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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끔찍한 기억, 망가진 몸뚱이…복지원 나와서 노숙인 됐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끔찍한 기억, 망가진 몸뚱이…복지원 나와서 노숙인 됐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5> 1983~1987, 형제원 강제수용된 연생모씨 진술서‘낡은 옷 입었다’며 경찰이 형제원 보내모진 구타와 벌레 섞인 밥, 밤이면 성폭행 위협버스비 1만원 받고 퇴소 후, 서울역 노숙자 됐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달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망가진 제 인생, 누가 보상하나요” 홀로 쓸 수 없던 탄원서 “피고 대한민국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피눈물을 배상하라!” 지난달 2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앞. 구호를 외치던 한 남성이 구석으로 가 주저 앉아 눈물을 훔쳤다. 열다섯 나이에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수용된 연생모(53)씨다. 청소년기를 형제복지원에서 보낸 연씨는 구타와 성폭력, 굶주림에 시달렸다. 어느 날엔 벌레가 섞인 밥을 먹었고 어느 날엔 밥알 한 웅큼으로 허기를 달랬다. 열아홉, 연씨는 단돈 만원을 받고 형제복지원에서 퇴소했다. 시설 안에서의 인권유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형제복지원이 폐쇄되자 쫓기듯 나오게 된 것이다.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지만 새 삶을 살기엔 이미 몸도 마음도 상처가 깊었다. 연씨는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오래했다. 연씨의 사례는 특별하지 않다.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는 “부산역 앞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길거리 서명을 받았을 때 역 앞에 머무는 노숙인들로부터 ‘나도 형제복지원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4년 간의 형제복지원 생활로 인한 트라우마는 수십 년간 계속됐다. 쉰이 넘은 연씨는 지금도 불을 끄고는 잠에 들지 못한다. 시설에서의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숨이 가빠진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면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는 지옥을 겪었다. 결국 그의 진술서는 다른 피해자들의 도움으로 쓰여졌다. 아래는 연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명: 연생모 진술내용: 판사님께 호소 드립니다. 저는 1983년 8월 어느 날, 부산에 놀러 갔다가 낡은 옷을 입고 돌아 다닌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잡혀서 형제복지원 차량에 집어 던져졌습니다. 그 길로 형제복지원에 입소했습니다. 입소일부터 퇴소하는 날까지 매일 모진 구타와 고문과 같은 기합을 견뎌야 했습니다. 형제복지원 아동소대에서 한 달 동안 밥 먹고 선착순을 시켜서 물과 한 웅큼씩 손에 움켜진 밥알들로 버티기도 했습니다. (선착순대로 소대에 들어오는 순서 10등 안에 들면 안 맞고, 11등부터는 몽둥이 찜질에 몇시간 동안 고문 같은 기합을 당해야 하는 것) 각종 벌레들이 뒤섞인 음식들도 살기위해 먹어야 했고 밤에는 조장들의 성노리개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7년에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서울행 버스비라고 지급된 1만원을 받아서 퇴소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퇴소 이후에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주변에서 오랜기간 길에서 노숙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사회단체의 주선으로 서울 신림동(원룸)에 입주하여 살고있으나, 어린시절 온몸을 구타당해 나타나는 골병들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심각한 허리통증(디스크)이 저를 괴롭히고 있고, 밤에 불을 끄고는 잠을 못자고 수시로 과거의 기억이 생각나면서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트라우마 증상으로 인하여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배운것도 없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뚱이로 인하여 직장도 다닐 수 없는 상태라서 너무나 빈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형제복지원에서 차단당한 제 인생을 국민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을 통하여 배상받기 위해 소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호소합니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연생모 형제복지원 사건, 어디까지 왔나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고(故) 박인근 원장은 1989년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 99명 실종된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잔해더미서 쿵쾅대는 소리”

    99명 실종된 플로리다주 아파트 붕괴, “잔해더미서 쿵쾅대는 소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 서프사이드에서 24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쯤 챔플레인 타워의 일부가 무너져 3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연락이 되지 않는 99명을 찾는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생존자가 매몰된 상태에서 구조해달라는 신호로 뭔가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는 얘기도 나왔다.  새벽에 붕괴되는 바람에 아파트에 몇 명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 당국과 경찰은 사고 초기 잔해에서 2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명이 숨졌고 1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abc 뉴스는 3명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현재 붕괴된 아파트에 거주하던 99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추가 희생자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마이애미에 가까운 곳이라 파라과이인 6명, 아르헨티나인 9명, 베네수엘라인 4명, 콜롬비아인 6명, 우루과이 3명 등 중남미 국가의 대사관 직원들이 실종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abc 뉴스는 전했다.  다니엘라 레빈 카바 카운티장은 사고 후 붕괴된 건물에 거주하는 102명의 소재가 확인됐지만, 99명은 아직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이날 오후 밝혔다. 그는 “소재가 확인된 102명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락이 되지 않는 99명이 붕괴 당시 건물 안에 있었는지도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찰스 버켓 서프사이드 시장은 “아파트에 꽤 많은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건물의 나머지 부분도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챔플레인 타워는 세 채의 건물이 맞붙어 있는데 붕괴된 건물은 남쪽 바닷가가 바라보이는 곳이다. 이 건물 아파트 136가구중 55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마이애미 데이드 소방구조대의 레이 자달라 대장은 “모든 작업이 잔해 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거기서 소방관들이 피해자 위치를 찾기 위해 절단, 구멍 뚫기, 음파탐지기와 수색 카메라 설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구조대원들이 지하 작업 중에 꼭 사람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뭘 쾅쾅대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수색 및 구조 작업이 일주일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80여팀을 투입해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주변 모든 도로를 폐쇄했다. 폭우를 동반한 허리케인이 마이애미 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구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방송 CBS4는 관계자를 인용해 10세 소년이 구조됐다고 전했는데 소년이 구조된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지만 그 뒤 추가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소년의 구조 상황을 지켜본 한 목격자는 “붕괴 모습을 보고 ‘이런 상황에서 생존이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던 차에 고함 소리가 들려 봤더니 파편 사이로 손이 보였다”며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 아래에 소년이 있었다고 CNN에 전했다.  3층에 거주하다 사고 직후 출구를 못 찾아 발코니에서 구조된 베리 코언은 “갇혀 있던 20분이 평생처럼 느껴졌다”며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 구조 크레인에 오르고서야 살아남은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붕괴한 아파트는 해변에 콘도미니엄 식으로 1981년 건설됐다. 바다가 너무 가까운 위치에 들어서 있는 것이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다.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침실이 3개인 162㎡ 크기의 호실이 지난 17일 71만 달러(약 8억원)에 거래됐고, 지난달 11일에는 침실 4개짜리 418㎡ 펜트하우스가 288만 달러(약 32억 6000만원)에 팔렸다. 붕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지붕 공사를 하고 있었다고 CNN이 전했다.  붕괴한 건물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피오렐라 테렌치 플로리다국제대 조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굉음이 들려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면서 “그 뒤 사이렌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와보니 먼지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빠른 대응이 매우 중요했고, 그게 생명을 구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보고 있는 파괴 상황을 감안하면 일부 나쁜 뉴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 당국과 접촉해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 연방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 [길섶에서] 참새 M/문소영 논설실장

    여름비가 추적추적 오던 지난 금요일 아침, 길에서 뭔가 버둥거렸다. 허리를 굽혀 보니 새 한 마리가 바로 서려다가 자꾸 뒤집히곤 했다. 사람 냄새를 묻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새 마스크로 새를 들어 올렸더니 부리에 아직 노란색이 완연한 어린 참새였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어미 새는 보이지 않고 해, 마음이 우왕좌왕하다가 그 어린 참새를 마스크로 싸 출근길에 올랐다.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유튜브 등에 어린 참새 구조하는 법을 찾을 수 있었다. 참새 둥지는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목해서 어린 참새가 실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즉 길에 떨어진 어린 참새는 어미 새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친 사례가 대부분이라 부러 구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양육에는 많은 힘이 드니까, 어미 새로서도 생존력이 더 강한 새끼만 돌보고 싶은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비에 젖은 날개가 따뜻한 손 안에서 다 마르고서 어린 참새는 두 눈을 똘망하게 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 이런저런 노력에도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하루를 넘기면 ‘참새 M’이라고 이름도 지어 줄 예정이었는데. 살리려 애쓰다 그새 정들었는지 그날은 몹시 힘든 금요일이었다. symun@seoul.co.kr
  • 檢간부, 부임 1년 안 돼도 자리 옮긴다

    檢간부, 부임 1년 안 돼도 자리 옮긴다

    연수원 31기 차장·35기 부장검사 보임靑 사정·월성 원전 수사팀장 등 바뀔 듯박범계 장관 “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검찰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 간부급 인사와 관련해 23일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면서 검찰 인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중간 간부 90% 이상 교체’를 공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의 기조를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중간 간부급(고검 검사급) 승진·전보 인사를 심의했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대검찰청 차장 외에 변호사와 법학교수 등 11명으로 구성된 인사위는 앞서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려 진행되는 이번 인사의 구체적인 기준과 방향을 논의한 뒤 이를 의결했다. 개별 검사들의 승진 및 구체적인 전보 등은 이미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기획조정부의 협의와 지난 20일 박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의 ‘휴일 회동’을 통해 일정 부분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인사위는 우선 앞서 진행한 대검 검사급(검사장) 검사 신규 보임 및 사직에 따른 공석을 순차 충원하고 오는 29일 국무회의 통과가 전망되는 검찰 직제개편 사항을 이번 인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사법연수원 31기 중 우수 검사를 차장검사에 신규 보임하고, 35기 부부장 검사 중 일정 인원을 부장검사에 신규 보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인사안은 이달 말쯤 발표하고, 인사에 따른 부임은 7월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고검 검사급 검사의 필수보직 기간을 1년으로 두고 있지만, 직제개편 등이 있으면 이와 상관없이 인사를 낼 수 있어 부임 1년 미만 부장 검사들의 인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요 권력사건 수사팀장도 교체될 전망이다.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 수사팀장인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팀장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월성원전 의혹 수사팀장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등이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이에 앞서 박 장관은 “(이번 인사의) 기조는 검찰개혁과 조직 안정의 조화이고, 또 검찰 내부의 쇄신과 조직 문화의 활성화 등이 방향”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인사가 직제개편안의 국무회의 통과 이전에 발표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이번 주가 될지, 다음주 초가 될지 봐 달라”면서도 “직제개편안과 인사는 연동돼 있다. 그 순서를 참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퇴에 따른 추가 인선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후임 차관 인사와 검찰 중간 간부급 인사가 같은 날 발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하시는 건데, 진행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박성국·진선민 기자 psk@seoul.co.kr
  • [기획] ‘말똥게’ 득시글대는 한강 하구 ‘물골’‥고양시 대덕생태공원 여름 풍경

    [기획] ‘말똥게’ 득시글대는 한강 하구 ‘물골’‥고양시 대덕생태공원 여름 풍경

    어느덧 초하의 유월 하순, 한강 하구 기수역 경기 고양 대덕생태공원에도 어김없이 여름이 찾아 왔다.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지난 물골(물고랑) 주변 수풀은 강해진 햇빛으로 한껏 무성해졌다. 만발했던 찔레꽃은 속절없이 지고 새하얀 망초 꽃 군락이 한강 둔치를 뒤덮었다. 수백여 마리 잉어 떼가 짝짓기에 여념 없던 버드나무 밑엔 말똥게가 몰려와 득시글댄다. 모가지가 유독 긴 회색빛 왜가리는 물속을 응시한 채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물골 주변 건강한 생태계는 동식물과 어류에게 최적의 서식지이자 산란터로 생태계 보고다. -민물과 바닷물 만나는 한강 하구 기수역-생물 다양성 풍부서해 바다와 막힘없이 이어진 한강 하구에 있는 고양 대덕생태공원은 독특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한강 민물과 서해 바닷물이 만나 섞이는 기수역으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생명력이 넘친다. 다양한 회귀, 담수어는 염분이 섞인 강물 흐름을 따라 물골에 드나들기를 반복한다. 그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들은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해 끊임없는 성장과 치열한 영역다툼을 벌인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잘 발달한 ‘물골’로 생태적 가치가 크다. 강 하류에 퇴적물이 쌓여 하중도가 형성되면서 둔치와 사이에 물고랑 두 개가 생겼다. 마곡대교 아래 물골은 길이가 무려 1.3km에 달한다. 완만한 곡선을 반복해 그리며 둔치를 흘르는 물골은 어류와 야생 동식물 각 개체에 최적의 서식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생물종이 잉태되고 성장하는 생명의 공간이다 -인위적 간섭 최소화‥한강 기슭 탐방로는 최고 산책로면적 81만㎡ 규모의 대덕생태공원은 창릉천이 한강에 합류하는 지점부터 가양대교까지 총 연장 3.8km다. 서울 마포 난지한강공원과 이어진다.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해 야생성과 생물 다양성을 오롯이 보전하고 있다. 긴 물골에는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도록 잉어, 말똥게, 물망초, 고라니 등 특성에 걸맞은 이름을 붙여 다리 여럿을 설치했다. 폭이 좁은 두 곳엔 물속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돌 징검다리를 놓았다. 유유히 굽어 흐르는 한강 기슭 탐방로를 따라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휴식과 치유 공간이다. 울창한 수풀 사이로 길게 이어진 호젓한 산책로는 고즈넉해서 특히 좋다. 군락을 이룬 강변 버드나무 짙은 그늘 아래에서 이마에 난 땀을 식히며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에도 적당하다. 모래톱이 길고 넓게 형성된 강기슭에서 안락의자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멋진 하구 풍광을 감상하는 시민도 보인다. 하류 지역이라 홍수로 떠내려 온 각종 생활 쓰레기가 안타깝긴 하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거대한 자전거도로와 탐방로, 불필요한(?) 인공 구조물은 생태공원 야생성과 어울리지 않아 이질적이다. 끊임 없는 인간의 간섭과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럼에도 인공적인 조경과 각종 시설 등으로 꽉 찬, 과잉 개발로 자연성을 상실한 서울 중심지역 한강 둔치에선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곳이다 -물골에 강주걱양태, 황복 등 30여 어종 서식습지가 잘 발달한 물골 주변으로 버드나무와 찔레 등 다양한 식생이 군락을 이뤄 온통 수풀이 울창하다. 사리 때에는 많은 어종의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바닷물을 따라 조석물골인 이곳으로 올라온다. 매년 사오월, 수백여 마리 잉어 떼가 모여들어 짝짓기 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회귀성 어류로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자라는 민물고기 ‘뱀장어’, 옆구리에 노란색 줄이 있는 한반도 고유종 ‘황복’, 강 하류 모래지역에서 서식하는 민물고기 ‘강주걱양태’, 경계심이 낮고 탐식성이 강한 큰 망둥어‘ 풀망둑’ 등 30여 종이 넘는 회귀, 담수어가 산다. 멸종위기종 양서류 ‘맹꽁이’도 여름철이면 모습을 드러낸다. 아래턱에 울음주머니가 있다. 천적의 위협에 복어처럼 몸통을 부풀리고 끈끈한 점액을 내뿜어 대처한다.유월 접어들어 물골 버드나무 밑에는 말똥게가 유난히 득시글댄다. 워낙 움직임이 빨라 조그마한 인기척에도 순식간에 파놓은 구멍 속으로 숨어버린다.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좀처럼 볼 수 없다. 기수역에 주로 서식하는 말똥게는 버드나무 아래 구멍을 파고 산다. 뿌리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대신 먹이를 얻는 공생관계다. -생존 위한 치열한 영역 다툼‥없는 게 없는 종합식물원자연은 결코 너그럽지 않다. 모든 식물은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해 끝임 없는 영역 다툼을 벌인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햇빛과 수분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은 절대 공정하지 않다. 자연의 법칙에 따른 적자생존이다. 생존을 위해 높이(부피) 확보 경쟁을, 종을 유지하기 위해선 씨앗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생물 다양성을 지닌 물골에 서식하는 모든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대덕생태공원 물고랑에는 줄, 마름, 도루박이, 창포, 쉽싸리, 달개비, 단풍잎돼지풀 등 군락을 이뤄 서식하는 식생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반적으로 쓸모없는 잡초로 불리지만 모두 제 나름대로 약효가 있는 약초다. 널리 알려진 창포는 단옷날 이를 넣어 끓인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하는 유용한 식물로 화전동 근처 난전에서 창포를 파는 장이 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포닌과 단백질이 풍부하며 뇌경색, 심근경색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인 약재 ‘눈개승마’, 이상적인 변비 치료제이자 장을 깨끗하게 해주는 ‘소루(리)쟁이’, 향이 좋아 사탕이나 껌의 재료로 쓰이는 ‘박하’ 등 없는 종자가 없는 종합식물원이다. -이름 모를 들꽃들 향연‥강한 생명력 가치 품어연중 태양이 황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 절기가 있는 유월. 삭막했던 산야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봄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여름을 알리는 원색의 들꽃이 피어났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무성한 수풀에 파묻혀 봄꽃처럼 눈길을 끌진 못한다. 흔하디흔한 이름 모를 들꽃이지만 그렇다고 절대 천하진 않다. 오히려 고귀하고 돋보인다. 척박하고 고단한 환경에서도 돌봐주는 이 하나 없이 홀로 스스로를 피워내는 강한 생명력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성하(盛夏)를 앞두고 대덕생태공원 유월의 모습은 지난달과 사뭇 달르다. 번식력이 왕성하고 생명력 강한 식생들이 이미 한강 둔치 대부분을 장악해 버렸다. 외래종인 망초와 붉은토끼풀, 키가 큰 갈대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군락을 형성한 망초는 하얀 꽃을 피워 공원 전체 분위기를 확 바꿨다. 1910년 경술국치일 즈음에 전국에 퍼져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남부가 원산지인 붉은토끼풀은 꽃망울과 이파리가 토종에 비해 훨씬 크다. 거대한 외래종 황소개구리 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삘기(띠)도 하얀 솜털 같은 꽃을 피워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 어린 꽃 이삭을 날것으로 먹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들꽃이 가득한 주변을 허리 숙여 유심히 살펴는 부부, 연인들이 정겹다. 옛날부터 봐왔던 식물을 살펴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은 아닐런지! -인간 간섭 자연 훼손‥소중한 가치 잃어버린 느낌 한강 둔치는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 보고임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대부분 사라졌다. 대규모 주거지와 각종 업무시설이 집중해 있는 한강 상류 경기 하남시에서 하류 고양시까지 거리는 대략 60km 정도다. 강 양안 둔치를 합치면 두 배인 120km에 달한다. 이 중 생태계와 다양성이 제대로 보전된 지역은 불과20~30km 정도다. 이 조차도 인간의 계속되는 간섭으로 점차 훼손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의 개발 욕심도 생태계 보전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명분은 시민에게 좀 더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렇다. 예산 집행과 확보, 선거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최근 대덕생태공원에 사진 촬영을 위한 공간이 조성되고 인공 구조물이 설치됐다. 생태공원 자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느낌이 아주 강하다. 사진 촬영을 위한 최고의 장소는 자연 그 자체인데 이는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느티나무 밑엔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석조물을 배치하고 잔디까지 깔았다(사진). 이런 작은 규모 공사에도 그 자리에 서식하던 상당한 면적의 수풀은 사라진다. 현재 전체 생태공원 전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도로와 탐방로 면적도 작지 않다. 인간의 편의성과 자연 훼손은 대체적으로 정비례한다. 대대적인 개발이 아닐지라도 자꾸 간섭하다보면 조금씩 인공이 가미되고 자연성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있는 그대로를 보전하며 지켜보는 것은 이렇듯 어렵다. 개발로 편의성은 향상됐지만 이와 비교할 수 없는 더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사진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속 터지는 외인 타자…1호 퇴출 ‘눈치 게임’

    속 터지는 외인 타자…1호 퇴출 ‘눈치 게임’

    아직 1호는 없다. 그러나 마냥 머뭇거릴 수도 없다. 혹시나 기대하고 기다려봤지만 역시나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의 거취를 놓고 프로야구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3명의 외국인 투수가 교체됐다. 키움 히어로즈를 시작으로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교체된 외국인 타자는 없다. 부진은 깊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어 선뜻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3할 타자 두 명… 두 자릿수 홈런 세 명뿐 전체 외국인 타자 10명 중 22일 기준 4명이 1군에 없다. 3할을 치는 선수도 2명뿐이다. 두자릿수 홈런으로 장타력을 뽐내는 선수도 이날까지 3명에 불과하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선수는 호세 피렐라(삼성) 밖에 없다. 상하위권을 가리지 않고 순위 경쟁이 역대급으로 치열하다 보니 외국인 타자가 부진한 팀은 뼈아프다. 지난 20일 패전으로 이번 시즌 처음 단독 꼴찌로 내려온 KIA 타이거즈는 하루 만에 프레스턴 터커를 1군에서 말소했다. 터커의 올해 성적은 타율 0.245 홈런 4개로 지난해 타율 0.306 홈런 32개 113타점을 기록하며 타자의 성공지표인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알몬테·프레이타스 등 4명 2군행 선두 LG 트윈스도 외국인 타자 공백이 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팀 역대 최다인 38홈런을 기록하며 재계약한 로베르토 라모스는 올해 타율 0.243 홈런 8개를 기록 중이다. 허리 부상으로 지난 9일 2군으로 내려갔는데 아직 1군 복귀 기약이 없다. LG 관계자는 “라모스의 회복을 기다리면서 대체 외국인 선수도 따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해 투트랙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재계약한 터커와 라모스는 몸값도 각각 105만 달러, 100만 달러로 비싸다 보니 구단 입장에선 선뜻 교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즌 초반부터 애매한 활용법으로 고민을 안겨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키움)는 원래 주 포지션인 포수 마스크를 쓴 후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6월 들어 타율 0.200에 그치다가 22일 2군으로 내려갔다. kt 위즈가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멜 로하스 주니어 대신 영입했지만 공수에서 두루 도움이 되지 않던 조일로 알몬테도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겹쳐 이날 1군에서 말소됐다. ●교체 한 달 소요… 8월 15일까지 등록해야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려면 8월 15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비자 발급과 입국 후 2주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교체에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 다음 달 19일 올림픽 휴식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구단이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1군에서 4명이나 빠진 외국인 타자 ‘1호 퇴출’ 눈치 게임

    1군에서 4명이나 빠진 외국인 타자 ‘1호 퇴출’ 눈치 게임

    아직 1호는 없다. 그러나 마냥 머뭇거릴 수도 없다. 혹시나 기대하고 기다려봤지만 역시나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의 거취를 놓고 프로야구 구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까지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3명의 외국인 투수가 교체됐다. 키움 히어로즈를 시작으로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움직였다. 그러나 아직 교체된 외국인 타자는 없다. 부진은 깊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있어 선뜻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외국인 타자 10명 중 3할을 치는 선수는 2명뿐이다. 두자릿수 홈런으로 장타력을 뽐내는 선수도 21일까지 3명에 불과하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선수는 호세 피렐라(삼성)밖에 없다. 상하위권을 가리지 않고 순위 경쟁이 역대급으로 치열하다 보니 외국인 타자가 부진한 팀은 뼈아프다. 지난 20일 패배하며 이번 시즌 처음 단독 꼴찌로 내려온 KIA 타이거즈는 하루 만에 프레스턴 터커를 1군에서 말소했다. 터커의 올해 성적은 타율 0.245 홈런 4개로 지난해 타율 0.306 홈런 32개 113타점을 기록하며 타자의 성공지표인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선두 LG 트윈스도 외국인 타자 공백이 크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팀 역대 최다인 38홈런을 기록하며 재계약을 맺은 로베르토 라모스는 올해 타율 0.243 홈런 8개를 기록 중이다. 허리 부상으로 지난 9일 1군에서 말소됐는데 아직 복귀 기약이 없다. LG 관계자는 22일 “라모스의 회복을 기다리는 한편 대체 외국인 선수도 따로 알아보고 있다”며 투트랙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밝혔다. 재계약한 터커와 라모스는 몸값도 각각 105만 달러, 100만 달러로 비싸다 보니 구단 입장에서는 선뜻 교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시즌 초반부터 애매한 활용법으로 고민을 안겨준 데이비드 프레이타스(키움)는 원래 주 포지션인 포수 마스크를 쓴 후로 잠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6월에 타율 0.200에 그치더니 22일 2군으로 내려갔다. kt 위즈가 지난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멜 로하스 주니어 대신 영입했지만 공수에 도움이 되지 않던 조일로 알몬테는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겹쳐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려면 8월 15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비자 발급과 입국 후 2주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교체에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 다음 달 19일부터 올림픽 휴식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구단이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생명의 은인이니 잘해라” 여고생 신도 성폭행한 40대 목사

    “생명의 은인이니 잘해라” 여고생 신도 성폭행한 40대 목사

    수년간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행위까지“피해자 고통 상당해”…징역 10년 선고 교회에서 알게 된 여고생 신도를 수년간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행위까지 한 40대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제13형사부(부장 호성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준강제추행), 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과 5년간의 보호관찰을 받을 것도 명령했다. A씨는 2012년 4월 7일 서울 한 신학대학원으로 B(당시 16)양을 불러냈다가 자신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B양의 가슴을 1차례 주무르는 등 추행하고 같은해 4월 14일 신학대학원 기숙사 방으로 불러내 “땀이 많이 났으니 샤워를 하라”고 말한 뒤 샤워실로 들어가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그는 2013년 한 모텔에서 B양에게 “내가 생명의 은인이니 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강간하고, 2014년 9월 12일에도 모텔로 불러들여 강간했다. 그는 성관계 당시 여러명이 상대를 바꿔가면서 성관계를 맺도록 요구하고, B양에게 소변을 먹이는 등 가학적 성행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이 성관계를 거부하면 허리띠 등으로 마구 때리기도 했다. A씨는 2011년 말~2014년 말 서울 강동구 소재 교회 전도사, 2015년~2016년 말 서울 종로구 소재 교회 전도사를 거쳐 2017년~2018년 서울 서초구 한 교회 목사로 재직했다. 그는 현재 소설작가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2012년 1월 교회에서 알게 됐으며, 대학 입시 압박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B양의 상담을 맡아오면서 자신을 의지하는 점을 이용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담당한 전도사로서 나이 어린 신도였던 피해자의 신앙생활을 돕고, 피해자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책무를 부담하고도 자신에게 의지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 심리적으로 지배하며 범행했다”며 “범행 과정에서 가학적 행위를 했고 상당 수준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를 본인의 욕구 충족 대상으로 대했고,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신체적 고통 또한 상당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178cm·50kg·백인미녀… ‘속옷천사’ 역사 속으로

    178cm·50kg·백인미녀… ‘속옷천사’ 역사 속으로

    2000년대 중·후반까지 미국 속옷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바비인형 같은 모델들을 ‘엔젤’로 내세워 섹시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95년부터 시작된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는 패션계의 슈퍼볼이라 불리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엔젤은 커며셜 모델의 커리어에 있어 최고의 업적이기도 했다. 많은 모델이 날개를 단 엔젤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이디 클룸이나 지젤 번천같은 최정상급 슈퍼모델이 출연했고, 전 세계 TV에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의 매력을 속옷에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델들의 평균 신장은 177.8cm, 체중은 50.8kg, 허리 둘레는 24인치, 대부분 백인이었다. 타이라 뱅크스같은 흑인 모델도 있었지만 거의 백인, 브라질 모델이 엔젤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유색인종을 차별하고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 11월 뉴욕에서 열린 쇼를 마지막으로 패션쇼는 폐지됐다. 엡스타인 이슈까지… 이미지 타격 실적 부진에 이어 도덕적 문제까지 크게 터졌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회사인 엘 브랜즈 창업자인 레슬리 웩스너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사실과 사내 여성 혐오, 왕따 문제 등의 폭로가 연이어 나왔기 때문이다. 엡스타인은 빅토리아 시크릿 임원진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미성년 모델 지망생들을 개인 소유 섬으로 납치해 성 노리개 취급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6년 포브스지에서는 제2의 아베크롬비 1순위로 빅토리아 시크릿을 지목했다. 나이 많은 백인 남자 임원들이 변화에 저항하다가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뒤늦게 변화하려고 해도 과거의 영광으로 브랜드 네임 자체가 마이너스가 된 점도 그 이유로 꼽았다.배경, 직업, 인종 다양한 모델로 빅토리아시크릿은 2021년 6월부로 엔젤 제도를 폐지했다. 수년 동안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미국 시장에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점유율은 21%까지 하락했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대중의 평가가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월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마틴 워터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통해 “빅토리아 시크릿은 세상의 변화에 너무 늦게 반응했다. 이제 남성이 원하는 것을 논하기보다는 여성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것이다”라며 엔젤을 대신해 빅토리아 시크릿을 이끌어갈 7명의 홍보대사를 발표했다.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동성애자 선수 메건 러피노, 브라질 출신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우, 수단 난민 출신 모델 아두트 아케치, 배우이자 사진작가 아만다 드 카데넷, 플러스사이즈 모델 팔로마 엘세서, 인도 출신 유명 배우 프리앙카 초프라, 중국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에일린 구 등 배경과 직업, 인종이 다양한 7명이 새 모델로 기용됐다. 이들은 브랜드 홍보뿐 아니라 이사회에도 참석해 목소리를 내게 된다.가부장적, 성차별적…“참 해로웠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번 변화를 계기로 여권 강화를 위한 ‘대변인’이 되겠다고 밝혔다. 모델이 된 미국 여자축구팀 주장 메건 러피노는 “동성애 여성으로서 여성의 매력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곤 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섹시하다는 속옷을 입어야 섹시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토리아 시크릿은 가부장적, 성차별적이었으며 남성 시각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반영하려 했다”며 “젊은 여성들을 겨냥했기 때문에 굉장히 해로웠다”고 꼬집었다. 현지 언론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변화의 흐름이 매출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임원 출신인 신시아 피두스필즈는 “지금까지 빅토리아 시크릿 매출의 대부분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앞세워 올린 것”이라며 “변신 시도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차라리 죽고싶어요” 유리조각 삼킨 12살 꼬마 [형제복지원 생존자, 다시 그곳을 말하다]

    12년간 수용인원 총 3만 8000여명, 공식 사망자 513명. 1970~1980년대 국가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사태는 1987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34년이 지난 지금,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생존자 13명은 지난달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법원에 낼 진술서를 쓰는 과정 또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반드시 쓰여져야 할 글이었다. 서울신문은 매주 1명씩 이들의 증언을 기록으로 남긴다. 귀가 중 경찰에 폭행당한 뒤 형제복지원으로“너 집 나왔지?” 1984년 당시 12살 꼬마였던 김의수(49)씨 앞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친구 집에 놀다가 집에 가는 길”이라는 김씨의 말을 무시한 채 뒤통수를 때리고 정강이 걷어찼다. 그리고는 억지로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가 작은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새벽녘에 몽둥이를 든 건장한 남자들이 들이닥쳤고 경찰들은 그들의 손에 김씨를 넘겼다. 그렇게 김씨는 ‘탑차’에 실려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고 얼차려를 받아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극히 드물게 매를 맞지 않은 날엔 오히려 더 큰 불안감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밤새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 아이들의 신발을 빨고 청소를 했다. 고통의 나날이 계속되자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를 삼켰다. 다행히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흐르고서야 형제복지원을 나갈 수 있었다. 이미 호적은 말소된 상태였고 한동안 부모님도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고 집을 찾으려면 관공서나 경찰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또다시 형제복지원 같은 곳에 끌려갈까 두려웠다.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두려움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결국 한동안 노숙자 생활을 했다. 이후 우연히 가족을 찾았고,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김씨는 그 누구도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구타로 얼룩진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을 복용한다.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 인정과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일이다. 아래는 김씨의 진술서 전문. ※원문에서 일부 표현만 다듬어 그대로 옮겼습니다. [진 술 서] 제목: 형제복지원 피해자 진술서 성 명 : 김의수 진술내용 : 1984년 2~3월경 저는 친구 집에서 놀다가 저희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였습니다. 저 멀리 순경과 방범대원이 보였고 그들은 길을 가던 저를 불러세웠습니다. 시간은 밤 8시경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순경 앞으로 걸어갔고 그들은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친구네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순경은 저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습니다. “너 집 나온 것 같은데. 집 나왔지?” 라면서 저를 잡아끌고 가려 했습니다. 저는 저항을 했지만 그들은 구둣발로 제 정강이를 찼습니다. 그리고는 부암2파출소로 끌고 갔습니다. 저는 죄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집으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저를 거꾸로 매달아서 콧구멍에 고춧가루 물을 붓는다는 협박과 함께 저를 구타했습니다. 그러다 한 순경이 저의 팔을 잡아서는 긴나무 의자에 앉히고는 의자 손잡이와 저의 한쪽 손에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잠이 들었을까. 웅성거림에 잠에서 깨었고, 앞을 보니 파란 운동복에 모자를 쓰고 몽둥이를 들고 있는 건장한 남자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저를 가리키며 “저놈 데려가면 됩니까”하니 순경은 “데려가라”고 했습니다. 파출소에서 나와보니 검정색 형제원 탑차가 있었습니다. 차량 안에는 이미 나이가 든 술취한 아저씨와 아주머니, 저 또래의 이이들 잡혀 있었고. 그 사람들과 함께 형제복지원에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처음에는 신입소대에 머물렀고 소지품 검사부터 알몸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형제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 정도 신입소대에 있으면서 형제원에 대한 수칙들을 배웠습니다. 찬송가, 주기도문, 군가, 애국가, 국민교육헌장, 재식 훈련 등을 배웠습니다. 배우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고 구타를 당했습니다. 어른의 큰 손으로 아이 뺨 때려 고막 터지기도...매일같이 반복된 폭행그런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난 후 다른 소대로 전방된다고 하며 피복 창고 앞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파란 운동 한 벌과 청바지, 티와 신발, 칫솔, 수건 등을 주었고 수용번호까지 받았습니다. 그렇게 아동 소대인 28소대로 전방됐습니다. 그곳에는 소대장, 분대장, 조장, 서무가 소대 안을 통제했습니다. 군대식으로 통제를 했지만 그곳은 지옥이었습니다. 하나가 잘못하면 단체로 기합을 받고 매를 맞았습니다. 지적 질을 당한 아이는 더 심한 기합과 구타를 당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불침번을 서야 하며 누가 도망 모의를 하는지 감시도 해야 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간부들에게 찍히거나, 밤에 이불에 오줌싸는 아이, 도망 모의를 해서 걸리거나 하면 꼴통으로 낙인찍힙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저는 늘 꼴통으로 찍혔고 심한 인권침해를 당해야 했습니다. 한 달에 20일은 잠을 제대로 잔 적이 없고, 매일같이 기합을 받고 밤새도록 침대 밑을 닦았으며 차가운 화장실 바닥에 앉아서 소대 아이들의 신발을 빨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질도 걸리고 감기도 자주 걸렸습니다. 그렇게 비염도 생겼습니다. 어른들의 손으로 아이의 뺨을 때리니깐 잘못하면 귀도 터집니다. 그 무렵 개금분교(형제복지원 내 운영된 학교시설)를 다녔습니다. 우리(형제복지원)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개금분교는 형제원안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는 늘 부족했습니다. 수업은 자주 빠지게 되었습니다. 기합을 받느라 수시로 강제노역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강제노역은 이러합니다. 시멘트, 자갈, 모래 등을 날라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동소대에서 2년, 5~6학년을 졸업했고 청소년 소대로 넘어갔습니다. 14소대로 넘어가서는 낮에는 봉제공장을 다녔고 밤에는 야학 공부를 했습니다. 다 형제원 안에서 다녔습니다. 기합을 주고 죽을 만큼 구타하는 것은 아동소대나 성인소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루라도 구타 안 당하면 오히려 더 불안...죽으려고 유리 삼켜 어린 나이에 지옥 같은 형제원에 끌려가서 잘 먹지도 못하고 강제노역 기합 구타를 당하니 몸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을 지경입니다. 하루라도 기합이나 구타를 안 당하면 오히려 이상해서 무엇인지 더 불안했고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운 날이 많으니 어떤 날은 죽으려고 유리도 삼켰지만 목에 걸려 토악질로 뱉어낸 적도 있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형제원에서 지옥 같은 일들을 당했고 하루하루 생존에 버텨왔습니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해 6월경에 부산 송도 소년의집으로 넘어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여 저는 집이 있으니 보내달라고 했으며 큰집으로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호적은 말소됐고 주민등록증도 없이 몇 년 동안 살아야 했습니다. 부모님이 이사를 가셔서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저기 몸이 아파도 일을 해야 했고 공장을 다니면서 일을 해주고도 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가족 찾고 가정 꾸렸지만...그 누구도 고통과 트라우마 온전히 이해못해 돈을 달라고 하면 “주민증도 없는 것들”, “빨갱이로 신고한다”며 협박을 했기에 늘 일을 해주고도 도망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또 다시 그런 곳에 잡혀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노숙자 생활도 하게 됐습니다. 집을 찾거나 주민증을 만들려면 관공서나 경찰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저는 그들을 믿을 수 없었기에 그런 것은 포기하고 형제원에 있었단 사실조차 숨기며 살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부모님을 찾게 됐고 같이 살게 됐지만 가족 간에 유대감이 없어 늘 다투기만 했고 융합은 잘 안 됐습니다. 배움이 부족했기에 학원을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중·고등 과정을 시험 쳤습니다. 그러던 중 연애를 고 아이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 엄마는 떠나버렸습니다. 이유는 제가 생활력이 부족하단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제 차지였고 홀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은 신체가 멀쩡하게 보이는 젊은 사람(본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 제가 정신적·육체적으로 얼마나 힘이 들었던 사람인지 어느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형제원 안에서 몇 년의 고통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입니다. 휴유증은 이렇습니다. 머리를 많이 맞아서 두통이 심하며 왼쪽 귀는 터졌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왼쪽 어깨와 왼쪽 엄지 마디를 다쳤습니다. 허리는 3. 4. 5번 디스크이며 성장기에 강제노역을 해서 고관절도 상했습니다. 왼쪽 무릎은 도망치다 4층 높이 되는 담에서 뛰어내려 물렁뼈가 좋지 않습니다. 오른쪽 아킬레스건도 큰 돌에 찍혔습니다. 물구나무를 서서 기합받을 때 (그들이) 저의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는데 맞은 편 침대 앵글에 찍혔습니다. 그래서 많이 걷거나 쪼그려 앉을 때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로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복용하고 정신과를 다닙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소송은 저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지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배상을 받아서 사회적 치료와 잃어버렸던 저의 존엄성을 찾아주십시오. 저의 아픔을 아들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형제복지원 피해자 김의수형제복지원 사건 어디까지 왔나 형제복지원을 운영한 고(故) 박인근 원장은 1989년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비상상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고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소송에 제기한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현재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차 소송에 참여한 13명은 모두 입·퇴소 증빙자료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거가 없어 피해사실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는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이봉주, 난치병 수술 성공… ‘봉주르 라이프!’ 새 희망

    이봉주, 난치병 수술 성공… ‘봉주르 라이프!’ 새 희망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근육이 비틀어지는 신경계 질환인 근육긴장이상증(디스토니아·Dystonia)을 앓는 ‘마라톤 영웅’ 이봉주(51)가 낭종 제거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이봉주는 지난 7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흉추 6번과 7번 사이에 있는 ‘척수지주막 낭종’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하고 있다고 소속사 유튜브 방송인 ‘런 코리아’가 전했다. 이봉주는 6시간 30분에 걸친 수술을 마친 뒤 그동안 자신을 힘들게 했던 허리 경련 증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에서 “수술 경과는 대체로 좋은 편이고 경련 현상도 거의 다 잡혔다”며 “의사 선생님도 긍정적으로 말씀하셔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지난해 1월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복근 경련과 함께 근육이 땅기는 증세가 나타나 허리와 목을 구부리고 다녔다. 이 때문에 18개월여 동안 투병 생활을 이어 갔다. 이봉주는 “앞으로 얼마나 관리를 잘하느냐, 얼마나 회복을 잘하느냐 그게 제일 중요한 거 같다”면서 “정말 많은 분이 걱정해 주셔서 수술을 잘 받았고 앞으로 건강 잘 회복해서 여러분 앞에 제가 달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복하면 ‘봉주르 라이프!’라고 외치며 30분 만이라도 내 발로 운동장을 달리고 싶다”면서 일시적 퇴화로 굽은 어깨와 허리도 곧 원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등굽었던 마라토너 이봉주, 수술 받았다

    등굽었던 마라토너 이봉주, 수술 받았다

    마라톤 한국기록을 보유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가 수술로 통증의 원인을 제거한 뒤, 다시 달리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봉주의 소속사 런코리아는 15일 유튜브 계정을 통해 이봉주의 근황을 전했다. 근육긴장이상증으로 1년 6개월 동안 불편한 생활을 했던 이봉주는 지난 7일 척수지주막낭종(흉추 6∼7번 사이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봉주는 “수술 경과는 대체로 좋은 편이다. 이제 (허리) 경련 현상도 거의 잡혔다”며 “의사 선생님도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 많은 분이 걱정해주셔서 수술을 잘 받았다. 여러분들에게 제가 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2000년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7분20초의 한국 기록을 작성하며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다. 은퇴 후 방송에 출연하고, 대한육상연맹 임원 등으로 활동하던 이봉주는 지난해 초부터 원인모를 통증으로 허리가 굽고 목발에 의지하는 등 제대로 뛰지도 걷지도 못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또 잘~ 던지기만…

    또 잘~ 던지기만…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이번 시즌 두 번째 동반 선발 등판에서 나란히 호투했지만 승리 사냥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세일런 필드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4사사구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며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갔다. 토론토는 8회초 역전을 허용하며 5-6으로 패했다.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5승째를 챙긴 류현진은 이후 3경기 연속 승수를 쌓는 데 실패했다. 4월에 1승 2패 평균자책점(ERA) 2.60, 5월에 4승 ERA 2.64로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지만 6월 들어 2패 ERA 6.95로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승리가 요원한 모습이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31개, 직구 30개, 커터 16개, 커브 12개, 싱커 3개를 던졌다. 빠른 공이 평균 시속 90.4마일(약 145.5㎞)로 시즌 평균 89.3마일(143.7㎞)보다 높았지만 체인지업이 흔들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체인지업의 헛스윙 유도와 스트라이크 판정이 각각 한 번뿐이었다. 이날 볼넷 4개는 올해 최다 기록이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커서 고전했다”며 “직구보다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제구가 흔들리는데 빨리 투구 밸런스를 잡겠다”고 밝혔다. 류현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경기를 시작한 김광현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5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0-1로 뒤졌을 때 내려갔지만 6회말 폴 골드슈미트의 적시타로 동점이 되면서 패전을 면했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말 골드슈미트의 끝내기 홈런으로 2-1로 승리했다.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이날 복귀한 김광현은 최고 시속 92.4마일(약 148.7㎞)을 던졌다. 볼넷이 5개로 빅리그 진출 후 한 경기 최다를 기록했지만 흐름을 잘 끊어내며 시즌 첫 6이닝을 소화했다.김광현은 “볼넷을 많이 주고 볼을 많이 던져서 아쉽다”며 “그래도 강한 타구가 많이 안 나왔고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줘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과 관련해서는 “경기 초반에는 허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이닝이 지날수록 허리 상태에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경기에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고된 삶이 할퀸 며느리인 듯 당당히 버텨낸 엄지척인 듯

    고된 삶이 할퀸 며느리인 듯 당당히 버텨낸 엄지척인 듯

    전남 장흥에 들어설 때마다 시선을 잡아끄는 풍경이 있다. 외면하려 해도 고개를 돌릴 때마다 눈길이 가 닿는다. 억불산(518m) 며느리 바위 이야기다. 며느리 바위는 정상 바로 아래에 불쑥 솟았다. 이름처럼 허리를 반쯤 굽힌 여인네의 모습과 닮았다. 한데 어딘가 거리낌도 느껴진다. 거죽을 뚫고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돋아난 듯한 모습이라서다. 지금 그 바위를 ‘영접’하러 나선 길이다. 주변이 험해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던 며느리 바위였지만, 안전시설들이 조성되면서 그만큼 돌아보기도 쉬워졌다. ‘자응’(주민들은 장흥을 이렇게 부른다)의 산들은 흔히 둥글고 모나지 않았다고 표현된다. 어머니처럼 말이다.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억불산 정상에 서 보면 안다. 뜻밖에 사방으로 창처럼 뾰족한 산들이 둘러쳐 있다. 가까이도 그렇고 멀리도 그렇다. 다만 험산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뫼의 꼭대기만 뾰족할 뿐 대부분의 산들이 펼친 자락은 어머니의 치마처럼 완만하고 넓다. 제주 한라산을 연상하면 알기 쉽겠다. 그 너른 치맛자락에 우드랜드 등 장흥의 명소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억불산은 등산 코스가 여럿이다. 그만큼 ‘자응’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는 뜻이다. 그리 만만한 산은 아닌데도 주민들은 동네 뒷산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관광객이라면 ‘말레길’을 추천한다. 관광약자들도 오를 수 있게 조성한 무장애숲길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편백숲 ‘우드랜드’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라 안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편백나무 노거수들과 호흡을 같이할 수 있다. ●짙은 향기 내뿜는 편백나무와 숨 나누며 걷는 ‘말레길’ 비 내린 뒤, 숲의 향기가 짙다. 수많은 편백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다. 나무들은 비를 흠뻑 맞고 나면 빛깔도, 향기도 한결 짙어진다. 여기에 빗물이 들춰낸 땅의 향기까지 더해지니 숲은 그야말로 향기의 결정체다. ‘말레길’은 편백숲 가운데에 있다. 애초 조성 목표는 ‘휠체어를 밀고 오를 만큼 수월한 길’이었다. 한데 유모차라면 모를까 휠체어는 사실 언감생심이다. 빈손으로 올라도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바위 투성이에 된비알이 많은 등산로보다는 확실히 오르기가 수월하다. 산자락을 휘휘 돌면서 경사도를 낮췄고, 울퉁불퉁한 바닥 위로 목재 데크를 깔아 평평하게 만들었다. ‘말레’는 남도의 옛말로, ‘대청마루’를 뜻한다. 억불산 정상까지 약 4㎞ 정도 이어져 있다. 완경사가 계속되다 정상 인근의 수백m 구간에서 급경사로 돌변한다. 며느리 바위는 정상 바로 아래 있다. 억불산 정상에서 내려갈 수도 있고, ‘말레길’ 중간쯤에서 등산로로 바꿔 타고 며느리 바위까지 간 뒤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예전엔 길이 험해 멀리서 며느리 바위를 봐야 했지만, 요즘은 안전설비가 잘 갖춰져 누구나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다. 며느리 바위엔 전설이 전해온다. 김상찬 한들문화 이사장과 장흥읍지 등에 따르면 버전은 두 가지다. 먼저 빈승학대 전설이다. 못된 시아버지가 탁발승을 구박하고 내쫓자 착한 며느리가 몰래 쌀을 퍼줬다. 감읍한 탁발승은 몇 월 며칠에 물난리가 날 것을 일러주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구해 달라는 시아버지의 간절한 외침에 산을 오르던 며느리는 뒤를 돌아보게 됐고 그만 돌이 되고 말았다. 물난리 뒤에 만들어진 게 읍내 탐진강변의 박림소(방림소라고도 불린다), 며느리가 쓰고 있던 수건(巾)이 날아간 곳은 건산(巾山)리라고 한다.●가까이 마주하면 장엄함에 압도당하는 ‘며느리 바위’ 다른 버전은 망부석 전설이다. 이번엔 못된 남편이 상대역이다. 농사와 과거 공부를 병행하던 남편이 억불산과 마주 보이는 수인산에서 공부하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남편은 인근 옥녀봉의 선녀에게 눈이 팔려 공부도 아내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어느 날 닭고기가 먹고 싶다는 선녀를 위해 닭을 훔치러 마을로 내려온 남편은 수인산 산신의 노여움을 받아 벼락을 맞고 돌이 됐다. 그 자리가 부암(夫岩)이다. 이런 사달을 모르던 아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억불산에 올라 남편이 있는 수인산을 바라보다 돌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실물로 ‘직관’한 며느리 바위는 ‘기골이 장대’하다. 아마 조산운동 초기에 솟구친 거대한 바위가 풍화와 침식을 거쳐 쪼개지고 갈라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을 것이다.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촛대바위들’처럼 말이다. 형성 과정은 그렇다 해도, 모양새만큼은 범상치 않다. 어딘가 슬퍼 보였던 며느리의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이처럼 존재감 넘치는 바위라면 촛농, 쌀밥 등 ‘치성의 흔적’이 어딘가 하나쯤 있을 법한데 말끔하다. 태초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더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억불산 정상에서 맞는 풍경이 시원하다. 사방이 막힘없이 트였다. 제암산과 사자산, 천관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쳤고, ‘길게 흥할’ 장흥(長興) 시가지 너머로 넉넉한 바다가 펼쳐져 있다.●우드랜드 ‘사색의 숲’에선 명상·맨발 걷기로 치유도 발 아래 편백숲도 볼 만하다. 산 아래에선 실감할 수 없었던 숲의 전체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억불산은 수없이 많은(億) 부처(佛)가 있다는 산이다. 산정에 솟은 수많은 기암괴석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지만, 산이 사람에게 내주는 혜택이 나무에서 비롯된다는 걸 생각하면 편백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부처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사족 같은 조언 하나. 억불산은 그리 높지 않다. 해발 0m에서 출발하는 바닷가 인근의 산이란 점을 고려해도 내륙의 1000m급 고봉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정상의 바위 무리는 꽤 험하다. 특히 며느리 바위 일대가 그렇다. 멀리 바다에서 밀려오는 구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산정에 다다를 무렵에야 짙은 안개로 변해 덮친다. 구름이 잔뜩 밀려올 때는 앞을 분간하기 힘든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말레길 들머리인 우드랜드는 장흥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숙박 등 실내 시설은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됐지만, 산림 치유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명상과 호흡 요가, 맨발 걷기 등이 진행된다. 풍욕장이었던 비비에코토피아는 ‘사색의 숲’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입장료가 사라졌고 해먹 등의 시설물은 의자 등으로 교체됐다. 관광객들도 ‘사색의 숲’에서 진행되는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글 사진 장흥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잘 버텼는데… 코리안 듀오 동반 승리 사냥 또 아쉽게 실패

    잘 버텼는데… 코리안 듀오 동반 승리 사냥 또 아쉽게 실패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이번 시즌 두 번째 동반 선발 등판에서 나란히 호투했지만 승리 사냥에는 실패했다. 류현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세일런 필드에서 벌어진 뉴욕 양키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5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4사사구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팀이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왔지만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며 류현진의 승리가 날아갔다. 토론토는 8회초 역전을 허용하며 5-6으로 패했다. 지난달 2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5승째를 챙긴 류현진은 이후 3경기 연속 승수를 쌓는 데 실패했다. 4월에 1승 2패 평균자책점(ERA) 2.60, 5월에 4승 ERA 2.64로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지만 6월 들어 2패 ERA 6.95로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승리가 요원한 모습이다. 류현진은 체인지업 31개, 직구 30개, 커터 16개, 커브 12개, 싱커 3개를 던졌다. 빠른 공이 평균 시속 90.4마일(약 145.5㎞)로 시즌 평균 89.3마일(143.7㎞)보다 높았지만 체인지업이 흔들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체인지업의 헛스윙 유도와 스트라이크 판정이 각각 한 번뿐이었다. 이날 볼넷 4개는 올해 최다 기록이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커서 고전했다”며 “직구보다는 체인지업을 던질 때 제구가 흔들리는데 빨리 투구 밸런스를 잡겠다”고 밝혔다. 류현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경기를 시작한 김광현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5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0-1로 뒤졌을 때 내려갔지만 6회말 폴 골드슈미트의 적시타로 동점이 되면서 패전을 면했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말 골드슈미트의 끝내기 홈런으로 2-1로 승리했다.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가 이날 복귀한 김광현은 최고 시속 92.4마일(약 148.7㎞)을 던졌다. 볼넷이 5개로 빅리그 진출 후 한 경기 최다를 기록했지만 흐름을 잘 끊어내며 시즌 첫 6이닝을 소화했다. 김광현은 “볼넷을 많이 주고 볼을 많이 던져서 아쉽다”며 “그래도 강한 타구가 많이 안 나왔고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줘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허리 통증과 관련해서는 “경기 초반에는 허리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면서 “이닝이 지날수록 허리 상태에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경기에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웨딩드레스는 어떻게 흰색이 되었나/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웨딩드레스는 어떻게 흰색이 되었나/미술평론가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이 결혼 등록부에 서명을 하고 있다. 신부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오렌지꽃 화관과 베일을 썼다. 흰 바지와 흰 셔츠, 검은색 재킷을 입은 신랑은 톱해트를 손에 들고 신부가 서명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한 세기 전의 그림이지만, 신부의 모습은 지금과 다름이 없다. 혼례가 가지는 의미는 시대와 종족에 따라 다르다. 어떤 문화에서는 결혼을 여성이 어린 시절과 작별하고 자신이 자라온 환경에서 유리되는 것으로 생각해 애도하는 방식으로 결혼 의식을 치른다. 어떤 문화든 혼례를 사회적으로 공식화하는 점은 같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옛날처럼 획일적인 결혼식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주례를 생략하기도 하고, 신랑과 신부가 함께 손잡고 입장하기도 한다. 코로나라는 괴변은 하객이 없는 결혼식을 낳기도 했다. 그래도 변함없는 것은 신부의 순백색 웨딩드레스가 아닐까 한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웨딩드레스 색이 다양했다. 부유층은 황금색, 푸른색 등으로 드레스를 지어 입었고, 보통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색깔과 상관없이 제일 좋은 옷을 골라 입었다. 어쩌다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이 있었는데, 흰색이 선택된 이유는 값비쌌기 때문이었다.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흰옷은 부와 지위의 과시였다. 19세기 후반은 산업혁명으로 물자가 흔해져서 유행이란 게 처음 생겨난 시기였다. 1840년 빅토리아 여왕은 앨버트 공과 결혼할 때 흰색 예복을 입었다. 영국인들은 여왕 부부를 낭만적으로 이상화했으며, 축복받은 가정의 모범으로 생각했다. 젊은 여성들은 판화에서 본 여왕의 패션을 모방해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오렌지꽃 화관을 쓰기 시작했다. 패션 잡지들은 이에 가세해 흰색이 신부의 순진함과 순결함을 상징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술도 흰 드레스를 부추겼다. 흑백 사진에서는 흰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제국적 영토 확장과 더불어 빅토리아 여왕이 입었던 허리를 조이고 스커트를 잔뜩 부풀린 흰색 웨딩드레스도 전 세계로 퍼졌다. 오늘날 영국은 식민지를 잃고 유럽 서북쪽의 섬나라로 되돌아갔지만, 흰색 웨딩드레스의 제국은 여전하다. 미술평론가
  • 낯선 이와 부대낀 4시간… 지하철은 ‘영감’ 보물창고

    낯선 이와 부대낀 4시간… 지하철은 ‘영감’ 보물창고

    분당~일산 출퇴근길 일상 ‘빈틈의 온기’60여편 산문에 삶이 주는 기쁨 녹여내다음 작품 ‘결혼 보험’ 소재 경장편 귀띔“지하철은 책도 읽고 쪽잠도 자고, 온라인 쇼핑은 물론 틈틈이 원고도 쓸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죠. 지하철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처럼, 우연히 만나는 모든 것에서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받으면 온갖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소설 ‘밤의 여행자들’,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등에서 기발한 통찰력을 보여 준 윤고은(41) 작가가 등단 18년 만에 처음 에세이집 ‘빈틈의 온기’(흐름출판)를 냈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서 경기 분당에서 일산까지 출퇴근에만 4시간이 걸리는 그의 일상이 담겼다. 최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는 “문학은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내는 경로 중에 가장 좋은 것이고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의 모티브”라며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제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들”이라고 말했다. 60여편 산문에는 삶이 주는 기쁨이 녹아 있다. 작가는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전거 바퀴에 껴 엉망이 된 스웨터를 가방에 구겨 넣은 채로 돌진하고, 카페에선 시럽을 손소독제인 줄 알고 열심히 테이블을 닦기도 했다. 의외로 빈틈이 많은 ‘허당 기질’ 고백이 유쾌함을 준다. 하지만 아주 작은 빈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곳곳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의 기억을 되짚어 가는 글에는 애정이 가득하다.EBS ‘윤고은의 북카페’ 진행을 맡게 된 것은 그에게 또 다른 문학적 자극이다. 최근 발표한 단편소설 ‘우주를 건너가는 밤’에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라디오DJ가 등장한다. 작가는 “어떻게 보면 제 개인적 욕심이 종종 작품에 투영되는 셈”이라며 “재미있는 시작점이 있어야 소설을 쓰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난 여행 상품을 소재로 한 ‘밤의 여행자들’(2013)도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에서 나왔다. 미국 남부를 초토로 만든 허리케인을 떠올리며 쓴 이 소설은 지난해 미국·영국 등에서 번역 출간됐다.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가디언)라는 호평을 받았고,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시상하는 ‘대거상’ 번역소설 부문에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에코 스릴러나 범죄추리 소설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재발견되는 게 무척 재미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빈부 격차를 드러낸 내용이 코로나19 현실과 겹쳐 호응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자 작가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 대비해 미리 보험을 들어 놓는 ‘결혼 보험’에 대한 경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 하종훈 사진 박지환 기자 artg@seoul.co.kr
  •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전통 농업유산 스토리텔러… “잊혀져 가는 마을에 색을 입히죠”

    “무덤 속 문화재는 언제라도 발굴하면 되지만 농촌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전통 지식은 지금이 발굴해 기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전통 지식 또한 없어집니다.” 농촌진흥청(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환경자원과 정명철 농업연구사는 마을을 다니며 전통 농업유산을 발굴하는 이야기꾼이다. 마을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특색 있는 마을 문화를 찾아 보전하고 선조들이 대를 이어 전승해 온 농업문화와 토지이용 방법을 기록한다. 울릉도 밭농업, 경북 의성 전통수리농업, 경남 고성 해안지역 둠벙관개시스템, 전북 완주 생강 전통농업 등이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국가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인사혁신처 도움으로 15일 서울신문과 만난 정 연구사는 “연구 현장이 농촌이고, 사람과 만난다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정 연구사가 처음 인연을 맺은 마을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마을이다. 60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을 6개월간 수시로 찾아 집집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마을에는 농바우라는 바위가 있어요. 기계로 깎아 놓은 듯 네모반듯해 농바우라고 부르는데, 가뭄이 들면 마을 주민들이 이 바위에 동아줄을 걸쳐 잡아당기는 ‘농바우끄시기’를 해요. 여자들만 참여하는 기우제로 남자들은 근처에도 못 갑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으면 마을 여자들이 옷을 다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채 계곡에 들어가 소쿠리로 물을 끼얹으며 날궂이를 합니다. 이 요상한 꼴을 보다 못한 하늘이 노해 비를 내려준다는 거예요.”마을 어르신들을 통해 전해지던 평촌마을만의 특이한 기우제는 정 연구사의 손을 거쳐 충남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됐다. 여기에 평촌마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각종 농촌체험을 더해 민속체험 프로그램도 탄생했다. 그는 민속문화 발굴 작업을 “마을에 색을 입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주민들과 몇날 며칠 이야기하다 보면 옛날 노래도 쑥쑥 뽑아낸다. “6개월 정도 마을을 다니면 주민들과 매우 친해져요. 저한테 별 이야기를 다 하시거든요. 제가 ‘겨울 농한기 때는 뭐하세요’라고 물었더니 마을 어머님들이 ‘물장구를 쳤지’라고 하시더라고요. 항아리 뚜껑에 물을 채우고 박을 뒤집어엎어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장단이 아주 기가 막혀요. 이걸 7~8명이 함께 하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만들자고 했지요. 공연 때 마을 주민들이 나와 덩실덩실 춤을 췄어요. 잊히고 사라진 것들을 되돌리니 흥겹기도 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정 연구사의 책상에는 이 마을 주민들이 준 감사패가 놓여 있다. 미사여구 없이 ‘고마워요!’라고 적힌 이 순박한 감사패를 그는 애지중지한다. 정 연구사는 “마을의 민속 자원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잘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문화 콘텐츠까지 만드는 작업이 스토리텔링의 완성”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유산을 발굴할 때도 그는 항상 스토리를 입힌다. 사람이 만든 문화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넣지 않으면 그 맛을 온전히 살리지 못한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울릉도 화산섬 밭농업을 발굴할 때도 그는 울릉도를 수차례 오가며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울릉도는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섬이다.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에 도전하며 농사를 지어야 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험준한 산간 지형에 맞춘 경사지 농업이었다. 경사지의 최고 기울기가 63도에 이른다.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곳에서 부지깽이 등 나물 농사를 지어요. ‘이렇게 높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으세요’라고 물었더니, 할머니 한 분이 ‘우리는 하나도 안 힘들어. 허리 굽힐 일 없이 서서 호미질을 할 수 있거든’ 하셨어요. 예전에는 산꼭대기 나무에 쇠줄을 걸어 암벽등반 하듯 밭을 올랐다고 해요. 지금은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어요.” 경사가 높으면 물이 고이지 않고 양분도 바로 흘러내리는데 어떻게 농사를 지을까. 정 연구사는 조사를 마치고 배를 타러 포구로 나오다가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뱃고동은 울리는데 해무가 잔뜩 끼어 몇 걸음 앞에 있는 배조차 보이지 않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 해무가 정오까지 섬을 휘감고 경사지 밭에 수분을 공급해 주고 있었어요. 양분은 울릉도 칡소를 활용해요. 훌쩍 자라 질긴 나물을 소에게 먹이고, 소의 분뇨를 퇴비로 씁니다. 퇴비는 산나물을 다시 건강하게 키워 줍니다. 이걸 경축순환농법이라고 해요. 자원을 하나도 남김없이 투여하는 농업이죠.”2018년 의성전통수리농업을 발굴한 과정도 흥미롭다. 학회에서 만난 한 교수로부터 ‘경북 의성군 금성산에 오르니 아랫마을 평야지역에 못이 드글드글하더라’는 얘기를 듣고 의성으로 차를 몰았다. 정말 금성산 일대 평야지역에만 둑을 쌓아 물을 가둔 1500여개의 못이 있었다. 특히 못마다 태조실록에 기록된 전통 배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수통에서 못종을 뽑으면 못물이 일시에 배수돼 마늘밭을 논으로 바꿔 놓아요. 6월 중순쯤 마늘 수확이 끝나면 물을 채워 벼농사를 짓는 거죠. 마늘 재배 후 벼를 이모작하려면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필요한데, 이때 못 수문을 열어 마른 한전(旱田)을 일시에 수전(水田)으로 바꿔요. 우린 이를 ‘한전 수전 극적 전환 시스템’이라고 불렀어요.” 농업은 갈수록 첨단화되는데, 이런 농업유산 발굴이 왜 필요할까. 정 연구사는 “조상의 지혜를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국가농업유산에 콘텐츠를 결합시켜 특색있는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유산이나 마을 전통 자원을 발굴하려면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하고 주민들을 만나야 해요. 생생한 기록들이 주민들 입을 통해 나오는 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마을을 다니지 못하니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어요. 70대만 해도 책이나 매체를 보고 배운 학습된 지식을 갖고 있어요. 80대 정도는 돼야 옛날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노인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지요.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더 많은 기록을 남기려면 서둘러야 해요.” 그는 전통 지식을 연구하는 농업연구사의 자질로 ‘관심’을 꼽았다. “농업연구사는 연구직이니 우선 학문적인 자질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에요. 어른신들의 한평생 지식을 끌어내려면 열정도 필요해요. 자칫 사라질 뻔한 전통유산, 농업유산을 붙잡아 동영상 등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곧 살아 있는 문화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선글라스 낀 바이든에 발끈한 英 “여왕은 안썼는데”

    선글라스 낀 바이든에 발끈한 英 “여왕은 안썼는데”

    영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글라스 차림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접견한 사진을 두고 영국에서는 결례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79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95세인 여왕을 상원의원 시절 이후 약 4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해 지난 13일(현지시간) 윈저성에서 여왕을 만났다. 1951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래 여왕을 만난 13번째 미국 현직 대통령이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왕이 만난 첫 번째 외국 원수가 됐다. 여왕은 윈저성 안뜰의 연단에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즐겨 쓰는 파일럿 선글라스를 썼다. 이를 두고 찰스 왕자의 전(前) 집사인 그랜트 해럴드는 시사잡지 뉴스위크에 “적어도 본인을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선글라스를 벗었어야 했다. 그날 햇빛이 밝긴했지만 여왕과 질 바이든 여사는 선글라스를 안 쓰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아일랜드계 혈통인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처럼 이번에도 여왕 앞에서 허리 숙이지 않았다. 바이든은 과거 부통령 시절 경호 보안코드명으로 자신의 뿌리를 지칭하는 ‘셀틱’(Celtic)을 사용했을 정도로 아일랜드계 혈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의 회고록을 인용해 “아일랜드계인 바이든 대통령의 어머니는 1982년 아들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처음 만날 당시 ‘여왕에게 허리 숙여 절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여왕을 다시 만나서도 절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윤고은 “지하철은 신선한 재미있는 곳…일상 모든 것이 작품 모티브죠”

    윤고은 “지하철은 신선한 재미있는 곳…일상 모든 것이 작품 모티브죠”

    “지하철은 책도 읽고 쪽잠도 자고, 온라인 쇼핑은 물론 틈틈이 원고도 쓸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죠. 지하철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처럼, 우연히 만나는 모든 것에서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받으면 온갖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소설 ‘밤의 여행자들’,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 등에서 기발한 통찰력을 보여 준 윤고은(41) 작가가 등단 18년 만에 처음 에세이집 ‘빈틈의 온기’(흐름출판)를 냈다.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서 경기 분당에서 일산까지 출퇴근에만 4시간이 걸리는 그의 일상이 담겼다. 최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작가는 “문학은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내는 경로 중에 가장 좋은 것이고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의 모티브”라며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제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들”이라고 말했다.60여편 산문에는 삶이 주는 기쁨이 녹아 있다. 작가는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자전거 바퀴에 껴 엉망이 된 스웨터를 가방에 구겨 넣은 채로 돌진하고, 카페에선 시럽을 손소독제인 줄 알고 열심히 테이블을 닦기도 했다. 의외로 빈틈이 많은 ‘허당 기질’ 고백이 유쾌함을 준다. 하지만 아주 작은 빈틈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곳곳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의 기억을 되짚어 가는 글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EBS ‘윤고은의 북카페’ 진행을 맡게 된 것은 그에게 또 다른 문학적 자극이다. 최근 발표한 단편소설 ‘우주를 건너가는 밤’에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라디오DJ가 등장한다. 집과 방송국간 거리가 먼 작가는 “어떻게 보면 제 개인적 욕심이 종종 작품에 투영되는 셈”이라며 “재미있는 시작점이 있어야 소설을 쓰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난 여행 상품을 소재로 한 ‘밤의 여행자들’(2013)도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의 성향에서 나왔다. 미국 남부를 초토로 만든 허리케인을 떠올리며 쓴 이 소설은 지난해 미국·영국 등에서 번역 출간됐다. “흥미로운 에코 스릴러”(가디언)라는 호평을 받았고, 영국추리작가협회(CWA)에서 시상하는 ‘대거상’ 번역소설 부문에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에코 스릴러나 범죄추리 소설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재발견되는 게 무척 재미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빈부 격차를 드러낸 내용이 코로나19 현실과 겹쳐 호응을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13년 나온 책이 7년이나 지난 지난해 번역 출간됐는데, 한국 문학의 해외 번역이 좀 더 활발해져 국내외 출간 시차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다음 작품 계획을 묻자 작가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 대비해 미리 보험을 들어 놓는 ‘결혼 보험’에 대한 경장편 소설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발 앞서 미래를 엿보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윤고은 다운 상상력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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