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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시대] 복제약이 매출 절반 “업체 90% 문 닫을 판”

    [한·미 FTA 시대] 복제약이 매출 절반 “업체 90% 문 닫을 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9개 분야 가운데 의약품도 수비에 치중했던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3골 먹을 것을 대부분 지켜냈다.”는 정부측 평가와 달리 국내 중소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발가벗겨졌다.”는 자조 섞인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약품 협상은 애초 ‘얼마나 잃지 않느냐.’가 관건이었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신약 특허가 연장되고, 신약 관련 자료 독점권이 인정되면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성분을 조금 달리한 약)에 의존한 국내 제약사는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로선 FTA 협정 발효 이후 소비자들이 입을 피해액을 추정하기가 불가능하다. 제약업계 안팎에선 “소비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피부로 느끼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정확한 피해규모 산출은 2∼3년 더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신약최저가 보장등 최소 3골은 막아” 한·미 FTA를 전기로 의약품 분야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 전화위복이 될지, 쓰나미에 휩쓸려 추락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제약회사들이 다 망할 판”이라는 푸념 뒤에는 제약산업이 원래 ‘고위험 고수익’ 특성을 지닌 만큼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진출에 일조할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우선 협상 결과를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협상단은 ▲신약의 최저가 보장 ▲물가인상에 따른 약가 연동조정 ▲등재평가와 약가결정 분리 등 정부의 ‘약가 적정화 방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미국측 요구를 대부분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제약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핵심인 ▲신약의 특허기간 연장 ▲신약 자료독점권 인정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등 중요한 부문에서 미국측 주장이 관철됐다는 혹평이다. ●값싼 복제약 금지로 의료비 부담 늘듯 이는 ‘신약의 특허권 강화’로 귀결된다. 미국계 제약회사는 한국에서의 특허기간(약 17년)에 더해 품목 허가기간까지 특허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품목허가 때 제출한 자료는 최소 5년간 국내 제약사가 원용하지 못한다. 제네릭은 물론 부속성분을 조금 달리한 개량신약도 적용 대상이다. 허가와 특허가 연계돼 신약 개발 회사는 특허 소송(특허청)과 함께 품목허가정지 가처분신청(식약청)을 밟을 수 있다. 내용을 조금 달리해 소송을 반복할 경우, 그만큼 값싼 제네릭과 개량약 출시는 늦춰진다. 이는 비싼 외국 신약 의존도를 높여 의료비 상승을 가져올 전망이다.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가격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는 독립기구와 양국 의약품 문제를 논의할 위원회 설치도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자본, 기술력으로 버텨온 데다 미국측의 ‘윤리적 영업행위’ 요구가 받아들여져 리베이트 관행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의약품 시장에서 복제약은 매출액 대비 49%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미국계 제약회사가 지난해 45조원의 매출을 올린 데 반해 국내 최대 제약사인 동아제약은 5712억원에 그쳤다. 제약계 안팎에선 결국 200여 제약업체(제약업계 회원사 기준) 가운데 신약개발 능력이 있는 20여군데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2004년 체결된 미·호주 FTA 이후 살아남은 호주 제약사는 10개에 못 미친다. ●업계 해외개척·정부 조세지원 필요 이의경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교수는 “국내 제네릭 기업들이 복제약품 중심의 내수시장을 탈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 “제약시장에서 다국적 기업 매출 비중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제약기업은 고부가가치 개량신약과 신약을 개발해 인도나 이스라엘처럼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조세정책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은 감춰진 또 다른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시작 단계부터 의제에서 제외됐지만 일단 협정이 발효되고 교류가 늘어나면 추가개방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삼성물산 건설 특허기술 207건 협력사에 제공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경영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200여건의 특허기술을 협력업체에 공개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협력회사 모임인 성건회 정기총회에서 건설업 발전을 위해 협력회사에 대해 기술 지원을 늘려 상생경영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협력회사에 지식재산권 무상 제공 ▲협력회사에 기술개발비 지원을 통한 기술협력 체제 강화 ▲협력회사와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공간인 코스모스 시스템 안착을 약속했다. 이로써 협력회사는 경쟁력을 높이고 삼성은 품질향상을 도모하는 상생 경영의 기반을 다졌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한·미 FTA 시대] 상품분야 관세 ‘10년내 철폐’ 비율 100% 육박

    [한·미 FTA 시대] 상품분야 관세 ‘10년내 철폐’ 비율 100% 육박

    외교통상부가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야별 최종 협상결과를 4일 국회에 보고했다. 모두 84쪽으로 분과별 협정 기본내용과 주요 쟁점별 타결내용이 기대효과와 함께 실려 있다.2일 발표 때 공개되지 않은 내용 위주로 협정의 세부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이와 함께 FTA 교수연구회가 발표한 ‘한·미 FTA 평가’ 내용을 분야별로 덧붙인다. ■ 車·섬유 - 친환경車 10년뒤-섬유 1387종 즉시 ‘관세0’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의 국내 수입 관세(8%)는 10년 후 완전 철폐된다. 타이어에 대한 미국 관세(4%)는 5년 후에 없어진다. 서로의 취약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원산지 판정 방식은 미국의 순원가법(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재료비·인건비 등 순수 원가만 계산)과 한국의 공제법(판매관리비도 포함)을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수출업체가 각자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미국산’ 독일차와 일본차도 관세 폐지 혜택을 누리게 됐다. 배기량 2000㏄ 초과 차량의 특별소비세(현행 10%)는 FTA 발효 직후 8%로 내린 뒤 3년 안에 단계적으로 5%까지 인하한다. 자동차 보유세도 내린다. 총 4000억원의 자동차 세수 감소가 예상된다. 스웨터·양말·화섬 단(短)섬유 등 1387개 항목의 미국 수입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폴리에스터 장(長)섬유 직물, 남성 면셔츠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어진다.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화섬 편직물 일부와 타이어코드 직물 등이다. 우리나라는 데님·폴리아미드 장섬유사 등을 즉시 또는 3,5,1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금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61%, 미국은 71%를 따냈다. 섬유 생산을 위한 원자재 공급이 부족할 경우 한쪽 당사국이 요청하면 원산지 기준 개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 60일 이내 개정하기로 했다. 관세 철폐로 피해가 급증하면 긴급 수입제한을 발동할 수 있는 세이프 가드도 품목별로 관세 철폐시점부터 10년까지 인정했다. ●평가 상품분야(제조업·임수산물)는 협상이 가장 잘된 분야다. 두 나라는 가급적 이른 시일내(대부분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보통 FTA 관세 철폐는 10년 내 철폐비율을 주로 비교해 시장개방 범위를 비교하게 된다. 한·미 FTA는 10년내 상품분야 관세철폐 비율이 100%에 이른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 상품분야는 100% 자유화됐으나 세라믹, 유리, 시계부품 등은 최장 15년까지 단계별 관세철폐를 허용했다. 두 나라는 예외 없이 100%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농산물 - 탈지·전지분유·천연꿀등 현행관세 유지 포도주, 냉동 오렌지주스, 화훼류, 옥수수 등 576개 품목은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쌀과 관련 제품은 관세 양허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뼈 있는 쇠고기’ 수입은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판정 결과 이후 수입 재개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쇠고기와 감귤·고추·마늘·양파는 15년, 인삼은 18년, 배와 사과는 20년, 포도는 17년에 걸쳐 각각 관세가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육은 10년에 걸쳐, 냉동육은 2014년 1월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탈지·전지분유와 연유, 식용감자, 천연꿀 등의 경우 현행 관세가 유지된다. 그러나 무관세 쿼터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과 중에서 후지사과는 20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세이프가드는 23년간 적용된다. 나머지 사과 품목은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이다. 배 중에서 아시아 품종은 관세철폐 기간이 20년이며, 나머지는 10년이다. ●평가 교수연구회는 “미국측의 최대 목표가 쇠고기시장 개방임을 감안할 때 관세율 인하 시기를 15년간으로 설정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과일을 포함한 농산품의 예외 없는 개방도 요구했던 점을 고려하면 식용 감자 등 5개 품목의 관세율을 현행으로 유지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협상 진행과정에서 농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과의 내부 협상과정이 생략돼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전자·통신 - 지배적 통신사업자 ‘교차보조행위’ 금지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전용회선, 전주·관로·도관의 이용 등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양측의 무선분야 지배적 사업자는 이같은 의무 적용에서 배제하되 상호접속 의무는 SK텔레콤에 적용하기로 했다. 통신사업자가 상대국의 사업자에게 상호접속, 번호 이동, 동등다이얼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지배적 사업자가 ‘교차보조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란 지배적 사업자가 자신의 독점력을 통해 획득한 초과이윤을 다른 통신시장에 종사하는 자회사·계열사 등에 보조하는 행위로, 이미 국내시장에서도 공정위 조사 등을 통해 확립된 관행이다. 가장 중요한 표준 정립 문제에서 양국간 기술표준정책 추진 권한을 인정함으로써 양국간 분쟁의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평가 두 나라 모두 통신사업자의 외자지분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낮은 수준의 타협이다. 통신기술선택의 문제는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포함시키려는 우리측의 주장과 완전히 시장에 맡기자는 미국측의 주장이 대립했으나 정당한 목표의 범위를 한정하고 절차상의 투명성을 높이는 단서를 추가했지만 우리측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에 관한 협정은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한 결과를 보면 우리측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된 것을 알 수 있으나 크게 보면 어느 편이 유리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환경 - 환경이사회 공개세션등 대중참여 강화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시민단체 등 일반대중이 정부에 환경협정문 이행에 관한 정보와 환경문제 관련 특정 현안의 해결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협상에서 대중참여제도를 도입, 환경이사회의 공개세션 개최나 국가자문위원회 운영 등 다양한 대중 참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기업 등이 환경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을 때 피해를 당한 개인이나 경쟁 기업이 위반 기업 등을 제재하도록 요구하거나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법적 절차를 보장한 것도 눈에 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 및 환경법의 효과적인 집행 의무를 준수하고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해 기존의 환경보호 수준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평가 일부 시민단체는 한·미 FTA가 환경법의 제·개정 등을 어렵게 해 우리나라 정책 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정국의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관련법 집행에서 당사국의 재량을 주권사항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문제가 될 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무역구제 - ‘개성공단=역외가공지역’ 지정부속서 채택 개성공단 분야와 관련, 양국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기준 충족 등 일정 기준 하에서 개성공단 등 특정 구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별도 부속서를 채택했다. 또한 미국·한국 안에서 최종 생산과정을 거친 물품은 원산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수입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 경우 가공과정에서 4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하거나 화학반응·정제공정 등을 거쳐 생산되면 원산지 인정을 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판정기준도 만들었다. 역외산 원부자재의 가격 비율이 10% 이하일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원산지를 인정하기로 했다.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반덤핑 제소장을 접수한 뒤 접수 사실을 상대국에 서면 통지하고,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제소 내용에 대해 협의하도록 했다.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에 대한 가격이나 물량합의 제도도 강화된다. ●평가 FTA 교수연구회의 개성공단·무역구제 사안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비이민 취업비자 확보 등 한국의 초기 목표에 비해 많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총평이다. 그러나 무역구제의 경우 무역구제위원회를 통해 우리 수출품에 대한 특혜성 대우를 확보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 역시 북핵 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도 부분적인 성과로 꼽았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노동 - 공중의견 제출·분쟁해결심판제 도입 주요 합의 내용 가운데 핵심은 노동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공중의견(Public Communication·PC) 제출제도 도입과 분쟁해결심판제도 등을 규정한 노동장(chapter)을 두기로 한 것이다.PC는 노동협정문을 위반했을 때 양국의 노동단체나 시민단체 등이 상대국에 시정요구 등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노동부에 접촉 창구를 개설, 운영하게 된다. 위반 사실이 인정되면 양국 노동관련 부서 고위급 공무원으로 구성된 노동협의회 등에서 정부간 협의에 나서게 된다. 분쟁해결심판제는 협의에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명의 중립적인 패널이 사실관계를 조사해 시정권고를 하는 등 분쟁 해결 절차를 밟는 것이다. 노동법 위반국이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건당 최대 1500만달러의 벌과금이 부과된다. ●평가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이 국내노동법을 더욱 충실히 집행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 한·미 FTA로 인해 한국 정부는 노동 보호수준을 약화시키기 어려운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의약품 - 신약 임상자료 5년간 개발원용 금지 의약분야 협상 결과는 신약의 특허권 강화로 요약된다.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미국측 요구는 타당성을 갖지만 오리지널 약의 복제 약품과 일부 부속 성분을 달리한 개량 신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로선 큰 타격이다. 협상 타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품목허가 심사기간이 신약 특허기간에서 빠진다. 이는 심사에 걸리는 2년 정도의 시간만큼 복제약품의 출시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신약 품목허가 때 제출한 임상자료를 최소 5년간 국내 제약사가 개발에 원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의약품 허가 절차와 특허 소송이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와는 달리 신약 개발회사는 특허소송과 복제약에 대한 품목 허가정지 가처분신청을 동시에 낼 수 있다. 그만큼 복제약품의 생산은 지연된다. ●평가 국내산업 및 소비자에 미치는 단기적 피해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도 개혁과 국내 제약산업의 올바른 방향 설정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신약 최저가 보장 요구’ 등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피해를 주는 미국측 움직임을 막아냈다는 입장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문화산업 - IPTV등 정부규제권한 포괄적 유보 한·미 FTA 타결로 방송, 영화, 지적재산권 등 문화산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방송 분야에서는 케이블TV 등 현재 성업중인 시장영역을 미국에 열어준 대신 향후 잠재가치가 큰 분야는 우리측 주도로 시장규칙을 만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IPTV 등 새로 출현하는 서비스인 방송통신융합서비스와 온라인 시청각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권한(내외국인 차별권한 포함)도 포괄적으로 유보했다. 온라인 시청각 콘텐츠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규제권한을 유보, 미래의 디지털 방송환경 속에서 국산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권한을 확보했다. 지적재산권의 경우 특히 온라인 저작권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크래킹’(사용자가 임의로 기존 프로그램을 해독하는 행위) 등을 통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접근하는 것을 통제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불법 해독된 위성 또는 케이블 신호를 수신·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부의 정품 저작물 사용도 의무화됐다. 상표에서는 상표권의 배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으로 한정했으며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자 및 상표권자에게 선출원주의에 근거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했다. 상표 사용권의 등록요건을 폐지하고 냄새나 소리도 상표로 인정토록 했으며 증명표장제도를 도입했다. 특허 분야에서는 심사지연 등 특허청의 귀책사유로 특허 출원 후 4년, 심사청구 후 3년이 모두 지나 등록된 경우 지연된 기간 만큼 존속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평가 최경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연구실장은 “저작권자의 권리보호 문제는 상대적이어서 변화한 시장환경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화위원회 김혜준 사무국장은 “스크린쿼터가 당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울 때 안전판 역할을 하던 것이 사라져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업계는 “외국에 소유 지분을 100% 허용하는 것은 방송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금융 - 재보험등 4개 분야 해외금융거래 허용 금융 분야에선 국책금융기관과 우체국 보험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해외송금을 1년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농어촌·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은 계속 가능하다. 재보험·항공보험·수출입적하·해상보험 등 4개 분야에서 국경간 금융거래를 허용했다. 하지만 개인간 소매금융은 제외, 온라인으로 개인이 미국에 있는 은행 등과 거래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투자 분야에선 외국 기업이 영업상 침해를 입은 ‘간접수용’의 판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국가소송제(ISD)를 도입했다. 간접수용의 기준과 관련해선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침해가 재산권을 직접 박탈하거나 국유화하는 ‘직접수용’과 동등해야 하며 ▲정부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의 합리적 기대를 벗어났거나 ▲특별한 희생을 강요했지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평가 교수연구회는 국경간 금융거래 개방은 미흡하다고 지적했으나 단기 세이프가드는 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또 “조세·부동산 정책이 배제된 것은 우리 입장이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조세·부동산 정책도 100% 예외로 인정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간접수용이란 용어가 생소하지만 우리 헌법도 공익을 목적으로 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에도 정당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수립이나 규제 도입 때 투자협정의 합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정부조달 - 年 3700억달러 美조달시장 진출 길 활짝 중앙정부의 물품과 서비스조달 개방 대상을 현재 19만달러 이상에서 10만달러(약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미국내 조달 경험이 없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의 20배인 연간 37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미국은 입찰참가 및 낙찰자 결정 때 미국내 실적만을 요구해 왔으나 이번에 한국에서의 실적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조달청은 연간 최대 6조원 정도의 시장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수 조달청 국제물자본부장은 “미국 기업의 한국내 진입보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더 유리해진 상황”이라며 “다만 첨단 의료, 영상장비와 광학장비 등 국내 생산업체가 없는 분야의 국내 진입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가 미국의 주정부 조달시장을 추가로 개방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우리의 지방정부와 공기업 개방도 막아 균형이 이뤄졌다. 정부 조달의 범위에 BOT(건설-운영-이전) 계약 등 민자유치 사업도 포함시킨 것도 우리에게 진출 기회가 더 크다는 점에서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는 학교급식은 예외를 인정받은 것도 우리가 요구한 사항으로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한·미 FTA 시대] 한우값 절반으로 뚝? 20%정도 떨어질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난산 끝에 타결됐지만 협상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세부 내용이 4일 공개된 탓도 있지만 이해 관계에 얽혀 피해 추정액이 부풀려지거나 혜택이 과대 포장되기 때문이다. 당장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나 쇠고기 수입시기에 대해 청와대와 관계부처간 생각마저 엇갈리는 실정이다. ● ‘뼈’쇠고기도 수입 되나? 미국산 쇠고기 관세 40%는 한 해 2.7%씩 15년에 걸쳐 없어진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경우)소 값이 20%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 값의 40∼50% 선에서 팔릴 것으로 본다.LA갈비는 수입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가 등급을 받으면 30개월 미만이나 뼈 없는 살코기 수입을 주장하기가 어렵다. 다만 농림부는 국제기준과 관계없이 자체 위생조건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도축된 캐나다·멕시코산 쇠고기도 미국산으로 인정해 국내에서 반발과 논란이 예상된다. ● 아이비리그 분교 개설? 교육은 의료 분야와 함께 FTA 협상대상에서 빠졌다. 노 대통령도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교육계와 의료계의 ‘밥 그릇 챙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FTA가 체결되면 미국으로 유학가지 않고 하버드대 국내 분교에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다만 외국계 학교와 병원 설립이 허용된 경제투자구역에서는 투자가 늘 수 있다. 현재 뉴욕장로병원이 2008년 이후 인천 송도지역에 병원 설립을 추진중이다.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 상호인정은 제외됐다. 국내 변호사가 미국에서 일하려면 다시 자격증을 따야 한다. ● 개성공단 제품 한국산? 한·미 양국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합의한 것은 맞다.FTA 협정이 발효되면 위원회의 심사·결정을 통해 개성공단이나 여타 지역을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개성공단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것과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시각차가 크다는 뜻이다. ● 美서 생산 일본차는? 미국에서 생산된 승용차라도 부품을 현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써야 한다.50% 이상이 거론된다. 미달하면 일본산으로 취급, 관세 혜택을 못 받는다. 또한 3000㏄ 이하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지만 그 이상은 3년이 걸린다. 따라서 당장 크게 는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에서 생산된 현대 쏘나타(2400㏄)의 경우 1만 8545달러에 팔린다. 반면 국내 소나타 값은 2550만원선이다. 단순 비교하면 미국산이 700만원 정도 싸지만 국내로 들여오는 물류비용과 미국 생산차에 없는 옵션을 감안하면 한쪽이 낫다고 말할 수 없다. ● 美신약 싸게 산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미국산 신약은 관세 8%가 사라져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업체들이 복제해 판매하는 경우 오를 여지가 있다. 미국산 신약의 특허기간에 국내 제약사가 식약청에 복제허가를 신청하면 특허기간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복제약 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특허기간 중에 미국 제약사가 국내업체의 복제약 허가신청에 소송을 제기하면 허가절차는 자동 중단된다. ● 골프채 값 떨어진다? 골프채에 부과되는 관세 8%는 FTA 발효와 함께 즉각 철폐된다. 따라서 그만큼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유통단계에서의 마진이 늘어나면 가격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에스티로더 등 유명한 미국산 화장품은 관세철폐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 된다. 대부분 벨기에 등 유럽에서 생산된 원산지 적용에 걸리기 때문이다. ● 美맥주 싸게 먹는다? 와인은 관세 15%가 즉각 철폐된다. 따라서 FTA 발효되면 가격이 크게 싸진다. 하지만 맥주는 7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2009년 발효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2015년이 돼야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산 위스키는 5년뒤 관세가 철폐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美의회 ‘비준’ 부정적 기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한·미 FTA가 타결된 뒤 미국 언론들은 비준에 대한 의회의 부정적 기류를 심상찮은 수준으로 소개하고 있다. 의회에 대해 ‘큰 그림을 놓쳐선 안 된다.’며 비준을 촉구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양국 의회가, 과거 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당선될 수 있었던 의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농업이 경제토대인 주(州) 출신 의원들이 이번 협정에서 미국의 쇠고기 수출제한 해제, 한국 쌀시장 개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미 민주당 하원이 지난주 향후 무역협상에서 노동·환경 관련 조항을 강화할 것을 행정부에 요구한 것도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한국과의 FTA 협정은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필요하다면 협상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논의를 한국과 벌일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의회의 비준과 관련,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CSM)도 3일 미 의회에서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막고 무역거래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 즉 파이를 키우기보다 세계의 기존 ‘무역파이’에서 미국의 몫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시안적 견해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는 7월까지 비준을 얻어내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CSM은 “한·미 FTA가 한국 농촌을 여전히 보호하고 자동차 시장에 미묘한 장벽을 둠으로써 미국의 입장에 완벽하진 않지만 이는 무역협상에서 일반적인 ‘주고받기’”라면서 “의회는 작은 부분에 집착하지 말고 미 경제 번영을 위해 FTA를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는 한·미 FTA 타결로 일본의 기업들이 잠재적인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AP통신의 도쿄발 기사를 동시에 게재했다. 미국 시장에 한국의 수출 길을 열어준 한·미 협정 체결로 일본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dawn@seoul.co.kr ■ FTA 전체점수는 ‘중상’ 무역구제등 미흡 FTA교수연구회(회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는 4일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중상’ 이상의 후한 평점을 줬지만 무역구제와 개성공단, 비이민 취업비자 확보 등은 결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교수연구회는 이날 오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평가’자료를 발표했다. 평가연구회는 양국이 민감한 분야에 필요한 구조조정 시간을 확보하면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확보했느냐를 잣대로 협상 결과를 평가할 경우 적어도 ‘중상급’이라고 평가했다. FTA 교수연구회는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한 분야로 무역구제와 개성공단, 비이민 취업비자 확보 등을 꼽았다. 우리가 초기에 설정한 목표에 비해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무역구제위원회와 역외가공 방식 적용 등은 부분적인 성과로 꼽았다. 서비스 분야의 개방 수준이 낮다는 것도 협상의 미흡한 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의료, 교육 등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개방,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협상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후한 점수를 줬다. 먼저 자동차 등 공산품에서 폭넓은 개방을 주고받으면서 상호 시장개방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성 제거·생산성 증대라는 FTA 협상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이다. 또한 한국의 쌀과 미국의 해운 서비스 등 초민감 분야는 협상 대상에서 예외로 처리하고, 쇠고기와 섬유 등 민감 품목은 서로 개방의 수위를 낮춰 상당한 구조조정 기간을 확보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금융 세이프가드 도입, 투자자-정부간 소송제도에서 환경, 부동산, 조세 등은 예외로 설정한 것도 성과로 인정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미 FTA 시대] 美 와인 “칠레産 한판 붙자”

    [한·미 FTA 시대] 美 와인 “칠레産 한판 붙자”

    미국과 칠레가 국내 와인시장의 2위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한·미 FTA 체결로 미국산 와인의 관세가 즉시철폐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칠레산 와인은 한·칠레 FTA에 따라 2004년부터 5년에 걸쳐 와인 관세 15%를 없애기로 돼 있다. 그 결과 첫해부터 칠레산은 미국산을 따돌리고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FTA로 칠레산 와인의 가격 경쟁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상황은 역전될 수도 있다. 품질을 떠나 최소한 가격 측면에선 동등한 조건이 된다. 예컨대 와인 수입가격이 1만원이면 미국산에는 현재 관세 15%(1500원)가 붙는다. 이어 수입가격과 관세를 더한 1만 1500원에 주세 30%(3450원)가 부과된다. 또한 관세와 주세에 각각 10%씩인 150원과 345원이 교육세(495원)로 추가된다. 이같은 금액을 모두 합친 1만 5445원에 부가가치세 10%(1544원)가 붙는다. 물론 부가세는 환급받을 수 있지만 수입비용과 유통마진을 뺀 와인의 판매원가는 1만 7000원이 된다. 하지만 미국산 와인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수입가격에 주세(3000원)와 교육세(300원)만 붙고 부가가치세를 합해도 판매원가는 1만 4630원으로 준다. 물류비용과 마진을 제외한 원가가 14%(2370원) 낮아져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셈이다. 유통마진까지 합한다면 20% 이상 개선효과가 기대된다. 와인수입 전문업체인 금영인터내셔널의 김석 전무는 “품질과 가격면에서 칠레산에 대한 선호도가 아직은 높아 당장 역전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미국산 나파밸리의 품질이 알려지고 가격 경쟁력도 생기면 미국산 수요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와인은 칠레산보다 가격이 15∼20% 비싸다고 덧붙였다. 와인 수입은 2003년 프랑스산이 2400만달러로 국내 점유율은 프랑스가 49%로 1위를 지켰다. 미국이 810만달러(16.1%)로 2위, 칠레가 380만달러(7.6%)로 3위를 차지했다.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에는 프랑스가 1위(42.4%)를 지켰지만 점유율은 떨어지면서 칠레가 2위(16%)로 올라섰고 미국은 3위(13.6%)로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프랑스(38.2%), 칠레(17.4%), 미국(13.4%) 등의 순서로 칠레산 와인의 약진이 거듭되고 있다. 한국주류수입협회 관계자는 “한·미 FTA로 가격 대비 품질이 칠레산 못지않은 미국산 와인이 국내에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산 위스키와 맥주의 관세철폐 기간은 5년과 7년으로 합의됐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중소업체 “폐업 위기” 대형업체 “피해 적을것” ‘특허권 강화’로 요약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약분야 협상 타결 직후 국내 제약업계의 행보가 엇갈린다. ●“철저하게 발가벗겨졌다” 제네릭(복제)약품에 의지해 리베이트 관행을 이어오던 국내 중소 제약업체들이 “철저하게 발가벗겨졌다.”며 반발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 일부 대형 제약사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28개 다국적 제약사의 지사로 구성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와 200여개 국내 제약사로 구성된 한국제약협회(이하 제약협회)가 양분하고 있다. 이중 토종 제약사가 중심이 된 제약협회는 타결 직후 “협상결과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고 생존권 투쟁에 나섰다. 여기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군소 200여개 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엄청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약개발 능력을 지닌 10∼20곳의 국내 업체는 다소 느긋하다. 이들 또한 매출 1조원대 이상의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시장개방에 따른 전반적 약가 상승이 예상돼 손해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매출 5700억원대의 D제약,4000억원대 H제약 등은 시장개방이 본격화하는 2010년쯤 매출액 1조원대 진입이 예상된다. 그동안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약의존율을 높인 결과다. 반면 ‘제네릭’과 부속성분을 약간 달리한 ‘개량신약’에 의지한 영세업체들은 입지가 좁아졌다. 특허기간 동안 개량신약을, 특허기간 만료 직후에는 제네릭으로 법망을 피해가며 발빠른 영업전략을 구사했지만 지적재산권 보호강화로 타격이 예상된다. 현재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기준으로 69%에 달한다. 반면 KRPIA측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이던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5년간 오리지널 특허자료 보호 등 쟁점사항이 사실상 미국측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면서 특허권과 약가가 보장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FTA 협상결과, 특허분쟁 재판에서 다국적 업체가 승소할 경우, 과징금을 판매액보다 높게 부과하는 등 다양한 특허보호 방안도 도입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시장개척 나설것” 이에 대해 한 국내 대형 업체 관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신약개발 능력을 세계적 플랫폼에 맞춰 집중투자했다.”며 “피해가 예상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일반의약품 등에 눈을 돌려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소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켜냈다고 밝힌 신약의 최저가 보장 등은 선언적 의미일 뿐”이라며 “기술이 없는 만큼 통폐합도 할 수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FTA 시대-기타분야 득실] 의약품- 개량신약 개발 늦어져 피해 불가피

    의약부문은 농업과 함께 수비에 치중한 분야였다. 상호 ‘이익의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적절하게 타결됐다는 게 정부측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는 물론 소비자도 적잖은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미국측 요구대로 신약 특허기간의 사실상 연장, 약가에 대한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치, 자료독점권, 보건상품 관세 철폐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미국측 신약의 특허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신약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특허신약과 주요 성분은 같지만 부속 성분이 조금 다른 개량신약과 제네릭 의약품 출시도 늦어지게 됐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독점 판매 기간을 늘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큰 충격이다.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발이 늦어져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형근 건강세상을 위한 약사회 정책국장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급격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 예상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OUR STORY] 봄마중 가는 길은 행복하다

    봄이 멀지 않았다. 반가운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가 겨울옷을 먼저 벗어냈다.“겨울이 매섭다.”던 사람들,“이제 겨울도 끝물”이라더니 며칠 새 “봄 다 됐네.”로 인사말을 바꾼다. 어느새 풍향을 달리한 바람에는 겨울의 혹독한 살풍경 대신 남녘의 살가운 햇볕이 얹혀 온다. 그 바람 끝에 얼굴을 디밀고 흠흠 꽃내음을 맡으려는 도시인들에게 봄은 반갑게 풋풋한 품을 연다. 남녘의 시인이 보낸 편지글 속에서도 물씬 봄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의 매화예찬은 오롯하게 피어나는 홍매화의 서정이기도 하고, 시한을 힘겹게 넘어온 우리들의 월동기이기도 하다. 이 겨울 내내 저 매화를 기다려 왔습니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기에 그대와 나란히 서서 꽃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얼어서 터진 남루의 손등 감추지 않고, 그대의 손을 잡고 꽃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중략)오늘 홍매화꽃 사태 속에서 그대는 나의 꽃이었습니다. 우리는 억겁 인연의 가지에서 만난 따뜻한 햇살과 꽃이었습니다. 나는 그대에게로 무너지는 햇살이었고, 그대는 나에게로만 피는 꽃이었습니다.’(정일근 시인의 ‘사람의 사랑도 꽃이 될 수 있으니’ 중에서) 그 시인의 오감을 일깨운 봄의 장대한 서사가 막 시작되려 한다. 봄, 그 현란한 ‘만화방창(萬化方暢)’의 조화 속에서 목숨이란 목숨은 모두 새 뼈를 얻고, 거기에 새 피와 살을 얹어 또 한 해를 준비할 것이다. 모두들 길가로 나서 어디에서 흘러들었는지도 모르는 익숙한 향기에 다시 취할 것이고, 나설 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아련하게 추억할 것이다. 언젠가 이빨 시리게 맞았던 이른 봄날의 아릿한 바람과 그 바람에 실려온 아름다운 가슴앓이를. 문득, 꽃집에 다발로 실려와 놓인 남녘의 솜털 보드라운 버들개지의 벙그는 아퀴가 눈길을 끈다. 그 곁에 각시처럼 자리를 잡은 목련의 물오른 꽃망울이 수줍다 못해 부르르 제 몸을 떨고 있다. 화려한 봄 축제의 기억은 겨울이 길었던 사람들의 가슴에서 먼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이다. 남녘은 벌써 분주하다. 매화는 난분분하며 온 천지에 향기를 퍼뜨리고, 수더분한 산수유는 마을 어귀나 산발치에 아무렇게나 서서 겨울의 수묵에 샛노란 생명의 명도(明度)를 더한다. 아쉬운 무엇이 있어 더 머뭇거릴 것인가. 짧디나 짧은 봄, 그 봄으로 가자. 살 떨리게 반가운 꽃들을 찾아서.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남도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우수를 지난 봄이 경칩을 향해 줄달음 치고 있다. 봄처녀들의 가슴이 까닭없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것도 이맘때. 겨울이 맥없이 꼬리를 감추는 모습에서 서운함도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오는 봄이 달갑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남도의 들녘에서는 벌써 꽃소식이 전해온다. 문득 엉뚱한 상상이 고개를 쳐든다. 꽃이 북상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남도의 끝자락 해남에서 서울까지는 천리길, 400㎞정도 된다. 이곳에서 전해진 꽃소식이 10일 뒤면 서울에 가 닿는다니, 하루에 40㎞정도 가는 셈이다. 오는 봄을 맞으러 전라남도 무안과 함평 등을 다녀왔다. 세발낙지와 함평한우 등 먹거리와 은빛 숭어가 뛰노는 함평만 등 볼거리가 많아 봄맞이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글 사진 무안·함평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한우와 나비의 고장 함평 남도에 오면 가장 정감이 가는 것이 농가의 지붕. 팔작지붕이며 우진각 지붕 등 우리 고유의 지붕형태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집들이 꽤 많다. 멋들어지게 뻗어나간 처마를 보라. 마치 파란 봄하늘 속으로 훨훨 날아갈 것만 같지 않은가. 기능성만 강조하느라 멋없이 지붕 위를 싹뚝 잘라버린 양옥집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머리만큼은 서양 것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올곧은 자존심이 엿보인다. 점심 무렵 도착한 함평읍. 봄빛이 완연하다. 아직 겨울에 발목잡힌 도회지만 생각하고 걸쳐입은 두툼한 방한복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 얇아진 옷만큼이나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도 밝고 가볍다. 사실 함평은 이제껏 여행지로서는 특출나게 내세울 것이 없는 곳이었다. 함평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나비축제(www.hampyeong.jeonnam.kr). 우리나라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관광축제다. 올해는 5월 3∼8일까지 열린다. 나비 외에 유명한 것이 천지한우.‘전라도 소값을 좌우한다.’는 함평 우시장 덕분에 질좋은 한우고기를 싼값에 먹을 수 있다. 근동에서 음식솜씨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금송식당(061-324-5775)에 들어섰다. 생고기를 주문했더니 금방이라도 핏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검붉은 한우고기가 쟁반 가득 담겨 나왔다. 주인 김정애(50)씨의 음식자랑이 거침없이 이어졌다.“소고기는 앞다리를 먹어야 하지라. 앞박살, 양지, 홍두깨, 아롱사태, 부채뼈 살 등 5가지 부위가 골고루 섞여 있응께 맘껏 드시쇼.” 생고기 1인분 1만 7000원, 생고기 비빔밥은 5000원을 받는다. # 감태향 가득한 돌머리 해안 달고 쫄깃한 한우 생고기로 허기를 채운 다음 돌머리(石頭)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라 했다. 돌부리가 해수명당과 연결돼 있다 해서 광산 김씨들이 묏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물오른 봄바다. 감태(甘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언제든 질리지 않는 해조류 특유의 비릿하고 상큼한 향기다. 함평만 너머로는 해제반도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바닷물을 방조제 형태로 막아 만든 2700평의 수영장이 독특하다. 썰물 때도 해수욕을 즐길 수 있도록 노천 바다수영장을 만든 것. 수영장 둑이 높지 않아서 밀물 때 바닷물이 흘러들어와 자연스레 물갈이가 된다.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들도 썰물 때면 꼼짝없이 갇히게 될 터. 사람과 물고기들이 너나없이 한 곳에서 놀게 될 듯하다. # 펄떡거리는 숭어회 함평만과 해제반도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올린 숭어는 눈가에 황금색을 띠는 참숭어. 제철에다 자연산이다. 숭어껍질은 살짝 데쳐 소금장에 찍어먹는데,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숭어회 역시 달고 쫀득하기 이를데 없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붉은색 살을 보면 침이 절로 괸다. 바닷물에 한번 씻어놓으면 살이 더욱 꼬들꼬들해진다. 회를 뜨고 남은 뼈로끓인 매운탕은 국물맛이 달고 시원하다. 조금 때는 숭어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돌머리관광횟집(061-322-9228) 주인장의 음식솜씨가 제법 알려져 있다. 숭어회 1접시에 3만원을 받는데, 싱싱한 자연산 석굴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곁들여진다. ■ 무안에서 즐기는 5색 진미 무안 들녘은 황토땅. 차라리 붉은 색에 가깝다. 황토 들판 옆으로 푸른 양파와 마늘밭, 그리고 파아란 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한번 나들이에 5가지 감칠 맛을 맛볼 수 있다 해서 ‘무안 5미(五味)’라는 이름이 따로 붙었다.짚불 삼겹살, 양파 한우, 도리포 숭어, 영산강 장어, 무안 낙지 등. 들과 바다에서, 그리고 강에서 ‘오색진미’를 맛볼 수 있다. 들에서 나는 별미로는 단연 돼지짚불구이. 목포에 홍어삼합이 있다면, 사창리에는 짚불삼겹살 삼합이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기젓(갯벌 게로 만든 젓갈) 등이 어우러져 조화를 낸다. 암퇘지 삼겹살과 목살, 목등심 등을 볏짚을 이용해 1분정도 구워먹는데, 고기 속에 스며든 짚의 향긋한 냄새가 일품. 두암식당(061-452-3775)이 많이 알려져 있다. 삼겹살과 양파김치 원조를 자랑하는 곳. 김정순 할머니가 문을 연 이래 2대에 걸쳐 50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1인분 한 판에 6000원. 강에서 나는 음식으로는 명산리 장어구이가 첫손 꼽힌다. 영산강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장어마을이 형성돼 있다. 영산강 장어는 한때 바닥을 긁으면 그물 그득 잡힐 정도로 유명했다. 영산강 하구둑 축조 이후 장어가 크게 줄긴 했지만, 명산장어집(061-452-3379)은 3대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4미(1㎏ 4마리)에 4만원. 장어집 인근에는 동양 최대의 백련 서식지가 있다. 숭어와 더불어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로 세발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일에 지쳐 쓰러진 소에게 먹이면 벌떡 일어선다는 스태미나 식품. 주낙으로 건져 올리는 게 아니라 뻘에서 삽으로 파서 꺼낸다. 착 달라붙는 힘이 여간 아닌데다 맛 또한 일품이다. 무안 낙지는 통째로 먹어야 제맛이다. 특히 산낙지를 대소금에 비벼 잠시 기절시킨 다음 먹는 ‘기절낙지’는 별미 중 별미. 무안읍 공용터미널 뒤편에 기절낙지집들이 몰려 있다. 하남횟집(061-453-5805), 청계수산(061-453-5256) 등이 유명하다. 한 마리당 6000∼7000원. # 봄은 바다에서도 자란다 현경면 월두포구는 달머리(月頭)라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곳. 우리나라 최초의 갯벌 습지 보존지역인 함해만이 이곳 해운리에서 해제반도 만풍리까지 이어진다. 수령 300년 된 곰솔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는 가운데, 오른편 갯벌엔 연둣빛 감태가 푸르름을 뽐내고, 왼쪽편엔 초록빛 바다가 바람에 넘실댄다.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이 맞닿은 절묘한 풍경이다. 제 아무리 바람이 매섭고 파도가 거칠어도 밀려오는 봄기운을 막을 수는 없는 것. 붉은 생명력을 토해내는 황토밭과 푸른 바다 위로 봄빛이 찬란하다. ■ 기차타고 꽃마중 가요 ●섬진강 매화 청송여행사(www.114ktx.com)는 3월10일 오전 7시 30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임실 청매실농원, 익산 등을 둘러보고 오후 10시 30분에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상품을 마련했다. 어른 4만 3000원, 어린이 4만원.1577-7788. 홍익여행사(www.7788tour.co.kr)는 매화향 가득한 섬진강과 남원 등을 둘러본다.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49분 도착.3월17,18일. 어른 4만 9000원, 어린이 4만 6000원.(02)717-1002. ●진해군항제 벚꽃 3월31일과 4월1,4,5,8일 등 총 6회 운행한다. 진해 해군사령부, 제왕산 등을 돌아본다. 서울역 오전 7시 10분 출발, 오후 10시 50분 도착. 어른 5만 5000원, 어린이 5만 3000원. 경인관광여행사(www.ktx7788.co.kr 032-343-7788),KTX관광레저(www.ktx21.com 1544-7786), 지구투어 네트워크(www.jigutour.co.kr 1566-3035), 홍익여행사 ●쌍계사 십리 벚꽃 남원 재래시장과 춘향테마파크, 하동 화개장터, 십리벚꽃길 등을 둘러보는 상품. 용산역 오전 7시 출발, 오후 10시 30분 도착.4월7,8일. 어른 3만 9000원, 어린이 3만 8000원. 홍익여행사. ●금오산 왕벚꽃 금오산 왕벚꽃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등을 둘러본다.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도착.4월13일. 어른 4만 4000원, 어린이 4만 2000원.KTX관광레저. ●해인사 벚꽃 해인사와 홍류동 계곡의 벚꽃길을 돌아보는 상품. 서울역 오전 8시 출발, 오후 10시 10분 도착.4월13일. 어른 4만 6000원, 어린이 4만 3000원.KTX관광레저. ●환상의 섬 외도 꽃과 나무, 그리고 바다로 둘러싸인 섬 거제시 외도와 학동 몽돌해변, 바람의 언덕 등을 돌아보는 상품.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47분 영등포역을 출발해 다음날 오후 10시 6분 서울역으로 돌아온다. 어른 8만 9000원, 어린이 7만 5000원. 경인관광여행사. ●매화 축제와 오동도 동백 오후 10시30분 용산역을 출발, 광양 매화마을과 여수 오동도를 둘러보고 다음날 오후 10시 용산역으로 돌아온다.3월 17일. 어른 6만9000원, 어린이 6만5000원.KTX관광레저. ●섬진강 매화축제와 향일암 해돋이 여수 향일암 해돋이와 광양 매화축제 등을 둘러본다.3월23,24일. 서울역에서 오후 10시50분 출발해 다음날 오후 9시50분 돌아온다. 어른 6만 4000원, 어린이 5만 9000원.KTX관광레저. ■ 둘러볼 만한 곳 ●고막천교 궁궐이나 관청 등이 아닌 순수 민간지역의 다리로는 가장 오래된 곳.700여년 전인 고려 원종 15년(1274)에 세워졌다. 서민들이 애용하던 질그릇 같은 투박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수공사를 해놓아 옛모습이 적잖이 사라진 것이 흠. 함평으로 향하는 2번국도변에 있어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함평군청 문화관광과(061)320-3733. ●자산서원 곤개 정재청(1529∼1590)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서원. 함평군 엄다면 제동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남인과 서인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설립과 철거가 반복되면서 정치적으로 주목받던 장소.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정재청의 문집 ‘우득록’은 호남사림의 인맥이나 동향 등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성묘여행

    화가 남궁문의 자전거 성묘여행

    설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설 전에 얼굴이나 한 번 보자는 것이었다. 또 다른 친구와 셋이서 만나기로 했던 우리의 약속은 지난 추석 이후부터 연말연시 해를 넘기면서까지 연기돼 왔다. 그래서 이번엔 나에겐 좀 멀기도 한 경기도 분당 쪽에서 친구들과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 약속을 하고 난 뒤부터 나에겐 하나의 객기(?)가 발동하고 있었다. 분당에 가는 김에(서울 남쪽이니까) 아예 설을 쇠러 고향으로 가볼까? 이미 자전거로 ‘땅 끝’까지 갔던 내가 못 갈 리는 없을 것이었다. 오히려 부모님이 묻혀 계신 선산을 들러 ‘설을 쇠러’ 가는 것은 명목이나 구실로만 보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artistdiary@hanmail.net 고향이 군산, 그러니까 서울에서 약 250㎞ 거리여서 나흘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 날을 하루로 쳐도, 분당에서 고향까지는 사흘이면 가능할 터였다. 그러면 설 사흘 전에 도착할 것이니 나에겐 시간도 딱 맞는 여정이 될 것이었다. 비록 ‘한파주의보’가 내려진다는 기상예보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 첫째날 “한강 건너기가 이토록 어려워서야” 일기예보는 제대로 맞았다. 서울을 출발하던 날은 어찌나 추운지 오후에 나섰는데도 입김이 날 정도였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서울 도심을 통과했다. 하지만 강북에 사는 내가 한강다리를 건너는 일조차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진입로 공사 중이던 영동대교를 건너게 되었는데, 다리 자체로 걸어 들어갈 길이 없었다. 그러니 좁은 교차로 진입로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무단횡단하는 기분으로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크고 작은 차량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도로 끝으로 붙이면서 큰 차가 지날 때는 멈춰 섰다가 차가 지나면 얼른 가는 방법을 써가면서 아슬아슬하게 자전거를 끌고 갔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서울의 한복판인 한강 다리를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없다는 것. 이같은 현실은 우리나라가 곧 ‘선진국’ 진입을 목표에 두고 있다는 구호와 비교할 때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강 다리를 건넜어도 어려움은 남아 있었다. 도심을 피하기 위한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 진입통로를 찾는 데 보통 애를 먹은 게 아니었다. 안내판은 눈에 띄질 않았고, 인근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는 사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그런 길도 있어요?” 하고 오히려 나에게 되묻기까지 하거나, 그런 나를 이상하다는 듯 위 아래로 훑어보기도 했으니까. 그러다가 결국 동네 꼬마 아이를 통해 겨우 통로를 찾아 잠실 탄천의 자전거 도로만을 타고 분당까지 가는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 둘째날-공주까지 달리니 다리는 무뎌지고…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던 첫 밤은 용인 수지의 찜질방에서 잤다. 다음날 아침 23번 국도를 타고 오산을 거치면서 다시 1번으로 바꿔 탔고 평택을 지나 천안으로 향했다. 날씨가 추운 이유도 있었지만, 수도권과 경기도를 벗어나는 많은 교통량의 길은 나에게 ‘고향 가는 기분’을 느낄 여유마저 주지 않았다. 어떤 구간은 도로공사 때문에 달랑 차도 2차선 구 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나 위험한지 도로 옆 무성한 마른 풀숲으로 자전거를 억지로 끌고 올라 지나기도 했다. 그렇게 차량에 정신을 빼앗기면서도 자전거를 달려 천안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쯤이었다. 빨리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천안에 아무 연고지도 없는 내가 찜질방에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다음 도심인 충남 공주까지 가기로 일정을 수정했다. 그러면 하루를 앞당겨 군산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 자전거로 달린 거리가 100㎞가 훨씬 넘어 뻐근한 다리가 걱정됐다. 그래도 짧기만 한 겨울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하므로 서둘러 앞만 보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다리의 감각은 점점 무뎌진다. 무엇보다도 중간의 ‘차령고개’를 오르기가 힘에 부쳤다. 게다가 해가 서쪽으로 기우는 바람에 추위는 한층 매서웠다. 그렇게 열심히 달린 결과 시가지의 전깃불이 하나 둘 들어올 무렵, 나는 공주 진입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미 내 다리는 별 감각이 없었다. ■ 셋째날-정림사지 5층탑엔 고적함만 오롯이 공주 찜질방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내고 엷은 구름마저 껴 더욱 추웠던 사흘째 아침을 맞았다. 몸을 떨며 출발을 하면서도, 이제 ‘부여’만 지나면 바로 고향일 것 같은 심정이었다. 공주 도심 터널을 지나자 백마강변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그 길을 택했다. 그런데 불어오는 강바람에 어찌나 추운지 내 손은 거의 마비 상태가 돼 갔다. 좋은 풍광의 언덕 강변길을 달리는 상쾌함은 고사하고, 시린 손 때문에 더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을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그럴 때마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겉옷의 지퍼를 연 뒤, 손을 양쪽 겨드랑이 속으로 밀어 넣곤 했다. 그러면 손의 한기가 몸에 전해져 추위에 또 진저리를 쳐야만 했다. 이번 여정은 정말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이라서 그런가. 그렇게 추위와 싸우며 달려 부여에 도착했다. 그나마 햇볕이 나오는 점심 무렵이어서 추위가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다. 부여의 시장에 찾아들어가 한기와 허기를 달래려 해장국을 먹었다. 갓 무쳐온 봄동 김치가 상큼하게 맛있었다. 그리고 시장 통에는 설을 맞아 하얀 가래떡을 뽑아내느라 분주한 떡집들이 몇 곳 눈에 띄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가래떡을 보며 저절로 설 기분에 젖어보기도 했다. 부여에 온 김에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정림사지 5층탑’만은 둘러보고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과 안정감이 느껴져 예전부터 좋아하는 문화유적이다. 정림사지를 찾아가니 명절을 앞둔데다 추운 겨울이어서인지 담으로 둘러싸인 그곳엔 나 혼자뿐이었다. 이제 두어 시간 달려 웅포대교를 건너기만 하면 우리 선산에 도착할 것이었다. 남향인 선산엔 햇볕이 따스하리라. 내가 어디에 있든 항상 마음이 향하는, 부모님이 묻혀 계신 곳. 가까워 올수록 마음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이제 추위 따위는 아무 문제도 안 되었다. 걸을 땐 조금 절뚝거리며 뻐근했던 다리에도 힘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설’과 ‘세배’라는 두 단어를 떠올리며 어느덧 부모님 산소 앞에 멈춰섰다. ●하늘에 계신 어머님께 ‘어머니 저 웃기죠? 서울에서 자전거 타고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사흘 걸려서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요? 글쎄, 제가 뜬금없이 지난 가을부터 자전거를 타고 이 나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지요. 이번엔 설도 쇨 겸 어머니를 뵙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자전거로 와버렸습니다. 어머니한테 오는 길이어서 그런지 가슴이 설레기까지 하던 걸요. 나흘은 걸릴 거라고 계산을 했던 길인데 어머니를 뵌다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달려오다 보니 하루를 앞당겼습니다. 어머니, 춥고 먼 길을 어떻게 달려왔느냐며 이 아들의 언 손을 덥석 잡으며 어머니의 체온으로 비벼주실 광경을 문득 생각해 봅니다. 아, 세월은 흘러 이렇게 세상도 변하고, 부모님 손을 잡고 여기에 따라오던 제가 벌써 50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여기까지 왔던 세월보다, 앞으로 저에게 남은 세월이 훨씬 적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그 뒤에도 누가 이렇게 찾아오긴 할까요? 젊었을 땐 못 느끼면서 살아왔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제가 부모님께 큰 죄를 저질렀지요. 나중에 여기에 찾아 올 사람을 만들어 놓지 못해서 말입니다. 어머님, 아무튼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시고 편안히 계십시오. 그럼 내년 설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렇게 세배 올립니다.’ 아들 올림
  • 세계는 ‘지적재산권 전쟁중’

    LG전자는 12일 중국 1위 TV제조업체 TTE와 지주회사인 홍콩의 ‘TCL 멀티미디어 테크놀로지 홀딩스’를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특허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유는 TTE가 디지털 TV 채널제어기술, 프로그램 등급에 따른 TV시청 제어기술 등 TV관련 LG전자의 특허 4개를 침해했기 때문이다. 이정환 LG전자 특허센터장은 “TTE측이 회사의 중요 자산을 침해했다.”며 “지난 2005년부터 특허협상을 진행했으나 진전이 없어 부득이 소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삼성전자·하이닉스 美·日서 소송 당해 반대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은 지난 2일 미국의 앤비크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앤비크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우리의 특허기술을 도용한 일본 니콘의 장비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앤비크가 니콘을 압박하는 전술”이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초 일본 도시바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도시바는 “음악과 사진을 저장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관련된 특허 2개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하이닉스를 상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적재산권 보호 전쟁은 첨단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래미안’ 상표를 도용한 ‘선양래미안부동산 개발유한공사’에 대해 최근 중국 정부는 상표권 침해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1060만위안(약 12억원)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4년간 치밀하게 대응한 결과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고 외국기업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미국 스타벅스, 일본 혼다 등 손꼽을 정도다. 특히 12억원이나 되는 벌금 부과는 지금까지 알려진 상표 무단도용행위에 대한 벌금 중 최고라고 한다.●기업들 특허전문 조직 신설·인력 보강이처럼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들의 ‘총성없는 전쟁’인 지적재산권 분쟁이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세기 정보지식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지적 재산권 강화는 경쟁 우위의 원천이자 국가 경쟁력의 척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특허소송 건수가 늘어나자 지난해 초에는 ‘특허전담 최고책임자(CPO)’ 조직을 신설, 특허 출원뿐만 아니라 기술 보호와 상표 침해 단속 및 소송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건의 굵직한 특허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앞으로 변리사 등 특허전문 인력을 250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특허거점을 구축해 지역전문가를 양성, 특허 및 관련 소송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산문집 ‘호미’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출간한 소설가 박완서와 시인 박형준

    산문집 ‘호미’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출간한 소설가 박완서와 시인 박형준

    어머니는 올해 일흔넷이 되었다. 지난해부터 부쩍 기력이 떨어지신 어머니는 이즈음 그 지독한 병마와 싸우시느라 더욱 애처로울 따름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시골집 앞마당은 항상 어머니의 차지였다. 목련이 꽃망우리를 떠뜨리기 훨씬 전부터 어머니는 호미며 모종삽이며 전지가위 등을 들고 마당 이곳 저곳을 누비시곤 했다. 한여름 땡볕 아래서 쪼그리고 앉아 잔디를 다듬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올해도 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두부’ 이후 5년 만에 나온 소설가 박완서(76)씨의 산문집 ‘호미’(열림원 펴냄)에서 그냥 그대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했다. 경기도 구리시 아차산 자락에 살고 있는 작가는 집 마당의 온갖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고 속삭인다. 오늘도 작가는 먼동이 트기 전 신새벽에 꽃과 나무를 만나기 위해 호미를 들고 마당으로 나가 ‘출석부’를 부른다. 작가가 작성한 꽃과 나무의 ‘출석부’는 100번을 훌쩍 넘긴다. 복수초, 상사초, 민들레. 제비꽃, 할미꽃, 매화, 살구, 자두, 앵두, 조팝나무…. “나는 그것들이 올해도 하나도 결석하지 않고 전원출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것들이 뿌리로, 씨로 잠든 땅을 함부로 밟지 못한다.”(‘꽃 출석부1’ 가운데) 그것들이 목마를까봐 올 여름에도 마음놓고 여행을 못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꽃과 나무, 자연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절로 실감난다. 1부(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가 자연과의 대화라면 2부(그리운 침묵)와 3부(그가 나를 돌아보았네),4부(내가 문을 열어주마)는 작가의 칠십 인생에 대한 회고와 관조다. 역사학자 이이화, 화가 박수근,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이문구씨 등과의 인연, 그리고 자식들과 손녀, 남편, 시어머니 등 가족들과의 애틋한 사연으로 가득차 있다. 작가는 “이 나이 이거 거저먹은 나이 아니다.”라고 짐짓 위세를 부리면서도 “내 나이에 6자가 들어 있을 때까지만 해도 촌철살인의 언어를 꿈꿨지만 요즈음 들어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만약 엄마가 알량한 명예욕을 버리지 못하고 괴발개발 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한다면 그건 사회적 노망이 될 테니 그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 네가 모질게 제재해 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내년 봄’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작가에게서 묵직한 거장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중견 시인 박형준(41)씨도 4년 만에 산문집 ‘아름다움에 허기지다’(창비 펴냄)를 내놓았다. 산문집 제목은 어느 문학강연회에서 누가 “시를 왜 쓰느냐.”고 물은 데 대한 답변으로 한 말이다. 어느덧 시인이 등단한 지도 16년째에 접어들었다. 산문집에는 시인의 개인사가 드러나는 글을 비롯해 시론, 시인론, 작품분석, 계간평 등 29편의 글이 다채롭게 묶여 있다. ‘아침이면 부엌의 수챗구멍 속에서 바닷물이 역류해 들어오는’ 인천의 ‘수문통’ 빈민가에서 힘겨운 소년시절을 보내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를 붙잡고 살아온 시인의 기억은 ‘시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 오규원, 이성복, 송찬호, 고형렬, 최하림, 김기택, 박주택씨 등의 시인들과 나눈 대화들을 쉽게 풀어써 그들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숨겨진 시인들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배고파서 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에 허기져서 살아가고 시를 쓴다. 시와 시인은 그런 것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FTA 무역구제 車·의약품 연계”

    정부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에서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을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8일 국회 FTA특위에 보고한 ‘한·미 FTA 7차 협상 대응방향’에서 “핵심쟁점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각 분야별로 쟁점들을 연계 타결하거나 수정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측의 반덤핑 절차 개선 수준에 맞춰 우리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및 의약품 분야 양보 수준을 정해 제시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의약품의 경우, 신약 특허심사와 관련해 심사기간이 길어질 경우 이 기간을 특허기간에 포함시켜 달라는 미측 요구 등에 대해 절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자동차와 관련된 29개 공산품에 대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앞당기면서 전체적인 공산품 양허(개방)안에 대해 즉시 및 3년내 철폐 품목이 95%가 될 수 있도록 미측에 양허안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7차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 될 농업분야는 세이프가드와 관세할당제도(TRQ)의 대상품목과 발동수준, 수·임산물 등에 대한 우리측 민감성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7차 협상은 11∼14일 열린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스노보드 타는 래퍼 화랑

    스노보드 타는 래퍼 화랑

    “은빛 설원을 박차고 파란 하늘로 뛰어 오를 때 나는 비로소 살아난다. 무대에서 나를 따라 열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뛰고 삶의 에너지가 샘솟는다.” ‘보드 타는 래퍼’ 화랑(28·본명 임경섭)이 사는 이유다. 하늘을 새처럼 날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오랜 욕망. 하얀 설원을 제비처럼 달리며 온몸을 창공에 내던지는 자유를 만끽하는 스노보드 마니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케이블 영화오락채널 XTM의 리얼리티 드라마 ‘점프’(매주 토요일 낮 12시 방영)의 주인공 화랑을 만났다. ●보드와 노래는 나의 인생 스노보드는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4집 앨범 수록곡 ‘프리스타일’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열병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화랑이 랩을 작사·작곡하고 스노보드를 시작하게 된 것 또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영향이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가지를 꼽는다면 랩과 스노보드다. 그래서 나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보드 타는 래퍼’가 아닌가 싶다.” 화랑은 자신은 노래에 무엇보다 스노보드의 도전과 열정의 정신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화랑은 단지 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사와 작곡은 물론 노래까지 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오는 14일 4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이 나온다. 모두 3곡이 담겨 있다. 스노보드에 대한 사랑을 그린 ‘스놉송’, 청춘의 열정을 그린 ‘오픈 하트’ 등의 노래가 실렸다. “랩에는 자신의 세계가 담겨야 해요. 나는 노래에 스노보드의 모든 것을 담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도 스노보드에 대한 집착만큼이나 크다.”는 화랑은 앞으로 힙합뿐 아니라 펑크 록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화려한 스노보더들의 뒷모습 은빛 슬로프에선 누구보다 화려하고 주목받는 프로 스노보더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대회는 고작 5∼6회. 우승상금도 기껏해야 몇 백만원 선이다. 그것도 1위를 했을 때 이야기다. 스노보드에 빠져 사는 프로 스노보더들의 일상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때로는 가스비가 없어 생쌀로 끼니를 때운다. 강습이라도 있는 날이면 강습생들 틈에 끼어 라면 국물을 먹으며 온기를 얻는다. 몸은 고달프지만 설원에서 공중으로 치솟아 오를 생각을 하면 육체의 허기짐은 이내 사라지고 만다. 화랑은 “이번 드라마 ‘점프’에도 나오지만 스노보더들의 화려함 이면에는 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점프대를 뛰어 오르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것은 예사. 아무런 보호 장비도 없이 수십m를 뛰어올라 딱딱한 슬로프에 떨어지니 부상을 입기 일쑤다. 하지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부상의 위험이 아니라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다. 시즌이 아닐 때는 몇 달 동안 주유소에서 ‘총’을 잡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면서 돈을 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아 해외로 나간다.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들에게 뒤를 봐줄 변변한 스폰서는 하나도 없다. 나이를 먹어가며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된다는 화랑. 그는 조금씩 기술이 향상되고 목표를 이뤄나가는 것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펀박∼스, 두려움을 이겨낸 키∼커, 인생을 깨달아 하프 파이프. 나의 삶은 너로 인해 이렇게 변해가∼. 난 니가 너무너무 좋다.” 화랑은 오늘도 보드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며 은빛 슬로프를 질주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OUR STORY] 섬마을 남해 자전거 하이킹

    우리나라 남해안의 섬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무척 아름답다. 또한 여기저기 흩어져 연결되는 섬마다 사연도 많아 일년내내 찾아도 그 느낌이 각각 다르다. 특히 화가의 눈에 비쳐진 남해 섬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곳마다 캔버스의 그림처럼 예술작품으로 다가오며 미적 카타르시스를 빚어낸다. 앞으로 3회에 걸쳐 한려수도와 경남 남해의 섬을 돌아볼 예정이다. 이번 주는 첫회로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읍에서 1박, 남해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다랭이 마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두번째는 남해도에서 ‘창선도’를 거쳐 2006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뽑힌 길을 따라 늑도 대교, 창선교, 삼천포 대교를 지나 삼천포 항을 거쳐 통영으로 간다. 마지막에는 통영에서 거제교를 지나 장승포 남쪽 해안선을 따라 ‘해금강’으로 가는 아름다운 해변 길을 느껴볼 예정이다. 글·그림 화가 남궁문 artistdiary@hanmail.net 섬이 커서였을까. 남해도는 산도 높아 보였고 그만큼 길도 험했다. 그러기에 여기저기 계단식 논들 역시 눈에 많이 띄었다. 길은 산과 언덕을 따라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고, 그럴 때마다 마을이 하나씩 등장했다. 처음엔 이리저리 둘러 보며 관심을 가졌지만, 내리막길에선 마주치는 바람 때문에 추위에 진저리를 쳐야 했다. 이제 길은 바다 쪽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해도 맑아서 겨울바다는 계속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언덕 길 몇 굽이를 돌다 보니 시야도 서서히 터지기 시작했다. #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의 비탈마을 섬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하늘은 왜 이다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기만 한가. 사실,1년을 살아도 오늘 같이 이렇게 맑은 날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나이 50줄에 접어들면서야 깨닫게 된 일이다. 날씨가 이렇게 티 없이 깨끗하다는 건, 그만큼 내가 운이 좋다는 얘기이다. 게다가 점점 바다는 넓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 깨끗한 바다, 수평선, 맑은 하늘.. 자전거로 달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은 행복하지 않을까. 여기는 남녘이라 바람도 온화해서, 마을마다 이른 봄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따사로와 보이기도 했다. 굳이 서둘러 갈 일도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은(오르막이라 자전거를 끌면서 걷고 있었기에), 그리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니 최대한 즐기면서 천천히 가도 될 것이다. 그렇게 또 한 굽이를 도는데, 아, 거기가 바로 내가 오고 싶었던 ‘다랭이 마을’이었다. 산 중턱에 옹기종기 마을이 형성되어, 척박한 주변 환경의 농지는 다 계단식(다랭이) 논인데다 그 앞에는 너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아늑한 마을.45도 비탈에 108층이나 되는 계단식 논은 마치 신이 빚은 모습이었다. 옛 사람들은 이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저렇게 계단식인 다랭이 논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리곤 또 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왔으리라. 그런 이 지역의 특수성을 간직한 채, 그동안 오랜 세월을 조용하고 이름 없이 견뎌왔을 한 가난한 어촌 마을.‘다랭이 마을’이란 이름 속엔, 그런 모든 속뜻도 다 포함돼 있을 듯 싶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곳을 와 보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었다. 한 나그네가 되어, 바다와 수평선이 보이는 이런 평화로운 언덕길이 있는 마을을 그저 지나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 천혜의 조건이었다. 어쩌면, 비밀의 요새 같기도 한, 그러면서도 어쩐지 신비스럽기까지 한 마을의 모습은 저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온다. 여름이거나 가을 같은 경우엔 다랭이 논의 색깔이 더욱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좀 자세히 보니, 최근에 지었을 법한(아니면 개축을 했을 법한) 새로운 사각의 콘크리트 집들도 몇 채 눈에 띄었다. 게다가 이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을 이상한 형태의 집들도 건설되고 있었다. 아, 그 건 ‘불협화음’이었고, 크나큰 아쉬움이었다. 이미 저 마을도 저런 현대식 집이거나 마을 뒤 도로 쪽의 이런저런 관광시설 등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난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저렇게 현대화 바람이 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체념만 하기엔 이 아름다운 자연조건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다랭이 마을은 다랭이 마을일 때에만 그 가치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저 사람들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서 가난하게만 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의 추억 초가집이었을 때 와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그렇게 터무니없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렇게 따스한 날에는 저런 어떤 한 집의 마루에 걸터앉아, 시원한 동치미에 따끈한 고구마를 먹어도 좋으리라. 그래 나는 어제 밤에도 고구마를 먹었었지. 바로 이 섬, 남해도로 들어오다가 얻어 먹었던(?) ‘하얀 고구마’에 얽힌 기분 좋은 꿈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내렸고, 남해대교를 건넌 뒤 조금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데,‘배 직판’이란 등이 켜진 간판이 보였다. 그런 일이 있으려고 그랬을까. 내 마음은 그 곳으로 끌리고 있었다. 시원한 뱃물이 입 속 가득 담기는 환상에 젖어,‘저기 가서 배를 두어 개 깎아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끌었다. 그 가게는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었는데, 안에 여자가 있어 보였다. # 넉넉한 인심에 배부른 길손 “아주머니! 저, 배 좀 먹고 갈 수 있을까요?”하고 불렀더니,“예, 들어 오세요.”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나오는 사람은 어린 티가 나는 여학생이었다. 좀 의아했지만 나는 “내가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중이라, 배를 사러 온 건 아니고. 지금 너무나 목이 타서 들른 것이니 배 한 두개만 깎아 먹고 가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그러세요.”하면서도, 그 여학생은 유심히 나를 살피는 기색이었다.“그럼, 조금 기다리세요.” 하더니, 배를 가져 오려는지 그 뒤에 있던 집 쪽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곧 이어 그리 크지 않으면서 볼품도 없는 배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여행을 다니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는 것이었다. “그러게나 말이오.” 하면서 나는 그 배를 받아 깎으려는데,“아니라예. 제가 깎아 드리께예.” 하면서 자신이 들고 있던 배를 직접 깎기 시작했다. 그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았다. 어차피 내 장갑을 꼈던 손이야 하루 종일 여행에 절은 땀내가 배어 있을 테니까. 학생은 고등학생인 줄 알았는데, 방학을 맞아 집에 와서 부모님을 돕고 있는 대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이렇게 추운데 여행 다니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하고 다시 물었다. “힘이야 들지요.. 이렇게 목도 타고.” 그러는 사이에 그 학생이 배를 다 깎은 것 같아 빼앗듯이 받아, 입을 크게 벌려 통째로 베어 먹으려는데,“아저씨, 안돼예! 그렇게 드시면, 입천장 다쳐예.” 하는 핀잔(?)을 들었다. 이어 그 학생은 무슨 생각이었는지,“배 드시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더니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 학생이 시킨 대로 잘게 자른 배를 포크로 찍어 먹으며, 갈증을 풀고 있었다. 못 생긴 배였음에도 보기보다 물도 많았고 또 시원했다. 그리고 퍽 달았다. 잠시후 그 학생의 손에는 고구마 몇 개가 올려진 쟁반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좋아하실는지 잘 모르겠는데예. 시장하실 텐데, 이 것 드세예.” 한다. 무척 오랜만에 보는 껍질이 멀건 하얀 물고구마였다. 나는 허기진 배에, 체면이고 염치고 접어두고는 그 고구마 세 개와 배 두 개를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다. 이런 모습을 본 여학생은 “더 갖다 드리까예? 저는 안 좋아하시까봐 쪼금만 가져 왔는데예.”라고 말한다.“아니, 아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거면 충분해요. 남해읍에 도착하면 또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라고 대꾸했다. 그러면서 “학생, 이 거 얼마면 되까?” 하고 물으니,“아녜예, 돈 안 받으려고 했어예. 그래서 배도 못난 걸로 갖고 왔는데예.”라고 한다. 의외였다. 어쩌면 나에겐 딸 같을 수도 있는 어린 여학생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을 한다. “그래도 받아야 돼.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도 생각해야지.” 거의 반강제로 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 따뜻한 마음으로만 보면, 정말 돈을 더 주고 싶기도 했다. 하긴 가난한 내가 돈을 준다면 그 아이에게 대체 얼마를 더 준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 해도 그 건, 그 순수한 마음에 어울리지 않을, 어른의 ‘허세(?)’일 수도 있고, 하찮은 돈으로 마음을 사려는 행위일 것이었다. # 가로등없는 어두운 도로위에 별만 총총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가요. 고마워요, 학생!” “근데예. 아저씨! 여기는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위험한 곳이니, 조심해서 가셔야 돼예.” “그래요?” “예, 저 앞에는 1년에도 몇 차례씩 사고가 나는 지점이니 조심하세요.” 그 마음도 무척 예뻤다.‘너는 왜 이리 예쁜 짓만 하고 있는 거냐.’ 나는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속으론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학생.” “가실 때는 저 쪽, 도로 끝 오른 쪽으로 바짝 붙여서 가세예. 아저씨, 여행 잘 하시고예,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 고마워요. 고구마는 너무 맛있었어요.” 깜깜한 도로로 나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언뜻 뒤를 돌아 보니 아직도 그 학생은 방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의 전깃불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고맙구나. 웃음 띤 그 얼굴이, 그리고 니 마음씨가 너무나 예쁘구나.’ 아까 배를 먹으며 방 안에 있던 시계를 보니, 일곱시가 안 되었던데 읍엔 여덟시 무렵에 도착되겠지. 나는 14~15㎞ 남았던 남해읍까지, 일단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야 했다. 남녘이라 그런지, 초저녁부터 하늘엔 오리온 별자리가 총총했다. 주위가 어두워 별은 더 빛나 보였다.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땀도 식어 슬슬 추워올 것도 같은데, 마음은 푸근하기만 했다. ‘아, 하늘에 뜬 저 별들도 아름답다지만, 그 여학생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음호 계속> ●주변 들러볼 곳 남해 호구산 군립공원, 한려해상 국립공원, 금산 보리암, 남해 상주해수욕장, 미조포구, 독일인 마을
  • [특허정책 2題] 잠자는 특허 인터넷 경매

    “잠자는 특허를 온라인에서 사세요.” 특허청이 31일 특허기술장터(ipmart.or.kr)에서 32개 특허기술을 대상으로 ‘인터넷 경매’를 실시한다. 수백만원의 생활기술부터 수십억원대 건설기술까지 매물로 나와 있다.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휴면특허들을 발굴해 실용화하겠다는 취지다. 판매할 특허는 ▲섬유·생활용품 12개 ▲전기·전자 7개 ▲기계·금속·자동차 6개 ▲화학·생명공학 5개 ▲건설기술 2개 등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발명가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응찰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 3주간이며, 최고가를 제시하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기술을 완전히 넘겨 받을 뿐만 아니라, 사용료를 내면 실시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협상과정에서 전문 상담관이 무료 중재도 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앞으로 분기별로 특허기술 경매를 실시할 계획이며 국유특허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특허기업’ 삼성전자 글로벌 쾌거] 미국 특허 등록 NO.2

    [‘특허기업’ 삼성전자 글로벌 쾌거] 미국 특허 등록 NO.2

    삼성전자가 특허기업으로 자리를 확실히 잡아가고 있다. 14일 미국 특허청(USTPO) 예비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453건의 특허를 등록, 전년(1641건)보다 49% 늘어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USTPO에 특허를 등록한 건수는 세계 2위다. 물론 한해 실적으로 볼 때에는 삼성전자의 역대 최다 등록건수이다. IBM은 3651건을 등록하며 자사의 최고기록(3453건)을 경신하면서 14년 연속 특허출원 1위를 지켰다.LG전자는 695건으로 25위를 기록했다. 특허출원 상위 25개사 가운데 캐논·소니·히타치 등 일본 회사가 9개사, 휼렛패커드(HP)·인텔 등 미국 회사는 7개사였다. 삼성전자는 2005년 중국에서는 각종 발명특허와 실용신안 등 모두 350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중국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마쓰시타전기(3042건)를 제친 최다 특허출원 건수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11월에 연 제1회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2007년까지 특허분야 세계 톱3에 진입하겠다.”고 밝힌 뒤 본격적인 특허주권시대를 준비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반도체연구소장을 지낸 이문용 부사장을 특허전담 최고책임자(CPO)로 임명하는 등 특허전담 조직을 정비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특허변리사와 해외 특허변호사, 기술가치 평가전문가, 특허업무 경력자 등 특허 전담인력을 꾸준히 확충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과학기술의 수준과 상품개발 역량에 대한 지표”라며 “중장기 경쟁력과 미래의 비전을 확인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가 이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특허기업’ 삼성전자 글로벌 쾌거] 독자 개발 ‘와이브로’는 중동 진출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인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세계화 벨트’ 확산에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해외시장으로는 처음 미국시장에 상륙하기로 한데 이어 ‘열사(熱砂)의 땅’ 중동에도 진출한다.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 3세대(3G) 기술인 와이브로는 올해 국내외에서 ‘서비스 꽃’을 피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2데이터 통신업체인 바야낫(BAYANAT)과 와이브로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오는 7월부터 사우디의 4대 주요 지역인 리야드, 제다, 담맘, 메카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수년내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바야낫에 2년간 관련 장비와 단말기를 공급한다. 중동지역은 땅은 넓지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와이브로 진출의 적지로 평가된다. 즉 선로 매설이 어려운 곳이 많아 유선보다 무선을 이용해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는 것이 비용과 망구축 기간에서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사우디를 중동 진출의 시발지로 삼을 방침이다. 와이브로는 지난해 8월 미국에 첫 진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의 이동통신업체인 스프린트와 인텔, 모토롤라 등 4개사와 상용 서비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내년 미국 전 지역에서 상용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10월 중국의 한 인터넷업체와 양쯔강 중류지역의 한 성(省)에 와이브로망을 깔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탈리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일본 등과의 사업 협력에도 주력, 일부 지역은 상용화 계약을 맺었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의 원천기술로 일부 기술을 제외하고는 기술사용료(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상용화는 보통 1∼2년이 걸려 장비 수출에서 우선 효과를 보일 것이며 이어 단말기, 콘텐츠까지 수출할 수 있다.”고 파급 효과를 설명했다.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카피바라형제 홀로서기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카피바라형제 홀로서기

    어미없는 어린 동물들이 함께 사는 인공포육장은 쉽게 말해 ‘동물 고아원’이다. ●카피바라 형제 구하기 “어쩌지…. 간밤에 얘들 어미가 죽었어.”지난해 11월17일 오전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장. 사육사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전날 새끼 두마리를 낳은 암컷 카피바라가 허기에 사료를 급하게 먹은 탓인지 장이 꼬여 죽어버린 것이다. 우리엔 채 탯줄자리도 아물지 않은 형제 ‘머털이(♂·2006년 11월16일생)’와 ‘개털이’(〃)가 죽은 어미의 마른 젖을 빨고 있었다. 문제는 새끼였다.4개월간은 어미젖에 의지해야 하는 새끼에게 어미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것이 우선 모유를 대신할 분유를 찾는 것이지만 쥐의 일종인 설치류에게 맞는 분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 우선 개과에게 주는 지방성분이 많은 분유를 만들어 제공했지만 효과는 좋지 않았다. 게다가 긴 앞니 탓에 젖병꼭지는 물릴 때마다 터지기 일쑤였다. 결국 인공포육실 사육사 3명은 머털이와 개털이를 하나씩 품에 안고 주사기로 한 방울씩 분유를 먹여야 했다. ●아들 이유식이 보약 이렇게 20여일. 야근 후 집에서 쉬고 있던 사육사 김권식(35)씨의 머리에 갑자기 당시 6개월 된 자신의 아들이 즐겨먹는 이유식이 떠올랐다. 김씨는 당장 애가 먹는 모 업체의 이유식을 통째 챙겨들고 동물원으로 향했다.“놀랍게 카피바라들은 제 아들의 이유식을 핥아먹기 시작했어요. 그땐 마치 내 새끼 목에 젖 들어가는 것처럼 기쁘더라고요.” 그 후 카피바라 형제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져 이제 3㎏에 육박할 정도.11일 만난 머털이와 개털이는 먹성도 좋아져 사육사에게 ‘삑삑’ 소리를 내며 먹이를 달라고 달려들었다. 취재를 마칠 쯤 김 사육사가 머쓱한 표정으로 한마디 건넸다.“저…하루에 몇 시간 동안 우유병 물렸단 애긴 빼주시면 안돼요. 아내가 자기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라며 혼낼 것 같거든요.” ●카피바라 남아메리카 북동부의 안데스 산맥에 사는 현존하는 설치류 중 가장 큰 설치류. 일명 슈퍼 쥐. 몸길이 106∼134㎝에 몸무게가 35∼66㎏ 정도. 뭉뚝한 주둥이에 동그란 눈망울이 귀여워 서울대공원 남미관에서 인기짱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데스크시각] 고구려를 추억함/심재억 문화부차장

    최근 문화재연구소가 펴낸 ‘고구려 벽화고분 보존실태 조사보고서’의 도록을 넘기다가 ‘안악 3호분의 벽화’를 찍은 기록사진에 눈길이 멎었습니다.‘5000년으로 소급하는 우리의 핍진한 역사, 그 허리쯤에 마치 살진 시궁쥐라도 꿀꺼덕 삼킨 배암처럼 커다란 결절을 만들고 있는 고구려의 기억은 지금 우리의 삶과 정신에 있어 과연 무엇일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귓전에서 문득 대륙을 말 달리던 고구려 사내들의 우렁우렁한 외침이 들립니다. 그러나 오로지 갈망의 부산물인 이런 환청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고구려는 하나의 추상입니다.‘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가당찮은 의식의 빈곤은 우리 삶에서 고구려를 통째로 거세했습니다. 그 바람에 우리가 가진 고구려적인 것이라야 불가시(不可視)한 피(血)의 섞임 같은 것뿐이니 도무지 실체를 잡아낼 수 없는 추상일 수밖에요. 그런 추상의 고구려가 안악묘 벽화의 기록사진 속에서 오롯이 되살아납니다. 푸줏간의 아궁이에서는 활활 불길이 일고, 가마솥에서는 돝고기가 맛있게 삶기고 있습니다. 숨소리 거칠게 드넓은 요동벌을 말달리던 사내들의 허기를 채울 요깃거리겠지요. 갓 삶아낸 돝고기에 독한 술 몇잔 걸친 그 사내들, 문득 ‘사추리 뻐근하게’ 뻗치는 억센 힘을 감당하지 못해 벌건 대낮부터 ‘안해’를 껴안고 나뒹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치미와 용머리기와를 얹은 푸줏간의 정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의 퇴행적 신분사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조선시대라면 천민 중에서도 맨 앞줄에 섰을 백정이 어찌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저다지 말끔한 옷을 입고 비린 고기를 다뤘겠습니까. 관청에 잡혀가 태질이라도 당할 죄였을 터인데, 그 벽화속 어디에도 조선 백정의 그런 주눅든 표정은 보이지 않습니다. 집도 그렇습니다. 측벽의 반듯한 인(人)자 대공과 추녀끝 낙수 자리에 깎은 듯 만들어 놓은 단은 이 건물이 막 지은 집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푸줏간에 내걸린 살집 푸짐한 멧돼지와 꿩, 그리고 노루가 보기에도 넉넉합니다. 일하는 사람들도 편해 보입니다. 삶은 고기를 건지거나 그릇을 쌓아 안은 여인의 표정이 강퍅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풍경에서 고구려의 자유로움을 읽습니다. 불길이 활활 이는 아궁이와 한 세트인 온돌은 고구려가 낳은 우리 민족 창의력의 결정체입니다. 어떻게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구들을 덥힐 생각을 했을까요. 세계 역사에 유일한 이 빛나는 창의의 근본은 바로 자유분방함일 것입니다. 자유는 속박받지 않는 상태이고, 속박 없음은 모든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을 뜻합니다. 그러니 조선시대처럼 한 줌도 안 되는 양반층이 모든 권력과 부, 사회적 절차와 결과까지도 독점했던 그런 막힌 의식으로는 도저히 고구려라는 역사적 실체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고구려는 강건한 나라였습니다. 중국에 맞서 한뼘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던 그 억센 강단은 우리 민족이 가진 역동성의 실체였고, 고리타분한 신분의 굴레를 씌워 인민을 속박하지 않았던 자유분방함은 굴종을 거부하는 자존감의 원천이자 발랄한 창의력의 모태였습니다. 새해 벽두에 그 고구려를 추억합니다. 지리멸렬한 현실이 그렇게 제 생각을 이끌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모두가 지쳤다고들 말하고, 모두가 가망 없다고들 외고 다닙니다. 그러나 힘이 다해 허리가 휘면 다리 힘으로 버티고, 다리가 꺾이면 사지로 땅을 짚고 서야 합니다. 지난 한해, 참 힘든 여정을 헤쳐 왔습니다. 그러나 힘겨움은 아직 희망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너른 대륙을 짓치며, 산과 들을 아우르던 그 고구려 사내들의 기상으로 이 한해 끝까지 줄달음질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고구려 사내들의 ‘발정 같은’ 힘을 얻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심재억 문화부차장 jeshim@seoul.co.kr
  •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삼성전자 ‘하우젠 아삭’

    [2006하반기 소비자만족 히트상품] 삼성전자 ‘하우젠 아삭’

    2007년형 김치냉장고 ‘하우젠 아삭´은 ‘아삭아삭 맛관리´ 기능과 ‘4중 밀폐시스템´ 등 김치 맛을 지켜주는 삼성전자만의 특허기술이 담겨 있다. ‘아삭아삭 맛관리´는 미세한 온도변화를 감지해 김치를 무르지 않게 하는 시스템이다. 냉장고 문을 여닫거나 높은 온도의 김치를 넣었을 때 저장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아울러 12시간마다 -5도의 온도충격을 줌으로써 김치를 무르게 하는 PG효소의 번식을 억제한다. ‘하우젠 아삭´은 문과 용기, 커버 등 4단계에 걸쳐 공기를 차단하는 ‘4중 밀폐시스템´도 도입했다. 이로써 옛날 장독김치 맛을 그대로 담아 내는 감성기술을 실현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디자인은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앙드레 스타일´을 비롯해 ‘로즈´, ‘가든´, ‘쁘띠로즈´ 등 다양하다.
  • 28일 청와대서 大·中企 상생회의

    28일 청와대서 大·中企 상생회의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청와대에서 주요 그룹 회장들과 대·중소기업 상생회의를 갖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을 위해서다. 주요 그룹들은 현재에도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10여년 전부터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조금씩 진행돼 왔으나 참여정부들어 보다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완결형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도 ‘짝짓기’가 한창인 진행형이다. ●상생협력은 시혜가 아닌 윈-윈게임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강호영 사업팀장은 27일 “상대방(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게 없으면서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협력이 아니라 시혜”라면서 “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상생협력은 윈윈”이라며 “서로가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형태로 가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한경쟁시장이 이런 결합을 원하고 있다. 상생협력은 아직 초보단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정착됐으면 대통령이 부를 필요가 있겠느냐.”며 “몇몇 잘 나가는 기업만 정착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모범사례가 중견기업 등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으로 숨통 터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의 ‘아킬레스건(腱)’인 자금 숨통을 터주는 것이다. 현재 주요 그룹들이 어음 지급기일 단축, 현금결제 확대, 조기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4년부터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 자금수요가 많은 시기에 조기결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1만 7000여개 협력사다. 한번 풀면 1조원을 넘는다. 현대·기아차그룹도 납품대금을 현금으로 주는 것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6월 발족한 품질·기술 봉사단도 계속 가동 중이다. 또 2010년까지 협력업체에 총 15조원을 지원한다. 전문인력 양성과 품질 개선이 핵심 지원대상이다.‘동반 성장’이야말로 최고 상생경영이라는 판단에서다.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지난 1990년부터 협력사와 거래할 때 품질에 문제가 없는 한 ‘일주일 이내 100% 현금 결제’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물고기 잡는 법과 요리법 가르쳐 줘 자금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SK그룹은 상생경영 아카데미 교육장을 건립, 협력업체 직원 교육에 나섰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교육은 63개 업체가, 온라인 교육은 4925명이 수료했다. 해외 공동진출도 협력사엔 큰 메리트다. 올해만 해외 공동진출을 통해 협력사들이 16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LG그룹도 협력업체와의 해외 동반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월 말부터 상생협력 대상을 2차 협력업체에까지 확대했다. 지금까지 2500여명의 2차 협력사 대표를 경기도 남양연구소로 초대, 경영혁신 세미나를 열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포스코는 중소기업에 맞춤형 기술지원을 해주고 있다. 지난 9월 신일인텍을 비롯한 포항지역 중소기업 37개사와 테크노 파트너십 협약식을 체결했다. 중소기업을 방문, 기술컨설팅을 하거나 자체 연구시설을 활용해 각종 시험, 분석을 대행해준다. 또 포스코 기술이전 특허 조회시스템을 가동해 포스코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용규 안미현 박경호기자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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