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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님, 국감스타도 좋지만… 보좌관 52시간 근무제 지키셨나요?

    의원님, 국감스타도 좋지만… 보좌관 52시간 근무제 지키셨나요?

    국감기간 정당들 회의시간 앞당겨 시작 국회 공무원 등 300명 초과 근무 악순환 해당 의원 인지도 상승 위해 고강도 업무 수당없이 근무… “하루 3시간밖에 못 자”지난 7월 1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자 국회와 각 정당도 회의 시간을 조정하는 등 동참에 나섰으나,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52시간 근무 시스템이 다시 무너지고 있다. 공무원인 국회 사무처와 의원실 보좌진, 그리고 근로자가 300명을 넘지 않는 정당 당직자는 법적으로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입법부로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자율적으로 회의 시간을 조정했었다. 특히 여야 각 당은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후 일제히 회의 시간을 뒤로 미뤘다. 정당 회의는 보통 오전 9시에 시작됐는데 당직자들은 회의 준비를 위해 훨씬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의당 같은 경우 9시 회의를 10시로 변경했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은 30분 늦춘 9시 30분에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회의 시간은 다시 앞당겨졌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와 국감 대책회의를 겸한 정책조정회의를 8시 30분에 실시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감사 회의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만큼 당 회의를 당겨서 진행하고 국감 이후에는 다시 늦출 예정”이라며 “이전에는 사전회의를 7시 30분쯤 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하면) 특별히 문제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바른미래당도 8시 30분으로 회의 시간을 당겼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각각 9시와 9시 30분에 회의를 연다. 야권 당직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정감사는 국회가 매년 하는 일이지만 그 준비를 단기간에 하려다 보니 ‘노동시간’이 아닌 ‘수면시간’이 문제가 될 정도”라며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는 경우가 많아 이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과로를 한다”고 토로했다. 소수정당 관계자는 “당이 작다 보니 재정상황도 좋지 않아 상황에 따라 야근 수당을 받을 때도 있고 받지 못할 때도 있다”며 “대체휴일을 주는 것도 아닌데 수당도 없이 일을 하다 보면 힘이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기간 보좌진들은 고강도 업무에 시달린다. 국정감사 질의서 준비부터 각종 소품 제작까지 처리하다 보면 국회에서 밤을 새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한국당의 한 의원이 국정감사에 길이 13.5m의 대형 두루마리를 가져왔는데 해당 의원실 보좌진들이 이걸 만들기 위해 며칠 밤을 새웠다고 하더라”며 “당시 여당 의원들의 반발에 두루마리는 금방 철수됐는데 보좌진들은 얼마나 허무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 밝혔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오래 일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국회에서조차도 아직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받아들지 못하고 있다 보니 연장 근로시간의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국정감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감시의 기능은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국정감사가 여야 의원들의 개인기 자랑이나 정쟁 유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혐오 허무는 사람들] ‘혐오’ 이제 그만… 소통·관심 가지면 편가르기 사라진다

    [혐오 허무는 사람들] ‘혐오’ 이제 그만… 소통·관심 가지면 편가르기 사라진다

    우리 일상 속 깊숙이 파고든 혐오는 항상 이분법적인 대결구도를 만들어낸다. 여성과 남성, 성소수자와 기독교계, 노인과 젊은이는 서로 편을 가르고 ‘혐오’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이런 낡은 구도에 균열을 내는 사람들도 있다. 성소수자 인권 활동을 하는 목회자,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성, 노인 봉사에 나선 청년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 만든 혐오를 허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봤다.●“개신교도도 성소수자에게 관심을”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성소수자 인권 지킴이다.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대표적 집단인 개신교계에서 무지갯빛 옷을 입고 퀴어퍼레이드에 나섰다는 점에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단이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하지만 임 목사는 “모든 개신교가 성소수자를 거절하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성소수자 문제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오히려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가 기독교적 가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예수님도 당시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사람들과 함께했고 그것이 바로 기독교적 가치”라면서 “모두를 사랑해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앞장서서 성소수자를 죄인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평등한 삶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 혐오 치유법으로 ‘진짜 관심’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마음으로 교회에 나가는지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듣고 금기시하기보다는 대화의 장을 열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여성에 대한 일상적 차별부터 해소해야” 최근 ‘여성 혐오’를 혐오하며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독서 토론으로 시작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은 20~30대 남성 8명과 여성 4명을 주축으로 1년간 페미니즘 공부 모임을 해왔다. 반(反)성폭력 스티커를 남자화장실에 붙이는 운동에 나설 준비도 하고 있다. 남함페 회원들은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남성으로서 특권을 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운영진인 A씨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는 요즘 세상에 성차별이 어딨나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남성으로서 내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보는 시선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여자 아이돌 가수는 각종 위협을 받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라면서 “차별과 폭력을 겪는 여성의 경험을 혐오 표현으로 부정하고 왜곡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남함페’ 운영진은 여성 혐오의 원인이 ‘익숙함’에 있다고 봤다.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차별을 비판하고, 방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여성 혐오를 지우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소통만 하면 사라질 노인 혐오” 국민대 노인 봉사동아리 ‘레오’와 연합동아리 ‘코코볼’ 소속 청년들은 노인 혐오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고 보고 소통 활동에 나섰다. ‘레오’ 회원들은 격주로 독거노인을 찾아 말동무를 하고 집안일을 돕는다. 이석중(21) 대표는 “일부 노인의 행동을 노인 전체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틀딱충 같은 혐오 표현은 장난으로라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코볼’ 회원들은 노인복지관과 연계해 손주 역할을 자처한다. 박서연(23) 회장은 “고령화사회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은 도움이 필요한 취약층”이라면서 “디지털 매체로 대화하는 게 익숙해진 청년들이 노인과 오프라인에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청년은 “소통이 없으니 노인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노인 봉사를 직접 해 보면 노인들이 뭐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소통을 거듭 강조했다. 이씨는 “일부 노인의 행동을 전체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면서 “약자인 모습이 노출되는 게 두려워 사회로 나오길 꺼려하는 분들을 교류하도록 돕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노인들이 정보화 시대에 적응해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하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혐오 허무는 사람들] 혐오 대상과 표현들

    [혐오 허무는 사람들] 혐오 대상과 표현들

    한남충, 수구적 남성→한국 남성 전체 ‘벌레’ 지칭워마드, 여성의 인권·권리 주장하는 여성을 비하맘충, 몰상식한 엄마→모든 엄마 싸잡아 힐난 ‘혐오’는 사전적으로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의미다. ‘증오’와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증오가 분노·복수심에서 비롯됐다면, 혐오는 딱히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거부감이 드는 감정을 말한다. 남성 혐오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는 ‘한남충’(한국 남자 벌레)은 한국 남성이 보이는 부정적인 습성을 비난하는 데서 출발했다. 지금은 한국 남성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한남유충’은 한국 남자 아이를 혐오하는 표현이다. 여성 혐오 표현으로는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 ‘워마드’(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 등이 있다. ‘외국인 혐오’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이다. 일본인을 ‘쪽바리’, 중국인을 ‘짱깨’, 서양인을 ‘양놈’이라고 불러온 것이 외국인 혐오의 출발점이라면 최근에는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향해 ‘똥남아’, ‘외노’(외국인 노동자)라 부르며 비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중동 난민 유입으로 ‘이슬람인’에 대한 혐오도 점점 느는 추세다. 고령화시대에 젊은이들이 노인을 멸시하는 ‘노인 혐오’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대표적인 혐오 표현은 ‘틀딱’(틀니를 딱딱거리는 노인)이다. 후천적 요인에 따른 혐오는 대체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비교적 대상이 다양하고 문화나 유행, 정권 등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기복이 있는 편이다. 최근에는 ‘맘충 혐오’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럽게 뛰어다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자녀를 방치하고 감싸는 엄마의 모습이 비난의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몰상식한 엄마를 겨냥했지만, 지금은 모든 엄마를 ‘맘충’이라 싸잡아 혐오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정치·종교 등 이념과 사상의 차이도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로 표출된다. 주로 진보·좌파 세력을 ‘좌빨’(좌익 빨갱이), 보수·우파 세력을 ‘수구꼴통’이라고 헐뜯는 형태로 나타난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분류에 있어 논란이 있다. 최근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동성애 커밍아웃’에 대한 이해 수준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혐오도 동시에 부풀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생활 방사능 논란, 모나자이트 활용 특허 91건

    최근 라돈 침대로 생활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포함한 생활밀착형 특허·실용신안 등록 건수가 91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지난 7월에야 유해성이 의심되는 유효특허 중 18건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돼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10일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8월 현재 모나자이트 활용 특허 및 실용등록은 286건에 달했다. 특히 속옷과 화장품 같은 생활밀착형 제품 관련이 224건을 차지한 가운데 유효한 특허·실용신안은 91건으로 확인됐다. 모나자이트는 음이온을 방출한다고 알려진 천연광석으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을 방출한다. 지난 5월 불거진 라돈 침대에서는 생활 방사능 안전기준(1밀리시버트(mSv))의 9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된 바 있다. 생활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지만 특허청은 출원·심사·등록 후 단계에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청은 2007년과 2011년에 불거졌던 모나자이트 생활 방사능 논란 시 조치를 취하지 않다 지난 5월 라돈침대 사태 후 7월에야 ‘생활안전 위해 특허 방지 대책’을 마련해 유해성이 의심되는 모나자이트 관련 유효특허 91건 중 18건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 의원은 “생활방사능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고려할때 정부는 생활밀착형 제품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유해성이 의심되는 물질을 활용한 기술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외국인에 대한 마음의 벽 허무는 정책/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월요 정책마당] 외국인에 대한 마음의 벽 허무는 정책/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우리나라는 서구사회에 비해 비교적 초기 단계의 난민 유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난민법 폐지’ 국민청원이 역대 최다인 71만 4875명을 기록하고, 현재도 난민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직접적으로는 일시에 몰려 온 이질적 문화권의 외부인들에 대한 두려움, 유럽에서의 난민 관련 사건사고 소식으로 인한 불안감, 경제적 목적의 부진정 난민신청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난민법과 난민심사 인적·물적 인프라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이외에 일부 외국인 관련 정책에 대한 국민 역차별 논란, 건설현장 등 불법취업으로 인한 국민 일자리 잠식,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하기만 하면 ‘계속 거주요건’도 없이 지방참정권을 행사하는 제도의 문제점 등 외국인 유입과 관련해 그간 누적된 불만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와 가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부족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합리적 근거 없이 증오한다는 뉘앙스가 내포돼 있는 ‘혐오’라는 표현을 모든 난민반대 국민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난민·외국인 반대 정서를 ‘혐오’로만 단정 지으면 표현 자체에 대한 논박으로 찬반 국민 사이의 간극만 넓어질 뿐, 원인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혐오’보다는 ‘정서’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2017년 체류외국인은 218만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으로 이주해 온 외국인들이 이 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지원과 배려를 하는 것은 필요하나,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시혜적 지원의 대상으로만 처우하는 방식은 역차별 논란을 야기하고 결과적으로 반외국인 정서를 낳고 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원칙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이다. 외국인 유입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제이주기구(IOM) 등에서 강조하듯이 외국인의 체류질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무부는 외국인들의 기초법질서 위반 사례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피로감이 커져 가고 있어 경찰·지방자치단체 등과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중장년층의 마지막 피난처인 건설현장에서의 불법취업 외국인에 의한 우리 국민의 일자리 잠식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추석 전에 특별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부진정 난민신청자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난민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난민심사 인적·물적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외국인 체류허가·정착 수수료 등으로 이민·통합기금을 조성해 이를 수익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외국인 행정에 투입함으로써 외국인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줄이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한 해 외국인 관련 징수금액은 수수료, 범칙금 등에 한정하더라도 1153억원에 이른다. 부존자원도 없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국가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현실에서 외부와의 교류와 개방은 어쩌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류와 개방에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외국인에 대해 마음을 열 수가 있다. 균형 있게 정비돼 ‘잘 관리되는(well-managed) 외국인 정책’이야말로 반난민·외국인 정서를 해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방책이 아닐까 싶다.
  •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책’ 그 위대함과 위로 만나볼까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책’ 그 위대함과 위로 만나볼까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는 지구촌에 현존하는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서양의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섰다. 활자 인쇄술의 발명은 정보의 빠른 전파를 통해 중세적 사고를 근대적 사고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그 가치를 인정해 2001년 9월 4일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다음달 1일부터 21일간 펼쳐지는 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은 직지의 위대함을 세계인과 공유하는 행사다. 글로벌 축제답게 수준 높은 전시, 학술, 강연, 체험, 공연 등이 풍성해 눈과 귀가 심심할 틈이 없다. 행사 기간 세계인쇄박물관협회 창립총회도 열린다. 직지는 100여년 전 헐값에 팔려 프랑스로 건너가 돌아오지 못하는 ‘비운의 책’이지만 청주의 직지 사랑은 뜨겁다.●책속에 담긴 자기 수양과 치유 속으로 26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의 주제는 ‘직지, 숲으로의 산책’이다. 직지와 숲은 다소 생뚱맞은 조합 같아 보이지만 직지의 속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직지의 저자는 고려 말 승려 백운화상이다. 그는 공부하기 위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귀국하면서 스님 석옥청공에게 ‘불조직지심체요절’이란 책을 받아 왔다. 이 책은 부처 등 이름난 승려들의 말씀이나 편지 등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모아 석옥청공이 정리한 책이다. 우리가 아는 직지는 백운화상이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보완, 수정한 책이다. 그래서 직지의 풀네임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다. 백운의 제자였던 석찬과 달잠은 스승의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해 묘덕의 도움을 받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직지를 간행했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직지의 내용을 주목했다. 현대인들이 자기 수양과 힐링을 위해 숲을 찾듯이 고려시대 사람들은 직지를 읽지 않았을까. ‘직지’와 ‘숲’은 이렇게 하나가 됐다. 조직위는 직지의 내면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메인 무대인 청주예술의전당 광장에 ‘직지숲’을 조성한다. 위로와 치유의 공간이다.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한석현 작가가 버려진 목재를 활용해 18m 높이로 만든다. 숲 안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의 정원’이 꾸며진다. 직지가 간행된 해(1377년)를 기념해 시민들에게서 기증받은 1377권의 책으로 만든다. 행사 종료 후 이 책들은 작은도서관과 사회복지시설에 기부될 예정이다.●1377년 간행 기념한 1377권 ‘책의 정원’ 직지코리아의 한 축인 전시는 크게 주제전시와 기획전시로 나뉜다. 주제전시관은 수백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곳이다. 백운화상과 직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시주자라는 큰 역할을 한 묘덕의 의복을 재현한다. 백운화상의 초상화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백운화상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 잘 알려지지 못했으나, 최근 충남 청양군 장곡사에서 그의 친필이 발견되는 등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직지를 세상에 알린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직지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최초로 알린 박병선 박사, 직지 활자를 처음 복원한 오국진 금속활자장,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불리며 직지세계화운동을 전개하는 반크 등이 소개된다. 또한 1886년 한불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초대 주한 대리공사로 부임해 우리나라에 근무하면서 직지 등 고서와 문화재를 수집해 프랑스로 건너간 콜랭 드 플랑시도 소개된다. 이후 직지는 1911년 경매를 통해 주인이 앙리 베베르로 바뀌었다가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안승현 직지코리아 홍보마케팅부장은 “직지와 관련된 인물들을 스토리텔링 전시로 풀어냈다”며 “이들을 통해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전시는 직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다른 나라들의 세계기록유산을 모았다. 데스멋 컬렉션은 네덜란드 최초의 영화배급자인 장 데스멋이 1907년에서 1916년 사이 전 세계에서 제작된 900편 이상의 35㎜ 영화 필름과 원본 포스터, 홍보물 등을 수집한 것이다. 그림 형제가 만든 ‘그림 동화’는 종교 혁명의 시초가 된 루터의 성서에 버금갈 정도로 독일 문화사에서 가장 많이 알려지고 배포된 책이다. 인류 최초로 유럽과 동양의 모든 전통 동화를 체계적으로 편집하고 과학적으로 기록했다. ‘솜 전투 필름’은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프랑스 연합군과 독일군 간의 치열했던 솜 전투를 기록한 영상이다. 전쟁 준비와 전투 초기단계가 흑백의 35㎜ 무성필름에 담겼다. 약 70분 분량이다.‘직지로드’라는 전시공간도 꾸며진다. 이곳에는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전시된다. 이 편지는 고려와 서양 간의 교류 가능성을 높여 주는 자료다. 고려의 금속활자기술이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직지코리아의 또 다른 축은 공연과 체험이다. 지난 행사보다 기간이 3배 가까이 길어진 만큼 주제에 걸맞은 공연과 프로그램이 넘친다. 청춘들의 고민을 나누는 토크 청춘콘서트, 음악과 차, 명상이 어우러진 다도가 있는 음악회, 고려의상 패션쇼, 젊은이들이 밴드와 함께 금요일 밤을 즐길 수 있는 Rock&Night, 고려 장터를 재현해 당시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고려 저잣거리 등이 마련된다. 색모래를 이용해 도로 위에 그림을 그려 보는 그라운드아트, 차 없는 거리에서 지역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아트나잇 청주, 고려시대 금속활자 조판임무를 담당하던 군자장의 역할을 놀이로 만든 직지조판놀이, 직지를 맛으로 표현하고 즐겨 보자는 의미로 문자와 먹거리를 결합한 직지콜라시옹도 즐길 수 있다.●전 세계 인쇄문화 전문가 참여 학술회의도 세계인쇄문화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들도 속속 열린다. 직지코리아 개막일에는 전 세계 인쇄문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세계인쇄박물관협회(IAPM)를 창립하기 위해서다. 세계 50여국의 80여개 인쇄박물관, 인쇄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2일과 3일 이틀간 학술회의를 갖고 기록유산과 인쇄문화의 보존, 지식정보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등을 논의한다. 김천식 직지코리아조직위 사무총장은 “세계 인쇄박물관 정보공동체인 IAPM 출범식 개최로 청주는 세계적인 기록문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개막식 때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 열려 개막식에서는 유네스코 직지상 시상식이 거행된다. 올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이슬람 문서보존을 위해 힘쓴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아프리카 말리의 ‘사바마-디’(SAVAMA-DCI)로 결정됐다. 사바마-디는 아프리카 말리 북부지역이 알카에다 연관 무장단체에 장악돼 많은 유적과 문서가 손실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말리의 ‘알 왕가리 도서관’ 등에 소장된 600여건의 문서를 디지털화했다.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2001년 제정된 이 상은 기록유산의 보전·연구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유네스코가 2년에 한 번씩 주는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3만 달러가 상금으로 전달된다. 역대 직지상 수상자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기록문화 발전을 위해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인 ‘직지상2.0라운드테이블’도 열린다. 직지코리아 입장료는 성인기준 사전 예매 6000원, 현장 판매 8000원이다. 직지코리아는 정부 공인 국제행사로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문화마당] ‘책’이 없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책’이 없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지난 주말 ‘마을 축제’가 열렸다. 도서관, 지역단체 등이 함께 모여 책을 이야기하고 공부를 고민하는 잔치였다. 올해 주제는 ‘금서, 지금은 읽을 수 있는 책’. 노원 FM 공개방송에 나가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한 뒤라서인지 청중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권력의 비위를 거슬러 ‘금지된 책’인 금서(禁書)들이 시대가 지나면서 ‘황금의 책’인 금서(金書)가 되는 전복의 과정을 살피면서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1559년부터 1966년까지 400년을 넘게 유지된 가톨릭의 금서 목록은 사실 필독서 목록이나 다름없다. 스피노자, 사르트르, 졸라, 지드 등은 신성모독을 빌미로 모든 책이 금서였다. ‘신곡’, ‘실낙원’, ‘적과 흑’, ‘레미제라블’, ‘보바리 부인’, ‘군주론’, ‘수상록’, ‘팡세’, ‘순수이성비판’, ‘사회계약론’ 등도 목록에 올랐다. 모두 자기 시대의 문제를 첨예하게 끌어안았기에 ‘반시대적인 책’이 될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이다. 방송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얼마 전 지인과 식사하다 들은 말이 뇌리를 떠돌았다. “책이 없다.” 베스트셀러가 너무 민망하다는 소리였다. 초연결사회 이후 책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구조가 변하면서 ‘감식안’ 대신 ‘마케팅’이 악령처럼 출판을 사로잡고 있다. 책의 가치란 상대적이라서 저마다 다른 법이니 독자를 타박할 까닭은 없다. 독자들이 ‘펀딩’ 이후 같이 떡볶이를 먹고 싶든, ‘전자책 무료’ 덕분에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좋아하든, ‘방송’ 이후 자칭 ‘지식장사꾼’을 더 사랑하든, 다섯 해 이상 계속 잡화점에서 기적을 사든, 스테디셀러의 ‘리커버 특별판’만 애정하든…, 무슨 상관 있으랴. 카프카의 표현대로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같은 책들이 꾸준히 출판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독자의 입맛을 달콤하게 만들기보다 독자의 뇌리를 파고들고 가슴을 때리는 비판 정신으로 날이 시퍼런. “요즈음 왜 가슴 뛰는 책이 없습니까.” 며칠 전 소셜미디어에서 한 기자가 일갈했다.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다. ‘출판이 이제 정말 위기로 들어섰구나.’ 출판의 목이 졸리고 있다면 양적 위기는 아닐 것이다. 책은 쏟아지고 있다. 도전자도 넘친다. 출간 종수는 어느새 한 해 8만종을 넘어섰고, 매년 1종 이상 출간하는 실적 출판사 숫자도 이미 7775곳에 이른다. 한 편집장 표현에 따르면 늘어나지 않은 것은 몇 해째 제자리걸음인 산업 전체 매출액과 직원 월급뿐이다. 저출산 고령화에 모바일 충격으로 인한 낮은 독서율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좋은 책을 만들려고 원고를 찾고 편집에 공들이는 이들이 출판계에 적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현행 출판에 불만이 쏟아지는 걸 보면 기꺼이 손들어 주고 싶은 책의 전반적 고갈도 심각한 듯하다.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한 책이 유행 타고 범람 중일 뿐 문단 놀음에 고독을 잃어버린 문학은 완연히 힘을 잃었고, 인문사회는 자기 계발을 밀수하면서 거의 예능화했으며, 과학은 수입상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다. 편집의 위기가 심각한데 편집자를 우대하는 문화는 없어 해마다 베테랑 편집자들이 회사를 잃는 중이다. 출판의 ‘질적 위기’가 본격화됐다. ‘책의 해’를 맞이해 30억원 이상 예산을 들여 각종 포럼과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편집자를 북돋워 ‘반시대적인 책’을 만들도록 격려하지 못할 때, 관계자들이 보여 준 모든 분투와 노력도 허무할 뿐이다. 출판의 기본을 확인할 때가 왔다.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가족 간병 4명 중 3명 “경제적 압박”… 월평균 191만원 지출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가족 간병 4명 중 3명 “경제적 압박”… 월평균 191만원 지출

    가족 간병은 대표적인 ‘그림자 노동’이다. 아픈 가족을 돌보며 환자 못지않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지만 돌아보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그림자처럼 대가 따윈 없다. 하루하루 의료비 부담은 쌓여 가지만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할 판이니 경제적으로 감당할 능력은 점점 줄어든다.서울신문이 한국치매협회, 네이버 ‘뇌질환 환우 모임’ 등과 함께 가족 간병인 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3.9%가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의료비 부담’(35.1%)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고, ‘사직’(26.3%)과 ‘근무시간 단축’(25.4%)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 달에 감소한 수입이나 지출 증가 규모를 적은 결과 평균 191만원으로 집계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2292만원이다. 가족이 아프면 일단 금융상품에 손을 댔다. 53.1%가 적금이나 보험을 깼다. 다음 단계는 빚이다. 40.1%가 대출을 받았다. 이런 영향으로 32.5%는 신용등급 하락을 경험했다. 집을 처분한 예도 16.6%나 됐다. 경제적 어려움은 간병인에게 가정불화 등 또 다른 고통을 가한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65세 이상 부모를 간병하는 400명(의료비 1000만원 이상 지출)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일부 결과를 서울신문에만 제공했다. 이 자료를 보면 40.8%가 ‘부모 의료비 부담으로 가족 간 갈등이 발생했다’고 답변했다. 공무원 이중호(가명·49)씨는 자궁경부암을 앓는 모친(82)을 간병하느라 지난 1년간 1500만원을 썼다. 자식들 중 자신이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 치료비를 떠안았지만, 어느 순간 경제적 압박과 가정불화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 ‘간병으로 시간이 없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았다’는 답변도 63.5%나 나왔다. ‘노후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47.8%)거나 ‘자녀 양육에 지장이 있다’(33.8%)는 호소도 있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 ‘아이스맨’정현, 라켓 내던지고 US오픈 2회전 탈락

    ‘아이스맨’정현, 라켓 내던지고 US오픈 2회전 탈락

    2세트 물집 터져 하위랭커 쿠쿠슈킨에 0-3패 발목정현(23위·한국체대)이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300만 달러·약 590억원) 2회전에서 허무하게 탈락했다. 정현은 31일 뉴욕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64강전에서 미하일 쿠쿠슈킨(84위·카자흐스탄)에 0-3(6-7<5-7> 2-6 3-6)으로 완패했다. 2015년과 2017년 2회전 진출을 넘어 US오픈 개인 최고 성적을 노렸던 정현은 세계랭킹에서 한참 뒤처진 상대에 일격을 당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올랐던 정현은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은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다.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을 앞두고 “대회가 많이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이번에도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1세트 정현과 쿠쿠슈킨 모두 서브 난조를 겪으며 남자 선수 단식경기답지 않게 브레이크가 난무했다. 둘 다 브레이크에 4차례 성공했지만, 대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두 번밖에 게임을 따내지 못한 채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정현은 5-3으로 앞서가며 먼저 7점을 따면 승리하는 타이브레이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스매시 실수를 범하면서 결국 5-7로 1세트를 먼저 내줬다. 2세트에는 정현의 발바닥에 문제가 생겼다. 지난 1월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와의 호주오픈 준결승전에서 정현의 발목을 잡았던 오른발바닥에 다시 물집이 터진 것. 게임 1-2로 끌려가던 가운데 정현은 잠시 경기를 멈추고 치료를 받았지만, 곧바로 자신의 게임을 빼앗겼다. 경기가 안 풀리는 데다가 몸 상태까지 온전치 않았던 정현은 1-4에서 또 브레이크를 당하자 라켓을 내던지기까지 했다.냉정한 경기 운영으로 해외 언론으로부터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정현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결국, 정현은 2세트마저 2-6으로 내주고 말았다. 3세트 들어 정현은 발바닥 통증 탓인지 스트로크가 흔들렸고, 활동 반경도 현저히 줄었다. 정현은 한 차례 브레이크에 성공해 마지막 투지를 보여줬지만, 동점 기회에서 치명적인 더블 폴트를 범한 걸 만회하지 못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국가폭력 피해자 손배청구 길 연 헌재 결정 환영한다

    고문, 조작 등 국가폭력 피해자가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배상청구를 금지한 민주화운동보상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또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6개월로 정한 민법조항도 위헌으로 판단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그동안 쥐꼬리 보상금만 받고 잘못된 법 조항과 퇴행적인 대법원의 판결로 고통받아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못이 바로잡히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려 다행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더라도 민주화보상금 지급 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민주화보상법 제18조 1항을 근거로 국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는 판결을 내려 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7대2로 위헌을 결정하면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다.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날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소멸시효를 적용한 민법 제166조 제1항 등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청구인들은 2005년 제정된 이른바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재심을 거쳐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은 민법에 규정된 6개월 기간 내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인권에 반하는 국가범죄는 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허무는 퇴행을 사법부가 자행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헌재법 68조 1항이 국민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7대2로 기각됐다.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사실상 헌재 결정이 상급심이 돼 우리 사법제도의 근간인 3심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난 민주화보상법과 과거사 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등은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거래를 시도했거나 헌재의 내부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이다. 사법부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자들의 인권엔 눈감고 권력과 담합해 잇속만 챙기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더 짙어졌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하는 사법부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 부서 간 칸막이 없는 은평 국장 중심 책임행정 시행

    서울 은평구는 협치행정을 위해 부서 간의 칸막이를 허무는 ‘국장 중심 책임행정제’를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구의 정책사업, 현안사업 등은 하나의 국이나 부서에 속하지 않고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국장 중심 책임행정제는 사업 총괄부서 국장이 중심이 돼 사업 성격에 따라 협업부서를 지정한다. 이와 함께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직접 국장들이 책임지고 추진할 협업사업 21개를 선정했다. 행정안전국장은 공공청사 건립 추진 외 1건, 협치문화국장은 불광천 방송문화 랜드마크 거리 조성 외 2건, 주민복지국장은 은평복지재단 설립 외 2건 등이다. 선정된 사업은 소관 국장 책임하에 해당과장, 팀장 중심으로 추진단을 구성하고 담당부서들과 함께 사업계획, 실무협의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수사업에 대해서는 포상금 등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바이오 산업 활성화와 바이오시밀러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바이오 산업 활성화와 바이오시밀러

    20세기 초에 면허를 받은 의사라면 효능이 입증된 10가지 남짓한 약을 갖고 매일 진료실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질병을 치료해야 했을 것이다. 류머티스열에 ‘아스피린’, 심부전에는 ‘디곡신’, 갑상선 기능저하증과 당뇨병에는 호르몬제인 ‘티록신’과 ‘인슐린’, 매독에는 ‘살바르산’을 썼다.그 당시 의사였다면 환자들에게 해줄 것이 거의 없고 또 앞으로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치료 허무주의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은퇴할 무렵인 20세기 중반에는 약물 목록이 2000개 이상으로 증가한다. 지금은 1만 개가 족히 넘지 않을까 싶다. 과학이 진보를 거듭하던 시대여서 화학물질 제조법과 세포생물학, 유전학 등이 함께 발전했다. 이제 우리는 약물을 설계하고 목표한 기전에 따라 작동하도록 만든다. 이 작업의 최전선에 ‘바이오 의약품’이 있다. 백신과 혈액제제, 인슐린 등으로 일컬어지는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을 시작으로 유전자 재조합 의약품, 단클론항체, 세포치료제, DNA 백신 등 첨단 의약품 개발로 이어졌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는 여러 난제가 따른다. 일단 생산시설 개발과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세계 제약업계는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에 주목한다. 바이오시밀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 개발 비용은 10분의1, 개발 기간은 2분의1로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보다 효능이나 투여 횟수가 개선된 ‘개량 신약’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약값의 80% 수준으로 정해지는데 반해 바이오베터는 신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특허로 인정된다. 약값을 비싸게 책정할 수 있고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아직 전 세계 바이오베터는 10여종에 불과하다고 하니 국내 업체의 선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최근 삼성 측과 경제부총리의 대화를 토대로 바이오 규제 완화 검토 소식이 들려왔다. 바이오 산업은 빠르게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승인이나 허가에도 허점이 없어야 하는 어려운 분야다. 2014년 전체 규제 1만 5312건 가운데 바이오와 의료 분야 관련 규제는 2288건이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일괄적인 약값 규제가 이뤄져 바이오 산업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약값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금지된 미국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가격이 11년새 4배 상승하는 등 다른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고 투자, 일자리 창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과도한 규제와 약값 제한은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바이오 산업의 활성화 기반 마련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의료비 감소, 치료 선택권 확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혜안이 요구된다.
  • [월드피플+] 15년 전 거액 복권 당첨된 16세 소녀…“이제서야 행복”

    [월드피플+] 15년 전 거액 복권 당첨된 16세 소녀…“이제서야 행복”

    지난 2003년 한 16세 소녀가 무려 187만 파운드(현재 환율 27억원)라는 거액의 복권에 당첨돼 큰 화제가 됐다. 그로부터 15년 후인 최근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있을까? 최근 영국 메트로 등 현지언론은 파란만장한 삶은 거쳐 이제서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화제의 여성은 지금은 네 아이의 엄마가 된 영국 워킹턴에 사는 칼리 로저스(31). 15년 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우리 돈으로 시급 5000원 정도 받는 평범한 소녀였던 그녀는 거액의 당첨금을 수령하면서 세상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역전의 꿈을 이뤘다. 이후 로저스는 자신과 부모님, 조부모를 위한 집도 사고 여러 대의 고급차와 호화로운 여행을 즐기면서 돈쓰는 재미를 만끽했다. 그러나 그녀가 행복이라고 믿었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매일 파티를 열고 쇼핑, 성형수술 등에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한 것. 급기야 마약까지 손을 댄 로저스는 하루하루를 쾌락 속에 보내며 결국 돈도 떨어지고 남은 것은 허무함 뿐이었다. 로저스는 “16살이라는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 당첨금은 너무나 큰 돈이었다” 면서 “거액의 돈이 나에게 행복이 아닌 고독과 상처를 가져다 줬고 결국 수차례 자살의 유혹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10년의 시간이 흘러 로저스는 마트에서 1주일에 이틀을 일하고 뒤늦은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 사이 네 아이의 엄마가 됐지만 13세, 11세의 두 아들과는 함께 살고있지 않다. 과거 우울증으로 인해 두차례 자살시도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전 남편에게 양육권이 넘어갔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6살, 그리고 2살 아들과 현재 월 임대료 400파운드(약 57만원) 집에서 살고있다. 문제는 셋째 아들인 브레이크다. 뇌성마비로 태어나 혼자서는 음식도 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이제는 비싼 자동차나 옷은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다만 지금에 와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아들 브레이크를 위해 쓸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거지나 다름없지만 지금의 생활이 그때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종주국 못 넘었지만… 여자 세팍타크로 기적의 銀

    첫 태극마크 단 태권도 이화준 銀 레슬링 김현우 1분 48초 만에 銅 한국 여자 세팍타크로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22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시티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팀 레구 결승전에서 태국에 0-2로 패해 2위에 올랐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세팍타크로 여자 팀 레구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대회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세팍타크로는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 여자 팀 레구에 출전한 9개국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7개 나라가 모두 이 지역 국가들이다. 특히 국내 실업 선수가 40여명에 불과한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2위에 오른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불리한 환경에서도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인도, 라오스 등을 제친 뒤 4강에서는 B조 1위를 차지한 강호 베트남까지 따돌리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주장 김희진(34·경북도청)은 “이번을 계기로 세팍타크로가 더 알려지면 좋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태권도에선 이화준(22·성남시청)이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겨루기 남자 80㎏급 결승에서 니키타 라팔로비치(우즈베키스탄)에게 18-21로 아쉽게 져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화준이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첫 메달이다. 조강민은 남자 63㎏급 준결승에서 미르하셈 호세이니(이란)에게 29-37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동메달을 챙겼다.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30·삼성생명)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현우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스헤르메트 페르마노를 상대로 경기 시작 1분 48초 만에 9-0, 테크니컬 폴승을 거뒀다. 김현우는 1라운드 키르기스스탄 악스홀 마크흐무도브와의 경기에서 허무하게 3-7로 패한 뒤 패자부활전으로 밀려났고, 이후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보이던 이런 문구의 현수막은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베트남 처녀들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국 동포 여성부터 200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까지 한국인은 20여년간 다양한 국가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한 결혼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여러 문제를 낳기도 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됐지만 이들에 대한 숨겨진 폭력은 여전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왔으나 결국 결혼 생활을 접은 세 여성의 한국살이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안의 이중 잣대를 돌아본다. 각 사례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네 것은 이불 한 장도 없어” 한국 생활 3년째 되던 해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너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나를 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내가 못 들어가도록 대문을 걸어 잠갔다. 잘못한 건 남편인데 나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던 것일까.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이 증가하던 2007년 무렵, 먼저 한국으로 간 사촌언니들을 보며 나도 막연히 한국행을 꿈꿨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친정 엄마는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 결정에 찬성하셨다. 고향을 떠나며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확신은 무너졌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포도 농사를 짓던 남편을 도와 종일 밭일을 해도 내 몫은 없었다. 일당을 받는 남보다 못했다. 시어머니는 “넌 빈손으로 왔잖아”라며 용돈 한 푼 주지 않았다. 그러니 병원을 가거나 아이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너무 답답해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외국인은 못 만든다”고 했다. 1년이 지나서야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댁은 한국어 공부도 반대했다. 아이가 크면 ‘한국어 못하는 엄마’에 대해 실망할 것 같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밭일에 무슨 한국어가 필요하냐”, “돈 주고 데려온 네가 무슨 공부냐”고 몰아세웠다. 어학당은 끝내 가지 못했다. 남편에게 나는 아내가 아니라 일꾼이다. 남편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나에게 욕설을 했다. 그 욕설은 어느 순간부터 손찌검으로 변했다. 그렇게 참으며 6년을 버틴 결혼, 아니 감옥 생활은 양육권마저 빼앗긴 채 허무하게 끝났다. ●상처만 안고 한국을 떠나다 5년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 없이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를 줄 상상도 못했다. 베트남어 기내 방송이 어색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복잡한 한국의 도심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내 고향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소수민족 마을이다. 옆 마을과 언어도 풍습도 다른 작은 집성촌이다. 사랑하는 고향이지만 내게 큰 상처를 준 곳이기도 하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 아내로 삼는 악습 때문이다. 열세 살 되던 2003년 나도 이 악습의 피해자가 됐다. 납치, 강제 혼인, 출산까지 하자 친정 식구들도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국제결혼을 알게 됐다. 2012년 어느 더운 여름날 한국에 왔다. 중개업자를 통해 만난 남편은 약속과 달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적응에 정신없던 결혼 5개월째, 기억조차 고통스러운 악몽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단둘이 남은 어느 겨울날. 그는 안방으로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더니 커피를 내려놓는 내 손을 잡아채고 옷 속에 손을 넣었다. 도망가라는 경고처럼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도망친다 한들 한국말도 못하는 나를 누가 믿어 줄까. 그는 과도를 들고 나를 협박했다. 그 일이 있고 열흘 후, 그는 거짓말로 나를 유인해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화장실에서 베트남 친구에게 가까스로 전화를 했다. 경찰이 왔고 재판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합의된 관계라고 우겼다. 그런데 법정 싸움이 끝나기 전 나에게 또 다른 송사가 닥쳤다.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내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걸 속였다는 이유였다. 납치로 인한 출산도 혼인 무효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법정에서 5년을 다퉜지만 난 결국 소송에서 졌다.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에 해당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내가 겪은 인권침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5개월의 결혼 생활, 5년의 법정 싸움이 끝나고 상처만 안은 채 나는 돌아간다. 한국도 고향도 아닌 어딘가에서 새 살이 돋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 ‘동포’ 맞나요 동포(同胞).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동포인 나를 형제, 자매로 생각할까. ‘절반의 한국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존재랄까. 가끔은 나 자신도 원래 한국 국적인 사람과 나를 구분한다. 한족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중국에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4년의 독박 육아에 지쳐 갈 때쯤, 한국어 통역을 하며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 이주여성들을 돌아보니 식당이나 공장에 다니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팔며 다들 열심히 살았다. 나도 내 경험을 살려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직은 어려웠다. 사람들은 나를 이중 언어 구사자로 보기보다 ‘외국 며느리’로만 봤다. 그러다 2006년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으로 ‘다문화 붐’이 일면서 한국어 수업 등 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남편에게 부탁해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고 2년간 열심히 이주여성들을 도왔다. 그렇게 실력도 인정받고 보람도 느낄 무렵,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내가 일을 나간 뒤 남편은 일을 그만뒀는데, 실업 기간이 길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생활비와 남편의 대출금까지 감당하기를 몇 달, 결국 6살 딸아이를 안고 집을 나와 쉼터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틈틈이 동대문을 기웃거리며 일거리를 찾아 ‘투잡’을 뛰었다. 그렇게 낮에는 강사로, 밤에는 장사를 하며 버티고 있다. 내 손으로 벌어 아이와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그것이 고된 삶을 버티는 유일한 힘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금녀의 영역’ 옛말…첫 여성 수장, 국토부 ‘女風’ 이끈다

    [관가 인사이드] ‘금녀의 영역’ 옛말…첫 여성 수장, 국토부 ‘女風’ 이끈다

    “김 장관 취임후 女 주요 보직 등용 증가” 본부 과장급 4명에서 10명으로 약진 4급 이상 여성 비율 7.7%→9.7%로 ‘男 영역’ 건설·국토 관리 현장도 벽 깨 정부 부처 중에서도 특히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국토교통부에서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이 취임한 이후 여성을 승진 발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건설·국토 관리 현장에도 여성 공무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토부의 이러한 변화가 상대적으로 여성 고위 공무원 비율이 낮은 다른 경제 부처로 확산될지 주목된다.김 장관이 임명된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국토부 간부 중 여성은 김진숙 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 한 명뿐이었다. 2016년 12월 기준 4급(서기관)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도 7.7%에 그쳤다. 국토부 본부 소속 과장급 중에서도 여성 과장은 4명에 불과했다.취임 직후 본부 조직표를 보고 ‘여성 비율이 너무 낮다’고 인식한 김 장관은 인사 때마다 여성 발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선 자신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에 김효정 서기관을 여성 최초로 임명했다. 김진숙 청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신임 차장으로 승진해 기술직으로는 중앙부처 최초의 1급 고위직에 올랐다. 또 지난해 12월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영주국토관리사무소장에 박금해 서기관이 임명되자 부내에서 화제가 됐다. 국도 건설·보수 현장을 관리하는 국토관리사무소장 자리는 그동안 남성이 맡아 왔던 만큼 ‘금녀의 벽’을 허무는 상징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토부의 한 여성 주무관은 “그동안 국토부 내 여성이 맡지 않았던 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올라도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거복지 및 항공·철도 정책 등 국토부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실, 주택토지실, 항공정책실, 국토도시실, 철도국 등 주요 실·국의 과장급에 여성 공무원이 전진 배치됐다.이에 따라 국토부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은 지난 6월 기준 9.7%로 확대됐다. 과장급 보직자는 1년 전 4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22명 중 4명에 불과했던 여성 정책계장(4급 또는 5급)도 김 장관 취임 이후 9명으로 늘어났다. 국토부를 비롯한 대부분 정부 부처에서는 정책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계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25일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으로 처음 왔을 때 본부 조직표를 봤는데 과장급에 여성이 4명밖에 없었다”며 “그때 여성 과장을 10명 채우겠다고 결심했고 목표를 이뤘다”고 회고했다. 그는 “여성 국무위원이자 최초의 여성 국토부장관으로서 공직 내 여성의 대표성 향상을 위해 앞으로도 각별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성들의 요직 진출은 국토부 내 여성 공무원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국토부는 기술, 분야별 특성 때문에 여성 직원이 많지 않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여성 직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안팎에 임용된 행정고시 48회 여성 공무원들이 과장급 이상으로 진급할 시기와 김 장관의 인사관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국토부의 한 여성 과장은 “김 장관 취임 이후 여성 서기관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데 대한 막연한 주저함이 없어졌다”며 “몇 년 후면 여성 재원이 더 증가해 여성 실·국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한 근거 없이 그동안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에는 같은 기수에서도 남자 서기관들이 등용됐다면 이제는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도 여풍이 거세다.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여성으로는 처음 국토위원장에 올라 김 장관, 바른미래당 이혜훈 간사 등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김 장관은 앞서 “여성들이 공포에 떠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교통 분야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지하철, 터미널, 공항, 휴게소 등 대중교통시설에 ‘몰카’(불법촬영) 수시 점검·단속을 의무화하는 대중교통시설 대책을 발표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열린세상] ‘지구를 불태우는’ 폭염과 인류세/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열린세상] ‘지구를 불태우는’ 폭염과 인류세/하대청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기록적인 무더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홍천은 기상관측 111년 역사에서 최고 기온인 41도를 기록했고, 같은 시간대 서울은 39도를 넘었다. 연일 최고 온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그야말로 전국이 불타고 있다. 불볕더위, 폭염 등 한여름 무더위를 가리켰던 그 어떤 말로도 이번 경험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이를 표현할 새 용어를 찾아봤는데, 허무하게도 그 용어는 그냥 ‘여름’이 될 것 같다. 기록적인 더위를 지칭할 용어가 만들어지기보다는 우리가 쓰던 ‘여름’의 의미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상 고온의 무더위가 곧 평범하고 일상적인 여름 날씨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후변화 혹은 지구온난화가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다른 원인도 기여했지만 기후에 대한 인간의 영향이 이번 폭염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대량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를 계속 올리면서 폭염, 혹한, 홍수, 가뭄 등 극단적 사건들을 더 자주 일으키는 것이다.함께 여름을 나는 다른 북반구 국가를 살펴보면 이런 분석이 수긍할 만하다. 일본은 41도를 넘는 폭염으로 65명이 사망했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북극권인데도 30도를 넘어서면서 산불이 줄을 잇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47도를 넘어섰고 40도를 넘어선 프랑스는 냉각수 상승으로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 서부에서는 이상 고온으로 산불이 확산됐고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폭염으로 89명이 사망했다. 알제리 사하라 지역은 아프리카 대륙 역사상 최고 기온인 51.3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불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불타고 있다”는 말은 영국의 우파 타블로이드 신문인 ‘더 선’의 최근 기사 제목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를 공개적으로 부인해 온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이 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기후변화가 전 세계 폭염의 원인이라는 과학자의 말도 인용했다. 좀 믿고 싶은 대로 말하자면 이 전례 없는 폭염은 그동안 기후변화를 부인해 온 우파의 입장에도 균열을 낼 정도인 듯하다. 이 폭염을 가리킬 새 용어를 찾기는 어렵더라도 폭염과 기후변화의 관련성을 공유할 새 용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낸다고 했지만, 재난은 사회의 공론장에서 폭염을 정의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지만 재난 그 자체는 불시에 들이닥치는 자연현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재난은 우리와 무관하게 발생하며 재난 자체에는 우리의 책임이 없다. 우리는 변덕스런 자연의 무고한 희생자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폭염이 기후변화의 결과라면 우리에게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인간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이 폭염을 일으킨다면 말이다. 오히려 이번 폭염은 우리에게, 원인 제공자로서 ‘인간 종’에게 무겁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새 용어들이 여럿 출현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의 시대 등 기술이 선도하는 미래상과 결부된 새 용어들은 안타깝게도 폭염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떠올리지 못하게 한다. 산업혁명을 다시 맞이한다는 인식 속에는 산업혁명이 지구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성찰이 자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심대한 충격을 함축하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가 있지만, 우리 사회와 학계에서는 아직 큰 반향이 없다. 인류세는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를 정의하기 위해 도입된 용어이지만 지질학을 넘어 지구 행성의 위태로운 운명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플라스틱, 방사능 동위원소, 가축들이 온 지구를 뒤덮고 있고 숲과 야생종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인류세의 풍경이다. 인류세는 무엇보다 인간이 지구 행성이라는 하나뿐인 생명 유지 시스템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의 존재와 활동이 이 행성의 운명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상기시킨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산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인류세 시대에 산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이번 폭염은 훗날 평범한 여름 중 하나로 기억되거나 아니면 이상기후로 기록될 듯하다.
  • “수능 45% 최종 선택” “원점 재논의”…벌써 공론화안 해석 분분

    “수능 45% 최종 선택” “원점 재논의”…벌써 공론화안 해석 분분

    공론화위, “‘수능 45%’ 담은 1안이 1위…통계적 유의미성 없어” 후폭풍 현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공론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그 해석을 두고 학부모와 교원 단체 등이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확대를 주장해온 학부모 단체 등은 “수능 비율을 45% 이상 확대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으므로 최종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러 대입 자료로써 수능 영향력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해온 단체들은 “대입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특별위원회는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일 교육부에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최종 제안하고, 교육부는 이를 토대로 이달말까지 확정한다.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입 개편 시나리오 4가지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490명은 시나리오 1에 평균 3.40점(5점 만점)을 줘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였고, 시나리오 2는 3.27점으로 2위였다. 시나리오 1에는 수능 위주 대입 전형 비중을 45%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고, 시나리오 2에는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공론화위는 다만 두 선택지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으며 절대 다수가 지지한 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원으로 참여한 강현철 호서대학교 빅데이터경영공학부 교수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으려면 시나리오 1과 2 사이에 평점 0.23점 이상의 차이가 있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시나리오 1을 지지한 학부모단체 등은 공론화 결과 발표 직후 ‘1안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민참여단의 뜻에 따라 1안을 최종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나리오 1을 만드는데 참여한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시민참여단이 정시 45% 이상 확대, 수능상대평가 등을 담은 1안에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급격한 확대를 막고 학생들이 수능 위주 정시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도록 정시비율을 최소 45%이상 확대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1안을 다소 변형해 수능 전형 비율을 현재(20.7%)보다는 늘리되 45%보다는 적은 수준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시민참여단이 45%를 가장 많이 지지했는데 어떤 근거로 이보다 적은 비율로 수능을 늘릴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45%보다 적은 비율로 수능을 확대하려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1안 작업에 참여한 박소영 정시확대를위한학부모모임 대표도 “공론화 과정에서 2안을 지지하는 쪽이 숙의토론 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등 페어플레이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불리한 조건을 뚫고 1위한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반면, 수능 전과목절대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2안을 지지한 단체들은 1안과 2안의 지지도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 해석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 결과 다수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정부는 2022년도 대입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걱세 측은 “세부 공론화 과정에서 의제 2안이 심각한 불공정을 겪으며 절대적으로 불리한 악조건 속에서도 1안과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였다는 건 사실상 시민들이 절대평가를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2안 작업에 참여했던 좋은교사운동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어느 안도 우세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으려고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쳤는지 국민들은 허무함까지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민 참여단이) 수능 위주 정시 확대 필요성과 함께 고교 교육 과정 정상화 등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만큼 수능 전형 비율이 현행보다 다소 늘 수는 있지만 큰 폭의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여기는 중국] 재래식 화장실에 빠진 휴대폰 주우려다 사망한 형제

    중국 북부 한 시골 마을의 형제가 재래식 화장실 변기에 빠진 휴대전화를 꺼내려다 그 아래 갇혀 결국 사망했다. 지난 31일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2시쯤 중국 산시성 후옌 마을에 사는 한 남성이 전날 빠뜨린 휴대전화를 줍기 위해 재래식 변기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구덩이는 2m로 생각보다 깊었고, 결국 분뇨에 갇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밖에 있던 동생이 형을 구하러 들어갔지만 같이 구덩이에 갇혀서 형제는 허무하게 그곳에서 모두 목숨을 잃었다. 다른 가족들은 화장실에 간다던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재래식 화장실 벽을 부수고, 펌프를 사용해 변기 구덩이를 비워내는 등 구조 활동을 펼쳤지만 너무 늦은 뒤였다. 구조대는 “사람의 배설물에서 발생된 유해가스로 인해 이들이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사망 사건은 5년 전에도 같은 마을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43세 여성은 재래식 화장실에 빠뜨린 휴대전화를 주우려다 구덩이에 빠졌고, 여성의 남편과 딸이 그녀를 구하려다 빠져나오지 못해 일가족이 모두 사망했다. 한편 중국 전역은 공공 위생을 개선하고자 2015년 4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시아래, 재래기 변기를 수세식으로 교체하는 화장실 혁명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많은 시골 지역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이 아직 부족해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황보라 “하정우 동생 차현우와 6년째 열애, 결혼 확신이 든다”

    황보라 “하정우 동생 차현우와 6년째 열애, 결혼 확신이 든다”

    배우 황보라가 연인 차현우를 언급했다. 30일 오후 서울 UL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황보라가 남자친구 차현우(본명 김영훈) 이야기를 꺼냈다. 차현우는 배우 김용건 아들이자, 하정우의 동생이기도 하다. 황보라와 차현우는 지난 2014년부터 공개 열애를 시작, 올해로 6년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이날 황보라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것과 관련해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건 이건데, 내가 허무맹랑한 것을 하고 싶어했다”며 “도도하고 청순한 연기를 하고 싶은 거다. 그 때 유독 부정적이고 허무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정우 선배님 기사를 보고 공감이 됐다. 다작 이유가 학습하고 연마하는 것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연기를 오랜만에 하면 서툴러진다. 계속 학습하고 연마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보라는 “(힘든 일이 있을 때)가깝게는 남자친구에게 조언을 구한다”면서 “또 제 멘토 하정우 선배님에게 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정우는) 너무 좋은 멘토고, 최고의 멘토다. 길이 되고 롤모델이다. 아주 유쾌하고 재치있으시다”고 칭찬했다. 하정우 동생인 차현우와 열애 중인 황보라는 “남자친구도 (하정우만큼) 재미있다. 다 너무 웃기다. 사실 그런 점에 홀딱 넘어갔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기본적으로 (김용건, 하정우, 차현우 가족) 다 유쾌하신 분들”이라며 “저도 오래 (차현우와) 만나서 그런지 흡수가 돼서 연기할 때 많이 써먹는다”고 전했다. 공개 열애에 관해서는 “저도 사실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기사가 나서 (열애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면서 “장점은 든든한 거다. 단점은 어느 누구도 나한테 관심 없다는 것. 임자가 있으니까. 그래서 인생이 썩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황보라는 결혼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저도 나이가 있다 보니 옛날에는 ‘생각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확신이 든다. 이왕 결혼하는 거 ‘오래 만나고 믿음 있는 이 사람과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시기는) 아직 모르겠다.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하고 싶긴 하다”고 설명했다. 사진=UL엔터테인먼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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