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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꿈의 부족 外

    ◆꿈의 부족(김별아 지음)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등 장편소설을 발표했던 작가의 첫 소설집.말레이시아 원주민을 다룬 표제작 ‘꿈의 부족’을 비롯,중국 후한시대 남녀의 사랑을 그린 ‘삭매와 자미’,네팔 여행경험을 작품화한 ‘샹그리라 빌리지’와 자전적 소설 ‘대관령’ 등 지난 96년부터 발표한 단편을 묶었다.문이당.8500원. ◆인문학과 소설 텍스트의 해석(서정철 지음)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언어학과 기호학 관련 글을 다수 발표한 저자의 문학이론서.소설에 적용하는 일반화된 장르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소설을 ‘이야기 텍스트’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자크 라캉,미셸 푸코,미하일 바흐친 등의 문학텍스트에 대한 분석방법과 성과 등을 조명했다.민음사.1만 8000원. ◆연탄길3(이철환 지음) 가난한 이웃들의 삶에서 가슴 뭉클한 정서를 이끌어낸 시리즈의 마지막편.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를 팔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등대’와 매일 아침 육교 계단을 청소하는 할아버지의 사연을 담은 ‘눈 치우는 할아버지’ 등 실화를 위주로 한 짧은 이야기들이 실렸다.삼진기획.7500원. ◆도선장 불빛 아래 서 있다(강형철 지음)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인 지은이가 10년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고향 전북군산을 소재로 삼은 ‘도선장 불빛 아래’를 비롯,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건져올린 반짝이는 시편들이 시에 대한 시인의 고뇌를 짐작하게 한다.‘야트막한 사랑’ ‘아현시장’ ‘떡살은 허리부터 익는다’ 등 62편이 실렸다.창작과 비평사.5000원. ◆그대,핏줄 속 산불이 시로 빛날 때(이행자 지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시화집.소아마비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화운동의 궂은 일을 도맡아온 시인의 정성에 보답하고자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꾸며낸 시집.홍선웅 남궁산 오경영 강행복 유근택 등 화가들의 그림을 곁들였다.삶이 보이는 창.6000원.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전경린 지음) ‘염소를 모는 여자’ ‘아무곳에도 없는 남자’ 등을 통해 여성적 삶의 정체성 문제를 감각적 문체로 다룬 작가의 다섯번째장편소설.스무살 여성의 감정과 상황을 회상 형식으로 기술한 성장소설이다.문학동네.8000원. ◆한계전의 명시 읽기(한계전 지음) 서울대 교수인 저자가 1920년부터 최근까지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53명의 시 104편을 추려 해설을 붙였다.중·고교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만날 수 있는 시들을 분석한 것으로,한국 현대시의 변천과정을 살필 수 있다.수험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문학동네.1만 2000원. ◆침묵(한대수 지음) ‘물 좀 주소’ 등 저항가요로 잘 알려진 포크가수 겸 사진작가,시인으로 활동 중인 한대수의 사진을 곁들인 작품집.지난 97년 태국과 미국 뉴욕에서 촬영한 사진에 한국 및 외국의 시를 곁들여 엮었다.푸른미디어.1만 5000원. ◆호연연가(손호연 지음,이승신 엮음) 이방자 여사의 장학생으로 도쿄제국여대에 유학했던 저자가 60여년간 지은 일본 단가인 와카(和歌) 중 대표작을 간추려 엮었다.저자는 2년 전 한·일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일본 외무성으로부터도 표창을 받았다.샘터.8500원.
  • ‘이합집산’ 후보·정파 입장

    대선정국에 격랑이 밀려오고 있다.한나라당측과 정몽준(鄭夢準) 의원측이 15일 동요하는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 영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민주당에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며,비노(非盧)·반노(反盧)세력의 단계적 집단탈당이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이뤄질 분위기다.바야흐로 권력을 좇는 부나방들의 배반과 규합이 어지럽게 엉키면서 정계개편이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누구든지 받아준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설 태세다.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14일 저녁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위해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하겠다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입당을 받아들이겠다.”고 강조했다.과거에 이 후보나 한나라당과 사이가 좋지 않았더라도 입당을 환영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관련,“우리와 뜻을 같이 하면 앞으로 얼마든지 같이 갈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그동안 이회창후보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비쳐지는 대목이다. 이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원칙적인 입장 표명으로 볼 수도 있다.하지만 과거 개인적 악연이나 감정적 문제를 이유로 한나라당 입당이나 복당이 쉽지않았던 인사들에게까지 문호를 적극 개방하겠다고 공언한 의미가 적지 않다.민주당 내 반노(反盧)·비노(非盧)측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검토하고,자민련 의원들의 동요도 심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수순인 셈이다. 한나라당의 문호개방에 김종필 총재,박근혜 대표,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거리다.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인제 의원의 입당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도 하다.확인되지는 않았지만,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의원이 만났다는 얘기도 그럴 듯하게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이 옥석(玉石)과 과거의 행태를 가리지 않고,오겠다는 의원은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정체성 문제와 의원 빼오기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적극적인 영입의사를밝힌 것은 ‘반창(反昌)연대’ 구도를 허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세 확장을 통해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키고,정몽준(鄭夢準) 신당의 세를 위축시켜 창당에 타격을 주는 의미도 있다.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지지층인 호남을 고립화하는 전략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곽태헌기자 tiger@ ■정몽준, TK거점 구축 착수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에 대한 문호개방을 선언한 가운데 정몽준(鄭夢準·MJ) 의원 진영도 16일 신당 발기인대회를 맞아 각계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주목을 끄는 대목은 영남권 공략이다.지난주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권에서 살다시피하며 민심 동향을 살핀 정 의원은 이번주 들어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지역에 대한 거점 구축에 본격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14일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정호용(鄭鎬溶)·김용태(金瑢泰)·이정무(李廷武)·최운지(崔雲芝) 전 의원 등 TK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대선 협력방안을 중점 논의했다.이 자리에는 정 의원 측근인 강신옥(姜信玉) 국민통합21 창당기획단장이 함께했다.강 단장은 “TK지역 민심동향을 전해듣기 위한 자리였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김용태 전 의원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라는 점에서 정 의원과 상도동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게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실제로 MJ와 상도동계의 연대 움직임은 다른 채널로도 감지되고 있다.YS의 최측근인 서석재(徐錫宰) 전 의원은 이미 정 의원의 신당 국민통합21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로 했다.한나라당 부산·경남지역 상도동계 의원들과의 직간접 접촉도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최운지 전 의원은 15대 국회 자민련 TK의원 모임인 ‘대동회’의 회장이다.이 모임에는 이정무(李廷武)·박철언(朴哲彦)·최재욱(崔在旭) 전 의원과 신국환(辛國煥) 산자부장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정 의원은 최근 박철언 전 의원과도 회동,연대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정 의원측은 최 전 의원이 지역 상공인 사회에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기반 마련의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의 영입작업에맞서 현역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 확대 노력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특히 박근혜(朴槿惠) 한국미래연합 대표와의 연대 성사를 위해 강신옥 창당기획단장의 2선 후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진경호기자 ■민주당 쪼개지나 - 범동교계 ‘脫盧' 조짐 후단협, 탈당 잰걸음 격변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는 범동교동계와 호남출신 의원들이 주축인 ‘민주당 본류세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에 대한 시선이 차갑게 바뀌고 있다.‘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단계적 탈당 움직임은 이제 가시권에 진입,분당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우선 한화갑(韓和甲) 대표,정균환(鄭均桓) 총무,한광옥(韓光玉) 전 대표 등 본류 중진들이 노 후보에게 협조하지 않고 있다.한 대표는 특히 15일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에서 노 후보와 선대위를 비판,“본격적인 갈라서기의 예고편”이란 해석도 나왔다. 김옥두(金玉斗)·최재승(崔在昇)·이훈평(李訓平)·윤철상(尹鐵相)·김방림(金芳林) 의원 등동교동계들의 노 후보 비판 수위가 높다.노 후보 선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문희상(文喜相·집행위부위원장) 배기운(裵奇雲·총무위원장) 이강래(李康來·특보) 전갑길(全甲吉·원내대책위원장) 의원과 설훈(薛勳) 의원 중 일부는 “11월4일까지 노 후보가 하늘이 놀라고 지축이 흔들릴 반전을 이루지 못하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호남 출신 의원 대다수도 노 후보 지원에 인색하다. 후단협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후단협은 이날 의원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임을 갖고 최명헌(崔明憲) 의원과 김원길(金元吉) 의원을 공동대표로 추대하고,김영배(金令培) 의원은 상임고문을 맡도록 하는 등 조직을 정비했다.특히 탈당을 통해 노 후보와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후보단일화 추진작업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이윤수(李允洙)·김경천(金敬天) 의원 등은 20명에서 40명 안팎 의원들의 3,4차례 단계적 탈당을 자신했다. 이춘규기자 taein@ ■노무현 “후보 사퇴는 없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전용학(田溶鶴)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으로 당내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쪽으로 치닫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노 후보는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사퇴는 없다.”며 전 의원의 탈당이후 후보단일화 불가 입장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는 일부의 관측을 정면으로 부인했다.그는 “지난 8·8재·보선 이후에 충분히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전략을 바꾸는 일은 없으며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심 고민도 적지 않다.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의 연쇄탈당 움직임이 계속해서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오든 안 오든 후보로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끝없이 계속되는 논란이 유권자들에게는 당내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어서다.실제 이달말이나 내달 초까지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지율 상승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후단협에 대한 대응도 마땅치 않다.‘당근’전략은 이미 다 써버렸다.그동안 노 후보와 선대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후단협 소속 의원들을 꾸준히 설득했지만 노 후보의 원칙 변경을 요구하는 이들과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결국 완전히 다른 길을 가자는 ‘채찍’만 남았다.그러나 이러한 극약 처방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분열로 비쳐지는 당내 갈등이 노 후보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은 “정몽준(鄭夢準) 의원측으로 쏠린 과거 지지율을 다시 회복,5%포인트쯤은 올려야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양강 구도가 형성되는데 현재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그는 이어 “아무리 마음이 바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는 식으로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며 노 후보의 심경을 대변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JP, 무기력… 은퇴론 제기도 정가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의원,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종필 총재 침묵을 깨고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탈당을 비난하고 나섰다.16일 당 소속이재선(李在善) 의원 후원회에 참석한 김 총재는 “은혜를 입은 사람일수록 해바라기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 가버린다.”며 “그러나 정치는 허업(虛業),즉 자기를 위해 활동하는 게 아니라 봉사만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총재는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추가 탈당설 속에 갈수록 구심력을 잃어가고 있다.당 일각에선 “김 총재가 사심없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는 ‘은퇴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인제 의원 핵심측근은 15일 “이 의원은 당분간 정관(靜觀)하는 자세에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전용학(田溶鶴) 의원의 탈당으로 운신의 폭은 한층 좁아진 것으로 관측된다.무엇보다 전 의원이 지난 3∼4월 민주당 국민참여 경선 때 그의 선대위 대변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12일 박병석(朴炳錫)·홍재형(洪在馨) 의원 등과 골프회동을 갖는 등 자파 의원들과 향후 진로를 조율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 박 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달간 대선정국을 살핀 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포함,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일단 이회창(李會昌)후보나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연대에 문호를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측과 일단 거리를 뒀다.정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그의 측근인 강신옥(姜信玉) 전 의원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나라당의 복당 추진 움직임에 대해서도 “나는 지금 당을 갖고 있고,생각에도 변함이 없다.”고 일단 부정적 의사를 나타냈다. 진경호 홍원상기자 jade@
  • 소비심리 급격 위축, 9월 소비자기대지수 연중 최저치

    소비자들이 서서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경기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지지만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소비자기대지수가 내리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소비의 대표적 잣대중 하나인 백화점매출액도 줄어들고 있다.따라서 소비기대심리의 위축이 내수둔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걱정도 있다. ◆소비심리 연중최저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6개월후의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9월 소비자기대지수는 103.9를 기록,8월의 106.2에 비해 2.3포인트 급락했다.지난 해 12월(100.9)이후 최저치이다.지난 6월(110.6)을 정점으로 상승세가 꺾인 뒤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부문별 기대지수를 보면 소비지출이 전월의 109.6에서 107.5로 2.1포인트 급락해 3개월째 하락세였다.외식·오락·문화 기대지수도 전월의 100.4에서 98.0으로 감소,100 이하로 떨어졌고,내구소비재 구매지출 기대지수도 97.4에서 97.2로 하락했다. ◆소비자평가지수도 하락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지수도 8월 102.1에서 9월 97.2로 급감,지난해 12월(89.2)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7월부터 3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지난 9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도 백화점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4% 감소했다.월별 백화점 매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6월이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6개월전과 비교한 현재의 자산가치 평가에서 금융저축과 주식·채권의 가치가 떨어졌고,주식·채권의 경우 자산평가지수가 82.1에서 80.6으로 하락,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성급한 비관은 금물 통계청 당국자는 “기대지수의 흐름으로 볼때 다소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대지수가 여전히 100을 웃돌고,평가지수도 100이하이긴 하지만 비교 시점이 상대적으로 지수가 높았던 3월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신인석(辛仁錫)박사는 “지난 1년동안 소비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저축률이 크게 떨어졌다.”며 “따라서 소비기대지수가 둔화되는 것은 소비구조가 안정기조로 돌아서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
  • 오피니언 중계석/ 부유세 도입 가능한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갖가지 이슈가 제기되는 가운데 ‘부유세’를 걷겠다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발상은 새롭게 들린다.우리사회에서 ‘부유세’를 걷는 게 가능한지,그렇다면 그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인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의 주장을 듣는다.이 글은 인터넷사이트 ‘이슈 투데이’에 최근 실린 글이다. 세금 부과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부유세 11조원을 포함해 34조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다.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그 필요성과 현실성에 관해 생각해 보자. 부유세 도입 등 부유층에 대한 증세는 왜 필요한가.우선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외환위기 이후 도시가구 소득의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1996년 3.3배에서 2001년 5.4배로 올라갔다.다음으로 여성·노인이나 빈곤층 등을 위해 정부가 써야 할 돈이 너무나 많이 필요하다. 2001년 현재 가임 여성당 평균 1.3명의 아이밖에 낳지 않는다. 1991년 1.78명에 비해 너무나 급격하게 감소한 셈이다.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노동자들은 보육과 자녀교육에 드는 비용 때문에 허리가 휜다. 그러면 부유세 도입,즉 부유층에 대한 증세가 과연 가능한가를 따져 보자.우리 경제발전 단계나 경제여건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경제여건이 되더라도 과연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나눠서 살펴 봐야 한다. 우선 능력에 관해서 판단할 때 한국의 실질적 국민소득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2000년 중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910달러지만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구매력평가환율(PPP·Purchasing Price Parity)로 환산하면 1만 7300달러로 1.9배나 높아진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5620달러인데 PPP로 계산하면 2만 7080달러로 내려간다. 그런데 여기서 부유층에게 세금을 많이 내게 하면 경제가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감세로 자본가 수중에 이익이 많아지면 투자가 확대돼 고도성장을 하게 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므로 저소득층의 생활도나아진다는,‘넘처 흘러내리기(spill-over)’논리를 편다.따라서 증세하면 투자가 위축되므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과연 올바른 주장인가.결코 그렇지 않다.1960∼70년대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능력이 모자란 시대에는 통할 수 있는 논리다.그러나 지금은 수요가 부족해서 공황이 발생하는 공급과잉시대로 들어섰다.부유세 등 증세를 통한 소득분배는 소비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경제 안정과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해준다.또한 정부의 사회보장이 확대돼 노동자들이 얻는 사회임금이 커지면 중소기업 등이 직접 지불해야 할 시장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기득권자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세금부담이 너무 무겁다고 자본가들이 해외로 자본을 도피시키고 대거 이민할 가능성이 있는가를 살펴 보자.그러면 국경에서 중과세하면 된다. 유럽에서는 국가 재정이 전체 국민소득의 50%에 가깝다.고소득층은 세금 부담이 무겁다고 엄살을 떤다. 그러나 그들은 외국으로 자본을 도피시키지 않는다.예컨대 스웨덴에서는 대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확대했지만 스웨덴 내의 거점을 버리지 않았고,오히려 세금을 많이 내 노동자들의 IT 기술훈련으로 이 부문을 선도할 인력을 육성했다. 결국 부유세 도입의 현실성 여부는 이것을 실행에 옮길 만한 정치적 힘이 있느냐의 문제다. 이번 대선에서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10% 이상 지지를 얻으면,부유세를 바로 도입할 수는 없지만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바로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 아시안게임/ “동료들 혈서가 큰힘 됐어요”北 함봉실 32㎞부터 독주

    허리에 복근을 눌러준다는 끈을 동여매고 왼쪽 손목에는 동료들이 써준 격문을 감은 북한의 함봉실(28)은 32㎞ 지점부터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0㎞ 전부터 선두를 다퉈온 일본의 오미나미 히로미(27)를 제치고 내달렸다.당초 34㎞지점부터 스퍼트하기로 작전을 세운 김해 코치가 “무리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힘봉실은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나머지 10여㎞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2시간33분35초.북한의 함봉실이 13일 열린 여자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이로써 함봉실은 지난 대회에서 김창옥이 이 종목 은메달에 머문 한을 풀며 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20년 만에 북한 육상에 금메달을 안겼다. 일본의 히로야마 하루미(34)는 2시간34분44초로 2위에 그쳤고,오미나미는 2시간37분48초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오미자(32·익산시청·2시간42분38초)와 북한의 김창옥(27·2시간43분17초)은 각각 4,5위에 머물렀고 한국최고기록 보유자 권은주(25·삼성전자)는 37㎞ 지점에서 기권했다. 섭씨 20도에 육박하는 다소 더운 날씨 속에 출발한 이날 레이스에서 함봉실은 중반까지 선두그룹의 맨 후미에 붙어 보조를 맞춰갔다.18㎞ 지점을 지나면서 선두그룹에서 리우민(중국)을 시작으로 권은주와 오미자 김창옥 히로야마가 차례로 떨어져 나갔고 22㎞ 지점부터는 오미나미와 함봉실의 2파전으로 경기 양상이 돌변했다. 오미나미의 등 뒤에 바싹 붙어 바닷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10㎞ 정도를 달려 막판 스퍼트를 위한 체력을 아낀 함봉실은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32㎞ 지점에서 스퍼트에 나섰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오미나미는 막판 추격전을 펼친 히로야마에게도 추월당하고 말았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
  • 남남북녀/ ‘70년대형 미모’ 북녀들의 ‘男侵’

    ■'얼굴박사' 조용진교수가 본 北女신드롬 요즘 가장 유행을 탄 단어가 아마 ‘남남북녀’일 것이다.부산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북한의 응원단으로 ‘북녀(北女)’들이 경기장에,길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뒤 우리 사회에는 ‘북녀 신드롬’이 생겨났다.‘남남북녀’란 말은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북녀’가 예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북녀’들이 던져준 참신한 아름다움이 과연 외모에서만 비롯된 것일까,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분석해 보았다.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북한 여성 응원단원들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아졌다.‘역시 남남북녀’라는 둥 ‘때묻지 않은 자연미인’이라는 둥 온갖 찬사와 함께 이들은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그들은 ‘북녀’이기 때문에 하나같이 예쁜 걸까.또 그들의 외모가 북한 여성을 대표하는 것일까.북한의 미모관(美貌觀)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고,북한미인의 특징은 무엇일까. 인물화가이면서 ‘얼굴박사’로 불리는 조용진(趙鏞珍·52) 서울교대 미술과 교수를 10일 교수실에서만났다.김 교수는 한국화가이면서 의과대 해부학 교실 조교로 취직해 해부학을 7년간 공부하면서 얼굴 연구에 매달린 얼굴전문가다. 김 교수는 우선 ‘남남북녀’란 말이 조선시대 이후 쓰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조선시대 기생들을 그린 인물화 등을 보며 얻은 결론이라는 것.당시의 미모관을 대표하는 기생 인물화가 조선 중기 이후 대부분 북쪽 내륙의 기생들을 대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시대 미인은 갸름한 얼굴,하얀 피부,가늘고 흐린 눈썹,검고 작은눈동자,긴 이마와 긴 코,긴 턱,작은 입,긴 허리를 갖춘 여성이라고 말한다.이러한 전통적 미모관은 500년 이상 이어져 왔는데,바로 북쪽 내륙 여성들이 이런 형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따라서 남남북녀란 말도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났으리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에 온 응원단원들 중에는 북방형 미인이 많지만 남방형 미인도 몇몇 섞여 있다고 했다.그래서 전통적인 조선시대 미인과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면서,아마 유전적인 요소보다는 사회주의 국가의 경직된 환경에서생활하느라 다소 긴장한 듯하면서도 똑똑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한 표정과 자세가 굳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미모관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방형이었으나 이후 남방형으로 돌아섰으며,최근 10여년간 남방형으로 완전히 굳어졌다고 분석했다.그 예로 장미희 등 북방형 얼굴을 가진 연기자가 많았으나 점차 줄어들더니 요즘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했다. 남방형 미인은 큰 눈,짙은 눈썹,넓은 이마,두꺼운 입술 등이 특징으로 서구적 미모관과 비슷하다.김 교수는 김희선·채시라·이미연 등 스타 연기자들은 물론 TV에 막 얼굴을 내민 신인 연기자도 대부분 남방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남방형 미모관에 젖은 우리 사회에서 ‘과거형’인 북방형 미모를 갖춘 북한 응원단원들에게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남쪽 사람들의 뇌리에 아직 남아 있는 70년대 미인 이미지가,이번에 북방형 미인들을 한꺼번에 접하면서 되살아난 것이라고 풀이했다.물론 얼굴에 칼을 댄 ‘인공미인’이 적지 않은 우리현실에서 북쪽의 ‘자연미인’이 내비치는 참신한 아름다움이 관심을 부추겼을 것으로도 해석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북한 미인들도 턱이 짧아지는 등 남방화·서구화하는 기미가 보인다고 설명했다.이번 북한 응원단원 중에서도 서구화한 미인들이 적잖게 눈에 뜨인다는 것이다.만약 북한 사회가 개방돼 북쪽에서도 남방형·서구형 미인이 자리잡게 된다면 ‘남남북녀’란 말은 한낱 과거의 유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 ■남남북녀 유래는 - 명확한 근거없는 속설 조선시대부터 쓰인듯 ‘남남북녀(南男北女)’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남쪽 남자가 잘 났고,여자는 북부 지방 여자가 잘났다.’는 것인데 이러한 풀이에는 늘 ‘속설’이라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이다. 문헌 상에도 ‘남남북녀’의 유래를 명확히 설명한 것은 없다.이 표현을 가장 먼저 기록한 책은 이능화(1869∼1943)의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1927년 간)’라는 것이 통설인데 여기에도 유래에 관해서는 특별한언급이 없다.‘얼굴박사’조용진 교수가 추정한 것처럼 조선시대 때 나온 것이 아닌가 할 뿐이다. 다만 ‘여자의 잘난 것’을 미모로만 국한해 평가한다면 북한 지역에는 미인의 산지로 이름 높은 곳이 여럿 있다. 흔히 ‘강계미인’‘회령미인’‘함흥미인’이라고들 말하는 땅이다. 반면 남쪽에는 미인의 산지로 꼽을 만한 데가 따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민속학자인 고 임종석은 ‘남남북녀’에 관해 설명하면서 “역사상 뛰어난 남자로 북부 지방 출신인 을지문덕·연개소문·온달·정지상·이성계가 있고,잘난 남쪽 여자로는 선덕여왕·허난설헌·신사임당·명성황후 등이 있다.”는 예를 들었다. 곧 남녀가 잘나기에는 출신지가 큰 의미없다는 말이다.따라서 그는 ‘남남북녀’란 “조잡한 관찰과 성급한 단정으로 사실의 일부를 무리하게 일반화한 개념”이라고 결론 지었다. 임창용기자 ■응원현장서 본 北女/ “외모보다 품성이 더 예뻐” ‘북녀(北女)’는 예뻤다. 부산 다대포항과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오가며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북한여성응원단원들이 남쪽의 뭇남성들로부터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남남(南男)들의 마음은 빼어난 용모와 기지 넘치는 화술을 뽐내는 북녀들에게 온통 사로잡힌 듯하다.북녀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접근하려는 장외 경쟁의 열기가 경기장 안보다 더욱 뜨겁다. 북한팀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은 늘 관중들로 가득 찬다.경기 관람이나 응원을 하는 것보다는 북한 미녀들을 한번 볼 심산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이다.급기야 지난 6일 밤에는 다대포항에서 미녀들을 가까이서 보려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그녀들이 묵고 있는 만경봉호로 돌진,경찰과 충돌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기자의 눈에도 그녀들은 예뻤다.165㎝쯤 되는 키,갸름한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육감적인 몸매를 갖춘 과연 순수 천연미인이라고 할 만했다.가지런히 땋은 머리에 기초화장만 살짝한 뽀얀 얼굴엔 청순미도 풍기고 있었다. 이런 ‘북녀 신드롬’을 두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외모 지상주의와 언론 상업성의 합작품’이라거나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의 산물’이라는 비판이다.북한 사회에 대한 남한의 우월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두가 ‘미의 잣대’를 그저 눈에 보이는 겉모양새에만 둔 결과일 수 있다. 좀더 자세히 보면 북녀들에겐 ‘내면의 미(美)’가 더 빛을 발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북한 미녀들의 진정한 매력은 외모가 아니라 고운 품성인 듯했다.다소곳한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재치있는 말솜씨로 응대한다. 북한 여성응원단은 집요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짜증내는 법이 없다.늘 미소를 띠며 반갑게 대한다.경기장에서 만난 한 여성응원단원은 접근을 막는 경호요원들과 안쓰러운 몸싸움을 하고 있던 기자에게 입모양과 손짓으로 “내 얼굴 봐뒀다가 경기 끝난 뒤 버스로 이동할 때 찾아오시라요.내 도와 줄게요.”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혼한 뒤 시부모님을 모시는 것이 조선의 미덕 아닙니까.” 한 취주악대 대원은 결혼관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국내에 팬클럽 사이트까지 생겨난 여성응원단의 리더 리유경(21)씨는 “예뻐서 뽑힌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음이 고와서 뽑힌 겁네다.” 라고 응수했다. 북한 여성응원단은 환영나온 시민들에게도 조금이라도 더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더욱 시민들의 마음을 끌고 있다.경기가 끝난 뒤 녹초가 된 몸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시민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차창에 막혀 대화가 여의치 않을 때는 손짓과 필담으로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려는 모습에서 고운 마음씨와 여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이영표기자 tomcat@
  • [기고] 고구려벽화 속의 고구려 청년

    북한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최근 발굴해 8일 공개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생생함으로 우리를 1600년 전의 세계로 이끌었다.고분벽화 발굴의 의미를,김영재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에게서 듣는다.고구려 복식을 연구,타이완국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학예사는 이 분야의 흔치 않은 전문가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그 소재지가 북한이기 때문에 벽화에 관련된 연구와 자료 조사는 북한의 조사 발굴 성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다행히 북한과 일본의 공동조사에 의해 1600년 전의 벽화가 발굴돼 고구려 연구에 또다른 계기가 될 수 있어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발굴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황해북도 연탄군 송죽리에서 발굴된 것으로 석회를 바르고 그림을 그린 것이다.도굴되어 방치되기는 하였지만 벽화상태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보이며 분묘의 규모로 미루어 왕릉급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벽화에 남은 그림은 매우 선명하고 상태 역시 그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 상의인 저고리와 하의인 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의 모습이라 하겠다.얼굴에 붉은 빛이 돌고 입술이 붉기 때문에 여성이 화장한 모습으로 오인할 수 있겠으나,고구려 여성은 얼굴 화장을 할 경우에는 분홍빛으로 한 것이 아니라 흰색으로 하고 볼 터치와 입술을 조그맣게 그린 것이 특징이었다. 이런 모습은 같은 고구려 고분벽화인 쌍영총의 인물도에서 볼 수 있어 화장을 하얗게 한 여성과 그 앞에 선 남성을 비교하면 바로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또 고구려 여성이 화장을 즐겨 한 것은 중국에도 알려져,중국 기록인 ‘수서(隋書)’에 백제 여성은 분대(粉黛)를 하지 않는다라고 기록하여 고구려 여성들의 화장을 강조하였다.그만큼 고구려는 백제와는 다르게 화장을 즐겨 하였고 이런 현상을 중국사람들은 놓치지 않고 관찰한 것으로 보인다. 머리 모양을 보면 벽화의 일부가 박락되어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뒤로 넘겨 묶은 것으로 보인다.미소년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가 되어 머리를 묶은 끝이 위로 치켜올라가야 하지만,이 벽화의 주인공의 경우에는 묶은 중발머리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게 자란 나이의 젊은이로 보인다. 상의인 저고리는 깃과 소매 끝을 검은색으로 선을 둘렀고 옷단은 상의와 같은 색으로 선을 둘렀다.깃의 여밈은 알아볼 수 없지만 오른쪽 깃을 왼쪽 가슴 위로 덮었고,허리에는 끈을 묶어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갔으며,허리끈 자락의 일부가 옷단까지 늘어진 것으로 보인다.소매는 걷어올려 작업하던 중의 모습으로 보인다. 특이할 만한 것이 바지인데,기존의 바지와는 달리 반바지 차림이다.종아리부분은 마치 붕대를 돌려감은 것과 같이 선이 그려져 있어,작업을 하기 때문에 걷어올렸다고 하기보다는 원래 반바지 차림에 종아리 부분은 행전과 같이 두른 것이 아닐까 한다.이런 바지 모습은 유목생활을 하던 서양 게르만 민족의 바지에서도 나타나,바지를 입고 외풍 등을 막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다리에 감은 크로스 개더링(cross gathering)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비록 많은 내용의 벽화는 아니지만 기존 벽화와 다른 복장으로 새로운 고구려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이후 더 많은 고구려 고분벽화의발굴을 기대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김영재 학예사
  • 아시안게임/ 축구 - 라이언 킹 이동국 ‘4강 쐈다’

    한국이 어렵게 8강 문턱을 넘어섰다.북한은 태국에 0-1로 져 4강 진출 꿈을 접었다. 한국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8강전에서 일본에 밀려 D조 2위에 머문 약체 바레인을 1-0으로 따돌렸다.페널티킥으로 결승골(4호)을 넣은 이동국은 득점선두에 1골차로 따라붙었다. 이기긴 했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에서 기대한 대로의 압승은 아니었다.한국은 하루전 일본에서 귀국한 박지성까지 선발출장시키며 대승을 노렸으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야 할 만큼 힘든 경기를 치렀다.특히 경기 초반부터 허리를 잡힌데다 상대의 깊고 두꺼운 수비에 고전했다.4백 수비를 쓰면서 미드필더 대부분을 수비에 가담시키는 등 바레인이 의도적으로 지키는 경기를 하는 바람에 한국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바레인은 또 모하메드 자파르 한 명만을 최전방에 세운 채 강력한 중거리슛과 세트플레이로 골문을 두드려 한국의 공세에 제동을 걸곤 했다. 한국은 미드필드에서 수적 열세를 보임에 따라 공격의 활로를 트는 것부터가 여의치 않았다.바레인이 세계랭킹 103위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한 체력을 앞세워 한국 공격의 맥을 끊은 것이 원인이었다. 전반 초반은 한국의 의도대로 진행됐다.2분 최성국의 재치 있는 스루패스를 이천수가 문전 왼쪽에서 왼발로 강슛,선제골을 올리는 듯했다.그러나 공은 수비 몸맞고 엔드라인을 넘어가 힘겨운 승부를 예고했다.한국은 이후 하이드 알리 등의 강한 중거리 슛과 자파르의 기습적인 문전 돌파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선제골은 김두현의 위협적인 문전돌파에서 비롯됐다.김두현은 전반 38분 조성환의 땅볼 종패스를 받은 뒤 수비를 등진 채 돌아서며 문전으로 달려들었다.이어 다급해진 바레인 골키퍼가 김두현의 발목을 잡아챔으로써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한국은 후반 막판 공세를 더욱 강화해 확연히 주도권을 잡았으나 결정적 슛이 골대에 맞는 등 불운까지 겹쳐 점수차를 벌리지 못했다. 한국은 10일 쿠웨이트를 1-0으로 이긴 이란과 준결승전을 벌인다.일본은 같은날 태국과 결승진출을 다투게 됐다.태국과 일본은 북한과 중국을 각각 1-0으로 눌렀다. 부산박해옥기자 hop@
  • 대기업 내년에도 허리띠 죈다

    삼성·LG를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들은 내년에도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방침이다. 유가급등,원화강세,금리인상,부동산 거품,정권교체 등 경제전반에 걸친 국내 악재에다 미국·일본의 경기침체 등 해외여건으로 인해 경제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그룹들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긴축경영과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관리,고수익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투자 등에 초점을 두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긴축·구조조정 통한 위기관리 삼성은 지난달말 계열사에 보낸 내년 사업계획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원을 동결하고 비용은 10% 줄이도록 하는 등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내년 경제성장률 4%,환율 1100원,회사채 수익률 8%로 잡고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LG도 ‘내실 위주의 경영’ ‘현금흐름 중시 경영’을 내년 사업계획의 기조로 삼을 방침이다.구본무(具本茂)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에서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에 더욱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안정 기조속 성장’을 내년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내년 예산을 실행계획 중심으로 편성하고,재무구조를 안정위주로 재편성하는 한편 자산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년 사업계획 작성지침서에서 일반경비·판매관리비 등 경상예산을 5% 삭감하고 인력은 현수준에서 동결키로 하는 등 긴축경영에 나서기로 했다.내년 환율 1100원,회사채 금리 6.5% 등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한화도 내년 경제성장률 5.6%,환율 1160원 등으로 예상하고 내실위주의 사업계획을 마련키로 했다.투자는 올해와 비슷한 4000억원으로 잡고,대한생명정상화에 주력키로 했다. ◆인재·핵심사업 집중투자 미래가치가 높은 인재유치와 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삼성은 국내·외의 실력있는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미래가치가 높은 사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LG는 연구개발·글로벌 인재를 더욱 늘리고 정보전자소재 사업분야와 생명과학사업 등을집중 육성키로 했다.특히 디지털TV·PDP/LCD 등 디스플레이와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디지털 어플라이언스,광(光)스토리지,디지털 AV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SK는 올해 수립한 계열사별 기업가치 상승전략인 ‘TO-BE모델 경영’을 내년에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한국가스공사 등 수익성 있는 기업의 매입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도 총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늘어난 2조원으로 책정,인재확보 및 핵심사업 육성에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산업팀 종합 hisam@
  • 아시안게임/ 정구 전종목 휩쓸었다

    ‘7전 7금’ 한국 정구가 사상 유례없는 전 종목 석권으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한번에 날려버렸다.무려 금 7개,은 3개,동 2개를 따내 새로운 ‘메달밭’으로 떠오른 것.여자부의 김서운(수원시청)과 남자부의 유영동(순천시청)은 3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지난 3일 일찌감치 남녀 단체전 동반 우승을 일군 정구는 7일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 등 5종목을 싹쓸이했다. 우리 선수끼리 맞붙은 남녀 개인 단식 결승에서 김희수(문경시청)와 박영희(대구은행)가 우승했고,여자 복식에서는 김서운-장미화(안성시청)조가 미즈카미 시노-야타가이 시호(일본)조를 5-1로 물리치고 5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복식에서도 우리 선수끼리 맞붙어 이원학(달성군청)-유영동조가 이겼고,혼합복식에서는 김서운-유영동조가 7번째 금메달을 사냥했다. 94년 히로시마대회부터 한국 정구를 이끌어왔지만 간질환과 잦은 허리부상으로 한때 대표팀에서 탈락하기도 한 유영동은 “한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장 슬픈 선물을 주셨지만 오늘은 가장 기쁜 선물을 주셨다.”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정구는 이로써 역대 아시안게임에 걸린 15개의 금메달 가운데 12개(94년 여자 복식·단체전,98년 남자 복식·단체전,여자 단체전)를 거머쥐었다. 동호인 수 3만명에 1년 예산은 3억 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협회,감독,선수,동호인이 똘똘 뭉쳐 이룩한 쾌거였다.대표팀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연습 파트너를 자청했고,협회 임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3400만원의 지원금을 마련했다. 동호인들도 경기가 있는 날이면 생업을 팽개치고 관중석을 메웠다.게다가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다섯달 전부터 경북 문경에서 강도높은 합숙훈련을 했으며,이미 두달 전 부산에 내려와 사직정구장에서 코트 적응 훈련을 계속해왔다.땀과 정성이 일궈낸 ‘금 싹쓸이’인 셈이다. 조경수 여자팀 감독은 “라이벌 일본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훈련에만 몰두한 선수들이 너무 고마울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정구는 경기 방식은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딱딱한 공 대신 말랑말랑한 고무공을 사용한다.19세기 말 일본에서 고무공 테니스가 개발된 뒤 1905년 한국에 도입됐고,53년 대한테니스협회의 발족으로 테니스와 정식 분리됐다. 부산 최병규기자 cbk91065@
  • 아시안게임/ 왕난 맞아?

    “왕난 맞습니까?” ‘녹색 테이블의 마녀’덩야핑의 뒤를 이어 98년부터 4년 동안 여자탁구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왕난(24·중국)이 날개 꺾인 새마냥 추락하고 있다. 지난 4일 북한과 단체전 결승에서 랭킹 58위 김향미와 11위 김현희에 잇따라 무너져 북한에 첫 단체전 우승을 헌납한 왕난은 6일 남자 랭킹 1위 왕리친과 한 조로 나선 혼합복식에서도 쳉육-티에야나(홍콩)조에 풀세트 접전 끝에 3-4로 무너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울산 동천체육관을 찾은 탁구팬들 사이에서는 “(왕난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왼손 셰이크핸더 왕난은 상대의 기를 꺾는 송곳처럼 예리한 드라이브를 자랑했지만 이번 대회 들어 전혀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리드를 빼앗기더라도 끝내 물고 늘어져 역전시키는 끈기마저 사라져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곤 한다. 왕난은 방콕대회 전관왕(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전) 달성에 이어 99년 세계선수권 2관왕(단식 복식)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2관왕(단식 복식)으로 최고 권위의 3개국제대회를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또 지난해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도 3관왕(단식 복식 단체전)에 올랐고 올해까지 참가한 7개 주요 오픈대회(코리아 일본 중국 카타르 브라질 독일 US오픈)를 모두 휩쓰는,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이 때문에 왕난이 지난 8월 싱가포르 여자월드컵에서 입었던 허리 부상의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방콕대회에 이은 전관왕 2연패는 이미 물건너갔고 이번 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단식 제패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관측이다.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울산 이두걸기자 douzirl@
  • 회계사 취업문 ‘바늘구멍’

    지난해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촉발된 회계사(CPA)합격자의 ‘취업대란’이 올해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합격자 수는 줄지 않았는데 회계법인들은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일·안진·안건·영화·삼정 등 ‘5대 대형회계법인’의 채용예정인원은 300여명선이다.이는 지난해 450여명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지난해에는 삼일이 160명,안건이 80명 이상의 수습 회계사들을 뽑았지만 올해는 절반이하로 줄였다.올해 합격한 1006명의 30%정도만 ‘빅5’에서 소화할 수 있는 셈이다. 한 CPA 합격자는 최근 회계 관련 게시판에 “올봄에 대학을 졸업하고 올가을 CPA에 합격,빅파이브 중 두군데 원서를 넣었으나 모두 낙방.친구들 얘기로는 로컬(소형법인)도 장담을 못한단다.한숨밖에 안나온다.”는 글을 올려‘취업난’에 따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방대 출신 김모(31)씨는 “회계법인에 원서를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면서 “법인에 들어가지 못하면 일반회사 들어가 실무경험을 쌓을 수밖에없다.”고 말했고,한 여성 합격자(30)는 “여성이 회계법인에 들어가는 것이 남성보다 불리한 것 같다.”며 취업난에 따른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형과 로컬(소형법인) 모두 합쳐 회계법인에는 많아야 500여명 들어갈 것”이라며 “30대와 여성,지방대생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브레인’으로 대접받던 CPA가 취업대란에까지 내몰리게 된 것은 선발인원의 확대에서 비롯됐다.35회 동안 5000여명에 불과했던 회계사 수가 단 2년간 1000여명씩 뽑음에 따라 7000여명(올해 합격생 포함)으로 늘었다.재작년까지만 해도 빅5 법인들이 합격자들을 서로 모셔가기 바빴지만,두배 가까이 늘어난 1000여명이 배출된 지난해부터 법인과 수습회계사간 관계가 완전히 역전됐다.올해는 경기 불투명,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증가 등이 법인들의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게 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들마다 필요이상으로 인력을 충원한 데다 올들어 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로 실사수요도 급감,회계사 시장은 극심한 공급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회계사 자격증이 특권인 시대는 지났다.”면서 “회계사 시장에도 경쟁을 도입,시장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게 취지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선발인원 규모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아시안게임/ 정구 남녀동반 2연패 ‘스매싱’

    한국 정구가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털어버리려는 듯 남녀 단체전에서 2회 연속 동반 우승을 이루었다. 정구 단체전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남자가 타이완을,여자가 일본을 각각 3-0으로 꺾었다.종합전적 4전 전승을 기록한 남녀 대표팀은 98년 방콕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여자는 “이래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냐.”고 다그치듯 정구가 94년 히로시마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단체전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날 2연패가 확정된 순간 가장 뜨거운 눈물을 뿌린 선수는 10년 동안 한국 남자정구를 대표해온 유영동(순천시청).관심 밖의 종목이라는 설움에 더하여 간질환과 잦은 허리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는 좌절도 맛봤다.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지난 3월 태극마크를 다시 단 뒤 이번 쾌거를 이루었지만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해야 할 아버지는 한달 전 세상을 떠났다.그는 감정을 추스르곤 “못다한 효도를 하려면 나머지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한국 정구의 2연속 동반 우승은어려운 여건을 딛고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과 단단한 팀워크가 낳은 결과. 남자대표팀 주인식 감독은 “훈련 시스템과 지원에서 라이벌 일본에 상대가 안 됐지만 우리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고 단합도 잘 됐다.”면서 “우리에 익숙한 코트와 공을 사용하고 관중들의 응원 등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우승후보로 꼽히던 일본에 의외의 통쾌한 승리를 거둔 여자팀의 조경수 감독은 “일본선수들의 비디오테이프를 철저하게 분석한 게 도움이 됐다.”면서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싹쓸이하고 싶다.”고 기대를 부풀렸다. 이날 두 감독은 “정구는 테니스 엘보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만큼 주부와 40대 이후 남성들에게 아주 좋은 운동이라는 점을 기사에 꼭 써달라.”고 정구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부산 조현석기자 hyun68@
  • 단기 4334주년 개천절 경축식

    단기 제4334주년 개천절 경축식이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3부 요인을 비롯한 정부 및 각계 인사,재외동포,시민·학생 대표 등 3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축식에서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 서리는“남북 철도와 도로는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통일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정부는 개성공단 건설과 남북 공동 수방대책,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 등 모든 사업들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 서리는 “올해 개천절은 남북이 끊어졌던 한반도의 허리를 철도와 도로로 잇는 등 오랜 반목과 갈등을 청산하고 화합과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는 가운데 맞이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최광숙기자 bori@
  • 아시안게임/ 수영 - 남자평영 200m 세계신기록

    일본이 자랑하는 수영스타 기타지마 고스케가 10년 묵은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부산아시안게임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기타지마는 2일 사직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평영 200m에서 2분9초97로 역영,미국의 마이크 배로먼이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 2분10초16을 10년만에 뛰어 넘었다. 기타지마는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내용면에서 아쉽다.”고 만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에는 100m 세계기록도 깨겠다.”고 투지를 보였다.기타지마는 당초 초점을 맞춘 100m에서 세계신기록을 내지 못한 대신 기대하지 않은 200m에서 뜻을 이루었다. 기타지마는 2000시드니올림픽 평영 100m에서 4위에 오르며 ‘황색 돌풍’을 예고한 데 이어 지난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평영 200m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지난달 요코하마 범태평양선수권 100m에서는 1분0초34로 골인,러시아의 로만 슬루드노프의 세계기록에 불과 0.4초 뒤지며 우승하기도 했다. 일본이 수영 올림픽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72뮌헨올림픽 여자접영 100m의 아오키 마유미 이후 30년 만이다. 기타지마는 신체적인 조건이 서양인에 비해 열세이면서도 세계신을 세운 비결을 묻자 “특별한 것은 없다.중요한 것은 노력과 의지”라고 답했다. 178㎝·71㎏의 보통체격인 기타지마는 스트로크가 힘차고 돌고래를 연상시킬 만큼 허리가 유연한 것이 장점.일본 수영팀의 의료진은 “동양선수답지 않게 팔이 길고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부산 최병규기자 cbk91065@
  • 편집자에게/ 가을 물가상승은 소비증가 상승분

    -‘물가 들썩 서민들 허리 휜다.’[10월2일자 1면]를 읽고 부동산 폭등에 이어 물가까지 들썩이며 서민들만 허리가 휜다는 대한매일의 기사는 전체적인 물가흐름보다는 단면을 본 측면이 적지 않다. 물론 태풍피해와 추석특수 등으로 농산물값이 한때 대폭 올라 농산물가격이 인상된 것은 사실이다.특히 상가 밀집지역의 임대료가 연초보다 30%가량 오르면서 음식값에도 적잖이 반영됐다. 그러나 전체 물가상승률로 보면 그다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지금까지 전년 대비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5∼2.6%에 머물고 있으며,올 연말까지 많이 올라봐야 2.8∼2.9%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3일 국회 재경위의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당수도 물가상승률이 3%대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정부의 성과중의 하나라고 칭찬할 정도다. 흔히들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디플레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인플레 우려에 따른 물가상승을 걱정하고 있다.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자산가격(부동산 등) 상승 등에 따른 소득수준증가로 소비가 늘고 있다.지금의 물가상승은 소비증가에 따른 상승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월대비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0.6%,4월 0.6%,5월 0.4%가량 증가하다가 6·7월에는 0.1%,0.3%가량 감소했다.이후 8·9월에는 0.7%,0.6%가 각각 증가해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그러나 9월의 물가상승은 태풍 피해와 추석,자동차 특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농축산물과 공산품 가격 인상이 주된 요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문일재/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장
  • 부동산 폭등 후폭풍… 물가까지 들썩 서민들만 허리 휜다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채소류 등 농산물과 생필품 가격의 인상에 이어 휘발유·가스·지역난방 등 에너지요금도 이달부터 올라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정부는 그러나 올해 물가상승률은 3%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유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도 있지만 이를 빌미로 한 상인들의 가격담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체감물가,심상찮다= 농산물가격 상승의 여파로 음식값이 크게 올랐다.서울 종로구 청진동 H음식점은 지난달 냉면가격을 5000원에서 7000원으로 40% 인상했다.음식재료값이 올라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실제 9월중 배추 무 등 채소류는 전월대비 19.8%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이 3.6% 올랐다. 다음달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 강남,신촌,종로,여의도 등 상가 밀집지역의 상가 임대료도 연초보다 30% 이상 올랐다.수도권도 분당·산본·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20∼3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 인상이 음식값에 반영된 예도 적지 않다.서울 종로구 관훈동 B식당은 건물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최근 한정식 1인분 가격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렸다.강남구 신사동에서 C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모(45·여)씨는 “1만원대 음식종류를 줄이고 2만원대 이상 음식을 대폭 늘렸다.”며 “월세가 올랐을 뿐 아니라 태풍피해로 야채값 등 재료비가 많이 올라 가격대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게를 빌려 영업하는 음식점 가운데는 전세가격이 30%가량 오른 데 따라 음식값을 올릴지를 놓고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편의점 등의 캔커피값은 600∼650원으로 전보다 100∼150원이 올랐다.유명백화점의 캐주얼 등도 지난해에는 한벌에 20만원 정도이던 것이 올해는 30만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다.평균 10만원 이상 올랐다는 얘기다. ●공공·에너지요금도 일제히 인상=1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과 가스,지역난방 요금도 일제히 인상돼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정유사들은 ℓ당 휘발유·경유의 가격을 20∼30원씩 올렸다.지역난방도 9.8% 인상됐다.올초 인상에서 제외됐던 시내·시외버스 요금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인상 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다. ●전망과 문제점=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급등했던 농산물가격이 추석 이후 안정세를 되찾아 가고 있다.”며 “연말까지 전년동기 대비 물가상승률이 2.8∼2.9%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물가가 내려가는 외국과 달리 국내 물가가 다소 오르는 것은 국내 부동산 자산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오른 데다,올해 경제성장률(GNP)이 전년(3%)보다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소비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부동산 가격과 유가상승이 각종 물가를 더 밀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병철 김경두 박지연기자 bcjoo@
  • 아시안게임/ 유도 - 남북한 아쉬운 은3

    한국 유도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구덕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결승전에서 안동진(경남도청)과 배은혜(용인대)가 모두 은메달에 머물렀다. 남자 81㎏급의 안동진은 머리에 부상을 입어 붕대를 감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1-2로 판정패했다.상대는 지난해 10월 일본으로 귀화한 아키야마 요시히로(27·한국명 추성훈).안동진은 아키야마에 맞서 줄곧 박진감 넘치는 공격을 시도했으나 포인트를 얻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특히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충분히 포인트로 연결될 수 있는 메치기와 굳히기를 잇따라 시도했으나 끝내 인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안동진은 조인철이 은퇴한 뒤 빛을 보기 시작했다.아키야마와는 일본 귀화전 세 차례 싸워 2승1패로 앞섰지만 지난 1월 귀화 뒤 만난 첫 대회인 파리오픈 결승에서는 패했다.이날 패배로 안동진은 역대 전적에서도 2승3패로 뒤졌다.안동진은 “성훈이 기량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아키야먀는 응원나온 가족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환호했다.이날아키야마의 부모와 부산정보대에 유학중인 여동생이 열렬히 응원했다.아키야마는 “더 좋은 환경에서 유도를 하기 위해 일본에 귀화했다.”며 “유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더욱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자 70㎏급 결승에서도 배은혜가 중국 친동야에게 경기시작 43초만에 허리후리기 절반을 빼앗긴 데 이어 누르기 절반을 내줘 한판패했다. 배은혜는 준결승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우에노 마사에(일본)에 효과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편 여자 63㎏급에 출전한 북한의 지경순은 준결승까지 한판 행진을 벌였으나 결승에서 일본의 타니모토 아유미에게 허리후리기 한판으로 져 은메달에 머물렀다. 부산 조현석 박준석기자 hyun68@
  • 아시안게임/ 한국유도 “자존심 되찾겠다”

    “2년전 시드니올림픽 노골드의 수모를 씻어라.” 한국 유도에 구겨진 자존심을 곧추 세우라는 특명이 떨어졌다.유도는 한국과 일본의 종합 2위 싸움을 사실상 판가름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다. 30일오후 2시부터 구덕체육관에서 열리는 유도 첫날 경기에서는 모두 4개의 금메달 주인이 가려진다.남자 100㎏ 이하급과 이상급,여자 78㎏ 이하급과 이상급 등 4개 체급에서 열전이 펼쳐진다. 한국은 첫 날 금메달 2개를 캘 작정이다.한국 유도의 간판인 장성호(마사회)와 조수희(용인대)가 강력한 후보다.남자 100㎏급의 ‘미남스타’ 장성호는 주무기인 허리후리기로 금메달을 굳혀가고 있다.190㎝·100㎏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리후리기는 세계 최고다.99세계선수권 준우승에 이어 올해 오스트리아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벌은 지난해 베이징 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 역전패한 일본의 스즈키 게이지.장성호는 스즈키에게 설욕전을 펼친 뒤 3일 열릴 오픈(무제한급)에서 두번째 금메달을 후린다는 각오에 차있다. 여자 78㎏급의 조수희는 허벅다리걸기의 파워가 엄청나다.올해 독일오픈에서 우승한 조수희는 이번 대회 여성 1호 금메달 유망주이지만 일본의 마쓰자키 미즈호를 넘어야 한다. 또 100㎏ 이상급에서는 메달 색깔이 문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강병진(부산시청)이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를 빛내겠다는 각오다. 권성세 남자 감독은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최고”라며 “특히 강병진은 무척 빨라졌다.”고 말했다. 부산 이기철기자
  • [대~한민국 24시] 백화점 가을세일

    ‘감각이 앞선 당신을 초대합니다.’(좀 있으면 또 세일을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신상품을 사는 게 좋을 걸.) 1년의 대부분을 ‘사바사바(사은행사-바겐세일-사은대잔치-바겐세일)'한다는 백화점들이 ‘추석 맞이 대잔치’를 끝내자마자 24일부터 ‘브랜드 세일’을 시작했다.브랜드 세일은 정기 바겐세일 직전 전체 입점 브랜드의 50∼60% 정도가 참여하는 일종의 ‘맛보기 세일’이다.그래서 백화점이 뿌린 광고 전단의 카피가 ‘감각이 앞선 당신’ 운운하는 것이다. ◆줄 선 사람들-2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뭘 사러 나오기에는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100여명의 쇼핑객들이 굳게 닫힌 유리문을 바라본다.아니,절반 정도는 백화점 쪽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마치 시내 버스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도로를 쳐다보고 있다. 딸과 함께 나온 중년 부인부터 친구의 팔짱을 낀 20대 여성,사이좋게 담배를 나눠피우는 일본인 남녀 관광객까지.이유야 어찌됐든 이들은 찍어둔 물건을 한시간이라도 빨리 사고 싶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포도넝쿨을 돋을새김한 웅장한 현관 유리문 너머에서는 산뜻하게 유니폼을 차려 입은 매장 직원들이 ‘볼룸댄스’를 추며 하루일과를 준비한다.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모습에 하이힐을 신고 오후 7시30분까지 서 있으려면 마디마디 관절을 풀어줘야 할 것이다.전투 준비인 셈이다. 춤을 추면서도 이들의 얼굴은 표정이 전혀 없다.하지만 잠시 후 문을 열면 ‘스마일 컨설턴트’들이 가르쳐 준대로 한없이 맑은 미소를 띤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변검(變瞼·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전통 가면술)’이 따로 없다. 10시20분쯤 왕궁의 수문장같이 근엄한 표정으로 문을 지키던 검정양복 직원이 무슨 이유인지 잠깐 문을 열었다.팻말에 분명히 ‘Open 10:30 AM’이라고 써놨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에 ‘버스를 기다리는 체’ 하던 사람들까지 입구로 몰린다.물론 이들은 검정양복 직원의 가벼운 제지에 막혀 다시 담배를 피우거나,버스를 기다리거나 하며 딴전을 피워야 했다. ◆활짝 열린 ‘왕궁’문-10시30분 드디어 ‘왕궁’의 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출근길 지하철을 타듯 그렇게 입구로 빨려 들어갔다. 슈퍼마켓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는 세상이지만 백화점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그 휘황찬란한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방향감각을 상실한다.처음에 들어설 때야 5층 신사복,6층 골프·스포츠 의류 코너 등으로 목표를 잡았겠지만 1층에서부터 눈을 뺏기고 만다.샤넬,프라다,버버리,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그이름만으로도 황홀한 ‘명품’들이 손만 뻗으면 잡힐 듯하다.그러나 주머니에 넣기는 쉽지 않다.174만 8000원의 가격표가 붙은 부츠나 74만 8000원짜리 하이힐을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브랜드 세일과 별도로 지난 20일부터 진행돼온 9층 ‘숙녀 캐주얼 가을 패션 대전’은 이른 시간부터 붐비기 시작했다.진열장 대신 시장처럼 ‘난전’을 펼쳐 놓아 심리적인 거리감도 없는 데다 철지난 옷이라 하여 평소의 절반값이면 마음에 드는 옷을 부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한 장에 만원짜리 티셔츠는 얼핏 고급 백화점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백화점에서 만원짜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1만∼3만원에 불과한 가격표를 본 사람들은 마음 놓고 물건들을 유린하기 시작했고 제품이 헝클어질 때마다 직원들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이를 원상태로 돌려 놓았다.마치 군대에서 땅을 팠다가 다시 메우는 작업같이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때 그때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내 쑥대밭이 되고 말 터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5층 남성정장 코너의 온갖 브랜드들도 할인 간판을 내세웠지만 8층에도 ‘신사 가을정장 특집전’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브랜드들이 널려 있다.역시 오전 시간대라 실 수요층인 남자들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입사 시험 면접을 앞두고 애인과 함께 찾아온 취업지망생,아들의 옷을 눈대중으로 맞춰보려는 노부인이 눈에 띌 뿐이다. P브랜드 코너의 한 직원은 “8층에 전시된 옷은 20만원 후반대 정장으로 품질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값은 싸다.”며 유혹했다.이 매장에서도 30%세일을 하지만 가을 정장은 최소 30만원 후반대를 줘야 살 수 있다.그는 “다음주면 정기바겐 세일을 할텐데 브랜드 세일을 왜 하는가?”라는 우문(愚問)에 “정기 세일 때는 사람도 너무 많고 때로는 물량이 달려 원하는 사이즈를 사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미리 싸게 파는 것”이라는 현답(賢答)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 직전에는 하루 1200만원 어치를 팔았다는 이 매장은 지난 몇달동안 세일 아닌 기간이 불과 보름 남짓 했지만 이 기간에도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주말 700만원)어치는 꾸준히 팔았다고 한다.1주일 정도만 기다리면 최소 10만원 이상 싸게 살 수 있는데도 제 값 주고 사는 손님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1주일씩이나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단다. 숙녀 정장이 넘쳐나는 4층 디자이너 코너에서는 중년 부인들이 그들의 몸에 맞게 설계된 디자이너의 옷을 걸쳐 본다.품이 넉넉한 정장들은 빨강,파랑 원색에 금빛,은빛 테를 둘러 오히려 눈에 낯설다.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흰색 재킷이 터질 듯 위태위태하게 부인의 몸에 끼워 맞춰진다.거울 앞에선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번지지만 옷깃을 바로잡아 주는 직원의 얼굴에는 조바심이 묻어난다. 친구들과 함께 백화점을 찾은 박모(53·여·노원구 상계동)씨는 “주방용품을 사러 들렀지만 이왕 온 김에 한 장에 30만∼40만원짜리 블라우스도 입어보고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7층에서는 ‘가전 특별 한정 서비스’가 한창이다.할인가로 대당 400만원이 넘는 49인치 프로젝션 TV는 20대가 한정이고 145만원짜리 세탁기도 20대만 그 가격에 판단다.550만원짜리 진동의자에 느긋하게 누워 안마를 즐기는 아저씨는 허리를 굽힌 직원이 혀에 쥐가 나도록 제품을 설명하지만 한귀로 흘려 듣는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하루중 가장 붐빈다는 오후 6시를 넘기자 쇼핑객들의 발걸음이 조금 바빠진다.7시30분 폐점 전에 맘에 드는 물건을 골라야 하지만 저마다 10∼30% 할인 팻말을 내걸거나 무슨 특집전,기획전 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아 선택이 쉽지 않다. 7시30분이 되자 폐점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온다.사람들은 여전히쇼핑에 열중이지만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저마다 이 백화점의 상징인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는 데 정확히 30분이 걸렸다.물론 아무 것도 사지 않은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 백화점 정문 앞에는 떡볶이,어묵,꼬치,삶은 고구마 등을 파는 노점이 성황이다.양손에 든 쇼핑백만으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는지 500원짜리 어묵꼬치를 베어물고서야 어린 아가씨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알듯 모를 듯 묘한 표정의 여자 모델 얼굴로 뒤덮인 쇼핑백을 안고 먹는 오뎅맛.‘늬들이 이 맛을 알아?’ 쇼핑객들이나,오뎅가게 아줌마나,10만원짜리 상품권을 9만 5000원에 판다는 구둣방 아저씨나 백화점 세일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다. 류길상기자 ukelvin@ ■백화점 쇼핑심리 자극장치 백화점 건물은 고객이 물건을 사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하루 종일 조명을 밝혀 닭이 매일 알을 낳게 만드는 양계장처럼 쇼핑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온갖 장치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최근 개장한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다.햇빛이 비치면 시간이 흐르는 걸 몸으로 느끼고 시계를 보다 보면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하고 조바심을 내기 때문이다.대신 실내가 워낙 넓고 거울이 많은 데다 조명이 대낮처럼 환하고 벽에 조명을 비춰 ‘창문효과’를 내놨기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즐긴다. 만약 일반 사무실에 창문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갖 고통을 호소하며 큰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될 것이다.욕구를 발산하는 공간과 이를 억제해야 하는 공간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 이를 위해 제품을 직접 비추는 국부조명은 1200∼1500룩스이지만,일반 매장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수준인 500∼600룩스의 조도를 유지한다.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음악 선정도 철저히 쇼핑 심리에 맞춰져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우선 개점시간부터 낮 12시까지는 클래식 음악을,12시∼오후 3시는 경쾌하고 빠른 팝송을,3∼5시는 가요를,5시∼폐점까지는 추억의 올드 팝송을 튼다.시간대별로 주로 찾는 고객층의 선호도와 인간의 생체리듬을 고려한 선곡이다. 또 개점,12시,3시,6시,폐점 시간 때는 백화점측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테마송’이 직원들에게 ‘알람’ 역할을 해주고 있다.이 매뉴얼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백화점측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다. 1층에 화장실이 없는 것도 불문율이다.만일 1층에 화장실이 있다면 지나가다 ‘볼일’만 보러 오는 사람 때문에 매장이 혼잡해지는 반면 화장실이 위층에 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매장을 둘러보는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류길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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