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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년 만에 끝난 미국판 ‘살인의 추억’…연쇄살인마의 허무한 사과

    42년 만에 끝난 미국판 ‘살인의 추억’…연쇄살인마의 허무한 사과

    "여러분의 진술 잘 들었다.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한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일대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마의 사과는 이렇게 허무하리만큼 짤막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이날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고등법원이 13건의 살인과 13건의 강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4)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70∼80년대 캘리포니아 주 일대를 공포에 떨게 한 드앤젤로는 당시 50건 이상의 강간과 최소 13건 이상의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왔으며 이 때문에 ‘골든스테이트(캘리포니아 주) 킬러’라는 별칭으로 악명을 떨쳤다. 특히 이같은 악행에도 드앤젤로는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FBI)까지 동원된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 마스크를 쓴 킬러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가 경찰에 체포된 것은 2년 전인 지난 2018년. 첫 범행 시점부터 따지면 무려 42년 만으로 최첨단 수사기법인 DNA 족보 분석이 한 몫했다.체포된 직후 드러난 그의 놀라운 정체는 다름아닌 경찰 출신이라는 점. 보도에 따르면 드앤젤로는 1979년 절도 혐의가 들통나 재직하던 오번 경찰서에서 해고된 뒤 본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기간은 1976년부터 1986년까지 약 10년 간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42년 만에 체포됐지만 그가 저지른 수많은 범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드앤젤로는 검찰과의 양형 협상을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자신의 모든 범죄를 시인했다. 현재까지 드앤젤로가 인정한 범죄는 총 13건의 살인, 13건의 성폭행 그리고 161건의 기타 범죄다. 법원은 지난 18일부터 사흘 간에 걸쳐 드앤젤로가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했다. 법정에서 증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드앤젤로의 범행을 털어놨지만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에 앉아있던 그는 항상 무표정이었다. 형이 선고된 21일에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여러분의 진술을 잘 들었다.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짤막한 사과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마이클 보먼 판사는 “법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최고 형량을 선고한다”며 “괴물 같은 행동을 한 사람은 무고한 이들을 결코 해칠 수 없는 곳에 갇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서울광장] 코로나 우울/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코로나 우울/임병선 논설위원

    국내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 반년이 지났다. 2차 대유행이 눈앞에 있다. 당분간 ‘코로나 우울’이 더욱 짙어질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이브 카탱이 갈파한 대로 인간은 ‘늘 허무의 문턱에 서 있는’ 존재다. 사는 게 바쁘거나 힘들어 잊었거나, 웃고 짓까불며 잊으려 애쓸 뿐이다. 보통은 죽음 직전에 맞닥뜨려야 정신 차려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런데 코로나19란 감염병 때문에 뜻하지 않게 귀한 성찰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겨운 마스크를 쓰고 눈과 눈초리만으로 타자의 이성과 감정, 기분을 파악해야 하는 시간을 반년 넘게 보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기적처럼 우리에게 주어지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다른 이와 사회적 거리를 두는 일상은 쉬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그 반년의 시간,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K방역’이란 자부심은 수도권에 임박한 2차 대유행으로 여지없이 무너질 위기에 직면했다. 술잔 부딪치며 사람 사는 냄새 맡는 일은 아무래도 다시 삼가게 될 것 같다. 그 막막해진 시간은 결국 개인의 몫으로 채워야 한다. 얼마 전 만난 회사 임원은 독서량이 반년 전보다 다섯 배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고전과 인문학으로 서가가 채워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같다며 웃었다. 이른바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 늘어났다. 가족끼리 지내는 시간도 엄청 늘었다.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우려가 공포로 부풀려지거나, 막연한 두려움이 상존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혼자란 깨달음이다. 카탱의 말을 돌아보자. “인간은 먼 길을 지나왔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므로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행복은, 스스로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고, 그것을 분명히 하는 자기에게 달려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체념에 잊지 않아야 한다면 그것은 단지 저항과 장애에 직면함으로써 생겨나는 강렬한 삶의 감정에서 찾아야 한다. 이것은 당연히 강한 주체, 특히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능력, ‘준비자세’를 전제로 한다.” 국내 철학자들이 발빠르게 코로나로 우울해진 세상을 진단한 책 ‘코로나 블루, 철학의 위안’을 들추면 언론이나 사회가 놓치는 대목을 크게 셋으로 지적했다. 첫째는 감염병에 목숨을 잃는 이들의 죽음을 채 곱씹지도 않고 서둘러 화장한다는 것이다. 유족들이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 죽음을 삿되이 여기고, 미국이나 유럽 신문처럼 부고 하나 없이, 유족들은 부끄럽고 감춰야 할 주검으로 사랑하는 이와의 작별을 강요받고, ‘애도되지 않는 죽음’을 강제당한다. 타인에게만 죽음을 전가하고 자신은 죽음 없는 삶을 유지하려는 양면성마저 띤다. 이런 슬픈 현상을 언론이나 정부, 심지어 시민사회도 따스한 눈길로 보듬지 않는다. 둘째로 지난 반년을 나름 선방하는 데 헌신한 의료인이나 일선 공무원들에 감사하는 만큼 방역과 성공적 대처에 간접적으로 힘을 보탠 택배나 음식 배송업체 종사자들에게 제대로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는다. 지난 14일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날이었는데 정부와 당국은 그저 하루를 쉬게 하는 선심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어느 사회나 그렇지만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먼저, 가장 심대한 타격을 입는데 그들이 재난 극복에 앞장 서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를 사회나 시스템의 작동 원리인 양 당연시하는 생각이 지면이나 방송에 만연해 있다. 기자들부터 입에 달고 사는 말 중에 하나가 ‘세상이 다 그런 거 아냐’인데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의 원인을 더 근원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인류의 문명과 자연 개발의 역사가 불러온 과오를 성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저 의료적, 방역적으로 좁은 시각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정현석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연구강사는 정의로움이 누구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었는지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응시하는 기회를 코로나19가 준 것으로 생각하며,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공감과 연대를 북돋아야 참되게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한다. 대면 접촉이 쉽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연대나 공감을 나눌 기회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상대의 삶과 존재를 인정하는 표현을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철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2차 대유행이 눈앞에 닥친 이 시점에 되새겼으면 한다. bsnim@seoul.co.kr
  • [오늘의 눈] 끝을 보고 싶다/허백윤 문화부 기자

    [오늘의 눈] 끝을 보고 싶다/허백윤 문화부 기자

    이렇게 매일 ‘끝’을 갈망하던 날들이 또 있었을까. 한 해가 절반을 지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주고받은 말들이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려나”, “비가 언제까지 오려나”였던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치고 힘든’, 이런 수식어도 마스크만큼 익숙해졌다. 더는 쓰지 말자 다짐한 지 며칠, 또다시 도돌이표가 되니 허망하기 그지 없다. 공연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어려움’의 사정을 더욱 자주 듣는다. 이 와중에 공연이라니 웬 한가한 소리냐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작업들이 처절한 생계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출연하기로 했던 작품이 중단되면 몇 달을 바친 준비 기간이 허무하게 날아간다. 공연을 올리지 못했으니 수익은커녕 수당도 못 받는다. 대형 뮤지컬제작사 대표 8명이 뮤지컬협회가 만들어진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배우와 스태프들을 위한 기부콘서트를 준비한 것에도 이런 현실들이 반영됐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조차 “20여년 동안 공연한 ‘난타’가 멈췄고 어린이 뮤지컬 두 편이 무산돼 6개월간 아예 공연을 못해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하니 대학로를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소규모 창작자들과 예술인들의 고충은 훨씬 클 것이다. 의외로 감정적인 호소도 여러 곳에서 들렸다. 이미 짐작하고 오래 접했던 문화예술에 대한 시선을 확인한 데서 오는 것이었다. “여유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먹고사는 것과 거리가 먼”, “당장 멈추고 아무 때나 다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자신들의 가치가 매겨진 데 대한 허탈함이 느껴졌다. QR코드를 찍어도 룸살롱과 노래방은 되고 공연장은 안 된다는 방역지침이나 현장 목소리와 관계없이 눈치작전하듯 1~2주씩 문 닫기를 반복하는 결정,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주장에 시큰둥한 여론 등이 생계만큼이나 위기로 다가왔다. 소수를 위한 문화예술이었다는 자성도 있고, 콘텐츠 영상화 등 ‘포스트 코로나’도 고민하지만 그나마 규모 있는 곳에나 논의할 여유가 있다. ‘덕분에 챌린지’로 밤낮없이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에 감사를 전하는 것만큼 문화예술인들에게 고마움을 알리고 싶었다. 상상조차 못해본 사태에 잔뜩 움츠러든 머리와 가슴을 그나마 달랠 수 있었던 건 귀를 스쳐간 수많은 음악과 눈에 담긴 많은 아티스트 덕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만나게 된 피아니스트들의 몰입한 표정, 가야금과 해금의 애틋한 소리, 열정적인 뮤지컬 하이라이트 장면들과 귀에 꽂히는 음악들로 얻은 위안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마르지 않고 건강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문화의 가치를 새삼 확인했다. 마스크를 벗고 서로 감격의 표정을 주고받는 걸 당장 바랄 순 없다 쳐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마음껏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이제 ‘위로’ 말고 작품의 매력과 예술가들의 노력이 주는 감동을 그대로 표현하는 수식어를 쓰고 싶다. 코로나19는 정말 그만 쓰고 싶다. baikyoon@seoul.co.kr
  • 영화·OTT 넘어 TV로… 안방서 보는 8개의 미래

    영화·OTT 넘어 TV로… 안방서 보는 8개의 미래

    영화감독·지상파·온라인 플랫폼공동 제작한 첫 프로젝트 옴니버스“창작 자율 최대 보장한 제작 시스템”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지상파 방송,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공동 제작한 옴니버스 SF드라마 ‘SF8’이 14일부터 TV에 공개된다. 영화계, 방송사, OTT가 손잡은 첫 프로젝트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지상파에서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지 주목된다.MBC는 14일 오후 10시 10분 간병 로봇을 소재로 한 ‘간호중’(민규동 감독)을 시작으로 매주 1편씩 총 8편을 방송한다. 지난 7월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하고 제2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한 지 한 달 만이다. 작품들은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미래 기술을 가족, 로맨스, 수사물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했다. 화려한 스펙터클보다 인간과 일상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배우 이유영, 예수정, 문소리, 이동휘, 이연희, 이시영, 이다윗, 김보라 등 신인부터 베테랑까지 골고루 포진했다.‘간호중’을 포함해 인공지능 운세를 맹신하는 사회를 표현한 ‘만신’(노덕 감독), 인공지능 파트너를 뇌에 이식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물 ‘블링크’(한가람 감독), 안드로이드가 아들의 영혼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엄마 이야기 ‘인간증명’(김의석 감독) 등 4편이 인공지능을 다룬다.미세먼지 세상 속 계급사회를 묘사한 ‘우주인 조안’(이윤정 감독), 지구 종말 전 로맨스 이야기 ‘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안국진 감독), 증강현실 앱을 통한 연애 ‘증강콩깍지’(오기환 감독), 가상현실에 갇힌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의 사투 ‘하얀 까마귀’(장철수 감독)가 뒤를 잇는다.‘SF8’은 영화감독이 연출하고 OTT, 지상파가 방영하는 국내 첫 사례로 ‘시네마틱 드라마’, 즉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다. 형식은 물론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업계 관심도 높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민규동 감독은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현재 극장의 변화를 볼 때 감독들은 영화가 기존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질문을 안고 있다”며 “이번 도전은 작품 내적, 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이나 시간 등 물리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감독들은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한 작업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제작, 홍보 등에 참여한 문형찬 MBC PD는 “방송은 신선한 콘텐츠, 메인 투자자 웨이브는 오리지널 작품이 필요했고 영화감독조합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국회 첫 수어통역 기자회견…장혜영 “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는 국회로”

    국회 첫 수어통역 기자회견…장혜영 “장애인 참정권 보장하는 국회로”

    10일부터 국회 모든 기자회견서 수어 통역 1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처음으로 수어 통역사의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부터 국회가 소통관에서 열리는 모든 기자회견에 수어 통역을 지원키로 하면서다.국회 기자회견의 수어통역 제도화를 이끌어낸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날 처음으로 열린 수어통역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한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될 순간”이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정장 차림의 조성현 수어 통역사(한국수어통역사협회장)는 발표자의 오른편에 서서 실시간 수화로 발표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장 의원은 우리나라가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했지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정보를 제공받아야 할 국회 기자회견이나 상임위원회 의사중계시 실시간 수어 통역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 없어 여전히 상당수 장애인들은 사실상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 의원은 이날 장애인의 국회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여기에는 ▲국회 및 의원 입법활동 중계시 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 등 제공 ▲장애인의 회의 방청시 점자안내서·자막·수어통역 의무 제공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회법 개정안 발의 및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를 주제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김대범(발달장애) 서울피플퍼스트센터 센터장, 곽남희(시각장애)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정해인(농인)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회원 등 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나와 참정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 정해인 씨는 수화로 “선거 과정에서 청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 환경이 많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제약이 많다”면서 “선거법에서 수어 및 자막이 의무로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유권자들의 권리가 보장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씨의 말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됐다. 장 의원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소통의 가치를 강조하며 ‘국민의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가 의미 있는 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더 나아가 장애인의 참정권이 완전히 보장될 수 있는 변화를 21대 국회가 앞장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시각 장애를 가진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이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를 출입하게 되면서 국회법 논란이 일었는데, 이는 처음으로 국회가 안내견 출입을 허용하는 계기가 됐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檢 울산 수사, 文 탄핵 밑자락 깐 것”… 조국 부적절 발언 논란

    “檢 울산 수사, 文 탄핵 밑자락 깐 것”… 조국 부적절 발언 논란

    “檢, 여당 총선 패배 예상… 노선 재설정시류 따라 ‘맹견’ ‘애완견’ 되기도” 주장 진중권 “뚱딴지같은 소리… 완전 실성”“국민 분열·혼란 야기하는 주장” 비판도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법무 행정을 관할했던 장관이 근거도 없이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조 전 장관은 자신이 1년 전 이날 제66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취임 35일 만인 10월 14일 장관직에서 사퇴했던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페이스북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 초입 검찰 수뇌부는 4·15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패배를 예상하면서 검찰 조직이 나아갈 총노선을 재설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 이름을 15회 적어 놓은 울산 사건 공소장도 그 산물”이라며 “집권 여당의 총선 패배 후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자락을 깐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남은 수사는 총선 이후로 미뤘다. 검찰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아직 수사 중이지만 총선 이후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라며 “완전히 실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슨 탄핵을 검찰에서 하나”라며 “(탄핵은) 국회의원 3분의2 동의를 받아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하는 데다 대통령은 재임 중에 소추당하지 않는다. 음모론을 펼치더라도 좀 그럴듯하게 하라”고 꼬집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선거개입 사건은 어떠한 사법적 판단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단순히 공소장에 대통령 이름이 거론됐다는 것만으로 마치 검찰 수뇌부가 탄핵을 시도했다는 위험한 발언”이라면서 “국민 분열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부적절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도 “근거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 문 대통령의 연루 사실이 조금이라도 나온다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심재철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난 2월 발언을 페이스북에 추가로 올렸다. 조 전 장관은 또 “한국 검찰은 시류에 따라, 조직의 어젠다(의제)와 이익에 따라 ‘맹견’이 되기도 ‘애완견’이 되기도 한다”며 “한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다만 악’ 맑음, ‘반도’ 흐림, ‘강철비2’는 폭우

    ‘다만 악’ 맑음, ‘반도’ 흐림, ‘강철비2’는 폭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이른바 ‘7말 8초’는 여름 극장가 ‘텐트 폴’로 불린다. 관객 수가 마치 막대기를 올린 텐트처럼 봉긋 솟아오른 것처럼 많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한 해 관객 4분의 1이 몰리는 이 기간은 극장가 최대 성수기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장기간 폭우가 이어지며 관객 발길도 뜸하다.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 이런 속에서 올여름 극장가 승자는 누가 될 것인까. 잘 안 굴러가는 머리지만, 통계와 댓글을 토대로 최대한 분석해봤다. ●<맑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올해 2월부터 침체한 극장가에 ‘천만영화’는 커녕 ‘오백만영화’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반도’가 간만에 좋은 성적을 내며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거세고 치고 올라오고, ‘강철비2’는 예상 외로 힘을 못 쓰면서 지형 정리가 다소 돼가는 분위기다. 올여름 ‘빅3’ 영화 가운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전망이 가장 밝아 보인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개봉 첫날인 5일에만 35만여명을 기록했다. 평일 치고 상당히 좋은 실적이다. 개봉 이틀째에는 28만 5000여명으로 다소 쳐졌지만, 누적 관객 수 63만 5000여명에 이른다. 경쟁작 ‘반도’와 비교할 때 개봉 첫날 스코어가 근소한 차이로 뒤졌지만, 이틀째 누적관객 수 57만 8000여명을 찍은 ‘반도’를 뛰어넘었다. 스타트가 더 낫다는 뜻이다. 청부살인업자 인남(황정민 분)과 무자비한 살인마 레이(이정재 분)가 일본과 한국, 태국을 넘나들며 벌이는 광란의 추격전을 담았다. ‘신세계’ 콤비가 7년 만에 다시 만나 화제가 됐다. 특히 7일 실시간 예매율이 55.3%로 절반을 넘어섰다. 기자·평론가 평점이 고작 5.83점이지만, 알다시피 이 평점은 스코어와 상관관계가 현저히 떨어진다. 흥행과 직결한 관람객 평점이 9.12, 네티즌 평점이 8.01(네이버 기준)로 아주 좋은 편이다. 영화에 관한 관람평도 이틀 만에 무려 4500개를 넘어설 정도다. ‘연기는 손색이 없으나,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정재가 지드래곤 같다’, ‘신세계가 흥행한 이유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 이정재’, ‘액션도 쩔고(대단하다는 뜻의 은어) 계속 장소가 바뀌며 치달리는 영화라 지루하지도 않다’는 댓글이 주로 공감을 받았다. 이번 주말에 이어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다음 주말까지 인기가 이어지면 500만도 조심스레 점칠 수 있겠다.●<비> 제목 따라간 ‘강철비2’ ‘강철비2’는 제목을 그대로 따라가는 듯 하다. 올여름 최대 기대작이었지만, 스코어만 놓고 보면 장마철럼 우울하기 짝이 없다. 개봉 첫날인 지난달 29일 관객 수 22만 2000여명으로 다소 미흡한 출발을 보였고, 첫 주말에 각각 27만 3000여명, 23만 1000여명을 기록하더니 그 다음 주 평일부터 11만 3000여명으로 내려앉았다. 개봉 9일째인 6일 평일 관객수 4만 5000여명 수준. 여기에 승승장구하는 ‘다만 악’에 밀려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누적관객수 133만 8000여명으로 200만명 넘기만 바라야 할 지경. 기대작치고는 허무한 결말로 가고 있는데, 왜 그런가 댓글을 살펴보면 대충 ‘느낌 알 수 있는’ 상태다. 네이버 영화평 댓글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너무나 쉽고 허술하게 납치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이 상실 한 번 하고 백악관이 이 사실조차 모른다는 데서 두 번 어이 상실...예의 없고 안하무인의 미대통령의 코미디 캐릭터를 보면서 기대 접고 봄’이란 댓글이 가장 공감을 많이 받았다. 2013년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양우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한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다소 무리한 스토리, 배우들의 억지스런 연기, 미흡한 액션이 관람객들의 불평을 샀다. ‘관람객 평점 높은 거 알바라고 보면 되요. 개실망(아주 실망했다는 뜻의 은어) 했습니다. 저 배우들을 데리고 이 정도밖에 안되나요?’라는 불만의 댓글이 계속 달리는 점으로 미뤄볼 때, 전망이 밝지 않다. 다만, 기자·평론가 평점은 6.64로 ‘다만 악’보다 다소 높다. 역시나 이 평점은 스코어와 큰 관계가 없음을 다시 입증했다고나 할까.●<흐림> ‘반도’는 500만, 아니 400만 정도? ‘반도’는 500만을 점치기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출발은 좋았고, 이어 나온 ‘강철비2’도 제쳤지만, ‘다만 악’에는 밀리는 형국이다. 영화는 개봉 4일째인 주말(7월 18일)에 51만 6000여명, 다음 날에는 44만 3000여명을 기록했다. 이후 평일에는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다행히 경쟁작이 없어 득을 봤다. 주말인 지난달 25, 26일 각각 25만 9000여명, 21만여명이 들어 올해 최대 히트작으로 올라섰다. 천만영화 ‘부산행’(2016)의 4년 뒤를 다룬 속편이다. 2020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고, 북미·프랑스·중남미·대만에 선 판매를 완료해 관심을 끌었다. 전대미문 재난에서 살아남은 정석(강동원 분)은 피할 수 없는 제안에 다시 반도로 들어가고,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더욱 거세진 좀비 떼의 습격을 받는다. 좀비 떼는 강력해졌지만, 전작에 비할 때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부산행 반도 못 따라감. 그래서 반도임’이라는 재치 넘치는 댓글이 유독 눈에 띈다. 이번 달 1일과 2일에 12만 1000여명, 9만 9000여명으로 다소 소강상태에 들어섰고, 평일은 2만명대로 관객 수가 떨어진 상태다. 6일 현재 누적관객 수 359만 3000여명이다. ‘다만 악’이 치고 나온 상태고, 동력을 잃어버린 잠수함처럼 가라앉은 ‘강철비2’가 예매율 2위를 달리면서 예매율 3위이다. 이를 감안하면 현재로선 500만명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래프로만 살펴보면 아마도 다음 주 주말 이후에나 400만명을 넘기고, 곧이어 나올 디즈니 액션 ‘뮬란’에 밀려 ‘화려하게’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뭉쳐야 함께 산다… 대구·경북 ‘행정·경제 통합’ 열기

    뭉쳐야 함께 산다… 대구·경북 ‘행정·경제 통합’ 열기

    구미·칠곡 53만명 넘어… ‘시너지’ 발휘수성·경산, 교육·교통 생활권 깊이 공유군위, 신공항 수용하며 대구 편입 요구대구와 경북 인접 자치단체 간에 생활권 경계를 허무는 ‘행정 및 경제권 통합’ 즉 ‘짝짓기’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몸집을 불려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더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과 환경, 공원 등 다양한 사회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달 30일 생활권이 비슷하고 인접한 칠곡군에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구미와 칠곡이 통합할 경우 인구 50만명이 넘는 ‘특례시’로 지정돼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와 칠곡의 행정통합은 모두에게 긍정적 면이 많다”고 밝혔다. 구미시와 칠곡군은 인구가 각각 41만 7000명, 11만 5000명으로 통합하면 인구가 50만명이 넘는다. 또 일반교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입 증가뿐 아니라 부동산 가치 상승, 교통망 확충, 교육 수준 향상, 생활편의시설 확대 등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구미시의 설명이다. 이웃 지역인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시도 지난달 ‘수성·경산 통합경제권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대구경북연구원이 맡고, 올해 말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두 도시는 역사·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데다 교육, 교통 등 생활권을 깊이 공유하고 있다. 두 도시 간 통합 경제권의 핵심은 연계와 융합을 통한 미래도시 건설이다. 경산의 산업단지 등을 활용해 미래 전략산업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미래형 교통수단과 공유 모빌리티를 구상한다. 또 문화·체육·평생학습 시설을 공동 활용하는 한편 안전과 환경, 녹지 등 도시 인프라를 공동 조성해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최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유치한 경북 군위군은 대구광역시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에 통합신공항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지역 출신 국회의원과 시도 의원 등 100여명 넘는 의원에게 대구시 편입 약속을 받아냈다. 인구 2만 3000여명으로 소멸위험지역인 군위군은 대구 편입으로 인구 유입과 도시 인프라 조성, 지가 상승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웃 도시들이 협력을 통해 제한된 경계를 허물고 경제규모 등을 확대할 경우 동반 성장이 가능해진다”면서 “나아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도 적잖은 도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한반도는 동북아의 세력교체기 때마다 선택을 요구받으며 격동에 휘말렸다. 17세기 초 명청 교체기 조선은 양대 호란으로 국토와 민생이 쑥대밭이 됐다. 19세기 후반엔 청과 일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조선을 삼키려 각축하는 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조선은 나름 타개책 마련을 위해 고민했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사대’였다. ‘큰 나라를 더 열심히 섬기고 의지해야 한다.’ 자강을 위한 대책이나 교린(선린우호 관계)을 위한 노력은 없었다. 그런 조선에 열강은 군사기지, 병력, 전함, 군량, 무기는 물론 전쟁 가담까지 요구했다.요즘 한반도 안팎에선 그런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중국 봉쇄를 추진해 온 미국은 7월 초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력 시위를 벌였다.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13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 주장을 ‘완전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22일 국교 수교 이래 처음으로 미국 정부는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고, 이에 맞서 중국도 청두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두 나라의 거세지는 군사적 대치에 비례해 한국에 택일을 요구하는 ‘전통적 우방’ 미국의 압박도 커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7~9일 방한 때 한국의 적극적인 ‘반중’ 노력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실상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여기엔 주한미군 주둔비 ‘폭탄 증액’도 포함돼 있었다. 과거 명이 조선에 했던 것과 다름없지만, 명의 사신 황손무 감군(지금의 국방차관)의 품격은 달랐다. ●대책 없이 ‘반청’ 외치다 나라는 ‘쑥대밭’ 후금(후에 청)이 부상하던 17세기 초 조선 인조는 대책 없이 ‘무찌르자 오랑캐’만 외쳤다. 1627년 1월 중순 후금의 정예 3만여명이 압록강을 넘어왔다. 조선 조정은 불과 10여일 만인 1월 25일 강화도로 줄행랑을 쳤다. 그로부터 9년 뒤 조선 조정은 또 대책 없이 ‘반청’을 외쳤다. 1636년 2월 24일 한양에 온 용골대, 마부대 등 청의 사신을 서대문 밖 숙소에 사실상 감금했다. 청의 사신은 29일 말을 훔쳐 도망쳤다. 인조는 이튿날 유시문을 발표했다. “오랑캐와 모든 관계를 끊는다.” “8도 관찰사들은 죽기를 맹서하고 싸워 원수를 갚자.” 4월 11일 청의 홍타이지는 전쟁이냐 화친이냐 택일을 통첩하는 국서를 보냈다. 6월 17일 인조는 이런 내용의 답서를 보냈다.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로를 볼 것이며 조선과 우호를 유지하는 도쿠가와의 태평성대를 보라.” 조선을 침략하면 도요토미처럼 망할 것이라는 대꾸였다. 9월 1일 명의 황손무가 황제의 칙서를 들고 한양에 왔다. 조선은 청을 배후 공격해 요동 진출을 막으라는 내용이었다. “(조선) 국왕은 더욱 충직하고 양순한 마음을 돈독히 하고 무략을 드날리어 함께 협력하여 큰 공을 세워 요해의 파도를 맑게 하여 훌륭한 포상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라.” 그러나 황손무가 살펴본 조선의 대비태세는 참담했다. 자칫 조선이 먼저 망해, 배후에서 청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질까 걱정이 됐다. 그는 10월 24일 귀로에 이런 편지를 인조에게 전했다. “경학을 연구하는 것은 장차 이용(利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나는 귀국의 학사와 대부들이 읽는 것이 무슨 책이며, 경제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뜻도 모른 채 웅얼거리고 의관이나 갖추고 영화를 누리고 있으니….” “귀국의 인심과 군비를 볼 때 저 강한 도적들을 감당하기란 결단코 어렵다. 일시적인 감정에 이끌려 그들과의 화친을 끊지 마라.” 인조는 겁이 났다. 역관을 보내 청의 의중을 탐색했다. 용골대는 ‘왕자와 대신 그리고 척화론자를 압송하라’고 요구했다. 조선 조정은 다시 들끓었다. 항전의 결의를 보여 주자며 주화파 숙청을 주장했다. 인조는 11월 6일 이조판서 최명길을 파직했다. 12월 2일 청 태종 홍타이지의 12만 대군은 심양을 출발했다. 본대는 10일 압록강을 건넜다. 선발대는 그즈음 안주를 지나 개성으로 내달려 13일 오후 홍제원에 이르렀다. 강화도로 내빼려던 인조는 발길을 돌려 14일 새벽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다. ●19세기엔 日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 맺어 19세기 동북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함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1839년 영국이 막무가내 도발한 아편전쟁에 중국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홍콩까지 내줘야 했다. 1850년대 일본은 미국의 무력에 굴복, 개항했다. 1860년대 조선은 미국과 프랑스 함대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1876년엔 일본의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1879년 일본은 중국의 속국이던 류큐 왕국을 병합했다. 조선은 비로소 국제정세에 눈을 돌렸다. 1880년 김홍집을 대표로 2차 수신사를 일본에 보냈다. 김홍집은 주로 하여장 등 일본 주재 청국 외교관들로부터 정보와 판단을 구했다. 이들과 나눈 6차례의 필담을 정리하고 청국의 의견을 담은 것이 황준헌의 ‘조선책략’이었다. 조선의 최대위협은 러시아이며 ‘방러’를 위해선 ‘친중’, ‘결일’, ‘연미’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뼈대다. 당시 중국은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밀리고, 흑룡강 동쪽과 두만강 입구까지 러시아에 내준 상태였다. 일본은 러시아에 사할린을 넘긴 터였다. 중국에 러시아는 최대위협이었다. 황준헌이 내놓은 대책, 즉 ‘친중, 결일, 연미’는 중국의 ‘반러전선’에 조선을 동원하려는 것이었다. 첫째는 중국을 더욱 힘써 섬기라는 것. “중국이 사랑하는 나라로는 조선만 한 나라가 없다. 중국은 조선을 은혜로써 품어 줄 뿐, 한 번도 그 토지와 인민을 탐낸 적이 없었다.” 일본과는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으라고 타일렀다. “그들은 대대로 맡은 바 일에 충실하였다. 조선과 일본은 수레의 바퀴와 축처럼 서로 의지해야 할 형세이니, 작은 거리낌을 없애고 큰 계획을 도모하라.” 미국과는 빨리 수교하라고 재촉했다. “(미국은) 예의로써 나라를 세우고 토지와 남의 인민을 탐내지 않고, …항상 약소한 자를 부조하고 공의를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은 중국을 더욱더 열심히 섬기고, 일본 군대의 진주를 허용하고, 미국과 수교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조선책략’은 엉터리였다. 일본은 조선을 삼키려 불과 14년 뒤 청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은 20여년 뒤 조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보장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조선책략은 ‘대러 봉쇄’의 일환이었으니, 조선의 생존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선 500년 변함 없이 표방한 외교정책은 사대교린이었다. 그러나 교린은 없이 ‘사대’에 ‘몰빵’했다.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친중’(親中)이 ‘친미’(親美)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서 ‘친’(親)이란 ‘아버지’(가친 家親)를 뜻한다. 북한과는 열전이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냉전이었으며, 일본은 원수였으니 교린할 대상도 없었다.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은 ‘사대’의 틀 안에서 ‘교린’을 추진했다. 미국이 앞장서 탈냉전을 주도했으니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수교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러나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다시 ‘교린’을 뒤틀고 있다. ‘반중 봉쇄’ 압박이 그것이다.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교린’ 흔들어 중국과의 교역량은 전체의 25%이고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까지 합치면 40%에 이른다. ‘반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국가 경제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보수세력은 ‘숭미반중’에 막무가내다. 과거 나라를 파국으로 이끈 것은 ‘숭명반청’과 ‘숭청반외세’의 위정척사론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사대’는 남북 군사적 대치 때문이다. 전시작전권까지 넘길 정도로 미국에 의지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으로 한반도 정치에 개입하고, 일본은 군비 증강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적 대치를 끝내지 않고는 피하기 힘들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고했다. “한국은 이미 동맹을 선택했다!” 7월 23일 국방연구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손으로 이뤄야 한다. 반드시 이루겠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지금까지는 뭐했을까, 의문도 든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인천, 잡았다 놓친 ‘대어 전북’… 시즌 첫 승은 다음 기회로

    인천, 잡았다 놓친 ‘대어 전북’… 시즌 첫 승은 다음 기회로

    성남, 수원 꺾고 7경기 연속 무승 탈출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가 다 잡았던 ‘대어’ 전북 현대를 아쉽게 놓치며 시즌 첫 승 신고를 뒤로 미뤘다. 인천은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12라운드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전반 5분 만에 지언학이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이승기에게 후반 32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비록 승점 3점이 아닌 1점에 그쳤으나 지난 11라운드에서 두 명이나 퇴장당하고도 상주 상무와 1-1로 비기며 8연패에서 탈출한 인천으로서는 올 시즌 우승을 다투는 전북을 상대로 다시 승점을 추가하며 반전을 예고했다. 최근 3경기 무승(2무1패)으로 8승2무2패(승점 26점)를 기록한 전북은 3연승을 달린 1위 울산 현대와 승점 차가 3점으로 벌어졌다. 울산은 이날 주니오의 페널티킥 결승골(시즌 15호골)을 앞세워 강원FC를 1-0으로 제압, 승점 29점(9승2무1패)을 쌓았다. 앞서 5라운드 전북에 0-1로 패했고 또 11라운드까지 3무8패로 승리를 신고하지 못한 리그 최하위라 인천의 선전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은 72분 동안 첫 승의 꿈을 부풀렸다. 전반 5분 무고사의 패스를 받은 김준범이 왼쪽 측면에서 사선으로 올라가다 전북 페널티 박스 앞에 이르자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지언학을 보고 공을 내줬고, 지언학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그림 같은 선제골을 뽑아냈다. 11라운드 상주전에서 극장 동점골을 뽑아낸 지언학의 2경기 연속골. 이후 인천은 무고사만 전방에 놔둔 채 수비 라인을 끌어내리고 틈을 노려 간간이 역습을 펼쳤다. 전반 34분과 후반 3분 무고사의 결정적인 슈팅이 빗나간 게 아쉬웠다. 전북은 경기를 뒤집기 위해 한교원, 무릴로, 손준호 등을 앞세워 그야말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후반 들어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김보경까지 투입했다. 경고를 6번이나 받을 정도로 투지를 불사르던 인천의 리드는 다소 허무하게 날아갔다. 후반 32분 우측면에서 공을 확실하게 걷어내지 못하고 한교원에게 공을 빼앗긴 게 빌미가 됐다. 한교원의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의 김보경이 뒤로 흘려주자 이승기가 왼발로 인천 골문을 기어코 열어젖혔다. 한편 성남FC는 이창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고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허무하게 날아간 리버풀의 승점 100점 우승

    허무하게 날아간 리버풀의 승점 100점 우승

    30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정상 등정에 성공한 리버풀이 승점 100점 달성에는 실패했다. 리버풀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아스널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했다. 리버풀은 이날 패배로 승점 93점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며 단일 시즌 최다 승점 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앞으로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승점 99점에 그치기 때문이다. 역대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 승점은 2017~18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하며 작성한 100점이었다. 앞서 리버풀은 지난달 말 31라운드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당시 7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승점 86점을 쌓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최다 승점 기록 경신은 가뿐해 보였다. 그러나 맨시티와의 32라운드에서 0-4로 완패한 리버풀은 이후 33라운드에서 애스턴 빌라를 2-0, 34라운드에서 브라이턴을 3-1로 무너뜨리며 분위기를 추슬렀으나 번리와의 35라운드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1-1로 비기더니 이번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해 기록을 놓쳤다. 리버풀은 전반 20분 사디오 마네의 선제골이 터지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점유율도 7대3, 슈팅 수에서도 24 대 3으로 크게 앞서며 경기를 지배했으나 뼈아픈 실책이 잇따르며 땅을 쳤다. 전반 32분 유럽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피르질 판데이크가 자기 진영에서 백패스를 하다가 아스널의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에게 가로채기를 당해 동점골을 내줬다. 12분 뒤에는 골키퍼 알리송이 앤드루 로버트슨에게 건네려던 패스가 라카제트에게 또 차단당했고, 결국 라스 넬슨에게 역전골을 헌납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 박창순 위원장 주재 첫 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 박창순 위원장 주재 첫 회의 개최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제34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제10대 후반기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창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2) 주재 첫 회의를 14일 개최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제10대 후반기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1)과 김용성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을 선임하고, 소관부서인 평생교육국에 대한 주요업무를 보고받는 등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박창순 위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힘든 싸움을 벌이는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가 도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도민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위원님들과 합심해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1)은 “박창순 위원장님 과 여러 동료 위원들을 잘 보필해서 우리 여성가족평생교육위가 모범적인 상임위, 성과내는 상임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성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집행부와 적극 소통하고, 소속 위원들의 전문성을 살려 도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임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날 실시된 후반기 첫 업무보고에서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소관 부서인 평생교육국과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청소년수련원에서 추진된 코로나19 주요 대응조치 등 2020년도 상반기 추진실적과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살펴보며, 당면 현안에 대한 질의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각종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체계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집행부와 모색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여 비대면 학습 흐름을 반영한 새로운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을 당부했으며, 내년도(21년) 예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국간 또는 부서간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15일 여성가족국 업무보고와 16일 산하 기관 현장방문을 끝으로 제345회 임시회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 시장 비서 관노에 비유한 네티즌 사과하며 “김구 선생도…”

    박 시장 비서 관노에 비유한 네티즌 사과하며 “김구 선생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진 전 비서를 관노(국가에 소속된 종)에 비유했던 네티즌이 결국 사과에 나섰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란 글을 썼다가 질타를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니고, 박원순은 이순신이 아니며, 피해여성은 관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네티즌의 ‘관노’ 발언이 아주 솔직해 높이 평가한다며 “친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과 그 지지자들이 국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노골적일 정도로 정직하게 보여준다”며 “한 마디로 친문의 눈에는 국민이 노비로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의 눈에는 여성이 관노로 보이는 것”이라며 “그들이 자자고 하자면 언제라도 잠자리에 들 의무가 있는 관노이며, 실제로도 그렇게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광장에 나가 촛불혁명을 한 대가로 졸지에 국민이 국가의 노비가 되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사과의 글을 올린 네티즌은 “많은 분들이 ‘관노’란 단어에만 민감한데 가장 수치스런 지금의 잣대를 박 시장을 공적을 허는데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이순신 장군의 예는 지금으로 보면 수치스러운 부분”이라며 “이순신 장군의 수치스런 부분을 생각해보니 이것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관노 부분을 잘못된 예로 언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구 선생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노를 언급한 댓글이 게시된 동일한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신분제 사회에서 양반이 관비와 잠자리 한 것과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시장이 비서에게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한게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일인가”라며 저급한 비유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직장남들의 ‘긴바지옥’… 애꿎은 다리털만 탓할 일인가 [아무이슈]

    직장남들의 ‘긴바지옥’… 애꿎은 다리털만 탓할 일인가 [아무이슈]

    “여직원 미니스커트는 괜찮아도 남직원 다리털은 못봐주겠다고요?” 경직된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겠다며 대기업도 공직사회도 앞다퉈 반바지 착용을 도입했지만 “당장 나부터 입으라면 글쎄….”라며 말끝을 흐리는 남성들. 넥타이는 미련없이 풀어 헤쳐놓고 도대체 남성에게 반바지는 어떤 의미기에, 해마다 여름이면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걸까. 올해도 ‘긴바지옥’(긴 바지와 지옥의 합성어. 무더운 날씨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하는 지옥같은 상황을 의미)을 견뎌야하는 이 땅의 직장 남성들을 위해 반바지의 ‘심오한’ 함의를 파헤쳐봤다.● 10명 중 7명이 긍정적… 실제 반바지 출근은 ‘머뭇’ 서울신문 아무이슈팀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직장인 278명(남182명·여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착용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2.5%가 ‘매우 적절하다’, 25.2%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67.7%)은 남성의 직장 내 반바지 착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보통이다’(21.6%)에 이어 ‘적절하지 않다’(9.4%), ‘매우 적절하지 않다’(1.4%) 등 부정적인 인식은 11.8%였다. 긍정적인 인식이 우세했지만 남성 응답자 중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5.2%에 불과했다. 허용하고 있지 않다(50.6%), 모르겠다(14.3%)가 뒤를 이었다. 실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남성은 응답자의 24.2%로 더 적었다. 반바지를 입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서는 규정 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눈치가 보여서’, ‘상사가 신경쓰여서’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남성 직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주관식 질문에는 전체의 약 37%인 103명이 ‘시원해보인다’고 답했다.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대답이 16.5%로 뒤를 이었다. 약 61.2%가 ‘편해보인다’,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 같다’, ‘창의적이다’ 등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18.3%는 ‘단정하지 않다’, ‘무례해보인다’,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 등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직급, 직종 혹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유보적’ 입장도 일부 있었다. ‘시원해보이지만 나는 입지 않을 거다’라고 단언한 남성 응답자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응답자들의 66.6%는 남성 직원의 반바지 착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꼽았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서(16.2%), 고객 응대 등 업무 수행에 방해가 돼서(11.2%) 등이 뒤를 이었다. “후줄근해 보인다고 지적하지만 정작 격식에 맞는 남성 반바지를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나 “반바지가 일상복으로 등장한 역사가 짧아 아직 익숙하지 않을 뿐 미래에는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 중년들은 어색…“남학생 교복부터 바꿔라”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50대 남성 공무원 A씨는 “2012년 서울시에서 처음 반바지 착용을 허용할 때만 해도 정장 반바지를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어렵사리 구해도 외부 미팅이나 회의 때는 긴바지로 갈아입고 나가게 되면서 확산이 안 됐다”고 회상했다. A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반바지도 단정하게 잘 구해서 입던데 우리 같은 아저씨들은 어색하고 초라한 기분이 들어서 꺼려진다”면서 “외국계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는 문화가 정착된 곳도 있지만 공직사회까지 퍼지려면 우리 다음 세대에나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40대 여성 직장인 B씨는 “인식을 바꾸려면 첫단추로 남학생 교복 바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학생 아들을 보면 대부분의 학교가 하복 체육복은 반바지지만 교복은 긴바지”라면서 “학생에게는 교복이 곧 단정한 복장인데, 교복이 긴바지다보니 성인이 돼서도 격식을 차리는 의상은 긴바지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C씨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금기시하는 노출 범위가 조금 다른거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반적으로 여성 노출에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여성은 상체, 남성은 하체의 노출에 민감한 분위기”라면서 “수영복만 봐도 남자들은 웃통은 벗으면서 트렁크는 엉덩이의 실루엣이나 허벅지가 드러나지 않게 입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50대 남성 직장인 D씨는 “패션에도 TPO(시간·장소·상황)가 있는데 아무리 편견을 없애려 해도 반바지에 다리털을 내놓고 회의하러 오면 발표 내용에 신뢰를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40대 남성 직장인 E씨는 “다리털이 징그럽다고 하면서 매끈하게 제모하는 남자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미느냐, 밀리느냐, 문제는 다리털? 불똥은 다리털로 튀었다. ‘반바지를 입은 남성 직원에 대한 생각’에 대한 주관식 질문에서 다리털이 부담스럽다거나 지저분해보인다는 등 ‘다리털 혐오’를 호소한 답변이 2.9%로 집계됐다. “같은 남자지만 나도 우리 부장님 다리털 보고싶진 않다”, “수북한 다리털 보기도 싫지만 너무 다리가 매끄러우면 역시 어색할 것 같다”는 의견도 반복적으로 나왔다. “여직원한테 제모 안했으니 치마 입지 말라고 하면 성희롱이면서 남직원에게는 다리털 보기 싫으니까 반바지 입지 말라는 것은 역차별 아니냐”는 하소연도 있었다. 이베이코리아의 쇼핑사이트 G9(지구)가 지난 5월 3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 한달 동안의 제모기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남성 고객의 구매량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 제모도 더이상 낯설지 않은 문화로 자리잡았건만, 현대사회에서 남성의 다리털은 보여주기도 어색하고, 그렇다고 깔끔히 밀어버리기도 어려운 계륵 같은 존재가 돼있었다. 과연 남성의 제모 문화만 정착되면 직장 남성의 반바지 착용도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될까. ● 기업·공직도 잇달아 권장은 하는데… 국내 남성 직장인의 ‘반바지 착용 역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수원 사업장 직원에 한해 주말과 공휴일에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시범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6월부터는 평일로 확대 시행에 나섰다. 같은해 7월 정유·에너지 업계에서는 최초로 SK이노베이션이 반바지와 라운드 티셔츠를 업무용 복장으로 공식 인정했다. SK계열사 중에서는 SK C&C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13년과 2014년부터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3월에 자율복장제를 도입해 상황에 따라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으며, 롯데지주도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멤버스 등에 이어 지난 1일부터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복장을 자율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에서는 명목상의 규정으로 존재할뿐 실제 자유롭게 반바지를 착용하는 직원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반면 IT기업이나 외국계 패션기업 등을 위주로 반바지 착용 문화가 자리잡은 곳도 많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나이키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의 반바지 착용 시도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2012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2018년 수원시, 지난해 경기도와 경남 창원시, 부산시 등이 잇따라 혹서기 반바지 출근을 허용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6월 5일에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에서 열린 ‘쿨비즈 패션쇼’에서 반바지 복장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 7월 26일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휴가룩, 시원차림 패션쇼’에 또 한번 직접 반바지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투혼을 발휘하며 ‘반바지 전도사’로 나섰다. 그러나 공직에서는 긴바지 차림새로 되돌아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쳤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반바지 착용을 처음 허가한 경기도의 경우 도청 홈페이지에 ‘이재명 도지사부터 반바지를 입고 나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이 지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원하는 직원이 입을 수 있는 것일 뿐 내가 입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유연한 조직문화가 긴바지옥 탈출 열쇠?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8%가 직장남성의 반바지 착용 문화 정착을 위해서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불필요한 것은 버린다는 판단이 가능한 보복 없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꼰대 문화 타파’, ‘유교적 뇌 구조 변화’, ‘복장이 권위의 상징이라는 선입견을 내려놓는 것’ 등의 기타 주관식 답변에서도 모두 복장 자율화에 제동을 거는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답답함이 엿보였다. “남직원의 반바지 착용 문화를 정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답한 어느 응답자는 “앞으로도 반바지는 입을 생각이 없지만, 이런 화두가 제기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로운 환경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직장남성들의 반바지 착용 논란은 ‘조직이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억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문제제기의 은유’라고 갈무리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구분짓기’를 위한 긴 바지의 상징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시선도 있다. 약 20년 동안 남성 패션지 ‘에스콰이어’ 편집장을 지낸 민희식 크리에이티브 워크 대표는 저서 ‘그놈의 옷장’에서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는 몸을 가리는 게 기본적인 예의였다”면서 “(반바지는) 길이가 짧은 만큼 옷이 주는 사회적 영향력도 딱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성 패션은 외부로부터 물리적 자극을 피하고 엄폐 기능을 중시한 전투복에서 기원을 찾기 때문에 소속감이 분명하고 은폐가 용이하며, 계급과 신분이 드러나도록 발달해 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30대 직장인 F씨는 “남성에게 긴바지는 격식을 차리는 일종의 엘리트 집단에 속해 있다는 동류의식을 확인시켜주는 증거”라면서 “반바지가 권위를 살려준다거나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등의 2차적인 이득이 없다면 단순히 시원하다는 장점만으로 출근 복장으로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허무한 결론이지만, 올 여름에도 많은 직장에서 자유롭게 반바지를 입고 활보하는 남직원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곳곳에서 물음표가 제기되고 크고 작은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만큼, 아마도 몇번의 여름이 지나면 모두가 ‘속시원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상처…자세히 목격하면 그래도 괜찮다”

    “상처…자세히 목격하면 그래도 괜찮다”

    십대 소년의 언어·심리장애 극복기말더듬증을 삶 중심에 둔 자전적 글 예전엔 상처에 사로잡혀 겁냈지만더 깊이 보면 괜찮단 생각까지 닿아인간을 보여줄 수 있어 소설 좋아해나이 마흔을 코앞에 둔 정용준의 소설에서 말더듬증은 오랜 소재였다. 제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던 단편 ‘떠떠떠, 떠’가 열한 살 때부터 실어증을 앓았던 놀이공원의 사자 모델 얘기인 것처럼. 더불어 그의 삶 속 오랜 숙제이기도 했다.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민음사)에서 작가는 처음으로 말더듬증을 마주 대했다. “전에는 말을 더듬는 현상을 인물이 갖고 있는 요소 중 하나로 생각했다면, 정면으로 그 인물의 삶을 중심에 놓고 썼어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방식으로, 겪었던 일을 겪었던 방식으로 썼죠.” 지난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가 말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열네 살 소년 ‘나’가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등단 이후 10여년 동안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오랫동안 글을 매만졌다.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가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멈추거나, 인터넷이 멈춰 전산이 마비될 줄 알았던 1999년 ‘세기말’을 배경으로 했다. 그때의 감각을 작가는 ‘시시하다’고 기억한다.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게 허무했어요. 바뀐 게 하나도 없는 게 제일 힘들지 않나요. 더 나빠지기라도 하면 변화의 희망이라도 갖는데 말이죠.” 소설에서는 말 더듬는 소년을 향한 세상의 자극에 무반응으로 대처하며 시시한 인생을 견디는 나와, 견딜 수 없이 시시한 시절이 중첩되며 펼쳐진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그의 자평처럼 보기 드물게 해피엔딩에다 따뜻한 소설이다. 적어도 이 소설에서만큼은 ‘한국 소설의 어두운 계보’(김형중 문학평론가)라던 소리가 무색해 보인다. 폭력을 휘두르던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일격을 가해 경찰서에 온 ‘나’를 구하러 언어 교정원 식구들이 대규모로 나선 풍경이 그렇다. “예전에는 상처의 감각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똑같은 이야기를 더 깊숙하게 쓰려고 한다”는 작가는 “전에는 제가 그 감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겁이 나서 못 들어갔는데 지금은 마음의 여유가 좀 생겼다”고 했다. 더 나아가 ‘자세히 목격하면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얻었다. 나를 변호하는 교정원 식구들 중 원장과 ‘도스토예프스키’라고 불렸던 소설가의 언설은 문학의 본령을 상기시키는 데가 있다. 나는 일기장 속 ‘죽이고 싶다’ 등의 문장들 때문에 남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던 것으로 오해받는다. 원장은 이에 대해 “교정원에서 언어를 고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그건 일기장이 아니라 마음을 언어로 옮기는 연습장 같은 것”(138쪽)이라고 말한다. 작가에게도 소설과 문학이 같은 맥락이다. “제 소설이 가장 절 많이 받아줘요. 쓰고 나면, 그 부분이 저에게 사라졌거나 고쳐진 건 아닌데 어째선지 소설에 맡기고 나면 괜찮아져 있고요.” 소설 속 일기의 도움처럼 문학의 힘이 컸다는 부연이다. 그는 인간을 보여 주기에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다. “유일하게 자기가 가진 태생적 기질을 미워하는 동물이 인간인데, 그게 누구 탓인지 왜 탓할 사람이 없으면 자기 탓을 하는지 등을 알려주죠. 이런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소설을 통한 극단적인 사고 실험으로 선과 악의 딜레마를 만들어 보는 것이고요.” ‘기형도’가 어디 섬 이름인 줄만 알았다던 러시아어과 학생은 별안간 만난 소설 덕에 잘 살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살 것처럼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루쉰·예로센코 옆 ‘자유 영혼’ 공초를 만나다

    루쉰·예로센코 옆 ‘자유 영혼’ 공초를 만나다

    한국 근대시의 선구자 공초 오상순(1894~1963) 시인을 재조명한 평전이 출간됐다. 이승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나남출판)이다. 자신도 시인인 이 교수가 그린 선배 문인 오상순은 ‘자유’ 그 자체다. 오 시인은 1920년대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폐허’의 창간 동인으로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허무혼의 선언’, ‘폐허의 제단’, ‘허무혼의 독어’처럼 허무를 소재로 쓴 시를 다수 발표하며 허무주의자로 알려졌다.그러나 책에 묘사된 인간 오상순은 허무주의자라기보다는 현실에서 해탈한 도인에 가깝다. 우주 원리를 탐구해 마침내 죽음의 번민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도를 깨치면 죽고 사는 게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 공초는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고 늘 있는 진여실상(眞如實相)의 존재’(129쪽)를 꿈꾸었다. 그는 살아생전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 한 권의 책도 내걸지 않았으며 재물과 지위, 아내와 자녀, 거처에 대한 욕심까지 모두 내려놨다. 공초에 대한 재평가는 그의 일본 유학 당시(1912~1917)와 1920년대 초반 중국 체류 행적과 관련이 있다. 젊은 시절 오상순은 일본과 중국, 한국, 구 만주 지역을 왕래하며 각국의 지식인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베이징에 있는 저우쭤런의 집에 기거하면서 중국의 문호 루쉰, 러시아 출신 아나키스트 예로센코 등과 만났다. 루쉰의 동생인 저우쭤런의 일기, 조선총독부 조사 기록, 에스페란토 대회 후 루쉰, 저우쭤런 등과 찍은 사진 등을 보면 공초가 에스페란토, 아나키즘 등 신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책에는 수주 변영로가 쓴 오상순 관련 수필과 공초의 유고도 함께 수록했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은 더욱 의미 있다. 저자인 이 교수의 대학 시절 스승은 공초숭모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며 늘 공초를 스승으로 모셨던 구상(1919~2004) 시인이다. 공초 생전에 비서 역할을 했던 박호준씨의 딸인 박윤희씨는 이 교수의 제자로 한중일을 대표하는 지식인들과 교류했던 공초의 행적을 논문에 썼다. 2010년 백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제자의 노고를 이 교수가 평전에 상당 부분 옮기며 그를 추모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권민아 유경 AOA 폭로…‘그 언니’ 지민 FNC 묵묵부답(종합)

    권민아 유경 AOA 폭로…‘그 언니’ 지민 FNC 묵묵부답(종합)

    그룹 AOA 출신 배우 권민아가 멤버 지민에게 10년간 괴롭힘을 당해 팀을 탈퇴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같은 그룹이었던 유경 역시 팀에 관한 글을 남기면서 지민과 소속사인 FNC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민아는 3일 SNS를 통해 “아빠 돌아가시고 대기실에서 한 번 우니까 어떤 언니가 너 때문에 분위기 흐려진다고 울지 말라고, 대기실 옷장으로 끌고 가길래 내가 너무 무섭다고 했다. 난 아직도 그 말 못 잊는다. 내가 점점 망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나는 (아이돌) 하면서 너무 행복했고, 정말 열심히 했다. 사랑하는 직업”이라며 “솔직히 AOA 탈퇴 정말 하기 싫었는데, 날 싫어하는 사람 하나 때문에 10년을 괴롭힘 당하고 참다가 결국 AOA도 포기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에 그 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갔는데 날 보자마자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허무하고 무너져 내렸다. 마음이 그냥 비워졌다. 원망도 사라지고 다 괜찮아졌는데 내가 너무 고장이 나 있어서 무섭다”라고 털어놨다. 권민아는 또 한번 글을 올리며 부친이 췌장암 말기 선고받고 돌아 가실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언니’한테 혼날까봐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고 적었다. 이어 “난 그때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다. 혼나는 게 더 싫었다. 그래서 더 못 보고 아빠를 보냈다. 아빠가 날 찾을 때도, 일 하고 있어서 못갔다”고 회상했다. 권민아는 이어 “들리는 말로는 ‘그 언니’는 특실 잡아주고 개인 스케줄도 취소했다는데 아니길 바란다. 프로답게 해 언니도. 울지마. 분위기 흐려진다며. 나 땜에 왜 눈치 봐야하냐며 그랬잖아. 언니도 잘 이겨내 꼭”이라며 “나는 아직도 그 기억 못 지워. 언니가 했던 말들, 행동들. 사실 흐릿해도 전부 기억해 남아 있다. 그럴 때마다 약 먹어가면서 견디고 있다. 그렇지만 아빠 때 일은 평생 갈 것 같다. 언니는 그냥 뱉은 말이지만 난 정말 상처였다”고 털어놨다. 지민 “소설” 썼다가 삭제…권민아 재차 반박글 게시 권민아는 해당 글에 “얼마 전에 ‘그 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적었고, 이에 지난 4월 부친상을 당한 지민이 당사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후 지민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소설”이라는 짧은 글을 게재했다가 몇 분 뒤 삭제했다. 권민아는 다시 추가글을 게재하며 “소설이라고 해봐. 언니 천벌 받는다. 증인이 있고,증거가 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다”라며 “‘소설’이라는 말은 왜 지우냐. 원래 욕한 사람은 잘 기억 못한다고 하더라. 내 기억도 제발 지워달라. 언니는 죄책감 못 느낄 것”이라고 적었다. 권민아는 “소설이라기에는 너무 무서운 소설이다. 언니 기억이 안 사라진다. 매일 미치겠다. 지민 언니. 난 돈, 보상 다 필요없다”라며 지민을 언급했다. 그는 “내가 언니 때문에 망가진 게 너무 억울하고 아프고 힘들다. 내가 바라는 건 내 앞에 와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 한 마디면 될 것 같다. 난 매일이 눈 뜨는 게 고통이다”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상흔이 보이는 손목 사진을 찍어 올려 충격을 더했다. AOA 지민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AOA 출신 유경은 “솔직히 그때의 나는 모두가 다 똑같아 보였다”라며 “‘But I won’t quit for the people I love. So I’ll say I’m fine until the day I fucking see the light’. 어제 들었던 노래의 가사처럼, 다시 모두 이겨내야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경은 지난 2016년 팀을 탈퇴한 후 홀로 활동 중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법사위원장’ 한 발짝도 양보 안 해… 원구성 파국 서로 “네탓”

    ‘법사위원장’ 한 발짝도 양보 안 해… 원구성 파국 서로 “네탓”

    ‘후반기 법사위원장 집권당 우선권’ 등 전날 잠정 합의안 만들고도 끝내 결렬 국회 공보수석 “결국 본질은 법사위” 與 “김종인이 재가 안해 협상 뒤집혀” 주호영, 페북에 “엄청난 모욕감 느껴”시작도 끝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걸림돌이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라는 파국을 맞은 것은 ‘후반기 법사위원장 배분’으로 좁혀진 논의에서 여야 모두 마지막 한 발짝을 양보하지 않은 결과였다. 29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진행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담판은 3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며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본질은 법사위였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여야가 근접했던 ‘잠정 합의안’에는 ▲상임위원장 11대 7 배분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차기 대선 결과 집권당에 우선 선택권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법사위 청문회 실시 등 내용이 들어 있었다. 법사위원장을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여야는 지난 26일, 28일 협상을 거치며 간극을 좁혔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 축소 논의까지도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2년 후 집권당이 가져갈 수 있는 안을, 통합당은 1년 혹은 2년씩 여야가 번갈아 맡는 안을 내놓으며 각각 ‘양보’했다.하지만 여야가 함께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전한 전날 분위기는 이날 통합당의 최종 거부로 뒤집혔다. 주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후반기 법사위원장 배분안에 대해 “대선 여부에 맡기는 것 자체가 국회 독립성과 자율성에 반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페이스북엔 “‘너희가 다음 대선 이길 수 있으면 그때 가져가 봐’라는 비아냥으로 들려 엄청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통합당에 책임을 전가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안 부결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상황에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권을 가진 주 원내대표가 최종 결정권을 쥔 김 위원장의 재가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 제기다. 통합당 측은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원 구성 협상 파국… 책임 떠넘기는 여야

    원 구성 협상 파국… 책임 떠넘기는 여야

    원 구성 협상 결렬… 민주당, 상임위 독식與 “김종인의 원내 개입 때문” 의혹 제기野 “말도 안돼… 원내 의견 수렴한 결과”‘잠정 합의문’ 與 주장에 주호영 “없었다”시작도 끝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걸림돌이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라는 파국을 맞은 것은 협상의 핵심인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여야 모두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은 결과였다. 29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진행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담판은 3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하며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본질은 법사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협상에서 합의문 초안까지 만들었지만, 오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에 따르면 여야가 근접했던 ‘잠정 합의안’에는 ▲상임위원장 11대 7 배분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차기 대선 결과 집권당에 우선 선택권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현안 관련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 법사위 청문회 실시 등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제안을 최종 거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중요한 법사위가 결론 나지 않은 채 협상한 것이기 때문에 의견 접근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의문 초안이라 할 것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맡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대선 여부에 맡기는 것 자체가 국회 독립성과 자율성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통합당에 전가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안 부결은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과도하게 원내 상황에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상권을 가진 주 원내대표가 최종 결정권을 쥔 김 위원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협상을 뒤집었다는 의혹 제기다. 하지만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의석수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우위에 섰던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내주지 않고 ‘힘 센 여당’의 모습을 각인시키면서 당분간 원내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달리 주 원내대표는 협상 타결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가 소득 없이 물러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지만 하나의 큰 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 원내대표를 전폭 지지하면서 오로지 국민만 쳐다보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언어의 역사(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서순승 옮김, 소소의책 펴냄) 말과 글의 기원부터 일상생활 속 활용법까지 언어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저작. 세계적인 언어학자로 영국 웨일스대 뱅거 캠퍼스의 명예교수인 저자는 갓난아기가 내뱉는 최초의 낱말부터 문자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언어의 변이 과정과 가변성을 재치 있는 논리로 풀어 나간다. 440쪽. 2만 3000원.턴어라운드(데이비드 마르케 지음, 김동규 옮김, 세종서적 펴냄) 미 해군의 만년 꼴찌 핵잠수함 산타페를 1등으로 도약시킨 리더십의 실체를 담았다. 패배주의가 만연한 산타페함에 부임한 마르케 함장은 잘못된 지시를 누구도 수정해 주지 않는 전형적인 리더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모두가 익숙했던 ‘리더·팔로어’ 방식을 벗어나, 한 사람도 빠짐없이 리더가 되는 ‘리더·리더’ 방식이 탄생한다. 364쪽. 1만 9000원.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허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데뷔 30년을 맞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천성이 허무주의자인 시인이지만 결국 그 중심은 낮고 비루한 땅 위에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제 알겠다/중심이 있어/날아오르고, 흐르고, 떠날 수 있었던 거구나’(시 ‘중심에 관해’ 일부) 158쪽. 9000원.언니, 나랑 결혼할래요?(김규진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레즈비언 결혼기.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등 500번 넘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체득한 커밍아웃 팁부터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서 결혼을 준비하며 겪은 에피소드, 혼인신고 불수리 통지서를 받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216쪽. 1만 3800원.나는 치매를 다스릴 수 있다(최낙원 지음, 아침사과 펴냄) 뇌신경외과 전문의이자 한의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 다양한 식이요법 및 생활지침 개선으로 만드는 치매 치료 프로그램, 인지장애 및 치매의 원인, 종류, 임상증상, 예방, 지원제도 및 돌봄과 법적 문제 등 관련 주제들을 삽화와 함께 설명한다. 380쪽. 1만 7000원.음대생 진로 전략서(정은현 지음, 리음아트앤컴퍼니 펴냄) 음악 전공자들을 위한 진로 안내서. 음악전문기업인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가 자신의 취업 경험과 툴뮤직을 창업하고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해 오며 겪은 체험담을 토대로 썼다. 응시원서, 자기소개서 작성법, 창업과 비즈니스 모델 수립까지 취업, 창업의 방법을 상세하게 담았다. 31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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