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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대세’…서울 세입자 43%

    ‘월세대세’…서울 세입자 43%

    부동산 임대차 시장의 월세 바람이 꺾이지 않고 있다. 보증부 월세(반전세)가 늘면서 세입자들의 허리도 함께 휘고 있다. 2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추출한 서울시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9289건이었던 서울지역 월세 거래량은 올 1~9월 1만 6741건으로 80%나 급증했다.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인 1만 4601건을 뛰어넘는 수치다. 대표적 임대차 거래 지역인 서울 강남구는 913건에서 2057건(125%), 노원구는 1155건에서 1805건(56%), 송파구는 673건에서 1586건(136%)으로 각각 뛰었다. 강남구의 경우 올 3월 31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꾸준히 200건을 넘겨오다 지난달 170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 같은 월세 전환 추세는 물밑에서 꾸준히 진행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써브가 2000~2010년 서울시의 ‘점유 형태별 주택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전셋집은 9% 줄어든 반면 월셋집은 72%나 늘어났다. 5년 단위로 추출한 서울시 통계에선 월세 가구수가 늘면서 전체 임대주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28%에서 지난해 43%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집은 오히려 11만 8616가구(9%)가 사라져 115만 2715가구에 그쳤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재정 때문에…” 프랑스어 한마디 못하는 ‘불어교사’

    재정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스페인에서 웃지 못할 ‘긴축재정 해프닝’이 빚어지고 있다.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교사가 프랑스어 교사로 발령을 받아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알갈라데에나레스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나디아 사포리(여·30). 그는 프랑스어를 할 줄도, 쓸 줄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당당한 프랑스어 교사다. 최근 교사 수를 대폭 줄인 학교가 그에게 4과목 수업을 떠맡기면서 ‘팔자에 없는’ 불어교사가 되어 버린 것. 국어(스페인어)가 전공인 그는 학교로부터 라틴, 역사, 종교문화, 프랑스어 등 4과목을 가르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역사와 종교문화는 그럭저럭 수업을 하지만 프랑스어는 걱정이 한둘이 아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2외국어로 잠깐 공부한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나디아는 “전공이 아닌 과목의 수업을 맡은 건 처음”이라며 “프랑스어는 전혀 몰라 최선을 다하겠지만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업에 앞서 벼락공부를 해 교단에서 서고 있다. 일단 다음 주에는 숫자와 색깔을 가르치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래도 그는 걱정이 많다. 나디아는 “학생들 앞에서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부끄럽다.”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들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디아는 “다행히 들통이 나지 않더라도 모르는 과목을 가르치겠다고 학생 앞에 서는 건 양심의 문제”라며 괴로워 했다. 나디아는 주요 외신에도 ‘프랑스어 문맹 불어교사’로 소개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손영식 voniss@naver.com
  • 하양·노랑·빨강…전북 고창 ‘삼색 초가을’

    하양·노랑·빨강…전북 고창 ‘삼색 초가을’

    초가을 바람에 꽃들이 반짝입니다. 아직은 초록의 기운 엄연한 들녘 위로 빨강, 하양, 노랑 삼색 꽃가루가 휘날립니다. 반짝이는 모양새가 어찌나 선명하던지, 높고 찬 겨울밤의 별들을 빼닮았습니다. 전북 고창의 초가을 풍경입니다. 지금 그곳엔 하얀 메밀꽃과 샛노란 해바라기, 그리고 선홍빛 꽃무릇이 절정의 자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 청보리 지고 메밀꽃 필 무렵 두 번은 찾아야… 이른 새벽이다. 부지런한 새 삐중대며 날아가고, 저 멀리 동녘은 붉다. 옅은 새벽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메밀꽃 세상이 열린다. 하얀 소금밭이다. 붉은 황토 위로 굵은 소금이 흩뿌려진 듯하다. 이곳은 학원농장. 지난봄, 푸름을 자랑하며 6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은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 곳이다. 여름내 보리를 수확하고 난 황토 구릉에 메밀을 심어 순백의 세상을 만들었다. 부드럽게 솟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구릉 위로 하얀 메밀꽃들이 흐드러졌다. 메밀밭 사이로 난 길 가운데 곧은 것은 없다. 휘어지고 돌아가는 곡선의 길.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은근하면서도 여인네의 허리께를 연상시키듯 관능적이다. “한 번 와서 고창의 가을을 어떻게 알것소. 가을에만 적어도 두 번은 와야 ‘고창 여행 제대로 했다’ 소리 듣지 않것소?” 걸쭉한 사투리를 내뱉은 초로의 사내는 새벽녘 메밀꽃밭을 촬영하러 왔다고 했다. 고창의 가을은 색으로 말한다. 선운사 꽃무릇이 선홍빛으로 가을을 알리면 학원농장에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진다. 여기에 노란 해바라기가 늦여름의 열정을 아낌없이 불태운다. 가을이 본궤도에 오르면 오색의 단풍들이 선운사를 물들이고, 가을이 막바지로 치달으면 절집 옆 도솔천에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또 한번 장관을 연출한다. 사내의 말은 바로 이 풍경의 윤회에 대한 은유였던 셈이다. 학원농장은 시차를 두고 메밀을 심는다. 관광객들이 좀 더 오래 메밀밭 풍경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텅 빈 황토밭 아래에서는 새로 필 메밀 씨앗들이 지금도 자라고 있다. 학원농장과 주변 농가 메밀밭을 합치면 전체 면적은 100만㎡ 가까이 된다. 광활한 메밀밭에 들면 천천히, 그리고 속속들이 살펴볼 일이다. 마실 가듯 천천히 돌아봐도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소설가 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흐벅진 달빛 아래 굵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고 썼다. 한낮도 좋지만 달빛 쏟아지는 보름밤에 찾아야 제격이란 뜻이겠다. 옅은 안개가 부드럽게 능선을 감싸는 새벽 무렵도 더할 나위 없이 서정적이다. ●아침 햇살 따라 일렁이는 해바라기의 노란 꽃멀미 메밀꽃이 거대한 들판의 위용으로 여행자의 시계를 가득 채운다면, 해바라기는 강렬한 빛깔로 여행자의 눈길을 멈춰 세운다. 메밀꽃밭이 이 계절 학원농장의 ‘메인 디시’, 해바라기꽃밭은 ‘사이드 디시’쯤 되겠다. 해바라기꽃밭은 학원농장의 구릉이 이웃 마을과 맞닿는 자리, 그러니까 농장의 끝자락에 조성돼 있다. ‘사이드 디시’라고는 하나 면적만도 3만 3000㎡(1만평)를 넘는다. 학원농장은 원래 청보리밭으로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1980년대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씨가 1960년대 초 호남평야 끝자락의 넓은 구릉지대를 개발해 조성했다. 시골 한 귀퉁이에 불과한 곳인데도 초봄의 파란 청보리밭을 찾아 관광객이 몰려 들었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경관 농업으로 방향을 틀어 메밀과 해바라기 등을 계절에 맞춰 번갈아 심고 있다. 해바라기꽃밭 한가운데에 서면 꽃멀미가 난다. 온통 노란 해바라기꽃들이 바람 불 때마다 일렁이는데, 현기증이 나서 하늘마저 노랗게 보일 지경이다. 누군들 이 현란한 색에 마음 동하지 않으랴.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수녀도, 꽃과 동화되려는 젊은 처자도,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다. 해바라기꽃밭 또한 이른 아침에 찾아야 좋다. 미루나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해바라기들을 하나하나 비추는데, 여간 인상적이지 않다. 꽃밭 주변에 산책로와 쉬어 가기 좋은 원두막 등이 조성돼 있다. ●봄날 동백보다 더 고운 선홍빛 꽃구름 꽃무릇 선운사는 봄날의 동백과 벚꽃이 곱다. 만추의 단풍도 빼어나다. 하지만 초록이 여전한 ‘푸른 가을’에는 단연 꽃무릇이 앞줄에 선다. 단풍보다 먼저 와 가을을 알린다. 선운사는 지금 꽃무릇이 절정이다. ‘꽃폭죽’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사방이 선홍빛 꽃구름에 싸였다. 꽃무릇은 비늘줄기에서 뻗어 나온 꽃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방사형으로 달린다. 붉은 선의 꽃술 여럿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는데 꼭 속눈썹을 매섭게 치켜세운 여인의 눈을 닮았다. 붉은 꽃술에서 가녀린 듯하면서도 도도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지 싶다. 꽃무릇은 선운사로 향하는 도솔천에서부터 자태를 뽐낸다. 선운사에서 도솔암에 이르기까지 계곡 골마다 붉은 비단을 펼친 듯하다. 선운사 꽃무릇이 유독 눈길을 끄는 것도 물길을 따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햇살이 번질 때 꽃무릇이 도솔천의 물을 발갛게 물들이는 장면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뿐일까. 노거수(巨樹)의 굵은 둥치 아래 꽃무릇 군락이 펼쳐지는 풍경은 선운사 아니면 좀처럼 찾기 어렵다. 한데 꽃무릇의 수가 너무 많아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래전 절집 안쪽 그늘진 곳에서 조금씩 피던 꽃이 이젠 절집 밖에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사람이 꽃을 찾던 예전에 견줘 꽃이 사람을 찾아 대처로 나선 형국이다. 꽃무릇은 이달 말부터 새달 초까지가 절정이다. 고창을 붉게 물들였던 꽃무릇은 이후 전남 함평으로 건너가 해보면 용천사와 꽃무릇 공원 일대에서 10월 17~18일 꽃무릇 축제로 다시 한번 절정을 이룬다. 글 사진 고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산 나들목→좌회전→22번 국도 선운사 방향으로 간다. 학원농장은 서해안고속도로→고창 나들목→15번 지방도→무장면→796번 지방도→학원농장 순으로 간다.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560-2457. 학원농장 www.borinara.co.kr, 564-9897. ▲맛집 선운사 초입에 40여곳의 장어구이집이 몰려 있다. 할매집(562-1542), 용궁회관(562-6464), 신덕식당(562-1533) 등이 갯벌 풍천장어를 내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식당(508-8381) 한정식도 일품이다. 학원농장에선 보리비빔밥(7000원), 메밀국수(5000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잘 곳 숙박 사정은 썩 좋지 않은 편. 선운산관광호텔(561-3377)이 제법 큰 호텔로 꼽힌다. 고창읍 내 모양성모텔(561-5009), 꿈의 궁전(561-6561) 등이 깨끗한 편이다.
  • 세계경기 불투명한데 성장률 4.5%에 맞춘 ‘장밋빛 예산’

    세계경기 불투명한데 성장률 4.5%에 맞춘 ‘장밋빛 예산’

    정부는 2012년 예산안을 통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위기에도 세수 증가율을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편성, 총수입 증가율 9.5%보다 4.0% 포인트 낮게 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지출 증가율과 수입 증가율의 차이는 2.6% 포인트였다. 또 이날 발표된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재정수입과 지출 증가율 차이를 평균 2.4% 포인트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2013년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내년에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뜻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예산안이 군살 없이 짜여졌다는 의미에서 ‘근육질 예산’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채무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5.1%에서 내년에는 32.8%로 2.3% 포인트 줄이는 등 2015년까지 27.9%로 낮출 계획이다. 조세부담률은 올해 19.3%에서 2015년까지 19.7%까지 완만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균형 재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입과 세출 관리 모두 중요하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동시에 예상한 수준의 세입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전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보다는 위기 대응에 방점을 찍는 예산편성이 필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사 경기 침체는 피하더라도 최소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산 편성시 정확한 경제 전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와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0.5~0.9% 포인트로 격차가 크다. 정부는 4.5% 성장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한 반면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3.6%로 내려 잡았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4.4%), 아시아개발은행(ADB·4.3%)과 차이가 없는 현실적인 전망이라는 입장이다. 성장률을 4.5%로 잡으면서 국세수입은 더 걷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수가 감소하겠지만 취업자수 증가, 민간소비 증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의 효과를 감안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장밋빛 경제 전망’과 경기가 나빠져 수요가 없으면 매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공기업 매각 수입을 편성한 것도 실현이 불투명하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 예산은 너무 낙관적인 태평성대 예산안”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극복 예산안”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인천국제공항·산업은행·기업은행 매각 수입으로 2조 3000억원을 편성한 것에 대해 “불확실한 공기업 매각 수입을 3년 연속 편성한 것은 부실예산 편성의 증표”라고 꼬집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5개월간 657건 상담… 영등포 노인상담센터 가보니

    5개월간 657건 상담… 영등포 노인상담센터 가보니

    “자식과의 갈등 때문에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노인상담사와 상담을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소. 자식들에게도 마음을 여니 가족 관계도 좋아졌다오.” 영등포구 신길동에 거주하는 박모(84) 할아버지는 지난 7월 영등포구 노인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아 죽고 싶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노인상담사가 집으로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허리 통증 등 노환으로 불편한 몸 때문에 바깥 출입을 못한 지 3년이 훌쩍 넘었고, 부인마저 치매에 걸려 요양원으로 떠난 뒤 함께 사는 장남과의 관계까지 악화돼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도움의 손길조차 받을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수면제를 모아 목숨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종표(61) 노인상담사는 26일 “박 할아버지는 당시 매우 위태로운 상태였다.”며 “자식과 손주들의 미래를 생각해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노인상담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상담으로 가족 간의 신뢰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고 한다. 박 할아버지는 아들이 퇴근 후 집에 오면 “수고 많았다.”는 말도 건네고, 며느리에겐 용돈도 주면서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차츰 변했다. 요즈음 아들 부부와 한달에 두번씩 병원을 오가며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자치구 최초로 노인상담센터를 연 영등포구는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노인복지에 대응하고 있다. 구는 3개월 과정의 노인상담사 과정을 개설해 전문 상담인력도 육성했다. 과정을 이수하면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 노인상담사 자격증을 수여한다. 지금까지 225명의 노인상담사를 배출했다. 노인상담사들은 노인상담센터와 독거노인 지원센터에서 상담 활동을 하면서 독거노인과 1대1 찾아가는 상담, 복지사각지대 노인 발굴 사업 등을 함께 펼친다. 5개월 동안 노인상담센터를 통해 상담한 건수만 657건이다. 센터에서 병행하는 독거노인 돌보기, 경로당 방문 등 케어링 사업까지 포함하면 1989건에 이른다. 상담뿐 아니라 말벗을 찾아오는 노인도 적지 않다. 노인상담센터를 방문한 대림동 최모(77) 할아버지는 “생활에 도움되는 다양한 정보도 얻고, 상담사들과 즐겁게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구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행정을 펴는 것은 노인인구가 4만 2788명으로 지역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특히 독거노인이 9279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당산동 구 정신보건센터에서 맡는 노인 우울증 관리 대상이 481명에 이를 정도로 노인 문제는 주요 정책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노인복지과를 신설하고, 공무원들에게도 노인상담사 전문 자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길형 구청장은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으로 구가 노년생활에 편안한 가족과 친구 같은 존재로 여겨지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열린세상] 반값등록금 감사/문명재 연세대 언더우드 행정학 특훈교수

    반값 등록금 문제가 개학과 함께 다시금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33.2%에 불과하던 대학 진학률이 80%에 육박하다 보니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록금 마련에 허리가 휘는 부모가 많아졌고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이러다 보니 ‘반값 등록금’ 해법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대학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학의 경쟁력과 청년실업 문제와 맞물려 있는 사회적 문제다. 선진국에 비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명분으로 등록금을 인상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등록금의 투자 수익률(?)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등록금의 인상 원인이나 대학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보다는 반값 등록금이라는 포장과 상표에 관심이 많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문제를 추스르기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대학으로 돌리기에 급급하다. 시나브로 대학과 사회 그리고 학생 간의 불만과 불신이 증폭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가운데 감사원이 직접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초유의 감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66개 대학의 ‘교육재정 배분 및 집행실태’를 감사하기 위하여 감사인력 399명이 동원되었다. 학사일정을 고려하여 학기 시작 전에 감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2차례 연장되어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나가는데 감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대학도 있다. 수감기관인 대학은 감사에 매달리느라 본업인 교육과 연구지원 업무에 공백이 생길 지경이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내부와 외부 감사는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통제기제다. 물론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대학은 자체 감사와 함께 정기적으로 교육부의 감사를 받는다. 이러한 감사를 통해 대학은 뼈아픈 자정의 노력을 벌이거나 도약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실시한 감사원의 사립대학 감사는 기존의 교육부 감사와 달리 좀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사립대학이 감사대상 기관이 되는지 여부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감사의 목적과 범위도 논란거리다. 정부의 특정한 재정지원에 대한 감사가 아닌, 사립대학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교육재정에 대한 감사라고는 하나 ‘반값 등록금 감사’의 성격이 농후한 이상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감사라는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해법도 혼란스럽다. 경상회계 중에서 감가상각비만 적립할 수 있도록 개정된 사학법 규정도 문제다. 현실적 책임을 강조하는 규정이 오히려 교육과 연구에 대한 대학의 미래투자를 원천적으로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체질을 개선해 오던 대학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의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갑작스러운 요청에 혼란스럽다. 이는 달리기 선수에게 경기 중에 빨리 뛰라고 독촉하다가 갑자기 제자리뛰기만 하라는 것과 같다. 최근 어떤 미국 주립대학은 주정부의 재정지원은 줄어드는 데 반해 간섭은 많아진다며 주립대학 신분을 포기하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정부의 간섭에 대한 대학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얘기다. 망치를 든 사람은 모든 게 못으로 보인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반값 등록금의 눈으로 대학재정을 살펴보면 모든 게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비용으로만 보인다. 시설 개선이나 우수교원 확보가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아닌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치부되면 대학의 미래는 어둡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앞장서서 장학금을 늘리고 투명한 행정으로 사회적 책임을 제고해 나가야 하지만 정부도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는 한편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대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돕는 배필’이 되어야 한다. 망치를 든 손으로 못질과 함께 대패질도 해야 비로소 집을 지을 수 있다.
  • 중구 ‘무보직 6급’ 해결책 내놨다

    중구 ‘무보직 6급’ 해결책 내놨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숙제인 무보직 6급(팀장급), 이른바 ‘평주사’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서울 중구에서 내놨다. 구는 지난 4월 재선거로 취임한 최창식 구청장이 첫 정기인사에서 ‘무보직 6급 지정업무제’를 도입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최 구청장은 취임한 뒤 업무를 파악하다가 핵심 인력인 6급의 상당수가 보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무보직 6급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2008년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바꾸면서 6급 정원이 전체의 19% 이내에서 22% 이내로 3%포인트 늘어났고, 팀장 보직을 맡지 못하는 사람이 대거 생겨나 불거졌다. 이 때문에 무보직 6급은 각 기초단체마다 20~30명씩이나 된다. 중구는 팀장 보직을 받지 못한 6급 25명을 이번 인사에서 주요 시책사업인 한류스타 거리 조성 등 명소 가꾸기와 교육지원사업, 안전중구 만들기 등 핵심 업무 담당자로 배치하거나 중요한 부서의 서무주임으로 발령을 냈다. 최 구청장은 “6급은 경험이 풍부한 고급 인력이자 구청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요한 인적 자원인데도 불구하고 길게는 2년 이상 무보직자로 방치돼 있었다.”면서 “이들에게 구의 주요 시책사업이나 핵심 업무를 부여해 능력을 한껏 발휘하게 하고, 업무에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팀장 보직을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6급 팀장 전보 대상자 18명을 대상으로 ‘드래프트제’와 ‘직위공모제’를 시행했다. 전보 대상 팀장들에게 희망보직과 부서 지원신청을 받은 뒤 각 국·과장들이 희망하는 사람과 의견이 일치된 팀장을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7급 이하 인사 대상자 150명에게는 ‘희망부서 근무제’를 도입해 5지망 신청을 받아 직급과 승진일, 성비(性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희망부서에 갈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 구청장이 스스로 “구청장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포기했다.”고 말할 만큼 시스템에 따른 인사를 강행했다. 외부 청탁을 완전히 배제하고, 인사 투명성 강화와 공정한 인사시스템 구축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최 구청장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사실상 해당 국장과 과장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면서 “앞으로 단행할 인사에서도 실국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과거 시에서 시행했던 ‘무능 공무원 3% 퇴출제’ 등은 강제 할당식으로 퍼센트(%)를 정해 놓은 게 문제였지만 업무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 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면서 “‘인사의 틀은 신뢰의 틀’로 비록 인사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학연이나 지연이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 원칙을 지키는 인사제도를 확립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美, 연방정부 폐쇄 공포 다시 고개

    미국 하원에서 21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예산집행을 승인하는 법안이 예상을 깨고 부결됨에 따라 연방정부 폐쇄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원 지도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의회에서 예산지출 법안이 이달 말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가 폐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원은 이날 1조 43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95, 반대 230으로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반대한 가운데 다수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 중 48명이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반대했다. 당론을 이탈한 공화당 의원들은 보수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고 있는 보수성향으로 올해 4월 승인된 1조 190억 달러에 비해 예산이 증액됐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등의 피해를 당한 이재민 지원을 위해 요청한 예산을 공화당이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한 대출 재원까지 감축하자 이에 항의해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공화당 지도부는 법안이 부결된 직후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상·하원이 이번 주말부터 1주일간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법안 처리 일정이 빠듯하다. 특히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경우 이번 예산지출 법안 통과가 무산됨으로써 다음 주면 재해복구와 이재민 지원 예산이 완전히 바닥나게 된다. 공화당의 하원 내 2인자인 에릭 캔터 원내대표는 “정부가 폐쇄되는 사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 조율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프로야구] 안갯속 2위 싸움 ‘부상 비상령’

    언제나 그렇듯이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종목은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이다. 전력에 구멍이 생기면서 승부의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도 페넌트레이스 막판, 주전들의 부상으로 신음하는 팀들이 늘고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이 걸린 2위 다툼의 중심에 선 SK는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한숨짓고 있다. 다행히 막강한 ‘벤치 멤버’의 활약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부상 선수 공백이 2위 싸움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지난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SK는 외야수 조동화(30)마저 부상으로 잃었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조동화는 1회 수비 때 이대호의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 하다 왼쪽 무릎이 돌아갔다. 정밀 검진 결과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와 측부 인대 등 두 곳이 파열됐다. 조동화는 수술 뒤 재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내년 시즌 출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타격이 약하지만 수비가 일품인 SK 외야의 주축이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으로 ‘가을동화’로 불렸지만 이번에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21일 선발 라인업은 SK의 팀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좌익수 안치용, 중견수 임훈, 우익수 박재홍. 주전 외야수들의 대거 부상으로 새 외야수들이 일제히 포진한 것이다. 이달 들어 ‘미친 타격감’을 뽐내던 김강민은 15일 잠실 LG전에서 1루수 김남석과 충돌해 왼쪽 무릎 근육 부상을 당했다. 박재상도 16일 LG전에서의 수비 도중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눈부신 활약을 이어 가던 최정도 부상으로 최근 모습을 감췄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글로버와 불펜 전병두가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동화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 박재상과 김강민은 휴식 후 복귀가 가능한 상태고 김광현과 정근우가 부상에서 회복돼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에 안치용, 박재홍 등 베테랑들이 공수에서 기대 이상으로 몫을 해내 일단 고비를 넘긴 상태다. 이만수 감독 대행은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전의를 불태우지만 중대 승부처여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IA는 간판 거포 최희섭의 부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 심각성을 더한다.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최희섭은 지난 15일 허리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이후 아직 복귀 소식이 없다. 최희섭은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악순환되고 있다. 본인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얘기한다. 최희섭은 고비에서 귀중한 ‘한방’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해결사’다. 게다가 그의 존재 자체로 타선의 무게감이 잡히는 것은 물론 나지완, 김상현 등의 시너지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다. 오는 25일 광주 두산전에서 1군 복귀를 저울질하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 등이 잔부상에 시달리지만 SK나 KIA에 비하면 최상의 멤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위 경쟁은 물론 포스트시즌도 앞둬 주전들의 부상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벤치 멤버가 두텁지 않아 부상 방지에 힘쓰는 상황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경북 울진 ‘심연의 계곡’ 왕피천

    경북 울진 ‘심연의 계곡’ 왕피천

    곱씹어 보니 송이버섯 향기 때문이었습니다. 경북 울진으로 발걸음하게 된 까닭 말입니다. 제철 맞은 송이향을 따라 왕피천(王避川) 계곡을 오르다 보니 뜻밖에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왕피천이 숨겨둔 풍경의 보물, 용소(龍沼)였습니다. 여느 계곡에서 흔히 마주치는 용소와는 현격히 달랐습니다. 규모가 그랬고, 모양새도 그랬습니다. ‘물웅덩이’의 수준을 뛰어넘어 작은 계곡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지요. ●아홉 구비 돌아 만난 굴구지 마을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 울진이랬다. 두메 산골이란 뜻이다. 빼어난 풍경을 편히 돌아보려는 이들에게 울진은 썩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반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발품 팔아 느끼려는 사람에겐 맞춤이다. 왕피천 계곡은 울진에서도 오지로 꼽힌다. 울진의 비경 가운데서도 늘 앞줄에 선다. 왕피천은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피신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왕피천을 둘러싼 산자락 또한 공민왕이 기울어진 국운을 통곡하며 넘었다는 통고산(通高山, 1067m)이다. 왕피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울진군 자료에 따르면 전체 면적이 102.84㎢로, 북한산 국립공원의 1.3배에 이른다. 전체 29곳의 보전지역 가운데 왕피천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다. 꼭 수치가 아니더라도, 왕피천에 들면 참 웅숭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계곡 트레킹 명소로 이름난 것도 그 때문이다. 왕피천 트레킹 출발지는 굴구지 마을이다. 아홉 구비 산자락을 돌아가야 나온다는 마을이다. 그 아홉 구비 산자락에서 보는 왕피천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계곡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가 뱀처럼 굽이친다. 모래톱이 하얗게 빛나는 수곡(水曲)은 애잔하면서도 웅장하다. 왕피천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계곡을 따라 걷거나, 계곡 옆으로 난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걷거나. 그도 저도 싫다면 용소까지의 4㎞는 계곡을 따라 걷고, 속사마을까지의 5㎞ 남짓한 구간은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걸어도 좋겠다. 왕복 6시간이 넘는 코스다. 포장길은 굴구지 마을에서 끝난다. 하지만 풍경은 이제 시작이다. 계곡을 따라 10분 남짓 걷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과 만난다. 산길처럼 보이지만 바짝 다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한 천길 단애다. 현지 표현대로 ‘널찌면(떨어지면) 행 날아갈’ 것 같다. 주민들은 이곳을 부처바위라고 부른다. 뾰족한 기암 셋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는데, 제법 장관이다. 집 몇 채 모여있는 올말을 지나면 환경 감시초소다. 왕피천 전경이 한눈에 담기는 곳으로, 금지된 취사·야영·낚시 행위를 감시하는 곳이다. 이곳부터는 계곡을 따라 걷는다. 계곡 트레킹은 산이나 둘레길을 걷는 일반 트레킹보다 훨씬 힘들다. 자갈밭을 걷는 게 평지보다 어려운 데다, 바위를 만나면 올라야 하고, 물을 에둘러 돌아갈 수 없다면 몸을 적셔서라도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용이 용솟음칠 것 같은 용소 계곡엔 사람이 없다. 간혹 산새만 삐쭝대며 지날 뿐이다. 물소리만 지운다면 이런 적막이 따로 없다. 계곡은 점입가경이다. 들어갈수록 절경이고 비경이다. 놀라움의 절정은 ‘용소’다. 내 나라 안 계곡치고 용소 없는 곳은 없다. 계곡의 물줄기 가운데 가장 넓고, 제법 깊이가 있는 웅덩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용소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찌나 많은지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깊은 웅덩이’란 뜻의 고유명사로 굳어졌을 정도다. 왕피천 계곡의 용소 또한 이름으로만 보자면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정말 남다르다. 여느 계곡의 용소와 견줄 수 없는, 독특하고 장엄한 풍경을 갖고 있다. 유백색의 절벽들이 겹겹이 시립한 사이로 검푸른 계곡물이 흐른다. 휘어지는 물길의 모양새는 그림에서나 보던 용을 빼닮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 아래에 승천을 앞둔 용이 누워 있다 해도 믿겠다. 그 분위기가 어찌나 섬뜩하고 장중하던지, 대낮인데도 전율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더는 나갈 수 없다. 암벽 전용 리지화를 신었다면 모르되, 행여 바위를 탈 생각은 접는 게 좋다. 구명조끼와 튜브를 준비해 용소를 건너는 이가 간혹 있지만, 생태 탐방로로 우회하는 게 안전하다. 이런 풍경에 전설 한자락이 빠질 수 없다. 옛날 속사마을에 살던 새댁이 굴구지 친정으로 만삭의 몸을 풀러 가던 길이었다. 새댁이 용소를 지날 때쯤 대홍수를 예감한 용이 금빛 비늘을 번쩍이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됐다. 새댁은 그 자리에서 눈이 멀었고, 낳은 아이의 몸엔 금빛 비늘이 있었다나. 용소 위는 학소대다. 다리쉼을 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보는 용소는 또 다른 모습이다. 맨 앞에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그 뒤로 암벽들이 늘어서 있다. 가까이서 볼 때처럼 공포를 느낄 정도로 깊고, 윽박지르던 모습이 아니다. 물길이 잠잠해지는 바위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시원하다. 차갑다는 느낌은 없다. 여름 끝자락, 숲의 온기가 섞인 듯하다. 하늘은 파랗고, 적갈색 몸피의 금강송은 쭉쭉 뻗었다. 고된 산행의 땀이 씻은 듯 사라진다. 이런 곳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반푼이라도 시 한 수 짓겠다. ●새달 1일 금강송 송이축제 울진 금강송 송이축제가 10월 1~3일 울진군 남면 울진엑스포공원과 북면 송이산 일원에서 열린다. 울진의 송이버섯은 표피가 두껍고 향이 진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울진은 국내 최대 송이버섯 산지여서 비교적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축제 기간 중 송이채취체험, 송이무료시식, 송이경매 등 송이와 관련된 행사는 모두 열린다. 특히 해마다 금강송숲에서 진행되는 송이채취는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축제기간 중 하루 2회(오전 10시, 오후 2시) 진행된다.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지만, 인원이 넘치는 경우가 많아 전화(054-789-6828)로 예약하는 것이 낫다. 24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체험비는 1만원. 채취한 것은 가져갈 수 있다. 소광리 금강송 숲에서 진행되는 금강송 생태 숲 탐방도 인기 가족 프로그램이다. 소광리 금강송 숲에는 수령 200~300년의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다. 울진군청 산림녹지과 (054)789-6828. 글 사진 울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풍기, 또는 영주 나들목으로 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간다.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 국도→울진 순으로 갈 수도 있다. ▲맛집 송이와 더불어 울진의 제철 먹거리로 꼽히는 해산물이 홍게다. 왕돌회수산에서 붉은 대게 정식, 홍게탕 등을 개발해 팔고 있다. 1만~1만 5000원이면 맛볼 수 있다. 후포항 여객터미널 앞에 있다. (054)788-4959. ▲잘 곳 바다목장 펜션은 최근 문을 열어 깔끔하다. 후포항에서 10분 거리인 평해읍 거일리에 있다. 주말 기준 10만~15만원. (054)788-1525.
  • 유럽 위기 속에도 튼튼한 독일…복지병 어떻게 고쳤나

    유럽 위기 속에도 튼튼한 독일…복지병 어떻게 고쳤나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 위기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독야청청한 나라가 있다. 독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시간) 독일이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오늘날 어떻게 튼튼한 재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는지, 어떻게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구가하게 됐는지를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다. 10년 전만 해도 독일은 ‘복지병’을 앓는 국가였다. 실업자에게는 이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의 반 이상을 실업수당으로 지급했다. 굳이 어렵게 새 일자리를 찾지 않아도 그런대로 먹고살 수 있었기 때문에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았고, 실업수당 지급규모는 더욱 불어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당연히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獨국민 ‘허리띠 졸라매기’ 동참 이런 독일을 수술대에 올린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파 정당이 아니라 좌파 정당인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였다. 슈뢰더는 실직한 지 1년이 넘은 실업자의 실업수당을 대폭 삭감했고, 노령 연금 지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노동조합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 지난 10년간 임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심지어 기업이 이익이 나도, 정부의 세수가 늘어나도 임금 인상을 자제했다. 그러자 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수출이 늘어났다. 실업수당 삭감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실업자들은 필사적으로 일자리 구하기에 나섰고, 그 결과 전에는 거들떠 보지 않았던 저임금 일자리에까지 사람이 몰렸다. 슈뢰더는 또 세금을 대폭 인상했다. 근로자의 평균 세금이 소득의 40%를 넘었다. 유럽에서 두번째로 높고, 미국의 2배나 되는 세율이다. 하지만 슈뢰더가 국민들을 무작정 벼랑으로만 내몬 것은 아니다. 사업 악화로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정부가 근로자 임금을 보조해 줌으로써 해고를 최소화했다. 공공 의료보험 제도도 유지했다. 14개월의 육아휴직 기간에 월급의 3분의2를 지급함으로써 출산율 저하에 대처했다. 슈뢰더가 뿌린 ‘고통과 인내의 씨앗’은 그가 퇴임한 뒤 ‘풍요로운 열매’로 돌아왔다. 2008년 이후 유럽을 휩쓴 연쇄 국가부도 위기의 급류 속에서도 독일의 실업률은 지난 7월 6.1%까지 떨어졌다. 1992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니 세수가 늘어났고 재정은 더욱 튼튼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의료보험과 실업수당 등 복지 재정은 올 1분기 1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독일의 사례에 자극받은 프랑스, 영국 등은 최근 뒤늦게 ‘과도한 복지’에 대한 수술에 들어갔다. 물론 임금 동결과 실업수당 감축으로 독일 국민의 생활은 10년 전보다 빠듯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직 공포와 국가부도 걱정이 없는 것은 큰 위안이다. 최근 ARD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의 70%는 세금을 덜 내 재정위기를 맞기보다는 세금을 많이 내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 ●복지 축소로 인기 잃고 정권 내줘 불행히도 슈뢰더는 복지 축소 정책으로 국민의 인기를 잃고 2005년 정권을 내줬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가 뿌린 과실은 지금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누리고 있다. 메르켈은 최근 한 연설에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국가는 근로자 퇴직 연령이 독일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 독일은 노력하는 나라만을 도울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도림천, 관악주민 만남의 장 변신”

    “도림천, 관악주민 만남의 장 변신”

    “1년 365일 중 340일은 물 없는 건천이라 구민들에게 외면당한 도림천이었는데,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면서 ‘만남의 광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폭우 땐 상류인 여기까지 잉어가 거슬러 올라와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죠.”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지난 16일 도림천 생태하천 복원공사 현장을 돌아보면서 몹시 흡족해했다. 자전거 도로가 들어서 관악산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갈대와 같은 식물들이 가을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또한 여름에는 유아용 수영장을 운영하고, 하천부지를 활용한 공연장도 마련해 놓았다. 물 비린내 등 악취도 풍기지 않아 외국인이 조깅 코스로 활용하고, 아침저녁으로 주민들이 산책로에서 운동하는 등 공동체 활동 장소로 탈바꿈했다. 연간 70만명 이상이 찾는다. 이용 인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유 구청장은 “도림천은 상류인 관악뿐만 아니라 동작·구로·영등포로 흐르는데 2000~2010년 173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생태복원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상류인 관악산 호수공원에서 서울대 정문을 거쳐 삼성교에 이르는 1.4㎞ 구간이 복원되지 않아 한강까지 이어지는 길이 단절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림천은 원래 건천인 데다, 관악구가 상류 쪽이라서 장마철이나 태풍 때 빼고는 유속이 빠르지 않다. 현재 하천 물은 한강에서 펌프로 끌어와 하루 1만 4000t을 방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운영유지비용이 상당히 비싼 하천이다. 유 구청장은 “2013년 강남순환고속도로 공사와 병행시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서울시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면서 “복원사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방안을 어서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병행시공의 필요성은 강남순환도로 터널 공사로 발생하는 지하수를 도림천으로 흐르게 하려는 의도다. 관악산 계곡에 저류시설을 설치하면 도림천에 자연스럽게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러면 운영유지비도 줄어들 수 있다. 유 구청장은 도림천 주변에 놓인 휴식용 의자 중앙에 설치된 팔걸이를 제거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도 했다. 그는 “의자에 눕지 말라고 중간에 이렇게 칸을 나눠 놓는데, 나도 가끔은 의자에 누워서 하늘도 보고 싶고, 허리가 아프면 좀 몸을 뉘어서 쉬기도 한다.”면서 “비인간적인 설치물은 제거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지난 7, 8월 폭우 때 관악산에서 떠내려온 토사와 바위도 태풍이 닥치기 전에 모두 파내라고 당부했다. 책상만 한 바위들이 도림천 한가운데 놓였고, 모래톱이 쌓여 물흐름을 아름답게 하긴 했지만, 폭우만 오면 범람 등으로 도시인의 삶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림천에 쓰레기통을 설치한 데 대해 “쓰레기를 집으로 들고 가라고 하면 오히려 쓰레기를 줍지 못할 곳에 숨겨놓기 십상”이라며 “구청이 조금 더 힘들고 애쓰면 시민들이 편해진다.”고 말을 맺었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반값 쿠폰·반값 과외·반값 연극… ‘반값 신드롬’에 담긴 사회학은

    반값 쿠폰·반값 과외·반값 연극… ‘반값 신드롬’에 담긴 사회학은

    ‘소주 1500원, 맥주 2000원, 홍합탕 3000원, 순대 1000원.’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술과 안주를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는 ‘반값포차(포장마차)’가 문을 열었다. 하루 200인분의 음식을 모두 팔아도 수익금은 22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값포차를 통한 반값 현실화로 대학 등록금 등 고물가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자세만은 여전하다. 지난달 15일에는 ‘반값 고시원’ 운동이 벌어졌다. 서민들을 위해 1평 고시원을 400만원 전세로 빌릴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움직임이다. 요즘 대학가에는 온통 ‘반값’이다. 열풍에 가깝다. 반값 과외를 내세운 구직 유인물이 부쩍 늘어난 데다 수수료를 반값으로 해 주겠다는 중개업체마저 생겨났다. 서점가의 반값 도서전뿐만 아니라 반값 아파트, 반값 펜션, 반값 쿠폰, 반값 연극까지 등장했다. ‘반값 등록금’이 ‘반값 신드롬’이라는 사회현상으로 발전하는 형국이다. 실제 범위도 국가 정책에서 사회운동, 서민경제, 마케팅 전략에까지 뻗어 있다. 문제는 얄팍한 상술이 끼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장품을 반값에 판매한다고 광고하면서 원가대로 결제한 뒤 50%는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최근 소셜커머스를 통해 상품권을 반값에 판다는 허위광고로 66억원의 대금을 챙긴 사기범이 붙잡히기도 했다. 휴대전화기 반값 판매를 공언한 통신업체 대리점들이 타인 명의로 미리 개통된 사실상 ‘중고폰’을 새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행태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에 따라 “반값 신드롬에는 고물가에 대한 국민의 저항 심리와 마케팅적 꼼수가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값에는 고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면서 “비싼 대학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라는 ‘반값 등록금’ 운동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것이 곧 생활고 문제와 직결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기업으로 눈을 돌려 보면 ‘반값’에는 마케팅 측면의 꼼수도 없지 않다.”면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값이 ‘파격’이나 ‘큰 폭’을 상징하는 의미일 뿐 기계적인 ‘절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값은 현재 가능한 가장 큰 파격의 의미일 뿐 절대적으로 5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반값 신드롬은) 택시 기사가 ‘따따블’을 외치는 손님을 태우는 심리와 일맥상통한다.”고 짚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처럼 반값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싼값만을 바라는 사회 풍조가 자칫 제품의 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값에 현혹돼 사기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반값은 매우 매력적인 요인이지만 서비스의 질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제품의 질을 유지한 채 반값 마케팅을 편다면 업체로서는 출혈이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장치를 만들 것”이라면서 “반값 제품은 결국 질이 관건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日 4명 중 1명 노인… 청년 허리가 휜다

    日 4명 중 1명 노인… 청년 허리가 휜다

    일본에는 한국에 없는 공휴일이 있다. 19일 경로의 날이다. 노인들을 공경하는 날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특별한 행사 없이 토요일부터 시작된 사흘 연휴라는 데 의미를 더 두는 듯하다. 실제로 일본은 경로의 날의 의미를 되새길 만큼 한가롭지 못하다. 인구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 고령자이기 때문이다. ‘노인국가’라는 이미지와 함께 각종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 총무성이 경로의 날을 맞아 발표한 고령 인구 추계 자료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인구는 사상 최다인 298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4만명 늘었다. 총인구 1억 2788만명 중 고령화 비율이 23.3%로 지난해보다 0.2% 포인트 증가했다. 고령자 수와 고령화율 모두 집계를 시작한 1950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일본의 고령자 인구는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일본의 베이비부머(1947~1949년) 세대가 65세 이상이 되는 2015년쯤에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5년이 되면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고령자가 된다. 남녀별로는 남성 노인이 1273만명으로 남성 인구의 20.5%를 차지했고, 여성 노인은 1707만명으로 여성 인구의 26%였다. 연령별로는 만 70세 이상이 작년보다 68만명 증가한 2197만명이었고, 80세 이상은 38만명 늘어난 866만명이었다. 고령자 수가 늘면서 노인의 취업률과 저축액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은 2009년보다 0.2% 포인트 줄어든 19.4%로 사상 최저였던 2006년과 같았다. 가구주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가구의 지난해 저축액은 2275만엔(약 3억 3600만원)으로 2009년보다 30만엔(443만원) 감소했다. 주가 하락 등의 영향을 받아 3년 연속 감소했다. 가구주가 무직 고령자인 가구의 월평균 실수입은 18만 8406엔, 실지출은 22만 6533엔으로 3만 8127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령자가 늘어남에 따라 연금이나 의료비를 젊은 세대에게 의존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현행 연금 추이라면 현재 60세 이상은 일생 동안 자신이 부담하는 금액보다 6500만엔(약 9억 6000만원)이나 많은 연금과 의료비를 받는다. 반면 현재 10세 이하의 사람들은 고령 인구를 지원하기 위해 일생에 거쳐 5200만엔(약 7억 6800만원)을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령화는 소비를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의 2010년 일반회계 세출 92조 3000억엔 중 사회보장비가 27조 3000억엔으로 전체의 29.6%에 달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유럽 여행에 악센트를 주다

    유럽 여행에 악센트를 주다

    유럽 여행에 악센트를 주다 유럽을 여행하는 방법은 많다. 특히 어떤 항공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여정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그려내기 마련이다. 이번 여행은 벨기에의 브뤼셀로 들어가 독일과 룩셈부르크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되돌아오는 일정이다. 자칫 일반적인 유럽 여행이 될 수 있는 동선이지만 여기에 특별한 ‘스톱오버’가 전체 분위기에 변화를 줬다. 중동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광활한 사막 그리고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카타르에서의 ‘스톱오버 투어’는 새로운 느낌의 유럽 여행을 연출하게 한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취재협조 카타르항공 www.qatarairways.co.kr 1 벨기에 브뤼셀의 골목길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 2 야경이 더욱 아름다운 그랑플라스는 브뤼셀의 상징과도 같다 3 젊은이들의 낭만으로 가득한 하이델베르크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또 하나의 목적지 Doha도하 늦은 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현지 시각으로 새벽 5시 즈음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하는 온통 모래빛깔이다. 땅도 건물도 모두 사막을 닮았다. 그 옆으로 넘실거리는 페르시아만의 짙푸른 바다가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 유럽으로 향하는 길이었지만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아라비아 반도의 동쪽 해안에서 바다를 향해 엄지손가락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카타르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경기도 정도이며, 인구는 외국인을 합쳐도 200만 명에 불과하단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카타르를 무시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자그마치 152억 배럴의 원유와 5,700조 배럴의 천연가스를 보유한 ‘부자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척박해 보이는 땅에서 2006년 아시안게임이 개최됐고, 2022년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다. 도하의 거리로 나서면 이슬람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부국으로서의 자신감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웨스트베이 지역에는 우후죽순처럼 마천루들이 솟아오르고,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은 하나같이 고급 승용차들이다. 건너편 부둣가에서 바라본 웨스트베이 지역은 마치 미래 도시처럼 사막 한가운데 비현실적으로 떠 있는 것만 같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이들이 값비싼 스포츠카를 끌고 도하시티센터(도하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몰)로 달려와 명품 쇼핑을 하는 풍경은 이국적이라는 표현만으론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카타르의 매력은 역시나 가장 카타르다운 것에 있었다. ‘올드 수크Old Souq’라 불리는 재래시장에는 중동의 색채가 담뿍 묻어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그네들의 과거와 현재가 뒤엉킨 채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여유롭게 물담배를 피우거나 그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시커먼 천으로 온몸을 휘감고 장을 보러 나온 이슬람 여성들이 어우러진다. 이름 모를 향신료가 코를 간질이고, 원색적인 양탄자는 올라앉으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용잡화에서부터 앵무새와 토끼 등 애완동물과 고풍스러운 골동품까지 볼거리들이 즐비하다. 올드 수크와 함께 도하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바로 ‘사막 사파리 투어’이다. 사륜 구동 SUV를 타고 도하에서 약 1시간 정도 달리면 광활한 모래사막이다. 사막에 진입하기 직전,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에서 바람을 조금 빼면 준비 완료.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사막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거대한 파도와도 같은 사구를 달리는 차는 위아래로 숨 가쁘게 출렁거린다. 차가 뒤집힐 듯한 아찔한 상황을 수도 없이 연출해내면서도 운전기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경사가 80도에 가까운 사구 정상에서 추락하듯 달려가는 데에 이르면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요동치던 차를 멈추고 사막 한가운데 내려서면 작렬하는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이 눈을 아련하게 한다. 그리고 사막 끝에 드러나는 페르시아만의 짙푸른 바다는 사막과 기묘한 대비를 이루며 시선을 붙잡는다. 숨 막히는 사막의 더위를 깜빡 잊을 만큼 장관이 아닐 수 없다. T clip.도하 스톱오버 프로그램 사막 사파리 투어 4륜 구동 SUV를 타고 카타르 남쪽 사막을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요금은 4시간 기준으로 2~3명은 1인당 65달러, 4명은 1인당 55달러이며, 1명의 경우 2명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도하 시티투어 가이드를 겸한 한국인 운전자와 승용차를 타고 올드 수크, 매시장, 웨스트베이 등 도하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요금은 4시간 기준으로 2~3명은 1인당 75달러, 4명은 1인당 63달러이며, 1명의 경우 2명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카타르 비자는 공항에서 신용카드(30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다. 문의 페가수스코리아(도하 스톱오버 프로그램 예약 대행사) 02-733-3441 1 부둣가에서 바라본 웨스트베이는 마치 신기루 같다 2 상상력을 자극하는 올드 수크의 양탄자들 3 이슬람 전통복장을 한 공예품들이 지갑을 열게 한다 4 사막에서 바라본 페르시아만의 짙푸른 바다 카타르항공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기점으로 하는 카타르항공은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낯선 항공사이다. 하지만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씻은 듯이 사라진다. 한국인 승무원이 배치되어 있어 언어에 따른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으며, 쇠고기와 닭고기로 구성된 메인 요리는 한식 스타일로 조리되어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여유로운 좌석이 비행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도 큰 장점이다. 카타르항공은 현재 98대의 항공기로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102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특히 도하를 경유하여 유럽 25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어 유럽을 여행하려는 한국인들에게 편리하다. 항공 리서치 전문기관인 스카이트랙스Skytrax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6개뿐인 5성급 항공사인 만큼 기내 서비스도 수준급이며, 경쟁력 있는 요금도 매력적이다. 퍼스트클래스나 비즈니스클래스 고객이라면 도하국제공항의 ‘프리미엄 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다. 9,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지난 2006년 완공한 프리미엄 터미널은 여느 항공사 라운지에서 맛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줄을 설 필요 없이 별도의 체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스파, 수면실, 샤워실,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모두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경유지 도하에서의 스톱오버 프로그램은 덤이다. 문의 카타르항공 02-3708-8571, www.qatarairways.co.kr 유럽연합의 작은 거인 Brussels 브뤼셀 카타르 도하를 뒤로하고 다시 비행기에 올라 도착한 곳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이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사이에 자리한 벨기에는 처음 유럽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스쳐가거나 건너뛰는 작은 나라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가 그랬던 것처럼 벨기에 역시 남다른 저력을 발휘하는 국가이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가 브뤼셀에 자리잡고 있어 벨기에의 수도뿐 아니라 유럽의 수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수준에 있어서도 여느 유럽 국가들에 뒤처지지 않는다. 와플, 초콜릿, 맥주 등 벨기에의 먹을거리는 유럽에서도 유명하며, 최근 할리우드 극장판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개구쟁이 스머프>도 벨기에에서 태어나 세계로 뻗어나갔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그랑플라스Grand-Place’는 브뤼셀의 상징으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벨기에로 이끈다. 그랑플라스로 이어지는 구시가지의 풍경은 예스러움과 현대인들의 여유로움으로 가득하다. 거리의 악사들은 흥겨운 음악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사람들은 과일과 시럽을 잔뜩 올린 와플을 들고 거리를 활보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함이 느껴지는 초콜릿 가게와 거리 곳곳에 세워진 조각들에 한눈을 팔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광장에 다다르게 된다. 1998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대광장, 즉 그랑플라스이다. 직사각형의 그랑플라스를 둘러싸고 있는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은 정교한 조각품을 떠올리게 할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시청사, 왕의 집, 길드하우스 등 건축물 대부분이 15~17세기에 지어진 것들로 광장 한가운데 서 있으면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96m의 높이로 우뚝 솟아 있는 시청사이다. 그랑플라스의 건축물 가운데서도 가장 섬세한 외벽 조각으로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첨탑 꼭대기에는 브뤼셀의 수호천사인 미카엘 대천사가 황금빛으로 조각되어 있다. 시청사 옆길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브뤼셀의 또 다른 상징인 ‘오줌싸개 동상(마네캥-피스Manneken-pis)’을 만날 수 있다. 사진으로 먼저 동상을 본 여행객들이라면 “애걔!”라는 실망스런 감탄사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크기는 60cm에 불과한 데다, 여느 유럽 거리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조각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거만한 자세로 오줌을 누고 있는 이 꼬마 녀석에 얽힌 이야기는 자못 대단하다. 프랑스 군대가 브뤼셀에 불을 질렀을 때 이 꼬마가 오줌을 누어 불을 껐다고 하며, 14세기에 한 제후의 왕자가 오줌을 누며 적군을 모욕한 것이 모델이 되었다고도 한다.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오줌싸개가 벨기에의 ‘수호 꼬마’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오줌싸개 동상은 수차례 약탈당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단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벌거벗은 꼬마의 옷이 수백 벌에 달한다는 것. 외국 정상들이 브뤼셀을 방문할 때마다 선물한 옷들로 그랑플라스의 왕의 집에 전시되어 있다. 꼬마의 옷 중에는 한복도 있다고. 1 그랑플라스 시청사의 섬세한 외벽 조각 2 벨기에에 왔다면 와플은 꼭 맛봐야 한다 3 오줌싸개 동상 앞에 모인 여행객들 T clip. 벨기에에 왔다면 꼭 맛봐야 할 것이 바로 ‘와플’이다. 와플이란 이름은 독일어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 원조는 벨기에이다. 벨기에 와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벨기에 수도 이름을 딴 ‘브뤼셀 와플’과 동부 도시의 이름을 딴 ‘리에주 와플’이 그것이다. 브뤼셀 와플은 바삭바삭하고, 리에주 와플을 부드러운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그랑플라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와플 가게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바나나, 딸기, 크림, 초콜릿 시럽 등 상상을 초월할 만큼 푸짐한 토핑을 올린 와플은 여행 중 간식거리로 부족함이 없다. 가격은 1~3유로 정도. 1 웅장하다 못해 보는 이를 압도하는 쾰른 대성당 2 쾰른 대성당의 아치형 중앙 회당 3 오리 한 마리가 유유히 흐르는 네카어강을 바라보고 있다 4 담소를 나누는 하이델베르크의 대학생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웅장한 자태에 반하다 Ko”ln 쾰른 벨기에 브뤼셀에서 동쪽 국경을 넘어 독일의 쾰른으로 달려간 이유는 단 하나, ‘쾰른 대성당Cologne Cathedral’ 때문이다. 시내 중심에 157m의 높이로 솟아 있는 두 개의 첨탑은 웅장하다 못해 압도적이다. 건물 외벽에 새겨진 정교한 조각들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1996년 유네스코는 ‘인류의 창조적 재능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평가하면서 쾰른 대성당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쾰른 대성당이 지어진 것은 1248년부터이다. 1164년 한 대주교가 동방박사 세 명의 유해가 담긴 성물함을 가져왔고, 이를 안치하기 위해 성당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사가 중단된 시기도 있었지만, 1880년 완공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650년에 이른다. 이 때문에 건물 외벽의 색깔이나 석질이 조금씩 다른 것도 눈에 띈다. 완공 이후 188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으며, 현재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과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첨탑이 서 있는 서쪽 입구로 들어서면 아치형의 중앙 회랑이 144m의 길이로 소실점을 그리며 뻗어나간다.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는 약 43m이며, 기둥에 조각된 석상들은 성모 마리아와 예수 그리고 예수의 열두 제자들이다. 좌우 창가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엄숙하고 경건하며 신비롭기까지 한 성당 내부에 서면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게 된다. 젊은 낭만의 도시 Heidelberg 하이델베르크 룩셈부르크로 들어가기 전 들른 도시는 독일 남서부에 자리한 낭만의 도시 하이델베르크이다. 라인강의 지류인 네카어 강을 따라 달리던 차가 하이델베르크에 들어서자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를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과 도도히 흐르는 옥빛 강물 그리고 크고 작은 광장을 연결하는 고풍스러운 하우프트 거리 등이 방문객들을 낭만 여행으로 이끈다. 하이델베르크는 인구가 10여 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지만 이 가운데 대학생이 약 3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1386년에 설립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꼽히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이 있기 때문. 수백년의 세월 동안 학구열을 불태운 이 도시는 칸트, 괴테, 야스퍼스 등 세계적인 학자와 문학가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네카어강을 건너 독일의 유명 철학자들이 즐겨 걸었다는 ‘철학자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골똘히 사색에 잠기게 된다. 하이델베르크가 ‘대학도시’로 불리는 까닭이다. 카를 테오도르 다리 중간에 서서 뒤를 돌아보면 ‘하이델베르크 고성’이 눈에 들어온다. 세모꼴에 울긋불긋한 마을 지붕들 너머로 고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이 고성은 하이델베르크의 상징에 다름 아니다. 13세기에 축조되기 시작한 하이델베르크 고성은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군주를 거치며 파괴되고, 복원되고, 증축되며 지금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 다양한 형식의 건축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도 하다. 고성에 오르면 종탑, 성문탑, 루프레히트 궁, 프리드리히 궁 등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30년 전쟁과 왕위계승전쟁을 거치면서 훼손된 부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성의 아름다움은 세월 속에서 더욱 여물어 여행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요새 Luxembourg 룩셈부르크 파리로 향하는 길에 방문한 룩셈부르크는 유럽 지도에서 찾아보기도 힘들 만큼 작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끼여(?) 있는 듯한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르고뉴가, 합스부르크가, 프랑스, 네덜란드, 프로이센의 지배를 받아오며 중세 400년 동안 파괴와 복원이 되풀이됐다. 룩셈부르크 독립의 꿈은 1839년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지금은 유럽재판소, 유럽의회 사무국 등이 룩셈부르크에 자리하고 있어 브뤼셀과 함께 EU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아픈 역사의 흔적들을 만나게 된다. 외침에 대항해 단단한 방패를 들듯, 높은 성벽과 포대가 완고하게 도시를 두르고 있는 것이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요새와도 같은 형국이다. 가장 유명한 성채는 ‘복포대Casemates Du Bock’이다. 군사적 요충지는 전망 또한 좋기 마련이어서 복포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알제트 운하가 회색지붕들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고, 숲과 마을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룩셈부르크의 지난했던 역사를 잠시 잊게 한다. 1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황금의 여신상이 있는 ‘헌법광장Constitution Square’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장관이다. 페트루세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이 이어지고, 그 중간 즈음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아돌프다리Pont Adolphe’가 멋들어진 아치를 자랑한다. 1903년에 완공된 아돌프다리는 높이 46m, 길이 153m에 이르는 석조 다리이다. 건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교로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헌법광장에서 길을 건너면 ‘노트르담대성당Notre Dame Cathedral’이다. 유럽의 여느 성당들과 비교하면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지만, 단정하고 간결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성모마리아 조각이 중심에 있는 파사드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단아한 외관과는 달리 화려하고 장중한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테인드글라스와 파이프오르간 그리고 벽면과 기둥의 정교한 조각들이 반전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유럽의 문화 수도 Paris 파리 이번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 파리는 유럽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가장 훌륭한 장소였음에 틀림없다.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빠질 수 없는 곳일 뿐더러 몇 번을 방문한다고 해도 질릴 리 없고 그리워지기까지 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1889년 완공된 에펠탑은 여전히 파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었고, 세계 최대의 개선문으로 꼽히는 에투알 개선문의 당당한 자태는 변함이 없었다. 세계 각국의 유물과 미술품으로 가득한 루브르박물관과 19세기 인상파 작품들로 유명한 오르세미술관 역시 파리를 방문했다면 놓칠 수 없는 명소이다. 유람선을 타고 센강을 따라 명소들을 둘러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파리 여행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은 ‘뤽상부르공원Jardin du Luxembourg’과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이었다. 여행의 마지막인 만큼 여유로운 휴식과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로 했던 것. 뤽상부르공원은 1615년 건축된 뤽상부르 궁전에 딸린 프랑스식 정원이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며, 파리지앵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처로 잘 알려져 있다. 화창한 날씨라면 뤽상부르공원은 온통 일광욕을 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공원 곳곳에 놓인 벤치와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햇볕을 만끽한다. 스케치북에 공원의 모습을 담는 젊은 미술학도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공원을 거닐다 보면 그늘진 숲길과 넓은 잔디밭, 수많은 조각상들과도 조우하게 된다. 책 한 권과 커피 한 잔을 들고 햇볕 다사로운 곳에 앉아 시간을 보내 보자. 짧은 시간이지만 파리지앵이 되어 보는 것이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몽마르트르는 그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흘러넘친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언덕 꼭대기에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하얗게 빛나고, 계단 옆 잔디밭에는 햇볕에 취한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있다. 언덕의 높이는 130m에 불과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크레쾨르 대성당 오른편으로 가면 에펠탑까지 조망할 수 있다. 언덕 한쪽에는 거리의 화가들이 예술의 향기를 뿜어낸다. 여행객들과 그들의 초상화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그려내는 화가들은 몽마르트르의 고유한 풍경이다.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맥주나 와인을 음미하며 이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은 한 잔이면 족하다. 몽마르트르의 독특한 분위기에 먼저 취하기 마련이니까. 1 숲과 마을 그리고 알제트운하가 장관을 이루는 복포대 2 마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오르세 미술관 3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캐리커처를 그리고 있는 화가 4 룩셈부르크의 노트르담대성당의 외관은 단정하고 간결하다 5 헌법광장에서 바라본 아돌프다리 6 뤽상부르공원은 파리지앵들이 가장 사랑하는 휴식처다 7 샹젤리제 거리를 오가는 파리지앵들 8 센강에서 바라본 에펠탑과 파리시내의 야경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男테니스, 데이비스컵 태국전서 3 - 0 완승

    한국 남자테니스가 내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에 복귀한다. 지난해 2그룹으로 떨어진 지 1년 만이다. 윤용일(삼성증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경북 김천 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태국과의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2그룹 3회전(4단식 1복식)에서 3-0으로 승리, 2012년 지역 1그룹 합류가 확정됐다. 첫날 임용규(한솔오크밸리)와 김영준(고양시청)이 1, 2단식을 모두 이겼고 임용규-설재민(건국대)이 나선 복식에서는 상대가 허리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승부가 결정난 뒤 치러진 18일에는 정홍(삼일공고)이 3단식에 나섰으나 비로 경기가 중단됐다. 윤 감독은 “세대교체 시기라고 생각해 젊은 선수들 위주로 미국 전지훈련을 갔었다. 중간에 김영준, 임규태 등 고참 선수들이 합류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며 완승의 비결로 ‘신구조화’를 꼽았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39조원짜리 ‘꿈의 로켓’ 美 긴축의회가 받아줄까

    20년 뒤 인류를 화성으로 싣고 갈 ‘꿈의 우주 로켓’ 디자인이 공개됐다. 1969년 우주인을 처음 달로 보냈던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유인 화성 탐사선 개발’이라는 새 목표 앞에 한껏 고무된 눈치다. 그러나 나사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 재정 위기 탓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의회가 최대 350억 달러(약 39조원)가량 쏟아부어야 할 계획을 순순히 통과시켜 줄지 미지수다. 찰슨 볼든 나사 국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회에서 ‘우주 발사 시스템’(SLS)이라고 이름 붙여진 심(深) 우주 탐험 로켓의 디자인을 공개하며 “미국 우주 탐사 계획이 오늘 새 장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나사 “우주탐사 새 시대 열었다” 나사는 이 로켓에 우주인을 싣고 소행성과 화성 탐사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2017년 무인 시험 비행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소행성 탐사, 2030년에는 유인 화성 탐사를 벌인다는 복안이다. ‘괴물 로켓’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로켓은 나사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로켓은 1969~1972년 달 탐사 때 이용됐던 새턴5호 로켓보다 10~20% 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출 예정이다. 또 70~100t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6명 이상의 우주인이 상층부 캡슐에 탑승한다. 총 130t가량을 싣고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턴 5호는 118t까지 실을 수 있었다. ●재정 탓에 우주왕복선도 멈췄는데… 장밋빛 계획이 실현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나사는 2017년까지 100억 달러(약 11조 1000억원)를 투입하고 우주인이 탑승할 캡슐 제작에 별도로 60억 달러(약 6조 6800억원)를 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산이 최대 35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한다. 재정난 탓에 우주왕복선 프로그램까지 폐지한 마당에 10조원 넘는 가격표가 붙은 로켓 개발 계획을 의회가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의 전 예산 분석가인 스탠 콜렌더는 “로켓 개발 계획이 올해 국회의 승인을 얻을 가능성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50%를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OECD 2위 고액등록금 대책 서둘러라

    국·공립대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라는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싼 등록금에 세계 꼴찌 수준의 정부 지원이라는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OECD 교육지표가 2009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 추이를 감안할 때 등록금 세계 1위는 단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독보적인 대학진학률을 보이는 것은 대학이 계층 이동의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인식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기본적인 대접조차 못 받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지 않은가. 요즘 학부모들이 허리가 휘고 등골이 빠질 정도로, 심지어 노후까지 포기해 가면서 자식교육에 올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뿌리 깊은 관행과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상황 개선이나 반전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엄연한 우리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교육의 기회균등과 교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국·공립대 설립취지에 보다 충실했어야 했다. 고물가로 악명 높은 영국·일본보다 비싼 등록금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학 등록금은 2002년 정부가 국·공립대 등록금을 자율화한 이후 급등했다. 2001년만 해도 4.9%였던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2002~2008년 7.4~10.3%씩 치솟았다. 5.1~6.9%씩 오른 사립대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지만 장학금 등 정부의 공교육비 지원은 다른 나라 보기에 창피할 정도로 인색하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공교육비 비율은 0.6%로 OECD 평균 1.0%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OECD 회원국인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자녀 사교육비로 허리가 휜 학부모들은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빚을 늘리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에 쫓기는 학생들은 공부하러 대학에 온 건지, 빚을 갚으려고 온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정도로 피폐해졌다. 한시바삐 등록금 인하 요인을 찾고 장학금을 확대하는 한편,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늘리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언제까지 대학과 정부, 정치권이 소모적인 반값 등록금 논쟁만 계속할 건가.
  • 美, 8월 소매판매 예상 밖 부진

    지난달 미국의 소매 판매 실적이 예상 밖의 부진을 드러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소매 판매 실적이 전월과 같게 나타나 이전 2개월 동안 이어진 증가세가 중단됐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평균 0.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국의 소비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소매 판매 실적의 정체 현상은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과 허리케인 아이린의 피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부품 조달 차질이 해소되면서 증가세를 보인 자동차 및 부품 판매가 지난달 0.3% 감소했으며 자동차 부문을 뺀 소매 판매도 0.1% 증가에 그쳤다. 지난 7월 소매 판매 실적도 당초 발표된 0.5% 증가에 못 미치는 0.3%로 수정돼 소비경기 침체 현상을 반영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 물가지수도 전월과 같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노동부가 밝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미끄러운 ‘점자블록’ 위험천만

    미끄러운 ‘점자블록’ 위험천만

    회사원 최모(37)씨는 지난달 7일 퇴근길에 봉변을 당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센트럴플레이스빌딩 앞을 지나다 노란색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에 발을 딛자마자 미끄러졌다. 심한 허리 통증에 최씨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척추전문병원에 입원했다. 발목 복합 골절과 허리뼈 손상 판정을 받은 최씨는 한달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최씨는 “미끄러졌던 점자블록이 횡단보도 바로 앞에 설치돼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면서 “평소 그 점자블록은 표면이 미끄러워 낙상 사고를 유발하기로 ‘악명’이 높은데 주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점자블록이 미끄러운 표면 때문에 낙상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보행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점자블록의 미끄럼 저항기준을 현실에 맞게 높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현재 보도와 건물 입구, 지하철 승강장 등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표면이 대부분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염화비닐(PVC) 또는 탄성고무소재로 만들어졌다. 이 재질은 비가 내리거나 도로 물청소 등 물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미끄러움에 약한 단점을 지녔다. 그런데도 현행 점자블록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는 현행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점자블록의 색상과 돌출부분의 높이, 크기 등을 세부적으로 명시한 반면 재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탓이다.법 시행규칙에는 “보도 등의 바닥표면은 교통약자가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로 평탄하게 마감해야 한다.”라는 두루뭉술한 지침만 적시하고 있다. 점자블록의 재질과 미끄럼 저항에 대한 규정은 ‘KS안전규격’이 유일하다. 이 규격은 점자블록의 미끄럼 저항수치 최소기준을 ‘BPN20’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보도의 저항기준인 BPN40에 견줘 절반 수준이다. BPN 수치가 낮을수록 미끄러질 위험은 크다. 전문가와 장애인단체들도 미끄러운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내구성이 약하고 표면이 미끄러워 야외에 설치하면 안 되는 PVC나 고무 재질의 점자블록이 버젓이 보도 위에 설치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진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편의증진센터 연구원은 “미끄럼 방지를 위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할 곳에 PVC 재질의 블록이 설치돼 있는 등 장소에 맞지 않는 점자블록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이에 대해 “노인이나 어린이들 중심으로 점자블록의 위험성에 대한 민원이 많다.”면서 “점자블록의 저항기준을 현행보다 2배 이상 높여 미끄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해당 점자블록 위에 미끄럼방지 특수 도료를 바르는 등의 방법을 써왔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점자블록도 일반 보도블록과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 “새롭게 설치하는 점자블록은 기존에 BPN20이었던 기준을 BPN40~50 수준으로 저항기준을 높여 미끄럼 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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