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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스 체르마트에 494m 길이의 세계 최장 출렁다리 열려

    스위스 체르마트에 494m 길이의 세계 최장 출렁다리 열려

    스위스 남부 체르마트 근처에 길이가 494m에 이르는 트레커 전용의 세계 최장 출렁다리가 29일(현지시간) 열렸다. 유로파부르케(유럽 브리지)로 이름붙여진 이 다리는 그라벤구퍼 협곡 위 85m에 만들어졌는데 이전 다리가 바위가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파괴돼 새롭게 만들어졌다. 체르마트 관광국은 오스트리아의 로이테 출렁다리가 이곳보다 조금 높은 110m 허공에 405m 길이를 갖고 있어 사람이 건널 수 있는 다리로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주장했다. 관광국은 새 다리의 케이블들이 8톤 가량 들어갔으며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잘 장치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다리는 체르마트에서 그라첸까지 이틀에 걸쳐 걷는 트레킹 도중에 통과할 수 있으며 다리를 건너면서 마터호른의 절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가대표 맞습니다, 맞고요”/송한수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국가대표 맞습니다, 맞고요”/송한수 체육부장

    “경기복을 이따금 손수 꿰매곤 합니다. 한 벌에 500유로(약 66만원)짜리죠.”전직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27일 이렇게 말했다. 얼굴엔 그늘이 드리운 채였다. 그러곤 “2011년 7월 기억을 지울 수 없다”고 떠올렸다. 훈련하다 꽤 크게 다쳤다. 쇄골이 나간 것이다. 거센 바람 탓이었다. 비행 중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물론 곧바로 병원 신세를 졌다. ‘금쪽’ 경기복을 잘라야만 했다. 도통 벗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 아까웠을까 싶다. 다른 선수에게 들은 얘기도 짠하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동그라진 터다. 옆에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곧 혼잣말이 허공을 울렸다. 스키 상태를 알고 싶단다. 보통 200만원대 비싼 장비여서다. 망가진다면 여간 일이 아니다. 월급을 날릴 판이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려던 꿈을 놓쳤다. 아쉽지만 후배 국가대표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최근 백옥자(67)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을 만났다. 옛 포환던지기 국가대표다. 1970년대 아시아 최강을 뽐냈다. 신체적 조건이 빼어난 위에다 연습 벌레였다. 메달을 도맡아 ‘마녀’로 불렸다. 역시 걸맞은 별명이었다.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했다. 마찬가지로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쓰린 추억이 남았다. 겨울엔 이랬다. 눈밭에 떨어진 포환을 눈으로 씻었다. 씻고 던지고, 또 씻고 던지고를 되풀이했다. 차가운 포환이 오른쪽 볼을 스칠 때마다 핏빛이 번졌다. 어여쁜 스무살의 얼굴은 발갛게 물들었다. 선배들은 “밥 먹을 때도 포환을 들고 다녀라”라고 말했다. 포환과 일체를 이뤄야 기록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4㎏짜리 포환이다. 웬만한 갓난아이 몸무게다. 그녀에게도 포환은 보물이나 한가지다. 스키와 다르게 깨질까 결코 걱정을 않지만 말이다. 임경순(87) 우리나라 스키 첫 국가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포환 이야기에서 20여년을 또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다. 국민들이 끼니를 때우기도 버겁던 시절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간 중국에서 스키를 익혔다. 조국으로 와 꾸준히 갈고 닦았다. 벚나무를 깎아 스키를 만들어서 탔다.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쿼밸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국가에서 지원했지만 비용을 대기엔 턱도 없었다. 본인이 보탰다. 한국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미국 총감독에게서 경기용 스키를 얻었다. 아내의 가락지를 팔아 스키 부츠를 샀다. 그러나 경기장 코스를 본 순간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국내에서 겨우 700m를 오르내린 마당에 3.2㎞를 달려야 했다. 스쿼피크 코스 높이도 백두산(2744m)에 버금가는 2707m였다. 용기를 냈지만 연습 활강에서 뒹굴어 정신을 잃었다. 길이 30m나 되는 벙커(구덩이)가 잇달아 나타났다. 구경조차 처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드러누워 있을 때냐”는 임원의 호통에 몸을 일으켰다. 당당히 본선에 나섰다. 쿡쿡 쑤시는 듯한 몸을 이끌고, 네 차례나 쓰러지며 완주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SI)는 ‘한국판 쿨러닝’이라는 요지로 기사를 실었다. 5월 7일자에 “그의 올림픽 정신을 아무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썼다. 어렵게 지내는 국가대표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더욱이 소수 종목이라고 지나친다면 옳지 않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긍지를 갖고 열심히 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더하다. 그렇다. ‘국가의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만에 하나 국가가 그들을 저버린다 하더라도 먼저 그들이 국가를 내치진 않을 테니 말이다. 28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196일 남겼다. 늦지 않다. onekor@seoul.co.kr
  •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예능 천재의 샤워법 ‘비주얼 쇼크’

    ‘나 혼자 산다’ 전현무, 예능 천재의 샤워법 ‘비주얼 쇼크’

    ‘나 혼자 산다’ 전현무가 여름 나래 학교에서 ‘원터치’ 샤워로 비주얼 쇼크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비누로 새하얀 가부키 화장을 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폭소를 자아내는 가운데, 남자 무지개회원들의 단체 야외 샤워 현장도 함께 공개돼 시선을 집중시킨다. ‘여름 나래 학교’가 지난주 준비운동을 마치고 더욱 왁자지껄해진 2탄으로 돌아온다고 전해져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오는 28일 밤 방송될 MBC ‘나 혼자 산다’(기획 김영진, 연출 황지영 임찬) 215회에서는 폭소할 수밖에 없는 전현무의 원터치 샤워와 웃음으로 중무장한 ‘여름 나래 학교’ 2탄이 공개된다. 지난주 ‘여름 나래 학교’를 떠나 환상의 웃음 궁합을 보여준 무지개회원들. 이어 이번주에는 여름 수련회의 느낌을 더욱 진하게 풍기며 시청자들의 배꼽을 또 한 번 강탈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현무가 ‘원터치’ 샤워를 하는 모습이 선 공개돼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그는 야외 수돗가에서 샤워하는 만큼 한 번에 헹구기 위해 머리카락부터 목까지 비누칠을 꼼꼼하게 했다. 이로 인해 비누로 가부키 화장을 한듯한 그의 얼굴과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듯한 그의 표정이 포착돼 폭소를 자아낸다. 특히 이어진 스틸에서 전현무가 비누 거품을 헹구면서 혼비백산한 표정으로 애처롭게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리고 있어 2차 웃음을 유발한다. 이는 장난기가 발동한 윤현민이 전현무에게 거침없이 물을 뿌려 완성된 결과물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시언은 이 같은 전현무의 샤워 현장을 보고 “진짜 예능 천재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함께 샤워하던 윤현민과 성훈도 웃음을 빵 터트렸다고 전해져 장난꾸러기 남자 무지개회원들의 단체 야외 샤워에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가부키 화장을 연상케 하는 전현무의 원터치 야외 샤워와 더욱 강력한 웃음이 준비된 ‘여름 나래 학교’ 두 번째 이야기는 오는 28일 밤 방송되는 ‘나 혼자 산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불개미가 만든 에펠탑…그 원리를 찾았다(연구)

    불개미가 만든 에펠탑…그 원리를 찾았다(연구)

    개미에 물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 같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 본래 남미에서 살다가 미국까지 퍼진 붉은 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 Solenopsis invicta)는 솔레놉신(Solenopsin)이라는 독을 지닌 개미로 2.5~6㎜ 정도의 작은 크기를 지녔지만, 쏘이면 마치 불에 덴 듯한 통증을 느끼게 한다. 정작 큰 문제는 통증 자체가 아니다. 통증보다 과거 독에 쏘인 적이 있는 사람에게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6000명 정도가 붉은 불개미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병원을 찾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붉은 불개미는 상당히 많은 연구가 진행된 개미다. 참고로 국내에서 말하는 불개미(Formica yessensis)와는 다른 종류로 영어로 ‘파이어 앤트’(fire ant)라고 불러서 보통 불개미로 번역하나 다행히 한국에는 없는 종이다. 그런데 이 붉은 불개미는 놀라운 이동 능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개미가 서로 뭉쳐서 물에 뜨는 섬을 만들어 물을 건너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개미로 만든 다리를 놓거나 탑을 만들어 지형을 극복하고 이동할 수 있다. 사실 그래서 방역 당국에는 더 큰 골칫거리인 셈인데, 조지아 공대의 과학자들은 이 개미들이 어떻게 자기 몸길이의 수십 배가 넘는 개미탑을 만드는지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는 공학적으로 안정적인 삼각형 모양의 구조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마치 에펠탑처럼 각 개미가 삼각형 형태로 서로 지지하면서 위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개미탑을 만드는 데 놀랍게도 각 개미는 자신의 무게의 750배를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는 달리 개미는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는 지능도 없고 중앙의 통제에 따라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더구나 강철이 아니라 생물이기 때문에 지친 개미는 휴식도 취해줘야 하고 그 빈자리를 동료가 채워줘야 한다. 어떻게 단순한 개미가 이런 복잡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팀은 일부 개미에게 방사성 동위원소가 든 먹이를 먹인 후 이들을 다른 개미와 섞고 막대기를 세워서 개미가 그 주변에 탑을 만들어 올라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밝혀진 원리는 간단했다. 탑에서 벽돌 역할을 한 개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개미가 위로 쌓이고 아래 있는 개미가 빠져나가면서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개미 역시 자리를 떠나 임무 교대를 한 후 다시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벽돌이 되기 위해 개미탑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잡아간다. 만약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면 개미탑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이 개미들이 다시 흩어져 새로운 벽돌이 되므로 시간이 지나면 가장 안정적인 삼각형 구조로 변해가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데이비드 휴 교수는 이 개미탑이 인간의 피부세포처럼 끊임없이 교환된다고 설명했다. 즉, 각각의 개미가 중앙의 통제를 따르는 대신 몇 가지 단순한 규칙에 따라 작업과 휴식, 재배치를 반복하면서 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개미탑을 몇 시간이나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방식을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수많은 미니 로봇이 건설과 같은 복잡한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에게 달갑지 않은 개미이긴 하지만, 이 작은 개미에게 인간이 한 수 배워야 할 자연의 지혜가 있는 셈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합천 인질극, 40대男 아들 풀어준 뒤 경찰과 밤샘 대치 계속

    합천 인질극, 40대男 아들 풀어준 뒤 경찰과 밤샘 대치 계속

    경남 합천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엽총 인질극’을 벌인 40대 남성 A씨가 전날부터 5일 오전까지 밤새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A씨는 합천군 황매산터널에서 오후 5시부터 아들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였다. 지인과 경찰 협상팀의 설득으로 아들은 대치 5시간여 만인 전날 오후 10시 25분쯤 풀려났다. 아들은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화를 이용해 계속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는 새벽 1시 30분쯤부터 차 안에서 소지한 엽총 총구를 가슴으로 향하게 한 뒤 가수면 상태에 들어갔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 30분쯤 고성에 있는 자신 집에서 전처와 전화로 다툰 뒤 “아들과 함께 죽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는 학교에 있던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어 같은날 오전 10시 20분쯤 진주 한 지구대에 보관 중이던 엽총을 출고해 합천으로 넘어와 인질극을 벌였다. A씨는 유해조수포획단 소속으로 진주의 한 지구대에서 손쉽게 엽총을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대치하며 A씨는 계속 “이혼한 전처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허공에 엽총으로 위협 사격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 도착한 전처는 A씨와 전화통화를 했지만,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직접 대면은 허용하지 않았다. A씨의 목적은 ‘동반 자살’로 전해졌다. 경찰은 5일 오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합천군 황매산 터널 주변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합천서 인질극 벌인 40대, 초등생 아들 풀어주고 경찰과 계속 대치

    합천서 인질극 벌인 40대, 초등생 아들 풀어주고 경찰과 계속 대치

    경남 합천에서 4일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40대 남성이 경찰과 대치 5시간여만에 아들을 풀어줬다.경찰은 이날 오후 10시 20분쯤 A씨가 황매산 터널 주변에서 인질로 잡고 있던 아들을 풀어줬다고 밝혔다. 아들은 다행히 상처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엽총을 소지한 A씨를 검거하기 위해 추가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합천 관내에서 A씨와 대치해왔다. A씨는 처음에는 본인 화물차에 아들과 있다가 내린 뒤 순찰차에 올라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아들과 경찰관에게도 엽총을 겨누며 위협했다. 실제 위협용으로 허공을 향해 여러 발을 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대치 과정에서 “전처를 불러달라”고 계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처도 이날 오후 10시를 전후해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현장에 저격수를 포함한 특공대, 협상팀, 지역 경찰관 등 230여명을 동원해 A씨를 상대로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 측은 “사고 우려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A씨와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고등학생인 이모(16)양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 박순이(46)씨가 미웠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 겪었던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알기 전까지는. 이양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어머니가 매일처럼 술을 마시는 모습이 이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씨는 술을 마시면 항상 울었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다.하지만 이양이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인 2014년 박씨는 ‘형제복지원’에서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을 딸에게 털어놨다. 이양은 어머니가 9살 때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가 7년 동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시절의 일들을 듣게 됐다. 박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이 사건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는 시민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연행하고, 복지원은 시민들을 감금해 국가의 방조 아래 강제 노역뿐만 아니라 구타·학대·성폭력·암매장·살인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513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형제복지원 사건 개요’ 바로가기). 형제복지원이 어떤 곳이었고, 그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되면서 이양은 그제야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트라우마였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벽을 보고 못 자요, 누가 잡아갈까봐… “엄마는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세요. 그 때 있었던 일로 악몽을 꾸시곤 합니다. 허공을 보면서 ‘살려달라’, ‘그러지 마세요’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안쓰럽고, 똑같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박씨는 지옥에서 벗어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박씨는 어디를 가든 항상 뒤를 돌아보고 간판 등을 눈여겨 본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방에서 잠을 잘 못 자요. 밖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 같아요. 또 벽을 보고 잠을 못 자요. 누군가가 덮칠 것 같아서요.” 경남 문산읍에서 살았던 박씨는 9살 때인 1980년 부산에 있는 오빠 집에 가기 위해 부산진역에 갔다. 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가까이였다. “역에서 가만히 있으면 오빠가 데리러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있어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왔다.“파출소 아저씨가 말을 걸데요. 오빠 어디 사냐고 해서 부산에서 밧데리 가게 한다고 그랬더니 “오빠 오면 데려다줄 테니 같이 가자” 하더라고. 그래서 같이 갔죠. 파출소에서 순댓국인가 국밥을 먹고 잠시 잠들었는데 막 깨우는 거예요.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양쪽에 화장실 환풍기만 한 문만 쪼그맣게 있는 차가 파출소 앞에서 서 있는데 우리더러 다 타라고 하더라구. 그걸 타고 한 20~30분 갔나?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면서 철문이 열리고 다 내리라데. 그러곤 한 줄로 세워가지고···.” 사과 없는 국가 이양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게 된 지 3년이 지났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는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가해자인 국가는 그동안 아무 사과도 없었다. 이양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은데 직접 그런 일을 당하시고, 지금 이렇게 ‘특별법’을 하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라고 2일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진지 30년이 지나도록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문민 정부 모두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러자 국회가 나섰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끝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상 규명 이후에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는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5년 12월에 발령된 ‘내무부 훈령 제 410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당시 ‘부랑인’이라는 인위적인 개념을 만들어 ‘사회 정화’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단속하고 강제로 구금했다. 전두환 정부 때도 유지됐던 이 훈령은 6월 항쟁 직전인 1987년 5월 폐지됐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의미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주윤정 박사는 ‘부랑인’을 만들어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던 통치 방식이 “독재 체제의 핵심적인 국가 관리 방식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모두 군사 쿠데타 행위로 집권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완전히 결여한 통치 권력이 집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동원한 방식은 ‘적’을 규정해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부랑인’이라는 개념 역시 국가가 만들어낸 적이었다.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 폭력’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주 박사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국가 폭력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명목상의 폭력 주체가 국가가 아닌 ‘형제복지원’이라는 민간의 재단 법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사인들 간의 관계로 규정되고, 국가로서는 방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 박사는 “자의적인 사적 폭력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행사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 박사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을 연구하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은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들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부랑아’,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목 아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더구나 불충분한 법적 근거로) 단속하여 시설에 강제수용한 것 ▲시설 수용 업무(때로는 단속 업무까지도)를 사적인 권력에 무분별하게 위탁하여 국민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 ▲사적 권력에 위탁한 시설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의 의무조차 다 하지 않음으로써, 수용시설 내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실질적으로 묵인·방조한 것 ▲1987년 형제복지원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강제수용되어 있던 사람들을 어떠한 물질적·제도적 지원 없이 퇴소시킴으로써 이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책임을 또 다시 방기한 것 ▲행정부, 사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지금의 국가정보원) 등의 국가권력 집단이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수사 과정을 방해하고, 진상을 체계적으로 은폐한 것 위 사실들은 그동안 피해 생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밝혀질 수 있었다. 한종선(41)씨가 2012년 5월~2013년 2월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면서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노력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대책위는 그동안 정보공개청구와 현장 방문, 피해 생존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이 사건이 ‘또다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망자가 더 있을 수 있고, 형제복지원이 사망자의 시신을 어떻게 인계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또 형제복지원이 1987년 6월 폐쇄된 이후 일부 원생들을 어느 시설로 보냈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앞서 언급한 의문들은 규명돼야 하는 과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대 연구팀은 “내무부 훈령이 제정된 구체적인 배경, 이 훈령이 일선 경찰 조직까지 전달되어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나 경찰 조직(경찰청)을 통해 단속 업무와 관련하여 위에서 하달된, 혹은 아래로부터 보고된 내용들을 보여주는 문서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선 전인 지난 4월까지 서울 도심에서 23차례 열린 ‘촛불 집회’ 때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총 8060장의 서명 운동 용지가 국회에 전달됐다.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할 차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낙하산 인터넷 구매 뒤 아파트 뛰어내린 남자

    낙하산 인터넷 구매 뒤 아파트 뛰어내린 남자

    이 정도면 목숨을 건 테스트다. 브라질의 한 남자가 인터넷으로 구입한 낙하산을 테스트한다며 아파트 발코니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낙하산이 펴지면서 남자는 무사히 착륙했지만 무모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자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낙하산을 구입했다. 취미생활로 낙하산을 타겠다며 저렴한 물건을 찾다 보니 온라인쇼핑몰을 이용하게 된 것. 남자는 낙하산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좋아하면서 당장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했다. 부인은 결사 반대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자는 낙하산을 등에 메고 아파트 발코니로 나갔다. 함께 낙하산을 샀다는 친구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면서 남자를 응원했다. 부인은 “맙소사, 당신 미쳤어? 제발 하지 마”라고 울면서 남편을 만류했고, 한 살배기 쯤 되는 아기는 계속 “아빠, 아빠”하면서 칭얼거렸지만 이 남자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였다. 남자는 어느새 허공에 몸을 날렸다. 다행히 인터넷으로 저가에 구입한 낙하산은 엉터리 제품은 아니었다.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남자는 아파트 밑 정원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그제야 친구들은 “이제 우리도 해보자”라며 저마다 낙하산을 메고 발코니 밑으로 뛰어내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낙하산 테스트에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다지 높은 곳이 아니라 낙하산이 펼쳐질 충분한 시간이 없고, 모두 낙하산 무경험자들이라 사고의 위험은 컸다. 브라질 누리꾼들은 “엉터리 낙하산이었다면 그대로 황천길로 갔을 것”, “"너무 무모한 시도였다”라는 등 남자의 도전정신(?)을 꾸짖었다. 한편 현지 언론은 “남자가 아파트에서 무단으로 낙하산을 탄 건 관련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당국이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사설] ‘脫원전’ 설득력 얻을 에너지 대책부터 마련해야

    정부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3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수백명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이들로 하여금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조해 공사 지속 또는 중단 여부를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인 ‘탈(脫)원전’ 구상이 막을 올린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러나 형식과 내용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국무조정실이 총대를 메고 나선 점부터가 유감이다. 주요 정책 추진을 각 부처 장관 중심으로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로, 과연 이런 속도전 어디에 소통이 자리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중장기 국가 정책의 하나를 불과 수백명의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온당한지도 따져 볼 일이다. 정부는 이를 ‘숙의(熟議) 민주주의’라 일컬을지 모르나 이들이 무슨 권한과 자격, 능력으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전력수급 대책을 결정한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들의 결정을 국가와 국민이 승복해야 하는 헌법적 배경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원전 건설 중단이 미칠 파장, 그리고 후속 대책의 부재는 더 큰 문제다. 공정률 29%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중단하면 지금까지 투입된 1조 6000억원의 국민 세금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여기에 1조원대의 보상비용도 발생한다. 1만여명의 일자리 상실과 지역 경제에 미칠 주름 등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전력 수급 대책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 등에 따르면 2800㎿ 규모의 신고리 5·6호기를 백지화하고 이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4조 6488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다각도의 분석이 뒷받침돼야겠으나 생산효율 측면에서 추가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구상에서 중장기 에너지 수급 계획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현재 24기인 원전은 2023년부터 매년 1~2기씩 사라져 2030년대 중반이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들 사라질 원전의 총 설비용량은 9429㎿로, 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획한 2029년 설비용량 13만 6097㎿의 약 7%에 해당한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은 원전을 대체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미흡한 실정이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을 통해 탈원전을 포함한 종합적 에너지 대책이 새롭게 논의돼야 한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중단 여부 또한 그 틀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다.
  • 혼신의 힘 다해 노래하는 4살 소녀 화제

    혼신의 힘 다해 노래하는 4살 소녀 화제

    유치원 공연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 주제곡을 열창한 소녀가 SNS 화제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플로리다주에 사는 네 살배기 소피아 우르끼호.소피아의 엄마 미셸 네쉰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는 합창 공연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모아나’ 주제곡을 부르는 소피아의 모습이 담겼다. 입만 뻥긋거리는 친구들과 달리 소피아는 손으로 허공을 가르는 등 풍부한 감정 표현으로 눈길을 끈다. 해당 영상은 10만 건 이상이 공유되며 22일 현재 14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영상=Michelle Neshin/페이스북 영상팀 seoultv@seoul.co.kr
  • 145m를 날아 과녁에 꽂혔다, 국궁의 이 운치

    145m를 날아 과녁에 꽂혔다, 국궁의 이 운치

    두 발을 편하게 벌린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는 듯 활을 들어 올린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활을 잡은 앞손을 힘껏 밀고 시위를 잡은 뒷손으로 화살을 쥐고 호랑이 꼬리를 잡아당기는 듯 끌어당긴다. 두 팔이 파르르 떨린다. ‘툭’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화살이 인왕산 치맛자락 허공을 갈랐다. 145m 바깥에 세운 과녁 옆으로 초록 불빛이 켜졌다. 명중이다.●서울 시내 조망 황학정엔 30~90대 궁사 북적 16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황학정에선 궁사들로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인왕산 아래 사직공원 단군성전 오른쪽에 자리했다. 1899년 고종황제의 어명을 받들어 지었으니 우리나라 스포츠의 첫걸음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활쏘기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본래 경희궁 회상전 북측에 세웠던 활터에서 유래했다. 일제강점기 경희궁 회상전이 훼손된 후 현재 장소로 옮겨졌다. 황학정 정자에 앉아 산등성이와 서울 시내가 어우러진 장관에 취해 있으면 활쏘기 시간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린다. 30대부터 90대까지 허리춤에 노란 띠를 두른 궁수들이 일렬로 자리를 잡는다. 과녁은 반대편 언덕에 있다 보니 산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화살을 보는 것도 운치를 자아낸다. 4년 넘게 활쏘기를 했다는 한 60대 회원은 “활 쏘는 이들은 다들 건강해 90세를 넘긴 회원도 있다”면서 “예로부터 국궁을 건강에 최고로 쳤다”고 자랑했다. 또 “활을 쏘려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꼿꼿해야 하니 몸이 반듯해진다”면서 “뒤로는 인왕산, 앞에는 서울 시내의 멋진 경치를 두고 활을 쏘면 정신 수양도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부터 활터를 다닌 다른 회원은 “혼자서도 가능한 운동이라 좋다”면서 “테니스처럼 게임 상대와 장소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키면 홀로 한 시간이든 하루 종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양궁은 검지와 중지로 시위에 화살 걸어 당겨 종로에 황학정이 있다면 중구에는 조선시대 민간인이 사용하던 활터인 석호정을 빼놓을 수 없다. 남산 중턱에서 물결 치는 소나무숲 위로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신비롭게 느껴진다. 석호정은 남산공원길과 맞닿아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6년 전 국궁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윤복남(50)씨는 “서민들에겐 다가서기 어려웠던 국궁이 이젠 일반 성인과 아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거듭났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국궁의 재미를 알렸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활의 역사는 수렵생활을 하던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활은 사냥감과 직접 싸우지 않더라도 먼 거리에서 제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였다. 옛 활쏘기는 전투기술인 동시에 선비들의 교양필수과목이었다. 이 땅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기록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활을 잘 쏜다는 기록이다. 수천년 역사를 함께한 전통 활, 국궁은 지금도 시민들의 생활체육으로 남아 있다. 서울에 8곳을 비롯해 전국 380여곳 국궁장에서 3만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대부분의 국궁장은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활을 쏘기 위해 145m 거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궁과 양궁은 무엇보다 쏘는 방식에서 다르다. 국궁은 표적을 볼 때 비대칭이다. 양궁은 한가운데 화살을 날리지만, 국궁은 치우치게 돼 있어서 오조준을 해야 한다. 자기가 편한 표적 보는 기준을 찾아 안정적으로 화살을 보내야 한다. 화살을 잡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궁은 엄지와 검지로 화살을 움켜쥐는 반면, 양궁은 검지와 중지로 활시위에 걸친다. 이 때문에 양궁은 깍지를 검지에 끼지만, 국궁은 엄지에 깍지를 낀다. 사극에서 흔히 보는 활쏘기 방식은 사실 국적 불명인 셈이다. 뜻밖에도 국궁장엔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직장인 권상오(27)씨는 “놀이공원 국궁 체험장에서 활쏘기를 해봤다”며 “금방 익숙해져서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때 교양 수업으로 처음 국궁을 만났다는 정변교(26)씨는 “수업 뒤 계속하고 싶어서 활을 샀는데 집 근처에는 활터가 없어 아쉬웠다”며 “나중에 생활체육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석호정엔 習射無言 표지석… 정신수양에 좋아 석호정 이름도 활쏘기와 맞닿아 있다. 중국 한나라 문제(文帝) 때 어느 장군이 사냥터에서 큰 호랑이를 보고 활을 쏴 적중시켰다. 가까이서 보니 바위였다. 의문이 들어 다시 활을 쐈으나 이번엔 화살이 튕겨 나왔다. 장군은 매사에 신경을 써서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석호정 마당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손님을 반긴다. 회원들은 “활쏘기 하나에도 말을 앞세우지 말라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아울러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모든 게 판가름 나듯이, 자세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과녁을 맞히기도 힘들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인사검증 판단 국민의 몫”… 文, 강경화 18일 임명할 듯

    청문보고서 내일까지 재송부 요청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를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대통령부터 앞장서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런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1300여자에 이르는 ‘작심 발언’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원고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며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했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은 ‘합법적’인 대통령의 권한 행사이며 강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지정했다. 17일까지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18일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고 본분일 수도 있지만, 그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고 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각각 김영춘·김부겸·도종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임명하면 협치없다는 압박, 수용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임명하면 협치없다는 압박, 수용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경화 후보자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대통령과 정부의 노력이 마치 허공을 휘젓는 손짓처럼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야당은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항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을 (공직 후보자로) 임명하며 오만과 독선의 인사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행해 나간다면 협치가 어렵지 않겠나”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는 상황을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법이 정한 절차와 국민 여론에 따라 임명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공개 천명한 ‘작심 발언’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인사 시스템과 인사검증 매뉴얼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속히 정부를 구성하는 데 온 힘을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이 강 후보자 임명 철회를 압박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인사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던 것인데, 참여정부 때 검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청문절차를 마련한 것”이라며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고, 야당의 본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의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강 후보자에 대해 “당차고 멋있는 여성이다.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외교관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인물이다. 흔히 쓰는 표현으로 글로벌한 인물이다. 우리도 글로벌한 외교부 장관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데 한국에서 자격이 없다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역대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많은 국내외 외교전문가들이 그가 이 시기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 적임자라고 지지하고 있다. 국민들도 지지가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미 정상회담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고, G20 정상회의와 주요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데 외교장관 없이 대통령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 주시기 바란다. 부탁드린다”고 외교 비상상황 속에서 야당의 대승적인 협력을 거듭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섬 위 관음의 권능, 괴로움의 바다에 빠진 중생을 보듬다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섬 위 관음의 권능, 괴로움의 바다에 빠진 중생을 보듬다

    관음보살(觀音菩薩)은 고통을 겪고 있는 중생에게 부처를 대신해 대(大)자비심을 베푸는 존재다. 관세음보살, 혹은 관자재보살이라도고 한다. 불교경전인 법화경의 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이런 대목이 보인다. “세존이시여. 관음보살은 어떤 인연으로 관음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까.” “만약 무량한 백 천 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 관음보살에 대해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른다면, 관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관(觀)하여 모두 해탈시키기 때문이니라.”●중요 관음성지 바닷가 섬이나 산에 자리 관음보살은 괴로움의 바다에 빠진 중생이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존재다. 옛날 할머니들이 뭔가 답답한 일이 생겼을 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되뇌인 것도 관음이 가진 이런 권능 때문이다. 당연히 관음의 신통력은 개인의 고통을 해소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 불교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관음에 의존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또 다른 불교경전인 화엄경의 입법계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여기서 남으로 가면 보타락가(補陀洛迦)산이 있고, 거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관자재니라. 그에게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그다음 보타락가산의 정경을 묘사했는데 ‘바다 위에 산이 있고 갖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매우 깨끗한 곳에 꽃과 과일나무가 가득 차고 샘과 연못, 시냇물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고 했다. 관음보살이 ‘남쪽 바닷가의 아름다운 산이나 섬에 머물고 있다’는 믿음은 여기서 비롯됐다. 보타락가는 산스크리트어의 포탈라카(potalaka)를 음역한 것이다. 흔히 낙가산이나 낙산이라고 줄여 부른다. 우리나라의 3대 관음성지(觀音聖地)로 양양 낙산사와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을 꼽는데, 여수 향일암을 합쳐 4대 성지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중요한 관음성지들이 모두 바닷가의 산이나 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강화~석모 ‘연륙교’ 빠르면 이달 내 개통 오늘 찾아가는 보문사는 이름부터가 관음성지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담긴 끝 간 데 모를 관음보살의 권능이 이 땅의 모든 중생에 미치기를 소망하며 발원한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관음도량인 보문사가 낙가산에 자리잡고 있는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보문사가 있는 석모도는 섬 안의 섬이다. 김포반도와 강화도를 잇는 연륙교가 놓인 것은 벌써 오래전이지만, 보문사에 가려면 아직은 배를 타야 한다.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연륙교 공사는 지금 마무리 단계다. 빠르면 이달 안에 개통될 것이라는 뉴스도 있었다. 주민들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지만, 역설적으로 탐방객이 ‘배 타는 재미’까지 맛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강화 외포리 포구에서 카페리에 오르면 석모도까지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배에 오르기 전 새우과자 한 봉지쯤 준비하면 입맛을 다시며 몰려드는 갈매기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된다. 석모도 선착장에서 보문사까지는 다시 8㎞ 남짓 차를 달려야 한다. 자주 있지는 않은 듯하지만 버스도 오간다. 주차장에 내리면 ‘낙가산 보문사’라는 편액이 달린 일주문이 보인다. 보문사의 창건과 관련해서 ‘전등사본말사지’에 ‘신라 선덕여왕 4년(635) 금강산에서 옮겨온 회정대사가 세웠다’는 대목이 보인다. 하지만 ‘유점사본말사지’의 보덕굴조에는 ‘회정선사가 고려 의종 10년(1156) 고구려 보덕화상이 창건한 금강산 보덕굴을 중창했다’는 기록이 있다. 학계에서는 두 회정을 같은 인물로 보고 고려시대 창건설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대장경 3질 봉안 기록… 관음도량의 중심지 ‘전등사본말사지’에는 ‘신라 진덕여왕 3년(649) 마을사람들이 보문사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 부처와 나한 등 22구의 돌조각을 그물로 걷어올려 절의 석굴에 모셨다’는 설화도 실어놓았다. 그 석굴이 절 마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석실(石室)이다. 천연동굴에 3개의 문을 만들고 석가모니와 나한을 모셨으니 일종의 나한전(漢殿)이다. 하지만 모셔진 불상의 연대는 그리 오래지 않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석굴 좌우로는 극락보전과 용왕전, 삼성각, 범종각, 선방 등이 규모 있게 자리잡고 있는데, 대부분 최근 지은 것들이다. 관음도량으로 보문사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절 뒤편 바위 절벽에 새겨진 관음보살좌상이다. 높이 9.2m, 폭 3.3m의 당당한 관음보살이 절 앞에 드넓게 펼쳐진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관음보살은 지붕처럼 앞으로 내민 눈썹바위 아래 좌정하고 있다. 부처님이 새길 자리를 준비해 놓은 것이 아닐까 싶게 절묘한 자연과의 조화다. 불교신자라면 그만큼 관음보살의 영험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관음보살상은 금강산 표훈사의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1928년 조성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문화재적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갈 것이다. 관음도량으로 보문사의 역사적 의의가 극대화된 것은 고려시대다. 고려는 고종 19년(1232) 몽골에 대항하고자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옮겼다. 강화는 원종 11년(1270) 환도하기까지 38년 동안 피란 수도 역할을 했다. 강화경(江華京) 시대다 이른바 강도고려(江都高麗)가 부처의 가피를 입어 몽골군의 살육과 약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팔만대장경을 판각하고 선원사에 보관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나라 간섭기의 문인 민지가 지은 ‘고려국대장이안기’(高麗國大藏移安記)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보인다. 1304년 고려에 왔던 원나라 승려 철산(鐵山)이 강화 보문사에 봉안한 대장경 3질 가운데 1질을 중국 강서행성(江西行省) 대앙산(大仰山)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원나라를 세운 몽골의 침략을 막아달라는 대장경의 안타까운 유전(流轉)이기도 하다. ●가는길목에 ‘고려 대찰’ 선원사터도 볼만 보문사(普門社)라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에는 사(寺)보다 격이 낮은 도량을 사(社)라 불렀던 듯하다. 하지만 두 표현을 뒤섞어 쓴 사례도 적지 않다. 어쨌든 보문사가 팔만대장경을, 그것도 여러 질 봉안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절의 위상이 크게 높았음을 의미한다. 고려를 망국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비는 ‘국가적 관음도량’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려 말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최씨 정권의 문객 이수는 칠언시 ‘보문사’에서 ‘장엄한 전각들은 천세계를 다 삼키고 높이 솟은 누대는 허공에 달려 있네’라고 읊었다. 당시의 보문사가 한적한 섬의 작은 암자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에는 이수를 비롯한 최씨 정권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보문사를 찾아 재를 올렸음을 짐작게 하는 내용도 있다. 팔만대장경의 비장처였던 보문사를 찾는 길에는 강화읍에서 멀지 않은 선원사 터도 들르면 좋을 것이다. 강화로 도읍을 옮긴 뒤 최우가 창건한 선원사는 당대에는 순천 송광사와 함께 양대 사찰로 손꼽히던 대찰(大刹)이었다. 오백불상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빈터만 남았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길섶에서] 단비/이동구 논설위원

    이틀째 비가 내린다. 목마른 대지를 차근차근 적신다. 감질난다는 느낌이지만 오랜 가뭄 중이라 더없이 반갑다. 꼭 필요한 때에 맞춰 내려 주는 그야말로 ‘단비’다. 비용 들이는 일도 아닌데, 이왕이면 시원하게 좍좍 좀 내렸으면 좋았으련만. 약간은 아쉬운 마음에 허공에다 눈을 흘긴다. 이맘때의 비는 예부터 풍요의 상징으로 여겼다. 논밭의 곡식을 비롯해 꽃과 나무들이 한창 자라야 할 때이니 당연하다. 빗줄기가 활기차게 땅을 적시고 농부의 땀방울까지 말끔히 씻어 준다면 금상첨화다. 가을의 풍요로움을 약속할 수 있는 단비가 아닌가. 다른 자연현상과 마찬가지로 비도 인간의 심성에 자주 비유된다. 김남조 시인은 ‘비는 뿌린 후에 스스로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빗물 같은 정을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며 빗물을 인간의 정(情)에 비유했다. 정치니 사회생활이니 하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온갖 배신과 시기, 질투 속에서 살아간다. 시인의 마음이나 곡식에 내리는 단비처럼 그저 뿌려 주기만 한다면 정이 넘치는 삶이 되지 않을까. 단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글쎄…. 이동구 논설위원
  • [이호준의 시간여행] 제비를 찾아 나서다

    [이호준의 시간여행] 제비를 찾아 나서다

    제비를 찾아 나선 건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어느 식사 자리에서 제비가 화제로 등장했다. 조류에 박식한 한 분이 제비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멸종도 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됐을까 하는 마음에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 둬야 할 것 같았다. 강가의 돌멩이보다 더 흔한 게 제비 아니었던가. 먼저 충청도 평야지대를 찾아갔다. 전에는 제비가 지천이었던 곳이다. 하지만 끝내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제비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되기 시작했다. 다음엔 전북 진안의 한적한 동네로 가 봤다. 역시 하늘도 전깃줄도 텅 비어 있었다. 지나는 노인에게 물었다. “혹시 동네에 제비집이 있습니까.” “제비집? 제비집은커녕 제비 구경한 지도 언젠지 모르우.” 그게 전부였다. 이곳저곳 쏘다녔지만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예전엔 논에 쟁기질을 하는 날은 제비들의 잔칫날이었다. 기류를 타고 허공을 흐르던 제비들이 어느 순간 화살처럼 쏘아져 내려 흙 속에서 나온 벌레를 물고 솟아오르곤 했다. 그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며칠 뒤 다른 일로 속초에 갔다가 우연히 제비를 보았다. 어느 집 처마에서 발견한 제비집에 암수 한 쌍이 연신 드나들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좀더 찾아볼 생각에 멀지 않은 전통 마을을 찾아갔다. 옛집들이 잘 보존돼 있어서 제비가 집을 짓기에 무척 좋은 환경이었다.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동네에 제비집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비집요? 있긴 있는데… 자꾸 똥을 싸서 몇 번 부숴 버렸더니 요샌 안 오네….”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 제비집이 있으면 배설물 때문에 귀찮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애써 지은 집을 부숴 버리다니. 그럼 제비는 어디 가서 알을 낳는단 말인가. 옛사람들은 제비를 가족처럼 여겼다.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을 물고 오면 먼 길을 떠났던 가족이라도 돌아온 듯 반겼다. 그런데 이젠 알 낳을 곳도 찾을 수 없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제비는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에 집을 짓는다. 다시 제비를 찾아 떠난 곳은 순천 낙안읍성이었다. 시간이 100년쯤 느리게 흐르는 그곳에서 드디어 ‘제비다운 제비’들을 볼 수 있었다. 하늘을 덮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여러 마리의 제비들이 하늘을 누비고 있었다. 가슴에 오래 걸려 있던 체기가 뚫리는 것 같았다. 제비가 드물어진 가장 큰 이유는 농약과 살충제의 과다 사용으로 벌레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만한 공간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제비들이 겨울을 나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환경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발 열풍으로 서식지 감소와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전에서 제비를 찾아보면 ‘한국에 흔한 여름새’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젠 ‘보기 드문 새’가 돼 버렸다. 물론 제비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어느 노인은 ‘흔한’ 제비를 찾아다니는 나를 이상스럽다는 듯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비가 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인들 편히 살 수 있을까. 경남 사천의 한 횟집에 제비가 금반지를 물어다 줬다는 몇 년 전 이야기도 머지않아 전설이 될 것 같다.
  • [U20 월드컵] 페냐란다 96분 체증 뚫었다, 베네수엘라 맨먼저 4강에

    [U20 월드컵] 페냐란다 96분 체증 뚫었다, 베네수엘라 맨먼저 4강에

    아달베르타 페냐란다(베네수엘라)가 96분의 체증을 확 뚫었다. 베네수엘라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8강전 첫 경기를 연장 전반 6분 페냐란다의 선제골과 연장 후반 10분 페라레시의 추가골을 엮어 2-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정규시간 90분 내내 볼을 배급하며 중원을 누빈 페냐란다는 후반 교체 투입된 소사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것을 그대로 오른발로 밀어넣어 96분 동안 22차례 슈팅을 막아낸 미국 수문장 조너선 클린스만을 따돌리고 그물을 출렁였다. 또 페라레시는 연장 후반 10분 헤더로 추가골을 얻었다. 하지만 미국은 2분 뒤 프리킥 크로스를 에보비스가 헤더로 연결한 것이 오른쪽 골포스트 맞고 베네수엘라 골키퍼가 쳐냈지만 이미 골 라인을 통과한 것으로 판명돼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 이어 16강전과 이날까지 다섯 경기, 무려 510분 가까이 이어져온 베네수엘라의 무실점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일본과의 16강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쳐 맨먼저 준결승에 진출한 베네수엘라는 이날 오후 6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우루과이-포르투갈 승자와 8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두 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러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할 것이 우려된다. 베네수엘라가 초반부터 강한 중원 압박을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12분 로날도 페냐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클린스만의 선방에 걸려 선제골 기회를 놓쳐싸. 2분 뒤에도 왼쪽 코너킥 근처에서 페널티지역까지 강한 수비수들의 방해를 이겨내며 슛을 날렸지만 허공을 갈랐다. 20분 코르도바가 상대 수비수의 처리가 미숙해 공이 흐른 것을 잡아놓고 슛을 때려 그물을 갈라 세리머니를 벌였지만 주심이 뒤늦게 비디오판독 결과를 전달받아 오프사이드를 판정, 노골이 됐다. 23분에도 페냐가 페냐란다가 앞으로 찔러준 패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원바운드 슛으로 연결했으나 오른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3분 차콘이 오른쪽 코너킥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앞으로 튀어나와 다시 좋은 기회를 놓쳤다. 4분 뒤에도 앙헬 에레라가 머리에 맞힌 슛이 동료 페나의 어깨를 맞고 나오고 말았다. 1분 뒤에도 왼쪽 프리킥 크로스를 문전 중앙으로 뛰어들던 코르도바가 머리에 맞혔으나 골대 오른쪽을 빗나갔다. 코르도바는 16분과 17분에도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미드필드에서 찔러준 패스를 코르도바가 중앙으로 파고들어 결정적인 슛을 날렸으나 클린스만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고 1분 뒤에도 오른쪽 크로스를 코르도바가 치솟아 올라 머리에 맞히며 방향을 살짝 돌렸는데 또다시 크로스바를 ?고 벗어났다. 20분에도 샤콘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클린스만의 품에 안겼다. 27분 미국은 자책골 위기를 모면했다. 30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코르도바가 강력한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외면했다. 42분에도 페냐란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으나 수비수 윌리엄슨이 몸을 던진 태클에 막혔다. 전후반 90분 동안 슈팅 수 4-20으로 밀렸던 미국은 후반 추가시간 4분 파머 브라운이 왼쪽 프리킥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한 공이 골키퍼가 나와 텅 빈 골문을 향했으나 살짝 벗어났다. 결승골을 터뜨린 페냐란다는 3분 뒤에도 송곳 같은 패스를 찔러줘 대회 득점 선두인 코르도바의 골을 도우려 했으나 코르도바의 슛을 클린스만이 막아냈다. 연장 후반 9분에도 코르도바가 날린 회심의 슛을 클린스만이 또 펀칭해냈다. 미국 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의 아들인 그는 세이브 6개로 비록 졌지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특이한 방법으로 그림 그리는 대만 거리 화가

    특이한 방법으로 그림 그리는 대만 거리 화가

    페인트로 그리고 뿌리고 비볐더니, 이소룡! 25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만의 한 해변에서 독특한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리 예술가 남성의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는 해변 모래사장 위에 세워놓은 검정색 캔버스 위에 흰색 페인트로 그림 그리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돼 있다. 붓을 이용해 무언가를 그려나가는 남성. 잠시 그리기를 멈추고 붓을 허공에 던져 돌려 잡는다. 이어 페인트를 붓에 듬뿍 묻히고 캔버스 위에 뿌려댄 뒤 또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이 얼추 완성되자 남성은 붓을 뒤로 던진 뒤, 손으로 캔버스 위를 비벼 덧칠을 한다. 남성의 빠른 손놀림으로 추상화 같은 그림이 드디어 완성된다. 마침내 그가 캔버스 측면을 잡고 180도 회전시켜 그림을 바로 놓자 무술가 겸 할리우드 스타인 이소룡(Bruce Lee, 브루스 리)의 초상이 나타난다. 예상치 못한 그림 결과에 이를 지켜보던 관중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온다. 한편 이소룡은 절권도의 창시자이며 20세기를 대표하는 무술계의 전설이자 문화적 아이콘이었다. ‘당산대형’, ‘정무문’, ‘용쟁호투’, ‘맹룡과강’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1973년 7월 20일 33살 나이에 뇌부종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진·영상= Discovery TV Channel / PranksFrance Tube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설리, 미모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 “헐 예쁘네”

    설리, 미모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 “헐 예쁘네”

    배우 설리가 미모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헐 예쁘네”라는 짧은 글과 함께 셀카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설리는 누군가에게 머리 손질을 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메이크업에도 설리는 돋보이는 미모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은 고혹미를 더했다. 한편, 설리는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리얼’(REAL)에 ‘송유화’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손흥민 20·21호 골…차범근과 박지성 모두 넘었다 (영상)

    손흥민 20·21호 골…차범근과 박지성 모두 넘었다 (영상)

    손흥민(25·토트넘)이 전반 36분 시즌 20번째 골을 뽑아낸 뒤 손가락으로 ‘2’와 ‘0’을 만들어 보였다. 역대 한국인 유럽축구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한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19일 킹 파워 스타디움을 찾아 벌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 두 골에다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하며 6-1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20, 21호 골을 연달아 터뜨린 그는 차범근이 1985~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작성한 시즌 19골을 31년 만에 넘어섰다. 또 잉글랜드 진출 두 시즌 만에 29골을 기록하며 박지성(27골)을 제치고 한국인 통산 잉글랜드 무대 최다 득점 기록도 새로 썼다. 또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14골, FA컵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합해 21골을 채웠다. 지난달 15일 본머스를 상대로 시즌 19호 골을 터뜨린 뒤 다섯 경기에서 침묵했던 손흥민은 해리 케인이 원톱으로 나선 이날 델리 알리, 무사 시소코와 함께 2선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전반 5분 케인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정면으로 침투하며 골키퍼와 일대일로 마주한 손흥민은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뒤에서 쫓아 들어온 상대 수비수가 이를 방해하며 공은 골대 왼쪽을 비켜갔다. 3분 뒤에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고 15분에는 페널티 지역 안에서 다시 일대일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공은 허공을 갈랐다. 계속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손흥민은 전반 25분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날 첫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하며 상대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손흥민은 골키퍼와 다시 한 번 마주 서자 이번에는 직접 슛을 노리지 않고 정면에서 달려드는 케인에게 기회를 넘겨 케인의 선제골을 연결했다. 지난달 8일 왓퍼드전 이후 40여일 만에 나온 어시스트였으며 시즌 6호, 리그 5호 도움이었다. 기세가 오른 손흥민은 전반 36분 드디어 자신의 시즌 20호 골을 만들어냈다. 알리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재치있게 띄워준 공을 그대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손가락으로 ‘2’와 ‘0’을 만들어 보이며 시즌 20호 골을 자축한 손흥민은 중계 카메라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3-1로 앞선 후반 26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묵직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뒤 33분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두 골 1어시스트에다 케인이 네 골을 뽑아내는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했다. 토트넘은 오는 21일 헐시티와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유럽 축구 전문매체 ‘후스코어 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72를 매겼는데 네 골을 뽑아낸 케인의 10점 만점에 이어 팀 내 두 번째 평점이었다. 손흥민은 카일 워커 등 팀 동료 3명과 함께 23일 귀국해 토트넘의 유니폼 스폰서인 AIA생명 30주년 이벤트에 참여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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