머물지 않고 식재료를 제공하는 채집가들에게까지 찾아가는 점도 흥미롭다. 노마의 요리처럼 식재료가 어디에서 오는지 대자연의 공간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세세한 설명이 없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그래도 마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요리들이 풍성하게 등장해 눈이 무척 즐겁다. 전체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수요 에세이] 특허청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최동규 특허청장

    [수요 에세이] 특허청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최동규 특허청장

    우리나라는 특허, 상표 등 지식재산권 출원은 세계 4위이고,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규모를 감안한 내국인 출원 비율은 당당한 세계 1위다. 특허청은 우리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돕고 있다. 그럼 특허청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의례적인 인사말로 필자인 특허청장을 꼽는다. 청장을 제외하고 다시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머뭇거리다 ○○국장, ○○과장이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특허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 다름 아닌 ‘특허 심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들을 ‘특허 심사관’이라고 부른다. 특허 심사관은 발명을 심사해 발명자에게 특허권이란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심사관들은 특허 신청된 기술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보다 더 나은 기술인지 꼼꼼히 따져 특허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심사관의 특허 등록이나 거절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심사관이 비슷한 기술이 있다고 판단하고 내린 거절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거절불복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심사 당시에는 비슷한 기술을 찾지 못해 특허가 등록됐는데, 이전부터 그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특허청에선 이러한 특허 심판을 심판관들이 전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특허 심사와 심판 중에서는 어떤 일이 더 중요할까. 물론 모든 업무가 다 중요하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특허 심사가 지식재산을 보호하는 첫 단추’와도 같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보호돼야 할 기술이 보호받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심판·소송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특허와 관련해 국민 만족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사람은 필자인 특허청장이 아니다. 발명에 제대로 된 권리를 부여해 지식재산권이란 결실을 맺도록 해 주는 심사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허청에는 1000여명의 심사관이 있다. 이들은 특허 신청된 발명 하나하나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생각하면서 지금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심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심사관의 중요성이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못했었고, 심사관들조차도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만한 계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필자는 심사관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지난 5월 심사를 가장 제대로 잘하는 사람을 ‘심사제일인’으로 선정했다. 수많은 심사관 가운데 단 한 명의 심사관을 뽑는 것인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명칭을 결정할 때도 ‘심사끝판왕’, ‘심사최고수’ 등 다양한 의견이 경합했다. 선발도 동료 심사관들의 추천부터 내부 다면평가, 심사와 관련된 각종 통계 데이터 검증 등 다양한 단계를 거쳤다. 그 결과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심사를 제대로 하는 심사관이 심사제일인으로 선발됐다. 특히 얼마 전 심사제일인이 특별 승진까지 함으로써 심사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심사제일인은 최고의 심사관을 뜻하는 만큼 현재의 심사제일인이 몇 년 동안을 유지할지,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 다시 경쟁을 벌이게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심사는 기술 분야에 따른 차이도 크고, 심사관 개개인의 차이도 커서 좋은 심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웠다. 이런 점에서 심사제일인은 좋은 심사의 한 방향을 알려 주면서 심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능소능대’(能小能大)라는 말이 있다. 작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큰일도 잘한다, 혹은 큰일은 작은 일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심사관이 심사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은 튼튼한 지식재산권을 창출하고, 이는 곧 지식재산 제도의 신뢰성을 높여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기에 심사관 개인의 노력이 갖는 가치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사제일인’이 특허청에서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 [경제 블로그] 허탈한 금융공기업 직원들

    [경제 블로그] 허탈한 금융공기업 직원들

    실적 따른 연봉 방식으로 전환 ‘신의 직장 특권’ 내려놓을 때 직장인들에게 성과급은 언제 들어도 반가운 단어일 겁니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봉투 이외에 기대치 않았던 ‘부수입’인 셈이니깐요. 그런데 성과급이 반갑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허탈하다”는 반응까지 보입니다. 이달 초 정부로부터 성과급을 지급받은 금융공공기관 직원들 얘깁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공기관(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올 5월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했습니다.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며 이사회 의결이란 ‘우회’ 전략을 동원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내년부터는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기로 했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추가 성과급을 주겠다”던 정부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성과연봉제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예금보험공사에 월급(기본급 기준)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나머지 금융공공기관은 월급의 10%입니다. 연봉으로 따지면 1%입니다. 기관마다 직원 1인당 20만~30만원의 성과급을 손에 쥐게 된 것이죠. 반응은 갈립니다. 한 금융공기업 직원은 “내년부터는 업무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1000만원까지 깎이는 직원도 등장할 텐데 30만원이란 대가는 허무한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일부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은 아예 성과급을 반납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자금을 모아 회사를 상대로 한 성과연봉제 무효소송 비용에 보태겠다는 것이죠. 정부가 쥐어준 ‘격려금’이 성과연봉제를 흔드는 ‘실탄’이 되는 셈이죠. 금융공공기관은 최근까지도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렸습니다. 고액 연봉에 매년 꼬박꼬박 월급이 오르고,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란 인식이 강해서죠. 실적에 따라 연봉이 깎이고 때로는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민간 기업체 직원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생활일 겁니다. 특권을 포기한 대가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이제는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이 특권 아닌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사설] AIIB 부총재 날린 홍기택 파문 책임 엄히 물어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몫인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직위가 부총재에서 국장급으로 격하됐다. 홍기택 부총재가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지 14일 만이다. AIIB는 대신 국장급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부총재급으로 격상시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결국 한국이 4조 3000억원의 분담금을 내고 어렵게 확보한 자리만 허무하게 날린 셈이 됐다. AIIB는 후임자 자격 요건으로 ‘전문성’과 ‘직업윤리’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고 하니 국가적 망신까지 산 꼴이 됐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홍 부총재의 부적절한 처신에 있다. 그는 지난 2월까지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회장을 맡았다. 대우조선의 부실을 키우는 데 누구보다 책임이 크다. 특히 5조 4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의 회계 부정을 감독하는 역할을 소홀히 했다. 홍씨가 회계 부정을 알면서도 눈감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홍 부총재는 서별관회의를 폭로하는 인터뷰를 통해 모든 책임을 정부와 청와대에 돌려 파문을 불렀다. 또 지난달에는 휴직계를 제출하고 AIIB 연차 총회에 불참했고,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 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검찰이든 감사원이든 그를 불러 철저히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인물에게 중책을 맡긴 청와대와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홍 부총재는 금융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학자 출신이다. 산은 회장 선임 때부터 뒷말이 적지 않았다. 복잡한 산은 회장 업무를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정부 일각에서까지 불거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그가 소신과 책임의식을 갖고 산업은행을 이끌었다면 대우조선의 부실이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홍씨에 대해 대우조선 부실 문제만으로도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그런데 외려 지난 2월 그를 AIIB 부총재로 추천해 사실상 영전을 시켜 줬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소신마저 없는 인물에게 무리하게 중책을 맡긴 셈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가 국제적으로까지 확대돼 망신을 산 경우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고 했다. 무자격자를 아무 데나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국제 망신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소설 속 배경, 충정로 야마토 아파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소설 속 배경, 충정로 야마토 아파트

    지난주의 미동 아파트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69년 미동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 이 자리에는 1940년에 지어진 또 다른 아파트가 있었다. 건축역사학자인 김정동 교수의 ‘문학 속 우리 도시 기행 2’(2005·푸른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 아파트의 이름은 경성대화숙(京城大和塾·게이조야마토주쿠)이다. 일제강점기 교원 및 사상범의 교화 단체로서 1941년 1월에 만들어진 또 다른 경성대화숙과 우연인지 필연인지 한자까지 이름이 같다. 3층 목조의 이 경성대화숙이 있던 자리는 충정로의 당시 이름이던 죽첨정, 즉 다케조에초 3가 8번지였다. 원래는 식산은행의 독신자 아파트였다고 한다. 그런데 월북 문학가인 김남천(1911~1953)의 소설 ‘경영’(문장·1940.10)과 그 후편이라고 할 수 있는 ‘맥’(춘추·1941.2)이 바로 이 아파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로 인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소설을 꼽을 때 이 두 소설의 이름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소설 속의 이름은 ‘야마토 아파트’다.  소설 속의 묘사가 실재했던 건물을 얼마나 정확히 그리고 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건물의 외형과 관련해서도 전해 오는 자료가 없는 듯하다. 한국보다 아파트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몇몇 사례 등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관동 대지진 후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동윤회(同潤會·도준카이)가 건립한 1920~30년대의 아파트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김남천 자신이 1947년 월북하기 전까지 경성대화숙 323호에 묵고 있었고, 소설 속의 여주인공 최무경 또한 야마토 아파트 323호에 거처가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허구와 실제 간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하에 두 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문구에 기초해 이 아파트를 ‘복원’해 보면 다음과 같다. #61가구 입주한 복도형·임대용 3층 아파트  야마토 아파트는 죽첨정, 즉 다케조에초에 있는 3층 건물이다. 복도형 아파트고 승강기는 없다. 임대용 아파트이며 호텔은 아니어서 ‘한두 달 계실 손님에겐 방을 거절하라는’ 규칙이 있다. 아파트 주인은 여기에 살지 않으며 잠깐 와서 ‘장부나 검사해 보고는’ 다시 나간다. 독신자용 방이 36개, 두 칸의 가족용 방이 25개 있어서 총 61가구에 ‘일백이삼십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다. 방세와 별도로 난방비, 전등료, 급수료 등을 받는다. ‘특약’, 즉 장기 계약해서 쓰는 택시와 용달 서비스가 있다.  1층에는 출입구 옆에 사무실, 구내식당, 공동 목욕탕, 당구장 등이 있다. 원래 목욕탕 옆에 이발소가 있었으나 길 맞은편에 원래 있던 이발소와 경쟁이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사무실에는 직원인 최무경과 관리인인 강 영감의 책상이 있다. 금고가 있어서 지폐나 ‘소절수’(수표) 등을 보관한다. 강 영감이 수시로 ‘보일러 칸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반지하, 혹은 지하에 보일러실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구내식당에서는 산짱이라는 어린 소년이 주문을 받는다. 시멘트 바닥에 입식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라이스모논 카레, 하야시, 가케우동, 돔부리와 차 등을 서빙한다.  최무경의 방인 323호는 독신자를 위한 방으로 남향이다. 입구에는 신장과 천장 조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가 있다. 방 안에는 서가, 침대와 침대 머리맡의 전기스탠드, 작은 탁자, 응접세트와 사무 탁자, 양복장, 기타 화병과 화분 등이 있다. 물이 나오는 취사장이 있고 최무경은 가스를 이용해 차를 끓인다. 냉방에 대한 언급은 없고 난방은 스팀을 이용한다. 침대와 취사장 부근은 모두 두꺼운 커튼을 쳐서 가려 놓았다.  거주자들을 위한 폐쇄적인 시설이기는 했으나 단순 주거 기능만이 아닌 상업 기능 또한 한 지붕 아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허구와 실제 사이에 걸쳐져 있는 건물이기는 하지만 야마토 아파트는 무지개떡 건축의 사례라고 판단된다. 심지어 최무경은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다. 직주근접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집이 근처인 강 영감도 점심 ‘벤또’를 가지러 아침에 잠깐 집에 다녀올 뿐 ‘대개 언제나 이 아파트에서 잠자리를 갖는다’. 최무경은 이런 이유로 해서 퇴근 이후에도 업무를 위해 잠깐씩 사무실에 내려와야 하는 등 약간 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밥도 구내식당에서 자주 먹는다. 이처럼 여주인공의 집과 직장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약간의 긴장감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의 하나다.  #혼자가 된 여자, 자신의 삶 위해 이주한 아파트 여주인공 최무경은 야마토 아파트의 사무원이다. 그는 화동의 한옥에서 청상과부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인 어머니와 함께 산다. 자기 직장인 야마토 아파트에도 방을 하나 두고 있는데, 옥살이 중인 좌파 지식인 애인 오시형이 조만간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를 대비해 얻어 둔 것이다. 당초 계획은 그와 결혼을 하는 것이었으나 양가의 반대가 있었다. 다행히 자기 어머니는 겨우 설득을 했으나 평양이 고향인 오시형 쪽에서는 지역 유지 집안과의 혼사설이 돈다. 오시형은 결국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그간 사상의 변화가 생겨 전향했고 아버지를 따라 평양으로 돌아가고 만다. 한편 최무경의 어머니는 숨겨 놓았던 애인과 재혼한다. 결국 혼자가 된 최무경은 앞으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며 얻어 놓았던 야마토 아파트로 입주한다. 여기까지가 ‘경영’의 줄거리다. 그 후편인 ‘맥’은 줄거리상으로는 단순하지만 사상적으로는 복잡하다. 최무경의 옆방으로 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했던 이관형이라는 사람이 논문을 쓰겠다는 핑계로 들어온다. 두 사람은 일종의 지적인 대화 상대가 된다. 최무경은 헤어진 자기 애인의 사상적 변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철학 공부를 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철학과 사상에 대한 대화를 이관형과 나누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다원론에 입각한 오시형의 천황주의와 이관형의 허무주의가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오시형의 공판장에서 새로운 여인의 출현을 목격한 최무경은 그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났음을 깨닫고 망연자실해진다.  김남천의 이 소설들은 ‘전향문학’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루어진다. 오시형처럼 그 자신도 전향의 경력을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한 문학 작업의 공백을 체험했다. 그가 자신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이 두 소설의 배경으로 아파트, 그것도 당시 기준으로 매우 현대적인 최고급의 아파트를 무대로 삼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전향의 경험을 갖고 있으나 결국 좌파 지식인으로 남았고, 그 결과 월북해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까지 내려왔던 작가의 소설치고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묘사에 과격성이 거의 없다. 일본인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특이하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모두 상당한 근대적 인간들이다. 일제강점기판 무지개떡 건축인 야마토 아파트는 마치 조선이라는 식민지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별천지 같은 배라고나 할까. 그 안에서 최무경이 나누는 대화들도 당시 대부분 사람의 현실과는 무관하다. 최무경은 ‘음악회라면 하찮은 학생들의 연주회라도 빠지지 않고 쫓아다니던’ 사람이며, 그와 오시형, 허무주의자 이관형 모두에게 사상이란 삶의 체험이 아닌 관념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부유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역사의 무게가 짓누르고 있는 구도심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배경으로 담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들에게는 허구와 실제 사이의 공간이 필요했고, 아파트가 바로 그 해답이었다. 반경 400m 내 들어선 금화장·경성대화숙·개명·성요셉· 미동 아파트 허구건 실제건 충정로 일대는 한국 근현대 아파트의 실험장이었다. 그 시작은 물론 1930년의 충정 아파트, 당시 도요다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아니지만 소위 ‘문화주택’ 단지였던 금화장 주택지도 1920~30년에 지금의 경기대 뒤편인 금화산 일대에 자리잡았다. 그 후 1940년에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경성대화숙이 들어섰고, 1959년에는 지금의 현대 아파트 자리에 6층의 개명 아파트가 자리잡는다. 경성대화숙이 헐리고 그 자리에 미동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1969년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 약현성당 인근의 성요셉 아파트(1971), 마지막으로 1972년에 서소문 아파트가 세워졌다. 이 모두가 충정 아파트를 기점으로 반경 400m도 안 되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새로운 주택과 아파트들이 들어섰던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역시 도심에서 가깝다는 지역적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전차로 상징되는 편리한 교통이 그 열쇠였다. 최무경은 전차를 타고 애인 오시형이 수감 중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와 어머니와 살고 있는 집이 위치한 화동, 근사한 식당이 있는 본정(명동) 등 서울시내 안팎을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한편 전차는 도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맞은편 캄캄한 언덕의 주택지에는 불빛이 빤짝거린다. 하늘에도 까만 호라이즌 위에 뿌려 놓은 듯한 별들. 마포로 가는 작은 전차가 레일을 째면서 언덕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 굽어보인다. 산뜻한 밤공기에 낯을 쏘이면서 천천히 가슴의 동계를 세어 본다.’ 여기 등장하는 전차는 서대문~마포 간을 운행하는 것이었다. 시발점인 서대문역은 현재 적십자병원이 있는 경교 인근이었다. 김구 선생이 머물던 경교장의 그 경교다. 경교장은 경성대화숙보다는 조금 이른 1938년에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죽첨장이었다. 죽첨정과는 죽첨, 즉 갑신정변 당시 일본 공사 다케조에의 이름을 공유한다. 1936년에 제작된 대경성정도(大京城精圖)를 보면 최무경이 야마토 아파트에서 나와 전차를 탔을 역 또한 죽첨정역이었다. 야마토 아파트에서는 걸어서 1, 2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 위치였다. 그 바로 다음 역이 전차 시발점인 서대문역이었다. 구도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교외도 아닌, 참으로 절묘한 위치가 지금의 충정로 인근 지역이었던 것이다. (* 경성대화숙이 있었던 것으로 전하는 다케조에초 3가 8번지를 충정로 3가 8번지로 검색하면 미동 아파트가 아닌 다른 위치로 나온다. 한편 김정동 교수는 경성대화숙, 그리고 그 자리에 지어지는 다른 건물을 본 기억이 있으며 그것이 미동 아파트인 것으로 짐작한다고 적고 있다. 주소와 관련된 기록들이 어디에선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 “후후후~ 살아 있길 잘했어”… 짧은 글, 긴 위로

    “후후후~ 살아 있길 잘했어”… 짧은 글, 긴 위로

    ‘이따금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자. 두려울 때 슬플 때 겁이 날 때 긴장될 때 그리고 외롭다고 느낄 때. 몸에 힘을 빼고 후후후.’(103쪽) 후후후, 편히 들숨과 날숨을 쉴 곳이 당신에겐 있는가. 의외로 생활 반경 안에 그럴 곳이 없다는 각성이 든다면 ‘후후후의 숲’으로 향해 보자. 실직자와 퇴직자, 휴학생, 취업준비생,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주머니 등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 작은 숲은 언제나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조경란(47) 작가가 위로의 공간, 안전한 땅이 필요한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후후후의 숲’ 같은 이야기 숲을 펼쳐냈다. 새 소설집 ‘후후후의 숲’(스윙밴드) 얘기다. 지난 1월 말부터 지난 6월 초까지 작가는 매일 두 시간씩 책상 앞을 지켰다. 책에 묶인 엽편소설 31편은 그 성실한 시간에 빚진 결과물이다. 한 편당 원고지 10매 안팎에 불과한 손바닥 소설들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장편의 작심이나 욕심과는 거리가 멀다. 현기증 날 정도로 현란한 서사나 허세 부린 문장 대신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작법과 문장으로 엮은 이야기들은 우리의 비루한 일상과 고독한 마음 안쪽을 향해 “살아 있기를 잘했다!”고 다독여 준다. 소설집 ‘일요일의 철학’ 이후 3년 만에 전작 작품집을 낸 작가는 이번 책에 대해 “작가이자 독자로서 이야기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한 말이 있어요. ‘많은 작가들이 젊은 시절 시를 쓰지만 나는 손바닥 소설을 썼다’고요. 오래도록 그 말이 남아 있던 터에 요즘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까를 고민하다 짧은 이야기를 썼죠. 짧지만 재미든 감동이든 의미도 있고 여운도 길고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쓰려니 더 힘들더라구요. 제대로 ‘훈련’했죠.”(웃음) ‘후후후의 숲’ 속 이야기에는 열패의식, 결핍, 외로움 등에 휩싸인 ‘나’ 같은 주인공들이 있다. 주목받지도 못할 글을 쓰고 결혼도 못하고 친구도 없지만 스스로를 ‘맥주의 여왕’이라 일컬으며 짐짓 웃어보는 ‘내’가 있고, 방금 해고 통고를 받고 ‘고객와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스마일 라인에 서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정화씨’가 있다. 회한과 좌절에 잠겨 있을 법도 하지만 툭툭, 털고 엷은 미소를 띠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은퇴한 배트맨과 시강강사인 나, 어머니가 뭉쳐 혼자 지내는 어린이와 노인들을 돌보며 ‘긍정의 장소’를 만들어내는 ‘시작이다’, 카프카의 단편 ‘변신’을 변형해 토끼로 변한 아버지와 그를 보는 딸이 관계의 벽을 허무는 ‘변신’ 등의 이야기는 경계 없는 상상을 천연덕스럽게 펼치면서 웃음과 따스한 기운을 더한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 등 기존의 우화나 동화를 비튼 작품들은 이 시대의 우화라 이름 붙여도 좋겠다. “세월호 참사에, 세계 곳곳의 테러에 ‘안전한 땅’이 없는 요즘이죠. 하지만 한가지는 변함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친 순간만큼은 ‘후후후의 숲’으로 들어온 순간처럼 ‘살아 있기를 다행이다’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토 다큐] 거리 나온 비정규직의 ‘꿀잠’을 위하여 ‘지붕이 될게요 그늘이 될게요’

    [포토 다큐] 거리 나온 비정규직의 ‘꿀잠’을 위하여 ‘지붕이 될게요 그늘이 될게요’

    ‘꿀잠’ 어학사전에 “아주 달게 자는 잠”이라 정의돼 있다. 맛 중 가장 매력적인 단맛을 빌려 표현할 정도로 사람이 포기하기 어려운 삶의 조건이다. 이런 꿀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 노동자.’ 어학사전에 비정규 노동자는 정의돼 있지 않다. 검색창에 ‘비정규노동자’라고 입력하면 ‘비정규’와 ‘노동자’ 두 단어가 각각 따로 나온다. ‘비정규’는 “정식으로 규정되지 않은 것”이라 정의돼 있다. 정리하면 노동자로 정식 규정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비정규 노동자다. 이들은 정식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본적 노동권조차 쉽게 침해받고 존중받지 못한다. 노동권을 지키자면 다른 방법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꿀잠’을 포기하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낮에는 지나는 이들의 어색한 눈길을 견디고 밤에는 추위와 더위 그리고 도시의 소음을 견디며 간신히 거리에서 버티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멀지 않은 대기업 빌딩 앞에 작은 비닐 움집이 있다. 걸쳐 있는 낡은 현수막이 지난한 시간을 말해 주고 있다. 위장도급 판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고된 삼척 동양시멘트 노동자의 500일 된 길거리 집이다. 2명이 눕기도 어려운 공간에 모기장, 빨래 등 살림살이가 어지럽게 있다. 늦은 밤 어두운 움집 안에서 휴대전화 속 가족사진을 보며 잠을 청하던 노동자는 “노숙 투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새벽과 늦은 밤 사람이 없을 때 근처 공중화장실에서 아주 살짝 씻어요. 그때는 정말로 외롭고 힘들고 서러워 많이 웁니다”라며 허탈하게 웃는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도 있다. 시간에 쫓겨 사발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일하다 지하철 안전문에 끼여 허무하게 짧은 삶을 마감한 청춘, 운전석에 앉아 김밥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늙은 노동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고통의 일터에서도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어렵지만 그 처지를 알리려는 거리에서도 어렵다. 찬 바닥에서, 굴뚝 위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잠시 몸을 누일 곳, 깨끗이 몸을 씻을 곳,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곳, 아픈 데 치료받을 곳, 법률 지원과 인권 상담을 받으며 사람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집 한 채가 절실하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해 여름 시작한 모금에 시민, 학생,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벽돌 한 장 보탠다는 마음으로 붓글씨와 새김판(서각)을 내놓은 백기완 선생과 문정현 신부의 ‘두 어른’ 전도 열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비싼 집값을 감당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함께 올바르게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향한 몸짓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고 있지만 겨우 목표액 30% 정도 달성했습니다. 연말까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뛰어다녀야죠”라며 건립추진위 활동가는 모금 계좌가 적힌 선전물을 챙긴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유로2016- 프랑스, 아이슬란드에 5-2 대승…패스로 얼음 수비벽 깼다

    개최국 프랑스가 ‘변방’ 아이슬란드의 도전을 손쉽게 뿌리쳤다. 프랑스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8강전 아이슬란드와 경기에서 전반에만 4골을 몰아넣으며 5-2 대승을 거뒀다. 프랑스는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패싱 플레이를 앞세워 아이슬란드의 수비벽을 무너뜨렸다. 프랑스는 8일 전차군단 독일과 결승행 티켓을 놓고 싸운다. 반면 첫 본선 진출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해 전 세계의 응원을 받았던 아이슬란드의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프랑스는 전반전에서 점유율 66%의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슈팅은 단 7개에 그쳤다. 하지만 7개의 슈팅 중 5개가 유효슈팅이었고, 그중에서 4개가 골로 연결됐다. 그만큼 프랑스의 공격은 효율적이었다. 프랑스의 날카로운 공격은 정확하고 쉴 새 없이 연결된 패싱 플레이에서 나왔다. 프랑스는 전반에만 352번의 패스를 했고 그중 318개를 정확하게 연결했다. 183번의 패스를 한 아이슬란드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전반 12분에 터진 올리비에 지루의 선제골도 정확한 패스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지루는 블레즈 마튀이디의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골을 만들었다. 단 한 번의 패스로 아이슬란드의 수비 라인을 허물어뜨렸다. 전반 20분엔 폴 포그바가 앙투안 그리즈만의 오른쪽 코너킥을 헤딩으로 밀어 넣어 2-0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점수 차가 벌어지자 아이슬란드는 수비 라인을 앞으로 당겼다. 여의치 않았다. 프랑스는 전진 압박 플레이로 아이슬란드의 목을 졸랐다. 세 번째 골은 전반 43분에 나왔다. 프랑스는 중앙에서 아이슬란드의 공을 빼앗은 뒤 빠른 역습을 노렸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바카리 사냐가 크로스를 날렸고, 그리즈만의 패스를 받은 디미트리 파예가 페널티 지역 아크서클 뒤에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프랑스는 단 2분 만에 또다시 골을 넣었다. 중앙에서 포그바의 롱패스를 지루가 살짝 건드려 왼쪽 측면을 돌파하는 그리즈만에게 넘겼다. 그리즈만은 수비수들을 뿌리치고 골키퍼 키를 넘기는 쐐기골로 연결했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프랑스는 후반전에 공격의 강도를 낮췄다. 후반 11분 아이슬란드의 추격골도 프랑스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만들어졌다. 아이슬란드는 오른쪽 측면에서 길비 시귀르드손의 크로스를 콜베인 시그도르손이 오른발로 건드려 득점에 성공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14분 파예의 프리킥을 지루가 헤딩으로 팀의 5번째 골을 기록했다. 5-1의 스코어는 계속 유지됐고, 패배를 눈앞에 둔 아이슬란드는 후반 38분 팀의 정신적인 지주인 38세 베테랑 에이뒤르 그뷔드요흔센을 교체 투입하며 도전의 마무리를 알렸다. 아이슬란드는 그뷔드요흔센의 그라운드 합류 직후 두 번째 골을 넣어 의미 있게 대회를 마쳤다. 아리 프레이르 스쿨라손의 왼발 크로스를 비르키르 비아르드나손이 헤딩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더는 실점하지 않고 5-2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 [유로2016] ‘이변’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꺾고 8강행···다음 상대 프랑스

    [유로2016] ‘이변’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꺾고 8강행···다음 상대 프랑스

    인구 33만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마저 꺾고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6) 8강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니스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아이슬란드는 유로 본선 첫 진출에서 8강 진출의 기적을 썼다. 다음 상대는 대회 주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프랑스다. 이날 경기에서 아이슬란드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4분 잉글랜드 라힘 스털링의 페널티 지역 침투를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이 막다가 깊은 태클을 범해 페널티킥 기회를 내줬다. 키커로 나선 웨인 루니에게 허무하게 선취골을 내준 것.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곧바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전반 6분 아론 권나르손의 오른쪽 롱 스로인을 페널티 지역 인근에 있던 카리 아르나손이 헤딩으로 연결했고,골문 앞으로 돌파한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이 오른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밀어 넣어 동점골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는 수비벽을 쌓아 골문을 잠근 뒤 역습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두 번째 공격 기회에서 역전골을 넣었다. 아이슬란드의 공격이 돋보였다. 전반 18분 아론 권나르손이 왼쪽 측면에서 그라운드를 가르는 롱패스로 반대편에 있던 비르키르 마르 세바르손에게 공을 넘겼다. 이어 구드문드손-길비 시귀르드손-욘 다디 보드바르손으로 이어지는 빠른 패싱 플레이를 펼쳤다. 잉글랜드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보드바르손은 페널티 지역 중앙에 있던 콜베인 시그도르손에게 패스했고, 시그도르손은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았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수비라인을 뒤로 당겼다. 후방에서 강한 압박으로 공을 가로챈 뒤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도모했다. 전반 34분엔 아리 프레이르 스쿨라손가 시도한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대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는 전반전 점유율 31%에 그쳤지만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슈팅 4개 중 3개가 유효슈팅이었고, 그 중 2개가 골로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점유율 69%를 기록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슈팅 10개 중 유효슈팅은 단 2개였다. 아이슬란드는 후반전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10분 시구르드손은 골문 앞에서 오버헤드킥을 시도하기도 했다.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기세를 이어가기엔 충분했다. 조급해진 잉글랜드는 후반 14분 스털링을 빼고 제이미 바디를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아이슬란드는 후반 25분 바디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는 등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39분엔 오히려 단 한 번의 패스로 유효슈팅을 만들기도 했다. 귄나르손은 후방에서 크로스를 받은 뒤 골문 앞까지 돌파해 수비수와 몸싸움을 이겨내고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로2016- 이탈리아·아이슬란드 ‘8강 합창’…스페인·잉글랜드 탈락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고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6) 8강에 진출했다. 또 역대 처음으로 유로 대회 본선에 진출한 아이슬란드는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제압하고 8강에 오르는 역사를 일궈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이탈리아는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에서 열린 유로 2016 16강전 스페인(6위)과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2008년과 2012년 대회에 이어 유로에서 3회 연속 8강에 오른 이탈리아는 7월2일 독일(4위)과 준준결승을 치르게 됐다. 또 지난 2012년 대회 결승에서 스페인에 당한 0-4 완패를 4년 만에 되갚았다. 반면 유로 2008과 유로 2012를 석권한 스페인은 내심 대회 3연패를 노렸지만 이탈리아에 발목이 잡혀 좌절했다. 경기 초반부터 이탈리아의 공세가 거셌다. 이탈리아는 전반 8분 알레산드로 플로렌치(로마)의 프리킥을 그라지아노 펠레(사우샘프턴)가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슛은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어렵게 막아냈다. 이탈리아는 전반 11분에도 에마누엘레 자케리니(볼로냐)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스페인 골문을 위협했다. 이 공격은 슛을 하는 동작에서 먼저 반칙이 지적되기는 했으나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경기 초반 이탈리아가 기세를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결국 선제 득점은 전반 33분에 나왔다. 페널티 지역 바깥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은 이탈리아는 에데르(인터밀란)의 강력한 슛이 스페인 골키퍼 맞고 나오자 조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가 달려들며 밀어 넣어 결승 골을 뽑아냈다. 이탈리아는 전반 45분에도 자케리니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포로 무력시위를 하는 등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 들어서도 이탈리아의 공세는 이어졌다. 후반 13분에는 에데르가 스페인 골키퍼 데헤아와 일대일로 맞서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데헤아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스페인의 반격이 줄을 이었다. 후반 29분에는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오기는 했지만 스페인의 루카스 바스케스가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과 일대일로 맞서는 좋은 기회에서 골대를 맞히기도 했다. 이후로도 스페인은 헤라르드 피케(FC바르셀로나) 등이 연달아 좋은 기회를 만들었으나 끝내 이탈리아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추가 시간에 이탈리아의 펠레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터뜨리며 너무 일찍 만난 두 유럽 강호의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무적함대’의 위용을 과시한 스페인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타이틀 방어’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 스타디움에서는 인구 33만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8강에 진출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날 승리로 아이슬란드는 유로 본선 첫 진출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맛보며 ‘다크호스’의 진가를 발휘했다. 아이슬란드의 8강 상대는 주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프랑스다. 아이슬란드는 전반 4분 잉글랜드 라힘 스털링의 페널티지역 침투를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이 막다가 깊은 태클을 범해 페널티킥 기회를 내줬고, 키커로 나선 웨인 루니에게 허무하게 선취골을 내줬다. 그러나 아이슬란드는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 6분 아론 권나르손의 오른쪽 롱 스로인을 페널티지역 인근에 있던 카리 아르나손이 헤딩으로 연결했고, 골문 앞으로 쇄도하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는 수비벽을 쌓아 골문을 잠근 뒤 역습 기회를 노렸고, 두 번째 공격 기회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었다. 아이슬란드의 역습이 돋보였다. 전반 18분 아론 권나르손이 왼쪽 측면에서 그라운드를 가르는 롱패스로 반대편에 있던 비르키르 마르 세바르손에게 공을 넘겼다. 이어 구드문드손-길비 시귀르드손-욘 다디 보드바르손으로 이어지는 빠른 패싱 플레이를 펼쳤다. 잉글랜드의 수비가 느슨해진 틈을 타 보드바르손은 페널티지역 중앙에 있던 콜베인 시그도르손에게 패스했고, 스그도르손은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 결승골을 뽑았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수비라인을 뒤로 당겼다. 후방에서 강한 압박으로 공을 가로챈 뒤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도모했다. 아이슬란드는 전반전 점유율 31%에 그쳤지만,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슈팅 4개 중 3개가 유효슈팅이었고, 그중 2개가 골로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점유율 69%를 기록했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슈팅 10개 중 유효슈팅은 단 2개였다. 조급해진 잉글랜드는 후반 14분 스털링을 빼고 제이미 바디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아이슬란드는 후반 25분 바디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는 등 몇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탄탄한 수비 조직력으로 실점하지 않고 잉글랜드를 제압했다. 연합뉴스
  • [데스크 시각]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버거운 조선의 ‘빅데이터’/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으로 버거운 조선의 ‘빅데이터’/안동환 문화부 차장

    작가 한강이 출간한 지 9년이나 된 작품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첫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번역의 힘’이 컸다. 지난해까지 작가에게만 상을 주던 맨부커 수상위원회가 올해부터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에게도 공동으로 상을 준 것은 번역을 ‘또 다른 창작’으로 인정하기 때문일 게다. 작가와 번역자는 ‘문명의 장벽을 허무는 동반자’다. 어느 시대고 한 문명의 발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8세기에서 12세기까지 세계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던 이슬람은 830년 바그다드에 세운 번역원 ‘바이트 알히크마’(지혜의 전당)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그리스어 서적을 아랍어로 번역한 게 출발점이었다. 이들의 정확하고 빠른 번역 덕분에 당시 카이로 중앙도서관은 100만권이 넘는 책을 소장할 수 있었다. ‘유럽의 과학 르네상스’로 불리는 12세기 문명의 발흥도 그리스어에서 아랍어로 옮겨진 고전들을 다시 라틴어로 재번역한 덕분이다. 서양 고전 번역보다 유독 홀대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게 우리 고전(古典)의 우리말 번역이다. 조선시대 임금의 비서실인 승정원이 288년간(인조 원년~순종 4년) 국왕의 일상을 마치 다큐멘터리 찍듯 정밀하게 기록한 ‘승정원일기’(2억 2600만자)는 1994년 시작된 후 22년이 지나도록 번역률이 19.1%에 그치고 있다. 직역과 오역으로 2011년 재번역에 착수한 ‘조선왕조실록’(4800만자)이 10.6%, 임금이 쓴 국정일기인 ‘일성록’(4800만자)이 겨우 절반 가까운 40%에 도달했다. 셋 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은 ‘빅데이터’인데도 이 정도다. 디지털 작업을 하면 뭐하는가. 정작 제 나라 국민은 읽을 수도 없는 ‘까막눈 기록’들인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승정원일기는 완역까지 앞으로 45년, 일성록은 2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구한말 망국 이후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전후 복구로 먹고살기도 힘들었다고 해도 1945년 나라를 되찾은 후 70년이 흘러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우리말로 옮기지 못한 고전이 무더기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우리 기록문화유산의 수준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정부가 지원하는 한 해 번역 예산은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불과하다. 올해 승정원일기 번역 예산이 12억 9000만원, 조선왕조실록 재번역 예산은 6억 6800만원, 일성록 4억 5000만원이다. 이 돈으로 번역자들에게 장당 1만 6000원의 원고료를 준다. 번역자 1명당 1년간 평균 1800장을 번역하니 연봉으로 치면 2880만원. 처우조차 나빠 고전 번역을 꿈꾸던 이들 10명 중 2명은 중도 포기한다. 번역 인재 양성 시스템도 비효율적인 ‘이중고’를 안긴다. 한학의 맥이 끊긴 국내에서 고전 역자 1명을 키우는 데 드는 세월은 현 시스템으로는 ‘10년’.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후 고전번역교육원에서 5~7년(연수과정 3년, 전문과정 1·2 각 2년)간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번역 과정을 마쳐도 학위를 주지 않아 일반대학원에 진학해 학위를 다시 따야 한다. 국내 고전 학술 번역자로 진입하는 연령이 ‘평균 40세’인 이유다. 오래전부터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을 대학원대학교로 바꾸자고 거론됐지만 예산 타령을 넘지 못하고 수수방관돼 왔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우리 고전을 정확하고 속도감 있게 모국어로 옮기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할 때다.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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